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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자 중심·기초연구 지원 늘린다

    연구자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연구에 집중하도록 한 ‘상향식’(bottom-up) 연구개발 지원에 총 1조 2600억원이 투입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6일 이런 내용이 포함된 ‘연구자 중심의 연구 지원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기초연구 지원 방식을 특정 기술이나 제품 개발을 목표로 연구자를 선정하는 하향식(top-down) 대신 상향식 자유공모형 방식으로 바꿔 나가기로 하고,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600억원 늘어난 1조 2600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새로 연구를 시작하는 신진연구자와 연구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중견연구자를 위해 1150억원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연 5000만원 이하 연구비를 사용하는 488개 과제에 10년 동안 장기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현재 10년 이상 장기 지원받고 있는 과제는 39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미래부 지원 방안에 대해 많은 현장 연구자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소속 연구자는 “이번 방안들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돼 있으며 기존 기초연구 지원 방안에 포함된 것들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해 정부가 지원에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경제 블로그] ‘해외 인재 유치’ 정부 노력은 말뿐

    [경제 블로그] ‘해외 인재 유치’ 정부 노력은 말뿐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산업에서 전문성을 갖춘 해외 인재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령 미래부는 ‘해외 인재 스카우팅 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소기업, 대학 등이 해외 인재를 유치했을 때 1인당 연 2억원(인건비·체재비·연구비 등) 이내의 금액을 최대 5년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해외에서 우리나라 공공정보에 접근하거나 정책을 참고할 때 주로 찾는 행정기관의 영문 홈페이지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앞서 정부는 ‘정부3.0’을 표방하며 행정기관의 웹사이트 관리 체계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산업부 홈페이지 2년 만에 새 게시물 과학기술 정책과 ICT에 대한 사무를 관장하는 미래부 영문 홈페이지의 메인 사진은 지난 5월 올려둔 것입니다. 산업, 통상 및 자원과 관련한 사무를 관장하는 산업부 영문 홈페이지의 한 카테고리에는 2014년 이후 2년 만에 새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두 부처 모두 영문 홈페이지의 ‘웹 로그 분석’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로그 분석은 방문자 수, 재방문 수, 유입경로, 이동 경로, 페이지 분석, 콘텐츠 분석, 방문자 분석 등이 가능해 홈페이지를 수요자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웹 로그분석 안 해 방문자 파악 캄캄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12월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부나 공공기관은 웹 로그 파일을 분석해 사용자 정보를 분석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분석하게 돼 있습니다. 두 부처 모두 로그 분석이 안 돼 있다 보니 외국인이 어떤 경로를 통해 홈페이지에 들어오게 됐는지, 어떤 콘텐츠를 필요로 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한 외국인은 “한국 정부 영문 홈페이지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통계나 공모 정보도 찾기 어렵다”며 “한국 친구에게 부탁해 한글로 된 자료를 번역해 보거나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듣다 보니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각국은 지금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우리 정부가 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최순실 딸 정유라 학점 특혜 의혹 교수, 1년 새 정부지원 연구 3건 맡아

    최순실 딸 정유라 학점 특혜 의혹 교수, 1년 새 정부지원 연구 3건 맡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 교수가 1년 새 3건이나 정부 지원 연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한 것과 정부 지원 연구를 수주한 것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0일 중앙일보는 최경희(54) 이대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인성(53)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지난해 7월 이후 3건의 정부 지원 연구를 맡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연구재단의 한국연구자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이 교수는 총 3건의 정부 지원 연구 프로젝트에 책임연구원 또는 공동연구원으로 등록돼 있다. 3개 프로젝트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고기능성 작업용도별 화재진압용·구조용·조사용·구급용 장갑 및 방화두건의 개발(1년 연구비 25억원씩 2건 수주), 여성신산업융합인재양성사업(연구비 5억원) 등이다. 연구비 총액만 55억원에 이른다. 최씨의 딸 정씨는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15학번으로 입학했고, 이 교수의 전공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지만 올해 1학기부터 건강과학대학이 신산업융합대학으로 변경됐고 그 산하에 의류산업학과와 체육과학부가 들어갔다. 정씨는 타 전공인 의류산업학과 과목을 3과목 이수했다. 정씨는 세 수업을 들은 뒤 평균 학점이 0점대에서 3점대까지 올랐다. 이 교수는 디자인 연구 수업의 담당 교수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태양의 법적 소유권자가 나왔다…공증 절차 마쳐

    태양의 법적 소유권자가 나왔다…공증 절차 마쳐

    "태양에 주인이 있다. 고로 사용료를 내야 한다" 황당한 말이지만 실제로 이런 주장을 펴는 여자가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비고라는 지역에 사는 한 여성사업가가 태양에 대한 소유권을 공증했다고 라보스데갈리시아 등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앙헬레스 두란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문서에 "(나는) 태양계의 중심으로 지구로부터 약 1억4960만 km 떨어져 있는 태양의 주인"이라고 적고 공증을 받았다. "스스로 태양의 주인이라는데 이런 문서를 공증할 수 있는 것일까?"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공증 의뢰를 받은 변호사는 한때 고민에 빠졌다. 결국 그는 변호사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협회는 변호사의 문의에 "태양에 법적인 주인이 없는 만큼 공증을 해도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엉뚱하면서도 황당한 공증문서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다. 문서에는 "지난 50억년간 그 누구도 태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바 없다. 오늘날까지 주인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두란은 태양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두란은 왜 태양에 대한 소유권을 공증했을까? 문서엔 "태양에 대해 앙헬레스 두란이 '선의의 소유권자'가 됐다"고 명시돼 있다. 법률에서 악의와 선의는 기본적으로 인지 여부를 나타내지만 그가 태양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유를 알고 보면 그야말로 취지는 착하다. 두란은 태양에너지의 사용료를 받을 예정(?)이다. 스페인 각 지방으로부터 태양에너지 사용료를 받으면 지방에 똑같이 분배해 복지예산으로 사용토록 할 생각이다. 그는 "최저연금, 국민보건을 위한 연구비, 기아대책 등에 태양 사용료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디아리오레히스트라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獨기업 제품 연구비 내면 정부도 실탄 지원… ‘기술 신기원’ 합작

    [한국 ‘저성장 파고’ 이렇게 넘자] 獨기업 제품 연구비 내면 정부도 실탄 지원… ‘기술 신기원’ 합작

    獨 프라운호퍼硏, 기업 위탁받아 연구스마트 아이스박스 등 실용 제품 두각 국책硏, 기업 기술적 한계 극복 뒷받침 2년 전 독일 드레스덴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국책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연구소를 찾아 산·학·연 협력 전략 간담회를 열었다. 첨단 세라믹 소재를 연구하는 드레스덴의 프라운호퍼 IKTS 연구소에서 박 대통령이 시찰한 기술은 태양광 등을 활용해 자립적 에너지 생산·소비 시스템을 구축한 ‘제로 에너지 빌딩’이나 ‘매트형 의료기기’였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이미 시중에서 팔고 있는 제품들이다. 지난 5월 중소·중견 기업 기술사업화·상호기술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위해 독일 뮌헨 프라운호퍼 재단본부를 찾은 중소기업청 관계자들도 시제품을 보며 실용적인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연구 풍토를 감지할 수 있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16일 “아이스박스에 센서를 달아 내용물의 부패·냉장 상태를 알아보는 기술을 참관했다”면서 “여러 곳에서의 쓰임이 단숨에 떠오를 만큼 실용적인 기술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온도 센서와 온도 유지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제품을 혁신한 사례는 최근 몇 년 동안 사례만 따져도 대여섯 건에 이른다. 맥주회사 사부밀러와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지난 5월 공동 개발한 ‘스마트 아이스박스’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휴대용 아이스박스는 센서와 냉각장치를 통해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인 4도를 유지시킨다.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연구가 일상 소비재를 개선하는 데 국한됐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오히려 독일 전역의 67개 연구소에서 2만 400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는 프라운호퍼에서 연간 수행하는 9000여개의 연구 과제 중엔 헬스·영양·소비재뿐 아니라 환경·안전·보안·정보기술(IT)·에너지·공장자동화·비파괴검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에 특화된 연구가 많다. 또한 프라운호퍼의 연구는 기존에 있던 제품을 개량·혁신하는 수준을 넘어 세상에 없던 제품을 새롭게 만드는 차원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1992년 개발돼 지금까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라이선스 수입을 연구소에 제공하는 MP3 압축 알고리즘이 프라운호퍼연구소의 대표적인 개발품이다. 흰색 LED, 고해상도 열감지 카메라 등도 프라운호퍼의 주요 개발품으로 꼽힌다. 의료용 카메라로 잠재력이 높은 1㎜ 미만 크기의 초소형 카메라, 가상현실(VR) 핵심 기술인 사운드캡처링(소리 제어) 기술, 증강현실(AR)용 ‘스마트 안경’의 핵심 기술인 눈동자 추적 기술, 수중 AR 기술 등 미래 기술의 최전선에서도 프라운호퍼의 활약이 활발하다. 프라운호퍼가 일상 소비재부터 최첨단 미래 기술까지, 기존 제품을 개량하는 단계에서부터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기술까지의 역량을 모두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정부와 국내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은 이 연구소의 예산 시스템에 주목했다. 프라운호퍼연구소는 독일 지방정부로부터 전체 예산의 30%를 지원받는데, 일부 원천기술 관련 연구를 제외하고는 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R&D) 요청과 연구비를 받은 뒤에야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A기업이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R&D를 프라운호퍼에 돈을 주고 맡기면, A기업이 낸 돈만큼의 예산을 정부가 추가로 지원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R&D 과제를 기업이 정하고, 프라운호퍼연구소별 책임자들은 기업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갖추고 싶어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프라운호퍼에 연구를 위탁할 때 기업은 스스로도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덕적 해이가 방지되는 구조다. 프라운호퍼가 만일 R&D 과제를 성공해 내지 못한다면 기업들이 더이상 제 돈을 들여 가며 이 연구소에 일감을 줄 리 없다. 실제 독일 베를린에 있던 프라운호퍼 컴퓨터 아키텍처 연구소(FIRST)의 민간 수탁이 전체 예산의 25%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몇 년간 이어지자 이 연구소를 공중분해해 다른 연구소에 분산, 흡수시킨 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프라운호퍼의 예산 구성은 출연금이 31%, 정부 수탁이 18%, 민간 수탁이 32%, 해외 수탁이 19%로 구성됐다. 같은 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의 예산 구성을 보면 출연금이 41%, 정부 수탁이 45%로 86%를 차지했다. 프라운호퍼와 다르게 한국 출연연 중에는 정부 재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거대 과학 관련 기관 등이 포함되긴 했지만, 출연금과 정부 수탁 비중이 37% 포인트의 격차를 보인 셈이다. 재원 출처에 따라 연구 과제가 달라진 이후의 결과는 성과 지표의 격차로 이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결과 1인당 등록 특허 건수는 프라운호퍼가 0.21건(2011년), 국내 출연연이 0.22건(2012년)으로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 특허 건당 기술료를 비교해 보면 국내 출연연이 400만원 선인데 비해 프라운호퍼는 5800만원으로 격차가 컸다. 프라운호퍼의 기술은 제품화·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진다는 뜻인 동시에 국내 출연연의 특허가 실적 쌓기식 ‘장롱특허’란 징후가 뚜렷한 셈이다. 최근 프라운호퍼연구소 분원이 국내 포항, 송도, 울산 등지에 설립되고 국내 출연연 일부를 프라운호퍼 방식으로 재편하는 등 ‘프라운호퍼 배우기’가 확산 중이다. 그러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R&D’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주한 프라운호퍼 한국사무소 대표는 “프라운호퍼는 기술을 연구한 뒤 이를 상용화하는 단계를 고민하는 조직이 아니라 상용기술 개발 요청을 받고 고급 연구 인력들이 R&D를 대신 해 주는 곳”이라며 프라운호퍼를 일종의 R&D 아웃소싱 기관으로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기업은 상용화 직전 R&D를 전담하고 학교·출연연은 이론적인 R&D에 치중하는 이분법적 역할 구분이 뚜렷해 ‘R&D 아웃소싱 시장’이란 중간 지대를 키우지 않은 국내에서 프라운호퍼 모델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 몇 년 동안 프라운호퍼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가용 R&D 예산을 둔 대기업만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모델의 핵심 요인인 민간 수탁 비용에 부담을 느낀 중소·중견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해서다. R&D에 기반한 혁신기술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기술력이 단단한 기업일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체계가 한국에서의 프라운호퍼식 응용연구 성공 열쇠로 꼽힌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과학을 대하는 방식부터 바꿔라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과학을 대하는 방식부터 바꿔라

    올해도 어김없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나왔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아인슈타인, 퀴리부인에 관한 위인전을 읽고 자라면서 과학의 꿈을 키웠다. 과학자가 장래 희망이었던 아이들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서울 하늘에서 제비가 사라지듯 언제부터인가 과학자가 꿈인 아이들이 사라졌다. 요즘 어린이의 꿈이 공무원, 심지어 건물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나라의 장래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21세기 들어 이웃 일본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부쩍 늘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에는 연속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지, 또 언제 나올지 등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케이팝, 여자골프, 스마트폰에서는 세계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데 과학에서는 일본이 1940년대에 이미 받은 노벨상을 왜 못 받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이미 과학계에서는 반복적으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쓴소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우리나라 과학은 기본틀부터 잘못돼 있다. 과학을 기술의 도구로 여기고 단기적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조에서 기초과학은 상대적으로 초라해졌다. 무엇보다 인재 육성이 중요한데 소위 과학영재 교육은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고, 중·고등학교 과학 교육은 위기 상황이다. 사교육에 찌든 과학영재 교육은 창의성을 황폐화시켜놓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당장 입시 성적에 유리한 과목만 듣고 과학에 필요한 내용들은 기피하고 있다. 또 현장의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비롯한 연구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집단청원서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과학정책에서는 정치권과 공무원 주위를 맴도는 정치화된 과학자들의 의견만이 크게 들린다.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인 1918년에 ‘연구비는 연구자들이 정하고 정치인이 결정하지 않는다’는 ‘할데인 원칙’을 천명했다.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중 4명이 영국 출신이라는 것을 보더라도 이런 분위기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생각은 억측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주도형 연구비 분배 정책에 따라 창의적인 연구를 가장 왕성하게 해야 하는 사람들이 연구비가 잘 나오고 논문이 잘 나오는 분야로 몰려가기 때문에 추격형 연구만 활성화돼 있다. 창의적 연구의 뒤를 쫓아 남 좋은 일만 하는 연구를 하는 셈이다. 우리 과학 생태계에서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 연구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는 것은 옳지 않다. 과학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노벨상의 업적이 꼭 오랜 시간 걸리는 것은 아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마이클 코스털리츠의 성과는 1970년대 당시 30~40대의 소장학자들이던 그들이 몇 달 동안 수행했던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그 이후 과학계에서 명성은 있었지만 그들의 연구분야는 정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겠다는 선언이 나온 분야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대하는 방식은 완전히 잘못됐다. 정부에서 좋게 본 분야에 모든 연구비와 연구 인력이 집중될 정도로 갖다 주는 방식이었다. 아직까지 거대 과학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노벨상을 받은 적은 없다. 결국 연구 생태계가 심하게 교란돼 있고 황폐화된 사막 한가운데 겨우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은 모습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 나무마저 고사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가까운 장래에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노벨상에 대한 기대를 접고 과학에 대한 긴 안목에서 묵묵히 일하고 지원해야 한다. 야구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번트와 도루만으로 점수를 잘 내서 순위가 올라간 것 같은 형국이다. 우승을 하려면 조직력과 홈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 하나만 세우면 된다.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 “한국 과학자 연구 목표가 3대 학술지 논문 게재라니…”

    “한국 과학자 연구 목표가 3대 학술지 논문 게재라니…”

    “연구비 지원 기준 IF 수치 따지면 창의적 연구 아닌 트렌드에 종속”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과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심사기준에도 없던 ‘임팩트 팩터’(IF) 높은 학술지에 논문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지원자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이 연구 목표가 된다면 과연 창의적 연구가 가능하겠습니까.” 랜디 셰크먼(68)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 분자 및 세포생물학과 교수는 5일 연세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임팩트 팩터는 논문이 다른 논문에 얼마나 인용됐는지를 바탕으로 계산한 수치다. IF가 10 이상일 경우 인용이 많이 되는 학술지로 분류되는데 흔히 3대 과학학술지라고 하는 네이처, 사이언스, 셀은 IF가 30이 넘는다. 셰크먼 교수는 “IF는 30년 전 도서관 사서들이 잡지 구독량을 결정하기 위해 게재된 논문의 인용 횟수를 따지며 만든 개념인데 지금은 연구자들까지 종속될 정도로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며 “연구비를 지원하는 정부기관이 ‘IF 높은 학술지에 논문 게재’를 기준으로 한다면 창의적 연구보다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연구를 하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의 기초과학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미국도 약 70년 전인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을 설립해 안정적인 기초연구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셰크먼 교수는 자신이 만난 미국 내 한국인 연구자들의 사례를 들며 우수 한인과학자들을 끌어들이거나 기초과학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초과학 분야도 어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포의 물질운송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제임스 로스먼 예일대 교수, 토마스 쥐트호프 스탠퍼드대 교수와 함께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셰크먼 교수는 지난 9월 연세대 생명시스템학과 석좌교수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자문교수로 임용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과학분야 노벨상 연거푸 받는 일본을 배워라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에게 돌아가자 일본은 또다시 환호했다. 3년 연속 과학 분야에서의 수상이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가 손상됐을 때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오토파지’(자가포식) 현상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았다. 5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결과다. 특히 1992년 효모를 이용해 자가포식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함에 따라 자가포식이 모든 동식물 세포의 기본적인 기능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 성과는 현재 노화나 퇴행성 질환 등과 관련된 치료 및 연구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오스미 교수의 수상은 확실히 일본 과학계의 개가다. 지금껏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25명 가운데 22명이 과학 분야에서 나왔다.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이들이다. 심지어 2002년 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오이치는 대학 졸업이 최종 학력이다. 한 우물 파는 데 학력은 수단일 뿐이라는 얘기다. 오스미 교수의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와 닿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21세기에 들어서만 과학자 17명이 노벨상 14개를 받아 선두 그룹에 당당하게 섰다.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과 같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때만 되면 되풀이되지만 올해 역시 우리의 기초과학 현주소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내 과학자 1300여명이 ‘기초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냈다. 청원서에 따르면 정부 연구비 19조원 중 정부의 간섭 없이 연구자 주도로 연구할 수 있는 기초과학 과제가 고작 6%에 불과한 데다 기초연구 지원 사업 중 80%가 5000만원 이하다. 과학자들이 오죽하면 기초연구와 실용화를 위한 연구의 균형을 요구했는가 싶다. 기초과학 육성의 민낯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초과학은 정권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멀리 보고 투자해야 할 대상이다. 과학자들을 믿고 지켜보는 환경과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게다가 정부의 일방적인 연구 지시나 간섭, 과학계의 상명하복식 경직된 문화도 불식시켜야 함은 당연하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가 최근 ‘토론을 꺼리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한국적 문화가 창의적인 연구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아프지만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은 남의 나라의 노벨상 수상을 부러워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돌아보고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러지 않으면 노벨상은커녕 기초과학의 발전도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 “노벨상 비결? 경쟁 싫어 내 길만…효모 연구하다 보니 애주가 됐죠”

    “노벨상 비결? 경쟁 싫어 내 길만…효모 연구하다 보니 애주가 됐죠”

    “남들과 경쟁하기는 싫다.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를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요시노리(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는 4일 자신의 연구관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탓에 연구 인생이 각광을 받거나 순탄하진 않았지만, 남들은 거들떠보지 않은 세포의 신진대사 해명을 40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노벨상을 단독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43세에 조교수, 만 51세에 정교수가 되는 등 다른 연구자에 비해 많이 늦었다. 애초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연구가 주목받지 못했던 만큼 연구에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연구비를 얻기 쉽거나 논문을 쓰기 쉬운 분야로 유행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한길을 고수했다. 비인기 분야를 천착한 그는 “과학이 도움이 된다는 게 수년 후에 기업화가 가능하다는 말과 동의어가 된 것이 문제”라며 실용화 중시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의 제자인 미즈시마 노보루 도쿄대 교수는 “이 분야가 제로(無)에서부터 발전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어 행복했다. 하기 어려운 경험”이라며 개척자를 스승으로 둔 소감을 밝혔다. 그가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중이던 1976년 효모와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평생 외길을 걷게 됐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약 3만 8000종의 돌연변이 효모를 검사하는 긴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14종의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것을 밝혀내 1993년에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오토파지 연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성과로 평가받지만, 노벨상 결정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애주가인 그는 술을 마시고 토론하며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 그는 “효모 연구자이므로 술을 좋아한다”고 농담하곤 했다. 2008년에 아사히상을 받았을 때는 동료 연구자에게 답례품으로 특별 주문한 위스키에 ‘효모로부터의 가르침’이라는 문구를 써서 주기도 한 일화도 있다. 오스미 교수는 지금도 늦게까지 학교 연구실에 남아 있거나 후학을 지도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로 자리를 잡으면 연구는 학생들에게 미루고, 학회와 학교 보직과 TV 출연 등에 바쁜 한국 학자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그는 어렸을 때 도쿄대에 재학 중이던 큰형이 방학이면 고향에 올 때 사 온 어린이용 과학 서적을 읽고 감명받아 자연 과학자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도 밝혔다. 오스미 교수는 “기초연구를 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한 시스템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그가 성적은 늘 우등이었으나 엉뚱했다고 회고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단독] 제초제에 강한 ‘GM 쌀’ 식탁 오르나

    [단독] 제초제에 강한 ‘GM 쌀’ 식탁 오르나

    농촌진흥청과 LG화학의 ‘팜한농’이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변형(GM) 벼를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초제 내성 GM벼는 현재 기능 검정 단계에 진입했으며, 검정을 완료하면 우수한 계통을 육성해 위해성을 평가하게 된다. 위해성 평가까지 통과하면 상업화를 위한 모든 연구 개발이 완료된다. GM벼의 상업화가 목전으로 다가온 셈이다. 농촌진흥청이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GM작물개발사업단 자료에 따르면 LG화학 ‘팜한농’은 식물 내부에 침투해 뿌리까지 죽이는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를 개발하고, 이 제초제를 견디는 저항성 GM벼, GM콩, GM유채 종자를 개발 중이다. 검정에서 기능이 확인되면 글로벌 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종자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초제를 뿌리면 잡초는 물론 농작물까지 죽어버리는데, 이 제초제를 견디도록 농작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면 잡초만 죽게 된다. 미국 생화학제조업체 몬산토도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개발하고, 글로포세이트를 견디는 GM작물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팜한농이 개발한 신규 제초제 저항성 GM작물 개발에는 2016~2017년 정부 지원금 5억 20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팜한농에서는 4억원을 투자한다. 개발된 GM작물에 대한 지적 재산권은 팜한농이 가지되, 국가 연구비로 개발됐기 때문에 국가가 필요로 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농진청 측은 “개발된 GM작물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팜한농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GM작물이 당장은 식량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이용되더라도 시민단체들은 종국에 우리 밥상에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의원은 “어차피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3.7%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업화를 위해 품종을 선택하려면 벼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머잖아 우리 국민이 GM쌀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M작물의 종주국 미국조차도 주식인 밀을 GM작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 벌써 72종류의 GM벼를 개발 중이다. 환경스트레스 저항성, 플라보노이드 생합성, 해충저항성, 뿌리생장조절 등 39가지 GM벼가 유전자 검정을 완료하고 기능검정을 받고 있다. GM벼 상용화는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GM 작물의 ‘재배’가 금지돼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GM벼 종자가 해외에서 재배돼 국내로 역수입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제초제 내성 GM작물에는 오히려 제초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여서 GM 작물의 유전적 문제뿐만 아니라 농약 잔류로 인한 발암 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제초제에 강한 ‘GM 쌀’ 식탁 오르나

    [단독] 제초제에 강한 ‘GM 쌀’ 식탁 오르나

    농촌진흥청과 LG화학의 ‘팜한농’이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변형(GM) 벼를 개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초제 내성 GM벼는 현재 기능 검정 단계에 진입했으며, 검정을 완료하면 우수한 계통을 육성해 위해성을 평가하게 된다. 위해성 평가까지 통과하면 상업화를 위한 모든 연구 개발이 완료된다. GM벼의 상업화가 목전으로 다가온 셈이다. 농촌진흥청이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GM작물개발사업단 자료에 따르면 LG화학 ‘팜한농’은 식물 내부에 침투해 뿌리까지 죽이는 비선택성 제초제 ‘테라도’를 개발하고, 이 제초제를 견디는 저항성 GM벼, GM콩, GM유채 종자를 개발 중이다. 검정에서 기능이 확인되면 글로벌 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종자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초제를 뿌리면 잡초는 물론 농작물까지 죽어버리는데, 이 제초제를 견디도록 농작물의 유전자를 변형하면 잡초만 죽게 된다. 미국 생화학제조업체 몬산토도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를 개발하고, 글로포세이트를 견디는 GM작물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팜한농이 개발한 신규 제초제 저항성 GM작물 개발에는 2016~2017년 정부 지원금 5억 20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팜한농에서는 4억원을 투자한다. 개발된 GM작물에 대한 지적 재산권은 팜한농이 가지되, 국가 연구비로 개발됐기 때문에 국가가 필요로 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농진청 측은 “개발된 GM작물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팜한농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GM작물이 당장은 식량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이용되더라도 시민단체들은 종국에 우리 밥상에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의원은 “어차피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3.7%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업화를 위해 품종을 선택하려면 벼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머잖아 우리 국민이 GM쌀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M작물의 종주국 미국조차도 주식인 밀을 GM작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 벌써 72종류의 GM벼를 개발 중이다. 환경스트레스 저항성, 플라보노이드 생합성, 해충저항성, 뿌리생장조절 등 39가지 GM벼가 유전자 검정을 완료하고 기능검정을 받고 있다. GM벼 상용화는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GM 작물의 ‘재배’가 금지돼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GM벼 종자가 해외에서 재배돼 국내로 역수입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제초제 내성 GM작물에는 오히려 제초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여서 GM 작물의 유전적 문제뿐만 아니라 농약 잔류로 인한 발암 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인재 경영 특집]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행복한 직장’ 위한 GWP 프로그램 도입

    [인재 경영 특집]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행복한 직장’ 위한 GWP 프로그램 도입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인재경영을 통해 성과를 확산시킨다는 비전으로 ‘신뢰·소통·책임·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KEIT는 지난 7월 성시헌 원장 취임 직후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일반 국민들이 R&D 성과를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발굴 및 홍보를 전담하는 성과확산단을 신설했다. 인재채용에 있어서도 ‘스펙’ 위주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직업·직무역량을 갖춘 실무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기반 채용’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직원들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GWP(Great Work Place) 프로그램을 도입해 개인상담과 아로마테라피, 다도체험, 커피테라피, 재무관리 등의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대구 이전 뒤에는 5개 공공기관 및 대구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사회협력 협의체를 발족해 정기적으로 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실시간연구비관리시스템’의 구축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 시책평가 최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성 원장은 “세계 1위 수준인 정부 R&D 지원규모에 걸맞은 성과를 자랑스럽게 선보일 수 있도록 인재경영 중심의 혁신활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경주 5.8 지진 이후] 빠른 경보·파격 지원·뭉친 시민…구마모토 일으킨 ‘삼각 원동력’

    [경주 5.8 지진 이후] 빠른 경보·파격 지원·뭉친 시민…구마모토 일으킨 ‘삼각 원동력’

    구마모토 3.7초 만에 지진 경보 경주는 27초… 개선 시급 “지난 4월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으로 많은 게 파괴됐지만 우리 숙박시설은 돔 형태여서 파괴되지 않았죠. 그래서 숙박시설을 지역 이재민에게 무료 피신처로 공급했습니다. 자연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지만, 결국은 자연 덕에 모두 치유될 거라 믿습니다.” 지난 2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미나미아소의 온천호텔 아소팜 빌리지에서 만난 에쓰오 시마무라 영업본부장의 말이다. 지난 4월 14~16일 구마모토현에는 규모 6.5(전진)와 7.3(본진)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111명이 사망했다. 2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16만 5000채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으며 경제적 손실은 약 4조 6000억엔(약 50조원)이나 됐다. 현의 동쪽에 있는 아소산 인근 관광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아소팜 빌리지의 경우 진출입로가 모두 끊겼고,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과 수도관뿐 아니라 건물의 천장과 벽, 각종 시설도 파괴돼 지난 8월 1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했다. “빠르게 주변 복구를 마치고 보니 이재민들이 자동차 피신 생활에 지친 상태더군요. 처음엔 이재민에게 온천을 개방했고 지금은 200여명의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난 4월 강진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현의 대처 및 복구 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지진인 데다가 규모는 작지만 경주와 마찬가지로 구마모토 역시 관광산업이 주요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지진이 났을 때 촌각을 다퉈 경보를 발령하는 위기전파 시스템, 피해 복구를 위한 전폭적인 예산지원, 재해를 기회로 바꾸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회복의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구마모토현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난 4월 14일 오후 9시 26분, 3.7초 만에 일본의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지진 경보 자막이 떴다. 우리나라 경주 지진 때 발생 27초 만에 경보가 발령된 것과 비교하면 23.3초나 빠르다. 44분 후인 오전 10시 10분, 정부 차원의 비상재해대책본부가 운영됐고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의 요청으로 자위대 350명과 소방청 구조대 200명이 급파됐다. 가바시마 지사는 “규모 6.5의 전진이 발생한 이후 각 지역에서 파견받은 인력으로 대책본부를 만들었고, 지진 발생 후 한 시간 내에 자위대가 파견돼 1700여명의 이재민을 곧바로 구조할 수 있었다”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규모가 가장 큰 지진이었지만 사상자가 적은 건 신속한 초기 구조활동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재난이 발생하면 물자 요청이 있기 전에 식량과 식수, 피난처를 선제로 제공하는 ‘푸시형 제도’를 운영하는데 이 제도 덕에 이재민들이 생필품을 빠르게 조달받을 수 있었다”며 “중앙정부가 이재민 구호와 복구를 위해 7000억엔(약 7조 700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예산의 제약도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지진이 잦은 일본의 연간 지진 연구비는 146억엔(약 1600억원)이다. 또 전국 주택의 80% 이상이 건축법상 내진 설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 건축법상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 143만 9549동 가운데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33%(47만 5335동)에 불과하다. 지진 직후 구마모토현의 관광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 5월 8일까지 규슈 지역에만 70만여명이 숙박시설 예약을 취소했고 외국인 관광객 283만명 중 38%를 차지하는 한국인도 발길을 돌렸다. 일본 정부는 ‘규슈 부흥 할인’ 제도를 도입했다. 7∼9월에 규슈 지역을 방문하면 숙박비를 최대 70%, 10∼12월에는 최대 50% 할인해 준다. 할인으로 인한 숙박업소의 손실은 중앙정부 예산(180억엔·약 2000억원)으로 보충해 준다. 이번 지진으로 직접적 피해는 적었지만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은 오이타현 벳푸시 야스히로 나가노 시장은 “관광객들에게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느 장소가 가장 안전한지 안내하고 있으며, 4개 국어로 재난 위험을 관광객에게 안내하는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시민의식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자택과 2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하숙집을 잃은 이치하라 히데시(68)는 “무엇보다 집에 머물던 도카이대 하숙생 22명이 안전한 것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들어갈 가설주택이 협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평을 하기보다 현재 상황에 맞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이타현의 유명한 온천마을인 유후인을 ‘걷기 마을’로 탈바꿈시킨 나카야 겐타로(82)는 “41년 전 오이타현에 지진이 크게 발생했지만, 오히려 유흥업소가 많았던 유후인이 슬로시티 마을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구마모토 지진 역시 유후인의 관광 부흥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오이타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법인카드로 유흥주점 등에 1300만원 쓴 정부기관 연구원, 뇌물죄 인정

    법인카드로 유흥주점 등에 1300만원 쓴 정부기관 연구원, 뇌물죄 인정

    연구에 참여한 업체의 법인카드와 돈으로 유흥주점을 가거나 외상술값을 갚고, 서류를 위조해 이 업체에 허위사업비를 준 정부출연기관 전직 연구원들에게 뇌물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1부(부장 김소영)는 1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속 연구원 김모(56)씨와 이모(51)씨의 상고심에서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2010년 자신들이 추진하는 연구과제에 참여한 A업체의 법인카드를 넘겨받아 유흥주점 등에서 1306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부하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A업체가 대신 지원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뇌물의 대가를 주기 위해 A업체가 물품을 납품한 것처럼 꾸며 연구원 측이 A업체에 납품대금 4870만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사기 및 업무상 배임)도 이들에게 적용됐다. 특히 이씨는 A업체로부터 1166만원을 받아 외상 술값을 갚고 793만원 상당의 골프채와 현금을 받은 혐의가 추가돼 가중처벌을 받는 특가법 적용 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김씨 등은 이 사건 금품거래가 뇌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김씨 등이 금품거래 당시 업체가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사후에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다고 해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과제 참여자 지정과 연구비 지급 등 관련 절차 진행, 연구물품 주문·수주 업무를 총괄하는 김씨 등의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이뤄진 금품 수수”라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씨에게 징역 3년 및 벌금 7000만원, 김씨에게 징역 2년 및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김씨 등에게 금품거래의 직무 관련성이나 뇌물수수의 고의, 직무 관련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뇌물 혐의를 무죄로 보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이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대전고법이 뇌물죄 판단을 다시 하라고 지적했다.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는 1,2심 판단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전원일기] 철학을 심고 삶을 일군다…욕심 버리고 생명 키운다 …속도 줄이고 느리게 걷자

    [新전원일기] 철학을 심고 삶을 일군다…욕심 버리고 생명 키운다 …속도 줄이고 느리게 걷자

    귀농이나 귀촌, 생태운동이나 자연농법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추천하는 ‘최고의 귀농 바이블’이 바로 일본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라는 책이다. 무농약, 무비료, 무제초, 무경운을 실천하는 완전 자연농법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 책을 번역한 최성현(60) 작가는 무려 30년째 귀농 생활을 해 온 자급농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 세계 16개국 언어로 번역돼 자연주의자들의 귀감이 됐고, 지금까지도 ‘자연에 가장 해를 덜 끼치면서 인간 스스로에게도 가장 이로운 농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나는 친구의 추천을 통해 생태적 귀농의 또 다른 대부라 할 수 있는 야마오 산세이의 ‘더 바랄 게 없는 삶’, ‘어제를 향해 걷다’를 읽으며 ‘과연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번역자가 누굴까’ 하고 궁금해했다. 그리고 지난주 그를 만났다. 그는 충북 제천 산골에서 홀로 지내며 자연농법을 실험하다가 지금은 가정을 이루어 강원 홍천에서 3대가 함께 사는 귀농 생활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아내와 어머니께서 풍성한 시골 밥상을 그득하게 차려 놓으신 채 기다리고 계셨다. 때아닌 진수성찬을 얻어먹으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알고 보니 최씨 부부는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를 통해 작가와 독자의 인연으로 만나 결혼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최씨는 한 달에 한 번씩 ‘지구학교’를 열어 지금까지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 온 자연농법의 기술을 가르친다. 지구학교는 커다란 건물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원두막에서 자연과 벗하며 최씨가 자연농법을 배우는 살아 있는 귀농 멘토링 장소다. 그는 ‘쥐구멍에 볕들이기’라는 정감 어린 이름의 모임도 함께 운영하며 ‘경청’을 유일한 원칙으로 삼아 그 누구도 서로에게 갑질을 하지 않는 완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소통과 놀이문화도 실험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00% 책의 영향이다.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라는 책이다. 내게는 복음서였다. 그만큼 강력했다. 1988년 3월에 충북 제천으로 귀농했다. 마을과 3㎞ 정도 떨어진 산속이었다. 집 한 채가 있을 뿐인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살았다. 그런데 2007년 무렵 제천시가 새로 제정한 문화·관광 개발 지역에 그곳이 포함돼 됐다. 떠나야 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제3의 터전을 찾을 생각이었다. 부부간에 긴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내 고향을 사원으로 삼기로 했다. →보통 귀농 하면 도시 생활의 염증 때문에, 복잡하고 비정한 도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안티 도시’로서의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최성현 농가의 귀농은 좀 다르다. -그것도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 준 영향 때문이다. 그 책을 읽은 뒤로 나는 누굴 만나나 자연농법을 이야기했다. 그 얘기밖에 할 줄 몰랐다. 그렇게 길이 정해졌다. 높은 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게 내버려 두고, 나는 바닥에서 자연농법으로 자급자족을 하며, 철학을 연구하고, 시를 짓고 싶었다. 그게 가장 좋다고 그 책은 나에게 아주 강력하게 말했다. 문명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후쿠오카의 말에 나는 100% 공감했다. →주로 어떤 농작물을 어떤 농법으로 기르고 있는지, 올해 폭염 때문에 힘들진 않았나. -1000평 정도의 땅에 주곡인 벼농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콩, 수수, 녹두, 팥, 옥수수, 보리, 호밀과 같은 잡곡 농사도 하고 있다. 감자, 고구마, 야콘, 땅콩, 배추, 무, 파, 오이, 호박, 고추, 부추, 들깨, 수박, 참외, 오크라, 딸기, 가지, 토마토, 옥수수, 토란 등이 있고, 산야초나 과일나무도 있다. 처음엔 땅이 황폐했다. 화학비료와 트랙터에 오랫동안 시달려 온 밭이라 땅이 기력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연농법을 실현한 지 5~6년 만에 그동안 떠났던 수많은 벌레들, 풀들, 동물들이 돌아오며 땅이 살아났다. 땅이 웃음을 찾게 된 것이다. 땅을 갈지 않기 때문에 물을 더럽히지 않는다. 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땅을 더럽히지 않는다. 풀 두고 가꾸기를 하기 때문에 지구의 열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자연농법은 가뭄에 강하다. 모든 논과 밭이 풀과 풀의 잔사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병충해에도 강하다. 벌레를 죽이는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천적들이 알아서 균형 있는 생태계를 유지한다. →농사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완전 자급농이다. 상업적으로 농산물을 내다 파는 것이 거의 없다. 가족들 먹고사는 것이 풍족하지 않지만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서 좋다. →농촌에서 가정을 꾸려 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가사노동 분담은 어떻게 하나. -아내와 어머니가 계시기에 요리는 내 차례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가끔 설거지를 할 뿐이다. 쓰레기통 비우기와 분리 배출은 늘 내가 한다. 청소도 하고 그러지만 어머니나 아내가 보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우리 애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이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튼튼한 몸, 둘째는 책 읽는 버릇이다. 우리 부부는 그걸 돕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도 아이에게 좋다. 그리고 혼자서도 자연농법으로 논밭 농사를 해낼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자연농법은 정말 좋다. 인류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 아이 인생에 자연농법을 선물로 주고 싶다.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에 보면 살아오면서 느낀 자연의 가르침, 일상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귀농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라면. -만약 귀농을 하지 않고, 일이 잘 풀렸다면 지금쯤 대학의 철학 선생이 돼 있을 것이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지만 대학 바깥은 바깥대로 좋다. 무엇보다도 자유스러워 좋다. 아무도 연구비를 주지 않는 건 아쉽지만(웃음). 인류는 현재 지구를 파괴하는 부끄러운 방식으로 밥상을 차리고 있다. 인류의 농업은 환경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나는 그 길을 찾고 있다. 씨앗을 뿌리며, 논둑을 거닐며…. 그 길에서 찾은 새로운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생태적인 비전을 꿈꾸는 지구학교는 어떤 곳인가. -인류는 인류라는 우물에 갇혀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로 살고 있다. 우물에서 나와 지구에서 보면 인류는 큰 벌레다. 무서운 속도로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경악스러운 속도로 지구를 먹어치우고 있다. 앞날이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 탈이 날게 분명하다. 자연농법은 현재까지 인류가 찾아낸 가장 지구에 좋은 길이다. 거기서 출발하자는 게 지구학교다. 교재는 나의 논밭이다. 자연농법의 철학과 실제를 배운다.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모인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인다. 고등학교 학생, 무직자, 가정주부, 종교인, 회사원부터 정년 퇴직 대학 교수까지 다양하다. 30대가 가장 많다. →귀농·귀촌을 준비하거나 꿈꾸고 계신 분들께 조언을 해 준다면. -세상에서, 혹은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먹는 것을 먹고, 가장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아도 좋다고 여기는 자리까지 가면 좋다. 그것이 편하고 미래도 밝다. 환경과 나는 하나다. 다른 방식으로 말하면 나와 나 아닌 것은 하나다. 나는 나 아닌 것이 있어서 산다. 나 아닌 것에 잘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해야 한다. 남에게 욕을 하면 금방 욕이 내게로 돌아오는 것처럼 공기와 물, 땅에서도 같다. 돌아온다. 반드시 돌아온다. 소나 닭이나 돼지도 같다. 모든 것이 그렇다. 그의 농가에서 잊을 수 없는 세 가지를 경험했다. 첫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농가의 밥상이었다. 그의 부인과 어머니께서 직접 차려 주신 농가의 밥상에는 고기나 생선이 전혀 없이도 최고의 맛을 내는 고유의 식재료들이 가득했다. 햇감자와 강낭콩을 가득 넣어 만든 잡곡밥, 집에서 빚은 된장의 구수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된장찌개, 온갖 나물과 푸성귀들로 만든 밑반찬들, 그저 고추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맛있는 오이, 그리고 멜론처럼 연둣빛 빛깔을 내면서 멜론보다 훨씬 달콤한 맛을 내는 신기한 참외까지. 그 모든 것이 자연농법의 축복이었다. “많이들 먹어요”를 연발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배가 이미 부른데도 먹고 또 먹었던 풍성한 밥상은 잊지 못할 환대의 기억이다. 두 번째는 탐나는 작업실이었다. 툇마루와 장지문과 구들장이 남아 있는 낡은 한옥이 그의 작업실로 쓰이고 있는데, 작업실의 분위기가 너무 아늑해 저절로 글이 술술 풀릴 것 같은 설렘을 느꼈다.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과 은은한 달빛을 벗 삼아 더욱 용맹정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번째는 바로 내가 떠날 때 그가 손에 쥐여 준 햇밤 세 알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워낙 비가 쏟아져서 차가 막힐까봐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려고 황급히 자동차문을 닫으려는 내게 그는 ‘햇밤 세 알’을 내 손에 꼭 쥐여 주었다. 방금 밤나무에서 떨어진, ‘제때 여물어 제때 떨어진’ 밤알들이었다. 느림의 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그를 인터뷰하고는 나도 모르게 ‘빠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지금도 그 햇밤 세 알을 새하얀 접시에 담아 두고, 방 안으로 성큼 쳐들어온 때 이른 가을 향기에 뭉클한 희열을 느낀다. 남들보다 빠르고,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까지도 착취하며 살아왔다. 뒤돌아보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더 성숙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고, 때로는 나 자신이 ‘조숙함’을 넘어 ‘웃자라 버린’ 느낌에 쓸쓸해지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성장 신화의 내면화’였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오래 피어나는 꽃이 되고 싶었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존재의 모습이 아니라 인공의 신화였다. 그렇게 빨리, 많이, 오래 피는 꽃은 생화가 아니라 조화인 것이다. 내 방 안에 조금 일찍 도착한 가을 소식, 이 햇밤 삼형제를 당분간 먹지 않아야겠다. 이 눈부신 가을의 징표로, 그리고 ‘지구학교’를 다녀온 ‘미숙한 청강생’의 마음으로 간절한 바람을 실어 보낸다. 아직 너무 늦지 않았기를. 우리가 자연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이 순간이 ‘지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학교’에 입학하기에 너무 늦지 않은 순간이기를. 글쓴이 작가 정여울 2013년 제3회 전숙희 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등이 있다.
  • 부산교대 교수, 제자 석사논문 가로채기… 교육부 감사에 덜미

    부산교대 교수, 제자 석사논문 가로채기… 교육부 감사에 덜미

    부산교육대에서 교수들이 제자 논문을 가로채 학회지에 올리거나 성적미달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불하는 등 비리가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9∼12일 부산교대를 상대로 종합감사를 벌인 교육부는 교수들의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수령, 강의보조금 과다 지급 같은 비리가 무더기로 나왔다고 6일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부산교대는 인사·복무, 예산·회계·연구비, 입시·학사, 시설·기자재 등에서 적발된 지적사항이 총 32건에 달한다. 교수 6명은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정리해 학회지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교수는 가로챈 연구결과물로 연구과제지원비 885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 중 2명은 제자 4명의 석사학위 논문 4편을 요약·정리해 자신을 제1 저자로,학위자는 제2 저자(공동저자)로 등재했다. 과학교육과 교수 1명은 교내·외 학술지에 학위논문 8편을 게재하면서 저자로서의 연구나 역할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공동저자로 게재했다가 이번 감사에서 적발됐다. 해외파견 교수(연구교수) 5명은 총장의 승인 없이 적게는 21일부터 많게는 55일까지 조기 출·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이 중 3명은 해외 연구 기간에 계절학기 수업을 하고 강사료 108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다른 교수 26명은 총장 또는 교무과장 등의 승인을 받지 않고 공무 외 국외 여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술교육과 교수 등 5명은 성적 기준에 미달한 학생 5명에게 장학금 167만원을 지급하는 등 교내·외 장학금 3000여 만원을 부적정하게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교직원 2명은 실제 근무하지 않고 시간 외 근무 합계 115시간을 인정받아 100여 만원을 챙겼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교수와 직원에 경고·주의·경징계·시정(회수) 등의 처분을 내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톰’ 서경배, 과학의 미래에 1조원 건다

    ‘아톰’ 서경배, 과학의 미래에 1조원 건다

    소년은 TV 만화영화 ‘우주 소년 아톰’을 즐겨봤다. 학창시절에는 생물 과목을 유독 좋아했다. 누구보다 과학을 사랑하던 소년은 이제 자라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의 힘을 굳게 믿는다. 과학을 포기하면 미래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과감하게 1조원을 투자해 과학재단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경배(53)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경배과학재단’ 설립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 회장은 “3000억원으로 시작하지만 꿈은 사업을 잘해서 재단이 50년, 1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1조원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시작하는 재단 출연금 30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매각해 마련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창업자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사재 등을 기반으로 ‘아모레퍼시픽재단’(학술·교육·문화 사업),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저소득층 복지 사업), ‘한국유방건강재단’ 등을 운영해 왔다. 과학재단을 설립한 이유에 대해 서 회장은 “아버지가 기술과 과학에 늘 관심이 있었고 어렸을 때 만화 ‘아톰’을 보는 게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면서 “회사가 어렵던 시절 과학의 힘으로 회사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과학이 위대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 총파업 등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그 다음해에 세운 연구소에서 개발한 레티놀(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유도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요즘도 매출의 3%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쓴다. 이번에 출범하는 서경배과학재단은 기초과학, 특히 생명과학 분야의 국내외 한국인 신진 연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생명공학에 관심을 두는 까닭에 대해 서 회장은 “어려서부터 생물이 재미있었다”면서 “좋아해야 관심을 갖고 도와줄 수 있고, 좋아해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빌게이츠재단도, 록펠러재단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며 “잘못하면 자기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천외유천’(天外有天·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을 언급하면서 “세계 최고의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창의적인 신진 과학자들을 발굴해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재단이 (노벨상 등) 세계적인 결과물을 만들기를 바라고 그런 영광의 순간에 같은 자리에 있게 된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매년 공개 모집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 신진학자 3∼5명을 선발하고 과제당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1차 연도 과제는 오는 11월 공고된다. 내년 1∼2월 과제 접수 후 심사 등을 거쳐 6월에 최종 선정자가 발표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아톰’ 서경배, 과학의 미래에 1조원 건다

    ‘아톰’ 서경배, 과학의 미래에 1조원 건다

    소년은 TV 만화영화 ‘우주 소년 아톰’을 즐겨봤다. 학창시절에는 생물 과목을 유독 좋아했다. 누구보다 과학을 사랑하던 소년은 이제 자라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의 힘을 굳게 믿는다. 과학을 포기하면 미래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과감하게 1조원을 투자해 과학재단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경배(53)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경배과학재단’ 설립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서 회장은 “3000억원으로 시작하지만 꿈은 사업을 잘해서 재단이 50년, 1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1조원까지 늘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 시작하는 재단 출연금 30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매각해 마련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창업자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의 사재 등을 기반으로 ‘아모레퍼시픽재단’(학술·교육·문화 사업),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저소득층 복지 사업), ‘한국유방건강재단’ 등을 운영해 왔다. 과학재단을 설립한 까닭에 대해 서 회장은 “아버지가 기술과 과학에 늘 관심이 있었고 어렸을 때 만화 ‘아톰’ 보는 게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면서 “회사가 어렵던 시절 과학의 힘으로 회사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과학이 위대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 총파업 등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그다음해에 세운 연구소에서 개발한 레티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요즘도 매출의 3 %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쓴다.이번에 출범하는 서경배과학재단은 기초과학, 특히 생명과학 분야의 국내외 한국인 신진 연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생명공학에 관심을 두는 까닭에 대해 서 회장은 “어려서부터 생물이 재미있었다”면서 “좋아해야 관심을 갖고 도와줄 수 있고, 좋아해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빌게이츠재단도, 록펠러재단도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며 “잘못하면 자기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천외유천’(天外有天·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을 언급하면서 “세계 최고의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창의적인 신진 과학자들을 발굴해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재단이 (노벨상 등) 세계적인 결과물을 만들기를 바라고 그런 영광의 순간에 같은 자리에 있게 된다면 무한한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매년 공개 모집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 신진학자 3∼5명을 선발하고 과제당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1차 연도 과제는 오는 11월 공고된다. 내년 1∼2월 과제 접수 후 심사 등을 거쳐 6월에 최종 선정자가 발표된다.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8년간 나랏돈 8억 ‘꿀꺽’한 동국대 학과장 교수 구속

    8년간 나랏돈 8억 ‘꿀꺽’한 동국대 학과장 교수 구속

    국가로부터 받은 연구지원금 약 8억원을 8년에 걸쳐 개인 용도로 빼돌린 혐의로 현직 대학 교수가 구속됐다. 30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 동국대 A학과장 조모 교수(48)를 구속했다. 조 교수는 2008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농촌진흥청이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제공한 연구지원금 가운데 약 5억 6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수는 또 비슷한 기간 산학협력단이 농촌진흥청 지원금으로 발급한 연구비 카드를 허위 결제하는 수법으로 75차례에 걸쳐 연구재료 대금 약 3억원을 몰래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조 교수가 약 8년 간 농촌진흥청이 지원한 연구과제 21개를 수행하면서 줄곧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과제 1개당 챙긴 연구지원금은 약 4000만원 꼴. 빼돌린 돈은 사용처를 추적할 수 없도록 곧장 현금으로 바꿨다. 연구비 카드 허위 결제에는 연구재료 공급업체 대표 조모씨(67)도 가담했다. 조 교수가 구입하지 않은 연구재료를 구입한 것처럼 전산으로 결제하면 조 대표는 결제금액에서 수수료 일부를 공제하고 되돌려줬다. 경찰은 업무상 횡령 방조 혐의로 조 대표도 불구속 입건했다. 조 대표가 남긴 수수료는 약 5000만원 정도로 경찰은 추산한다. 경찰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조 교수, 조 대표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횡령 정황이 확실한 만큼 수사에 박차를 가해 조만간 혐의를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학교본부는 지난 3월경 최초 인지 후 그동안 내부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조 교수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함을 사유로 지난 24일 직위해제를 법인에 요청한 상태다. 8년간 걸리지 않았던 비리를 특별감사를 통해 즉각 조치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앞으로] 담담한 교사들…난감한 교수들…답답한 언론계

    당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공직자였다. 그러다 국회 입법 과정 후반부에 갑자기 사립학교와 언론기관 종사자까지 확대됐다. ‘공공성이 높은 직업’과 ‘언론과 사학 자유 침해’ 사이에서 2년 가까이 논쟁이 이어지다가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따라 대상으로 확정됐다.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교사들은 김영란법 발효에 담담한 분위기다. 그다지 걱정하거나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이미 교직 사회에 촌지 근절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다는 게 이유다. 서울의 한 사립고교 고3 담임교사(47)는 “예전엔 고3 담임을 몇 년 맡으면 차 한 대는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촌지를 받았다간 소문이 퍼져 교사일을 접어야 한다”며 “법이 시행돼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고교 교사들이 다소 우려하는 부분은 ‘학부모와의 관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각급 학교 교원 및 대학교수 1554명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 관련 모바일 설문조사에서 ‘가장 유의·제약을 받을 대상’으로 응답자의 60%(933명)가 ‘교사·학부모 간’을 꼽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56)는 “서울시교육청만 해도 뇌물 한 번 받으면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시행하고 있어 ‘몸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후배에게조차 음료수 하나 받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관행적으로 느슨한 감이 있는 대학은 온도차가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52)는 “레슨비, 연구비 등을 받는 데 있어서 대학은 허점이 매우 많은 편”이라며 “특히 교수들 간의 알력이 있는 경우 동료 교수를 신고하면서 말썽이 계속 일어나고, 소송도 난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한편 언론계는 대체적으로 법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일간지 기자는 “공짜 밥이나 술, 골프, 명절 선물 등 관행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면서 “기업 관계자를 불러 하는 회식도 사라지고, 부정청탁 금지에 따라 제목이나 기사 수정 요청도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아직까지 취재 활동을 위한 편의 제공의 위법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은 “취재원과의 만남이나 취재활동에 필요한 현실적인 취재비 지원 등 적절한 대응책이 더욱 보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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