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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의 유레카] 올림픽 메달과 노벨과학상

    [이은경의 유레카] 올림픽 메달과 노벨과학상

    리우올림픽 개막식에서 난민팀 입장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었다. 스포츠로 세계 평화를 이룩한다는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에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과도한 상업주의, 약물복용, 심판의 오심 등으로 도마에 오른 올림픽에 대한 비판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올림픽 메달은 감동과 기쁨을 주지만 다른 의미도 갖는다. 올림픽의 메달은 선수 자신에게는 노력에 대한 보상과 미래의 기회를 뜻한다. 국민들에게는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국가에는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부여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으로도 작용한다. 김연아의 메달로 피겨스케이팅이 큰 인기를 얻었고 ‘김연아 키드’라고 불리는 유망주들이 크고 있다. 그렇다고 올림픽 메달이 정부의 스포츠정책의 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스포츠정책의 목적은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올림픽의 메달은 이 목적을 위한 중간 단계나 수단일 뿐이다. 과학계에서 노벨상도 올림픽 메달과 비슷하다.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공식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연구 성과를 공식 인정받는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노력과 재능에 대한 보상과 명예이고 국가와 국민에게는 영광, 자부심, 관심을 촉발하는 이벤트라는 점도 비슷하다. 첫 올림픽 금메달과 첫 노벨과학상은 상징적이다. 1970년대에 한국은 스포츠를 통해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먹고살 만해졌음을 세계에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1976년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땄을 때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 만일 한국 과학자가 노벨과학상을 타면 열광의 분위기는 그때보다 더할 것이다. 한국은 빠른 산업화를 이루었고 일부 분야에서는 선진국을 앞서고 있기도 하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와 연구성과 모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한국의 과학기술을 대내외에서 인정받고 싶은 열망은 자연스럽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노벨과학상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민 모두 노벨과학상에 관심이 많고 기대가 크다.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 역시나’ 하고 실망하고 일본이나 중국을 부러워하며 ‘우리는 언제쯤 받을까’란 질문을 반복한다. 정부는 노벨과학상이 목표라는 의도를 숨기기 어려운 기초연구 지원책을 펼쳤다. 외국 수상자들에게 한국의 수상 가능성을 물었을 때 “노벨과학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열심히 꾸준히 연구한 결과에 따라오는 것”이라는 답은 우리에겐 설득력 없게 들린다. 우리나라의 노벨과학상 열망은 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의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6월 2일자에 한국의 과학연구에 대한 5쪽 짜리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첫 장에는 크고 굵은 글씨로 쓴 ‘남한의 노벨상 꿈’이란 표제가 선명하다. 기사는 한국의 연구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매우 유망한 연구 주제에 도전 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자 사회와 연구실 문화를 언급하면서 노벨과학상의 꿈을 위해서는 돈 말고도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숙한 내용이지만 세계적 학술지를 통해 읽게 되니 민망했다. 연구자 개인은 노벨과학상을 연구의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기초과학 정책의 목표가 노벨과학상일 수는 없다. 노벨과학상 수준의 연구를 할 인재를 키우고 사회가 그들의 연구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도록 하는 것, 그래서 과학발전을 통한 국가발전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이 노벨과학상을 받더라도 수상자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는 사회 파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실패해도 좋다, 형식적 보고서도 거부한다… 삼성이 투자한 1조 5000억 ‘모험의 가치’

    실패해도 좋다, 형식적 보고서도 거부한다… 삼성이 투자한 1조 5000억 ‘모험의 가치’

    황인환 포스텍 교수는 2013년 ‘식물에서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의료용 단백질이 포함된 샐러드를 먹으면서 비만과 당뇨병을 식이 치료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 연구는 그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았다. 2년 뒤 지원은 ‘식물체 잎을 이용한 단백질 약 개발 및 전달 연구’란 후속 의약 연구로 이어졌다. 2014년 ‘인공번개 발전기 및 에너지 소실 없는 전하펌프 개발’ 과제로 지원을 받은 백정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량 특허를 출원하며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펀지처럼 많은 구멍이 뚫린 구조에 금속 입자를 집어넣어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원리인 나노발전기가 개발되면 기존 방식보다 제작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가 설립한 미래기술육성센터가 16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출범 3주년을 맞이해 이 같은 성과를 전했다. 삼성은 2022년까지 10년 동안 진행될 육성사업을 통해 총 1조 500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현안 해결형 과제는 삼성이 매년 두 차례씩 선정하는 신규 과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있다. 특히 면역세포 기능을 규명해 안전한 바이러스 치료법을 개발 중인 신의철 카이스트 교수, 응급 환자를 위한 심폐소생 로봇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인 서길준 서울대 교수 등의 연구는 삼성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 분야와 관련된 사업화 기회를 이뤄 낼지 주목받고 있다. 올해에는 딥러닝 예측력 향상에 관한 이론적 증명을 시도한 김용대 서울대 교수, 세포막을 활용한 줄기세포 분화 유도 플랫폼을 연구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소연 선임연구원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삼성은 지난 3년 동안 기초과학 분야 92건, 소재기술 분야 59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60건, 미래기술 분야 32건 등 총 243건의 과제를 선정했다. 연구 참여 인력은 교수급 500여명을 비롯해 총 2500여명에 달했다. 실패 확률이 높아도 감행할 만한 모험적인 과제를 우대하고, 보고서 부담 등을 줄여 연구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한 게 육성사업의 특징이다. 치매와 알츠하이머 등 불치병 해결 열쇠로 단백질 거동을 연구하는 함시현 숙명여대 교수는 “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마련한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그동안 시간·비용 부담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과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논문 게재와 같은 정량적 평가가 없는 대신 연구자의 자존심을 걸고 연구하고 있다”면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으니 제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치열한 연구를 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新전원일기] 슈퍼컴 만지던 공학도 시골 친환경 멘토되다

    [新전원일기] 슈퍼컴 만지던 공학도 시골 친환경 멘토되다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하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위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열기를 더하는 차량 행렬, 바스러질 것 같은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비 한 방울, 바람 한 점 없는 들이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서울을 뒤로하고 세 시간 반을 달려 강원도 미시령을 넘었다. 맑은 하늘 아래 초록이 우거진 국도변의 수량 풍부한 강줄기들을 따라 달리다 만난 울산바위의 웅장함에 더위를 잊는다. 속초시 외곽을 돌아 대포항을 지나쳐, 물치항 앞에서 우회전해 천변을 따라 1㎞ 남짓 들어가니 강선리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휴가철 관광지로만 알고 있었던 그곳에 친환경 과수 농장이 있다 하여 찾아가는 길이었다. 양양군 친환경연구회 이경수(64) 회장이 운영하는 농장 ‘솔랜드 패밀리’는 시원스레 뻗은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산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 풍채 좋은 소나무가 많아서 ‘솔랜드’라고 이름 붙였다는 농장의 입구로 들어서니 피톤치드 향이 물씬 풍겨 나온다. 실내 마감재로 쓰인 편백나무향이란다. 2008년에 이곳으로 내려와 지은 집이라는데,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 새삼 나무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 환경 연구소장, 양양서 인생의 2막 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양양군에 터를 잡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전까지, 이 회장은 고향인 서울을 떠나서 살아 본 적이 없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해 슈퍼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전국 환경측정 전산망을 구축한 것이 인연이 돼 환경신기술개발연구소를 설립했다. 기업과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환경 연구와 더불어 국내산 측정 기구 및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했다. “연구에는 꽤 진척이 있었는데, 정기 성과 보고 논문에서 자기 표절 문제가 발생했어요. 저는 아니고 다른 분이 예전에 발표한 내용을 인용한 건데, 다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각주를 일일이 달지 못했던 거죠. 그때까지 쓴 연구비를 전액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지요.” 이미 사용한 연구비의 반환도 큰일이었지만 연구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대표인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일뿐만 아니라 그때까지의 삶의 방식에 대한 정리 역시 필요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서울 근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컸다. 마침 사회복지사이자 인체교정사(카이로프락터)로 오래 일해 온 아내 김영선(60)씨와 함께 봉사 활동을 다니며 알게 된 인연으로 양양군에 사 둔 야산이 있었다. 2000여평의 동산으로,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으면 못 갈 것도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처음 집터를 다질 때에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몇 년씩 봉사 활동을 와서 며칠씩 있다 가곤 했던 터라 다들 잘 아는 사이였는데도, 야산을 깎아 집을 짓는다고 하니까 마을에 피해가 갈 것이라면서 민원을 넣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런데 제가 명색이 환경 관련 일을 하던 사람인데, 주변에 피해 갈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우여곡절 끝에 집을 짓고, 농경용 미니 포크레인으로 직접 화전을 일구듯 주변 땅을 깎고 다져 밭을 일구었다. 평생 아스팔트만 밟고 살아온 터라 본격적인 농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내에게 필요한 약초나 심고 텃밭이나 일구자는 심산이었다. # 귀한 친환경 체리와의 우연한 만남 집 뒤의 동산에 오십 그루의 체리 묘목을 심게 된 것도, 조경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에서 집집마다 무상으로 나눠주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땅은 있고, 꽃이 피면 보기도 좋다고 해 다른 집보다 좀 많이 가져다 심었다. 이장님의 권유였다. 다른 농가에 비해 이 회장네 체리나무는 유독 잘 자랐다. 연구와 실험이 일상이었던 이 회장이 습관처럼 밤이면 책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부하고, 낮이면 직접 시연해 보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덕분이었다. 거기에 재미를 붙여 1000평의 땅을 따로 떼어 아예 체리 농장을 조성했다. 혼자 하는 공부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지만 주변에는 마땅히 물어볼 만한 곳이 없었다. 재배 농장을 수소문해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신통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일부 농민들은 동일 작물을 하겠다고 하면 자꾸 부정적으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달리했죠. 농협이나 국가기관에서 주관하는 강연이나 단기 코스의 교육을 통해 먼저 이론을 배웠어요. 강사로 오는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성을 가지고 접근하니까요. 안 된다는 판단은 내가 직접 해보고, 나 스스로 내리고 싶었거든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단체로 견학을 가기도 하고 농업을 연구하는, 특히 체리가 전문인 박사 부부를 집으로 초청해 농장을 둘러보게 하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차츰 눈을 뜨게 된 거죠. 친환경 농법을 알게 되었을 때 ‘당연히 이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바탕은 엔지니어지만 환경, 특히 오염 분야에 대해 연구를 했던 터라, 저는 거의 처음부터 친환경으로 시작을 했죠.” 현재 국산 체리는 전체 수요량의 7~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국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네 곳뿐인데, 강원도에서는 이 회장의 ‘솔랜드 패밀리’가 유일하다. 체리는 묘목을 식재하고 4년째부터 열매가 달리기 시작해 판매로 이어질 만큼의 수확량이 나오려면 5~6년은 기다려야 한다. 1000평 규모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00㎏을 수확해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판매로 8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내년부터는 수확량을 1~1.3t으로 늘려 2000만~2500만원의 소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국산 체리가 워낙 귀하다 보니 이마트 친환경과수팀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전량 수매를 원했지만 이 회장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양양군 친환경 농산물 장터(토요일마다 열리는)에도 내놔야 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찾는 고객들이 있어 전량 다 줄 수는 없었다. # 주변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하다 이 회장은 솔랜드 패밀리를 2000평 규모로 조성해 체리를 제외한 나머지 1000평에는 미니 사과와 감, 자두 등 과수를 심고, 지난해부터는 히카마(얌빈)이라는 열대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감자로도 불리는 히카마는 껍질이 바나나처럼 벗겨지는 뿌리채소로, 달콤하면서 마 맛도 나고, 콩 맛도 나고, 배 맛도 나는 등 사람에 따라 대여섯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2012년 미국 포춘지가 발표한 세계 20대 ‘슈퍼 푸드’ 중 하나로 고혈압, 당뇨, 변비,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요가 급격히 높아져 일부 농가에서 멕시코와 베트남 남부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후 농촌진흥청에서 직접 나서서 연구하고 보급했다. 이 회장도 2014년 양양군에서 최초로 시험 재배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그의 전문 분야인 연구와 실험이 진가를 발휘했다. 기본적 이론만 배워 와서 주변 환경에 맞는 재배법을 개발한 것이다. 올해는 400평의 땅에서 3t을 수확해 약 2000만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역시 이마트에서 전량 수매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를 군청의 농업기술센터에 보고하고 주변 농가에 보급하도록 권유했다. 그리고 먼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친환경연구회 회원 중 여섯 농가를 선별해 작목반을 구성하고, 베트남에서 직접 종자를 수입해 무상으로 보급했다. 재배 기술 일체를 전수한 것은 물론이고, 온라인으로도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작목반 커뮤니티(네이버 밴드)를 만들어 매일 재배일기를 나누고 있다. # 외지인이 정착해 지역사회를 이끌기까지 양양군은 바다를 끼고 있어 전통적으로 어업과 관광업이 발달했다. 농업은 열악했다. 바람이 세고 눈이 많이 내리며, 산짐승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심해 밭농사나 비닐하우스 재배도 어려웠다. 자연히 농민들의 관심도 부족해 선진농법 개발이 뒤떨어져 있었다. 그러한 지역에서 외지인인 그가 정착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군청 산하의 친환경연구회 회장직까지 맡아 지역 사회를 이끄는 것은 신규 작물을 개발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차별화해 기존 농가의 소득에 도움을 주고, 귀농·귀촌인들의 주소득원이 될 수 있도록 지역에 애착을 갖고 먼저 노력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양양군에도 귀농·귀촌 학교가 있습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뒤에 오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덜 겪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경험을 나누고 있죠. 제가 요약해서 남들 가르치는 일 하나는 자신 있으니까요.” 분야는 달라도 컴퓨터 기술이나 농업 기술이나 어느 정도 지나면 이후의 과정은 비슷해지는 듯하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체계적 교육 과정을 계속 밟다 보니 기본적인 베이스가 쌓이고, 자신만의 노하우들이 더해져 이제는 거꾸로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사이자 카이로프락터인 아내 김씨는 몸이 불편한 마을 어르신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달려 내려가 살펴드린다. 지역 사회에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농장 인근에 올해 귀농해 1대1 멘토를 해 주고 있는 분들의 농막이 있다고 해서 내려가 봤다. 농막의 주인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며 귀농 준비를 위해 주말 농장을 일구고 있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한국 농촌문제 연구로 이름이 높은 윤석원 중앙대 교수였다. 칼럼집 ‘쌀이 주권이다’의 저자이기도 한 윤 교수는 올봄, 정년을 3년 앞두고 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귀농했다. 그런 이가 스스로 초보 농민이라 지칭하는 이 회장의 멘티가 되어 그의 현장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었다. 부인들과 함께 농막에서 토종닭을 삶아 나누고, 텃밭의 수박을 쪼개 나누고, 서로의 친환경 작물들을 품평하며 농담을 주고받고 일상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양양군 농업의 미래, 나아가 한국 농업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뙤약볕이 밭을 건너 설악산 자락을 넘어가며 동쪽 바다로부터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고양이 활용 임상실험 생쥐 실험보다 도움 클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개·고양이 활용 임상실험 생쥐 실험보다 도움 클까

    신약 개발자나 생물학 연구자들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은 뭘까요. 바로 ‘쥐’입니다. 실제로 전 세계 동물실험의 97~99%가 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세계 동물실험 97% 이상 쥐 이용 가장 큰 이유는 쥐 한 마리 값이 2만~3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이한 유전자를 지니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는 수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쥐는 주로 시궁쥐로 불리는 집쥐(rat)와 생쥐(mouse)인데 쥐를 실험에 많이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입니다. 쥐는 한번에 5~10마리의 새끼를 낳고, 이들 2세가 다시 3세를 낳기까지 9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수백년에 걸쳐 이뤄져야 하는 후대에 대한 영향 실험을 1~2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임상실험에 쥐 대신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도 최근 ‘개나 고양이를 이용한 임상실험이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심층 분석을 내놨습니다. 일반적인 신약개발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쥐를 이용해 최초 신약 테스트를 한 뒤 원숭이 같은 대형 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하게 됩니다. 신약후보물질이 생쥐-대형동물-사람의 실험 과정을 거쳐 시장에 출시될 때까지 평균 16년 이상 걸리고 20억 달러(약 2조 2090억원) 정도의 연구비가 투입되는데도 약으로 만들어져 환자에게 도달하는 것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항암제의 경우 쥐에게 효과가 있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람에게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은 11% 정도에 불과합니다. 암을 금방이라도 정복할 것처럼 알려진 물질들이 수 없이 쏟아지다가도 대개 조용히 사라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을 임상실험에 쓰자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쥐보다 고양이나 개가 사람이 앓는 질병을 더 잘 드러낸다고 주장합니다. 인간과 똑같은 환경에서 살고 간혹 똑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질병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위한 신약과 의학기법까지 개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반려동물들은 사람과 비슷한 관절염, 근육퇴행위축증, 각종 암에 걸립니다. 고양이가 앓는 유방암 중 하나는 사람과 똑같은 유전자가 관여돼 있고 개가 앓는 골육종은 임상적으로나 유전적으로 사람과 거의 유사하다고 합니다. ●개·고양이 생애 길고 새끼 적어 단점 더군다나 수의과학의 비약적 발달로 신장이식은 물론 줄기세포치료까지 다양한 치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유전체 염기서열도 발표돼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이용하면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생쥐 실험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아이디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증명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대 간 나타날 수 있는 신약의 부작용을 알아보기에는 개나 고양이의 생애주기가 길고 낳을 수 있는 새끼가 많지 않아 충분한 연구를 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죠. 생명과학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에게서 추출해 배양한 세포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장기나 조직, 세포를 실험에 이용하는 동물대체시험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동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류가 현재 누리고 있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 생각만큼 쉽지 않은 문제 같습니다. edmondy@seoul.co.kr
  • ‘옥시 보고서 조작’ 호서대 교수 재판 내달 마무리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에 유리하게 실험보고서를 써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호서대 교수의 재판이 9월 초 마무리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12일 유모(61) 교수의 첫 공판에서 “다음달 6일 결심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달 29일과 다음달 5일 공판기일을 열고 증인신문을 한 뒤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옥시 연구소장 조모(52·구속기소)씨와 호서대 산학협력단 직원 강모씨, 옥시 사내변호사 김모씨를 비롯해 총 6명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유 교수 측은 앞선 공판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옥시 측으로부터 유리한 실험 결과가 나오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2011년 말 실험 공간의 창문을 열어둔 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유해성 실험을 하는 등 옥시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하고 자문료 및 진술서 작성 대가로 4천4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유 교수가 실제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연구비를 받아 쓴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연합뉴스
  • [열린세상] 당신이 지옥에 있다면/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당신이 지옥에 있다면/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신문을 펴기가 무서울 정도로 테러와 경제 위기로 세계가 위태로워지는 요즘 각종 사건에 러시아가 제법 많이 등장한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자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유럽연합(EU)이 약화되면 그 반대 세력인 러시아의 푸틴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터키의 쿠데타가 진압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음이 밝혀지면서 두 나라의 밀월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0여년간 유라시아의 패권을 두고 러시아와 겨루던 터키가 친러로 기운다면 유라시아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은 극도로 약화될 수 있다. 여기에 미 대선에 등장한 트럼프마저 러시아의 푸틴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이 모든 사건들의 주인공인 러시아는 정작 올해 초까지도 곧 망할 나라처럼 보도됐다. 석유값의 폭락으로 석유에 의존하던 러시아 경제는 극도로 악화됐고 EU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더해지면서 루블화는 순식간에 3배 이상 폭등했었다. 그리고 푸틴의 정적이었던 넴초프가 암살되는 등 러시아 정치도 혼란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서방의 우려와 달리 정작 러시아는 오히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얼마 전 소련의 붕괴라는 지옥 같은 상황을 이겨 낸 러시아 국민의 의연한 모습에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추운 시베리아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 나는 소련이 붕괴한 이후 참담했던 러시아의 혼란을 목도했다. 평생을 사회주의라는 틀에서만 살아왔던 러시아 사람들은 눈뜨고 러시아의 자본이 마피아와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지배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생필품이 부족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면서 결혼과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했고, 인재들의 해외 유출로 러시아의 국력은 심각하게 추락했다. 이런 혼란을 겪으면서도 러시아는 자포자기 대신 미래를 위한 전략 수립에 골몰했었다. 국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러시아과학원은 90년대 중반 예산이 대부분 삭감되면서 큰 곤란에 처했다. 그러자 각 연구소의 소장들이 모여서 배고픔의 괴로움은 잠시지만 젊은 학자가 사라지는 것은 과학의 멸종을 의미한다며 뜻을 모았다. 그리고 젊은 학자들을 위한 연구비를 만들어 필사적으로 학문의 맥을 잇고자 했다. 그 결과 당시 젊은 대학원생들은 지금 40대 중반의 중진이 돼서 러시아 과학의 세대를 잇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러시아가 흔들리지 않는 데에는 이러한 러시아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다. 얼마 전 영화 ‘내부자’에 나와서 유명해진 ‘지옥에 있다면 계속 전진하라’라는 금언이 있다. 이 어구는 2차대전 당시 히틀러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윈스턴 처칠의 담화로 잘못 알려졌는데, 원래는 아일랜드의 속담이다. 만약 당신이 지옥 길에 들었다면 악마에게 덜미를 붙잡혀 지옥으로 끌려가기 전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도망치라는 뜻이다. 2~3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도 지옥의 조선(헬조선)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옥 길에 들어섰을 뿐 아직 지옥에 빠진 것은 아니다. 적어도 90년대의 러시아나 지금의 시리아 같은 나라쯤 돼야 지옥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헬조선이라고 탄식하기보다는 우리의 미래와 후속 세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불평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미래를 향한 대안은 시기를 놓치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20년 후 현재의 자포자기한 상태의 젊은 세대가 별다른 대책 없이 사회의 중진이 된다면 우리의 지옥은 그때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모두 지옥 길로 접어드는 즈음에 우리가 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다면 우리에게 그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며, 그 길은 전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있음을 기억하자. 위대한 사람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이겨 내기 때문에 위대해지는 것이다. 멀리 러시아가 아니라 한국전쟁 후 한국을 보아도 그렇다. 전후 한국의 엄청난 교육열은 궁극적으로는 젊은 세대를 위한 미래에 대한 투자였다. 그리고 그 수혜를 받은 우리 기성세대들도 젊은 세대들을 대책 없이 ‘헬조선’으로 내보내기 전에 그들을 위한 미래 전략과 투자를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 두산연강재단 암 연구 지원…서울대병원에 1억원 전달

    두산연강재단은 연구비 1억원을 서울대학교병원에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두산연강재단이 지원한 연구비는 서울대병원 외과 장진영 교수의 ‘원위체절제술에서 자동 봉합기 종류에 따른 췌장루 발생에 관한 다기관 연구’와 교육인재개발실 이민재 교수, 내과 윤정환 교수 등 3명의 암 관련 연구에 쓰이게 된다. 두산연강재단은 2006년 서울대학교병원과 암 연구비 지원 관련 협약을 맺고 매년 1억원씩 지금까지 총 11억원을 지원해 왔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韓 33세 수학자, 화이자 신약 개발 동참

    韓 33세 수학자, 화이자 신약 개발 동참

    “수학 이용 건강한 삶 도와 기뻐” “수학을 이용해서 좀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가장 기쁘죠. 개인적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임상 데이터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김재경(33)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가 수학적 기법을 이용해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 신약 개발에 참여하게 됐다. 김 교수는 화이자가 개발하는 생체리듬 조절과 관련된 신약의 효과를 예측하고 검증하는 연구를 맡게 된다. 화이자는 김 교수의 연구를 위해 매년 6000만원씩 3년 동안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2013년 미국 미시건대 박사과정을 밟던 김 교수는 화이자의 생체리듬 관련 신약의 효과를 예측하는 소규모 연구를 맡았다. 한 달에 200만원씩 받고 4개월간 동물실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는 시간의 변화에 따른 변수의 변화량을 계산하는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약물이 체내에 투입됐을 때의 몸속 변화를 추정했다. 그렇게 얻은 결과는 그해 약리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약리학과 시스템 약리학’에 실렸다. 김 교수는 “생체시계에 영향을 미치는 신약은 약을 먹는 시간이나 계절에 따라 약효가 변할 수 있어 개발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젊은 수학자에게 화이자는 ‘할 수 있으면 해보라’란 생각으로 맡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가족의 생활비를 확보하기 위해서 내게는 꼭 필요했던 연구였다”며 웃었다. 화이자는 지난해 카이스트로 부임한 김 교수에게 ‘오는 10월부터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가는데 수리 모델링을 활용한 연구를 함께할 수 있느냐’며 접촉해 왔다. 임상 3상은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증 단계다. 여기서 김 교수는 임상시험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신약 효과를 수학 모델링 기법으로 검증하게 된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에 따라 협력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국내에서 얻기 힘든 정보라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투명 망토·웨어러블 로봇… 군복의 진화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투명 망토·웨어러블 로봇… 군복의 진화

    군복은 인류 역사에서 인종·국가를 막론한 집단 전투·싸움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발전해 왔다. 특히 전투복은 단순히 군인의 신분을 드러내는 유니폼 성격이 아닌, 적에게 최대한 적게 노출되는 동시에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도구로 인식된다. 시기와 장소, 지형과 기후에 따라 군복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이 때문에 군복은 인류의 오랜 전쟁과 군대의 역사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군복 역시 진화했고, 이제 단순한 ‘군복이 아닌 과학’을 입고 전투에 나서는 시대가 도래했다. 때로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때로는 평화를 위해 투입되는 세계 각국의 군대가 활동하는 한 ‘영원히’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군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알렉산더 보병’은 청동 갑옷… 19세기엔 위장복 군인이라면 전투 시 군복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에 언급했듯 군복은 지형과 기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해 왔다. 예컨대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병사들은 사막 지형을 걸어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군복은 입을 필요가 없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근접 전투에 필요한 칼과 방패가 전부였으며, 거추장스러운 의복은 벗어던지는 것이 승전율을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됐다. 그런가 하면 기원전 300년 알렉산더 대왕의 보병은 화려한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번쩍이는 청동보호구로 가슴을 보호하는 군복을 입었다. 이렇게 화려한 군복은 수많은 장병이 합세한 대규모 전투 속에서 적군과 아군을 명확하게 식별하는 동시에 군대와 군인의 용맹스러움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현재와 같은 위장술이 등장한 것은 1800년대 중반이다. 1400년대부터 화려한 군복을 고집해 오던 영국군은 흰색 군복이 적 저격병의 쉬운 표적이 되자 고육지책으로 흰 군복에 흙먼지를 마구 묻혀 위장했다. 이것이 현재 ‘군복 색깔’로 대변되는 카키색의 시작이다. 카키색은 탁한 황갈색을 뜻하며, 페르시아어로 흙먼지의 뜻인 ‘카크’(khak)에서 파생된 힌디어 ‘카키’(khaki)에서 유래했다. 위장의 시작과 함께 군복은 ‘실용노선’을 걷게 된다. 특히 창과 쇠몽둥이로 근접 전투를 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근대에 들어서는 총이나 화약 등 휴대 무기를 통한 원거리 전투가 가능해지면서 적과 아군을 혼동할 위험이 줄어든 데다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기능성이 강화된 현대의 군복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군복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연구소는 미 육군의 의뢰를 받아 무거운 방탄조끼를 걸치지 않아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거미줄 소재의 방탄복 개발에 성공했다. 일명 ‘드래건 실크’라 불리는 이것은 인장 강도가 높고 탄성이 매우 좋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직물 중 가장 강한 직물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이용하면 군용 속옷과 장갑 및 방탄 기능을 갖춘 군복 생산이 가능하다. 미래 군복의 ‘끝판왕’ 중 하나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슈트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이것은 인체에 착용해 근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로봇으로 분류되긴 하나 아이언맨 슈트는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군인의 생명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군복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다. ●美, 팔·다리·몸통 입는 로봇으로 하루 7t 운반 미국은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군복, 즉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위해 2001년부터 5년간 연구비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현지의 한 군수업체는 무려 15년 전인 2001년 군인의 팔과 다리, 몸통을 감싸는 외골격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하루 평균 7000㎏에 달하는 군수품을 운반할 수 있는 로봇이 실전 투입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일본 로봇 구라타스는 인간 탑승·원격 조종 가능 실제 아이언맨 슈트와 가장 유사한 웨어러블 로봇은 일본이 개발한 ‘구라타스’다. 세계 최초의 인간 탑승형 거대 로봇인 구라타스는 내부 좌석에 인간 조종사가 앉도록 고안돼 있으며, 스마트 기기로 연결해 사용자가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미래의 군인이 작은 총탄은 거뜬히 막아낼 뿐만 아니라 거대하고 단단하며 똑똑하기까지한 강철 군복을 입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英은 입으면 안 보이는 군복 5년 뒤 실전 활용 영국 육군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투명 망토와 유사한 위장재의 야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위장재를 이용한 군복을 입으면 군인이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적외선·열추적 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다. 오징어나 문어 등 바다생물이 포식자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몸체 색을 바꾸는 모습에서 착안한 이 기술은, 주변 색상을 탐지한 뒤 수천 개의 감광전지 및 감열성 색소를 이용해 물질의 표면을 주변색과 같게 바꾸는 원리다. 올해 초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일명 ‘스텔스 군복’은 향후 5년 동안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전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평화 유지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서 군인은 그 어떤 무기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강력한 전력(戰力)이다. 또 군인에게 군복, 특히 전투복은 생명과도 직결된 무기의 일종이다. 미래에는 더 많은 군인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군복 개발의 연구와 투자가 강한 군대의 비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huimin0217@seoul.co.kr
  • 뇌 오류 고칠 표준설계도 만든 셈…알츠하이머·파킨슨병 정복 ‘성큼’

    뇌 오류 고칠 표준설계도 만든 셈…알츠하이머·파킨슨병 정복 ‘성큼’

    fMRI 영상 활용·알고리즘 적용 기존 뇌지도 비해 두배 이상 정밀 새로운 형태 AI개발 큰 도움 기대 여전히 인류가 개척해야 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두뇌 연구가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공동연구진이 180개 영역으로 이뤄진 인간의 대뇌피질 지도를 완성한 것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향후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종의 표준설계도를 작성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뇌의 겉표면 부위인 대뇌피질은 감각과 언어, 사고, 인지, 행동 등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사실상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부위인 셈이다. 이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뇌전증, 뇌성마비, 치매, 뇌경색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많은 연구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뇌피질의 영역별 역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뇌피질의 역할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능별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위해 세밀하고 정교한 뇌지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컴퓨터 서버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네트워크 지도를 보고 복구 계획을 세우고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회로도를 보고 고치는 것처럼 정밀한 뇌지도는 뇌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류를 고칠 수 있는 일종의 ‘표준 설계도’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지금은 항우울제 같은 약물이나 뇌자극으로 치료를 시도하지만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밀한 뇌지도가 있으면 우울증 환자 뇌의 어떤 부위가 이상이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해당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든가 줄기세포를 삽입하는 등의 치료를 통해 완치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자폐증, 조현병, 우울증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법 대부분이 뇌지도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정밀한 뇌지도는 기존의 딥러닝 같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발전에도 도움을 줘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AI)과 로봇시스템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뇌지도 작성 연구에 뛰어든 상태다. EU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가 중심이 된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까지 1조 8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쥐와 사람의 뇌 구조 및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한다는 연구목표를 세웠다. 이웃 일본에서는 2014년 게이오대와 도쿄대, 이화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영장류인 비단원숭이의 뇌영상 확보 및 뇌지도를 그리는 ‘브레인·마인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한국뇌연구원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특정 기능에 특화된 뇌지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일 네이처지에 발표된 뇌지도는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기존 뇌지도에 비해 두 배 이상 정밀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뇌의 크기와 형태 등 개인차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없애고 정확한 뇌지도를 만들기 위해 불명확한 이미지 데이터를 제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함으로써 표준 뇌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데이비드 반 에센 워싱턴대 교수는 “이번에 구축한 대뇌피질 영역 뇌지도의 일부 영역은 더 세분화되거나 다른 영역에 속한 부분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대뇌피질 지도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종철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국제공동연구진이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뇌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는 활용하지 않았던 뇌 표면의 얇은 막인 미엘린 함량과 뇌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의 fMRI 영상을 종합적으로 활용했고 개인차를 줄일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 책임연구원은 “네이처에 발표된 뇌지도가 대뇌피질 전체를 다루고 있다면 현재 한국뇌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이뤄지는 연구는 감각의 융합이나 판단과 같은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부위의 뇌지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뇌지도가 우리나라를 ‘시’나 ‘도’ 크기로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뇌지도는 골목길까지 자세히 나와 있는 지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대뇌피질 180곳 ‘뇌지도’ 완성…뇌·정신질환 치료에 새 전기

    사람의 오감(五感)과 운동 기능은 물론 언어와 판단 같은 고차원 사고 기능까지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구조와 기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세한 뇌지도가 나왔다. 특히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뇌 부위가 밝혀짐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물론 자폐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도 큰 진전을 이룰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미네소타대, 영국 옥스퍼드대, 임페리얼칼리지, 네덜란드 라드바우트대 의대 연구자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수년의 연구 끝에 그동안 기능이 확인되지 않았던 대뇌피질 97개 영역의 기능을 규명, 기존 83개 영역에 더해 모두 180개 영역으로 이뤄진 대뇌피질 뇌지도를 완성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지원하는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HCP)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20일자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210명의 건강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을 이용해 뇌가 쉬고 있을 때와 활발히 움직일 때를 찍어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 대뇌피질의 두께, 대뇌 표면을 얇게 둘러싸고 있는 막 형태의 미엘린의 함량도 분석했다. 이런 데이터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대뇌피질이 180개 영역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히 83개 영역은 이미 기능들이 알려졌던 것들이지만 97개 영역은 기존 뇌지도에는 나오지 않았던 ‘미지의 공간’이었다. 데이비드 반 에센 워싱턴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뇌연구가 성능이 좋지 않은 망원경으로 겨우 하늘을 바라본 것이라면 이번 연구는 우수한 광학기술을 확보해 우주를 관찰하게 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뇌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각각의 영역이 뇌 관련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NIH가 3850만 달러(약 432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HCP는 2009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뇌를 구성한 다양한 영역의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 HCP의 핵심 목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아이언맨 수트, 투명망토…군복이 과학을 만나면

    [송혜민의 월드why] 아이언맨 수트, 투명망토…군복이 과학을 만나면

    군복은 인류 역사에서 인종‧국가를 막론한 집단 전투와 싸움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며 발전해왔다. 특히 전투복은 단순히 군인의 신분을 드러내는 유니폼의 성격이 아닌, 적에게 최대한 적게 노출되는 동시에 전투력을 향상시키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도구로 인식된다. 시기와 장소, 지형과 기후에 따라 군복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 때문에 군복은 인류의 오랜 전쟁과 군대의 역사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군복 역시 진화했고, 이제 단순한 ‘군복이 아닌 과학’을 입고 전투에 나서는 시대가 도래했다. 때로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때로는 평화를 위해 투입되는 세계 각국의 군대가 활동하는 한 ‘영원히’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군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군복이 필요치 않았던 군대, 드레스보다 화려했던 군복 군인이라면 전투 시 군복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에 언급했듯 군복은 지형과 기후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 해 왔다. 예컨대 기원전 2500년, 수메르의 병사들은 사막지형을 걸어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운 군복은 입을 필요가 없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근접 전투에 필요한 칼과 방패가 전부였으며, 거추장스러운 의복은 벗어던지는 것이 승전률을 높이는데 훨씬 도움이 됐다. 그런가 하면 기원전 300년 알렉산더 대왕의 보병은 화려한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번쩍이는 청동보호구로 가슴을 보호하는 군복을 입었다. 이렇게 화려한 군복은 수많은 장병이 합세한 대규모 전투 속에서 적군과 아군을 명확하게 식별하는 동시에 군대와 군인의 용맹스러움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현재와 같은 위장술이 등장한 것은 1800년대 중반이다. 1400년대부터 화려한 군복을 고집해 오던 영국군은 흰색 군복이 적의 저격병의 쉬운 표적이 되자, 고육지책으로 흰 군복에 흙먼지를 마구 묻혀 위장했다. 이것이 현재 ‘군복 색깔’로 대변되는 카키색의 시작이다. 카키색은 탁한 황갈색을 뜻하며, 페르시아어의 흙먼지의 뜻인 ‘khak’에서 파생된 힌두어 ‘khaki’에서 유래했다. 위장의 시작과 함께 군복은 ‘실용노선’을 걷게 된다. 특히 창과 쇠몽둥이로 근접전투를 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근대에 들어서는 총이나 화약 등 휴대 무기를 통한 원거리 전투가 가능해지면서 적과 아군을 혼동할 위험이 줄어든데다,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기능성이 강화된 현대의 군복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속 아이언맨 수트와 투명망토의 현실화, 코앞으로 현대의 전투복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연구소는 미 육군의 의뢰를 받아 무거운 방탄조끼를 걸치지 않아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거미줄 소재의 방탄복 개발에 성공했다. 일명 ‘드래곤 실크’라 불리는 이것은 인장 강도가 높고 탄성이 매우 좋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직물 중 가장 강한 직물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이용하면 군용 속옷과 장갑 및 방탄 기능을 갖춘 군복 생산이 가능하다. IT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은 그야말로 ‘맞춤형 군복’의 생산을 가능케 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한 벤처기업은 8대의 3D카메라를 통해 인체를 스캐닝하고, 이 데이터를 이용해 인체에 꼭 맞는 옷을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군복 제작에도 적용됐고, 이미 미군 육군은 약 4만 벌에 달하는 군복 및 군용 의류를 이 기술로 찍어냈다. 미래 군복의 ‘끝판왕’ 중 하나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수트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이것은 인체에 착용해 근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로봇으로 분류되긴 하나 아이언맨 수트는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군인의 생명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군복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 않다. 미국은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군복, 즉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위해 2001년부터 5년간 연구비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현지의 한 군수업체는 무려 15년 전인 2001년 군인의 팔과 다리, 몸통을 감싸는 외골격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에는 하루 평균 7000㎏에 달하는 군수품을 운반할 수 있는 로봇이 실전 투입 준비를 모두 마쳤다. 실제 아이언맨 수트와 가장 유사한 웨어러블 로봇은 일본이 개발한 ‘구라타스’(Kuratas)다. 세계 최초의 인간 탑승형 거대 로봇인 구라타스는 내부 좌석에 인간 조종사가 앉도록 고안돼 있으며, 스마트 기기로 연결해 사용자가 외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미래의 군인이 작은 총탄은 거뜬히 막아낼 뿐만 아니라 거대하고 단단하며 똑똑하기까지 한 강철 군복을 입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영국 육군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투명 망토와 유사한 위장재의 야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위장재를 이용한 군복을 입으면 군인이 시야에서 사라지거나 적외선‧열추적 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도 있다. 오징어나 문어 등 바다생물이 포식자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몸체 색을 바꾸는 모습에서 착안한 이 기술은, 주변 색상을 탐지한 뒤 수천 개의 감광전지 및 감열성 색소를 이용해 물질의 표면을 주변색과 같게 바꾸는 원리다. 올해 초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일명 ‘스텔스 군복’은 향후 5년 동안 추가 연구를 통해 실전 배치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평화 유지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서 군인은 그 어떤 무기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강력한 전력(戰力)이다. 또 군인에게 있어 군복, 특히 전투복은 생명과도 직결된 무기의 일종이다. 미래에는 더 많은 군인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군복 개발의 연구와 투자가 강한 군대의 비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대, 연구관리 ‘비위 근절’ 위해 관리체계 대폭 개선

    서울대, 연구관리 ‘비위 근절’ 위해 관리체계 대폭 개선

    최근 서울대 안에서 교수 및 직원의 연구비 횡령, 연구윤리 위반 등 비위행위가 잇따르자 서울대가 연구관리 체계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서울대 연구처와 산학협력단은 17일 “최근 감사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을 갖춘 감사 전문위원 2명을 채용해 ‘연구관리체계혁신추진단’(추진단)을 구성했다”면서 오는 18일 1차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유충흔(59) 전 감사원 사무차장, 한난영(40) 전문위원 등 외부 인사와 연구처·산학협력단 소속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위원들로 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유 전 차장은 감사원 제1사무차장과 제2사무차장을 지냈고, 영국계 에너지회사인 AMEC Partners Korea 사장,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 전문위원 역시 SK인포섹,지티플러스 등에서 근무한 보안관제 운용 업무 전문가다. 추진단은 유 전 차장과 현재 산학협력단 정책부단장이 공동단장을 맡고, 연구처·산학협력단 소속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위원 10명이 소속된다. 추진단은 연구 업무 전반을 심층 진단해 연구관리 및 체계 강화 방안을 끌어낸다. 1년 안에 산학협력단 조직 진단 및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구 집행 전반도 모니터링해 문제 발생을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또 다음달부터 기존 연구행정통합관리시스템(OSOS)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인 ‘SRnD’를 사용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이 이 시스템에서 연구 과제 상황과 연구비, 연구성과물 등 연구 관련 자료를 학교와 공유한다. 서울대의 이런 조치들은 최근 연구비 횡령 등 교수, 직원들의 비위가 잇따르자 연구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성낙인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환경대학원 부속연구소 직원 A씨는 수년간 연구자금 3억여원을 빼돌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앞으로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연구 투명성을 제고하고,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날아다니는 미생물 비만을 전염시킨다?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날아다니는 미생물 비만을 전염시킨다?

    미생물은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 이하의 크기인 미세한 생물을 뜻한다. 주로 단일세포 또는 균사로 몸을 이루는데, ‘생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장하고 분열하며 생육하는 살아 있는 존재다. 우리 몸 안에는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약 100조개 이상, 4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의 미생물은 인체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미생물의 다양한 역사와 쓰임새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생물을 향한 인류의 탐구, 어디까지 왔을까? ●비만 치료 ‘효자’로 떠오른 미생물 미생물은 크게 인체 내부, 특히 장(腸)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과 바다나 숲 등 쉽게 접하는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 미생물로 나눌 수 있다. 과학계는 오래전부터 장내 미생물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질병 예방·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최근 미생물이 ‘효자’로 떠오른 분야는 다름 아닌 ‘비만’이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입증된 것은 이미 10여년 전이다. 이후 세계 각국 연구진은 비만과 미생물 간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는데,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비만인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날씬한 쥐에게 주입한 결과 마른 쥐가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장내 세균은 후벽균(피르미쿠테스·)과 의간균(박테로이테데스)으로 분류한다. 이들 두 세균은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하는데, 이 균형이 깨질 경우 비만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벽균의 경우 비만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어 ‘비만 세균’이라고 부르는 반면 의간균은 비만을 막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 후벽균이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했지만, 체중 감량 52주 후에는 후벽균이 70%대로 떨어지고 거의 없던 의간균 비율이 20%까지 증가한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러한 장내 미생물 중 일부가 일종의 홀씨를 생성해 공기 중에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만이 ‘전염’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이 쏠린 바 있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영국의 ‘웰컴 신탁 생거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내 세균을 통해 비만뿐만 아니라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의 질병이 전이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현재 세계 학계에는 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 왔던 자폐증이나 우울증 역시 장에서 발생한 신경독소 물질이 뇌까지 이동하면서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강한 생명력… 화성탐사선 동행 계획도 미생물은 인체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혹은 생명이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과학계는 미생물이 현존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왔는데, 지난 5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미국지질조사소(USGS), 버지니아해양과학원(VIMS)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하수와 호수 녹조현상 간 상호작용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호수에 질소화합물이 다량 유입되면 녹조현상이 유발되고 수질이 떨어지면서 물고기 등 수중생물이 폐사하거나 독소가 생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호수로 질소가 유입되는 경로 중 하나가 지하수의 유입과 배출이며, 이때 미생물이 지하수가 포함한 해로운 형태의 질소를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 주거나 해로운 질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는 미생물이 세계 곳곳의 수질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생물은 우주 환경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부 미생물은 생명체가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며, 화성의 추운 기후와 낮은 중력, 그리고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러한 미생물은 지구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미생물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의 화성 탐사선에 특정 미생물을 ‘동행’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일부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미래의 화성 유인탐사 미션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美, 미생물 연구에 2년간 1390억 쏟아 미생물에 쏟아지는 관심을 입증하듯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임기 마지막 과학 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생물이 인간을 비롯해 소나 돼지 등 가축, 더 나아가 우주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 사업에는 2년간 무려 1억 2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90억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된다. 한국도 세계적인 연구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단체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4년이 돼서야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나섰고, 관련 분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연간 4억원을,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각각 10억원, 4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투자액이 점차 늘고 있긴 하나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 분석은 장내 세균과 건강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미생물의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혜택’을 입을 수 있길 희망한다. huimin0217@seoul.co.kr
  • ‘옥시 보고서 조작’ 호서대 교수 법정서 혐의 전면 부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하게 실험보고서를 써주고 대가를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호서대 교수가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유모(61) 호서대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피고인은 학자로서 또 독성학회 권위자로서, 부정청탁을 받고 허위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할 양심 불량 학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옥시에서 별도로 받은 돈은 정상적인 자문료라며 “실험 결과를 짜 맞춰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게 절대 아니다”고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유 교수는 2011년 말 실험 공간의 창문을 열어놓은 채 PHMG 유해성 실험을 하는 등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하고, 자문료와 진술서 작성 대가로 44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연구비를 받아 쓴 혐의도 적용됐다. 변호인은 적용 혐의에 대해선 “배임수재는 부정청탁이 매개돼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어떤 부정청탁이 누구로부터 어떤 방법으로 있었다는 것인지 공소장으로 알 수 없다”면서 “묵시적으로 그런 청탁을 받았다는 건데 그런 정도만으로 피고인이 부정청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 측은 실제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연구비를 받아 쓴 혐의도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취득한 게 아닌 만큼 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들을 실제 참여한 것처럼 등록하고 인건비를 받은 건 대학에서 관행처럼 용인돼온 것”이라고 말하며 개인적으로 취득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연구용역비로 다른 연구용 장비를 구매한 부분도 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옥시 측에서 유 교수에게 부정청탁을 했는지와 자문료의 성격, 사기 범행의 고의 여부 등을 핵심 쟁점으로 정리하고 이날 공판준비 절차를 마쳤다. 첫 정식 재판은 다음달 12일에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비만 치료부터 우주 정착까지…미생물 활용백서

    [송혜민의 월드why] 비만 치료부터 우주 정착까지…미생물 활용백서

    미생물은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어선 0.1㎜ 이하의 크기인 미세한 생물을 뜻한다. 주로 단일세포 또는 균사로 몸을 이루는데, ‘생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장하고 분열하며 생육하는 살아있는 존재다. 우리 몸 안에는 세포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약 100조 개 이상, 4000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의 미생물을 인체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미생물의 다양한 역사와 쓰임새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생물을 향한 인류의 탐구, 어디까지 왔을까? ◆미생물 활용법-인체편 미생물은 크게 인체 내부, 특히 장(腸)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과 바다나 숲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 미생물로 나눌 수 있다. 과학계는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있어 장내 미생물이 생명유지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질병 예방·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왔다. 최근 미생물이 ‘효자’로 떠오른 분야는 다름 아닌 ‘비만’이다. 장내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비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 입증된 것은 이미 10여 년 전이다. 이후 세계 각국 연구진은 비만과 미생물간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는데, 2006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은 비만인 쥐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을 날씬한 쥐에게 주입한 결과 마른 쥐가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장내 세균은 후벽균(피르미쿠테스·Firmicutes)과 의간균(박테로이데스·Bacteroidetes)으로 분류한다. 이들 두 세균은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하는데, 이 균형이 깨질 경우 비만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후벽균의 경우 비만을 유도하는 성질이 있어 ‘비만 세균’이라고 부르는 반면, 의간균은 비만을 막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장내 후벽균이 장내 세균의 90%를 차지했지만, 체중 감량 52주 후에는 후벽균이 70%대로 떨어지고 거의 없던 의간균 비율이 20%까지 증가한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러한 장내 미생물 중 일부가 일종의 홀씨를 생성해 공기 중에 생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만이 ‘전염’될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과학 저널 네이처에 소개된 영국의 ‘웰컴 신탁 생거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공중을 ‘날아다니는’ 장내 세균을 통해 비만뿐만 아니라 대장염이나 크론병 등의 질병이 전이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현재 세계 학계에는 뇌의 영역이라고 치부해왔던 자폐증이나 우울증 역시 장에서 발생한 신경독소 물질이 뇌까지 이동하면서 유발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미생물 활용법-환경편 미생물은 인체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혹은 생명이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한다. 과학계는 미생물이 현존하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왔는데, 지난 5월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미국지질조사소(USGS), 버지니아해양과학원(VIMS) 연구진과 공동으로 지하수와 호수 녹조현상 간 상호작용에 미생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호수에 질소화합물이 다량 유입되면 녹조현상이 유발되고 수질이 떨어지면서 물고기 등 수중생물이 폐사하거나 독소가 생산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호수로 질소가 유입되는 경로 중 하나가 지하수의 유입과 배출이며, 이때 미생물이 지하수가 포함한 해로운 형태의 질소를 무해한 질소로 변환시켜주거나 해로운 질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학계는 미생물이 세계 곳곳의 수질 생태계를 파괴하는 녹조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생물은 우주 환경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부 미생물은 생명체가 절대 살 수 없을 것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며, 화성의 추운 기후와 낮은 중력, 그리고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이러한 미생물은 지구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이런 미생물의 특성을 이용해 미래의 화성 탐사선에 특정 미생물을 ‘동행’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NASA는 강한 생명력을 가진 일부 미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것이 미래의 화성 유인탐사 미션에서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생물 연구에 쏟아지는 관심과 투자 미생물에 쏟아지는 관심을 입증하듯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임기 마지막 과학프로젝트로 ‘국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미생물군집)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미생물이 인간을 비롯해 소나 돼지 등 가축, 더 나아가 우주인에게까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이 사업에는 2년간 무려 1억 2100만 달러, 한화로 약 139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투입된다. 한국도 세계적인 연구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민간단체의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4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나섰고, 관련 분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부터 연간 4억 원을, 미래창조과학부과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각각 10억 원, 4억 9000만원을 투입했다. 투자액이 점차 늘고 있긴 하나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장내 미생물 분석은 장내 세균과 건강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떠올랐다. 미생물의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인류의 더 나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혜택’을 입을 수 있길 희망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5개 권역별 방위산업 육성… 경북, 국방 ICT 메카로 뜬다

    5개 권역별 방위산업 육성… 경북, 국방 ICT 메카로 뜬다

    한국전쟁 당시 국토 수호의 최후 보루였던 경북이 우리나라 첨단 방위산업의 메카로 육성된다. 국내 최대 국방산업도시인 구미를 중심으로 경북도 내 국방·군수자원과 첨단산업을 묶어 전국을 대표하는 방위산업도시로 키우기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경북도는 2024년까지 김천과 구미, 영천 등지의 국방산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국방 ICT 생태계’를 조성해 방위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국비 등 총 7280억원이 투입된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과학기술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국방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 모두 22개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용역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등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산·학·연·관 전문가 그룹 세미나 개최, 문헌 등 다양한 연구도 병행했다. 국방 ICT는 전 세계적 블루오션으로,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가 2조 9054억 달러에 이르는 등 고성장 중이다. 미국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국방산업을 단순한 자국 방어 목적에서 탈피, 글로벌 경쟁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국방 ICT의 대표적 사업으로는 미사일, 어뢰 등 유도무기 개발 등이 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ICT 최강국임에도 불구, 국방 ICT 세계시장 점유율이 0.3%인 10조 340억원에 머문다. 국내 국방 ICT 관련 방산기업의 경쟁력도 세계 선진국 수준에서 한참 뒤떨어졌다. 선진국 대비 제품 경쟁력은 88%, 기업 경쟁력은 77% 수준에 그친다. 반면 최근 들어 국내 방위산업 수출은 연평균 증가율(2008~2012년)이 26.7%로 비약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그만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우리 정부는 ICT와 국방 업무를 융합한 창조국방 실현에 나섰으며, ICT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방의 특화 기술을 민간 영역으로 확대하고 수출길도 터 줄 계획이다. 경북도도 이에 발맞춰 국방 ICT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것이다. 도는 사업의 시급성과 산업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 5개 권역(김천·구미·영천·문경·포항)별 과제를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 권역별 추진 과제를 보면 김천권에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6년에 걸쳐 국방전투체계 환경시험인증센터가 구축된다. 세부사업은 드론 등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 따른 시험평가 기능을 갖추고 ▲전투장비의 환경부하시험 ▲저수지를 활용한 해상 무인 전투체계 검증 ▲지역 대학과 연계한 국방 ICT 특화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추진한다. 사업비는 600억원이다. 특히 혁신도시 조성과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자랑하는 김천권에 환경시험인증센터가 구축되면 방위산업체인 LIG 넥스원의 김천 제2공장 건립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분원 이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IG 넥스원은 김천시 어모면 구례리 일대 터 21만여㎡에 1421억원을 투입해 로켓용 엔진 및 발사체, 유도탄 등 첨단 방위산업 제품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제2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LIG 넥스원은 2010년부터 김천 남면 16만㎡ 규모의 부지에서 무기체계 개발 및 양산체제를 갖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밀유도무기, 감시정찰, 지휘통제, 통신 등 방위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제품을 개발·생산 중이다. LIG 넥스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와 함께 글로벌 100대 방산기업에 속한다. 국내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이자 유도무기·탄약 분야의 최대 생산기지인 구미권에는 2021년까지 900억원을 투입해 국방 ICT 스마트기기 산업 기반이 조성된다. 국방 스마트 기술 개발 거점센터 구축, 전투용 바이오센서 및 생화학무기용 화생방 감지센서 등 국방 스마트 센서 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 전자 전투복 및 스마트 방탄 헬멧 등 장기 운용을 위한 스마트 배터리 개발, 지역 산·학·연·관을 연계한 국방 스마트기기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 금오공대 ICT융합특성화연구센터는 이미 구미 지역 방산업체들과 협력해 ICT 융합 신기술, 신제품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구미종합비즈니스지원센터 회의실에서 국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무기체계 개조 개발 및 국방벤처 지원, 해외 방산시장 정보 제공 등의 설명회를 가졌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우리나라 유도무기의 60%와 탄약 40%를 생산하는 LIG 넥스원과 한화탈레스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 260여개가 밀집돼 있다. 육군 제2탄약창이 있는 영천권에서는 폐화약 재활용을 위한 산업용 나노다이아몬드 제조 기술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매년 500t씩 발생하는 폐화약을 소재산업화하기 위해서다. 나노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경우 국방, 의료, 전자, 기계, 자동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2021년까지 300억원이 투자된다. 연간 450억원의 수입 대체효과와 제조 비용 절감 등 산업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폐화약의 자원화로 국민의 신뢰성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엔 폐화약이 많아 국제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2025년 세계시장 10% 점유가 예상된다. 아울러 향후 남북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엄청난 폐화약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도 확보하게 된다. 도는 이를 위해 군부대 폐화약의 민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관계 부처와 국회 등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폐화약의 재활용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천에는 육군 제3사관학교를 비롯해 1117 야전공병단, 3보급창, 21항공단, 50사단 소속 2대대 및 122연대, 국내 첫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와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 등 각종 군사시설이 있다. 지난해 세계군인체육대회가 개최됐던 문경권에는 ICT 융복합 스포츠산업이 육성된다. ICT 스포츠 장비를 활용한 가상 스포츠 체험 및 훈련시설 구축과 홀로그램을 활용한 레포츠 레슨, ICT 재활장비를 활용한 부상 선수 재활 프로그램 운영 등의 사업이 추진된다. 2020년까지 350억원이 지원된다. 문경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주경기장이었던 국군체육부대가, 인근 강원도 태백과 충북 진천에는 각각 국가대표 선수촌이 있다. 특히 국군체육부대는 축구·야구·육상·수영 등 각 종목에서 국제 규격의 경기장을 20곳 이상 갖추고 있다. 도는 이들 지역과 협력, 삼각축으로 묶어 ‘국가 스포츠산업 밸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문경은 스포츠 용품 및 장치 집적단지로, 태백은 스포츠 관광단지로, 진천은 스포츠 웰니스 집적단지로 특화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도는 이를 위해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정책 연구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에 의뢰해 타당성 용역을 추진 중이며,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 시티’ 조성 사업도 유치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포항권에선 2024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첨단 레이더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 세계 최고 수준 공과대학인 포스텍이 공동 참여한다. 분야는 한국형전투기 사업의 핵심 기술인 첨단 레이더 신호처리 기술 개발과 고급 전문 인력 양성 등이다. 이 사업은 방위사업청의 공모 사업이며, 사업자 선정 시 6년간 최대 1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도는 국방 ICT 생태계 조성 사업을 통해 관련 산업이 경북 지역에 집적될 경우 산·학·연은 물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군수사령부 등 국방 관련 기관, 국내외 우수 정보·연구 인력들과도 연계돼 차세대 국방산업의 메카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국방 ICT 사업은 진입이 매우 어려운 분야이지만 한번 진입하면 계약이 굉장히 오래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며 “우선 2024년까지 신규 창업 200개 사, 고용 창출 6000명, 매출 증대 30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생큐! 알파고… 내년 AI 연구비 80% 늘어난 1656억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에는 올해보다 0.4% 증가한 12조 9149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내년도 투자는 80% 이상 증액됐다. 정부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장무 위원장 주재로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7년도 정부 R&D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 확정했다. 이번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난 3월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글의 알파고 덕분에 주목받기 시작한 AI 분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올해는 관련 예산이 919억원이었지만 내년은 이보다 80.2%가 늘어난 1656억원이 AI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AI와 로봇, ICT 유망 융합기술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각각 100억원과 146억원을 투입해 지능정보-로봇 융합서비스와 AI 융합 로봇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구본무 LG 회장의 22년간 ‘대학생 사랑’

    구본무 LG 회장의 22년간 ‘대학생 사랑’

    ‘회장님이 쏜다.’ 구본무 LG 회장이 29일 LG의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에 참석해 35개팀을 이뤄 참여한 대학생 140명 전원에게 LG전자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LG G5’와 연동 기기인 카메라 모듈 ‘캠플러스’를 선물했다. 출고가를 합치면 90만원이 훌쩍 넘는 ‘통 큰 선물’을 했다. 구 회장은 발대식에서 “대학생활 중 해외 탐방 활동이 인생에 큰 의미와 추억이 될 것”이라면서 “열정적으로 탐방 내용과 추억을 많이 담아 오라는 뜻에서 선물한다”고 격려했다. 구 회장이 이날까지 22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G5 깜짝 선물’보다 더 이례적인 일이다. ‘LG글로벌챌린저’는 구 회장이 취임한 1995년 시작된 국내 최장수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이다. 외환위기(1997년), 카드사태(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처럼 기업이 휘청할 위기가 터져 이 행사를 없애 비용을 줄이자는 폐지론이 불거졌지만 그때마다 행사 유지 주장을 고수해 온 주인공이 구 회장이라고 LG 측은 설명했다. 구 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석·박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LG 테크노 콘퍼런스’에도 5년째 직접 참석 중이다. 2013년 구 회장과 같은 테이블에서 만찬을 같이했던 대학원생 7명이 요청한 재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 경제사절단 방문 일정을 조정하며 귀국을 서두른 일화도 있다. 한편 구 회장은 전날 LG연암문화재단이 마련한 ‘연암해외연구교수 지원사업’ 증서 수여식에 참석했다. 1980년대 말 시작돼 매년 교수 30명에게 왕복 항공료와 1인당 연간 3만 6000달러의 해외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뇌의 신경전달 과정 관찰에 성공한 이남기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 영하 90도에서 작동하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한 박진홍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등이 뽑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기업 지원 미공개… ‘윤리’ 눈감은 학계

    검찰이 지난 24일 옥시 측으로부터 연구용역 의뢰를 받고 살균제 제품의 유해성을 축소, 은폐한 의혹을 받은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유모(61) 교수를 배임수재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연구자 윤리를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 준 혐의를 받은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57) 교수가 증거 위조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자 옥시는 두 교수에게 발표 내용을 반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당시 유 교수는 옥시 직원 집에서 창문을 열어 놓은 채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독성 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 독성실험을 하는 등 옥시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연구진이 공공의 이익에 반해 의도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연구결과를 내놓아도 제재를 받기는커녕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조차 밝혀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학계, 대학, 기관 등이 자체적으로 금전적 이해상충(FCOI) 규정을 마련해 일정 금액 이상의 연구비는 지원받은 사실을 논문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으로부터 1억원 이상의 지원을 받으면 논문에 기업 지원 여부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7일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만든 자료라면 돈을 받고 만든 자료인지 밝히는 것과 그렇지 않고 숨긴 다음 객관적인 자료인 양 발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윤리적으로 어느 정도를 밝혀야 하는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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