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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케팅만 더 받쳐준다면 ‘관광 한국’ 신기루 아니죠 / 소피텔 앰배서더 총지배인 더글러스 바버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촛불시위가 한창이어서 외출하기가 무서웠습니다.작년에 월드컵이 열린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었습니다.하지만 조금 지내보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입가나 눈가의 미소로 외국인을 환대하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달초 호텔리어 생활 꼭 30주년을 맞은 더글러스 바버(53·캐나다)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총지배인은 한국 생활이 90일 조금 넘었다.195㎝에 100㎏이 넘는 거구여서 위압적으로 보일듯도 하지만 세련된 매너에서 30년 관록이 묻어났다.그는 지난 73년 캐나다에서 호텔리어 생활을 시작,유럽의 여러 도시와 홍콩을 돌다 지난 3월 서울에 부임해왔다. ●호텔리어 30년… ‘박덕우’란 이름도 지어 그는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무척 애쓰는 듯 보였다.건네준 명함의 뒤쪽에는 박덕우(朴德優)란 한국식 이름에 한자까지 달았다.한국말은 아직 서투르다.‘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반갑습니다.’등 인사 정도다.홍콩 출신 부인 에드린 바버가 한국말을 더 빨리 배울 것같다.그녀는 9월 이화여대의 한국어학당에등록할 예정이다. 급격한 세대교체로 50대가 설 땅이 좁아진 우리의 현실에서 그에게 호텔리어 30년 장수의 비결을 묻지 않을수 없었다.“특별한 노하우나 마법(magic)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단지 일을 즐겼을 뿐입니다.행운도 따랐구요.” 도전 의식도 강조했다.도전은 그의 일관된 좌표같아 보였다.“고교때 미식축구 선수로 뛸때 혹독한 훈련을 통해 도전 의식이 생겨난 것같아요.”30여년전 당시 그는 모교를 내셔널챔피언에 올려 놓았고,미국의 13개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수비수였는데 방방 날라 닉네임이 ‘붐붐’이었지요.” 하지만 캐나다 사스캐치완대학에서 경제학과를 마친 약관 23살때 캐나다의 내셔널호텔에 입사,호텔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이후 괼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그는 지난 3월 26일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해 왔다.당시엔 이라크전 파병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됐다.“전 캐나다 국적이지만 외모는 미국인이나 똑같잖아요,솔직히 말해서 서울 광화문일대를 지나다니기가 겁났지요.” ●올림픽·월드컵 치른 저력 눈으로 확인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돌아다닐 여유가 생겼다.광릉수목원과 강화도,한국민속촌,인천 전등사,이천 도자기마을 등을 다녀 왔다.“서울에서 1∼2시간만 나가니 바로 교외였지요.너무나 아름다워요.같은 곳이라도 초봄에 갈때와 지금 가보니 분위기가 너무 달라 전혀 다른 곳에 간 듯했습니다.” 그의 한국 예찬은 끝이 없었다.“시외곽이나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이 말은 비록 안통해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이런 것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한국의 저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텔업계는 요즘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지난해와 비교하면 형편없고,외환위기때 보다 더 힘들다고도 한다.이라크 전쟁도 있었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탓이 더 크다. 는 “한국은 사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데도 사스의 최대 희생자”라며 “안전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관광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관광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직접화법을구사했다.“한국은 외국 관광객 유입을 위한 노력이 태국이나 싱가포르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외국관광객 유치 노력 부족… 안타까워 사스가 주춤한 이때에 한국이 ‘공격적’ 관광정책을 펼쳐야 하며,지금이 최적이라고 역설했다.당장 북미와 유럽에 관광 프로모션을 열어야 가을부터 관광객이 올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었다.이같은 확신에는 호텔리어 30년에서 나온 감각도 있지만 서울에 오기 전 14년동안 홍콩의 관광 정책에 깊이 간여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홍콩에서 공항 매니저 연합회 회장,마케팅 투어리즘 태스크포스 회장,호텔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한다면 관광이 활성화 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고,서울 한복판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다.조금만 나가면 아름다운 교외가 펼쳐져 있고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도 관광 재산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의 집은 호텔이다.정원이 딸린 주택이 좋지만 턱없이 비싸고,아파트 생활을 할 바에야 호텔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그러면서 소피텔에는 장기 투숙객을 위해 ‘아파트형 객실’이 있다고 은근히 자랑했다.세탁기와 간단한 취사도구도 물론 갖춰져 있다.부인은 그가 호텔이 집인 것이 좋으면서 싫은 눈치다.문밖이 바로 직장이어서 남편의 출근 준비가 간단하지만 사생활 보장이 안되기 때문.멀리 떨어져 사는 외동딸에게 그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캐나다에서 대학에 다니는 딸에게 매일 전화하고,음성녹음 남기고,이메일로 안부 전하고….“내년 여름 한국에 오기로 약속했지요.” 취미는 골프.한국에선 자주 못할 것으로 보인다.한국에서 딱 한번 골프장에 나갔는데 예약이 힘들고,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캐나다 중서부의 2000명이 안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세계를 도는 호텔리어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바버.서울 생활에 대해 “언제 덮을 지 모르는 인생의 책에 새 장을 막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
  • [길섶에서] 신바람

    흔히 ‘신바람’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신이 나 활력이 넘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 신바람을 맞이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직장인들은 으레 하던 일이 잘 안되면 제 탓이 아니라 남의 탓,회사 탓으로 둘러댄다.“신바람이 나야 일을 해먹지….”하는 푸념들이다.이 말은 일을 성심이 아니라 ‘월급값’하느라 마지못해 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누구나 ‘신바람 나는 회사’,‘신바람 나는 사회’를 외친다.서울대 이면우 교수는 ‘W이론을 만들자’에서,전 문화부장관 이어령씨는 ‘그래도 바람개비는 돈다’에서 신바람론을 역설했다. 신바람이 나면 일의 능률이 오르는 것은 상식.알아서 일 한다는 것,그것이 신바람이다.따지고 보면 신바람은 자기가 일으키는 것이지 남이 주는 게 아니다.신바람은 내 몸 속에,내 마음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신바람 나는 회사나 조직을 만드는 것도,못 만드는 것도 나다.신바람을 내는 자(者)가 나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이건영 논설위원
  • [씨줄날줄] 落花

    DJ정부의 2인자였던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구속 수감은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케 한다.그는 18일 밤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기 직전 “꽃잎이 진다고 해서 바람을 탓하지 않겠다. 다만 한잎 차에 띄워 마시면서 살겠다.”고 했다. 한국 근대정치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대 정권의 2인자들은 어김 없이 수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5공시절 경호실장을 지낸 장세동씨,6공의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씨,그리고 문민정부에서 ‘소통령’이라는 별칭을 들었던 김현철씨.그들은 모두 재임기간에 최측근에서 대통령을 모시면서 위세를 떨쳤지만 다음 정권에 들어서는 감옥행을 피하지 못했다. 박지원씨도 마찬가지다.그는 지난 1983년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시절 재미 동포 사업가로 만난 이후 91년 귀국해 뒤늦게 DJ사단에 합류했다.당시 평생을 동고동락한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많았지만 그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빠른 판단력으로 DJ식 사고에 일찍 눈을 떠 DJ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다.DJ집권 후에는 청와대 대변인,문화관광부장관,정책기획수석,정책 특보,그리고 임기 말에는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승승장구했다.남북정상회담의 특사를 주무부서가 아닌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맡긴 것은 그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신임이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준다. ‘리틀 DJ’로 통하는 그도 자신의 앞날을 예견했던 것일까.그가 특검에 불려가기 며칠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식사를 함께하자며 그를 동교동 자택으로 불렀다.그러나 그는 혹시라도 특검 수사의 와중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 김 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게 될까봐 가지 않았다고 한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 저허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 일제 말에 감시망을 피해 강원도에 숨어지낼 때 지은 ‘낙화(落花)’라는 시다.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사는 적막함과 망국한을 노래한 것이다.지는 꽃의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비애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감옥에 들어간 박 전 비서실장이 ‘지는 꽃’에 실어보낸 권력의 무상함이 진하게 전해온다. 염주영 논설위원
  • ARF 이모저모 / “北 NPT탈퇴 철회를” 아세안 의장성명 채택

    |프놈펜(캄보디아) 김수정특파원|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0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내용을 놓고 22개 회원국과 북한간 신경전이 벌어졌다.쟁점은 제7항에 들어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철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조 재개 문제.오전 회의 내내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에 핵은 있어선 안된다.”는 강경 분위기를 반영,의장인 캄보디아의 호르남홍 외무장관은 이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이에 강력 반발했다. ●북한의 성명 문안 삭제요구 무산 북한 허종 대사는 의장 성명내용에 NPT 등의 문구가 들어가자 “북한의 NPT 탈퇴조치는 스스로 한 게 아니며 미국의 대북 압살 적대시 정책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의장성명에서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이에 대해 호르남홍 의장은 “모든 나라가 이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성명 채택을 강행했다.대신 북측 허종 대사가 회원국들 앞에서 “북한은 7항 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밝히는 선에서 회의가 종료됐다.원래 ARF 의장 성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것이지만 북한의 이날 발언은 회의록에 기록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IAEA사찰 다시 받아라” 회원국 강경 회의에 앞서 빌 그레이엄 캐나다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NPT 체제로 복귀하고 IAEA 사찰관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히는 등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관련,대북 압력에 아세안(ASEAN)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한 미국에서부터,각국 입장이 반영된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중국 입장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으론 미묘한 차이도 보였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다자회담이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함께 북핵 불용 및 평화적 해결 원칙 입장을 재강조했다. 북·미 양측은 이날 미국의 대북선제 공격 실체와 회담을 매개로 공방을 벌였다.북한에 대해 “있지도 않은 미국의 대북공격을 구실로 삼는다.”고 한 파월 장관의 대북 언급에 대해 허종 대사는 “파월 장관이 핵공격 의사가 없다고 한 것은좋은 일이나,워싱턴에서는 다른 의사도 나오기에 양자회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파월은 앞서 양자회담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다자틀 속에서 각국은 자유롭게 자국 입장을 개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납북 피해자를 귀환시킬 것,그리고 나머지 납치자 문제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면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밝히면서도 북핵 관련 당사국의 모든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crystal@
  • 기고 / 잔인한 달 6월이여

    미국의 시인 T S 엘리어트는 시 ‘황무지’에서 메마른 땅을 뚫고 솟아나오는 여린 새싹들을 보고 생명의 역동성에 경탄한 나머지,역설적으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우리나라에서도 채 피어나지 못한 청년학도들이 독재에 항거하다가 쓰러져간 4·19학생혁명이 있었으니,4월은 잔인한 달임에 틀림없다.들풀 같은 민중이 군사독재의 폭압에 맞서 싸운 5·18광주민중항쟁을 생각하면 5월 역시 잔인한 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달은 6월’이라고 주장하고 싶다.전 국토가 초토화한 민족상잔의 6·25 하나만으로도 가장 잔인한 달이 되기에 충분하다.또 최루탄과 페퍼포그,돌멩이와 화염병이 거리에서 캠퍼스에서 난무한 6월시민항쟁이 일어났던 달이기도 하다. 작년 6월에는 월드컵 축구로 온 나라가 들끓는 중에,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키워드는 꿈과 감동이었다.서로가 서로에게 꿈과 감동이 되고,그것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전 국민과 해외교포들의 마음까지 동시에 휩쓸면서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다.6월은 그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던,월드컵 개최 1주년을 맞는 달이다. 며칠 전에는 신효순·심미선양 사망 1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앞 등 전국 곳곳에서 그들을 추모하는 촛불행진이 벌어지기도 했다.그만큼 6월은 겹치는 희비와 다양한 사건들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표출되면서 나라 안이 온통 들끓고 있다.민주당은 신주류와 구주류의 신당을 둘러싼 기싸움으로,거대야당 한나라당은 새로운 당대표 선출과정에서의 당권 경쟁으로 뜨겁다.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는 경제상황과,파업으로 치닫는 노사 문제 역시 뜨거운 현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자포자기만 할 것은 아니다.우리는 어떠한 고난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부지런하면서도 뜨거운 민족성,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기,그리고 다이내믹한 신바람의 무서운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이념과 지역,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월드컵 4강 신화를 쟁취한 우리가 아닌가.그렇기 때문에 곳곳에서 돌출하는 이런 불협화음들을 아우르면서 우리의 염원인 자주평화 통일을 성취해 낼 능력과 지혜를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적한 시골 산길에서 미군 장갑차에 치여 안타깝게 희생된 두 여중생은 우리의 잠든 의식을 일깨운 아름다운 들꽃이 되었다.반전 평화,민족자주의 수천만 개의 촛불로 찬란하게 부활했다.그만큼 우리는 슬픔까지도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을 지닌 민족이다.슬픔과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길과 마당을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힘을 길러왔다. 다양한 의견의 스펙트럼과 첨예한 계층적 이익의 대립을 중화시키고 조절할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을 키워왔다. 위기와 국난의 고비마다 어김없이 일어나 나라와 공동체를 앞으로 밀어 나아가게 한 위대한 우리 민중의 저력을 믿자.약한 듯 하지만 강하고,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생생히 나타나는 지혜로운 우리 국민의 힘을 믿자. 1년 전 우리는 국민의 하나된무서운 모습과 힘,붉은악마의 힘을 보지 않았던가.열정과 꿈과 감동의 붉은악마 정신으로 오늘의 이 고난과 갈등을 이겨내자.상생과 화합과 감동의 새로운 세계를 활짝 열어젖히는 계기로 삼자. 김윤호 백두산문인협회 회장 명예논설위원
  • “개발규제 피해 이젠 보상해야”용산구청장 ‘보상론’ 화제

    박장규(사진·68) 용산구청장이 지역개발의 당위성에 대해 ‘보상론’을 펼쳐 화제다. 관내에 국가 공공부지가 많아 상대적으로 불편을 감수해온 주민들에게 대가를 줘야 하고,자신도 관내에서 4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주민들의 덕을 봤기 때문에 사회환원 차원에서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17일 “관내에 미군 부지가 98만평,철도 부지 30만평,국방부 부지 30만평 등으로 공공부지가 전체 면적 700만평(21.87㎢)의 30% 이상 차지한다.”면서 “또 남산 조망권을 이유로 후암동·용산2가동·이태원동 일대에는 5층 이하만 건축을 허용함으로써 개발에 큰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상업지역이 6.5%인 반면 녹지는 무려 41%나 되는 형편에 어떻게 지역발전을 꾀한다고 나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대학 때 용산에서 일자리를 얻었던 경험을 듣고 그는 이런 논리로 지역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시장은 “대학 때 이태원에서 서빙고까지 건설폐기물을 리어카로 실어날라 학비를 벌었는데(용산이)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규제 등 불편을 참아온 주민들에게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설득전을 폈고 성과는 컸다.덕분에 한강로 국제업무·상업단지 건설계획이 구체화돼 3∼4년 뒤면 30∼80층짜리 고층빌딩이 늘어선다. 송한수기자 onekor@
  • 청소년음악회 서울 편중 탈피를 / 예술의전당 국책공연장 역할 아쉬워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청소년음악회’가 이달에는 21일 오후7시30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성공적으로 정착한 프로그램인 만큼,이른바 ‘국책공연장’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음악회는 1990년 이후 14년을 이어왔고,올해는 7차례나 열리는 데도 언제나 화제를 모은다.이달에도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티켓은 대부분 팔려나갔다.뛰어난 기획력 때문이다. 우선 고정 출연진의 면면이 화려하다.음악회 TV중계에 자주 나서는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피아니스트 박은희가 해설자로 나선다.정치용이 지휘하는 코리안 심포니도 붙박이다. 연주회 시작전 열리는 로비 콘서트의 비중도 결코 가볍지 않다.이달에는 강창우가 이끄는 올라 비올라 사운드가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비올라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낭만시대의 거장들’.4월엔 슈베르트,5월엔 멘델스존을 섭렵했다.6월은 ‘쇼팽과 리스트’.청소년들에게 인기있는 피아니스트 김대진을 내세우는 것도 의도적일 것이다.신예 피아니스트 현영주도 나선다. 게다가티켓값은 어른 1만2000원,청소년 7000원으로 내용에 비하여 싸다.묵직한 기업의 협찬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달에도 성공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소년 음악회의 성공을 두고 예술의전당은 “국책공연장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증거”라고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역설적으로,거듭 성공할때마다 아쉬움도 비례하여 커진다.‘고정 팬’이 많은 서울보다 문화적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이런 음악회는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차례 공연에 그치지 말고,이런 기획력을 지역 문화공간과 청소년들의 욕구에 연결하는 것이 어떨까.생선도 한마리는 비싸지만 열마리라면 반값에도 주는 법이다.그래도 부담이 크다면 규모는 조금 줄여도 좋을 것이다. 애써 개발한 좋은 프로그램을,많은 지역 문화공간에 값싸게 공급하는 역할을 예술의전당이 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서동철기자 dcsuh@
  • ‘太古와의 대화’ 글씨에 오롯이…/ 김광업 ‘문자반야의 세계’전

    한국 서예사에서 근현대는 사숙을 통한 기법중심의 도제식 교육과 공모전이 지배한 시대다.공모전은 전문적인 서예가 집단을 만들어내며 한국 서단을 이끌어 왔지만 늘 심사의 부작용과 작품의 질 문제가 뒤따랐다.그것은 특히 국전심사가 몇 사람에게만 독점되면서 노골화됐다.이 공모전 시대에 작가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란 공모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측에 순응하거나,아니면 극단적으로 저항하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가는 것 뿐이었다. 운여(雲如) 김광업(1906∼1976)은 이런 시대의 한복판에서 제3자적 입장의 ‘마이 웨이’를 고수한 서예가이자 전각가,화가였다.그렇기에 그의 작가적 개성은 ‘공모전의 무덤’에 묻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일부터 7월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운여 김광업의 문자반야(文字般若)의 세계’전은 베일에 가린 운여의 방대한 작품세계를 전면 재조명하는 자리다.은ㆍ주시대의 금문(金文)과 갑골문,진ㆍ한시대의 와전문,해서와 행·초서,대자서(大字書)와 파체서(破體書),전각등 각 장르의 작품들이 250여점의 자료와 함께 전시된다. ●갑골·금문·전각등 250점 재조명 운여는 애초부터 글씨로 세속적인 부와 명예를 얻으려고 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본업이 안과의사로,생활에 여유가 있기도 했지만 글씨를 그 자체로 즐겼다.그에게 있어 글씨란 ‘오심재태고(吾心在太古)’란 말처럼 역사와 대화하고 태고의 마음을 건져 올리는 통로였다. 운여의 글씨는 시류와는 거리가 멀다.생경한 인상의 그의 글씨는,공모전이나 사숙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인 것과는 획질이나 결구부터 다르다.전서를 비백(飛白)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행서의 필획으로 구사하는가하면,해서와 행서의 경우 잘라내도 좋을만큼 필획을 지나치게 길게 늘인다.그런가하면 한 화면에 전서,예서와 전각의 장법(章法)이 섞여 등장하기도 한다. ●석정스님과 교유… 불교관련 작품 많아 서울 영락교회 장로였던 운여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시대의 선지식이자 불화의 1인자로 꼽히는 부산 선주산방의 불모(佛母) 석정스님과 유달리 가까웠다.두 사람은 석정이 없었다면 운여가없었고 운여가 없었다면 석정이 없었다고 할 만큼 나이와 종교를 뛰어넘어 각별한 교분을 나눴다.이들은 운여가 197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고할 때까지 20년에 걸쳐 서로의 작품에 대한 눈밝은 비평가 구실을 했다.이번에 선보이는 ‘운수유유(雲水悠悠)’는 둘 사이에 오간 편지 봉투에 쓴 작품.이밖에 ‘원상(圓相)’‘입불이문(入不二門)’‘범정탈락 성의개공(凡情脫落 聖意皆空)’‘천상천하 유아독존’등 불교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운여의 전각세계는 매우 특이하다.그의 전각예술은 상식을 깨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그는 대추나무,대나무 뿌리,돌 등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닥치는대로 새겼다.전각하면 보통 정방형을 떠올리기 쉽지만 운여는 둥글면 둥근대로 모나면 모난대로 각재의 인면(印面)에 글자를 집어넣었다.그렇게 평생 새긴 각이 몇 가마니는 족히 될 만큼 그는 전각예술에 심취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세속사에 담담하면서도 언제나 세상을 너그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던 운여의 서격(書格)뿐만 아니라 인격까지도 접할 수 있다.(02)580-1511.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포럼] 왜 투쟁공화국인가

    2003년 6월16일. 매각반대 총파업투쟁을 선언한 조흥은행 노조원 7224명은 이날 직장이 아닌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흥은행 일괄 매각 방침을 재천명하는 한편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에 반발해 오는 20일 강행 예정인 연가투쟁을 앞두고 이날부터 철야농성과 단식수업에 돌입했다.이틀 전 공식 출범한 ‘안티 전교조’ 단체인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은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벌이면 대응집회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조흥은행 노조와 전교조 투쟁 결의 외에도 철도노조와 건설레미콘운송노조의 총파업 결의,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하투(夏鬪) 선언 등 이익단체들의 투쟁 구호가 봇물처럼 쏟아졌다.그밖에 스크린쿼터제 축소 여부,새만금사업,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체결 등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개혁의 칼날이 겨눠졌던 재계조차도 ‘경제 위기’를 빌미로정부를 흔들고 있다.‘돈 보따리를 풀 테니 나를 옭아매려는 동아줄(재벌 개혁)을 버려라.’라는 흥정 카드를 들이밀고 있다.이에 개혁 지지론자들은 “정부가 위기론을 앞세운 재계의 전략에 휘말려 ‘성장’이라는 마약에 다시 빠져들려 한다.”며 경제팀의 물갈이론을 소리높여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넉달이 채 되지 않아 이 땅의 모든 이익단체들은 정부를 상대로,또는 상대방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된 것처럼 비친다.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구호가 횡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선량한 게임룰 제정자 및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개성이 강한 각 부처 장관이 ‘나홀로 정책’을 고집하면서 이익집단들에게도 투쟁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또 두산중공업·철도노조·화물연대 파업사태 등을 거치면서 목소리만 크면 더 얻어낼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도 심어줬다.게다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의 잣대를 불신한다.자신들에게 들이대는 잣대의 눈금은 더 촘촘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불신은 재벌개혁을 둘러싼 논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개혁론자들은 ‘물이 말랐을 때 우물을 수리해야 한다.’며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10년 전 김영삼 정부가 ‘신경제 100일’이라는 ‘성장 마약’에 취했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맞은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개혁 논리다.하지만 재계는 환자에게 무작정 외과수술을 단행하다가는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체력부터 보강해야 한다는 보신론으로 맞서고 있다.수술을 할 때 외과전문의(개혁론자) 외에도 내과나 마취과 등 수술에 참여하는 나머지 전문의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의 중심축이 이처럼 좌우로 흔들리고 있음에도 정부는 중심을 잡기는커녕 함께 요동치는 듯이 비치고 있다.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의 최대 애로요인으로 정부 정책 불신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을 때 일본 도몬 후유지가 개혁을 소재로 다룬 역사소설 ‘불씨’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후유지는 또 다른 개혁 역사소설 ‘51대 49’에서 주인공 쓰구노스케의 말을 빌려 개혁을 이렇게 표현한다.“매사에 내가 결단을 내릴 때 주변의 상황은 항상 51대 49였다.찬성과 반대는 2표 차이일 뿐이었다.그래도 나는 결단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참여정부’라는 명칭에 걸맞게 참여의 장은 최대한 펼쳐주되 필요한 순간에는 ‘51대 49’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우 득 정 논설위원 djwootk@
  • 당권주자 6명 부산서 첫연설회 / 순회유세전 닻올린 한나라

    “무주공산의 한나라당,깃발을 꽂아라.”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6룡의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가 정치 격전지 부산에서 닻을 올렸다.부산·울산·경남의 4만여 대의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유세전이 뜨거웠다. ●“대통령은 나를 두려워 한다”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후보들은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저마다 신당 바람을 잠재울 적임자,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후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강재섭 의원은 “노 대통령은 노쇠한 야당을 원하며 신당놀음도 그 일환”이라며 50대 지도자론을 내세웠다.이에 최병렬 의원은 셔츠 차림으로 나와 “젊은 대통령을 뽑은 결과가 뭐냐.”면서 ‘386 코드론’을 비판한 뒤 “노 대통령을 견제할 힘은 오랜 공직경험과 경륜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대선 전 자신의 ‘필패론’이 부담이 됐는지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됐어야 하는데 여권의 정치공작에 희생됐다.”면서 ‘창사랑’ 지지자들의 마음에 다가섰다. 후보들은 노 대통령의 정상외교,‘공산당’ 발언 등에 일제히 공세를 퍼부으며,선물거래소 부산 이관 등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이재오 의원은 “노 대통령이 부패를 청산하지 않으면 임기를 보장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국정참여론·세대교체론 맞불 서청원 의원은 “부산·경남(PK)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많이 빼앗겨 한 많은 PK가 되었다.”면서 “기왕 PK출신이 됐으니 잘해 달라 했는데 지금 어떠냐.”며 국정참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내각구성권을 갖는 것이 들러리라는 비난에는 “총리나 해 먹자는 수작이라는데 우리가 자민련이냐.”며 “그렇게 생각이 빈곤하냐.소아병적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김덕룡 의원은 “대선에서 두 번씩 지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권력을 나누어 먹자고 구걸하느냐.”며 서 의원을 겨냥했다.이어 “영남 중진은 물론 수도권 소장파까지 안고갈 수 있는 사람은 본인뿐”이라며 개혁과 덧셈 정치를 주장했다. 부산 출신인 김형오 의원은 “우리 당 지지자들의 자녀가 우리 당을 찍지 않는데 무슨 미래가 있느냐.”면서 젊은 리더십을 강조했다. ●세 대결 응원전 치열 시·도지부와 지구당에서 공식 동원한 대의원만 4000명으로 각 캠프에서 부른 사람까지 합치면 7000명은 넘어 보였다.4500여 좌석의 구덕 체육관이 넘쳐나 자리잡기 신경전도 있었다.40∼50대가 주류인 가운데 한쪽에선 티셔츠를 맞춰 입은 30여명의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빨강,파랑색의 부채를 흔들며 지지자를 연호하는 ‘부채 응원’도 자리잡았다.피켓이 금지되면서 지난해 한 후보측이 부채를 대용 소품으로 내놓자,이번엔 다른 진영도 벤치마킹했다는 후문. 아직은 이렇다할 유력주자가 없이 국민적 흥행에는 미흡한 원내 제1당의 대표 경선.그러나 이날만큼은 대선 패배 후 침체에 빠진 당을 살리자는 열기가 대단했다. 부산 박정경기자 olive@
  • [씨줄날줄] ‘안티 전교조’

    사회의 크고 작은 권력에 대해 아래로부터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21세기적 현상으로 ‘안티’운동을 들 수 있다.주로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기에 아무리 소수의 의견이라도 손쉽게 동조자를 끌어모을 수 있고 저항의 대상 또한 기업에서부터 정치인,연예인까지 다양하다.명예훼손 등을 내세워 이를 억압하려는 기도도 있지만 사회의 성숙과 시민의 권리 확보에 짠 소금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평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반대하는 ‘안티 전교조’ 시민단체 ‘교육공동체시민연합’(교시련)이 생긴다고 한다.내놓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전교조에 대항할 시민단체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역설해온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가 상임공동대표로 내정됐고 창립선언문에서 ‘특정 교직단체’의 ‘편향적 의식화’교육을 비판하며 ‘민주적이고 조화로운 교육공동체’ 회복을 내세운 데서 ‘안티 전교조’적 성격이 충분히 읽힌다. 4명의 전직 총리와 4명의 전직 교육부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단체의 태동을 보며 두 가지 생각에 잠긴다.우선,‘안티’의 대상이 될 정도로 ‘권력화’혐의를 받고 있는 전교조.10여년 전 출범 당시 전교조는 체제의 억압을 받았지만 참교육과 교단의 민주화란 대의 명분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그러나 합법적 지위와 우호적 정부의 우산 아래 툭하면 학생들의 학습권을 압박 수단으로 들고 나오는 오늘날의 행태는 교육자단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이익단체와 다를 바 없이 비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교시련이 내놓은 ‘교육공동체 회복’이란 명분의 진정성.이상주 대표 내정자는 지난 3월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이래 ‘사사건건 교육개혁에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자기모순적 집단’‘전교조는 하이에나 떼와 같다.’는 등의 감정 섞인 독설을 쏟아 왔다.그는 특히 지난 5월 교단갈등 해소를 위한 교장단회의에서는 전교조를 ‘증오심에 불타는 투사’들로 몰아붙여 교단 갈등을 오히려 조장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교시련의 ‘안티’성이 교육공동체 회복의 역할을 할지,교단 분열이나 보수·진보 힘겨루기의 또 다른 양상으로 확대될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시민들은 더이상 교단이 분열의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기를 원한다.전교조도 ‘안티 전교조’도 ‘참교육’이란 공통분모를 내세웠다.그 실천을 시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신연숙 논설위원
  • “이대론 공멸” 최후카드 / 민주신주류 탈당 시사 안팎

    민주당 신주류측이 집단탈당을 통한 독자적인 범개혁신당 창당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11일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민주당 신주류는 줄곧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와 신당창당을 주장했지만 전략부재와 추진력 미약으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그러나 이번에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세는 세대교체 신주류측이 신당창당 방침을 굳힌 것은 “민주당을 혁명적으로 리모델링하든,아니면 통합신당을 하든 호남지역당의 한계를 털어내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참담한 패배를 하게 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라고 한다. 6개월 가깝게 신당창당을 외치면서 기존 민주당표의 분열을 우려,결단을 못하면서 신주류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이런 행태가 유권자들에게는 역설적으로 ‘구태정치 재현’으로 비쳐져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는 게 신주류측의 자체진단이다. 신당에 대한 지지여론이 대북송금 특검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압박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등으로인해 출렁거렸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여론의 대세는 변화와 세대교체여서 민주당이나 신장개업으로는 이런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여망 담아내 신당 성공한다 하지만 신당추진세력들 내부에는 성공을 확신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기류가 여전하다.이런 기류를 반영,신주류 핵심권인 민주당 이호웅·이미경·천정배 의원과 개혁국민정당 김원웅·유시민 의원 등은 이날 내심은 어떻든 집단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청와대 핵심부는 집단탈당이 임박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만 신당이 ‘노무현당’이 되어선 안 된다는 인식도 확산 중이다.노무현당으로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흡수할 수 없고,사당화되기 때문에 신당은 명실상부한 ‘21세기형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자민련도 신당영향권 여권 신당이 노무현당이 아닌 21세기형 정당을 지향할 것으로 알려지며 한나라당과 자민련도 신당바람 영향권에 진입하는 기류다.김부겸 의원이 전날 범개혁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비쳤고,다른 개혁파의원도 ‘정계빅뱅’ 가능성을 예상했다.개혁당 김원웅 의원도 “단기간내 민주당 탈당사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나라당 경선 이후 내분이 일 것이고,그것이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춘규 김상연기자 taein@
  • 범개혁파 세몰이 신당 예고탄되나

    제도 정치권 밖의 개혁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개혁신당 창당을 위한 세몰이에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은 민주당의 신당창당 논의가 신·구주류간 이해관계 때문에 제자리를 맴도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치개혁대회서 신당 건설 선포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이철 전 의원과 국민의 힘,희망 네트워크 등 재야·개혁세력들이 주축인 ‘범개혁신당 추진운동본부 준비모임’은 10일 저녁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900명이 참석한 가운데 ‘6·10 정치개혁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범개혁신당 건설을 선포했다. 대회에는 개혁당 김원웅,민주당 배기선·정동영,한나라당 김부겸·김홍신 의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6월 항쟁 정신으로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신당관련 발언에 신중하던 정 의원은 “민주당은 개혁적 신당으로 갈 것임을 말씀드린다.”며 개혁신당 등장의 필요성을 강조,주목됐다.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 회원자격으로 참석했다는 명계남씨는 “안티조선을 선언하는 순간 대통령이 보장된다.”며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함께 병행해야 함을 역설했다. ●민주당내 창당 중대변수 가능성 행사를 주관한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 공보팀 관계자는 이달말까지 전국 227개 지구당 조직을 정비하고 연말까지 신당창당 작업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추구하는 신당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그 성격을 엿볼 수 있다.이들은 “범개혁세력이 하나된 단일개혁정당은 부당한 지역주의로부터 제공받은 어떤 기득권도 단호히 거부하고 진정으로 참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정당,정당운영의 민주적 절차와 양성평등으로 대변되는 현대적 가치가 철저히 구현되는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같은 단일개혁정당이 탄생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내 신당창당 작업이 구주류 반발로 주춤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신당추진파 내부에서조차 견해차이로 진전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다양한 정치세력간의 이해관계 조정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준비위원회측이 당초 부산 정개추 소속 정윤재 위원장을 공동 상근간사로 발표했다가 정 위원장의 반발로 이름을 뺐다는후문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오피니언 중계석/ 대구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인가

    홍덕률 대구대 교수는 대구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가장 심각하게 집적되어 있는 비극의 도시라고 주장한다.그가 생각하는 대구는 ‘껍데기 선진국의 위험도시’에 불과하다.그래서 “대구는 각성하라.”고 외친다.그러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대구에는 희망이 있고,대구 시민이 떠안아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 있다.”고 말한다.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표출되는 곳에서 해법이 찾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홍 교수의 ‘대구,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해법인가’에는 대구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을 통렬한 비판이 담겨있다.계간 ‘문학과 경계’ 여름호에 실려있는 그의 글을 요약한다. 192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는 250만 대구 시민에게 던진 절규였다.절규를 또다시 외면한다면 대구는 한 줌의 희망조차도 가질 수 없는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무엇을 어떻게 각성하고 어떻게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첫째는 대구의 동맥경화증이다.가장 심한 부위는 정치권이다.대구 정치권에서는 혈액순환도 신진대사도 안 된다.중앙정치에서는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대구정치에서는 없었다.늘 일당독재였다.정치적 지향과 이념이 다른 정당들간의 경쟁과 교체가 없었다.정당 내 혁신도 있을 리 없다. 둘째는 동종교배의 후진적 관계구조다.지역 국회의원만 한나라당 소속인 것이 아니라,지방자치단체장도 그들을 견제할 지방의원도 온통 한나라당이다.정치·행정분야만이 아니다.지역의 유력 언론이나 대학,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견제와 비판이 없다.건강한 문제 제기는 늘 허공에서 맴돈다. 셋째는 ‘수구병’이다.대구의 지배집단은 이념적으로 매우 수구적이다.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공유해 온 산업화 이데올로기와 냉전의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다.기존 질서에 대한 맹목적 집착,변화에 대한 저항,현실 안주 등이 대구의 지배집단이 앓고 있는 증상들이다. 대구의 정치,행정,경제,언론,대학에 포진하고 있는 지배집단은 이념적으로만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학연의 고리와 연고주의도 심각하다.예컨대 학교 선후배,고향 선후배,그리고 같은 가문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하고 서로봐준다. 연고주의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대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다른 많은 병들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먼저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토론은 없고 집단 내의 끈끈한 정과 소인배식 의리만 판친다.존경받는 어른을 찾기 힘든 것도 연고주의와 무관치 않다. 연고주의는 지역사회 전체의 활력을 죽게 만든다.잘 나가는 연고집단은 활력이 넘치지만,잘 나가지 않는 연고집단은 불만과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공적 조직은 분열되고 힘을 잃는다. 토론과 어른과 활력이 없는 3무(無)의 도시,공(公)은 없고 사(私)만 판치는 도시,술집의 작은 방은 꽉꽉차지만 토론회나 공청회는 늘 썰렁한 도시,지시나 훈계는 넘쳐나지만 정작 토론은 없는 창백한 도시,한 다리만 건너면 두루두루 닿는 연(緣)이 부담스러워 공식적 비판마저 말라버린 도시,이것이 연고주의 문화가 만들어낸 대구의 부끄러운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대구의 문제는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대구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이 가장 중층적으로 집적된 도시일 뿐이다.‘대구병’의 진단과 처방을 국가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첫번째 처방은 대구 정치권의 전면적 혁신이다.일당 독재구조,수구이념 일색인 정치와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청산되어야 한다.둘째는 지방정부,셋째는 지역 언론,넷째는 지역 대학의 혁신이다.다섯째는 시민의식의 혁신이다.언론과 대학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지역시민의식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민의식의 혁신은 다시 지역 정치권과 지방행정의 혁신을 강제해 내는 힘으로 작용해야 한다.파괴적인 지역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열린 애향심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대구가 국가권력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중앙주의도 이제는 벗어던져야 한다. 정리 서동철기자 dcsuh@
  • 盧 “통일 천천히 돼도 좋다”

    도쿄 곽태헌특파원|일본을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일본 민영방송인 TBS에 출연,한반도의 구체적인 통일 시기에 대해 “평화를 확고히 하고 번영을 이뤄나가면 정치적 통일은 천천히 돼도 좋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4면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동시통역을 통해 일본 전역에 방송된 ‘한국의 대통령-솔직하게 직접 대화’라는 특별 프로그램에서 “남북문제는 이념적·논리적·법적으로 풀려고 하면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 어느 때인가 통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전쟁은 미사일 몇개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북한은 한국보다 약하고 일본보다는 훨씬 약하다.”면서 “사실과 다르게 너무 불안하게 생각하고 위기감을 가지면 적대감이 생기고 잘못 충돌해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일본 국민을 설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도쿄의 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 참석,“한·일 투자협정 교섭과정에서 일본 기업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보였던 것이 노동관계 조항으로 알고 있다.”면서 “더 이상 불법과 폭력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과거 한국에 투자한 일부 일본기업이 노사문제로 철수해야 했던 아픈 사례에 대해 듣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겠으며 불공정한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법과 원칙을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tiger@
  • 근소세 인하안 “빈익빈 부익부?”/ 재경부 ‘Go’ 민주당 ‘Stop’

    고소득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정부의 근로소득세 감면안에 대해 민주당이 ‘빈부격차 해소’ 취지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 주목된다. 8일 민주당 관계자는 “재정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소세 감면안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재분배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민주당은 재경부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그런가하면 한나라당은 “올해부터 근소세 감면을 소급 적용하자.”며 시행시기를 계속 문제삼고 있다.재경부는 특정계층 차별은 조세 형평에 어긋나고,소급 적용도 곤란하다며 난색이다. ●세금감면액,저소득층 3만원·고소득층 45만원 재경부가 마련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급여 3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의 소득공제율은 소득구간에 따라 각각 5%포인트씩 상향 조정된다. 즉 연급여 ▲500만∼1500만원 이하는 45%→50%▲1500만∼3000만원 이하는 15%→20%로 확대된다.이렇게 되면 이들 계층의 세금은 4인 가족 기준으로 3만∼20만원까지줄어든다. 문제는 연급여 3000만원을 초과하는 계층도 ‘어부지리’로 세금감면 혜택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3000만원 초과 계층의 소득공제율(5∼10%)은 종전과 같지만 저소득 구간의 공제율이 넓혀짐으로써 결과적으로 수혜를 보는 것이다.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이면 3000만원까지는 저소득층과 마찬가지로 확대된 공제율을 적용받는다.그 결과 연봉 2억원 이상의 세금 감면액은 최고 45만원으로,연봉 2000만원대 저소득자 감면액의 4배를 뛰어넘는다.재경부가 한사코 고소득자의 세금 감면액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해서다. ●민주당,재경부에 개선방안 요청 민주당 관계자는 “서민을 위해 마련한 대책이 현행 누진세율 체계로 인해 결과적으로 부자들의 혜택을 더 키운 셈이 됐다.”면서 “빈부격차 해소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개선안을 마련해줄 것을 (재경부에)요청했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고소득자의 경우,3000만원 이하 소득에 대해서도 확대된 공제율이 아닌 종전 공제율을 적용하자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특정계층차별은 행정 편의적 발상 세제실 관계자는 “소득공제율 확대로 고소득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예외 조항을 통해 특정계층의 수혜를 배제하면 조세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 근간도 흔들린다.”고 주장했다.고액 연봉자 중에는 외국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개방화·세계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또 절대액수로 보면 고소득자의 세금 감면액이 훨씬 많은 것 같아도,실제 세금 경감률로 따지면 저소득층은 15∼27%인 반면 고소득층은 0.2∼0.4%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저소득층의 세금감면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해 공제율을 더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세수 감소의 규모가 너무 큰 점을 들어 검토 대상이 못된다고 일축했다.재경부 관계자는 “이런 사정을 민주당측에 충분히 설명했으며,당도 수긍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정부안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올해부터 소급 적용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올해 임금인상 추이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연말에 국회에 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내년 1월 시행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한편 한나라당 나오연 의원은 이날 연소득 3000만원 이하 근로자에 대한 근소세 소득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소득공제율 조정안은 재경부의 안(案)과 같다. 안미현기자 hyun@
  • 안보없이 경제발전 어려워 韓美관계 더욱 공고히 해야 / 다음달 27일로 정전협정 50주년 맞는 백선엽 장군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83세의 백선엽(白善燁) 장군은 지금도 ‘전우∼’의 노랫말을 정확히 외운다.만주군 활동,빨치산 토벌대장,6·25때 낙동강 다부동 전선 사수와 평양 최선봉 입성,살아 있는 전설의 백전노장 등등.파란과 곡절의 세월만큼 뒤따르는 수식어도 많다. 노(老)장군은 매년 이맘때면 회한과 상념에 빠져든다.숱한 아비규환이 담긴 흑백필름이 어김없이 그의 뇌리속을 때린다.먼저 간 전우의 얼굴이 생각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슴을 쥐어짜는 통한을 뼛속 깊이 느껴보기도 한다.때론 국립묘지로 달려가 동료의 이름을 목놓아 불러보기도 한다. 노장군에게 이유를 묻자 “너희들은 잘몰라.산자의 몫을 망각해서는 안되지.”라고 알듯말듯 말꼬리를 흐린다. 다음달 27일이면 6·25전쟁 정전협정 50주년을 맞는다.핑계삼아 노장군에게 정중히 인터뷰를 요청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뜰에서 만났다.시계바늘을 50여년 전으로 돌렸다. ●잊지 못할 요정 래봉장 51년 7월10일 오전 10시.개성의 99칸 한옥 요정인 래봉장(來鳳莊).정전협정을 위한 첫 테이블이 마련됐다.미 극동군해군사령관 조이 제독(중장)이 남측 수석 대표,백선엽 소장이 한국측 대표로 참석했다.북측에서는 남일 조선인민군참모장과 이상조 조선인민군전선사령부 참모장,덩화(鄧華)조선인민지원군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적과의 첫 만남,서로 총부리를 겨눈 대치상황 때문인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첫 대사는 “회담은 하되 전투는 계속된다.”는 조이 제독의 말이었다. “래봉장은 99칸의 기와집이었어.일부는 파괴돼 있었고 멀쩡한 칸은 공산군 간부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더군.서로 싸움질하다가 만났기 때문에 으르렁대는 냉랭한 분위기였지.북측은 북쪽에,남측은 남쪽 테이블에 앉았는데 말이야,북쪽 테이블이 남쪽보다 약간 높았어.신경이 쓰이더군.그래서 아군측 테이블 깃발의 높이를 약간 높이 세웠더니 그들도 금방 높이더군….” 이후 회담에는 백선엽,이형근 소장에 이어 육군참모차장 유재흥 소장 등 5명의 한국군 대표들이 차례로 참석했다.회담 장소도 개성 래봉장에서 판문점으로 옮겨졌다. 백 장군은 “당시 회담에 참석해 보니 남일 수석대표는 중공군의 눈치를 자주 봤다.”면서 “모택동이 회담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주은래가 물밑 외교작전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아이젠하워와 담판 승부 휴전회담이 한창이던 1953년 5월 백 장군은 미국을 방문했다.51년 제5순양함대 사령관으로서 함포사격을 지원했던 미 해군성 전략기획국장 알레이 버크 제독을 만났다.버크 제독과는 래봉장 휴전회담 대표였던 인연도 있었다.그는 백 장군에게 “아이젠하워의 휴전 방침은 이미 굳어졌다.아무리 이승만 대통령이 반대해도 안된다.”고 여러차례 귀띔했다.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어떤 보장을 얻어 내지 못한다면 한국의 장래는 위태롭다고까지 했다. 내친 김에 백 장군은 이튿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단독 면담했다.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나의 선거 공약”이라고 말했다.백 장군은 “그렇다면 안보와 경제발전을 담보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그러자아이젠하워는 월터 스미스 국무차관을 만나 협의해 보라고 대답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렇게 해서 출발했지.그러나 미국은 휴전 이전에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 공산군측이 휴전협상을 결렬시킬 것을 우려했어.귀국후 이승만 대통령에게도 이같은 분위기를 전달했더니 매우 흡족해하셨지.그해 6월25일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인 월터 로버트슨이 한국에 특사로 파견돼 한·미방위조약에 대한 세부 사항을 이승만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협의하게 됐지.” ●“주한미군 철수주장은 언어도단” 최근 일부에서 제기하는 주한미군 철수문제에 대해 노장군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뒤 “어찌 안보보장없이 경제발전이 가능하고 또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노장군은 또 “요즘처럼 어려울수록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 해야 한다.”면서 “부시 정부는 자국의 청년들이 해외에서 더이상 피를 흘리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그는 또 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는 철수 전단계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생한 북한어선의 NLL 침범에 대해서도 “북한의 저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인데 꽃게니 뭐니 운운하고 있다.”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무장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노장군은 1920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났다.평양사범,만주군관학교,군사영어학교,1사단장,군단장,육군참모총장,한국군 최초의 육군대장을 지낸 전쟁 영웅이다. 노장군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운동,강연,외부인 접견 등 어느것 하나 마다하지 않는다.주한미군 관계자들과 만나도 통역없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며 기억력도 뛰어나다. 최근에 노장군을 상징하는 몇몇 행사가 있었다.지난 5월6일 ‘백선엽장군 리더십상’을 주한미군에서 제정했다.5월18일 노장군은 메릴랜드 한국분교에서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과 함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내가 5년전 6·25전쟁 50주년기념사업회위원장을 맡아 지금까지 많은 일을 했지.다음달 27일 전쟁기념관으로 와.27m높이의 한국전쟁기념탑 준공식이 있을 거야.건강? 특별한 거 없어.일찍 자고,웃으며 사는 거야.마누라 해주는 밥 잘 먹고….” 김문기자 km@
  • “심리치료사가 환자 성질 돋우네”/ 美서 2주간 1위 ‘성질죽이기’

    화를 돋우면서 성질을 죽이라구? 미국에서 개봉후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는 심리치료사가 외려 약을 바짝바짝 올리는 역설적인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주역은 더 이상 수식이 필요없는 배우 잭 니컬슨과,잘 나가는 젊은 코미디 배우 애덤 샌들러.두 배우의 대조적 캐릭터가 좌충우돌하면서 드라마를 웃음 속으로 끌고 간다. 애완동물 의상 디자이너 데이브 버즈닉(샌들러)은 소심한 성격.회사의 부당한 대접에도,자신의 여자친구에 군침흘리는 친구에게도 불평 한번 늘어놓지 않는다. 순하디 순한,양같은 그가 어느날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 화 한번 잘못낸 죄로 ‘성질 죽이기’란 판결을 받으면서 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데이브가 찾아간 심리치료사는 버디 라이델 박사(니컬슨).그는 성질죽이기를 가르치기는 커녕 온갖 방법을 동원해 화를 돋우기만 한다. 24시간 치료가 필요하다며 데이브 집으로 찾아와 연신 보여주는 엽기적 행동에,심지어는 여자친구까지 넘보는 등 사사건건 데이브의 신경을 건드리며 옥신각신다투기도 한다. 작품은 이런저런 올망졸망한 해프닝 속에서 재미있게 진행된다.‘총알탄 사나이3’으로 코미디 솜씨를 보여준 피터 시걸 감독은 우디 해럴슨(‘래리 플린터’) 등 개성파 배우들과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루돌프 길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을 카메오로 동원해 웃음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성질 죽이기’치료가 데이브 여자친구의 각본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 종결은 석연치 않다.한참을 웃었는데 왜 웃었는지,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느낌을 준다. 이종수기자 vielee@
  • “우리 국민의 주적은 바로 담배”/ ‘금연 전도사’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

    “‘주적’ 개념을 놓고 혼란이 있다지만,헷갈릴 게 없습니다.우리 국민의 주적은 바로 담배입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54) 원장은 널리 알려진 ‘금연 전도사’답게 인터뷰 처음부터 흡연의 폐해와 금연의 타당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담배 관련 통계 수치를 인용해가며 금연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0만명의 암환자가 새로 발생하고,6만명의 암환자가 사망한다.사망자 가운데 30%는 담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연간 1만 8000여명이 담배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는 설명이다.대략 따져도 하루에 50명이 담배로 숨진다는 얘기다.대구지하철 참사는 나흘에 한번꼴로,삼풍백화점 참사가 열흘에 한번꼴로 일어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26만명,전쟁이나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31만명(2000년 기준)인데 반해,담배와 관련된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은 무려 490만명(2002년 기준)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다 담배에는 69종류의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은물론 미량이지만 청산가리까지 들어 있다.담배는 독약이라는 게 박 원장의 지론이다. ●“담배 끊으세요”가 입버릇 박 원장은 사실 담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그는 대장암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요즘도 바쁜 일정 속에 하루 평균 1건의 수술은 직접 집도하고 있다.대장암에 걸렸던 가수 길은정씨도 그가 수술을 맡았다. 박 원장이 담배의 폐해에 대해 확실하게 눈을 뜬 것은 3년 전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후부터는 만나는 사람마다 담배를 끊으라고 권했다.특히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정치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노무현 대통령과도 담배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2001년 9월21일 모방송국 강연 때문에 광주행 항공기를 탔던 박 원장은 우연히 노 대통령(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당시 노동연구원 고위과정 동문이라는 공통점으로 대화를 시작하다가 노 대통령이 ‘흡연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박 원장은 20여분간 담배 폐해에 대해 역설했다.마지막으로 헤어질 때는 “앞으로 큰 일을 하려면 담배를 끊으시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3주 뒤인 10월14일 한국도로공사에서 열린 노동연구원 고위과정 동문 체육대회에서 노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나요?”(박 원장) “자존심이 상해서 끊었습니다.”(노 대통령)는 대화가 오갔고,노 대통령은 니코틴 패치를 붙인 팔뚝을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주변부터 차근차근 공략 금연구역을 늘려나가기 위해 박 원장은 주변부터 ‘공략’하고 있다.우선 직장인 일산 국립암센터는 원장 취임 초기인 2000년 5월1일부터 1만 3000평 모든 경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지난해 1월부터는 흡연자는 아예 직원으로 뽑지 않는다.올 1월부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선언을 받아 62%였던 흡연율이 지금은 0%(적어도 직장 내에서는)다. 또 지난해에는 KBS,SBS 등 방송국을 쫓아다니면서 드라마에서 흡연장면을 내보내지 말라고 요청해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올해는 신문에 흡연사진을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느라 바빴고,7개 신문사로부터 승낙을 얻어냈다.박 원장이 담배를 끊으라고 강권했던 사람 중에 가장 애를 먹인 경우는 의외로 3명의 사위다. 모두 박 원장의 서울의대 후배로,의사인 사위들이 문제였다.“너희들이 안 끊으면 다른 사람한테 담배 끊으라고 말하는 나는 사기꾼 소리를 듣는다.”고 ‘회유반,협박반’으로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최근 입대한 막내 사위가 논산 훈련소 6주 훈련 동안 금연에 성공,사위 3명 모두 ‘금연대열’에 동참했다. 박 원장은 아예 금연주의자로 태어난 사람처럼 보인다.평생 동안 담배의 유혹을 느껴본 적이 없는 특이 체질이기 때문이다.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끊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울고 웃지만 그는 “고등학교 시절 호기심으로 몇 모금을 빨아본 것이 전부”라고 말한다.악마 같은 담배의 유혹에 빠져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끊으라고 닦달하는 일이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뱃값 1만원으로” 담뱃값을 3000원대로 올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방침이 논란을 빚고 있지만 박 원장은 오래 전부터 1만원 인상을 요구해왔다.담뱃값 인상분으로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흡연자들의 건강증진에 쓰자는 얘기다. 흡연자들은 시기가 문제일 뿐 병들어 치료를 받게 돼 있는 만큼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짓고,흡연자들에게 의료혜택을 추가로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1만원까지는 못 올리겠지만,담뱃값이 비싸야 청소년이 쉽게 흡연의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박 원장은 담배는 마약처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관리하고,물가산정품목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빼놓지 않고 있다. ●담배,어떻게 끊나 흡연은 질병이므로 무조건 끊어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주장이다.고혈압,당뇨병이 치료를 요하는 질환인 것처럼 흡연은 ‘의존성 정신질환’이라는 것이다.“병을 고친다는 생각을 하면 못 끊을 이유가 없다.”며 “아무리 오래 피운 사람도 끊으면 담배를 필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글 김성수기자 sskim@ 사진 오정식기자 oosing@
  • 피붙이가 더 무섭다? 가족공포영화 붐

    돌아앉은 엄마의 등 뒤에서 아이가 다정하게 부른다.“엄마-” 여자에게서 돌아온 싸늘한 대답,“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오래전에 유행한 ‘괴담성 유머’다.그런데 최근 이런 것들이 국내 극장가에서 쏠쏠한 흥행소재가 되고 있다.이른바 ‘패밀리 호러’물이 줄을 잇는 것.지난달 30일 개봉한 ‘다크니스’부터.‘장화,홍련’이 두 자매와 새 엄마의 갈등으로 극적 효과를 노렸다면,이 영화는 가족갈등의 요인을 아버지에 둔다.오래 전 아버지에게 씌워진 저주의 굴레로,단란했던 가족들이 질서를 잃어간다는 줄거리. 가족간의 불신을 공포코드로 바꾼 ‘장화,홍련’이 공포영화 마니아들의 발길을 유인하는데 이어 박신양·전지현 주연의 ‘4인용 식탁’(8월 개봉예정)이 흥행 분위기를 이어갈 조짐이다.‘4인용 식탁’은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괴담.식탁에서 귀신을 목격하고 불안에 떠는 남자와,귀신을 볼 수 있는 신비한 주술능력을 지닌 여자가 엮는 오싹한 이야기다.‘장화,홍련’속 귀신이 옷장이나 싱크대,마루밑에 웅크리고 있듯 이 영화에서도 TV나 식탁 같은 집안의 노출된 공간이 늘 께름칙하다. 원혼과 저주 때문에 가족공동체가 극심한 혼란을 겪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은 포스터의 카피부터 역설적이고 도발적이다.“우리집에 놀러 오세요.”(장화,홍련) 가장 친숙하고 신뢰하는 대상인 가족에게서 공포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건 그 자체가 소름끼치는 일.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디 아더스’의 성공이 보여주듯 공포영화의 새 코드는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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