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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회 연문인상 수상자 선정

    제12회 연문인상 수상자 선정

    연세대 문과대학 동창회(회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24일 ‘제12회 연문인(延文人)상’ 수상자로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연극인 오현경씨, 김종량 학교법인 한양학원 이사장을 선정했다. 이 상은 모교를 빛내거나 사회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졸업생 및 전·현직 교수에게 준다. 시상식은 다음달 5일 오후 6시 서울 신촌 연세대 동문회관 중연회장에서 열린다.
  • “감정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전부터 간절히 해보고 싶었죠”

    “감정이 밑바닥까지 곤두박질 전부터 간절히 해보고 싶었죠”

    “너는 잘 모르겠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애달픈 눈빛을 품은 남자 기생이더니(‘풍월주’), 다소 ‘지질’하게 천방지축 날뛴다(‘형제는 용감했다’). 배우가 작품에 따라 연기 변신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살인 용의자 3명이 모두 이 배우였다는 것을 관객들이 몰랐다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할 만하지 않을까.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 사옥에서 만난 배우 김재범(33)은 인터뷰 내내 ‘차분’과 ‘활달’을 넘나들었다. 갑자기 눈을 아래로 착 내리깔길래 “촬영(연극 ‘유럽블로그’를 위해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를 다녀왔다.) 때문에 피곤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역할에 몰입 중”이라고 농을 던진다. 오는 25일부터 막을 올리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그는 사랑 때문에 행복했다가 그 사랑탓에 절규하는 주인공 베르테르 역할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이다. ●2006년 오디션 탈락 ‘쓴잔’ 베르테르는 그에게 ‘간절히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다. 사랑의 희로애락을 모두 발산하는 매력적인 배역이기도 하지만, 2006년 오디션을 봤다가 아쉽게 떨어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달랠 기회를 맞았지만,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얼마 전 진행한 런 스루(전막 연습)에서 그 불안과 맞닥뜨렸다. “몸을 많이 쓰는 동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연습이 끝난 뒤에 만신창이가 됐다. 2막으로 가면서 감정이 거의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데, 감정 소모라는 게 정말 무섭더라. 연습에서도 이런데 배경, 조명, 무대가 완벽하게 갖춰진 공연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연습 끝난 뒤엔 몸이 만신창이 1774년 당시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한 뒤 소설을 읽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베르테르를 모방해 자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이후 ‘베르테르 효과’라는 용어까지 나왔으니, 당사자의 감정선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내뿜는다면 오죽하랴 싶다. 과연 그런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솔직히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빠져들 수가 있을까, 거의 자기를 버릴 정도로’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연습을 할수록 김민정 연출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고 했다. “영혼이 끌리는, 인간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감정과 사랑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작품을 하면서 충분히 가능하겠다 싶었죠.” 많은 관객들이 1막 후반부 ‘돌부리 장면’에서 눈물을 쏟는다. 베르테르가 연인 롯데를 떠나보낸 심적 고통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아픔으로 치환해 절규하는 장면이다. 그는 오히려 그 직전 무덤덤한 척하며 롯데에게 등돌리는 장면이 더 힘겹다고 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돌아서면서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이미 감정은 끓어올랐는데 무덤덤하게 노래해야 하니까 정말 쉽지 않아요. 그때부터 마지막까지 죽 이성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미쳐버리죠.” ●롯데에게 등돌리는 장면 가장 힘들어 이번 공연에서는 베르테르가 네 명이다. 김다현, 성두섭, 전동석까지 다들 ‘미모’로 한 가닥하는 뮤지컬 배우들이다. 각자의 개성을 물었더니, “김다현은 정말 멋있어요. 남자가 봐도 잘생겼죠. 전동석에게서 남성적인 매력이 넘친다면, 성두섭은 좀 더 뭉클하고 애절한 베르테르라고 할까요. 물론 제 캐스팅을 보셔야죠.” 진지한 설명을 화통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베르테르가 죽음을 선택하는 건 롯데와 나눈 마지막 키스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느꼈을 그 절망과 환희에 저도 당분간 빠져 있으려고요.”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2000년에 제작한 창작뮤지컬.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12월 16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5만~10만원. 1588-0688.
  • [한국형 다빈치교육을 말하다] (2)융합교육 열쇠는 ‘교사역량’

    [한국형 다빈치교육을 말하다] (2)융합교육 열쇠는 ‘교사역량’

    인천 부평남초등학교에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교사연구회가 있다. 융합형 인재교육(STEAM)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수업 방법을 연구하는 교사 모임이다. 수학, 과학, 미술, 음악, 컴퓨터 과목 등을 맡은 6명의 교사가 방과 후에 모여 새로운 수업 도구와 교수 방법을 연구한다. 다양한 과목의 교사가 모인 만큼 아이디어도 다채롭다. 음악의 원리를 수학적 기법으로 설명하는 방법, 과학 실험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법 등 학생들을 융합형 인재로 키우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는다. ●창의재단, 융합교육 지원 확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을 접목시킨 융합형 인재교육(STEAM)이 학교 현장에 정착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열정과 역량이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이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교사만이 융합형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전국 일선 교사들의 STEAM 교사연구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0개에 이어 올해는 150개로 지원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STEAM 교사연구회는 현장 적용성이 높은 STEAM 수업 모델과 창의적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하며 7명 내외의 현직 교사나 대학교수, 연구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STEAM 교육 프로그램은 다른 학교 교사들의 STEAM 교육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학교 수업에도 직접 적용하게 된다. 부평남초의 교사연구회가 개발한 STEAM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학생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은 것은 ‘버블이 꿈꾸는 예술의 세계로’라는 제목의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직접 물에 세제를 섞어 만든 비눗물로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드는 등 버블아트를 연극이나 콩트로 기획해 공연하면서 즐겁게 수업에 참여한다. ●“지식 전달보다 호기심 자극” 연구회의 김홍희 교사는 “우리 연구회의 목적은 STEAM 교육의 취지라고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수업을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융합교육이라는 이름이 붙어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적 모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업 도구를 사용하면 손쉽게 융합교육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융합 인재 교육이 영재나 성적 우수자 같은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부평남초에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나 영재 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학습 부진 학생들을 함께 STEAM 수업에 참여시키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과 자신만의 논리를 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수업에 사용하는 콘텐츠의 수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융합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왜 이런 학문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10개 중고등학교의 수학 교사가 모인 ‘경기 STEAM 수학연구회’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 과목을 보다 쉽게 이해시키고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출발했다. 수학을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 과학 등을 접목시켜 수학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수원 영생고 오우상 교사는 “수학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과목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융합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학생들이 직접 ‘이런 부분에도 수학이 쓰이는구나’ 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STEAM 수학연구회 교사들이 가장 먼저 마주친 난관은 융합교육에 수학이 주로 보조적인 도구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오 교사는 “융합교육을 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자료를 찾아봤지만 수학은 대부분 다른 과목을 설명하는 도구로 쓰일 때가 많았다.”면서 “산수나 길이를 재는 정도의 낮은 수준의 수학이 아닌 실제 수학 개념을 중심으로 한 융합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회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은 수학적 원리를 건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실버타운 만들기’였다. 단순히 수학적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감성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일반 빌딩이 아닌 실버타운의 설계를 고안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완성하는 데만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꼬박 5개월이 걸렸다. 학생들은 ‘고령자들은 어떤 집에서 편안함을 느낄까.’를 생각하며 설계했고 설계도를 그린 후에는 모형 제작과 분양 과정까지 체험했다. 오 교사는 “고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아이들이 주로 자습을 하거나 문제집 풀기를 원하는데 STEAM 수업은 아이들에게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동기 부여를 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보호관찰 청소년 성장통 뮤지컬로 치유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소년원에 입소한 적이 있거나 보호관찰을 받는 등 특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엮어 한 편의 뮤지컬에 담았다. 서울 광진구는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23일과 24일 오후 4시와 8시 총 4회에 걸쳐 창작뮤지컬 ‘패밀리’(F.A.M.I.L.Y.)를 무료 공연한다. 나루아트센터와 서울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공동주최하고 법무부와 한국법무보호공단이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학교, 사회, 가정에서 겪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처한 상황들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서부지소 보호청소년 5명, 장애인 배우 1명, 전문 연극배우 3명 등 9명이 참여해 줄거리를 구성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창녀엄마·패륜아 다룬 변태감독? 내 꿈은 멜로감독!

    창녀엄마·패륜아 다룬 변태감독? 내 꿈은 멜로감독!

    영화 ‘아버지는 개다’(2010)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두들겨 팬다. ‘엄마는 창녀다’(2011)에서 아들은 포주로 엄마를 부린다. 제목과 줄거리만 들어도 역하다. 그런데 전 세계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관객들은 펄떡거리는 그의 영화 세계에 반했다. 끔찍한 삶 속에 허우적거리는 가족 이야기,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풀어가는 그만의 방식에 주목한 것. 제목부터 파격이다 보니 투자자가 붙을 리 없다. 영어 보모, 번역, 결혼식·CF 촬영 등 아르바이트로 몇백만 원이 모이면 영화를 찍었다. 기성 배우들은 출연을 꺼릴 뿐더러 제작비도 아낄 겸 웬만한 작품에선 아예 주연을 했다. 이상우(41) 감독 얘기다. 그가 10번째 장편 ‘바비’(작은 25일 개봉)로 돌아왔다. 사채를 끌어 500만원 안팎으로 찍었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아리랑TV 등에서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댔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4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없이 미약한 수준이다. 그래도 이천희와 김새론·아론 자매가 노개런티로 참여하면서 ‘상업영화’ 모양새를 갖췄다. ‘바비’는 정신박약 아버지·망나니 삼촌과 함께 포항 민박집에서 사는 어린 자매의 잔혹한 삶을 그렸다. 망나니 삼촌(이천희)은 미국에 큰 조카 순영(김새론·아래)을 입양 보내려 한다.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는 순영은 아버지와 동생 때문에 거부한다. 반면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있는 동생 순자(김아론·위)는 가지 못해 안달이 났다. 하지만, 이미 딸 둘을 둔 미국인이 한국 소녀를 입양하려는 데는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슬픈 결말로 치닫는다. 입양을 가장한 장기매매는 22년 전 실제 있었다. 한 감독이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우려한 정부 압력으로 중단됐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당시 조감독과 알고 지낸 이 감독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다녔다. 영화는 의외의 만남으로 급물살을 탔다. ‘아버지는 개다’로 2년 전 홍콩영화제에 참가한 이 감독은 ‘바비’에서 미국인 딸로 나온 캣 테보의 친아버지를 만났다. 딸이 출연할 영화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열혈 아버지는 이 감독에 반했다. ‘바비’의 얘기를 듣더니 딸의 출연은 물론, 투자까지 거들겠다고 나섰다. 마침 아리랑TV가 투자자로 나섰다. 이 감독으로선 남의 돈으로 처음 영화를 찍게 됐다. “워낙 극악무도한 영화들을 찍었기 때문에”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아역배우는 꿈도 꾸지 않았다. ‘아저씨’로 유명세를 탄 김새론의 어머니에게 시나리오가 들어간 건 행운. “(전작 이미지 탓에) 내가 잔뜩 겁을 먹고 새론이 어머니를 만났다. 그런데 선뜻 승낙했다. 새론이는 천재다. 시나리오를 한번 훑더니 맥락을 다 파악하더라.” 이어 “새론이는 NG가 많아야 한번이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눈물을 흘린다. 동생 아론이에게는 ‘언니는 저렇게 잘 하지 않니’란 식으로 시샘을 돋웠다. 새론이야 검증된 연기파이지만, 아론이도 대사 톤이나 눈빛이 아주 좋았다. 해외에서는 외려 아론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위기도 있었다. 민박집 손님으로 출연한 이 감독이 3000원을 건네며 순영을 더듬는 장면에서 사달이 났다. 시나리오에는 뭉뚱그렸던 장면인데 이 감독이 애드립으로 변태 흉내를 냈다. 김새론이 눈물을 펑펑 쏟아 촬영은 중단됐다. “한동안 새론이와 서먹서먹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바비’는 이 감독 영화로는 처음 30개 안팎의 스크린에 걸린다. ‘영화관 키드’였던 그에게 꿈같은 일. 초등학교 때부터 극장에서 살았다. 수업시간표는 몰라도 대한극장·단성사 등의 상영시간은 줄줄이 뀄다. 고교 때는 이장호 감독의 판 영화사 사무실을 기웃거리며 연출부를 시켜달라고 졸랐다. 정작 첫 단추는 배우로 풀렸다. 고3 때 황규덕 감독의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1990) 오디션에서 400대1의 경쟁을 뚫었다. 당시 뽑힌 15명 가운데 영화판에 남은 건 이 감독과 배우 정재영뿐. 점수가 나올 턱이 없었다. 4수를 했지만, 대학 연극영화과 입시에 줄줄이 떨어졌다. 방위병 시절 쓴 시나리오로 199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공모전 장려상을 타기도 했다(당시 1등은 훗날 이 감독이 모신 김기덕 감독). 하지만 막둥이 아들이 대학생 되는 게 소원이던 어머니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죽기 살기로 했다. 처음 시애틀의 아트스쿨을 다녔지만, 그만뒀다. 학력 콤플렉스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알 만한 대학에 가고 싶었다. 기적적으로 UC버클리에 붙었다. 등록금이 700만~800만원이라 졸업할 때까지 식당에서 일했다.” 미국 생활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공중전화 박스에 설치된 사제폭탄이 터져 한쪽 눈을 실명했다. “석 달을 병원에 있었다. 실명을 하면 영화를 못 찍게 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고 떠올렸다. 8년 만에 귀국했지만, 미국 학벌은 별 도움이 안됐다. 김기덕 감독 밑에서 ‘숨’ ‘시간’의 연출부에서 일하고, 6년 동안 시나리오만 썼다. “4년 동안 가장 큰 돈을 만진 게 50만원이다. 이러다가 영화를 못 찍고 끝나겠구나 싶더라. 아버지 일을 도와 300만원을 만들어 필리핀으로 떠났다. 현지에서 사기꾼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배우와 스태프까지 다 구했다. 국내로 들어와 사채를 끌어 완성한 게 ‘트로피칼 마닐라’다.” 당시 쓴 사채는 4000만원쯤 된다. 훗날 이자까지 8000만원으로 불어난 빚을 갚을 때까지 사채업자에게 시달렸다. 이 감독은 “다시는 안 쓴다. 신체포기각서를 썼었다. 그나마 ‘엄마는 창녀다’가 화제를 모으면서 유예를 해줬다. 그거 아니었으면 지금쯤….”이라며 진저리를 쳤다. 그에게는 ‘변태감독’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파격적인 소재와 제목 탓.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그는 “‘변태감독’으로 기억돼도 나쁠 건 없다. 연줄도, 돈도 없는 내가 살아남으려고, 영화제 초청을 받으려고 전략적으로 세게 갔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 “조선 최초 성형외과 의사를 소재로 한 사극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수십 억원 짜리다. 하하. 궁극적으로는 판타지 멜로를 찍고 싶다. 입봉작으로 준비했던 ‘심연’은 상어가 인간의 몸을 빌려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나랑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하하하.”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홍대 인디밴드 22일부터 서울 북촌지역서 기부 콘서트

    홍대 인디밴드 22일부터 서울 북촌지역서 기부 콘서트

     서울의 대표 동네인 북촌이 홍대 근처에서 활동 중인 어쿠스틱 기타 연주자들의 공연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북촌아트홀과 당신의 문화기획단은 오는 22일부터 홍대 일대에서 활동 중인 18개 팀이 참가하는 ‘북촌,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콘서트’(세움콤)를 공연한다.   이 콘서트는 인사동 쌈지길과 삼청동 일대는 물론 북촌지역에서 거리공연과 극장공연을 병행한다. 또한 어쿠스틱 공연과 기부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티켓 판매 금액 일부를 모아 어쿠스틱 기타를 사서 국내외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  첫 공연은 22일 오후 3시에 시작하며 매달 넷째주 월요일 어쿠스티 기타 페스티벌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세움콘 관계자는 “북촌은 창덕궁 등으로 한국의 특별한 감성을 지닌 동네”라면서 “홍대에서만 있는 어쿠스틱 공연이 북촌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콘서트가 부족했던 북촌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참여팀은 혼자왔니, 소음, 이예니, 정해나, 박준하, 윤재헌, 이상한 나라의 달리스, 채수현, 정수경, 주노브, 주황색, 장준호, 박고원, 스윙스타, 백다빈, 봄봄 등 18개다.  북촌아트홀은 ‘뮤지컬 기타라’ 공연은 물론 창작 가족극인 ‘애기똥풀’, 오페라 연극인 ‘세친구’ 등을 공연하는 북촌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티켓 가격은 1만 5000원이며 8세 이상이 관람 가능하다. 후원은 CBS, 기아대책, 북촌 아름다운 비빔밥, 카파렐리에서 한다. 공연 문의 (02)988-2258. 정기홍 기자 hong@seoul.co.kr
  • 김원일·신달자 등 6명 ‘은관문화훈장’ 받아

    김원일·신달자 등 6명 ‘은관문화훈장’ 받아

    소설가 김원일(왼쪽), 시인 신달자(가운데), 한국화가 서세옥, 서양화가 김창열, 대한민국예술원 음악분과 회원 이영자, 연극배우 손숙(오른쪽) 등 6명에게 은관문화훈장이 수여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20명의 문화훈장 수훈자를 확정해 발표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5등급(금관·은관·보관·옥관·화관)으로 나누어 준다. 김원일씨는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담은 소설 100여 편을 발표했고, 신달자씨는 1964년 여성지 ‘여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 왔다. 연극배우 손숙씨는 49년간 15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으며, 서세옥씨는 수묵을 이용한 추상화로 명성을 얻었다. 김창열씨는 물방울 작가로, 이영자씨는 창작 음악 활성화의 대표주자로 알려졌다. 서훈과 시상은 오는 17일 오전 10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진행된다. ■보관문화훈장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김치수 이화여대 학술원 석좌교수 ▲김복희 한양대 예술학부장 ■옥관문화훈장 ▲염돈호 강릉문화원장 ▲조병두 동주 대표이사 회장 ▲이무호 세계문화예술발전중심회장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신영복 한국미술협회 고문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화관문화훈장 ▲최공열 국제장애인문화교류협회 이사장 ▲이호균 남해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성영관 영천문화원장 ▲이상림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유의호 서울전통문화예술진흥원 이사장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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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음악 ●손병휘 5집 발매 기념 콘서트 ‘너에게 가는 길’ 19~20일 서울 장충동 스테이지팩토리. 포크 싱어송라이터이자 민중가수 손병휘가 5년 만에 신보를 내놓고 기념 공연을 연다. 노랫말에는 서정과 고백을 담고, 어쿠스틱 기타와 아코디언 등을 내세워 드라마틱한 선율을 선사한다. 5만원. (02)3143-7709. 연극·뮤지컬 ●연극 ‘나의처용은밤이면양들을사러마켓에간다’ 28일까지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 극장.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 세 번째 작품. 불륜을 용서와 관용으로 미화한 ‘처용가’를 인간의 나약함, 본성에 대한 억압으로 비틀어 풀었다. 망상과 현실,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가 엉키면서 검은 처용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성열 연출, 이남희·유연수 등 주연. 1만~3만원. (02)3279-2233. ●뮤지컬 ‘칵테일’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센터K 네모극장. 자살절벽에 있다는 이유로 폐업 위기에 몰린 칵테일바 바텐더들이 가계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쾌한 이야기. 칵테일 쇼와 디스코, 아카펠라 등 다양한 음악을 녹였다. 5만원. (02)2659-7001. 무용 ●LDP_유니크 플레이(Unique Play) 22~23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한국예술종합학교 개교 20주년 기념공연. 왕성한 활동을 하는 무용단 LDP의 대표 작품을 만날 기회다. 발레 기본동작을 확장시킨 차진엽의 ‘킵 유어셀프 어라이브’(Keep Yourself Alive), 20대의 감성으로 인간관계를 들여다본 김재덕의 ‘킥’(KicK), 인간의 본능을 이야기하는 신창호의 ‘디스 퍼포먼스 이스 어바웃 미’(This performance is about me)를 선보인다. 2만~3만원. (02)2263-4680. 미술·전시 ●‘명청(明淸)시대의 회화대전’ 28일까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추사 김정희가 모았던 명청시대 중국 회화 60여점을 전시한다. 이 가운데 제주 유배 시절에도 추사가 극도로 아꼈던 화첩 ‘장포산진적첩’(張浦山眞蹟帖)이 눈길을 끈다. 1997년 이후 15년만에 열리는 중국회화전으로 전시작 가운데 3분의2 정도는 국내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02)762-0442.
  • 방은진 감독 “배우는 한마디 칭찬에 날개 다는 사람들 배우 출신 장점 최대한 살려야죠”

    방은진 감독 “배우는 한마디 칭찬에 날개 다는 사람들 배우 출신 장점 최대한 살려야죠”

    20대에도 그는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비련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냘픈 체구에서 나온 울림 있는 목소리에는 강단과 카리스마가 묻어났다. 남다른 삶의 궤적에서 비롯됐을 터다. 여고 시절 그는 연극배우를 동경했다. 어린 마음에도 연극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울 것 같아 대학은 의상학과를 다녔다. 졸업하고 직장 생활도 했지만 사표를 던지고 민중극단을 찾아갔다. 스물네 살 되던 해 ‘처제의 사생활’(1989)로 데뷔했다. 연극영화과 출신은 아니었지만 금방 주목받았다. 하지만 “연극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태백산맥’(1994)을 통해 충무로로 움직였다. 이듬해 박철수 감독의 ‘301·302’로 웬만한 여우주연상은 모두 휩쓸었다. “그때 상업 영화 출연 제안이 쏟아졌는데 마다했다. 외려 ‘지하철 1호선’ ‘햄릿’ ‘리어왕’ 등의 연극을 병행했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대중의 사랑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고단한 길을 택했다. IMF 외환 위기가 오면서 출연하려던 몇몇 작품이 엎어졌다. 그사이 나이가 들었고 대단히 예쁘지도 않은 내가 여주인공을 하기에는 애매했다. 배우로서의 포지션이 흔들렸다.” 그는 다른 생각을 품었다. 낯선 영화 연기를 잘하고 싶어 카메라와 렌즈를 가까이 하다 보니 연출이 눈에 들어왔다. 1999년 김진한 감독의 단편영화 ‘장롱’에서 주연은 물론 조연출을 맡아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깊이 빠져들었다. 박철수 감독이 조경란의 소설 ‘식빵 굽는 시간’을 건네며 각색과 연출을 권유한 것도 그 무렵이다. 또 다른 작품의 각색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상업 영화의 장벽이 이렇게 높은 건가. 의심과 후회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졌는데 물러설 순 없었다. 원칙주의자라 자신과 타협을 못 한다. 한 작품이라도 완성해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정신적 지주인 이창동 감독이 “각색 말고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 보라.”고 권유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감수해 주며 “급하게 생각하지 마. 넌 마흔이지만 난 마흔셋에 데뷔했다.”고 다독였다. 고진감래라고 2005년 영화 ‘오로라공주’를 내놓았다. 감독을 준비한 지 꼭 6년 만, 불혹의 나이에 바라던 입봉을 했다.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출력은 평단의 지지를 끌어냈다. 또 94만여명의 관객을 모았을 만큼 대중 반응도 괜찮았다. 방은진(47) 감독 얘기다. 그가 7년 만에 ‘용의자X’(오는 18일 개봉)를 들고 관객들과 만난다. ‘용의자X’는 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베스트셀러 ‘용의자 X의 헌신’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수학 천재였지만 평범한 고교 수학 교사로 사는 석고(류승범)는 이웃집 여자 화선(이요원)을 마음에 품는다. 어느 날 밤, 화선이 자신을 괴롭히던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인다. 석고는 화선을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한다. 빈틈없는 알리바이 때문에 고민하던 담당 형사 민범(조진웅)은 자신의 고교 동창 석고가 화선의 옆집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범의 후각이 발동하면서 영화는 놀라운 결말로 치닫는다. 방 감독은 원작 소설의 팬이었다. “이 소설 죽인다. 누나가 했으면 좋겠다.”는 ‘오로라공주’의 최영환 촬영감독 말을 듣고 책장을 펼친 뒤 단박에 반했다. 얼마 뒤 일본에서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시나리오로 만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명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준비하던 영화가 두 편쯤 투자 단계에서 엎어져 좌절하던 방 감독에게 지난해 봄 CJ엔터테인먼트가 연출을 제안한 것이다. 방 감독과 CJ의 기획1팀은 일본판 영화 ‘용의자X의 헌신’과 차별화하기 위해 원작 소설에 메스를 들이댔다.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석고)와 물리학자 유카와의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방 감독은 석고의 화선에 대한 헌신적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 7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출산했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 “영화 초중반 템포가 떨어진다거나 세 인물의 심리와 감정에 너무 깊이 빠져 정적으로 흘렀다는 지적도 알고 있다. ‘오로라공주’ 때와는 또 다른 완급 조절의 아쉬움이 있다. 처음 크랭크업 했을 때만 해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관객 반응이 두렵다. 후후후.” 배우 출신, 게다가 손꼽히는 연기파였던 만큼 배우들은 방 감독과 작업하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좀 다른 거 없을까.”, “한번 더 가볼까.”란 뜬구름식 주문이 아니라 딱 꼬집어 지시하기 때문이다. 조진웅은 제작 보고회에서 “선배라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단점은 너무 긁어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대해 방 감독은 “배우들과 충분한 대화와 리허설을 하고 나서 촬영에 들어가면 순간에 나오는 감정을 담으려고 한다. 테이크를 더할수록 감정이 익어버려 기계적으로 나오기 쉽다.”고 설명했다. 배우 출신이라는 점은 양날의 칼이다. “‘오로라공주’ 때는 딱 보면 배우가 얼마큼 더 끄집어낼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테이크(중간에 끊지 않고 촬영한 연속 화면)를 더 안 가고 끝내 버렸다. 그땐 연기자 출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다. 감독은 배우들의 최대치 이상을 끌어내야 한다. 당장은 징글징글해도 그래야 배우가 또 작업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출신이란 꼬리표는 어떻게 해도 뗄 수가 없다. 연출만 했던 사람들의 막연한 디렉션에 비해 디렉션이 구체적이라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역으로 배우의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많이 배우들에게 물어봤다. ‘난 지금 컷이 괜찮은데 어때?’, ‘그럼 오케이한다’라고 배우를 신뢰한다는 걸 끊임없이 보여줬다. 경험상 배우들은 한마디 칭찬에 날개를 달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배우 출신이란 걸 최대한 장점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활짝 웃었다. 충무로에서 입봉은 하늘에 별따기다. 더 어려운 건 두 번째 영화를 찍는 일이다. 하늘에 별 딴 사람끼리 경쟁하기 때문이다. 통상 감독들의 10~15%만 행운을 쥘 수 있다. 첫 영화까지 6년, 두 번째 영화까지 7년이 걸린 방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은 좀 더 빠른 시간 내에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朴, 내홍진화 소방수役… 외부인사 영입엔 한계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2차 인선이 발표된 11일 당 안팎에서는 ‘아쉬움 반, 기대 반’이 교차했다. 더 많은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선대위를 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분란 사태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는 ‘기대’가 그것이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영입은 이른바 ‘깜짝 인사’였다. 이날 일부 언론의 오보로 확인된 진념 전 경제부총리의 영입설에서 알 수 있듯이 박 후보가 직접 챙겼다. 발표 직전까지 당내에서도 극비 보안 사항으로 통했다. 비박(비박근혜)의 대표 주자인 이재오 의원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황우여 대표가 세 차례 이 의원의 자택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박 후보는 “앞으로 계속 연락드려서 (선대위 직책을) 제의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내분의 한축이었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고문 간 정면충돌은 박 후보의 극적인 중재로 봉합됐다. 특히 양측을 중재하기 위해 캠프에서는 박 후보와 안 위원장 간 심야 회동을 ‘불발설’로 꾸밀 정도로 보안에 신경 썼다. 캠프 관계자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낙마할 것으로 봤지만 박 후보가 두 사람 모두에게 명분과 실리를 챙겨주는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원칙론을 고수했던 한 전 고문은 이날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 “명칭에 크게 괘념치 않으며 주어진 책무가 국민 대통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 위원장급으로 거론된 외부 인사 중 일부는 입당 직전 단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 공개된 데다 야권의 ‘주저앉히기’ 압박 탓에 “도저히 갈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저항 시인’으로 알려진 김지하 시인의 경우 영입이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언론의 설익은 보도로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김 시인 주변 동료들의 설득과 야권의 반대가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연극배우 손숙씨도 비슷한 케이스로 알려졌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론의 영입 인사 보도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학자로 계속 남아 달라.”는 주변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 관계자는 “국민 대화합에 많은 외부 인사들이 동참하기로 했지만 언론의 공개로 틀어져 아쉽다.”면서 “야권은 영입 인사로 누가 나오기만 하면 달려가 훼방을 놨다.”고 꼬집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표절 사각지대’ 무대 공연 저작권법·판례도 애매모호

    ‘표절 사각지대’ 무대 공연 저작권법·판례도 애매모호

    최근 불거진 가수 김장훈(46)과 싸이(35·박재상) 사이의 갈등 원인은 ‘공연 표절’이다. 모든 예술에서 표절과 모티브(동기)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공연 표절은 특히 더하다. 연극, 뮤지컬, 콘서트 모두 같거나 비슷한 테마를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풀어내야 하는 일이 잦아 유사성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계에서 “공연예술은 표절의 사각지대”라고 부른다. 법은 더 애매하다. 홍성운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사업 사무관은 “표절에 대해 저작권법에 명시된 내용은 따로 없다.”면서 “표절이 저작권 침해까지 이르렀더라도 저작권법을 적용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공연윤리위원회 내에 표절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베끼기 문제를 다뤘다. 하지만 1999년 위원회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 통폐합되면서 표절 판정은 법원 몫이 됐다. 게다가 표절은 피해자(원작자)가 고소해야 죄가 성립되는 친고죄다. 논란이 거세도 정부기관이나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이야기다. 일단 원작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전문 감정기구를 통해 표절 여부를 판단한다. 김우정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 선임은 “표절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베꼈다.’는 개념이며 인정되더라도 저작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면서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할 뿐 ‘아이디어’까지 보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협의회에서는 한 해 40~50건의 저작권 관련 감정을 의뢰받는다. 공연표절 여부를 판단한 국내 판례는 아직 없다. 2007년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컨츄리꼬꼬가 전날 공연한 이승환의 무대세트를 그대로 써 표절 문제로 맞소송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저작권 침해문제를 기각하고 명예훼손 부분만 인정했다. 김 선임은 “당시 표절문제로 이슈화되긴 했지만 저작권 침해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않고 명예훼손 벌금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싸이의 공연이 표절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엇갈린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싸이 콘서트는 김장훈 공연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서 “무대장치·음향·조명·특수효과·의상공연 등의 노하우에 대해 김장훈이 원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무리 뛰어난 연출도 콘텐츠(노래)가 힘이 없으면 공연이 빛을 발할 수 없다.”면서 “다른 공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콘서트를 응용 발전시키는 자체도 존중해야 하는데 자칫 이런 자유가 경색되면 예술인 입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정달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사무국장은 “헌법에 있는 표현의 자유가 우선이냐, 저작권 보호가 우선이냐에 대한 가치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라면서 “문화종사자들이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김수로 “저 재미있는 배우예요… 편안한 웃음 드릴게요”

    김수로 “저 재미있는 배우예요… 편안한 웃음 드릴게요”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우직한 순정남 임태산 역으로 대한민국 여심을 흔들었던 배우 김수로(42). 그가 지난 3일 개봉한 코믹 호러 영화 ‘점쟁이들’에서 최고의 점쟁이 박 선생 역을 맡아 자신의 주전공인 ‘코미디’로 돌아왔다. 영화는 개봉 첫 주 61만명을 끌어 모으면서 순항하고 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수로는 예전보다 더 밝고 활기차 보였다. “주변에서 다들 젊어졌다고 하고 좋아해 주니까 왠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깁니다. 워낙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배역이 멋있었으니까 실생활에서도 그 환상을 깨기가 싫어지네요.” ‘점쟁이들’은 ‘신사의 품격’의 촬영 전인 지난해 겨울 강원도에서 강추위와 싸우며 촬영한 영화다. 그는 “임태산이 많이 기억되는 현재의 이미지에서 역행하는 면이 있지만, 예전 김수로가 재미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쟁이들’은 ‘시실리 2km’와 ‘차우’ 등 코믹 호러물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정원 감독의 작품으로 평소 신 감독의 팬이었던 김수로는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시실리 2km’를 보고 영화를 너무 독특하게 만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코믹 호러라는 장르도 신선했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기발하고 묘한 호흡으로 웃기는 지점이 좋았습니다. 시나리오를 본 뒤 신정원 감독이 만드는 점쟁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죠. 점쟁이들을 일종의 만화 같은 히어로물처럼 그리는 설정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점쟁이들’은 수십 년간 의문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울진리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고자 한 자리에 모인 개성 강한 다섯 점쟁이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극 초반 버스를 타고 가던 점쟁이들이 단체로 접신하는 장면부터 눈길을 끈다. 이 장면은 배우 지진희가 실제로 태국 여행을 갔다가 현지 가이드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찍은 것이다. “내부 장면을 찍을 때는 버스 밑에 기계를 장착시키고 양옆으로 심하게 움직이고, 외부를 찍을 때는 헬기로 촬영했어요. 온종일 흔들리는 버스 안에 있어야 해서 멀미가 날 뻔한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는 “점쟁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멜로가 섞인 영화 ‘청담보살’이나 퇴마사들을 진지하게 그린 ‘퇴마록’과는 다르다. ‘점쟁이들’은 변칙스럽고 도발적이지만 편안한 웃음을 주는 영화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만큼 신정원 감독과의 작업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저는 무조건 감독이 원하는 코드를 믿고 가보자는 주의인데 신 감독은 딱히 지시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어떤 상황을 주고 연기를 계속하라고 하는 식이죠. 감독은 콘티에 있는 설정에 다른 것들을 얹어가는 식으로 자기식의 코미디를 만들어갔어요. 하지만, 자신의 색에 안 맞는다고 생각되면 코미디를 좀 줄여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과학하는 점쟁이 석현 역의 이제훈과 부자(父子) 지간으로 나온다. 그는 이제훈의 코미디 연기에 대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고 캐릭터만 잘 읽고 가면 코미디라고 해서 크게 다른 점은 없다.”면서 “눈에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 옆모습이 잘 생긴 친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점을 본 적이 없다는 김수로는 “주변에 가끔 작품 출연 여부를 결정할 때 점을 보는 배우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영화는 영화일 뿐 종교와 결탁하지는 말자.”고 말했다. 한편 ‘점쟁이들’ 홍보를 마친 그는 차기작인 연극 ‘유럽 블로그’의 배경을 찍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는 그가 모든 제의를 뒤로 하고 연극 무대로 돌아가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목화’ 출신인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잘되는 지금이 오히려 소극장으로 돌아가 다시 훈련을 해야될 때”라고 말했다. “연극은 내 힘의 근원이고 연기에 대해 부족함을 느낀 지금이 오히려 공부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이 안 됐다면 불안함 때문에 집중하기 힘들겠지만,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요즘이 오히려 과감하게 공부에 투자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했죠. 연기에 대한 고찰을 하면서 6개월 정도 무대에서 관객과 김수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뒤 영화나 드라마에서 확실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코미디 전문 배우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멜로까지 영역을 넓힌 김수로. 요즘 유독 멋진 캐릭터가 많이 들어온다는 그가 도전하고 싶은 연기는 무엇일까. “웃음기를 걷어 낸 첩보원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 그런 인물이요. 퇴보가 아니라면 독특한 코미디 쪽도 계속 출연할 겁니다. 예를 들어 임창정 씨처럼 코믹 연기 내공이 있는 배우와 함께 출연해 시너지 효과를 내 보는 작업도 재밌을 것 같네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연극리뷰] ‘뿌리 깊은 나무’

    [연극리뷰] ‘뿌리 깊은 나무’

    한글 창제 과정은 수많은 추측을 낳는다. 세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한글에 관한 기록이 정작 실록에는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은 탓이다. 훈민정음 창제(1443년)와 반포(1446년) 사이에 놓인 3년이라는 공백도 많은 상상을 낳게 한다. 그 기간에 있었을 법한 한글 창제 추진파와 반대파의 대립을 연쇄살인으로 풀어낸 것이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다. 지난해 드라마로 방영돼 많은 화제를 낳은 ‘뿌리 깊은 나무’가 연극으로 태어났다. 궁 안에서 집현전 학사 4명이 잇따라 살해당한 사건을 풀어 나가는 원작의 이야기를, 연극은 하루에 일어난 이야기로 압축했다. 부제 ‘누가 왕의 학사를 죽였나’는 주인공인 겸사복 말단 강채윤이 품은 의문이고, 전옥서(감옥)에서 만난 장악원의 재담광대 희광이와 풀어 가는 추리의 바탕이다. 연극은 채윤의 회상과 기억, 재현을 통해 퍼즐을 맞춰 가며 한글 반포의 순간까지 숨가쁘게 달려간다. 막이 오르면 무대 뒤 영상으로 격자무늬가 그려진다. 달빛이 스며들어 오는 격자무늬는 감옥 창살이자 사건을 푸는 열쇠인 마방진(숫자판)이다. 연쇄살인 수사를 해 온 채윤이 한밤중에 감옥에 들어왔다. 감옥에 있던 희광이 내일이면 처형당할 채윤의 사정을 듣고 주인공과 함께 사건을 되짚어 본다. 집현전 학사들의 시신들에서 연관성을 발견하고 궁녀 소이와 그의 마방진으로 사건의 핵심에 다다르는 채윤의 수사가 순발력 있게 전개된다. 채윤이 왕의 호위무사 무휼, 비밀 조직과 벌이는 칼싸움은 꽤 연습을 많이 한 듯 생동감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극 속에서 태어난 ‘희광’이다. 박연의 관습도감에 차출돼 향악 연구에 도움을 주지만 궁녀들을 희롱해 감옥에 들어오길 밥 먹듯 하는 인물이다. 이 유쾌한 캐릭터는 우물 속에서, 대들보에 매달려, 불에 탄 채 발견된 시신들이 됐다가 서운관 귀신이 되기도 한다. 원작에 없는 인물이면서 원작의 인물보다 더 생생하게 극에 녹아들어 있다. 별다른 무대장치 없이 영상과 조명으로 길을 뚫고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수묵화로 그린 무대 뒤 영상은 공간을 집현전으로 만들고, 세종과 대제학 최만리가 사상 다툼을 벌이는 산속으로 옮겼다가, 또 시신이 발견된 살인사건 현장으로 변하는 등 간결하지만 변화무쌍한 무대장치로서 제 몫을 해낸다. 극중극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활용한 그림자극도 꽤 효율적이다. 세종이 우여곡절 끝에 한글을 반포하고 채윤과 소이에게 자유를 준 뒤부터 약간 극이 늘어지는 느낌도 있다. “많은 사람이 한글의 가치에 대해 되새겨 봤으면 한다.”는 원영애 독립극단 대표의 제작 의도는 충실히 전달된다. 그래서 희광이 덕분에 낄낄대면서도 공연이 끝나고서는 무엇인가 가슴에 품고 나올 법하다. 이기도 연출, 홍원기 각색. 31일까지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2만~5만원. 1544-5955.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亞 예술·문화 향상에 힘쓸 것”

    “亞 예술·문화 향상에 힘쓸 것”

    박종원(51)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아시아예술교육기관연맹(Asian League of Institutes of the Arts·ALIA)의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총장은 ‘구로아리랑’(1989),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영원한 제국’(1995) 등 다양한 영화로 대종영화제 감독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TV드라마 ‘정조 암살 미스테리 8일’(2007)로 좋은 방송프로그램상을 받았다. 박 초대 회장은 취임사에서 “아시아를 넘어 예술가와 예술교육 영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책적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예술교육기관연맹은 아시아 지역 고등예술교육기관이 모여 만든 기구로, 예술가와 예술교육기관 관계 형성, 새로운 공동교과과정 개발, 학생·교수 국제봉사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6일 출범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영화는 모르는 사람과 소통해서 좋아”

    “영화는 모르는 사람과 소통해서 좋아”

    학창 시절 타이완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을 보고 배우의 꿈을 꿨다. 주오대학에선 연극동아리를 직접 만들었고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39)를 동경해 그의 ‘스키비토’(연예인 곁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1년 데뷔 이후 쌓아온 필모그래피만 어느새 50여 편. 또래인 오다기리 조(36), 다다노부와 더불어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자리 잡은 가세 료(38)의 얘기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란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랑에 빠진 것처럼’으로 돌아온 가세 료를 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만났다. 오래전부터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팬이었기에 일본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제 발로 찾아가 오디션을 볼 만큼 의욕을 불살랐다. 즉석에서 시나리오를 건넨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15분을 줄 테니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연기해 보라.”고 주문했다. 수많은 영화에서 섬세하고 여린 감성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가세 료는 이번에는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집착하는 들짐승 같은 남자 노리아키 역을 맡았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마주 보고 소통하는 걸 싫어한다. 중요한 얘기도 문자메시지로 대신한다. 하지만 노리아키는 어떻게든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려는 의지가 있다. 아날로그적인 인간일 뿐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나 또한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다른 나라 거장들과 작업한 건 처음이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아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를, 거스 밴 샌트와 ‘레스트리스’(2011)를 찍었다. 그는 “일본 감독들은 현장에서 배우가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감독 지시에 따르기를 원한다. 반면 서구 감독들은 충분히 토론하고 정해진 틀이 아니라 느끼는 대로 연기할 것을 주문한다. 그래서 더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거스 밴 샌트와 작업할 때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독의 집 소파에 앉아 과자를 먹고 뒹굴뒹굴 놀다가 날씨가 좋으면 슬슬 밖으로 나가 소풍을 가듯 촬영했다. 독립영화스러운 작업 방식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감독 중에는 구로사와 기요시와 한 작업이 가장 편하다. 그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간다. 한국 감독 중에는 봉준호나 홍상수 감독과 꼭 한번 일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불혹을 앞뒀지만 그는 여전히 소년 같은 외모를 갖고 있다. 유독 여성 팬이 많은 이유를 알 만했다. 그는 “카메라로 찍어 놓으면 더 어려 보인다. 그게 싫으면서도 고맙기도 하다.”면서도 “아이가 있는 아버지처럼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를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촬영 현장은 물론 지금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전혀 모르는 나라에서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앞으로도 오래, 길게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까닭이다. 인디 영화라든지 다른 나라 영화에도 많이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반전있는 남자, 최대훈

    반전있는 남자, 최대훈

    첫인상은 멀끔하고 훤칠하다. 하얀 셔츠와 청바지가 꽤 잘 어울린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니 다소 냉정해 보이기도 한다. 잘생겼다거나 멋있다거나, 정작 자신은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단다. 웃기고 재미있다는 말이 더 편하다고 했다. 뮤지컬 ‘김종욱찾기’에서 22역 멀티맨으로 빵빵 웃음보를 터뜨리고 사라지는, 그게 평소 모습이란다. 최근 종영한 KBS드라마 ‘각시탈’에서 진중한 역할을 하다 보니 그 자신도, 그를 아는 사람들도 어색하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 출연을 계기로 이름 석 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연극과 드라마에서 맹활약한 배우 최대훈(32)이다. 연극판에서는 관객에게나 스태프들에게 호감도 높은 배우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드라마 ‘각시탈’을 통해서다. 주변 반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더니, “공연장 앞 식당 아주머니만 알아보더라.”면서 쑥스러워한다. “아무래도 시대극이라 그런지,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알아보는 편”이라면서 “계산을 할 때쯤이면 ‘왜 죽었어’라고 자꾸 물으신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다. 드라마에서 그는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각을 하는 아버지 이시영이 부끄럽지만 부유한 삶은 놓치고 싶지 않은 이해석 역할을 맡았다. “술 마시는 장면만 나왔다.”는 그의 설명대로 대부분 장면이 한량의 절정이었지만, 막판에 대단한 반전을 이루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국방헌금 10만원을 독립자금으로 빼돌리고 비장하게 자결했다.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내면 연기를 하기 때문에 감독님이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그는 “실제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 같아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때부터 사람들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강한 역할뿐이었다. 이해석이 되면서 그는 “웃으면서도 슬픔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성공적이었을까. 이 모습이 방영된 뒤 다음 날 인터넷은 ‘최대훈 반전’ 기사로 도배됐다. 잘나가는 줄만 알았더니 사실 그는 현실에서도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었다. 최대훈은 “올해 같은 해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다. 처음 찍었던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부터 아침 드라마까지 간간이 얼굴을 드러냈지만, 올해 유독 드라마가 많이 몰렸다. 한 종편채널의 드라마에서는 청와대 비서관 역할을 했고, KBS드라마 ‘빅’에서는 주인공 서윤재(공유)의 동료 의사 역할이었다. “나의 다른 면을, 가능성을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는데, 한편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면서 “내 안에서의 성적은 썩 좋지 않다.”고 했다. 올해 초 첫 공연을 올린 연극 ‘웨딩스캔들’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결혼을 하면 고모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꼼수를 부려 동성결혼을 해버린 바람둥이 앙리 역할이었다. 평소 모습이라면 머리는 동그랗게 자른, 귀여운 도도나 이혼전문 변호사 노베르 역할이 맞다. 그에 비해 앙리는 조금 평범한 인물이다. 도도나 노베르는 입만 열었다 하면 관객들이 자지러지는데, 앙리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신나게 연기하지 못하고 있구나. 무대가 불편하게 느끼졌다.”고 떠올렸다.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면서 그는 연기의 참맛을 느꼈다. 그래서 좌절을 안겨줬던 연극 ‘웨딩스캔들’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8월 말 재공연에 들어가면서 다시 앙리가 돼 보기로 했다. “연극의 매력은 현장에서 생생하게 연기하면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겁니다. 공연이 잘 안 풀려 진이 빠지고 목이 쉬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에는 정말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웨딩스캔들’에서 관객들이 매번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정말 힘이 납니다.” ‘웨딩스캔들’은 오픈런(끝나는 날짜 없이 계속 공연)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달 말까지만 출연한다. “일을 많이 해야 할 시점이긴 하지만, 이렇게 무작정 소화한다고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올 초부터 앞만 보고 달려온 만큼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고 싶단다. 그는 “광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즐겁게 웃고 있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사람이다. “올해 말까지 충전을 하고 돌아올 겁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다시 무대에 서야죠.”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연극 웨딩스캔들은 2011년 프랑스에서 첫선을 보인 흥행작. 한국에서는 민준호 연출로 지난 3월 초연됐다. 결혼 후 1년이 지나면 100만 유로를 상속한다는 고모의 유언에 따라 바람둥이 앙리가 친구 도도와 위장 게이 결혼을 하면서 벌이는 소동극. 최대훈·최덕문·이호영이 앙리, 남문철·서현철이 에드몽, 노진원·김늘메가 도도를 맡아 찰떡 호흡을 과시한다.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3만 5000원. (02)766-3440.
  • [열린세상] 다섯 명의 줄리엣과 국민통합/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열린세상] 다섯 명의 줄리엣과 국민통합/김다은 소설가 추계예술대 교수

    가을바람이 투명하게 불던 날,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가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이한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Mediacity Seoul 2012)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세계 20여개 국 49개 팀이 참가한 비엔날레의 주제는, 미국의 블루스 가수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가 부른 노래에서 따온 것으로, ‘너에게 주문을 걸다’(Spell on you)였다. 입구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린 작품은 아델 압데세메드의 ‘기억’이다. 엉덩이가 빨간 개코원숭이가 동일한 알파벳으로 ‘투치’와 ‘후투’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배열하는 미디어 액자였다. 두 단어는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온 르완다의 두 부족을 일컫는 것으로, 수십만 명의 집단학살에 대한 기억을 개코원숭이의 단순한 반복행위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디어와 실험성이 넘치는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두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한국 작가 홍성민의 ‘줄리엣’(Juliettttt)이다. 줄리엣의 영문 표기에 t가 다섯 개나 붙어 다섯 명의 줄리엣을 의미했다. 작가는 5명의 연극배우들을 각기 다른 연출자들에게 보내 동일한 대사를 연출케 했다. 대사는 줄리엣이 죽기 직전 사랑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한 절정 장면이다. 각기 다른 연출가로부터 훈련받은 5명의 배우들은 텅 빈 무대 위에 한꺼번에 올라 동시에 같은 대사를 읊으며 연기한다. 로미오는 물론 다른 모든 배역들과 무대장치가 모두 사라진 무대에서, 동일하지만 동일하지 않은 5명의 줄리엣이 절규하는 장면의 영상이다. 다른 하나는 작가 데이비드 클레어바우트의 ‘알제의 행복한 순간의 단면들’(The Algiers’ Sections of A Happy Moment)이다. 하늘을 나는 바다갈매기들을 바라보는 알제리인들의 행복한 표정을 담은 영상이다. 매우 평범해 보이는 이 작품이 가슴에 남은 이유는 행복한 한순간을 되도록 오랫동안 포착하려는 작가의 적극적인 의도 때문이었다. 찰나로 사라질 수 있는 이미지가 가지는 시간의 추상성을 표현하기 위해 600장의 필름을 이어 붙여, 37분간이나 영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의 주문에 걸려 있는 것일까. 현대사회는 페이스북, 트위트 등이 범람하면서 각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치와 경제까지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고 있다. 현대기술이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가능케 하지만, 인간에게 마음대로 주문을 걸어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기도 한다. 이런 주문을 풀기 위해 비엔날레에 참가한 예술가들은 물리적 시공간을 재해석하면서 개인과 집단과의 새로운 관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판대 신문이나 잡지들의 타이틀에서 ‘국민통합’이라는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예술작품들을 감상한 직후에 왜 그 단어가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졌을까. 여당이건 야당이건, 시대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주문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다섯 명의 줄리엣은 외부 환경에 의해 여럿으로 분열한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다. 각 개인이 다섯 명의 줄리엣으로 분열하고 단일민족은 다민족으로, 단일문화는 다문화로 바뀌어가는 현 시대에 우리 국민은 어떤 방식으로 ‘통합’당할 수 있을까. 통합의 사전적 의미는 “모두 합하여 하나로 모음”이다. 물론 통합은 개코원숭이가 가진 분열의 기억과 화합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하지만 통합이라는 주문이 국민에게 제대로 걸릴지, 주문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는 의문이다. 정치인들 스스로 분쟁과 분열의 주문에서 벗어난 것 같지 않으니 말이다. 그 주문을 풀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처럼 현 시대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철학과 그에 걸맞은 표현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데이비드 클레어바우트의 카메라 셔터 속에서처럼, 정치인들의 카메라 셔터 속에서도 국민의 행복한 표정이 포착되어야 할 것이다.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가 부른 노래 가사처럼 국민에게 더 매혹적인 주문을 걸어 그대를 사랑하게 만들어 보시라. 구체적인 방법이 생각나지 않거들랑, 짬을 내어 이번 주말쯤에 미술관에 들러 보아도 좋으리라.
  • 파라다이스상 조병국·박정자씨

    파라다이스그룹은 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파라다이스상 수상식에서 사회복지부문에 조병국(79) 전 홀트의원 원장을, 문화예술부문에 연극인 박정자(70)씨를 선정하고, 각각 트로피와 상금 5000만원을 수여했다. 또 특별공로상은 국내 1호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84)씨가 수상했다.
  • 아인슈타인보다 똑똑한 12세 천재 소녀 등장

    세기의 천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 보다 더 똑똑한 10대 소녀가 등장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리버풀에 사는 올리비아 매닝은 올해 12살로, 최근 받은 IQ테스트에서 162를 기록했다. 매닝의 IQ는 스티븐 호킹과 아인슈타인의 IQ(160)보다 높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상위 1%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치다. IQ 테스트를 마친 이 소녀는 전 세계 수재들의 모임인 멘사(MENSA) 가입 자격을 획득했으며, 앞으로 국적을 불문한 뛰어난 천재들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매닝은 “새로운 정보를 빠르게 기억하고 몰입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나의 IQ 결과에 나 역시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IQ가 공개된 뒤 내게 숙제를 부탁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면서 “나는 그저 어려운 문제를 풀며 머리를 쓰는 것을 좋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직은 수학 문제보다 연극을 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는 매닝은 당분간 교내 연극 단체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맥베스’ 공연 당시 자신의 대사를 외우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4시간이었다. 한편 매닝의 학교 내 단체인 ‘교내 멘사 문제해결 클럽’의 담당교사는 “매닝에게 조금 더 많은 양의 과제와 문제를 내 주는 등 특별한 교육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75년…‘배뱅이굿’ 무형문화재 이은관 옹

    [김문이 만난사람] 소리인생 75년…‘배뱅이굿’ 무형문화재 이은관 옹

    거침이 없다. 결코 쉬는 일도 없다. 남성의 바리톤 같은 저음에서 여성의 소프라노 목소리까지 시공을 뛰어넘으며 우리 가락을 잘도 버무려 낸다. 때로는 웃음과 슬픔, 때로는 깊은 곳에 묻혀진 회한을 꺼내 달래고 어루만진다. 희로애락, 그 가슴을 후벼파고 쥐어짜기도 한다. 95살, 5년 후에는 100살이 된다. 서도소리 명인 이은관(중요무형문화재 29호)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배뱅이굿’을 가장 잘 부른다. 현재까지 ‘배뱅이굿’에 관한 한 그를 따를 자가 없는 명창이다. 그 나이에도 여전히 제자를 가르치고 매달 4~5회씩 공연을 하는 등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 주변에 위치한 ‘이은관 민요교실’을 찾았다. 이 선생은 제자 전옥희(배뱅이굿 이수자)씨와 함께 앉아 다음 공연에 대해 얘기하다가 “내가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일어서지 못해 미안하다.”며 앉은 채로 반긴다. 빨간 티셔츠에 짙은 회색 상의 차림이어서 그런지 한복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젊어 보였다. “오늘은 한복을 집에 두고 왔으니 뭐 어때. 이런 모습도 좋지 않아요?”라며 사진 촬영에 응했다. 대신 장구를 잡더니 공연 때 하는 것처럼 배뱅이굿 중 한토막을 즉석에서 흥겹게 읊어댄다. “옛날 서울 장안에 이 정승 김 정승 최 정승 삼 정승이 재산은 많으나 아들 딸이 없어서 명산 대찰에 불공을 드려서 아들 딸 좀 낳아 보겠다고 삼 부인 삼 정승이 명산 대찰을 찾아가는데 삼 부인이 그냥 매일같이 아들 딸 낳게 해 달라고 빌고 정성을 드렸더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삼 부인이 아마 그달부터 뱃속에 뭐 하나씩 생겼던가 봐요. 하루는 말이요. 삼 부인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꿈 야기판이 벌어졌어요. 제일 먼저 이 정승 부인께서 한마디 해보이는데 아이고 난 저번에 꿈을 꾸었는데 그저 꿈에 하얀 백발 노인이 머리달비 한쌍을 주길래 그 달비 받아서 치마폭에다 배배 틀어연 꿈을 꾸었는데 어찌 그런지 요즘은 그저 머리가 자끈자끈 아픈게 그저 시큼털털한 개살구나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어~” 이 선생은 “이제 그만 됐습니다.”라고 할 때까지 한 호흡도 쉬지 않고 계속 이어나간다.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도대체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여 건강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이 선생의 웃음은 여전히 어린아이의 웃음처럼 해맑고 환하다. 그 자체만 해도 건강 유지 방법 중 하나이다. “나 말이오? 건강하죠. 그러니까 이때까장 노래부르잖아요. 전화 목소리는 잘 안들리고 가끔 다리가 아파서 걷는 것을 조심하고 있어요.” 병원에 입원한 적은 한번도 없으며 다만 건강검진을 위해 3일 정도 입원한 적이 있다고 옆에 있던 제자가 거들었다. 그렇다면 75년의 소리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금도 무대를 휘어잡는 진짜 건강비결은 무엇일까. “나는 말이에요. 생활이 규칙적이죠. 식사를 하루에 다섯 번 해요. 먹고 싶을 때 조금씩 다섯 번을 먹는 습관이 있어요. 소식이지요.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다섯 끼이기 때문에 혼자서 해먹지요. 기본 반찬은 며느리가 갖다 주는데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동네 슈퍼에 가서 미리 사놨다가 혼자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선생의 자택은 서울 황학동이다. 사업을 하는 아들 부부가 2층에서 살고 이 선생은 아래층에 혼자 산다. 주로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원래 고기를 좋아해요. 소고기도 좋아하는데 돼지고기 사다가 김치에다 라면을 넣고 끓여 먹으면 아주 맛있어요. 그래저래 고기는 한 달에 20일 이상 먹는 편이지. 소식으로 여러 번 먹고, 또 고기를 자주 먹는 그런 습관이 30년이 넘었어요. 요즘에는 잠을 잘 자요. 낮이건 밤이건 자고 싶을 때 1시간이나 3시간씩 여러 번 잠을 자요. 밤에 자다가 일어나 출출하면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도 해 먹고 다시 자고 아주 편해요. 잠이 안 오면 악보 그리고 작사하고, 심심할 시간이 전혀 없어요(웃음).” 그는 지금도 작사 작곡을 한다. 세상에 드러내놓지 않는 자작곡(신민요와 민속민요)만 100여편에 이른다. 또 색소폰, 전자오르간, 아코디언 등 서양악기는 물론이고 피리, 가야금 등 대부분의 국악기도 다룬다. 이 선생의 말대로 ‘심심할 틈’이 도저히 없다. 올해는 어떤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 선생은 “나는 잘 몰라요. 우리 제자한테 물어보세요.”라고 대답한다. 옆에 있던 제자 전씨가 얼른 얘기한다. “10월 9일 소월아트홀(서울 행당동)에서 공연이 있어요. 제자들과 함께하는 무대이지요. 그리고 10월 16일 밀양에서 있고, 연말까지 10회 정도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선생님(이은관)의 열정은 정말 대단해요. 지금도 한 달에 큰 행사만 2~3회 정도 합니다.” 화제를 옛날 얘기로 돌렸다. 어떻게 소리를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신불출(만담가이자 연극인)의 ‘대머리 영감’이나 ‘엉터리’, ‘견우직녀’, ‘홍길동’ 같은 ‘유성기’를 동네 사랑방에서 어른들과 함께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농부였던 부친이 노래를 잘 불렀다고 회고한다. “아버님 따라 밭에도 가고 산에도 갔지요. 그때마다 아버님이 ‘나무하러 가세 나무하러 가세, 상상 마루에 올라가세’ 하는 산타령을 지게 작대기로 장단을 맞추면서 아주 잘 불렀어요. 내가 그걸 따라 부를 때마다 흥이 납디다. 아마 내 노래 소질은 아버님을 닮은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배운 ‘학도야 학도야 청년 학도야’라는 창가,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 등의 동요를 불러 학예회에서 우등상을 받기도 했다. 17살 때 강원도 철원극장에서 콩쿠르가 열렸다. 주위의 권유에 못이겨 출전해 ‘창부타령’과 ‘사설난봉가’를 불러 일등상을 받았다. “그때 상을 받는 바람에 얼씨구나 하고 좋아했지요. 이젠 노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갔어요. 왜냐하면 서울에는 방송국도 있고, 서울에 가면 출세하는 줄 알았지요. 결국 어떻게 해서 경성방송국에 출연했어요. 그게 소문이 나서 더욱 우쭐했지 뭡니까. 고향에 다시 갔더니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하지만 그는 노래실력을 탐탁잖게 생각했다. 수소문 끝에 황해도 황주에 있는 이인수 명창에게 찾아가 배뱅이굿과 서도소리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는 “3개월 동안 스승님 집에서 먹고 자고 하며 노래를 배웠는데 아주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셨다.”면서 “재담이 아주 길고 다양하셨다.”고 술회한다. 이후 이 선생은 서울로 다시 와 조선가무단에서 유랑극단 생활을 했다. 이때 특유의 높고 고운 소리의 구성진 창법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1957년 양주남 감독의 영화 ‘배뱅이굿’에 출연해 배뱅이굿 1인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원래 배뱅이굿은 굿이 아니라고 이 선생은 강조한다. 남도의 판소리처럼 소리꾼이 장구 반주에 맞춰 배뱅이 이야기를 서도소리로 풀어내는 1인 창극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탁발 나온 상좌중과 사랑에 빠진 정승의 딸 배뱅이가 상사병을 앓다 죽자 부모가 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팔도에서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데 건달 청년이 거짓 무당 행세로 횡재한다는 줄거리다. ‘배뱅이굿’은 경쾌하고 장조가 많은 특징이 있으며 이 선생이 이런 장단을 처음으로 정립했다.1984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는 슬하에 6남매를 두었다. 16살 차이 나는 맏딸만 먼저 세상을 떠났다. 가족 얘기가 나오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학교 시절이었지요. 하루는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해서 선을 보러 말타고 20리를 갔습니다. 얼굴도 제대로 못봤는데 방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신부 목소리가 아주 곱더군요. 아이 셋 낳고 먼저 갔습니다. 내가 자식들 공부를 제대로 못 시켰어요. 그게 한이 됐지요. 출세하려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고 나중에 돈이 생기니까 ‘공부값’으로 자식들한데 얼마씩 주었습니다.” 그는 가족들과 매년 초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난다. 증손자까지 모두 20여명이라며 웃는다. 다복하지 않으냐는 표정이다. 인간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꿈이 있기 마련이다. “5년만 있으면 100살입니다. 남은 인생 잘 마무리해야지요. 뒤돌아보면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고 먼저 세상을 떠난 처가 생각납니다. 내가 제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것도 그런 한이 있어서 그래요. 정신이 또렷할 때까지 열심히 가르치고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제자를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민속악도 그냥 소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보고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어섰더니 “추석 잘 보내시고 일어나지 못해 미안해요.”라며 파안대소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은관 옹은 고교시절 마을 콩쿠르서 1등 후 소리공부…‘배뱅이굿’은 이인수 명창에게 배워 1917년 11월 27일 강원도 이천에서 8형제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보통학교를 나온 뒤 철원고등학교 시절 마을 콩쿠르대회에 나가 ‘창부타령’과 ‘사설난봉가’를 불러 1등을 차지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과 황해도를 오가며 본격적인 소리공부를 했다. 14살 때 4살 연상과 결혼했지만 떠돌이생활로 소리인생을 시작했다. ‘배뱅이굿’과 ‘서도명창’은 황해도 황주에서 스승 이인수 명창에게 배웠다. 1957년 양주남 감독의 영화 ‘배뱅이굿’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1984년 배뱅이굿으로 중요무형문화재 29호로 지정받았다. 2002년 제9회 방일영국악상, 1990년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지금도 한 달 평균 큰 행사만 2~3회를 치를 만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슬하에 6남매를 두었으며 서울 황학동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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