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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불량 제약회사(벤 골드에이커 지음, 안형식·권민 옮김, 공존 펴냄) 영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겸 유행병학자인 과학저술가 벤 골드에이커가 다국적 거대 제약회사들이 어떻게 ‘질병장사’를 하고 있는지 그 실상을 폭로한 책. 제약회사가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을 어떤 식으로 기만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어떤 해를 입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 ‘배드 사이언스’를 통해 웰빙 명목으로 불티나게 팔린 항우울제나 다이어트 약들의 맹점을 파헤쳐 주목을 받았던 저자는 이번에 거대 제약사들의 의약 연구자료 은폐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저자는 책에서 불편한 진실들을 거리낌 없이 폭로한다. 연매출이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제약업계는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신약 임상시험 결과는 조작되기 일쑤고 연구비를 건지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신약에 맞는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규제당국은 규제는커녕 쉬쉬하며 거수기 노릇을 하느라 바쁘다. 권위 있어 보이는 학술지들은 사실상 제약회사의 광고지나 다름없다. 명백한 사기이자 부정행위가 만연한 현실은 의약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해결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519쪽. 2만 2000원. 낭비사회를 넘어서(세르주 라트슈 지음, 정기헌 옮김, 민음사 펴냄) 올이 풀리지 않는 나일론 스타킹, 2500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구는 왜 사라졌을까. 10년을 거뜬하게 쓰는 냉장고 값에 맞먹는 스마트폰의 수명이 고작 2~3년인 이유는 뭔가.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세르주 라트슈는 이를 ‘계획적 진부화’라고 단정한다. 기업이 내구 소비재의 대체 수요를 부추길 목적으로 제품을 계획적으로 진부화시키는 것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에 반대하는 저자는 광고, 신용카드와 함께 자본주의 소비사회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상품의 정해진 수명이야말로 성장사회를 이끌어가는 절대적 무기라고 분석한다. 광고는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신용카드는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자의 필요를 갱신한다. 우리는 광고와 신용카드를 거부할 수는 있지만 제품의 기술적 결함 앞에서는 대부분 속수무책이 된다.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계획적 진부화라는 개념을 통해 상품들에 포위된 우리의 일상이 식민화되고, 공간과 시간이 변형 왜곡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며 급기야 인간성마저 진부한 것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추적한다. 144쪽. 1만 2000원. 헤겔(찰스 테일러 지음, 정대성 옮김, 그린비 펴냄) 프리즘 총서 12번째 책으로 현존하는 영미권 최고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찰스 테일러가 집필한 헤겔 연구서다. 난해하고 복잡한 헤겔의 사유세계에 좀더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청년기 헤겔의 형성 과정부터 정신현상학, 논리학, 정치철학, 역사철학, 미학, 종교철학, 철학사 등 헤겔 사상 전반을 충실하게 체계적으로 해설했다. 1975년 출간 이래 헤겔연구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저작이다. 헤겔은 근대사회의 파편화와 인간의 소외 문제를 동시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감지한 사상가였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방법을 철학적 쟁점으로 삼았다. 테일러는 헤겔 철학이 당시의 시대적 문제와 열망에 응답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탄생했음을 강조하면서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 프랑스혁명에 대한 헤겔의 태도, 당대 프로이센 국가에 대한 헤겔의 평가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청년기 급진적이었던 헤겔이 말년에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나 헤겔이 프로이센을 찬양한 국가 철학자라는 비난은 후대의 무지와 오해가 빚은 왜곡임을 밝힌다. 1080쪽. 5만원. 공부 논쟁(김대식·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인 형과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동생이 한국사회의 공부 풍토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고뭉치와 모범생, 이과와 문과, 보수와 진보, 직설과 배려 등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 형제는 한국 교육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낸다.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왜곡된 엘리트주의, 해외 유학파와 장원급제 DNA가 장악하는 학계, 아이들에게 공부 경쟁을 강요하는 현상 등을 조목조목 따진다. 대학에 박사 과정 학생들을 두면서도 정작 교수 임용의 문은 유학파 출신에게만 열어 놓는 모순, 출신 고교로 대학이 결정되고 출신 대학으로 직장이 달라지는 세상이라 고작 15살에 인생의 갈림길에 서야하는 아이들의 현실 등 공감 가는 얘기가 수두룩하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냈다”는 형제는 예리하면서 통찰력 있는 지적을 쏟아낸다. 288쪽. 1만 3800원.
  • 끙끙 앓는 동북아역사재단

    끙끙 앓는 동북아역사재단

    “이러한 중대한 시점에 고조선사 연구직 채용 및 배치를 둘러싼 파문을 보면서 연구위원들은 재단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략) 운영관리실장이 인수위에 상고사 관련 보고를 한 것에서 시작된 ‘상고사(上古史) 논란’은 재야 상고사 연구자의 ‘지분 요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략)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다면 향후 더욱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합니다.”(2013년 11월 28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협의회 연구위원 일동) 주변국의 역사왜곡에 맞서 2006년 9월 출범한 동북아역사재단이 한반도 상고사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23일 재단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해부터 상고사 관련 직원 채용과 재야 학계 및 기존 학계 간 조정 역할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재단의 연구위원들은 김학준 이사장에게 재단 운영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체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분란은 지난해 상고사 연구인력 1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에서 비롯됐다. 내부 연구위원들은 “당시 고조선사 연구자가 지원했음에도 (상고사와 관련없는) 고구려사 연구자가 채용돼 인력충원 요구와는 정면으로 배치됐고, 채용된 연구직원 배치 문제 협의에서 역사연구실장이 배제된 채 정책기획실 기획팀에 배치됐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채용과정의 외부 전형위원 추천을 둘러싼 교육부 감사가 있었고, 역사연구실장과 이사장 보좌관이 경위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연구위원들은 재야와 학계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담당해 온 재단이 특정 이해관계에 휘둘릴 경우 공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단은 현재 교육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에서 간부들이 파견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단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지난 17일 김 이사장과 석동연 사무총장 등 간부진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연구위원들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등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아울러 지난해 채용한 상고사 연구인력 1명 외에 올 상반기 2명을 더 충원해 ‘상고사 특별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상고사 논란과 관련해 안팎으로 구설에 휩싸여 있다. 올해 초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를 통해 발간한 연구서 ‘한국 고대사 속의 한사군’이 한국 고대사에 대한 일제 식민사관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재야 사학계의 반발이 불거지면서다. 국내 역사연구단체와 독립운동단체들은 지난 19일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재단에 대한 국민정책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김병기 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장 등이 참여한 이 단체는 재단이 10억원을 지원해 내놓은 연구서에 한사군의 한반도 북부 위치설 등 일제 조선사편수회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단 측은 “국내외 기존 연구성과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면서 한사군을 중심으로 일본 식민사관에 의해 왜곡된 한국 고대사 내용을 설명한 책”이라고 밝혔으나 쉽사리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광인 정도전’ 펴낸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저자와 차 한잔] ‘광인 정도전’ 펴낸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우리 국민은 지구 상의 그 어느 민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지도자들만 제대로 서면 세계를 이끌어가는 역사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백성이 주인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그 꿈을 다 펴지 못하고 사라져간 삼봉의 정신이 오늘 우리 사회와 지도층의 가슴 속에 되살아나야 합니다.” 박봉규(61) 건국대 석좌 교수가 이 같은 요지를 담은 책 ‘광인 정도전’(아이콘북스)을 펴냈다. ‘정도전 조선 최고의 사상범’에 이어 2년 만에 펴낸 정도전 연구서다. “백성에 미친 남자라는 뜻에서 광인(狂人)이란 말을 붙였습니다. 민생에 허덕이던 백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진실한 인생 앞에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박 교수는 조선을 대표하는 경세가(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이자 민본 정치인으로 다산(茶山) 정약용과 함께 삼봉(三峰) 정도전을 오래전부터 존경해 왔다. 하지만 다산이 일찍부터 여러 각도에서 연구되고 존경받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삼봉이 왜곡된 평가에 묻혀 있는 사실이 안타까워 40대 때부터 그의 사상과 업적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한다. “흔히 삼봉은 신권(臣權)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신권과 왕권의 대립을 연상시키는데, 그가 주장하는 신권이란 결국 민권입니다. 신권은 민권을 대변하는 하나의 도구로 봐야 합니다. 왕은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기도 하니, 관리들 가운데 기량과 자질이 출중한 사람이 재상을 맡아 왕과 협의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자는 것이지요.” 왕에 대한 견제와 권력의 균형을 추구하자는 게 삼봉의 사상이라는 주장이다. “이론을 겸비한 실천적 혁명가 정도전의 경세론은 고스란히 조선의 문물과 제도 속에 녹아내려 500년 통치의 반석이 됐습니다. 조선의 정치 및 헌법 체계는 그의 ‘조선 경국전’을 따랐고, 경제 체제는 고려말 그가 주도해 만든 과전법의 틀을 지켰습니다. 또 ‘불씨잡변’을 저술해 불교를 비판함으로써 이후 조선조 유가들의 불교에 대한 태도를 결정지었습니다.” 정도전은 또한 조선의 수도인 한양의 궁궐, 종묘, 사직, 관청, 시장, 도로 등 도시 계획을 총지휘하고 작명까지 했다. 하지만 이방원과 갈등을 빚다 역적으로 몰려 살해된 그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1865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아 그렇지! 개국 초에 이 건물들에 경복궁, 그리고 근정전이라는 이름을 지어 붙인 사람이 정도전이 아니었던가’라는 데 생각이 미쳐서야 그는 무덤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가 죽은 지 467년 만이었습니다.” 고려 말은 남의 토지를 빼앗고 양민을 노비로 만드는 등 권세가들의 횡포가 극심한 시기였다. 한 사람이 경작하는 토지의 주인이 많을 경우 7~8명이나 돼 소작인들이 소출의 8~9할을 세금으로 내는 등 사회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 “오늘날에도 그때만큼 심한 건 아니지만 사회 양극화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제대로 못 먹으면 사회 통합, 사회 발전이 안 됩니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삼봉의 사상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저자는 경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숭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지난 30여년간 경제 부처에서 근무한 뒤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등 산하 기관장을 지냈다. 현재 인성교육 범국민실천연합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에서 공학도들을 대상으로 경제 정책을 강의하고 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아베의 역사관이 비뚤어진 까닭은

    아베의 역사관이 비뚤어진 까닭은

    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총리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나타낸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는 이후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란 위상을 부여받았다. 전후 60주년에 나온 ‘고이즈미 담화’ 등 역대 총리의 담화에선 같은 문언이 반복돼 등장했다. 그러나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각’을 주장해 온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정부가 내비친 역사 인식의 최대치였던 무라야마 담화마저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과거의 침략을 부정하며 이를 되돌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최근 펴낸 연구서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과 한·일 관계’는 비뚤어진 아베의 역사관이 나온 배경을 통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원 일본연구센터장을 비롯한 7명의 연구자가 지난해 발표한 긴급 학술토론회의 논문들을 엮었다. 도시환 재단 연구위원은 ‘무라야마 선언’을 한국적 입장에서 부정한다. “정보 공개 청구로 입수한 당시 일본 외무성 기록을 보면 ‘무라야마 담화’는 총리 관저가 아닌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 주도로 작성된 것”이라며 “반성과 사과를 표명하되 남아 있는 전후 처리 문제를 네 가지로 한정해 ‘개인 보상’을 행하지 않는다는 정책적 의도를 반영할 것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이어 “무라야마 담화가 과거 지향적이며 미래의 행동 지침(보상)이 결여된 모순적 내용”이라는 가모 다케이코 도쿄대 교수의 발언을 전한다. 외무성의 장기 전략에 입각해 역대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했다는 사실도 적시한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고대의 양국 관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세윤 재단 연구위원은 “일본 학계는 ‘왜구’를 일본인만이 아니라 고려·조선인과 중국인과의 혼합 집단 혹은 고려·조선인의 독자적 집단으로 이해한다”며 “일본이 한반도 남쪽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만큼이나 양측의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독도 및 동해 표기,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한인 강제 동원,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이어져 왔다는 설명이다.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1990년대 일본은 본격적인 역사전쟁을 치르며 보수 정치권이 저항선을 구축했다”면서 “아베도 아소 다로 내각에서 벌어졌던 ‘대동아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라는 다모가미 도시오 당시 항공막료장의 논문 사태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진 센터장은 단계적이고 기능적인 접근과 미래지향적 청사진을 만드는 노력, 동아시아 지평에서의 대일 외교 등을 한·일 관계의 해법으로 제안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장혁도 읽었다는 ‘킨제이 보고서’ 무엇?

    장혁도 읽었다는 ‘킨제이 보고서’ 무엇?

    배우 장혁이 읽어 화제가 된 ’킨제이 보고서’가 새삼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는 입대 후 처음으로 위문 편지를 받게 된 장혁의 모습이 나왔다. 백골부대의 전통인 위문편지 자랑시간에서 장혁은 실제 군생활을 함께한 후임한테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그런데 여기서 ‘킨제이 보고서’가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된 것. 후임은 편지에 “장혁이 ‘혹시 킨제이보고서 읽어봤니?’라고 물어보면서 모든 중대원들의 성상담을 자처했다”면서 “올바른 성문화 장착을 위해 노력하는 중대의 구성애선생님이셨다”라고 적어 폭소를 안겼다. 장혁이 언급한 ‘킨제이 보고서’는 인간의 성 생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연구서다. 킨제이 보고서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알프레드 킨제이 박사가 동료들과 함께 펴냈다. 킨제이 보고서의 원 제목은 ’여성의 성적 행동’으로 ‘1편-남성의 성생활(1948)’과 ‘2편-여성의 성생활(1953)’로 구성됐다. ‘킨제이보고서’에는 기혼 남성의 절반과 기혼 여성의 25%가 혼외정사를 가지며 동성애를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남성이 37%에 이른다는 등의 연구 결과가 담겼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속소설 ‘자유부인’ 쓰고도 문학전집에 살아남은 정비석

    통속소설 ‘자유부인’ 쓰고도 문학전집에 살아남은 정비석

    소설가 정비석(1911~1991)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서가 나왔다. 1926년 ‘졸곡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이듬해 ‘성황당’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순수문학 작가로 출발한 정비석은 1954년 서울신문에 연재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자유부인’을 기점으로 대중문학 작가로 인식되면서 순수문학 위주의 문학사에서 아예 배제되거나 홀대받는 등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와 최애순 고려대 연구교수 등 6명의 학자가 함께 쓴 ‘정비석 연구’(소명출판)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이중적 위치에 걸쳐 있는 작가의 모든 시기, 모든 소설을 섭렵해 포괄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책은 2011년 정비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대중서사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정비석의 장편 연애·세태소설 변화 양상, 1950년대 신문소설과 역사문학, 그리고 정비석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등에 관한 글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정비석의 문학사적 위치에 관한 최 교수의 논문이 눈길을 끈다. 최 교수는 ‘정비석과 전집의 정전화 논리’에서 “‘성황당’과 ‘자유부인’의 간극만큼이나 정비석은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다. 대중문학 작가이면서 전집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작가”라고 풀이했다. 정비석은 1973년 김현·김윤식의 ‘한국문학사’를 비롯해 문학사 기술에서 아예 언급되지 않거나 소홀히 다뤄졌지만 ‘성황당’만큼은 전집에 지속적으로 수록됐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순수문학 위주로 전집을 구성하려는 의도에서 보면 정비석의 장편은 배제되어야 마땅하고 정비석 역시 배제되어야 할 작가로 분류되지만 전집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대중적 인지도나 출판사의 판매 욕구 등의 관점에서 보자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작가로 분류된다. 그래서 전집의 편찬 위원들이 택한 작품이 ‘성황당’이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비석이 문단에서 쌓은 개인적 인맥과 친분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한국 이민문학 110년 연구서…대산문화재단 캐나다서 출간

    대산문화재단이 한국 이민문학 110년 역사를 아우른 연구서를 캐나다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재단은 한국 문학 번역·연구·출판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류선모 경기대 명예교수의 ‘한국계 미국문학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Korean American Literature)를 캐나다 버라이어티크로싱 출판사에서 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책은 1921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최초의 영문 소설인 ‘한수의 일기’(Hansu’s Journey)를 쓴 서재필을 비롯해 40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시대별, 장르별, 세대별로 나눠 분석했다. 재단은 “이 분야의 연구서가 영미권에서 발간된 것은 처음”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02)721-3203. www.daesan.or.kr
  • 13억 큰손의 쇼핑… ‘백’을 엿보다

    13억 큰손의 쇼핑… ‘백’을 엿보다

    [트렌드 차이나]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오우아/388쪽/1만 6000원 일본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서울 명동은 어느새 중국인 관광객의 천국으로 변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큰손도 이제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중국은 연평균 10%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세계의 생산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려면 중국 소비자를 먼저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7년 명품 소비자의 소비 동기를 분석한 ‘럭셔리 코리아’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의 소비 흐름과 소비자 특성을 연구한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해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번엔 13억 5000만 중국인들의 소비 DNA와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트렌드 차이나’는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트분석센터의 전미영 수석연구원, 김서영 책임연구원이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기업들의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전문 연구서의 성격을 띠지만 중국의 변화된 사회상과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안내서 역할을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중국의 소비자가 무엇에 열광하고, 어떻게 소비를 하며, 앞으로 소비시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를 다룬다. 책은 먼저 중국 소비자를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소득 수준과 소비에서 자기 만족감과 타인의 시선 중 어느 쪽에 더 좌우되는지를 따지는 자기·타인 지향성의 두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VIP형 소비자 ▲자기만족형 소비자 ▲트렌디형 소비자 ▲실속형 소비자 ▲열망형 소비자 ▲검약형 소비자로 구분한다. 소비자학을 전공한 중국인 전문가와 한국인 석·박사들이 짝을 이뤄 심층면접과 가정방문을 통한 관찰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체계화한 각각의 소비자 유형 분석은 매우 현실적이다. 가령 VIP형 소비자 유형은 34세 기혼 여성 변호사인 리샹(李湘)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제시된다. 최상위 소득계층인 그녀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남편과 따로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유기농 제품을 즐겨 구입한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고,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과시를 선호하는 등 생활 자체의 프리미엄을 추구한다. 자기만족형 소비자는 유행이나 브랜드보다는 자기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트렌디형 소비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실속형 소비자는 합리적 구매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열망형 소비자는 만사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 현실에 슬퍼하는 특징을 보인다. 검약형 소비자는 절약하는 삶 자체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이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이 특징이다. 책은 이 같은 소비자 유형의 특징에 따른 기업들의 맞춤형 전략을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와 함께 중국인의 남다른 소비 DNA를 7가지로 요약한다.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삶, 체면을 중시하면서도 실속을 차리는 문화, 저신뢰 사회가 야기한 소비자들의 불신, 집단의식 속의 개인주의, 중국식 가족소비, 중국 전통과 글로벌 기준의 공존 등을 중국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녹아 있는 공통의 성향으로 꼽았다. 또한 중국 소비시장의 최신 3대 트렌드로 삶의 질 향상과 니치(틈새)시장의 주류화, 중국식 신실용주의의 대두를 제시했다. 중국 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이지만 동시에 무모한 도전의 늪이 될 수도 있다. 실패의 이면에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안이한 전제가 있다.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라는 ‘단일 시장의 신화’, 같은 연령과 성별이라면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보편가치의 신화’, 유행은 반드시 번져 나간다고 보는 ‘트리클다운의 신화’가 그것이다. 또한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한국이라는 ‘후진 시장의 신화’, 중국인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여기는 ‘프리미엄의 신화’, 그리고 한류 열풍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다는 ‘한류의 신화’ 등이 기업의 실패를 이끄는 대표적인 오해라고 책은 지적했다. 꼭 기업이 아니라도 곰곰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조선사회의 불편한 진실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정약용 지음/노만수 엮어옮김/앨피/404쪽/1만 6800원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용을 잠시 되돌아본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한국 최대의 실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 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내와 성실, 용기로 큰 업적을 이루어 냈다. 불세출의 학자이자 경제가로 유명한 정약용은 그렇게 우리 후세들에게 남아 있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 선생 한 사람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明?) 내지 온 조선의 성쇠존멸에 대한 연구”라고 말한 바 있다. 신간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조선시대의 불편한 사회 이면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정약용의 사회비판적 논설과 한시, 소설, 편지글 등을 주제별로 엮었다. 18세기 후반의 요동치는 정치사회사 및 다산 개인의 삶과 연결지어 흥미롭게 풀어 쓴 ‘참여작가 다산’ 연구서인 셈이다. 다산의 올곧은 성품과 치열한 사회비판 의식 및 인간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사회가 안고 있던 각종 문제점들과 시대적 한계를 성찰한다. 이 책의 특징은 다산을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타이틀, 즉 참여파 작가라고 규정한 뒤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다. 다산을 실학자로 만든 사회 상황, 다산이 실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치환경을 통해 다산을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한’ 깨어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 환경과 그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 시대의 거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년 전 조선 사회,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귀양지에서의 가르침도 새롭게 다가온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철 한국외대 총장 연구서 ‘한국 방문’ 日서 번역 출간

    박철 한국외대 총장 연구서 ‘한국 방문’ 日서 번역 출간

    한국외대는 박철 총장이 1986년 스페인에서 발간한 연구 저서 ‘한국 방문 최초 서구인: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가 최근 도모코 다니구치 일본 아이치 현립대학 교수의 번역으로 일본에서 출간됐다고 26일 밝혔다. 도모코 교수는 오는 9월 박 총장을 아이치 현립대학으로 초청해 특강 및 출판 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 야사로 엮어낸 당대의 꼬집음과 웃음 일제시대 굴절상 고스란히…

    식민지 시대 야담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냈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동기가 식민지 시기의 야담이 보여주는 다채롭고 역동적인 양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연구서가 한 권도 없다는 점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뜻을 이해하려면 야담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만큼 야담은 이제는 잊힌 개념, 지칭할 대상을 잃어버린 사어(死語), 문학 쪽 전문가들이나 가끔 입에 올리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야담은 간단하게 말해 민간에 떠도는 야사를 바탕으로 꾸민 이야기로, 태생부터 주변성을 보이지만 일반 대중의 삶과 가깝고 당대의 굴절과 변화상을 예민하게 담고 있다. 야담은 식민지 라디오 시대의 총아였다. 라디오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요즘 말로 ‘엔터테이너’들이 나타났다. 당시 라디오라는 첨단문명을 누구보다 발빠르게 수용한 대중문화인은 윤백남이었다. 그는 제2조선어 방송의 초대 과장을 역임하면서 ‘라디오 야담’을 개척해 야담의 오락성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월간 야담’이라는 야담잡지를 조선에서 처음 발간해 다른 대중잡지들을 따돌리고 월등한 판매부수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3장은 야담의 프로파간다(선전 또는 선전 도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야담이 전시 분위기를 반영하여 체제내 프로파간다로서 어떻게 재조직되었는지를 이인석의 사례와 혈서 쓰기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인석은 식민지 조선에서 지원병 제도가 실시된 이후 중국 전선에서 사망한 첫번째 조선인 지원병 전사자이다. 그가 죽은 뒤 벌어진 대대적인 추모 열기는 1932년 상해사변에서 사망한 일본의 ‘3용사’에 비견될 만했다.전쟁미담의 전성시대는 또한 혈서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 시기 수많은 혈서의 사연이 대중매체를 수놓았고 야담은 대중 선동에 나름대로 한몫을 한다. 일본의 전쟁 확대로 징병제가 실시되면서 식민지 조선인이 병사로 강제 차출됐고, 이에 따른 대중 계도가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서도 한 축을 담당했던 것이 야담이었다. 책에 실린 다양한 신문과 잡지의 기사는 독자들에게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해주기 위한 것으로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 표기법으로 고쳐졌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기는 쉽지 않다. 우선 어려운 단어들이 눈에 많이 띄고, 식민지 시대가 오늘날과는 너무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판도라의 상자’ 마침내 열렸다

    ‘판도라의 상자’ 마침내 열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잠금장치가 15일 해제됐다. 여야 열람위원 10명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을 방문, 예비열람을 실시했다. 국회에서 회의록을 본격 열람하기에 앞서 검색대상 기록물 256만건 가운데 여야가 선정한 7개 핵심어(키워드)로 검색된 열람 자료의 목록을 추려내는 과정이다. 열람은 임시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장소’로 지정된 기록원 중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열람위원 10명과 하종목 대통령기록관장 직무대행, 박제화 연구서비스과장, 입회 직원 5명 등 모두 17명만이 열람실로 들어갔다. 입실자 모두 휴대전화는 반납했다. 본격적인 열람은 정오쯤 입회 직원 3명이 일명 ‘007가방’과 열람 확인서가 든 10개의 파일을 들고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100분간 진행됐으며, 철통 보안이 유지됐다. 기록원 관계자는 “가방에는 여야가 선정한 7개 핵심어 검색 결과 문서가 들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열람하는 것은 기록원 내 지정 서고에서 작성된 기록물 목록이 전부”라면서 “목록 역시 지정기록물이며 이 자료에는 기록물의 제목과 생산시기, 생산기관 등이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들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철저히 함구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보안 각서를 써서…”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들도 “모르겠다”란 답으로 일관했다. 열람위원들은 열람에 앞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상견례를 갖고 “회의록 열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열람의 주된 목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긴장감은 가득했다.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정치쟁점화하지 않고 명명백백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어떠한 경우라도 (열람이) 정파적,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쳐야 한다. 해석을 달거나 주관적 의도를 갖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열람이 ‘정쟁’으로 흐를 것을 우려하면서도 ‘해석을 할 것이냐’, ‘문자 그대로 볼 것이냐’를 놓고서 팽팽하게 신경전을 편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자료를 추가로 요청했고, 해당 목록은 17일 기록원에서 다시 열람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열람자료 선정에 실패한 것이다. 여야 각각 추가 핵심어를 제시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치적 해석을 우려한 듯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본격 열람할 회의록은 늦어도 오는 18일까지 국회 운영위에 제출될 전망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책꽂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윤옥 지음, 학고재 펴냄) 문학평론가의 눈으로 바라본 화가와 그들의 작품에 관한 책. 문학과 미술사조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중견화가 서용선, 정종미, 박성태, 서용, 김선두 등 작가 5명의 예술관과 인생을 소개한다. 304쪽. 2만 3000원.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이석연 지음, 까만양 펴냄) 전 법제처장 이석연 변호사의 지구촌 역사문화탐사기. 안달루시아의 흥망성쇠를 찾아 떠난 스페인 여정, 풍요와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미얀마 여행, 가족과 함께한 북유럽 인문탐사기행 등이 실렸다. 360쪽. 1만 5000원. 왕과 나(이덕일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역사학자 이덕일이 쓴 권력의 2인자, 왕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김유신부터 홍국영까지 킹메이커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이끈 11가지 핵심 코드를 짚는다. 376쪽. 1만 6000원. 에코 크리에이터 디자인(김대호 지음, 아이엠북 펴냄) 먹을 수 있는 커피 잔 ‘쿠키 컵’, 물에 녹는 쇼핑백 ‘클레버 리틀 쇼퍼’, 휴지 낭비를 줄이는 화장지 ‘스퀘어드 토일릿 페이퍼’ 등 인류와 지구의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는 착한 디자인 혁명을 소개한다. 268쪽. 1만 4000원. 창조적 지성(브루스 누스바움 지음, 김규태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디자인 혁신으로 유명한 브루스 누스바움 파슨스 디자인스쿨 교수가 문화의 필수 요소로 거론되는 창조성의 실체를 분석했다. 지식 발굴, 틀짜기, 즐기기, 만들기, 중심 잡기 등 창조적 지성의 다섯 가지 능력을 소개한다. 464쪽. 2만 5000원. 국제유대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헨리 포드 지음, 김현영 옮김, 리버크레스트 펴냄) 포드 자동차 회사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1922년 출간한 책으로, 자신이 소유한 주간지에 2년간 연재한 유대인에 대한 글들을 묶었다. 반유대주의를 선동하는 그의 글들은 아돌프 히틀러가 애독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800쪽. 4만 2000원. 연백(함동선 지음, 작가세계 펴냄) 원로시인인 함동선(73) 중앙대 명예교수의 신작 시집. 황해도 연백군에서 제목을 따온 표제시를 비롯해 연작시 ‘백두대간’ 등 생태주의적 역사의식이 담긴 시 50여편이 수록됐다.122쪽. 9000원.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철학아카데미 지음, 동녘 펴냄) 사르트르, 레비나스, 바르트부터 라캉, 알튀세, 데리다, 들뢰즈까지 12명의 프랑스 철학자들을 국내 상황에 맞춰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소개한 철학 입문서. 대안철학 학교인 철학아카데미가 지난해 주최한 프랑스 현대철학 강의 내용을 정리해 엮었다. 416쪽. 1만 8000원. 달나라 소년(이언 브라운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 펴냄)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 앤드 메일의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희귀성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 아들 워커를 키우는 외롭고 고단한 여정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근원적 가치를 묻는다. 2010년 캐나다 3대 문학상을 석권했다. 376쪽. 1만 4800원. 앙드레 씨의 마음 미술관(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김영사 펴냄) 렘브란트, 모네, 홀바인 등 화가들이 그린 명화를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는 명상서이자 심리치료서.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26점의 명화를 통해 불교식 명상과 심리 치유 방법을 소개한다. 344쪽. 1만 5000원. 공자전(바오펑산 지음, 이연도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 중국의 공자 연구가 바오펑산(鮑鵬山) 상하이 카이팡대 교수의 공자 연구서. 공자의 생애와 사상은 물론 인격 등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실증적,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400쪽. 1만 8000원.
  •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지워야 할 인류의 숙제 지울 수 있을까?

    빈곤 문제는 인류가 태초부터 직면해온 숙명의 과제다.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풍요가 확산됐지만 저개발국은 여전히 절대 빈곤으로 고통받고, 선진국은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의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인구는 12억명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절대 빈곤층 비율을 현재 21%에서 2030년까지 3%로 낮추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면서 “빈곤 문제가 에이즈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빈곤은 무엇이고, 왜 생기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심층 분석한 연구서 2권이 나왔다. ‘빈곤의 사회과학’은 연세대 부설 빈곤문제연구원이 철학, 국제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빈곤 문제를 두루 살펴본 책이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다양한 가치관을 최대한 반영하는 다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해 학제적이고도 다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책은 빈곤의 본질과 관련, 아우구스티누스와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하이에크의 철학적 이해를 먼저 살펴본다. 이를 통해 빈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된 사회적 현상인지 그리고 빈곤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이해와 처방이 금욕과 욕망, 경쟁과 나눔에 대한 인식과 가치판단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어 빈곤의 정도를 계측하는 다양한 지표의 정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 국제정치학에서 빈곤 주제가 차지하는 위치 등에 대해 설명한다. 경영학적 관점에선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룬다. 경쟁과 나눔을 조화시키는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빈곤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의 복지제도를 통해 한국의 복지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서재욱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원이 함께 쓴 ‘빈곤’은 빈곤 퇴치를 위한 복지정책의 중요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책은 빈곤이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 때문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를테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악화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난을 개인의 근로 윤리문제로 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편견과 차별로 빈곤의 원인을 손쉽게 재단할 때 빈곤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며 빈곤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복지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가령 복지와 경제성장은 양립할 수 없는지, 또 복지를 확대하면 국가 재정이 파탄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의 빈곤 현황과 정부의 정책을 우리 상황과 비교하면서 빈곤을 줄이고 복지를 확대하는 국가정책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이번에도 700여쪽이다.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쪽수 압박이 상당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76) 미국 UCLA 지리학 교수의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얘기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누군가. 대학생들이 소설보다 더 많이 대출해서 읽는다는 교양인문서 ‘총, 균, 쇠’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50년에 걸친 문화인류학적 탐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아우르는 성찰의 깊이로 보나 대중성으로 보나, 책 두께가 만만치는 않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어제까지의 세계’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대연구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2005년,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펴냄)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에 천착했다. 인디언의 땅인 북아메리카는 미국과 캐나다로 바뀌고, 아스텍과 잉카 문명의 발상지 중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통치 아래 있었던 민족 변화사를 탐구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민족의 발달 속도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어떻게 유라시아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할 수 있었나.’ 1만 3000여년 동안 진행된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불균형을 군사력과 무기(총), 천연두와 인플루엔자(균), 기술(쇠)로써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1998년 미국 퓰리처상을 받고 세계적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총, 균, 쇠’에서 문명의 차이를 다루었다면 ‘문명의 붕괴’(2005년,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는 문명의 몰락 과정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번 질문은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이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튀르크 제국, 마야 문명, 르완다, 아이티, 중국 등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완전히 몰락한 사회와 20세기 들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곳을 조명했다. 책에서 꼽은 붕괴의 원인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재앙,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사회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이다. 책은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듯하지만 희망과 생존의 해법도 함께 담았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10년 만에 낸 ‘어제까지의 세계’는 필연적인 파생작이다. 전작에서 말한 ‘과거의 성공사례’를 ‘전통사회’에서 찾고, 600만 년의 지혜를 지키고 있는 전통사회를 세세하게 탐구한다. 뉴기니 원주민, 아프리카 !쿵족,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 39개 부족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지속가능한 문명’보고서를 완성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전통사회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조상들이 실질적으로 수만년 동안 살아온 특징들이 그 사회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면모만 조명하지는 않았다. 영아살해, 고려장, 굶주림, 환경훼손 등 현대사회에는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통사회에 주목하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고 노인을 대하는 방법, 건강을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며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등 전통적인 관습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책에는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아이와 노인, 종교와 언어 등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양육’과 ‘평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전통사회의 양육 방식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쿵족을 예로 들어 서너 살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소개한다. 전통사회의 육아는 노인 능력의 활용으로도 연결된다.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면서 아이의 부모가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전통사회에서 아이들은 진흙으로 가축 우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장난감 그물과 작살을 만들어 논다. 성인의 삶과 아이들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형태다. “일부 현대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삶까지도 노골적인 교육이 필요한 지경”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수렵채집인들의 양육법이 우리에게 색다르게 보이지만 해롭지는 않고, 그런 양육법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인들의 사회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들의 양육법은 삶을 즐기면서도 커다란 역경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전통사회는 당사자 간 협상이 먼저다. 평화적인 협상과 화해가 가능한 것은 이들 사회에서는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거나 평생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현대사회의 분쟁 해결 방법과 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하는 전통사회의 방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에 대한 해법을 어제의 전통사회에서 찾는 것은 미개의 시대로 되돌아가 자연인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만이 유일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면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2만 9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시골 목가적 풍경 그리는 안분지족적 문학 비판

    헝가리 출신의 정치경제학자 칼 폴라니(1886~1964)가 자본주의의 기원을 쓴 ‘거대한 전환’(1944년)을 읽다 보면 머리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 담겨 있다. 폴라니는 인류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복원을 이야기하는데, 자본주의 이전의 평화로운 시골 풍경과 닮아 있다. 그런데 그 시골이 과연 낙원이 될 수 있을까?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의 대표작인 ‘시골과 도시’(1973년, 나남 펴냄, 이현석 옮김)는 이런 의문을 풀어주는 문화연구서다. 영국 웨일스 변경 철도노동자의 아들이었던 윌리엄스가 사용한, 시골을 뜻하는 컨트리(Country)는 라틴어 콘트라(contra: 대립하여, 반대하여)에서 나온 단어로 관찰자의 눈앞에 전개되는 토지를 의미했다. 그래서 시골은 지방이면서, 토지이자, 나라를 뜻하는 말과 같이 사용됐다. 이후에 널리 쓰이게 된 국토(land), 국가(nation), 지역(region)은 13세기에 생겨난 말이다. 16세기에 도시(city)와 대비되면서 시골로 고착됐다. 시골! 그 단어만으로도 한가롭고 초록 융단이 깔린 목초지나 하얀 스카프와 앞치마를 두르고 참을 내오는 아낙네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윌리엄스가 ‘자본주의가 가져온 재앙을 비판하면서 자본주의 도래 이전 시기를 신비화하고, 잉글랜드 옛 시골마을을 ‘유기적 공동체’로 이상화하는 풍조를 조목조목 통박’하는 것에 분노할지도 모르겠다. 윌리엄스는 옛날 시나 소설 등을 타고 과거의 시골로 돌아가 ‘대다수 민중이 지배계급의 폭력적 침탈에 신음하는 장면들만 확인’한다. 시골을 목가적 풍경으로 그리는 안분지족적 문학을 비판한다. 토머스 하디,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의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과 영국 민중시 등 문학작품들이 대상이 됐다. 그는 도시와 대비해 시골을 이상화하는 것은 역사적 왜곡이며, 도시에서 진행 중인 많은 유의미한 변화를 놓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시골과 도시의 동시성을 통해 서구의 ‘근대적 자아’라는 것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걸쳐 식민지 침탈을 하며 생겨난 ‘정복하는 자아’라는 것도 보여준다. 즉, 자본주의적 근대화로 모든 나라가 잘사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번역자인 이현석 부산 경성대 영문학과 교수는 26일 “시골을 이상화하고, 환상적으로 색칠해선 안 된다”면서 “시골이 도시보다 더 폭력적일 수 있고, 도시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윌리엄스의 책을 통해 각인할 수 있다”고 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공공감사 지침서 하나 없는게 현실, 실무자 역량 키울 지원장치도 열악”

    “공공감사 지침서 하나 없는게 현실, 실무자 역량 키울 지원장치도 열악”

    감사관은 크고 작은 공직사회의 비리를 예방, 감시하는 현장 최고의 파수꾼이다. 현재 전국 공공기관의 감사 인력은 줄잡아 1만여명. 이들의 역할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데 정작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돼줄 만한 지침서는 없었다. 성용락 감사원 감사위원이 펴낸 ‘공공감사 제도의 새로운 이해’(석탑출판)는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책이다. 30년 공공감사 이력의 감사 전문가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감사와 관련한 이론의 모든 것을 400여쪽에 고스란히 펼쳐 담았다. “공공감사의 중요성에 비해 실무자들의 역량을 높여줄 수 있는 지원 장치는 턱없이 열악합니다. 공공감사 행정은 학계에서도 연구자가 전무하고 그러다 보니 변변한 지침서 하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성 위원은 3년 전 감사위원에 부임하면서부터 책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곧바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제대로 된 감사를 하려면 실무자들이 먼저 이론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감사기관에서 30년 몸담았으면 누구도 하지 못한,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작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감사연보 5년치를 옆에 놓고 씨름하며 3년여를 보냈다. 이번 책은 그렇게 공들여 만든 공공감사의 이론서로 ‘공공감사의 이론과 실무’란 부제가 붙었다. 최근 한창 정가의 이슈가 된 감사원의 소속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했다. 책 말미에 미국, 영국 등 주요국 감사원의 위상과 기능을 나란히 소개했다.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이냐, 국회 소속이냐를 놓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성 위원은 “예컨대 미국의 경우 감사원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기관일 뿐이며, 공정한 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 독립성 보장만이 유일하게 논의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성 위원은 오는 6월쯤엔 감사사례 연구서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이번 이론서가 행정·정책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면, 다음번 책은 현장실무를 하는 감사관들에게 맞춤형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4회 행정고시 출신인 성 위원은 감사원 기획홍보관리실장, 제1사무차장, 사무총장 등 원내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현재 공공감사포럼 회장도 맡고 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씨줄날줄] 5·16 답변/임태순 논설위원

    혁명이 민중의 자발적인 봉기에 의해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이라면, 쿠데타는 무력 등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적으로 국가에 일격을 가하는 행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쿠데타는 1799년 나폴레옹의 브뤼메르 거사에서 유래한다. 나폴레옹은 무능한 혁명정부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커지자 잇단 승전으로 얻은 대중적 인기와 무력을 바탕으로 의회를 진압하고 통령정부 수립안을 통과시켜 권좌에 올랐다. 이후 군대에 의한 정권장악을 쿠데타로 불러왔다. 나폴레옹은 지금은 드골 대통령 다음이지만 1980년대 이전만 해도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위인이었다. 비록 물리력으로 정권을 장악했지만 전쟁을 통해 유럽을 쥐락펴락하는 등 국민에게 강한 프랑스의 이미지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회고록, 연구서, 소설 등 나폴레옹에 대해 쏟아진 책만 하더라도 8만여권에 이른다고 한다. 사후 하루 한 권 이상의 책이 출간된 셈이다.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정권찬탈자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나폴레옹 법전을 제정해 법 앞에서의 평등을 강조하는 등 계몽군주로서 통치한 점을 들어 프랑스 혁명의 수호자로 보기도 한다. 또 수많은 전쟁을 벌여 전쟁광이라고 비난받기도 하지만 기동전 등 새로운 전략을 도입해 위대한 전략가로 칭송되기도 한다. 5·16이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질문 메뉴가 됐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의 주역인 데다, 정권주체에 따라 5·16을 혁명에서 정변으로 성격 규정을 달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문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5·16에 대해 교과서에 군사정변으로 나와 있고 거기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유정복 안전행정부, 황교안 법무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켜갔다. 이들이 대통령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정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교과서 내용 정도의 답변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5·16의 성격 규정이 장관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의 5·16 질문도 한참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5·16은 우리 현대사의 중요 사건이다. 5·16을 통해 근대화도 산업화도 이뤄졌다. 단순히 군사정변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5·16에 대한 답변은 더욱 풍성한 논쟁과 연구를 통해 찾아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한층 성숙될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문화 사랑 진정성 있나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문화 사랑 진정성 있나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일본의 민예연구가이자 미술평론가다. 1984년 5월 전두환 정권에서 ‘보관문화훈장’을 추서해 9월에 시상했다. 행정자치부 기록에 훈장 수여 사유는 ‘우리나라 미술품 문화재 연구와 보존에 기여한 공로’로 돼 있다. 1916년 관광차 식민지 조선을 방문했던 26살의 야나기는 일본인들이 고려청자에 꽂혔을 때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다. ‘민예’(민중적 공예)란 단어의 창시자로, 1922년 ‘조선과 그 예술’이라는 책을 펴내 조선 공예의 미학을 널리 알려 나갔다. 1924년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했고, 이조도자기전람회와 이조 미술전람회를 열었다. 일본으로 돌아가서는 도쿄에 일본 민예관을 설립했다. 야나기는 3·1운동이 일어나자 1919년 4월 요미우리신문에 ‘조선인을 생각한다’라는 기고문을 5차례나 실었고, 1년 뒤인 1920년 5월 동아일보에 같은 내용이 실렸다. 당시 일제의 무력 진압을 비판했는데,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비판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방 이후 그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일제가 경복궁 안에 조선총독부를 세우고 그 건물을 가린다고 1923년 광화문을 철거하려 했을 때 야나기가 반대해 철거되지 않고 이전만한 일을 두고 ‘조선문화를 사랑한 양심적인 일본인’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야나기는 조선인의 흰옷을 두고 “상복”이라며 “그 민족이 겪은 고통이 많고 의지할 곳이 없는 역사적 경험”을 탓하며 조선의 미를 ‘비애의 미’라고 주장했다. 야나기는 동북아 3국의 예술로 ‘중국=힘=형태’, ‘일본=즐거움=색’, ‘조선=슬픔=선’이라는 도식도 내놓았다. 일제 식민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은 수동적이고 소극적 민족이라는 맥락과 통하는 미학론이다. 서양에 몰입해 있던 일본의 시각에서 조선의 미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일본판 오리엔탈리즘’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에드워드 W 사이드의 정의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위압하려는 서양의 스타일”이니, 동양을 조선으로, 서양을 일본으로 대치하면 딱 맞는 말이다. 그래서 야나기가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인지, ‘양의 탈을 쓴 일본 제국주의의 숨겨진 조력자’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야나기가 1940년을 전후로 일본 정부에 적극 협력하는 글을 쓰고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 야나기에 대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 일방적으로 칭송하던 태도가 사라지게 된 계기다. 이병진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와 가토 리에 아이치학원대학 강사 등 한·일 소장학자 9명이 ‘야나기 무네요시와 한국’(소명출판사)을 펴냈다. 논란이 무성한 야나기에 대해 한·일 학자들이 함께 처음으로 연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언론인 정일성이 2007년에 내놓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지식산업사 펴냄)에 비교하면 너무 옹호 일색이다. 흔히 한국미의 특징에 대해 ‘무기교의 기교’라든지, ‘소박미’,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주의’라는 당대의 인식은 야나기로부터 유래했다. 이런 미학은 민예운동을 펼친 야나기가 1941년 발표한 ‘조선 고대미술의 특색과 그 전승문제’라는 논문에서 시작됐다. 한국미에 대한 야나기 식 분석이 아직도 일부 통용되는 것을 두고 식민지 유산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야나기의 이런 조선미학론을 두고 해방 전에는 박종홍(1903~1976)이나 고유섭(1905~1944)이, 1960년대에는 시인 김지하, 1970년대에는 시인 최하림과 미술평론가 최열 등이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에 애정을 갖고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애정을 제대로 활용할 사상이 없었고, 조선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애미’에 대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김지하는 한국의 미를 “비애보다는 약동이, 저항과 극복을 고취하는 남성미”라고 주장했고, 재일 민속학자 김양기는 “백색은 태양으로 천손(天孫)의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병진 교수는 “이번 책은 야나기에 대한 균형 잡힌 판단을 도와주는 책이라기보다 한·일 학자들이 함께 연구했다는 점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명관 전 한림대 교수의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조선의 공예에 주목하고 가치를 부여한 것에 대해 야나기를 평가해야 한다’는 발언에는 동의한다. 그는 이어 “야나기가 1920년대 반제국주의자였던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는 순진한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만주전쟁과 태평양전쟁 등이 벌어진 1940년 전후로 제국주의에 수렴해 간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나경 부산대 강사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운동과 ‘내셔널리즘’이란 논문에서 1940년대 신체제가 형성되자 야나기는 민예운동과 유사하다고 파악해 초기에 정부에 협력했지만, 자신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고 주장했다. 책의 내용은 대체로 야나기가 받고 있는 제국주의자란 혐의를 벗겨 주고 있다. 독자들이 텍스트를 잘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지점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대한민국 술박사 1호 정헌배 중앙대 교수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그대가 생각한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곧 그대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얼핏 들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 아닐까 싶다. 생각을 프랑스 ‘코냑’으로 옮겨본다. 프랑스의 코냐크 지방의 주민은 불과 1만 9000여 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작은 읍 규모이다. 그런데 여기에 코냑 회사가 3000여 개가 있고 세계 200여개국에 수출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잘사는 고장으로 소문나 있다. 그럴 것이, 국제공항이 있고 매년 영화제도 열릴 만큼 문화적으로도 풍요롭다. 왜? 단지 ‘코냑’이라는 술이 세계인들의 가슴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술꾼이든 아니든 코냐크 지방은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코냑’을 안 마신다. 대신 주변 지역에서 생산하는 값이 싼 포도주를 마신다. ‘코냑’이 세계적인 명품주가 됐기 때문이다. 좀 더 외국인들에게 많이 마시도록 하는 수출전략과 배려의 차원이기도 하다. 코냐크 지방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 대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코냑을 몇 년, 몇십 년씩 오랜 세월 숙성시켜 세계인들에게 그 ‘가치’를 선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코냑이나, 스카치 위스키, 포도주처럼 오랜 세월 숙성된 ‘빈티지’를 가진 우리의 전통술이 있을까. 결론은 ‘없다’라는 게 대체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없다’를 ‘있다’로 바꾸는 사람이 있다. 국내 유일이자 대한민국 술박사 1호로 알려진 정헌배(57) 중앙대 교수가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 때마침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맞아 정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이 축제에서 자문역할을 하며 우리술을 세계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을비가 쏟아지는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정헌배 전통주 연구소’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 안에는 누룩이 익어 술이 발효되는 냄새로 가득했다. ●“名酒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자부심” “여기는 술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술을 만들어내는 방앗간입니다. 술을 숙성시키는 것을 연구하고 분석해내는 곳이지요. 술을 좋아하고 또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빈티지가 있는 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지요. 술은 살아 숨 쉬는 옹기나 오크(참나무)통 속에서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알코올 도수가 낮아지며 맛과 색상, 향기와 성분 등도 변합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숙성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알코올을 ‘천사의 몫’이라고 찬양을 합니다. 까닭에 숙성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의 술도 이제는 ‘빈티지’로 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술 가운데 예를 들어 막걸리는 대개 10여 일 안팎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중에 나오지만 코냑이나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그리고 심지어는 100년 등 오랫동안의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그만큼 ‘명품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술은 오래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저장성도 뛰어나 금방 팔리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다.”라면서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반영하기에도 좋은 제품이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부가가치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검증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젠 우리의 전통술도 숙성연한을 길게 해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명품주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한다. 아울러 그런 명품주 생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갖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명주(名酒)라는 것은 전통적 가치를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대표적인 명주를 갖고 있고 후손들에게 물려줍니다. 프랑스의 코냑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내로라할 만한 주종이 없어요. 이제는 우리도 100년 묵은 술과 아름다운 술 문화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이런 생각에 4년 전부터 우리의 전통 특산물인 인삼과 안성 지방의 쌀을 원료로 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부부가 결혼식 30주년을 4~5년 앞두고 미리 주문하는 술, 자식이 부모 회갑 기념식 때 선물로 준비하는 술, 결혼 후 첫 자식을 낳은 부부가 나중에 자녀의 결혼식 때 줄 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에 맞춰 ‘노사모’에서 주문한 술, 대학입학을 기념하기 위한 술 등 제각기 사연이 많다. 얼마 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때 사용하고자 위스키 60병을 미리 만들어놓는 일도 이와 같은 것이다. 주문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인삼주 술도가에서 직접 술을 담그는 행사를 하는 때도 있다. 담근 술은 지하 숙성고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쳐야 찾아갈 수 있다. 요즘 들어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담근 ‘빈티지 인삼주’(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는 인삼주는 소주에다 인삼을 담는 것이지만 이곳 인삼주는 인삼을 쪄서 홍삼화한 다음 누룩과 함께 위스키나 코냑처럼 오랜 시간 숙성시킨다.) 술독은 모두 2000여 통. 지하숙성고에 내려가 봤더니 이 술독들은 대금과 가야금 등 우리의 전통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숙성되고 있었다. 술독마다 각 사연을 담은 내용과 술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방송인 주병진씨 등 알 만한 인사들의 이름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학교수인 그가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릴 적 그의 꿈은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구 경상중학교와 고교 시절만 해도 트럼펫을 불며 그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음악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영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장차 멋진 군인의 길을 걷고자 학군단(ROTC)에서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한 달만에 시력미달로 중도에 하차했고 바로 민방위에 편입됐다. 이 무렵 그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학금을 받게 됐다. 국가의 고마움을 느끼게 된 그는 수출 보국에 도움되는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술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수출이며 농산물 가공품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때 명주는 그 나라의 사회, 문화적 자부심이며 술은 전통적 가치와 사랑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해 나라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대학 3,4학년 때 프랑스어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1년 동안 직장 다니며 유학자금을 마련한 뒤 ‘생각했던 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남부 프랑스 몽펠리에 있는 폴 발레리 대학에서 6개월간 프랑스어 공부를 할 때 폴 발레리의 명언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이후 파리 9대학 박사과정(술 마케팅)에 들어갔다. 그는 이때 ‘프랑스 포도주 시장 제도 및 유통연구서’ ‘맥주의 중장기 소비예측’ 등 발효주 중심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소비량을 자랑하는 럼, 보드카, 위스키, 코냑 등 증류 숙성주 연구로 점차 확대시켜나갔다. 아울러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 지역을 다니면서 논문 자료를 수집했다. 결국 ‘세계 주류시장의 국제 마케팅 전략과 전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조상이 빚은 名酒는 후손들과 뜨겁게 이어주죠” “프랑스에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알고 지내던 친구가 저를 집으로 초대하더군요. 식사를 마치더니 친구가 ‘파라다이스에 갈래?’라고 제의하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룸살롱 같은 술집인가 했어요. 그런데 지하의 술 저장고에 데려갔습니다. 술통이 많이 있더군요. 친구는 한 통을 가리키면서 ‘우리 아버지가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해서 담그신거야.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어 마시라고 하셨지’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더니 그 친구의 조상과 잠시 연결되는 느낌이 오더라구요.” 정 교수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 음복하는 이유도 조상과 만나는 일이며 특히 조상이 빚은 명주는 후손들과 또 한 번 뜨겁게 연결되는 일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의 꿈은 ‘우리 술의 세계화’이며 ‘아름다운 음주문화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삼주 숙성 등과 관련해 특허 4개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학에서 아름다운 음주문화와 술은 인류가 아닌 동물이 먼저 마셨다, 소주는 아랍의 향수 제조법에서 유래했다는 등의 술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 등도 강의한다. 또 ‘술나라 헌법’과 ‘술나라의 십불출(十不出)’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가끔 설파한다. 술 안 마시고 안주만 먹는 사람, 남의 술로 제 생색을 내는 사람, 술잔 잡고 잔소리하는 사람, 술 먹다가 딴 곳에 가는 사람, 술 먹고 따를 줄 모르는 사람, 남의 술만 먹고 제 술을 안 내는 사람, 술자리에서 축사를 오래한 사람 등이 십불출에 포함된다며 웃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정헌배 교수는… 1955년 구미에서 태어났다. 경상중과 경북사대부고를 나온 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79년 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폴 발레리 대학에서 어학공부를 마치고 파리9대학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1984년 이 대학에서 ‘술 마케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재무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농림부 전통주심사위원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 자문교수로 활약하면서 우리나라 주류산업 정책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술이 제조, 판매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청소년 대학생의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중앙대에 교양과목으로 ‘명주와 주도’라는 과목을 개설해 직접 강의하면서 음주문화시민연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술 세계화를 위해 2003년 ‘정헌배 인삼주가’를 설립,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도 안성에 ‘세계명주마을’을 포함한 우리 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류제조 특허4개와 옹기독 실용신안 등 다수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술나라 이야기’(201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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