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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유료 공연으로 만나는 축제…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도전

    비대면+유료 공연으로 만나는 축제…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도전

    올해 20회를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연극, 무용 장르 공연을 모두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계 중요한 화두가 된 영상화 및 비대면 유료 공연에 대한 실험이 축제로도 이어졌다.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지난 12~13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는 29일까지 17개 단체의 작품 17편을 온라인으로 선보인다. 연극 8편과 무용 9편 가운데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하는 1편만 제외하고 5000원의 후원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프리뷰 기간에 온라인 상영될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와 관람포인트 등을 설명한 사전 예고 형식의 프리 프로그램에만 동시 접속자가 1000명 이상 몰리며 누적 후원자수가 1500여명이 넘는 등 관심이 모였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본 공연 첫 작품으로 극단 놀땅의 ‘널 만나러 무작정 나왔어’는 오후 4시부터 90분간 누적 재생수 4333회를 기록했다.예술제에서는 최근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극단과 안무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다. 특히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그동안 현장감이 더욱 중시됐던 공연과 영상의 만남 등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진정한 공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주로 선정됐다고 예술제 측은 설명했다. 소설가 장강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신체 연극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극단 동)이 지난 17일 오후 8시 상영됐고 대학로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극단 신세계가 루쉰의 ‘광인일기’를 바탕으로 꾸민 연극 ‘나는 광인입니다’(21일 오후 7시), 허먼 멜빌 소설 ‘필경사 바틀비’를 판소리로 구성지게 그려 내는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의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19일 오후 8시) 등이 영상에 담겼다.최근 이날치 밴드와 함께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기가막힌 흥’(21일 오후 4시),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춤에 대한 도전을 이어 가는 안은미컴퍼니의 ‘나는 스무살입니다’(27일 오후 8시) 등 인기 안무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무엇보다 영상화를 할지 말지, 어떻게 영상을 남길지 등 17개 단체가 치열한 고민을 한 결과다. 코로나19로 예정됐던 해외 작품들은 공연들이 성사되지 못해 유일한 해외작인 ‘갈라’가 28~29일 이틀간 공연되며 축제가 마무리된다. ‘농-당스(non-danse)’라는 독특한 안무 형태를 선보여 프랑스 무용계 아이콘으로 꼽히는 제롬 벨이 창작해 국내 15명의 일반인과 5명의 전문무용수가 협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한국 추상조각 개척자’ 최만린 별세

    ‘한국 추상조각 개척자’ 최만린 별세

    한국 추상조각을 이끈 최만린 조각가가 17일 오전 별세했다. 85세.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다. 서울대 미술대학장과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역임했고, 2001년 서울대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조각가로서 동양철학의 근원적 속성을 추상의 형태에 담은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 추상조각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이브’라는 인류의 대명사를 빌려 표현한 연작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시리즈와 ‘일월’ 시리즈 등 서예의 필법과 동양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을 펼쳤다.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 시리즈 등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 왔다. 고인은 서울신문 창간 100주년이던 2004년 서울신문 전신인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양기탁과 베델의 흉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작품은 서울 중구 본사 1층에 전시돼 있다. 1997년부터 2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내며 1998년 미술계 숙원인 덕수궁 분관을 개관했고, 서울관 건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미술인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성우 겸 배우인 아내 김소원씨, 아들 최아사(계원예술대 건축학과 교수), 딸 최아란(연극배우)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포토] ‘어머니날’ 맞아 공연 펼치는 북한 예술단

    [포토] ‘어머니날’ 맞아 공연 펼치는 북한 예술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어머니날을 맞아 수도 극장들에서 주요 예술단체들의 공연이 진행됐다고 17일 보도했다. 동평양대극장에서는 만수대예술단 음악무용종합공연, 국립연극극장과 평양교예극장 등에서도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경매에 나온 ‘마리 앙투아네트’가 신던 구두

    경매에 나온 ‘마리 앙투아네트’가 신던 구두

    마리 앙투아네트의 구두가 15일(현지시간) 경매에 나온다. 경매는 프랑스 경매사 ‘오즈나(osenat)’를 통해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며 경매가는 1만 유로(약 1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염소가죽과 실크로 만들어진 하얀 구두로, 힐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매사 측은 해당 구두는 앙투아네트가 왕실의 일상생활에서 신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불어 “마리 앙투아네트는 세계적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경매 물품에 대한 가치를 강조했다. 합스부르크 공국을 다스렸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14세 때 프랑스 루이 16세와 정략결혼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베르사유 트리아농궁에 살다가 혁명이 시작되자 파리로 연행돼 국고 낭비와 반혁명 시도 죄명으로 1793년 10월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남편 루이 16세는 그해 1월 이미 처형된 뒤였다. 프랑스의 구체제(앙시앙레짐)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인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는 여러 소설과 영화, 연극 등으로 재탄생 돼 왔다.한편, 지난 5월 경매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쓰던 가죽으로 된 여행용 가방이 예상가보다 5배가량 높은 4만 3750유로(약 57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너무 갑작스러운 일” 쿠보데라 아키라 사망 소식에 日 충격

    “너무 갑작스러운 일” 쿠보데라 아키라 사망 소식에 日 충격

    일본 배우 쿠보데라 아키라가 43세로 삶을 마감했다. 14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 매체는 전날인 13일 쿠보데라 아키라가 도쿄 도내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소속사 히라타 오피스 측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1월 13일 배우 쿠보데라 아키라가 사망했습니다. 43세.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가족, 직원들은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쿠보데라 아키라는 오는 26일 희극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망 소식을 들은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쿠보데라 아키라는 지난 1999년 연극 배우로 데뷔한 후 ‘세일러문’ 실사판 드라마와 ‘가면라이더’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취중생]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공공 공연장 바라보는 민간 공연장의 한숨

    [취중생]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공공 공연장 바라보는 민간 공연장의 한숨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이야기가 연일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홍대 일대 민간 공연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로 휴·폐업에 들어가는 등 경제적 타격을 입은 이들 옆에 서울시가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 공연장’을 개관했습니다. 홍대 공연장들이 이를 생존권 침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시민들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서울시는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를 개관했습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는 170석 규모의 전문 공연장과 연습실, 다목적실, 강의실 등을 갖춘 공연·문화시설입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비영리 공연뿐만 아니라 프로 아티스트(전문 예술인)의 공연도 대관할 수 있는 등 대관 대상에 제한이 없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홍대 인근의 민간 공연장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롤링홀 등 홍대 인근 공연장 85곳은 즉각 반발하면서 ‘홍대 공연장 연합’을 결성해 지난 6일 서울시에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의 운영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공문에 적힌 요구는 ▲연극, 뮤지컬을 제외한 대중음악 장르의 기획 및 대관 금지 ▲협상 타결까지 센터 운영 중지 두 가지입니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공문에 답을 보냈습니다. “연극, 뮤지컬로 한정해 운영하는 요청은 서울생활문화센터의 건립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과도한 요청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어 “홍대 공연장 연합 측의 입장을 반영해 운영 방향과 기획 공연 및 대관 공연의 대상·날짜 배분 등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협상 가능성은 물 건너 간 셈입니다. 홍대에서 프리즘홀을 운영하는 이기정 대표는 “시는 정책이니 해야 한다는 간단한 문제지만, 인근 민간 공연장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라고 토로했습니다. 한국 인디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홍대는 라이브 공연장과 인디밴드들이 함께 공연 생태계를 조성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홍대 공연장들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운영이 어려워졌습니다. 공연 업계에 따르면 홍대 인근 대표 공연장인 하나투어 브이홀이 폐업하고, 밴드 크라잉넛이 탄생한 공연장 DGBD(옛 드럭)와 무브홀 등도 문을 닫았습니다. 인디음악을 대표하는 공연장들이 사라지자 음악팬들은 “브이홀, 무브홀 다 없어지면 밴드 내한 공연은 어디서 하나”, “공연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인데 마음이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홍대 공연장들은 코로나19로 관객을 10분의 1만 받는 가운데 직접 방역물품을 마련하고 방역알바를 고용하는 등 추가 지출은 늘어나 힘겹게 운영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을 때는 대부분 공연이 중단돼 수입이 끊기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데, 정부가 뒤로는 공연장을 여는 등 소상공인과 경쟁하고 우리를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인근 민간 공연장들의 반응이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을 투입해서 운영하기 때문에 대관료를 비싸게 측정할 수도 없고, 너무 싸게 대관하면 인근 민간 공연장이 타격을 입어 무조건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시장조사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주말 기준 인근 공연장 시세가 220만원에서 250만원 사이인 것을 고려해 총 대관료를 220만원으로 책정한 사실이 나와 있습니다. 다만 총 대관료는 주말 기준 공연장 대관료 120만원에 음향·조명 인력 60만원과 악기사용료 40만원 등을 합해 산출됐습니다. 생활문화 동아리는 할인을 적용해 주말 기준 45만원에 공연장을 대관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프로 공연팀은 이미 자체 음향·조명 인력과 악기를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반값’ 공연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예술인들은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개관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예술인이 살아야 공연장도 산다’, ‘공공 공연장인데 가격이 비싼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공연 예술인들도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질서를 지키며 유지되던 홍대의 공연·문화 생태계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들이닥쳤고, 여기에 ‘공공 공연장’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서울시가 상생이 가능한 운영 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피오 공동설립 극단 소년, 연극 ‘올모스트 메인’ 캐스팅 공개

    피오 공동설립 극단 소년, 연극 ‘올모스트 메인’ 캐스팅 공개

    극단 소년이 다음달 19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될 연극 ‘올모스트 메인’ 캐스팅을 13일 공개했다. 극단 소년은 지난 2015년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1기 졸업생인 표지훈(피오), 이한솔, 최현성 등 5명이 설립한 극단으로 연극 ‘슈퍼맨닷컴’, ‘마니토즈’, ‘소년, 천국에 가다’ 등을 선보였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다양한 의미의 사랑을 소재로 9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슬로건 ‘찾길 바라, 네가 있어야 할 곳’을 주제로 사랑 자체보다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는 용기있는 한 발자국에 대한 이야기와 응원을 담은 작품이다. 극의 특성을 담아 모든 배우가 두 개 이상의 배역을 맡아 활약할 예정이다. 극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장면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피트’와 ‘지네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서로의 대화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려는 찰나 엉뚱한 농담을 던지는 피트 역에 강은일과 이준현이, 지네트에는 김다윤과 이다빈, 변하늬가 이름을 올렸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심장이 19조각으로 부서져버린 ‘글로리’와 메인의 낯선 남자 ‘이스트’의 이야기가 담긴 첫 번째 에피소드 ‘Her Heart’에는 글로리 역에 조가은과 문수아, 이스트 역에 김기주, 주도하, 박준석이 출연하기로 했다. 술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지미’와 헤어진 옛 연인 ‘샌드린’, 유쾌한 에너지로 그들의 서빙을 돕는 ‘웨이트리스’의 이야기가 엮인 두 번째 에피소드 ‘Sad and Glad’에는 최현성과 조용석이 지미를, 방유인과 하유원이 샌드린으로 출연한다. 웨이트리스 역으로 김다윤, 이다빈, 변하늬가 함께 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 ‘This hurt’는 허름한 세탁실에서 ‘스티브’의 뒤통수를 본의 아니게 다리미판으로 내려치는 ‘마발린’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스티브에 이충호, 금동호, 마발린 역에 이수정과 이현아가 이름을 올렸다. 오래된 연인이 지금 막 헤어지는 순간을 다룬 네 번째 에피소드 ‘Getting it back’은 무작정 지금껏 받은 사랑을 다 돌려주겠다며 찾아온 ‘게일’과 머뭇거리는 ‘렌달’의 이야기로, 프롤로그 장면에 출연하는 5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시골 마을의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랜디’와 ‘채드’의 대화를 담은 다섯 번째 에피소드 ‘They Fell’에는 랜디에 표지훈과 이한솔, 채드 역에 최현성, 조용석이 호흡을 맞춘다. 스케이트를 타러 온 부부 이야기를 담은 여섯 번째 에피소드 ‘Where it went’에서는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마시 역에 방유인, 하유원이, 아내가 화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필 역에는 이충호, 금동호 배우가 연기한다. 일곱 번째 에피소드 ‘Story of Hope’의 맨 역에는 강은일과 이준현이, 우먼 역에는 조가은, 문수아가 연기한다. 에피소드 ‘Seeing the thing’은 ‘데이브’가 오랜 시간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내온 론다에게 그가 그린 그림을 선물하며 마음을 전하는 아홉 번째 이야기 이다. 론다 역에는 이수정, 이현아가, 데이브 역에는 표지훈, 이한솔이 열연할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리뷰] 박상원이 풀어내는 소외된 삶과 사랑…맨 끝 자리 ‘콘트라바쓰’의 외침

    [리뷰] 박상원이 풀어내는 소외된 삶과 사랑…맨 끝 자리 ‘콘트라바쓰’의 외침

    배우 박상원은 40여년 전, 소극장에서 본 모노드라마에 매료돼 배우의 길을 들어섰다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연극이 배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며 무대를 가득 채우는 모습이었으니 아마도 시작부터 높은 기준을 갖고 연극과 연기에 발을 디뎠을 거다. 그런 그가 42년 만에 첫 모노드라마에 도전했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변신해 100분 이상 쉬지 않고 혼자 해설하며 연기하고 춤도 춘다. 지난 7일 막을 연 연극 ‘콘트라바쓰’로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 박상원은 잔뜩 흐트러진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평소보다 한 톤은 올린 듯한 목소리로 관객들과 대화를 한다. 작품 속 그는 오케스트라 제일 끝자리에 앉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다. 음대를 나온 국립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무려 공무원 신분이지만 아무도 무대 위의 그를 주목하지 않는 소외된 인물이고, 연주를 마친 뒤엔 코끼리 같은 콘트라베이스와 단 둘이 사는 집에서 평범한 맥주를 마시는 일상을 반복한다. 오페라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세라를 흠모하지만 말도 못 붙여본 것은 물론이고 세라가 자신의 존재를 아는지조차 자신이 없다. 글로만 봐선 다소 찌질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캐릭터가 무대 위에서 멋드러지게 그려진다.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 사뭇 다른 배우가 만들어내고 끌어가는 에너지와 지금 상황을 절묘하게 반영한 유쾌한 대사, 그리고 주인공의 마음을 적절하게 대변하는 클래식 음악들이 조화롭게 무대를 채운다. “(소크라)테스형, (모차)르트형”부터 “그 땐 코로나19가 없어서 마스크도 안 썼는데”, “마스크를 쓰고들 계시니 표정을 알 수가 없네” 등의 천연덕스러운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며 관객들과 바로바로 소통했다.극 초반부터 박상원은 관객에게 열심히 ‘콘트라바쓰’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내며 절대 빠져선 안 되는 중요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실상은 가장 말단에 놓여 눈에 띄지 않는 악기로 취급받지만 그래선 안 되는 존재라는 점을 열심히 알린다. 그러나 중반부턴 이 애증의 악기와 단 둘이 놓여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듯 ‘콘트라바쓰’를 원망하고 질책한다.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반복…” 되는 일상의 허무함을 괴롭게 쏟아내기도 한다. 무대 위 박상원은 끊임없이 관객에게 말을 걸듯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좌절하기도 하고, 맥주를 마시며 만족스러워 하다가도 씁쓸함을 견디지 못하기도 한다. 가볍게 춤을 추고는 급기야 거친 작은 자갈밭을 하염없이 걷는다. 한 시간 반이 훌쩍 넘도록 무대는 물론 극장을 가득 채워내는 에너지는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간다. 직접 연주하는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은 대사를 읊는 것보다도 상징적으로 그의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러한 그의 감정을 음악이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음악극으로 불려도 손색 없을 만큼 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나단조 1악장, 하드 밥 재즈, 말러 교향곡 1번,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서곡,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 다양한 음악이 대사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놓여 무대에 흐른다. 미완성 교향곡과 함께 “그래요, 우리는 인생의 결과를 알 수 없이 인생을 여행하죠. 그래서 이 미완성 교향곡은 형식적으로는 미완성이지만 내용적으로 완성을 의미하죠”라는 대사가 녹아드는 식이다. 한 음악가의 쓸쓸한 독백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결국 그의 삶이 평범한 우리네와도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너무 평범하고 사소해서 소중함을 인지하는 것이 오히려 낯선 많은 존재들을 돌아보게 하는 대사들은 하나하나 객석에도 와 닿는다. 무대 말미, 콘트라바쓰 연주자는 마침내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터무니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이 기대를 안고 깔끔한 연미복을 입고 무대로 나가는 그를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리 동네 이거 알아?] 우리 아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여 봐요

    우리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과 좋은 볼거리를 선물해 주고 싶은 부모님들께 따끈따끈한 공간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노원구가 롯데백화점 인근 KT 노원지사 지하 1층에 208석 규모의 어린이 전용 극장을 만들어 지난달 30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는데요. 서울 동북권에는 처음 생긴 어린이 전용 극장이랍니다. 어린이극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간이에요. 어린이의 앉은키를 고려한 소파형 관람석과 좁은 보폭까지 배려한 낮은 계단, 캐릭터로 재미를 더한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까지 모두 아이들 맞춤으로 준비해 어린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어요. 부모님들은 편의시설이 마음에 드시겠지만, 이곳에 온 어린이들은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길 거예요. 먼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천장을 수놓은 100여개의 입체 큐브 디자인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요. 관람 대기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놀이공간,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은 극장에서의 시간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주겠죠?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는 역시 좋은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겠죠. 노원 어린이극장의 역사적인 첫 공연은 ‘꼭 봐야 할 한국 어린이 연극’으로 꼽히는 ‘강아지똥’이었어요. 그리고 이어 음악극 ‘리틀 뮤지션’, 연극 ‘눈의 여왕’ 등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노원구에서는 1년 내내 우수한 작품을 기획하기 위해 예술 감독제를 도입했어요. 이번 주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어린이극장 나들이 어떠세요?
  • 셋 합쳐 경력만 150년…연극 안 하면 사는게 아니지

    셋 합쳐 경력만 150년…연극 안 하면 사는게 아니지

    “연극이 아니면 죽어 있는 거나 다름없어. 크게 뽑아서 더 열심히 외워야지.” 나이 일흔여섯, 배우 손숙은 황반변성으로 눈이 침침하다면서도 이제 좀 쉬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목청을 높였다. 그에게 무대 연기를 하지 않는 삶은 숨만 쉬고 밥만 먹는 것과 같다. 글자를 크게 키워 대본을 뽑아 달달 외우고, 무대에서 땀 흘리는 게 진짜 삶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손숙은 오는 19일부터 열흘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무대에 오른다.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활약해 왔지만 이번 무대는 새삼 특별하다. 한태숙(70) 연출, 정복근(74) 작가와 함께하는 작품이어서다. “우리 셋 나이를 합치면 200살이 넘는다”며 연거푸 웃음을 쏟아 내는 이들의 연극 경력만 더해도 150년에 달한다. 작업을 같이 하는 건 1994년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후 26년 만이다. 이들이 풀어낼 주제는 가볍지 않다. 고위 공직자의 아내 성연이 대학 총학생회 회장으로서 시위에 나간 운동권 딸을 찾아 나서며 겪는 이야기들로 우리 사회에 깊게 박힌 좌우 진영논리, 이념 갈등을 들여다본다. 손숙은 월북 시인 임화의 부인 지화련으로 분한다. 정 작가가 몇 년 전부터 써 둔 대본인데 지금 내놔도 딱 맞는 이야기일 만큼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았다. “젊을 땐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나온 모든 것을 지켜보며 성장한 지금은 우리가 서 있는 시점이 과연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죠. 우리가 바라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정 작가) 쉽지 않은 화두다 보니 한 연출과 정 작가는 물론 스태프 사이에서 매일 몇 시간씩 토론하고 때론 고성이 오갈 만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어휴, 어제도 무대감독이랑 한바탕했어.” 한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게 바로 연극”이라고 손숙이 받아쳤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이다. 세 거장과 20~30대 경기도극단 단원 18명이 함께 빚는 무대라는 점도 특별함을 더한다. “이상하게 연습실에서 연극하는 아이들이 나는 늘 가슴이 짠해. 왜 그런지 몰라”라며 손숙이 안쓰러워하자 한 감독이 곧바로 “그래도 걔네는 월급 받아”라고 맞받아쳤다. 원로들의 끝없는 주거니 받거니에 인터뷰가 점점 길어졌다.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이 마냥 짠하고 안쓰러울 만큼 고된 작업들을 어떻게 평생 해 왔을까. “배우가 되기 전에 극장에서 연극을 보며 굉장히 큰 용기와 위로를 받은 기억이 또렷하다”는 손숙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마음이 아프면 극장에 가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분명 그들만의 이유도 있다. “평생 놀 줄도 모르고 연극만 해 온 사람들이에요. 연극을 안 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죠.”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민간 공연장 고사 직전인데… ‘공공 공연장 개관’ 기름 끼얹은 서울시

    민간 공연장 고사 직전인데… ‘공공 공연장 개관’ 기름 끼얹은 서울시

    코로나19로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 민간 공연장들이 휴·폐업에 들어가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합정역 인근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 공연장을 개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공연장들은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고급 장비를 제공하는 대형 공연장이 들어서는 것을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에 빗대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공연 업계에 따르면 롤링홀 등 홍대 인근 공연장 85곳은 서울시에 지난 4일 개관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연극, 뮤지컬을 제외한 대중음악 장르 공연을 금지해 달라는 공문을 지난 6일 발송했다. 170석 규모의 전문 공연장과 연습실을 갖춘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대관할 수 있는 공연·문화시설이다. 일반 시민들의 비영리 공연뿐만 아니라 프로 아티스트(전문 예술가) 공연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간 공연장들은 홍대 일대 공연 시장 생태계가 무너질 거라고 우려한다. 한국 인디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홍대는 라이브 공연장과 인디밴드들이 공생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홍대 인근에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정이 어려워졌다. 이 지역 대표 공연장인 하나투어 브이홀이 문을 닫고, 밴드 크라잉넛이 탄생한 공연장 DGBD(구 드럭)와 무브홀 등도 폐업했다. 홍대에서 프리즘홀을 운영하는 이기정 대표는 “민간 공연장은 수익을 내서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운영비를 지원받는 서울생활문화센터와 경쟁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시는 동아리 등 아마추어에게는 대관료를 할인하되, 프로 공연은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을 책정해 받을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 따르면 주말 기준 공간 대관료는 120만원이다. 여기에 별도로 책정된 음향 및 조명 인건비 60만원과 악기 사용료 40만원 등을 합하면 총대관료는 220만원으로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민간 공연장의 평균 대관료는 240만~260만원 정도다. 다만 생활문화 동아리는 할인을 적용해 주말 기준 45만원에 대관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프로팀은 이미 자체 음향·조명 인력과 악기를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반값’ 공연장”이라고 반박했다. 대관을 이용하는 예술인들은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개관을 환영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공공 공연장인데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측은 “주변 상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공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주변 공연장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연극 안 하면 죽은 거나 다름 없지” 70대 연극 거장들이 빚는 무대

    “연극 안 하면 죽은 거나 다름 없지” 70대 연극 거장들이 빚는 무대

    “연극이 아니면 죽어 있는 거나 다름없어. 크게 뽑아서 더 열심히 외워야지.” 나이 일흔여섯, 배우 손숙은 황반변성으로 눈이 침침하다면서도 이제 좀 쉬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목청을 높였다. 그에게 무대 연기를 하지 않는 삶은 숨만 쉬고 밥만 먹는 것과 같다. 글자를 크게 키워 대본을 뽑아 달달 외우고, 무대에서 땀 흘리는 게 진짜 삶이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손숙은 오는 19일부터 열흘간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무대에 오른다.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활약해 왔지만 이번 무대는 새삼 특별하다. 한태숙(70) 연출, 정복근(74) 작가와 함께하는 작품이어서다. “우리 셋 나이를 합치면 200살이 넘는다”며 연거푸 웃음을 쏟아 내는 이들의 연극 경력만 더해도 150년에 달한다. 작업을 같이 하는 건 1994년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후 26년 만이다. “매년 한두 편씩 연극을 했는데 하면서 되게 갈증이 생겼다고 할까. 대학로 연극도 좀 설렁설렁 하는 것 같고. 더블, 트리플 캐스팅을 하면 연스? 두 배, 세 배 해야죠, 공식으로는. 저도 더블 캐스팅도 해보고 작품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들,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작품들만 했더니 갈증이 생겼어요. 그런 갈증 때문에 한 연출 볼 때마다 얘가 워낙 악바리니까 ‘나 좀 안 써줘?’ 만날 그랬다고요.” 그리고는 한 연출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이미 써둔 정 작가의 대본으로 작업을 하기로 하고 손숙에게 “하시겠어요?” 묻자 대본도 안 보고 무조건 하게 됐다는 게 다시 모인 과정이었다.이들이 풀어낼 주제는 가볍지 않다. 고위 공직자의 아내 성연이 대학 총학생회 회장으로서 시위에 나간 운동권 딸을 찾아 나서며 겪는 이야기들로 우리 사회에 깊게 박힌 좌우 진영논리, 이념 갈등을 들여다본다. 손숙은 월북 시인 임화의 부인 지화련으로 분한다. 정 작가가 몇 년 전부터 써 둔 대본인데 지금 내놔도 딱 맞는 이야기일 만큼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았다. “젊을 땐 사회에 대한 분노가 컸다면, 지나온 모든 것을 지켜보며 성장한 지금은 우리가 서 있는 시점이 과연 어디인지 생각하게 되죠. 우리가 바라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어요.”(정 작가) 쉽지 않은 화두다 보니 한 연출과 정 작가는 물론 스태프 사이에서 매일 몇 시간씩 토론하고 때론 고성이 오갈 만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어휴, 어제도 무대감독이랑 한바탕했어.” 한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게 바로 연극”이라고 손숙이 받아쳤다. 세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이다. 세 거장과 20~30대 경기도극단 단원 18명이 함께 빚는 무대라는 점도 특별함을 더한다. “이상하게 연습실에서 연극하는 아이들이 나는 늘 가슴이 짠해. 왜 그런지 몰라”라며 손숙이 안쓰러워하자 한 감독이 곧바로 “그래도 걔네는 월급 받아”라고 맞받아쳤다. 원로들의 끝없는 주거니 받거니에 인터뷰가 점점 길어졌다.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이 마냥 짠하고 안쓰러울 만큼 고된 작업들을 어떻게 평생 해 왔을까. “배우가 되기 전에 극장에서 연극을 보며 굉장히 큰 용기와 위로를 받은 기억이 또렷하다”는 손숙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마음이 아프면 극장에 가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분명 그들만의 이유도 있다. “평생 놀 줄도 모르고 연극만 해 온 사람들이에요. 연극을 안 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죠.”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오늘의 서울 톡] 강북, 꿈나무키움 재능장학생 모집

    강북구가 18일까지 ‘강북구꿈나무키움장학재단’ 제9기 재능장학생을 모집한다. 제9기 장학생은 음악, 미술, 무용, 체육, 연극, 학습 분야에서 6명 안팎이 선발돼 해마다 300만원 범위에서 장학금을 받게 된다. 성장가능성이나 일정한 성과를 보여주면 매년 심사해 지속적인 후원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최종 합격자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현장심사를 거쳐 내년 1월 15일 선정될 예정이다. 신청대상은 구에 거주하거나 지역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 재학생이면서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전국가구 월평균 소득 70% 이하 가정의 자녀다.
  • 우리가 선 이 무대가 ‘신의 기적’

    우리가 선 이 무대가 ‘신의 기적’

    1983년 국내 초연한 명작무대 이동이나 암전 없이두 시간 물 안 마시고 연기 20년 만에 정통 연극 도전 박해미 “입이 바짝 마른다”30년 경력 베테랑 이수미 “주저앉아 울고 싶어” 토로데뷔 8년차 이지혜도 “부담”“지금 이 시기에 하느님의 기적은 더이상 없어요. 그런데도 난 기적을 갈망하고 있어요.” 한 오라기 실만큼이라도 기적이 있기를 바란다고 무대에서 외친 배우 이수미가 “지금 이게 바로 기적”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무대를 딛고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때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쳐 간 캐릭터를 얻었으니 절로 나올 법한 말이었다. ‘여배우들의 성지’로도 꼽히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82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연극은 1976년 뉴욕 수녀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영아 살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심리게임 속에는 종교와 구원에 관한 물음, 여성으로서의 아픔, 가족에 대한 상처 등 갖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다. 무대에선 도발적이고 치밀한 설전이 이어지며 극이 전개될수록 각 인물은 절제했던 감정들을 극단적으로 쏟아 낸다. 당연히 탄탄하고도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만 세 가지 캐릭터 중 하나로 선택받을 수 있다. 1983년 국내 초연 당시 윤석화와 고 윤소정이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으로 열연했고, 이후 신애라(1992), 김혜수(1998), 전미도(2008), 선우(2011) 등 당시 높은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아그네스를 연기했다. 올해 작품에선 1998년 ‘신의 아그네스’를 좀더 인간과 가까운 이야기로 해석했던 윤우영 연출이 22년 만에 돌아왔다. 박해미는 아이를 가진 것도, 낳은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수녀를 돕겠다며 질문으로 실타래를 풀어 보려는 닥터 리빙스턴으로 분하고, 이수미와 이지혜가 각각 법보다 성스러움으로 아그네스를 지키겠다는 미리암 원장 수녀, 순수하지만 광기도 감추고 있는 아그네스의 옷을 입었다. 넓은 무대에서 세 사람은 온전히 각자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거미줄 같은 갈등을 엮었다. 무대 이동이나 암전은 없고 배우들도 거의 무대 밖을 떠나지 않는다. 두 시간 가까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도의 신경전이 빈틈없이 벌어지니 베테랑 배우들도 기진맥진이다. ‘햄릿’ 이후 20년 만에 정통 연극에 도전한 박해미는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도망가고 싶었다고 했고,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경력 30년의 베테랑 이수미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데뷔 8년차 이지혜도 “어깨가 많이 무겁고 부담됐다”며 신인처럼 떨었다. 다만 이들은 너무나 소중한 시기에 소중한 작품에 임하게 된 감사함을 ‘기적’이라 여기며 도망가거나 주저앉지 않고 머리를 맞댔다. 훌륭한 선배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전작들과 차라리 비교하지 말고 셋만의 스타일을 다지기로 했다. 작품 속 신을 향해 갈망하던 기적은 결국 인간의 몫이었듯, 명작 무대에 서는 기적을 세 배우가 자신들만의 열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새벽 예매로 들떴던 충무로, 그때 군밤 냄새… 영화 같은 추억 속으로

    새벽 예매로 들떴던 충무로, 그때 군밤 냄새… 영화 같은 추억 속으로

    지난 1월 시작된 코로나19가 11월이 되도록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4회 ‘추억의 극장가’ 편에 참여하기 위해 충무로역 1번 출구 앞에 모인 우리들은 눈앞의 대한극장을 바라보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1958년 개관해 초대형 스크린에 ‘벤허’, ‘마지막 황제’ 등 대작을 상영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테고, 2001년 11개 상영관의 멀티플렉스로 완전히 변신했을 때를 되돌아보는 이도 있을 터였다. 저마다의 나이에 따라 추억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기억은 바로 지난 11개월간의 일상일 것이다. 지난해 가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고 올 초에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감염병의 습격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꿔 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람끼리 어떤 형태로든 접촉한다는 것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절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던 그때 영화관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었고 오락 공간이었다. 돌아보면 어느새 전설처럼 그리운 시절이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앉아서 스크린 속의 이야기에 함께 빠져들며 같은 장면에서 소리 내어 함께 웃고 눈물 콧물 훌쩍거리며 함께 울기도 했던…. 가을이 깊어 가는 주말 우리는 충무로를 거쳐 을지로와 종로까지 한때 ‘서울의 10대 개봉관’으로 불렸던 극장들을 따라서 걸어 보기로 했다. 사라지고 변화되고 그나마 남아 있기도 한 그 모습들을 찾아서.먼저 서울미래유산 산업노동 분야에 선정된 ‘충무로 인쇄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오래되고 활력을 잃은 듯한 분위기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영화산업의 발전과 함께 영화 관련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형성된 충무로 인쇄골목은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인쇄산업 메카로서의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산업과 함께 발전해 온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특히 연말을 맞아 달력과 연하장, 다이어리 등을 진열해 놓은 가게 앞을 지날 때는 디지털 시대에도 인쇄물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고 손글씨로 안부를 전하는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정겹게 되돌아보며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만난 스카라극장 터. 지금은 아시아미디어타워 건물이 우뚝 솟아올라 있다. 1935년에 1000석이 넘는 규모로 세워져 국내 초창기 극장 건축의 역사를 간직해 온 까닭에 2005년 문화재 등록이 예고되자 건물주가 재산권 침해라며 철거를 해 버린 것이다. 급속한 사회 변화로 근현대 서울 시민의 모습이 담긴 문화유산이 덧없이 사라져 버린 생생한 현장이다. 199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극장들이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해 갈 때도 스카라는 단관을 고수하며 국내 최대 스크린을 유지해 왔으나 반원형 현관 부분이 도로 쪽으로 튀어나온 독특한 모양새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의 전형을 70년 동안 보여 주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다. 서울미래유산처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개별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보전 방식이 그때도 있었다면, 문화재나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이 그때도 지금처럼 높았다면…. 아쉬운 마음으로 대각선 방향의 명보극장으로 향하자 그나마 안심이 된다. 이제는 뮤지컬과 연극 등의 공연을 주로 하는 명보아트홀로 바뀌었지만 1957년 개관한 이래 스카라극장과 마주 보며 관객몰이를 했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극장 앞 광장에 새겨진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은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오고, 광장 한쪽의 이순신 장군 생가터 표지석은 충무로라는 도로명의 유래까지 알려 준다.하지만 을지로로 접어들어 국도극장 터에 이르자 또다시 진한 아쉬움이 밀려든다. 문화재로 등록될 기미가 보이자 극장주가 건물을 허물어 버린 것은 이곳이 스카라보다 먼저였으니 1936년에 동양풍을 가미한 아름다운 르네상스식 대리석 건물로 세워진 국도극장은 1999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국도호텔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충무로 인쇄골목을 지나오면서 197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들 속의 인쇄 관련 업체들을 살펴봤고, 또한 1970년대에 완공된 세운상가 건물군을 지나쳐 온 까닭일까. 국도극장 터를 표시하는 기념 표석 앞에서 우리는 어느덧 1970년대를 추억하게 됐다. 지금과 같은 예매 시스템도 없이 단일 개봉관에서 신작 영화를 몇 달씩 상영했던 그 시절에는 이곳 국도극장에서도 아침부터 영화표를 예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을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영자의 전성시대’가 모두 이곳 국도극장에서 개봉됐으니 이른바 70년대 청년영화를 보기 위해 당시 을지로의 대표적인 극장이었던 이곳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을까.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70년대 산업화의 역군들은 극장에서 한국 영화가 보여 주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방황과 좌절에 공감하며 한편으로는 영화처럼 빛나는 삶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의 그늘과 유신 시절의 억압을 잠시 잊은 채 함께 울고 웃던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나서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었듯 우리는 국도극장 터를 뒤로한 채 바로 앞 세운상가 3층 보행데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무로와 나란히 종로로 이어지는 세운상가는 약 1㎞ 길이의 초대형 주상복합상가로 일제강점기에 전쟁을 대비해 비워 둔 공터 자리에 세워져 각종 전자제품을 취급하며 명성을 날렸으나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고 강남이 부상하면서 급격히 침체에 빠졌다. 그래서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녹지축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있었으나 5년 전부터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다시세운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디오와 비디오, 컴퓨터, 불법 복제 등 세운상가를 통해 보급되고 발달한 다양한 ‘신기술’과 ‘신문화’는 종합예술로서의 영화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시 정비된 세운상가의 3층 보행데크를 걸으면서 한국 영화와 극장 건물에 대해 생각이 이어졌다. 이쪽은 기존의 제조 산업을 디지털 디바이스와 결합하고 우리가 지나온 인쇄골목 쪽 상가 구간은 인쇄산업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다시 살리겠다고 하니 철거 대신 선택한 존치 재생이 다른 여러 산업과 문화에도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싶었다. 청계천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세운상가군이 자연스럽게 공중 보행교로 연결되고 있어서 잠시 청계천을 내려다보는 시간도 가져 봤다.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지도 어느덧 15년. 산업화 시대를 지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진정한 현대화를 이뤄 가는 우리의 미래를 청계천 물길을 따라 상상해 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종로와 만나는 세운상가 끝자락에서 다시세운광장 건설 때 발굴한 조선시대 중부관아 터 유적을 둘러보고 9층 옥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종묘 숲을 보면서 서울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인가를 실감했다. 옥상에서 사방으로 둘러보는 도심은 현대식 빌딩으로 가득하지만 바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으니 다시 한번 개발과 보존에 관한 여러 생각이 교차한 순간이었다.다시세운옥상에서 서울의 기운을 가득 받아 안고 종로로 내려가서 서울극장 앞에 이르자 추억의 오징어구이와 군밤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길 건너 단성사는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지만 새로 지은 빌딩의 이름 속에 흔적으로만 남았고, 피카디리극장도 광장의 핸드프린팅마저 지하로 내려가 옛 모습이 아니었지만 영화관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다 하고 있다. 1960년대의 세기극장을 인수해 1979년 서울극장으로 개관한 이후 증축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복합상영관 시대를 열었던 서울극장은 종로와 충무로 일대 영화의 역사를 대변하는 극장으로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마지막으로 우리가 찾은 허리우드극장 역시 서울미래유산인데, 1969년 낙원상가 건립과 동시에 개관했던 모습 그대로 이제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특화돼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를 저렴한 관람료로 상영하는 그곳에는 모처럼 만나는 옛 영화들이 알록달록한 포스터로 가득했다.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언젠가는 낡은 게 된다. 코로나19에 저당 잡힌 이 시대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이다.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추억의 극장가를 걸어온 끝에 우리에게 다가온 화두는 결국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였다. 글·해설 고은주 소설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제25회 경의선 숲길 걷기 ●출발 일시 11월 14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베테랑 배우들도 “입이 바짝 말라”…무대 넓히고 판 키워진 ‘신의 아그네스’

    베테랑 배우들도 “입이 바짝 말라”…무대 넓히고 판 키워진 ‘신의 아그네스’

    “지금 이 시기에 하느님의 기적은 더이상 없어요. 그런데도 난 기적을 갈망하고 있어요.” 한 오라기 실만큼이라도 기적이 있기를 바란다고 무대에서 외친 배우 이수미가 “지금 이게 바로 기적”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무대를 딛고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때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쳐 간 캐릭터를 얻었으니 절로 나올 법한 말이었다. ‘여배우들의 성지’로도 꼽히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82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연극은 1976년 뉴욕 수녀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영아 살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심리게임 속에는 종교와 구원에 관한 물음, 여성으로서의 아픔, 가족에 대한 상처 등 갖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다. 무대에선 도발적이고 치밀한 설전이 이어지며 극이 전개될수록 각 인물은 절제했던 감정들을 극단적으로 쏟아 낸다. 당연히 탄탄하고도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만 세 가지 캐릭터 중 하나로 선택받을 수 있다. 1983년 국내 초연 당시 윤석화와 고 윤소정이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으로 열연했고, 이후 신애라(1992), 김혜수(1998), 전미도(2008), 선우(2011) 등 당시 높은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아그네스를 연기했다. 올해 작품에선 1998년 ‘신의 아그네스’를 좀더 인간과 가까운 이야기로 해석했던 윤우영 연출이 22년 만에 돌아왔다. 박해미는 아이를 가진 것도, 낳은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수녀를 돕겠다며 질문으로 실타래를 풀어 보려는 닥터 리빙스턴으로 분하고, 이수미와 이지혜가 각각 법보다 성스러움으로 아그네스를 지키겠다는 미리암 원장 수녀, 순수하지만 광기도 감추고 있는 아그네스의 옷을 입었다.넓은 무대에서 세 사람은 온전히 각자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거미줄 같은 갈등을 엮었다. 무대 이동이나 암전은 없고 배우들도 거의 무대 밖을 떠나지 않는다. 두 시간 가까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고도의 신경전이 빈틈없이 벌어지니 베테랑 배우들도 기진맥진이다. ‘햄릿’ 이후 20년 만에 정통 연극에 도전한 박해미는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도망가고 싶었다고 했고,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경력 30년의 베테랑 이수미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데뷔 8년차 이지혜도 “어깨가 많이 무겁고 부담됐다”며 신인처럼 떨었다. 다만 이들은 너무나 소중한 시기에 소중한 작품에 임하게 된 감사함을 ‘기적’이라 여기며 도망가거나 주저앉지 않고 머리를 맞댔다. 훌륭한 선배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전작들과 차라리 비교하지 말고 셋만의 스타일을 다지기로 했다. 작품 속 신을 향해 갈망하던 기적은 결국 인간의 몫이었듯, 명작 무대에 서는 기적을 세 배우가 자신들만의 열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세계 각국 “美, G1 위상 되찾길” 축하… 中, 트럼프 불복 트윗에 ‘하하’

    세계 각국 “美, G1 위상 되찾길” 축하… 中, 트럼프 불복 트윗에 ‘하하’

    미 대선이 나흘 만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각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일방주의 노선에서 탈피해 국제사회 최고 리더국가(G1)의 위상을 되찾으라”고 요구했다. ●中 공식논평 없이 “미중, 일시 휴전할 것”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크게 충돌해 온 중국 매체들은 8일 바이든 승리를 긴급 속보로 타전하고 향후 관계를 전망했다. 신경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미 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전열을 다듬는 내년 상반기까지 일시적인 ‘휴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공식 논평을 자제한 채 트위터로 ‘깨알 복수’에 나섰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올려놓은 뒤 이를 비웃는 듯한 이모티콘과 함께 ‘하하’(haha)라고 글을 남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지도부의 속내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중은 한때 상대국 영사관을 폐쇄하며 긴장관계가 극한에 이렀지만, 화해 제스처도 감지된다. 주중 미 대사관은 지난 6일 위챗 계정에 올린 대사 대행 명의 성명에서 “서로 대화하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관계 개선을 암시하는 신호를 보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축하 릴레이’를 벌였다. EU의 실질적 리더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시대의 난제(기후변화 등)를 해결하려면 ‘대서양 사이의 우정’이 중요하다”고 성명을 냈다. ●‘친트럼프’ 日·英 “동맹 강화” 원론적 입장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트위터로 “일미(미일) 동맹을 한층 강하게 만들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확보하고자 함께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점을 감안한 듯 ‘당선’ 관련 표현은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번 미국 대선은 연극”이라며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꼴사나운 본보기”라고 폄하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윈회 위원장도 “확실하고 설득력 있는 진짜 승자는 없었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분열과 우려가 사회 전체를 덮었다”고 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문체부 공연쿠폰 2주 만에 41만장 발급

    문체부 공연쿠폰 2주 만에 41만장 발급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코로나19로 침체한 공연시장을 활성화하고자 할인권을 배포하고 나선 가운데, 공연계도 이에 맞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중견 배우와 국악인, 피아니스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캠페인을 통해 적극 호응을 당부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공연예술 관람료 지원 사업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할인권인 ‘소중한 문화티켓’ 41만여장이 발급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9월 70억원이었던 공연계 매출은 지난달 1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공연 건수는 9월 358건에서 10월 75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공연계는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객석 수 증가, 기대작 오픈, 공연 소비 할인권 발급이라는 삼박자에 모처럼 웃고 있다. 배우 신구, 유연석, 김소현, 음악감독 김문정,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 국악인 김준수, 피아니스트 손열음, 성악가 김주택은 ‘소중한 문화티켓’ 캠페인에 나섰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개한 영상에서 신구는 “연극은 극장, 배우, 관객이 삼위일체다. 무대예술이 어려운 와중에도 우리는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 위기 속에서도 관람하러 오는 관객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연이 멈추지 않도록 문화예술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유연석), “무대가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한 회 한 회가 너무나 소중하다. 관객들이 응원해 주는 걸 보면서 더 최선을 다하게 된다”(김소현) 등 현장 이야기도 전했다. 김문정은 “마스크를 쓴 관객들을 보면 울컥하다. 관객은 우리가 무대에 존재하는 이유고, 땀을 흘리고 목청을 높여야 하는 이유고, 그날의 공연을 소중하게 되돌려 드려야 하는 이유”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소중한 문화티켓’은 인터파크, 옥션, 예스24 등 8개 티켓 예매처에서 연극,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무용 국악 등 순수 공연예술 예매 시 1인당 최대 3만 2000원(8000원씩 4매)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연내 2차례 신청 가능하며, 이번 달과 다음 달 사용할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제 옆에 앉아도 괜찮아… 한숨 돌린 공연계

    이제 옆에 앉아도 괜찮아… 한숨 돌린 공연계

    대화·음식 섭취 없는 특성 감안 7일부터 ‘객석 띄어 앉기’ 해제 재확산 등 변수… 대응책 고민정부가 발표한 5단계로 세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이르면 오는 7일부터 공연장 내 객석 띄어 앉기가 해제된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의무화한 객석 띄어 앉기가 완화되며 직격탄을 맞았던 공연계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모양새다. 다만 확진자 수 등 연일 변수가 많아 고민할 지점들은 여전하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정부는 국공립 극장에서만 좌석 거리두기를 시행하다가 지난 8월 말부터는 민간 공연장에도 모두 띄어 앉기를 적용했다. 객석은 공연장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만 채울 수 있었다. 이 조치는 공연계 매출에 곧바로 타격을 줬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 171억원, 8월 170억원이던 공연계 매출이 9월엔 70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2월 212억원이던 매출이 3월 91억원, 4월엔 46억원으로 떨어졌는데 당시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공연 건수가 177건(3월), 178건(4월)에 불과했다. 9월엔 358건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는데 매출은 3월보다도 못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극장 뮤지컬 공연의 경우 객석 점유율이 70% 이상은 돼야 손익분기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클래식, 연극 등 공연도 절반의 객석만으론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 공연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많았다.“공연을 할수록 손해”라는 토로가 공통적으로 나온 뮤지컬 제작사들은 지속적으로 공연장에서의 방역 현황을 알리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달 29일 배우 유준상도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객석 띄어 앉기를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공연계는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코로나19 확산 사례가 전혀 없다는 것과 마스크 착용 및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등 철저한 조치를 하고 있음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록으로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열린 4202건 공연에 예매 건수가 251만 4225건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오고가지만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조용히 공연만 보는 극장은 밀집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것이다. 다만 공연계도 마냥 안도만 하진 못한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1단계 시 띄어 앉기를 안 하겠다는 게 전제조건인데 공연은 예매 시점과 관람 시점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관람일을 기준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커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격상되면 기존 예매 관객들의 표를 일괄 취소하고 재예매를 하는 과정에서 이탈표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조만간 각 공연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계에 따른 구체적인 방침을 내려보낼 예정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실명 위기도 못꺾은 무대…늙어도 좋아, 난 노역배우

    실명 위기도 못꺾은 무대…늙어도 좋아, 난 노역배우

    “저도 이제 노역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열심히 해 볼 생각입니다.”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연극 ‘더 드레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송승환’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여덟 살에 연기를 시작해 평생을 대중과 함께해 온 그다. TV에서 자주 봤던 배우가 스스로 ‘노역배우’라고 부르니 뭔가 아쉽고 야속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표정이 밝았다. ‘노역배우’라는 의미를 달리 해석한 데서 온 감정의 간극이었던 거다. “나이 들어 할 수 없이 노역을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이제 늙은 역할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정말 긍정적인 의미죠. 젊었을 땐 연극 ‘아마데우스’ 살리에리나 ‘세일즈맨의 죽음’ 속 아버지를 얼마나 하고 싶었다고요.” 예순셋 나이와 희끗해진 머리칼과 어울리는 그 단어로,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은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배우와 제작자를 거쳐 다시 새 출발을 준비하는 그를 지난달 19일 정동극장에서 다시 만났을 때, 들뜨고 설렌 그 얼굴이 진심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송 감독은 오는 18일 개막하는 정동극장 신작 연극 ‘더 드레서’(The Dresser)로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2014년 뮤지컬 ‘라카지’를 제작하면서 잠깐 출연한 것을 건너뛰면 2011년 연극 ‘갈매기’로 명동예술극장에 선 뒤 9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다. 정동극장 개관 25주년을 기념할 연극을 올리기로 하고 지난해 수많은 작품을 고심하다 송 감독이 직접 대본을 골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 ‘피아니스트’ 각본을 쓴 로널드 하우드의 탄탄한 원작이라는 점이 좋았다. 더욱이 무대와 분장실을 배경으로 한, 배우 이야기라는 점에 단번에 마음이 갔다. 정작 무대 위에서 배우가 배우를 연기할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지 집보다 무대나 분장실이 더 편할 때가 있어요. 문을 열면 환한 무대 조명이 보이는 분장실에서 땀 흘린 배우들과 먹는 짜장면과 라면은 그 어떤 식당에서도 맛볼 수 없는 편안하고 남다른 맛이 있죠.” 그런 공간을 배경으로 한 대본을 읽으니 마냥 재미있고 좋았다. 게다가 극 중 그가 연기할 ‘선생님’(Sir)은 셰익스피어 전문 극단 대표이자 배우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공습경보가 울리는 통에도 극장을 꿋꿋이 열고 연극 리어왕 공연을 앞두고 있다. 평생 배우와 극단 대표, 제작자로 활약한 그와 매우 비슷하다. 송 감독은 1965년 KBS 아역배우로 데뷔한 뒤 꾸준히 브라운관과 무대에 섰다. 대학에서도 활발하게 연극회 활동을 했고 극단76, 환퍼포먼스를 이끌며 대학로를 누볐다. 1996년 PMC프러덕션을 세운 뒤 타악 퍼포먼스 ‘난타’의 성공과 함께 제작자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1997년 초연된 ‘난타’는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 58개국 318개 도시에서 총 4만 7087회 공연됐다. 1437만 6050명이 ‘난타’를 봤다. 이와 함께 뮤지컬 ‘달고나’, ‘호두까기 인형’, ‘젊음의 행진’ 등 그가 20여년간 PMC프러덕션에서 제작한 작품만 50편이 넘는다. 그런데 송 감독이 작품에 참여하기로 하고 불과 1년 만에 코로나19라는 공습경보 수준이 아닌 직격탄이 날아왔다. 공연계에 몸담고 단 한순간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작품과 현실의 차이였다. 해외 관광객이 관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난타’와 매년 선보이던 어린이 뮤지컬이 관객을 만날 수 없게 되자 8개월째 모든 공연이 ‘올스톱’ 됐다. 직원들은 유급 휴직 중이다. “23년간 한 번도 쉬지 않은 ‘난타’를 멈췄으니 일생에서 밖에서 닥친 가장 큰 시련이고 어느 때보다 어려운 날들인 건 맞다”는 토로가 굵지만 길진 않았다. 그나마 이달부턴 제주 난타전용관은 조심스레 문을 열 계획이다. 서울 명동과 홍대는 아직 기약이 없다. “‘난타’는 공항이 활짝 열리기 전까진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라면서 “올해는 일단 잘 버티고 살아남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매년 2~3편 이상 공연을 올리며 성패를 걱정하던 그에겐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라 몇 달을 흘려보낸 것 같고 지금은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면서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 희망을 품으며 버티는 것 말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공연계 ‘큰형’으로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장에선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산 사례가 없다는 걸 강조하며 객석 띄어 앉기를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꾸준히 요구했다. 지난 8월 세종문화회관과 대형 뮤지컬 제작사 대표 6명과 함께 기부콘서트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취소됐다. 그래도 무대가 멈춰선 안 된다는 바람을 거듭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옛 명동 국립극장(지금의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했다고 해요. 문화예술이라는 게 어려운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영혼을 맑게 해 주니 이런 때일수록 필요하죠.” 폭풍 같은 시기라고 언급하면서도 송 감독은 내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다행이다”, “고맙다”를 반복했다. “이렇게 하던 일을 멈추고 인생을 돌아보니 마냥 고마운 게 많더라”면서 “그래도 이 와중에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냐”고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과 부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장유정 연출부터 안재욱·오만석·배해선·정재은 등 함께 연기할 배우들이 “송승환 선배님 때문에” 작품에 모였다고 입을 모은 것도 고맙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대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 자체에도 감격스러워했다. 사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엄청난 시련을 맞닥뜨렸다. 시력이 자꾸 떨어지길래 병원을 찾았더니 황반변성과 변형된 망막색소변성으로 실명할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나마 실명까진 아니지만 결국 시각장애 등록을 하고야 말았다. “평생 연기를 다시는 못할 줄 알았어요. 다행히 진행이 멈춰 더 심하게 나빠지진 않았고, 이렇게 다시 할 수 있게 되니 감사하죠.” 20년 전 그와의 추억이 담긴 연극표를 건네자 눈 가까이 대고 골똘히 보고도 “(표에 그려진) 얼굴이 안 보인다”며 기억을 주머니에 소중히 간직했다.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 형태 정도만 볼 수 있고 글씨는 아예 읽기 어려워 음성지원되는 전자기기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로 대본을 외운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번 작품 상견례 겸 첫 리딩 때 대본을 다 외울 정도로 완벽한 열의를 보였다. 다시는 설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무대의 소중함을 매일 연습실에서도 표현하고 있다. 개막도 전에 ‘더 드레서’의 시즌제 공연을 꿈꾸는 것은 그만큼 애정과 열정을 담았기 때문으로 보였다. “눈이 안 좋아진 뒤부턴 아침에 일어나서 파란 하늘만 봐도 고마워요. 내가 이걸 볼 수 있다니! 더구나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극장에서 함께할 수 있으니 고맙고 행복하죠.” 그는 작품 속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대사가 유독 절절하게 와닿는다고 했다. “40대였으면 이 감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을 텐데 60대라 공감할 수 있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고집스럽게 무대에 집착하면서도 결국 그곳이 가장 행복과 위안을 주는 곳임을 보여 주는 극 중 선생님처럼 송 감독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가장 좋아하는 무대에서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일을 꾸미고 있다. ‘송승환의 원더풀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유튜버에 도전하기로 한 것인데 콘텐츠가 독특하다. “선배님들의 그간 배우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배우로 거쳐 온 무대나 방송에 얽힌 이야기들, 진짜 재미있는 게 많은데 저만 알기 아깝거든요. 그분들의 영상회고록을 아카이브처럼 남겨둘 거예요.” 벌써 이순재(85), 오현경(84), 김영옥(83)을 각각 만나 인터뷰했다. 한 사람당 4~5시간씩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방대한 ‘기록’을 적당한 분량씩 나눠 조만간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송승환의 원더풀 라이프’ 마지막회는 제 회고록이 되겠죠. 55년간 연기생활, ‘난타’ 등 공연 제작자의 삶. 언제쯤 다 얘기할 수 있을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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