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연극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노무현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한미 정상회담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식약처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 데이터
    2025-12-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103
  • 연예계 코로나 확산…김원해·허동원 확진, 오만석은 검사뒤 대기

    연예계 코로나 확산…김원해·허동원 확진, 오만석은 검사뒤 대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연예인들이 속속 증가하고 있다. 배우 김원해 소속사 더블에스지컴퍼니는 20일 “김원해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예정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자가격리 중이며 병상이 확보되는 대로 병원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출연 예정이었던 연극 ‘짬뽕’의 출연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검사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9일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짬뽕’에는 전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배우 서성종이 함께 출연했다. 역시 ‘짬뽕’ 출연진인 배우 허동원도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허동원 소속사 에이스팩토리는 “허동원은 감염 접촉자로서 전날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을 받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다”며 “검사 결과 연극 출연진(서성종)에게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이송 후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동원은 오는 26일 시작 예정이었던 KBS 2TV 수목극 ‘도도솔솔라라솔’ 촬영도 하고 있었기에 소속사는 이 작품 제작진 측에도 검사 결과를 공유했다고 밝혔다.한편 김원해와 허동원의 매니저는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KBS 2TV 월화극 ‘그놈이 그놈이다’에도 출연 중이던 서성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드라마 촬영은 전면 중단됐고 접촉자들은 검사를 받고 있다. 일부 스태프가 겹치는 ‘도도솔솔라라솔’ 역시 같은 조처를 하는 등 연예계에 코로나19 여파가 잇따르고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장르만 코미디’에 출연 중인 배우 오만석 역시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있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장르만 코미디’는 촬영을 전면 중단했으며, 건물은 방역했다.오만석은 20일 자신의 SNS 계정에 “코로나19 관련 기사 보고 놀라신 분들 많으시죠.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며 “게다가 촬영까지 지장을 초래하여 제작진과 스태프분들께도 송구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현재 발열이나 기타 증상은 전혀 없고 혹시 몰라서 신속하게 검사받으러 왔습니다. 내일 아침 결과가 나오는대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오만석과 접촉한 확진자는 배우 허동원을 분장했던 분장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석은 해당 분장사와 지난 17일 2시간 가량 밀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성종, 허동원 이어 김원해도 코로나19 확진... “스케줄 전면 취소”

    서성종, 허동원 이어 김원해도 코로나19 확진... “스케줄 전면 취소”

    배우 서성종, 허동원에 이어 김원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일 배우 김원해 소속사 더블에스지컴퍼니 측은 “김원해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소속사 측은 “김원해는 출연 예정이었던 연극 ‘짬뽕’ 출연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검사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8월19일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일 오후 김원해는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검사 결과에 따라 예정된 스케줄을 전면 취소했다”며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현재 자가격리 중이며 추후 병상이 확보되는 대로 병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김원해가 출연 중인 연극 ‘짬뽕’ 측에도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검사 진행 상황과 양성판정 결과를 즉시 공유했다”며 “함께 스케줄을 진행한 김원해의 매니저 또한 같은 날 검사를 진행했으며, 매니저는 음성 판정을 안내받았다”고 덧붙였다.김원해에 앞서 연극 ‘짬뽕’에 출연이 예정됐던 배우 서성종과 허동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서성종이 출연 중이던 KBS2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는 종영까지 2회 앞두고 촬영을 중단했으며, 접촉자 리스트를 파악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 중이다. ‘그놈이 그놈이다’ 스태프 일부가 제작에 참여한 KBS2 새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측도 19일 촬영을 중단하고 스태프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연예계도 2차 감염 확산하나…배우 김원해·허동원 확진

    연예계도 2차 감염 확산하나…배우 김원해·허동원 확진

    방송가에도 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연예인 간 2차 감염도 속속 추가 발생하고 있다. 배우 김원해 소속사 더블에스지컴퍼니는 20일 “김원해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자가격리 중이며 병상이 확보되는 대로 병원으로 이동할 것”이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김원해는 출연 예정이었던 연극 ‘짬뽕’의 출연자 서성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9일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다. 다만 김원해의 감염이 서성종으로부터 이뤄진 것인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세부 역학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허동원도 20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소속사 에이스팩토리에 따르면 허동원도 서성종과 연극 ‘짬뽕’에 출연해왔다. 소속사는 “허동원은 감염 접촉자로서 전날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을 받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다”며 “연극 출연진에게 2차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이송 후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동원은 오는 26일 시작할 KBS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촬영도 하고 있었다. 소속사는 이 드라마 측에도 관계자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검사 결과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성종이 출연중이던 KBS 월화극 ‘그놈이 그놈이다’ 역시 촬영이 전면 중단된 상태로 접촉자들은 검사를 받고 있다. ‘도도솔솔라라솔’도 배우 등 스태프들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촬영을 중단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선·악 오가는 도희재, 너무 어려워”… ‘연기 만렙’ 장영남의 고백

    “선·악 오가는 도희재, 너무 어려워”… ‘연기 만렙’ 장영남의 고백

    따뜻한 엄마부터 악역·커리어 우먼 까지연기 열정 덕분에 25년간 쉼 없이 달려‘사이코지만’ 1인 2역, 너무 어려워 걱정“번아웃 오기도…일곱살 아들이 큰 힘”다정했던 말투와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한다. 자폐아이를 보듬는 엄마(영화 ‘증인’)부터, 후배를 챙기는 방송국 보도국장(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두 얼굴의 살인마(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까지. 배우 장영남은 주연보다 강렬한 조연으로 늘 남다른 ‘포스’를 뿜어낸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에너지의 원천을 묻자 “아직 연기 열정이 너무 뜨거워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연기를 할 때 가장 용감해져요. 원래 일터와 집만 오가는 성격인데, 저도 모르던 제가 나오니까 너무 즐거워요.” 극단 목화 단원으로 시작해 데뷔 25년차인 그는 연극, 영화 드라마를 합쳐 매년 3~5편씩 쉼없이 달렸다. 새로운 반응과 디렉션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장영남은 다채로운 캐릭터를 표현하는 비결은 “끊임없는 상상”이라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가득하다”고 했다. “작품마다 아무리 계산하고 연기에 임해도 모를 때가 있거든요. 이럴 때 감독님 등 제작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으면 희열이 엄청나요.” 너무 달리다 보니 번아웃도 찾아왔다. 2014년 출산 이후쯤이었다. ‘소통을 잘 못했나’, ‘내 연기가 잘못됐나’ 의구심과 두려움이 꼬리를 물면서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아직 다 극복한 건 아니라고 털어놓은 그는 완벽한 반전으로 호평받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속 1인 2역도 고민이 컸다고 돌이켰다. “살인자 도희재는 악마인데 ‘천사’ 수간호사로 위장하니 몰입이 부족한 것 같아 너무 불안했어요. 괜찮냐고 주변에 계속 확인할 정도였어요.”3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완벽히 소화한 영화 ‘국제시장’(2014) 속 덕수(황정민 분)의 어머니는 가장 큰 도전을 안겨 줬던 역할이었다. 겪어 보지 못한 시간을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웠단다. 완벽해 보이지만 속으로 늘 긴장과 치열하게 싸워 온 결과가 그를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든 힘이다. 엄마의 연기에 칭찬을 건네는 아들도 큰 원동력이다. 스물셋에 연기를 시작한 이래 줄곧 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이었지만 지금은 엄마로서의 역할도 크다. 그는 “육아는 힘들지만 아들은 저에게 든든한 존재”라며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게 고맙고, 요즘은 슬픈 장면에서 아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정도”라고 했다. 앞으로도 워킹맘으로 쉼없이 달릴 예정인 그는 전 연령대의 사람들과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였다. “기회가 끊이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이제는 안 해 봤던 춤과 노래를 배우면서 또 좋은 작품을 기다리려고 합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허동원, 서성종 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매니저는 음성 판정 [공식입장]

    허동원, 서성종 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매니저는 음성 판정 [공식입장]

    배우 허동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일 배우 허동원 소속사 에이스팩토리 측은 “허동원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결과를 받았다. 연극 ‘짬뽕’의 출연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허동원은 감염 접촉자로서 19일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을 받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연극 ‘짬뽕’에 출연 예정된 배우 서성종이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서성종과 허동원은 연극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던 상황이었다. 서성종에 의해 2차 감염이 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허동원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이송해 추가적인 재검사를 진행 중이다. 소속사 측은 “허동원은 KBS 2TV 새 수목극 ‘도도솔솔라라솔’에 출연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을 받은 직후 드라마 측에도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검사 진행 상황을 알렸다”면서 “스케줄을 진행한 허동원의 매니저 또한 19일에 검사를 진행했으며 금일 음성판정을 안내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도도솔솔라라솔’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성종과 KBS2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 제작진과 접촉한 일부 제작진을 확인하고 19일 예정된 촬영을 취소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 허동원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촬영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다음은 허동원 소속사 공식입장 전문. 배우 허동원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결과를 받았습니다. 허동원이 출연하는 연극 ‘짬뽕’의 출연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허동원은 감염 접촉자로서 19일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을 받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후 자가격리 중이었습니다. 19일 오전 허동원의 검사 결과 연극 출연진에게 감염됨 2차 감염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허동원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이송해 추가적인 재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허동원은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에 출연 중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연락을 받은 직후 드라마 측에도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검사 진행 상황을 알렸으며, 금일 양성판정 결과 또한 즉시 공유했습니다. 함께 스케줄을 진행한 허동원의 매니저 또한 19일에 검사를 진행했으며 금일 음성판정을 안내받았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안내 드리며, 허동원은 계속해서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를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에이스팩토리 드림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성종 코로나19 확진, ‘그놈’·‘도도솔솔’ 촬영 중단→연극 ‘짬뽕’ 취소(종합)

    서성종 코로나19 확진, ‘그놈’·‘도도솔솔’ 촬영 중단→연극 ‘짬뽕’ 취소(종합)

    배우 서성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KBS2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 촬영이 취소된 가운데, KBS2 새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그놈이 그놈이다’ 스태프 일부가 ‘도도솔솔라라솔’ 제작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9일 배우 서성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4일 ‘그놈이 그놈이다’ 야외 촬영에 참여한 그는 이틀 후인 16일부터 발열 등 증세를 보였고, 18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19일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시설로 이송됐다. 서성종의 확진 판정 소식에 종영을 2회 앞둔 ‘그놈이 그놈이다’ 측은 촬영을 전면 중단했으며, 접촉자 리스트를 파악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 중이다. 첫 방을 앞둔 KBS2 새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에 ‘그놈이 그놈이다’ 스태프 일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도솔솔라라솔’ 측은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19일 촬영을 중단하고 스태프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도도솔솔라라솔’ 제작 관계자는 “직접 접촉자는 없고, 2차 3차 접촉자들인데 자발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일단 당장 오늘(19일) 촬영을 취소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추후 촬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26일 첫 방송 등 방송 일정은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성종은 19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여행자극장에서 열리려던 연극 ‘짬뽕’에도 출연할 예정이었다. 서성종의 확진 판정으로 ‘짬뽕’은 모든 공연을 중단하고 공연 관계자들과 출연자들 역시 전원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서성종과 함께 19일 ‘짬뽕’ 무대에 오르려던 김원해와 허동원 역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원해 소속사 더블에스지컴퍼니 관계자는 “수일 내로 서성종과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아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는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허동원 소속사 에이스팩토리 관계자 역시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당국의 안전수칙에 따라 코로나19 검사 후 자가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남자들은 그냥 ‘배우’인데 여자 배우는 ‘노년 여배우’ 편견입니다

    남자들은 그냥 ‘배우’인데 여자 배우는 ‘노년 여배우’ 편견입니다

    노년도 살아 있는 유기체, 발전 가능해나이 많으면 박물관 문화재처럼 그려 다양한 개인에 대한 탐구 돋보여 선택편견 흔들 여지 있는 작품 언제든 출연“남자들한텐 노년이나 청년이라는 말을 잘 붙이지 않잖아요? 배우 또는 직책으로 불리죠. 그런데 저한텐 ‘노년 여성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그게 벌써 편견인 거죠.” 지난 1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예수정은 불필요한 꾸밈들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냥 ‘배우 예수정’이길 원했고 자신이 연기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그저 ‘한 인간의 삶’이길 바랐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 어디선가 늘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인데 어느 하나 같은 배역이 없었다. 엄마도 다 같은 엄마가 아니었고, 비슷한 말투나 표정에도 그가 보여 주는 여백은 다 다른 의미를 지녔다. 단순히 여성, 엄마, 중년(또는 노년)이 아닌 한 인간으로 캐릭터를 대하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20일 개봉하는 영화 ‘69세’에서 20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69세 효정을 연기했다. “소재가 독특한데 소재 때문에 출연하기로 한 건 아니다”라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69세,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처량한 나이예요? 느닷없이 죄인이 돼 버렸어요. 거기다 여성이고, 돈도 없어 그냥 자기 몸으로 벌어서 먹고살았던 인물이에요.” 그런데 마냥 ‘불쌍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효정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효정의 처지는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소수 약자’다. 예수정은 “이 사회의 수많은 편견 속에서 고발할 것인가, 없던 일로 할 것인가 고민에 빠진 효정이 자기를 곰곰이 생각하며 ‘아니야, 나는 살아 있어. 살아 있는 만큼 얘기하고 지나갈 거야’ 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소중했다”고 말했다. 예수정은 인터뷰의 많은 부분을 들여 나이 많은 사람들을 빤하게 그려 내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일침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저게 우리의 미래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실망감을 줄 만한 작품들이 많을 바에야 안 만드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추구하고 살듯 나이 많은 사람들도 그런데 어디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처럼 표현한다”면서 “하지만 노년도 살아 있는 유기체고, 사고가 열려 있고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식과 손주까지 키우겠느냐”고도 했다.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런 다양한 개개인에 대해 탐구하고 조명하려는 노력이 있는 작품”이라 출연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면서 임선애 감독을 두고는 “기특하다”고 말했다. 다만 몇 장면은 임 감독을 설득해 바꾸고 결말도 뒤집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감독이 효정을 너무 감싸 주고 싶은 나머지 결혼을 시키려고 하길래 “그럼 출연 안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연했다. “가능하면 남에게 피해를 덜 주고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지는 게 어른의 조건이에요. 특히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져 온 효정인데 ‘남자 사람 친구’의 도움을 넘어 거기에 안착한다? 그건 아니죠.” 예수정은 최근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인 연극 ‘화전가’에서도 치열한 역사 속에서 꿋꿋이 일상을 지켜낸 ‘김씨’로 열연했다. 시네마틱 드라마 ‘SF8’에선 ‘수녀 사비나’를 맡아 독일 유학파다운 유창한 독일어 실력도 선보였다. 그는 “사실 평소 삶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라면서 “내 앞의 머리카락이나 잘 줍자는 게 신조라 면죄부 사듯이 편견을 조금 흔들 여지가 있는 작품이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며 웃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종로 ‘자문밖 아트레지던시 1기’ 모집

    종로 ‘자문밖 아트레지던시 1기’ 모집

    서울 종로구는 문화예술인에게 자유로운 작업 환경을 제공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기 위한 ‘자문밖 아트레지던시 1기’를 모집한다고 19일 밝혔다. 자문밖 아트레지던시는 신진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폭넓게 지원하기 위한 공간이다. 자하문 바깥을 의미하는 자문밖은 종로구 구기동과 부암동, 신영동, 평창동, 홍지동 등 5개 동을 뜻한다. 구는 다음달 평창동에 2층 규모의 자문밖 아트레지던시를 개관할 예정이다. 신청 자격은 19세 이상으로 종로에 거주하거나 종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우선 선발한다. 모집 분야는 미술, 건축, 디자인, 패션, 음악, 연극·영화, 기록 등 다양하다. 입주 기간은 다음달부터 내년 7월까지10개월간이며, 협의에 따라 1년 연장할 수 있다. 임대료 등은 무료이고 관리비만 실비로 낸다. 신청은 오는 26일까지 자문밖문화포럼 홈페이지를 참고해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1차 서류 심사와 2차 인터뷰 및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선정할 예정이다. 입주자는 ▲독립형·개방형 전용 공간 ▲소규모 커뮤니티, 전시 등의 창작 공용 공간 ▲성장 지원 프로그램 ▲자문밖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임대료 없이 창작 공간을 받는 것은 물론 지역 예술가 간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인 만큼 관심 있는 신진 창작자들의 많은 신청을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역할 아닌 ‘삶’ 연기하는 예수정 “편견 흔들 여지 있는 작품은 언제든“

    역할 아닌 ‘삶’ 연기하는 예수정 “편견 흔들 여지 있는 작품은 언제든“

    “남자들한텐 노년이나 청년이라는 말을 잘 붙이지 않잖아요? 배우 또는 직책으로 불리죠. 그런데 저한텐 ‘노년 여성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그게 벌써 편견인 거죠.” 지난 1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예수정은 불필요한 꾸밈들을 철저히 거부했다. 그냥 ‘배우 예수정’이길 원했고 자신이 연기하는 많은 캐릭터들은 그저 ‘한 인간의 삶’이길 바랐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영화나 드라마, 어디선가 늘 본 것 같은 익숙한 얼굴인데 어느 하나 같은 배역이 없었다. 엄마도 다 같은 엄마가 아니었고, 비슷한 말투나 표정에도 그가 보여 주는 여백은 다 다른 의미를 지녔다. 단순히 여성, 엄마, 중년(또는 노년)이 아닌 한 인간으로 캐릭터를 대하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20일 개봉하는 영화 ‘69세’에서 20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69세 효정을 연기했다. “소재가 독특한데 소재 때문에 출연하기로 한 건 아니다”라면서 설명을 이어 갔다. “69세,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처량한 나이예요? 느닷없이 죄인이 돼 버렸어요. 거기다 여성이고, 요즘 흔한 아파트 한 채, 주식 한 주 없이 그냥 자기 몸으로 늘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런데 마냥 ‘불쌍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효정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효정의 처지는 살면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소수 약자’다. 예수정은 “이 사회의 수많은 편견 속에서 고발할 것인가, 없던 일로 할 것인가 고민에 빠진 효정이 자기를 곰곰이 생각하며 ‘아니야, 나는 살아 있어. 살아 있는 만큼 얘기하고 지나갈 거야’ 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소중했다”고 말했다.예수정은 인터뷰의 많은 부분을 들여 나이 많은 사람들을 빤하게 그려 내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일침을 쏟아냈다. “젊은이들이 ‘저게 우리의 미래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실망감을 줄 만한 작품들이 많을 바에야 안 만드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청년들이 다양한 삶을 추구하고 살듯 나이 많은 사람들도 그런데 어디 박물관에 있는 문화재처럼 표현한다”면서 “하지만 노년도 살아 있는 유기체고, 사고가 열려 있고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식과 손주까지 키우겠느냐”고도 했다. 영화를 설명하면서 “그런 다양한 개개인에 대해 탐구하고 조명하려는 노력이 있는 작품”이라 출연을 안 할 수가 없었다면서 임선애 감독을 두고는 “기특하다”고 말했다. 다만 몇 장면은 임 감독을 설득해 바꾸고 결말도 뒤집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감독이 효정을 너무 감싸 주고 싶은 나머지 결혼을 시키려고 하길래 “그럼 출연 안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연했다. “가능하면 남에게 피해를 덜 주고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지는 게 어른의 조건이에요. 특히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져 온 효정인데 ‘남자 사람 친구’의 도움을 넘어 거기에 안착한다? 그건 아니죠.”예수정은 최근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인 연극 ‘화전가‘에서 치열한 역사 속에서 꿋꿋이 일상을 지켜낸 ‘김씨’로 열연했다. “평소 신뢰했던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삼식 작가가 극을 썼다는 것과 극단 70주년인데 해외 유명 작품이 아니라 대한민국 신작을 한다는 것에 무작정 하기로 했다”면서 “그런 젊은 움직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부터 방송된 시네마틱 드라마 ‘SF8’에선 수녀 ‘사비나’로 독일 유학파 다운 유창한 독일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여성 서사’ 작품이 많아지고 그도 그런 작품들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에 대해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도 했다. “별로 피부로는 못 느꼈는데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하셔서 ‘아,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하고 돌아보니 다양한 여성의 역할을 다루고 있더라고요. 옛날에 못했던 역할들, 이전에는 여성에게 역할은 있었지만 삶은 없었잖아요. 엄마로 할머니로, 아내와 딸로. 역할의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삶 자체가 다양할 수 없었고 다양하지 않은 삶은 사람들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니까.” 그러면서 “훨씬 다양한 삶과 개척하는 것처럼 보이고 진취적인 것처럼 보였던 남성의 삶에 많이 궁금해하다가 이제 그 궁금했던 걸 쭉 지나왔더니 ‘가만 있어봐, 뭐 다른 거 없어?’하고 컬럼버스 신대륙 발견하듯 여지껏 얘기되지 않았던 일환이 다뤄지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평소 삶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라면서 “내 앞의 머리카락이나 잘 줍자는 게 신조라 면죄부 사듯이 약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 흔들 여지가 있는 작품이면 언제든 출연하겠다”며 웃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역사 속 조용하지만, 처절하게 버틴 여인들의 삶

    역사 속 조용하지만, 처절하게 버틴 여인들의 삶

    코로나로 미뤄져 5개월여 만에 공연6일 첫 무대 이후 매회 매진 인기몰이 안동 사투리·전통 소재들 마음 ‘뭉클’“자지 마라, 자만 안 된다. 언제 또 우리가 이클 모이 보겠노?” ‘잠이 들면 가만 안 둔다’는 막내의 귀여운 협박이 이토록 애잔할 수 있을까. 1950년 4월 경북 안동의 한 고택에 모인 여성 9명에게 그 하룻밤은 아주 소중했다. 역사 속 소용돌이의 한복판을 조용하지만 처절하게 지켜 낸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화전가’. 극 중 어딘가 위태로운 여성들의 삶처럼, 작품은 참 힘겹게 무대에 올랐고 아슬아슬하게 공연을 이어 가고 있다. 국립극단 70주년을 기념하고자 야심 차게 선보인 초연 작품이 어느 때보다 아련하게 기억되는 이유다. 오랜만에 모인 여인들의 봄맞이 화전놀이를 그린 ‘화전가’는 지난 2월 28일 봄과 함께 관객들과 첫 만남을 할 예정이었다. 배경이 된 안동 가일마을 고택을 제작진과 배우들이 답사해 정취를 담았다. 안동 사투리(동남 방언) 대사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2주간 안동 출신 배우(이원장)에게 특별 과외까지 받았다. 이후 8주간 연습을 마치고 드레스 리허설을 앞두고 의상이 도착한 날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공공시설 운영 제한 방침을 내리면서 공연이 잠정 연기됐다. 지난해 말 안동 워크숍 간 날에는 맥주를 마시러 갔다가 한 배우가 근처에서 타로카드 점을 보고 오겠다더니 10여분 만에 씩씩 대며 “우리 공연하지 말래서 기분 나빠 왔네. 7~8월에나 하라는데”라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마냥 ‘믿거나 말거나’ 황당한 이야기로 넘기지 못했다. 배우들의 기약 없는 날들은 얼핏 극 중 여인들의 처지와도 닮았다. ‘김씨’의 환갑을 하루 앞두고 고향집에 온 세 딸과 함께 살던 두 며느리와 고모, 행랑어멈과 그가 거둬 키운 딸이 모였는데 이 집안 남자들은 죽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독립운동하러 가 소식이 끊겼거나 병으로 죽었고, 이북으로 넘어갔거나 감옥에 간 이도 있다. 돌아와야 할 이들이 있는 여인들은 누군가 집 밖에서 문을 두드리면 화들짝 놀라고 또 설다. 작품은 지난 6일에서야 드디어 관객들과 만났다. 배우들은 5개월 남짓 만에 모인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터뜨리듯 합을 맞췄다. 대본엔 없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장면에서 목소리를 키우며 자기들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작품 속 여인들도 각자의 삶은 고됐지만, 함께 모이니 그저 들뜨고 즐거웠다. 미제 초콜릿과 커피, 설탕을 나눠 먹으며 천진한 웃음을 짓고 떠들었고 이따금 투닥거리고 울기도 하며 가족임을 드러냈다. 두 차례나 화엄사를 찾아 가져온 종소리와 풀벌레 소리, 새 소리와 무대 뒤편에 흐르는 빗줄기가 그리는 장면들은 여인들이 전쟁이 코앞에 닥쳤다는 것을 까맣게 몰랐을 만도 하게 아름답다. “액씨요, 다리덜리 얼매나 말이 마은 줄 아니껴? 그 집이 낭팰레라. 뿔이 나가 낭팰레라”, “자만 가만 안 나둔다꼬 설치드이, 하매 꼽부라나?” 등 동글동글한 정겨운 사투리와 의상 디자이너도 생전 처음 들었다는 납닥생맹(고급 삼베 치마) 등 안동 고유의 전통 소재들도 곳곳에서 마음을 울린다. 기다림과 정성이 모인 작품은 매회 매진이 될 만큼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16일부터 공공시설 제한 운영 방침을 결정하면서 아슬아슬함이 여전히 이어진다. 국립극단은 기존 객석 띄어 앉기 등을 유지하며 23일까지 예정한 공연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주 사이 상황이 악화할지 몰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리뷰] 8세부터 84세까지…배우들이 가득 채우는 무대 ‘레미제라블’

    [리뷰] 8세부터 84세까지…배우들이 가득 채우는 무대 ‘레미제라블’

    콘크리트 재질을 둘러싼 무대 한 가운대를 비스듬히 놓인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가 차지했다. 컨테이너 주변에 회색 벽이 놓였다 사라졌다 하며 작품 속 배경이 만들어졌다. 불안하고 거칠고 어두운 느낌이 장발장의 시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이따금씩 쨍한 조명으로 한 가닥 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빛의 색깔로 삶과 죽음이 표현되기도 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배우들이 꽉 채웠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레미제라블’은 여러 의미로 특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선포한 ‘2020 연극의 해’를 기념해 정통 연극의 진수를 보여줄 고전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상징적 의미 뿐 아니라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과 그 연기도 그랬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장발장의 삶과 당시 1800년대 프랑스의 ‘불행한 사람들’(프랑스어 ‘레미제라블’의 뜻)의 이야기는 이미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다뤄져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높은 기대가 따른다. 이번 무대는 그 기대를 배우들의 정석 연기로 충족시키려 한 것으로 읽혔다. 8세부터 84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60여명의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니 무대가 화려하게 꾸며질 필요도 없어 보였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시민 혁명군에 참여하는 등 ‘꼬마’ 가브로슈를 맡은 어린이 배우(김주안·진유찬)의 존재감부터 마리우스의 외할아버지인 질르노르망(오현경·문영수)의 묵직한 연기까지 놓칠 것 없는 연기들이 이어졌다. 원로배우 박웅과 목사로도 활동한 임동진, 연기에 도전한 홍창진 신부가 연기한 미리엘 주교의 대사가 주는 위로는 장발장에게만 주는 것이 아닌 객석도 울릴 만큼 진정성이 느껴졌다. 예술감독을 맡은 중견배우 윤여성과 그에 못지 않게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문창완의 장발장 연기는 모든 장면에 몰입하게 했다.이번 공연은 어쩌면 연극인들에게 더 특별했다. 1981년 ‘30대 연기자그룹’을 꾸려 도제식 교육 위주였던 연극계에서 배우들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배우들이 50대가 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연극 ‘레미제라블’을 선보였고, 이후엔 후진 양성을 위한 뜻을 다졌다. 올해 ‘연극의 해’를 맞아 그 뜻을 더 넓히기 위해 원로·중견 배우들과 함께 할 젊은 배우들을 뽑기 위한 대대적인 오디션도 가졌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계가 어려워진 면도 있지만 작품의 내용과 의미도 남달랐던 덕에 1400여명이 오디션에 지원하는 등 많은 화제를 모았다. 걸그룹 티아라 출신으로 처음 연극에 도전한 함은정(코제트 역)을 비롯해 50여명의 배우가 선발돼 무대에 참신함을 더했다. 2시간 20분의 무대가 끝난 뒤 커튼콜에서 밝은 조명과 함께 모든 배우들이 모이자 그제서야 컨테이너가 하늘로 올라간다. 장발장을 짓눌렀던 무거운 짐이 홀연히 떠나가듯 무겁게 무대를 지키던 컨테이너 박스가 움직이고 배우들도 활짝 웃으며 극을 마무리짓는다. 제작을 맡은 이종열 유한회사 레미제라블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세대의 배우들이 함께 모여 연극정신과 연극의 정통성,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명작을 어려운 시기에 선보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장발장이 갖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아버지의 유산 이름 뒤집은 ‘브이 선언’… ‘성폭력 가해자’ 그의 입 빌려 위로받다

    아버지의 유산 이름 뒤집은 ‘브이 선언’… ‘성폭력 가해자’ 그의 입 빌려 위로받다

    딸에게 심리적·육체적 폭력 가하던죽은 아버지가 가상 사과하는 형식 가족 억압 돌아보고 자신의 삶 위무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로 유명세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고소인을 일각에서 ‘피해 호소인’이라고 불렀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명칭에는 성폭력 피해자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의와 배후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2차 가해다. 신간 ‘아버지의 사과 편지’는 아버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이 3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상상하며 써내려 간 글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엔슬러다.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성적으로 유린당했던 그는 여성 성기의 본질을 묻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썼고, 이번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글을 썼다. 아버지가 딸에게 가한 성적·심리적·육체적 폭력을 묘사한 부분을 읽다 보면, 책을 덮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타인조차 목도하기 힘든 폭력의 기억을 이브는 왜 불러왔을까. 이미 죽은 아버지로부터, 내가 쓴 가상의 사과를 받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나.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휘몰아친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아버지의 사과 편지’를 쓰는 일은 다름 아닌 피해자인 ‘나’를 위무한다는 점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편지는 아버지가 자신의 태생부터 거슬러 올라가 스스로 돌아보며 시작한다. 복종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부모, 형의 성적 학대 등으로 얼룩진 유년 시절, 부와 매력을 지닌 ‘괜찮은 남자’로서 인정 투쟁을 해야 했던 결혼 전 아버지의 모습이다. 가부장제 속에서 자란 그는 아내와 아이를 엄격하게 다뤄야 할 소유물로 생각했다. 그들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권위를 침해받은 것으로 인식하는 알량한 ‘남자다움’이 아버지 아서 엔슬러의 요체다.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한 폭력 묘사에서 직시할 수 있는 것은 방관하는 어머니와 쪼그라든 가부장의 실체다. 이브의 엄마는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칼 가져오라”는 남편의 말에 그저 자리를 피해버리는 인물이다. 아서는 독립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딸을 두고 ‘나 없이는, 나의 허가 없이는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어’(160쪽)라고 고백한다. 역설적으로 딸에게 행사하는 삐뚤어진 영향력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자신인 줄도 모르고. 반면 작가가 되겠다고 최초로 선언한 날, 자신을 겁박하는 아버지에게 이브가 주먹을 들어 보이며 했던 말은 수십 년 가스라이팅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의 존엄을 느끼게 한다. “내 꿈을 위해 돈을 댈 필요 없어요. 하지만 다시 나에게 손찌검을 한다면 이 집을 영원히 떠날 테니 그렇게 아세요.”(150쪽) 이브는 지난해 TED우먼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과는 기억하는 것이다. 사과는 일어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사과는 우리가 대면한 지금의 문제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아버지의 입을 빌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121쪽)이 ‘뒤늦은 사과 편지’의 가치다. 끔찍한 학대 속에서 자라난 이브는 여성들의 상처를 기록하는 이가 됐고 아담의 일부인 이브가 아닌, 홀로 우뚝 선 ‘브이’가 됐다(이브 엔슬러는 아버지의 유산인 이름을 ‘브이’로 개명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원영 변호사 “조국 딸 학술대회에서 봤다”…조국, 정경심 재판 SNS 대응

    김원영 변호사 “조국 딸 학술대회에서 봤다”…조국, 정경심 재판 SNS 대응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2009년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두고 증인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조국 딸을 현장에서 봤다”는 현직 변호사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13일 열린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는 진행요원으로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김원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김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근무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에 재학중이던 김 변호사는 “교수나 대학원생이 주로 오는 행사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와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함께 있던 동료가 ‘어떻게 왔냐’고 묻자 학생이 ‘아버지가 가라고 해서 왔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누구냐’는 질문에 학생은 ‘조국 교수’라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당시 질문을 던진 동료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저희 부모님은 너무도 다른 사회적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1~2년 후에도 (이 상황에 대해) 종종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조씨의 인상착의나 어떤 교복을 입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조씨가 학술대회에 참석했는지 여부에 대해 여러 증인들이 서로 다른 증언을 내놨었다. 행사에 참여했던 조씨의 동창생들은 “조민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지만, 당시 인권법센터 사무국장 김모씨는 “행사 당일 고등학생 3~4명이 와서 행사를 도왔고, 그중 한 명이 조민”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다만 김씨는 김 변호사와는 달리 “남학생 1명은 대원외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다른 남학생와 1명과 여학생 1명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당사자인 조씨는 검찰조사에서 “(학교) 동아리 친구들 5~10명과 함께 갔다”고 말했었다. 김 변호사는 “교복을 입은 다른 학생을 보진 못했다”면서 “동아리인 것 같진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반대신문에 나선 검찰은 김 변호사에게 “본건과 관련해 5월 10일자로 정경심 피고인 측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는데 어떤 요청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조국이 전화해서 혹시 이날 알바했던 기록이 있기 때문에 ‘그날 조민을 본 적이 있는지’ 여쭤봤다”면서 “저는 (사실확인서에) 쓴 내용처럼 ‘데스크를 지켰고 (그 때 왔던) 고딩이 조국 교수 딸로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검찰은 “그 내용 사실확인서를 써달라고 부탁을 받고 작성했느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써주시면 어떻겠냐고 해서 사실이기 때문에 써줬다”고 답했다. 그러자 검찰은 “사실확인서 작성 때 당시 인권법센터 사무국장 등 다른 사람과 논의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없다”고 일축했다.김 변호사의 진술에 관한 기사들이 나오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기사를 인용하며, “검찰은 제가 증인으로 나온 김원영 변호사(당시 로스쿨생)를 ‘회유’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질문을 했다”고 검찰의 신문 내용을 지적했다. 그러나 얼마 뒤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조 전 장관은 이에 앞서 이날 재판 과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당시 센터장이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의 동의 없이 직접 위조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을 받아들였다. 이에 재판부는 “정 교수 측은 ‘새로운 주장이다. 조국이 한인섭 몰래 (확인서를) 발행했는지 자체를 전혀 몰랐다’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조 전 장관은 ‘제대로 된 재판 보도를 희망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를 무단으로 문서를 위조한 사람으로 만든 이 변경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조 전 장관이 한인섭 전 센터장 몰래 인턴 확인서를 발행한지 자체를 몰랐다고 의견서를 통해 밝혔다’고 보도한 언론을 지적했는데, “악의인지 실수인지 모르겠으나 정 교수 변호인단이 변경된 공소장 내용을 ‘인정’하면서 단지 정 교수는 몰랐다는 식으로 읽히게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 변호인 의견서 문구는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합니다. 피고인은 당시 위 확인서의 발급 과정에서 한인섭 교수의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법정에서 변호인과 재판부의 발언을 제대로만 들었더라도 위와 같은 기사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 그렇게 믿었었는데…결국 남성의 시선이었다”

    “내 시선이 세상의 시선 그렇게 믿었었는데…결국 남성의 시선이었다”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김이설의 초기작 ‘환영’(2011)을 읽은 사람이라면 백숙을 기억할 것이다. 주인공 윤영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교외 백숙집에서 일하다 남성들의 성적 노리개로 전락한다. 신작 장편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에서 무기력한 가장인 아버지가 좋아한 음식은 백숙 같은 고깃국이다. “하기 쉽고, 값싼 보양식이죠. ‘환영’ 속 백숙이 탐욕스러운 공간의 매개체 역할이었다면, 여기서는 좀더 일반적이고 모두에게 편한 느낌이에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가 말했다. 신작은 종이책 한정판 소장본과 무제한 전자책 이용을 함께 제공하는 밀리의서재 오리지널 에디션으로 출간됐다. 오는 10월에는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단행본으로도 나온다. 출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작가는 “글을 못 쓰던 시기를 통과해 나온 책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2015년부터 2~3년, 작가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10여년. ‘인풋’ 없이 ‘아웃풋’만 있었던 데서 온 결과였다. 문자에 대한 환멸이 와서, 청탁받은 원고들을 연이어 펑크 냈다. 그때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게 시라고 작가는 회상했다. “글쓰기 전에 워밍업 하듯이, 저는 시를 읽는 걸로 언어적 감각을 깨우고 나서 소설을 써요.”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습작 시절, 두 딸을 돌보며 가사노동을 하는 현재 모습까지, 신작에 다 들어가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낡고 오래된 목련빌라에는 무기력한 경비원 아버지와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온 어머니,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피해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동생이 있다. 집에 주저앉은 신세가 된 ‘나’는 두 조카를 건사하고 꼬박 가사에 시달리다 연인과도 이별을 고하게 된다. 시인을 꿈꾸며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던 ‘필사의 밤’은 어느덧 무력해진다. 그는 “‘나’는 엄마와 같은 위치는 아닌데, 엄마와 같은 역할을 아무렇지 않게 수행”하는 ‘K장녀’(Korea+장녀)에 대한 서사라고 말한다. 가부장제 아래 희생양으로서 김이설 소설 특유의 여성이 처한 현실 인식은 비슷하지만, 징그럽다 싶을 만큼 작중 화자에게 가혹하던 김이설이 이젠 달라졌다. 후배들로부터 “나이 들더니 유해졌다”는 평도 더러 듣는단다. “전에는 화자를 끊임없이 밀어냈어요. 해결 방안이 없는 문제들만 작정하고 생기는 식이었죠. 작가인 내가 품으면 변명이 되고 투정이 되지만, 쓰는 사람까지 밀어내면 읽는 독자가 거둬 주리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몇 년 새 겪은 슬럼프와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페미니즘 리부트’(2015년을 전후로 한 페미니즘 붐)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전엔 제 시선이 곧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남성의 시선임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게 현실’이라고 보여 줬던 것들이 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시킨 것들이었고요. 누군가에겐 아픔이 되고 상처가 되는 발화라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하는 부분 아닐까….” 그렇게 작가는 이제 밀어내기를 멈추고, 부지런히 품는 노력을 한다. “나는 늙어도 소설은 늙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후배들과 세상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한단다. 소설 속 백숙의 의미가 달라진 것도 거기에서 오는 듯하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까지는 안 돼도, 온 가족을 한자리에 모으는 값싼 단백질원이라는 본령에는 충실하게. 좀더 다정해진 백숙의 의미처럼 책도 ‘해피엔딩’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광주시,코로나19 직격탄 문화예술 등 6개 분야 응급지원

    광주시,코로나19 직격탄 문화예술 등 6개 분야 응급지원

    광주시가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관광 등 6개 분야에 총 21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8차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이용섭 시장은 12일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적 후폭풍이 매우 크다”며 “취약계층과 지역상권에 대한 응급지원 등 지역경제 살리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3월부터 7차례에 걸쳐 1796억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추진해 90만여명이 혜택을 받았고, 이날 8차 대책을 통해 1510개 사업장에 총 21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코로나19 장기화로 고사 직전인 관내 여행업체 500여 곳에 200만원씩 지원한다. 대상은 현재 영업 중인 여행업체로, 새로운 여행 상품 기획·개발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등을 적극 뒷받침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대중적 집합활동이 제한되면서 생계유지가 어려운 문화예술 활동가들에 대해서도 단체별로 긴급운영자금 100만원씩 지원한다. 지원을 받으려면 음악, 연극, 무용, 전시 등 300여 전문 문화예술단체로, 최근 2년간 매년 1건 이상 광주에서 활동 사실이 입증해야한다.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시는 승객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을버스 48대에 대해 1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또 경영이 어려워 운행을 중단한 마을버스 16대에 대해서는 운행을 재개할 경우 200만원씩 지원한다. ‘집합금지’ 행정조치로 휴업했던 체육시설 등에 대한 지원책도 발표했다. 지난 7월 12일~8월 2일 행정조치가 내려졌던 관내 83개 실내 집단운동 체육시설(줌바, 태보, 스피닝, 에어로빅, 댄스 스포츠 등)은 시설당 70만원씩 지원된다. 또 지난 5월 이태원발 지역감염 확산방지를 위해 2주간 집합금지 행정조치를 시행했던 유흥시설 527곳에 대해서도 70만원씩 이미 지원됐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큰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도 정부 지원 기준에 따라 업체당 300만원 한도 내에서 피해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용섭 시장은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 긴급수혈 형태로 투입된 예산들은 서민경제의 위기를 완화시키고 기역경제를 지켜내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며 “취약분야에 대한 응급지원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안정적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주형 3대 뉴딜 정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성동, 코로나에 지친 초등생 ‘심리방역’

    성동, 코로나에 지친 초등생 ‘심리방역’

    서울 성동구는 코로나19로 지친 초등학생들의 심리방역을 위해 초등돌봄센터 ‘아이꿈누리터’에서 방학맞이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지역에 있는 13곳의 ‘아이꿈누리터’는 8월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구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성동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기관과 협업해 학년별 구성과 수요에 따른 문화·예술 4개 분야로 기획했다. 창의력과 협응력 향상을 위한 창의코딩 프로그램, 아동 심신 안정을 위한 원예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또 공동체 형성과 신체적 표현 훈련을 위한 연극놀이, 스마트기기 영상물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활자가 주는 즐거움을 알려 주는 책놀이 등이 있다. 구는 안전한 운영을 위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아동 간 지그재그로 앉기, 소규모 그룹 조성, 위생 가림판 활용 등으로 ‘친구들과 따로 또 같이’의 실내 거리두기도 실천한다. 구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초등학생, 학부모의 만족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돌봄사업 추진을 통해 아동과 부모, 마을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행복 돌봄터를 조성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공연 끊긴 도봉 거리예술단… ‘온라인 버스킹’ 구경오세요

    서울 도봉구의 거리예술단이 온라인 공연을 펼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에 따른 공연 취소로 어려움을 겪는 도봉 지역예술인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코로나19에 지친 구민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14일 오후 3시 도봉구를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 공연인 ‘뮤지트로존’ 공연을 시작으로 이달 한 달간 모두 6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20일 ‘7080존, 추억의 7080음악과 포크송’, 21일 ‘순수라이브존, 화려한 악기들의 라이브 연주’, 22일 ‘동서양존,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 28일 ‘장미꽃존, 청소년·청년의 생동감 넘치는 공연, 29일 ‘소통존, 마술·연극’ 등 모두 6개 주제로 공연을 선보인다. ‘도봉문예지’ 유튜브 채널에서 오후 3시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진행되며, 공연 종료 후에도 시청할 수 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종로구, ‘낭독극’ 만들고 ‘천체 관찰’하며 뜻깊은 여름을

    종로구, ‘낭독극’ 만들고 ‘천체 관찰’하며 뜻깊은 여름을

    서울 종로구는 지역 어린이들이 종로만이 보유한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향유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낭독극 및 체험 프로그램을 8월과 9월 두 달 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먼저 아름꿈도서관(숭인동 242-7)에서는 이날 부터 다음달 26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2020 도서관다문화서비스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연극놀이교실 프로그램이 열린다. 바로 여름방학을 맞아 마련된 ‘낭독극으로 만나는 아시아 신화이야기 ‘천지왕의 주머니’이다. 대상은 초등학교 2·3학년이며 이날 부터 2주 동안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진행하고, 9월 중에는 매주 토요일 운영한다. 총 8회 차에 걸쳐 아시아 신화를 함께 읽어보고 조별 연극놀이, 희곡 각색 등을 경험하는 시간들로 구성했다. 아동들은 희곡 ‘천지왕의 주머니’를 읽고 배역을 정해 낭독공연을 연습, 최종적으로 발표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어 창신소통공작소(창신6가길 47)에서는 오는 21일 부터 다음달 25일까지 매주 어린이 과학체험프로그램 ‘하늘땅 별땅’을 운영한다. 대상은 6세 이상 13세 미만의 종로구 거주 어린이다. 문화해설사와 창신동 절개지 주변 골목골목을 탐방하며 지역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과학탐구 실험, 천체 관찰 등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수강료는 전액 무료이고 재료비는 2만원이다. 10살 미만 어린이 참여 시 보호자 동반은 필수이며 보호자 휴식공간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태풍이나 우천 등의 기상 상황으로 프로그램 일정은 연기 또는 변경될 수 있다. 참여 신청은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https://www.jfac.or.kr)를 참고해 구글폼으로 하면 된다. 하늘땅 별땅과 관련해 보다 자세한 사항은 창신소통공작소(2088-1270)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잘게 썬 감 사이 반지 ‘생생’…임자, 무대보다 영상이 잘 보이는감?

    잘게 썬 감 사이 반지 ‘생생’…임자, 무대보다 영상이 잘 보이는감?

    “아, 요 감 좀 먹어봐. 아주 달고 맛있구먼.” “그 옆에, 옆.”할아버지가 무심한 듯 건넨 잘게 잘린 감 사이에 순금 반지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반짝이고 있다. 그것도 모르고 반지 옆에 있는 감을 집는 할머니의 손이 야속하다. 감을 입에 넣고 “아구, 달다”며 웃는데 “임자 눈엔 감밖에 안 보이는가?”라며 입을 삐죽이는 할아버지에 스크린을 보는 관객 마음도 덩달아 짠하다. 황혼의 ‘끝사랑’ 로맨스를 그린 ‘늙은 부부이야기’를 연극 무대에서 보면 이 애틋한 금반지가 쏙 들어오지도,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표정이 잘 읽히지도 않는다. 클로즈업으로 보지 못해 아쉬운 무대 장면이 생생하고 가깝게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예술의전당은 공연물을 영화적 기법으로 풀어낸 ‘늙은 부부이야기: 스테이지 무비’를 오는 19일부터 전국 26곳 CGV에서 공개한다. 2003년 초연 이후 대학로에서 꾸준히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예술의전당은 당시 공연을 영상화 사업 ‘삭 온 스크린’(SAC on Screen)의 첫 작품으로 선보였다. 영화 촬영 기간은 사흘. 관객이 있을 때 전체 풀샷을 촬영한 뒤 무관중으로 클로즈업 장면을 비롯해 무대에서 여러 각도의 촬영을 진행했다.신태연 영상감독은 “배우들의 마이크를 감추는 데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이 아직 약간 있어서 추가로 음향 후반 녹음을 진행했다”면서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타이트하게 편집되기도 했고 인트로 영상도 추가 촬영해서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꽃피는 봄날 날라리 할아버지 박동만(김명곤 분)이 오래전 연심을 품은 이점순(차유경 분)을 만나러 가는 동두천 길을 비롯해 계절이 변할 때마다 실제 마을 속 자연의 인트로 영상이 극장에선 새까맣게 암전이 됐을 대목에 적절히 담겼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자 연극, 드라마,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한 배우 김명곤과 40년차 연극배우 차유경. 베테랑 배우들도 스크린 속 자신들의 연기에 내심 긴장한 듯했다. 차유경은 “무대 위 감정과 영상 속 감정이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배우로서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감동이 있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명곤도 “한편으로는 대사 실수나 잘못했던 부분도 영원히 기록으로 남으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거들었다.스크린으로 보는 공연, 왜 만들어졌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각본과 공연 연출인 위성신 감독은 “공연이 일회성의 예술에서 기록과 공유의 문화로 더 확산돼야 한다고 분명히 인식한다”면서 “한국의 공연예술을 외국에 소개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서로가 익숙한 영상매체를 통해 공유할 수 있으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에 스크린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공연과 스크린상의 현장감이 다르고, 영상매체의 속도를 쫓아가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건 고민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제작을 맡은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삭 온 스크린’ 사업에 대해 “우선은 소외계층이나 각 지방자치단체, 해외 문화원 등에 전달해 공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IPTV 등의 수익 사업을 통해 연극 창작자나 극단에 수익이 몇백만원이라도 간다면 공연예술 선순환 생태계의 실천적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자유·저항의 대학로… 치열했던 ‘청춘들의 행진’

    자유·저항의 대학로… 치열했던 ‘청춘들의 행진’

    문화재라 하면 으레 건축물이나 도자기 같은 것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서울미래유산은 그 폭이 좀더 넓다.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다. 영화도 한 카테고리다. 대표적인 것으로 1975년 개봉한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이 있다. 소설가 최인호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비판적 사고를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불안과 좌절, 비애, 상실감 등 우울한 자화상을 묘사한 영화다. 1970년대 서울 대학가와 그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로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미래유산이 됐다.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서울의 영화-바보들의 행진’을 준비하면서 이 영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떠올릴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했다. 젊음과 낭만의 거리라 불리는 대학로가 좋은 사례 중 하나일 듯싶었다. 혜화동로터리에서 이화사거리까지 1㎞ 남짓한 도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대학로는 연극이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을 볼 때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봤음 직한 젊은이들의 공간이다. 한복판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을 거닐다 보면 여유롭게 거리공연을 펼치는 악사에서부터 비보잉을 하는 댄서들까지, 자유로운 분위기에 누구나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물론 원래부터 이곳이 대학로라 불린 것은 아니고 공원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지역의 근대는 식민지와 함께 왔다. 애초 이곳의 터줏대감은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들어선 경성제국대학이었다. 의학부와 법문학부, 대학본부가 마로니에공원 일대에 있었고 거기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학교 격인 예과가 청량리에 있었다. 이후 서울대가 이곳에 들어선 것은 광복 뒤인 1946년이었다. 법대와 문리대, 의대 등이 마로니에공원과 주변 서울사대부속 초·중교 자리에 자리잡았다.당시 풍경은 어땠을까.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가수 송창식이 부른 ‘고래사냥’과 ‘왜 불러’ 등이 영화 전편에 흐르면서 무기한 휴강과 입대, 장발 단속 등 10월 유신의 풍속도가 리얼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차가웠다. ‘왜 불러’뿐만 아니라 극 중 영철의 테마곡인 ‘고래사냥’이 대학가 시위 현장에서 곧잘 불리면서, 두 노래는 결국 금지곡이 되고 말았다. 감독 자신은 현실과 타협한 영화라고 자조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렇기에 더 역설적으로 당시를 이해하는 텍스트가 돼 주기도 한다. 실제로 개봉 당시 서울 관객 15만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도 성공했던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한 박정희 정권은 서울대를 아예 관악산으로 이전해 버린다. 대학로 시절 서울대 주변이 유신체제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등 학생운동의 중심이 되다 보니 동숭동, 용두동, 종암동, 공릉동 등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들을 당시만 해도 변두리이자 정문과 후문만 봉쇄하면 시위대의 시내 진출을 막을 수 있던 관악산 골프장 터로 몰아넣듯 옮겨버린 것이다. 영화 개봉연도와 같은 1975년의 일이었다.대학로의 변화는 1980년대 들어 더욱 극적으로 펼쳐진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는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억제하려 했다. 대표적인 게 1982년 벌어진 ‘학림사건’이었다. 학생운동가들이 학생단체를 조직해 사회주의 폭력혁명으로 정권을 붕괴시키려 했다는 사건이었다. 마로니에공원 맞은편에 있는 학림다방에서 첫 모임을 열었다 해서, 또 ‘숲’(林)처럼 무성한 ‘학’(學)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해서 학림사건이라 불렸다. 1985년부터는 이곳의 분위기가 질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주화운동의 현장이란 인식이 강했던 이 일대에 정부가 ‘문화예술의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 곳곳에 있던 문화예술단체와 공연장, 소극장 등을 유치함으로써 자유와 저항의 공간에 낭만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 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청년들이 그리고 시민사회가 영화의 분위기처럼 순응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칠 줄 모르는 민주화운동은 끝내 독재를 종식시키고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냈다. 당시 피해자들도 2010년 열린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두환 정권에 의한 조작 사건이라는 결론과 함께. 학림다방은 그런 한국 현대 정치사의 현장이었기에, 나아가 훗날 문학으로 명성을 얻은 이청준이나 김승옥, 황지우, 김지하 등의 단골집이었다. 김민기 등 음악인들의 주요 거처이기도 했다. 학림다방도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됐다. ‘서울대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고도 불렸던 학림다방 입구에 걸려 있는 서울미래유산 동판이 흘러간 옛이야기를 담담하게 증언해 주는 듯싶다. 대학로는 내막을 모르면 그저 로맨틱해 보이기만 하는 문화 예술의 공간이자 맛집들이 즐비한 소비공간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는 그 안의 내력이나 사건들 사이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마로니에 공원을 중심으로 서 있는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이자 현 공공그라운드 빌딩 또한 생각할 지점을 던져 준다. 적벽돌 외장이 인상적인 이 건물들은 모두 ‘한국 건축의 풍운아’라 불렸던 김수근이 설계한 건물들이다. 서울대 건축과를 다니다가 6·25전쟁 때 일본 도쿄예대 건축과에 유학해 막 대학원을 수료한 김수근은 이승만 정권 말기인 1959년 29세의 나이로 새 국회의사당 건축설계안 현상공모에서 1등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작품 가운데 한국인에게 익숙한 게 한둘이 아니다. 잠실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해 남산 타워호텔과 자유센터, 세운상가, 워커힐호텔, 옛 국립부여박물관과 청주 및 진주박물관 등이 있다. 단순히 건축 설계만 한 게 아니라 국내 잡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월간 ‘SPACE(공간)’를 창간하고 다양한 예술인들을 후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르네상스의 예술 후원가라 평가받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빗대 ‘서울의 로렌초 메디치’라 평하기도 했다. 그에게도 밝은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현장인 남영동 대공분실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나선형 계단을 설치해 방향 감각을 상실케 하고 피조사자가 투신할 수 없게끔 창문 폭을 15㎝ 정도로 좁게 하는 등 전적으로 고문에 적합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그 건물 말이다. 아르코 미술관과 예술극장, 그리고 옛 샘터 사옥은 겉으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모던함을 유지해 오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인간 내면의 복잡다단한 면에 대해 성찰하게끔 유도하는 경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이번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는 서울대병원이었다. 1907년에 건립된 옛 대한의원은 광복 뒤 경성의전과 통폐합돼 현재 서울대 의대로 바뀌어 있고 그 병원은 서울미래유산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1922년 의학 실험에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며 설치한 ‘실험동물공양탑’은 이번 투어의 압권 중 하나였다. 말 못하는 짐승을 위해서도 공양탑을 세웠던 이들의 마음을 자비롭다고 해야 할까. 서울 대학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된 적이 있다. 2008년 말 한국방송통신대학 맞은편에 위치한 한 건물을 철거하면서 14구의 유골이 발견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석 달에 걸쳐 정밀분석한 결과 유골의 주인공이 14명이 아니라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젖먹이의 유골도 3구나 됐다. 과연 그 뼈들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왜 그곳에 집단으로 묻힌 걸까. 해답은 ‘그 땅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의전 해부학교실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더더욱 실험동물공양탑은 의외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실험동물의 목숨도 함부로 하지 않던 이들이 정작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인종적이며 체질적인 차이를 조사하는 등 몰인권적인 우생학과 인종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연구도 진행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이미지가 묘사 대상의 전부는 아닌 것처럼 우리가 맞닥뜨리는 여러 사안들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반대로 호기심과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견지한다면 묘사된 풍경 너머의 맥락을 이해하는 길에 가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바보들의 행진’은 언뜻 보면 명랑한 청춘극 같지만 자세히 보면 비극보다 더 진한 슬픔을 자아내는 영화이고 일견 로맨틱해 보이는 대학로이지만 그 속엔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고자 했던 이들의 정열이 녹아 있다. 글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12회 돈의문 주변 ●출발일시 : 8월 15일 오전 10시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