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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경제 이렇게/ 전문가 ‘解法 대담’

    올해 우리경제는 분기점에 서 있다.구조조정같은 현안들을 슬기롭게잘 넘기면 재도약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위기국면을 제대로대응하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여지도 많다.외부 악재라도겹치면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진다는 우려다. 성균관대 이재웅(李在雄)부총장겸 경제학부 교수와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左承喜)원장으로부터 ‘새해 경제,이렇게 풀자’라는 주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알아본다. ■좌 원장 올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지만 하반기부터는 상승국면으로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전반기에 저점을 통과한 뒤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구소마다 1%포인트의 편차는 있지만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들 전망하고 있습니다.다행스런 점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옅어지고,국제유가가 하락한다는 점입니다.일본 경제도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부총장 불안정한 느낌은 남아있지만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데 동감합니다.하지만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 5∼6%선은 위기로 해석될수도 있습니다.4∼6%의 성장률은 선진국에서는긍정적인 수치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위기국면을 뜻하지않습니까. ■좌 원장 투자·소비도 4∼5%의 낮은 증가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체감경기가 급격히 떨어지면 내수가 급속도로 줄어들 것입니다.올해 경제의 관건은 금융경색이 어느 정도 풀리는지에 달려있다고봅니다. 금융경색이 잘 풀리면 경제는 회복할 것이지만,아니면 저성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총장 정부가 제한된 범위내에서 경기부양책을 펴겠다고 밝혀5∼6% 성장에 그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직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비와 투자가 모두 낮다는 점은 시장의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금융경색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고도중요한 일입니다.여기다 얽혀있는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갈 지도과제입니다. ■좌 원장 전적으로 동감합니다.경제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경제하려는 의지,돈벌려는 욕심이 생겨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의지가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부총장 시장경제를 제대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기업하는 의지를 북돋워주는 사회분위기가 아쉽습니다.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제로는 기업의 과거를 송두리째 부인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기득권층의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들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입니다.기업 의욕이 생겨야 하는데 어쩐지 위축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잘해 온 기업이 공정한 대접을 받으면 기업하려는 의욕이 지속될 것입니다. ■좌 원장 잘하는 기업은 밀어주고 못하는 기업은 도태시켜야 경제의활력이 생길수 있지요. 정부는 집단주의와 온정주의 정책을 펴온 측면이 강합니다.잘하는 기업에게 격려는 커녕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결국 기업은 하향평준화됐고 자포자기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게 문제지요. ■이 부총장 금융시장을 보면 기업이 얼어붙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바꿔 말하면 경제의지가 얼어 붙었다는 것입니다.시장에돈이돌지않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좌 원장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도 기업에는 돈이 가지 않습니다.통화량은 30%이상 늘었는 데도 총통화증가율은 4∼5% 정도입니다. 잘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별화가 중요합니다.잘하는 기업에는 돈이 돌아야 하는데 모든 기업이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기업은 하나씩 차근차근 퇴출시켜야 하는데도 한꺼번에50개씩 무더기로 퇴출시키고 있습니다. ■이 부총장 요즘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노사문제 아닙니까.외국에서는 우리나라 노조를 ‘밀리턴트 유니언’이라고 부릅니다.그만큼 전투적이고 강성을 띠고 있다는 얘기지요.은행과 공기업은 망해가면서도 자구노력을 거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좌 원장 그것은 관치경제 패러다임에 따른 불가피한 ‘후유증후군’입니다.관치금융은 재벌을 키웠지만 기회균등 차원에서 적지않은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즉 승복하지 않는 패자를 양산했다는것입니다. 정부가 과거의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을 기본적인 국정목표로 삼자,모두가 ‘나도 과거의 룰을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부총장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측면은 은행·대기업·공기업 노조가 밀리턴트적인 면을 버리지 못하는 데는,버티면 죽지 않는다는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입니다.노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한다면 회사는문닫고 망해야 합니다.그런데도 노조가 강성을 띠는 것은 구조조정이확실히 안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노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노조가 반발한다는 것이지요.구조조정을 확실히 하면 노조도 달라질 게 분명합니다. ■좌 원장 한꺼번에 모든 것을 구조조정하려는데 잘못이 있습니다.정부가 구조조정을 많이 하겠다면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사회안전망이취약한 것도 문제지요.고용보험과 최저생계비 제도도 있지만 제대로정착돼 있지 않습니다.사회안전망을 충분히 확보해야 정부도 노조에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이 부총장 금융부문의 부채가 너무 많습니다.옛날에는 부채가 쌓이더라도 고도성장을 앞세웠으나 이제 이런 방식은 국제적인 기준에 맞지 않지요.부채비율을 줄이다보면 상당기간 불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지금의 경기침체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좌 원장 기업의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부채를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이런관행을 고쳐나가야 합니다.그러나 200%로 부채비율을 줄이라는 것은조급한 측면이 있습니다.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200%를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그것은 계획경제에 해당됩니다. 기업은 부채를 300% 또는 500%를 가질 수 있는 일 아닙니까.부채비율을 낮추되,비율이 높은 기업에는 적기시정조치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겠지요. ■이 부총장 금융기관이 금융중개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정부가 채권시장을 독식하고 있습니다.정부가 원하든 않든 금융중개기능까지 맡는 현상은 심각합니다. 정부는 뒤로 빠져야 합니다. ■좌 원장 공적자금은 정부가 부실은행에 투자하는 것입니다.왜 정부가 은행에 투자해야 합니까.은행 투자는 시장의 자본가들이 할 일입니다.국내나 해외의 자본가들이 자본을 사들여야 하는데 길이 막혀있습니다.은행소유 한도가 4%로 제한돼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10% 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이렇게 해서는 민간에서 돈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국내자본가도 못들어 가고,남은 것은 정부 밖에 없습니다.재벌에 대한 국민정서가 있지만 어느 정도 길을 터도 탈이 없을 것으로생각합니다. ■이 부총장 은행 소유한도가 4%로 정해져 있는데 대기업 편중이 없었습니까.그렇지 않습니다.소유와 대출집중은 다른 것입니다.금융당국이 금융기관에 대한 사후감독을 잘하면 됩니다. ■좌 원장 선진국의 예를 보면 은행산업이 침체되면 규제를 풀고 있습니다.우리도 은행산업과 경제의 흐름을 봐가면서 규제를 푸는 것이원칙입니다. 민간자본이 보다 쉽게 15%씩 갖고 은행을 경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4% 지분으로는 주주권을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총장 소유구조에 매달려서는 안됩니다.제도가 있지만 제대로해야 합니다.중요항목에 대한 자물쇠는 여러개 달아놨는데 어느 게작동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좌 원장 부실한 은행을 안고 가는 것은 마이너스입니다.채권시장도유연하게 흘러가도록 해야 합니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잘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채권형 펀드를 만들었지만 편법에 불과합니다.잘하는 곳과 잘하지 않는 곳을 구별해야 하는데 정부는 경제에 자신감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 부총장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시장경제의 기본을 확립하느냐에 경제회복 여부가 달려있습니다. 기업·금융·공공·노동부문에서 유연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습니다. ■좌 원장 거시정책으로는 할수 있는 게 거의 없지요.금융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돈이 절대로 기업에 안갑니다.재정정책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조세정책은 검토해 봐야 할 일입니다.결국은 구조조정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부총장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없습니다.기업에 혼란만 주는 경우가 많아 신뢰성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좌 원장 무엇보다 개혁 피로현상을 줄이는 일이 중요합니다.2∼3년내에 공기업 민영화를 해야 하는데 주식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간단한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꺼번에 하려고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민영화를 차근히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들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부총장 올해 경제전망은 가변적입니다.정부가 어느 정도 진지하게 접근하는 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정리 박정현 김재순기자 jhpark@
  • 농어민·中企人 새해소망/ 부산 용호어촌계장 김선기씨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넘실대는 파도를 넘어 출어하는 바닷길은언제나 풍어의 기대로 어민들을 설레게 합니다”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 김선기(金善璂·48·부산 남구 용호3동) 용호어촌계장은 “어민들도 이젠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면서 “공멸을 막으려면 고기의 숫자와 바다환경에 맞춰 어선과어민의 수를 줄이는 등 어민들도 기득권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75년 동아대를 졸업,한때 철강회사에 취직했던 김 계장의 지난해 소득은 2,500만원정도.이 돈을 벌자고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을 잇겠다며 어민이 되었나 하는 후회가 종종 가슴을 친다. 김 계장은 “98년 한·일어업협정 체결 이후 근해의 조업여건이 악화되면서 근해의 대형 선단들이 연안으로 몰려들자 연안의 소형 어선들이 해역을 사수하겠다며 아귀다툼을 해봤지만 결국 힘에 밀려 조업을 포기한 채 배를 묶어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처뿐인 근해,연안에서 벌어지는 아귀다툼을 놓고 누구를탓하거나 원망하고 싶지 않다”면서 “연안 해역에도 일정기간 조업을 중단하는 윤번 휴식년제를 도입,물고기 등 해양자원이 서식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용호어촌계의 경우 2∼3t규모 어선 100여척 중 20%정도가 아예조업을 못하고 있다. 조업에 나서는 어선들도 대부분 부부 선원으로구성돼 있다.이같은 사정은 전국 1,700여 어촌계가 엇비슷하다.남의손을 빌어서는 투·인망과 그물손질 등 하루 12시간 이상의 중노동을한다해도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계장은 “연안 어민들은 ㎏당 4만∼5만원하는 4∼5㎏짜리 광어한마리만 잡아도 운이 좋다고 흐뭇해 한다”고 어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빗대어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버텨 나가는 것은 시가의 절반정도 하는 면세유 정책때문”이라며 “1드럼에 6만8,360원인 면세유 가격을 더 낮춰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 미역과 김가격의 폭락으로 양식 어민이 크게 어려움을겪고 있다”면서 “배추·무 밭을 갈아엎은 농민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면허지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 때 젖을 주는 것보다 울기전에 젖을 물려주는 정부 정책을 기대합니다.” 김 계장의 간절한 당부다. 부산 이기철기자 chuli@
  • “원칙 지키며 개혁 완성”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새해에는 기업·금융·공공·노동 등 4대개혁을 완성해 경제개혁의 기틀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며 “일시적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상반기만 착실히 개혁을 추진하면 하반기부터는 안정 성장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으며,지금의 어려움을 세계적 선진국가가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동안 개혁의 방향은 옳았지만 실천이 철저하지 못했다”고반성하고 “2월까지 4대 개혁의 기본과제를 완결한 뒤 상시 개혁체제로 전환해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도록 하고 부실 기업은 지체없이 퇴출시키겠다”고 역설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올 국정의 5대 지표로 ▲완전한 민주·인권국가 구현 ▲국민 대화합 ▲지식경제강국 건설 ▲중산층과 서민생활안정 ▲남북 긴장 완화와 교류협력 등을 제시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새해맞이 여론조사/ 현실정치 진단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특히 ‘정치안정’은 정부에서 역점을 둬야 할 과제 중경기회복에 이어 두번째로 나타나 적극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치안정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의 21.1%는 ‘여야의 측근정치 근절’이라고 답변했다.이어 ‘야당의발목잡기 정치공세 중단’ 18.5%,‘대통령의 야당 존중 국정운영 ’17.6%,‘정당의 의사결정 민주화’ 17.1%,‘검찰의 정치중립 제도화’ 13.0% 등의 순으로 꼽았다.무응답은 12.7%였다. 의견이 특정 항목에 치우치지 않고 항목마다 고르게 나타나,현실정치에 대한 국민의 진단이 제각각임을 보여주고 있다.역설적으로 정치안정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먼저 여당은 야당을 정치파트너로서 존중하고,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자제,‘상생의 정치’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또 여야 할 것 없이 각 정당은 ‘보스정치’‘측근정치’를 청산하고,공식적인 시스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검찰의 정치적 중립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조사는 한편으로 우리 정치의 어두운 단면인 여야간,동서간 국론분열 현상을 투영하고 있다.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27%는‘대통령의 야당존중 국정운영’을 문제점으로 꼽았고,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29%는 ‘야당의 발목잡기 정치공세 중단’을 지적했다.특히 호남지역 응답자의 34.9%가 ‘야당의 발목잡기…’를,대구·경북 응답자의 26.1%가 ‘대통령의…’을 정치안정의 우선순위로 꼽아지역간에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야당의 발목잡기…’(20.5%)를,여성은 ‘여야의 측근정치 근절’(22.2%)을 꼽았다.연령별로는 50세 이상(20.0%)이다른 연령층에 비해 ‘대통령의 야당존중 국정운영’을 중시했으며,‘야당의 발목잡기 정치공세 중단’은 20대(22.4%)와 40대(22%)에서다소 높게 나타났다. 강동형기자 yunbin@
  • 3당대표의 새해 정국구상·각오

    신사년 새해 아침을 맞아 대한매일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 등 여야 3당 대표와 회견을 갖고 신년정국에 대한 구상과포부를 들어 보았다.전날 일어난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이적파문으로 이들 3당 대표의 회견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이들의 견해와 신년 정국구상을 점검한다. ■金重權 민주당 대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는 “집권당으로서 지난 3년을 되돌아보며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먼저 과감히 고치고,초심(初心)으로돌아가 결연한 각오로 국민 여러분의 아픔을 씻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모두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새 출발의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속 의원 3명의 자민련 이적과 관련,김 대표는 “그분들 스스로의결단”이라며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는 만큼 정국이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만족해 했다. 나아가“세분 의원의 결단은 국정과 정국 안정을 위해 자신들의 몸을 던진 것으로,높이 평가해야 하며 정국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크게기여할 것”이라는 말로 이적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그러나 이적의원 파문으로 신년정국이 벽두부터 경색되는 것을우려했다.“사전에 이들의 이적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전날 총무보고로 처음 알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한해 정치권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4 ·13총선에서국민들이 어느 당에도 과반수 의석을 주지 않았던 것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시대적 과제를 함께 해결하라는 주문이었는데도,정치권은 반목과 대결로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 드린 점에 깊이 자성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김 대표는 특히 “여야간 대화가 실종된 것과 4·13총선을 통해 지역 감정이 악화돼 동서의 골이 여전히 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지난한해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회고한 뒤 “여야를 떠나반성하고 함께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정치 선진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아집과 독선의 정치로부터의 탈피’를 꼽았다.“말로는 상생의 정치를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극한 대결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은연중에 야당을 꼬집었다. 새해 민주당과 국회의 운영 구상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국민의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집권당인 민주당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생각으로 정부시책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힘있는 책임정치’를 다짐했다. 그 방안으로 “실무 차원에서부터 실효성 있는 당정 협의를 이끌어내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며,당원들의 의사가 굴절없이 의사결정에 투영되고,결정된 사항에 있어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따를 수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평소 구상을 제시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야당을 대화로설득하고, 또 일관된 주장과 책임 있는 말로 현실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면 우리 당은 언제든지 흔쾌히 수용할 것”이라는 다짐도 곁들였다. 끝으로 그는 “무거운 돌은 내가 먼저 든다는 겸허한 마음과 적극적자세로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 이라며 “민주당과 함께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늠름하게 헤쳐나가는시대의 동반자가 되어달라”고 희망했다. 이지운기자 jj@.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001년 저와 한나라당은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총재는 “이를 위해 한나라당이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앞장서 제시하겠지만,여권도 인위적인 정계개편 시도를 즉각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경제 살리기’를 역설하면서도 지난 한해 대여(對與)투쟁 과정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탓인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특히 연말 민주당 의원 3명의 갑작스러운 자민련 입당으로 정국이급랭하면서 이 총재의 신년 구상은 복잡하게 얽혀드는 분위기였다. 이 총재는 “지난해 현 정권이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관계로 인정하는 ‘상생(相生)의 정치’보다 정략과 공략의 대상으로 삼는 ‘상극(相剋)의 정치’를 함으로써 정치권 모두가 국민에게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말 ‘의원 주고 받기’를 대표적인사례로 들었다.국회법 개정안과 검찰총장 탄핵안 등 여당이 국민 여론과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리한 밀어붙이기를 감행하는 바람에정치와 국회의 파행이 증폭된 점도 아쉬워 했다. 이 총재는 새해 정치의 바람직한 방향과 관련,“국가 이익과 민생을위한 상생의 정치가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법과 원칙을 바로세우는 작업에 야당이 앞장서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입당 등 구시대적인 힘의 정치에 연연한 정계개편 논의나 정략적 차원의 개헌 논의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를불안하게 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여권에 거듭 주문했다. 하지만 화두(話頭)는 역시 경제 살리기였다.그는 “지금은 분명 위기와 고통의 순간이지만 위기와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은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것”이라면서 “용기를 잃지 말고 지혜를 모아 위기를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1년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선진 한국으로 나아가는 ‘민족 재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를 위해 민생을 살피고 적시에 불안 해소대책이 강구될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의 전문성과 정책 개발능력을 증대시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활동과 프로그램들을 개발,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국회에서는 운영상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겠다고 역설했다. 박찬구기자 ckpark@. ■金宗鎬 자민련 총재대행.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은 “민생안정과 경제살리기를위해 국정을 책임진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서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할 것이며,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더욱 애쓰겠다”고 약속했다.새해 휘호를 ‘민화년풍’(民和年豊)이라 정한 김 대행은 “올해는 민심이 화합하고 경제가 풍요로워져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신감 넘치는 김 대행의 발언은 지난달 30일 이뤄진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그는 “자민련이 대립과 갈등을 조정,정국을 원만하게 이끌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자평했다. 새해 정국에 대해서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갖는 폐해가 지난 정권에서는 물론 지금까지도 드러나고 있다”면서 “올해는 4년 중임,정·부통령제 도입에 대한 논의 등 개헌론이 구체적이면서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지역갈등을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의회가 책임을 지는 내각책임제로의 개헌이 자민련의 흔들리지 않는 당론”이라고 밝혀 당론은 여전히 내각책임제임을 분명히했다. 김 대행은 무엇보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따른 민주당과의 공조복원기틀 마련에 무척 고무된 듯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간,이른바 ‘DJP 공조’에 대해 “두분이 만나 해결할 문제”라면서도 “자민련은 집권당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계속시시비비를 가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자민련 이적 의원들에 대해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을봐도 그렇다.“한나라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면서 “한나라당도 새해에는 원내 제1당으로서 국정운영에 대해 책임지는,큰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내 일부 반발에 대해서도 “강창희 부총재나 이완구(李完九) 의원등의 반발은 연초에 교섭단체로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개진한 것”이라며 “이들도 세 분의 입당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는입장을 보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새해에는 반드시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당과 당원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나 그는 “올 한해는 대선을 염두에 둔 유력 정치인들이 어려운경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여 지난해보다 더 걱정스런 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자민련은 정통 보수 정당으로서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포부를 털어놨다. 이종락기자 jrlee@
  • 詩人의 눈에 비친 세상

    두 권의 시집이 눈길을 끈다. 재야의 시인이었고,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었으며,이제 다시 시심으로 돌아온 시인 양성우는 10번째 시집 ‘첫마음’(실천문학사)에서인생에 대해 성찰하고 있다.소설가 이문구는 그의 유람시에도 “사랑과 후회와 열정과 그리움과 상처가 배어 있다”고 말한다. /차라리 지난날의 흔적들은 짐이 되고/덫이 되고,/언제 어디에서나내가 아닌 나./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도 산그늘을/밟고 언 강을 건넌다.//(‘언 강을 건너며’부분)시집 ‘서울의 예수’‘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등을 펴냈던 정호승의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현대문학북스)에는 그의 30여년 시작활동 결과물들이 온축되어 있다.그의시에 대해 시인 김승희는 “낯익은 느낌을 주면서도 불교의 선적 미학과 역설의 언어로 인해 낯선 충격을 동시에 준다”고 칭찬한다.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부르며/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부르며/이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맹인 부부 가수’부분)
  • 金대통령 전방 순시 경의선 복구현장등 둘러봐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군의 변화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우리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8일 오전 휴전선 서부지역 최전방에 위치한 ‘도라 OP(전망대)’를 방문,관측 망원경을 통해 눈덮인 북녘 땅을 바라보며 안보태세를 점검했다. 김 대통령은 “평화의 철도가 짓밟히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방위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강력한 안보태세는 통일 후에도 계속돼야 한다”고 안보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전쟁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경의선 철도복구공사를 현장에서 지휘하는 군 장교로부터 공사진행 현황을 보고받은 뒤 지뢰제거공사 도중 수거한 각종 지뢰 등을 둘러봤다. 파주 오풍연기자 poongynn@
  • 공직사회 2000/ (중)떠오른 별·떨어진 별

    2000년은 그 어느 때보다 공직자의 부침이 심한 해였다.공직에 대한인식 변화 ,경제 하락,사회 개혁을 둘러싼 갈등 등이 공직사회 역동의 주요 요인이었다. ■떠오른 별 1월13일 취임한 김강자(金康子) 서울 종암경찰서장은 ‘미아리 텍사스와의 전쟁’을 선포,신선한 충격을 던졌다.김 서장의전쟁은 미성년자 매춘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며,원조교제를 강력히 처벌하는 계기가 됐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과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평화의 전도사’로서 각광을 받았다.그러나 남북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이들에게 부여된 과제는 아직 많다. 국립 여수대총장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된 최인기(崔仁基)장관은 행정의 ‘달인’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장관직을 무리없이 수행했다.사회관계장관회의의 팀장을 맡아 업무조정 능력을 발휘했고,사전대비 등으로 수해방지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기획예산처장관에서 재정경제부장관이 된 진념장관과 노동부장관재직 중 보건복지부장관에 임명된 최선정(崔善政)장관은 국민의정부에서 두 번의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 됐다. 백경남(白京男)여성특별위원장은 동국대 교수를 지내다 장관급으로발탁됐으며,정부조직 개편으로 신설될 여성부장관의 유력한 후보이다. 김명자(金明子)환경부장관은 역대 여성장관 중 가장 오랜 재임기간(12월 현재 1년6개월)을 기록하고 있다.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의전비서관으로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가까이 보좌하다가 수석에 낙점됐다.또 올해 김 대통령이 외국 출장을 자주 가게 되면서 통역을 맡은 강경화(康京和) 외교통상부장관 보좌관도 자주 눈에 띄는 인물이 됐다. ■진 별 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으로 재직하다 발탁됐던 차흥봉(車興奉)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의약분업 파행 장기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차 전장관은 보건복지부 과장 시절부터 의약계 개혁을 꿈 꿔왔지만,이익집단의 거센 반발이라는 현실을 이겨내지 못했다. 교육부는 유난히 부침이 심했던 기관.1월 개각에서 임명된 문용린(文龍鱗)전장관은잇딴 말 실수로 7개월만에 물러났다.또 8월 개각에서 등용된 송자(宋梓)전장관은 삼성전자 사외 이사 때의 주식배당과저서 표절 시비로 미처 날개를 펼칠 사이도 없이 23일만에 낙마했다. 외국 언론에서 한국경제 개혁의 기수로 꼽았던 이헌재(李憲宰) 전재경부장관은 퇴임한 뒤 경제위기 재발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이용근(李容根) 전 금융감독위원장도 퇴임후 공적자금 집행과 관련한 구설수에 휘말려 있다. 2년8개월만에 3계급을 승진한 박금성(朴金成) 전 서울경찰청장은 학력 허위기재 의혹으로 3일만에 물러났다.김시평(金時平) 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김명자 장관을 ‘아키코’로 부르고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사직서를 내는 신세가 됐다.김 장관은 김 위원장이 낸 사직서를 일고의 망설임도없이 수리했다고 한다. 이창호(李彰浩) 전 이스라엘 대사는 카지노 출입이 문제가 돼 옷을벗었다. ■정치인 출신 관료의 부침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로부터국무총리직을 이어받은 박태준(朴泰俊)총리는지난 5월 재산 문제로송사에 휘말리는 바람에 부동산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나 불명예 퇴진했다.박 총리는 평생을 쌓아온 ‘철의 사나이’ 이미지를 잃었고,하강국면으로 들어선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데 진력하겠다는 포부도 접어야 했다. 박 총리의 몰락은 역설적이지만 이한동(李漢東)총리의 부상으로 이어졌다.이 총리는 사상 첫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리에 임명됐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특사로 활약했던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이 한빛은행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자 사임했다.박 장관은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해소돼 조만간 정가로 복귀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고의 영예는 김대중 대통령 올해 공직사회에서 가장 큰 빛을 낸별은 다름아닌 김대중 대통령.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연말에는 노벨상도 받게돼 생애 최고의 영예로운 해였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심이 차가워지는 바람에 김 대통령의영예는 다소 빛을 바랬다. 이도운기자 dawn@
  • [대한포럼] 언론부터 개혁해야

    개혁이 지지부진하다.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여당의 일관성없는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그러나 개혁에 저항하는 야당과 수구언론의 책임도 그에 못지 않게 크다.개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경제가 흔들리면 언론은 개혁을 다그치고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켜 경제안정에 힘을 보태야 마땅하다.하지만 대다수 언론은야당과 한통속이 돼 정부를 공격하면서 개혁의 발목을 잡고 경제위기론을 증폭시키는 데 열을 올렸다.그 결과 국민들은 ‘개혁 피로증’에 걸리고 경제위기는 현실이 됐다.언론이 나라를 이런 쪽으로 몰고나감으로써 노리고 있는 궁극적 목적을 알 만한 국민들은 익히 알고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부는 걸핏하면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당시 일선 기자들은 정부의 그같은 뻔뻔함에 크게 반발했다. 언론이 자유롭게 보도와 논평을 할 수 있어야만 언론에 대해 사회적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자유로운보도와 논평을 전제로 한다.그럼에도 정치권력은 ‘보도와 논평의 자유’는 철저히 봉쇄하고 사회적 책임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던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언론은 ‘보도와 논평의 자유’를 거의 방종에 가까울 정도로 만끽하고 있다.오늘날 우리 언론이 누리고 있는이같은 ‘자유’는 언론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다.독재권력에 맞서언론 본연의 사명에 헌신한 선배 언론인들과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몸을 던져 투쟁한 국민들의 희생이 쟁취한 결과물이다.그럼에도 언론은 보도와 논평의 자유는 한껏 누리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역설(逆說)치고는 너무도 지나친 이같은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논평과 의견은 자유지만,사실은 신성하다”는 일반 원칙을 언론이모르지는 않을 것이다.논평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보도만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그러나 언론 현실은 어떤가.야당이 폭로성 발언을 하기무섭게 언론은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즉각 그것을 중계·증폭시킨다.폭로성 발언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더라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야당과 언론은 정부·여당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사실만으로도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카더라 방송 중계’도 더없이 편파적이다.얼마전에 불거져 나온 한나라당의 ‘대선문건’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적대적 언론인의 비리 수집·활용’ 등 한나라당의 언론장악 기도가 드러났음에도 대다수 언론은 사설 등을 통해 질책만 하고 넘어갔다. 지난해 여당인사가 관련된 문아무개 기자의 ‘언론문건’이 불거졌던 때 언론이 벌였던 소동과는 너무도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한마디로 말해서,언론은 현 정부와 여당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이다.그렇다고 언론이 정치권력을 두려워했던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은 아니다.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언론을 이대로 두고서는 정부의 개혁 노력은 한낱 헛된 꿈으로 그치고 말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정부가 진정으로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언론부터 개혁을 해야 한다.최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한국기자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현직기자 87.6%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지하고,93.5%가 소유구조 개선과 편집권 독립을 뼈대로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언론개혁을 위한 단서가 새삼 확인된 것이다. 정간물법 개정은 국회에 맡기더라도,정부는 당장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공개하고,탈세 등 불법사실이 드러나면법에 따라 사주(社主)를 엄정하게 문책하면 된다.그리고 탈세범에 불과한 언론사주를 곧바로 사면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장윤환 논설고문 yhc@
  • 금융구조조정 ‘정면돌파’ 메시지

    정부가 성탄절인 25일 국민·주택은행 노조의 농성파업 사태와 관련,긴급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사회불안 요인을 더이상 좌시하지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아니어서 쟁의대상이아닌 데다 두 노조가 파업전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했다.따라서 이의 장기화에 따른 금융구조조정 차질과 대외신인도 추락 등의 국내외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입장을 새삼 천명했다. 정부는 올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각종 시위에 시달려야 했다. 의약분쟁,대우차·한국통신 노조파업 등 이익단체간·노사간의 계속된 갈등으로 사회불안 요인이 어느 해보다 많았다는 지적이다.이같은과정을 거치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이익집단에 끌려가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이는 공권력 약화 현상을 가져왔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주택은행의 파업 장기화가 가져올 여파를 심도있게 따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즉 이번 불법파업으로 인한 거래 고객들의 불편이 극에 달해 있고 연말 결제가몰린 기업들의 자금난,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구조조정을 보는 냉랭한 시각 등 파업 장기화가 가져올 제반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날 해외주요 언론의 두 은행합병 및 파업에 대한 시각을 참고자료로 긴급배포한 점도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금감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내셜 타임스·다우존스 등 외신들은 두 은행의 합병이 한국의 금융구조조정 추진 및 은행산업 발전에유익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파업이 향후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노사 합의없이 진행된 합병을 우려하기도했다. 정부는 두 은행 파업의 부당성과 금융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함으로써 노조를 압박하는 한편 하나·한미 등 나머지 우량은행의 구조조정도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26일부터 두 은행의 영업을 최대한 정상화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기업은행 등의 전문인력 475명을 두 은행점포에 파견하고,국제간 금융거래 차질을 막고,다른 은행이 업무를 대신해 주는 창구안정대책을 마련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2000 한국경제 핫 이슈/ 갈긴 먼 기업개혁

    금융권 부실의 원인제공자인 기업은 미국 등 세계적인 경기하락 국면에다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정책으로 혹독한 한해를 보냈다.우선,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올 4월 중순부터 불거진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현대그룹이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건설 등으로 쪼개지면서그룹해체 작업이 가속화됐다. 11·3 부실기업 퇴출조치를 통해 52개 기업이 합병·매각·청산 등정리절차에 들어갔다.이로 인해 기업의 잠재부실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는 효과를 거뒀다.특히 워크아웃 중인 부실기업 오너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적발,투명경영의 필요성을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은 적지않은 성과다. 반면 대우자동차와 한보철강의 해외매각 실패는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실패작으로 꼽힌다.특히 대우 12개 계열사의 구조조정 작업부진은 올 한해 금융시장 불안의 최대 진원지였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대규모 사업구조조정(빅딜)작업도 과잉·중복투자 개선 등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한국철도차량 등의장기파업에서 드러나듯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황제경영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각종 기업지배구조 개선책을쏟아냈다. 사외이사제 강화,준법감시인 도입,결합재무제표 도입 등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기피하면서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신용경색현상이 두드러졌다.금융당국이 1·2차 채권형펀드 조성 및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확대공급 등을 통해 자금시장의 안정화를꾀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 상장·코스닥등록 법인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도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실제 도입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박현갑기자 eagleduo@. *기업개혁 전문가 제언. 기업 구조조정에 국한해 볼 때 올해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한해다. 구조조정의 목표는 한단계 높아졌지만,경기지표의 회복 속에서도 부실기업들의 정상화가 늦어져 결국 경기침체와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올해 기업 구조조정의 목표는 외환위기 직후 재무구조개선 중심에서 책임경영체제와 핵심역량위주의 경영정착으로 변화되었다. 이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97년 324.8%에 달하던 비금융상장사의 부채비율이 올 상반기 134.7%까지 줄었고,결합재무제표 등 국제기준에부합하는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부터 워크아웃 기업들의 경영개선이 지연되고,일부 대기업의 잠재부실 문제가 나오면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결국 11월 들어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속에서 52개 부실기업 명단을 일시에 발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상시적인 부실기업 퇴출이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해야 한다.또한 이미 도입한 제도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정착시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金 京 源 삼성경제硏 이사
  • [네티즌 이슈] 대선문건

    **그래도 정치를 믿는다. ‘여권 핵심부의 비리 관련 자료 축적,DJ정권하에서 피해입은 불만세력의 조직적·전략적 활용방안,적대적 집필진 비리 등 문제점 자료축적’얼마 전 발견된 한나라당 기획위원회가 작성한‘향후 주요 업무 추진 계획-10대 핵심 과제 중심’, 이른바‘이회창 대권문건’에등장하는 말들이다.이 문건은 겉으론 꿈과 희망,국리민복을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이 속으로는 과거의 공작적이고 네거티브적인 정치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회창 총재는 문건 폭로 후‘유감’을 밝히며 즉시 그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은 쉽게 납득하지 않는다.왜냐 하면 이 문건은‘별첨’이라고 표기돼 있고,너무나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이다.즉 본 보고서는 따로 있고,이 문건은 그와 함께 제출된 별첨 자료임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문건은 야당 총재 부인의 행보부터 인터넷 활용방안까지를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담아 누가 보더라도 공들인 것임을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문건에담긴 가치관 문제라고본다.정치인들이 정보화시대니,디지털시대 도래니를 역설하면서도 자신은 해묵은 공작 차원의 문서 쪼가리나 만든다는 점도 한심하다. 국민은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낀다.그동안 여야 정당이 국민의 이름으로 행한 모든 일들,검찰에 대한 탄핵소추를 비롯해 법정기일을 넘긴 국가예산안 심의 등이 마치 정치 공작과 같은 대선 전략의 밀고당기는 과정 속에 숨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35일 동안 대선투쟁을 마친 고어는“우리는 국민의 단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양보하고자 한다.우리는 당보다 국가를 앞세워야 한다”고하며 연방대법원 결정을 받아들였다. 여야가 정쟁이 아닌 화합의 정치를,개인과 당이 아닌 국가와 국민이중심인 정치를 펼쳐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오늘 이 시점에서 정치인을 향한 국민의 마지막기대이자 정치개혁의 본령에 속하는 소망이다.정치인들은 많은 소시민들이 오늘도 정치에 속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치를 믿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현성 프리챌커뮤니티 컨설턴트 hope2030@diamond.co.kr. **언론 자체에 문제 있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정부의‘언론문건’을 폭로한적이 있다.최근엔 야당의‘언론문건’이 폭로됐다.한나라당은‘공식문건’이 아니라 개인의‘아이디어’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이번 문건은‘언론사 논설집필진 성향파악 및 관리방안’‘적대적 집필진 비리 등 문제점 자료 축적 및 활용방안’‘우호 언론그룹 조직화 방안’등 체계적인 내용을 적시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어떻게 된일인지 이번 사건에 대해 각 언론이 취한 태도는‘해괴’하다.지난번한나라당 정 의원의‘사실과 다른 폭로’에 대한‘호들갑’과는 다르게 사설 한 번 정도로 끝낸 것이다.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권언유착이다. 이 문건은 기성 정치권력의 언론관이 단지문서로 드러난 데 지나지 않으며,언론과 정치권력이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낸 전형적인 예라고 보인다.사주가 범법 혐의를 받고 검찰로 출두하는데 그 뒤에도열해“사장님, 힘내세요”를 외치는 기자 모습 역시 결국 같은 뿌리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언론의 구조적 문제이다.해방 후 50여년간우리 언론은 권력의 철저한 통제를 받거나 혹은 스스로 권력에 유착해 온갖 특혜를 누리며 기득권으로 편입됐다.대부분의 정치집단은 언론을 통해 권력유 지를 하고,언론은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그 결과 집권세력 교체는 이루어졌지만 언론을 바라보는 정치권력의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언론권력은 신문의 자본화와 함께 더욱 굳어지고 있다.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제3·제4의 언론문건 파동은 재현된 것이다.언론문건과 관련해 지금 간과해서 안될 점은“언론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는 신화적인 기대가 아니라 우리 언론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며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힘이다.언론이 정치권력에 의해서 혹은 자정 노력에의해 개혁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50년간 쓰라린 경험을 통해 수없이후회하고 깨닫지 않았는가?. 박정호 경북대 학생 glass@hanmail.net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 역사의 진보

    영국의 역사학자 E.H.카(1892∼1982)는 역사를 두 가지 실체로 구분한다.역사의 진보 하나는 사건 그 자체요,다른 하나는 사건의 기록이다. 역사를 어떤 눈으로 보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라는 이름의 강은 마르지도 끊기지도 않는,기나 긴 과정의 연속이라는 사실이다.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끊임없는 역사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역사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카의 말이다. 역사를 어떻게 정의하든 우리가 희구하는 역사는 진보하는 역사이다.진보하는 역사는 일어나는 역사이고,뻗어나는 역사이다.그것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동반한다.그리고 진보적인 변화는 가치있는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역사의 진보는 가치 있는 변화의 연속을의미하는 것이다. 어떤 변화가 가치 있는 변화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지 않다.사람에 따라,시대에 따라,그리고 나라에 따라 가치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하나의 변화를 놓고지배계층과 민중,엘리트와 대중,보수와 진보의 시각이 다를 것이다. 카는 말한다.어떤 집단에게는 몰락의 시대로 보이는 것이다른 집단에게는 새로운 진보와 시작으로 보이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가장 역설적인 점은 제국주의자들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정복을 진보로 보았다는 사실이다.자연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역사에서도 강한 종족이 약한 종족을 정복하고 교화시키는 것이 진화의 역사이고,진보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제국주의는 서구 문명의 강제 수출이었지만 제국주의자들은 이를 문명의 진보로 미화시켰다.버나드 쇼는 ‘만일 동양인들이 자기 나라에 평화적 통상과 문명 생활을 촉진할 여건을 조성할 능력이 없다면,그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계기로 제정 러시아가 붕괴하고 공산체제가 들어선 것은 큰 변화였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그것을 가치 있는 변화로 보는 사람은 러시아에서도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소비에트 체제의 붕괴는 분명히사회주의의 장례식인 동시에 새로운 진보의 시작을 의미한다. 로마의 멸망은 로마인에게는 분명 가치 없는 변화였을 것이다.그러나 로마의 폐허 속에서 중세 문명이 꽃필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명백히 가치 있는 변화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치 있는 변화란 어떤 형태로든 역사의 진보에 기여하는 변화를 말하며,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점은 지금 우리는 이런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바뀌면서 민족사의 여명이새로이 밝아오고 있지 않은가. 金浩鎭 노동부장관
  • 청소년의 반대말은? “자유”

    ‘청소년의 반대말은? 자유’(연세대 인문학부 1학년). ‘우리는 일류대 합격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학교에 들어왔다.선배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절대 정숙의 자세를 확립하고밖으로 모의 수능 점수 향상에 이바지할 때다…’(‘대명’고 3학년). “우리나라 청소년은 수동적인 사고와 삶을 강요받고 있다.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달리 꿈을 가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현실이다.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달라.”(안양고 3학년)청소년들이 인식하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의 ‘학교를 찾는 아이,아이를 찾는사회’(또하나의문화 펴냄)는 이같은 시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청소년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이제 청소년들에게 인권을 돌려주자는 것. 그는 한국 10대의 절대다수가 하루 10시간 이상을 머무는 한국의 중등교육기관은 ‘창의력과 협력’의 시대에 ‘순종과 소모적인 경쟁’만을 가르치고,집단 자체는 무사안일로 굴러가는 가장 경쟁력없는 기관이라는 사실을인정하고 ‘판갈이’를 시작하자고 말한다.소품종대량생산적인 산업사회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적 정보사회로 이행하는21세기의 학교는 창의력을 가지고,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줄 아는 협동적 인간을 길러내는 곳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맞지만 그 ‘때’란 자기가 하고 싶을때”라면서 휴학과 편입을 쉽게 하는 등 학교의 담을 낮추고,아이들에게 선택 가능한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주며,자체 카페 등 기존 학교 안에 학생들이 스스로 관리하는 시·공간을 마련하고 학교에서 지내는 절대시간을 줄이며,청소년 문화공간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관료나 교장단 중심의 권위주의적 권력구조가 바뀌고 현장교사에게 힘이 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려는 문화적 상대주의와 외부인의 참여관찰을 통한학교 공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교장단을 뽑을 때 개성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다원주의적 감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적극적으로자기 표현을 하는 인력을 기르기 위해교과과정을 바꾸며,학교 현장에 만연한 폭력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교실에서 교사가 존댓말을 사용하는 방안은 학교의 일상문화를 바꿔가는 데 매우 효과적인방법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더이상 학교와 사회가 붕괴·낙후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 학교는 이제 아이들이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 하기보다 풀어주면서 다시 아이들을 끌어들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10대에게도 자신이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실력을 기르는 동시에 개인을 존중하는 공존의 질서감각을 갖고,자신을 시장의 노예로 전락시키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당부한다.야간 자율학습이나 두발 자율화 등에 대해 학교의 어른들과 협상하라고 촉구한다. 21세기 학교를 만드는 작업을 더이상 늦출 수는 없다. 김주혁기자 jhkm@
  • [편집위원 칼럼] 인문학의 위기 뒤집어보기

    인문학의 위기가 또다시 공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최근의 논의는 2001년도 서울대 박사과정 정시모집에서 정원미달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빚으면서 불거졌다.역대 최저 경쟁률을 보인 이번 서울대박사과정 모집에서 인문대는 0.65대 1로 7개 단과대중 최하위의 미달사태를 기록했다. 이에앞서 지난 10월말에는 인문학자 200여명이 인문학의 위기 타개를 위해 대정부선언서 채택이라는 단체행동에 나서 주목됐다. 이들은 시장논리를 대학사회에까지 확산시킨 정책당국을 비판하며 인문학의 육성지원을 소리높이 외쳤다.서울대의 경우 최근 교수들이 사회대등과 함께 기초학문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얘기를 들어보면 인문학은 정말 고사직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어떤 분야는 후진마저 끊길까 걱정된다.오죽하면 학술진흥재단에서 ‘학문보호종’까지 지정해 명맥을 유지토록 하고 있을까. 그러나 인문학 위기론에는 반론도 만만찮다.우선 인문학 위기론은‘강단(講壇)인문학’의 위기론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다.인문학 위기론이 일제히 터져나온 것은 교육부의 대학지원 정책인 ‘두뇌한국(BK)21’이 시작된 것과 때를 같이 한다.대학지원의 조건으로 모집단위의 광역화,즉 학부제 모집이 제시됨에 따라 시장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철학,문학,사학등 인문관련 학과들이 위축받게 된 것이다.튼튼했던 대학인문학과의 ‘밥그릇’이 흔들렸고 좀더 구체적으로는 해당학과 교수들의 ‘자리’가 위기에 처한 것일 뿐 ‘인문학’의 위기는 과장 또는 호도된 용어가 아니냐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인문학의 위기를 말할 때 어디까지가 그 대상학문이 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이를테면 우리 역사나 문화연구를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한다.하지만 어떤 어문학과의 경우,그 나라에 있는 자국어의 어문학과 학생보다 한국의 전공학생이 더많다면 그 구조는 ‘위기’를 겪어야 당연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러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의 위기론에는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있다.‘인문학이 죽어야 인문정신이 산다’는 역설적 명제 때문이다.사실 몇개 대학몇개 과가 존폐위기에 있다고 해서 우리 지성사가 금세 몰락할 일은 없다.오히려 학부제가 되면 학문간 장벽이 없어지고 창조적인 발상과 지적 접촉이 일어나 자유롭고 신선한 학풍의진작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창적인저술활동을 펼치는 몇몇 ‘독립’ 인문학자들의 모습에서 미래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의 죽음’이 곧 ‘인문정신’의 회생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그러기에는 최근 우리 사회의 인문정신의 피폐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모두가 ‘돈 되는 일’과 ‘먹고 쓰는 일’이 최대 관심사일 뿐 인간 본연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일은 안중에 없는 게 요즘의 세태다.세계를 강타한 신자유주의 물결은 모든 사회적 가치를 경쟁력과 속도와 물질로써 재단케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심지어 문화분야에까지 정책 결정잣대에 경제성이도입됐다. 영화 ‘쉬리’ 한 편의 경제효과가 소나타 1만1,657대의 생산효과와맞먹는다며 영화진흥정책이 제시되는 상황에서는 인문학 종사자들마저‘인문정신’의 앞날에 물음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최근 열린 한 문학심포지엄에서 나온 여러 작가들의 발언은한가닥 굳건한 희망을 갖게 한다.우리가 진정 걱정하고 북돋워 줘야할 것은 이런 마음들이 아닐까. “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단 한때라도 문학이위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위기에서 하는 것이 바로 문학의 숙명이다.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하는 문학 그 자체가 나는 좋다”(이순원) “궁극적으로 문학은 교과서와 아카데미즘과 관제 캠페인의 외곽에서부활의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불온하게,소리없이,주변에서,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고독하고 우아하게 버티면서”(김영하). [신연숙 위원] yshin@
  • 원로들 국정쇄신 ‘苦言’/ “믿음 상실이 위기 본질”

    사회 각계 원로들은 15일 국정쇄신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 “할말이 많다”며 고언(苦言)을 쏟아냈다.이들은 한결같이 “국민들이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본질이므로 무엇보다 신뢰감을 갖도록 해야 개혁이 성공한다”며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처방들을제시했다. ◆국정운영 쇄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달라져야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김창국(金昌國) 대한변협회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문제해결이 쉽다”면서 “모든 것을 원칙에입각해 풀어나가면 못 풀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김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걸맞게 폭넓고,평화를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유치송(柳致松) 전 민한당 총재는 “대통령은 사람을 잘 써서 일을맡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각 부처 장관들이 소신행정을 펼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길(金知吉) 목사는 “우선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도록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쌍방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주의를 벗어난 인사정책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백기완(白基玩)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지역이기주의를 아우를 새로운 각오가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개혁 정책 국정안정을 위해 국민들의 경제불안 심리를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원로들은 입을 모았다.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는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난국이라는 소리가 높다”고 진단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의 해결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국민들의 협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남 전 총리는 “결론적으로 제2의 환란은 오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그러나 저 성장,물가고,국제수지 악화의 대가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전망했다. 유치송 전 총재는 “정부가 정책혼선을 빚으면서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의 때를 놓쳤다”면서 “일선 행정기관부터 변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기완 소장은 “정부의 개혁의지가 상실해가고 있다”며 “흔들림없이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관계 복원 김재순(金在淳) 전 국회의장은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가까워져야 하며 여야 두 총재가 허심탄회하게 만날 때 국민들이 안심한다”고 역설했다.유치송 전 총재도 “여야 총재가 만나는데 무슨 국제회담 하듯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느냐”며 “수시로 만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지길 목사도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야당에 협조하고 보람을 찾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향후 여야관계의 방향을 제시했다. ◆대북정책 채문식(蔡汶植) 전 국회의장은 “통일이라는 말에 눌려말은 않고 있지만 남북관계의 변화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사실”이라며 대북정책 추진에 앞서 국론을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순 전 의장은 “남북문제에 있어서 보다 야당의 이해를 구하려했다면 국론이 분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진경호 이지운기자 jade@
  • 각계 원로들 ‘국정쇄신’ 제언

    각계 원로들은 최근 국정 난맥상을 극복하기 위해 여야 정치 지도자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상호 신뢰의 풍토를 조성하고 개혁의지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국민들도 어느 정도 고통을 감내하며 개혁에 동참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기 대권 문건’과 ‘청와대 경내 총기사고’ 등을 둘러싼 여야간 소모적 정쟁(政爭)을 중단하고,민생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질책도 빠뜨리지 않았다. 특히 원로들은 “대통령이 당초 약속한 대로 민의를 적극적으로 수렴,국정쇄신을 위한 일대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각계각층의 인재를 고루 등용해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고,남북문제를 둘러싼 공동체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줄 것도 아울러 호소했다. 남덕우(南悳祐) 전 국무총리는 15일 “모든 문제의 해결은 정부의위기관리능력과 국민들의 협조에 달려 있다”고 정부·국민간 ‘혼연일체’를 강조했다. 김창국(金昌國) 대한변협회장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의 무게에 걸맞은 국정운영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갖도록 해야 개혁이 성공한다”고 선(先) 신뢰회복을 주문했다.김지길(金知吉)목사는 “우선 각계 각층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도록 당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제,“이를 위해 쌍방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들은 국정 정상화의 단초를 여야의 초당적 협력에서 찾았다.정치불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국회 파행을 바로 잡기 위해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고,야당도 여당을 포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순(金在淳) 전 국회의장은 “그동안 민주당이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데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뒤 “민주당총재인 김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머리를 맞대고 난국의 해법을 찾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 마음이 놓일 것”이라며 영수회담을 난국 돌파의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유치송(柳致松) 전 민한당 총재는 “위기극복은 대통령의 힘만으로되지 않으며,야당 사람을 비롯해 국민 지지를 받는 사람을 개혁정책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채문식(蔡汶植) 전 국회의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한 견해를 아우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피력했다.백기완(白基玩)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주요 인사에서 지역주의를 탈피하고,지역 이기주의를 녹일 수 있는 김 대통령의 각오가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구 이지운기자 ckpark@
  • [기고] 부시 행정부 외교정책 전망

    지난 한달여 동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미국 대선은 우여곡절끝에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지금 우리의 관심을끄는 문제는 미국의 대·내외 정책의 변화다.대외정책 가운데 부시행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 등 ‘전환기에 처한 국가’와의 관계다. 부시 행정부는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인정,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러시아의 다당제와 시장경제 출범에 만족한 반면 부시는 러시아가 정치·경제적 진전을 이룩해야 한다고 믿는다.특히 미·러 탄도미사일(ABM) 협정의 조정과 전반적인 전략무기 감축 및 확산 방지에 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라기보다 경쟁자임을 강조한다.중국이 탄도미사일,대양 해군,장거리 전략공군에 투자해 온 점에 유의한다.인권과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대량 살상무기 확산에 연계됐다고 본다.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다소 강경한 입장을 띠며 중국을 과거보다 더 잠재적인 위협세력이자 수정주의 국가로 인식한다.남중국해에서 타이완과 큰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만약 미·중 두 나라의 이익이 상충할때는 강력히 대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을 괴롭혀 온 핵 및 미사일 확산과 이라크,이란,북한 등 테러 관련 국가에는 강경 대처할 것이라고 공언한다.한반도문제는 한국과 긴밀하게 상의할 것을 거듭 다짐한다. 미국의 전반적인 외교안보 구상은 미국의 지도력,강화된 국방력,동맹국과의 협력 등이 핵심이다.클린턴 행정부는 국제 위상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도 지도력이 유약한 것으로 비쳐졌다.새 행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비전을 가진 행동,우선순위를 가진 행위,그리고 목적을 가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수년간 국방비 감축으로 인한 군사력의 부작용을 고치기 위해 준비태세 강화,무기체계 개선,훈련의 질적 향상,급여 인상 등을 고려한다.동맹에 관해서는 대서양공동체를 위한 나토(NATO)의 역할,중부 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문호개방,인도와의 관계 강화,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유럽연합(EU)이 내부지향적 경향을 띠지 않도록 노력하고 러시아의 경제부활을위해 여타 선진국 및 국제기구들과 함께 건설적으로 관여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일본에 대한 무역역조를 시정하고 일본이 세계경제 운영에서의 엔진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할 전망이다.중국에는 국제무역기구(WTO) 가입 후 신중상주의 행태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중국의 개방,투명성,민간기업의 성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WTO의 다자간 협상채널과 관련해 제조업 분야의 관세와 쿼터가 삭감된 것에 비춰 농업,서비스,반(反)트러스트,소비자 보호,환경,노동,규제 등에 한층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공화당 행정부의 출범은 세계 정치에 커다란 함의를 갖고 있다.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세계평화와 안정,국제경제 발전을 위한 미국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다.동아시아의 평화,한반도 문제의 원만한 해결,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제거와 개방,순조로운 남·북한 관계,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한국은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야한다. 유찬열 덕성여대 교수
  • 불후의 명작 혹은 불멸의 희망

    언젠가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고야 말겠다고 옹골찬 꿈을 꾸지만 남자(박중훈)는 지금 에로비디오나 찍는 삼류 감독일 뿐이다.꿈 하나만믿고 기죽지 않는 남자가 여자(송윤아)를 만난다.여자의 현실 역시재능이나 꿈에 비한다면 초라하기만 하다.소설가가 되고싶지만 당장은 어린 스타의 출세기나 대필해주는 무명 시나리오작가다. 심광진 감독의 데뷔작 ‘불후의 명작’(제작 시네마서비스)은 마케팅까지 다 합쳐 21억원쯤 들인 ‘소품’이다.은유가 넘실대는 제목과는달리, 실제 영화의 소재나 주제도 큰 욕심은 없어보인다. 아이디어는 있으되 글재주도 돈도 없는 남자 ‘인기’는 유명 영화감독이자 선배인 명준(황인성)의 주선으로 시나리오 작가 ‘여경’을소개받고 괜찮은 시나리오 한편을 만들어낸다.먼 희망에 기대어사는닮은꼴의 두 청춘은 그렇게 별 곡절없이 호감을 키워간다.오랜만에어깨힘을 뺀 박중훈의 코믹연기가 간간이 포인트를 찍어줄 뿐,중반까지는 틀에 박힌 통속멜로다. 영화의 초점이 멜로에만 맞춰진 게 아니었음은 한참 뒤에나 눈치챌수 있다.인기가 믿었던 선배에게 자신의 시나리오를 가로채이고,여경이 명준을 사랑했다고 고백할 즈음부터 영화는 좌절과 희망 사이에서급류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영화의 주제어는 ‘사랑’보다는 ‘희망’쪽에 더 가깝다. ‘희망이란 인간에게 주어진 영원한 삶의 채무’라고 역설하느라 감독은 퇴락한 삶의 모습들을 의도적으로 집어넣은듯하다.인기에게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에로배우나,인기의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변두리 서커스단 이야기가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그들은 뚜렷한 메시지를 주진 못한다. 지나치게 강조된 멜로에 가려져버렸다.관념적 낭만에만 치우친 느낌도 아쉽다.예컨대 남녀주인공이 다시 희망을 찾기까지 내면의 갈등을좀더 부각했더라면 훨씬 반듯해지지 않았을까. 24일 개봉. 황수정기자
  • ‘부시 美행정부의 과제와 한반도 정책방향’ 긴급 좌담

    제43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오랜 진통 끝에 마침내 결정됐다.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벌인 물고 물리는 지루한 법정 공방은 미국 사회에 내재된 여러 문제점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계기가 됐다.보수 성향의 공화당 정권 탄생은 앞으로 한·미관계,북·미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부시 행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국내외 과제들과 한반도정책의 방향을 긴급 좌담으로 짚어본다. [정태익 대사] 사상 유례 없는 법적 공방을 거치면서 미국 대통령의리더십은 커다란 상처를 받았습니다.부시 당선자는 국내 정치 및 국제 사회에서 초강국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안게 된 것이지요.따라서 그동안 흩어진 국론을 통일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대외관계보다 국내 정치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전 교수] 저는 다른 시각에서 봅니다.국민들로부터 완전한 위임을 받지 못한 부시 입장에선 다루기 힘든 내치보다 상대적으로 편한국제문제에 치중할 것이란 얘기지요.특히 부시는 전통 공화 색깔이아닌 온건 공화 노선으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했습니다.취임 후 공약대로 정책을 펴나간다면 전통 공화당으로부터,다시 정통 보수주의로 회귀한다면 의회는 물론 국민적인 반론에 직면할 것입니다.이 점에서부시 행정부 초기엔 대외정책이 우선시될 것이고 부시의 참모진 구성도 대외정책에 강한 면면들입니다. [함성득 교수] 역대 소수파 대통령이 그랬듯 부시는 취임 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정권 인수기간 한 달을 잃어버린 영향도 클 것입니다.그러나 부시는 텍사스주지사를 지내며 입증했 듯 초당파적 리더십을 발휘할 능력이 있는 정치인입니다.1952년이래 처음으로 백악관 장악과 동시에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를 유지하게 됐다는 점도 부시에겐 커다란 힘이지요.아직 구성하지 않은 국내 참모진에 민주당 인사를 상당수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대선과정의 상처 봉합 차원입니다. [김 교수] 이번 선거는 92년 선거결과와 비슷합니다.그때도 빌 클린턴 당선자는 정통 좌파 민주당 색채에서 벗어나 중도 성향을 보임으로써 승리했습니다.취임 직후 진보적 색채를 띤 정책을 펴 처음 100일 동안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했습니다.부시 행정부는 92년 클린턴의실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지요. [정 대사] 맞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당 노선에 따라 일사분란하게움직이지 않고 이슈에 따라 초당파성을 보이는 경향이 많습니다.따라서 부시 당선자가 의회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또 의회 설득 능력을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어렵지 않게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다고봅니다. [김 교수] 이번 대선 법정 공방을 계기로 선거제도에 대한 전면적인검토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선거제도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함 교수] 그러나 선거제도 자체가 바뀌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단지 투표 기계나 용지 등 기술적인 문제를 검토하는 선일 것 같습니다.이것도 부자 주(州)는 별 문제가 없고,60년대 기계를 그냥 사용하고있는 못 사는 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선거인단제도는 사실 매력적입니다.기본정신은 중우(衆愚)정치를 막자는 것이고 건국 초기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균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이론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직접투표로 할 경우 인구수가 많은 뉴욕,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유권자들만 찾는 폐단도 있지요. [김 교수] 여성과 유색인종 등 민주당 성향 사람들과 대도시 사람들이 직접투표를 원하는 게 사실입니다.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만큼 제도 자체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스터트 의장이 거론하고 있는 선거제도개혁위도 투표 용지 등 기술적 문제에 국한된 것같습니다. [정 대사] 이제 외교정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지요.클린턴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적극 개입한 중동외교는 사실 실패했습니다.국제무대에서도 미국의 리더십 회복은 새 당선자의 과제입니다.부시 행정부 대외정책 색깔은 취임 후 5∼6개월 동안 각국 수반들의 방문을 받은 뒤 드러날 것입니다. [함 교수] 지난 10월 부시측 한반도정책팀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그들은 현 국무부의 대북정책 방법론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북한의 미사일 영구 포기가 전제된뒤 대북 유화책이 있어야 하고,궁극적인 목적도 군축으로 이어져 결국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국무부의 직업 외교관을 불신하는 경향이 강해 보스워스 현 주한 미 대사 후임으로는 직업 외교관은 임명하지 않을 것이란느낌도 받았습니다. 한반도정책의 전반적인 강경화를 예고하는 것입니다. [정 대사] 공화당이 대북 강경 입장을 취할 것이란 주장에는 이해가갑니다.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초는 페리 보고서이고 궁극 목적은 ‘세계 평화’입니다.그런 점에서 현재 미국과 한국이 함께 추진 중인 개입정책(Engagement policy) 이외의 대안은 없습니다. 다만 내년 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한국 방문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있은 뒤 11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의 분명한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 대통령 답방에서 두 정상이 어떤 합의를 이뤄내느냐에 따라 미국 정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데 강경정책 예단은시기상조인 것같습니다. [김 교수] 사실 어느 쪽으로 공이 튈지는 알 수 없지요.부시 당선자는 사실 공약에서 한반도정책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없습니다.다만 러시아와 중국관계에서 클린턴 행정부보다 긴장 상태로 들어설것임을 암시하긴 했습니다. 이 경우 한국의 주변 환경은 악화된 것으로 봐야 하지요.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정책 의도와 결과는 반대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對)소련 강경정책을 펼친 레이건 행정부에서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ALT2) 같은 획기적인 군축을 이뤄냈던 것은 좋은 예입니다. [정 대사] 부시 행정부는 전통 동맹관계 협력을 강화해나가고,국제문제 개입을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이때는 오히려 한반도문제에서 남북한이 주도적 역할을 할 기회로도 작용할 것 같습니다. [김 교수] 만약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취한다면 대미(對美)줄다리기 외교에서 북한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 정부로선 대북 접근이 오히려 용이한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우리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함 교수] 가장 근사한 시나리오는 1월20일 전에 북한으로부터 핵과미사일에서 확고한 보장을 받은 뒤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하고 김정일위원장의 한국 답방에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뤄내는 것입니다.이 경우부시 행정부로서도 정책 수행에 큰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겠지요. [정 대사] 부시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는 아까 말했 듯 국민들의 지지확보이고, 이를 위한 급선무는 불안한 조짐을 보이는 경제의 연착륙입니다.따라서 국내 이익에 우선,대 유럽 및 아시아 강경 통상정책을실시할 것이라고 봅니다. [함 교수] 사실 부시의 외교안보팀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인재풀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경제 분야입니다.불경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세금 감면외에는 아무런 대안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거론되는 경제 참모들의 능력도 문제로 지적됩니다.분명한 것은 의회가 2002년 중간선거를의식,강경한 무역보호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지요. [정 대사] 해외시장 개방 압력이 강화될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것 같습니다.공산품은 이미 장벽이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이경쟁력 우위를 보이는 농산물에 압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유전자 변형 농산물,바나나 등 대 유럽 통상 마찰도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따라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뉴라운드를 바로 실시하자며 나설 것이고 중남미자유무역지대 창설 등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합니다. [김 교수] 미국은 유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다 상승세가 꺾이는국면에 들어섰습니다.통상정책은 미 경제의 바로미터인데 실업률이높아지면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이 대두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노조가떠들면 대외 무역수지가 항상 희생양이 됩니다. 역대 정부의 정책을 볼 때도 공화당 시절 대외 통상 압력이 심했습니다. [정 대사] 이번 대선은 국제적인 교본처럼 돼온 미국의 민주주의에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미 민주주의의 힘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선거 후 한달이 넘게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혼란보다는 법을 통해 모든 것이 논의되는 사회를 보여준 것이지요. 양 후보 전체 득표수가 거의똑같이 나온 것은 미 사회가 보수·진보로 갈려 있다고 보기보다는 양 후보의 중도정책이 내세운 결과 때문이라고 봅니다.한 달여를 끌어온 공방에서 여론 조사결과 60∼70%는 누가 돼도 상관없다고 응답했습니다. [함 교수] 헌정 위기론도 대두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876년공화당 러더포드 헤이스와 민주당 셰무얼 틸든이 맞붙은 대선에서도선거인단 자격 시비로 취임 이틀 전에야 당선자가 결정됐지만 국정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미 정치 풍토는 누가 당선되든 취임후 몇개월,즉 초기에는 초당파적으로 새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확립돼 있습니다.취임 후 부시 지지도는 60∼70%까지 올라갈것으로 보입니다. [김 교수] 그렇습니다.국론 분열은 언론의 표현일 따름이고 연방대법원도 사실은 공화파가 7명,민주파가 2명인데 지난 9일 수검표 판결은7 대 2가 아니라 5 대 4였습니다. 플로리다주대법원도 공화당 성향은2명이지만 앞서 판결은 4 대 3이었지요. 이것이 미국 사회라는 생각입니다. 정리 김수정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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