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역 수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무단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안무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반응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 LA 병원
    2026-06-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523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 5년… 쌓인 분노, 10배의 우울증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 5년… 쌓인 분노, 10배의 우울증

    가족 간병인 292명 우울증 자가진단가족을 간병하는 사람 10명 중 6명은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사람보다 10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특히 간병 기간이 5년을 넘거나, 월 소득이 300만원 이하일 때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서울신문이 한국치매협회,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뇌질환환우모임’ 등과 함께 가족간병 중인 292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자가 진단을 한 결과다. 가족간병인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간병살인이나 동반 자살 등 극단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175명 ●10명 중 6명 중등도 이상 서울신문은 진단 도구로 ‘PHQ(Patient Health Questionnaire)-9’를 사용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울장애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총 9가지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에 따라 0~27점으로 채점된다. ▲우울증 아님(0~4점) ▲경증(5~9점) ▲중등도(10~14점) ▲중증(15~19점) ▲심함(20~27점)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중등도 이상이 나오면 우울증이 심하다고 판단해 상담치료나 약물치료를 권고한다. 진단 결과 가족을 간병 중인 사람의 59.9% (175명)가 중등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15.1%·44명)과 심함(16.8%·49명)까지 포함해서다. ‘우울증 아님’과 ‘경증’은 각각 12.7%, 27.4%에 그쳤다. 이는 일반인과 비교해 매우 높은 비율이다. 복지부가 2016년 일반인 5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단에선 5.6%만이 중등도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족간병인의 경우 일반인보다 중등도 이상 비율이 무려 10배 이상 높은 셈이다. 가족이 아프면 다른 가족 역시 큰 심적 고통을 겪고, 간병에 따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5년 ●중등도 우울증 60%대로 높아져 특히 간병 기간이 5년을 넘으면 우울증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간병 기간 ‘1~3년’과 ‘3~5년’에서 ‘중등도’ 이상의 비율은 각각 48.1%와 51.3%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59.9%)을 밑돈다. 하지만 간병 기간 ‘5~7년’은 이 비율이 61.9%로 10% 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7~10년’(65.0%)과 ‘10년 이상’(68.8%)은 더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간병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년 이하’(62.8%)도 높았는데, 아직 간병에 익숙하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가족이 아프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가족간병은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극심한 피로를 일으키고,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끼쳐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75)을 흉기로 찌른 이연순(74·여·가명)씨는 간병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다. 남편은 2012년부터 치매를 앓아 이씨가 5년 넘게 돌봤다. “요양병원 갈라케도 안 간다 카제. 그래 정 가기 싫으믄 내가 델꼬 있자 했지. 거울에 자기 얼굴 비치면 ‘이 새끼’ 하며 주먹으로 깨버리는기라. 집에 있는 거울을 싹 다 치었제. 내한테 욕하고 때리고…. 원래는 안 그랬다. 색시처럼 얌전했는데…. 다른 할마이들이 남편 치매 걸렸다고 할 때는 그런갑다 지. 내가 안 겪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간병해보이 정말 환장하겠더라. 못난 꼴만 봐야 하고.” 남편은 아침만 되면 밖으로 나가자고 보챘다. 여행 갈 형편이 안 되는 이씨가 할 수 있는 건 남편과 함께 지하철을 타는 것뿐이었다. 5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8시간 이상 지하철을 탔다고 한다. 당뇨병과 우울증, 불면증을 앓는 이씨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구에 지하철이 3호선까지 있는데, 안 가본 역이 없다. 둘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 남들 보기에는 ‘나이 들어서도 정이 좋다’고 생각했겠지….” 그날은 눈이 뒤집혔다. 수면제를 먹고 자는 남편을 찌르고서 자신의 배를 찔러 목숨을 끊으려 했다. 다행히 함께 사는 딸에게 발견돼 둘 다 목숨을 건졌다.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른바 ‘독박간병’인 경우 우울감은 한층 심해진다. 우울증 자가 진단에서 아픈 가족을 홀로 돌보는 사람은 64.7%가 ‘중등도’ 이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사설간병인을 쓰는 경우는 56.6%에 머물렀다. 환자를 하루 몇 시간 돌보느냐도 가족간병인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친다. ‘10시간 이상’(65.9%)과 ‘8~10시간’(65.2%)의 경우 셋 중 둘이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4시간’은 41.7%에 그쳤다.68.4% ●월소득 200만원 이하 우울증 간병의 고통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진 경우는 우울증 위험이 훨씬 커진다. 월 소득 200만원 이하에선 68.4%가 ‘중등도’ 이상이었고, 특히 ‘심함’이 25.3%에 달했다. ‘심함’으로 판정된 사람은 즉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우려가 있다. 월 200만~300만원 역시 ‘중등도’ 이상이 64.4%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월 300만~400만원(51.0%)과 400만~500만원(57.1%), 500만원 이상(36.7%) 등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장애(자폐, 뇌병변 포함)’ 환자를 돌보는 이의 정신건강이 가장 좋지 않았다. ‘중등도’ 이상의 비율이 무려 76.8%에 달했다. ‘암’(65.5%), ‘뇌혈관질환’(57.3%), ‘치매’ (52.7%), ‘사고 후유증’(52.6%) 등 다른 질환보다 월등히 높다. 환자의 질환을 ‘장애’라고 답한 사람은 대부분 자녀를 돌보는 이들이다. 자녀가 아프면 부모의 정신건강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이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유정희 의원, 신림선 경전철 박종철역 신설되어야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유정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관악4)은 9월 3일 월요일에 개최된 서울특별시의회 제 283회 임시회에 참석해 2022년 착공 예정 될 신림선 경전철의 박종철역 신설 필요성과 관련한 시정 질문을 진행했다. 2022년 2월에 개통될 예정인 신림선 경전철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샛강역을 출발해 대방역, 여의대방로, 보라매역, 보라매공원, 신림역을 경유해 관악구 신림동(서울대 앞)을 연결하는 총 연장 7.8km 구간으로, 도시철도 소외지역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동작구 보라매로, 관악구 신림로 등의 주요 도로를 지나게 될 예정이다. 유정희 의원은 2014년 갑자기 정거장 위치가 바뀌었던 사실을 지적하며 교통 수요가 많은 대학동과 서림동 주민의 의견 반영이 없었던 신림선 경전철 정거장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현재 정거장으로 수정, 확정된 미림여고역에서부터 관악주차장역 종점까지의 거리는 총 1120m” 라며 “이는 신림철 경전철의 다른 역간의 두 배에 해당하며 버스정류장 역시 3개나 존재하는 먼 거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도로교통본부가 유정희 의원실에 제공한 신림선 경전철 노선도에 따르면 미림여고역과 종점인 관악주차장역을 제외한 나머지 정거장의 역간 평균 거리는 713m이지만 미림역고역에서 종점인 관악주차장역까지의 거리는 이를 훨씬 웃도는 1120m 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정희 의원은 비용을 이유로 역 신설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서울시 소관부서를 지적하며 “경전철 정거장 평균 공사비가 지하 3층 기준 150억 정도” 라며 “이는 서울시 재정사업으로도 충분히 역을 신설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유정희 의원은 “민주화를 위한 여정은 반드시 기록되어야한다” 며 관악구 대학동의 박종철 거리와 앞으로 생길 박종철 기념관과 연계된 가칭 박종철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시정 질문을 마쳤다. 앞으로 유정희 의원은 경전철 신림선 건설 과정에서 배제된 관악구 대학동, 서림동 주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신림선 경전철에 박종철역이 신설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통하는 길·공존하는 삶… 사람 품은 도시, 근대 문화를 낳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통하는 길·공존하는 삶… 사람 품은 도시, 근대 문화를 낳다

    한결 선선해진 서울 광화문의 한밤, 하수도 정비 공사 소리가 늘 같은 고요를 비집는다. 노숙자가 모로 누운 화강석 벤치, 한 칸 건너 형광색 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어둠 속에 잡담을 뿌린다. 어제는 가로등을 정비하더니, 맞은편에는 물청소차가 천천히 지난다. 폭염도 폭우도 갔나 보구나. 내일이 밝으면 또 몇 군데 크고 작은 시위가 있을 것이고, 이 가을에도 광화문 모서리에서 몇 구절 시구가 태어날 테지. 이 익숙한 도시의 밤 풍경은 150년 전 프랑스 제2제정 시대(1852~1870년) 파리에서 시작되었다.나폴레옹 3세의 독재 치하에서 오늘날 파리의 밑그림이 그려졌고, 당시 파리 시장(정확하게는 센(Seine) 구의 수장)을 맡았던 외젠 오스만의 과감한 개조 사업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편이다. 그 소개에는 언제나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못 치게 하려고 대로를 뚫은 독재의 조력자, 빈민가를 순식간에 철거하고 집세를 급등시킨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평가가 덧붙는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오스만이 잘못했다고 배웠어요.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철거민을 만들고 부자들 좋도록 재개발을 했으니까. 그런데 요즘 돌이켜 보니까 당시에 오스만이라는 사람이 그나마 생각을 많이 했어요. 물론 오스만이 처음은 아니고, 나폴레옹 때부터 그런 구상을 했다고 해요. 파리를 유럽의 수도로 만들자. 나폴레옹 3세도 좋은 도시가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하는가를 나름대로 연구했어요. 독재를 하면서 시위 진압하기 편하게 하려고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거로 끝나지 않고 결국에는 좋은 도시가 되게 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러나 여전히 찜찜하다. 독재자가 독재적 방법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도시일 수 있는가? 좋은 도시라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도시라면, 우선 통해야 돼.” 음, 스승의 가르침은 이렇게 간단한 것인가? 발자크와 위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파리의 골목이라고 하면, 종로의 피맛골 같은 대로의 뒷골목을 상상하곤 하지만, 사실 1850년까지 파리라는 도시의 거의 모든 길은 평균 폭이 1~2m에 지나지 않았다. 4층 넘는 건물이 빽빽한 인구 백만의 도시에, 곧은 길이라고는 없이 구불구불하고 막다른 데다가 가장 넓은 도로라고 해 보았자 폭이 5m도 되지 않았으니 파리에는 오로지 골목밖에 없었다. 마차나 수레가 드나들지 못했다. 당시 한 보고서에 따르면 5㎡짜리 옥탑방 한 칸에 23명의 어른과 어린이가 바글바글 살면서 그 생활 오물과 폐수를 그냥 길 앞에 내다버렸으니, 하루 종일 해도 바람도 들지 않는 좁은 골목 환경이란, 사람들이 하수구 속에 사는 꼴이었다. 콜레라가 창궐한 것은 그 하수가 그대로 상수에 섞여들고 집들이 너무 다닥다닥했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성난 민중들이 집앞 바닥 포장돌을 파내서 쌓으면 바로 기마대를 막을 수 있었으니 그것이 혁명기에 고안되었다는 바리케이드의 정체였다.파리를 개조해야 한다는 제안은 18세기부터 꾸준히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전제 군주도 손댈 생각 없었던 도심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나폴레옹 황제였다. 콩코르드 광장부터 루브르를 지나는 리볼리 가를 닦기 시작했지만 마치지 못했다. 나폴레옹의 실각으로 유년기를 유럽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보냈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은 자유주의에 관심을 가졌고,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그 도시 경관에 크게 감동했다. 그가 1848년 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초대 대통령에 당선된 데에는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향수에 더해 서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에 힘입은 바 컸다. 파리는 프랑스의 심장이고 위대한 도시라고 열을 올리며 불로뉴 숲을 런던 하이드 파크를 능가하는 공공 공원으로 조성하고 삼촌이 못 마친 리볼리 가의 연장 공사에 착수했지만 사업이 더뎠다. 임기 내에 공약을 이행하지 못할 형편이 되자 재선이 불투명해졌고 불안감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종신을 선언한 나폴레옹 3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임 파리 시장을 찾는 것이었고, 그때 배짱과 열정에 충만한 오스만을 만났다. 1853년 취임 첫 주인 오스만에게 파리 지도를 펼쳐 보이며 “통하게, 통합되게, 그리고 아름답게” 만들어 보라고 명했다.“오스만이 처음에 한 일이 동서하고 남북으로 대로를 십자(그랑 크로아제)로 내요. 이렇게 하면 도시가 고르게 발전되죠. 그다음에 동서남북 네 길 끝에 역을 연결하고 도시를 순환하는 대로를 내요. 모든 게 연결되도록 만든 거지.” 6년 만에 1단계 사업이 완료되자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파리 시민들은 환영했다. 나폴레옹 3세는 오스만에게 어째서 같은 건축가와 계속 작업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던 사업이 갑자기 순조로워졌는지 오스만에게 물은 적이 있는데, 자신만만하게 ‘시장이 다른 사람이니까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대로는 정말 독재자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서 뚫은 것일까? 나폴레옹3세 치하 파리에서 진압할 만한 봉기는 일어난 적이 없었다(파리 코뮌은 정작 실각 후다). 오스만은 훗날 보수적 의회에서 예산을 따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이라고 변명한 바 있다. 실로 오스만은 치밀했다. 폭 20m가 넘는 대로는 시위꾼 노동자들이 우글거리는 불량 주택만 없앤 것이 아니었다. 교통 정체와 오물과 매연도 사라졌다. 거기에 인도가 생겼고, 빛과 바람과 가로수가 도로를 채웠다. 오스만의 파리 개조에서 더 중요한 것은 대로의 지하, 보이지 않는 데 있었다. “첫 번째, 위생이다. 그래서 파리의 하수도 계획이 선 거예요. 굉장히 잘한 거죠.”파리 인구 전체에 배분될 분량을 계산해 상수원을 끌어왔다. 새로 판 거대한 하수도는 가스등과 다음 세기에 지하철이 지날 관이기도 했다. 시에서 받은 제복을 입은 인부들이 매일같이 하수에 모인 빗물로 도로를 청소하고 수만 그루의 가로수를 다듬고 가스등을 켜고 끄는 도시 풍경이 처음 탄생했다. “두 번째, 도시에 빈 데가 많아야 된다. 사람들이 숨 쉴 수 있는 공원도 숲도 만들었죠. 관통하고 호흡하게 만든 거예요. 오페라 극장이며 에펠탑도 서는 건 그다음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의 파리가 탄생했습니다.” 오스만은 공원 울타리, 벤치, 신문 가판대, 공중 화장실, 광고판 같은 도시의 공공시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계하고 도시 전체에 고루 일관되게 적용했다. 그것은 상하수도처럼 시민 모두가 누릴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가로변에 철거한 다음 새로 지은 건축물들이었다. 같은 길에 면한 건물들은 서로 주인이 달라도 모두 하나로 이어져 보이도록 짓게 했다. 실내에서야 아무리 개성적으로 호화판으로 살든, 대로변 외관에 건축주의 부를 뽐내는 조각품이나 맥락을 끊는 디자인은 엄격히 금했다. 외벽 마감은 인근에 흔한 석재로 통일하고, 같은 형태의 테라스 난간을 설치하게 했다. 모든 건물은 최소한 10년에 한 번씩 일제히 보수하고 청소해야 했다. 사소한 데까지 꼼꼼하고 일관된 규제 속에 지어져 ‘오스만 건축’이라고 불리게 된 이 건물들은 하나하나 튀지는 않지만 방문객을 파리의 장대한 원근법으로 초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관광용 유물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다. 대로변 건물의 2~3층은 가족이 많은 부유층의 아파트고, 5층이나 6층에는 독신자나 노동자, 학생들이 살았다. 도시 전체가 상가이자 동시에 주택가고, 빈부가 한 지붕 밑에 공존했다.파리 도심에는 고층 아파트가 없지만 인구 밀도는 1㎢당 2만명이 넘어 서울보다 훨씬 높다. 근대의 수도, 파리 시민들은 추리닝 차림으로 자가용을 끌고 외곽의 대형 쇼핑몰을 가는 대신에 차려입고 1층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가게들을 산책하며 쇼핑하고, 길이 끝나는 데서 저녁의 오페라를 즐긴다. 위정자의 영광을 향한 길이 아니었다. 오스만은 파리의 오래된 역사적 건축들이 돋보이는 각도로 새 길을 냈고, 도시의 구마다 고르게 크고 작은 녹지 공원과 광장을 조성했다. 이 대대적 사업을 순식간에 시행하기 위해서 권력을 등에 없고 법을 개정하고, 자본가의 도움을 빌어 투자 회사를 설립했으며 수만 명의 노동자를 동원했다. “일을 끊임없이 벌이고 세금 많이 걷으니까, 결국 오스만은 그래서 실각하죠. 자동차 시대를 예견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던한 도시 계획인 거고, 유럽의 근대 도시가 여기서 출발하는 겁니다. 미국 시카고, 워싱턴, 바르셀로나, 빈…, 그런 대도시가 다 파리를 따르거든요. 그 기틀이 뭔지 자세히 봐야 할 거예요. 여러 사람을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도시를 문화적으로 굉장히 성숙하게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불도저 김현옥 시장을 오스만하고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에요. 그리고 그들은 한 세기 전에 오스만이 해 온 것을 비판도 하지만 새로 연구하고 근사하게 이어받아서 라데팡스를 만들었어요. 그러면 정도전이 만들어 놓은 서울이 확장될 때 우리는 무엇을 놓친 건가….” 르코르뷔지에를 위시한 모더니스트들이 비난을 퍼부은 오스만의 파리 개조가 왜 모던한 도시의 출발인가. 데이비드 하비는 모더니즘의 본질을 획일적 전통에 대한 ‘창조적 단절’이라고 말한다. 황현산 선생이 평생 연구했듯, 누구나 뻔히 공감할 완결된 서정성을 과감하게 뚫는 아이러니가 프랑스 상징주의의 모던한 시 정신이고, 그 정신이 제2제정기의 파리에서 태동했다. 1960년대 쿠데타 이후 반세기, 서울이 낳은 시와 도로를, 서울이 남긴 역사와 어둠을 지운 야경을 떠올려 본다. 격자 대로를 가도 가도, 600년 전 북악과 광화문에 맞먹을 비스타를 마주칠 일이라고는 없는 강남과 여의도에서 터전을 닦은 중산층은 이제 그들이 세운 도시를 깨끗이 철거하고 역사를 지우는 데 바쁘다. 폭염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재개발과 폭등과 재생이 터져 겨루는 서울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기획 수류산방 조성룡 건축가·도시건축 대표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
  • ‘서른이지만’ 정진운 특별출연, 안효섭과 조정 대결 ‘불꽃 신경전’

    ‘서른이지만’ 정진운 특별출연, 안효섭과 조정 대결 ‘불꽃 신경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 정진운이 특별출연해 안효섭과 불꽃 신경전을 벌인다. 연일 자체 최고를 경신하며 하반기 주중 드라마 최고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극본 조성희/연출 조수원/제작 본팩토리)(이하 ‘서른이지만’) 측이 3일, 안효섭(유찬 역)과 극중 그의 라이벌로 특별 출연하는 정진운(정진운 역)의 스틸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무엇보다 극중 안효섭은 ‘조정대회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신혜선(우서리 역)에게 사랑 고백을 하겠다’는 남다른 목표를 가지고 대회 준비에 사활을 걸어온 상황. 또한 안효섭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라이벌 정진운의 이름이 수차례 거론된 바 있어 과연 그가 정진운을 꺾고 개인전 우승을 차지, 가장 멋진 순간 신혜선에게 고백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공개된 스틸 속에는 조정대회에서 맞닥뜨린 안효섭과 정진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안효섭은 비장한 눈빛으로 정진운을 응시하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정진운은 여유가 넘치는 모습. 안효섭 쪽을 돌아보며 실룩 웃어 보이는 정진운의 표정이 마치 ‘넌 나보다 한 수 아래’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처럼 불꽃 스파크가 이는 안효섭-정진운의 모습이 공개됨에 따라 스포츠맨들이 벌일 진검 승부에 기대가 고조된다. 한편 특별출연하는 정진운의 맹활약도 기대된다. 정진운은 지난 2011년 모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조정 대회에 출전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서른이지만’에서 감초 같은 연기는 물론, 갈고 닦았던 조정실력까지 뽐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서른이지만’ 측은 “흔쾌히 특별출연해준 정진운 씨에게 감사드린다. 정진운 씨가 등장하는 조정대회 씬은 화요일 방송인 23-24회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극중 안효섭 배우와의 팽팽한 신경전과 다이나믹한 조정대결이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을 차단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의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코로 ‘믿보작감’ 조수원PD와 조성희 작가의 야심작. 오늘(3일) 밤 10시 21-22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여진 “남의 불행 전시하는 대신 곁에 앉는 법 택했죠”

    김여진 “남의 불행 전시하는 대신 곁에 앉는 법 택했죠”

    감당할 수 없는 비통과 고통 앞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낼까. 완전한 용서나 애도란 가능할까.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이처럼 영원히 답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물음을 내놓고 그 답으로 가는 길을 낸다. 아이를 잃은 부모와 아이가 목숨 걸고 구한 아이. 세 사람이 겪는 감정의 굴곡을 찬찬히 따라가면서다. 영화는 이들의 불행과 죄책감을 ‘포르노’처럼 선정적으로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절제된 거리 두기와 배려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슬픔과 상실감을 조용히 쓰다듬는다. 순제작비 2억원, 손익분기점 3만명인 이 작은 영화는 그 묵직한 성취로 개봉 전부터 국내외 영화제에서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지난 2월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지난 4월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는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최고 작품상인 화이트멀베리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최우수장편상을 각각 받았다. 배우 김여진(46)이 ‘아이들’(2011) 이후 7년 만의 스크린 복귀를 다시 아이 잃은 엄마 역으로 하게 된 것도 영화의 그런 미덕 때문이다. “이야기의 무게에 압도될까 봐 처음엔 대본을 받고 쳐다도 안 봤어요. 그래도 대본은 보고 거절을 해야겠다 싶어 들여다보는데 마음이 출렁이더라고요. 미숙의 감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다른 사람이 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죠.”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미숙(김여진)과 성철(최무성)은 익사 사고로 고교생 아들 은찬을 잃었다. 슬픔을 삭이고 토해 내는 일상을 반복하던 그들은 아들이 목숨 바쳐 구한 아이 기현(성유빈)과 인연을 맺게 된다. 아들의 의사자 신청에 힘쓰던 성철은 기현의 결핍에 마음이 쓰이고, 미숙은 처음엔 거부감을 갖지만 차츰 아이를 품게 된다. 하지만 은찬의 죽음에 관한 기현의 뜻밖의 고백 이후 세 사람의 관계와 감정은 격렬하게 요동친다.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아이 잃은 부모의 고통은 이름 지을 수 없는 것이죠. 과부, 홀아비, 고아는 있어도 아이 잃은 부모에 대한 호칭이 없는 건 그게 가장 무섭고 힘겨운 형벌이어서라고 하잖아요. 굉장히 극적으로 풀 수 있는 소재지만, 영화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캐지 않고 세 사람의 감정을 따르며 서사를 엮어 가요. 무엇을 떠올리든 영화를 보면 그 생각에 변화가 있을 거예요.”그는 촬영 전 유가족에 대한 대상화를 경계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신동석 감독에게 전했다. 유가족을 대하는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내가 겪고 싶지 않은 불행을 겪은 사람들에 대한 일반화가 있는 것 같아요. ‘애 잃은 부모가 어떻게 저럴 수 있어’, ‘저것 봐, 웃어’라면서요. 자신이 생각하는 슬픔이란 상을 그려 놓고 그 상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작품에서도 힘든 일 겪은 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나 호기심을 갖고 불행을 클로즈업해서 보여 주고요. 그렇게 남의 불행을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건 안 된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그 점에 유념했죠.” 영화에서도 비통에 잠긴 부부에게 지인들은 “보상금 얼마 받았냐”고 묻고 죽음의 진실을 캐려는 부부에게 학교에서는 “아들이 피해자보다 의사자가 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서둘러 사건을 봉합하려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슬픈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슬픔이 지속되는 사람들을 보면 ‘그만 좀 하지’, ‘작작 좀 하지’라고 하죠.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직시하고 싶지 않은 거죠. 이 영화는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잠시 곁에 앉아 있어 주는 것이면 어떨까 하고 일러 주죠. 슬픔은 위로될 수도, 작아질 수도, 사라질 수도 없는 거니까요.” ‘완전한 애도나 용서란 가능한가’란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면 영화가 돌려주는 답은 감독의 말로 갈음할 수 있겠다. “사람이 그나마 윤리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는 것은 애도의 감정 덕분일지 모릅니다. 애도와 용서가 완전하거나 완벽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사람들이 애쓰는 것이 아예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중장년 관객 잡으러 무대 오른 베테랑들

    중장년 관객 잡으러 무대 오른 베테랑들

    ‘오! 캐롤’ 중장년 겨냥 주병진 캐스팅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추리극 ‘쥐덫’ 방송인 김성경·탤런트 강문영 도전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중견 방송인들이 잇따라 연극 등 공연무대에 서고 있다. 방송인 개인에게는 브라운관을 넘어선 도전으로, 공연계로서는 관객층 확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인기 여성 코미디언이자 MC로도 활약하고 있는 개그우먼 박미선은 오는 15일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숍 온 더 스테이지 홈쇼핑 주식회사’ 무대에 오른다. 그가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홈쇼핑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쇼호스트들의 이야기로, 후배 코미디언인 김영희, 홍현희, 김나희 등이 함께 출연한다. 개그맨 지망생들이 많이 출연했던 소극장은 이제 유명 개그맨들이 직접 극장을 열어 자체적으로 코미디 공연을 펼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과거와 달리 TV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공연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하지만 박미선은 이미 개그 프로그램을 넘어 인기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한 터라 이번 연극 출연은 이례적이기도 하다.‘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추리극’으로 유명한 영국 추리작가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의 ‘쥐덫’ 무대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경과 탤런트 강문영이 처음 소극장 무대에 도전한다. 충무로 명보아트홀에서 1일부터 시작한 이번 작품에서 김성경·강문영은 연극배우 양희경과 같이 주인공 ‘보일’ 역을 맡았다. 김성경은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했던 차에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 MBC PD로 극단 대표인 정세호 연출과의 인연도 출연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경은 “제가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2002~2003년에도 정세호 감독이 연기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중견 방송인들의 무대 도전은 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한 캐스팅으로도 풀이된다. 연극 ‘쥐덫’을 주최한 극단 제3무대 측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같은 고전 추리극을 사랑하는 중장년층에게 문화적 향수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국민 MC로 불렸던 방송인 주병진의 뮤지컬 ‘오! 캐롤’ 출연도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의 특성을 반영한 캐스팅으로 볼 수 있다. ‘오! 캐롤’은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원 웨이 티켓’ 등 닐 세다카의 올드팝으로 구성돼 특히 중장년층 관객에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제작사의 홍보 포인트도 이들 중년 관객에 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작품 속 캐릭터를 중년 이상의 관객이 보면 본인들 이야기 같을 것”이라며 “‘솔리테르’ 같은 곡 안에는 우리 어머니들이 겪었던 일, 과거 힘들었던 일들이 담겨 있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진은 “관객 연령층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출연을 결심하는 데) 많은 도움은 됐다”고 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인터뷰②] 배우들에게 ‘에이틴’이란… “첫 단추·성장통·졸업앨범”

    [인터뷰②] 배우들에게 ‘에이틴’이란… “첫 단추·성장통·졸업앨범”

    “짧은 분량이라 많은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배우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작가님께서 캐릭터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시고 에피소드를 많이 넣어주셨지만 너무 짧다 보니 사연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짧은 분량 안에서도 내적으로 고민하고 연기했죠.”(김동희) 10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웹드라마 ‘에이틴’의 주역 5명(신예은· 이나은·김동희·김수현·의현, 신승호는 개인 스케줄로 불참)은 최근 서울신문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와 배우로서의 고민과 포부 등을 털어놨다. 총 24부작으로 제작됐지만 회당 10분 남짓의 분량으로 언제든 쉽게 ‘정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에이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된 만큼 1020 세대에게 더욱 친숙하다. 10분이라는 짧은 분량에 대해 신예은(21·도하나 역)도 “그것이 장점인자 단점인 것 같다”며 “지하철에서도 누구나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너무 짧아서 (다음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10분 안에 담지 못한 얘기들이 많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회당 비록 10분 분량밖에 공개되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촬영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의현(19·차기현 역)은 “제가 다른 데서 경험했던 것만큼, 오히려 그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를 했다”며 “다같이 열심히 만든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연기에 처음 도전했거나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연기 욕심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프로듀스 101’(tvN)과 ‘믹스나인’(JTBC)에 아이돌 연습생으로 참가하기도 했던 김수현(18·여보람 역)은 “(아이돌 데뷔 목표는) 지금도 현재형”이라며 “아이돌과 배우를 모두 꿈꾸는 욕심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아이돌 연습생도 열심히 하다가 중간에 오디션도 봤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나은(19·김하나 역)은 “에이프릴을 하면서 회사에서 연기 예능이나 카메오를 하러고 할 때는 의무적으로 생각했던 면도 있었다”면서 “‘에이틴’을 통해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주변에도 그런 얘기를 자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틴’ 오디션을 볼 당시 군 입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의현은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했다”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촬영을 하면서 점점 더 커졌다”고 말했다. 18회까지 중 팬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이 온 에피소드 중 하나는 15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친구의 거짓말’이었다. 김하나의 가정사 등 비밀을 알게 된 하민이 김하나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민에게 향했다. 이와 관련 하민 역할의 김동희(19)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많이 소통하고 저도 신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 전 에피소드에 하민의 가정사가 나오는데 김하나를 보면서 자기를 보는듯한 동질감을 느끼는 걸로 비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 초반에 도하나에게도 김하나에게도 ‘어장’을 치는 걸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대사들을 하면서 하민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에이틴’을 통해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김동희는 “처음에는 확실히 만족스럽게 표현해내지는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매회 성장하고 발전한 부분도 있어서 아쉬워만 하기보단 스스로 토닥토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은은 “저랑 성격이 반대인 캐릭터라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많이 끌어내 주셨다.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배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에이틴’은 이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더 성장했을 때 도하나 명찰을 보면서 돌아볼 첫 단추.”(신예은) “학창시절로 돌아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나은) “좋은 배우가 되는 길목의 성장통.”(김동희) “마지막 촬영을 끝내기 싫었던, 고맙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작품.”(김수현) “졸업앨범 꺼내보듯 보게 될 작품.”(의현) 총 24부작 중 19회까지 방영된 ‘에이틴’은 지난달 20일 마지막회 촬영까지 모두 마쳤다.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에이틴’을 향한 팬들의 시즌2 제작 요청이 벌써부터 뜨겁다. 시즌2를 기대해 봐도 좋겠냐는 질문에 배우들은 “저희도 나왔으면 좋겠다. ‘에이틴’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며 밝게 웃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인터뷰①] ‘에이틴’ 신예은 “도하나 캐릭터 사랑해… 마음은 아직 연습생”

    [인터뷰①] ‘에이틴’ 신예은 “도하나 캐릭터 사랑해… 마음은 아직 연습생”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드라마는 초대형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tvN)도, 인기 아이돌 차은우 주연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JTBC)도 아니다. ‘생짜 신인’들만 등장하는 10분짜리 학원물이 또래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스노우가 공동출자한 플레이리스트의 웹드라마 ‘에이틴’ 얘기다. “알고 지내던 친구들, 주변 지인들로부터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이 많이 와요. 어린 친구들이 ‘카톡 프사’(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를 저희 사진으로 한 것도 많이 봤고요. 너무 감사하죠.”(신예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위워크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에이틴’의 주역 5명(신예은, 이나은, 김동희, 김수현, 의현)은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걸그룹 에이프릴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나은(19)은 “그룹 행사나 공연장에 가면 요즘에는 저를 (극중 캐릭터) 김하나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에이틴’은 매주 수·일요일 네이버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새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업로드 시간인 오후 7시 이후에는 어김없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다. 채널별 24시간 조회 수는 각 100만뷰를 넘기고, 인기 보이그룹 세븐틴이 부른 OST 수록곡 ‘에이틴’은 얼마 전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예은(21)이 연기하는 고교 2학년생 주인공 도하나와 같은 반 친구들의 연애, 친구 관계, 진로, 말 못할 가정사 등 또래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고민을 담았다. 평범한 교실 풍경을 그리면서 시작한 드라마는 회가 갈수록 캐릭터 각자의 숨겨진 속사정을 풀어내며 ‘에이틴’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부분 연기 경험이 없던 이들이 ‘에이틴’에 캐스팅된 배경은 무엇일까. 김동희(19·하민 역)는 “플레이리스트의 작품에 꼭 한번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며 “오디션에서 배우 김동희의 모습보다 모범생에 다정다감한 인물인 하민의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설명했다. 극 중 역할 여보람의 깨발랄한 성격이 자신과 닮았다는 김수현(18·여보람 역)은 “오디션 때 저를 보여드리면 되겠구나 했는데 감독님께서 한번 더 영상을 찍어 보내달라고 하셨다”며 “연습실에서 100개를 찍어 가장 깨발랄한 영상 하나를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극중 인물 도하나는 배우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높았다. 탐나는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김동희는 “도하나를 연기해보고 싶다”며 “예쁘고 멋있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친구”라고 묘사했다. 이나은은 “김하나와는 실제 성격이 반대라 나중에라도 도하나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예은은 “제 배역을 너무 사랑한다. 탐나는 배역이 없다”고 솔직히 말해 주변을 웃겼다. 반면 김수현은 “(극중 남자친구인) 차기현을 해보고 싶다”며 “저렇게 눈치 없을 수가 있나 싶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의현(19·차기현 역)은 “너랑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라고 응수해 드라마 속 알콩달콩 코믹 커플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개인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신승호(23·남시우 역)와 신예은 사이의 로맨스는 드라마를 이끄는 한 축이다. 신승호와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신예은은 “오빠가 재치가 많고 유머러스하다”며 “제가 저보다 나이가 많으면 조심스러워하는 면이 있는데 친구처럼 대해주고 때로는 동생 같을 때도 있어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답했다. 신예은은 자신이 연습생으로 있던 JYP엔터테인먼트와 최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게 JYP 측에서 밝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신예은은 “아직 실감이 안 나는 것 같다. 마음은 아직 연습생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연습생 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항상 겸손하고 성실하게 임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아나운서, 개그맨 등 중견 방송인, 공연무대 오르는 까닭은

    아나운서, 개그맨 등 중견 방송인, 공연무대 오르는 까닭은

    TV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중견 방송인들이 잇따라 연극 등 공연무대에 서고 있다. 방송인 개인에게는 브라운관을 넘어선 도전으로, 공연계로서는 관객층 확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기 여성 코미디언이자 MC로도 활약하고 있는 개그우먼 박미선은 오는 15일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스톱 온 더 스테이지 홈쇼핑 주식회사’ 무대에 오른다. 그가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홈쇼핑 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쇼호스트들의 이야기로, 후배 코미디언인 김영희, 홍현희, 김나희 등이 함께 출연한다. 유명 개그맨이 직접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신인 개그맨이나 지망생들을 무대에 올리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박미선은 이미 개그 프로그램을 넘어 인기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한 터라 이번 연극 출연은 이례적이기도 하다.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추리극’으로 유명한 영국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쥐덫’ 무대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경과 텔런트 강문영이 처음 소극장 무대에 도전한다. 충무로 명보아트홀에서 1일부터 시작한 이번 작품에서 김성경·강문영은 연극배우 양희경과 같이 주인공 ‘보일’ 역을 맡았다. 김성경은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했던 차에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 MBC PD로 극단 대표인 정세호 연출과의 인연도 출연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경은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2002~2003년에도 정세호 감독이 연기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중견 방송인들의 무대 도전은 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한 캐스팅으로도 풀이된다. 연극 ‘쥐덫’을 주최한 극단 제3무대측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같은 고전 추리극을 사랑하는 중장년층에게는 문화적 향수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MC으로 불렸던 방송인 주병진의 뮤지컬 ‘오! 캐롤’ 출연도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의 특성을 반영한 캐스팅으로 볼 수 있다. ‘오! 캐롤’은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원 웨이 티켓 투 더 블루스’ 등 닐 세다카의 올드팝으로 구성돼 특히 중장년층 관객에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올해로 세번째 공연이다. 제작사의 홍보 포인트도 이들 중년 관객에 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작품 속 캐릭터를 중년 이상의 관객이 보면 본인들 이야기 같을 것”이라며 “‘솔리테르’ 같은 곡 안에는 우리 어머니들이 겪었던 일, 과거 힘들었던 일들이 담겨 있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진은 “관객 연령층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출연을 결심하는 데) 많은 도움은 됐다”고 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박미선, 김성경, 주병진…브라운관이 좁은 중견 방송인들, 잇따라 무대로

    박미선, 김성경, 주병진…브라운관이 좁은 중견 방송인들, 잇따라 무대로

    TV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중견 방송인들이 잇따라 연극 등 공연무대에 서고 있다. 방송인 개인에게는 브라운관을 넘어선 도전으로, 공연계로서는 관객층 확대 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기 여성 코미디언이자 MC로도 활약하고 있는 개그우먼 박미선은 오는 15일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스톱 온 더 스테이지 홈쇼핑 주식회사’ 무대에 오른다. 그가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다. 홈쇼핑 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쇼호스트들의 이야기로, 후배 코미디언인 김영희, 홍현희, 김나희 등이 함께 출연한다. 개그맨 지망생들이 많이 출연했던 소극장은 이제 유명 개그맨들이 직접 극장을 열어 자체적으로 코미디 공연을 펼치고 있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과거와 달리 TV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줄어들자 공연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하지만 박미선은 이미 개그 프로그램을 넘어 인기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한 터라 이번 연극 출연은 이례적이기도 하다.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 추리극’으로 유명한 영국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쥐덫’ 무대에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경과 텔런트 강문영이 처음 소극장 무대에 도전한다. 충무로 명보아트홀에서 1일부터 시작한 이번 작품에서 김성경·강문영은 연극배우 양희경과 같이 주인공 ‘보일’ 역을 맡았다. 김성경은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했던 차에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 MBC PD로 극단 대표인 정세호 연출과의 인연도 출연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경은 “제가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2002~2003년에도 정세호 감독이 연기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중견 방송인들의 무대 도전은 중·장년층 관객을 겨냥한 캐스팅으로도 풀이된다. 연극 ‘쥐덫’을 주최한 극단 제3무대측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같은 고전 추리극을 사랑하는 중장년층에게는 문화적 향수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국민MC으로 불렸던 방송인 주병진의 뮤지컬 ‘오! 캐롤’ 출연도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의 특성을 반영한 캐스팅으로 볼 수 있다. ‘오! 캐롤’은 ‘유 민 에브리싱 투 미’, ‘원 웨이 티켓 투 더 블루스’ 등 닐 세다카의 올드팝으로 구성돼 특히 중장년층 관객에게 높은 인기를 얻으며 올해로 삼연째를 맞고 있다. 제작사의 홍보 포인트도 이들 중년 관객에 있다. 박영석 프로듀서는 “작품 속 캐릭터를 중년 이상의 관객이 보면 본인들 이야기 같을 것”이라며 “‘솔리테르’ 같은 곡 안에는 우리 어머니들이 겪었던 일, 과거 힘들었던 일들이 담겨 있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진은 “관객 연령층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출연을 결심하는데) 많은 도움은 됐다”고 답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금천구 “싱크홀 아닌 토사유출…오늘 재발 가능성 90% 이상 없어”

    금천구 “싱크홀 아닌 토사유출…오늘 재발 가능성 90% 이상 없어”

    31일 갑작스러운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던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와 관련해, 금천구청이 추가 문제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금천구청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의 통합지원본부 지휘소에서 브리핑을 열어 “외부에서 흙을 가져와 쌓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흙막이 벽채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며 그런 이후 건물에 대한 영향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이 위촉한 토질 분야 외부 전문가는 내달 3일 또 비 소식이 있다는 지적에 “흙을 단순히 앞에만 쌓는 것이 아니고 흙막이 벽채의 밑부분까지 쌓은 다음 위를 채우는 것”이라면서 “(비에) 소실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싱크홀이라기보다는 ‘흙막이 붕괴에 따른 토사 유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오늘 저녁에 또 무너질 가능성은 90% 이상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건축구조 부분을 맡은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건물(아파트)에 크게 이상 징후는 안 보인다”면서 “하루 정도 더 지켜본 다음 이상 없다고 판단되면 정밀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건물의 기울기는 허용오차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구청장 명으로 공사를 중지했고, 입주자 대표와 협의해 정밀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면서 “임시복구 작업은 1∼2개월 소요될 것이며 이후 공사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나기 전부터 주민들이 구청에 공사장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구청 측은 “일반 우편으로 왔고 처음에는 환경과로 갔다가 환경과가 건축과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난 공사현장을 맡은 대우건설 관계자도 브리핑에 나와 “지반을 뚫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이를 역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현재 파악한 바로는 건물의 추가 변이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가 나기 전 새벽에 현장에서 ‘쿵쿵’ 소리가 들렸다는 주민 주장과 관련해 대우건설 측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라면서 “현재 나름의 안전성이 보이지만 구청 입장에서는 과학적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복구공사 외의 공사는)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경찰 조사가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인허가 관련 문제가 있다면 그것도 포함해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리핑에는 대피한 주민들도 참석해 구청과 대우건설 측의 답변에 항의하기도 했다. 유 구청장 발언 이후 한 주민은 “공무원들 정신 좀 차리기 바란다. 저희가 월급 드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땅이 꺼진 현장과 가장 인접한 동에 대한 진단과 사태 파악을 위주로 설명이 이뤄지자 이웃한 다른 2개 동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또 고3 수험생이 있어서 대피소에 머무를 수 없다거나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니 실비 정산해달라는 요구 등이 이어지자 대우건설 측이 “알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4시 38분쯤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건너편 공사장과 일방통행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사각형의 땅이 꺼졌다. 이 사고로 이웃한 아파트 2개 동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고 공사장 축대가 무너졌으며 아파트단지 주차장도 내려앉아 차량 4대가 견인됐다. 문제의 공사장은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곳이다. 소방당국·금천구청 등은 장비 42대와 인원 195명을 투입해 현장을 수습하고 안전조처를 하고 있다. 구청은 주민센터와 경로당 등을 주민 임시 대피소로 지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금요일의 서재]난해하고 어려운 고전, 쉬운 해설로 읽는다.

    고전은 어렵다. 내용 자체가 어렵고,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번역을 뜻하는 ‘역(譯)’ 외에 보충 설명을 의미하는 ‘주(注)’, 해석을 가리키는 ‘해(解)’ 등이 필요한 이유다. 고전은 흔히 몸에는 좋지만 먹기 어려운 쓴 약에 비유되곤 한다. 이럴 때 적절한 해설은 달콤한 설탕막을 씌운 ‘당의정’과도 같다. 최근 어려운 고전을 친절하게 해설한 책들이 눈에 띈다. 더위가 한 꺼풀 물러간 지금, 가을을 조용히 기다리며 고전의 향연을 음미해봄은 어떨는지. ◆난해한 주역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유교 3개 경전 가운데 하나인 ‘역경’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자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중국 시대마다 다른 역경이 전해졌는데,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 역(易)이란 뜻이다. 역사상 유일하게 유가와 도가 학파에서 동시에 추앙받는 경전이자,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생명과학 분야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도 불린다. 다만 그 방대함과 난해함으로 수많은 논쟁을 부른다. 중국 국학 연구 1인자로 통하는 장치청 북경교중의약대학 교수가 쓴 ‘주역 완전해석’(판미동)이 반가운 이유다. 역경 64괘 경문은 물론, ‘역전’의 단전, 상전, 문언전, 계사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 등 모두 7종 10편에 달하는 주역 원전 전체를 수록했다. 저자는 주역의 본뜻에 어긋나지 않게 원전을 해석하고 그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일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원리, 길함을 따르고 화를 피해 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입문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780여개 도판과 그래픽을 수록했다. ◆소통 관점에서 본 장자 쉽게 풀어내=중국 도가 사상가을 집대성한 장자(莊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된다. 내편은 7편, 외편은 15편, 잡편은 11편이다. 내편은 장자의 정수다. 외편과 잡편은 내편의 사상을 해석한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정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교 교수가 최근 낸 ‘장자 내편’(성균관대학교 출판부)는 장자의 사상을 ‘소통’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저자는 이에 관해 “장자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결국 사람과 자연과의 소통으로 귀결된다. 첫편 ‘소요유’ 주제가 소통이고, 뒤이은 ‘제물론’이 ‘호랑나비의 꿈’으로 끝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랑나비의 꿈’은 사람들이 꿈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지 않는 데에서 출발해 결국 삶과 죽음의 차이도 없다는 걸 보여주며, 그럼으로써 사람과 자연 간 소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편의 소요유·제물론·인간세를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으로, 양생주·덕충부·대종사·응제왕은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을 다룬다고 설명한다. 장자가 인간끼리의 소통을 넘어서서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까지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인다. 질문을 던지고 이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는 저자의 글이 장자 속에 숨겨진 은유 등을 잘 알려준다.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어렵고 지루한 서양고전 핵심만 쏙=1971년 초판 출간 후 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100선 가운데 하나.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신학에서 출발해 윤리학과 법학을 거쳐 경제학으로 완성된 장대하고 수미일관된 체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관한 설명이다. 이 책들은 유명하긴 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난해하고 지루한 책으로도 악명높다. 출판사 샘앤 파커스는 최근 ‘리더스 클래식’ 시리즈를 출간했다. 리더스 클래식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고전을 쉽게 해석한 시리즈다. 첫 두 권으로 존 롤스 ‘정의론’과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골랐다.이근식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의 핵심 내용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저작인 ‘도덕감정론’, ‘법학강의록’ 등에 담겨 있는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애덤 스미스 사상의 정수로 다가간다.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해석을 맡은 ‘정의론’은 상식에 호소하는 직관적 이해 방식, 논증적 접근 방식이라는 방식으로 정의론에 접근토록 돕는다. 정의론의 본질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우선 배려’, 그리고 ‘평등한 자유’와 ‘차등’의 두 원칙으로 구성되는 정의관도 알려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고속철 속도까지 줄인 ‘폭염’, 코레일 안전대책 추진

    이례적인 폭염에 레일온도가 높아지면서 KTX 등 열차 감속 운행을 실시했던 코레일이 폭염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역사·승강장 냉방설비 구축 및 확대, 차량 단열재 강화를 통한 냉방효율 향상, 레일온도 저감을 통한 서행구간 최소화, 사물인터넷(IoT)시스템을 이용한 냉방제어 기술 개발 등에 2023년까지 380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31일 코레일에 따르면 반복되는 폭염에 대비해 열차 안전운행과 고객불편 해소를 위해 레일온도 측정구간을 세분화한다. 현재 고속선은 35㎞, 일반선은 50~70㎞에서 레일온도를 측정하는데 내년 여름부터 고속선 12㎞, 일반선 20~30㎞로 단축할 계획이다. 레일온도 실시간 자동검지장치를 75개소에서 150개소로 확대함으로써 온도 상승에 따른 서행 운전 구간을 축소할 수 있게 된다. 또 매년 5월에는 레일온도 감소 효과가 있는 차열성 페인트를 정기적으로 도포하고 내년 6월까지 폭염에 취약한 선로 26개소에는 자동 살수장치를 설치해 레일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차단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모든 역 맞이방과 승강장에 냉방 설비를 설치하고 부평·왕십리 등 하루 2만명 이상 이용하는 역에는 대형 선풍기와 송풍기를 배치해 폭염에 따른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열차 창문에는 열 차단 필름을 붙이고 지붕에 단열페인트를 도색해 무더위에 외부온도의 영향을 줄여 냉방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또 내년 5월까지 무궁화호를 비롯한 일반열차 출입문 양쪽에 벽걸이형 냉방기를 추가 설치하고 통풍 그릴을 개선해 냉방용량을 늘린다. 경인선(동인천∼용산) 급행전동열차 중 구형 차량에는 에어커튼을 설치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승차율을 분석해 객실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대권 안전혁신본부장은 “폭염이 해마다 반복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며 “급격한 온도 변화에 신축이 적은 신소재 전차선 등 이상기후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술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김희선, ‘미스터 션샤인’ 후속 드라마 ‘나인룸’ 촬영 현장서 포착

    김희선, ‘미스터 션샤인’ 후속 드라마 ‘나인룸’ 촬영 현장서 포착

    승소율 100%를 자랑하는 변호사로 변신한 ‘나인룸’ 김희선의 출근길이 포착돼 이목을 집중시킨다. 31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후속으로 오는 9월 첫 방송 예정인 새 토일드라마 ‘나인룸’ 측이 극 중 ‘을지해이’ 역을 맡은 김희선의 현장 스틸을 첫 공개했다. ‘나인룸’은 희대의 악녀 사형수 ‘장화사’(김해숙 분)와 운명이 바뀐 변호사 ‘을지해이’(김희선 분), 그리고 운명의 열쇠를 쥔 남자 ‘기유진’(김영광 분)의 인생리셋 복수극이다. 이 가운데 김희선은 힘 있는 자에게는 아부하고 힘 없는 자는 철저히 외면하는 승소율 100% 변호사 ‘을지해이’를 연기한다. 공개된 스틸 속 김희선은 무결점 미모를 뽐내며 도도하게 출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사한 핑크빛 재킷에 도자기 피부와는 반대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보는 이들의 숨을 죽이게 한다. 꾹 다문 입술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포커페이스가 냉랭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김희선의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보겠다는 듯한 강렬한 레이저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의뢰인의 사소한 정보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는 모습은 승소율 100% 변호사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나인룸’을 통해 데뷔 이래 첫 변호사 캐릭터에 도전하는 김희선은 변호사의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사형수 장화사 역을 맡은 김해숙과 운명이 뒤바뀌며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되는 극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기대감을 자아낸다. 이에 tvN ‘나인룸’ 제작진은 “김희선이 변치 않는 미모를 자랑하면서 동시에 심도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입체적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면서 “김희선이 김해숙을 만나면서 운명의 변곡점을 맞이하는가 하면, 김희선의 연인으로 분할 김영광이 두 여자 사이에서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어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질 운명의 소용돌이에 많은 기대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tvN 새 토일드라마 ‘나인룸’은 tvN ‘미스터 션샤인’ 후속으로 오는 9월 29일 오후 9시 첫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강릉선 KTX, 시·종착역 서울역 비중 늘려주길.

    “강릉선 KTX의 서울역 시·종착 비중을 늘려주오” 강원 영동권 주민들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지난해 개통한 강릉선 KTX의 시·종착역 서울역 비중을 늘려 줄 것을 바라고 있다. 현재 청량리역을 통한 강릉선 KTX 이용객들이 환승 등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강릉시 등에 따르면 강릉선 KTX는 현재 주중(편도기준) 18회, 금요일 24회, 토·일요일 26회씩 서울∼강릉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평일(18회) 기준으로 강릉에서 출발하는 상행선은 모두 서울역을 종착역으로 하고 있으나, 강릉행 하행선 열차는 서울역(10회)과 청량리역(8회)으로 출발역이 나뉜다. 특히 금·토·일요일 추가 운행열차는 8편이 모두 시·종착역을 청량리역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착역이 있는 강릉 등 영동권 주민들은 서울역 이용 환승객과 주말 관광객 불편 해소를 위해 서울역의 시·종착 비중을 늘려 줄 것을 정부에 바라고 있다. 이철규 국회의원(동해·삼척)은 최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하행선 열차의 출발역도 서울역으로 일원화하고, 청량리역과 상봉역 등에서 정차하면서 수도권 접근 지역별로 이용객들의 편의를 제고하는 개선책이 마련된다면 강릉선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오전 5시 30분∼7시 30분, 오후 6시 이후 등 주요 시간대에는 서울역 출발 열차가 없어 수도권 이용자들이 청량리역만 이용이 가능하다”며 “강릉역 이용객의 70%가 관광객 이라는 점을 감안해 개선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릉지역의 의견은 인지하고 있지만,서울 강북권 주민들의 이용 편의,서울역 혼잡도와 열차운영 효율성, 역 간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성현아 아들 공개 “모든 걱정 제로였던 순간..날 지탱해주는 힘”

    성현아 아들 공개 “모든 걱정 제로였던 순간..날 지탱해주는 힘”

    배우 성현아가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성현아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안아주는 건지 안기는 건지 내 기분은 안기는 느낌.. 모든 걱정 제로였던 순간. 천국이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성현아는 아들을 꼭 끌어안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30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성현아는 아들에 대해 “아이를 사랑하면서 내 평생의 결핍이 사라졌다. 그 결핍 때문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날 지탱해주는 게 남편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를 지탱해주는 가장 큰 부분은 자식이었다. 내리사랑이라고 나도 부모님께 사랑받으면서 자랐고, 그만큼 아이한테 주고 있다”며 남다른 모성애를 전했다. 한편 성현아는 재판과 별거 중이던 남편의 사망 등 여러 이유로 공백기를 가지다 지난 2월 7년 만에 KBS2 TV소설 ‘파도야 파도야’로 복귀했다. 그는 ‘파도야 파도야’에서 황창식(선우재덕 분)의 아내이자, 미진(노행하 분)의 어머니 천금금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박해일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전진하려 했다”

    박해일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전진하려 했다”

    “낯선 환경에 저를 떨어뜨려 놓고 싶었어요. 그때 제가 어떤 감정과 호흡을 내는지 궁금했거든요.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나아가려 하는 게 인간의 역할 아닌가요.”영화 ‘상류사회’로 데뷔 이후 처음 욕망의 질주를 벌이게 된 배우 박해일(41)이 되물었다. ‘익숙한 것에서 반보씩이라도 전진하려 했다’는 그의 말은 곧 자신의 18년 배우 생활을 이르는 말로 들렸다. 2000년 연극 무대로 데뷔한 이후 ‘남한산성’(2017), ‘덕혜옹주’(2016), ‘제보자’(2014), ‘은교’(2012) 등 그는 그 안에서 내내 살아왔던 인물처럼 작품을 견고하게 지탱해 왔다. 돌출되기보다 스며듦으로써 작품을 빛냈던 그가 욕망을 드러내고 가속력을 내는 인물이 됐다. ‘인터뷰’(2000), ‘주홍글씨’(2004) 등을 통해 욕망하는 인간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그려냈던 변혁 감독의 신작 ‘상류사회’에서 시민은행을 제안하며 존경받는 경제학 교수 장태준 역을 맡았다.태준은 영세 상인 집회에서 분신 자살을 시도하는 노인을 구하며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보수정당에서 국회의원 출마 제안까지 받는다. 미술관 관장 자리를 노리며 상류층에 진입하려는 아내 수연(수애)의 욕망에 힘을 실어주게 된 것. 수단 가리지 않고 내달리는 수연의 행보에 태준은 세속적인 욕망을 품으면서도 적당한 윤리와 사회적 책무를 느끼며 ‘브레이크’를 거는 균형을 보인다. “바람은 펴도 걸리진 말라”는 수연의 말에 “너, 힐러리 같다”고 일갈하는가 하면, 밖에서는 완벽한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집에서는 마스크팩을 올리고 노래방 기계로 여흥을 즐기는 등 다채로운 면모로 웃음을 자아낸다.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배우의 바람이 깃든 장면들이다. “수연이 처음부터 자기 목표에 충실하다면 태준은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가 정계에 뛰어들면서 휘둘리고 변질되고 유혹을 당하며 A부터 Z까지 처음과 다른 다양한 양상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배우로선 감정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져볼 수 있어 좋았죠. 하지만 ‘선은 넘지 말자’는 태준의 대사가 곧 캐릭터를 규정짓는 말뚝이에요. 그게 영화 전체를 감싸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상류층’은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 콘텐츠들이 무수히 반복해온 소재다. 때문에 제목에 이를 정직하게 반영한 이 영화가 펼쳐낼 다른 지점을 기대하는 관객이 많을 터다. 이를 의식한 듯 변 감독은 “부자들의 화려한 생활을 전시하는 것도 아니고, 착한 캐릭터가 재벌을 응징하는 영화도 아니다. 2, 3등 하는 사람들이 1등의 세계로 들어가려 발버둥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 역시 “어느 정도 자신의 자리를 이뤘지만 더 높은 곳으로 진입하고 싶어하는 모습들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짚으며 “태준과 수연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색대로 다른 욕망을 품고 움직이는데 그게 관객들이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일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영화는 재벌가와 정계 권력층들의 추레한 내면을 때론 신랄하게, 때론 위트 있게 풍자한다. 하지만 일본 성인비디오(AV) 여배우를 내보낸 강도 높은 정사 장면이나 수연이 관장 자리를 위해 선택한 마지막 수단 등이 여성을 왜곡되게 묘사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이에 대해 박해일은 “이 영화의 이야기나 결이 (정사 장면에) 무모하게 힘을 준 것이라기보다 액션 영화에서 액션을 하듯, 인물들의 감정을 보여주는 장치이자 작품의 흐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파격적인 장면을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닌데 그것만으로 평가될까 봐 조심스럽다”며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역사 배울까 산악 즐길까

    서울 강북구가 다음달 15일부터 우이동 일대에서 역사 체험 프로그램 ‘너랑나랑우리랑 역사야 놀자’와 ‘제2회 산악문화제’를 동시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너랑나랑우리랑 역사야 놀자는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을 맞아 이를 기념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구는 산악문화제와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행사가 북한산에 있는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알리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사 체험 프로그램은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산악문화제는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열린다. 구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역사야 놀자는 너랑나랑우리랑 산책로 공간의 역사 자원을 활용한 롤플레잉게임(RPG)이다. 참가자 일명 ‘랑랑랑 탐험대’에게 독립자금 전달 미션이 주어진다.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 이르는 총 6개 거점별 관문을 통과하고 만남의 광장에 있는 독립운동 본부에 자금을 전달하면 미션이 완료된다. 같은 시간 만남의 광장에서는 산악문화제가 펼쳐진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대한민국 광복을 위해 희생된 선열들의 나라 사랑 정신이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독립운동 남편 옥바라지한 부인도 유공자입니다”

    “독립운동 남편 옥바라지한 부인도 유공자입니다”

    여성 독립운동가 202명 발굴 사업 주관 투옥된 가족 보살핀 박애신 여사 찾아 “부족한 기록·증언으로 인정 쉽지 않아”“독립운동을 하던 남편을 위해 옥바라지를 하며 평생 희생한 부인은 어떤 포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한 겁니다.”정부는 지난 15일 20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찾아내 이 중 26명에 대해 서훈을 수여했다. 발굴 사업을 주관한 이정은(64) 사단법인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사장은 28일 “남편이나 시아버지를 포함한 독립운동가를 위해 밥을 하고 옷을 기웠으며, 독립운동을 떠난 남편 대신 만주땅을 개간한 여성의 노력이 독립운동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한평생 희생한 여성을 독립운동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면 ‘위대한 여성상’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발굴을 넘어 독립운동을 지원하느라 희생한 여성도 사각지대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이사장은 이번 발굴 작업에서 찾아낸 박애신(1900년생) 여사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박 여사는 1919년 3월 9일 독립운동가 김태규 선생과 혼인했다. 파리평화회의에 기미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데 관여한 시아버지 김병농 목사와 남편이 서대문 형무소에 연이어 갇히면서 옥바라지를 했다. 출옥한 남편은 몇 개월 후 상하이 임시정부의 안동교통부(국내 거점과 비밀 연락 업무)에 들어갔다. 의열단 등에서 활약하면서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이 이사장은 “부부의 마지막 만남은 김태규 선생이 갓난아이가 보고 싶으니 미상의 역 플랫폼에 아기를 안고 서 있으라고 기별을 했던 것”이라며 “김 선생이 기차를 타고 가며 먼발치에서 부인과 아기를 바라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여사는 독립운동가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한다. 그는 정부가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나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장은 보훈처의 용역공모사업에 따라 연구진을 꾸려 지난 1월 12일부터 4개월간 발굴을 진행했고 202명을 찾아냈다. 정부는 지난 15일에 훈장과 포장을 받은 26명 외에도 향후 검증을 통해 오는 11월 순국선열의 날, 내년 3·1절 등에 차례로 서훈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발굴 과정에서 애로사항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 독립운동 기록을 들었다. 그는 “문헌이나 증언을 찾고자 4개월 발굴 기간에 2개월은 족히 헤맨 것 같다”며 “전체 독립 유공자 중 여성이 2%에 불과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보훈처가 3개월 옥고를 치러야 한다는 독립유공자 기준을 ‘실질적인 독립활동 여부’로 변경하면서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빛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립기념관 내 한국독립운동사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위원을 지낸 이 이사장은 2012년 퇴임을 하면서 대한민국역사문화원을 설립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청심환 먹고 ‘오! 캐롤’ 첫 무대… 관객 반응에 당황”

    “청심환 먹고 ‘오! 캐롤’ 첫 무대… 관객 반응에 당황”

    “방송과 다르게 배우들과 호흡 중요 이제는 조금 숨 쉴 정도로 적응됐다” MC ‘허비’역… 디큐브아트센터 공연“처음에는 무대 밖에 119구급대 대기 시키라고 했어요. 노래 부르다 비틀거리면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했죠.”뮤지컬 ‘오! 캐롤’에 도전하는 방송인 주병진(58)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첫 공연에 오른 소감을 말했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28일 열린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26일 첫 무대 오르기 전에 청심환을 먹었다”며 “아직 수정 보완할 게 많다”고 ‘뮤지컬 도전기’를 전했다. ‘오! 캐롤’은 가수 닐 세다카의 인기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병진은 리조트 쇼의 MC ‘허비’ 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방송에서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주병진은 방송과 뮤지컬은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가 느낀 방송과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관객의 ‘반응 속도’였다. 코미디에서는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을 쥐락펴락할 수 있지만, 뮤지컬에선 작품 전체를 바라보는 관객의 반응을 배우 혼자서 이끌어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주병진은 “첫 공연 때 제가 오랜 세월 봐 왔던 관객과 다른 반응이 나와서 당황했다”면서 “너무 당황해서 ‘왜 반응이 없지, 여기가 절간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두 번째 공연 때는 관객을 바라보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저 혼자 잘하면 되고 제 개인기로 특색 있게 하면 되지만, 뮤지컬은 배우들과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종합예술로서의 뮤지컬이 가진 무게감도 느꼈다. 그는 “노래, 연기, 춤을 동시에 하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고…, 이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해야 하니 혼란스러웠다”며 “이 가사가 1절인지, 2절인지,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맞는지 등 초기에는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조금 숨 쉴 정도로 적응됐다”고도 했다. 뮤지컬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맞아, 이런 것을 느끼려고 도전하지 않았느냐’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도전할 목표가 있으니 행복하고, 또 이를 극복하면 또 다른 행복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그는 30여년 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처음 봤다. ‘캣츠’, ‘미스 사이공’ 등을 보며 뮤지컬의 매력을 느꼈고, 그 무대를 마음 한편에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뮤지컬에 도전하리라고는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주병진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 내내 달변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주병진의 연기를 봐야 할 이유’를 묻자 그는 “다른 분들이 연기를 워낙 잘하니 꼭 제 공연은 안 봐도 된다”며 “어느 공연을 봐도 허비의 ‘한’이 스며든 연기를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공연은 오는 10월 2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