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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언론의 힘, 불편한 진실 파헤치기/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열린세상] 언론의 힘, 불편한 진실 파헤치기/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에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의 사명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파헤쳐 보도한 기자들의 이야기다.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은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한다. 사건을 파헤치려 할수록 더욱 굳건히 닫히는 진실의 장벽은 높다. 하지만 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며 권력에 맞서 싸운다. 특종을 빨리 보도해야 하지만 이들은 기다리기까지 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저널리스트들의 의무와 자세를 이야기한다. 거대조직, 그것도 종교에 맞선다는 부담감 속에서도 취재를 계속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의 기자들은 자신들의 직업적 사명을 완수해 간다. 미국이 배경이지만 기자라는 본분에 이토록 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째 어벤저스를 보는 느낌이다. 언론은 가이드 독(guide dog), 파수견(watch dog), 애완견(pet dog)이 다 될 수 있다. 단순히 정보만 전하는 가이드 독이 될 수도 있다. 권력을 감시하는 파수견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권력에 아부하는 애완견도 될 수 있다. 어떤 선택지를 잡느냐에 따라서 언론의 정당성이 결정된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이미지’가 시작되는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권력의 행태를 보며 산다. “매스 미디어는 두 가지 종류의 뉴스를 찾는다. 하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뉴스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는 뉴스다. 여론조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뉴스거리로 만들어 준다.” 여론조사의 대부라고 불리는 조지 갤럽이 한 말이다. 언론은 사건이나 상황을 보도하고, 현실보다 더 힘이 센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언론의 ‘틀짓기’에 따라서 상황은 다른 각도에서 보인다. 그래서 언론의 공정함, 객관성은 중요하다. 언론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파헤치기에 따라서는 권력도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죽은 권력’에 강하지 ‘산 권력’에는 강하지 않다. 영화 ‘내부자들’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대사도 나온다.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 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안줏거리를 던져 주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영화라고만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하고 무서운 대사들이다. 정치 보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언론이 정치 쟁점보다 이미지나 가십 중심의 보도를 한다는 점이다. 선거 보도를 할 때 각 후보 간의 정치적인 쟁점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인물 중심, 이미지 중심의 보도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무대에 올라온 연극에 대해 보도를 하면서 연극 자체의 완성도나 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배우들이 어떻게 캐스팅됐고, 배우들이 서로 누구와 친한지 등을 주로 보도하는 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미디어가 딱딱하고 골치 아픈 캠페인 보도를 기피하는 이유는 정치 과정조차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어야 하는 오락적인 쇼의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보도를 정책 대결보다는 개인적 자질의 대결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나온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텔레비전 뉴스가 점점 오락물처럼 변해 가는 추세를 비판하면서 뉴스가 과연 ‘오락’인지 ‘오락 뉴스’인지를 묻는다. 물론 모든 보도에서 정보와 오락의 경계선이 분명치 않을 때도 있다.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주고자 하는 좋은 의도 때문에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겉을 사탕으로 바른 약을 너무 많이 먹다 보면 어디서부터가 약이고 어디서부터가 사탕인지 애매해진다. 언론을 다룬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유권자야. 100만명을 위한 엉터리 뉴스를 하느니 100명을 위한 좋은 뉴스를 할 거야. 미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건국 이래로 끊임없이 쉬지 않고 반복해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해 온 나라야. 우리 DNA에는 그런 정신이 있어.” 언론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 힘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시 한번 해 봐야 한다.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예수를 유혹하면 밑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는 노예 마리아의 굴곡진 삶을 다룬 작품. 4월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4만~10만원. (02)588-7708. ●연극 ‘헤비메탈 걸스’ 회사의 정리해고 대상에 오른 30·40대 여직원 4명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그렸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는 작품. 6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쁘띠첼씨어터, 4만 4000~5만 5000원. 1588-1555.
  • 화재 걱정 NO, 이제 안심하고 연극 보세요

    ‘대한민국 연극 1번지’ 대학로 공연의 활성화를 위해 자치구가 지원에 나섰다. 화재 걱정 없는 안전한 공연 관람에 예산 5억원을 투입한다. 서울 종로구는 오는 10월까지 혜화동 대학로 소극장 51곳을 대상으로 ‘안전시설 개선 지원사업’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대학로에는 현재 크고 작은 공연장 140여곳이 밀집돼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찾는 소극장이 많지만 영세 극단들이 대부분이어서 화재에 있어선 취약 지대다. 열악한 사정으로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스프링클러 미비 문제나 화재 발생 시 대피의 어려움 등이 제기돼 왔다. 구는 소극장별로 700여만원 내외의 비용을 들여 안전시설 개선 공사를 한다. 종로구는 지난달 종로소방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위원 6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원내용을 확정했다. 선정된 소극장들은 피난 유도등과 유도선, 스프링클러, 자동 화재탐지 설비 등을 갖추게 된다. 일률적 개선보다는 각 소극장에 적합한 맞춤형 개선을 위해 구는 우선 종로소방서와 기존 공연장의 시설 파악에 들어간다. 각종 장치와 시설 설치 외에도 공연 전 안내방송 의무화, 주기적인 비상대피 교육 등으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할 계획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공연장 안전관리는 예술인과 관람객의 생명 문제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종로소방서와 점검반을 구성해 다음달 15일까지 공연장 92곳을 찾아 국가안전 대진단에 따른 안전 점검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새 영화] ‘아노말리사’

    [새 영화] ‘아노말리사’

    애니메이션이다. 그것도 동심을 자극하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청소년관람불가다. 상당히 수위가 높은 베드신이 나온다. 이야기가 발랄하거나 따뜻하지도 않다. 보고 나면 상당히 머리가 무거워질 정도로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아노말리사’가 그렇다. ‘존 말코비치 되기’,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가로 유명한 찰리 카우프만의 첫 번째 애니메이션 도전이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러나 공허함에 빠진 중년 남성이 1박 2일 출장길에 겪는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마이클(데이빗 듈리스)은 ‘고객을 어떻게 대할까’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작가다. 강연차 신시내티에 오게 된다. 그에게 삶은 지루함, 고독함의 연속이다. 공항에서부터 택시, 그리고 호텔에 이르기까지 마주치는 사람들이 옷과 머리 스타일, 성별만 바뀔 뿐 같은 얼굴에 같은 목소리다. 오랜만에 재회한 첫사랑도 다르지 않다. 마이클은 호텔 복도에서 우연히 리사(제니퍼 제이슨 리)의 ‘다른 목소리’를 듣고는 가슴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이클은 얼굴에 난 상처 탓에 외모 콤플렉스를 느끼며 매사에 자신 없어 하는 리사에게 점점 빠져든다. 잘하면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로 풀어갈 수 있는 중년의 일탈 이야기다. 그런데 카우프만은 인간이란 무엇인지, 산다는 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변주한다. 그것도 인형을 앞세워서. 빅브라더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의 느낌도 섞어 놓으며 쉽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기도 한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목소리 연기는 딱 세 사람이 했다. 주인공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캐릭터의 목소리는 톰 누난이 맡았다. 제작 기간이 3년이나 걸렸다는 이 작품에서 인형들은 표정 연기까지 섬세하다. 때문에 진짜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카우프만이 프란시스 프레골리라는 필명으로 작업했던 연극이 원작이다. 200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무대에 올려졌는데 라디오 플레이라는 설정에 배우 목소리만으로 극을 진행시킨 독특한 방식의 연극이었다. 코엔 형제가 연출하고 애니메이션에 나온 배우들이 그대로 목소리 연기를 했다. 당시 예산 문제로 한 배우가 여러 목소리를 연기했는 데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두 같게 들린다는 설정을 낳게 됐다. 카우프만은 ‘프레골리 딜루전(망상)’에서 필명을 따왔다. 자신이 만나는 여러 사람들이 사실은 변장을 한 동일인이며 자신만은 다른 존재라고 여기는 정신 질환을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호텔 이름도 프레골리다. 90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배우를 꿈꾸는자, 무명을 견뎌라

    배우를 꿈꾸는자, 무명을 견뎌라

    가난한 연극배우가 우울하다는 건 편견… 실제론 좋아하는 일하는 행복한 사람들 끝까지 버티는 사람만이 배우될 수 있어 이젠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되는 게 꿈… 코믹한 천만 요정? 나만의 향기 만들 것 관객들이 믿고 찾아보는 배우. 그리고 삶이 묻어나는 배우. 오달수(48)가 정의하는 대배우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서 시작한 연기 인생. 그는 얼마만큼 대배우에 다가갔을까. 생애 첫 영화 단독 주연작인 ‘대배우’(30일 개봉)에서 박찬욱 감독을 패러디한 캐릭터 ‘깐느 박’으로 함께한 선배 이경영은 시사회에서 “지금 내게 대배우는 오달수”라고 평하기도 했다. “나중에 선배가 함께 담배를 피우며 ‘내가 달수를 너무 띄워줬나?’ 하시더라구요. 저를 곱씹어 볼 수 있는 농담을 하셨다고 봐요. 대배우를 찾기 힘든 시대에요. 쉽게 만날 수도, 나오기도 힘들죠. 저는 꿈도 못 꿔요.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해도 대배우라는 소리를 한 번 들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그냥 배우라는 말을 듣는 자체가 영광스럽죠. 언젠가 이윤택 선생님께서 10권짜리 희곡 전집을 내셨을 때 한 질을 보내주셨어요. ‘배우 오달수에게’라고 사인을 하셔서. 배우라는 호칭을 함부로 안 쓰시는 분인데….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대학로를 전전하는 20년 무명 배우 장성필을 연기했다. 아동극 전문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박쥐’에서 인연을 맺은 연출부 동생에게 언젠가 ‘입봉’(감독 데뷔)할 때 함께하겠노라고 했던 약속이 파트라슈(‘플란더스의 개’) 분장을 뒤집어쓰게 했다.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땐 반갑거나 기쁘지 않았다. 외려 마음이 무거웠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연극배우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것 같다며 웃는다. “대중들은 연극배우들의 행복한 순간은 별로 상상되지 않나봐요. 시사 뒤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영화를 보니까 연극배우들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찢어지게 가난하고 힘들어 죽겠는 데 억지로 연극 하는 사람은 없어요. 좋아하니까 즐겁고 행복하게 무대에 서죠. 무명 20년이라고 하면 우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무명 20년이면 어때?’라는 배우들이 대부분이에요.” 26년간 행복한 배우로 살아왔지만 가족 생각을 하면 억장이 내려앉는 순간도 많았다. 잠시 가족과 이별하게 된 장성필이 영화 오디션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이유 또한 가족이 옆에 없는 게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국민배우이자 극단 선배인 설강식(윤제문)을 납치까지 한다.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을 ‘짬뽕’한 캐릭터다. “아이가 생겼을 때 겁이 덜컥 났어요. 새벽에 일어나 분유를 데워 먹이고 그럴 때 한 번은 불을 켰더니 방바닥에 내려놓은 분유통에 개미들이 줄을 지어 달라붙어 있는 거예요. 빨리 환경을 바꿔주고 싶은데 당장 그럴 능력이 없는 저 자신을 보며 비애를 느꼈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금도 잘해주지 못하고 바빠서 미안할 뿐이죠. 영화를 많이 하고 안 하고를 떠나 연기하는 저를 보며 딸이 자랑스러워 하는 게 보람이죠. 이제 고1이라 철이 들어 혼자 보러 다니기도 하는 데 ‘아빠, 이번엔 연기 괜찮더라’고 품평하기도 해요. 지금까지 연기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아 어찌나 고마운지….” ‘천만 요정’. 관객 10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우리 영화 13편 중 7편에 나왔다. 그의 이름 석 자가 충무로 흥행 공식과 마찬가지다. 요즘 들어선 코믹한 양념으로 뿌려지는 일이 잦아진 느낌도 든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달랐다. “외국에 조 페시라는 배우가 있어요.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하는 것 같은 데 소비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가 나올 땐 그만의 향기가 있죠. 관객들은 ‘또 저거야?’라고 하기 전에 그 배우에게서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나올 거라고 상상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배우의 향기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그런 향기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죠.” 오늘도 오달수라는 배우의 등을 보고 따라가는 수많은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삶은 참 복잡할 것 같지만 어마어마하게 단순하다고 생각해요. 하면 하고, 말면 말고. 배우가 꿈이라면, 배우를 하고 싶다면 시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 배우가 될 때까지 잘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현장행정] 흩어졌던 만해의 유산, 700㎞로 잇는다

    [현장행정] 흩어졌던 만해의 유산, 700㎞로 잇는다

    시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을 기리고자 5개 도시가 손을 맞잡았다. 서울 성북구와 서대문구, 강원 속초시와 인제군, 충남 홍성군의 수장들이 지난 22일 만해의 생가가 있는 홍성군에 모였다. 이들 5개 도시는 출생(홍성)부터 출가(인제), 수행(속초), 수감(서대문), 입적(성북)까지 만해 인생의 큰 변곡점에 있던 곳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5개 도시가 700㎞ 만해 순례길을 만들었다”며 “독립선언서에 서명하고 3·1 독립선언식에서 인사말을 한 뒤 경찰에 체포됐던 만해 선생을 기리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 다시 뜻과 마음을 모으자”고 밝혔다. 지난해 5개 도시는 서울에서 출발해 홍성 생가를 지나 백담사와 만해마을, 신흥사를 거쳐 서대문형무소와 심우장에서 끝나는 만해 순례길을 만들었다. 김 구청장의 제안으로 5개 도시는 만해 한용운 선양사업 지방정부행정협의회를 구성했다. 이날 열린 출범식에서 만해축전과 순례길 운영, 한용운 기념관 건립과 웹툰 제작 등의 사업을 5개 도시가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순선 인제군수는 “거리도 떨어져 있고 공통점도 거의 없는 5개 지방자치단체가 민족의 큰 유산인 만해의 얼을 계승하고자 모였다”고 말했다. 이병선 속초시장도 “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지자체가 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만해를 기리는 사업은 그동안 5개 도시에서 각각 이뤄졌다. 특히 학생들의 방학이 있는 여름에 만해축전, 만해대상 시상식, 백일장 등의 행사가 집중됐다. 이날 모인 자치단체장들은 만해 정신을 기리는 일이 1년 내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해는 동국대의 전신인 명진학원의 1회 졸업생으로 동국대 초대 동창회장이기도 하다. 고재석 동국대 만해연구소장은 “만해는 비록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막혀 돌아와야 했지만 세계 일주를 꿈꾸었던 세계인이었다”며 “만해 순례길을 국내 700㎞에서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북구는 만해가 해방을 1년 앞두고 생을 마감한 고택 심우장에서 그의 말년을 담은 뮤지컬 ‘심우’를 상설 공연할 예정이다. 만해의 일대기는 배우 김갑수씨가 열연했던 연극·뮤지컬 ‘님의 침묵’으로 1980~90년대 조명받은 바 있다. 영화 ‘동주’처럼 소규모 저예산으로 한용운에 대한 영화를 만들자는 의견도 쏟아졌다. 5개 도시의 지도자들은 2019년 3월 1일을 목표로 만해 한용운을 기리는 사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대구 중구는 대구를 대표하는 자치단체였다. 중구 동성로는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빌딩과 상가는 불야성을 이뤘던 대구 최대 번화가였다. 하지만 수성구, 달서구 등 외곽지가 개발되면서 점차 사양길에 들어섰다. 실제로 1980년 구의 인구는 21만 8964명이었으나 매년 줄어들면서 2012년 7만 6142명까지 내려갔다. 별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던 중구에 스토리텔링이란 아이디어가 도입됐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2007년 골목에 스토리를 입히는 근대골목사업을 추진했다. 처음 구청장에 당선된 뒤 1년 남짓 지났을 때였다. 윤 구청장은 “구청장이 되자 대부분의 사람이 지역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등 일반적인 도심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구는 재개발, 재건축 대상지가 아니라 100년 역사가 살아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따라서 윤 구청장은 기존 정책 대신 도심 재생이란 방향으로 구정을 선택했다. “도심 재생 첫 작품이 근대골목사업이었다”고 했다. 마침 중구에는 3·1운동길, 뽕나무골목, 성밖골목, 이상화·이상돈 고택 등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콘텐츠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여기에 스토리를 입히고 근대 이미지를 재현했다. 생태 잔디블록, 자연토 생태 흙 포장, 뽕나무 식재 등 친환경 디자인 작업도 병행했다. 막힌 골목을 연결하고 3·1만세운동 쌈지공원도 만들었다. 1년여에 걸친 이 같은 작업을 거쳐 2008년부터 근대골목투어라는 상품을 내놨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업 첫해에 287명이던 관광객 수가 지난해 30만 3263명까지 증가했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같은 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99곳’에 지정됐다. 또 2014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10곳 걷기 좋은 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국적인 관광지로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윤 구청장의 스토리텔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조성이란 ‘신의 한 수’를 내놨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우범지대로 전락한 방천시장 옆 골목에 ‘가수 김광석’이란 스토리를 입힌 것이다. 110m에 이르는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쌈지공원을 조성하고 김광석 조형물을 설치했다. 골목방송국과 야외공연장을 만들었다. 김광석 거리는 근대골목에 이어 또 히트작이 됐다.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주중에는 하루 1200여명, 주말에는 6000여명이 찾고 있다. 대부분 김광석을 그리는 젊은 층이고 상당수는 관광객들이다. 지난달 25일 윤 구청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전 8시 숙소에서 나와 걸어서 출근했다. “초선일 때는 오전 6~7시 집에서 나왔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구청장의 움직임에 맞춰 일찍 출근했다. 모든 공직 시스템에 혼란이 오는 것을 느꼈다”며 출근 시간을 늦춘 배경을 설명했다. 출근길에도 주요 간선 도로를 순찰해 거리 청소 상황, 보도블록 파손 실태, 불법 현수막 게재 등 지역 상황을 하나하나 챙겼다. “방문객들이 많아서 다른 지역보다 오전에는 거리 상태가 불량할 수 있다. 그래서 꼼꼼히 청결 상태 등을 챙긴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보고를 받고 결재를 했다. 10여건의 보고와 결재가 의외로 쉽게 마무리됐다. 그는 “업무 보고와 결재 전에 해당 사안에 대해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한다. 따라서 보고와 결재는 사전에 결론을 내린 것으로 일종의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3선 구청장을 하면서 업무의 효율을 위해 선택한 노하우 중 하나다. 오전 10시가 되자 3·1절 기념행사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근대골목투어 코스 중 하나인 청라언덕으로 출발했다. 윤 구청장은 “대부분 3·1절 행사가 실내에서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 현장감 있는 새로운 기념식을 위해 생각해 낸 게 3·1만세운동 재현이었다”고 말했다. 청라언덕과 3·1만세운동길 등지에서 열린 행사는 연극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공연됐고 만세삼창과 만세운동 재현 행진 등으로 진행됐다. 윤 구청장은 이어 구교남 YMCA 회관 보수공사와 김광석 거리 내 방천스토리하우스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YMCA 회관은 건물 내·외부를 모두 교체하고 있으며 오는 9월 15일 YMCA 창립총회 기념일에 재개관된다. 점심은 약령시에 있는 식당에서 골목해설사 52명과 했다. 중구 소속 골목해설사는 현재 70명이 있으며 외국어 해설사는 29명이나 된다. 윤 구청장은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앞으로도 근대골목을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 근대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점심 후 야시장 개설을 추진 중인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윤 구청장은 동행한 실무자들에게 기존 상인과 야시장 운영 상인 간의 소통을 통해 갈등이 없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구청으로 돌아온 뒤 오후 결재와 보고를 마친 뒤 곧바로 소회의실에서 열린 노천카페 검토 회의를 주재했다. 지역 관광호텔에 대해 노천카페를 허용하는 사안으로 윤 구청장은 민원 발생을 최소화하고 위생 관리와 이용객들이 편리한 방향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6시 30분에는 시장·구청장·군수 정책협의회에 참석했다. 대구시와 각 구·군 간 상생발전과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개최되는 이 모임에서 그는 경부고속철도변 동인동 구간 녹지 조성과 김광석 거리 공용화장실 신축 등에 시의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 협의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윤 구청장은 “그동안 구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의 섬세함으로 현장을 찾아다니며 주민 한 분 한 분의 말에 귀 기울인 결과”라며 “관광 불모지인 중구가 대한민국 명품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아이들의 몸과 마음 지켜주는 ‘동심 행정’] 왕따 당해본 아이, 왕따할 수 없죠

    [아이들의 몸과 마음 지켜주는 ‘동심 행정’] 왕따 당해본 아이, 왕따할 수 없죠

    지난해 교육부가 진행한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가 중·고등학생보다 월등히 높다. 초4~고3 학생 390만명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3만 4000여명(0.9%)이었다. 이 중 초등학생이 1만 9000여명(1.4%)으로, 중·고등학생(1만 5000여명, 1.2%)을 합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사회성과 인성이 자리잡는 초등학생들에게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절실한 까닭이다. 이런 이유에서 중구는 25일부터 오는 7월까지 지역 초등학교를 돌면서 ‘안전한 학교 만들기’ 심리극을 진행한다. 지난해 7개 학교에서 펼친 안전한 학교 심리극이 학생과 부모에게 큰 호응을 얻어 올해는 공립학교 2곳을 추가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23일 “아이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자치구의 중요한 업무”라면서 “심리극을 통해 학교폭력 유형을 간접 체험한 아이들은 가해자의 심리가 무엇인지, 또 피해자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주입식이나 강의식 교육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극은 김영한 별자리사회심리극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왕따, 언어·신체 폭력, 금품갈취, 사이버폭력 등 유형별 문제점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우도록 이끈다. 특히 올해는 학부모를 위한 심리극 시간도 마련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의사소통 창구로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녀 고민을 주제로 부모·자녀 간 대화 사례를 연극으로 보여줌으로써 원활한 감정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희곡도 소설처럼 쉽고 편하게

    첫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인기 희곡 책은 문단에서도 ‘소수자’ 취급을 받고 대중들에게도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이런 희곡 책을 페이퍼백(문고판) 소설처럼 손쉽게 읽을 수 있게 한 희곡선이 나왔다. 출판사 이음에서 기획한 이음희곡선이다. 첫 작품은 ‘검열 논란’에 휩싸였던 박근형 연출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이다. 현재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개막일인 지난 10일에 맞춰 출간됐다. 이음 측은 올해 남산예술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장우재 연출 및 작가의 ‘햇빛 샤워’(5월 17일~6월 5일), 고연옥 작가의 ‘곰의 아내’(7월 1~17일), 김수정 작가의 ‘파란 나라’(11월 16~27일)를 차례로 개막일에 맞춰 펴낼 예정이다. 책은 페이퍼백처럼 가볍고 작다. 보통 책 크기는 가로 153㎜, 세로 224㎜인데 희곡선은 105㎜, 185㎜로 손바닥만 하다. 전체 쪽 수는 100쪽 내외로 얇다. 책값도 5500원으로 요즘 책 가격의 절반 정도다. 이음희곡선을 기획한 김우영 편집자는 “한국 문학에서 특히 존재감이 약한 희곡, 그중에서도 동시대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치열하게 담은 현대창작극을 선별해 펴낼 계획”이라면서 “독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볼 수 있게 책을 작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음희곡선은 국내 공연계에선 드물게 작품이 올라가고 있는 공연장에서 판매도 하고 있다. 관객들이 공연 전후 프로그램을 사서 보듯, 극장에서 대본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한 것. 실제로 남산예술센터에서는 연극을 보고 난 관객들이 희곡 책을 사 드는 풍경이 흔해졌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의 경우 지난 주말 극장에서 팔린 부수만 100여부에 이르고 평일에도 평균 20~30부는 꾸준히 팔리고 있다. 조유림 남산예술센터 프로듀서는 “공연이 끝나고 나면 연극계 관계자나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대본을 보고 싶다며 관심을 많이 보인다. 희곡은 출간도 판매도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새로운 희곡이 발굴, 유통되는 건 연극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일이라 창작 작품의 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도지사 공관서 ‘굿모닝’

    도지사 공관서 ‘굿모닝’

    경기도지사 공관을 관광·숙박 명소로 탈바꿈시킨 ‘굿모닝하우스’가 다음달 20일 개방된다. 21일 도에 따르면 수원시 화서동 43-7에 있는 경기도지사 공관이 지난해 12월 리모델링과 증축 공사를 완료하고 ‘굿모닝하우스’로 재탄생했다. 18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1967년 지상 2층에 연면적 796㎡ 규모로 건립된 공관은 2014년 6월까지 47년간 경기도지사 관사로 활용됐다.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성을 갖춰 사료 가치도 높은 도지사 공관은 11대 박태원 지사부터 32대 김문수 지사까지 총 22명이 이용했다. 현재 해빙기 점검 중이며 다음달 8~10일 임시 개방한 뒤 20일부터 일반인 이용이 가능하다. 리모델링한 공관은 786㎡ 규모로 호스텔, 전시장, 연회장 등으로 꾸몄고 1·2층 건물 전면부에는 대형 유리문을 설치했다. 카페동은 도민들을 위한 휴식 및 다목적 공간으로 개방한다. 호스텔은 특실(35㎡) 1개와 일반실(25㎡ 내외) 4개를 갖췄다. 전시장에는 역대 도지사 사진, 애장품, 생활용품, 외빈 선물 등을 전시했다. 공관 중앙에 있는 잔디정원은 연극, 전시, 체험학습 등 문화 프로그램 운영과 취약계층 및 다문화가족을 위한 무료 결혼식장으로 사용한다. 당초 이달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총선 전에 개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한 달가량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를 통해 경기도사회적기업협의회와 행복FNC 컨소시엄이 위탁운영 사업자로 결정됐다. 글 사진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석철주 개인전 현대적 감성과 아크릴로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석철주 작가가 사계절의 변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신몽유도원도’(작품) 등 신작을 중심으로 15여 점의 대작을 선보인다. 중구 소공로 쌍용남산플래티넘 금산갤러리, 23일부터 4월 22일까지. (02)3789-6317. ●신한신진작가공모전 ‘살아있는 것들’ 신한갤러리의 젊은 작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 첫번째 전시. 김민정, 김해진, 왕덕경, 정문식 작가의 평면회화 및 설치, 영상 작업 등 다양한 매체 작업. 강남구 역삼동 신한아트홀 내 갤러리, 28일부터 5월 7일까지. (02)2151-7684. <대중음악>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기타리스트 최희선 콘서트 20년 넘게 가왕을 보좌해온 국내 정상급 기타 연주자가 최근 솔로 2집 앨범을 발표하고 단독으로 꾸리는 무대. 25일 오후 8시·26일 오후 7시, 백암아트홀. 6만 6000원. (02)541-7110. ●박주원 기타 콘서트 ‘집시 시네마’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 음악을 강렬한 집시 스타일로 재해석한 음반을 바탕으로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싱어송라이터 프롬, 색소폰 연주자 장효석 등과 함께하는 무대. 26일 오후 7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6만 6000~7만 7000원. (02)3143-5480. <연극·뮤지컬>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통해 격동의 시대, 비극의 시대에 자유와 독립을 꿈꿨던 순수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2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8만원. (02)523-0986. ●연극 ‘환도열차’ 1953년 피란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還都)열차가 시간을 초월해 2014년 서울에 불시착한다는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 22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만~5만원. (02)580-1300. <클래식·국악> ●광림아트센터 브런치콘서트 실내악 연주단체 나인9뮤직소사이어티가 ‘챔버 뮤직, 그 화려한 유혹’이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현악 앙상블의 연주와 해설을 들려준다. 커피와 쿠키를 즐기며 공연 내용을 미리 들어보는 프리뷰 콘서트도 공연 직전 마련된다. 26일 오전 11시. 2만원. (02)2056-5787. ●염경애의 심청가-강산제 분명한 성음과 강인한 통성을 자랑하는 염경애 명창이 4시간 넘게 ‘심청가’ 전체 사설을 완창한다. 26일 오후 3시. 국립극장 KB하늘극장. 2만원. (02)2280-4114~6.
  • 군위군 ‘삼국유사의 고장’ 홍보 나서

    군위군 ‘삼국유사의 고장’ 홍보 나서

    경북 군위군과 한국국학진흥원이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홍보를 위해 손잡고 나섰다. 군위군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군위 정체성 선양·홍보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김영만 군위군수와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지난 14일 군위군청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설화 내용을 중심으로 구연동화 교재를 개발하고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의 경상도 방언) 이야기꾼을 양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과 군위 정체성을 연계한 교육 및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성면 화본마을운영위원회 회원 10여명으로 ‘할매·할배 삼국유사 연극단’을 꾸려 공연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앞서 군위군과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유실된 삼국유사 목판(총 5권 2책 110장)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 10일 안동·예천 경북신도청사 개청식 때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군위군은 고려 후기 일연(1206∼1289) 스님이 고로면 화북리 인각사에서 고조선에서부터 고려시대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 역사서인 삼국유사를 완성한 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 홍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영만 군수는 “이번 협약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군위와 삼국유사를 보다 재미있고 알기 쉽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군위군-한국국학진흥원 군위 선양·홍보사업 손잡기로

    군위군-한국국학진흥원 군위 선양·홍보사업 손잡기로

    경북 군위군과 한국국학진흥원이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홍보를 위해 손잡고 나섰다. 군위군은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군위 정체성 선양·홍보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김영만(사진 오른쪽) 군위군수와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지난 14일 군위군청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앞으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설화 내용을 중심으로 구연동화 교재를 개발하고 할매·할배(할머니·할아버지의 경상도 방언) 이야기꾼을 양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과 군위 정체성을 연계한 교육 및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성면 화본마을운영위원회 회원 10여명으로 ‘할매·할배 삼국유사 연극단’을 꾸려 공연 활동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앞서 군위군과 한국국학진흥원은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유실된 삼국유사 목판(총 5권 2책 110장)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 10일 안동·예천 경북신도청사 개청식 때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군위군은 고려 후기 일연(1206∼1289) 스님이 고로면 화북리 인각사에서 고조선에서부터 고려시대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를 폭넓게 다룬 역사서인 삼국유사를 완성한 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 홍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영만 군수는 “이번 협약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군위와 삼국유사를 보다 재미있고 알기 쉽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자부심과 정체성 확립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서울시 ‘연극 축제 지원사업’ 공모

    서울시는 연극 대중화와 연극인 창작 역량 제고를 위해 ‘연극축제 지원사업’을 운영할 단체를 공모한다고 13일 밝혔다. 모집 대상은 ‘대한민국연극제 참가 지원’ 사업을 운영할 단체와 ‘해외극단 교류 지원’, ‘서울시민연극제’ 등 두 사업을 운영할 단체다. 사업을 맡게 되면 ‘2016 대한민국연극제’에 서울 대표로 참가할 작품의 연습과 시범공연 등 준비 과정을 돕게 된다. 해외극단 교류 지원사업은 해외 우수 극단을 초청해 공연과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는 서울시에 주 사무소를 두고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연극 관련 사업 수행 경험이 있는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 등이 할 수 있다. 참가자는 14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문화예술과에 방문해 신청서와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뮤지컬 ‘아마데우스’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고뇌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아시아 최초 내한 공연. 다음달 24일까지,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6만~16만원. (02)541-6236. ●연극 ‘백중사 이야기’ 명령과 계급에 의해 단순화돼 있는 군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백중사’와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 삶, 꿈, 그리움을 표현한 작품. 다음달 10일까지, 종로구 대학로 선돌극장, 전석 2만 5000원. (02)3142-2461.
  • 시공간 넘나드는 ‘환도열차’ 2년 만에 다시 달린다

    시공간 넘나드는 ‘환도열차’ 2년 만에 다시 달린다

    22일~새달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2014년 초연 당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웅장한 이야기와 한 편의 영화 같은 연출로 호평을 받은 연극 ‘환도열차’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환도열차’는 1953년 피란민을 태우고 부산에서 출발한 환도(還都)열차가 시간을 초월해 2014년 서울에 불시착한다는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60여년을 훌쩍 뛰어넘어 서울에 나타난 열차 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죽고 오직 한 여자만 살아남았다. 20대 초반의 이지순이다. 그녀는 남편을 찾기 위해 환도열차에 몸을 실었다. 정부 관계자들은 시공을 이동한 충격적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지순은 아흔 살 노인이 돼 버린 남편과 바뀐 서울의 모습에 큰 혼란을 느끼면서 자신의 시공으로 돌아가려 한다. 중견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2000년대 초반 대학로에서 주목을 받던 그는 영화계로 잠시 떠났다가 2010년 연극계로 되돌아왔다. 재공연은 초연 대본을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 군더더기를 덜어냈다. 공연 시간도 초연 때 3시간에서 2시간 30분으로 줄였고 희극적인 내용을 부각해 극적 대비감도 더했다. 장우재는 “말하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려 하다 보니 자연히 공연 시간이 줄었다. 재공연은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내가 몰랐던 것을 보게 된 상태에서 작업하는 만큼 본격적으로 작품을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공연에선 진정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를 더욱 섬세하고 다이내믹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도열차의 유일한 생존자 ‘이지순’ 역은 김정민이, 지순 남편 ‘한상해’ 역은 윤상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다 환도열차의 기이한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으로 파견된 한국계 미국인 ‘제이슨 양’ 역은 이주원이 열연한다. 이들 외에도 20여명의 배우들이 출연해 60여년의 세월을 오가며 40여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1만~5만원. (02)580-1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7개 이야기 풀어낸 한국사회의 뜨거운 민낯

    27개 이야기 풀어낸 한국사회의 뜨거운 민낯

    배우 스스로 작가가 돼 우리 사회와 우리의 모습을 관찰하고 진단한 독특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의 창작극 ‘한국인의 초상’이다. 극은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단면을 보여 주는 27개의 에피소드가 불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성인이 돼도 부모에게 의지하며 생활하는 마마보이, 해고도 카카오톡으로 통보하는 세태 등 각각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지난해 국립극단과의 첫 작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국내 주요 연극상을 휩쓴 작가 겸 연출가 고선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기존 연극 제작 방법과는 궤를 달리한다. 다큐멘터리와 즉흥극 기법을 토대로 공동 창작을 했다. 배우 개개인이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를 즉흥 연기로 풀어낸 것을 고선웅이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다듬었다. 배우들이 자신이 겪었거나 주변 사람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논의 끝에 연극화가 가능하면서도 지금의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추린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즉흥연기를 펼치면 고선웅이 연기를 선별해 한 편의 연극으로 완성한 것. 극단 측은 공동 창작 배경에 대해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한국인과 한국 사회에 대해 한 명의 작가가 대본을 써서 완결된 구조의 희곡을 만들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언어보다는 몸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려고 하는 점도 색다르다. 무용가이자 안무가 김보람은 귀에 익숙한 음악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각각의 에피소드에 생기를 더할 계획이다. 고선웅은 “자기 비하와 냉소가 아닌 자기 응시와 연민의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여러 사건·사고에 부아가 치밀고 분기탱천할 일투성이지만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처신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우 김정은, 김정환, 이기돈, 백석광, 안병찬 등이 열연한다. 12~2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 전석 3만원. 1644-2003.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①‘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①‘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

    파리를 매일 걷고 걸으며 오늘의 파리와 만났다.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걷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 속절없지만 흐르는 시간이 아쉬워 내가 걸어온 길을 자꾸 뒤돌아보았다.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한가운데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왜 단테의 ‘지옥’에 매혹되었을까? 부티크호텔 산 레지스의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에펠탑. 왼편 아래 건물은 이브 생 로랑의 저택이다샹젤리제 인근 나폴레옹호텔 스위트룸에서 보이는 개선문과 프히들렁 거리파리에선 길을 잃어도 좋아. 파리에 대한 낯간지러운 찬사다. 좀 민망하지만 과장은 아니다. 파리는 어디를 가나 황홀할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할로겐 가로등 덕분인지 거리에 덩그렇게 놓인 쓰레기통조차 예쁜 도시. 세상에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 파리에서 만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파리의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져요. 봐야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지나친 말이 아니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나도 그랬으니까. 파리에서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어제와 오늘은 동네를 산책하듯 걸었지만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를 길이었다. 이런 간절함 때문일까. 나는 거리마다, 골목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파리와 만났다. 파리는 매일 변한다. 나는 파리에서 3주간 머물렀지만 에펠탑이나 루브르, 개선문은 내내 뒷전이었다. 과거의 파리가 아닌 오늘 이 순간의 파리를 보고 싶었다.1977년에 지어진 퐁피두센터는 2016년에 보아도 미래지향적이며 도발적이다. 20세기 건축의 아이콘퐁피두센터 안에는 국립근현대미술관도 있고 도서관, 사진 갤러리도 있다. 기획전을 제외하면 무료다퐁피두센터 바로 옆, 스트라빈스키 광장에 조각가 니키 드 생팔과 장 팅겔리가 함께 만든 ‘니키 분수’가 자리했다퐁피두센터 설립을 결정한 프랑스 전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는 파리 한가운데 있는 근현대미술관이자 복합문화시설이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퐁피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에서 며칠을 지냈다. 중정中庭을 가진 좋은 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안한 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빵을 사러 갈 때마다 자연스레 퐁피두와 마주쳤다. 저 앞에 턱하니 자리 잡은 퐁피두를 뒤로하고, 동네 주민인 척 퐁피두의 뒷골목을 걸어 다녔다. 바게트를 사서 반으로 ‘접어’ 에코백에 넣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은 가벼웠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파리지엥인 척하는 시간의 한가운데 퐁피두가 있어 내가 지금 파리에 있음을 더욱 실감했다. 파리에 오지 못한 기나긴 시간 동안 파리를 떠올릴 때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가장 그리운 곳이 퐁피두였다. 퐁피두 하면 떠오르는 기억의 잔상, 지워지지 않은 시간 때문이다.아주 오래 전 퐁피두에 처음 왔을 때 나는 퐁피두에서 ‘파리답다’고 말할 어떤 공기를 느꼈다. 퐁피두 앞 광장에서 파리의 싱그러운 청춘들을 보았다. 외부에 노출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퐁피두 6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파리 시가지의 나지막한 스카이라인도 잊을 수 없다.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의 사크레쾨르 성당 같은 파리의 풍광 속에 한껏 젖어 들었다. 여기가 파리구나. 그때 파리에 왔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퐁피두에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퐁피두 앞 광장에 않아 주변을 살피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퐁피두의 외관만 바라보고 있어도 어느새 기분이 유쾌해진다. 퐁피두를 난생 처음 보는 관광객은 “왜 파리 한가운데 공장이 있죠?” 하고 묻기도 한다. 공장이 아니라고 하면 공사 중인 건물이냐고도 묻는다. 그만큼 겉모양이 파격적이다. 얼핏 건물은 안이 다 들여다보이고 에스컬레이터뿐만 아니라 수도관, 가스관, 철근 등이 모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발전하는 공간의 도해Evolving Spatial Diagram.’ 퐁피두란 공간의 의미는 시각적으로 이렇게도 표현된다. 2016년에 보아도 미래지향적인 이 건물이 정작 1977년에 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감동은 배가된다.1977년 문을 연 퐁피두센터는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와 영국 출신의 리처드 로저스가 지었다. 전 세계 공모를 통해 모인 49개국 681점의 설계안 중에서 이들이 선정되었을 때 렌조의 나이는 겨우 서른다섯이었다. 작년 초 입주한 광화문의 KT 신사옥을 설계한 이가 바로 렌조 피아노다. 퐁피두는 강철과 유리로 지은 건물이다. 1만5,000톤의 강철과 표면 면적 1만1,000㎡에 달하는 유리가 사용되었다. 안에서는 밖을, 밖에서는 안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건물 안과 밖이 서로를 바라보며 소통한다. 에스컬레이터는 건물 가운데가 아닌 바깥쪽으로 빼내 내부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내부에 기둥 또한 없어 자유롭게 공간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다.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의 하나가 되었지만 건립 당시에는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거셌다. “안이 다 들여다보이잖아요!” “외부의 벽을 다 벗겨낸 것 같다고요!”퐁피두의 반대자들은 이단아 같은 퐁피두의 외양이 클래식한 도시, 파리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파리 중심부를 재개발하면서 퐁피두 설립을 강력한 의지를 갖고 결정한 이는 프랑스 전 대통령인 조르주 퐁피두다. ‘퐁피두’란 이름은 바로 그에게서 따왔다. 그 후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퐁피두는 외관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이런 게 대통령이 가져야 할 혜안이고, 대통령이 내려야 할 결정이다.퐁피두센터는 유럽 아트신scene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해진다.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건축, 사진 그리고 뉴미디어 작품까지 포괄한다.가로 166m, 세로 60m, 높이 42m의 공간에 7만점의 작품이 정기적으로 교체되며 매년 스무 개 정도의 새로운 전시를 이어간다. 그러니 지난달에 퐁피두를 갔다 해도 이번 달에, 다음 달에 또 가야 할 일이다. 퐁피두에선 전시뿐만 아니라 음악, 댄스, 연극, 공연과 영화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갖가지 장르의 이벤트와 순수미술의 접점, 상호작용은 퐁피두의 큰 관심사다.퐁피두는 1989년을 경계로 과거와 새로운 시대를 구별한다. 1989년 11월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럽 미술계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한편 유럽은 천안문 사태를 통해 엿보게 된 중국의 새로운 모습에 관심을 기울였다. 유럽의 시선으로 볼 때 새로운 예술적 영토가 생겨났다.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컨템포러리 아트 비엔날레 같은 인터내셔널한 아트신에 불현듯 등장하면서 세계 예술계의 지형에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다. 퐁피두는 이처럼 세계 예술계의 변화된 지형에 포커스를 맞추고 특히 동유럽, 중국, 레바논과 여러 중동 국가, 인도, 아프리카, 남미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파리에 여행을 왔는데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나는 루브르나 오르세보다 퐁피두를 권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몬드리안, 미로 등 다양한 작품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퐁피두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도서관, 서점, 기념품 숍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파리 청춘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보기 좋다. 퐁피두 옆, 프랑스 조각가인 니키 드 생팔이 만든 ‘니키 분수’도 놓치면 안 될 볼거리다.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중국인 아버지와 콩고 출신 어머니를 둔 작가, 위프레도 람Wifredo Lam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퐁피두센터는 전통적인 예술의 범주에서 벗어나 장르의 믹스 같은 다양한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을 기울인다퐁피두센터Place Georges-Pompidou, 75004 Paris, France +33 1 44 7812 33 11:00~22:00 (화요일 휴무) 성인 14 www.centrepompidou.fr로댕박물관은 한때 로댕, 장 콕토, 마티스, 이사도라 덩컨이 살았던 저택이다높이가 6.5미터에 달하는 주조물인 ‘지옥의 문’은 로댕 박물관의 장미정원에서 볼 수 있다루브르보다 로댕이 좋은 이유로댕박물관Musee Rodin이 2015년 11월12일에 새로 문을 열었다. 3년간의 리노베이션으로 전에 비해 좀 더 박물관답게 면모했다. 로댕이 살았던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전면적인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긴 처음이다. 매년 70만명이 지나다닌 쪽모이 세공 마룻바닥의 많은 부분이 말끔히 교체되었다. 석고, 회반죽, 흙을 섞어 물로 갠 플라스터를 재료로 쓴 작품도 새로이 전시되었다. 그동안 수장고에서 잠자던 작품들이다. 플라스터 작품들은 로댕의 작업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단서들이다.로댕박물관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은 저택이다. 로댕이 한때 살았던 집이다. 1908년 로댕은 자신의 비서였던 릴케의 소개로 1층에 있는 4개의 방을 빌려 4년 동안 이 집에서 살았다. 로댕뿐만 아니라 작가 장 콕토, 화가인 앙리 마티스,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한때 이 집에 살았다. 로댕박물관의 컬렉션과 작품만큼 박물관 건물 자체가 특별한 역사를 가진 셈이다.나로선 사이즈만 보면 루브르보다 로댕박물관 같은 곳이 더 좋다. 물론 루브르는 명실공이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박물관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숨이 막힌다. 일단 관람객이 너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제 아무리 비집고 들어가도 모나리자 그림에서 5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루브르의 모든 관람객이 모나리자를 향해 돌진하기 때문이다. 루브르까지 와서 사람들에게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보면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다. 봐야 할 예술품이 너무 많은 것도 때로는 고역스럽다. 미로 같은 박물관에서 빠져 나오기도 쉽지 않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루브르에 갈 때는 자기만의 테마를 갖고 작품을 선별적으로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평이 길었지만 루브르가 좋을 때도 있다. 늦은 밤, 루브르 호텔 옆 파사쥬 리슐리외 입구를 지나 유리창 너머 루브르를 보았을 때처럼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루브르는 의심할 바 없는 예술의 신전이다.로댕은 말년에 이르러 자기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수집한 예술품, 여기에 수반하는 저작권을 모두 국가에 기부했다. 로댕박물관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로댕박물관이라고 해서 로댕 작품만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처럼 로댕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의 작품도 있고, 고흐나 뭉크 같은 화가의 그림도 볼 수 있다. 로댕미술관에서 그의 조각만큼이나 내 눈길을 잡아끈 건 로댕의 데생 그림들이다. 로댕은 장장 7,000여 점의 데생을 남겼다. 그는 흑연과 목탄, 브라운 컬러의 수채물감으로 종종 여성 또는 인체의 움직임을 그려냈다. 조각뿐만 아니라 데생에서도 로댕은 자기의 두 손으로 인간을 완전히 창조했다. 그는, 신이 조각가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신의 손’을 가진 조각가라고 여겼을 것이다.새롭게 단장된 로댕박물관은 로댕의 연대기와 테마에 따라 18개 전시실로 구성된다. 예컨대 ‘비롱 저택의 로댕Rodin at the Hotel Biron’이란 방은 로댕이 실제 살았던 시기의 모습으로, 당시 사용한 가구와 그가 수집한 작품으로 정교하게 복원되었고, ‘로댕과 고대Rodin and Antiquity’란 방은 로댕이 앤티크 딜러에게 사들인 고대 그리스, 로마의 조각으로 꾸며졌다. 로댕은 수많은 그리스, 로마의 조각 파편을 수집했고, 그중 100여 점이 이곳에서 전시 중이다. 로댕은 젊은 시절부터 고대 문명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지옥’이란 테마에 매혹된 계기가 된 것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게 된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때문이다. 그의 작품 ‘워킹 맨The Walking Man’의 경우처럼 로댕은 자기에게 영향을 끼친 고대 그리스에 대한 존경을 그의 컬렉션으로 표현했다.로댕박물관 건물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정원은 크다.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생각하는 사람’처럼 로댕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조각품을, 좁은 박물관 실내가 아닌 한가로운 정원에서 볼 수 있다. 고요한 정원은 아무도 없는 심야의 루브르처럼 평화롭지만 ‘칼레의 시민’이나 ‘지옥의 문’ 같은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내게 칼레의 시민은 칼레시를 구하기 위한 영웅들이 아니라 죽음에 직면한, 죽음을 자기의지로 선택한 사람들로 보인다. 모든 인간이 한 번은 마주하게 될 순간이다.‘지옥의 문’은 또 어떤가? 지옥에서 입맞춤하고, 생각하고‘생각하는 남자’의 전신, 달아나고, 떨어지고, 순교하고, 타락하는 인물상의 모습에서 폭력, 절망, 열정 등 지옥이란 또 다른 세계에 매혹된 로댕의 심경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지옥의 문은, 박물관에 들어서면 만나는 장미정원의 왼쪽 끝에 있고, 오른편 끝에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로댕이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에 영향을 받아 지옥의 문을 만든 거라면 그는 지옥 자체가 아니라 지옥 다음에 이어질 ‘연옥’과 ‘천국’이란 세계 또한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의 문’ 건너편에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건 자연스럽다.위대한 조각가에게도 세상사의 부침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로댕은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18살 때 가사를 돕기 위해 석고 세공업자에게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조각을 시작했지만 그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년에 이르러 자기의 모든 작품을 국가에 기부하고자 했지만 그것도 간단치 않았다. 프랑스 국회는 로댕의 작품 기증 건을 표결에 붙였는데, 찬성 391표, 반대 52표로 개운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삶만큼이나 죽음도 드라마틱하다. 그는 1917년 1월29일, 평생 자신의 모델이 되어 주고 함께해 준 로즈 브레와 결혼했는데 그녀는 불과 보름 후인 2월14일에, 로댕은 같은 해 11월17일에 세상을 떠났다. 스물네 살의 청년, 로댕이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수업을 듣다 우연히 만난 여자가 로즈 브레다. 로댕박물관은 로댕이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인 1919년에 오픈했다.로댕박물관에는 로댕의 조각뿐만 아니라 고흐나 뭉크 같은 화가의 그림도 있다공간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매우 현대적인 제스처의 ‘워킹 맨The Walking Man’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뜬 소문’‘칼레의 시민’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과감하게 확대, 묘사해 극적인 효과를 준다로댕박물관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France +33 1 44 18 61 10 10:00~17:45(월요일 휴무) 성인 €10 www.musee-rodin.fr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②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

    해외여행 | 파리, 한낮의 꿈 ②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

    꼭 한 번은 파리‘부티크’파리에서는 꼭 한 번 부티크 호텔에 묵고 싶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좀체 들지 않았던 호기심이 고전미의 도시, 파리에서는 몽실몽실 피어올랐기 때문이다.산 레지스 호텔 곳곳에 걸린 그림의 수준만 보아도 산 레지스 호텔의 격이 드러난다파리 패션신의 한 장면으로 종종 등장했던 산 레지스 호텔의 현관●부티크 호텔의 기준 호텔 산 레지스Hotel San Regis 샹젤리제 거리의 국립미술관이자 갤러리인 그랑팔레Grand Palais 인근 호텔인 산 레지스의 게스트 중에는 유명인이 많다. 그중 한 사람은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제물로’ 회장이다. 23년 동안 페라리를 이끌었던 그는 어떤 인연으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마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뉴욕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브 몽탕을 만났는데 그가 슬쩍 ‘산 레지스’를 알려 줬어요.”몬테제물로나 이브 몽탕처럼 산 레지스를 각별히 여긴 셀러브리티는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광고 아닌 친분을 통해 산 레지스를 알게 되었고, 비밀의 장소처럼 산 레지스를 간직했다.지난 시절 산 레지스에는 영화감독 루이 말,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배우 진 켈리 등 여러 배우와 유명인이 드나들었다.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는 산 레지스를 한동안 자기 집처럼 사용했다. 한 번은 그녀가 어느 신진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뉴 룩New Look’이란 신조어로 소개했는데 그 디자이너가 바로 크리스찬 디오르다. 카멜 스노와 크리스찬 디오르로 인해 산 레지스는 고전적인 파리지엥 스타일의 정수를 간직한 파리 패션 신의 주요한 스폿으로 등장했다. 지난 시절, 유명인들이 숨어 지내기를 좋아했던 산 레지스에 요즘에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오느냐는 질문에 산 레지스의 매니저 사브리나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요즘도 셀러브리티들이 많이 오지만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어요. 그들이 먼저 미디어 앞에서 말하기 전까지는요.”사브리나는 15년째 산 레지스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 오기 전 다른 호텔에서 일한 기간까지 합치면 27년째 호텔리어로 일하고 있는데 산 레지스의 분위기와 꼭 닮았다.“사브리나가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호텔 브로슈어를 살펴보다 그녀에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머리를 단정히 모으고, 하얀색 투피스를 입은 그녀는 산 레지스처럼 기품 있고 우아했다.딜럭스룸의 붉은색 커튼을 마주하고 있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19세기로 돌아간다파리의 고전미가 강렬한 산 레지스의 스위트룸럭셔리 부티크 호텔이지만 카페의 음료와 디저트 메뉴는 그다지 비싸지 않다. ‘Paris-Breast’가 맛있다산 레지스에서 머무는 동안 부러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19세기 파리의 타운하우스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산 레지스는 호텔이라기보다 저택에 가깝다. 19세기의 타운하우스를 1923년 호텔로 개조했다. 방의 컬러는 밝은 노란색에서 진한 붉은색까지 제각기 다르다. 특히 딜럭스룸, 프레스티지와 스위트룸에선 아름다운 옷장, 글을 쓸 수 있는 책상, 화장대, 윙체어 같은 유니크한 걸작품을 볼 수 있다. 산 레지스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모던한 편의성을 더했다. 신중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디테일에 집중해 ‘Home away from home’, 말 그대로 ‘내 집처럼 편안한 호텔’이다. 나로선 1857년에 지은 타운하우스가 159년이 지난 2016년 현재까지 럭셔리 부티크 호텔로 온존해 왔다는 사실이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1980년대 중반 산 레지스의 ‘르네상스’를 가져온 이는 엘리 조르주Elie Georges라는 남자다. 1984년 산 레지스 호텔을 인수한 그는 호텔리어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사업가였다. 엘리 조르주는 처음 산 레지스 호텔을 방문한 후 이렇게 말했다.“신고전주의 파사드와 실내 공간, 그리고 그때까지 여전히 남아있던 고가구가 서로 완벽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매혹됐어요.”1985년 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피에르 이브 로숑Pierre-Yves Rochon에게 호텔의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타운하우스의 성격을 살리면서 동시에 각각의 방을 유니크하게 꾸미기 위해 모든 소품을 결정한 사람이 바로 피에르였다.산 레지스는 지난 해 다시 한 번 리노베이션을 시작했다. 샤워 부스를 별도로 만들었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발을 쭉 뻗어도 발끝이 닿지 않을 만큼 욕조가 커졌다. 클래식이란 명목으로 설비의 불편함을 감추지 않는다.늦은 밤, 차를 마시고 싶어 룸서비스에 뜨거운 물을 부탁했다. 잠시 후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새하얀 린넨에 묵직한 금색 포트와 꿀, 찻잔을 들고 나타난 이는 깨끗하게 차려 입은 노년의 신사였다. 차 한 잔을 마시는 게 매우 행복했던 밤이었다. 오후에 카페에서 쇼콜라쇼를 서빙해 준 웨이터, 조제는 33년째 산 레지스서 일한다고 했다. 어쩌면 조금 전 포트를 가져다준 그도 조제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19세기 파리의 타운하우스에서 파리지엥처럼 하룻밤을 보낸다. 꿈같은 시간이다.다음 날, 아침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내려가니 손님의 수는 채 열 명이 안 됐다. 산 레지스의 객실은 전부 42개뿐이다. 내게 산 레지스는 파리의 멋, 파리의 색, 파리다운 완벽한 호텔로 기억된다.“Merci, San Regis, Au revoir고마워요, 산 레지스, 또 만나요.”여담 한 가지. 산 레지스 레스토랑의 지붕은 유리다. 체크인 후 유리를 통해 떨어지는 햇살을 맞으며 카페에서 쇼콜라쇼를 마셨다. 진하지만 달지 않아 좋았다. 맙소사, 그 자리에서 쇼콜라쇼 세 잔을 내리 마셨다. 며칠 후 다시 산 레지스를 찾았다. 며칠 동안 내내 첫날 마신 쇼콜라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호텔 산 레지스★★★★★ 12 rue Jean Goujon 75008 Paris, France +33 1 44 95 16 16 www.hotel-sanregis.fr러시아 남자와 프랑스 여자의 러브 스토리를 간직한 나폴레옹 호텔나폴레옹 로비 한 편에서 호텔 오너였던 프랑스 여자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나폴레옹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 애비뉴룸. 창밖으로 개선문을 볼 수 있다●러시아 남자, 파리 여자의 사랑 호텔 나폴레옹Hotel Napoleon 1920년대 후반, 파리의 프랑스문학클럽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남자는 러시아 출신의 부유한 사업가였고, 여자는 아름다운 파리지엔느였다. 남자는 러시아 혁명의 소용돌이를 피해 파리로 온 것 같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져 들었고, 남자는 여자를 위해 특별한 결혼 선물을 준비했다. 이 선물을 통해 여자가 파리 상류층의 사교계에 들어가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를 원했다. 남자가 준비한 선물은 파리 8구에 있는 ‘호텔’이었다. 개선문에서 가깝지만 샹젤리제 대로변에서 한 블록 뒤에 자리 잡아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7층짜리 건물이었다. 호텔의 7층, 스위트룸에선 한쪽 창문으로 개선문이, 다른 한쪽 창문으로 에펠탑이 보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파리의 호텔 중에서도 개선문과 에펠탑이 동시에 보이는 방은 거의 없다. 남자와 여자는 이 방에서 파리의 유명인들을 만나고 파티를 즐겼다. 이 호텔의 이름은 나폴레옹Napoleon이다.체크인을 하고 잠시 로비와 레스토랑을 둘러보는데 소파를 장식한 루비색과 황금색 스트라이프 패턴이 강렬하다. 러시아 남자와 파리지엔느 여자의 뜨거운 사랑 같다. 로비 한 편에 한 여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호텔을 선물받은 바로 그 여자다.긴 세월이 흘렀다. 남자와 여자는 세상을 떠났고, 남자의 아들이 호텔 오너가 되었다. 이제 아들의 나이도 여든에 이르렀다. 2층의 내 방으로 가는 복도에서 스트라이프 패턴과 다시 만난다. 복도 양편을 장식한 붉은 컬러의 패브릭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마법의 패턴이다. 아직 방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복도의 패브릭과 레스토랑의 소파만으로 나는 거듭 감탄한다.내 방은 주니어 스위트 애비뉴. 창밖으로 개선문이 슬쩍 보인다. 방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건 세이프티 박스 전원 플러그다. 전원 플러그를 가진 세이프티 박스는 처음 봤다. 나폴레옹은 클래식한 부티크 호텔이지만 아이팟 스테이션 같은 모던한 서비스와 균형을 맞춘다.호텔의 어떤 방은 향기로 기억될 때 가장 강렬하다. 나폴레옹 호텔은 록시땅의 향기로 상기된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단순한 샴푸와 바디 젤이 아닌 호텔의 향기다.나폴레옹 호텔은 지난 해 6월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무리했다. 건물이 낡았다고 해서 재건축 운운하며 바로 헐어 버리고 새로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설업자의 개발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과 달리 100년, 200년 넘은 건물이 즐비한 파리에서 지은 지 30년 정도 되었으면 ‘새’ 건물이다.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친 지난 해 9월21일, 나폴레옹 호텔은 입구에 붉은 카페트를 깔고 손님들을 초대해 파티를 벌였다. 파티의 제목은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 손님들은 활기와 자신감에 넘쳤던 1920년대 사람들 모습으로 분장하고 파티를 즐겼다. 그날, 시간은 2015년에서 1920년으로 순식간에 돌아갔다.그런데, 왜 하필 이름을 나폴레옹이라 했을까? 나폴레옹은 남자의 조국 러시아를 침략한 장본인 아닌가? 호텔 매니저 오드리는, “러시아 남자가 ‘남자’로서 프랑스 남자, 나폴레옹을 좋아했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1806년 자신의 군대를 기리기 위해 개선문을 세운 나폴레옹은 인근에서 역사적인 전투를 치렀는데 호텔 이름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증표 같다.파리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무심코 서랍을 여니 록시땅 핸드크림이 있다. 선물로 받았지만 좀체 쓰지 않았었다. 록시땅을 손에 발라 본다. 은은하게 피어나는 향기에 문득 나폴레옹 호텔의 욕조에 몸을 담고 있던 순간이 떠오른다.호텔 나폴레옹★★★★★ 40 avenue de Friedland 75008 Paris, France +33 1 56 68 43 21 www.hotelnapoleon.com리도쇼를 보며 식사를 즐기는 ‘디너 앤 쇼’. 좀 비싸긴 해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90분 동안 펼쳐지는 리도쇼는 관능적이고 몽환적이며, 우아하고 낭만적이다●리도쇼가 파리다 파리의 카바레에는 물랑루즈만 있는 게 아니다. 리도Lido de Paris도 있다. 물랑루즈의 쇼를 보지 못했으니 비교할 수 없지만 리도쇼는 심장이 쿵쾅거릴 만큼 대단했다고 말하고 싶다.고백부터 하자면, 나는 리도쇼를 오해했다. ‘여자가 가슴을…’ 운운하는 누군가의 말을 얼핏 듣고, 늘씬한 여자가 가슴을 드러내거나 엉덩이를 세련되게 내밀거나 흔드는 공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공연이 펼쳐진 한 시간 반 동안 나는 얼이 빠진 듯 기분 좋은 전율에 빠져 들었다. 내 상상이 일천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이제껏 ‘내 인생의 쇼’라는 걸 꼽는다면 2006년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델리리움DELIRIUM>이었다. 공연 타이틀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황홀경에 빠져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탓인지 나는 내심 공연보다는 영화의 표현력이 우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음악과 춤, 비주얼 이미지가 하나로 합쳐져 절정으로 치달아 가는 델리리움을 보면서 무대가 영화를 압도할 수 있다는 걸 난생 처음 알았다.리도쇼는 태양의 서커스와 비교했을 때 규모는 작지만 무대 사이즈와 상관없이 ‘내 인생의 쇼’ 리스트에 오를 만큼 굉장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능한 모든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아주 짧은 시간에 경험한 것 같다.리도쇼는 영화적인 장면에서 불현듯 연극적인 장면으로, 뮤지컬 같은 장면에서 느닷없이 서커스 같은 장면으로 끊임없이 무대를 바꿔 간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몸짓 다음에 태연자약하게 등장하는 거위나 스케이트 링크는 또 어떤가? 춤, 노래,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온갖 이미지들의 실루엣으로 관객들은 소인국과 거인국을 오간다. 공연을 본다는 게 마치 그림책을 읽거나, 몽환 속을 헤매는 것 같다. 때로는 현실과 4차원 세계를 넘나들고, 때로는 관능적이었다가 순결하고, 때로는 잔인하며,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낭만적이다. 나는 리도쇼에서 하나의 무대가 아닌 열 개, 아니 백 개의 무대를 보았다.무대가 춤추듯 변하는 덕분이다. 내가 이제껏 보았던 무대와 아예 차원이 다르다. 질투가 날 만큼 이들의 상상력이 부러웠고, 기분 좋은 전율감이 온몸을 감쌌다. 저마다 파리를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오늘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리도쇼가 파리다. 나는 리도쇼에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파리지엥 또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상력을 보았다. 아, 잠깐 잊고 있었다. 여기는 파리, 파리라는 걸.리도쇼를 만든 이는 프랑코 드래곤Franco Dragone이다. 뜻밖에도 프랑스 사람이 아니라 이탈리아 출신인데 세계적인 공연 연출자다. 그는 ‘태양의 서커스’ 초기 공연의 일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가 뉴욕이나 도쿄, 뮌헨이 아닌 파리이기 때문에 그가 리도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매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쇼를 보는 ‘디너 앤 쇼Dinner and Show’는 이른 저녁인 7시, 라이브 뮤직과 댄스 공연으로 시작한다. 가격은 1인 165유로부터 자그마치 300유로까지. 매우 비싸다. 하지만 샹젤리제의 전설적인 카바레 리도에서 ‘저염 버터에 살짝 구운 가리비와 시트러스 버터를 발라 조리한 바삭바삭한 엔다이브’ 하는 식의 메뉴 이름도 이해하기 어려운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풀코스로 이 세상 최고의 쇼와 함께 즐긴다 생각하면 한 번은 기꺼이 치를 가치가 있다. 식사를 하지 않고 음료와 함께 쇼를 보는 옵션도 있다.카바레 리도에 들어서면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당신을 맞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여기는 파리입니다. 자, 리도쇼를 볼 준비가 되었나요? 더없이 짜릿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리도Lido de Paris 116 bis, avenue des Champs-Élysées 75008 Paris, France 9:00~20:30 +33 1 40 76 56 10 www.lido.fr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fr
  • 바리스타·채소 소믈리에·아로마테라피스트… 꿈의 선택지, 영등포에 있지

    바리스타·채소 소믈리에·아로마테라피스트… 꿈의 선택지, 영등포에 있지

    영등포구가 청소년 대상 토요 직업 체험 등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직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요 직업 체험은 매주 토요일 한 가지씩 직업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서는 실제 직업 종사자를 초청해 직업 소개와 체험 활동을 하고 관련 학과와 비전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3월에는 ▲게임 콘텐츠 전문가 ▲유치원 교사 ▲아로마테라피스트에 대한 설명이 진행된다. 4월에는 ▲뮤지컬 배우 ▲작곡가 ▲댄스 강사 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채소 소믈리에 직업 체험에 참여한 한 학생은 “채소 소믈리에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서 “과일과 채소를 활용해 다양한 음료와 차를 만드는 것이 재밌었고, 나중에 진로 결정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연극을 통해 진로를 찾는 ‘진로 특강’도 있다. 참가자들은 먼저 흥미·적성 검사를 통해 목표 설정과 진로 선택,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 등을 배운다. 이후 자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연극 무대 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연기해 본다. 이 밖에 ▲학생 맞춤형 개인 진로 상담 ▲영화 속 직업을 탐구해 보는 ‘토요 나비직업극장’ 등도 인기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블로그(http://blog.naver.com/1318nabi) 또는 카카오톡 ‘영등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나비’를 친구로 추가해 신청하면 된다. 조길형 구청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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