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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연구팀 “초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염증, 카레 향신료로 억제”

    日 연구팀 “초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염증, 카레 향신료로 억제”

    초미세먼지가 일으킬 수 있는 호흡기 염증을 카레의 향신료 성분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일본의 연구팀이 주장하고 나섰다. 8일 교도통신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다카노 히로히사 교토대 교수(환경의학)가 이끄는 연구팀이 일본 식품회사 하우스식품 연구원들과 공동으로 수행한 인간 세포 실험에서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자는 인간의 기도 세포를 사용한 이번 실험에서 주로 카레에 들어가는 정향과 울금, 계피 그리고 고수까지 4종의 향신료가 초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카레를 실제로 먹었을 때 염증을 억제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카노 교수는 “세포 수준에서는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사람이 먹는 경우에도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한층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초미세먼지는 PM 2.5라고도 불리는 데 여기서 PM은 입자상물질의 약자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나 액체 상태의 미세 입자를 뜻하며 2.5는 입자 크기가 지름 2.5㎛ 이하인 먼지를 말한다. 이는 흔히 머리카락 지름의 30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 크기로 입자가 매우 작다. 따라서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정향, 울금, 계피, 고수(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양제 효과 無…오히려 칼슘 과다 섭취하면 암 위험 (美 연구)

    영양제 효과 無…오히려 칼슘 과다 섭취하면 암 위험 (美 연구)

    흔히 영양제라고 하는 식이보충제는 건강을 신경 써 좀 더 오래 살겠다는 희망을 지닌 사람들이 주로 챙겨 먹는다. 그런데 이런 영양제는 먹어도 오래 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반면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적절하게 섭취하면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진이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남녀 2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런 결과를 발견했다. 즉 이번 발견은 영양제가 아닌 음식을 통한 영양분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진은 평균 6년간 추적 관찰한 이 연구를 통해 특정 영양소들은 암을 비롯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계가 있지만, 이는 영양제가 아니라 음식을 통해 섭취했을 때만 해당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 연구자는 이 연구를 위해 다양한 영양소의 섭취를 모든 원인과 심혈관계 질환 그리고 암에 의한 사망률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비타민A와 K, 마그네슘 그리고 아연이 사망률 감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좀 더 자세히 보면, 비타민K와 마그네슘의 적절한 섭취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 감소와 관계가 있다. 또한 비타민A와 K 그리고 아연의 적절한 섭취는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 감소와 관계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영양제가 아닌 음식을 통해 섭취했을 때만 해당했다. 반면 칼슘 과다 섭취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종합비타민 등의 영양제로 매일 칼슘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000㎎ 이상 먹은 사람들의 사망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단 이 경우 역시 음식을 통한 섭취는 사망 위험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영양제가 영양 섭취가 적은 사람들의 사망 위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신 비타민D 결핍 증상이 없는 사람이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하면 암을 비롯한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징후가 발견됐다. 이 같은 연관성은 잠재적인 것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에 대해 연구를 이끈 팽팽 장 박사는 “영양제 사용의 잠재적 유익성과 위해성이 계속 연구됨에 따라 일부 연구는 특정 암의 위험 증가를 포함해 과도한 영양소 섭취와 부작용 결과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면서 “특히 효과가 유익하지 않을 경우 영양소와 그 근원이 건강 결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내과학회(ACP)가 발간하는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4월9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명경재의 DNA세계] 4월은 생명의 비밀이 밝혀진 달

    [명경재의 DNA세계] 4월은 생명의 비밀이 밝혀진 달

    산과 들이 형형색색 단장을 하고 산들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봄이 찾아왔다.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4월은 이 모든 생명체의 핵심인 DNA에게도 특별한 달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달 25일은 ‘DNA의 날’로 많은 의생명 과학자들이 DNA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대중에게도 이를 알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DNA의 구조는 1953년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로절린드 프랭클린에 의해 밝혀졌고 이들의 발견은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리게 됐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주관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인간유전체연구소는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과 DNA 발견을 축하하자는 취지로 4월 25일을 ‘DNA의 날’로 정했다. 2003년에만 기념하려고 기획했던 것이 이후 지속적인 행사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DNA의 날’로 인식됐다.필자는 2003년 인간유전체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DNA의 날 행사를 직접 체험했다. 당시 인간유전체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은 전화로 일반인들의 궁금증에 답해 주고 학생들을 연구소에 초청해 딸기에서 하얀 실타래 같은 DNA가 추출되는 것을 보여 주기도 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초등학생들은 생명과학, 특히 DNA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이런 경험은 미래의 과학자로 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얼마 전 울산대공원을 산책하던 중 화학체험관이 설치된 것을 보았다. 슬쩍 들어가 보니 많은 초등학생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와서 화학 반응의 경이로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울국립과학관을 찾았다가 한 화학 선생님이 마술과 같이 물 색깔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던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주전자에 담겨 있던 무색의 물을 컵에 따르자마자 빨간색으로 변하던 것을 지켜보면서 ‘와’ 하는 탄성을 내던 순간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마 이때쯤부터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최근 대한민국 교육은 오직 안정된 직업군으로 가는 길만을 유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그랬고 많은 기사들이 그러한 경향을 보여 준다. 필자가 자라던 시절에는 많은 학생들이 즐겨 읽던 책들이 주로 과학자, 공학자들의 전기였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풍토를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과학기술인들이 일반인들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인가를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4월의 봄기운을 받아 생명현상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더불어 DNA의 날을 맞아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DNA를 연구해 미래를 바꾸는 과학자가 되려는 마음이 생기도록 과학 관련 연구소, 과학관들에서 많은 행사를 하고 선진국들처럼 뉴스로 자세히 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근무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대전 본원에서는 일반 대중들을 위해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50년 전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으로 많은 미국 학생들이 과학을 자신의 미래직업으로 삼은 것처럼 우리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널리 홍보해 이를 자라나는 학생들이 보고 들으며 자신의 미래상으로 그리는 그런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
  • [재미있는 원자력] 바닷속 원전을 위한 발칙한 상상/구서룡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재미있는 원자력] 바닷속 원전을 위한 발칙한 상상/구서룡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테슬라, 구글에서는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자동차 산업 분야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 등장했던 자동차 ‘키트’는 주인공이 시계로 명령하면 알아서 주인공을 찾아오고 때로는 스스로를 방어할 줄도 아는 ‘멋진’ 자율주행 자동차였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SF영화에서나 등장하던 자율주행차를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운전원의 실수로 인한 위험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자율운전 원자력발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원자력발전소는 정상 운전 중에만 일부 자동 운전되고 있어 자율주행차에 비하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정상 운전뿐 아니라 기동 및 정지 운전 구간에도 자동으로 운전되는 완전 자동 운전을 목표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기동 및 정지 운전 때와 같이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운전원의 작업 부하량이 크다. 긴장된 상황에서 운전원이 발전소의 상황을 잘못 판단하면 인적 실수가 발생하고 이런 실수는 발전소 안전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40여년간 발전소 운전에서 축적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핵심 기반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 운전 기술을 개발하면 이런 실수를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자율운전 자동차도 아직 미완의 상태다. 시험 주행 중 종종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윤리적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과 30년 전 키트는 텔레비전 속에만 등장했었다. 운전자를 돕는 첨단 장치와 반자율 주행기술을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안전성을 향상시킨 끝에 결국 상상 속에만 있었던 키트를 실제로 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율운전 원자력발전소도 아직은 상상 속 기술이다. 하지만 꾸준히 연구를 거듭해 자율운전 원자력발전소가 실현된다면 해저, 우주, 극지와 같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도 원전을 이용해 안전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원자력 연구자들은 미세먼지 없는 청정 에너지인 원자력을 보다 더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100만 번에 한 번 있을 사고까지 방지할 수 있는 자율운전 원자력발전소 기술이 완성돼 아무도 없는 바닷속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발칙한 상상이 실현되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
  • 비극·활극 버무린 ‘오락 영화’ 식민지 조선의 청춘을 위로하다

    비극·활극 버무린 ‘오락 영화’ 식민지 조선의 청춘을 위로하다

    ‘청춘의 십자로’(1934)는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에 보존된 일제강점기 조선극영화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한국에 존재하는 최고(最古)의 무성극영화이다. 이 영화는 필름의 발굴 과정에서도, 또 영화사적 의미로도 무척 흥미로운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한국영상자료원의 조선영화 발굴 작업이 2004년 이후 중국전영자료관을 통해 본격적인 성과를 보인 데 비해 이 영화는 2007년 국내 소장자를 통해 입수되었다. 또 중국에서 찾은 작품들이 ‘미몽’(1936) 등 발성영화의 프린트(상영용) 필름이었다면 ‘청춘의 십자로’는 무성영화의 네거티브(원판) 필름으로 수집되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아리랑’을 볼 수 없는 지금의 우리에게 조선 무성영화의 수준과 당시 조선인 관객에게 전달했을 영화적 에너지를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크다.●조선 무성영화의 대표작 먼저 ‘청춘의 십자로’가 등장한 1930년대 전반의 조선영화계부터 살펴보자. 1935년 ‘말하는’(talkie) 영화 ‘춘향전’의 제작 성공으로 발성영화 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의 시기, 조선영화는 과도기적 변화를 겪고 있었다. 나운규의 친구였던 배우 윤봉춘이 감독 데뷔작 ‘도적놈’(1930)에서 철공소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아리랑’의 정서를 이었고, 황운이 연출한 ‘딱한 사람들’(1932)은 흥남의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의 노동자 해고 사건을 다루며 카프(KAPF) 영화의 계급적 관점을 이었다. 두 작품 다 일제 당국의 검열로 만신창이가 되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 교토의 영화스튜디오에서 견습하고 돌아온 이규환이 ‘임자없는 나룻배’(1932)로 데뷔했다. 나운규와 문예봉이 출연한 이 영화 역시 식민지 농촌의 현실을 그리는 것으로 나운규 영화의 저항성을 잇고 있지만, 표현의 수위는 전보다 낮아졌고 그 대신 조선의 로컬 컬러를 담아내는 것으로 연출 방향이 전환되었다. 이처럼 이규환을 시작으로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조선의 향토색을 담아내는 영화를 만든 이들을 2세대 영화인으로 규정할 수 있다. 한편 ‘청춘의 십자로’는 배우 출신 안종화(1902~1966)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무성영화시기 조선에서 형성된 신파 양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다. 즉 비극과 활극을 절묘하게 버무린 신파 화법을 기반으로 대중오락으로서의 영화라는 한 방향으로 명쾌하게 밀고 나갔다. 조선인 관객들의 평가 역시 좋았다. 1938년 11월 조선일보가 개최한 조선 최초의 영화제에서 그동안 만들어진 조선영화를 대상으로 관객들의 인기투표를 실시했는데, ‘청춘의 십자로’는 2175표를 받아 무성영화 부문 6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아리랑’(4947표)이었고, 그 뒤로 ‘임자 없는 나룻배’(3783표), ‘인생항로’(3075표), ‘춘풍’(2921표), ‘먼동이 틀 때’(2810표)가 뽑혔다. 주목할 부분은 ‘청춘의 십자로’뿐만 아니라 3위를 차지한 ‘인생항로’(1937) 역시 안종화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가 대중이 원하는 영화를 능숙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감독이었음이 입증된다. 안종화는 신파극단의 여형(女形) 배우 출신으로(초창기 신파극 무대는 여성 역도 남성 배우가 맡았다), 부산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제작한 ‘해의 비곡’(1924) 등에서 주연을 맡았고, 1930년 ‘꽃장사’를 시작으로 감독의 길을 걸었다. 같은 해 두 번째 작품 ‘노래하는 시절’을 연출했고, 1934년 ‘청춘의 십자로’를 내놓으며 감독의 역량을 주목받는다. 2세대 영화인 신경균이 감독 데뷔 전 평문을 쓰던 시절 “화면의 연락(숏의 연결을 의미)의 정비와 템포, 리듬의 고조”가 잘 구축된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서 역시 직접 각본을 쓴 ‘은하에 흐르는 정열’(1935)과 ‘조선 최초의 갱영화’인 ‘역습’(1936)을 연출했고, 1937년 ‘인생항로’를 끝으로 일제시기의 필모그래피를 마무리했다. 그는 무성영화 감독에 머물렀지만 조선영화의 무성시기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30년대 중반 조선 무성영화가 가장 성숙기에 이르렀을 때 전성기를 구가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그는 ‘수우’(1948)를 시작으로 ‘춘향전’(1958)을 거쳐 ‘견우직녀’(1960)까지 6편의 영화를 더 연출했다. 안종화는 일제시기 영화사 연구자들의 중요한 참고도서인 ‘한국영화측면비사’(1962)를 남기기도 했다. 2007년 ‘청춘의 십자로’ 필름이 한국영상자료원에 입고되었을 때 제목도 크레디트 자막도 없어 어떤 영화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개 속의 초기 조사 단계에서 가장 기본이 된 자료가 바로 그가 기록한 ‘한국영화측면비사’였다.●식민지 청춘들의 슬픔, 분노 그리고 복수 ‘청춘의 십자로’는 그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서로 연결돼 있지만 만나지 못하고 엇갈리다 결국은 다시 조우하는 청춘들을 그리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복(이원용)은 서울역에서 수하물 운반부로 일하고 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내린 한 모녀를 흔쾌히 도와준 그는 떠나온 고향 생각에 빠져든다. 성품이 우직한 영복은 봉선네 집 데릴사위로 들어가 7년 동안 뼈가 으스러지게 일했으나 결국 마을 지주의 아들 명구(양철)에게 봉선을 뺏기고 고향을 떠난 것이다. 영복의 누이동생 영옥(신일선) 역시 어머니를 잃고 오빠를 찾으러 서울에 왔다가 카페의 여급이 된다. 영복은 이를 모른 채 서울역 부근 주유소에서 일하는 계순(김연실)과 친하게 지낸다. 한편 명구 역시 서울로 올라와 모던보이 개철(박연)의 집에 머문다. 어느 날 영옥은 개철 일당의 술책에 걸려들고 결국 개철에게 몸을 더럽히고 만다. 실직한 계순 역시 개철 일당에 걸려들어 고초를 겪게 된다. 영화는 선술집의 영복이 술에 취해 사과를 발로 차는 장면과 개철 일당의 술자리에서 양복 상의가 사과를 덮는 장면(영옥의 겁탈을 암시)을 연결시키며, 서울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영복과 영옥 남매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계순의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개철에게 구타를 당하고 나온 영복과, 명구에 의해 개철의 집으로 끌려가다시피 하는 계순이 길에서 서로 엇갈리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분명 당시 관객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었을 장면들이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온 계순이 개철의 악행을 영복에게 알리고, 그는 복수를 위해 개철을 찾아간다. 개철의 집 안으로 들어간 영복이 처음 마주친 이는 다름 아닌 누이동생 영옥이었고, 그간의 사정을 나눈 둘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안종화의 연출이 탁월한 점은 영화의 마지막 복수 장면의 파토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영복과 영옥, 계순이 고초를 당하는 장면들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이다. 영복이 자신과 여동생과 애인을 위한 복수를 펼치는 곳은 개철과 명구가 개최한 화려한 피로연 자리이다(실제 이 클라이맥스의 격투 장면은 당시 서울 장안의 3대 요정 중 하나인 국일관에서 촬영되었다). 결국 영복은 사정없는 주먹세례를 날려 개철을 쓰러트린다. 그의 복수가 끝나고 이제 셋은 함께 살게 된다. 영복과 계순이 각자의 직장으로 향할 때 영옥이 천주교식의 십자성호를 그으며 축복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그들의 새로운 출발이 암시된다.고향의 지주 아들과 서울의 모던보이로부터 주인공들이 겪은 고초와 울분, 참다 참다 폭발하는 우직한 주인공의 활극, 그리고 해피엔딩까지 ‘청춘의 십자로’는 조선인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민초를 괴롭히는 지주, 여동생 영희(신일선)를 겁탈하려는 마름, 그를 응징하는 영진(나운규)을 등장시킨 ‘아리랑’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소만 취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인 혹은 친일파를 연상시킬 수 있는 인물과 이들을 낫 혹은 주먹으로 벌하는 주인공의 구도는 무성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193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면 조선영화가 묘사할 수 있는 활극적 에너지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지하 1100m서 우주 비밀 밝힌다

    지하 1100m서 우주 비밀 밝힌다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미지의 물질을 탐구하기 위해 지하 1100m에 연구시설이 만들어진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오는 12일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에 있는 한덕철광 광산에서 우주의 형성과 진화를 탐구하기 위한 ‘우주입자연구시설’(ARF) 착공식을 갖는다고 8일 밝혔다. 지하 1100m 지점에 만들어지는 정선 ARF는 양양 지하실험실보다 400m 더 깊이 들어가 있고 면적은 10배나 큰 2000㎡ 규모이다. 양양 지하실험실은 한국수력원자력 양수발전소 내 지하 700m에 설치된 실험실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5개국에서 18개 지하연구시설을 운용하고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지하 1290m에 위치한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LNGS)이고,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연구시설은 중국 쓰촨성에 있는 CJPL로 지하 2400m 깊이에 위치해 있다. 이들 지하시설은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 검출과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인 중성미자의 질량 측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암흑물질 검출과 중성미자 질량 측정은 우주 생성과 구성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현대물리학의 최대 과제이자 노벨물리학상 0순위로 꼽히고 있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우주선(線) 입자 같은 배경 잡음 때문에 관측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검출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ARF 구축을 위해 2013년부터 구간별로 시추 분석과 미소진동 점검 등 최신 공법으로 사전 조사를 마쳤으며 이번에 본격 착공에 들어가게 됐다. 2020년 말 모든 시설이 구축되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모디 ‘안보’vs 간디 ‘민생’…‘100억달러 총선’ 달아오르는 인도

    모디 ‘안보’vs 간디 ‘민생’…‘100억달러 총선’ 달아오르는 인도

    하층민 출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판 북풍(北風)’으로 재선할 것인가, 정치 귀족 가문 라훌 간디 인도국민회의(INC) 총재가 친서민 정책으로 막판 대역전을 할 것인가. 9억명 표심의 향방은 이번 주부터 6주간 100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짜리 ‘세계 최대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는 인도 총선거가 끝난 뒤 공개된다. 인도 총선은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전국 29개 주에서 진행된다. 1차전이었던 2014년 총선에서는 모디가 간디 총재에 압승했다. 그가 이끈 인도국민당(BJP)은 과반인 282석을 차지했다. 단일 정당이 하원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었다. 인도 하원 전체 의석은 545석이다. 이 중 2석은 대통령이 지목한다.언어와 민족이 매우 다양한 인도는 마하라슈트라, 웨스트벵골, 델리, 타밀나두, 안드라프라데시 등 지역 정당이 장악한 주가 많지만 결국 전체 판세는 연방의회 집권 BJP와 INC의 대결로 압축된다. 양당이 각 지역 정당과 연대해 각각 BJP가 주도하는 국민민주연합(NDA)과 INC의 통일진보연합(UPA)으로 세력 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기 이번 총선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농민들은 모디 총리가 제조업만 챙긴다며 등을 돌렸다. 인도의 실업률은 45년 만에 최고치인 6.1%를 기록했다. 악재가 겹친 가운데 BJP는 지난해 12월 정치적 텃밭인 마디아프라데시 등 3곳의 주의회 선거에서 완패했다. 지난 2월 14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모디 총리는 인도 경찰 40명이 숨진 이 사건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고 같은 달 26일 공습을 감행했다. 인도가 파키스탄을 공격한 것은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양국은 하루 뒤 공중전을 벌였다.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안보 이슈가 선거판을 집어삼켰다. 인도인들은 파키스탄을 공격한 모디 총리를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주춤했던 지지율이 치솟았다. 인디아TV는 8일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NDA가 이번 총선에서 275석을 얻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직 프리미엄’이 더해져 모디 총리의 승리 확률이 높아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31일 개국한 ‘나모 TV’가 선거 공정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의 이름을 따 만든 이 채널은 하루 종일 모디 총리의 유세 연설 등 총리의 정보만 전달한다. 모리 총리의 지지자들은 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나렌드라 모디 총리’까지 제작했다. 당초 지난 5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INC의 반발로 연기됐다. 이외에도 모디 총리를 영웅화한 책 등이 출간된 것으로 전해졌다. 모디 총리는 공고한 신분제 카스트 제도 하위 계급인 간치(상인) 출신으로 총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모디 총리는 기차와 거리에서 차와 음료 등을 팔다가 정치계에 입문했다. 이후 구자라트주 총리 등을 거쳐 연방정부 총리에까지 올랐다. 이대로 모디 총리의 재선을 낙관해도 좋을까. 변수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층민이었던 모디 총리가 하층민들의 이익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이번 총선으로 시험대에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불가촉천민 ‘달리트’가 1억표다. 지난 선거에서 달리트는 자신이 하위 계급 출신임을 강조한 모디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달리트들은 더는 모디 총리와 그의 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총리가 된 후에 달리트가 당하는 폭압을 모른 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어 “파키스탄과의 대립은 달리트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디 총재는 모디 총리가 외면한 하층민에 집중했다. 간디 총재는 인도 명문가 ‘네루-간디’ 가문 출신이다. ‘네루-간디’ 가문은 자와할랄 네루 초대 인도 총리, 네루 초대 총리의 외동딸 인디라 간디 총리, 네루 총리의 손자 라지브 간디 총리 등을 배출했다. 간디 총재는 네루의 증손자다. 다만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간디라는 성은 인디라 총리가 페로제 간디와 결혼하면서 붙은 것이다. 간디 총재는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가구에 월 6000루피(약 1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인도의 1인당 월 국민소득은 20만원 미만이다. 그는 “인구로는 2억 5000만명, 가구 수로는 5000만 가구가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간디 총재가 지난해 말 주의회 선거에서 ‘농민 부채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워 승리한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 모디 정부의 일자리 문제와 농촌 빈곤, 방산 비리 등 약점도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총선은 전국 29개 주에서 지역별로 7차례(4월 11일·18일·23일·29일, 5월 6일·12일·19일)에 걸쳐 치른다. 개표는 다음달 23일 하루 만에 끝난다. 하원의 윤곽도 이날 나온다. 하원 과반을 획득한 정당에서 총리가 나오고 정권을 잡는다. 유권자는 8억 7500만여명으로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선거 규모가 큰 만큼 정부 지출이 상당하다. 인도 전역 100만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군경 등 1000만명의 선거 관리 요원을 투입한다. 인디아투데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9년 총선에서는 정부가 유권자 1명당 15.5루피를 썼으나 2014년에는 관련 비용이 1인당 46.4루피로 늘었다. 2014년 총선 당시 인도 정부의 전체 지출은 총 387억 루피”라고 전했다. 개별 후보자의 비용까지 합산하면 전체 선거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뛴다. CNN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인도 총선은 전 세계 역사상 최대로 기록된 2016년 미국 대선 비용 65억 달러 규모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면서 “2014년 인도 총선 비용은 50억 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두 배(1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체 선거 비용을 최소 70억 달러로 내다봤다.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일까. 치열한 경쟁과 부정 선거 풍토 때문이다. 이번 선거 입후보자만 8000명이 넘는다. 이들 후보는 당선을 목표로 선거 운동원의 일당, 교통비, 식대는 물론 현수막, 마이크, 폭죽 등 선거 전반 비용을 부담한다. 후보자들은 금품까지 살포해야 한다. 현지 설문에 따르면 인도 정치인 90%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선거 유세장에서는 각 후보자가 평소 서민들이 맛보기 힘든 치킨카레 등이 든 박스나 현금을 나눠주는 일이 흔하다. 지난 선거 때 일부 선거구에서는 유권자에 염소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비도 급증했다. 각 후보는 홍보요원, 댓글부대 등을 운영하는데 이 비용이 2009년 선거 3600만 달러에서 2014년 7억 2000만 달러로 빠르게 늘었다. 이 와중에 SNS를 타고 확산하는 ‘가짜뉴스’ 문제가 대두됐다. 페이스북은 지난 1일 인도 총선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 수백개를 폐쇄했다. 페이스북은 이들 계정 배후에 파키스탄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가짜계정은 28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에 파키스탄군, 인도 정부, 카슈미르 분쟁 지역과 관련한 거짓정보를 흘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 거대한 민주주의 축제를 보려는 관광상품이 나와 관심을 끈다. 로이터통신 등은 최근 타지마할 등 인도 관광 명소는 물론 총선 후보자 유세 현장을 체험 가능한 여행 상품이 나왔다고 전했다. 인도 전역의 35개 관광회사가 참여했고, 3500여건 이상의 예약이 완료됐다. 로이터는 “일반 관광객보다는 각국 정치인, 정치학 전공 학생, 언론인,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열린세상] 북극의 오로라가 내는 신비한 소리의 비밀/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북극의 오로라가 내는 신비한 소리의 비밀/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오로라가 내는 신비한 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오로라란 고위도 지역에서 초고층의 대기가 ‘천상의 커튼’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에서 쏟아져 나오는 전자와 양성자의 흐름이 지구의 대기와 부딪쳐서 생긴다. 남극권이나 북극권에서 이 입자들은 공기의 상층부와 충돌해 들뜨게 만든다. 넘치는 에너지는 빛의 형태로 방출된다. 특히 북극권의 오로라, 즉 북극광은 이따금 신비한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해 왔다. 몇 해 전 핀란드 알토대학의 언터 레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소리를 녹음하고 생성 과정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 것이 전부다.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3일 레인의 탐구 과정을 소개한 특집을 실었다. “한 사나이가 30년간 북극광의 속삭이는 소리에 매혹됐다. 소리의 근원을 찾는 그의 연구는 이제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다음처럼 전개된다. 1990년 어느 겨울 밤 언터 레인은 핀란드 북부의 외딴 마을에서 열리는 재즈 축제에 참석했다. 마을 바깥으로 나간 그는 고요 속에서 신비한 쉭쉭 소리를 들었다. 1999년 이곳을 다시 찾은 그는 또다시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음향심리학을 연구 중이라 이 미스터리를 풀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오로라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 지상의 소음 탓이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는 300여년 전부터 기록이 전해온다. 1931년 이를 종합한 목록의 표현을 보자. “휙 하는 소리나 비단 치마가 내는 듯한 바스락거리는 소리”, “뜨거운 프라이팬에 베이컨 조각을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 “한 무리의 새들이 가까이 날아가는 소리”…. 미국 알래스카대학의 더크 루머슈임 교수는 “기술적 장비로 녹음하거나 관측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이런 소리를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 알려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아예 착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오로라를 볼 때 생기는 환청이라거나 심지어 하나의 감각이 다른 영역의 감각을 일으키는 공감각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레인은 2000년 북극광을 연구하는 핀란드의 ‘소당킬라 지구물리 관측소’와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는 오로라의 소리를 사상 처음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였다. 어떤 소리인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잡음을 모두 파악하고 걸러 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0년에 이르러 그의 팀은 오로라가 내는 소리를 녹음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소리는 공기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며, 높이는 100미터 이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일까? 레인은 코로나 방전 현상이 근원이라고 믿는다. 이는 도체 주위의 공기가 이온화되며 생기는 불꽃과 소리를 말한다. 고전압 전기장치 주변의 뾰족한 금속 물체 주위로 푸른 빛이 반짝이는 게 그런 예다. 여기에 필요한 전압을 만들어 내려면 많은 양의 음전하와 양전하를 매우 가까운 위치에 두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은 얼어붙은 대지가 그 바로 위의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매우 고요한 저녁에 형성될 수 있다고 레인은 말했다. 그러면 높은 곳에는 따스한 공기가 층을 이루고 그 밑의 몇백 미터에 찬 공기가 갇혀 있는 대기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지표면 가까운 곳의 음이온은 이 같은 경계면, 즉 역전층의 아래쪽으로 올라가지만 이를 뚫고 올라가지는 못한다. 그동안 양이온은 역전층 위쪽에 모인다. 양전하와 음전하의 이 같은 전위차는 그 자체로 크지만 오로라에 의해서 더욱 커진다. 그 결과 갑자기 코로나 방전이 일어난다. 자외선 복사와 자기장 펄스, 그리고 소리를 내뿜는 것이다. 이 이론은 어째서 특정한 날씨 조건일 때만 소리가 발생하느냐를 설명해 준다. 역전층이 없으면 소리도 없다. “레인이 제시하는 메커니즘은 매우 그럴듯하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대니얼 화이터의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오로라 소리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무시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다른 연구자들이 레인의 실험을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전층 가설을 검사할 독자적인 실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 [우리둘은1학년]방과후학교는 구세주인가, 계륵인가

    [우리둘은1학년]방과후학교는 구세주인가, 계륵인가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이 학부모가 되면서 겪은 우여곡절을 털어놓습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엄마에게도 숙제가 쏟아졌다. 새 학기 준비물 챙겨 보내기, 신입생 학부모 연수와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는 일 등이다. 그중에서 부담이 제일 컸던 과제는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이었다. 정규수업이 끝난 다음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인데, 대학 강의처럼 원하는 과목을 고르고 온라인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입학 이틀 뒤인 3월 6일부터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이 시작되기에 무슨 과목을 들을지 아이와 미리 상의가 필요했다.  ●엄마의 사심이 반영된 과목 선택 수강신청 하루 전, 방과후학교 안내문을 펼쳐놓고 딸과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아이도 나도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딸 쪽이 그나마 나았다. 딸: 친구가 그러는데 마술이 인기가 많대.나: 마술? ‘매주 다른 주제와 기법으로…, 최고로 재미있는 공연예술….’딸: 엄마, 나 마술 할래!나: 인기가 많으면 신청 못 할 수도 있어. ‘플랜 B’를 생각해보자.딸: 플랜 B가 뭐야?방과후학교 과목은 30개 정도였다. ▲사고력 신장 ▲과학영역 ▲미술영역 ▲체육영역 ▲음악영역 등 5개 영역으로 구분돼 있었다. 딸 아이는 평소 좋아하는 만들기와 바이올린 수업을 원했고, 나는 가능하면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길 바랐다. 체력을 기를(솔직히는 ‘방전시킬’) 체육과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는 실험도 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중에서도 축구를 강력히 권했다. 16년 전 만난 미국인 룸메이트 때문에 축구는 내 로망이 됐다. 어릴 때부터 여자축구부 선수로 뛴 그 애는 강골이었다. 근육이 적당히 붙은 허벅지와 종아리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나: 축구는 어때?딸: 남자애들 하는 거 말야?나: 미국에서는 여자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한대. 남자들보다 더 잘한대. 엄마 친구도 그랬어.딸: 그래? 그럼 할래! 욕심 많은 엄마, 설득이 쉬운 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들을 다섯 과목을 확정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방과후학교를 집어넣은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가 지루해할까봐서다.맞벌이 부부의 아이이기 때문에 딸은 오후 1~2시에 수업을 마치면 돌봄교실로 향한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고 놀면서 오후 5시까지 엄마나 아빠를 기다린다. 돌봄교실도 교육활동을 제공한다. 하지만 전문강사가 진행하는 방과후학교가 더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았다. 저렴한 비용도 한몫했다. 보통 매주 1회, 한 번에 80분 정도 수업을 하는데 3개월(12회) 수업비가 6만 5000~8만 5000원이다. 학원비나 유치원 특별활동비와 비교도 안 되게 쌌다. ●초를 다투는 수강신청 전쟁 수강신청 당일이 되었다. 오후 2시부터 온라인 서버가 열린다. 학교를 마친 딸을 데려와 집에서 신청할 생각이었다. 때마침 교문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엄마들에게 귀동냥으로 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엄마1: 수강신청이 보통 치열한 게 아니라는데….엄마2: 인기 있는 과목은 서버 열리자마자 마감된다니까요. 그래서 저는 모바일이랑 컴퓨터 동시에 접속해놓고 신청해요.엄마3: 저는 애들 아빠랑 친정 식구한테 신청할 과목을 분담시켰어요. 고학년 자녀를 키워본 듯한 엄마들이 풀어놓는 ‘꿀팁’이었다. 과목당 수강 정원이 20~25명 남짓이니 금세 마감된다는 얘기였다. 당연히 혼자 5과목을 신청하는 건 무리였다. 남편에게 급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나: 방과후학교 수강신청 금방 마감된대요. 과목을 나눠서 신청해야겠어. 과학실험이랑 바이올린, 2과목 맡아줘요. 스마트폰으로 동시접속 된다니까 로그인하고 5분 전부터 ‘새로고침’ 눌러요.남편: 알았어요. 서버가 열리기 30분 전, 손가락을 풀며 노트북 앞에 대기했다. 신청 순서는 인기가 많을 것 같은 과목부터, 수강 정원이 다 찼다면 대체할 과목을 바로 신청…. 시뮬레이션도 여러 번 했다. 대학 수강신청보다 더 떨렸다. 원했던 과목 5개 중 4개 성공, 하나는 대체과목으로 신청. 이 정도면 선방했다. 옆에서 맘 졸이며 기다리던 딸도 기뻐서 팔짝 뛰었다. 딸은 그렇게 1분기, 석 달 동안 요일별로 창의로봇, 창의요리, 바이올린, 방송댄스, 축구에 참여하게 됐다. 다섯 과목 수강료는 재료비까지 합쳐 42만 500원이다. ●“방과후를 다섯 개나 한다고요?” 부담스런 숙제를 잘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딸이 방과후학교를 매일 한다고 했더니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엄마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엄마4: 5개나 한다고요? 시간이 돼요?나: 방과후, 돌봄교실 외에 아무것도 안 해서요…. 매일 방과후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는 없었다. 시켜도 한두 개 정도, 대부분 학원으로 보냈다. 누구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엄마들이 방과후학교를 그리 탐탁지 않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찜찜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방과후학교 제도를 파보기 시작했다.방과후학교라는 이름은 참여정부 때 처음 등장했다. 교육부가 2004년 12월 발표한 ‘방과후학교 운영 기본계획’에서다. 정부는 방과후학교를 ‘창의적이고 심신이 건강한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대상, 지도강사, 교육비, 운영시간 등을 확대 개방해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2005년부터 48개 방과후학교 시범학교가 지정되는 등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이를 법으로 보장하려는 시도는 학원연합회 등 사교육 업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대신 교육부 고시(제2013-7호, 제2015-74호)와 초중등교육과정 총론으로 운영 근거를 갖고 있다.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바탕으로 방과후학교를 개설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방과후학교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선행학습이 제한된다. ●엄마들이 방과후학교를 꺼리는 이유 정부는 방과후학교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 ▲교육격차 완화 ▲돌봄 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학교 실현 등 4가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 달 동안 방과후학교를 경험해보니 사교육비를 줄이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은 긍정적이다. 사설 축구교실, 쿠킹클래스, 음악학원을 각각 따로 보낸다면, 비용이 족히 배 이상 들었을 것이다.하지만 주 1회 수업인 데다 다음 분기에 또 들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서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수강료를 내더라도 일대일로 집중 교육을 해주는 학원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솔직히 주 1회 단체 바이올린 수업이,매일 다니는 사설 음악학원을 대체하기란 불가능하지 않은가. ●방과후학교 참여율 5년간 13.3%P 하락 한국교육개발원이 2017년 펴낸 ‘방과후학교 참여율 제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갈수록 낮아진다. 2012년 초중고교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은 464만명이었으나 2017년 337명으로 감소했다. 출산율 감소로 재학생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전체 학생 대비 방과후학교 참여 비율도 72.2%(2013년)에서 58.9%(2017년)으로 하향세를 보인다.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역시 사교육 때문이다. 개발원이 학생 1만명, 학부모 1만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학생의 59.3%가 ‘사교육 참여’를 들었다. 이 아이들의 또 절반쯤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학원(41.7%) 또는 예체능학원(9.4%)에서 시간을 보냈다. 학부모의 답변도 비슷했다. 다만 ‘희망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34.0%), ‘학교에 남기 싫어서’(32.3%), ‘수준에 맞지 않아서’(10.9%),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2.5%)라는 답변도 눈에 띄었다. 연구자들은 방과후학교가 소외계층엔 상당한 혜택이 되지만, 가정배경이 좋고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교육을 억제하는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맞벌이 학부모에겐 선택 아닌 필수? 우리 아이가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는 생각에는 ‘부부일심’이다. 삶의 질을 위해 피아노 학원은 다녔으면 좋겠고, 건강을 위해 수영이나 태권도, 줄넘기도 배우면 좋겠다. 나중에 영어도 배워야하고, 수학도 필요하면 학원 문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겐 학원비 이상의 문제가 있다. ‘시간 관리’ 부분이다. 야무진 엄마들은 소문 난 학원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아이의 방과 후 스케줄을 알차게 짤 것이다. 직접 데려다주는 ‘픽업 앤 드롭’을 하거나 학원 차량 승하차를 밀착 관리할 수도 있다. 맞벌이 학부모들이 세심하게 챙기긴 어려운 부분이다.맞벌이로 자녀를 키운 선배들의 제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대한 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퇴근시간까지 버키는 것. 이러려면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 다른 방법은 조부모의 도움을 빌리든가 도우미를 써서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이 경우 상당한 돌봄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또다시 선택의 갈림길이다. 아이가 어설픈 솜씨로 바이올린을 켜는 게 귀여웠고, 고사리손으로 썰고 볶아 가져오는 요리를 맛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요새는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제대로 배우는 거 맞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걱정을 하던 중에 딸은 친한 친구가 없다며 방송댄스 수업을 지난주부터 안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바이올린 시간에는 연습시간이 30분이나 남았는데 지루하다며 돌봄교실로 일찍 가버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음 분기 방과후학교에선 반드시 마술과 쿠킹클레이를 들어야겠다며 벼르고 있다.●갈수록 무거워지는 선택의 무게 결국 다른 엄마들처럼 일정부분을 학원으로 돌리는 선택을 할 듯하다. 방과후학교는 아이가 원하는 수업으로 일주일에 2번 정도로 줄인 다음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을 보내는 걸 고민하고 있다. 학원은 아이를 학교 앞에서 태워 데려가고 집에 데려다줄 수 있는 곳으로 골라야 할 것이다. 결정 장애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자부했는데, 나름대로 명쾌하고 직관적으로 인생의 순간을 결정하며 살아왔는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는 번번이 선택의 기로에 번민한다. 선택의 무게는 점점 무거워진다. 삼십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 하나만 생각했다.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혼자 감당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결혼과 출산 이후 나의 사소한 결정 하나가 배우자와 아이들, 가족의 삶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의 방과후 일정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이의 진로를 좌우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엄마가 좋은 교육 정보를 모으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살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것이리라.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다음 주 주제는 “녹색어머니회가 아직도 있어?”입니다.
  • [아하! 우주] 돌격! 태양 앞으로…美 탐사선, 두번째 근일점 통과 성공

    [아하! 우주] 돌격! 태양 앞으로…美 탐사선, 두번째 근일점 통과 성공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가 지난 4일(이하 미국동부표준시) 두번째 근일점 통과를 마쳐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5일 첫번째 근일점 통과 후 딱 5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번 근일점 통과는 4일 오후 6시 40분에 이루어졌으며, 태양 표면에 약 2400만㎞까지 접근한 것으로, 첫번째 근일점 통과 때와 거의 같은 고도이다. 이 두 기록은 1976년 헬리오스 2호가 세운 종전 최고 기록(4300만㎞)을 깨뜨린 것으로, 미션이 진행되면서 계속 기록 갱신을 거듭하여 마침내 태양 표면으로부터 600만㎞ 거리까지 접근하게 된다. 파커 탐사선의 비행속도 역시 이 같은 지속적인 기록 갱신을 이룩하게 되는데, 두 차례의 근일점 통과 속도는 초속 95㎞를 찍어 가장 빠른 우주선 속도기록도 아울러 세웠다. 앞으로 점차 속도를 높여가 2025년 후반에 잡힌 마지막 플라이바이에서 파커는 초속 190㎞까지 찍게 된다. 이는 서울에서 대전까지를 단 1초에 주파하는 속도다. 파커 탐사선이 근일점을 통과하는 기간에는 며칠 간 지구와의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담당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에게는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태양 대기인 코로나의 엄청난 열기 속을 통과하는만큼 안테나 등 통신장비를 두터운 열차폐막 뒤에 안전하게 감추어야 하기 때문이다.통신이 재개되는 것은 우주선이 다시 태양으로부터 안전 거리 밖으로 멀어졌을 때이며, 근일점 통과 시 수집된 데이터들은 이때부터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전송되기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이 데이터로 수백만 도나 되는 코로나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코로나의 높은 온도는 태양 표면 온도에 비해 무려 수백 배는 되는 엄청난 것으로, 과학자들의 머리를 싸메게 하고 있다. 코로나는 태양풍의 원천으로 태양과 태양계를 쉼없이 가로지르는 하전된 입자의 흐름이다. 지구 주위의 궤도에서 태양풍이 강해지면 통신이나 항행위성에 장애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파커 탐사선 데이터로 태양풍의 근원과 작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파커 탐사선은 9월 1일 세번째 근일점 통과를 예정하고 있으며, 금성의 중력을 이용한 플라이바이를 통해 태양에 더욱 근접하는 궤도를 만든다. 7년 동안의 미션 기간에 파커는 모두 24차례 근일점 통과를 수행함으로써 태양의 표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것이며, 또한 태양의 비밀에 보다 다가서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달콤한 사이언스] 모든 독감 막아주는 만능 백신 나오나

    [달콤한 사이언스] 모든 독감 막아주는 만능 백신 나오나

    매년 가을이 되면 겨울철 유행할 독감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맞는다. 문제는 감기처럼 독감 역시 바이러스 변종들이 많아 예방접종을 받고도 독감에 걸렸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중들은 물론 연구자들도 다른 전염병들처럼 어떤 변종 독감 바이러스라도 모두 막을 수 있는 ‘꿈의 독감백신’ ‘만능 백신’이라고 불리는 범용 독감백신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가 지난해 말부터 범용 독감 백신에 대한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H1ssF_3928’로 이름붙여진 실험용 만능 독감백신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백신의 안전성과 사람들에 대한 면역력 유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NIH의료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NIAID 백신연구센터(VRC) 그레이스 첸 박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개발한 만능 독감백신은 여러 독감 바이러스에서 상대적으로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부분에 면역시스템을 집중시켜 다양한 변종 독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NIH는 ‘판데믹’(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독감 바이러스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독감에 대해 모든 연령층을 보호할 수 있는 독감백신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연구팀은 18~70세의 건강한 성인남녀 53명을 대상으로 시험될 계획이다. 첫 5명의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18~40세로 20㎍(마이크로그램)의 시험용 백신을 1번 피하주사방식으로 접종받게 된다. 나머지 48명은 이들은 18~40세, 41~49세, 50~59세, 60~70대 그룹으로 연령별로 12명씩 4그룹으로 나뉘어 16주 간격으로 60㎍의 약물을 2번 접종받게 된다.이들은 주사를 맞은 뒤 일주일 동안 체온변화와 모든 증상을 카드에 기록해 제출해야 하며 필요할 때마다 혈액 샘플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12~15개월 동안 병원을 9~11번 방문하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독감 바이러스에 인위적으로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 1상 시험은 2019년 완료되고 2020년 초에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백신은 H1N1은 물론 H5N1의 감염으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한다는 사실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확인됐다. VRC 센터장인 존 마스콜라 박사는 “계절성 독감은 공중보건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이라며 “우리는 매년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과 확산으로 인한 대유행 가능성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는 만큼 이번 임상 1상 시험은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만능 독감백신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청암대 총장 범죄 비호세력 엄중 처벌’ 촉구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청암대 총장 범죄 비호세력 엄중 처벌’ 촉구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4일 광주시의회와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강명운 전 청암대 총장의 범죄 비호세력에 대해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참여한 단체는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10개 교수연구단체와 순천여성인권나누리회 등 18개 시민사회단체에 이른다. 교수노조광주전남지부 등 이들 단체들은 “강 전 총장(72)은 법정에서 같은 대학 여교수를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범죄를 입증했는데도 무죄 판결을 받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이 벌어졌다”고 사법부를 질타했다. 이들은 “주요 보직 교수들이 강 전 총장의 범죄를 은폐하고 조작하는 등 대학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며 “오는 11일 명예훼손 선고를 앞둔 청암대 사무처장 겸 법인 사무국장인 국모 씨에 대해 추상같은 정의의 심판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단체들은 “대학측은 성추행을 고소했던 여교수 등을 상대로 허위민원을 핑계로 전례 없는 내부감사를 벌여 18차례의 해임·파면 등 보복성 징계를 했다”며 “학생들에게 허위 정보를 퍼뜨려 피해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도록 모략, 선동하는 등 보복징계와 명예훼손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절망한 피해 여교수가 자살을 시도한 일이 있을 만큼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나가고 있는데도 5년 동안 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는 국모 사무처장의 범죄에 공정한 재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에 고소했으나 담당 경찰은 오히려 고소인들에게 사건 취하를 강요하며 고함을 치는 등 겁박하고 무혐의 송치하는 등 ‘순천판 버닝썬 게이트’를 의심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교수·연구 단체들은 “강 전 총장을 비호하는 세력이 활개치는 지역에서 정의는 무참히 짓밟혔다”며 “유착 의심을 사고 있는 경찰관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간암세포 이제는 굶겨서 없앤다

    [달콤한 사이언스] 간암세포 이제는 굶겨서 없앤다

    정상 세포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암’세포는 주변 세포들에게서 영양분을 빼앗는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특히 간암세포의 경우는 생존을 위해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지닌을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간암세포가 먹잇감인 아르지닌을 아예 섭취할 수 없도록 차단해 굶겨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서울대 약대, 이화여대 약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공동연구진은 간암세포가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을 감지하고 이를 섭취하도록 이동하는 능력을 차단해 굶겨 죽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5일자에 발표했다. 간암세포가 아르지닌을 외부에서 섭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연구자들은 아르지닌을 분해하는 효소를 이용해 간암세포가 아르지닌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치료법을 찾아냈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내성이 생긴다는 문제점에 맞닥뜨리게 됐다. 연구팀은 이전처럼 아르지닌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단백질 합성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세포질로의 이동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연구팀은 세포나 조직의 생리적 농도와 비슷한 아르지닌을 감지하고 이동시키는 것이 ‘TM4SF5’라는 막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암세포가 생체물질을 분해하면 세포소기관인 리소좀 내에 아르지닌이 만들어지는데 리소좀 내 아르지닌 농도가 높으면 TM4SF5가 이를 감지해 세포질로 이동시켜 간암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활용하게 되는 원리이다. 연구팀은 TM4SF5 억제 화합물을 이용해 TM4SF5과 아르지닌 결합을 막아 간암세포의 먹잇감을 근원적으로 차단시켜버리는 것이다. 간암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이 같은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원 서울대 약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세포 소기관인 리소좀 내부의 아르지닌 감지 센서를 생리학적 수준에서 찾아냈다는 점과 아르지닌의 이동성을 제어해 간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원리를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문·사회과학 학문 후속세대, 대학 밖에서도 연구 지원받는다

    인문사회 분야의 신진 연구자가 대학에 소속되지 않아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인문·사회 연구자들의 협동조합 설립과 지역사회에서의 강연,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 참여 등도 활성화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는 공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2019~2022)’을 4일 발표했다. 대학에서 인문·사회과학이 위축되고 학문후속세대의 설 곳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정부 차원에서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 학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정부의 방안에 따르면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은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연구교수’라는 직함을 얻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교육부는 박사후 국내연수와 학술연구교수, 시간강사연구지원사업으로 나뉘어 있는 학문후속세대 연구지원사업을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가칭)로 개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대학 등에 소속되거나 추천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었지만 개편 후에는 소속 없이도 신청이 가능하다. 또 논문 뿐 아니라 대학 외부 활동 및 저서, 번역서 등도 평가에 반영된다. 신진 연구자가 연구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과 교수에게 ‘줄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의 부작용으로 대학에서 시간강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신진 연구자들이 대학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강의와 출판 등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교육부는 관계부처와 협업해 신진 연구자들이 지역사회의 생활문화시설이나 과학관 등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강연과 출판, 콘텐츠 제작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의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와 유사한 ‘인문사회연구자지원센터’(가칭)을 내년 설립한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에도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과학기술의 법적, 윤리적,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인문사회분석(ELSI)을 일정 규모 이상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과정에 포함하고, 교육부와 과기부가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연구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에너지 전환 시대… 30년 연구자로서 당황스러운 건 사실”

    “에너지 전환 시대… 30년 연구자로서 당황스러운 건 사실”

    “과거부터 원자력을 해온 연구자들은 에너지 안보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고 한국에서 원자력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이렇게 당연시됐던 생각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추구라는 또 다른 상식적인 이야기인 에너지전환정책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당황스럽고 고민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죠.” 박원석(59) 한국원자력연구원 신임 원장은 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과학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와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 신임 원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원자력 전문가이다. 원자력연구소에서 30년 가까이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등을 담당해왔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원자력연구원을 이끌게 된 박 원장은 임기 중 원자력 안전 분야 연구와 융합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구원 내 화재 발생이나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 사건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는데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또 “그동안 원자력 연구가 기계공학, 재료공학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만 집중됐었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 분야를 접목시켜 기존 원자력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디젤엔진의 대형 화물선박들이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선박용 원자로 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순환시키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사업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대전 지역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연구원 이전에 관해 박 원장은 “쉽지는 않지만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연구용 원자로가 도심 한가운데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이지만 지역민들이 생각하는 안전의 가치는 연구자들과 다른 것 같다”면서 “사용후 핵연료나 선박 원자로 연구를 할 수 있는 부지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보톡스 없이도 주름진 세월을 피할 수 있다?

    보톡스 없이도 주름진 세월을 피할 수 있다?

    세포간 경쟁관계에서 피부 노화 나타나 나이 들면 COL17A1 단백질 점점 감소 이 때 ‘Y-27632’ ‘아포시닌’이 탄력 유지“얼마나 슬픈 일인가! 난 점차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겠지. 내가 언제나 젊고 이 그림이 대신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내가 바치지 못할게 뭐가 있을까. 내 영혼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것이야.” 아일랜드의 유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자신의 초상화에 매료돼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고 그림이 대신 늙어가도록 영혼을 파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며 불로초를 찾도록 한 진시황의 이야기도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꿈꾸는 ‘불로장생’의 열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최근에는 ‘불로불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노화세포가 스스로 제거되도록 하거나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노화된 신체조직을 교체한다든지 젊은 피를 수혈받는 등의 방법은 노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결과물이다. 일본 도쿄대 의대 줄기세포생물학과, 의학·치의과학센터, 피부과학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유전학 및 분자생물학과 공동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피부 노화는 세포 간 경쟁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4일자에 발표했다.노화된 피부는 두께가 얇아지고 약해지면서 상처가 날 경우 치유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는 피부 각질세포나 멜라닌 세포처럼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세포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탄력 있는 젊은 피부는 피부 내 정상 줄기세포들이 손상되거나 늙은 줄기세포를 밀어내는 일종의 ‘경쟁’을 통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런 세포 간 경쟁이 피부 노화를 어떻게 유발시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작동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생후 7주 된 어린 생쥐부터 30개월 된 늙은 생쥐까지를 대상으로 생쥐 꼬리 피부의 노화를 정밀 분석했다. 생쥐 꼬리는 사람의 피부세포와 비슷한 구조와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 결과 ‘COL17A1’이라는 특정 콜라겐 단백질이 피부 세포들의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젊을 때는 피부 내에 COL17A1 농도가 높아 세포 경쟁을 촉발시켜 손상되거나 문제 있는 세포들을 제거함으로써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자외선이나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축적돼 피부 내 COL17A1 단백질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서 세포 경쟁이 줄면서 손상되거나 문제 있는 세포를 제거하지 못해 피부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Y-27632’와 ‘아포시닌’이라는 물질이 COL17A1 단백질 감소를 막아 생쥐의 상처 치유를 촉진시키고 피부의 탄력을 유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노화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결과를 반기면서도 “이번 연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노화 연구들은 노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막으면 노화 관련 질병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나이와 관련된 또 다른 생물학적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라며 “진정한 노화 연구가 되기 위해서는 고령화로 인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예방, 건강수명 연장에 따른 사회적, 제도적 대응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에너지전환정책 당연한 얘기지만 원자력 연구자로선 당황스럽다”

    “에너지전환정책 당연한 얘기지만 원자력 연구자로선 당황스럽다”

    “원자력을 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원자력은 한국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렇게 당연시 됐던 것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추구라는 목적을 가진 에너지전환정책이라는 상식적인 이야기와 맞닥뜨리면서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박원석(59) 한국원자력연구원 신임 원장은 3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과학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다. 박 신임 원장은 1983년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원자력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원자력연구원에 입사해 소듐냉각고속로개발사업단장과 원자로개발연구소장(직무대행)을 역임한 국내 대표적인 원자력 전문가이다. 올해로 설립 60주년이 되는 원자력연구원을 이끌게 된 박 원장은 임기 중에 원자력 안전 분야 연구와 융합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구원 내 화재발생이나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 사건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안전 관련 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겠다는 설명이었다. 또 박 원장은 “그동안 원자력 연구가 기계공학, 재료공학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만 집중됐었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4차산업혁명 관련 첨단 분야를 접목시켜 기존 원자력 기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형 화물선박들이 디젤엔진을 사용하면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선박용 원자로 기술을 개발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용후 핵연료를 재순환시키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개발 사업도 박차를 가해 내년 사업 재검토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한편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연구원 이전에 관해서도 박 원장은 “쉽지는 않지만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선진국의 경우는 연구용 원자로가 도심 한 가운데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이지만 대전 지역민들이 생각하는 안전의 가치는 우리와 다른 것이 사실”이라며 “사용후핵연료나 선박원자로 연구를 할 수 있는 대전 이외의 이전부지를 구해야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2월 원자력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국립연구소의 맏형이다. 당시 2대 소장을 지냈던 최형섭 박사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설립해 초대 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동영상] 300마리 견공이 협곡 아래로 몸 던지는 스코틀랜드 다리

    [동영상] 300마리 견공이 협곡 아래로 몸 던지는 스코틀랜드 다리

    스코틀랜드 덤바턴의 오버토운 협곡에 있는 다리는 300마리 이상의 견공들이 갑자기 이곳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어 견공들의 자살 다리로 불린다. 견공들이 뛰어내린 곳은 모두 같았다. 마치 ‘트와일라잇 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최근 추적, 보도했다. 로티 맥키넌은 3년 전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애완견 보니가 다리 근처에 이르자 “일순 얼어붙더니 이상한 에너지에 이끌려 달려나가 곧바로 뛰어내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엔 보니가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협곡 아래가 15m로 깊은 데다 바위 투성이여서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봤다. 맥키넌은 보니를 찾으려 협곡 아래 수풀과 덤불을 다 뒤져 보니를 발견했는데 그녀가 다가가자 낑낑거리며 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맥키넌은 “보니가 살아 돌아온 것은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현지 연구자들이 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견공 숫자를 300마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600마리라고 보도했다. 적어도 50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합리적으로 설명한다면 협곡 아래 토양이나 포유류의 냄새 때문에 견공들이 어떤 황홀경에 빠져 이상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금 더 이상한 설명은 고대 켈트인들이 이곳을 천상과 지상이 “얇게 겹쳐지는 곳”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택시 기사인 알레스테어 더턴은 “덤바턴 사람들은 미신을 신봉한다”며 “어려서부터 영혼을 믿고 자라 우리 모두는 영혼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이 다리는 원래 1895년에 세워졌는데 부유한 사업가 제임스 화이트가 자동차도로를 확장하면서 이곳을 조금 더 개축했다. 다리 아래 세 갈래 아치웨이가 있는데 견공들이 이곳에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아래 협곡으로 그냥 떨어져 죽음을 맞는 것일 수도 있다. 근처에서 자라났고 이 얘기를 책으로도 쓴 폴 오웬스는 “11년 동안 연구한 끝에 난 이 모든 일의 뒤에 귀신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이곳에서 자라난 모두가 아는 ‘오버토운의 백색 부인’ 얘기다. 제임스의 아들 존 화이트가 1908년 사망한 뒤 30여년을 혼자 슬퍼하며 산 미망인의 넋이 이곳을 맴돈다는 얘기다. 창문에 슬쩍 비치거나 숲속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7년 전 미국 텍사스주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위기에 빠진 여성들을 돕는 센터를 운영하는 밥 힐 목사는 작은 동물 냄새 때문에 흥분한 견공들이 줄을 끊고 뛰어내린다고 보고 있다. 2010년 동물행동학자인 데이비드 샌즈가 동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뛰어내릴 가능성은 배제하고 이곳을 조사했다. 샌즈 박사는 견공들의 인지 능력 부족 때문에 다리 아래 길 높이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협곡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온 냄새에 혹해 뛰어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역시 이 다리가 “이상한 느낌”을 안긴다는 점은 인정했다. 주민들은 포유류가 사는 여느 영국의 다리 아래와 달리 왜 이곳에서만 유독 비슷한 일이 자꾸 되풀이되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하지만 NYT 기자가 찾았을 때도 여전히 이 다리 근처는 견공들의 산책로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힐 목사는 “스스로 당할 때까지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엠마 던롭도 진저란 반려견과 함께 이곳 다리를 지나다 진저가 얼어붙어 망설이는 것을 확인하고 더욱 조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기자와 던롭이 얘기를 주고받는 순간 갑자기 진저가 차에서 뛰어내려 다리 쪽으로 달려갔다. 진저가 다리 안을 들여다봤을 때 기자는 다리가 인간의 눈동자처럼 여겨져 소름이 끼쳤다고 털어놓았다. 던롭은 웃으며 “맞잖아요. 저기, 백색 부인이 있네”라고 말하면서 진저가 유령을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둘이 산책을 계속했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방울뱀 공격 피하는 캥거루쥐의 놀라운 점프력

    방울뱀 공격 피하는 캥거루쥐의 놀라운 점프력

    사막지대에 사는 캥거루쥐가 닌자 같은 몸놀림으로 방울뱀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최근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교,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교, UC 데이비스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팀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캥거루쥐가 건조한 초원이나 사막지대에서 어떻게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았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사막에 야간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한 후 캥거루쥐가 적들과 어떻게 싸우는지를 관찰했다. 영상에는 캥거루쥐가 방울뱀의 공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도망가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캥거루쥐는 엄청난 반사 신경을 보인다. 뱀이 공격하는 순간 놀라운 점프력으로 공격을 피해내는가 하면 마치 닌자 같은 몸놀림으로 연속 점프까지 해 뱀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심지어 뱀에게 몸을 물리자, 거센 발길질로 뱀의 머리를 쳐내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빠른 반사 신경을 보인 캥거루쥐들은 뱀에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캥거루쥐의 놀라운 점프력에 뱀은 허공만 물어뜯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에서 캥거루쥐가 보인 번개같은 기동력을 통해 포식자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아메리카의 건조한 초원이나 사막지대에 분포한 캥거루쥐는 캥거루처럼 힘센 꼬리와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캥거루쥐라고 부른다. 야행성으로 암석 밑에 약 90cm의 터널을 파고 살며 뒷다리로 점프를 하는데 2.5m 이상 높이 뛸 수 있다. 사진·영상=데일리메일/유튜브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안녕? 자연] 머리에 공기방울 쓴채 최대 16분 잠수…신비한 도마뱀 발견

    [안녕? 자연] 머리에 공기방울 쓴채 최대 16분 잠수…신비한 도마뱀 발견

    머리에 ‘잠수 헬멧’처럼 공기방울을 쓴 채 숨 쉬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도마뱀을 미국의 연구자들이 발견해냈다. 영국 과학전문매체 ‘피조그(phys.org)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의 린지 스위어크 박사가 이런 능력을 지닌 신비한 도마뱀을 영상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놀라운 능력을 보유한 도마뱀은 중앙아메리카에서도 주로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워터아놀도마뱀(학명 Anolis aquaticus)으로, 몸길이는 약 5~7㎝밖에 안 되는 소형종이다.스위어크 박사가 포착한 영상에서 이 도마뱀은 물속에서 자기 머리 부분에 공기방울을 붙인 채 숨을 쉬는 데 숨을 쉴 때마다 공기방울이 커졌다가 줄어들지만 터지지 않는다. 스위어크 박사에 따르면, 이들 도마뱀은 물에 들어간 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가만히 앉아서 이런 방법으로 숨을 쉬는데 심지어 어떤 개체는 최대 16분 동안 잠수했다. 이에 대해 스위어크 박사는 “이는 아마 천적을 피하기 위해 터득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들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물속에서 이런 방법으로 숨을 쉬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 양서·파충류학회(SSAR·Society for the Study of Amphibians and Reptiles) 전문지 ‘헤르페톨로지컬 리뷰’(Herpetological Review)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린지 스위어크 박사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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