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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 또 ‘취업 청탁’ 의혹…정용기 “아는 선배 개인 병원이라 갑질 아냐”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이 지역 인사에게 취업 청탁을 부탁받고 이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대전의 한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사위와 딸의 인턴 취업을 부탁 받고, 고교 선배가 운영하는 개인 병원장에게 부탁했음을 시사하는 듯한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카톡 메시지에서 업체 대표는 정 의원에게 딸과 사위가 함께 정 의원의 동문 선배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인턴 면접을 봤다는 사실을 알렸고, 정 위원장은 “병원장에게 부탁했고 결정권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동문 선배이기도 하다”는 문자를 적었다. 이 대표는 “오늘이나 내일 중 결정이 날 듯 하다”는 말도 전했고, 이에 정 의원은 “알겠다. 신경쓰겠다고 거듭 말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논평을 통해 “또 다시 새누리당 의원의 취업 청탁 갑질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다”면서 “최경환 부총리의 인턴 취업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 내의 청탁 갑질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더민주는 또 “정 의원은 운이 없어 걸렸다 생각하지 말고, 이번 취업 청탁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 행태에 대해 분명한 사과와 함께 국민 앞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정 의원은 이에 대해 “부탁을 한 병원이 국감대상이나 공공의료기관도 아니고 선배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이기 때문에 소위 ‘갑질’은 아니었다”면서 “같은 고향 분의 딸과 사위가 한 병원에 인턴을 지원하다보니 하나가 떨어지는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공정하게 살펴봐 달라고 문자를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면서 “전화 한 통 해달라는 것을 못한다고 거절하지 못한 나의 불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제 블로그] ‘손보 공룡’ 삼성화재 TM까지 삼킬라

    [경제 블로그] ‘손보 공룡’ 삼성화재 TM까지 삼킬라

    “삼성화재 너마저….” 요새 손해보험업계의 화젯거리 중 하나는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 텔레마케팅(TM) 시장에 언제 진출하느냐입니다. 이미 삼성화재가 TM 상품 개발을 마친 상태라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간 애니카 다이렉트 등 온라인마케팅(CM)으로 시장을 점령했던 만큼 TM 시장까지 장악할까봐 다른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1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부문 시장점유율(MS)은 선두 삼성화재와 2위 현대해상이 각각 28.0%, 17.7%로 10.3% 포인트(지난해 9월 기준)나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이) 싹쓸이 포식에 나섰다”며 볼멘소리입니다. 앞서 삼성화재는 2013년 금융위원회에 CM과 TM의 보험료 차등과 관련한 유권 해석을 요청하며 TM 진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당시 중소 손보사들과 온라인 전업사, 자사 설계사들 반발에 결국 당국 허가가 나지 않고 흐지부지됐지요. 2014년 1월 터진 사상 초유의 신용카드사 정보 유출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당국은 TM 종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한다고 간주해 영업정지까지 걸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금융위의 보험 상품·가격 자율화 정책이 날개를 달아 줬지요. 당국의 개입이 배제된 상태인 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의 등장으로 설계사(대면), TM, CM 등 3가지 채널의 가격이 각기 다른 ‘1사 3가격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기존 대면과 TM만 판매하던 손보사들이 보험다모아에 CM 상품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삼성화재로서도 ‘누울 자리’가 생겼으니 발을 뻗어 보겠다는 것이지요. 삼성화재는 “다른 보험사도 3가격제를 하는데 왜 유독 우리의 TM 진출만 곱지 않게 보나”라며 역차별이라고 항변합니다. 중소형사들은 떨고 있습니다. “결국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자본력 우위인 대형사의 독과점을 유발할 것”이라고 읍소합니다. ‘재벌의 또 다른 골목상권 침해’라는 것이지요. 정부가 ‘거친 금융개혁’을 주문하는 시기입니다. 이래저래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떴다 ‘지거국’… 의대·채용 지역할당 효과

    떴다 ‘지거국’… 의대·채용 지역할당 효과

    전국 각 권역을 대표하는 이른바 ‘지방 거점 국립대’가 올해 정시모집에서 약진했다. 서울대를 제외한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경쟁률이 4.16대1로 최근 5년간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 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대학의 거품이 걷히고 비수도권 대학의 인기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국 대학의 2016학년도 정시모집 마감 결과를 31일 분석한 결과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부산대 등 9개 지방 거점 국립대의 평균 경쟁률이 4.16대1을 기록했다. 9개 대학은 각기 광역 행정구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로, 서울대를 포함해 10개를 통칭 지방 거점 국립대로 분류한다. 대학별로는 제주대가 1600명 모집에 8456명이 몰리면서 경쟁률 5.27대1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충북대가 5.22대1, 충남대가 4.86대1, 부산대가 4.41대1을 기록했다. 강원대의 경쟁률은 3.03대1로 9개 대학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지난해 2.95대1보다는 상승했다. 9개 대학의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2012학년도 4.00대1이었다가 2013학년도 3.96대1에 이어 2014학년도에는 3.3대1로 바닥을 찍었다. 경쟁률 하락은 수험생들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5학년도에 3.82대1로 상승한 데 이어 2016학년도에는 최근 5년간 경쟁률 중 최고치로 치솟았다. 다양한 이유 가운데 2014년 7월 제정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학 육성법)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우수 인재가 인근 지방대학에 진학하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법에 따라 지방대학은 의학계열과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도 해당 권역의 학생을 학부는 30%(강원·제주권 15%), 전문대학원은 20%(강원·제주권 10%) 선발해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공공기업도 신규 채용 때 모집정원의 35% 이상을 해당 지역 고졸자나 지방대학 졸업자로 선발하도록 권하고 있다. 유정기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의대 정원 일부를 지방 출신 학생으로 선발하도록 할당하자 다른 학과들로도 파급효과가 나타나 전체 지방대 경쟁률이 올라갔다”며 “2014년부터 시작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수험생에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인 지역 대학 총장과 교수 등 14명은 지난 8월 헌법재판소에 “지방대학 육성법이 경인 지역 대학생들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당분간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취업난도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 거점 국립대의 인기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성호 하늘교육종로학원 대표는 “수도권의 사립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대학의 거품이 점차 걷히고 있다”며 “앞으로 지방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강화되면 지방 거점 국립대는 물론 지방대학 선호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12·21 개각] 유일호 “지금 구조개혁은 아직 미완”… 고강도 드라이브 예고

    [12·21 개각] 유일호 “지금 구조개혁은 아직 미완”… 고강도 드라이브 예고

    “지금 구조개혁은 아직 미완의 상태입니다. 경제학은 ‘과학’이고 정책은 ‘아트’입니다.”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시정책은 언제나 미세 조정이 필요하며 (정책은) 어느 시점에서 무엇을 얼마만큼 하는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처럼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재정 확대 기조를 이어가면서 경제 상황에 맞게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유 후보자는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똑같다고 보지는 않지만 (일부) 유사한 점도 있다”면서 “경제활성화, 구조개혁, 노동개혁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줘야 하고 (청문회를 통과해 부총리로 취임하면) 하루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현역 재선 의원인 유 후보자의 국회 설득 능력에 기대가 모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신사’라는 세간의 칭송 뒤에는 강단이 약하다는 평판도 숨어 있다.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최 부총리조차 막판까지 애먹었던 국회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된다. 유 후보자는 재선 의원이면서 경제학자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조세 전문가로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의원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내면서 관료 문화도 접했다. ‘스펙’으로 따지면 당·정·청 모두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끝까지 관료가 아닌 정치인 출신인 유 후보자를 고집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재임 기간이 짧았다고 하더라도 국토부 장관 시절 내세울 만한 치적이 없다는 점은 그의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당시 국토부 안팎에서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 힘과 소신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전문가만 찾더라”는 혹평도 적지 않았다. 정치인의 ‘힘’도, 경제통의 ‘전문성’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과 교통이 유 후보자의 전공 분야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유 후보자는 “최 부총리가 확장적 기조를 폈지만 확장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한 정책은 아니었다”고 평가한 뒤 “경제정책이라는 게 일관된 것이 있기 때문에 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경제 비상사태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금이 그런 행동을 취할 때”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 효과가 아직 제한적이지 않나”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도 한국은행 등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국토부 장관 시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연장이 필요하며 주거 안정 차원에서 정부 개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개혁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유 후보자는 “규제개혁은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 “특히 수도권 역차별 해소 방향을 연구해 보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서울(60)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한국조세연구원장 ▲18, 19대 국회의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국토교통부 장관 ▲부인 함경호씨와 1남
  • [사설] 외국 영리병원 첫 허용 의료체계 다치지 않도록

    외국계 영리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제주도의 중국 녹지(地)그룹 녹지병원의 설립 신청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경제자유구역 내에 한해 외국계 영리병원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2017년 3월 문을 여는 녹지병원은 47개 병상의 소규모 병원이다. 중국인들을 주 고객으로 성형수술, 건강검진 위주로 진료하게 된다. 영리병원은 번 돈을 병원에 재투자해야 하는 국내 의료기관과 달리 기업처럼 주주를 모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도 있다. 제주도에 외국계 영리병원이 문을 열면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에 기반한 국내 의료체계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도 만만찮다. 빗장이 처음으로 열리면서 인천 송도를 비롯한 8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도 잇따를 것 같다. 영리병원이 국내외 유명 의료진을 유치해 비싼 진료비를 받으며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건보 적용이 되지 않더라도 내국인 환자들도 몰려들 수밖에 없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와의 충돌은 불가피해지고 다른 국내 병원들의 진료비도 덩달아 올라가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내 병원들이 역차별을 내세우며 영리병원 확대를 요구할 경우 국내 의료체계의 근간마저 흔들리게 된다. 1호 영리병원이 문을 열게 됐지만 추후 승인 절차 등에서 한 치의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내 의료기관이 우회 투자를 통해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에 편법으로 참여하는 길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 사업 중단 절차를 밟고 있던 중국의 동네 병원을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선정하려 했던 지난해 9월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투자 실태와 병원 운영 현황 등을 현장 실사를 거쳐 꼼꼼히 따져 봐야 의료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의료 분야는 경제 논리로만은 다 설명할 수 없다. 수익성만을 좇을 수 없는 것이다. 공공성 확보가 보다 중요한 이유다. 국민의 건강증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가 최우선 잣대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돈벌이만 노리고 달려드는 수준 미달의 외국계 영리병원이 난립하게 되면 우리 건강보험 체계가 망가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입대·면제 과정 개별 추적… 700명 명단 따로 만든다

    정부가 내년부터 고위 공직자 아들의 병역 사항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한 것은 사회 지도층의 병역의무 이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차별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우선 공직자부터 솔선수범하도록 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다. 앞서 이명박 정부도 2011년 2월 ‘공정한 사회’를 기치로 내세우며 사회 지도층 자제, 연예인 등의 병역 이행을 특별 관리하겠다고 밝혔으나 “특정 계층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대 논리에 가로막혀 결국 무산됐다. 병무청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아들의 병적을 제1국민역에 편입된 만 18세부터 현역 장병으로 군에 입대할 때까지, 또는 병역면제가 타당할 경우 최종 면제 처분을 받을 때까지 별도의 명단을 작성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병무청이 직접 관리하는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의 경우 복무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가 관리 대상이 된다. 다만 해당 고위 공직자가 현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는 특별 관리 대상에서 해제된다. 병무청은 이를 통해 700여명으로 추산되는 해당 고위 공직자 자식들의 징병검사 과정, 입영 기일 연기, 병역면제 신청, 불법 병역 면탈 여부 등의 모든 과정을 개인별로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15일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했기 때문에 장병 신체검사를 할 때 대상자의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인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제 누가 고위 공직자의 아들인지를 미리 파악해 이들이 처음 신체검사를 받는 순간부터 갑작스러운 사유로 재검을 받는 등 변동 사항이 생길 때마다 의심하고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연예인, 체육인도 특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범위를 한정시키기 모호한 측면이 있어 일단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무청이 사전에 특별 관리 대상자를 따로 분류함으로써 역차별 논란은 여전하고 또 다른 부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사전에 특별 관리하면 특혜를 얻을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히치하이킹, 인도 경제] 영화로 본 삶과 기업 환경

    [히치하이킹, 인도 경제] 영화로 본 삶과 기업 환경

    인도는 보편적이며 특수한 나라다. 인류의 여러 종교가 인도에서 탄생했을 뿐 아니라 카레나 요가와 같은 인도의 문화가 세계 각지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다. 역으로 카스트 제도, 종교적 금식, 합리적인 동시에 폐쇄적인 비즈니스 문화와 같은 인도 특유의 색채는 여전히 이방인에게 낯설다. 세계로 뻗어 나간 한국 기업들에 인도가 불모지로 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편적인 인류 정서와 특유의 현지 문화를 함께 묘사해 우리에게도 인기를 끌었던 인도 영화 3편을 통해 본 ‘인도’에 대해 현지인들에게 물었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뒤 본격적으로 국가 브랜드가 서서히 변하고 있듯이, 영화에 드러난 인도의 기업 환경과 현지인의 삶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 얼간이’ 주입식 교육 인도의 천재들만 간다는 명문 공대에서 주변 기대에 부응하는 대신 자신의 꿈과 적성을 좇아 삶을 개척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세 얼간이’(2009년)는 인도의 성취 지향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비튼다. 소모적인 교과서 외우기, 낙제 공포에 자살하는 학생 등이 등장한다. “인프라 없어 고작 암기가 최선” 사우라브 싱(네루대 일본어과 학생) 인도의 교육열은 한국을 능가한다. 5000명을 뽑는 인도공과대학(IIT) 입학시험에 35만명이 몰리고, 1200명이 입학하는 인도경영대학(IIM)에 25만명이 응시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래도 교육이 삶을 바꿀 열쇠라고 생각하기에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어학 명문인 네루대마저 예외가 아닐 정도다. 단어를 하루에 100개 정도씩 외운다. 어학을 암기 위주로 배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자재도 부족하고 학습을 할 때 암기만큼 빠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토론도 병행… 세계서 통해” 이현경(네루대 한국어과 교수) 인도의 주입식은 한국의 그것과 다르다. 예컨대 인도의 초·중·고교 학생들은 교과서 한 단원을 통째로 외우기도 하는데, 학교 시험이 주관식이기 때문이다. 인도 학생들은 암기한 것을 토대로 주관식 답을 쓰고, 토론을 한다. 토론을 통해 인도 학생들은 암기한 지식을 체화하면서 자신만의 의견과 신념을 가다듬는다. 인도 대학생들에게 사회 이슈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피력한다. 암기와 토론이 병행되기에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인재가 많이 길러진다. ■‘슬럼독’ 빈민층의 희망 18세 고아 자말의 비참한 삶과 자말이 100만 달러 상금을 내건 퀴즈쇼에서 승승장구하는 장면을 교차시킨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는 인도 빈민층의 희망 없는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영화 초반 퀴즈를 맞히는 자말에게 사기죄를 덧씌우는 경찰의 모습에선 하층민을 향한 뿌리 깊은 편견이 보인다. “낮은 계급이 되레 취업 유리” 산드야 케샤바라지(UVCE 전자통신학과 졸업생) 현대화될수록 인도에서 카스트(신분제)의 영향력은 줄고 있다. 오히려 낮은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에는 대입, 취업에 카스트별 쿼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카스트에 따른 역차별 현상도 나타난다. 아무래도 높은 카스트일수록 평균적으로 성적과 능력이 높지만 쿼터 때문에 낮은 카스트가 대입, 취업에서 유리한 경우가 종종 있다. IIT 등 명문대의 경우 상·중위 카스트 쿼터의 합격선은 하위 카스트 쿼터의 합격선보다 훨씬 높다. 공적 영역에서 높은 카스트임을 드러내는 성을 일부러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계급별 출발선 여전히 달라” 다라멘드라 초우한(UVCE 컴퓨터공학과 교수) 카스트가 빈부 격차로 연결되며 기회의 불평등이 생기기도 한다. 인도에서 엔지니어는 선망의 직업이기에 부모들은 자녀가 공대를 졸업하길 원하지만 공대 등록금은 중산층 이하가 대기에 부담스럽다.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치열한 입시 경쟁 때문에 공대나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거의 다 입시 학원에 다닌다. 보통 학원비는 6개월에 평균 10만 루피(약 176만원) 정도 돼 저소득층은 꿈도 꾸기 어렵다. 카스트별로 여전히 시작 지점이 다른 셈이다. ■‘…무뚜’ 고유의 정신적 가치 상영 시간이 132분에 이르는 ‘춤추는 무뚜’(1995년)엔 노래, 춤, 만화적인 해프닝이 끝없이 이어지는 ‘마살라’(인도 향신료)라 불리는 인도 영화의 특성이 전부 담겨 있다. 영화엔 전통 결혼식과 같은 고유의 풍습 장면 속에 ‘경제적 가치와 다른 정신적 가치를 찾자’는 주제 의식이 녹아 있다. “공단 들어선 마을 텃세 심해” 박성흠(포커스텍 대표) 기업들은 인도와 글로벌 스탠더드 간 격차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인도에서의 경영 애로는 다른 해외 국가에서 겪는 애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먼저 내 일처럼 기업을 관리해 줄 인도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인도인들은 서구식 합리주의 문화에 익숙한 데다 능력이 출중해 동기부여가 된다면 헌신적으로 일한다. 또 공장 직원을 채용할 때 공단에서 먼 마을 사람들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 공단이 들어선 마을에선 텃세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이미 해외 여러 곳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우리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부패·기업 환경 점점 좋아져” 아푸르바 찬드라(마하라슈트라주 산업부차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취임 뒤 인도의 기업 환경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시 출퇴근을 하고 있고, 부패의 문제 역시 나아질 것으로 본다. 주 정부도 자신의 주에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 기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인도처럼 큰 나라가 변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변할 것이다. 뉴델리·벵갈루루·뭄바이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경제·정치인도 형기 80% 채우면 가석방 심사 대상

    2013년 출범 초기 가석방 허용 기준을 ‘형 집행률 90%’로 높였던 정부가 다시 원래 기준인 80% 수준으로 되돌렸다. ‘교도소 과밀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기업인 사면에 대한 재계의 반복된 요청과 ‘경제 살리기’라는 정무적 판단이 맞물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29일 사법당국에 따르면 법무부는 가석방 심사 기준을 완화한 새 지침을 마련해 이번 달부터 적용 중이다. 법무부는 가석방 심사의 가장 큰 판단 기준인 형 집행률을 현행 90% 안팎에서 80% 정도로 낮췄다. 이는 정치인이나 경제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자들은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석방 기준을 정한 형법 72조는 형기의 3분의1만 넘으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제 가석방은 형기의 70~80%를 마친 수형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는 정권 초반 ‘법치 바로 세우기’를 강조하며 가석방 심사 대상 형 집행률을 90%까지 올렸고, 정치인·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에는 더욱 엄격한 기조를 유지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은 이에 따라 가석방 없이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했다. 재계에서는 ‘경제인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현재 수형 중인 주요 기업인은 최재원 SK그룹 부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된 최 부회장과 징역 4년이 확정된 구 전 부회장의 형 집행률은 각각 74%와 77%로, 완화된 심사 기준에 근접해 있다. 가석방은 법무부가 일선 교도소에서 선별된 심사 대상자를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상정하면 심사위가 행형 성적이나 재범 우려 등을 검토해 최종 대상자를 결정하고, 법무장관이 이를 재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맥통법, 수입맥주 할인판매 제도 개선 방안 마련

    맥통법, 수입맥주 할인판매 제도 개선 방안 마련

    '단통법'에 빗댄 '맥통법'이란 신조어가 나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주형환 1차관 주재로 열린 '투자ㆍ수출 애로 해소 간담회'에서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마련에 나섰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맥통법'으로 부르고 있다. 이른바 맥통법의 핵심 내용은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 그동안 수입맥주가 소비자 판매가격을 고무줄처럼 제멋대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판매'나 '세일'이란 부적절한 용어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업계는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수입맥주의 할인판매를 제한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맥주를 저렴하게 마실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사실과 다른 오해'라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는 병당 2500원짜리인 수입맥주를 4개에 묶어 1만원에 판매하면서 할인판매라고 허위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수입맥주 업계 및 유통업체와의 간담회에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판매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안다” 며 “정부의 입장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마케팅하라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수입맥주들이 상당히 낮은 가격에 국내에 들어오지만 소비자 판매가격은 실제 출고가의 3~4배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에선 정설로 통한다. 실제로 관세청 통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맥주의 평균 가격(수입 신고가에 주세 등 각종 세금을 합한 가격)은 네덜란드산의 경우 820원, 미국산은 1107원이다. 이런 맥주들이 마트에서 개당 3000~4000원에 팔리고 있는 것. 이렇게 부풀려진 가격에 다시 할인, 세일 등의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기만과 다르지 않으므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맥통법'의 핵심내용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에서는 거의 매일 수입맥주 세일행사를 하는데 소비자들은 고급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실제론 훨씬 더 싸게 팔 수 있는 맥주에 가격을 부풀려놓은 뒤 수시로 '할인'하는 것처럼 위장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국산맥주와 공정경쟁을 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경제 블로그] 통합 16년 금감원…특혜 - 역차별 ‘인사고과 갈등’ 풀리나

    [경제 블로그] 통합 16년 금감원…특혜 - 역차별 ‘인사고과 갈등’ 풀리나

    금융감독원은 1999년 4개 감독기관(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이 ‘짝을 맺은’ 기관입니다. 성격이 워낙 다른 기관이 합쳐지다 보니 문제도 많았지요. 우선 인력 배치가 골머리였습니다. 예컨대 보험 출신은 자신이 다뤄 보지 않은 은행쪽 부서에 가기 꺼려했지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겁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방책을 내놨습니다. 다른 업권으로 가면 인사고과 때 ‘무조건 평균 88점 이상’을 주기로 한 것이지요. 문제는 다음해(2000년)부터 들어온 공채나 수시 입사한 경력 출신에게는 이런 ‘당근’이 없었다는 겁니다. 역차별 논란이 일며 고과 특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통합 16년이나 됐기 때문에 부서 이동이 잦아져 업권별 분류가 희박해졌고 어느 권역을 가더라도 이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승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고과 1, 2점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마당에 공채나 경력직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도 커졌습니다. ‘고과 특혜 폐지’를 촉구하는 의견이 내부 게시판에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한 직원은 “같은 업권 출신이 상위직급에 있으면 다른 권역을 배제하고 자기(업권) 식구만 챙기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금감원 전체 1900명 중 출신별로 보면 은감원 250명, 증감원 200명, 보감원 150명, 기금 100명, 경력직 400명, 공채 800명 정도 됩니다. 급기야 금감원은 지난 10월 말 직원 근무평정 설명회 때 폐지를 약속했습니다. “통합 당시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뒀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과 특혜가)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업무도 복합 추세인 만큼 내년부터 폐지하겠다”는 게 금감원 설명입니다. 직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한지붕 다(多)가족’인 금감원은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금융개혁을 부르짖는 지금, 금감원도 이제는 ‘진정한’ 통합을 이룰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인하 여력 있다” vs “이런 게 관치금융”

    “인하 여력 있다” vs “이런 게 관치금융”

    정부와 여당이 ‘관치’ 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카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겠다는 의지에서다. 카드업계는 “죽겠다”고 맨날 엄살이지만 기준금리가 많이 떨어져 인하 여력이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업계는 “엄살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억울해한다. “이럴 거면 (관치를) 안 하겠다는 말이나 말지…”라며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분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마트 등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1%대였고, 영세 슈퍼 수수료는 4.5%대였다. 대형 마트보다 동네 구멍가게가 수수료를 더 내는 구조이다 보니 소상공인 단체를 중심으로 ‘카드 결제 거부운동’까지 벌어졌다. 2012년 관련 법안이 개정돼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 우대 수수료가 1.8%에서 1.5%로 낮아졌다. 하지만 영세·중소 상인들은 매출 규모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하소연한다. ‘역차별’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 수수료(평균 2.2%)가 대형가맹점(평균 1.96%)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2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앞으로 3년마다 시장환경 변화와 원가 등을 재반영해 수수료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에 인하를 밀어붙인 것도 바로 이런 근거에서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연 2.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1.5%까지 낮아졌다.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채(신용등급 AA, 3년물 기준) 금리도 2012년 6월 3.83%에서 올해 6월 2.1%로 떨어졌다. 금융위원회 측은 “자금 조달 비용이 카드 수수료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는데 이게 떨어졌으니 자연히 인하 여력이 생긴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가 회계법인 등과 수수료 원가를 재산정한 결과 순이익 증가에 따른 수수료 인하 여력이 6700억원가량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카드업계는 “힘 없는 우리만 또 희생양 됐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이번 수수료 인하로 6700억원가량 순이익 감소가 예상되는데 올 상반기 카드업계 전체 순이익이 1조원 정도”라면서 “그렇다고 소상공인을 돕겠다는데 대놓고 반대할 수도, 정부에 대들 수도 없으니 (수수료 인하를) 받아들일밖에…”라고 자조했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걱정도 나온다. A카드사는 “수익이 줄면 결국 카드론 금리나 연회비를 올리든 아니면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카드사는 “상반기 업계 순익의 절반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생겼다”면서 “카드사들이 상장돼 있었다면 주가가 반 토막 나고도 남을 일”이라고 분개했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영세 가맹점 부담 경감이라는 ‘표(票)퓰리즘’을 썼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우리 개신교계에서 세습은 가장 고질적이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악습의 병폐로 꼽힌다. 그 승계의 방법도 종전 직계 자녀에게 담임 목사직을 곧바로 물려주는 직접 세습과는 달리 다양한 변칙의 승계가 횡행한다. 얼핏 열거해도 그 변종의 세습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다른 사람에게 담임을 하게 한 다음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을 비롯해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담임목사로 가게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 세습’. 그런가 하면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통합 세습’이며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까지 등장했다. ● 2013년 6월 이후 122개 교회 ‘세습’... 85개가 아들에 직접 세습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이 지난 5월 공개한 ‘변칙 세습 현황조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습 방식의 다양한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 2013년 6월 29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세습 사례를 수집한 결과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으며 그중 85개 교회가 담임목사 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직계 세습을, 37개 교회가 법망을 피한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지도 하기 어렵다는 소수의 개척 교회를 빼면 세습을 하지 않는 교회가 어느 교회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떤 형식을 띠건 교회의 세습이 일반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극명해보인다. 무엇보다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 물질과 권력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세속화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담임목사직과 교회의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사유화’와 ‘목사의 귀족화’는 교회가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일개 가족과 특정 개인을 위한 사기업임을 공인하는 격이라는 게 보편적인 견해로 통한다. ● 교단들 잇단 방지법에도 변칙세습 이어져... 식지않는 세습 욕망  그 세습을 향한 경계와 지탄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안과 바깥에서 높아져왔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자성과 개선의 몸짓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대형교회 세습 원조’로 낙인된 충현교회의 고(故) 김창인 원로목사가 작고하기 몇 달 전인 2012년 6월 세습을 회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임목사로 세운 게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라면서 하나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여파인지 일부 교단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와 바꾸자는 작은 노력들이 이어졌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개신교사상 처음으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데 이어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이 정기총회에서 잇따라 세습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변칙의 세습이 교단들의 순차적인 세습금지법 마련 이후에 더 기승을 부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세반연측은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변칙 세습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개탄한다.  개신교 교단중 처음으로 지난 2012년 세습 방지를 결의했던 기감이 변칙세습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달 29일 총회 입법의회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2012년 세습방지법을 통해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명시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10년간 담임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500명 정원의 총대 중 411명이 투표해 찬성 212표, 반대 189표, 기권 10표가 나와 23표 차로 결의됐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에 대한 총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교회에서 담임자를 결정하는 교회 의회제도의 결정권까지 박탈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지금 이땅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들로 비쳐져 안타깝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양질의 일자리 있어야 아이 낳을 수 있어요”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아이를 낳지요. 대출금 갚기도 급급한데 결혼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김순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여성본부장)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청년을 결혼시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용·교육·주거 등 저출산의 사회경제적인 원인에 주목해 정책 방향을 전환한 점은 좋았으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고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 등 사회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2016~2020)’ 공청회에서 학계, 경영계, 노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은 더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부모 세대와 달리 젊은 여성은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기를 원하는데, 기본계획에는 이런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면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해소되지만, 이런 식으로 질 낮은 일자리만 제공하면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이 불안하면 결혼하기가 어려우니 청년에게 적어도 10~15년은 보장되는 질 좋고 든든한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의 선택은 일이지, 아이가 아니라는 사회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에 남성 육아휴직제를 강제해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면서 출산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경영계를 대표해 참석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기업을 너무 규제하면 여성 채용을 꺼리게 된다”며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기업도 부담 없이 신규 채용을 늘려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대학 입시 특별전형을 시행하는 등 강력한 출산 유인책을 써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이미경 서울여자대 입학전형 전담교수는 “아이를 많이 출산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엄청난 기여인 만큼 대학입시에서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지원 혜택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임대주택 물량과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저소득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한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혼부부 주택 물량을 확보하면 주거 취약 계층이 입주하지 못하게 된다”며 “역차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씨줄날줄] 대나무 천장/구본영 논설고문

    대나무(竹)는 동양 문화를 은유하는 식물이다. 동북아의 한·중·일 3국은 물론 유교의 세례를 받은 베트남에서도 친근한 식물이다. “대쪽 같다”는 말처럼 우리나라에선 절개의 상징이다. 이른바 4군자(매화·난초·국화·대나무)의 하나로 동양화의 소재로 사랑받는 배경이다. 서구 사회에서 ‘대나무 천장’이란 유행어가 생겨난 모양이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유리 천장’에 대나무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내 모범적 소수계인 아시안이 대나무 천장에 갇혀 참을성을 잃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가 명문대 진학과 상류 사회 진출 때 보이지 않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얘기다. 대나무가 동양권에서 두루 사랑받고 있기에 이코노미스트가 적확한 메타포를 사용했다는 생각은 든다. 문제는 대나무 천장이 아시아계에 드리운 그늘이 너무 짙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계 미국인인 마이클 왕이 대학 입학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고도 7개 아이비리그 대학 중 6개 대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전미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위 150위 안에 들고,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3등 입상한, 다재다능한 그였다. 더 심각한 건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이 대학 졸업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미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의 최신 통계를 보자. 구글·인텔·링크트인 등 대표적 IT 기업의 아시아계 직원은 전체 직원의 약 30∼40%인데도 임원급 비율은 10%대에 불과했다. 반면 아시아계와 직원 점유율은 비슷한 백인이 임원급의 70∼80%를 차지했단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자 이코노미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유력 언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당장 ‘대나무 천장’을 걷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다수 명문대가 입학 쿼터제를 실시하면서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는 취지로 특정 인종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는 타고난 교육열로 우수한 성적을 내는 동양인들이 ‘소수자 보호’라는 외피(外皮) 바깥으로 밀려나는 역설을 빚고 있는 셈이다. 건국 때부터 다인종 사회인 미국은 이민자를 받아들여 활력을 유지해 온 나라다. ‘용광로’ 방식이든, ‘샐러드 접시’ 방식이든 이주자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우수한 두뇌를 활용해 왔다. 전자가 소수 인종을 주류 사회로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후자는 다양한 문화적 색채를 존중하는 차이점은 있지만.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 사회의 이런 전통이 점차 약화되는 느낌이다. 대나무 천장이 고질로 굳어진다면 아시아 이민자들은 물론 미국 사회에도 궁극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해외체류 병역기피자 국내활동 기반 봉쇄… 칼 뽑은 정부

    해외체류 병역기피자 국내활동 기반 봉쇄… 칼 뽑은 정부

    병무청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국적을 바꾼 입영 대상자의 국내 취업과 조달 사업을 제한하기로 검토한 것은 최근 4급 이상 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국적 변경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례에서 보듯 해외 체류 병역 회피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칼을 뽑아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실제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8일 병무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해외 체류자가 병역 의무 이행 상한 연령인 만 38세를 넘겨 고령 면제 처분을 받은 사례는 국외 이주 및 불법 체재를 포함해 총 2만 809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국적 이탈 또는 상실로 국적을 바꾼 사람이 1만 6147명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체류자의 고령 면제 처분은 그동안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은 2012년 2842명, 2013년 3075명, 지난해 4386명, 올해 7월까지 2374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 제재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사회지도층 자제의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회피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병역을 마치지 않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병역의무 대상자의 재외동포체류자격 비자와 취업비자 발급을 제한하면 이들이 귀국해서 국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봉쇄한다는 점에서 효과적 제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외동포체류 자격 비자는 체류 기간 상한이 3년이나 원칙적으로 연장이 가능하고, 국내에서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 외국 국적을 자진 취득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한국 국적을 상실한다. 하지만 병무청은 국적법을 개정해 병역을 마치지 않은 사람이 한국 국적을 마음대로 상실하지 못하도록 이들에 한해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1년과 2012년 이러한 제재 방안에 대해 “국적 변경에 대한 구체적 경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병역을 이행하기 전 국적을 포기한 경우 국내 조달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상속세·증여세를 중과세하는 방안은 경제적 징벌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획재정부 등과의 법리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본인이 원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순수 외국인보다 더 중한 제재를 가한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병무청은 공직자의 자식이 해외에 불법 체재하거나 병역을 마치지 않은 채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공직자 본인의 고위직 임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적 이탈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고 자신이 선택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 부모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연좌제 금지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해외체류 병역기피자 국내활동 기반 봉쇄… 칼 뽑은 정부

    해외체류 병역기피자 국내활동 기반 봉쇄… 칼 뽑은 정부

    병무청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국적을 바꾼 입영 대상자의 국내 취업과 조달 사업을 제한하기로 검토한 것은 최근 4급 이상 공직자 26명의 아들 30명이 국적 변경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례에서 보듯 해외 체류 병역 회피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칼을 뽑아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실제 제재 방안을 마련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8일 병무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해외 체류자가 병역 의무 이행 상한 연령인 만 38세를 넘겨 고령 면제 처분을 받은 사례는 국외 이주 및 불법 체재를 포함해 총 2만 809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국적 이탈 또는 상실로 국적을 바꾼 사람이 1만 6147명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체류자의 고령 면제 처분은 그동안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은 2012년 2842명, 2013년 3075명, 지난해 4386명, 올해 7월까지 2374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 제재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사회지도층 자제의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회피를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병역을 마치지 않고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병역의무 대상자의 재외동포체류자격 비자와 취업비자 발급을 제한하면 이들이 귀국해서 국내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봉쇄한다는 점에서 효과적 제재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재외동포체류 자격 비자는 체류 기간 상한이 3년이나 원칙적으로 연장이 가능하고, 국내에서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 외국 국적을 자진 취득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한국 국적을 상실한다. 하지만 병무청은 국적법을 개정해 병역을 마치지 않은 사람이 한국 국적을 마음대로 상실하지 못하도록 이들에 한해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1년과 2012년 이러한 제재 방안에 대해 “국적 변경에 대한 구체적 경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병역을 이행하기 전 국적을 포기한 경우 국내 조달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상속세·증여세를 중과세하는 방안은 경제적 징벌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획재정부 등과의 법리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본인이 원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에게 순수 외국인보다 더 중한 제재를 가한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에 빠질 수 있다. 병무청은 공직자의 자식이 해외에 불법 체재하거나 병역을 마치지 않은 채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공직자 본인의 고위직 임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적 이탈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고 자신이 선택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 부모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연좌제 금지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생각나눔] 초교 정원 기준 4분의1 → 8분의1 “학령 인구 감소·지역형평

    [생각나눔] 초교 정원 기준 4분의1 → 8분의1 “학령 인구 감소·지역형평

    올해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문을 연 공립 서울솔가람 유치원은 지난해 말 7개 학급 168명의 신입생을 모집했다. 여기에 무려 1만 2700여명이 지원했다. 신입생은 추첨으로 뽑았다. 경쟁률이 76대1. 이른바 ‘유치원 로또’였다. 위례신도시 22단지에 사는 김모(36)씨는 추첨에 떨어졌다. 그는 “길 건너 유치원을 놔두고 성남까지 다니고 있는 딸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부의 공립유치원 설립 기준 완화 정책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택지개발지구 등 인구유입 지역의 공립유치원 설립 비율을 신설 초등학교 정원의 4분의1 이상에서 8분의1 이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는 신도시에 36학급(전국 평균) 규모의 초등학교를 개교할 때 9학급 이상의 공립유치원을 세워야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절반인 4.5학급만 신설하면 된다. 서울솔가람 유치원의 경쟁률이 150대1로 뛰는 셈이다. 교육부는 개정안 추진 이유를 “‘수요 예측을 통해 유치원을 설립해 예산을 절감하라’고 감사원이 지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형평성을 개정안 추진의 근거로 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공립유치원 수용률이 22.7%인데 신도시에만 초등학교(6개 학년) 4분의1의 유치원 학급(3개 학년)을 설치하면 수용률이 50%가 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 동일 연령대의 어린이들을 수용하는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계의 생각은 다르다.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유아교육법시행령 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유아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전국학부모모임 회원 300여명은 “공립유치원 정원을 반 토막 내 유아들의 공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개정안은 국가의 유아 교육 책임을 사교육 시장으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공립이 사립에 비해 더 저렴할 뿐 아니라 시설이나 프로그램도 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실제 학부모가 부담하는 한 달 유치원비는 사립이 21만 4900원, 공립 단독설립은 2만 5900원, 공립 병설은 9600원이다. 지성애(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한국유아교육학회 회장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유아교육 민영화에 실패해 다시 국가가 나서는 등 유아교육 공교육화는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공립유치원 수용률(68.6%)에 한참 못 미치는 우리나라가 무슨 이유로 이런 정책을 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에 유아교육법 개정안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예산절감과 사립유치원의 불만을 이유로 공립유치원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국 유아들의 질 좋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베트남 남아선호 ‘골머리’…”딸만 있으면 수당 준다”

    베트남 남아선호 ‘골머리’…”딸만 있으면 수당 준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베트남이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트남 보건부는 딸만 있는 노부부에게 수당 지급과 같은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의 인구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현지 일간 탕니엔이 30일 전했다. 이는 아들을 낳아 가족을 돌보게 해야 한다는 인식 탓에 악화되는 성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아들이 없는 부부가 노후에 경제적 어려움을 덜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베트남의 성비(출생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2012년 112명에서 2014년 114명으로 증가했다. 이 추세로 가면 베트남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남성이 2050년 230만∼4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노이시 관계자는 "노후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부에 대한 지원은 자녀의 성별에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들이 있는 노부부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했다. 베트남 정부는 여성이 임신 12주 이상이 됐을 때는 성폭행 피해 등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 낙태를 금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태아 성 감별을 위한 모든 행위를 불법화하는 것은 물론 부부에게 가족 구성원이 남아 또는 여아를 낳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할 계획이다. 연합
  • [The Best 시티] 호텔·공연장 갖춘 42층 타워와 함께… 콧대 높이는 동대문구

    [The Best 시티] 호텔·공연장 갖춘 42층 타워와 함께… 콧대 높이는 동대문구

    “3년 뒤 동대문구는 새로운 도시로 바뀝니다.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로 옛 명성을 되찾을 뿐 아니라 서울 동부의 문화·상업 중심지로 거듭납니다.”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민자역사에서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들뜬 표정으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유 구청장은 “청량리역 주변과 국내 한방재료의 메카 약령시, 바이오·의료 연구단지인 홍릉 일대, 전농·답십리 개발 등이 모두 마무리되는 2017년이면 동대문구는 지금과 전혀 다른 도시로 바뀔 것”이라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구도심 동대문구의 대수술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큰 수술을 앞둔 의사 같은 비장함이 묻어났다. 동대문구는 전통시장인 경동시장과 청량리청과시장, 그리고 아직 일부가 남은 속칭 ‘청량리 588’이 있는 서울 구도심인데 도심 개발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역차별을 당했다. 또 구도심의 각종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았다. 민자역사 3층에서 청량리역 주변을 내려다본 유 구청장은 “여기가 2010년 10월 새로 문을 연 청량리 민자역사고, 바로 저쪽에서 65층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공연장 등을 갖춘 42층 랜드마크 타워 공사가 올해 안으로 시작한다. 또 저기 동부청과시장 부지에는 50~59층 4개 동, 1160가구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는 정비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이 산재한 이곳이 대대적인 수술을 거쳐 호텔과 백화점, 각종 공연장 등을 갖춘 서울 동부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이라면서 “어서 동대문구로 이사 와야 재산이 늘어날 것”이라며 웃었다. 청량리역과 경춘선 상봉역 노선이 연결되고, 경전철 면목선(청량리~신내동)과도 연결, 여전히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정부~군포 노선)와의 연결 여부가 과제다. 그는 “GTX는 아직 예비타당성 조사 등 넘어야 할 산도 있지만, 분명히 청량리역을 거쳐 갈 겁니다”라고 예단했다. 신들린 듯 30여분 동안 청량리 개발 청사진을 설명하던 그가 갑자기 “여기를 봐야지 동대문의 미래가 보인다”면서 “약령시로 갑시다”고 손을 잡아끌었다. “청장님! 덕분에 시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약령시의 한약재 가게 주인인 김성식(57)씨가 달려나와 유 구청장의 손을 잡는다. 우리나라 한방 유통 거래량의 70% 이상을 자치하는 국내 최대 한방시장인 약령시. 한의원과 한약국, 탕제원, 재료상 등 800여개 상가가 밀집해 있다. 2000년대에 이곳에 중국산 한약재가 범람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젊은이들이 한약을 꺼리고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이 등장한 데다 ‘농약 한약재’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더해지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 유 구청장은 2010년 7월에 구청장이 되고서 상인연합회와 함께 ‘중국산 한약재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운동을 벌였다. 처음에는 일부 상인들의 반발도 거셌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령시를 살려서 동대문의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유 구청장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그는 “변변한 기업도 없는 우리 동대문의 상권을 지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바로 ‘약령시’라고 믿었다”면서 “상인 자정 노력과 함께 한방박물관 조성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약령시를 찾는 발걸음도 늘기 시작했다. 서양에서 자연치유·대체의학으로 ‘한의학’(차이니스 메디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배낭을 멘 외국인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방문하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예카테리나 옐레나(45·러시아)는 “저런 풀뿌리가 몸에 좋다니 신기할 따름”이라면서 “시장에서 친척들에게 선물할 한방 비누를 샀다”고 말했다. 그는 “가공된 상품이 너무 적어서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구는 내년 12월 서울시와 함께 약령시 한쪽에 한방진흥센터를 연다.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로 지어질 센터는 외국인 관광객 등을 위한 한방 공방과 카페, 족욕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 공간과 공동브랜드 상품 개발과 판매 등으로 한방산업의 발전은 물론, 관광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지하에 199대의 차를 주차할 공영주차장을 마련해, 재래시장은 주차가 불편하다는 편견도 잠재울 생각이다. 유 구청장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광고 문구처럼 관광객에게 한약과 침술, 뜸 등 ‘K의학’인 한의학 문화를 알리는 것이 케이팝, K푸드 등과 더불어 ‘한류’를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면서 “진흥센터가 문을 열면 여행사들과 관광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전을 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홍릉연구단지 변신은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비게 된 홍릉 지역을 서울시와 함께 바이오·의료 연구개발(R&D) 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2016년까지 바이오·의료 R&D 거점으로 탈바꿈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건물 3개 동은 리모델링을 통해 바이오·의료 창업지원동, 연구동, 지역주민 공동체 공간으로 꾸민다. 입주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으로 임대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와 함께 마케팅, 법률자문 등을 한다. 실질적 도움이다. 유 구청장은 “공공기관 이전으로 비어 있는 공간에 의료 회사와 연구원 등이 들어오면 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구는 기업 입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기업은 지역 청년과 주민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는 내년부터는 해마다 100여개의 질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또 장기적으로 홍릉단지와 KIST, KAIST 경영대학,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대학과 연결, 산업·교육·연구·기술 등을 하나로 묶는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그간 동대문의 인적 자원인 대학과 기관 등을 하나로 묶어낼 계획이 없었다”면서 “홍릉연구단지 조성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만 3900가구가 들어서는 전농·답십리 재개발 사업은 입주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동대문=낙후지역’이란 이미지를 벗어날 것이다. 유 구청장은 “10여년 동안의 지역 주민의 부단한 노력으로 동대문구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상업과 문화·주거·교통의 중심인 동대문구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5) 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독박(讀博) 육아일기](25) 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아기를 낳고 보니 내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기를 가지면 무조건 일을 그만둬야 하는 회사가 여전히 널려 있고, 바깥일은 남자가,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 아직도 당연한 현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듣고 배웠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더디게 움직인다. ’자녀 성별’에 대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아직도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는 자녀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대한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딸을 낳았다고 해서 시집에서 소박을 맞거나 아들을 낳아줄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거나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옛날에 비하면 세상은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뱃속 아기가 딸인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들만 낳았다고 해서 혀를 차는 목소리까지 들어야한다는 거다. ●선호하는 자녀 성별 ‘딸 > 아들’ 현실은… 벌써 5년 전인 지난 2010년 보건사회연구원과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버지들은 아내의 임신 중 태어나길 바랐던 자녀의 성별로 딸(37.4%)을 아들(28.6%)보다 더 많이 꼽았다. 어머니도 딸이길 바란 경우가 37.9%로 아들(31.3%)보다 높았다. 여아 100명당 남아수를 나타내는 출생성비도 1998년 110.2명에서 꾸준히 낮아져 2005년 107.8명, 지난해 105.3명으로 줄었다. 2012년에는 한 결혼정보회사가 남녀 회원 300명씩 총 600명에게 선호하는 자녀 성별을 묻자 남성의 69.7%(209명)가 딸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도 51.7%(155명)가 딸을 선호했다. 아빠들이 ‘딸바보’가 되는 분위기가 녹여진 것 같다. 그러나 그 다음 ‘둘째’의 성별에서 조금 차이가 났다. 두 번째 자녀의 성별 역시 ‘상관없다(남성 23%, 여성 32.3%)’가 가장 많았지만, 그 다음은 아들이었고 특히 7.3%에 불과한 남성들이 아들을 꼽은 반면 여성은 두배가 넘는 16%가 아들을 택했다. 첫째가 딸이라면 둘째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첫째가 딸이면…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 지난해 나는 딸을 낳았다. 딸을 안고 다니다 보면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첫째냐”고 물은 뒤 곧바로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라고 말씀하신다. 아기가 돌도 안 지난 젖먹이일 때부터 모르는 할머니들에게 얼른 남동생을 낳아주라는 충고를 들었다. 부모에게 무조건 아들 하나는 있어야하는 분위기를 적잖게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옛날 분들이니 그러시겠지, 어차피 모르는 분들이니 그냥 넘기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가끔은 성가시다. 반면 첫째가 아들인 엄마들은 둘째 얘기는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본인이 딸을 키워보고 싶어서 둘째가 낳고 싶다고 했다. 우리 친정엄마는 딸 셋을 키우셨다. 막둥이를 낳은 20년 전부터 나이 오십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아들 낳으려다 늦둥이 낳았구만”하는 말을 듣는 것을 나는 보고 자랐다. 엄마는 너무나 익숙하게 항상 웃으며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맞받았다. 우연인지, 당시에 진짜로 유행이었는지 주변의 내 또래에는 늦둥이 남동생들이 많다. 딸 둘, 셋에 막내가 아들인 조합이다. 나와 막내동생이 10살 차이가 나는데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유행처럼 아들 막둥이가 있던 때에 그 아들 하나를 갖지 못했으니 우리 엄마는 마치 아들을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실패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이름은커녕 얼굴도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우리 셋을 데리고 다닐 때마다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런 친정엄마는 내가 임신을 하자 “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못 키워본 성별에 대한 아쉬움때문이었다. 귀여운 남자 아이에게 작은 야구모자에 청자켓을 입히는 것이 자신의 로망이었다며, 손주를 통해 실현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자매들과 친구들, 온통 여자들 사이에서만 자랐으니 아들을 키워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의 오랜 바람이었다고 하니 그걸 내가 대신 이뤄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예쁜 딸이 태어나서 평생 친구로 함께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았다. ●성별을 확인하던 날의 복잡한 감정 초음파로 성별을 확인한 결과, 딸이었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아쉬움이 느껴졌다. 엄마의 소원을 못 들어주게 되어서였다. 그것말고는 엄마에게 미안하거나 눈치를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내 자식을 엄마를 위해 낳는 것도 아니지 않나. 엄마도 더 이상 나에게 그 로망을 꺼내들지 않았다. 내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신다. 성별을 확인한 날에는 전화로 “아들이 아니라 서운하냐”고 묻자, 마치 본인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는 듯 “아니, 전혀”라고 답했다. 오히려 남편과 시부모님이 신경쓰였다. 20년 내내 낯선 사람들에게 ‘아들 타령’을 듣고 살았던 엄마가 안쓰럽고, 도대체 그게 뭐라고 저 난리들이냐고 속으로 화를 냈던 나였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주변에서 아들을 낳으라고 요구하는 시부모들 이야기에 “아직도 그런 시어머니가 있어?”라며 황당해했다. 그런데 딸을 갖게 되니 괜히 눈치가 보였다. 아들만 둘을 키우신 시어머니는 “내가 못 키워본 딸을 낳으라”는 말씀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남편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성별을 확인하고 며칠 뒤 시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남편이 슬쩍 시어머니에게 가서 목소리를 낮추며 “서운하시죠?”라고 물었다. 시어머니가 서운하다고 대답하진 않았지만 괜히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지도 않으셨다.) 남편은 “부모님이 어떤 성별을 선호하시는지 정말 몰라서 여쭤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게 왜 “기쁘시죠?”가 아니라 “서운하시죠?”였는지. 왜 그렇게 물었는지도 짐작과 이해가 가니까 더욱 서운함이 밀려왔다. 정작 시부모님은 지금껏 한 번도 내가 딸을 낳은 것에 대해 불만을 ‘직접적으로’ 말씀하진 않으셨다. 그런데도 나는 시부모님의 속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의심했고, 나홀로 육아에 지칠대로 지쳤을 때엔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이 설마 아들이 아니라서 이렇게 신경을 안 써주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 두 번 했다. 아기의 성별은 남성의 Y염색체가 결정짓는다는 이론은 중학교 생물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것인데 불편한 건 늘 여자, 엄마들 쪽이다. 아직도 많은 엄마들이 딸만 낳았다고 면전에서 구박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친정이나 시집에서 아무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성별 문제를 말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 알게 됐다. ●‘아들 낳기’가 과제인 집, 여전히 많다 임신을 하자마자부터 과제가 아들을 낳아야하는 집이 수두룩하고, 첫째가 딸이면 그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둘째를 ‘아들로’ 낳아야하는 숙제를 또 얹는다. 임신 초기에 고기를 잘 먹는지, 싫어하는지, 태몽에 어떤 동물이 나왔고 크기는 어땠는지, 배 모양은 어떻고 등등 모든 것을 관찰당하고 아들이냐 딸이냐 추측이 됐다. 그냥 흘려들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귀에 꽂힐 때는 모든 게 압박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아들은 그 가치가 온전히, 꽉 찬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는 반면 딸은 절반 정도, 반드시 아들로 ‘보충’을 해줘야하는 것 같다. 딸이 둘이면 뭔가 부족한 듯하고 아들이 둘이면 차고 넘치는 듯한 시선은 여전하다. 아들을 낳아야 비로소 며느리의 도리를 다한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분위기가 아주 멀리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생각이 없지만 만약에 둘째가 생긴다면 그 순간부터 최소 16주까지 아들이어야만 하는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단순히 내가 딸을 낳았으니 다음에는 새로운 성별인 아들을 낳아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 아들이어야만 하는 무언의 압박을 견뎌야한다. 그게 두려워서 더 이상 출산을 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들도 있다. 둘째도 딸이라고 하자 “낳을 거냐”고 묻는가 하면 곧바로 셋째를 낳으면 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단다. 성별 문제는 이제 막 엄마가 된 우리 세대에서도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다. ‘아들 타령’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우리 가운데에서도 은근한 아들 타령이 존재한다는 데 깜짝 놀라곤 한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이라고 하면 ‘딸 타령’까지 더해졌다는 거다. ●젊은 엄마들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성별 타령’ 태아가 아들이 아니어서 눈물을 펑펑 쏟는 일, 몇 달 내내 딸이라고 확인 받은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 보며 아들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일,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비법’을 쫓아다니는 일, 딸을 낳았다고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일들이 우리 세대에서도 아주 흔하다. 그것이 순수하게 남자 아기를 갖고 싶은 것보다는 누군가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경우인 게 아직 남아있다. 은연 중에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알 수 없는 우월감이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딸 가진 자격지심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런 사람들은 대하기가 불편하다. 그 앞에서 애써 “딸이 더 좋다”며 맞서는 것도 유치하다. 아들이어서, 또 딸이어서 ‘더’ 좋고 말고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 세대가 이런 걸로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투정하면서도 어느새 그 모습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의지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아직까지 왜 이렇게 놓지 못하는 것일까. ●“아들만 낳은 것이 그렇게 불쌍한 일인가요” 새로운 갈등 상황도 빚어진다. 누군가 딸을 가졌다고 하면 일부러 더 크게 박수를 쳐주고 “딸이라 좋겠다”고 해주는 반면 아들을 연달아 둘 이상 낳으면 혀를 차는 일들이 벌어진다. 딸·아들 조합이면 ‘금메달’, 딸·딸 조합이면 ‘은메달’, 아들 둘 조합이면 ‘목메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아들이 딸보다 더 좋은 이유가 딱히 없듯이 딸이라 더 좋을 것도, 아들이라 아쉬울 것도 사실 없다. 모든 아들이 엄마를 힘들게 하고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모든 딸이 살갑고 엄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남자 아이들이 키우는데 물리적인 힘이 더 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만 낳은 엄마를 안쓰럽게 봐줄 이유는 전혀 없다. 가끔 아들 형제만 가진 엄마들은 “제발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아들 낳았다고 해서 또래 엄마들로부터 대놓고 ‘쯧쯧’거리는 시선을 견뎌야하는 역차별까지 생긴 것이다. 물론 자녀의 성별은 아마도 모든 인류의 관심사일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성별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성별을 선택하는 비법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미국, 멕시코 등 일부 나라에서는 최근 성별을 선택해서 임신하는 시술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성별을 선택해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는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최소 1만 5000달러(약 17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불임클리닉에서는 5쌍 중 1쌍이 이런 선택임신을 한다. ●존재 만으로도 소중한 아이들…갈등 대물림 언제까지 하지만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녀가 한 두 명 혹은 세 명 있지만 다른 성별의 자녀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부유층에서도 원정출산을 통해 이같은 선택임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법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이용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말 순수하게 ‘새로운 성별을 갖고 싶어서’였을지는 의문이다. 아들을 더 좋아하든 딸을 더 좋아하든 그것은 개인의 선호도일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남에게 강요를 하거나 그것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요즘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홉 달 동안 건강하게 무사히 아기를 품고 낳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우리 아이들을 두고, 너무나 소모적인 갈등이 대물림돼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24)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1회부터 18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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