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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청가엔 유·불·선 아우르는 종교와 철학이”

    “심청가엔 유·불·선 아우르는 종교와 철학이”

    “심청가에는 유교와 불교, 선교를 아우르는 종교와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효’사상이 상실된 현대사회에서 가정의 근간을 되살리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현대사회 가정 되살리는 데 기여”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배우 겸 국악인 오정해(41)씨가 지난 20일 열린 원광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국악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친 오씨는 2004년 원광대 대학원 불교학과에 진학, 본격적으로 동양예술학을 공부해 왔다. 처음부터 철학 박사 학위를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동양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시작한 공부였다. 향학열을 불태웠는데도 학위 취득에는 8년이 걸렸다. 마당극 ‘학생부군신위’와 영화 ‘천년학’ 등에 출연하며 연기와 판소리 등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1997년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오씨에게는 가정생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오씨는 “박사 학위 논문 주제를 정하고 수년간 자료를 모았는데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정말 힘들었다.”며 일인다역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학위 취득에 8년 걸려 ‘판소리 심청가의 예술성 연구’란 주제로 쓴 박사 학위 논문에선 판소리와 종교, 철학을 짝짓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오씨가 보는 심청가는 소리와 사상, 예술성 등 3박자를 갖추고 있다. 오씨는 “판소리가 우리 민족의 한과 흥 등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심청가는 종교적, 철학적 깊이가 있다.”면서 “심청가에 들어 있는 효와 삶의 도리 등을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봤다.”고 말했다. 심청가의 ‘인당수’(물)는 어머니를 뜻하는데, 이를 우리 구전 설화를 통해 증명하는 식이다. 인당수는 당시 한반도에 폭넓게 퍼져있던 모태신앙을 대변하기도 한다. 한편 오씨는 1999년 전주 우석대 국악예술과 겸임교수로 후학 양성에 뛰어든 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연극을 통해 관객을 만날 계획을 갖고 있는 오씨는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자미로콰이 내한공연 ‘아우디 라이브 2012’ 오는 2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재즈에 힙합, 펑키, 솔, 디스코를 접목한 애시드재즈의 대표 격인 영국의 6인조 밴드 자미로콰이가 2008년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내한 공연을 한다. ‘버추얼 인새너티’ ‘코스믹걸’ 등 대표 히트곡은 물론 2010년에 발표한 앨범 ‘록 더스트 라이트 스타’의 수록곡까지 기대해도 좋다. 9만 9000~13만 2000원. (02)3141-3488. ●러시아워 콘서트4 ‘말달리자’ 9월 18일 오후 7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데뷔 15년차 5인조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이 클래식, 발레, 재즈 공연을 주로 하는 LG아트센터 무대에 선다. 1만 5000원. (02)2005-1427. 연극·뮤지컬 ●연극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24일~9월 23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선생 사후 1주기를 맞이해 추모의 의미를 담은 배우 손숙의 모노드라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통해 겪는 가치관의 변화와 인간 내면을 그려냈다. 전석 4만원. (02)3272-2334. ●뮤지컬 ‘메노포즈’ 10월 28일까지 서울 영등포동 CGV팝아트홀 위드 신한카드. 갱년기 여성을 소재로 한 이야기와 귀에 익숙한 올드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백화점 속옷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중년 여성 네 명. 속옷 하나를 가지고 옥신각신하다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번 무대에는 가수 노사연과 이은하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4만~8만원. (02)744-4334. 클래식·무용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차이나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내한 오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1956년에 설립된 중국 유일의 국립오케스트라 차이나내셔널심포니(지휘 리신차오)가 2009년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장하오천과 피아노협주곡 황하를 연주한다. 2만~20만원. (02)6303-1977. ●무용 ‘사람, 사람들’ 오는 29~30일 서울 용산동 극장 용. 정옥조 숙명여대 무용과 교수가 이끄는 ‘나는새공연예술진흥회’의 공연. 1부에서는 정 교수가 1994년에 안무한 ‘빈 배’를 재구성하고 2부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신작을 선보인다. 1만~3만원. (02)2263-4680. 미술·전시 ●조경희 개인전 9월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사간동 자작나무갤러리. 독일에서 공부하고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작가는 존재로서의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색 사용이나 사실적 묘사를 최대한 자제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02)733~7944.
  • 과천과학관 18일 로봇경연대회

    국립과천과학관은 로봇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8일 제4회 로봇 퍼포먼스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올해부터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학생부가 구분되며, 초등부 14팀과 중·고등부 20팀이 참가해 기량을 겨루게 된다. 올해에는 로봇 댄스를 비롯해 축구, 연극 등 학생들이 제작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로봇 콘텐츠가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일반 관람객들을 위해 로봇 전문가의 특별강연도 함께 진행된다.
  • [연극리뷰] ‘필로우맨’

    [연극리뷰] ‘필로우맨’

    한 소년은 발가락이 잘려나간 채 죽었다. 또 시체로 발견된 한 소녀는 면도칼이 깊이 박힌 사과가 식도에서 발견됐다. 벙어리 소녀 한 명은 실종 상태다. 경찰 투폴스키(손종학 분) 반장은 연쇄 아동 살인·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소설가 카투리안(김준원 분)을 지목한다. 경찰은 이 연쇄 아동 살인사건의 진실이 카투리안의 소설 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극 ‘필로우맨’의 막이 오르면 관객은 경찰서 취조실에 홀로 앉아 있는 카투리안을 만나게 된다. 카투리안은 왜 자신이 경찰서에 연행됐는지 영문도 모른 채 경찰로부터 소설의 의도와 상징성에 대한 추궁을 받게 된다. 자신의 소설은 그저 이야기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문과 욕설이다. 옆 취조실에는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이현철 분)이 앉아 있다. 마이클은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받은 고문으로 도덕관념을 상실한 정신지체장애자로 성장했지만, 동생이 쓴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마이클 역시 경찰 에이얼(조운 분)에게 취조를 당한다. 카투리안과 달리 마이클은 연쇄 아동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느냐는 에이얼의 질문에 그렇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한다. 나중에 카투리안이 마이클에게 “왜 그런 대답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고문받기 싫었어.”라는 답을 내놓았다. 카투리안과 마이클이 경찰에 연행된 결정적 단서는 그들의 집에서 발견된 어린아이의 발가락 10개와 카투리안이 아직 세상에 내놓지 않은 소설들이다. 특히 자살을 결심하는 어른들을 평화롭던 어린 시절로 안내해 비참한 현실을 경험하기 전에 자살하도록 돕는 ‘필로우맨’ 이야기와, 자신을 성폭행한 아버지에게 면도날을 넣은 사과를 먹이는 소녀의 이야기, 한 소년의 발가락을 도끼로 잘라 죽이는 이야기 등이 잔혹한 내용의 소설이 현실에서 연쇄 아동살인사건으로 구현됐다는 점에 경찰은 집중한다. 자신의 소설을 형에게 들려주는 걸 낙으로 삼은 카투리안은 자신의 소설 때문에 세 명의 아이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앞으로 닥칠 고통과 죗값을 치르고자 자의든 타의든 형제의 죽음을 선택한다. 1막 막바지 부분에 마이클과 카투리안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형제의 숨겨졌던 과거사가 드러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들의 과거는 극의 배경과 시작, 그리고 극의 마지막을 연결하는 단단한 고리가 된다. 4명의 배우만 출연하는 연극이다. 모두 연기력이 상당하다. 정신지체아 마이클 역의 이현철의 연기는 가히 명품이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카투리안 역의 김준원도 다양한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낸다. 무대 디자인도 눈에 띈다. 작은 소극장 무대를 최대한 활용, 유리벽면을 통해 다중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관객의 몰입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9월 15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Space 111. 전석 4만원. (02)744-4334.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수요기획(KBS 밤 11시 40분) 일본 최고의 극작가 정의신은 일본 문화계에서 말 그대로 ‘핫’한 인물이다. 고향인 히메지의 조선인 부락 신작로는 ‘연극의 거리’로 이름이 바뀌었고, 히메지 문학관에선 그의 육필 원고와 대본이 전시돼 있다. 일본인이 사랑하는 일본 문화의 자랑, 정의신. 하지만 그는 일본으로의 귀화를 거부하고 여전히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각시탈(KBS2 밤 9시 55분) 슌지는 온갖 멸시와 부당함을 견뎌내면서 경찰서에서 버티는 강토의 모습을 예사롭지 않게 느낀다. 라라를 찾아간 슌지는 각시탈을 놓친 경위를 조사하고 무언가 숨기는 듯한 라라의 태도에 석연찮음을 느낀다. 한편 아버지 담사리의 편지를 받게 된 목단은 담사리가 양백선생과 함께 곧 경성에 온다는 소식을 강토에게 전한다. ●일본을 춤추게 한 스님, 김묘선(MBC 오후 6시 50분) 일본 절의 주지는 단가를 관리하며 마을의 제사와 장례를 책임지는 일을 도맡아 한다. 일본 사회에서는 단 한 번도 여성이 주지가 된 적이 없다.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무용가인 김묘선이 자신을 거부하는 일본 사회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며, 외국인 여주지로 마을의 존경받는 큰 어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도산 안창호(KBS2 오전 11시) 8·15 아침 도산 안창호의 말들이 가슴을 찌른다. 60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혁명가, 학생과 청년교육에 몰두한 교육자, 국민의 심금을 울린 탁월한 웅변가, 민족의 원대한 이상을 제시한 사상가로 평가받는 도산 안창호. 민족 수난기 모든 애국애족 청년들의 정신적 멘토였던 도산의 삶을 되돌아본다. ●헬스 투데이(EBS 오전 6시)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를 이용해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근육 강화 운동을 준비했다.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면 무릎과 허벅지 근육이 강화되고 골다공증으로 척추가 굽어지는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의자 뒷부분을 잡고 다리를 옆으로 들어 올려 허벅지 뒤쪽 근육까지 강화할 수 있는 동작도 배워 본다. ●18세 이선경, 독립운동의 꽃으로 지다(OBS 밤 10시 55분) 독립운동가 이선경은 꽃다운 열여덟에 자신을 돌보지 않고, 동포의 아픔과 조국의 굴욕을 씻기 위해 나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는 조국 광복의 초석을 이룬 인물이다. 하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증언과 내용 등이 확인되지 않아 역사학계로부터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는데….
  • [연극리뷰] ‘댄스 레슨’

    [연극리뷰] ‘댄스 레슨’

    72세의 노파(老婆) 릴리. 침례교 목사였던 남편은 6년 전 사망했다. 혼자 사는 여자라고 남들이 무시라도 할까 싶어 사람들 앞에선 여전히 죽은 남편이 살아있는 양 군다. 젊은 시절, 빼어난 춤솜씨를 지녔던 릴리였다. 아직도 춤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 곁에서 함께 춤을 출 상대는 아무도 없다. 누군가의 손을 맞잡고 박자와 리듬에 몸을 맡겨 아름다운 선율에 녹아드는 춤, 그 춤을 추고자 릴리는 비싼 댄스 스튜디오에 돈을 지불하며 개인 댄스 강습을 받게 된다. 릴리의 댄스 강사는 공교롭게도 게이인 마이클이다. 마이클은 보수주의가 강한 침례교 목사 아내에다 30년가량 교사 생활을 한 릴리가 혹여 자신을 선입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한다. 강습 첫날 의도치 않게 아내가 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두 번째 강습에서 릴리의 뒷조사로 거짓말이 들통나자 마이클은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토해내며 릴리와 말다툼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두 사람, 춤추고 싸우면서 점점 정이 든다. 정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싸우다 위로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나이와 성별, 편견을 뛰어넘는 친구가 된다. ‘국민 누나’ 고두심이 연기 데뷔 40년을 맞아 선택한 연극 ‘댄스 레슨’의 이야기다. 고두심은 마이클 역의 지현준과 함께 스윙, 탱고, 비엔나 왈츠, 폭스트로트, 차차차, 컨템포러리 댄스에 이르기까지 6가지 춤을 선보이며 잔잔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고두심의 연기력도 뛰어나지만, 마이클 역의 지현준의 연기 또한 능청스럽고 맛깔 난다. 두 배우의 연기력은 극을 집중시킨다. 지현준은 무명 연극배우 생활을 이어가다 지난해 SBS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 조금 얼굴을 알렸다. 올 초 뮤지컬 모비딕에 출연, 제6회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거머쥐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현준이 “고두심 선생님과 함께 연기한 것은 축복”이라고 밝힌 것처럼, 두 배우의 호흡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고두심은 72세의 노파 연기를 하지만, 아름다운 여성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 61세의 나이를 잊게 할 정도로 날씬한 몸매와 실루엣을 자랑한다. 6가지 춤을 추는 고두심은 춤을 배우는 소녀 같은 순수한 표정들을 짓는데, 그 표정에 관객의 마음이 훈훈하게 데워진다. 객석 대다수를 차지하는 관객층은 40~50대 중년 여성이다. ‘여자 힐링’을 모토로 한 연극인 만큼, 2막에 들어선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관객들이 눈에 띈다. 여자가 나이가 든다는 것, 남편 없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읊조리는 릴리, 고두심의 대사 하나하나에 관객은 공감하며 눈물 흘린다. 9월 2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7만원. 1588-0688.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음악 ●씨스타 단독콘서트 ‘팜므 파탈’ 9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올해로 데뷔 3년차를 맞는 걸그룹 씨스타의 첫 단독 콘서트. 7만 7000~8만 8000원. 1544-1555. ●울랄라세션 콘서트 ‘더 비기닝’ 25~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원년멤버 군조가 합류하면서 5인조로 새롭게 태어난 울랄라세션이 15인조 라이브 세션, 퍼포머·댄서 20명 등 40명의 출연진과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 7만 7000~9만 9000원. 1544-1555. 국악·클래식 ●그아이, 유관순 15~17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 광복 67돌을 맞아 국립국악원이 선보이는 음악극. 천안 병천의 말괄량이 유관순이 이화학당에 입학해 겪는 여러 사건을 통해 단단해지고 용기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그렸다. 1만~2만원. (02)580-3300. ●바이올린 김양준 & 비올라 조미형 듀오 연주회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섬세하고 깊이있는 비올라와 따뜻한 감성을 담은 바이올린의 만남.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 연주. 1만~2만원. (02)586-0945. 연극·뮤지컬 ●연극 ‘뜨거운 바다’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고예술극장 대극장. 대본 없이 공연을 만드는 독특한 연출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2세인 고(故) 쓰카 고헤이(김봉웅)의 대표작으로 1985년 한국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다. 아타미 해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형사들이 벌이는 기상천외한 취조놀이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3만~7만원. (02)3668-0007. ●‘뮤지컬 드립걸즈’ 9월 1일~10월 28일 서울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인기를 끈 개그우먼들이 3년 만에 의기투합해 선보이는 공연. ‘김꽃두레’ 안영미, ‘강선생님’ 강유미, ‘국민요정’ 정경미, ‘미녀 개그우먼’ 김경아 등 이미 구축한 각자의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미용과 패션, 음악, 요리, 육아 등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4만~5만원. 1588-0688. 미술·전시 ●‘명화를 훔친 명화’전 9월 23일까지 서울 서교동 산토리니서울갤러리. 미술 하면 여전히 귀족적 이미지다. 그런 미술 영역에서 명화를 좀 더 대중적으로 풀어놓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에 제자들의 얼굴을 합성한 권여현 등의 작업들이 선보인다. (02)322-8177. ●김보민 개인전 ‘모퉁이 집’ 16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 갤러리가 기획한 젊은 작가 연속 전시의 첫번째 주자다. 정통 동양화의 상상력으로 바라본 현대 도시의 풍경을 신선하게 그려냈다. (02)511-0668.
  • [부고] ‘무신’ 김홍취役 이승규씨

    MBC 주말드라마 ‘무신’에 김홍취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승규(본명 이승규·30)가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 ‘무신’ 관계자는 12일 “전날 새벽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승규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한·일전)을 응원한 뒤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가던 중 코너를 돌다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이산’, ‘천하일색 박정금’, 등에 나왔던 승규는 ‘무신’에 출연하면서 안방극장에 얼굴을 알리고 연극을 준비하는 등 의욕을 보였던 터라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빈소는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오전 8시.
  • ‘곽도원’ 이 남자, 연기자야 경찰이야

    ‘곽도원’ 이 남자, 연기자야 경찰이야

    올 초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살벌한 검사 조범석 역을 연기했다. 연달아 출연한 영화 ‘러브픽션’에선 직설적인 화법으로 주인공 하정우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신 스틸러(scene stealer·영화 등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 주연 이상으로 주목받은 조연)로 거듭났다. 5월부터 지난주까진 스타작가 김은희의 드라마 ‘유령’(SBS)에서 ‘미친소’ 권혁주로 출연해 ‘소간지’ 소지섭보다 더욱 관심을 끌며 승승장구했다. 배우 곽도원(38)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곽도원은 시쳇말로 ‘대세남’으로 거듭나 있었다. 이날 오전 잡지 화보 촬영 작업이 있고, 인터뷰가 끝나면 오후 4시까지 서울 미근동 경찰청으로 달려가야 했다. 드라마 ‘유령’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경감으로 출연한 덕분에 ‘사이버범죄 예방 홍보대사’에 위촉된 것. 그는 바쁜 와중에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현실에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연신 말했다. 인터뷰에 나선 그에게 살벌한 검사 조범석의 까칠함도, ‘미친소’ 권혁주의 다혈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원한 웃음,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진지하게 대답하다가도,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소녀시대 태연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볼이 발그레지는 동네 오빠 같은 모습뿐이었다. ●“유머코드 맞는 예쁜여자와 결혼하고파” 곽도원을 처음 봤을 때 흠칫 놀랐다. 의외로 날씬하고 날렵한 몸매를 지녔다. 곽도원은 “유령을 촬영하면서 10㎏ 정도 감량했다.”며 배시시 웃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선 롤모델로 삼은 현직 검사의 모습과 흡사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체중을 늘렸고, 몸을 키웠다. 드라마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바쁜 스케줄에 쫓겨 술 마실 시간조차 없었다. 덕분에 의도하지 않게 금주의 시간을 보냈고, 늘 촬영장 한쪽에서 쪽잠을 잤다. 자연스레 살이 빠졌다. 그는 “드라마 촬영 전 의상 피팅을 하러 갔는데 허리가 안 맞아 입지 못한 옷들이 있었다. 후반부 촬영에선 살이 많이 빠져 그 옷들이 넉넉하게 맞더라. 몸매가 조금 날렵해지면서 출연 비중도 늘어난 것 아닌가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유령’은 곽도원이 출연한 첫 TV드라마다. 때문에 더욱 의욕적으로 연기했고 자신만의 애드리브 연기를 많이 선보였다. 결과는 다행히도 잇단 호평이었다. 대표적으로 소지섭에게 “아, 같은 옷 다른 느낌 진짜…. 난 그래서 네가 싫어.”라고 애드리브를 쳤고, 이에 웃음을 참지 못한 소지섭의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나가 화제가 됐다. 또 “이 새끼, 이거 맘에 드네!”라고 말한 그의 애드리브 대사는 비록 감독에게 징계라는 아픔을 남겼지만 전 국민의 유행어로 승승장구하며 사랑을 받았다. 그는 “감독님과 김은희 작가의 배려로 애드리브를 맘껏 할 수 있었다. 한번은 소녀시대의 유닛 그룹 ‘태티서’의 ‘트윙클’ 노래를 권혁주가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김은희 작가가 대본에 ‘현장에 맞는 애드리브 부탁하겠습니다.’라고 적어놓으셨다.”면서 “그 장면을 4시간가량 찍었다. 지섭이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잘 받아줘서 재미있게 잘 살았다. 마흔을 바라보는 데다 이런 몽타주를 지닌 배우의 율동을 (시청자들이)좋게 봐주셔서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령에서 그가 연기한 권혁주의 직업은 경찰이다. 경찰기자 시절 만났던 여러 경찰관의 모습이 떠올랐을 정도로 현실감 있었다는 말에 그는 “절친한 지인이 서대문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그 형님과 동대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다른 동료 경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그는 촬영 전 경찰들과 교류하며 ‘진짜 권혁주’가 되려고 노력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당시에는 악질 검사 역을 실감 나게 하려고 직접 재판에 참관하기도 했다. 한번은 40대 판사가 70대 노인이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자 ‘차렷, 열중 쉬어. 똑바로 서. 인사 90도로 하고 나가.’라고 말하는 모습에 검사 캐릭터를 ‘내 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그려나갔다. 열심히 연구하고 실전을 직간접적으로 연구한 탓에 현실감 있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 권혁주의 경우 초반 대본에 적힌 ‘미친소’라는 수식어로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촬영 초반 대본이 4회까지밖에 나오지 않아 어디까지 미친톤을 만들어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배우 김수로다. 곽도원은 “옆 세트장에 ‘신사의 품격’을 촬영하는 수로 형이 늘 있었다. 수로 형이 고민상담은 물론 많은 노하우를 알려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영화와 연극 무대에만 섰던 그이기에 드라마 방송 이후 실시간으로 나오는 갖가지 반응에 여러 번 놀라기도 했단다. 그는 “매주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인터넷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해 기사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스스로 우쭐해지는 느낌을 받아 한동안 인터넷을 끊기도 했다고. 의외로 여린 구석이 많아 보였다. ●소지섭과 함께 출연한 ‘회사원’도 곧 개봉 유령이 종영되고서 좀 쉴까 했더니 더욱 바빠지게 생겼다. 이제훈 등과 함께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 캐스팅돼 촬영에 돌입한 상태다. 김수로 등과 함께 촬영한 영화 ‘점쟁이들’, 소지섭과 함께 출연한 영화 ‘회사원’이 연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도 그는 외롭다고 털어놓았다. 38세의 미혼남 곽도원은 “결혼이 너무 하고 싶다. 외로운 게 싫다.”며 엄살을 부렸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유머코드가 맞고 배려심이 많은 긍정적인 사람, 또 이런 장점들을 다 뛰어넘는 예쁜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마흔을 목전에 두고 전성기를 맞은 그이지만, 연기자의 꿈은 18살 때부터 시작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 종로5가에서 연극 ‘바쁘다 바빠’를 보고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20살에 극단에 들어가 한동안 청소만 했다. 이후 연극 무대에서 단역부터 조연까지 두루 섭렵하며 연기 내공을 키워갔다. 2007년부터는 영화에도 조금씩 얼굴을 내밀었다. 주로 단역이었지만 주연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 우리에겐 최근 들어 눈에 띈 배우이지만, 알고 보면 연기생활 20년의 내공을 지닌 연기자다. 그는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을까. 한참을 생각하더니 ‘사람을 이야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의 곽도원이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이순재 등 서울대 선후배 연극 ‘하얀 중립국’ 무대 올라

    이순재 등 서울대 선후배 연극 ‘하얀 중립국’ 무대 올라

    대학의 선후배동문 연극인들이 모여 제작한 묵직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대학교 연극동문회 부설극단 ‘관악극회’는 창단 기념공연으로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막스 프리쉬 作 ‘안도라’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각색한 ‘하얀 중립국’을 공연한다. 서울대학교 연극회는 1947년 5월 첫 공연 ‘해연’을 시작으로 66년 동안 끊임없이 활동하며 총 900여 작품을 공연해왔고, 서울대 연극동문들은 연극계뿐 아니라 한국 문화예술 각 분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2011년에는 ‘서울대학교 연극동문회’(회장 이순재)가 창립됐으며, 연극동문회는 시대의 사회적 주제를 투영함으로써 우리나라 연극계에 새로운 기풍을 조성하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2년 부설극단인 관악극회를 창단했다. ‘하얀 중립국’은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집단의 광기를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주인공 시로의 시련을 통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출신국가에 대한 편견과 배타성 및 왕따 문제 등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이 작품에는 50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원로영화배우 신영균 및 이순재, 심양홍 등을 비롯한 전업배우 뿐 아니라 학창 시절의 무대 경험을 잊지 못하고 연극 현장으로 돌아와 열정을 불태우는 단원들이 함께 출연한다. 1948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선배로부터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후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문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관악극회의 이번 공연은 일반 상업극과는 다른 순수연극 공간의 확대라는 의미와 더불어 국내 연극무대에 실험정신을 고취해 무대예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롯데百 콘서트 같은 ‘젊은 입사식’

    롯데百 콘서트 같은 ‘젊은 입사식’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지난 7일 서울 영등포 소재 롯데백화점 인재개발원 대강의실. 엄숙한 강연이 주로 열렸던 이곳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록 음악이 울려 퍼졌다. 무대에서 끼를 발산한 이들은 롯데백화점의 상반기 신입사원들로, 이날의 행사는 다름 아닌 입사식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사가(社歌)를 불렀던 과거와 달리 흥겨운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록밴드 공연에 이어 신입사원들은 입사 후 30년 뒤를 그린 상황극에서 연극배우로, 댄스타임 때는 춤꾼으로 종횡무진했다. 신헌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딱딱한 어깨를 풀고 박수와 환호로 무대에 화답했다. 롯데백화점이 콘서트 형식의 입사식을 치른 것은 창사 이래 처음. 기획부터 연출, 공연까지 모두 신입사원에 의해 이뤄진 새 입사식은 사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교육 프로그램도 바뀌었다. 지루한 강의실 교육에서 탈피해 신입사원들에겐 홍대 앞, 가로수길 등을 다니며 보고 느끼라는 ‘숙제’가 더 많았다. 이런 움직임은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을 만들기 위해선 시작부터 달라야 한다.”는 신 대표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젊은 DNA’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불황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가운데 특히 지갑이 얇은 젊은 세대들이 백화점은 ‘비싸기만 하고 개성 없는 상품만 있는 곳’으로만 인식해 외면하는 추세가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미래의 잠재적 소비자를 잃는다는 것은 현재의 부진이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롯데백화점은 현재 젊은 소비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주름살’ 제거에 한창이다. 걸그룹 ‘소녀시대’로 모델을 바꾼 것을 시작으로 영플라자도 더욱 젊게 가꾸기 위한 재단장에 돌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누구나 외로운 ‘투명인간’이다

    누구나 외로운 ‘투명인간’이다

    전시장에 척 들어서면 적막하다. 그래서 좀 안 어울려보이기도 한다. 카메라를 움켜쥔 연인,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북적대는 곳이니 말이다. 거꾸로 그렇기에 외롭고 힘들어 하는 작품들에게 ‘투명 인간’(Invisible Man)이란 제목을 붙여둔 것이 잘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23일까지 경기 파주 헤이리 갤러리이레에서 열리는 최태훈(47) 개인전은 그런 느낌이다. 조각으로 표현한 인물은 정말 투명인간이다. 사람은 싹 지워졌고 후드티, 바지, 신발로만 묘사되어 있다. 존재감은 인물 안에 숨겨진, 명멸하는 불빛으로 대체됐다. 후드티와 바지는 워낙 오래 입어서 닳아버린 듯 빛이 반짝일 때마다 옷 위로 떠올랐다 사라진다. 분명 스테인리스스틸이 재료인데 직조물의 느낌을 내준다. 전시는 1층에서 3층까지 이어졌는데 층을 밟아 올라갈수록 위안을 찾아 헤매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스테인리스스틸 옷을 다 벗어던지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운 모습으로 끝맺었다. 이게 부검을 앞둔 변사체의 모습인지, 자포자기의 몸부림인지, 피로를 풀기 위한 깊은 잠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언제나 열심이지만 결국 겉도는 게 우리의 인생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는게 작가의 말이다. 너무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전시는 연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편의 심리드라마 같아서다. 다시 문을 열고 나와 헤이리 길을 걸으면 더 큰 삶의 기쁨을 맛볼는지 모른다. (031)941-411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16일 개봉 ‘대학살의 신’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16일 개봉 ‘대학살의 신’

    야스미나 레자는 근래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서구에서만 그러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녀의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폭넓은 관객을 불러 모은 연극 ‘아트’의 인기는 대단해서 남자 배역을 여자로 바꾸어 공연될 정도였고, 거기에 힘입어 ‘대학살의 신’ 또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공연 초기에 ‘아트’와 ‘대학살의 신’을 보면서 처음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는 것. 지적이면서 난해하지 않은 내용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소수 인물이 제한된 공간에서 벌이는 말의 전쟁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지만, 은유하는 게 조금 빤해 곱씹기엔 부족해 보였다. 왜 레자의 연극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을까. 공연문화가 활기를 띠는 현상이 한몫했음은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산층 중심의 ‘교양 학습’에 대한 관심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돈을 잘 벌고 자식을 잘 키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수억짜리 아파트를 한두 채씩 꿰찬 지금 그들에게 절실한 건 교양이다. 당연히 뼛속 깊이 교양을 새길 필요는 없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되고, 그러자니 이따금 공연을 보면서 적당히 눈을 높이는 게 쉬운 해결책으로 자리 잡았다. 레자의 극에 나오는 인물들도 그런 유의 사람들이다. 자기처럼 얄팍한 인물을 보고 즐기면서 동시에 교양도 살찌우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대학살의 신’은 아이들의 다툼 탓에 대면해야 했던 두 부부의 이야기다. 해결책을 두고 할 말만 나누고 헤어지면 별 문제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만남의 시간이 연장되면서 볼썽사나운 말과 행동이 툭툭 튀어나온다. 처음에야 상대방에게 예의를 차리겠지만, 짜증이 슬슬 밀려올 즈음엔 속에 들어찬 더러운 본성으로 맞대응하기 마련이다. 중산층 부부는 억지 교양의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상류층 부부는 상대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인간임이 들통나 곤욕을 치른다. 뉴욕의 한 아파트는 몹쓸 됨됨이들이 뒹구는 진창으로 변한다. ‘대학살의 신’은 인간이 원래 폭력적인 존재가 아닌지 묻는다. 도시에 살며 우아하게 행동하는 치들은 ‘무슨 소리?’라며 펄쩍 뛸 일이다. 기실 문화생활을 누리고 지식을 쌓으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을 쓴다고 해서 저절로 교양인이 되는 건 아니다. 내면이 성숙하지 않으면 야만적인 존재와 하등 다르지 않다. ‘대학살의 신’의 네 사람은 대화하는 척하다 결국 싸우면서 야만인의 본성을 드러내고 만다. ‘대학살의 신’은 ‘올바른 척하는 인간, 교양 있는 척하는 인간, 착한 척하는 인간, 잘난 척하는 인간’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들이 차려 쓴 가면마저 모조리 벗겨 버린다. 영화화된 ‘대학살의 신’은 연극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앞뒤로 삽입된 두 개의 실외 장면은 감독이 덧붙인 귀여운 농담이다). 실내극의 대가 로만 폴란스키는 자신과 딱 어울리는 소재와 만나 유려하게 붓을 휘두른다. 흡사 편집 없이 80분 만에 다 찍은 듯 영화는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며, 카메라의 다양한 각도와 인물의 과감한 배치는 ‘불편함의 미’를 빚는다. 쉴 새 없이 맞받아쳐야 하는 대사를 맛깔나게 소화한 배우 네 명의 연기 앙상블도 뛰어나다. 연극무대에서 못 본 아쉬움을 달래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16일 개봉. 영화평론가
  • [서울신문TV와 함께하는 구정 인터뷰]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동영상]

    [서울신문TV와 함께하는 구정 인터뷰]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동영상]

    “출마할 때 80개가량 공약을 했습니다. 착실히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고 봐요.”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임기 후반기 2년 계획에 대해 8일 “동대문구를 복지가 잘 갖춰진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덧붙였다. 장애인 자활센터와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대한 꿈도 드러냈다. 또 “재정상태가 뒷받침되지 않아 몇몇 사업은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공약을 성실하게 이행해 구민들에게 잘 뽑았다는 얘기를 듣도록 애쓰겠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힘들고 어려워서 길기도 했지만 바쁘다 보니 상당히 빨리 지나간 것 같다.”고 되뇌었다. →그동안 성과를 꼽는다면. -처음 계획했던 게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받는 구정을 펴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 친절, 청렴, 소통의 열린 행정을 하자고 했다. 어느 정도 잘된 게 아닌가 싶다. 올해 한국매니페스토본부 주최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종합 2위에 올랐다. 처음 계획대로 차분히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재정 문제가 논란이다. -구 재정이 상당히 어렵다. 경제도 안 좋고 주택경기도 침체돼 취득세 세수가 너무 줄었다.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작년 말 정부가 급작스레 무상보육을 하기로 하면서 구청에 21%가량 부담을 안겼다. 지금대로라면 9월에 관련 재원이 바닥날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구청장들이 모여서 중앙정부에 예산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아이를 키우기가 힘든 게 원인이다. 출산율이 낮다면서도 출산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는 건 자기모순이다. →평소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 구가 서울에서 재정상태로는 13번째인데 교육재정으로 가장 많이 배정한다. 올해도 123억원을 책정했다. 교육이 결국 경제와 복지에 중요한 관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하기 좋고 학교 다니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학력신장과 시설개선, 교사 사기 진작에 최우선으로 예산을 배정한다. 그것이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발전적이고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관내 등록 장애인이 1만 6000명이다. 장애인들이 자활의지를 키울 수 있는 센터를 만들고 싶다. 장애인들이 모임도 하고 정보교류도 하는 곳이 필요하다. 또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문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는데, 37만명의 구민들이 연극 한편 보고 싶고 뮤지컬 한편 즐기려고 해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공간이 없다. 장안동 지역에 문화예술회관을 마련해서 구민들이 언제라도 저렴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사업비 700억~800억원이 필요한데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쪽으로 추진 중이다. 빨리 진행되면 연내 착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대학로 연극인 100여명 ‘연극, 노무현 3story’ 공연

    대학로 연극인 100여명 ‘연극, 노무현 3story’ 공연

    서울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100여명이 모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연극을 공연한다. 7일 고인돌 연극농장에 따르면 ‘연극, 노무현 3story’(포스터)가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종로구 동숭동 정미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연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그린 ‘이름 없는 여자’(오태영 작, 김태수 연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표현한 ‘육시랄’(양수근 작, 송형종 연출), 노 전 대통령이 바라는 사회상을 그린 ‘산책 나갈게요’(최원종 작, 차근호 연출) 등 3가지 작품으로 구성됐다. 오태영 작가는 “연극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노무현의 정신과 사람 사는 세상에서 필요한 희망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금구 프로듀서는 “연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추모 형식의 작품이 아니다.”라면서 “연극인들이 노 전 대통령을 연극의 소재로 삼아 한국 사회에서 지켜야 할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기획 의도를 말했다. 고인돌 연극농장이 노 전 대통령을 연극의 첫 시작으로 삼은 것은 올해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듀서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연극인들의 목소리를 내기로 한 상황에서 가장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봤고 올해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고인돌 연극농장은 ‘연극, 노무현 3story’를 시작으로 1대99의 사회, 교육, 환경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연극으로 올리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 프로듀서는 “자본주의 시대에 소규모 극단은 살아남기 어려워 고인돌 연극농장을 통해 연극인들이 뭉쳐서 연극도 하고 우리들의 사회적 메시지도 전달하겠다.”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조선도 일본도 기억하지 않는 그 이름, 양칠성을 아시나요

    조선도 일본도 기억하지 않는 그 이름, 양칠성을 아시나요

    ‘아리랑’(님 웨일즈·김산 지음, 동녘 펴냄)의 혁명가 김산이 풍기는 묘한 매력은 이념보다는 광활한 대륙에서 나온다. 한반도 안에서 지지고 볶고 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대륙에서 태평양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어떨까. ‘적도에 묻히다’(우쓰미 아이코·무라이 요시노리 지음, 김종익 옮김, 역사비평사 펴냄)는 또 한 번 시야를 확 틔워준다. 인도네시아에서 조선인 군무원들이 결성한 항일단체 ‘고려독립청년당’에 대한 얘기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에야 한국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동남아에 군무원으로 동원됐다가 전범으로 내몰린 조선인에 대한 얘기는 그간 간간이 알려져 왔다. 전범재판 기록이 존재하는 데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수기 같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이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 전범자들의 모임 ‘동진회’를 취재해 ‘적도 아래의 맥베스’라는 연극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1980년에 나왔으니 그보다 앞서 있을 뿐 아니라, 항일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조선인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희미하게나마 조선인 군무원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저자들은 1975년 인도네시아 유학을 계기로 본격 연구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로 건너간 그해 11월 18일 그들은 흥미로운 행사에 참가했다. 공동묘지에 있던 3구의 시체를 자카르타 국립묘지로 이장하는 행사였다. 함께 독립운동을 벌였던 동지들이 인도네시아 정부 요직에 오르면서 이들에게 독립영웅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들 3명의 이름은 아부바카르, 우스만, 코마르딘. 이들의 일본 이름은 아오키, 하세가와, 야나가와. 그 가운데 야나가와의 본명은 양칠성, 그러니까 조선인이다. “일본 정부가 두 명의 일본인 병사에 대해서는 기념식에 맞춰 유족을 찾아내 그들의 희망에 따라 분골의식까지 행하게 했으면서 조선인 양칠성의 유족에게는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제에는 ‘조센징’, 연합군에는 ‘전범’이었을 양칠성이 인도네시아 독립영웅이라는 점에 이끌렸다. 이 부분을 연구하다 조선인 군무원들이 항일단체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책은 이를 추적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이야기다. 배경은 일제의 대동아전쟁이다. 1941년 12월 일제는 진주만 공격 1시간 전에 말레이 반도에 상륙했다. “수마트라 남부 팔렘방 유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군사작전은 성공했으나 일제는 곧 당황했다. 25만~30만명에 이르는 영국·네덜란드 포로들 때문이었다. 포로가 되느니 죽으라고 배웠던 일본군이 보기에 패전한 주제에 포로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서구인들은 구제불능이었다. 그래서인지 혹독하게 부려먹다 쓰러지길 내심 원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봤듯 밀림을 뚫는 가혹한 철도공사에 동원하거나, 호주 북부를 기지 삼아 북진해 오려는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태평양의 산호초섬에다 비행장을 건설하는 작업에 동원했다. 이들을 부리고 감독하기 위해 고용된 이들이 바로 조선인이었다. 월급 50엔씩이나 주고 2년만 근무한 뒤 귀국하면 면서기라도 시켜 줄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갔다. 전시동원체제 자체가 가혹했고 민족차별까지 겹치니 조선인들로서는 먹고살 거리가 없었다. 더구나 개죽음당할지 모르는 군인으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군무원이 더 나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제가 오래가지 못하리라고 내다본 사람이 있었다. “과달카날, 솔로몬, 뉴기니, 자바, 말레이, 미얀마, 그리고 북쪽으로 애튜섬에 이르기까지 활 모양으로 길게 펼쳐진 2만㎞나 되는 긴 전선에는 무리가 있다.” 1942년 조선인 군무원들을 태우고 자바로 향하던 배 안에서 고야마 도오조, 그러니까 서울 태생의 이억관이 조선인들을 모아두고 한 말이다. 기회를 엿보자는 제안이다. 이 말은 1944년 12월 29일 웅아란산 기슭 스모오노 연병장에서 현실화된다. 일제의 패색이 짙어지고 불만이 끓어오르자 집안 단속 차원에서 연병장에다 조선인 군무원들을 다 모았는데, 이게 조선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다. 수용소 별로 흩어져 있던 조선인들이 한데 모이자 이억관을 중심으로 ‘고려독립청년당’을 결성했다. ‘아시아의 강도, 제국주의 일본에 항거하는 폭탄아가 되라.’고 결의한 뒤 혈서를 썼다. 말로만 떠든 게 아니었다. 저자들이 인도네시아를 샅샅이 훑고 다닐 때도 여전히 “상하이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으로부터 받아둔, 당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친서와 태극기”가 자카르타 시내 어딘가에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저자들은 여러 정황과 진술을 종합했을 때 “연합군이 상륙할 때 일본군의 후방을 교란”한다는 목표 아래 “조선인 군무원, 반일 화교, 친 네덜란드 화교, 네덜란드계 혼혈 인도네시아인 등”이 연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됐다고 본다. 실제 이들은 1945년 1월 암바라와에서 의거를 일으키기도 하고 연합군 포로들과 짜고 탈주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조직이 탄로나 1945년 7월 모두 군법회의에 회부됐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일제의 패망이 확인됐으나 다시 진주하기 시작한 영국·네덜란드 등 연합군은 조선인을 일본군의 일원으로 간주했다. 전범으로 몰아버린 것이다. 심지어 영국군은 위안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본군에게는 해 주다가 왜 우리에게는 안 해 주느냐는 주장이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조선인 군무원들 가운데 일부는 인도네시아 독립운동 쪽으로 기울어진다. 제국주의가 물러간 줄 알았는데 또 다른 제국주의가 몰려온 것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독립군에 무기를 가지고 투항한 뒤 그들의 일원이 되어 싸웠다. 양칠성이 속한 부대는 1948년 11월 네덜란드군에 졌고, 포로로 사로잡힌 양칠성은 몇 달 뒤 사형장으로 끌려갔다. 저자들은 양칠성 외에도 더 많은 조선인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항일 독립 조직 결성, 항일 반란,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참가, 연합군의 보복 기색이 농후한 재판정에서 내려진 전범판결 등등. 조선인 군무원 3000명이 걸어온 길은 각자 달랐지만, 그 모든 길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일본은 그 어떤 경우에도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인도 완전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 장교와 하사관은 ‘조센징은’이라고 말하고 ‘조선인 아무개’라는 고유명사로 조선인 군무원을 말한 적이 거의 없다. 그것은 마치 조선인 군무원들이 인도네시아인을 고유명사로 말하지 않는 것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치를 보여줬다. (중략) 일본인은 ‘조센징’이라 하고, 조선인은 ‘인도네시아인’이라고 한다. 오로지 인도네시아인만이 고유명사를 써서 ‘가네미쓰 나리’, ‘야나가와’, ‘아오키’, ‘하세가와’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타자화의 유혹에서 자유로울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1만 6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창석 “마흔까지 돈이 더럽게 안 들어왔다 연기는 재밌는데…지금, 마흔둘 재미있고 생활도 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고창석 “마흔까지 돈이 더럽게 안 들어왔다 연기는 재밌는데…지금, 마흔둘 재미있고 생활도 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자꾸 보면 질리는 얼굴이 있다. 비슷한 이미지를 소진하는 경우다. 반면 볼 때마다 양파처럼 다른 속살을 드러내는 배우도 있다. 촬영 분량에 관계없이 주연과 맞먹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스틸러’의 대명사 고창석(42)이 그렇다. 딱 3장면 나왔던 ‘의형제’(2010)의 베트남 조폭 두목, ‘헬로우 고스트’(2010)의 2대8 가르마를 탄 골초 귀신, ‘미쓰GO’(2011)의 말 더듬는 형사는 주인공보다 짙은 인상을 남겼다. ●차태현만 믿고 출연했습니다 그가 ‘아부의 왕’ ‘미쓰GO’에 이어 올여름에만 세 번째 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코미디와 액션을 버무린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작은 9일 개봉)의 도굴 전문가 석창 역을 맡았다. 서자로 난 탓에 시장통에서 세월을 흘려보내던 덕무(차태현)가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좌의정 일가가 관리하던 서빙고 얼음을 통째로 턴다는 게 영화의 얼개다. 덕무가 얼음 3만 정을 훔쳐 내려고 화약·도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움직이는데 그중 한 명이 석창이다. 사극판 ‘오션스일레븐’을 떠올리면 무난하다. 영화 ‘협상종결자’(이명세 감독 하차 후 ‘미스터K’에서 바뀐 제목)의 촬영이 비던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창석을 만났다. 그를 ‘바람과’로 이끈 건 차태현이다. “태현이가 시나리오 보낼 테니 읽어 보라더라. 무슨 역할이냐고 했더니 ‘보면 알 거예요’라는 거다. 책을 보니까 ‘석창’이란 캐릭터가 있더라. 크하하. 권선징악 스토리가 좋았다. 복수만을 위해 서빙고를 터는 게 아니라 얼음이 귀한 시절 훔친 얼음을 서민에게 푼다는 설정이 좋았다.” 둘은 ‘헬로우고스트’에서 서로 알아봤다. 그는 “신인 감독(‘바람과’는 김주호 감독의 입봉작)은 복불복”이라면서 “배우가 할 일은 감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을 가르치려 들면 영화도 이상해지지만, 지켜보는 다른 배우도 짜증이 난다. 그런데 태현이는 그 선을 잘 지킨다.”면서 “그래서 신인 감독이나 시나리오에 관계없이 택했다.”고 설명했다. ●긴머리 덕분에 여배우 대접도 받고요 한겨울 남양주 운길산 중턱에 토굴을 파고 촬영했기 때문에 육체적으론 힘들었다. 하지만 “(등장인물 숫자가 비슷한) ‘도둑들’은 우리랑 레벨이 다르다. 보기만 해도 긴장감이 느껴지는 배우들 아닌가. 반면 우리는 유쾌한 인력시장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극 중 긴 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린 범상치 않은 외모를 보여야 했기 때문에 함께 출연한 민효린·이채영만큼 분장팀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았다고도 했다. “난생 처음 여배우 대접을 받았다.”며 해맑게 웃었다. 지난해부터 굵직한 영화마다 고창석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로 밥 먹고 살게 된 건 불과 2~3년”이라고 할 만큼 그가 대중의 시계(示界)에 들어온 건 최근이다. 본래 연기에 뜻이 없었다. 부산외대 일어일문학과(89학번)에 입학했고, 20대 초반은 탈춤 동아리에서 마당극을, 20대 중후반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희망새에서 노래극을 했다. 그는 “동아리에서 선배들의 구박을 많이 받았다. 머리는 크고 팔다리는 짧아서 탈춤에 어울리는 체형은 아니니까. 그런데 2~3년 지나니까 몸 좋고 잘하던 애들은 나가고 홀로 남아 후배를 가르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 극단에서도 선배가 이 팀은 벨칸토 창법인데, 넌 민요에 어울릴 목소리니 그만두라고 했다. 역시나 3~4년 지나니까 최고참이 됐더라.”고 털어놓았다. 1980년대~1990년대 탈춤·노래 동아리는 운동권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부산외대 부총학생회장까지 했으니 ‘팔뚝질’도 꽤나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좋은 걸 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서 딴따라질이 힘든 거다. 그런데 난 데모질하는 딴따라였으니 더 힘들지 않았겠나. 하하하.” ●뒤늦게 시작한 연기, 내 천직이죠 서른 즈음 고민이 깊어졌다. 노래패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지금의 아내 연극배우 이정은)를 만났고, 평생 직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1998년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29살에 다시 새내기가 됐다. 늦깎이라 나쁜 점은 없었다. 19살에 연기를 시작한 애들은 서른 즈음 좌절하고 지치는데 난 그때 시작했다. 부산에서의 10년도 든든한 밑천이 됐다. 장구 치며 익힌 리듬감은 연기의 움직임에 도움이 됐고, 노래하며 익힌 음감은 대사에 보탬이 되더라.” 2004년 ‘친절한 금자씨’로 충무로에 뛰어들었다. 오랫동안 단역이 주어졌다. 30대 후반의 가장에게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진득하게 버텨 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학교에서 만들어진 기교가 아닌, 삶에서 우려낸 그의 연기는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그가 찍은 영화만 11편. 이쯤 되면 충무로 섭외 0순위다. 연극배우 출신 중에는 엇비슷한 코믹·조폭 캐릭터를 되풀이한 경우가 많았다. 그는 “1년에 영화를 4편 정도 찍지만, 촬영은 1주일에 3일 정도”라면서 “남들은 바쁜 줄 알지만, 동네 사람들이랑 술도 한 잔씩 하고, 정신적·육체적으로 피곤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를 고민할 시간도 많다.”며 웃었다. “다작은 맞지만, 매번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미지를 소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후배가 잣대로 삼을 선배되고 싶어요 그는 “마흔 살까지 돈은 더럽게 안 들어왔지만, 연기가 정말 재밌었다. 지금은 재미도 있고 생활도 되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인기가 떨어지면) 돈은 사라지고 재미만 남을 수도 있지만, 재미는 빠지고 돈만 남는 건 싫다. 1주일 내내 찍고 한 달에 1000만원을 버느니 주 3일 촬영하고 300만원 받는 게 낫다.”고도 했다. 누구보다 늦었지만, 누구보다 진중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의 머릿속 그림이 궁금했다. “멋있게 늙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찍고, 아내랑 연극도 함께 하고, 뮤지컬도 좀 하고 싶다. 톱스타는 되지 못하겠지만, 후배들이 단점이든 장점이든 자신의 길을 걷는 데 잣대를 삼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피나’의 몸짓을 기억하는 도나타 벤더스의 렌즈

    ‘피나’의 몸짓을 기억하는 도나타 벤더스의 렌즈

    춤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두근거리는 소식이 있다면 이번 달 말 개봉예정인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피나’일 것이다. 1970년대 무용에다 연극적 상황설정과 대사를 집어 넣은 ‘탄츠테아트르’(Tanztheater)라는 장르를 만들어 내 현대 무용계의 대모로 꼽히는 피나 바우슈(1940~2009)를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파격적 예술을 선보인 예술가를 예술영화계에서 지명도 높은 감독이 다루는 영화인 셈이다. 이 영화 개봉에 맞춰 오는 30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서울 서교동 갤러리잔다리에서 독일 사진작가 도나타 벤더스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는 작가는 빔 벤더스의 부인. 출발은 영화 촬영감독이었으나 1995년부터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초기 작업들은 영화에서 출발한 이답게 영화 세트를 다룬 작품들이었으나 점차 인물이나 도시 풍경을 다루면서 현대사회의 소통 문제를 다루는 작품들로 넘어갔다. 작가는 남편의 영화 작업에도 관여했을 뿐 아니라 그 중간중간에 작업한 다른 작품들, 그리고 이전부터 해왔던 대표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작을 둘러보다 보면 웬 동양인이 눈에 딱 띄는데 바우슈가 이끌었던 부퍼탈무용단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 김나영이다. (02)323~415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살아있는 CCTV 수백대 눈 부릅뜨고 다녀요”

    마을이 생긴 이래 살인사건 같은 강력범죄가 발생한 기억이 없는 ‘범죄 청정지역’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공동체 복원사업의 모델로 제시한 마포구 성미산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400여가구 1000여명 소통의 공동체 31일 성미산 공동체의 본부 격인 ‘사람과마을’ 위성남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우리끼리는 농담 삼아 ‘우리 동네에는 살아 있는 폐쇄회로(CC)TV가 수백개나 돌아다닌다’고 말하곤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마을에서 통영이나 제주 살인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서로가 얼굴을 마주하고 사는 이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미산마을은 1994년 공동육아를 하려는 젊은 부모들이 직접 어린이집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해 생활협동조합, 공동주택, 마을극장 등이 들어서면서 형성된 공동체 마을이다. 400여 가구 1000여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우리’ ‘또바기’ ‘참나무’ ‘성미산’ 등 4개의 어린이집과 대안학교가 있으며, 마을극장·유기농카페·두레생협 등 공동체에 필요한 공간이 많다. 지난달만 해도 주민들이 함께 마을성인식과 연극제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들 간에 소통과 교류가 워낙 잦다 보니 낯선 사람이 한 명만 들어와도 바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대안학교·극장·생협 등 갖춰 주민 이현정(41·여)씨는 “같은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가족이 공동체를 이뤄 살다 보니 아이가 어디 있는지 어디서든 제보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7살, 10살의 아들을 각각 이곳 대안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주부 최수진(40)씨는 “아이가 마을에서 혼자 놀기라도 하면 다른 엄마들이 ‘너 학원 갈 시간 아니냐’며 관심을 가져준다.”면서 “맞벌이를 하는 입장에서 공동육아가 매력적이라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폭행이나 유괴 걱정이 없다는 점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곳”이라고 흡족해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만화 ‘풀하우스’ 中서 연극으로

    비, 송혜교 주연의 동명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끈 원수연 작가의 만화 ‘풀하우스’가 중국에서 연극으로 선보인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중국 제작자와 원 작가의 저작권 계약 체결을 통해 31일부터 8월 19일까지 상하이에서 ‘낭만만옥’이라는 이름으로 공연된다.”며 “한국 만화가 합법 계약으로 중국에서 공연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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