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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락가락 전망치…반도체에 가려진 성장률의 ‘역설’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1.7% 오른 영향 커한 달 새 침체·호황 ‘널뛰기’반도체 역대 최고 수출액고용·가계 낙수효과 제한적실물경제 침체 우려 지속지표상 성장률 오르면금리 내릴 명분 사라져서민들 이자 부담은 늘어한 달 사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침체’에서 ‘호황’으로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전망치를 2% 후반대로 잇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지표 개선에도 물가 상승 압력과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며 내수 경기는 오히려 위축되는 ‘성장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26년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1.9%)보다 0.8%포인트 상향한 수치다. 메리츠증권(2.1%→2.6%), KB증권(2.1%→2.7%) 등 국내 증권사와 BNP파리바(2.0%→2.7%), 씨티(2.2% →2.9%) 등 해외 IB도 일제히 전망치를 높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한국 성장률을 2.0%에서 1.6%로 낮췄다가 최근 1.1%포인트 올린 2.7%를 다시 제시했다. 전망이 ‘널뛰기’한 건 반도체 호황으로 1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1.7% 오른 영향이 크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앞서 성장률 전망을 낮춘 건 한국이 고유가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최근 반도체와 2차전지, 방위산업 등 주력 제조업 회복세가 전망치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31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3.5%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출이 정부 목표인 7400억 달러를 넘어 8000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지표상 호황이 서민 체감 경기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는 고도로 자동화된 장치 산업이어서 수출이 늘어도 고용 확대나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물가 압력과 경기 과열 신호가 겹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체감 경기는 부진한 상황에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 정책은 특정 업종만 골라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저부가가치 업종을 보완할 세밀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트럼프, EU 25% 車관세에… 한국 반사이익 기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재인상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주목된다. 유럽 브랜드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 손익 계산이 보다 복잡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부터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였다. EU 자동차에 적용되던 최혜국대우(MFN) 관세(2.5%)를 포함하면 27.5%에 이른다. 미국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관세 인상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유럽산 자동차 소비량은 82만대였고 한국산과 일본산 차량은 각각 135만대, 126만대였다. EU산 관세 인상으로 국내 업체가 급격한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미국은 한국과 일본 차에 15%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독일이 150억 유로(약 25조 9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또 장기 피해액은 300억 유로(약 51조 8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조 7198억원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보다 4000억원 정도 많았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수출 유럽산 자동차는 럭셔리 브랜드 비중이 높아 관세율 부과 조치는 제네시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비럭셔리 브랜드 고가 차종 역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비판한 만큼 전방위 관세 인상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배터리 업계는 반사이익보다 공급망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 등은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배터리 수요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간접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여성 산재 느는데 분류 기준도 없어… 77% ‘기타’로 묶어 방치

    여성 산재 느는데 분류 기준도 없어… 77% ‘기타’로 묶어 방치

    5년 새 1.6배 폭증, 정신질환 압도남성 위주 현행 체계론 관리 못 해“성 분리 통계·여성 참여 보장해야”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일하는 A씨의 하루는 폭언을 견디는 일로 시작된다. 고통을 호소해도 회사는 항상 공손한 응대만을 요구했다. 타인의 감정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이 짓밟힌 A씨는 결국 우울증 을 얻어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통계상 A씨의 일터는 ‘기타 사업’으로 분류된다. 건설·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산재 예방 체계가 돌봄·서비스 노동에 숨겨진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모두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표준을 넘어’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산재는 2020년 2만 7000건에서 2024년 4만 3000건으로 5년 사이 1.6배 급증했다. 특히 정신질환 산재는 이미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 산업재해현황을 보면 사각지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2023년 누적 기준 여성 산재의 77.3%는 서비스·보건·돌봄·음식·숙박업 등이 포함된 ‘기타 산업’에서 발생했다. 반면 남성은 건설업(30.9%)과 제조업(28.7%) 등 전통적인 산업 현장에 집중됐다. 정부가 산재 예방의 ‘표준’을 남성 다수 업종에 맞춰 온 사이, 여성 노동자가 밀집한 일터는 이름조차 모호한 ‘기타’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사실상 방치돼 온 셈이다.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의 성격도 판이했다. 지난 5년간 전체 산재 규모는 남성이 여성의 3.2배였지만, 정신질환 산재에서는 여성이 1048명으로 남성(1006명)을 앞질렀다. 전체 질병 산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따지면 여성(5.9%)이 남성(1.3%)의 4배를 웃돈다. 이는 돌봄·서비스 현장에서 일상처럼 반복되는 폭언과 성희롱, 감정노동이 여성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실시간으로 갉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타인의 정서를 관리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철저히 억눌러야 하는 직무 환경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우울과 불안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명확한 위험이 그간 과소평가 되어 온 배경으로 ‘남성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꼽았다.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사업장조차 안전보건위원회 등 핵심 의사결정 기구는 남성 위주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성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 부족’이나 ‘서비스직의 숙명’, 심지어 ‘꾀병’ 정도로 치부되며 공적인 관리 영역에서 밀려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류지아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여성의 산업재해를 드러내기 위해 성별 분리 통계를 강화하고 의사결정 구조에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선박 피격 확인 땐 파병 외면 어려워… ‘실질적 기여’ 당겨질 수도

    선박 피격 확인 땐 파병 외면 어려워… ‘실질적 기여’ 당겨질 수도

    봉쇄 장기화 땐 단계적 대응 계획다국적군에 연락장교 파견하거나정보 공유하는 비군사적 지원할 듯 한국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폭발·화재 피해를 입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전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제 원인이 피격으로 확인될 경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미국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실질적 기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여기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압박에도 일단은 ‘신중 검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선박의 안전 문제가 직접적으로 확인된 만큼 기존처럼 대응을 계속 미루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특히 이 대통령이 실질적 기여를 약속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콕 집어 ‘작전 합류’를 강조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가부를 결정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호르무즈 통행 관련 정상회의에서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히며 다국적군 참여 의사를 시사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4단계로 나눠 군의 투입 등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참여를 결정하게 될 경우 단계별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공식적으로 다국적군이 구성되면 본부에 연락장교 등 인력을 파견하거나 해운사 정보를 공유해 주는 비군사적인 수준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정을 보낼 경우 아덴만에 주둔 중인 청해부대의 대조영함과 다음달 초 임무 교대할 예정인 왕건함을 파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근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가 외곽 해역에서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역할보다 비전투적 수준에서의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관리하면서도 이란과 적대적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원인을 파악하며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프리덤 프로젝트’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자 별개로 검토하는 것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선박이 입은 피해 원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규명해 봐야 한다. 먼저 선박을 항구로 가져와야 하며 그 후 선원들을 내보낸 뒤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 “전쟁 재개 가능성 70% 확대” 우려속… 정부 ‘프리덤 작전 참여’ 딜레마[외안대전]

    “전쟁 재개 가능성 70% 확대” 우려속… 정부 ‘프리덤 작전 참여’ 딜레마[외안대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항행권을 수호하기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한 직후 해역 내 우리 선박 폭발 사고가 맞물리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 재개 가능성이 70%에 달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결국 미국과 이란 간 종전안 협상이 사태 해결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더라도 국민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명분 확보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며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해운사 HMM 선박에서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이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과 이란은 프리덤 작전이 진행되자 한 차례 공방을 주고 받았다. 지난 4일 이란 매체는 “미 군함이 이란 해군의 경고를 무시하고 기동을 강행한 직후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됐다”며 “미사일 2발이 명중했고 항행을 계속하지 못한 채 기수를 돌려 퇴각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측은 “미 해군 함정은 피격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휴전상태가 사실상 형해화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이 물리적 충돌을 벌인 데 이어 한국 선박 사고까지 맞물리면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측이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라며 “이 과정에서 전쟁 재개 가능성이 70%로 확대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핵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미국이 먼저 9개항의 종전안을 제시하자 이란이 14개항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미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이란 측은 수정안에 대해 “핵 사안이 아닌 종전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검토해봤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직접 나서 강조했다. 이후 이뤄진 미국의 역제안을 이란이 얼마만큼 수용하느냐가 상황 타개의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 문제에 관해 종전 후 얘기하느냐, 휴전 기간 내 얘기하느냐는 미국 입장에서 큰 차이가 아니라 당연히 거부한 것”이라며 “미국의 역제안을 이란이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결과가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양국이 ‘관리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 교수는 “역사적으로 전쟁 중 휴전을 하더라도 완벽하게 총성이 멈추는 경우는 없다”며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도 요격됐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양국이 관리 가능한 수준의 경고성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미측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국민 안보’를 앞세운 명분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군 관계자는 “일반 해적 등 단순 분쟁 상황이라면 참여 여부 결정이 간단할 수 있지만 국가를 사이에 둔 상황에 잘못 동참했다가 이란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공격해야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레토릭으로 볼 수도 있는 만큼 준비해서 보내겠다고 일단 응한 뒤 시간을 끄는 방식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확실한 사실관계 속에서 군사적 선택을 서두르면 안 된다”며 “단순한 해상안보 협력 요청을 넘어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역할, 동맹 기여 확대 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위기 판단의 주도권을 잃고 미국의 정치적·전략적 프레임에 끌려갈 수 있다”며 “동맹 협력과 국민·선박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되, 대응의 출발점은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객관적 증거와 국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EU 車관세에…한국, 미소에 비친 걱정

    트럼프, EU 車관세에…한국, 미소에 비친 걱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재인상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주목된다. 유럽 브랜드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 손익 계산이 보다 복잡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부터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5%에서 25%로 높였다. EU 자동차에 적용되던 최혜국대우(MFN) 관세(2.5%)를 포함하면 27.5%에 이른다. 미국 시장에서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관세 인상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유럽산 자동차 소비량은 82만대였고 한국산과 일본산 차량은 각각 135만대, 126만대였다. EU산 관세 인상으로 국내 업체가 급격한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미국은 한국과 일본 차에 15%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독일이 150억 유로(약 25조 9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또 장기 피해액은 300억 유로(약 51조 8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현대차그룹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조 7198억원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보다 4000억원 정도 많았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수출 유럽산 자동차는 럭셔리 브랜드 비중이 높아 관세율 부과 조치는 제네시스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경쟁력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비럭셔리 브랜드 고가 차종 역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비판한 만큼 전방위 관세 인상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배터리 업계는 반사이익보다 공급망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 등은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배터리 수요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간접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초록 보물의 무한 변신… ‘K산림바이오’ 글로벌 전초기지 전남

    초록 보물의 무한 변신… ‘K산림바이오’ 글로벌 전초기지 전남

    자생지 조사부터 제품화·수출까지전 주기 원스톱 ‘전남형 모델’ 구축산림청 R&D 공모 4개 부문 선정황칠나무·전호·동백 원료 규격화고기능성 ‘K바이오 소재’로 육성지역 소득 증대·기업 성장 기대감전남도의 우거진 난대림이 침체한 지역 경제를 깨울 고부가가치 ‘초록 보물창고’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간 단순한 휴양과 치유의 대상에 머물렀던 전남의 산림 자원이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첨단 바이오 기술의 새 옷을 입고 국가 차원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남산림연구원은 최근 산림청 주관 ‘2026년 산림 분야 그린바이오 미래형 가치사슬 기술개발(R&D)’ 공모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다인 4개 과제를 휩쓸며 국비 104억 원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전남이 보유한 난대성 산림 자원의 잠재력과 연구 역량이 국가적 공인을 받은 것은 물론 ‘K산림바이오’의 글로벌 전초기지로서 전남의 위상을 확고히 한 쾌거로 평가된다. 이번 R&D 사업의 핵심은 ‘전 주기 원스톱 가치사슬’의 구축이다. 그동안 산림 자원 연구의 가장 큰 약점은 기능성 검증과 원물 생산, 그리고 제품화가 각각 따로 노는 ‘분절적 구조’였다. 연구실에서 뛰어난 효능을 입증해도 대량 생산 체계가 없거나 원료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산업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전남산림연구원은 이번 사업 선정을 통해 자생지 조사부터 스마트 양산, 개별 인정형 원료 등록, 제품화, 해외 인증 대응 및 수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로 묶는 ‘전남형 모델’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연구 성과가 논문과 특허라는 서류 뭉치에 머물지 않고 실제 임가의 소득 증대와 기업의 매출 성장으로 직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전남이 내세운 첫 번째 승부수는 ‘황칠나무’와 ‘전호’다. 특히 황칠의 경우 전남이 전국 재배 면적의 90% 이상(4600ha)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주산지다. 해남 황칠은 이미 산림청 지리적표시 제61호로 등록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으나 식약처의 제한적 원료 등록 규제와 판로 확보의 한계로 산업화를 위한 시동을 제대로 걸지 못했다. 연구원은 이번 과제를 통해 황칠의 ‘기억력 개선’ 효능을 정밀 검증하고 피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인 ‘우르시올’이 검출되지 않는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 식약처 일반식품 원료 등재 연구를 추진한다. 여기에 AI 기술이 전격 도입된다. AI가 최적의 재배 환경과 성분 변이를 예측하는 ‘디지털 스마트 양산 시스템’을 구축, 임가에 표준 안내서를 보급함으로써 원료 공급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전호 역시 주목할 자원이다. 기존 20%대에 머물렀던 발아율을 휴면타파 기술을 통해 82%까지 끌어올린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체지방 감소’ 기능성 원료화를 정조준한다. 전호의 주산지인 울릉도를 넘어 전남 도내 5개 시·군에서 확보한 자생지 종자를 기반으로 스마트 온실과 노지 실증을 거쳐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동백도 빼놓을 수 없다. 동백은 그간 ‘기름(동백유)’ 외에는 크게 활용되지 못한 자원이었으나 연구원은 이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동백잎을 특수한 방식으로 덖어낸 ‘동백 덖음잎’ 추출물에서 체지방 감소와 골건강 개선이라는 ‘이중 기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미 관련 특허 10건과 논문 11건의 성과를 확보한 연구원은 조선대, 지역 기업 섬섬바이오와 손을 잡았다. 단순히 제조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운영과 글로벌 인증 대응까지 아우르는 이 모델은 지역 자원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원료의 표준화와 품질 규격화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K바이오 소재’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의 실행력을 담보하는 것은 강력한 기업 파트너십이다. 연구원은 지난 3월 건강기능식품 전문기업 휴온스엔과 협약을 맺고 황칠 기반의 차세대 고기능성 원료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바이오랜드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천연물 유래 소재의 표준화와 대량 생산 기반을 다지고 있다. 연구기관의 원천 기술과 기업의 마케팅·생산 역량이 결합하면서 연구개발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지역 산림 자원을 활용한 제품이 대기업 유통망을 타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고속도로를 놓는 작업이다. 전남이 그린바이오의 메카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내 유일의 난대성 산림자원 집적지라는 지리적 이점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가 있다. 자생지 조사부터 스마트 온실 운영, 성분 분석, 소재 양산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원스톱 시스템’은 타 지자체가 흉내 낼 수 없는 전남만의 강점이다. 오득실 연구원장은 “이번 성과는 전남 난대림의 가치와 연구원이 축적해온 데이터의 저력을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며 “대학, 연구기관, 기업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 성과가 임가 소득의 퀀텀 점프와 지역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전남형 산림바이오 성공 모델’을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 전남 천연물 생명력에 AI 접목… “초격차 원료 기술은 K뷰티 새 엔진”

    전남 천연물 생명력에 AI 접목… “초격차 원료 기술은 K뷰티 새 엔진”

    대한민국 뷰티 산업의 패러다임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K뷰티가 화려한 마케팅과 감각적인 패키징으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초격차 원료 기술’이 승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글로벌 원료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바이오 벤처가 있다. 전남산림연구원의 수목자원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원료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는 섬섬바이오다. 4일 서울신문이 만난 최문희 섬섬바이오 대표는 기술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최 대표는 “기존의 천연물 추출 방식으로는 자연의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다”면서 “우리는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원료를 덖는 기술 공정과 아임계 추출 기술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자적 추출 방식을 적용해 기존 천연물 추출 공정을 한 단계 고도화함으로써 폴리페놀 함량을 극대화한 이른바 ‘폴리페놀 추출 연금술’”이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수치가 증명한다. 완도의 동백나무 잎과 고흥의 석류 껍질 등 버려지던 부산물들이 이 공정을 거치자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함량이 일반 방식 대비 최대 100배까지 치솟았다. 특히 미백과 주름 개선에 탁월한 갈산은 7000%, 나린제닌은 1만%라는 경이로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원료 설계 플랫폼 ‘폴리섬’(POLYSUM)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와 효능 스코어링 시스템을 통해 피부 타입별 최적의 조합을 실시간으로 도출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과거의 원료 배합이 연구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답을 내놓는다”면서 “폴리섬은 98%에 달하는 예측 정확도를 바탕으로 항산화, 미백, 항염 등 브랜드사가 원하는 목적에 완벽히 부합하는 ‘맞춤형 레시피’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섬섬바이오의 기술은 단순한 효율화를 넘어 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원료의 신뢰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미 식물성 비건, 동물 실험 금지 페타 인증을 획득하고, 국제화장품원료집(ICID) 등재를 비롯해 미국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대응, 중국 및 베트남 위생허가까지 완료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제반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다. 섬섬바이오의 행보는 ‘상생’이라는 사회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브로콜리 밑동을 비롯한 각종 채소 부산물 등 저평가되거나 버려지던 지역 자원을 프리미엄 원료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농가에는 새로운 소득원을, 기업에는 독보적인 원료 경쟁력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15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보유한 최 대표를 필두로 석·박사급 전문 인력의 역량은 섬섬바이오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한다. 2025년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을 시작으로 2029년 매출 500억원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로드맵은 이제 현실적인 확신으로 변모하고 있다. 천연물의 생명력에 AI를 더해 K뷰티의 새로운 엔진을 돌리고 있는 섬섬바이오. 이들이 써 내려가는 원료 국산화와 기술 초격차의 서사는 침체한 국내 뷰티 산업에 던지는 묵직하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다.
  • 5% 뛴 코스피… 6936.99 찍었다

    5% 뛴 코스피… 6936.99 찍었다

    코스피가 4일 사상 처음으로 6900선을 넘어서며 ‘칠천피(코스피 7000)’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 사상 두 번째로 시가총액 1000조원에 오르는 등 반도체가 증시를 견인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338.12포인트(5.12%) 상승한 6936.99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세웠던 기존 종가 최고치인 6690.9를 넘어선 사상 최고가다. 코스피 7000선 도달까지 불과 약 63포인트만을 남겨뒀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1.39포인트(1.79%) 오른 1213.74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 2557억원, 2조 1635억원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6조 3364억원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빅테크의 실적 호조로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6만 1000원(12.52%) 급등한 144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031조 2803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사 중 두 번째로 시총 10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만 2000원(5.44%) 상승한 23만 2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359조 2598억원까지 불어났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중에도 글로벌 유동성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 이익 모멘텀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 여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형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장보다 1.53포인트(2.82%) 오른 55.87로 마감했다. 이 지수는 장중 한때 전장보다 1.87포인트(3.44%) 급등한 56.21을 보였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대폭 완화되기 직전인 지난달 8일(57.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VKOSPI는 보통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 특성이 있지만,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갖는 불안심리가 커질 경우에도 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5일 장중 83.58까지 올랐던 VKOSPI는 지난달 한때 50선 아래로 떨어졌으나, 코스피가 전쟁 전 최고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에 나서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개미들도 늘어났다. 공매도 잔고액도 사상 최대치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타인에게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내리면 저렴하게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이다. 통상 공매도 잔고가 증가했다는 건 주가 하락을 내다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과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각각 20조 5083억원과 20조 3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가 20조원 선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5원 급락한 1462.8원을 나타냈다.
  • 소송 끝 9년 만에 받아낸 양육비… 해외 나가면 법 집행도 무용지물

    소송 끝 9년 만에 받아낸 양육비… 해외 나가면 법 집행도 무용지물

    미지급 감치 명령 집행 7% 그쳐 60%대 신청 결정률과 괴리 커져국내 재산만 적용… 해외선 구멍“아동학대 규정해 국가가 나서야” 두 자녀를 홀로 키운 최모(53)씨는 2010년 이혼 직후부터 전 남편에게 월 80만원의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 최씨는 2014년 양육비이행관리원 상담을 받고 소송을 시작했지만 전 남편이 미국에 있다는 이유로 송달부터 막혔다. 최씨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전 남편에 대해 감치명령(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일정 기간 교도소·유치장에 가둘 수 있는 제도)을 신청했고, 외국에 있던 전 남편이 이를 무시하자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등 제재가 이어졌다. 2023년 귀국한 그는 출국이 막힌 걸 알자 그제서야 밀린 양육비의 약 70%를 지급했다. 최씨가 양육비 소송을 시작한 지 9년, 이혼 뒤 13년 만이었다. 최씨의 사례처럼 비양육자가 해외에 거주할 경우 양육비 이행을 강제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신문이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양육비이행관리원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찰청이 접수한 양육비 미지급 관련 감치명령 270건 가운데 집행된 건수는 19건(7.0%)에 그쳤다. 감치명령 신청 대비 결정률이 2020년 59.4%에서 지난해 65.8%까지 오른 점과는 대조적이다. 경찰청은 “집행을 시도했으나 부재중 등 사유로 집행을 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비양육자가 해외에 거주하거나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으면 사실상 감치명령 집행이 불가능하다. 감치명령 결정의 유효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최씨의 전 남편은 출국금지가 풀리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양육비 지급을 또 끊었다. 최씨는 전 남편의 미국 부동산 거래 내역까지 확보했지만, 국내 법원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최씨는 여전히 미지급된 양육비 약 5000만원을 받기 위해 씨름하고 있다. 최씨는 “미국은 기관이 비양육자의 회사와 재산을 확인해 양육비를 받아 전달하는데, 한국은 개인이 계속 쫓아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해외 거주 비양육자에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민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제 양육비 사건은 상당수가 절차 개시조차 이뤄지지 않거나, 이행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의 실질적 원인은 ‘주지 않아도 실질적 제재가 없다’는 왜곡된 판단에 있다”며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에 대한 유기와 방임, 아동학대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단독] “초범이라” “반성해서”… 성착취범 절반이 풀려났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단독] “초범이라” “반성해서”… 성착취범 절반이 풀려났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피해자 고통보다 무거운 반성문?“나이 몰랐다” 인정받아 최저 형량“성착취물 유포는 안 해” 사유 참작피고인 가족 탄원서까지 감경 요인“가해자에게 맞춰진 사법 시스템 탓”법원은 왜 반성문에 관대한가가장 많은 감경 요인 ‘진지한 반성’초범·합의 공탁도 처벌 수위 낮춰집행유예 49%, 실형 평균 3년 9개월SNS 제한 등 재범 방지도 소극적로펌은 ‘가해자 모시기’ 경쟁“유리한 채팅 기록은 캡처해 둬라”“합의 최선, 공탁금 무조건 걸어야”‘감형 패키지’ 내걸고 가해자 대리꼼수가 판결의 잣대로 자리잡아 “피고인 가족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 지난 1월 6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백모(33)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X(옛 트위터)로 알게 된 13세 아동을 간음한 혐의였다. 피해 아동은 2차 성징이 막 시작된 나이였고,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다. 검찰은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날에 앞선 공판에서 백씨 어머니는 발언권을 얻은 뒤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백씨 측은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합의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늘어놨다. 재판부는 양형 기준과 감경·가중 요인을 길게 설명했다. 유독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백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16년이었다. 선고는 3년 6개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방청석의 백씨 어머니를 향해 “감경 요인을 최대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을 담당해온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백씨 측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솜방망이 처벌 법원은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관대했다. 4일 서울신문이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두 명 중 한 명꼴인 49.0%(206건 중 101건)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이 내려진 99건의 평균 형량은 3년 9개월에 그쳤다.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노골적인 성적 언사를 건네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강간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의 수준이다. 전종호 변호사는 가벼운 처벌의 이유를 감경 요인의 폭에서 찾았다. 피해 아동 측과의 합의, 진지한 반성, 피고인 주변인의 탄원이 모두 형량을 깎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하고 성착취물을 제작·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씨는 지난해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의 아내와 부모, 처제와 처형 등 온 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어린 자녀가 있다는 점이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씨가 2023년 11월과 12월 익명 채팅 앱으로 만난 아이는 14세였다. 대가는 성관계 한 번에 담배 한 보루. 4만 5000원이었다. #‘진지한 반성’이 뭐길래 감경 요인은 다양했다.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87.9%)는 가장 자주 등장한 사유다. 피고인이 로펌의 도움을 받아 써낸 반성문 몇 장이, 아이의 평생을 바꾼 트라우마보다 무거웠다. ‘동종 전과가 없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77.2%), ‘피해자 측과 합의했거나 형사공탁금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다’(54.4%)는 점도 주된 감경 요인이었다. ‘성착취물을 제작했지만 유포는 하지 않았다’(35.0%), ‘성착취 과정에서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17.0%)는 사유도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익명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3세 아동을 한 달 넘게 그루밍한 김모씨는 피해자에게 몸에 음란한 문구를 적고 만나자고 요구했다. 넉 달간 피해자를 네 차례 간음하고 성희롱과 유사성행위 강요를 일삼은 김씨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초범인 데다 반성하고 있고,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공탁금을 거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했다는 점이 감경 사유였다. 가해자의 가족·지인·직장 동료가 써준 탄원서는 사회적 유대 관계가 양호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원이 거론한 사유들은 피해 아동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고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정작 성착취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법정에 닿지 않는다. 피해 아동 가족들은 “사법 시스템 자체가 가해자에게 맞춰져 있다”고 토로한다. 법원의 관대함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1~12월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법적 지위 변화에 따른 법제도 운영 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체 373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은 66.3%에 달했다. 감경 요인은 ‘진지한 반성’(83.2%), ‘형사처벌 전력 없음’(76.8%) 순이었다. 학계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법은 피해 아동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보도록 바뀌었지만, 법원은 여전히 아이가 스스로 응했는지를 따진다. 19세 미만 피해 아동의 성매매 사건에서 ‘청소년의 적극적 유인’이 주요 감경 사유로 자리 잡은 것이 그 단면이다.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매수자 및 알선업자에 대한 유의미한 처벌 강화 기조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 청소년을 처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여전하다”고 짚었다. 피해 청소년의 저연령화와 피해 노출 범위 확대도 분명한 흐름이라고 박 부연구위원은 덧붙였다. #15분 5만원, 1시간 20만원 법원은 가해자의 교화와 재범 방지에도 소극적이었다. 신상정보 공개 고지가 이뤄진 경우는 11건(5.3%),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14건(6.8%)에 그쳤다. 온라인 범행의 특성상 효과적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는 소셜미디어(SNS) 사용 제한 조치도 16건(7.8%)에 불과했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분위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로펌이다. 가해자들은 15분에 5만원(전화 상담), 1시간에 20만원(방문 상담)을 내면 성착취 사건 대응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로펌들은 ‘감형 패키지’를 내걸고 가해자들을 대리한다. 기자가 한 로펌에 전화를 걸자 곧장 답이 돌아왔다. “죄를 인정하는 형태의 소감문이나 반성문은 필수적입니다. 향후 인생 계획서나, 과거에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도 써서 제출하셔야 합니다.” 이 조언은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감경 사유와 그대로 맞닿는다. 통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제력이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SNS 채팅 기록 중 유리한 내용을 모두 캡처해두라고 했다. 대가를 지급한 정황이 있으면 관련 증거도 따로 확보하라고 했다. 강제성이 있는 경우엔 피해자와의 합의가 최선이고,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금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이런 정보는 가해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할 때 주의점, 반성문의 적정 분량 등 이미 범죄를 저지른 뒤 재판을 받는 가해자들의 경험담이 오간다. 수사기관 조사 후기와 재판 준비 자료도 공유된다. 일부 경찰과 검찰의 시선도 여전히 왜곡돼 있다. ‘당할 만한 아이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선입견은 가해자를 ‘재수 없어서 걸린 사람’ 정도로 바라보는 관대함으로 이어진다. 피해 아동을 돕는 한 지역 지원센터 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애들 도와준다고 뭐 달라지나.” 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단독] “쉬워서” “연애라니까”… 뻔뻔한 그놈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단독] “쉬워서” “연애라니까”… 뻔뻔한 그놈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평범한 얼굴의 가해자들채팅 앱 5~6개 돌려 가면서 사용“편하게 해주고 상담해준 게 전부신고할 것 같으면 그냥 돌려보내”범행 당시의 용이함 거듭 강조해선택권 빼앗는 그루밍 6단계“취미 공유하자”… 또래처럼 행동신상정보를 협박 수단으로 활용고립·단절·착취까지 단계적 유인동의한 것처럼 만들어 범죄 희석서로의 범죄 수법 공유가해자 중엔 교사·경찰까지 있어일부는 끝까지 ‘연애했다’고 주장인증 필요한 SNS 비밀방 만들어수법 퍼뜨리며 유사 범죄 양산도 가해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난 석 달, 수감 중인 성착취 가해자 여러 명에게 접견을 신청했다. 거절이 거듭됐다. 실제 면담이 성사된 것은 두 명뿐이었다.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하루 한 번, 허락된 시간은 10분이었다. “쉬워서요.”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혐의로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모(51)씨는 아이들을 성착취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답했다. 교정시설 접견실,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한 차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김씨는 익명 채팅앱에서 14세 A양을 처음 만났다. 또래처럼 말을 걸었고, 고민을 들어줬다. 만날 때마다 현금 5만원과 담배를 손에 쥐여줬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A양을 포함한 10대 소녀 3명이 차례로 성추행과 강간의 피해자가 됐다. 그 사이 김씨가 온라인에서 만나 직접 대면했지만 “신고할 것 같다”고 판단해 조용히 돌려보낸 아이만 5명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지난 3월, 교정시설에서 마주한 김씨는 평범했다. 짧은 머리, 170㎝ 안팎의 키. 수감 생활에 지친 듯한 표정 외엔 이렇다 할 특징조차 찾아내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세 차례 접견에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야기 들어주고, 고민 상담해주고, 편하게 대해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채팅앱 선택 기준을 묻자 “인기 상위 앱 5~6개를 깔아두고 틈날 때마다 둘러보면 아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처벌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엔 “걸리지 않으려고 연락처를 한 번도 주고받지 않았다. 앱으로만 대화했다”고 답했다. 세 번의 접견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힘을 쓰거나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 적이 없다는 것. 특별히 더 유용한 채팅앱을 고를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 범행의 용이함을 거듭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접견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6단계, 빠져나갈 틈이 없다 온라인 그루밍은 통상 6단계를 거친다. 2003년 영국 라일리 오코넬 박사가 제시해 영국·한국 수사기관이 받아 쓰는 분류다. 친밀감 형성, 신뢰 구축, 정보 수집, 고립, 성적 접근, 성착취 후 관계 종료. 김씨의 진술은 이 6단계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각 단계는 앞 단계가 다음 단계의 토대가 되는 방식으로 맞물려 있다. 아이들이 빠져나갈 틈은 단계가 깊어질수록 좁아진다. 1단계는 속도전이다. 가해자들은 첫 접촉부터 의도적으로 대화 속도를 높인다. “몇 살이야”, “어디 살아”, “지금 부모님이랑 있어”, “폰 검사 하냐”. 질문이 쉼 없이 쏟아진다. 아이가 멈춰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부모 등 제3자가 개입할 가능성도 이 단계에서 미리 차단한다. 성유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들은 첫 접근 때 의도적으로 답변을 재촉하고 대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간다”며 “대부분 1시간 내외의 대화로 그루밍을 이어갈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다른 아이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2단계에선 친구가 된다. “취미를 공유하자”, “고민을 들어주겠다”며 또래처럼 다가온다. 학교폭력으로 힘들다는 아이에겐 “나도 그런 적 있다”고 공감대를 만들고, 마라탕을 좋아한다는 아이에겐 배달앱 쿠폰을 보낸다. 게임 아이템과 현금도 우정의 증표로 건네진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세심한 관심은 본격적인 성착취 직전까지 이어진다. 이명화 서울시립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정서적 지지와 물질적 보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에선 정보를 캔다. 집 주소, 학교명, 관심사, 고민거리, 부모의 귀가 시간. 아이를 종속시키는 데 쓸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수집한다. “○○동에 있는 XX초등학교 맞지?”, “학교 몇 시에 끝나?”, “부모님은 언제 집에 오셔?” 같은 질문이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섞여 들어온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도 놓치지 않는다. 사는 곳, 학교, 친한 친구의 얼굴까지 확인한다. 4단계에선 고립시킨다. “우리만의 비밀이야”,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라는 말이 반복된다. 아이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통로를 하나씩 막는 단계다. 동시에 대화 창구를 텔레그램·라인 같은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로 옮긴다. 기록이 남지 않고, 발각되더라도 증거를 지우기 쉬운 환경으로 아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5단계에서 본색이 드러난다. 심리적 지배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순간, 가해자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들을 쏟아낸다. “뭐 입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 “속옷 무슨 색이야?” 착취가 반복되면서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벗어나려는 아이에겐 미리 확보해둔 신상 정보와 강압적으로 얻어낸 성착취물이 협박 수단으로 돌변한다. “신고할 거면 해봐. 내가 너희 집 찾아가줄게.” “내일 너희 학교 찾아갈 거니까 신고하든지 도망가든지 알아서 해봐.” 3단계에서 캐낸 정보가 이 순간을 위해 쓰인다. 6단계에서 관계를 끊는 것도 가해자의 몫이다. 착취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하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다. 반대로 피해자가 벗어나려 하면 협박으로 옭아맨다. 관계의 시작도, 끝도 가해자가 결정한다. 피해자에게 선택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연애였습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연애’라고 부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모(51)씨는 “그 아이와 연애를 했다”며 “성매매 업소 여성과의 금전적 관계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서 17세 B양을 만나 7개월간 길들인 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강간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해자들은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상대방이 동의했다는 주장으로 죄를 희석하려 한다”며 “그루밍 자체가 동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해자 중엔 교사도 있었고 경찰도 있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자리에 있던 이들이, 그 신분을 위장한 채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지금도 공유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범죄가 학습되고, 공유되고, 확산된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먹을 것만으로 꼬실 수 있다”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목록과 유혹 수단을 정리한 이른바 ‘성착취 가이드’, 피해 아동의 사진과 신상이 담긴 ‘리스트’도 나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그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비밀방. 고강도 인증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그 공간에서 가해자들은 서로의 수법을 나누고, 피해자 정보를 교환하며, 유사 범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접견이 끝날 무렵 김씨가 말했다. “뭐, 특별한 수법이랄 건 없었어요.”
  • 내가 무심코 버린 알록달록 플라스틱, 온난화 숨은 주범이었네[달콤한 사이언스]

    내가 무심코 버린 알록달록 플라스틱, 온난화 숨은 주범이었네[달콤한 사이언스]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플라스틱 사용이 증가하면서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이 바다와 땅은 물론 극지방의 빙하, 심지어 인체의 혈액과 태반에서까지 발견되면서 전 지구적 환경, 보건 문제로 부각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 교란과 먹이사슬 축적,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나 중금속을 쉽게 흡착해 유해 물질의 매개체 역할을 함으로써 인간과 동물, 식물에 축적되면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세플라스틱이 지구 온난화의 숨은 주범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 환경과학과, 상하이 숭명생태 연구원, 난징 정보과학대, 상하이 과학기술대 환경·건축학부, 장시 생태환경 과학기획원,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에너지·환경·화학공학과, 퍼듀대 화학과, 아이오와대 화학·생물화학 공학과, 펜실베이니아대 지구·환경과학과, 화학과, 듀크대 환경학부 공동 연구팀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은 검댕이라고도 불리는 블랙 카본과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및 환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5월 5일 자에 실렸다. 미세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은 더 큰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양한 이유로 부스러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지름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m)에서 최대 500㎛(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정도다. 이것들은 대기 이동 과정에서 도시에서 외딴 지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고 있다. 앞선 연구들에서는 대기 중 플라스틱이 대기 온난화에 미치는 기여도가 작다고 봤고, 플라스틱에는 다양한 색소가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도 대부분 플라스틱이 무색이라고 가정하고 연구됐다. 이에 연구팀은 개별 미세 및 나노플라스틱 입자 움직임을 조사하고 이 측정값을 대기 수송 시뮬레이션과 결합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검은색이나 유색 입자가 흰색이나 무색 입자에 비해 햇빛을 강하게 흡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이들 입자의 실제적인 전 지구적 대기 농도를 가정하고 행성의 대기가 흡수하고 방출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균형값인 유효 방사 강제력을 계산했다. 그 결과 나노플라스틱 입자는 1㎡ 당 0.033±0.019W(와트), 미세플라스틱 입자의 경우는 1㎡당 0.006±0.003W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방사 강제력은 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 오염 물질인 블랙 카본 배출로 인한 강제력의 16.2%에 해당한다. 이런 온난화 효과는 전 지구적 수준에서는 작지만,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 같이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해양 지역 상공에서는 블랙 카본 효과를 최대 4.7배를 넘어설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홍보 푸 중국 푸단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 중 플라스틱 입자, 특히 유색 나노플라스틱이 대기 온난화에 기여하며 지역적 기후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기후 평가에 있어서 이들 입자의 역할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코스피 7000 돌파 눈앞에…SK하이닉스 장중 사상 최고가 경신

    코스피 7000 돌파 눈앞에…SK하이닉스 장중 사상 최고가 경신

    코스피가 4일 사상 처음으로 6900선을 넘어서며 ‘칠천피(코스피 7000)’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증시 사상 두 번째로 시가총액 1000조원에 오르는 등 반도체가 증시를 견인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보다 338.12포인트(5.12%) 상승한 6936.99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세웠던 기존 종가 최고치인 6690.9를 넘어선 사상 최고가다. 코스피 7000선 도달까지 불과 약 63포인트만을 남겨뒀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21.39포인트(1.79%) 오른 1213.74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 2557억원, 2조 1635억원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6조 3364억원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 빅테크의 실적 호조로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6만 1000원(12.52%) 급등한 144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031조 2803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사 중 두 번째로 시총 10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만 2000원(5.44%) 상승한 23만 2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359조 2598억원까지 불어났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란 전쟁 중에도 글로벌 유동성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 이익 모멘텀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 여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형 공포 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장보다 1.53포인트(2.82%) 오른 55.87로 마감했다. 이 지수는 장중 한때 전장보다 1.87포인트(3.44%) 급등한 56.21을 보였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대폭 완화되기 직전인 지난달 8일(57.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VKOSPI는 보통 코스피가 급락할 때 오르는 특성이 있지만, 상승장에서 투자자들이 갖는 불안심리가 커질 경우에도 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5일 장중 83.58까지 올랐던 VKOSPI는 지난달 한때 50선 아래로 떨어졌으나, 코스피가 전쟁 전 최고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에 나서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개미들도 늘어났다. 공매도 잔고액도 사상 최대치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타인에게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내리면 저렴하게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이다. 통상 공매도 잔고가 증가했다는 건 주가 하락을 내다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과 2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액은 각각 20조 5083억원과 20조 3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가 20조원 선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5원 급락한 1462.8원을 나타냈다.
  • “이란, 美 봉쇄 뚫으려 ‘자폭 돌고래’ 투입”…동물 무기 현실 가능? [밀리터리+]

    “이란, 美 봉쇄 뚫으려 ‘자폭 돌고래’ 투입”…동물 무기 현실 가능? [밀리터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주둔 중인 미국 해군 함정을 겨냥해 돌고래를 이용한 자폭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 함정 공격을 위해 잠수함 또는 기뢰를 장착한 돌고래 등 기존에 동원하지 않던 무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로 이란산 원유의 수출길이 막히고 경제난이 심화하자 봉쇄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미국의 역봉쇄에 혼란을 주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아래의 해저 케이블을 절단하고 중동 지역의 인터넷 통신에 혼란을 초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번에 언급된 ‘자폭 돌고래’는 이란이 2000년 당시 소련 해군을 겨냥해 살상 훈련을 시켰던 돌고래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 돌고래들은 등에 작살을 부착해 적을 공격하거나 기뢰를 장착해 적 함선에 자폭 공격을 감행하는 등의 훈련을 받았다. 독일 연구기관인 SWP의 중동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 객원 연구원은 “이란에서는 봉쇄가 전쟁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전쟁의 또 다른 양상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란은 장기 봉쇄를 감수하기보다는 전쟁 재개가 비용이 덜 든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자폭 돌고래? 순수한 광기”해당 보도가 나온 뒤 이란 측은 미국 언론이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며 즉각 반박했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엑스에 ‘자폭 돌고래’를 언급하며 “미국 언론이 황당무계한 내용을 날조했다”면서 “이는 단순한 허위 정보를 넘어선 순수한 광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인들이 이러한 터무니없는 창작에 의존해 자신들의 실패를 왜곡하려는 모습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란 측은 ‘자폭 돌고래 투입설’을 부인했지만 동물이 무기로 전락한 슬픈 역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류가 동물을 전쟁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래전 일이다. BC 15세기 전후 군대가 동물에게 갑옷을 입히고 전차를 끌게 한 것이 시작이다. 사산조 페르시아, 비잔틴의 카타플락타이 등 동방 지역에서는 갑옷을 입고 말을 탄 기병부대가 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군대로 인정받았다. BC 4세기 후반에서 3세기 시대에는 코끼리를 타고 움직이는 코끼리 부대를 제압하기 위한 돼지 부대가 등장한 바 있다. 몇 명의 병사를 태운 코끼리는 절대적인 전투력으로 보병들이 도망치도록 만들었는데, 당시 에피로스 왕 피로스는 코끼리를 이용해 승승장구하다가 로마군이 내세운 돼지 부대에 패배하고 만다. 고대 역사가들에 따르면 로마군은 돼지의 몸에 기름과 역청을 바른 뒤 불을 붙여 코끼리들을 향해 돌진하게 했다. 돼지들은 온몸이 불타는 채로 코끼리의 다리 사이를 난폭하게 뛰어다녔고, 이에 놀란 코끼리들은 부대를 이탈해 도망을 치거나 아군을 다치게 했다. 현대전에서 적극 활용된 동물 무기들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당시, 독일군은 비둘기를 정찰용으로 활용했다. 미니어처 카메라를 매단 비둘기가 목표물을 상공에서 정찰한 뒤 다시 돌아오게 하는 훈련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정찰용 비둘기는 1916년 베르덩 전투와 솜 전투에서 실제로 사용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독일군은 비둘기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기술로 새를 운반하거나 훈련시키는 일, 카메라를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일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용 빈도는 매우 미미해졌다. 소련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해군도 1960년대 당시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했다. 주요 임무는 해저 정찰과 수색, 적군 포착 등이며 머리에 사격 장치를 달아 적의 잠수부나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 수행도 가능했다. 미국 해군은 사나운 상어를 무기로 이용했다. 미국의 유명 과학 전문 작가이자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메리 로치는 자신의 책에서 “미 해군은 2차세계대전 때 상어 전문가 및 무기 전문가가 팀을 이뤄 상어를 일종의 ‘배달 도구’로 삼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적의 함선 부근에서 터뜨리는 미션에 대해 연구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 연구는 상어의 통제 불능 상태 탓에 실패로 끝났다.
  • 경남도,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모기 확인…“야외 활동 때 주의”

    경남도, 올해 첫 일본뇌염 매개모기 확인…“야외 활동 때 주의”

    경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채집한 모기 중에서 일본뇌염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 1개체를 올해 처음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발견은 질병관리청과 함께 추진하는 ‘일본뇌염 매개모기 감시사업’을 통해 확인됐다. 발견 시점은 지난해(4월 21일)보다 6일 늦어졌다. 연구원은 4월 중순 내린 비와 급격한 기온 하강이 모기의 비행 활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한 결과로 분석했다. 일본뇌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을 흡혈한 모기가 사람을 물어 전파되는 제3급 법정감염병이다.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미한 증상을 보이지만 뇌염으로 진행되면 고열과 발작, 마비 등 중증 증상이 나타나며 치명률이 20~30%에 달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79명, 경남에서 4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주로 모기 개체 수가 급증하는 8~9월에 집중됐다. 연구원은 진주시 호탄동 축사를 거점으로 매주 2회 모기를 채집해 밀도와 바이러스 보유 여부를 감시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응해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 6종의 병원체 검사도 병행한다. 김영록 도 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연구부장은 “기후변화로 모기 매개 질환의 토착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야외활동 시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예방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 공공이 나서서 기후변화 늦춘다…성북구, 녹색제품 구매 의무화 확대

    공공이 나서서 기후변화 늦춘다…성북구, 녹색제품 구매 의무화 확대

    서울 성북구가 공공부문의 친환경 소비 확대를 위해 ‘2026년 녹색제품 구매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녹색제품 구매율 목표를 62.4%로 설정했다고 4일 밝혔다. 구는 지난달 22일 구청 조달물품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녹색제품 구매교육도 실시했다. 구의 녹색제품 구매율 목표는 올해 정부합동평가 목표인 50.55%를 웃도는 수준이다. 구의 녹색제품 구매율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23년 43.3%, 2024년 52.3%, 2025년 61.9%로 상승했다. 이번 추진계획은 구매 단계부터 녹색제품 적용 여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관리체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구는 지난 1일부터 물품·용역·공사 발주 시 ‘녹색제품 구매 가능 검토서’ 작성을 의무화했다. 재정합의 대상 사업은 발주 과정에서 환경과 기후변화대응팀장 협조 심사를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녹색제품 구매 예외 사유가 발생하면 에코스퀘어로 구매 부서가 조치하도록 했다. 구는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진행했다. 지난 4월 22일 구청 모든 부서의 건설자재 등 조달물품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녹색제품 구매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문연구원이 진행해 녹색제품 제도와 에코스퀘어 사용법 등을 설명했다. 구는 분기별로 녹색제품 구매 이행 현황과 예외조치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실적이 미흡한 부서는 공개해 이행력을 높인다. 구매 부서 실적 현황 및 미흡부서 공개는 올 8월부터 시행된다. 녹색제품 구매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운영한다. 우수부서와 동을 대상으로 최우수 1개 부서에 50만원, 우수 1개 부서에 30만원, 장려 2개 부서에 각 10만원의 포상을 지급한다. 구 관계자는 “녹색제품 구매는 공공부문이 친환경 소비문화를 확산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며 “구매검토 의무화와 실적 점검, 교육 및 인센티브 제도로 모든 부서의 실천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서해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로 미래 100년의 기틀 세우자

    ‘서해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로 미래 100년의 기틀 세우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확장을 위해 인천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추진지역과 영종도 북서지역, 서도·석모도 일대 갯벌 위 약 4억평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 반도체 산업의 5대 필수조건은 토지(Land), 전력(Power), 용수(Water), 공항물류(Logistics), 인력(Man Power)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서해 초대형 산업벨트 기본구상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토지는 강화군 남단, 영종도·북도면 북서 해역, 석모도와 서도 일대의 약 4억평을 활용한다. 세부 산업 전략은 이 지역을 제2의 이천 및 용인 반도체 벨트로 개발하는 것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곳은 에너지, 배터리, 수소, AI데이터센터(대규모 부지와 전력 집약산업), 바이오 단지 등도 함께 갖출 수 있는 지역이다. 인천국제공항, 외해 심해항(덕적외항, 반도체·바이오 물류) 등을 활용하면 해공 복합물류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 자원은 빈약하고 국토는 좁은 상황에서 제조업과 수출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수도권 용지 부족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장부지 가격이 세계 최고가인데, 그나마 땅도 부족하다. 높은 교육열과 교육 수준으로 갖춰진 고급 인력에 맞는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반도체, 바이오, 최첨단 지식상품 등이 그것이다. 전 세계가 뛰어든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 투자와 대형 공장 건설이 필요한 바, 여기에는 토지, 용수, 전기는 물론 고급인력과 대형 공항이 필요하다. 이같은 5가지 조건을 동시에 해결 할수 있는 지역은 이곳 뿐이라고 생각한다. 5대 요건을 모두 갖춰진 지역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역사적으로도 국토 확장사업의 의미는 크다. 국토가 절대적으로 좁은 우리나라는 고려말 몽고 침략 당시 강화로 천도했다. 20만의 인구가 개성으로부터 강화로 유입, 토지와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으나 간척사업으로 3개의 섬을 연결해 30만 주민을 품고 국난을 극복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미래를 담보하는 사업이 될 것이고 인천은 그 중심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강화 남단-영종 축의 결정적 우위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토지에 있어 확장성이 압도적이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 특히 대규모 일괄개발이 가능하다. 평지와 연계된 계획형 도시를 구축하면 용인 대비 대폭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땅이 곧 경쟁력’이다. 전력 분야에서도 해안 입지로 절대 우위에 있다. 반도체 공장 1개가 소도시 전력 소비량을 필요로 한다. 해안 입지 장점으로는 화력 발전소 직접 연계, 원자력 발전소 입지 가능, LNG 터미널 연계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존 모든 화력발전은 해안가에 위치한다. 송전 손실 및 송전선 민원을 줄일 수 있고, 공급 안정성 및 생산비 면에서 앞선다. 매립 후 생성되는 서해안 갯벌을 활용하면 좁은 국토를 넓히는 동시에 임해공단과 항만, 공항까지 확장함으로써 수도권 경쟁력이 강화된다. 중국, 일본에 비해 우위에 설 수 있다. 국제 경쟁력 있는 수도권 확장을 통해 미래 첨단산업 임해전진 기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3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공항과 항만이 산업 단지 내 위치하고 있어 물류비를 절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 컨벤션 효과도 만만치 않다. 국제회의 장소를 적절한 장소에 설치하게 되면 짧은 동선으로 많은 인적교류가 가능해진다. 용수의 풍부함도 빼놓을 수 없다. 한강수계 이용에 더하여 임진강, 예성강 수계까지 이용 가능하다. 긴급 시에는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는 해수 담수화를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필수조건인 토지, 전력, 공항 접근성에서 강화 남단-영종 지역은 수도권 내 가장 큰 확장성을 갖췄으며, 경쟁력 있는 입지이다. 인력과 용수는 기존 수도권과 동일한 조건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3대 요소에서 구조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이천·용인은 오늘의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성공 모델이라면 강화·영종은 미래의 확장 모델이다.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18,19대 국회의원)
  • [단독]성착취범이 반성문을 쓰는 이유…가해자 49%는 집행유예[소녀에게]

    [단독]성착취범이 반성문을 쓰는 이유…가해자 49%는 집행유예[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성착취 사건 피고인 절반은 ‘집행유예’반성문·탄원서로 만든 감형 공식“성범죄 전문” 로펌들은 가해자 모시기“피해자보다 가해자에 맞춰진 법정”“피고인 가족이 선처를 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 지난 1월 6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백모(33)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X(옛 트위터)로 알게 된 13세 아동을 간음한 혐의였다. 피해 아동은 2차 성징이 막 시작된 나이였고,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다. 검찰은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이날에 앞선 공판에서 백씨 어머니는 발언권을 얻은 뒤 재판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백씨 측은 피해자의 나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합의가 어렵다는 하소연도 늘어놨다. 재판부는 양형 기준과 감경·가중 요인을 길게 설명했다. 유독 ‘피고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다. 백씨가 받을 수 있는 형량 범위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16년이었다. 선고는 3년 6개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방청석의 백씨 어머니를 향해 “감경 요인을 최대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아동을 담당해온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백씨 측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관대한 법원, 피고인 중 징역형은 절반 법원은 온라인 성착취 범죄에 관대했다. 4일 서울신문이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 두 명 중 한 명꼴인 49.0%(206건 중 101건)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이 내려진 99건의 평균 형량은 3년 9개월에 그쳤다. 아이들의 환심을 산 뒤 노골적인 성적 언사를 건네고,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강간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의 수준이다. 전종호 변호사는 가벼운 처벌의 이유를 감경 요인의 폭에서 찾았다. 피해 아동 측과의 합의, 진지한 반성, 피고인 주변인의 탄원이 모두 형량을 깎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성을 매수하고 성착취물을 제작·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씨는 지난해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의 아내와 부모, 처제와 처형 등 온 가족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어린 자녀가 있다는 점이 형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씨가 2023년 11월과 12월 익명 채팅 앱으로 만난 아이는 14세였다. 대가는 성관계 한 번에 담배 한 보루. 4만 5000원이었다. 온라인 성착취 사건에서 형량 감경 요인은 다양했다.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87.9%)는 가장 자주 등장한 사유다. 피고인이 로펌의 도움을 받아 써낸 반성문 몇 장이, 아이의 평생을 바꾼 트라우마보다 무거웠다. ■‘착취물 제작했지만 유포는 안 했다’ ‘동종 전과가 없거나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77.2%), ‘피해자 측과 합의했거나 형사공탁금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다’(54.4%)는 점도 주된 감경 요인이었다. ‘성착취물을 제작했지만 유포는 하지 않았다’(35.0%), ‘성착취 과정에서 강제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17.0%)는 사유도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익명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3세 아동을 한 달 넘게 그루밍한 김모씨는 피해자에게 몸에 음란한 문구를 적고 만나자고 요구했다. 넉 달간 피해자를 네 차례 간음하고 성희롱과 유사성행위 강요를 일삼은 김씨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초범인 데다 반성하고 있고,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공탁금을 거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했다는 점이 감경 사유였다. 법원은 가해자의 사회적 유대 관계가 양호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피고인의 가족, 지인, 직장 동료 등이 써준 탄원서는 사회적 유대 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법원이 거론한 사유들은 피해 아동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고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정작 성착취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법정에 닿지 않는다. 피해 아동 가족들은 “사법 시스템 자체가 가해자에게 맞춰져 있다”고 토로한다. 법원의 관대함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24년 1~12월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법적 지위 변화에 따른 법제도 운영 현황’ 보고서를 보면, 전체 373건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비율은 66.3%에 달했다. 감경 요인은 ‘진지한 반성’(83.2%), ‘형사처벌 전력 없음’(76.8%) 순이었다. 학계도 같은 진단을 내놓는다. 법은 피해 아동을 모두 보호 대상으로 보도록 바뀌었지만, 법원은 여전히 아이가 스스로 응했는지를 따진다. 19세 미만 피해 아동의 성매매 사건에서 ‘청소년의 적극적 유인’이 주요 감경 사유로 자리 잡은 것이 그 단면이다. 박상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매수자 및 알선업자에 대한 유의미한 처벌 강화 기조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 청소년을 처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여전하다”고 짚었다. “피해 청소년의 저연령화와 피해 노출 범위 확대도 분명한 흐름”이라고 박 부연구위원은 덧붙였다. ■15분 5만원, 1시간 20만원 법원은 가해자의 교화와 재범 방지에도 소극적이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의 경우 소셜미디어(SNS) 사용 제한, 보호관찰 등 추가적인 교화나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신상정보 공개 고지가 이뤄진 경우는 11건(5.3%),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경우는 14건(6.8%)에 그쳤다. 온라인 범행의 특성상 효과적 제재 방안으로 거론되는 SNS 사용 제한 조치도 16건(7.8%)에 불과했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분위기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은 로펌이다. 가해자들은 15분에 5만원(전화 상담), 1시간에 20만원(방문 상담)을 내면 성착취 사건 대응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로펌들은 ‘감형 패키지’를 내걸고 가해자들을 대리한다. 기자가 한 로펌에 전화를 걸자 곧장 답이 돌아왔다. “죄를 인정하는 형태의 소감문이나 반성문은 필수적입니다. 향후 인생 계획서나, 과거에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도 써서 제출하셔야 합니다.” 이 조언은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감경 사유와 그대로 맞닿는다. 통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제력이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SNS 채팅 기록 중 유리한 내용을 모두 캡처해두라고 했다. 대가를 지급한 정황이 있으면 관련 증거도 따로 확보하라고 했다. 강제성이 있는 경우엔 피해자와의 합의가 최선이고,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공탁금은 무조건 걸어야 한다는 말도 보탰다. ■“그런 애들 도와준다고 달라지나” 이런 정보는 가해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피해자와 합의할 때 주의점, 반성문의 적정 분량 등 이미 범죄를 저지른 뒤 재판을 받는 가해자들의 경험담이 오간다. 수사기관 조사 후기와 재판 준비 자료도 공유된다. 일부 경찰과 검찰의 시선도 여전히 왜곡돼 있다. ‘당할 만한 아이여서 그런 것 아니냐’는 선입견은 가해자를 ‘재수 없어서 걸린 사람’ 정도로 바라보는 관대함으로 이어진다. 피해 아동을 돕는 한 지역 지원센터 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애들 도와준다고 뭐 달라지나.”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단독]“쉬워서요”, “연애였어요” 미성년자 성착취범은 말했다[소녀에게]

    [단독]“쉬워서요”, “연애였어요” 미성년자 성착취범은 말했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2人 인터뷰“쉬워서 만난 아이들”, “연애했을 뿐”‘친밀감 쌓고 성착취’ 그루밍 6단계가해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난 석 달, 수감 중인 성착취 가해자 여러 명에게 접견을 신청했다. 거절이 거듭됐다. 실제 면담이 성사된 것은 두 명뿐이었다.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하루 한 번, 허락된 시간은 10분이었다. “쉬워서요.” 미성년자 의제강간 등 혐의로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모(51)씨는 아이들을 성착취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답했다. 교정시설 접견실, 그는 그 말을 하면서 한 차례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2024년 1월, 김씨는 익명 채팅앱에서 14세 A양을 처음 만났다. 또래처럼 말을 걸었고, 고민을 들어줬다. 만날 때마다 현금 5만원과 담배를 손에 쥐여줬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A양을 포함한 10대 소녀 3명이 차례로 성추행과 강간의 피해자가 됐다. 그사이 김씨가 온라인에서 만나 직접 대면했지만 “신고할 것 같다”고 판단해 조용히 돌려보낸 아이만 5명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습니다” 지난 3월, 교정시설에서 마주한 김씨는 평범했다. 짧은 머리, 170㎝ 안팎의 키. 수감 생활에 지친 듯한 표정 외엔 이렇다 할 특징조차 찾아내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세 차례에 걸친 접견에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야기 들어주고, 고민 상담해주고, 편하게 대해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익명 채팅앱 선택 기준을 묻자 “인기 상위 앱 5~6개를 깔아두고 틈날 때마다 둘러보면 아이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처벌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엔 “연락처를 한 번도 주고받지 않았다. 앱으로만 대화했다”고 답했다. 세 번의 접견 내내 그가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힘을 쓰거나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특별히 더 유용한 채팅앱을 고를 필요조차 없었다는 것. 범행의 용이함을 거듭 설명하는 그의 태도는 접견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6단계, 빠져나갈 틈이 없다 온라인 그루밍은 통상 6단계를 거친다. 2003년 영국 라일리 오코넬 박사가 제시해 영국·한국 수사기관이 받아 쓰는 분류다. ▲친밀감 형성 ▲신뢰 구축 ▲정보 수집 ▲고립 ▲성적 접근 ▲성착취 후 관계 종료. 김씨의 진술은 이 6단계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했다. 각 단계는 앞 단계가 다음 단계의 토대가 되는 방식으로 맞물려 있다. 아이들이 빠져나갈 틈은 단계가 깊어질수록 좁아진다. 1단계는 속도전이다. 가해자들은 첫 접촉부터 의도적으로 대화 속도를 높인다. “몇 살이야”, “어디 살아”, “지금 부모님이랑 있어”, “폰 검사 하냐”. 질문이 쉼 없이 쏟아진다. 아이가 멈춰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목적이다. 부모 등 제3자가 개입할 가능성도 이 단계에서 미리 차단한다. 성유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해자들은 첫 접근 때 의도적으로 답변을 재촉하고 대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간다”며 “대부분 1시간 내외의 대화로 그루밍을 이어갈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판단이 서지 않으면 미련 없이 다른 아이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2단계에선 친구가 된다. “취미를 공유하자”, “고민을 들어주겠다”며 또래처럼 다가온다. 학교폭력으로 힘들다는 아이에겐 “나도 그런 적 있다”고 공감대를 만들고, 마라탕을 좋아한다는 아이에겐 배달앱 쿠폰을 보낸다. 게임 아이템, 현금도 우정의 증표로 건네진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세심한 관심은 이후 본격적인 성착취 직전까지 지속된다. 이명화 서울시립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정서적 지지와 물질적 보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단계에선 정보를 캔다. 집 주소, 학교명, 관심사, 고민거리, 부모의 귀가 시간. 아이를 종속시키는 데 쓸 수 있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수집한다. “OO동에 있는 XX초등학교 맞지?”, “학교 몇 시에 끝나?”, “부모님은 언제 집에 오셔?”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섞여 들어온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도 놓치지 않는다. 사는 곳, 학교, 친한 친구의 얼굴까지 확인한다. 4단계에선 피해자를 고립시킨다. “우리만의 비밀이야”,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라는 말이 반복된다. 아이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통로를 하나씩 막는 단계다. 동시에 대화 창구를 텔레그램·라인 같은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로 옮긴다. 기록이 남지 않고, 설령 발각되더라도 증거를 지우기 쉬운 환경으로 아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5단계에서 본색이 드러난다. 심리적 지배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순간, 가해자들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말들을 쏟아낸다. “뭐 입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 “속옷 무슨 색이야?” 착취가 반복되면서 수위는 점점 높아진다. 그루밍에서 벗어나려는 아이에겐 미리 확보해둔 신상 정보와 강압적으로 얻어낸 성착취물이 협박 수단으로 돌변한다. “신고할 거면 해봐. 내가 너희 집 찾아가 줄게.” “내일 너희 학교 찾아갈 거니까 신고하든지 도망가든지 알아서 해봐.” 3단계에서 캐낸 정보가 이 순간을 위해 쓰인다. 6단계에서 관계를 끊는 것도 가해자의 몫이다. 착취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한 가해자들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거나, 반대로 피해자가 벗어나려 하면 협박으로 옭아맨다. 관계의 시작도, 끝도 가해자가 결정한다. 피해자에게 선택권은 처음부터 없었다. ■가해자의 궤변 “연애였습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의 범행을 끝까지 ‘연애’라고 부른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이모(51)씨는 “그 아이와 연애를 했다”며 “성매매 업소 여성과의 금전적 관계와는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에서 17세 B양을 만나 7개월간 길들인 뒤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강간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해자들은 강제성이 없었다거나 상대방이 동의했다는 주장으로 죄를 희석하려 한다”며 “그루밍 자체가 동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해자 중엔 교사도 있었고, 경찰도 있었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해야 할 자리에 있던 이들이, 그 신분을 위장한 채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범죄가 학습되고, 공유되고, 확산된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먹을 것만으로 꼬실 수 있다”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목록과 유혹 수단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른바 ‘성착취 가이드’, 피해 아동의 사진과 신상이 담긴 ‘리스트’도 나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그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비밀방. 고강도 인증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는 그 공간에서 가해자들은 서로의 수법을 나누고, 피해자 정보를 교환하며, 유사 범죄를 만들어내고 있다. 접견이 끝날 무렵 김씨가 말했다. “뭐, 특별한 수법이랄 건 없었어요.”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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