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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5·끝) 미래에 투자하라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5·끝) 미래에 투자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반박하고자 정부가 ‘세대 간 도적질’, ‘재앙 수준의 보험료’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젊은 세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부모세대는 졸지에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등골브레이커’로 치부됐다. 세대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사회적으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으면 당장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적겠지만, 노후 소득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져 자식세대는 사적 부양의 이중 부담을 져야 한다. 이는 지금의 2030세대가 연금 수령 나이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세대 간 도적질’ 발언에 대한 반박 자료를 통해 “미래세대인 자식세대는 부모세대가 국민연금의 혜택을 더 받을수록 상대적으로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적연금이 ‘세대 간 도적질’이 아닌 ‘세대 간 연대’라는 점에는 젊은 세대도 공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복지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이 조사(2013년)’를 보면 ‘노년층의 복지혜택을 인정한다’라는 응답이 50대 이상(63.8%)보다 20대(70.6%)·30대(74.9%)·40대(72.7%)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세대 간 연대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4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가윤(24·여)씨는 “청년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세대 부양은 무리”라며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젊은이들이 노인세대를 부양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발생하는 복지재정, 특히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청년 실업 확대와 맞물리면서 세대 간 갈등 요소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곳간을 채우려면 우선 청년의 빈 지갑부터 채우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OECD 국가와 한국의 아동가족복지지출 비교(2013)’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예산은 GDP 대비 0.8%로 OECD평균(2.3%)의 3분의 1 수준이다. 장차 노인을 부양해야 할 미래세대와 현재 청년에 대한 투자가 미약한데도, 당장 청년들은 2035년에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며, 2060년에는 1명이 노인 1명에 대한 부양 부담을 져야 한다. 그야말로 등골이 휘게 생겼다. 일부 연금 전문가들은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을 보육 등 복지 부분에 제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0년까지만 해도 연금기금을 공공부문에 56.8%, 복지에 1.2%, 금융에 42.0% 투자했지만, 국민이 보험료로 낸 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쓴다는 지적이 있어 2001년부터 공공자금 관리기금의 의무예탁 제도를 폐지하고 전액 수익률을 늘리기 위한 금융투자로 전환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국민연금을 고위험 해외시장에 투자할 게 아니라 미래세대에 투자해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관련해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보육시설 관리를 위한 특별채권을 국가가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 기금이 사는 방식으로 기금을 보육에 투자하면 투명성도 보장되고 일정한 수익률도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복지 분야에 투자하면 아무래도 금융 시장만큼 수익률은 나오지 않지만,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면 기금 고갈 문제도 해소되니 미래 인적 자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고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취업 앞에 양심 없다” vs “취업 앞에 반칙 없다”

    #1. 서울대에서는 지난달 중간고사 때 두 번의 부정행위(커닝)가 발생했다. 철학과 교양 과목인 ‘성의 철학과 성윤리’와 통계학과 전공 필수 과목인 ‘확률의 개념과 응용’ 시험에서 학생들의 집단 커닝이 있었다. 두 과목 모두 커닝 제보자는 해당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었다. 두 과목 모두 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정행위자들을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피해 학생들)과 각자 양심의 문제로 종결하자는 의견(담당 교수 처분)이 맞선 것이다. #2. 지난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민사소송법 중간고사. 2학년 학생 A씨가 커닝페이퍼를 보며 답안을 작성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2013년 학생이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해 사전에 시험지를 빼돌린 초유의 사건을 겪었던 연세대 측은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A씨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커닝 사건이 연이어 공론화되며 대학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학생들이 내부 고발자가 돼 교수들에게 동료 학생들의 반칙 행위를 고발하는 메일을 보내고, 커닝 처분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 등 ‘스펙’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면서 커닝을 단순한 반칙 행위로만 치부할 수 없는 세태가 된 셈이다. 서울대에서는 피해 학생들이 ‘부정행위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자’고 주장했다. 커닝을 윤리 문제가 아닌 범죄 행위로 보는 인식 전환의 분위기도 엿보인다. 손바닥이나 책상, 벽 등에 예상 답안을 적는 전통적인 수법부터 성적 이의 제기 기간에 채점된 답안지의 답안을 정답으로 세탁하는 등의 신종 부정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 당국도 커닝 방지책을 속속 도입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교수나 강사가 직접 시험 감독을 맡고, 시험장 좌석 간 적정 거리를 확보하는 등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다. 고려대는 ‘무감독 시험’이라는 역발상 방안도 들고 나왔다. 지난 3월 취임한 염재호 총장은 올 2학기부터 시험 감독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 측은 “무감독 시험 참가를 희망하는 교과목의 지원을 받아 시험을 치르기 전 명예서약을 진행하게 된다”면서 “그 대신 부정행위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커닝을 차단하는 가이드라인을 고심 중이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흔했던 커닝이 요즘 들어 특히 공론화되고 문제시되는 것은 취업 등 생존 경쟁이 격화되면서 그에 대한 내부의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인사]

    ■환경부 △국장급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 김동진◇전보(과장급)△운영지원과장 정종선△자원재활용과장 유승광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정순섭(서울대 교수) ■국회사무처 △정무환경법제과장 신은호 ■한국은행 △정책보좌관 박종석 ■수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서정욱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김기중◇본부장△석유가스정책연구 문영석△전력정책연구 노동석◇소장△에너지정보통계센터 도현재◇연구실장△석유정책 정준환△자원개발전략 김태헌△전력정책 김현제△원자력정책 이근대△에너지수급 김수일△지역협력 정웅태 ■한국경제신문 △독자서비스국 독자지원부장(지방독자부장·발송부장 겸임) 한규완 ■미디어펜 △편집국 정치외교부장 김소정△산업부장(부장대우) 김재현
  •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재정운영방식 어떻게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재정운영방식 어떻게

    연금기금 고갈 이후 국민연금 재정운영방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보험료율 1.01% 포인트 인상론, 정부의 보험료율 두 배 인상론은 각각 국민연금 재정운영방식을 다르게 가정해 내놓은 수치다. 야당은 연금 기금이 2060년에 고갈된다는 전제로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0.01%까지만 올리면 소득대체율을 현재 40%에서 50%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최소 15.1%, 최대 18.8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5.1%는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2088년까지 연장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이고, 18.85%는 기금 고갈 시점을 2100년 이후로 늦추면서 2083년에 보험료를 걷지 않고 17년간 연금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이다. 즉 야당은 2060년 이후 연금 운영방식을 지금의 적립방식에서 부과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보험료율을 설정한 것이고, 정부의 보험료율 두 배 인상론은 현재의 부분적립방식을 완전적립방식에 가깝게 전환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공적연금의 재정운영방식은 미래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사전에 기금을 적립할지 여부에 따라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으로 나뉜다. 기금을 전혀 적립하지 않고 한 해 노인에게 줘야 할 연금액을 그해 근로세대에게 걷어 충당하는 것을 ‘부과방식’이라고 하고, 가입자에게 징수한 연금액을 적립해 기금으로 쌓아 놓고 지급하는 것을 ‘적립방식’이라고 한다. 또 미래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기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운영방식을 ‘완전적립방식’이라고 하고, 기금으로 완전히 충당할 수 없다면 ‘부분적립방식’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입자에게 걷은 보험료의 일부를 연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를 기금으로 적립하는 부분적립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제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때 보험료율을 조속히 인상해 부분적립방식을 유지할지, 보험료율을 당분간 그대로 둔 채 부과방식으로 연착륙할지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018년 제4차 재정계산으로 과제를 넘겼다. 제4차 재정계산을 3년 앞두고 국민연금 재정운영방식 논의에 불이 붙은 셈이다. 완전적립방식으로 사전에 충분한 기금을 적립하면 기금 소진도 없고 보험료 수입과 이자수입으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15% 이상 보험료를 올려야 해 국민연금공단 산하 연구기관인 국민연금연구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경제 규모에 비해 무작정 연기금을 많이 쌓으면 국민경제는 물론 연금재정 운영에도 득보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복지부의 주장대로 완전적립방식에 가깝게 17년치의 기금을 적립하면, 기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40%가 된다. 현재 기금규모(GDP 35%)의 4배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기금을 17배나 적립하겠다는 것은 연금기금 수익률을 실질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게 올리겠다는 것으로 말도 안 되는 공상”이라며 “국민이 피땀 흘려 낸 보험료로 국제 자산 변동성 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해외투자를 해 수익을 낼 이유가 없다. 5년치 정도의 완충 기금을 쌓아 두고 부분부과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우리는 연금이 성숙하지 않아 부과방식을 채택할 경우 보험료율의 급격한 인상 또는 잦은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지금의 부분적립방식에서는 보험료율을 완만하게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완전적립방식 또는 완전부과방식을 선택한 나라는 거의 없다. 주요국들은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기금을 조금이라도 사전에 적립하려 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은 상당한 적립금을 쌓아 놓고 부과방식으로 공적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완전부과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도 단기간 지급할 급여에 해당하는 적립금은 갖고 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 실장은 “경제상황이나 인구구조, 재정 상태에 따라 제도의 변경 없이 자동적으로 재정균형을 회복하는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해 급여수준이나 총수급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15) 아모레퍼시픽 그룹] 품질경영 뜻 이어… 차남이 글로벌 화장품회사로 ‘확장 신화’

    [재계 인맥 대해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15) 아모레퍼시픽 그룹] 품질경영 뜻 이어… 차남이 글로벌 화장품회사로 ‘확장 신화’

    올해 70살로 고희(古稀)를 맞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역사는 두 부분으로 요약된다. 1기는 고 서성환 창업주가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만들고 최초의 한방화장품을 만들어내며 도약하는 시기였다. 2기는 창업주가 닦아 놓은 품질을 바탕으로 창업주의 차남 서경배(52) 회장이 회사를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확장하는 시기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2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서 회장은 재계의 차남 신화를 일으킨 주역이다. 약 20년 전 서 창업주는 장남인 서영배(59) 태평양개발 회장에게 금융과 건설 계열사를, 차남인 서경배 회장에게 화장품 업체인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을 각각 맡겼다. 20년 후 성적표를 보면 서경배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총자산 5조 4580억원에 11개 계열사, 임직원 수 1만 3473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 회장이 이처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급성장시킨 데는 선택과 집중이 주효했다. 서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한 뒤 1987년 7월 태평양에 입사하면서 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후 태평양제약 사장,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치며 주요 요직에서 경영 능력을 닦았다. 특히 서 회장이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던 1997년은 외환위기 직전으로 국내 경제가 어려워졌던 시기다. 이때 회사는 화장품 외에 건설과 증권, 패션, 프로야구단과 프로농구단 등 문어발 같은 사업을 진행하며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서 회장은 선택과 집중에 따라 화장품 하나만을 보는 전문회사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2006년 6월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분할을 마무리하면서 그룹의 방침인 미와 건강을 중심으로 핵심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워 왔다. 이처럼 그룹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 성장하게 된 밑바탕에는 품질이 있다. 서 창업주가 1954년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만든 이후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다. 아모레퍼시픽이 버는 돈의 평균 3% 내외로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서 회장도 아모레퍼시픽에서 나오는 화장품은 마스카라를 빼고 기초부터 매니큐어까지 모두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해보며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마스카라를 사용해보지 않는 이유는 ‘바르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에는 거의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51년 11월 국내 최초 순식물성 ‘ABC포마드’를 출시했고 1964년 8월에는 오스카 브랜드로 국내 최초로 화장품을 수출했다. 이어 1966년 세계 최초 한방 화장품인 ‘ABC인삼크림’을 내놓았고 이는 현재의 설화수의 기초가 됐다. 2008년에는 여성들이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쿠션 파운데이션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제품 혁신을 끊임없이 이룬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주목한 것은 해외시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다른 기업보다 일찌감치 중국시장에 진출해 터를 닦아 놓았다. 1993년 중국 선양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선양, 창춘, 하얼빈 등 동북 3성을 중심으로 백화점 등에 마몽드와 아모레 브랜드를 공급하며 제품을 알려 왔다. 꾸준히 투자하던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은 2010년 약 3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해외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아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화장품업계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올해 초 서 회장은 시무식에서 “글로벌 확산에 힘을 쏟아야 하고 이를 위해 중국과 아시아 지역의 고객 조사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이 항상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회사 이름을 따 만들 정도로 회사의 자존심이라 볼 수 있는 최고가 브랜드 ‘아모레퍼시픽’(AP)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고, 국내 면세점 일부 매장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전략의 실패였다. 일본 내 경기불황, 엔화 약세 등으로 AP는 일본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 뷰티사업장 준공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년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일본 백화점에 AP를 출시한 게 실수였다. 시장 분석을 잘못한 것이지 제품 자체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의 3기는 어떻게 될까. 미래 후계 구도를 보면 서 회장의 나이가 올해로 52세라 젊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말하는 것은 이르다는 평이다. 하지만 서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24)씨가 뒤를 잇지 않겠냐는 게 중론이다. 서씨는 미국 코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아버지인 서 회장이 졸업한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다. 서씨는 공부 중이라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후계 구도를 준비하기 위한 실탄이 충분하다. 서씨는 외할아버지인 신춘호(85) 농심 회장으로부터 농심홀딩스 지분까지 받아 국내에서 가장 젊은 부호로 꼽힌다. 또 2005년 에뛰드하우스가 문을 열 때 당시 10대였던 서씨가 아버지 서 회장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등 일찌감치 경영 센스를 보였다고 한다. 때문에 서씨가 학업을 마친 뒤 아버지처럼 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15)아모레퍼시픽그룹] 국내 화장품 산업 선구자 서성환, 태평양 大海를 삼키다

    [재계 인맥 대해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15)아모레퍼시픽그룹] 국내 화장품 산업 선구자 서성환, 태평양 大海를 삼키다

    “태평양만큼이나 큰 기업을 만들고 태평양을 건너 세계로 진출하겠다.” 2003년 작고한 서성환 아모레퍼시픽그룹 창업주는 국내 화장품 산업을 이끈 선구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945년 9월 5일 창립됐다. 올해 광복 70주년, 광복과 함께 태어난 이른바 ‘해방둥이 기업’ 아모레퍼시픽이지만 기업의 역사는 1945년 이전 서 창업주의 어머니부터 시작됐다. 서 창업주는 1924년 7월 황해도 평산군 적암면에서 아버지 고 서대근씨와 어머니 고 윤독정씨의 3남 3녀 가운데 차남으로 태어났다. 서 창업주 가족은 창업주가 소학교 시절인 1930년 좀 더 나은 생활을 찾아 개성으로 이사했다. 가족의 생계는 어머니 윤씨가 책임졌다. 전 재산을 털어 조그마한 상점을 열고 잡화를 취급하다 화장품 제조에 눈을 돌렸다. 윤씨는 당시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사업가로서의 자질은 뛰어났다. 개성에는 인삼 매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소득 수준이 높았고 때문에 상류층이 머릿기름으로 쓰는 동백기름이 잘 팔렸다. 이 사실을 간파한 윤씨는 직접 동백기름을 짜 만든 머릿기름을 팔았고 이를 기점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윤씨는 1932년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던 미안수를 자가 제조법으로 만들어 판매했고 구리무(크림), 가루분(백분) 등으로 화장품 제조의 종류와 품목을 넓혔다. 솥을 걸어놓고 그 안에 물과 기름을 섞어 손으로 만든 가내수공업 화장품은 품질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을 타 큰 인기를 끌었다. 윤씨는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창성상점’(昌盛商店)이라는 생산자 명칭을 표기했다. 서 창업주는 1939년 중경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개성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와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글리세린과 향료, 빈 병을 사는 일을 도맡으며 개성상인으로서의 자질을 키워 갔다. 또 어머니로부터 화장품 제조법도 직접 배웠다. 광복을 맞아 서 창업주는 어머니가 세운 창성상점을 ‘태평양상회’로 이름을 바꿨다. 1947년 개성을 떠나 서울 회현동에 자리를 잡았고 이때 부인 변금주(87)씨를 만나 결혼했다. 서 창업주는 광복 이후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위조 화장품이 기승을 부리던 때에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품질 경영을 강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평양상회의 1호 제품은 ‘메로디크림’이었다. 이후 6·25전쟁이 터졌다. 서 창업주는 피란길에도 화장품 원료를 가지고 부산으로 내려갈 정도로 화장품 사업에 집념을 보였다. 서 창업주는 1954년 후암동에서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만들면서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성장 비결인 품질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1956년 회사를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회사는 성공 가도를 달린다. 현재의 그룹명인 ‘아모레퍼시픽’에서 아모레라는 브랜드명은 오원식 전 부사장이 1961년 작명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이탈리아 가곡 ‘아모레미오’(난 당신을 사랑합니다)에서 따왔다. 서 창업주와 부인 변씨 사이에는 2남 4녀가 있다. 아모레퍼시픽가(家)의 혼맥을 보면 정·관계, 기업인, 언론인으로 방대하게 연결된다. 대부분 서 창업주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집안의 가장들과 중매 형식으로 자녀들을 결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돈 관계를 맺었던 고 최주호 전 우성그룹 회장, 고 박세정 대선제분 회장과는 자녀들의 이혼으로 혼맥이 끊어졌다. 또 막내인 서경배(52) 회장을 제외하고 일가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없다. 서 창업주의 둘째 서혜숙(65)씨는 이화여대 사회생활과 출신으로 고 김일환 전 내무장관의 3남인 김의광(66)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태평양(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인 장원산업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4명의 사위 가운데 유일하게 장인 회사의 경영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목인갤러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서은숙(62)씨는 고 최두고 국회건설위원장의 차남인 최상용(63)씨와 결혼했다. 최씨는 고대구로병원에서 간담췌외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넷째이자 장남인 서영배(59) 태평양개발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기 전부터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을 수료한 뒤 1990년 태평양증권 부사장을 거쳐 토목, 건축 등의 사업을 하는 태평양개발 회장을 맡고 있다. 태평양개발은 지난해 119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는 방우영(87)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1남 3녀 가운데 장녀인 방혜성(55) 태평양학원(성덕여중·성덕고) 이사와 결혼했다. 막내이자 차남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신춘호(85) 농심 회장의 막내딸인 신윤경(47)씨와 1990년 결혼했다. 서 창업주는 신 회장과 서로 경제단체 요직을 맡으면서 가까워졌고 서로 사돈까지 됐다. 서 회장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고 지난 3월 연세대 상경경영대학 제24대 동창회장에 선출되면서 대외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서 회장 부부 사이에는 2녀가 있다. 장녀는 서민정(24)씨로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다. 차녀 서호정(20)씨도 언니가 졸업한 미국 코넬대에 재학 중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씨줄날줄] 커닝/김성수 논설위원

    ‘커닝’이라는 말을 들으면 중학교 3학년 때 한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분이 시험 감독으로 들어오면 아이들이 쾌재를 불렀다. 시험지를 나눠 준 뒤 곧바로 책을 보기 시작해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책에서 한 번도 눈길을 떼지 않았다. 아이들로서는 커닝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답안지 쪽지가 여기저기서 날아다녔다.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연합고사 대비 참고서를 버젓이 무릎에 펼쳐 놓고 답을 찾는 대담한 녀석도 있었다. 그 선생님이 감독한 과목의 반평균이 다른 반에 비해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됐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은 것 같다. 죄의식 없이 집단 커닝을 한 아이들의 잘못이 크지만 ‘감독 소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시험 때 부정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을 만큼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에서도 부정행위가 만연했다. 순조 18년인 1818년 성균관에서 유학을 가르치던 이형하는 과거시험에 부정이 많아 이를 고쳐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다. 그가 지적한 부정행위는 8가지로 ‘과거팔폐’(科擧八弊)다. 남의 답안을 보고 쓰는 ‘차술차작’(借述借作), 책을 시험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수종협책’(隨從挾冊), 시험지를 바꿔서 내는 ‘정권분답’(呈券紛遝), 시험장에 다른 이가 대신 들어가는 ‘입문유린’(入門蹂躪) 등이다. 지금과 부정행위 수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는 최근 중간고사 때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교양 과목 ‘성(性)의 철학과 성윤리’ 시험에서는 시험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학생이 밖으로 나가서 스마트폰에 찍어 온 교재를 보고 답을 썼다. 통계학과 전공 필수인 ‘확률의 개념 및 응용’에 응시한 한 학생은 성적 이의제기 기간에 채점된 답안지를 몰래 고쳐서 제출한 뒤 성적 정정을 요구했다.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서울대는 그제 ‘시험관리지침’이라는 걸 새로 만들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시험 감독은 교수나 강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며, 커닝을 못 하게 좌석 간 거리를 넓히고 시험 때 스마트폰을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규정이 없어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뒤늦게 지침까지 만들며 호들갑을 떠는 게 오히려 코미디다. ‘서울대 커닝’ 파문 와중에 연세대 로스쿨에서도 민사소송법 시험을 치르던 학생이 커닝페이퍼를 보고 베끼다 걸려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연세대 로스쿨에서는 2013년 한 학생이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해 시험지를 빼돌린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커닝은 반칙이다. 남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비리에 휩싸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시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반칙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대학생들이 커닝의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인사]

    ■국민안전처 ◇과장급 신규임용△재난대응담당관 윤여송△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정보연구실장 박영진 ■관세청 △원산지지원담당관 김정만△조사총괄과장 김윤식△울산세관장 이재길 ■한국식품연구원 ◇실장△기획예산 정달영△연구전략 박정민△사업관리 김영주△인력개발 임종윤△총무 김선대△재무정보 김철효△구매자산 권중걸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부원장 강만석△산업진흥부원장 김영철 ■헤럴드 △헤럴드에듀 대표이사 김유경 ■외환은행 △한전기술지점 개설준비위원장 전경표 ■BNK투자증권 ◇임원 신규 임용 <이사>△리서치센터장 변성진
  • ‘불신의 3대 연금’… 마지막 노후 안전망까지 흔들

    ‘불신의 3대 연금’… 마지막 노후 안전망까지 흔들

    ‘불신의 연금’이 ‘불안한 노후’를 만들고 있다. 노후 보장을 위한 은퇴 대비 ‘3단 방어벽’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급액이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개인연금’은 보험 민원만 연간 1000여건이다. ‘퇴직연금’은 1년 미만 저리형 단기상품 위주인 데다 수익률도 미미하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 상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으로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매달 쪼개 받는) 연금 대신 (한번에 목돈으로 받는) 일시금 선택 비율이 95%가 넘는 등 연금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만큼 지급 방식을 다양화해 실질적으로 연금이 운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개인연금보험 관련 민원접수 현황’(생명보험사 14곳, 손해보험사 8곳)을 보면 2012년 1501건, 2013년 1321건, 2014년 1240건으로 연간 민원이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노년층의 상실감은 더 크다. “노후 걱정 말라”는 설계사의 권유에 1998년 8월 S사의 실버그린보험에 가입한 A씨는 최근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없는 형편에 10년간 매월 10만원씩 120회나 부었는데 기대했던 금액의 3분의1에 불과한 연금이 나왔다. “처음과 말이 다르지 않냐”며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지만 ‘구제’ 방법은 없었다. ‘정기예금이율이 변동될 경우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어서다. 가입 시점보다 예금 이자가 크게 떨어져 연금액도 쪼그라든 것이다. 김재현 상명대 리스크관리·보험학과 교수는 “1990년대 개인연금 저축보험이 도입될 때 노후 보장을 위한 설계가 약하고 수익률 공시 등 관리가 부족했던 문제가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과 수익률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도 못 미덥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은행이 연 2.4%, 생명보험 2.82%, 손해보험 2.95%, 증권이 3.01%로 저조하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사업장도 수두룩하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퇴직연금 보장법’까지 만들었지만 몇 달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퇴직연금 대부분이 1년 미만의 저리형 단기 상품 위주로 운용돼 장기 운용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인 것도 큰 문제”라면서 “장기 상품을 운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세대별 성향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행 퇴직연금 상품은 원리금 보장을 중시하는 탓에 분기별 운용 수익이 1%에도 못 미치는 등 연금 가입 유인 효과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노후 소득 보장제인 국민연금도 길을 잃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소득대체율 45%를 권장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질 대체율은 20% 안팎에 불과하다. 이를 5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과 청와대가 연일 싸움 중이다. 실효성 있는 3층 연금제도를 정착시키려면 운용 시스템을 정비하고 저소득층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어떻게 연금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저소득층을 위해 정부가 보험료를 보조해 주고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위기의 한국 기업 리스타트 필요하다] 전문가 진단과 해법

    [위기의 한국 기업 리스타트 필요하다] 전문가 진단과 해법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잘나가던 간판 기업들이 일제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데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줄었다.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실적은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환율 등의 외부 요인뿐 아니라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서울신문은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사 회의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대표 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재도약을 위한 해법을 짚어 봤다. →우리 산업계 전반을 평가한다면.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이하 이 교수) 정보기술(IT)과 각종 산업이 빠르게 융합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우리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신성장 동력 개발에 힘을 못 내고 있다. 또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조직 시스템에 갇혀 새 시장을 열지 못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이하 위 교수) 일본이 모방자에서 창조자로,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하지 못해 장기 불황에 빠졌듯 2000년대 들어 우리 역시 변신할 기회를 놓친 뒤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엔화 약세) 정책을 펴고 이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대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이하 이 실장)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 노력을 게을리했고, 정부는 다른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위기 원인은. -이 교수 삼성전자에 수익을 안겨 온 스마트폰이 범용 제품으로 바뀌었다. 경쟁사의 모방 제품과 차이가 없어진 데다 디자인과 기능에서 더이상의 혁신이 어렵기에 업그레이드된 새 제품이 나와도 소비자가 느끼는 감동이 별로 없다. TV도 프리미엄 버전이 지난 2월 출시됐지만 경쟁사 제품에 비해 나은 게 없다. 중국 업체가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이 분야마저 따라잡힐 수 있다.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위 교수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괄목한 만한 점유율을 달성했지만 일본 차를 넘어설 수 있는 품질 향상은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엔저 영향을 받자 현대차가 가진 주요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약회되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 실장 삼성전자는 자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휴대전화를 만드는 반면 애플은 하청을 준다. 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큰 제조장을 가진 게 장점이 아닐 수도 있지만 삼성이 애플식으로 간다면 여론이 가만두지도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이노베이션이 약해 일본 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기술력 향상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위기 대응을 잘하고 있나. -이 교수 삼성전자는 기술과 제품을 내놓고 업계 내 관련 생태계를 만들어 시장을 빨리 형성하려는 대신 모든 것을 혼자 다 하려다 보니 시장을 만드는 속도가 느리다. 또 의사 결정 및 실행 속도, 군대식 문화, 근면성 등 추격자 전략을 구사할 때 쓰던 조직 문화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애플 등은 여러 개의 인수·합병(M&A) 중 1건만 성공해도 좋다며 ‘통 큰 투자’를 하지만 삼성에는 이런 유연성이 없다. -위 교수 한국과 일본 기업을 비교할 때 우리는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르고, 품질 시장점유율 등 목표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문화도 있다. 단 리더가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다행이지만 지금처럼 외부 환경이 나쁘고 방향이 틀리면 대책이 없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방향을 잘못 잡고 “이 산이 아닌가 보다”라고 말하면 모두 실패하는 것이다. 지배자 1인에 의지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실장 단기적으로 평가하자면 버티기 차원에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으나 5~10년 후 등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스럽다.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논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나왔지만 삼성과 현대뿐 아니라 업계 전반이 아직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선진 기업들에 비해 M&A가 너무 적은데 1건의 대박을 위해 10건의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탄력성이 필요하다. →정부 역할은. -이 교수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발목 잡는 규제가 많다.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화된 옛 공기업들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포스코, KT 등에 정부가 입김을 행사해선 안 된다. -위 교수 일본의 엔저 정책이 너무 공격적이다. 정부가 개입해 줘야 한다. 영업이익이 20~30%씩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을 계속해 나가려면 조세 정책도 조정해야 한다. -이 실장 제품 주기는 짧아졌는데 정부로부터 각종 인허가를 받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연금개혁 후폭풍] 복지부, 국민연금 100년 뒤 상황 가정 보험료 2배 인상 추계

    [연금개혁 후폭풍] 복지부, 국민연금 100년 뒤 상황 가정 보험료 2배 인상 추계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2028년 이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문제를 놓고 야당과 정부가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야당은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0.01%로 1.01% 포인트만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복지부는 보험료율을 당장 18.85%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쪽 다 재정추계상으로는 맞는 주장이다. 다만 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이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보험료율 계산이 나온 것이다. 야당은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가정했다. 보험료율을 현재 9%대로 유지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지금부터 1.01% 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4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복지부의 주장은 2100년 이후까지 연금 기금을 유지할 경우, 즉 약 100년 뒤의 상황을 가정해 추계한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연금제도를 유지하려면 어차피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지만 100년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데 당장 보험료율을 18%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과장된 얘기”라며 “이런 식으로 위기의식을 조장하면 재정프레임에 갇혀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 상태에서 2060년에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율을 25.3%로 올리고 2083년에는 28.4%로 또 올려야 한다는 복지부의 주장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이는 기금이 바닥나 아무 준비 없이 지금의 부분적립 방식을 부과방식(매년 노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을 젊은 세대에게 걷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남은 기간에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조금씩 올리고 수익률을 높이면 이런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이런 보험료율 인상 폭은 여러 경우의 수를 대입해 계산한 것으로 정확한 것도 아니다. 연금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명목소득대체율을 현행 40%, 보험료율을 9%로 유지해도 2060년에는 기금이 소진된다. 이 경우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보험료율은 2060년 21.4%, 2083년 22.9%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둘 때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릴 경우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복지부의 우려에는 전문가들도 공감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 보험료가 증가해도 직장인은 사업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만, 보험료 전액을 자신이 내야 하는 영세자영업자는 노후 소득을 위해 현재 삶의 질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금 고갈은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급여를 받는 사람은 늘어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 상태로 2018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가 되며 2026년에는 20%가 돼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50년에는 37.3%가 노인인 나라가 된다. 따라서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2060년쯤 적립한 기금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정책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기금 고갈 시점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비록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만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재설계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장기적 재정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틀을 제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일·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공적연금 명목소득대체율도 우리와 같은 40% 수준이라고 얘기하지만 단순 비교는 무리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연금에 40년간 가입했을 때의 소득대체율을 말하는데, 선진국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30~35년으로 40년에 가까워 명목소득대체율과 실질소득대체율이 대체로 일치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평균 연금 가입기간은 15년 정도이며 2050년이 돼야 평균 23년이 된다.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고용시장이 불안정해 실질소득대체율은 반 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실질소득대체율은 23% 수준이며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7%가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신종 ‘공갈젖’ 스마트폰… 아기들의 뇌가 위험하다

    [단독] 신종 ‘공갈젖’ 스마트폰… 아기들의 뇌가 위험하다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유아일수록 화를 잘 참지 못하거나 짜증을 내는 등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클수록 아이가 스마트폰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우는 아이 달래려다 분노 못 참는 아이로 키워 서울신문이 특별기획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의 일환으로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과 함께 지난달 17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어린왕자 어린이집(원장 임연희)에 다니는 2~6세 유아 62명과 부모들을 상대로 1대1 대면조사 및 71개 문항의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국내 언론이 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유아에 대한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규명하는 심층연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무분별하게 쓸수록 인지력 크게 떨어져 이들 유아 62명의 일일 평균 스마트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시간에 따른 정서조절 능력을 검사한 결과 스마트기기 사용 그룹이 평균 30.45점으로 스마트기기 미사용 그룹(32.17점)보다 정서조절 능력이 떨어졌다. 짜증이나 화를 내는 빈도 등을 나타내는 부정정서 표현 수치도 스마트기기 사용 그룹(17.29점)이 미사용 그룹(14.67점)보다 높았다. 부모가 정해 주는 규칙 없이 무분별하게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유아들은 인지조절 기능 검사 결과 평균 정확도가 43.10%에 그쳐 규칙을 정해 놓고 사용하는 유아 그룹(70.30%)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과의 관련성을 상관 분석 기법으로 검증한 결과 수치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0.312로 나타나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크면 아이가 스마트기기에 중독될 위험성도 커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검사를 진행한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양육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 쉽지 않다”면서 “부모의 책임도 크지만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육아 정책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부모 스트레스 클수록 자녀 디지털 중독 경향 서울신문과 가톨릭대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이 지난달 17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어린왕자어린이집’(원장 임연희)에 다니는 2~6세 유아 62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유아를 상대로 진행한 일대일 대면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 시간이 긴 유아일수록 정서 조절 능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 총 71개 설문 중 유아의 정서 조절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은 17개로, 정서 통제 8개 문항(점수 범위 8~40점:문항당 최저 점수 1×8=8, 문항당 최고 점수 5×8=40)과 부정적 정서 표현 7개 문항(점수 범위 7~35점)으로 구성돼 있다. 정서 통제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크고 부정적 정서 표현 점수가 높을수록 화나 짜증을 잘 내는 것을 나타낸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른 정서 통제 능력을 나타내는 <그래픽1>을 보면 스마트폰을 1~2시간 사용하는 유아 그룹은 평균 29.375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30분~1시간 사용하는 그룹은 평균 30.000점, 30분 이내로 사용하는 유아들은 평균 30.294점으로 점수가 높았다. 사용하지 않는 그룹은 32.20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른 부정 정서 표현을 나타내는 <그래픽2>는 1~2시간 사용하는 그룹이 18.000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30분~1시간은 17.800점, 30분 이내는 17.353점, 사용하지 않는 그룹은 14.400점으로 사용 시간이 줄어들수록 자녀가 화나 짜증을 덜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를 진행한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정 정서가 높게 나오는 것은 정서 조절이 제대로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기기 사용이 정서 조절 기능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중독 경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화내거나 짜증 내는 증상을 많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스마트기기 사용 유아 중 부모가 규칙을 세워 놓지 않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는 규칙을 세워 놓은 경우보다 감정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규칙을 세워 놓지 않은 경우는 30.42점으로 규칙을 세워 놓은 경우(30.85점)보다 정서 조절 능력이 낮았다. 규칙이 없는 그룹은 부정적 정서 표현도 높았다. 인지 조절 기능도 규칙 없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했을 때 낮게 측정됐다. 인지 조절 기능은 주의 집중 능력, 의사 결정 능력, 규칙을 적용하는 능력 등으로 학습 능력을 좌우하는 밑바탕이 된다. <그래픽3>을 보면 규칙 없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유아 그룹의 인지조절검사에서 정확도는 43.10%에 미치지 못했다. 그에 반해 규칙 아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그룹의 정확도는 70.30%로 높아 큰 차이를 보였다. 인지 조절 기능은 유아 62명을 대상으로 주의 및 인지적 조절을 측정하는 기법인 ‘플랭커 태스크’를 이용해 일대일로 검사했다. 이는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과제를 보고 유아가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다. 다만 유아 62명 중 2~3세는 나이가 너무 어려 제대로 과제를 수행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30명만 검사에 참여했다. 정 교수는 “결국 스마트폰을 사용하더라도 장소와 시간 등 규칙을 정해 놓는 부모의 관여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유아를 스마트폰 중독에 빠트릴 위험성이 있다는 검사 결과도 나왔다. 부모가 유아와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유아의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의 관련성을 상관분석 기법으로 검증한 결과 수치가 0.312로 나타난 것이다. 정 교수는 “통계학적으로 볼 때 이 수치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클수록 유아가 스마트기기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라고 했다.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자녀의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한 규칙을 세우지 않는 경향도 높았다. 통계기법 중 하나인 ‘변량분석’을 통해 분석한 <그래픽4>를 보면 규칙이 없는 그룹(14명) 부모의 스트레스 정도가 평균 27.429로 규칙이 있는 그룹(47명)의 스트레스(24.514)보다 높았다. 양육 스트레스가 큰 부모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할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육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자녀 앞에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경향도 높았다. <그래픽5>를 보면 자녀 앞에서 가끔 사용하거나 항상 사용하는 그룹(49명)의 스트레스 정도는 25.82로 자녀 앞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피치 못할 경우에만 사용하는 그룹(13명)의 스트레스(17.94)보다 훨씬 높았다. 정 교수를 비롯한 가톨릭대 연구팀 5명이 진행한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아 62명은 2세 13명, 3세 14명, 4세 13명, 5세 17명, 6세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 유아가 최초로 스마트기기를 접한 나이는 2세 이상~4세 미만이 44명으로 가장 많았고, 0세 이상~2세 미만도 8명이나 됐다. 유아의 일일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30분 이내’가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분~1시간, 1~3시간은 각각 9명이었다. 아이가 스마트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장소는 가정(27명), 식당 등 공공장소(14명), 차 안(3명) 등의 순이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단독]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5살 ‘스마트폰 키드’ 뇌파 보니

    [단독] [아날로그&디지털 리포트] 5살 ‘스마트폰 키드’ 뇌파 보니

    서울신문은 지난달 17일 스마트폰 사용이 유아의 뇌 발달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정신과 전문 의료기관에 의뢰해 평소 스마트폰 중독이 우려되는 김재성(5세·가명)군의 두뇌기능검사를 진행했다. 김군 부모의 동의 아래 진행된 검사 결과 집중력과 감정 조절 등을 담당하는 전(前)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한 스마트기기 사용이 뇌에 악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량이 많은 유아일수록 화를 잘 참지 못하거나 짜증을 내는 등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발달심리연구실의 유아 설문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김군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BR집중력의원(원장 전열정)에서 뇌파 측정 기계인 뉴로피드백 장비를 통해 배경뇌파와 학습뇌파를 검사했다.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20여분간 진행됐다. 배경뇌파는 편안한 상태의 뇌파를, 학습뇌파는 컴퓨터 화면에 제시된 과제를 풀 때의 뇌파를 측정한 것으로 측정 부위의 뇌파 분포를 통해 뇌의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전열정 원장은 김군과 어머니 백지은(가명)씨를 상대로 평소 생활 습관과 기분 상태, 스마트기기 사용 행태 등에 대한 상담을 각각 진행했다. 배경뇌파 검사 결과 나타난 김군의 뇌파<사진1>를 보면 전전두엽이 위치한 대뇌 반구 전방이 파란색을 띠고 있다. 뇌의 안정감 등을 나타내는 알파파 수치가 그래픽상 30정도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두뇌<사진2>는 그래픽상 40에 해당하는 초록색을 띠고 있다. 40을 기준으로 수치가 떨어질수록 집중력과 감정 조절 기능이 약화된 것이고, 반대로 40보다 수치가 높아지면 압박감 등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 원장은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있어 조절력과 집중력이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며 “김군이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스마트폰이나 TV에 계속 노출된다면 중독에 빠지면서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이 아니면 집중을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군은 상담을 받는 도중에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산만하게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학습뇌파 측정 결과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인지 강도와 속도, 좌뇌우뇌 활성도, 스트레스 등은 평균 범주에 속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원장은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했지만 그 기간이 짧고 현재는 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다른 뇌 기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군은 지난해 6월 엄마의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이후 갈수록 사용 시간이 늘어 지난해 말에 이르러서는 거의 온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졌다. 올해 초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 정기적 상담을 받으면서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했지만 요즘에는 TV에 집착하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은씨는 “유치원 가기 전에 일어나면 리모컨부터 찾는다”면서 “누나들이 와도 리모컨을 안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군은 오후 2시쯤 유치원에서 귀가해 잘 때까지 TV를 보는 경우가 많다. 결국 김군은 아직 디지털 중독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놀거리를 찾지 못해 스마트폰이나 TV에 집착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군은 ‘집에 오면 주로 무엇을 하고 노느냐’는 질문에 “집에 엄마 빼고 아무도 없어서 TV를 봐요. 누나들이 와도 TV를 보고 그랬어요”라고 답했다. 김군에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주로 홀로 있다 보니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점점 자극에 익숙해져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 원장은 “김군이 게임이나 TV를 찾는 이유는 놀거리가 마땅히 없는 탓이 크다”면서 “아직 중독 단계는 아니지만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많이 놀아 줘야 한다. 스마트폰 말고 아이가 빠질 수 있는 다른 놀거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이 적극적으로 나서 김군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 원장은 “김군과 얘기해 본 결과 아이가 혼자 놀 때가 많다”면서 “현재 김군의 어머니가 체력이 달리고 어떻게 아이와 놀아 줘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김군과 놀이터에서 같이 놀아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어머니의 체력 확보가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은씨도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딸만 키우다가 남자아이를 키우려다 보니 벅찼다. 아이가 내가 잘 놀아 주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앞으로는 아이와 놀이터 등에서 야외 활동을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성인이 괴롭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며 해방구를 찾듯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증세를 보일 때 단순히 중독이라고 결론짓기보다는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을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윤리 과목군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윤리 과목군

    사회탐구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우선 선택 두 과목을 조기에 결정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수능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최대한 없앤다고는 했지만 과목 간 난이도 차이는 여전하다. 사회탐구영역 과목군은 크게 ▲윤리(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역사(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지리(한국지리, 세계지리) ▲일반사회(법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로 나눌 수 있다. 각 과목군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선 과목군의 응시자 수와 출제 경향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윤리 과목군에서 ‘생활과 윤리’는 지난해 수능에서 사탐 전체 응시자 33만 2880명 중에서 16만 7524명이 응시해 50%의 선택을 받았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사회문화에 밀려 2위였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응시자 수가 많으면 난이도에 따른 백분위와 등급의 변화가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윤리와 사상’은 2014 수능에서 선택 비율이 21%였으나 2015 수능에서는 17%로 떨어졌다.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두 과목을 사회탐구로 동시에 선택하면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공부하기가 다소 수월하다. 다만 윤리와 사상 수능 문제는 사상이 형성되는 시대 배경과 흐름,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상사의 계보와 사상가들의 논쟁을 꼼꼼히 이해하고 있어야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6월 모의평가 결과에 따라 윤리와 사상을 포기하고 사회문화와 한국지리 등 다른 선택과목으로 변경하는 수험생도 적지 않다. 윤리 과목군 두 과목 선택이 최선이겠지만 사상(철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부족한 경우라면 윤리와 사상을 선택하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생활과 윤리 과목의 경우 최근 수능에서 실천적 윤리학, 불교의 자연관, 과학 기술 연구의 가치 중립성, 노직과 롤스의 분배적 정의, 낙태에 관한 찬반론 등이 출제됐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도덕적 문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묻는 문항들이다. 또 실천 윤리학과 메타 윤리학, 불교와 유교의 인간관, 민본주의와 민주주의 등 서로 관련된 입장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문항도 나왔다. 윤리와 사상 과목은 최근 수능에서 인간의 특성, 사회주의(과학적 사회주의와 민주 사회주의)를 비롯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고대 사상가들에 대해 많이 출제됐다. 또 공자·맹자 등의 동양 사상가, 이황·이이·정약용 등의 한국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사상이 골고루 출제됐다. 생활과 윤리는 일상생활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지문 독해 형태의 문제들에 대비해 공부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교과 내용을 접목해 훈련하도록 하자. 최근 기출문제는 시사 이슈를 주제로 하며 난이도는 대체로 평이하다. 다만 고난도 변별력 문항은 대부분 사상사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철저히 학습해야 한다. 윤리와 사상은 딱딱하고 무거운 과목이지만 유형과 난이도가 일정하므로 문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되는 만큼 정확한 개념을 학습하는 것이 고득점 비결이다. 사상이 주가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사상사와 사상가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중요하다. 사상가별 공통점과 차이점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사상가들의 논쟁을 꼼꼼히 학습하도록 하자.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 연금 재정안정성 위해 소득대체율 40%로 하향 조정

    2007년 국민연금 2차 제도개혁 당시 급여율을 2028년 이후 40%까지 인하하기로 한 것은 국민연금 재정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국민연금 가입자 등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정치권이 치열한 논란을 벌인 끝에 매년 0.5%씩 소득대체율을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2028년 공적연금 비중 50%로 맞춰 그러나 2차 제도개혁 합의 내용이 현재까지 모두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국민연금 급여율을 인하하는 대신 기초연금의 전신 격인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를 전체 노인의 60%에서 70%로 확대하고,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A값(전체가입자 평균 소득)의 5%에서 2028년 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A값(204만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2028년에는 모든 노인의 기초연금이 20만원 정도 된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에 기초연금 10%를 더해 전체 공적연금 비중을 50% 정도로 맞춰 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연금 인상률 낮아 사각지대 여전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초노령연금 대신 기초연금이 도입됐고, 현재 65세 이상 노인 90% 이상이 국민연금 A값 10%에 해당하는 20만원 정도를 받고 있지만 기초연금 인상률을 소득증가율보다 낮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급여 인상폭이 줄게 됐다. 결국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기초연금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2차 개혁의 애초 취지가 퇴색된 셈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임시·일용직·주부도 국민연금 흡수해야… 열쇠는 고용 안정

    임시·일용직·주부도 국민연금 흡수해야… 열쇠는 고용 안정

    여야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2028년 기준 현행 40%에서 50%로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불이 붙었다. 연금 급여율을 높여 노후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고 기금 소진 시점이 빨라질 수 있어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올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은 46.5%로, 2007년 2차 연금개편에서 정부는 재정 안정을 위해 단계적으로 소득대체율을 낮춰 2028년이면 40%가 되도록 설계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인 근로자는 2028년 이후 국민연금을 월 120만원 받지만, 명목소득대체율이 인상되면 1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만 18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해 60세 전까지 꾸준히 보험료를 낸 사람에게 해당한다. 올해 기준으로실질소득대체율은 23% 정도에 그친다. 전 생애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이더라도 2028년 이후 월 69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두고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려면 지금보다 보험료를 1.01%만 올리면 된다. 그러면 실질소득대체율이 4% 올라 27%가 되고, 전 생애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인 근로자는 노후에 81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전보다 12만원 정도 더 받는 것이지만 노후 소득을 대체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생기는 재정 절감액의 20%(60조원)를 공적연금에 투입해 명목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동시에 실질소득대체율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다만 관건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면서 재정안정도 지킬 수 있을지다. 정부는 연금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막고자 기금 소진 시점을 현재 추산 2060년에서 2083년 이후로 연장하려 한다.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 상태에서 2100년 후에도 기금을 소진하지 않고 일정한 적립배율(이듬해 급여 대비 적립기금규모)을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지금의 두 배인 18.85%로 인상해야 한다고 복지부는 추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율을 1.01%만 올리면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돼 현재의 부분 적립방식(보험료의 일부를 연금지급하고 일부 적립)을 부과방식(매년 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큼 후세대에 보험료 부과)으로 바꿔야 하며, 보험료율을 전혀 올리지 않으면 기금 고갈 시점이 2056년으로 앞당겨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기금을 많이 쌓아놓아 여유를 갖고 재정 조달 문제를 논의해도 된다”며 “정부의 장기 추계는 경향 지수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해외·대체 투자 비중을 더 확대해 연금 수익률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1% 높이면 소진 시기를 5~8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2043년이면 적립기금이 2500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텐데 국내 주식시장의 연금 의존율이 높아지면 나중에 급여를 충당하고자 주식을 모두 팔았을 때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며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크게 올리지 않는 대신 가입자를 늘려 연금 재정을 확충하고 지급률도 높이는 방안으로 고용 안정성 증대를 꼽는다. 지난해 6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연령인 18~60세 미만은 3200만명이지만, 실제 보험료를 낸 사람은 1600만명(지역가입자의 절반은 납부 예외자)에 불과하다. 임시·일용직, 전업주부 등은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임시·일용직의 보험 가입률은 17.3% 정도이며, 여성의 가입률은 62.2%로 남성보다 11.9% 포인트 낮다. 연금전문가인 제갈현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보험료율을 9%로 고정해도 근로자 임금이 오르면 전체 보험료가 오르고, 고용형태가 개선되면 연금 가입자가 늘어 덩달아 적립기금도 증가한다”며 “고용시장을 바로 잡고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연금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정치권 합의 위한 합의…실행 과정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에 참여했든, 안 했든 국민적 기대에 비해 아쉽고 미진한 점을 지적했다. 다만 이는 실행 과정에서 부분적 보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실무회의에서 여야 합의안의 초안을 만든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구조 개혁을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재정절감 목표를 완성한 점에는 만족한다”면서 “또 공무원연금 개혁이 오직 공무원의 희생에 달렸을 뿐, 어떤 반대급부도 없도록 한 것도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무원연금의 재정 절감분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연관된 점에 대해 “공적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본래 국가 책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가피성을 내비쳤다. 역시 실무의회에 참여한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도 “공무원 동의를 얻기 위해선 국민연금 연계에 정부·여당도 동의해야 한다”면서 “이는 양보만을 강요당하던 공무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그는 “공무원연금은 전체 지급률 가운데 일부분에만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전체 지급률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에 대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서울신문 2014년 1월 13일자 1·5면>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정부는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 간섭을 배제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무기구 논의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낮아진 상태에서 정치권이 합의를 위한 합의를 이룬 게 아닌가 싶다”면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도 10년 이상의 재직자는 개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교묘하게 삽입함으로써 제도 왜곡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현직의 부담은 극히 일부이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 부분에 대한 비판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연금은 속성상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수시로 보험료 부담과 급여에 대해 수지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조정된다”면서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평균수명이 급상승한 것을 간과했고, 이는 나중에 재논의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공무원의 보험료 납부 기한이 현행 33년에서 36년으로 늘어나, 공무원 입장에서는 1년만 더 가입하면 자기 소득의 1.9% 정도 연금액이 늘게 됐다”면서 “1년에 1.9%이니 3년이면 6% 정도여서 실질적으로 깎이는 게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재정이 부실하게 된 이유가 공무원이 일을 안 하고, 연금만 많이 받아내서가 아니라 과거 외환위기 등 당시에 공무원연금에서 많이 빼 쓴 탓도 있지 않느냐”면서 정부 책임에 대한 부분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서울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생명의 窓] 교육기부는 미래를 위한 씨앗/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교육기부는 미래를 위한 씨앗/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필자는 요즘 정말 바쁘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뭔가를 개발하는 과학자에게는 좀 낯선 ‘교육기부 주간 운영사업’의 단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교육기부 주간 운영사업’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라는 교육부 산하 기관이 주관한다. 이 사업의 운영취지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데도 정규 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내용을 개인, 사회단체, 기관, 기업 등이 교육기부라는 형태로 제공토록 하자는 것이다. 사업단의 중요한 역할은 교육기부를 제공할 대상을 전국적으로 발굴하여 관심 있는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다. 언론홍보를 통해 교육기부에 대한 범사회적인 관심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교육기부 사업은 매달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4월의 주제는 과학, 5월은 가족공동체, 6월은 지구촌 등과 같은 식이다. 4월 과학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이 열어가는 우리의 미래’라는 내용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제주도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개인, 대학, 국립연구소, 기업 등이 참여하여 수천명의 학생들에게 연구실체험, 명사와의 인터뷰, 전문가 강의, 연구기관 투어 등과 같은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했다. 사업단장으로서 많은 분께 교육기부 요청을 드리는데, 이 과정에서 감동적인 경험도 많이 하게 된다. 바쁘신 분들인데도 하나같이 자라나는 세대들에 대한 자신의 교육기부를 흔쾌히 수락해 주시는가 하면, 자신을 선택해준 데 대해 외려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은 고가의 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본인 자신이 강사로 참여하여 교육기부를 제공하고, 어떤 출판사는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선물로 주라며 학용품을 보내오는 곳도 있다. 어린이기자단 특강을 요청 드렸더니 그 바쁜 중에도 토요일 하루를 내주시는 현직 기자의 교육기부도 보게 된다. 이런 교육기부자에게서 언제나 보게 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책임의식, 그리고 성숙한 인격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는 전국 중학교의 70%, 그리고 내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걸쳐 ‘자유학기제’ 시행이 법제화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교 공부보다는 토론, 동아리 활동, 진로탐색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필자가 맡고 있는 ‘교육기부 주간 사업’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사업단을 맡아 운영해 보니 개선할 점이 많다. 우선 대부분의 좋은 교육기부 기회는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편차가 너무 심하다. 교육기부 수혜가 보다 폭넓고 균등하게 향유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실정이다. 다음으로는 기본적으로 사업 자체가 열악한 수준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이 제때 확보되지도 못했고, 없는 예산으로 사업을 만들다 보니 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사업단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이 곧 복지’란 말이 있다.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 비춰볼 땐 더더욱 와 닿는 말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내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교육기부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기부 참여자가 필요하다. 정부도 기부활동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기대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은 미래를 심는 일이다. 교육기부는 그래서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된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또 더 많은 관심을 사회와 정부가 가져야 하는 이유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예수냐 바울이냐(문동환 지음, 삼인 펴냄) 고(故) 문익환 목사의 동생인 문동환 목사가 기독교 신학의 중심으로 통하는 사도 바울 신학을 재해석했다. 목사는 책에서 바울 신학 사상의 근본을 명쾌하게 들춰 낸다. 바울과 예수의 삶으로부터 시작해 복음의 참 의미와 목적, 십자가에 대한 이해, 그들이 조성한 공동체와 창출한 문화 등을 대조해 바울 신학이 예수의 본뜻을 얼마나 훼손하고 오도했는지를 풀어나간다. 우선 바울 신학은 예수를 유대민족이 대망하던 메시아라고 주장함으로써 예수가 창출한 ‘생명문화공동체운동’을 곁길로 오도했다는 비판이 눈에 띈다. 다윗 왕조가 섬기는 일개 민족의 신을 유일신이라며 앞으로 올 메시아 왕국이 온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는 민족주의라고 본다. 그 연장선에서 바울의 메시아 사상이 청년 예수가 지향한 참된 생명의 길과는 정반대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혁명가 예수가 폐기하려던 강자의 논리로 점철됐다는 것이다. 304쪽. 1만 3000원. 지하드 여전사가 되어(안나 에렐 지음, 박상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왜 세계의 젊은이들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차 현실을 떠나는 것일까. IS는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유혹할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IS에 접근해 실상을 폭로한 프랑스 여기자의 르포. 인터넷상에서 이슬람으로 거짓 개종해 레반트에서 IS 전사들과 합류를 바라는 젊은 툴루즈 여인으로 위장,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추적했다. 2014년 봄 IS 젊은 전사와 접촉,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선전문들을 일일이 검토했다. 스카이프에서 외국인 용병을 모집하는 전사와 히잡을 쓴 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끝에 IS에 위장 지원했다. 취재를 계속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그곳에서 다시 터키로 넘어갔지만 신변 위협을 느껴 파리로 돌아온 뒤 취재 내용을 발표한 책이다. 인터넷을 통한 신병모집 과정에서 드러나는 IS의 실체가 놀랍다. 저자는 책 출간 이후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으며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272쪽. 1만 3500원.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정희선 지음, RHK 펴냄) 300종이 넘는 마약 검사 끝에 사인을 밝힌 가수 김성재 사망사건, 프랑스의 콧대를 꺾은 서래마을 영아 살해사건, 보이지도 않는 혈흔을 분석해 완전범죄를 막은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DNA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공소시효 1년을 남기고 검거한 성폭행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34년간 몸담았던 전 국과수 원장이 큰 사건의 수사 과정을 기록했다. 진실 규명을 위한 연구원들의 열의와 집념, 구체적인 수사 과정이 눈에 보이듯 풀어진다. 창의력을 발휘해 실마리를 풀어낸 사건을 비롯해 미세물질실·영상연구실·유전자분석실·최면수사 범죄심리실·총기연구실 등 과학수사의 세세한 분야를 짚었다. 국과수의 첫 여성 수장인 저자가 국과수에 입사해 여성 법과학자로서 활약한 개인 기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국과수의 역할은 진실을 밝혀 사망자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며, 이것은 인권과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280쪽. 1만 3000원. 노동여지도(박점규 지음, 알마 펴냄) 1997년 IMF 사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가 이어졌다. 외환위기를 넘긴 기업 사정은 나아졌지만 고용은 이전처럼 늘지 않았다. 남은 노동자들 일자리도 안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닥치지 않은 위기 앞에서도 해고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5년간 진행된 ‘노동 유연화’의 실상이다. 책은 한국 사회의 곪은 상처를 노동자들의 맨 얼굴로 들춰 터뜨렸다. 저자는 20여년간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해 온 인물. 2014년 3월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시작해 지난 4월 ‘책의 도시’ 파주까지 전국 28개 지역을 발로 뛰어 그려낸 ‘한국 노동지도’인 셈이다. 자동차 부품사, 조선소, 의료기기 제조사, 병원, 증권사, 출판사, 공항,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일터의 사람들이 기꺼이 들려준 육성들이 생생하다. 노동조합을 제 삶에 가까운 것으로 여기지 못하는 실상이며 정규직 노조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의 목소리도 가감 없이 전해진다. 392쪽. 1만 6800원.
  • [네팔 대지진 참사] 공동주택 40% 내진설계 안해… “서울 강진 땐 사상자 11만명”

    [네팔 대지진 참사] 공동주택 40% 내진설계 안해… “서울 강진 땐 사상자 11만명”

    “드문드문 보이는 빨간색 표시가 관측된 ‘P파’를 뜻합니다. 지진파의 한 종류인 P파는 초속 7~8㎞ 속도로 도달하지만 진폭은 작아 피해가 적습니다. 이 P파가 동시다발적으로 관측될 때 지진을 의심해 구체적인 분석에 들어갑니다.”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감시센터. 국내 127개 지진·화산관측소에서 보내오는 지진파를 전달받아 분석하는 이곳에서는 네팔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25일에도 어김없이 지진파를 감지했다. 이지민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연구관은 “네팔 현지시간으로 25일 낮 12시쯤 지진이 일어났고, 7분 뒤 이곳에서도 지진파가 관측됐다”며 “우리나라와 네팔이 직선거리로 4000㎞가 넘기 때문에 시간차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6.5의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978년 9월 충북 속리산 부근에서 진도 5.2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충남 태안 해역(규모 5.1)까지 규모 5.0 안팎의 지진은 여러 차례 관측된 바 있다. 기상청은 지난 1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자동 경보가 발령되는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덕분에 지진 발생 후 50초 안에 경보가 발령되지만, 아직 예보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연구관은 “지진은 판과 판이 부딪쳐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이 아예 불가능하다”면서 “판과 판 사이에 위치해 지진 피해가 잦은 일본조차도 1900년대 초부터 관측된 지진 자료를 축적해 확률적으로 발생 시기를 겨우 가늠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도 지진 발생 시 피해 규모를 예측하는 연구는 이뤄지고 있다. 2010년 국민안전처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나면 전국에서 사상자 11만 5200여명과 이재민 10만 4000여명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규모 7.0 지진이 일어난다면 67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지만, ‘재앙’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미진하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실에 따르면 내진설계 대상인 전국 공동주택 30만 7597동 가운데 18만 5334동(60.3%)만 실제로 내진설계가 이뤄졌다. 특히 인구 과밀화지역인 수도권 지역의 공동주택 내진설계 비율은 30~40%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1988년부터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물에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는 기준이 제정됐다. 2005년에는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으로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1988년 이전 건물에 내진설계를 강제할 법은 없다. 권영덕 도시공간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건축물의 70~80% 이상이 1988년 내진설계 규정 도입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라며 “정부가 주택기금을 활용해 내진설계를 보강하는 아파트 리모델링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은종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내진설계 기준은 강화됐지만 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6층 이상 건물만 해당한다. 또한 층수 관계없이 모든 건축물을 내진설계하도록 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2층 이하, 연면적 1000㎡ 미만 건물은 내진설계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내진설계 대상이 아닌 민간건물이 내진설계를 보강하면 재산세·취득세를 감면해 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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