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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주 체험,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건축주 체험,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글 황두진 건축가 자기 집을 짓거나 고치는 건축주의 마음은 어떨까. 건축가로서 많은 건축주를 대해 본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리는 없다. 다만 직업적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이해하는 것과, 자기가 직접 체험하는 것 사이의 차이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건축가이면서 동시에 건축주다. 사무실과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고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 머리를 자기가 깎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는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내 결론은 오직 건축주와 건축가의 역할에만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즉 공사를 직접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집을 고친다고 하니까 주변 분들은 당연히 내가 소위 직영공사라는 것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렇게 하면 몸은 좀 고되지만 돈은 절약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설계와 감리 업무를 통해 수도 없이 공사현장을 드나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주변의 그런 예측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시공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전문성이 요구되고,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어야 하며, 또 일에 맞는 성격과 경험이 필요하다. 정 무리하면 본인이 스스로 못할 것도 없겠지만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결국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를 보고 상황을 장악하는 것인데, 작은 공사를 한두 번 해보고는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큰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같은 건축가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아무리 내 건물을 고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기간 중에 나와 내 사무실 직원들은 사무실의 다른 일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가 설계자이므로 당연히 감리는 하겠지만, 그것은 직접 현장소장이 되어 공사를 이끌어가는 것과는 다르다. 건물을 뜯어보니 그야말로 30년이라는 연륜이 느껴졌다. 천장에는 마감재가 4겹 정도 붙어 있었다. 가장 안쪽에서부터 대략 10년 정도를 주기로 계속 새로운 마감재가 더해진 것이었다. 우리나라 현대건축 천장 마감재의 살아 있는 역사였던 셈이다. 이전에는 벽이나 천장에 나무를 많이 붙였는데 이 건물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생활수준을 감안할 때 오히려 지금보다 사람들이 건축에 투자를 더 많이 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평소 눅눅하고 유난히 벌레가 많이 끼던 한 구석의 벽체는 알고 보니 그 내부의 배관이 터져서 미세한 실금으로 물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지만, 그나마 이제 고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보통 집을 고치면 갑자기 그 옆집에 벌레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우리 건물에 있던 벌레들의 거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당에는 잔디가 조금 심겨져 있었는데 짐 나르는 중장비가 들어와서 몇 번 휘젓고 나니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평소에는 지렁이들이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땅에 숨구멍을 내놓아 물이 잘 빠졌는데, 이젠 비가 오면 마당 여기저기에 물구덩이가 생긴다. 그래서 공사가 끝나면 바닥만 정리하고 맨땅으로 지내며 지렁이를 필두로 하는 자연의 회복력을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뭔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 중이다. 내가 어렸을 때 집을 지어보신 경험이 있는 어머니는 가끔 전화를 하셔서 내게 집 고치는 요령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철거가 일의 절반이란다’, ‘집주인은 너그러워야 한단다’ 등. 어느새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런 경우 내가 건축가라는 사실은 별로 의미가 없다. 집을 짓거나 고친다는 것,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일의 하나다. 워낙 변수가 많고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작은 주택이라고 해도 어지간히 큰 건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앞뒤로 얽혀 있는 공정이 서로 꼬이기라도 하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돈이 더 들거나, 시간이 더 들거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니면 이 전부 다 거나다. 그러나 이런 복잡함 속에 어떤 진실한 아름다움 같은 것이 숨어 있어서,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짓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결국 이러한 결과를 위한 산고인 셈이다. 그 기분은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를 것이다. 이런 경험을 건축가로서, 또 건축주로서 동시에 가져 보는 것은 그만큼 각별하다. 나는 지금 이것을 최대한 즐기고 있다. 황두진 · 196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 미국 예일대에서 건축석사 학위를 받았다. 재미건축가 김태수 문하에서 7년 간 일했으며, 2000년 독립하여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 현재 황두진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씨줄날줄] 시댁과 처가/이목희 논설위원

    주말 저녁 TV를 보던 아내가 한마디 했다.“새댁이 저러면 안 되지….” ‘소문난 칠공주’라는 드라마에서 새댁이 추석 연휴 일정을 놓고 새신랑과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지방의 본가부터 인사를 가는 스케줄을 내놓았다. 새댁은 “일방적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방문 순서를 넘어서는 주장까지 했다.“나는 시댁에 가면 불편하고, 자기는 처가에 가면 불편하니까 명절 때 각자의 친가로 가서 편히 지내자.”고 제안했다. 아무리 변혁의 시대라고 하지만 명절 연휴를 ‘주부의 친정 휴식기간’으로 달라고 하다니. 역발상이 한편 신선하면서도 “너무한다.” 싶었다. 그러나 새댁의 태도가 일방적으로 비판받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음날 네티즌 반응에서 새댁의 주장에 동조하는 글들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었다.“평소 여성 권익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아직 멀었군.”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개인 얘기를 하자면 부친이 돌아가시기 몇해 전부터 차례상이나 제사상 대신 가족예배를 허락하셨다. 또 나눠 싸온 음식으로 식사를 하니까 아내가 시댁에 머무는 시간은 반나절이 채 안된다. 그래도 느낌으로 안다. 시댁갈 때와 친정갈 때 아내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주변에 아직 ‘간 큰 남편’이 꽤 있다. 부부가 추석 연휴 5∼6일을 시댁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처가에 잠깐 들르겠다고 했다. 시댁이 친정처럼 편안하게 여겨지면 모를까, 부인에게는 고통일 듯싶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추석과 설을 전후해 협의이혼 신청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이 ‘명절 스트레스’를 심화시켜 이혼 신청까지 번진다는 분석이다.‘시댁과 처가’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남자쪽 집만 ‘댁’이라는 경칭을 써선 안 된다는 것이다.‘시댁과 처댁’ 혹은 ‘시가와 처가’로 하자고 했다. 얼치기 페미니스트들은 따라가지 못할 만큼 명절 풍속이 빨리 바뀔 것 같다. 남녀와 노소, 어느 한쪽이 적응하지 못하면 집안에 분란이 생기는 것을 지나 큰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올 추석에는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가다듬어 보자.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공직 초대석] 취임 4개월 이용섭 행자부 장관

    [공직 초대석] 취임 4개월 이용섭 행자부 장관

    요즘 정부에서 가장 바쁜 부처의 하나가 행정자치부이다. 무엇보다 폭우로 커다란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복구가 시급하다. 매년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공무원 연금 문제도 연말까지는 개선대책을 매듭지어야 한다. 당장 9월부터는 새로 출범한 공무원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 수해복구 작업을 독려하고자 여름휴가도 미룬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4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장관실에서 만났다.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 -행정자치부가 나아가야 할 비전과 목표를 새롭게 정립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들을 수립하는데 힘썼다. 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긍지를 가지고 일 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주력했다. ▶가장 역점을 둔 일은 -정체성을 정립하는 일이었다. 직원들이 업무에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일터 만들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야근을 못하게 했다. 가정에 봉사하도록 한 것이다. 대신 금요일은 ‘행자부의 날’로 지정해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을 하도록 시스템화했다. 희망인사시스템도 도입해 상향식 문제해결형자율팀도 운영했다. 앞으로 10대 과제를 선정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공직사회의 혁신 체감지수는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의 84%가 혁신 성과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국민은 50%만이 체감했다. 공무원과 국민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국민과 공무원 모두 전자정부쪽에서 성과를 느끼나, 행정 효율성 분야는 체감을 못한다. 국민들은 전자정부의 수준은 80%가 향상됐다고 답한 반면 행정의 효율성 향상에는 39%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은 -급격한 고령화와 장기간 낮게 책정된 부담률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공무원연금 재정이 어려워졌다. 국민부담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수지를 맞추기 위한 방안을 단순하게 얘기하면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연금납부액을 인상하는 방안, 연금급여 지급액을 줄이는 방안, 정부가 계속해서 지원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재정부담수준, 공무원의 신뢰보호, 국민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세 가지 방안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아주 정교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퇴직자·재직자·미래공무원 등 연금수급 대상자별로 각자의 상황이 감안된, 차별화된 맞춤형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운용이나 지급형식도 현재와 같이 퇴직금에 상당하는 지급액과 사회보장적 성격의 지급액을 함께 운용할 것인지, 구분할 것인지 등도 검토돼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연금법 개정을 반대하는데. -현행 공무원연금을 계속 유지하면 연금재정 적자가 매년 증가한다. 정부보전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올해 8452억원, 내년 1조 2921억원,2010년엔 2조 4598억원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세부담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해와 양보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무원노조 단체가 합법과 법외노조로 양분됐는데 -일부 공무원노조 단체는 노조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채 대정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합법전환과 불법노조 자진탈퇴 명령을 내렸고 설득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9월중 합법노조로 전환키로 결의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소속 일부도 합법화하고 있다. 합법노조에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불법단체에는 사무실 폐쇄 및 소속 공무원 징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정부대표로서 교섭원칙은 -공무원노조를 교섭의 대등한 당사자로 인정하고 성실하게 협의하겠다. 상생적 노사문화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정당한 요구는 적극 수용·검토할 것이나, 부당·불법적인 요구는 한계를 명확히 하겠다. ▶장마와 수해로 많은 피해가 났다. 대통령은 행자부가 주도해 제대로 된 복구를 하도록 지시했는데. -중앙부처 합동조사반의 정확한 피해조사 결과를 가지고 복구계획을 세워 조기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근원적 복구계획과 정책적 대안을 수립하겠다. 산간 계곡의 급경사지에는 사방댐을 대폭 늘려 토사 유입을 차단할 것이다. 하천변이나 급경사지에 있는 주택은 안전한 곳으로 집단이주시킨다. 물론 주민들이 동의를 해야 한다. 반복적인 피해를 막자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난 물길은 가능한 한 물길로 살릴 계획이다. 자연에 순응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토지를 매입하고 하천폭을 최대한 넓혀 홍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생각이다. 하천폭보다 좁고 낮은 교량과 교각 간격이 좁은 교량은 장대교량으로 설치해 수목이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복구를 하겠다. 기록적인 폭우에는 감당 못하더라도 통상적인 범위에서 비가 많이 올 때는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설계를 강화할 것이다. 강원도 평창은 내년 2월에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오는 만큼 충분히 감안해 복구를 하겠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참여정부들어 3년6개월동안 정부혁신을 잘 추진했다. 내부혁신에 주력한 것이다. 앞으로 1년6개월동안은 국민들이 체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훗날 국민들이 ‘참여정부’하면 ‘혁신’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행자부 장관에 임명된 것도 그런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보고 있다. 또 지방자치를 성숙시키고 싶다. 자율과 분권의 취지에 맞게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 공무원연금개혁과 노사문화 정책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성실파’ 또는 ‘합리주의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자기관리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다. 전남대 무역학과 4학년 시절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한 뒤 경제부처에서 주로 일했다. 특히 세제분야의 ‘그랜드슬램’이라는 국세청장, 관세청장, 세제실장, 국세심판원장 등을 거쳤다. 이 장관은 30년동안의 공직생활에서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했다. 그는 장관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혁신적 리더십’을 든다. 변화와 혁신을 리드하려면 전문성을 지녀야 하고, 구성원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장관은 공정하고, 투명하고, 청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장관은 공직자의 생활태도를 “명예와 부(富)는 공유될 수 없다.”는 말로 요약한다. 공직자의 최대 덕목은 청렴이고, 명예로워야 하며, 봉사정신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칙이나 법에 벗어나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명예를 지키는 지름길이란다. 특히 돈·여자·술·청탁은 절대 경계사항이다. 자기와 주변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남에게는 그래도 관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상대방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단다. 상사나 인사문제에 대한 불평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충고한다. 더불어 생각은 바다와 같이 깊게 하되 말과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어떤 일이든지 노력해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크고 작은 일을 만나는데 매사를 이런 자세로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로서의 자세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꼽았다. 국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살피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인간관계에서는 ‘궁불실의 달불이도(窮不失義 達不離道)’를 실천하려 애쓴다. 맹자에 나오는 말인데,“선비는 궁해도 의로움을 잃지 않으며, 잘 되어도 도를 벗어나선 안된다.”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는 ‘실천형 혁신장관’을 최고의 가치로 꼽고 있다. 이런 장관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출신으로 행자부 업무에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내부의 문제는 외부인이 보면 더 잘 보인다고 했다. 특히 행자부의 순혈주의엔 경제부처의 성과주의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행자부의 가장 큰 단점으로 연고주의를 꼽았다. 총무처와 내무부가 통합한지 7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인사 때가 되면 총무처 출신과 내무부 출신으로 구분되는 것이 현실이란다. 그는 “연고주의시대는 끝났고, 반드시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이용섭 장관 약력 ▲전남 함평·55세 ▲전남대 무역학과 ▲행시 14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재무부 조세정책과장 ▲재경부 감사관 ▲국세심판원장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대통령 혁신관리수석
  • [데스크시각] 자객시대와 공인의 길/구본영 정치부장

    ‘넌 눈부시지만, 난 눈물겹다.´ 이정하 시인의 시집을 새삼스럽게 들먹이려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 떠올렸을 본래 시심과는 관계없이 이 시구를 인용하려는 까닭이 있다. 상대적 박탈감과 기득권에 대한 원망어린 수사로서 이보다 더 ‘필이 꽂히는´ 표현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공직자를 비롯해 시쳇말로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분위기다. 정견을 달리하는 상대에 대한, 건설적 비판을 넘어 무차별적 비방 공세가 압도하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난무하는, 시퍼렇게 날이 선 비방과 폭로전을 보라. 그 연장선상에서 바야흐로 ‘자객들의 전성시대’가 온 듯하다. 자객이라고 해서 옛날처럼 검은 복면에 검을 든 닌자류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정보화 시대의 자객들은 보다 세련된 방식을 사용한다. 언론을 통해 비리를 폭로하거나, 익명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만 해도 된다. 그 정도로도 정국의 물꼬를 확 바꾸거나, 정치적 경쟁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청와대 전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 역점사업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제동을 거는 내부 폭로자로 등장했다. 지난 4월 “한·미 FTA 추진은 임기 안에 업적을 남기려는 노 대통령의 조급증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다. 이는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FTA에 대한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는 일조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낙마 사태를 보자. 청와대가 여당 일각에서조차 반대하는 인사를 강행, 정치판에서 갑론을박이벌어질 때만 해도 ‘통과 의례’려니 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누군가 언론에 그의 논문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사실을 제보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그의 중도하차로 이어졌다. 수해 지역인 정선에서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벌인 ‘배짱 골프’ 사건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취재망에 걸려들지만 않았으면 아무 일없이 넘어갔을지도 모를 사안이었지만,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면서 정국의 큰 변수가 됐다.7·26재보선에서 한나라당 싹쓸이 승리가 무산되고,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승리에도 기여했다. 공인들의 입장에서 굳이 역지사지하자면 우리 사회 도처에 함정과 복병이 널려 있다. 자신이 이미 기득권자가 된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예기치 않게 저격수로부터 직격탄을 맞거나, 유탄을 맞을 개연성은 언제나 있다. 김 교육부총리는 “이런 식으로 (논문의 각주까지)검증하면 교수 출신은 아무도 장관 못한다.”고 푸념을 했다고 한다. 수해 골프로 한나라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당사자들도 당내 비주류의 음모가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들은 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었다. 하지만 공인들이 자신의 치부를 제보하는 자객을 원망한거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하는 일이다. 공개적 비판을 받았든, 익명 폭로에 당했든 원인을 제공한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온당하다는 뜻이다. 공직자는 매사에 옷깃을 여미고 도덕성으로 무장하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세상이 됐다. 그런 엄격한 자기 관리가 싫으면 공인이 될 욕심을 버려야 된다. 물론 한·미 FTA 추진과정서 불거진 논란은 이와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정책 추진자의 도덕성과는 연관성이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대외 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가 언제까지 개방 대신 쇄국을 고집할 순 없다는 논리도 일정부분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청와대 전직 참모가 등을 돌려 ‘친정’의 정책목표에 비수를 꽂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준다. 국가의 명운을 건 정책을 성급히 추진한 방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미 FTA가 진정한 추진력을 확보하려면 정부는 협상시한에 쫓겨 밀어붙이기보다는 활발한 자체 토론으로 이론 재무장과 함께 내부 폭로자의 출현부터 막아야 될 듯싶다.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대선 게임의 법칙/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7·11전당대회에서 대리전 논란을 빚었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대선후보 선출방식인 ‘경선 게임의 룰’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경선 선거인단 구성비율이 대의원 20%, 책임당원 30%, 국민참여 30%, 여론조사 20%로 규정되어 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경선투표에 참여할 당원과 대의원들이 특정세력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드러났다.”면서 “지금의 선거인단 규정에 구속되지 말고 어떤 제도가 공정성 시비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최근 “당헌은 한두명이 결정한 게 아니다.”라며 경선제도 변경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의 충돌을 보면서 과연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에서 세 번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 강한 의혹을 갖게 된다. 이러한 의혹은 한나라당이 걸어왔던 대선 필패의 역사에 근거한다. 2002년 2월28일 박근혜 부총재는 전격적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박 부총재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한 채 어떻게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생각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어 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한나라당과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2001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것을 시발점으로 2002년 1월에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대선후보를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제’를 채택하는 정치실험을 단행했다.2002년 3월9일부터 시작한 민주당의 정치기획상품인 ‘국민참여경선제’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전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광주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는 일약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한편, 박근혜 부총재 탈당 이후 국민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실시했던 한나라당식 ‘짝퉁 국민참여경선’은 국민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마음 속에 ‘민주당=개혁추구세력, 한나라당=개혁거부세력’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정당으로 인식되어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12월 대선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다. 반면, 이회창 총재를 정점으로 한 한나라당 주류세력은 비주류측의 합리적인 요구를 묵살하고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대세론에 도취되어 수구보수의 길을 걷다가 국민에게 버림받아 패배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주류세력은 이 시점에서 왜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는지를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당권과 대의원 세력만을 지키려는 ‘자기 방어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당내 비주류와 소장·개혁세력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박 전 대표도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비록 자신은 주류이지만 비주류 입장에서 상대방의 무모한 의견까지도 귀 기울이는 성숙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4년 5개월 전, 혼자서 거대한 바위와도 같았던 주류에 맞서 처절하게 싸웠던 당시의 ‘비주류 정신’을 현재 한나라당 비주류가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여하튼 2002년 한국판 대선 역전 드라마가 내년 대선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을 기치로 대선후보를 국민후보로 뽑으려는 ‘완전 국민참여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오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민심보다는 당심이 지배하는 후보선출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 잃었던 정권을 되찾아 오려고 한다면,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시대정신에 충실한 새로운 정치실험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정당만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한국 대선게임의 법칙을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
  • [기고] ‘2인 3각’의 상생 파트너십/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분쟁과 갈등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극단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 이런 점에서 견해 차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 폭을 좁혀간다면 언젠가는 수용할 만한 합일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대 형성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상대방 입장에서 그 뜻을 헤아려 보고, 판단을 내리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문제 해결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현안이 되는 몇가지 문제들도 각자의 이해득실을 떠나 상생의 묘안을 찾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혜택을 보는 부문과 피해를 입는 부문은 분명히 있다. 따라서 득을 보는 쪽이 그러지 못한 편을 도와 줘야 한다는 논리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원 방식과 규모에 있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최근 국제연합(UN)과 국제표준화기구(IS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규범 도입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ISO는 지난해 6월 ISO9000(품질경영),14000(환경경영)과 같은 시스템 표준형식으로 사회적 책임표준 가이드라인(ISO26000)을 제정하기로 결의했다. 이런 국제적 움직임에 뒤지지 않도록 우리 기업들도 기업지배구조나 회계, 경쟁, 반부패 등의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우량기업일수록 사회공헌과 기여에 적극 참여해 좋은 경영실적을 올리는 선순환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것이 기업에 주어진 1차적 책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는 일과 기업이 이익 실현을 가능케 해준 사회와 소비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책임의 범위와 적정수준, 이행방안에 대한 합리적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한상의 초청으로 마련된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강연은 인식의 공유를 위한 소통이 큰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특강을 통해 정부 역시 핵심규제의 문제점과 기업 애로를 잘 알고 있지만 전면적인 완화를 하기엔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양극화 해소 문제도 그동안 기업 입장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부담이 새로 늘어나지 않을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업의 동참을 호소하는 것을 듣고 양극화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이같은 상호이해와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한다. 특히 정부와 기업, 사용자와 근로자 등 우리 사회의 각 부문들은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서 함께 발을 맞추어 나가야 하는 ‘2인3각’의 상생 파트너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비전과 인식을 공유하고 거기에 소통을 통한 이해가 곁들여진다면 풀지 못할 갈등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 [사설] 대통령 阿순방중 국정표류 없어야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해찬 총리의 사의표명과 관련, 국정공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지금 국정상황은 공세를 취하는 야당이 내각표류를 걱정할 정도로 좋지 않다. 이런 때 여야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발휘해보길 바란다. 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중 총리 퇴진공세 강도를 높이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여권은 모든 의혹을 스스로 조사한 뒤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이 총리 퇴진을 깨끗이 결단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어제부터 8박9일간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대통령을 대행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이 총리는 ‘3·1절 골프파문’으로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다.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국정장악력이 떨어질 게 틀림없다. 여권내 권력암투설까지 나오니 당정협조가 잘될 리 없다. 이에 더해 5월 지방선거에 장관이 차출된 4개 부처는 차관대행체제로 운영될 처지다. 관료체제가 궤도에 올라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대통령 순방기간 규제개혁회의, 식품안전기구 통합회의, 일자리창출 회의, 공명선거 장관회의 등 굵직한 일정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이 총리 내각이 이들 현안을 제대로 교통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해외에 나가있는 노 대통령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과거 정권에서 IMF경제위기를 겪거나 측근비리가 터졌을 때 외국순방에 나선 대통령은 국제정치적으로 대접을 못 받았다. 마음이 국내문제에 쏠려있으니 순방외교 성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노 대통령은 한국 국가원수로는 24년만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일본은 물론 중국·인도 등 신흥강국이 아프리카 자원외교에서 벌써 성과를 거두고 있다. 뒤늦게 아프리카 국가와 협력을 다지려는데 국내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난국타개를 위해 이 총리를 둘러싼 의혹의 진상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나 감사원이 골프회동 관련 의문점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로비의혹이나 대선자금 보은의혹에서 의구심을 남겨서는 안 된다. 야당은 여권의 조치를 지켜본 뒤 정치공세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본다.
  • [구청장 현장인터뷰] 조남호 서초구청장

    “그냥 묵혀 두기 아까워 책으로 냈는데 후배 공무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남호 서울 서초구청장이 45년여 동안 공직에 몸 담으며 쌓은 행정 경험을 풀어놓은 ‘당신이 있어 세상은 더 아름답습니다’라는 수상집을 냈다. 그동안 틈틈이 메모해 뒀던 것을 모은 것이라지만 책 내용에는 오랜 행정경험과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많은 얘기들이 담겨 있다. ●서울올림픽 유치 일화등 담아 1962년 서울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조 구청장은 3선 연임금지 규정에 따라 오는 6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은 지난 21일 오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구청장이라 한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 퇴임을 앞둔 구청장 집무실이라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최선은 다해야지요.”주변에서도 ‘그가 3선 여부를 의식하지 않고 일을 한다.”고 귀띔했다. 책을 내게 된 계기를 물었다.“책을 낼 생각은 없었어요. 쌓아둔 메모지를 어느 출판사(영진미디어) 사장이 집무실에 들렀다가 보고 ‘얘기가 된다.’며 가져가 책을 만들어 왔어요.” 하지만 내용을 보면 쉽게 만들어진 책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1982년 서울올림픽 유치할 때(실무유치단 근무)의 일화에서부터 서울시가 장애인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계기가 됐던 1986년의 ‘장애인 돕기 백만인 걷기’행사 에피소드 등 읽다보면 ‘이런 일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책 얘기에서 공직생활로 얘기를 옮겼다.“45년이라는 긴 공직생활을 했는데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는 없습니까.” ●출판 수익금은 사회 복지시설에 기증 최고경영자(CEO)형 구청장으로 불리는 조 구청장은 질문을 받자 목소리가 커진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민원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법대로 하면 뒤떨어져요. 행정은 법보다 앞서가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해석을 해야지요.” “행정이 느리면 그 나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해요. 제도나 법규에 얽매이는 행정을 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긍정적인 사고를 강조했다. 그가 주장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론도 이 범주에 속한다.‘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그의 집무실에 걸려 있는 족자의 내용이다. 실제로 언덕의 옆면을 파서 만든 반포1동 ‘방음형언덕 주차장’‘범죄 예방을 위한 가로등 밝기 2배로 하기’‘보건소 야간진료’ 등은 그가 발상을 바꿔 이뤄낸 것들이다. 끝으로 “인세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물었다. “수상집 출판기념회에서 얻어진 수익금 모두를 용인의 중증장애인 및 불우여인 수용시설에 줄 생각입니다. 그 이후의 인세도 제 것(출판사 분 제외)은 모두 이들 시설에 기증하겠습니다.” 출판기념회는 27일 오후 5시 센트럴시티 5층 크리스털홀에서 열린다. ■ 그가 걸어온길 ▲출생 1938년 서울 ▲학력 고려대학교 법대졸,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문학박사) ▲약력 KBS 근무(PD), 서울시 공보관, 서초구청 창설 준비단장(강남구에서 분리), 마포구청장, 서울시 환경녹지국장, 동작구청장, 성동구청장, 서초구청장, 한양대 지방자치대학원 겸임교수 ▲가족 윤병태씨와 1남2녀 ▲종교 가톨릭 ▲기호음식 청국장 ▲주량 맥주 1병 ▲좌우명 역지사지(易地思之) ▲애창곡 양희은의 한사람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20&30] 설 장보기 이렇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에게 장보기는 일종의 재테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여기 저기 싼 곳을 찾아 발품만 팔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알뜰 장보기의 노하우가 보이지 않을까. 대형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 재래시장에서 일하는 결혼한 20∼30대들의 설 장보기 비법을 들어봤다.●할인마트 ‘할인권을 챙겨라’ “할인쿠폰으로 중무장하고 깜짝세일 시간대를 맞추면 넉넉한 쇼핑을 할 수 있어요.”대형할인점인 까르푸 시흥점의 야채·청과 코너에 근무하는 김영숙(38)씨는 설 전날 퇴근하기 전에 매장을 돌며 설 준비를 할 예정이다.“야채류는 오후 9시 이후 최대 50%나 할인됩니다. 재고나 신선도 때문인데 물건은 낮이나 밤이나 같은 거예요. 결국 타이밍 싸움이죠.” 특히 도라지·고사리·토란 등 제수용품은 설이 지나면 판매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직전에는 할인 폭이 크다. 이런 깜짝세일은 생선류 등에도 해당된다. 특별히 직원 할인이 없는 탓에 김씨 역시 틈틈이 전단지와 매장 앞에 전시된 할인쿠폰을 모아 두고 있다. 가맹점 카드를 이용,6개월 무이자 할부를 받는 것은 기본. 그는 또 갑작스럽게 방송이 나오며 세일한다는 품목이 있으면 꼭 들러보라고 권한다.또 구매량이 많은 경우 할인권을 통해 따로 5% 할인을 받을 수 있다.●인터넷도 ‘서두르는 자에게 복(福)’ 인터넷 쇼핑 H몰(www.hmall.com)에 근무하는 오형주(35) 대리는 이미 3주 전 인터넷을 통해 지인들에게 보낼 설 선물 구매를 모두 마쳤다.“보통 인터넷 쇼핑은 장에 갈 시간이 없어 구입한다고 생각하지만 2∼3주 전 미리 사면 최고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거든요.” 맞벌이 부부에게 클릭 하나만으로 비교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잘 골라보면 배송료가 무료인 곳도 적지 않다.오씨는 “선물 살 때 오가는 차비와 고르는 시간, 택배비용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구매와 무료배송의 이익은 만만찬다.”고 말한다. 가격동향을 바로 알 수 있고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는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쇼핑몰별로 이른바 ‘미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것도 권한다. 대량구입을 하는 탓에 오프라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설 선물 등은 여러 개를 사면 적립금과 경품혜택 등이 있어 구매자에게도 유리하지요.10개 사면 1개를 더 주는 ‘10+1행사’ 등도 유심히 보세요.”●재래시장은 가격의 최강자 서울 강서구 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최성관(36)씨는 “재래시장은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자부한다. 건어물부터 생선, 나물, 과일 등 제수용품은 물론 아이들 설빔까지도 재래시장은 가격의 최강자라는 것. 최씨는 “제수용품으로 조기, 병어, 오징어 등이 가장 잘 팔리는데 재래시장에서 1000원에 파는 것이라면 할인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1600∼1800원에 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대부분 상점이 오후 10시까지 여는데 ‘떨이’ 시간은 보통 오후 8시 이후다. 도매구입 후 반품이 비교적 어려운 소상인들은 재고부담이 커 이 시간 이후 떨이를 주는 일이 많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환경부 경험해보니 회의시간이 길어요”

    “환경부 경험해보니 회의시간이 길어요”

    부처간 교류근무로 2년간 환경부에 몸담아온 유영창 상하수도국장이 친정인 건설교통부로 돌아가면서 환경부 내부통신망에 올린 작별인사가 화제다. 그 동안의 근무경험을 토대로 환경부의 장·단점을 일일이 짚었다. ‘행복한 공무원이 교류근무를 마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 국장은 “혁신차원에서 환경부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뜻에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환경부를 상대로 쓴소리와 단소리를 내놓았다. 단점으로는 ▲회의에서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게 보고하고 토론함으로써 시간소비가 많다 ▲잦은 인사에 따른 전문성 결여 ▲국 간의 장벽 존재 ▲시민단체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등 4가지를 지적했다. 그러나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우선 “기술ㆍ행정직의 구분 없이 능력에 따라 직위를 주고, 장ㆍ차관 주재 회의에서 중요한 정책방향을 명확히 결정한다.”는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밖에 ▲조직 동질성이 강하고 ▲성과위주의 업무평가와 승진 결정과정의 투명성 ▲워크숍이나 포럼·국제회의 등의 능숙한 운영 ▲자발적 연구조직의 활성화 등도 환경부 조직의 장점으로 들었다. 건교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된 ‘물 관리’ 정책의 개선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두 부처가 충돌과 갈등을 빚을 때 매우 난처하고 어려웠다.”며 고단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부처간 교류근무의 의의에 대해선,‘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로 정리했다.“처음에는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커서 놀라기도 했지만 ‘환경부=환경단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개발과 보전을 양립시키는 참모습을 보게 됐다.”며 환경부의 더 큰 발전을 당부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이경형칼럼] 도라산역·임진각에서

    [이경형칼럼] 도라산역·임진각에서

    북한은 진정 우리에게 무엇인가. 임진각 평화의 종각에서 울리는 새해 첫 종소리를 들으며 문득 이같이 자문해 본다.‘2006 경기도 평화와 희망의 축제’가 열린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의 화려한 무대는 레이저 빔이 밤하늘을 가르고, 가수들의 빠른 리듬을 따라 불꽃들이 분수처럼 피어오른다. 파주 등 분단의 경계 지역에서 사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평화의 소망을 기원한다. 남한은 과연 북한에 어떤 존재인가. 임진각역 출발, 평양행 임시 열차는 새해를 2시간여 앞둔 밤 9시24분 실향민 등 300여명을 싣고 달렸다. 분명 이정표에는 평양행으로 씌어 있지만 열차는 7분쯤 달리다 말고 도라산역에 섰다. 분단 55년 만인 지난해 경의선은 이어졌지만 아직은 이 철도의 최북단역인 민통선내 도라산역 플랫폼에 서서 새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질문을 던져본다. 북한은 우리에게 분명 귀찮고 성가신 존재다. 핵 카드로 미국과 도박에 가까운 외교 게임을 벌이는 북한은 하루빨리 선진국으로 가야 하는 우리의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 그렇다고 내팽개칠 수도 없다. 저들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무슨 난리를 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달래고 설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북 포용정책이고 남북평화공존정책이다. 북한은 또 우리 사회 이념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진보-보수, 좌파-우파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가 북한에 대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나 북한 ‘퍼주기’ 논란 등에서 보듯, 북한의 존재는 남남 대결을 야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북한의 처지에서 남한을 보면, 겨우 쌀 됫박이나 도와주면서 온갖 잔소리, 이웃의 입노릇까지 다하는 ‘남보다 못한 형’쯤으로 볼까. 아니면 줏대도 없이 미국 자본주의에 빌붙어 돈푼깨나 벌었다고 나대는 졸부로 볼까. 아무튼 미국을 제치고 ‘우리끼리’ 잘 해보자는 데 필요한 남쪽의 동반자, 아니 ‘돈 있는 협력자’로 여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들 북한이라고 말할 때, 거기에는 북한 주민과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일 권력체제를 함께 지칭한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가 마음대로 멸하거나 무너뜨릴 대상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한민족공동체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분단된 남북을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은 한반도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민족사적 과제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더욱이 21세기 들어 세계화의 급물살이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 민족의 의미는 크게 퇴색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북한도 외국의 하나로 보고, 문제를 풀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남북한간에, 또는 한반도 주변 4강과 얽힌 현안들 가운데 민족공동체라는 ‘족보’를 가지고 풀 수 있는 일들은 열 손가락 꼽기도 힘들 것이다. 올해는 남북한 당사자간 대화의 활성화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북·미간 위폐 문제로 북핵 6자 회담의 진전은 불투명하다. 워싱턴에서는 ‘9·19 베이징 공동성명’을 이뤄낸 대북 협상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으며, 북한도 체제 보장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에 깊은 불신을 보이며 대결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북한에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동전을 짤랑거리면서 그들의 체면을 구겨서는 안 된다. 신뢰만 형성되면, 우리가 그들의 귀에 거슬리는 인권 문제, 북·미간 상호 불신 제거에 관한 충고를 하더라도 경청할 것이다. 거의 매일 출근 길에 임진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면서, 새해에는 우리 모두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북한에 다가갔으면 한다. 본사고문 khlee@seoul.co.kr
  • [길섶에서] 만약에…/육철수 논설위원

    모처럼 평일 쉬는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청소며 설거지를 해놨다. 밤늦게 학원갔다 돌아온 둘째 딸이 반짝반짝 닦아 놓은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우아!”하고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아빠만 집에 있으면 집안이 깨끗해….” 아이한테 칭찬들으니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 애나 어른이나 칭찬에 약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쭐해서 잠시 얼이 빠져 있는 사이, 큰딸이 만화 하나를 넌지시 건넨다. 제목은 ‘만약에’다. 여자들의 ‘시집살이’를 역지사지로 그린 ‘처가살이’ 남자 얘기다. 만화 속으로 들어가보니, 장가든 한 남자가 처가 조상님의 제사음식을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처남은 방에서 빈둥빈둥 놀고, 장모님과 처형·처제 등 처가식구들은 화투놀이에 한창이다. 그러면서 술 가져와라, 안주 내놔라, 바쁜 남자한테 온갖 잔심부름을 다 시킨다. 제사상을 차려놓으니 남자들은 절하는 게 아니라며 저쪽에 가 있으란다…. 큰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금세 머쓱해졌다. 엄마는 매일 집안일 하는데, 어쩌다 한 번 한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뜻 아니겠나. 그나저나 게으른 막내 녀석 장가갈 때쯤 정말 세상 뒤바뀌는 거 아닌지 슬슬 걱정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서울광장] 정권홍보, 방법이 문제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권홍보, 방법이 문제다/이목희 논설위원

    논설위원에 앞서 정치부장을 하면서 국정홍보의 어려움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한 적이 있었다. 정치부 출고기사에 대해 기자협회보, 미디어오늘에 비판보도가 실리면 기분이 크게 상했다. 신문사 내부에서는 심의팀과 노조 산하 공정보도위의 비판이 마음을 할퀴었다. 이따금 따끔한 지적이 있었지만 “억울하다. 반론을 제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비난이 더 많았던 듯싶다. 특히 연세 지긋한 심의팀이 요구하는 논조를 상대적으로 젊은 공보위는 가차없이 공격했다. 당장 전화를 들어 양쪽 모두에 “어쩌란 말이냐.”고 항의하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그래도 한 선배의 경험담 때문에 꾹 참을 수 있었다. 신문 판매를 담당하면서 조사했는데 “권력자를 잘 써준 기사로는 독자를 끌 수 없다.”는 게 분명히 보이더라는 얘기였다. 현직 대통령이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미화하는 보도는 가독성이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열렬한 지지계층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비판을 함으로써 존재의미가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기사 심의·감시가 그런 영역에 속한다고 인정해 버리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국정홍보처 존폐를 놓고 여야가 세게 붙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의 언행이 함께 구설에 오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참여정부가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데 이의를 달지 않으려 한다. 정책홍보만 하고, 구별이 쉽지 않은 정권홍보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도 공허하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에 하고 싶은 말은 “정권홍보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을 친노(親盧)·반노(反盧)로 나눈다. 위험한 발상이다. 권력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존재이유를 갖지 못한다. 국정홍보는 이런 언론의 속성을 수용하는 기반 위에 이뤄져야 한다.‘용비어천가’는 당국자가 하더라도 듣기 역겹다. 과거 정권에서 정권적 차원의 체제홍보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도했다. 지금 돌아보면 버려야 할 구태(舊態)가 많았다. 홍보조정, 정부투자 언론기관 임원인사 개입 등이었다. 그래도 계승할 게 있다면 ‘정교함을 위한 노력’이다. 그만큼 정권홍보는 뛰어난 감각이 요구되는 분야인 것이다. 거부감 없이 언론과 국민에 다가가는 홍보로 정권이 안정되어야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세 가지를 제안하겠다. 첫째, 일부 언론과 대립구도가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당국자 인터뷰나 기고 금지 조치가 상식적이라고 보는가. 특정신문과 각을 세워야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대통령선거 때는 유효할지 몰라도 집권 후는 다르다. 둘째, 무게중심을 사전홍보 쪽으로 옮겨야 한다. 기사가 잘못 나간 뒤 항의하고, 언론중재해봐야 국민과는 관계 없는 일이다. 사전홍보와 사후대응 비중을 8대2 정도로 역전시켜야 한다. 김치파동에서 보듯 외교부문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을 식약청 차원에서 발표토록 해선 안된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을 올린 청계천 홍보를 탐구해보길 바란다. 문제가 많은 복원이었지만 치밀한 ‘이명박식 사전홍보’로 극복했다고 본다. 셋째, 사회적 의제 주도와 관련, 권력·정치자금은 정보·명분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비판과 함께 정보가 곳곳에 담긴 언론이 독자의 주목을 받는다. 정보의 적절한 배분이야말로 집권측이 가진 최대 수단이며, 명분이 같이 할 때 그 힘은 증폭된다. 대연정론은 대통령이 제기함으로써 어젠다로 부각되긴 했으나, 명분이 약해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명분있는 정치·정책 이슈를 골라내어,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해 추진하도록 홍보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정치플러스] 盧 “日은 상대국 입장 존중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일본의 최근 헌법 개정, 방위력 증강 동향 등에 주변국 국민들이 갖게 되는 의구심과 우려에 대해 일본, 특히 정치지도자들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모리 요시로 전 총리 등 일·한 의원연맹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최근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정치인들의 집단 참배 문제들을 보게 되면 이러한 문제들이 별개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한·일관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역사 인식 문제 등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하므로 그만큼 어렵지만 그럼에도 제기해야 할 문제는 제기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한 과정에서 양 국민들간 감정 대립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정치 지도자들이 절제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한·중·일 동북아 3국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서는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상대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신중한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데스크시각] 연정, 그리고 시시포스의 신화/구본영 정치부장

    “스스로의 힘에 겨운 그 무엇을 추구하다 좌절하는 자를 사랑한다.”기자는 7일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회동을 지켜보면서 생뚱맞게도 철학자 니체의 말을 떠올렸다. 난해하기만 해 학창시절 읽는 것조차 참을성이 요구됐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니체의 어록을 새삼스레 반추한 것은 대연정이야말로 애당초 타협하기 힘든 의제였으리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합의문 발표도 없이 헤어지는 뒷모습에서 받은 느낌이다. 물론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초인)의 입을 빌려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삶의 허무를 초극하는 길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신화 속의 시시포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개인으로서 소신 추구와 국정 어젠다를 추진하는 일은 그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본다. 후자는 지도자의 선의 못지않게 실현가능성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기자는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서”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제의에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있다는 일각의 의심에 동의하지 않으려 한다. 이를 위해서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고 싶다는 제안의 진정성도 믿고 싶다. 노 대통령은 과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실제로 몸을 던진 적도 있지 않은가. 대연정을 추진하는 이면의 노 대통령의 심경을 역지사지하면 임기중반에 20%대까지 곤두박질한 여론 지지도가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타고난 승부사인 그로서는 이 상황을 타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터다. 현 여소야대 상황을 깨는 것이야말로 그 첫걸음이라고 판단했을 법도 하다. 올 8·15경축사에서 국정목표를 과거사 정리와 연정 추진으로 선회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제안의 진정성과 실효성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국정 최고책임자가 잘못 정한 우선순위로 인해 국민이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청와대의 연정 제안에 한나라당과 민노당·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기에 하는 얘기다. 게다가 선거구 개편 문제는 각 정당과 여야 정치인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종횡으로 얽혀 있다. 때문에 중대선거구제이든, 아니든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기에는 지난한 과제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푼 것처럼 지고지선한 선거구제를 찾기도 쉽지가 않을 뿐더러 단번에 이를 합의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사실 지역주의 타파는 우리의 오랜 숙제이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대졸 실업자들이 읊조리는 ‘청백전’(청년백수의 전성시대)이라는 자조섞인 신조어는 또 어떤가. 지역주의가 작금의 총체적 국정 난맥상이 얽혀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 보는 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인 것 같다. 더욱이 엄밀히 말해 지역구도로 말미암든 아니든 ‘여소야대’가 정당한 선거절차의 결과라면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일 것이다. 대통령도 그러한 ‘국민의 선택’을 제약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가능한 한 그 바탕 위에서 국정 우선순위를 정해 임기말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순리라는 말이다. 반환점을 돈 참여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스스로 친 ‘연정 올인’의 덫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실현가능성 높은 개혁 아이템 위주로 국정의 우선순위를 새로 짜야 한다는 뜻이다. 화려한 구호와 웅대한 비전이 집권과정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집권후 국민적 평가는 치세의 결과, 즉 실제로 나타난 성적표를 토대로 매겨진다는 엄연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전직 대통령중 걸프전 승리 등 화려한 외치를 한 조지 H 부시(공화당)나 인권외교라는 거룩한 기치를 내건 지미 카터(민주당)등은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미국민의 복지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한 이들을 미국인들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남의 산의 거친 돌도 내 산의 옥을 다듬는데 써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보다 좋은 전례도 없다. 반환점을 돈 마라토너들도 전반부 기록이 좋지 않을 때는 과도한 목표를 세워 무리한 스퍼트를 하지 않는 법이다. 실제로 기권을 각오한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면…. 구본영 정치부장 kby7@seoul.co.kr
  • “정책신뢰 심어준게 성공비결”

    “집단민원의 경우 들어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뚜렷이 인식시키고 한 발짝도 물러나지 말라.”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공사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고 말한 적 있다.2003년 7월 청계고가도로 철거공사를 무난하게 시작한 뒤다. 민원인의 압박이 있어도 태도가 달라지지 않아야 공공분야에 대한 신뢰가 싹튼다는 얘기다.“공사 때문에 생계가 어렵게 됐다며 시장실을 찾아온 대표자에게 ‘손목에 찬 시계가 롤렉스 아니냐.’고 물었더니 꼼짝 못하더라.”는 말도 곁들였다. 서울시가 각종 역점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 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25일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세대 나태준(행정학) 교수와 시정연 송석휘 부연구위원이 각각 ‘청계천 복원사업 갈등관리 사례분석’과 ‘버스 개혁과 갈등관리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특히 나 교수는 “서울시 내부에서조차 청계천 복원공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실현한다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줌으로써 외부로부터도 신뢰를 얻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게 갈등관리 성공의 요인이었다.”고 풀이했다. 상인들이 집단으로 반발한 원인은 그동안 예견할 수 있는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라는 이 시장의 말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나 교수는 청계천 복원사업의 협상 준비단계에서 서울시가 펼친 전략을 5가지로 분류해 눈길을 모았다. 상가 및 상인과 대표자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지피지기 전략,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파악해 온건파를 통해 강경파를 설득하는 이원화 전략, 결집력이 약하고 불이익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공략하는 메인파트너 채택 전략, 부정적 입장보다는 왜 해야만 하는지 시민들에게 알리는 홍보전,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들어줘 인간적인 신뢰를 형성하는 역지사지 전략이다. 나 교수는 청계천 공사에 대해 “무엇보다 사후대책에 대한 확신감을 심어 주고, 확실한 명분을 대다수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며, 투명한 의사수렴이 이뤄져야 공공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경영 밑그림 구상 ‘뜨거운 여름’

    다음달 19일 KT 사장으로 선임될 예정인 남중수(50) 내정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현안 점검, 의견 수렴 등 향후 2년 6개월간 펼칠 민영 2기 경영 밑그림을 구상하느라 ‘뜨거운 여름’을 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남 사장은 이달 초 후임 조영주 KTF 사장에게 진작 사무실을 비워주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KT 사장 데뷔를 위한 사전 점검에 총력을 쏟고 있다. 내부 임원은 물론 정·재·언론계 인사들로부터 KT와 새 CEO의 역할에 대해 널리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질문 내용을 보면 ‘KT하면 떠오르는 이미지’‘KT의 공과 과’‘KT에 기대하는 바’‘KT CEO가 갖춰야 할 역량’‘신임 CEO가 벤치 마킹해야 할 인물은’ 등 세세하다. 광범위한 집단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묻고 있어 ‘설문조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관계자는 “낮은 자세로 널리 의견을 구하는 것은 그의 장점”이라면서 “측근들에게는 밖에서 뭐라 말들 하는지 잘 전해달라는 얘기도 하신다.”고 전했다. KT의 현안도 챙기고 있다. 다음달 말 선임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KT 각 본부ㆍ실별로 벌써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KT가 맞은 과징금에 대한 입장,SK텔레콤 등 업계에서 문제 삼고 있는 PCS재판매, 필요성을 주장했다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은 인터넷 종량제 문제, 민영화 출범이후 공익성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 싸이더스픽쳐스 인수 등 디지털콘텐츠 확보 등 현안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하느라 휴가 갈 틈도 없다는 것이다. 남 사장의 이같은 꼼꼼한 성품은 정평이 나 있다.KTF 사장 시절부터 ‘자주 쓰는 어록’까지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예컨대 거선지(하늘에 살지 말고 땅에 살라), 여선인(사람들과 더불어 사랑을 베풀어라), 동선시(모든 것이 때가 있으니 주어진 시간 최선을 다하라), 역지사지 등은 그가 연재했던 신문 칼럼뿐만 아니라 그의 인터뷰에도 자주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관계자는 “휴일날 골프 약속을 갈 때도 기사를 동반하는 일이 드물다.”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 때문에 공을 날리기 전 한번쯤 연습해보는 일명 ‘가라 스윙’도 한 번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낮은 자세’,‘널린 수렴’,‘용의주도’ 등 장점들이 향후 KT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독자의 소리] 해수욕장 심야 폭죽 자제해야/정진환

    해수욕장 4곳을 관할하고 있는 경찰관으로서 휴가철만 되면 많은 신고를 유발하는 심야 폭죽사용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무더운 여름 바닷가로 나와 밤 12시가 넘어서 무분별하게 터트리는 폭죽 때문에 해수욕장 인근의 주민들은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데 야간에 폭죽소리로 잠을 못 자니 참다 참다 더 이상 못 참아 경찰관서에 신고를 하게 되고, 해수욕장마다 수차례 폭죽 소음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은 폭력신고 및 교통사고 등으로 바쁜 와중에 불필요한 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상인들도 이문을 남기기보다는 주민의 수면에 방해가 되는 만큼 폭죽 판매를 자제하고, 휴가를 온 시민들 또한 역지사지의 배려로 심야에는 사용을 자제해야하겠다. 모두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선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진환 <경주경찰서 감포지구대>
  • [영화속 수능잡기] 얼라이브

    재채기를 심하게 하는 사람을 두고 당신 왜 자꾸 재채기를 하느냐고 따질 수 있을까. 물론 이는 부당하다. 재채기는 생리적 현상이고, 인간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재채기를 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대꾸를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당신도 코감기에 걸린다면 재채기를 피할 수 있겠어. 어쩔 수 없는 현상을 가지고 시시콜콜 따지는 당신의 작태가 오히려 한심할 뿐이야.” 문화는 상황의 산물이다. 한 국가의 특수한 환경에서 어떤 특정한 문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문화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시비를 가리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이 문화적 상대주의자들의 논리다. 쉽게 말해 재채기가 재채기를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면 그 재채기를 두고 옳으니 그르니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신을 토막내어 새에게 먹이는 티베트의 장례문화인 천장(天葬)을 금지하기 위해 티베트에 모진 박해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천장 문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티베트에서는 고산지대의 한랭건조한 기후 때문에 땅 속에서 시신이 쉽게 썩지 않으며, 일부 지역을 제외한 티베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목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신을 태우는 화장(火葬)은 일부 특권층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가 없다. 물에 시신을 흘려보내는 수장(水葬)은 귀한 물을 오염시키게 되니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랭건조한 기후가 흙을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시신을 묻는 토장(土葬)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천장이다. 천장은 티베트에서 가장 빠르고 깨끗하게 운구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단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티베트인들이 천장을 택한 것은 아니다. 천장에는 티베트인들의 불교적 가치관이 투영돼 있다.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육신을 새들에게 보시(布施)함으로써 인생을 선행으로 마무리하는 명예로운 방법이라고 티베트인들은 생각한 것이다. 티베트의 환경과 종교를 고려할 때 천장이 비도덕적이라고 함부로 단정하긴 곤란하다. 1972년 12월 교황청은 “생존을 위해 인육(人肉)을 먹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가 있기 전에 영화 ‘얼라이브’의 소재가 된 사건이 있었다.1972년 10월 전세 비행기가 눈으로 덮인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것이다. 조난자들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72일을 버텼을 때 구조대원들이 도착했다. 도덕을 택해 죽음쪽으로 갈 것인가, 인육을 택하여 삶쪽으로 갈 것인가의 기로에서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교황청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도덕적 상대주의는 다른 게 아니다. 만약에 나였더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에 다름 아니다. 프랭크 마셜 감독, 에단 호크·빈센트 스파노 출연,1993년작. 김보일 서울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민선 지방자치 10년] (7) 21세기형 지방자치

    1일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을 맞았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주민참여가 확대됐다는 ‘고전적’ 성과가 무색하게 전시행정,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얼룩졌다는 평가 또한 만만찮다. 지방자치의 걸림돌과 발전방향 등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3선 단체장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순리일 것 같다. 설문조사에는 전국의 3선 단체장 34명 가운데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박재영 부산 사하구청장 등을 제외한 26명이 응했다.‘행정의 달인’들의 입을 통해 선진 지방자치의 해법을 모색해본다. 3선 단체장들의 답변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지역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현장행정이란 상통한다는 것을 방증했다. 재임중 어려웠던 일이나 지방자치 걸림돌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지역이기주의를 들었다. 대부분 지역내에 이른바 혐오시설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쓰레기매립장과 공설묘지를 설치하려다 난관을 겪은 심기섭 강릉시장은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은 물론 유리한 시설은 자기 지역에 와야 한다는 핌피(PIMPY)현상도 심각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드는 단체장들도 많았다. 곽인희 전북 김제시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재정은 한정돼 민원처리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중앙과 지방간 세원의 재배분이 필요하며 지방양여사업의 조정 등 재정조정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지역토호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현실을, 조건호 인천시 옹진군수는 감사원·행정자치부·광역단체 등의 감사가 빈번한 것을, 김관용 경북 구미시장은 충분한 준비없이 시작된 지방자치와 전문행정가 부족 등을 각각 걸림돌로 꼽았다. 황대현 대구 달서구청장은 “선심성 행정에 대한 최종 판단은 주민몫임에도 특수시책으로 발굴 추진하는 일에 대해 선심행정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중앙정부 등 상급단체에 바라는 것을 묻는 질문에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고 간섭이 심해 ‘반쪽자치’라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직원 한명을 채용하려 해도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국방·외교 등 국가적 차원의 기능 외에는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고 특별행정기관을 자치단체에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치입법권, 자치조세권이 확대되고 자치경찰제, 교육자치 등도 실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문성 강원도 속초시장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지 않으려 하고, 전통적으로 지방을 못 믿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행정사무들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위임되었지만 결정권을 아직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어, 단체장 직선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병로 경남 진해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평적 관계를 주문했다. 나아가 지방자치 성숙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유승우 경기도 이천시장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 정도인 만큼 세원구조를 개편해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하며, 부단체장 임명권을 광역단체에서 갖는 시스템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무엇보다 기초단체장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3선 연임제한과 정당공천 폐지, 중복·정치성 감사 지양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선출직에 대해 주민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민소환제와 주민투표제 도입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자치의 ‘뜨거운 감자’인 지역이기주의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면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김근수 경북 상주시장을 비롯, 계획수립 단계부터 정보공개와 주민참여(이상조 경남 밀양시장), 주민과의 대화 및 설득(송은복 경남 김해시장) 등 ‘원칙론’이 많았다. 하지만 협의체 구성을 통한 통합조정(박대석 부산 영도구청장), 주민재산권 보호를 위한 대폭적인 인센티브(박대해 부산 연제구청장), 갈등지역간의 공정한 이익배분(박팔용 경북 김천시장)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반면 심기섭 강릉시장은 “지방자치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앞으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주민 스스로도 민주의식과 양식을 높여야 한다.(조건호 옹진군수)” “역지사지적 사고와 민주적인 절차의 수용(심대평 충남지사)” 등 주민들의 사고전환을 주문하는 견해도 있었다. 정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3선 단체장 퇴임후 구상연임제한 규정으로 3선을 끝으로 물러날 단체장들은 대체로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3선을 가능케 한 일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지방자치 발전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고,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3선에 걸친 자치행정 경험을 살릴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박팔용 경북 김천시장은 “정계개편이 끝나는 연말쯤 향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말해 정치에 뜻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임수진 전북 진안군수는 전문성과 행정 노하우를 살려 퇴직 후에도 지역농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그동안 일에 얽매여 소홀했던 가정을 돌보겠다는 단체장들도 많았다. 김규택 대구 수성구청장은 “그동안 가정에 소홀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자녀들의 삶을 조언하겠다.”고 했고, 박대석 부산 영도구청장도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약속했다. 김근수 상주시장과 심기섭 강릉시장은 “평범한 시민으로 노후를 보내겠다.”고 간략하게 밝혔고, 김병로 진해시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록을 집필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한편 이의근 경북지사는 “누구나 미래의 희망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꿈이 욕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알쏭달쏭한 선문답을 던졌다. 또 관내 전체가 섬으로 구성돼 ‘섬 사랑’이 대단한 조건호 옹진군수는 “퇴임 후 섬주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못다한 얘기를 나누겠다.”며 낭만 어린 소회를 밝혔다. 정리 김학준기자 ■ 3선단체장 보람과 아쉬움3선 단체장들은 긴 재임기간만큼이나 보람과 아쉬움이 많았다. 김세웅 전북 무주군수는 지난해 세계태권도공원을 유치한 것을 상기하면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고 한다. 부가가치가 3조원에 달해 지역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경주·춘천·강화 등 쟁쟁한 경쟁도시를 따돌리고 승자가 된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러워한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연임제한만 없으면 “4선도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유승우 경기도 이천시장 역시 여주·광주를 물리치고 ‘2001세계도자기엑스포’를 유치한 것을 보람으로 들었다. 이 행사는 84개국이 참가하고 600여만명이 관람해 도자기 전시행사로는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고재득 서울 성동구청장은 “시책으로 인한 변화를 알아주는 구민들이 지역에서 친근감 있게 인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밖에 이의근 경북지사는 지역산업 구조개편을 위한 성장동력사업을 육성하고 ‘동북아 자치단체연합’을 주도적으로 창설한 것을, 김관용 구미시장은 2004년 지자체 최초의 수출 200억달러 달성을, 김흥식 전남 장성군수는 삼성전자·기아자동차 부품공장을 유치한 것을 각각 성공작으로 꼽았다. 아쉬움에 대해서는 심대평 충남지사가 할 말이 많다. 국회까지 통과돼 확정된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으로 뒤집어졌다가 다시 우여곡절끝에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축소된 것에 대해 심 지사는 지금도 불만을 토로한다. 자연재해로 인해 가슴앓이를 한 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김원창 강원도 정선군수는 태풍 ‘루사’ ‘매미’가 잇따라 강타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단체장으로서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관내에 큰 산불이 발생한 동문성 속초시장과 심기섭 강릉시장도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어도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정리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특별취재팀 : 서울 이동구기자 경기 윤상돈차장 인천 김학준기자 강원 조한종기자 충남·대전 이천열기자 전북 임송학부장 전남 남기창기자 경북 한찬규·김상화차장 대구 황경근차장 경남 이정규부장 부산 김정한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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