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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것 빼내 나눠달라는 억지춘향”

    경기도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1000만명 서명운동 돌입과 관련, 수도권 규제정책은 수도권에 있는 것을 빼 지방에 나눠주는 식의 ‘억지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종합대책도 역차별 정책으로 국가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수도권 규제는 실패한 정책”경기도는 수도권 규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규제의 목적은 인구과밀 억제 및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있으나 이같은 정책목표 달성은 실패했다는 것.수도권 인구는 80년 말 1438만 700여명에서 90년 말 1834만 2000여명,2006년 말 2412만 7000여명으로 26년간 67.7%가 증가했다. 이는 신도시 건설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두번째로, 수도권에도 낙후지역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양평(재정자립도 18.7%), 가평(23.9%), 동두천(24.2%) 등 21개 시·군은 재정 자립도가 전국평균(53.6%)에도 못 미친다는 것.2005년 경기도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평균(1648만 1000원)의 9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경기도는 1인당 GRDP가 시·도 가운데 8위에 불과하다. 울산시(3595만 9000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말했다.●“국가 경쟁력 약화 요인”세번째로는 수도권의 각종 규제로 인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 선진국은 수도권 규제를 개선, 도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데 대기업의 입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마저도 업종·규모·공장 총량으로 규제하는 바람에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국 군시시설 보호구역의 41%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고, 이는 서울시 면적의 3.7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 등 불합리한 중복 규제로 지역 주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고,4년제 대학의 수도권 신설을 금지하고 있어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인재 양성의 기회마저도 상실한 상태라고 덧붙였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IB공룡 출현하나”… 떨고있는 은행권

    “IB공룡 출현하나”… 떨고있는 은행권

    6일 산업은행과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업무 통합을 골자로 한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에 대해 시중 은행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IB 분야에 있어 국내 최고인 두 금융사의 ‘만남’은 IB 분야에서의 ‘밥줄’을 다 집어삼킬 수 있는 ‘공룡’이 출현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IB화를 독려하고 있는 금융정책당국이 모순을 저질렀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그리 큰 파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통합 조직이 최근 IB 금융의 핵심인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질 것이고, 상이한 두 조직을 합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져 있다.6일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 재정립 방안에 대해 “시중은행은 현재 은행법에 묶여 제한적인 IB 업무에 그치고 있는 반면 산은은 이번 조치로 장벽이 모두 풀렸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일종의 역차별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 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형 금융투자사를 육성한다는 취지나 방향성은 맞다.”라면서도 “은행들이 산은-대우증권은 물론 글로벌 은행들과 정상적으로 경쟁할 수 있으려면 모든 업종의 칸막이를 없애는 금융통합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또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금조달 능력은 최근 IB 업무의 핵심”이라면서 “산은과 대우증권의 통합 조직이 기존 산은 IB 분야보다 자금조달 능력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도 “산은 IB 분야와 대우증권의 업무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한 만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업무 통합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기업 금융의 핵심인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보완이 없다면 통합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산은 IB 업무가 대우증권과 통합되면 시장 자금조달 능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라면서 “대우증권의 IB 분야 업무가 한정된 만큼 두 조직의 업무 중복에 따른 문제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민간 금융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경쟁자가 출현하게 된 셈이지만 산은과 대우증권의 업무 중복을 막을 수 있고, 민간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통합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대우증권 민영화 등) 다른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최선책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윤 금감위장 “국민연금 은행소유 반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증권사의 신규 진입(설립)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환영하지만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의 경영권 인수에 대해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겨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증권사의 수가 과다하다는 판단도 있지만 진입을 자유화하지 않았을 때 구조조정이 지연돼 감독 당국은 자본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과 우리금융의 매각문제와 관련해,“경영권을 행사하는 문제는 금융관련 법령상 국민연금의 법적 실체가 어떻게 되는지, 공적자금 회수와 관련된 은행의 처리방안, 은행의 소유구조 문제 등 종합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재무적 투자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전문기관이 맡아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을 소유할 경우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사실상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윤 위원장은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에 대해 “7개 시중은행 가운데 외국인 지분이 50% 넘는 곳이 6개로 남은 곳은 우리은행뿐”이라면서 “금융자본은 하루아침에 육성이 안 되는데 산업자본이라고 대못질을 해 쓰지 못하게 하면 어리석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내외 자본의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는데 360조원의 놀고 있는 산업자본을 금융자본으로 동원해야 한다.”고 금산분리 완화를 거듭 주장했다.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는 은행법에 견제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의 신용융자 축소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윤 위원장은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하고 있지만 증권사가 비싼 콜자금을 빌려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정비를 위한 공청회가 연기된 것과 관련,“금융연구원의 연구가 국민·외환카드 등 겸영 카드사가 빠져 있어 추가했고, 회계전문기관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어 연기했다.”면서 “8월 중순에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본인 유학생 사가와 준코가 ‘학점을 빌미로 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충격적인 발언은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성희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누구나 ‘성희롱’이라는 말에는 분노하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다. 피해자는 소문이 날까 쉬쉬하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뒤틀린 현실은 우리네 직장과 학교 등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다. 성희롱을 당했던 끔찍했던 경험담과 함께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등 성희롱과 관련된 남성·여성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 봤다. ●주관적인 성희롱 잣대 ‘대략난감’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취업 재수생 소모(34)씨는 전 직장에서의 기억에 몸서리가 쳤다. 부서 회식에서,‘킹카’라 불리던 회사 동기가 한 동료 여직원에게 지난해 인기를 모은 한 노래 제목을 인용하며 “가슴이 예뻐야 여자죠.”라고 말하자 “당근이죠.”라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소씨가 분위기를 맞춘다며 “엉덩이까지 예쁘면 금상첨화 아닌가?”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소씨는 “당시 그 여직원이 저를 성희롱으로 고소하겠다.”며 난리였죠. 그 친구가 다른 동료 직원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 한 말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모멸감을 느꼈어요.”라면서 “그 여직원이 ‘넌 못 생기고 매력도 없으니까 나한테 성적인 농담 따윈 꺼내지도 마라.’라며 비웃는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했다. 간접적이긴 해도 그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같다는 것이 소씨의 주장이다.“‘장동건이 뚫어져라 쳐다보면 ‘생유(고맙다는 뜻)’고 내가 쳐다보면 ‘소송’하겠다.’는 말인데…. 어떨 때 보면 여자들은 ‘주관’이라는 잣대를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들이대는 것 같아요.” 대학원생 최모(27)씨는 남자들의 성격을 걸고 넘어지는 일부 여자들을 볼 때마다 성희롱을 당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남자가 난쟁이 똥자루만 해가지고, 밴댕이 소갈딱지까지’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하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여대생이 졸업 작품으로 성인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자위 행위를 하는 조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었다죠. 만약 남학생이 여성이 자위하는 조각상을 만들었다면 여자들이 가만 있었을까요.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성희롱일 텐데요.” ●남자들도 성희롱에 분노한다 오는 8월 미국 유학을 떠나는 문모(30)씨는 아직도 떠오르는 ‘아찔한(?)’ 기억이 있다.2002년 제대를 한 뒤 놀이공원에서 허드렛일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30대 초반 여성 두 명과 한 조가 됐는데 이미 결혼한 ‘아줌마’들이라 문씨는 누나처럼 따랐다. 이들도 “꼭 친동생 같다.”며 문씨를 살갑게 대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누나’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한 아줌마가 가끔씩 “허벅지가 진짜 굵은 걸 보니 힘 정말 잘 쓰겠네.”라며 문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쥐면 다른 아줌마 역시 “그래? 나도 한번 만져 보자, 진짜 살결이 영계 같아 좋네.”라며 맞장구를 치곤 했다. 고민 끝에 문씨는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야, 그 미시 언니들 예쁘기로 소문났는데 고맙다고 해야 되는 거 아냐? 그 언니들한테 내 것도 굵다고 전해 드려.”라는 상사의 어이없는 답변에 결국 ‘GG(젊은이들 사이에 ‘항복하겠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게임용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들은 원래 남동생 허벅지를 막 만지기도 하고 그러나요. 그때는 제가 어려서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성희롱이 꼭 여자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어떤 남자들은 ‘남자가 여자한테 성희롱·성추행당했다.´고 하면 되레 부러워하던데 이런 안이한 태도가 남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봐요.” 얼마 전 결혼한 회사원 한모(32)씨는 직장에서 들려오는 ‘새신랑’이라는 호칭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이제 결혼했으니 알 건 알아야 한다.”며 몇몇 여자 상사들이 한씨에게 들려주는 노골적인 성담론(?)이 무척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눈썹이 진한 게 밤에 일 잘하겠어.”라거나 “와이프를 위해 틈틈이 운동하고 마늘을 많이 먹으라.”는 얘기는 재미삼아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아내를 만족시키는 노하우’나 ‘밤에 차로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같은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때는 민망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라고. “아마 저도 결혼을 했으니 이른바 ‘한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들한테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얘기를 나이 차가 많다고는 해도 여자들에게까지 들어야 하나요? 한국 사회가 직장 상사에게 싫은 내색 하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텐데 알아서 자제해 주면 좋겠어요.” 회계사 박모(29)씨는 지난해 출근길에 실제 ‘성추행’을 당했다. 승객 많기로 유명한 지하철 2호선에서 박씨 바로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자신의 팔에 가슴을 밀착시켰던 것. 흠칫 놀란 박씨가 혹시나 오해를 살까봐 재빨리 손을 치우려 했지만 오히려 여자가 몸을 더욱 심하게 밀착시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결국 승객으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박씨는 천장만 바라보며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하도 화가 나서 인터넷에서 법조문을 찾아보았는데 성폭행의 경우 남자는 아예 대상이 안 되더군요. 여자는 남자를 강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성범죄와 관련해선 때로는 남자가 역차별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직장 그만두게 만드는 성희롱의 악몽 남자 동료들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 6년차 김모(30·여)씨에게 성희롱은 일상이다. 회식 자리이나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듯하면서 손을 잡거나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얹는 ‘스킨십형’은 보통이고 허리에 팔을 쓰윽 감는 ‘노골적인 성희롱형’ 상사도 적지 않다. 김씨가 발끈하기라도 하면 상사들은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넘긴다. 언어 폭력도 견뎌야 한다. 지난달 부서 회식에서는 40대 중반의 상사가 빨간 블라우스를 입은 김씨를 보더니 “여자가 빨간 옷을 입는 것은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볼 때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의미라던데….”라며 농을 걸어왔다. 화기애애하던 회식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김씨는 “그런 건 아니고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 전환할 겸 입었어요.”라고 받아넘겼다. 하지만 찜찜하고 분한 마음은 가슴 한켠에 고스란히 남았다. 김씨는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부분들도 이제는 웃어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라면서 “물론 정도가 심할 땐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죠. 아니면 좋아서 가만히 있는다고 생각하는 정신 못 차리는 남자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원 송모(30·여)씨는 첫 직장에서 있었던 끔찍(?)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모 은행의 지점에서 일하던 송씨는 어느날 회식을 마친 뒤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마침 비슷한 방향에 사는 지점장이 “걱정되니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며 택시에 동승했다. 지점장은 송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현관문에 들어가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인다.”면서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탄 지점장은 갑자기 송씨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송씨가 두 팔로 밀쳐내면서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따지자 지점장은 능글맞게 “네가 너무 예뻐서….”라고 말했다. 송씨가 “지점장님 딸이 이런 일 겪는다고 생각해 보세요.”라며 화를 내자 지점장은 “난 딸 없으니까 괜찮아.”라며 뻔뻔하게 나왔다. 마침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타서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은행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지점장과 마주칠 때마다 소름이 끼쳤던 송씨는 결국 석 달 만에 힘들게 들어간 은행을 그만두고 직장을 옮겼다. ●‘준코형’ 성희롱도 대학가에 만연 대학생 박모(25·여)씨는 대학 강사가 학생을 노린 이른바 ‘준코형’ 성희롱에 시달렸다.2005년 ‘영국민중생활사‘란 과목을 듣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내용을 듣곤 했다. 40대 중반의 강사는 틈나는 대로 “여러분도 다 성경험이 있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한국 여자들은 마늘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잠자리) 힘이 좋다.”는 등 수업과 전혀 관계없는 음담패설을 하곤 했다. 한 여학생이 강사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지 않자 “네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니까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당시 수업을 듣던 10여명의 여학생들뿐 아니라 일부 남학생도 “여기가 미국도 아닌데 강사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준코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학생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자격미달의 강사가 아직도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로 수업을 진행해 여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해요.” 현재 전업 과외교사로 활동중인 조모(30·여)씨는 학생들의 성희롱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중·고교 남학생은 물론 초등생들까지도 자신을 ‘여자’로 보고 성적인 발언을 내뱉어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그룹과외 도중 한 학생이 “선생님 첫 경험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을 던지면 나머지 학생들이 박장대소하며 수업 ‘판’을 깨거나 쉬는 시간에 자기들끼리 조씨의 몸매 이야기로 열을 올리는 일도 있다고. “학생들이 나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긴다고 느껴질 때가 당황스럽죠. 특히 제가 못 듣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성적 농담을 하면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직장생활 10년차인 최모(36·여)씨는 우리 사회가 ‘성희롱 왕국´ 아니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편다. 섹시바 등 길거리만 나가도 여성을 상품화하는 업소가 즐비하고 ‘베트남 처녀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같은 현수막에 여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여자로 살면서 한두 번 성희롱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여자들이 직장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만 하면 곧 ‘그 여자 성적으로 문란하다더라.’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해요. 얼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는데,‘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어처구니없는 강사의 결론으로 끝을 맺었어요. 전문가·일반인 모두 진일보한 성 인식이 필요하다고 봐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여성&남성] “고달픈 직장생활 성별 바꾸고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은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별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순간만은 남자였다면, 혹은 여자였다면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반대의 성이 갖고 있는 ‘이점’ 때문일 것이다. 어떤 때는 묘한 라이벌이 되기도 하고, 다른 때는 협력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는 남과 여. 직장인들에게 ‘이럴 때 직장에서 내 성별이 바뀌었으면…”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솔직한 고백을 들어봤다. ●“눈치 안 보는 생리 휴가를 쓰고 싶다.” 여직원이 대부분인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김모(30)씨는 여자가 되고 싶은(?)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무엇보다 여직원들이 한달에 한번 생리 휴가를 쓸 때 그렇다. 김씨는 “아무 눈치 안 보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휴가는 생리 휴가뿐”이라면서 “생리 휴가를 간 직원 일까지 내게 몰릴 때에는 정말 나도 여자였으면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팀별로 진행하는 일을 할 때, 여직원들이 가사일이나 집안 행사 등을 이유로 야근에서 빠지면 화가 날 때도 많다. 김씨는 “과도한 업무에 허우적거리다 보면 남자에게 강요하는 책임감이 너무 무거워 여자가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남자 상사들이 자신에게는 상소리를 섞어서 화를 내면서 여직원에게는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여자의 위대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중에 사석에서 그 상사에게 남녀를 차별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여직원에게는 ‘젠틀’하게 보이고 싶다.”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고. ●“회식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여자동료 부러워.” 김씨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전무죄 남전유죄(여자는 전부 무죄고, 남자는 전부 유죄다)’라고 느낄 때가 정말 많다.”고 힘없이 말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유모(31)씨는 회식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여자 동료를 볼 때 가장 부럽다고 한다. 그는 “학원의 특성상 회식은 밤 12시 이후에 시작해 아침 6∼7시에 끝난다.”면서 “여자 동료들이 새벽 3시쯤에 너무 늦었다며 일어나면 너무 피곤한 마음에 나도 여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떠들던 학생들이 미모의 영어 선생님 수업에선 고분고분해질 땐 여자로 변신해버리고 싶을 정도다.”면서 “여학생들은 편하다고 여선생님을 원하고 남학생들은 예쁘다고 여선생님을 좋아하니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신문사 기자인 김모(28)씨는 수습기자 시절에 깐깐한 남자 취재원을 만나면서 ‘차라리 여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만나본 남자 취재원들은 남자인 자신은 귀찮아하면서도 여기자에게는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잘 주곤 했다는 것.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기자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화를 내지만, 나는 분명히 그렇게 느꼈다.”며 “한번은 사건이 있는데 왜 안 오냐며 오히려 취재원이 찾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취재차 출장을 가서 숙소를 줄 때 여기자는 1인 1실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너무 피곤한 몸으로 비좁은 방에 끼여 잘 땐 여자가 되어 넓은 방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고 고백했다. ●“여자로 태어나 여름에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싶다.” 건설회사 인사부에 다녔던 윤모(31)씨는 여직원들이 편하게 옷을 입고 다닐 때 가장 부럽다고 했다. 자신은 한여름에도 목을 꽉 죄는 넥타이를 매야 하는데 여자들은 시원한 치마에 심지어는 슬리퍼까지 신고 다닌다는 것. 윤씨는 “내 목에서 땀띠가 날 때, 여직원들의 시원한 목에는 목걸이만 빛난다.”면서 “다음 생애는 꼭 여자로 태어나 여름에 반바지와 샌들을 신고 회사에 나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일부 여직원들은 조용한 회사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까지 내는 자유(?)를 누린다.”면서 자신은 예전에 “남성 샌들을 신고 회사에 나갔을 때 상관이 ‘당장 샌들 뚫린 부분 다 메워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회사에 다니는 이모(31)씨는 여직원들이 군대 같은 위계질서를 파괴할 때 그도 ‘여자로 태어날 걸’하는 생각을 했다. 이씨는 “자신은 상사가 이야기하면 우선 ‘예’하고 대답하고 뒤에서 ‘이건 아닌데’하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한 마디도 못한다.”면서 “여직원들이 상사의 말에 반대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땐 통쾌하면서도 그들이 부러워지면서 내 자신이 안쓰럽다.”고 답했다. 그는 “그 외에도 남자들은 음식을 시키는 것까지도 상사의 눈치를 보는데 여직원들은 약속이 있다며 상사의 식사 제안 자체를 거부할 때는 스스로 너무 작아지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1)씨는 ‘눈물’이라는 무기(?)를 볼 때마다 ‘여자로 태어나지 못한 게 한’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이씨와 라이벌 관계인 동기 A씨는 한마디로 능력 있는 여직원이다. 그러던 어느날 A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큰 실수를 했고,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제 그에게 기회가 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A씨는 상관 앞에서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그것을 본 상관은 용기를 내라며 A씨의 실수를 덮어 주었다. 그는 “내가 울었더라면 금새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을 것”이라면서 “여자는 최후의 믿을 만한 보루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철없는 남자들 제대로 혼내주고 싶어” 웨딩컨설턴트 김모(27)씨는 한 달에 한 두번 남자가 되고 싶은 ‘그날’이 온다. 결혼을 앞둔 커플들을 상담하다 ‘어처구니 없는’ 남자들을 마주치기 때문이다. 컨설팅 비용을 깎아볼 요량으로 무조건 시비를 걸거나 배 나오고 다리 짧은 본인 ‘디자인’은 생각지 않고 “의상 디자이너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냐?”며 호통치는 남성들은 애교로 봐줄 만하다. 철도 들기 전에 결혼하는 탓인지 “결혼정장을 꼭 미키마우스 연미복으로 만들어달라.”고 떼쓰는 20대 초반 ‘어린이’나 “지금 결혼할 사람과 헤어질테니 나와 만나지 않겠냐?”며 몰래 김씨에게 전화하는 ‘선수’들을 만날 때는 정말 ‘난감’하다고. “왜 꼭 ‘최홍만’ 같은 남자가 되려 하냐고요? 철없는 남자들 한 번 신나게 때려주고 싶어서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 그런 놈들은 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요.”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는 최모(30)씨는 지금껏 타고난 외모로 여러 남자를 울리며 살아왔던 탓에 남자를 우습게 생각했다. 하지만 2005년 결혼 뒤부터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여자가 직장을 다니며 아이까지 키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사업가인 남편은 ‘업무’를 핑계로 도와주는 시늉조차 안 하고 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바이어를 만난다며 술자리로 향하는 때가 많아 사실상 집안일에 손을 놓은 상태다. 며칠 전에는 군대 동기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100만원짜리 영수증을 가지고 들어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도 남자가 되어서 ‘업무’를 핑계삼아 집안일에서 완전히 손 놓고 가끔씩 100만원씩 화끈하게 ‘질러’보고 싶어요. 남편이 꼭 지금 내 역할을 맡아 직장과 가사일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느껴야 해요.” ●“여자라서 불리한 것들이 너무 많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박모(29)씨는 대학시절 연예계 관계자들로부터 수차례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훌륭한 외모를 지녔지만 운전 중 내뱉는 여러 표현들은 그의 ‘남성호르몬 과다분비’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언젠가 꼭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박씨는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과 아예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서운할 때가 많아 ‘남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가령 상사가 남자 동료들에 비해 덜 어려운 작업만 할당해 주거나 같은 실수에도 남자 직원에 비해 덜 혼낸다고 느낄 때 ‘배려’라기보다는 ‘역차별’같다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 부스스한 머리로 출근한 남자 직원에게 “업무상 접대 받느라 힘들었겠다.”며 걱정해주는 반면, 똑같은 상황에서 출근한 박씨에게는 되레 “새 남자 생겼나보다.”며 수근대는 소리만 들려와 무안했다고.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정을 수료 중인 강모(30)씨는 과도한 병원 업무에 시달리다 최근 아이를 유산했다. 물론 병원에는 임신한 사실조차도 알리지 못했다. 살인적 업무 스케줄에 시달려야 하는 인턴 실습생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달가워할 교수가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유산 뒤 강씨가 한 일은 그저 집에 돌아와 남편과 함께 눈물짓는 일이 전부였다고. “주변 친구들이 ‘만약 미국이었으면 당장 병원을 상대로 소송해 거액의 배상금을 받았을 것’이라며 분개하지만 저한테는 그런 말이 하나도 위안이 안 돼요. 그런다고 현실이 바뀌나요? 한국에는 여자에게 너무 불리한 것들이 많아요. 그저 ‘차라리 이럴 때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허망한 생각으로 속상함을 달랠 수밖에요.” ●“나도 남자들과 ‘2차’가고 싶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골드미스’ 김모(35)씨는 조금 색다른 이유로 남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남자들만 공유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가끔씩 소외감을 느껴서다. 이를테면 쉬는 시간 남자들끼리만 몰려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다거나 저녁 퇴근길에 개고기를 먹으러 나갈 때 등이다. 물론 ‘같이 가자.’고 말해도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아예 묻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자신이 아직도 동료들과 완벽하게 ‘한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서운한 게 사실이라고. “직장생활 초기에는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을 보내고 남자끼리만 ‘2차’에 가려는 것도 서운했어요. 지금이야 그 이유를 대강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자 동료들과 늘 넘지 못할 ‘선’ 같은 게 존재한다고 느껴지면 차라리 나도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불합리한 세제 확 바꾸자] (상)국민은 ‘봉’인가 월급 333만원 A씨 세금 따져보니

    [불합리한 세제 확 바꾸자] (상)국민은 ‘봉’인가 월급 333만원 A씨 세금 따져보니

    우리는 세금을 얼마나 낼까. 정부는 ‘연간 380만원’이라는 1인당 조세부담액은 법인세까지 포함돼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많은 세금을 낸다. 특히 유류세처럼 누구나 똑같이 내야 하는 간접세는 ‘조세의 역차별’을 심화시킨다. 고소득층은 갖은 편법으로 세금망을 빠져 나간다. 세금 구조는 복잡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평균적 도시인’인 회사원 A(36)씨는 연봉이 4000만원이다.A씨의 월급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 376만원보다 적다. 출·퇴근 거리는 왕복 30㎞이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승용차로 다닌다. 담배는 하루 반갑을 피운다. 술은 한국 성인의 평균치인 연간 소주 72병, 맥주 80병을 마신다. 점심 값으로는 5000∼6000원을 쓰고 통신·인터넷 요금은 한달에 7만원 안팎이 나온다. 공시가격으로 3억원짜리 아파트가 있다. ●준조세 포함땐 2만원 ‘훌쩍´ A씨가 하루에 내는 세금은 1만 4000원에 이른다. 한달에 42만원, 연간으로는 504만원이다. 정부가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주장하는 1인당 조세부담액 380만원보다 많다. 아파트가 없다고 해도 하루에 1만 1700원, 연간으로는 430만원 가까이 낸다. 자녀 교육비나 의료·건강비, 스포츠·레저비 등에 포함된 세금은 뺀 수치이다. 게다가 국민연금 등 준조세는 하루 8000원에 육박한다. 세금과 준조세를 모두 합치면 A씨는 하루 용돈(2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정부에 바치는 셈이다. A씨의 한달 월급 333만원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액은 15만 6360원이다. 여기에 10%인 1만 5636원이 주민세로 추가된다. 연말정산으로 일부 환급받지만 A씨가 소득과 관련해 하루에 내는 세금은 5733원이다.A씨는 출·퇴근 차량용으로 휘발유를 3.5ℓ 정도 쓴다. 휘발유에는 종량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교통세)가 ℓ당 526원, 교통세의 26.5%(139.9원)와 15%(78.9원)가 주행세와 교육세로 부과된다. 휘발유의 ℓ당 유류세가 745원이다. 여기에다 소비자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낸다. 휘발유 값이 ℓ당 1500원이면 부가세는 150원이다. 유류세와 부가세를 합치면 ℓ당 895원이다. 하루에 3.5ℓ를 쓰므로 유류 세금은 895×3.5=3133원이다. ●3억아파트 보유세등 2219원 A씨가 피우는 2500원짜리 담배 1갑에는 1543원의 세금이 포함됐다. 종량세인 담배소비세가 641원, 담배소비세의 50%인 지방교육세가 321원이다. 또한 국민건강증진기금이 354원, 연초경작농민 안정화기금이 15원, 폐기물부담금이 7원이다. 매출원가의 10%인 부가세 205원도 들어 있다. 따라서 반갑을 피우는 A씨는 매일 772원의 세금을 연기와 함께 날려 보낸다. 지난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은 하루 평균 소주 360㎖짜리 0.2병, 맥주 640㎖짜리 0.22병을 마셨다.A씨의 음주량이 평균치와 같다면 소주와 맥주만 마셔서 내는 세금이 하루 274원이다. J회사가 만드는 소주의 원가는 390원. 여기에는 세율 72%인 주세 281원과 주세의 30%(84원)인 교육세가 붙는다. 또한 부가세가 75원 추가돼 소주 1병에는 440원의 세금이 들어 있다. 따라서 소주를 하루 0.2병 마시면 88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 된다. 출고원가 750원인 맥주 1병에 부과되는 세금은 주세 540원, 교육세 162원, 부가세 145원 등 847원이다. 하루에 0.22병 마실 때 부담하는 세금은 186원이다. 휴대전화와 집 전화, 인터넷 요금 등으로 매월 지출하는 7만원 가량의 통신요금에는 6500원 정도의 부가세가 들어 있다. 하루 216원이다. 점심 값에도 부가세가 500원쯤 포함됐다. 3억원짜리 아파트에는 지난해 기준으로 보유세가 81만 3000원 부과됐다. 재산세가 49만원, 재산세의 20%인 지방교육세가 9만 8000원, 도시계획세가 22만 5000원이다. 하루 2219원인 셈이다. 또한 5년이 채 안된 배기량 2000㏄ 승용차의 연간 자동차세는 39만 6000원이다. 하루 1084원이다. 한편 A씨는 매월 준조세로 국민연금 14만 5350원, 건강보험료(소득의 2.385%) 7만 9420원, 고용보험료(소득의 0.45%) 1만 4985원을 낸다. 따라서 세금에다 준조세까지 합치면 A씨의 국민부담금은 2만 1923원이 된다. 가상의 인물 A씨를 대상으로 한 이같은 분석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해서 하루 세금을 산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든 회사원이 집과 승용차를 보유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간접세 부문에는 세금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수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이명박 “金産분리 개선 필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7일 “국내 산업자본도 은행 소유 및 경영에 참여가 가능토록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분리 정책은 참여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스포럼 초청 강연에서 참여정부의 ‘금융·산업 분리정책’에 대해 “국내 금융산업 자체가 대규모화, 세계화됨으로써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점진적 결단을 할 때가 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의 금산분리 정책 개선주장에 대해 다른 대선주자들은 정파에 따라 각각 다른 의견을 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금산분리 정책은 낡은 정책으로 이제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이 전 시장과 비슷한 입장임을 밝혔다. 반면 범여권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면서 “향후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측은 “금융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심각한 발언”이라면서 “아직도 일부 재벌이 증권회사와 보험회사를 가지고 있는데 은행까지 가져가야 되나.”라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도 “외국자본에 대한 국내자본의 역차별을 말하지만 산업자본이 금융업에 진출했을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금산분리라는 기본원칙은 지켜질 필요가 있다.”면서 “정치권의 문제 제기도 현실에 맞게 개선하자는 차원이지 산업자본에 금융시장 진출을 100% 허용하자는 주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금산분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는 은행지분 4% 제한규정과 관련,“규정을 완화하려면 은행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될 사항”이라며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기에 정부가 미리 호·불호를 밝힐 수는 없지만 기본 원칙만 지켜진다면 정치권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공론화할 수 있는 쟁점”이라고 밝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수자원公 ·지역난방公의 주목받는 채용시스템

    수자원公 ·지역난방公의 주목받는 채용시스템

    기획예산처가 최근 공기업 사원채용방식을 영어능력측정 등 지식위주에서 직무적성, 종합적인 사고력 등 실무형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신이 내린 직장’의 입사시험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직무능력검증 시스템을 도입한 수자원공사와 의상자, 선행자 등 소외계층에 문호를 개방한 지역난방공사의 모범사례를 살펴본다. ■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예산처로부터 인재 채용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정부가 제시한 채용시스템인 ‘직무능력검증+지방인재 및 여성 채용확대’를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다. ●직무능력검증 도입… 우수 인력 확보 수공은 지난 2월에 실시된 올해 신입사원 채용부터 직무능력검증 시스템을 적용했다. 수공의 직무능력검증도구(KWAT)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수공이 원하는 우수 인재를 뽑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채용 기준 잣대를 그동안 획일적으로 적용했던 학력·출신학교·외국어 능력에서 벗어나 수공만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를 뽑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공은 2005년부터 수공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뽑기 위한 준비 작업을 펼쳤다. 지난해 5개월에 걸쳐 기본 틀을 마련한 뒤 이를 기반으로 전문기관에 용역(용역비 8600만원)을 줘 인재 채용 시스템을 마련해 지난 2월 실시된 올해 신입사원 채용부터 적용했다. 새 인력채용 시스템의 특징은 단순 외국어 능력과 상식 위주의 시험에서 탈피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에도 응시자의 토익 점수 기준은 없었지만 외국어 능력 점수 비중이 1차 합격 점수의 50%를 차지하는 바람에 사실상 외국어 능력에 따라 당락이 결정됐다. 지난해 합격자의 평균 토익 점수는 908점으로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외국어 능력 우수자=합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리 적용했다. 토익 기준 750점 이상이면 누구나 1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어 면접 과정이 있기 때문에 1차 시험 사정 점수에는 외국어 능력을 포함시키지 않고 업무 수행능력에 지장 없을 정도의 외국어 구사 능력만 갖췄으면 누구나 공기업 취업 문을 두드리게 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합격자의 토익 점수는 830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영어 면접에서 외국어 구사능력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지방대·여성 채용 기회 확대 효과로 이어져 시사상식과 같은 단순 지식측정도 배제했다. 출신학교·어학능력으로 줄을 세워 채용한 인재들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업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학교·학점이나 외국어 능력 인플레이션으로 우수 인재 채용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작용했다. 그래서 암기위주의 단편지식보다 유연한 사고 및 종합적 판단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수공인으로서 요구되는 기초적인 능력 평가를 위한 언어·수리력을 테스트하고, 직무역량검사정보 및 현상을 종합해 새로운 내용을 추론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추리력 측정 시험으로 바꾼 것이다. 새 채용 기준은 또 다른 효과도 가져왔다. 응시 기회 확대로 객관적으로 실력을 갖춘 지방 출신 인재와 여성들이 대거 합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입사원 채용에 따로 지방대·여성 정원을 두지 않는데도 정부가 권장하는 지방대 출신과 여성 출신 채용 비율을 넘어섰다. 수공 신입사원의 지방대 출신과 여성 비율은 각각 65%,34%이다. 임형오 총무관리처장은 “어학과 학점위주의 획일적인 서류전형 기준에서 벗어나 채용의 장벽을 완화하고 어학 외에도 다양하고 전문적인 역량을 보유한 인재를 선발해 신입사원의 현업적응과 직무수행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지역난방공사 1998년 군대를 제대한 김재희씨는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괴한에게 위협받던 여성을 구했다.“의로운 일을 했다.”며 국가에서 표창까지 받았지만 ‘현실’은 참혹했다. 괴한과 싸우는 과정에서 다리를 크게 다친 것이다.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불편한 몸, 대학(협성대), 전공(시각디자인과)…. 온통 불리한 조건뿐이었다. 공조 냉동기계 기능사·보일러 취급 기능사 등 3개나 되는 자격증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떠돌던 지난해 여름, 지역난방공사에서 특별한 채용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신처럼 의로운 일을 하다가 다친 의상자나 사회선행자들만 따로 모아 채용시험을 치른다고 했다. 무려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나이 서른에 정식 합격 통지서를 받아쥐었다. 그는 현재 수원지사 중앙통제실에서 근무중이다. “발전소의 특성상 하루 3교대 24시간 근무인데 어찌나 성실하고 분위기도 잘 띄우는지 주위의 평이 매우 좋다.”는 게 통제실 관계자의 얘기다. 열 공급 이상 여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업무도 자격증이 세 개나 있는 기술 전문가라 빈틈없이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지역난방공사에는 김씨와 같은 ‘특별한’ 직원이 54명이나 된다. 당시 전체 공채 인원(109명)의 무려 절반이다. 2005년 8월 취임한 김영남 사장은 “토익과 토플 점수가 과연 공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보장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영어성적 기준을 없애는 대신 사회선행자·의상자·저소득계층·장애인으로 공채의 절반(사회형평적 인재 특별채용)을 뽑겠다고 했다. 그러자 “일반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네티즌이 들고 일어났다. 공사 내부에서도 “인재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술렁거렸다. 하지만 수습교육이 끝난 3개월 뒤. 이같은 비판과 우려는 저절로 잦아들었다. 수습 평가 1등이 ‘뜻밖에도’ 특별채용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수원지사로 발령난 의상자 강민기(31)씨다. 특채 55명 가운데 중도 포기자는 지금까지 단 1명뿐이라고 한다. 공사측은 “정식사원 발령 1년 뒤부터 인사고과를 매기기 때문에 아직 객관적 수치를 제시할 수 없지만 (사회형평 인재들의 업무능력에 대한)평이 아주 좋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형평 인재군은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야 한다. 자격요건에 부합해야 하고, 전공 관련 필기시험과 공무원으로서의 인·적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특채든 일반 공채든 나이와 학력 제한은 없다. 공사는 올해도 70∼80명의 신규채용 인원 가운데 상당수를 사회형평 인재로 채울 계획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자] (상) ‘우리만의 규제’ 재정비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자] (상) ‘우리만의 규제’ 재정비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국경없는 경쟁은 더욱 불을 뿜게 됐다. 기업과 기업인들이 바뀌어야 할 것도 물론 적지 않지만 한·미 FTA 시대 개막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등 규제를 손보는 문제는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국 등 경쟁국과 대등한 경쟁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우리기업이 오히려 ‘역(逆)차별’을 당할 수 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23일 “미국 등 경쟁국과 대등한 경쟁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우리기업이 오히려 ‘역(逆)차별’을 당할 수 있다.”며 “논란이 됐던 기업 관련 각종 규제 등을 다시 짚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만의 규제’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 기업규제 수준 175개국 중 23위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 발효 시점을 2009년으로 본다면 그 전에 미국과 같은 경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늦어지면 제도와 정책기조를 바꾸고 싶어도 바꾸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에 얽힌 미국이 규제를 풀지 못하도록 ‘시비’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학 한경연 기업연구본부장은 “경제제도나 기업정책을 미국과 호환이 되도록 재정비해야 할 때”라면서 “실기(失機)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경쟁국과 비교하면 그리 좋지 않다. 올해 세계은행이 발간한 기업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활동 전반에 대한 우리나라의 규제수준은 175개 조사국 중 23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이나 아시아 경쟁국들, 브릭스(BRICs)보다 규제가 많은 편이다. 특히 고용 및 해고, 투자자 보호, 창업 등의 분야에 대한 규제 정도가 심하다. 재계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로 ‘경제력집중규제’(출자총액제한제도 등)와 ‘수도권집중규제’를 들고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다. 출총제는 오는 7월부터 7개 기업집단 27개사에 적용될 예정이다. 황 본부장은 “삼성, 현대차 등 가장 잘 나가는 기업만 발목을 묶어 놓았다.”며 “이게 바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강수경 참여연대 간사는 “한·미 FTA라는 기회를 이용해서 모든 규제를 미국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등 규제를 손보는 문제는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훈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팀 서기관은 “미국 등 외국기업도 우리 기업의 투명성을 원하고 있다.”면서 “계열사 출자한도도 순자산의 25%에서 40%로 높여 대기업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 규제제도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양세영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대도시는 경쟁국 대도시와 경쟁해야 한다.”며 “지역평준화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웃한 일본은 지난 2002년 수도권 규제를 풀었다. 수도권 규제에 나섰던 영국과 프랑스도 지금은 대도시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외 투자가 발 돌리는 현실 특히 수도권 규제는 내·외국인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레고랜드’ 유치 무산을 보자. 지난 2002년 경기 이천시는 덴마크의 세계적 테마공원 레고랜드 유치에 수년간 매달렸으나 쓴잔을 맛봤다.6만㎡(약 1만 8000평) 이상 입지를 원천적으로 불허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본유치 2억달러, 고용창출 1500여명, 연간 관광수입 2억 5000만달러의 경제효과가 예상됐다. 독일로 간 레고랜드에는 현재 한해에 180여만명이 찾는다. 26일 충북 청주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하이닉스도 아쉬움이 크긴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정부의 ‘이천 증설안’ 불허(不許) 결정으로 차선책을 택했지만 “반도체 공장은 인프라와 연구소가 같이 움직여야 시너지가 난다.”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STX가 지난달 말 중국 다롄(大連)에서 조선소 기공식을 한 것은 한국에서는 땅을 제대로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조선소에서만 2만여명의 일자리가 나온다.STX는 모두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자해 선박건조에 필요한 생산체제를 마련할 계획이다.STX는 진해공장 확장을 추진하다 뜻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공정위-대한상의 ‘날세운 설전’] “재계는 공정위 ‘경쟁정책’ 오해 말라”

    김병배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재계에 ‘쓴소리’를 했다. 공정위의 경쟁 정책이 잘못됐다는 재계의 불만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것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초청한 조찬 강연에서다.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를 호통친 셈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독점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재계의 불만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우선 글로벌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대표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내셔널 챔피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70%를 넘어 사실상 독점”이라면서 “현대·기아차가 분리됐을 때는 무이자 대출도 많았지만 합쳐진 뒤로는 혜택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내셔널 챔피언론은 시장에 의한 승자 결정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세계 시장을 석권한 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경쟁이 크지 않아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고 최근에는 수입자동차의 점유율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재벌정책으로 국내기업이 역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에는 “계열사 출자 가운데 투자를 의미하는 신규회사 지분 증가분은 8%에 불과하다.”면서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했다는 기업은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출총제는 국내외 모든 기업에 적용되고 총수 중심의 재벌 구조는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역차별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과당경쟁은 이익감소와 경영악화를 초래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재계의 논리에도 그는 “소비자나 수요자의 사고가 아니라 생산자와 공급자 중심의 사고”라고 평가했다.김 부위원장은 이어 “경쟁은 치열할수록 소비자와 수요자에게 좋으며 기업이 담합규제 등 쉬운 길만 모색한다면 개방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결과만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朴 “이유없는 규제 풀겠다”

    朴 “이유없는 규제 풀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엔빅스 빌딩에서 ‘규제 제로’를 위한 규제개혁 3대 원칙과 7대 핵심과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박 전 대표는 “현 정부 들어 500건의 규제가 늘 정도로 한국은 여전히 규제왕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대 원칙은 ▲규제 제로 지향 ▲글로벌 스탠더드 및 역차별 해소 ▲지방으로의 과감한 권한 이양이다. 박 전 대표는 “존재의 이유가 없는 규제는 모두 풀겠다.”며 구체적 방법으로 시한이 되면 규제를 자동 폐기하는 규제일몰제와 규제의 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규제총량제 실시를 제안했다. 규제개혁 7대 핵심과제로는 ▲도시용지를 2배로 늘리는 토지규제개혁 추진 ▲경제자유구역,R&D특구, 교육특구 등 설치 ▲지자체로의 규제권한 이양 ▲서비스 산업의 제조업 수준으로의 규제 완화 ▲총출제 폐지 등 국내 기업 역차별 규제 철폐 ▲수도권 규제 완화→광역경제권역별 지역 거점 육성 ▲대통령 직속 상시 규제개혁기구 설치를 선정했다. 박 전 대표는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과 관련해선 고교평준화 제도를 예로 들며 “지방 주민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토지규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토의 5.6%인 1인당 36평밖에 되지 않는 도시용지의 비중을 2배로 늘리는 토지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농지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 산업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한총리 “FTA 맞게 규제 개선해야”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한 총리는 이날 오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을 찾아 직원과 민간전문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혁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체결에 대비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또 이날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FTA와 한국경제’ 워크숍 특강에서 “졸속 협상이 아니라 졸속 비판”이라고 반대론자들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한·미 FTA 시대] 투자자 보호·공공정책 위축 ‘양날의 칼’

    [한·미 FTA 시대] 투자자 보호·공공정책 위축 ‘양날의 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뒤로도 찬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FTA가 체결되면,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도입되면 최고법인 헌법과 상충하며, 국내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우’라며 일축한다. 이같은 논쟁을 바라보는 국민들만 혼란스럽다. ISD는 투자한 기업이 투자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등 외국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ISD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 ●위헌 가능성 여부 논란은 FTA에 규정된 ‘투자’의 개념이 헌법이 정한 ‘재산권’의 개념보다 넓다는 데서 출발한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내 헌법은 단순한 기대 이익, 반사 이익 또 경제적 기회를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데,FTA는 “투자는 수입 또는 이윤의 기대”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실현되지 않은 기대이익은 ‘투자’의 정의에서 제외하고 간접수용 범위를 최대한 제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법의 경우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법으로 보상이 명문화돼 있을 때만 보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미 FTA는 “국가 조치로 투자자의 투자가 침해된 경우 국가는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국제중재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길 경우 보상이 가능하도록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투자자와의 평등권(헌법 제11조)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성 성균관대 법대(헌법) 교수는 “ISD 문제가 위헌 문제로까지 이를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하위법 체계에는 다소간 상충될 소지가 있어 다른 국내법과 조화를 이루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은 조정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법대(헌법학)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ISD 도입을 환영할 만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협약을 통해 우리의 주권 일부를 양보한 것이며, 그렇다고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을 외국에 내줬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공공정책 무력화되나 ISD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제소 가능성 때문에 부동산정책 등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남영 민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행정규제가 매우 복잡한 나라다. 새로운 사회 현상이 나오면 규제를 만드는데 이때 외국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면 문제가 될 수 있고,ISD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공정책을 입안, 시행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견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반박한다. 부동산정책이나 조세조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소송대상이 될 수 있고, 예외적인 경우란 ‘극도로 심하거나 비례성(합리성)이 없는(extremely severe and dispropotionate)’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 우려를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최종협상 결과 총칙에 따르면 조세조치는 원칙적으로 협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조세조치가 수용에 해당되는 경우 ISD가 적용되나,ISD 회부 전 양국 조세당국이 협의하는 절차를 마련한다고 돼 있다. 김성수 한양대 법대 교수는 “앞으로 공공정책이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책 자체를 펴지 못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니까 문제다? 미국 투자자의 제소 경향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국·아세안 등과의 FTA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제도인데,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땐 ISD 도입을 주장하면서 미국과는 안 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ISD가 독소조항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김성수 교수는 “멕시코나 캐나다 등 관련 국들이 ISD 때문에 안 좋은 경험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해체되지 않고 있는 건 ISD가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변 소속 이찬진 변호사는 “ISD는 헌법 위반에 관한 사항에 해당돼 협정안에서 약정했다는 1개월간의 국내법 저촉 여부 검토에 따른 수정절차를 통해 전면 제외되거나 대폭 축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은 없나 법무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제소 우려로 정부의 규제정책이 위축되거나 배상책임을 지게 될 경우에 대비, 사전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전담기구를 운영할 계획이다. 협상 초기 시민단체들이 ISD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면서 간접수용의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평가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주는 논쟁보다 함께 대책을 마련할 때라는 지적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투자분야 협정문 주요 내용 보니 ▲투자자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국유화하거나 수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공공의 목적을 위해 국유화하거나 수용하는 경우 내국민과 비차별적으로 공정시장 가격에 따라 보상하도록 규정.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를 도입, 외국인 투자자는 협정에 따른 권리가 침해되고 피해가 발생한 경우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국제중재 제기 가능. ▲간접수용에 대한 국제중재 피소를 우려해 정부의 규제정책이 위축되지 않도록 수용에 관한 부속서를 둬 중재판정부에 간접수용의 명백한 판정지침 제시.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안정화정책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당한 정부정책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음 명시. ▲조세정책에 대한 별도의 부속서를 둬 세금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음을 명시.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된 조세정책과 원칙에 부합된 조세조치와 비차별적 조세조치는 원칙적으로 수용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시해 조세당국의 정책적 권한 보장. ■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 “현재는 한국과 미국이 타결한 협정문의 문구조차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의견을 밝히기가 어렵다.” 지난해부터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줄기차게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말을 아꼈다. 송 변호사는 9일 전화 인터뷰에서 “협정문에 조세 조치와 부동산정책이 간접수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인지, 아니면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의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제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부담일 수 있다.”면서 “법무부가 주요 입법 및 정책 결정 때 사전에 외국 투자에 대한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한·미 FTA가 우리의 공공정책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ISD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수용’에 대한 개념 정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말하는 수용과 FTA상의 수용(expropriation)은 의미가 다르다.”고 했다. 헌법에는 수용 때 법률에 의해 보상받도록 규정, 관련 법이 없으면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적 예가 그린벨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ISD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각국의 개별적인 사정이 자유무역만 갖고 부정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안정성 문제도 제기했다.“미국인 투자자가 국내의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 사법부의 판단 대신 국제중재기구로 문제를 가져갈 경우 한국 사법부의 사법통제 권한 밖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는 사법 질서의 상당한 변경이며, 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ISD는 우리 헌법 질서와 충돌해 공공정책의 자율성과 신축성(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도입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한·미 FTA가 타결된 마당에 대응책은 뭔지 물어봤다. 송 변호사는 “ISD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인 만큼 토론를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정부에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ISD를 농업 등 다른 핵심 쟁점들과 재협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그동안 ISD와 관련, 최소한 동의권 선택과 국내법 적용 조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FTA 시대-각계 반응] 재계- “무한경쟁시대 살아남기 내성길러야”

    경제단체와 재계는 FTA 타결을 반겼다. 비록 낮은 수준의 타결이지만 기술·경영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역(逆)차별을 없애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이른시일내 국회비준 희망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2일 일제히 환영 논평을 냈다. 전경련은 “성공적 타결이 양국간 경제적 이익의 증진은 물론 한·미 동맹이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한 단계 높여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국민 모두는 FTA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FTA의 성과를 최대화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국회비준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용옥 전경련 FTA팀장은 “한·미간 교역을 더욱 활성화하고, 우리 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의는 “FTA가 새로운 시장 개척과 교역 증대를 통해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또 “협상 타결을 계기로 기업을 비롯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우리 경제의 선진화와 재도약을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번 협정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우리 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해 침체된 국가경제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총 이동응 전무는 “누구에게 이익이냐 불이익이냐,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떠나서 FTA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내성(耐性)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내부 규제검토 역차별 없애야” FTA는 하나의 추세인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FTA 민간대책위원회 공동의장인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협상은 끝났으나 이를 발판으로 선진국 경제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출발”이라면서 “정부, 국회, 업계 및 시민단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계에 대해 역차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박사는 “FTA가 교역에서의 돌파구뿐 아니라 경제성장동력 확보,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노린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협상에만 매달렸다면 앞으로는 내부적인 규제를 검토해 역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FTA의 최대 수혜자가 현대·기아차라는 일각의 시각과 관련, 현대·기아차그룹측은 “관세 폐지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은 반면 자동차산업의 무한경쟁 진입으로 피말리는 승부에 돌입하게 됐다.”면서 “선진 노사문화 정착, 시스템 경영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FTA가 대미 수출 확대와 통상마찰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최용규 안미현기자 ykchoi@seoul.co.kr
  • [이용원 칼럼]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

    [이용원 칼럼]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

    2007년 봄 한국사회에서 교육 관련 쟁점이 드디어 대폭발을 시작한 모양이다. 이달 초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늘린다고 발표하자 특목고 출신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달았다. 이어 서울대 쪽에서 ‘3불(不)정책’이 대학 발전의 암초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한 뒤로 3불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교육·정치·언론계는 물론 일반국민 사이에서도 격렬하게 타올랐다. 이처럼 큰 쟁점만 있었던 게 아니다. 고려대는 비교내신제를 도입한다거나 수능 커트라인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교육 질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서 특정집단의 뭇매를 맞았다. 특목고와 관련해서는,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말을 안 들으면 특목고 지정을 해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반면 전국외고교장단협의회 대표들은 도리어 서울대를 찾아가 역차별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사회가 가히 ‘교육대란’에 빠진 것이다. 이달에 벌어진 각종 교육 쟁점을 훑어 보면 뚜렷한 하나의 흐름이 읽힌다. 한쪽에는 교육당국과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개인이 있다. 이들은 현행 교육제도 유지를 일관되게 강조한다.3불정책은 고수해야 하며, 수능성적 위주로 신입생을 뽑는 것은 안 되고, 특목고 학생의 성적 우위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능점수를 표준점수·백분율 없이 9등급만으로 구분하더라도 변별력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주장이 갖는 공통점은 단 하나이다. 엄존하는 학생간 실력 격차를 각종 제도로 물타기해서 얼버무릴 테니 대학은 신입생을 적당히 뽑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결같이 ‘대학은 우수학생을 선발하려 하지 말고, 뽑은 학생을 우수하게 육성하라.’고 점잖게 나무란다. 그러면 반대쪽에 선 대학사회의 입장은 어떠한가. 대학들은 물론 인재를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교육부가 현재 장치해 놓은 각종 규제로는 우수학생을 고를 수 없으니 수능성적을 우대하고, 본고사 부활을 요구하며, 고교등급제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등생보다는 각 고교에서 학생을 고루 뽑으라는 교육당국과, 이를 거부하고 우등생을 뽑으려는 대학 간의 평행선이 온갖 교육 갈등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우등생을 뽑으려는 게 그리 부당한 일인가. 아무나 스카우트해 노래연습시킨다고 가수가 될 수 없듯이 성적 따지지 말고 아무나 받아 인재로 키우라는 말은 명백한 속임수이다.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대학의 책무라면 우등생을 뽑아 학교를 발전시키는 일은 대학의 권리이다. 그러니까 각 대학이 첨단시설 투자, 장학제도 확대, 우수교수 확보에 열을 올리며 수험생들에게 손짓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의 권리이다. 학생은 노력의 결과를 성적으로 보상받는다. 그런데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덜 우수한 학생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좋은 성적을 낸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학생의 권리, 대학의 권리를 무시하면서 교육 발전을 운위하는 것은 거짓된 행태이다. 그래서 ‘대학이 우수학생 선발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녀가 최상급 성적을 거뒀는데도 “명문대에 우등생이 몰리는 건 잘못이므로 너는 지방 신설대에 지원하라.”고 말할 것인가.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경제현장 읽기] 종부세 조정 해야하나

    [경제현장 읽기] 종부세 조정 해야하나

    올해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가 급등하자 다시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이 전면에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조세저항’을 부추기는 듯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는 ‘가진 자’의 변명과 ‘없는 자’의 지지가 교차하면서 종부세제 완화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보유세는 과연 조정돼야 하는 것일까. ●정부, 보유세 완화방안 검토끝에 유보로 결론 2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정치권에서 보유세 과다 논쟁이 일자 정부 일각과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는 종부세 완화 방안이 거론됐다.1주택자 가운데 15년 이상 장기 보유자와 65세 이상 고령자 등의 세부담을 경감하거나 유예하자는 내용이다. 심지어 과세당국인 국세청도 이들의 세부담 50% 경감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종부세 신고율이 98.2%로 종부세제가 순조롭게 정착됐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재경부는 그러나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억울하다는 1주택자의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큰 그림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기존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강남 집을 팔아 분당으로 이사 가면 된다.”는 문제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세 가지 논리가 깔려 있다. 첫째, 종부세 대상자는 1주택자라 하더라도 중산층 이상이나 부유층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부담 완화시 분배 측면에서 역차별이 될 수 있다. 둘째, 은퇴·고령자의 수가 많지 않아 경감의 혜택보다 시장에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셋째, 부과기준 6억원을 높이자는 요구가 있지만 그 금액은 주택담보대출 등 투기억제의 기준에도 활용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국민들, 종부세 급등 반발에 엇갈린 반응 일부 여론 조사에선 국민의 60%가 종부세 완화·폐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종부세 대상이 전국 가구의 2.1%, 전국 주택 소유자의 3.9%인 점을 감안하면 과장된 결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조세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30대 이상 납세자 108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4.7%는 “많이 번 사람이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12월 똑같은 질의에 55.2%만이 찬성한 것보다 9.5%포인트나 늘어난 결과다. 반면 고액 납세자를 “사회 기여도가 큰 사람”으로 보는 긍정적 평가는 15.4%에 불과했다. 나머지 19.9%는 “고액 납세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세금을 축소 보고하는 것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과반인 55.2%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이같은 결과는 종부세 납세 대상자를 빼고는 상당수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장애인·고령자 등 세부담 줄여주는 정책 필요” 박명호 조세연구원 세정연구팀장 등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주요국의 보유과세 체계 현황 및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현행 종부세 구조가 급격한 세부담 증가로 이어져 불필요한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의 세부담은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보유세를 매입가격과 물가상승률을 합친 원가 개념이 아닌 시가에 부과하는 현세제를 감안할 때 양도소득세는 다소 완화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도차익이 시가에서 매입가를 뺀 것인 만큼 세제는 틀리지만 양도세와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중복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재경부는 “그런 지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양도세 경감은 가격 상승률이 높은 일부 고가주택에만 혜택을 주는 데다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의 과세 형평성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원은 납세의식조사 보고서에서 “납세자 유형에 따라 차별화한 정보와 세정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납세 반발이 적을 수 있다.”면서 “고의적이고 지능적이며 상습적인 탈세자 범칙조사를 강화해 성실 납세자의 상실감을 없애 줘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대학병원 인턴선발 성차별 논란

    대학병원 인턴선발 성차별 논란

    올해 전체 신규 의사의 36.1%를 여성이 차지하는 등 의료계에서도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인턴 채용 과정에서 여성 채용 숫자를 제한해 탈락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여성 차별’ 소문이 사실로 확인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2007년 A대학병원 인턴채용지원자 성적표’에 따르면 이 대학병원이 최근 인턴(의사면허를 받고 수련병원에서 수련받는 전공의) 40명을 채용하면서 합격선에 든 여성 7명을 부당하게 탈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인턴 11명만 뽑는다” 여성엔 지원 포기 권유 이 대학병원에는 모교 졸업생 80명 가운데 54명이 1차로 우선 지원했다. 대학병원측이 국가의사고시 점수와 내신등급, 의대 본과 3·4학년 성적 등을 합산해 지원자들의 종합점수를 낸 결과 여성 18명이 합격선에 들었다. 그러나 대학병원 측은 여성 지원자 11명만을 합격시켰다. 여성 탈락자 7명 중 6명은 종합 점수 30등 안에 들어 있는 우수 인재였다. 반면 29명의 남성 합격자 중에는 종합점수 67등까지 합격했다. 특히 이 병원은 지난 1월22일 인턴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여성 인턴은 항상 11명만 뽑아왔다. 여성이 더 많이 지원하면 레지던트 선발 때 원하는 과에 가기 힘들다.”며 여성 졸업자들에게 지원을 포기하도록 권유를 했다. 이 때문에 여성 졸업생 36명 중 38.9%인 14명이 모교가 아닌 다른 병원에 지원한 반면 남성 졸업생 44명 중 다른 병원에 지원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의대생들은 주로 자신이 속한 대학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기를 선호한다. 탈락자 B(25·여)씨는 30위권에 속한 성적을 믿고 지원했다가 떨어져 이달 초 다른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병원에서 여성은 11명만 뽑는다고 했을 때 여자 동기들이 ‘여성 차별’이라며 억울해했지만 의사 사회가 워낙 선후배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항의 한번 못했다.”면서 “하위권에 속한 남자 동기들도 버젓이 합격하는 것을 보고 속상했지만 지금은 체념한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뽑으면 여성 선호 레지던트 합격 힘들어” 다른 대학병원의 레지던트 4년차인 여의사 김모씨는 “인턴 채용뿐만 아니라 전공의 선발에서도 채용 규모가 적은 안과와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인기전공에 암묵적으로 여성 숫자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우리 병원에도 학년별 4명씩 채용하는 안과와 성형외과에 여성 채용자는 매년 1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A대학병원 측도 여성 숫자 제한을 인정했다. 이 대학 인턴채용 책임자는 “인턴이 끝나고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여성 의사들이 선호하는 과에는 채용 규모가 적기 때문에 여성이 많이 들어오면 그들이 원하는 과에 가기 힘들어서 적게 뽑은 것”이라면서 “여성 차별이 아니라 여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실제로 여자가 많으면 일하기 힘든 흉부외과 등에는 여성을 배치하지 않는 등 배려를 해줘야 하는 불편 때문에 남자들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일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재훈 이경원기자 nomad@seoul.co.kr
  • [기고] 전북 혁신도시, 취지와 부합하는가/ 임정엽 전라북도 완주군수

    사목지신(徙木之信)이란 말이 있다. 중국 진(秦)나라 상앙이 수도의 남문에 세워둔 큰 나무를 북문까지 옮기는 자에게 상금을 준다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킴으로써 법령의 미더움을 보여줬다는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정치이건, 행정이건 간에 백성에게 약속한 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다음의 약속을 했다. 수도권에 조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각종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이전하는 지역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지역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약속의 골자다. 이 약속은 일부 기득권세력과 수도권 자치단체의 반발에도 전국 10곳에 새로운 혁신도시가 건설되는 방향으로 실현되고 있다. 전북의 경우 토지공사를 비롯한 13개 공공기관이 옮겨오고, 완주군 이서면과 전주시 만성동 일대 280만평 일대에 혁신도시가 건설될 예정이다. 전북 혁신도시가 본래 계획대로 명품도시로 건설될 경우 앞으로 전북이 환황해권의 중심기지로 발전하는 데 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전북 혁신도시 추진상황을 보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관련부서에선 상금을 차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북 혁신도시가 기본구상 원칙은 지켜지지 않은 채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의 수익논리에 파묻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완주군은 혁신도시가 지역균형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40여 차례나 의견을 제출했다. 토공은 그럼에도 성의있는 협의에 임하지 않았고, 혁신도시 건설을 하나의 수익사업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같은 토공의 의도는 지난달 14일 발표된 개발계획안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토공은 도심의 대부분을 전주 쪽에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전주2공단∼법조타운 및 장동 유통단지∼혁신도시를 연결하는 전주 서부지역 개발촉진에 중점을 뒀다. 별도의 자족도시, 즉 신도시형인 전북 혁신도시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배치다. 또한 전주지역에 공동주택지가 집중 배치돼 혁신도시를 수익논리로 바라보는 토공의 시각이 헛된 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란 혁신도시의 기본취지는 토공에는 단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개발계획안을 보면 혁신도시 내 도로망을 종전 2개에서 1개로 축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개발비용을 조금 절약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지역간 혁신역량 강화란 큰 그림을 고려할 경우 두지 말아야 할 악수이다. 토공은 아울러 자신을 비롯한 주요 이전기관을 전주 쪽에 배치함으로써 지역차별정책을 가시화했고, 무엇보다 도시부 용도지역 배분에 있어 인구유발효과는 미미한 대신 관리비용만 높은 공원·녹지·하수처리시설 등을 모두 완주지역에 배치했다. 한마디로 개발계획안은 별도의 자족도시, 지리적 중심 및 교통 요충지로의 중심지구 배치 등의 기본구상원칙과 부합하지 않고, 오직 사업시행자의 이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이같은 개발계획안에 따라 건설된 전북 혁신도시가 과연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하고, 전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금의 혁신도시 추진상황은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는 일방적 추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전북 혁신도시는 기본구상 원칙에 맞게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되고, 이전기관의 고른 배치 및 동서간 도로망 확충, 도시부 용도지역의 균형 배분, 환경기초시설 배치 재검토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북 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주민의 환영 속에 건설되고, 나아가 전북발전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임정엽 전라북도 완주군수
  • 은행 앉아서 돈번다

    은행 앉아서 돈번다

    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보험·증권 등 다른 금융권은 물론 금융 이용자의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자를 거의 안주는 보통예금을 지키려는 노력에다 펀드와 보험의 교차판매에 대한 수수료 수익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용자 전체의 편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사,“자금이체 허용해야”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통예금인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지난해 말 257조원에 이른다. 이 돈에 은행이 주는 이자는 연 0.1∼0.2%. 주식매매를 위한 고객예탁금 이용료율 평균 0.8%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이자율 4%대에 비교하면 사실상 무이자다. 그럼에도 이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까닭은 공과금·지로납부 등의 편의성과 대출 등에 있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권측은 증권계좌에 자금이체가 허용되면 보통예금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유일하게 논란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은행측은 금융결제 안전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증권측은 ‘자기 밥그릇 지키기’라는 입장이다. 한 연구원은 증권사에 자금이체가 허용되면 급여이체(연 100조원 추정) 고객의 20%가 증권으로 이동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해줄 수 있는 돈 20조원이 사라지고 현재 대출금리가 5%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이 1조원을 손해볼 수 있다. 급여이체가 CMA계좌로 넘어가면 고객들은 8000억원의 이자를 더 받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금이체가 허용되면 은행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금이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내 고객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자체적으로 은행을 갖고 있어 자금이체에 불편함이 없다는 점에서 역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산운용사,“재주는 곰이 부리고…” 은행 수익에서 꾸준히 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교차판매 수수료. 수수료는 고객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교차판매에 대한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이 지난해 펀드를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6096억원이다. 전년도(2986억원) 수익의 2배가 넘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에서 펀드를 한번 샀지만 펀드를 유지하는 동안 펀드 평가금액의 1% 안팎을 판매 수수료로 내야 한다. 판매 수수료는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에 주는 운용 수수료의 두 배 이상이다. 팔아서 얻는 수익이 자산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의 두배가 되는 셈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판매수수료에 대해 발언권이 거의 없다. 오히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한 은행에서 펀드를 팔아주는 조건으로 향응을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6개 시중은행이 지난해 보험상품을 팔아서 번 수수료는 5228억원으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을 파는 것)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큰 규모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는 신계약비의 80∼90%가 은행 몫이다. 신계약비란 설계사 수당, 보험사의 판촉·광고비 등으로 보험 가입 초기 보험료에서 떼어간다. 보험감독규정상 신계약비의 90%까지 은행에 줄 수 있는데 팔아야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한도까지 주는 경우가 많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지방영향평가제 추진 논란

    앞으로 정부가 각종 정책이나 법령을 입안할 때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 적합한지 여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각종 정책이 수도권 중심의 사고로 추진되다보니 비수도권 지역에서 지나친 규제를 받는다고 개선을 건의함에 따라 ‘지방영향평가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이런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이 제도가 자칫 ‘이헌령 비헌령’식으로 수도권을 역차별하거나 시장논리를 무시함으로써 형평성을 잃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자치부는 15일 ‘지방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가 수도권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관련 법령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비수도권이 불합리하게 규제돼 투자유치 등에 애로가 많다고 경북 안동시가 개선을 요청했었다. 이 제도는 정책이 지방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제로 작용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게 골자다. 지역균형발전에 역행을 한다고 판단되면 제동을 걸거나 수정을 요구하도록 길을 열어놓는 셈이다. 각종 법안과 정책을 입안하거나 집행할 때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현재 ‘균형발전영향평가’라는 제도가 있으며 새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제도나 법령을 만들 때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의 정책이 추진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게 된다. 수도권은 규제 대상에 넣고, 비수도권은 제외하게 돼 수도권만 차별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놓고 이천과 청주시가 갈등을 빚는데 이 같은 갈등이 늘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행자부는 이에 따라 3∼6월에 지방행정연구원에 관련 용역을 맡기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박명재 장관이 경상북도를 방문했을 때 안동시로부터 건의받은 사안이다. 행자부는 이를 포함해 모두 19건의 건의안을 받았다. 이 가운데 12건은 수용키로 했으며,5건은 장기 검토,1건은 검토,1건은 수용 곤란으로 분류했다. 자치단체들이 건의한 사안 중 중앙정부 시책에 따른 기구 및 인력 증원 때 총액인건비 한도의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내용도 있는데 행자부는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하면 무분별한 정부의 사업추진으로 자치단체의 인력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밖에 지방의원 1명당 61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의정운영공통업무추진비’를 연간 810만원으로 늘려달라는 건의도 있었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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