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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잇도 접착제 실패서 나와”…첫 ‘실패박람회’ 연다

    “포스트잇도 접착제 실패서 나와”…첫 ‘실패박람회’ 연다

    최재천 강연·소상공인 재창업 상담 등 “실패 공유하며 재도전 응원 분위기 조성”1968년 미국 3M의 스펜서 실버 연구원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너무도 약한 접착력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 좌절했다. 실버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결과를 그대로 회사에 알렸고, 동료들은 되레 실버를 격려했다. 몇 년 뒤 같은 회사의 아트 프라이 연구원은 일반 메모 테이프의 접착력이 너무 강해 접착면을 상하게 한 것을 보며 ‘쉽게 붙였다가 뗄 수 있는 메모지’를 구상했다. 그는 과거 실버에게 들었던 얘기를 떠올려 제품 연구에 나섰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지금 전 세계가 쓰는 ‘포스트잇’이다. 실패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다른 아이디어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인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다음달 14~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다양한 실패 사례를 공유해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국내 최초의 ‘실패박람회’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박람회의 슬로건은 ‘실패를 넘어 도전으로’다. 행안부는 이날 배우 박호산, 산악인 홍성택, 개그맨 겸 공연기획자 서승만, 나노독성학 연구자 박은정 경희대 교수 등을 실패박람회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20년 넘는 무명 연극배우 생활 끝에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한 박호산은 “수백 번 넘게 (TV와 영화)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인생에서 실패와 성공은 늘 함께하는 것이며 실패는 성공을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 주는 연마제”라고 말했다. 히말라야 로체 남벽 등반에만 5차례 실패했던 아시아 유일의 ‘내셔널지오그래픽 공식 탐험가’ 홍성택도 “실패를 통해 어떻게 두려움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지 조금씩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박람회 주요 행사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하는 ‘실패문화 콘퍼런스’가 있다. 자연에서도 실패는 발전의 필수 요소인 만큼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오히려 이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조성되도록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 ‘재도전의 날’이라는 상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과거 실패한 경험이 있는 소상공인에게 업종별 전망을 소개해 준다. 세무·회계 등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상담을 통해 다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패와 재창업 수기를 공모해 상금도 주는 ‘혁신적 실패 사례 공모전’도 함께 열린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취업 경쟁에 힘들어하는 청년들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재도전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서은경 창의재단 이사장, 연구윤리 문제로 결국 사의

    서은경 창의재단 이사장, 연구윤리 문제로 결국 사의

    교수시절 연구비 임의 사용 등 연구윤리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조치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서은경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20일 오후 “과학기술문화와 과학창의인재육성 사업을 담당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기관장으로 연구비 관리와 관련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임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중순 한국연구재단의 특정감사 결과 서 이사장은 전북대 교수로 재직시 연구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이 적발돼 형사고발 당했다. 당시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 이사장이 교수 시절 지도하던 대학원생 I씨가 컴퓨터 납품업체 등과 거래하면서 업체 관계자에게 허위 납품서 작성을 부탁하는 등 수년간 20여 차례에 걸쳐 허위로 약 1200만원의 연구비를 신청했고 I씨는 이 중 350만원을 업체에서 현금으로 받아 연구실 비품을 구매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I씨는 서 교수가 지도하는 연구실 학생들에게서 학생연구원에게 나오는 인건비와 연구장학금 중 일부인 6000만원을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회수해 연구실 공통경비 등으로 임의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 이사장은 “졸업생들 사이에서 관계기관에 투서를 보내면서 알려지게 된 사안으로 연구실을 총괄하는 관리자로서 도의적 책임은 질 수 있겠지만 연구비가 그 같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번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서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연구자로서 연구윤리를 잘 지키며 투명하고 청렴하게 연구에 임해 왔으며, 연구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음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연구비로 사익을 취할 만큼 부도덕하게 살아오지 않았으며 연구재단 감사와 관련한 추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서울대 물리교육과 출신으로 1989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부임해 재직하다 지난 5월 14일 임기 3년의 창의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1967년 설립돼 한국과학기술진행재단, 한국과학문화재단을 거쳐 2008년 확대개편된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 대중화와 창의인재 육성 임무를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으로 올해 예산은 1298억원에 이른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100초 인터뷰] 윤지나 박제사 “박제는 여러 기술의 종합선물세트”

    [100초 인터뷰] 윤지나 박제사 “박제는 여러 기술의 종합선물세트”

    섬세한 털과 이글거리는 눈빛, 생동감 있는 자세로 뼈다귀를 물고 있는 말승냥이(회색 늑대)는 금방이라도 살아서 움직일 것 같다.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에서 들여온 이 말승냥이는 지난해 서울대공원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한 사람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게 됐다. 서울대공원 윤지나(30) 박제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윤 박제사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배운 윤 박제사는 예중, 예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다. 그는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동물이 좋아 전공까지 바꾸려 했다. 어느 날, 뉴욕 자연사박물관에서 멋진 박제 전시를 본 것이 박제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다는 그는 “박제라는 것이 제 전공을 살리면서 동물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제게 딱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소를 전공한 것이 이 일을 하는데 강점이자 곧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포유류 박제와 조각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동물모양 마네킹을 조각할 때와 가죽을 씌운 뒤 얼굴모양을 잡을 때 도움이 많이 된다. 여기에 조소에서 사용하는 재료나 기술, 특히 캐스팅 기법은 박제를 하는 데 비중 있게 쓰인다”며 전공의 작업적 장점을 설명했다. 매년 윤 박제사의 손을 거쳐 가는 동물은 약 10여 마리 정도이다. 박제는 고도의 작업 기술과 인내를 요한다. 이에 대해 그는 “아무래도 손으로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여러 기술의 복합체일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작업이 수반되기에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며 쉽지 않은 작업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박제는 완성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먼저 냉동보관 된 동물을 해동한다. 대부분 복부를 절개해 가죽을 벗기고 살점을 제거한 뒤 부패를 막기 위해 가죽에 약품처리를 한다. 개체 치수에 맞게 제작된 마네킹에 가죽을 씌운 후에는 눈, 코, 입, 귀, 발 등 세부적인 표현을 하고 봉합한다. 그렇게 완성된 박제는 몇 주간 건조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수분기가 완전히 빠지면 색이 바래는데, 그때 색칠을 다시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윤 박제사는 이렇게 공들여 박제하는 이유에 대해 ‘전시와 교육, 연구’가 목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만 우리나라는 전시나 교육 등 겉으로 보여 지는 것에만 관심이 많은 편이고, 기초과학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수많은 표본들이 축적되어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골격표본은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 되는 대로 가능한 한 많이 제작해 후대에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박제의 의미를 전했다.무엇보다 박제는 희소가치가 높은 동물을 우선으로 한다.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을 제한하는 협약)에 등재된 동물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면 가능한 한 표본으로 남긴다. 하지만 사체 외상이 심하거나 털이 많이 빠진 경우, 또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다면 사실상 표본 제작이 어렵다. 현재 국내 박제사 국가자격증 보유자는 50여 명이다. 그 중 현업에 있는 박제사는 20명 남짓. 자연사박물관과 같은 공공기관 근무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박제사가 근무하는 동물원은 서울대공원이 유일하다. 윤 박제사는 “국가 자격증 없이도 박제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사박물관 같은 공공기관 박제사로 취직을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한 것이 일반적이다. 천연기념물은 국가 자격증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윤 박제사는 박제에 대해 “여러 기술의 종합선물세트 같다”며 “칼도 다뤄야 하고, 가죽가공, 목공, 용접, 바느질, 색칠, 조각, 캐스팅 등 다양한 종류의 작업이 수반된다. 여기에 손재주도 좋아야 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재료에 대한 정보력도 필요하다. 얼마나 더 좋은 재료와 약품을 사용하느냐가 결과물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박제는 “정해진 방법이나 규칙이 없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동물 종류 혹은 선택한 포즈에 따라 많은 방법이 있는 만큼,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 박제사의 실력인 것 같다”며 “정해진 방법이 없다는 것, 그게 박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윤 박제사는 예비사육사들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그는 “평소 동물을 많이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고 행동, 생태, 근골격계 해부학 등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며 “박제에 대한 정보는 외국에 더 많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연구하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박제를 직업으로 삼으면, 돈 벌기가 어려우니 정말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작업적 즐거움과 보람, 동물을 향한 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박제사는 박제된 동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기를 부탁했다. “박제된 동물들을 보고 그저 불쌍하다고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죽어서도 눈감지 못한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죽은 동물도 자연이 남겨준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기에 전시·교육·연구를 위해 한 번 더 활용해 그 가치를 찾고,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임을 알아주시길 부탁한다”며 “하나의 연구자료 또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영상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유령 학술단체 심각… 저도 낚일 뻔했어요”

    “유령 학술단체 심각… 저도 낚일 뻔했어요”

    연구 윤리 가이드라인 개선책 준비 세금으로 하는 연구… 책임감 필수“연구자들의 부실 학술대회 참가 등은 그동안 학계에서 경고나 경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 스스로 연구 윤리에 대한 기준이 너무 낮았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신임 이사장은 1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간담회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년 임기의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노 이사장은 본인의 사례를 들며 최근 유령 학술단체 급증 실태를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들어 듣도 보도 못한 단체들에서 학술대회 참가를 요청하는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자칫 잘못하면 나 자신도 ‘낚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노 이사장은 현재 재단에서 운영하는 연구자정보 시스템을 통해 국내 연구자들의 부실 학술활동을 집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이사장은 “대부분 연구자들이 한 번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반복성, 고의성이 의심되는 연구자들은 소명을 하도록 하고 연구비 집행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도전적이며 창의적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율성은 보장하지만 국민 세금을 쓰는 만큼 책임과 연구윤리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이사장은 “재단에서는 연구비 정산 기준을 간소화하고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큰 가이드라인만 만들고 대학에서 자율 관리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대학에서 연구비를 집행 운영하는 산학협력단의 인적 구성이나 서비스 기능을 지금보다 더 연구자 친화적이고 전문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자연대 수석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노 이사장은 1986년부터 모교 교수로 임명된 뒤 서울대 법인이사, 다양성위원회 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등을 역임하며 과학기술행정 분야에도 기여했다. 특히 서울대 연구처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태 때 서울대 조사위원회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그릇된 역사인식 어떻게 자라났나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그릇된 역사인식 어떻게 자라났나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오누마 야스아키·에가와 쇼코 지음/조진구·박홍규 옮김/섬앤섬/272쪽/1만 6000원일본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는 1993년 8월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침략 전쟁이었다.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인식한다”고 답한다. 이어 1995년 8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아시아 국가에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1~2006년 매년 전쟁 전범이 묻힌 신사참배를 반복한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변국의 시선이 또다시 싸늘해졌다. 왜, 어째서 일본은 이런 태도를 보일까.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난 것일까.●국제법 연구자 오누마 교수 신간 국제법 연구자이자 1970년대부터 한·일 관계를 연구한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신간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그 해답을 알려 준다. 일본인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생겨난 지점을 짚고, 한·중·일의 역사인식 차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한다.우선 제2차 세계대전 후 1946~194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부터 보자.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인도 등에서 온 11명의 재판관이 일본 전범자 도조 히데키 등을 재판했다. 28명이 기소돼 재판 도중 사망한 2명과 정신장애로 면소된 1명을 제외한 25명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 저자는 도쿄재판에 관해 ‘평화에 대한 죄’로 피고인을 단죄했다는 점에서 사후법에 따른 처벌이며 근대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치른 전쟁이 국제법상 위법한 침략 전쟁이 분명하고, 그 과정에서 일본이 수많은 전쟁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음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인식이라 설명한다. ‘승자에 의한 일방적인 단죄’라며 이를 부정하는 ‘도쿄재판사관’에 관해서는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일본이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위안부 문제, 희생자 입장서 고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공개한 게 계기가 됐다. 일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2011년 한국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충분히 교섭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 결정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차례로 짚어 가며 “종군 위안부 문제를 오로지 한·일 관계의 틀 속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위안부 피해자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네덜란드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핵심이 ‘한국을 만족시키는 정도의 사죄와 보상’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 자체와 희생자의 입장을 고려한 보상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1995년 일본의 민과 관을 연결해 ‘아시아 여성 기금’을 만드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진보 신문과 한국 언론이 일본군 위안부를 자극적으로 다루며 오히려 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총리의 사죄 편지를 비롯해 기금 마련 등 일본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든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주범국이지만 전쟁 책임에 관해서는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독일의 경우, 지도자가 알기 쉬운 형태로 자기 반성과 사죄를 한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격리 시설인 게토의 영웅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묵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日, 잘못된 것도 역사로 받아들여야” 저자는 전후 일본의 역사인식 형성 과정을 설명하며, 될 수 있으면 일본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상대의 처지에서 일본이 어떻게 보이는가 냉정하게 생각하고 자신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역사를 인식하는 일”이라 거듭 강조하는 부분에서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식민지 시절을 겪은 우리로선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한·중·일 삼국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와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근거와 원인을 알아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본이 자신의 시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 단순한 반일 감정으로도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낙태죄 위헌 심판 미루면 안희정 무죄나 마찬가지“

    교수·연구자 430명 헌법재판소에 의견서 제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현 재판부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다음 기수로 판단을 넘긴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교수와 연구자 429명이 헌재에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원치않는 임신으로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 여성들이 많은데 판단을 다음 기수로 미룬다는 건, 여성의 고통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헌재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이날 발언에 나선 김은희 젠더법학·사회학 연구자는 “헌재가 낙태죄 헌법소원 결정을 미루는 것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가 책임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결정을 미룬 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건 여성”이라고 지적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미풍양속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고, 낙태죄를 폐지하면 성관계가 문란해질 것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호주제 폐지 이후 가족관계가 좀더 민주적으로 변했듯,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과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갖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 5월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린 지 6년 만에 이 문제를 다시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그러나 이진성 소장 등 현 재판관 5명의 임기 만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헌재는 여전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 파이를 남들이 다 가져가면 뭘 먹고 살지?/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열린세상] 우리 파이를 남들이 다 가져가면 뭘 먹고 살지?/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201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작년과 올해 5월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가’란 동일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2017년에는 전체 응답자 2350명의 89%가, 2018년에는 2761명의 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즉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드론 등의 첨단과학기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혁명을 주도하는 나라가 새롭게 창출될 맛있는 파이를 선점하고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즉 기술천하지대본(技術天下之大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우리 정부나 기업도 이를 인식하고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4.23%(2016년)로 4.25%인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총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69조 4000억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국회나 정부는 이와 같은 높은 투자 수준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성과가 미진하다고 과학기술계를 다그치고 있다. 사실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가 저조한 것은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능력이 뒤처지거나 노력을 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과학기술자들을 둘러싼 연구개발 환경과 기술 실용화 제도상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연구개발 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과잉 규제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윤리 규제와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완전히 격리돼 있어서 경쟁이 필요 없다면 규제를 하더라도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국가와 기업의 생사가 달려 있는 경쟁력의 핵심이며 세계 어느 곳이든 먼저 핵심 기술을 개발·활용하는 자가 절대적 우위를 가지게 된다. 미국·중국·일본 등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첨단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불과한 한국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 훨씬 엄격한 생명윤리 규제를 적용하고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로 첨단생명공학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이 가로막힌 형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자들은 국내 규제를 피해 미국에 가서 실험을 하고, 미국·일본·중국 등이 데이터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동안 디지털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방대한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위험을 너무 크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를 방지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크고 맛있는 파이를 다른 나라들이 다 가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면 생명윤리나 개인정보 보호가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낙오하면 우리는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우리나라가 추격자였을 때는 선진국의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위험에 대해서는 당연히 규제가 따라야 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우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생길 문제에 대해서도 병행해 관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규제개혁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기존 이익집단의 저항 문제다. 이익집단의 저항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가 규제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규제의 신설 또는 혁파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집단의 이해득실을 정확히 파악한 뒤 사회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의 손익을 서로 수긍할 수준으로 조정해 타협점을 찾아야 긍정적인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영국의 ‘붉은 깃발 법’의 예를 들면서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의 의지를 보이는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규제 혁파로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온 국민이 함께 나눌 커다란 파이를 맛깔나게 굽는 장면을 꿈에라도 보고 싶다.
  • 삼성, 국가미래과학 향후 5년 9600억 투입

    기초과학·ICT 등 428건·7300명 지원 항암 표적치료·인공근육 연구 등 꼽혀 2013년 10년짜리 국가 미래과학기술 육성 계획을 밝혔던 삼성전자가 사업 5년 중간 성과를 공개했다. 5년간 5389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남은 5년 동안 그 두 배에 육박하는 96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8월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소재기술·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센터를 설립, 10년간 총 1조 5000억원을 미래 과학기술 연구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사업 5주년을 3일 앞둔 13일 삼성전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ICT 분야 147건 등 연구과제 총 428건에 연구비가 지원됐다”면서 “지원받는 인력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의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 총 73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은 연구의 주요 성과로는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항암 표적치료 연구,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의 인공근육 연구, 백정민 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교수의 마찰발전기 연구 등이 꼽힌다. 윤 교수의 연구는 현재까지 해외 특허 10건과 1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이뤄 낸 벤처기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박 교수의 연구는 올해 후속 지원 과제로 선정돼 4년 더 지원을 받게 됐다.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 가능한 백 교수의 연구는 삼성전자가 기본 특허를 매입하고, 개량 특허를 공동 출원하는 등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민간 기업 최초로 진행한 미래기술육성 사업이 한국 연구 생태계에 변화를 줬다고 자평했다. 아이디어 위주로 작성, 연구자 이름과 소속 기관을 숨긴 단 2장짜리 제안서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선정된 뒤에도 매년 2장짜리 연구보고서만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로 만들어진 모든 지적재산권은 연구 수행기관이 가지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문책하지 않는다. 국양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지난 5년간 연구 풍토를 바꾸고 새로운 연구 지원 모델을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를 열거나 난제를 해결하려는 과제를 선정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항일투쟁 발자취를 찾다] ‘빛난 전투’ 조선의용대 주둔터 잡초만 무성

    [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항일투쟁 발자취를 찾다] ‘빛난 전투’ 조선의용대 주둔터 잡초만 무성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 내 연구자들과 동포들 사이에서 독립운동의 자취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광복절을 앞둔 지난 11~12일 베이징에서 출발한 역사탐방단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첫 정규군으로 기록된 조선의용대가 주둔하며 일제와 전투를 벌였던 허베이성과 산시성에 걸쳐 있는 타이항산맥을 찾았다.조선의용대를 기억하는 현지 중국인들은 그들은 중국군과 대등하게 소통하며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맹렬히 맞서 싸웠다고 그들의 빛나는 활약을 탐방단에 전했다. 경남 밀양 출신 약산 김원봉이 1938년 창설한 조선의용대는 독자적 전투 끝에 광복군에 편입했지만 이들 중 일부가 북한으로 가면서 의문부호로 남았다. 산시성 진중(晉中)시 쭤취안(左權)현 상우(上武)촌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조상의 묘를 찾는 청명절이면 이름 모를 조선인 의용대원을 위한 제를 올린다. 이곳에는 타이항산 십자령 전투 중에 사망한 조선의용대의 진광화, 윤세주가 처음 묻힌 곳과 함께 조선의용대 무명용사의 묘가 있다. 쭤취안현 윈터우디(云頭底)촌에는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언어에 능통해 선전전에 투입됐던 조선의용대의 한글 격문이 남아 있다. 한글을 모르는 주민들이 그림을 그리듯 페인트칠을 하며 보존해 온 70여년 묵은 기록이다. 한국 정부가 2004년 세운 ‘조선의용군 열사 기념관’은 공산당의 유적지를 찾는 ‘홍색 관광’ 열기로 하루에 한 팀 이상 방문객이 찾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선의용대 주둔터는 잡풀이 무성한 폐허로 방치되어 함께 피 흘렸던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기념관과 쓸쓸하게 대비된다. 상룽성(尙榮生) 조선의용군기념관장은 “조선의용대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어야만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타이항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 3층 법원도서관 가면… 현직 판사처럼 판결문 볼 수 있다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 3층 법원도서관 가면… 현직 판사처럼 판결문 볼 수 있다

    年9000여명 이용… 사전 예약은 필수 소송을 당하기 전에는 판결문을 찾아 보는 이들이 거의 없다. 막상 소송을 당해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판결을 찾기가 어렵다. 변호사·법무사 등 법조인이나 법학전문대학원생·교수 등 법 연구자들은 판례 검색법을 안다. 이들은 법원도서관이 주요 판례를 담아 제공하는 ‘법고을’ 프로그램이나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판례해설’ 등을 참고한다. 하지만 법고을·판례해설도 결국 법원에서 선정하는 일부 주요 판례를 볼 수 있는 채널에 불과하다. 판결문 원본을 보는 방법이 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3층에 있는 법원도서관 판결정보열람실을 직접 방문하면 된다. 이곳엔 총 4대의 컴퓨터가 있어 온라인 사전 신청자에 한해 ‘열람’만 허용한다.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건의로 설치된 열람실 이용객은 2013년 4385명에서 지난해 9247명으로 늘었다. 열람실 직원은 “변호사나 법률사무소 직원, 판결문을 취재하고 싶은 기자들이 많이 오고 소송 중인 당사자들도 찾는다”고 말했다. 신청 홈페이지(www.scourt.go.kr/portal/perusal/PerusalList.work) 현황을 보면 열람실 이용 예약은 늘 꽉 차 있다. 열람실에서 실제 판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찾는 판결문의 질은 여느 방법보다 월등하다. 실제 지난 9일 열람실을 찾아 기자들이 피소될 수 있는 ‘명예훼손’, ‘정정 보도 손해배상’ 등의 키워드 검색을 해 보니 전국 법원에서 당일 선고한 하급심 판결문까지 모두 찾을 수 있었다. 혐의, 사건명, 법원, 판사, 선고 일자, 접수 연도, 종국 결과 등 조건을 바꿔 검색할 수도 있다. 법원이 인터넷 열람용으로 제공하는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서 검색할 때보다 훨씬 많은 판례를 얻을 수 있다.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언론 명예훼손’이란 키워드를 넣은 결과 상단부에 노출되는 판례 대부분이 2000·2001년 것이고 제시되는 판례의 절반이 대법원 판례였다. 이날 열람실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7)씨는 형사사건 재정신청 결정문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씨는 “고소 사건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리돼 법원에 재정신청했는데 그마저 기각됐다”며 “재정신청이 어떤 경우에 인용되는지 궁금해 검색해 봤다”고 말했다.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김규동 판사는 “열람실에서는 가사와 소년사건을 제외한 민사, 형사, 행정, 회생파산 사건 등 모든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사건 당사자명이 공개되는 원본 열람이기 때문에 휴대전화나 수첩을 소지할 수 없다. 열람실에서 제공하는 초록색 용지에 법원명, 사건 번호만 적을 수 있다.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인색한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부작용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15년 전부터 심판례를 전부 공개하고 있지만 정보 유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법원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올림픽 때문에 새벽 4시 출근?…‘서머타임’ 논란 가열되는 일본

    올림픽 때문에 새벽 4시 출근?…‘서머타임’ 논란 가열되는 일본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겨냥해 일본 정부가 ‘서머타임’ 도입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이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 일본의 표준시간을 2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의 도입을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를 받아 “내각에서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민당에 검토를 지시했다. 목적은 도쿄의 무더위 때문에 ‘폭염 올림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조금이라도 덜 더운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자는 것이다.도쿄올림픽조직위 등에서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일본의 표준시를 2시간 앞당기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 현재의 오전 5시가 서머타임 실시 후에는 오전 7시가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 곳곳에서 현실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가 중심적 사고’라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2일 ‘서머타임은 너무 난폭한 제안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올림픽을 앞세우면 무리한 주장도 통하는 걸로 생각하는가”라고 올림픽조직위 등을 강하게 비난했다. 아사히는 “서머타임은 위도가 높은 나라에서 여름 한낮의 햇볕 이용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큰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여름과 겨울의 시간대 전환 때 당초 추정보다 수면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시간변동에 따른 수면 부족이나 잔업 증가에 따른 건강상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눈에 띄는 ‘단시간 수면국가’로, 국민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2010년 통계 기준 434분(7시간 14분)에 불과하다. 서구보다 30분 이상 짧다. 일본수면학회 미시마 카즈오 이사는 “교통사고나 심근경색의 증가 등 부정적인 결과가 잇따를 게 너무도 뻔하다”고 말했다. 수면학회는 이미 2012년 “일본에서 서머타임은 이익보다 불이익이 많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특히 현재 오전 6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서머타임이 실시되면 생체리듬상으로는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는 결과가 된다. 밤 10시에 잠을 자는 사람은 이전 표준시 기준으로는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정보기술(IT) 운용의 문제 때문에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에하라 데쓰타로 리쓰메이칸대 정보보안 전공 교수는 “올림픽이 개막되기 전까지 서머타임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표준시에 맞춰져 있는 정보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서머타임에 맞게 수정하려면 4년 정도의 시간과 수천억엔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모든 국민을 강제로 올림픽에 연결시키려는 ‘권력자의 발상’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근현대사 연구자인 스지타 마사노리는 마이니치 취재에 “서머타임을 실시하면 스포츠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모두 올림픽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는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과 불참을 용서하지 않는 ‘국가총동원’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대회를 혼란 없이 운영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호령을 해서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듯한 발상은 안되며 국민 일상생활에 대한 영향을 대의명분을 앞세워 당연시하는 자세에 빠지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1948년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이 도입됐으나 잔업 증가 등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1951년 폐지됐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죽은 새끼와 17일 동안 1600㎞ 헤엄치던 범고래 새끼와 작별

    죽은 새끼와 17일 동안 1600㎞ 헤엄치던 범고래 새끼와 작별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새끼를 끌고 바다를 떠도는 애달픈 모정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범고래 어미가 마침내 17일 만에 새끼를 놓아줬다. 고래연구센터(CWR) 연구자들에게 ‘J35’으로 불리는 이 고래는 캐나다 밴쿠버섬 앞 하로 해협에서 무려 1600㎞를 다른 무리들과 어울려 죽은 새끼를 코로 퉁기며 연어떼를 쫓다가 죽은 새끼를 놓아준 것이다. 보통 범고래는 새끼가 죽어도 일주일 정도 함께 데리고 다니다 놓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어미의 행동은 그 범주를 훨씬 뛰어넘어 연구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J35는 지난 2010년에도 수컷 두 마리를 낳은 지 얼마 안돼 잃은 적이 있어 슬픔이 배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CWR은 11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내 “(워싱턴 산후안섬) 연안에서 촬영해 전송된 디지털 사진들을 보면 어미 범고래는 매우 건강한 상태”라며 “새끼의 사체는 미국과 캐나다 경계인 살리시 해의 대륙붕 바닥에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며 연구진은 아마도 부검할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어미 범고래가 처음 죽은 새끼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이 눈에 띈 것은 지난달 24일 밴쿠버섬 연안이었다. 새끼가 죽은 것도 같은 날로 보이며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 대서양 북서쪽의 한 곳에 평생 머무르는 서던 레지던트 범고래를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하고 있다. 현재 75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의존하는 치누크 연어가 최근 들어 급격히 감소해 먹을 거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한국교통연구원의 황당한 정보공개 실태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공개결정이 났다. 결정문에는 “비공개한다”고 써 있었다.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이번에는 3개월이 넘도록 함흥차사… 현행 정보공개법에서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게 바로 공공기관에서 악의적으로 정보공개를 거부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보여준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정보공개 행태는 정보공개법 개정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12일 한국교통연구원에 “귀 기관에 소속된 연구진 이름과 최종학위를 받은 국가와 대학(전공분야 명시) 이름”을 정보공개청구했다. 11월 23일 결정통지한다는 답신이 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결정통지문을 열어보니 “개인정보 보호법 제19조 및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에 의거하여 요구하신 정보를 비공개 처리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돼 있었다. 엄연히 비공개결정을 하면서도 무늬는 공개인양 처리했다. 통지문에는 다“만 내부 논의를 통하여 연구진 개개인별의 최종학위가 아닌 통계 형식으로의 제출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라면서 “위 형식의 자료가 필요하신 경우 및 다른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재청구 부탁드립니다”라고 돼 있었다. 정작 애초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개인정보 침해 우려시 연구자 이름을 姓만 쓰는 것도 무방합니다”라고 밝혔다는 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교통연구원 관계자에게 이 사실을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하자 그 관계자는 “상세한 인적사항은 공개가 힘들지만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공개가 가능하다”며 “정보공개청구를 다시 해달라”고 밝혔다. 지난 5월 3일 교통연구원에 재차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정보공개법 조항대로라면 5월 17일까진 공개 여부를 청구인에게 알려줘야 하지만 교통연구원은 8월10일 현재 ‘접수완료’라고만 돼 있을 뿐 3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3개월이 넘도록 법위반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공개청구제도는 1998년 처음 시행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그 해 정보공개청구는 2만 5475건이었다. 그 뒤 급속하게 늘어 2016년에는 50만 4147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비공개결정은 2만 2335건이었다. 정보공개청구 대부분은 공개답변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개를 가장한 비공개는 정보공개 관련 전문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활동가조차 “처음 본다”고 할 정도다. 그는 “정보공개법을 악용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해야 할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과학자도 못한 생태지도, ‘시민과학자’들이 만들었다

    과학자도 못한 생태지도, ‘시민과학자’들이 만들었다

    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시민들이 모여 과학자들도 하지 못한 희귀 곤충들의 분포지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캐나다 맥길대 천연자원과학과, 퀘벡 리무스키대 북부생태다양성연구센터, 몬트리올곤충관 공동연구팀과 시민과학자들은 북미 지역에서 희귀종으로 알려진 북부 검은 미망인 거미(Northern black widow, 학명 Latrodectus variolus)와 검은 지갑거미줄 거미(Black purse-web spider, 학명 Sphodros niger)의 생태 분포 지도를 만들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8일자(현시시간)에 실렸다. 종 분포도는 특정 생물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환경변화가 생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고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더군다나 최근들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생태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생태지도 작성은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희귀 생물종의 경우는 연구자가 많지 않아 상세한 생태지도를 만들기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곤충박물관과 연구자들이 기존에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시민 과학자들이 작성한 데이터를 결합하기로 했다. 결합된 데이터는 전문 과학자들을 통해 다양한 통계적 실험과 모델링을 거쳐 의심스러운 관측결과를 제거함으로써 최종 생태 예측 모델의 유효성을 높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검은 지갑거미줄 거미의 범위는 캐나다 북부 경계 가장자리를 따라 미국 아칸사스, 미주리, 테네시주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검은 지갑거미줄 거미의 생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중 가장 추운 3개월 동안 평균 온도였고, 북부 검은 미망인 거미에게서 중요한 것은 가장 따뜻한 3개월 평균 온도라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거미의 생태 분포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자신이 발견한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일반적 생활환경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덜 알려지고 덜 연구된 종들의 지식을 넓히는데 시민과학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왕 위푸 맥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전문가인 시민들이 과학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만들어 낼 수 있는 성과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벅 가이드(Bugguide)나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생태계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해 새로운 대규모 생태 예측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민과학은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데이터 수집이나 관찰 등에 참여함으로써 과학자들의 분석을 돕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까지 알아내는 것이다. 특히 시민과학자들의 참여는 과학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연구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예상치 못했던 연구결과를 갖고 올 수 있어서 생물, 환경, 천문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일반인들이 참여한 시민과학플랫폼 ‘주니버스’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운용하는 케플러우주망원경 사진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자들이 찾지 못한 지구형 행성을 5개나 찾아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 출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록물을 발굴하고 관련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가 10일 출범한다. 연구소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에 설치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주요 연구자료들은 여러 민간기관과 박물관 등에 흩어져 있었다. 연구소는 앞으로 이 기록물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해 추가로 연구한 뒤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계획이다. 일본, 중국, 동남아권 사료에 대해서도 보존 방안을 강구한다. 아울러 미래 세대의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북한을 포함한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초기 활동가 60여명의 구술 기록집을 외국어로 번역·발간해 국제 사회에 전하고, 국·영문 학술지와 학술 심포지엄 등을 통해 국제 공조 사업도 추진한다. 보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록물은 ‘국가기록물’로 지정해 관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역사적 의미가 깊은 자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www.hermuseu.go.kr)에서 누구나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연구소가 세계에 산재해 있는 군 위안부 관련 사료들을 집대성해 앞으로 세계 전시(戰時)하의 여성 인권 연구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완경 이후 두부 먹으면 골다공증 개선에 도움”(연구)

    “완경 이후 두부 먹으면 골다공증 개선에 도움”(연구)

    완경(폐경) 이후 여성이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식품을 먹으면 골다공증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의 연구자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 미주리대 컬럼비아캠퍼스는 7일(현지시간) 패멀라 힌턴 영양·운동생리학과 교수팀이 쥐 실험을 통해 완경이 뼈와 신진대사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콩 단백질로 상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완경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골다공증과 신체활동 감소, 그리고 체중증가를 말한다. 또 연구팀은 콩 단백질이 아직 완경에 도달하지 않은 여성들의 뼈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힌턴 교수는 “이번 결과는 두부와 같이 콩으로 만든 자연식품을 식단에 좀 더 더함으로써 뼈의 강도(골밀도와 골질)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또한 우리는 콩을 기반으로 한 식단이 완경 이후 여성들의 신진대사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건강 수준이 낮도록 선택 사육된 생후 28주차 쥐들에게 2주 동안 콩 또는 옥수수 기반의 먹이를 제공함으로써 콩 단백질이 뼈의 강도와 신진대사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이 중 일부 쥐는 완경으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을 모방하기 위해 난소를 제거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콩을 먹인 쥐들의 정강이뼈(경골)가 난소의 호르몬 상태와 관계없이 옥수수 기반 먹이를 섭취한 쥐들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콩에 기반을 둔 식단이 난소 유무에 상관없이 신진대사 기능을 높이는 것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힌턴 교수는 “핵심은 여성들이 콩으로 만든 음식을 식단에 추가하면 뼈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발행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가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오픈액세스 피어리뷰 저널 ‘본 리포츠’(Bone Reports) 6월호에 공개됐다. 사진=klsbear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대필논문·자녀논문끼워넣기…연구부정 막을 ‘자율 가이드라인’ 만든다

    정부가 대필논문이나 자녀논문끼워넣기, 논문표절 등 끊이지 않는 연구부정을 막기위한 자율적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다. 교육부는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하기 위한 ‘학회별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지원사업’을 시작하고 첫 대상자로 ‘한국유통과학회’와 ‘한국진공학회’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유통학회는 국내 사회과학분야 학술지 중 최대 규모인 연간 200편 이상 논문을 발행하고 최대 학술지를 보유한 인문사회과학분야 최대 학회다. 한국진공학회는 국제진공과학기술응용연맹에 가입된 국내 유일 진공관련 학회로 4000여명의 회원이 매년 100여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두 학회가 오는 12월까지 구체적인 저자표시 기준 등 연구운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연구자가 작성한 논문은 학회가 마련한 규정에 따라 학회지에 게재해야 정식 논문으로 인정받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외 유명 학회의 경우에도 개별 연구 윤리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미성년자 논문 저자 등재도 근본적으로는 논문에 저자 자격 부여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면서 “연구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계가 자율적으로 연구부정 유형별 세부 기준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사업 대상 학회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개별 학회가 자율적으로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가야고분 세계유산 등재’ 7개 시·군 뭉쳤다

    ‘가야고분 세계유산 등재’ 7개 시·군 뭉쳤다

    가야고분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영호남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이 손을 맞잡는다. 전북도는 이달 말 문화재청에서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협약서’를 체결한다고 7일 밝혔다. 협약식엔 경북도·경남도, 전북 남원시, 경북 고령군, 경남 김해시, 경남 함안·창녕·고성·합천군 등 영호남 3개 도와 7개 시·군이 참가한다. 협약에서는 3개 도 산하 연구기관에 등재추진단 운영, 참여 지자체의 예산 균등 부담, 공무원 파견, 학술연구팀장을 포함한 사무국 운영 등이 담길 예정이다. 남원시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등 영호남 지역에 흩어진 가야 고분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한 협약이다. 등재 목표 시기는 2021년이다. 협약으로 올 하반기부터 각 지자체는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연구자료집을 편찬하는 등 활동을 본격화한다. 오는 10월부터는 7개 시·군이 돌아가면서 각 지역 고분군에 대한 학술대회와 답사, 워크숍을 개최한다. 가야 고분군은 삼국시대, 가야와 백제 때 무덤 축조기술을 알려주는 학술적 가치를 지녔다. 고분 안에서는 각종 토기류, 무기류, 농공구 등 5~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유적이 출토됐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공포영화를 보다 자신도 모르게 ‘헉’하는 이유 알고보니...

    [달콤한 사이언스] 공포영화를 보다 자신도 모르게 ‘헉’하는 이유 알고보니...

    아찔할 정도로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길을 지나갈 때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와 마주치거나 골목에서 사납게 생긴 덩치 큰 개와 맞닥뜨렸을 때, 공포영화를 보다가 잔인한 장면이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헉’하며 숨을 몰아쉬거나 눈을 가린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이런 행동은 ‘얼음’(freezing)이라고 부르는 공포 반응 중 하나다. 사실 포식자나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렸다고 뇌가 판단할 경우 공포와 불안반응을 유발시키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능이다. 더군다나 이는 배워서 터득하는 몸의 반응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진화를 통해 몸에 새겨진 일종의 선천적 반응이다. 과연 이런 타고난 공포반응은 어디서 유래되고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 박형주 박사 공동연구팀이 동물이 보이는 공포에 대한 선천적 반응을 유발시키는 뇌신경회로와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에 실렸다. 선천적 공포반응은 생존에 도움을 주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나 생존에 지속적인 위협이 가해질 경우 공포회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같은 신경질환을 앓게 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지만 정확한 신경회로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연산기능을 수행하는 전전두엽 피질(PFC)의 일부인 전측대상회 피질(ACC)을 주목했다. 전두엽이 학습을 통한 후천적 공포조절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선천적 공포조절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신경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생쥐의 전측대상회 피질을 자극했다. 생쥐를 잡아먹는 포식자 중 하나인 여우 냄새를 맡았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를 빛으로 조절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의 활성을 억제하자 선천적 공포 반응인 ‘얼음 반응’이 증폭됐고 활성을 높이자 공포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배외측 편도체핵(BLA)라는 부위가 공포 반응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뇌연구원 박형주 박사팀은 전기 생리학 방법으로 전측대상회 피질과 배외측 편도체핵 연결망이 선천적 공포 조절 기능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교차검증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한진희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공포반응을 유발시키는 뇌 속 핵심 신경회로를 발견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발견한 신경회로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기술을 개발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뇌신경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경선 부위원장 “거버넌스 지방정치연구회 출범식 참석”

    이경선 부위원장 “거버넌스 지방정치연구회 출범식 참석”

    서울시의회 이경선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북4)은 지난 8월 3일 서울특별시청 서소문청사 2동 대회의실에서 열린 거버넌스 지방정치연구회(이하 지정연)의 출범행사에 참석하여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은 박호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의 사회 아래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의 인사말, 김순은 서울대 교수의 축사 그리고 이경선 부위원장의 출범선언문 낭독 순으로 이어졌다. 지정연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사)거버넌스센터와 거버넌스 후보협약을 맺은 당선자 및 출마자들과 지정연의 취지에 동참하는 연구자와 시민사회운동가 등 전문가들 160여명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에는 서윤기 서울시 의원(더불어민주당, 관악2), 전기풍 거제시의원, 이재갑 안동시의원 등 거버넌스 패러다임과 주민주권의 분권자치, 그리고 정치 혁신에 뜻을 같이 하는 지방정치인 130여명, 그리고 김미경 교수(상명대), 이명우 교수(배재대), 송창석 박사(수원시정연구원), 윤창원 교수(서울디지털대) 등 연구자들, 박홍순 대표(커뮤니티허브 공감), 정창수 소장(나라살림연구소) 등 시민사회운동가 등 뜻을 같이하는 전문가 그룹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정연 출범식에 참석한 이경선 부위원장은 출범선언문을 낭독하였으며, 이를 통해 거버넌스 패러다임의 확산과 거버넌스 국가 구현을 위해 앞장설 것을 다짐하였다. (사)거버넌스센터가 주최한 본 행사는 지방정치 혁신을 선도하기 위한 정책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마련되었으며, 지방정치인, 지방정치연구원, 시민사회활동가 등 80여명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여 지방정치연구회의 출범을 축하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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