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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 “6자회담 진행중 남북정상회담 힘들것”

    盧 “6자회담 진행중 남북정상회담 힘들것”

    |런던·바르샤바 박정현특파원|노무현(얼굴) 대통령은 3일 새벽(한국시간)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파병 연장을 할 생각이고, 이라크 파병 연장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런던 다우닝가 총리관저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이 낮은 일에 정력을 기울여 노력하지 않는 게 현명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6자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은 적어도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이나,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팽팽한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별로 큰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이 그간의 제 입장이었고, 변함이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이날 한 인터넷신문과의 회견에서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너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특사파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상회담 적극 추진 의사는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과는 다소 궤를 달리해 관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은 또 전날 약 50분간 녹화해 이날 오전 방영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고, 국제사회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북한의 핵문제는 비교적 잘 관리돼 왔고 앞으로도 잘 관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라크 파병과 관련,“한국에서도 이라크 파병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국제평화 및 안정의 유지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점에서 한국군은 계속적으로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3일 런던을 출발,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해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jhpark@seoul.co.kr
  • 65세 열혈남아 ‘헌혈 정년식’

    “마음 같아선 아직도 헌혈을 더 해도 될 것 같은데….” 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지하철 2호선 서면역 문화광장에서는 이색적인 헌혈 정년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부산적십자 혈액원 다회헌혈 봉사회 회원 이영건(65)씨. 이씨는 만 65세 이상은 헌혈을 할 수 없다는 혈액관리법에 따라 이날 생애 마지막 헌혈을 하고 동료와 시민들의 축복속에 조촐한 정년식을 가졌다. 이씨는 지난 62년 3월 첫 헌혈을 시작으로 이날 마지막 헌혈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43회의 헌혈을 했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비공식 횟수까지 합치면 이씨의 헌혈은 178회에 이른다.143회는 60대 연령에서는 전국 최다 헌혈이고, 정년식을 치른 것도 전국 처음이다. 이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제때 하지 못할 정도로 피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각박한 세태를 실감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의 아픔을 제 아픔으로 여기고 봉사하는 베풂의 마음씨를 가꿔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겨울철마다 혈액부족으로 고심해 온 부산지역은 올해도 헌혈자가 크게 줄어들어 혈액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혈액원 관계자는 “부산지역에는 군부대가 없어 혈액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혈에 의존해야 하지만 헌혈자가 적어 번번이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혈액을 빌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②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정인학 교육대기자 실전논술] ②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한편의 논술문을 습작하기로 한 논제는 ‘중국의 고구려 왜곡을 비판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쓰라.’는 것이다. 이미 서울신문 홈페이지 ‘2005 실전논술 지상강의’에 올라 있는 글(가)를 토대로 하고 글(나)와 (다)를 배경 지식으로 활용토록 함으로써 실제 대학입시의 패턴을 원용했다. 논술문을 작성하려면 먼저 제시문으로 주어진 관련 글을 읽고 전체적인 얼개를 짜야 한다. 따라서 제시문을 읽어 가되 서론, 본론, 결론이라는 체계적인 틀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시문을 읽을 때에는 그 의미를 파악하고, 글의 구조도 함께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흔히 독해라고 한다. 제시문을 독해할 때에는 작은 주제별로 문단을 나누고 각각의 문단에서 그 문단의 주제로 요약될 수 있는 핵심 단어나 구문을 따로 표시해 놓는 게 효율적이다. 핵심 단어나 핵심 어구는 문단별 소주제 파악에 유용하고 논술문 작성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 제시문 독해 글 (가)는 지난 3월1일 공식 출범한 고구려 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인 김정배 교수의 인터뷰 기사다. 지상 강의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각 문단별로 일련 번호를 붙여 놓았다. 글(가)를 근간으로 읽어 가면서 문단별 주제와 핵심 단어, 구문을 집어내는 한편 글(나)와 (다)에서 관련된 내용을 발췌해 실제 논술문 작성을 위해 필요한 논거를 확충하려 한다. (1)번 문단에서 핵심 단어는 동북공정으로 중국이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사로 만들려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의 국가기관인 사회과학원이 중심이 되어 한반도와 맞닿아 있는 동북 지역을 역사·문화적으로 중국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이들 지역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로 둔갑할 수 있는 점이다. (2)번 문단은 고구려사 왜곡이 빚는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역사를 그 역사를 일궈낸 사람들의 총체적 문화의 기록으로 보지 않고 역사가 이뤄졌던 지역의 기록으로 보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주장대로라면 고구려는 초기에는 지금의 중국 땅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중국의 역사가 되며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했으니 고구려 영토였던 북녘은 중국 땅이 된다는 궤변을 지적한다. 마치 로마의 유적이 프랑스에 있다고 해서 로마가 프랑스의 역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고구려사는 중국의 역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이다. (3)번 문단은 (4)번 그리고 (5)번 문단과 함께 뭉뚱그려 이해하는 게 좋다. 모두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억지를 짚고 있기 때문이다. (3)번 문단은 중국의 패권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글(다)의 (4)번 문단을 보태서 다시 새기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공존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맹주로 군림하려는 역사적 터를 닦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4)번 문단에선 고구려사를 왜곡해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속셈을 분석해 내고 있다. 역시 글(다)의 (2)번 문단 내용을 더해서 생각하면 동북공정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국제 쟁점화해 감성적 애국주의를 부추겨, 개혁 개방 이후 흐트러진 사회주의적 결속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6)번 문단부터는 고구려연구재단의 활동 방향을 소개하면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맞서는 개략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역사의 연구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한국 역사의 요체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7)번과 (8)번 문단은 (6)번 문단에 이어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에 대응해 우리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고구려사 연구에 진력할 것을 강조한다. 글(다)의 (5)번 문단을 참고하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는 역사 연구의 저력을 배양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구려가 우리 민족의 국가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역사학은 물론 언어학, 고고학 등 인문학을 총동원하여 학술적으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글(가)에서는 간과했지만 글(다) (6)번 문단에서 내세우고 있는 고구려사를 비롯한 국사 교육의 강화를 논점으로 추가할 수 있다. 제도권 교육에서 선택과목으로 밀어낸 국사 교육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해야 한다.‘열린세상’으로 서울신문에 글(다)를 집필한 목원대 도중만 교수는 국사 교과서는 ‘국민의 집단기억’이라며 역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다시 글(가)로 돌아오면 (9)번 글에서 한국 역사의 대외 홍보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유네스코를 비롯해 외국의 연구기관 그리고 대학에 한국의 연구결과를 바로 알려 고구려가 엄연한 한국의 고대국가였다는 공인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문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뿌리를 찾는 작업으로 북한과의 학문적 연대도 중요하다고 (10)번 단락에서 덧붙이고 있다. ■ 논술문 얼개짜기 1. 서론 제시문 분석을 종합해 보면 글(가)의 (1)번과 (2)번 문단은 서론에 해당한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 의미를 종합 평가하고 있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면 종국에 고구려 영토가 중국의 땅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고구려사 왜곡에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본론에서 본격적인 논의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 2. 본론 서론에서 넘겨받은 논제를 논의하는 본론에서는 논점을 정리해서 제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의 속셈 분석과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논점이 될 것이다. 중국의 속셈과 대응책은 이질적인 요소로 보이지만 속셈을 제대로 짚어야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까닭에 같은 선상에서 다룰 수 있다. 그러나 본론의 비중은 대응책에 주어져야 한다. 이번 실전 논술은 1500자 안팎으로 300자를 하나의 단락으로 배정한다면 5단락으로 체계적 틀을 짜기로 한다. 서론을 한 단락으로 하고, 본론은 세 단락으로 그리고 결론은 한 단락으로 나누기로 한다. 본론의 세 단락은 세개의 논점을 잡아 각각 하나의 단락으로 처리할 것이다. #첫번째 논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의도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글(가)를 독해하면서 정리했듯 대내적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패권주의를 지향하면서 고구려사를 십분 활용하려 한다는 점을 논증한다. #두번째 논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면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여 우리의 고구려사를 지키려는 방안들이 논점으로 뒤따라야 한다. 중국이 정략적인 속셈을 숨기고 학술적 접근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당장은 고구려사 연구에 박차를 가해 학문적 저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고구려사 연구를 행·재정적으로 지원하고 국사 교육을 강화해 역사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식의 논증을 구사할 수 있다. #세번째 논점 차제에 고구려사의 진실을 비롯해 유구한 우리 역사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중국의 우월한 국력이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여 학문적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고구려사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대해 국제적 공인을 얻어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이 공동의 연구를 통해 고구려 지키기에 나선다면 학문적 성과는 물론 민족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덧붙인다. 3. 결론 본론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자신의 논지를 펴는 단계다. 결론에서 논지를 펴는 과정도 역시 논리적 틀을 갖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첫번째 논점은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를 비판하며 정부의 능동적인 외교적 대응을 촉구할 수 있다. 고구려사를 더 이상 왜곡하지 않기로 구두 합의한 양국 정부간의 약속을 지켜 학술적 영역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고구려사 연구에 대한 국내 형편을 더듬어 보면서 우리의 역사 연구에 대한 성찰과 함께 역사 의식을 높이는 자세 전환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역사가 외국의 교과서 등에서 엉터리로 기록되고 있는 점을 결부시켜 우리의 대외 홍보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단순히 정부의 몫이 아니고 학계를 비롯한 전국민의 몫임을 강조해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은 결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다시 종합해서 끝을 맺는 과정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본론에서 논증한 세 가지 논점 가운데 우리 역사의 학문적 토양을 가꾸어 우리 민족의 존립 근거와 문화적 정체성을 다잡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미를 맺어도 좋을 것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의 문제는 결국 학문적 연구로 판가름 날 사안인 까닭이다. chung@seoul.co.kr
  • 盧대통령 “북핵 한국민 뜻 벗어난 해법 안돼”

    盧대통령 “북핵 한국민 뜻 벗어난 해법 안돼”

    |런던 박정현특파원|노무현 대통령은 1일 오전(한국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공식환영행사에 앞서 왕실 소유인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북핵문제에 대해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나라도 한국 국민들의 뜻을 벗어나는 일을 강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와 봉쇄정책에 반대한다고 한 ‘LA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역량이 그만한 걸 담보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역량과 수준에 맞는 발언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북한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도 개혁과 개방을 해야할 것이고 누구보다도 한국 정부와 국민의 도움을 받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객관적인 상황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반드시 대화를 통해 풀어내겠다.”면서 “우리도 생각이 있고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북한의 생각이 있지만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단지 핵문제를 푸는 데 끝나는 게 아니라 회담 테이블에 앉았던 6개 국가가 앞으로 동북아에서 협력하고 공동의 번영을 꾀하면서 공동체의 평화를 확실히 다지고 번영을 추진하는 틀을 만들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영국의 국경일 퍼레이드 행사가 열리는 런던 시내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공식환영을 받은 뒤 여왕의 관저인 버킹엄 궁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jhpark@seoul.co.kr
  • 우리당 4대입법 강·온 갈등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입법의 운명을 바라보는 열린우리당의 ‘현재’는 서로 으르렁거린다. “한나라당이 끝내 반대하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强)이라면,“야당이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처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온(穩)이다. 그런데, 이런 강과 온은 ‘과거’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기묘하게 화해한다. 그 코드는 후회다.‘강’이 “지난 9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입장을 밝혔을 때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푸념하면,‘온’은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과거사 진상규명법이라도 통과시켰여야 했다.”고 한숨짓는다. 과거의 후회는 현재의 긴장보다 솔직하다는 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데는 아무래도 과거를 동원해야 할 듯싶다. 후회는 현실적 불가능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의 사선(射線)에서 ‘강’을 역설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4대 입법이 연내에 가능하겠느냐.”는 ‘가능성’의 질문 앞에선, 하나같이 위축된다.“되든 안되든 해야죠.”가 기자가 들은 가장 낙관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이런 빈곤한 솔직함마저 공식석상에 나오면 지조를 잃고 만다. 웬만한 ‘온’도 카메라 앞에서는 ‘강’으로 화장하기 십상이다. 지난 26일 국보법 등의 연내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들을 만나 “연내 처리 사실상 불가”를 토로했던(서울신문 11월29일자 보도) 천정배 원내대표는 29일 아침 상임중앙위원회 석상에서는 ‘강’을 역설했다.“한나라당이 끝끝내 (국보법) 상정조차 거부한다면 국회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4대 입법의 연내 강행처리에 무게를 싣는 당내 시각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천 대표가 이날 밝힌 ‘강’은 섬뜩하기보다는 쓸쓸한 느낌을 준다. ‘강’이 ‘강’답지 않은 데는, 법안 외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내년 3월 당 의장 선출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역학관계는 4대 입법을 바라보는 데 있어 보다 복잡한 시각을 요구한다. 재야파와 개혁당파 등 비(非)당권파는 벌써부터 “내년 전당대회에서 국보법 폐지 실패 등 당권파의 개혁 입법 실패를 심판하자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이들 비 당권파 대부분이 ‘강’의 범주에 든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4대 입법의 실패는 곧바로 당권 가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이들이 4대 입법의 연내 처리에 그리 극렬하게 매달리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마저 던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세계최대 자유무역지대 만든다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29일 2010년 말까지 모든 관세를 철폐, 인구 20억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북미에 필적하는 새 무역블록이 탄생하게 됐다. 아세안 10개 국은 이와 별도로 2020년까지 유럽연합(EU)처럼 공동시장 형성에 공동안보를 나눠 갖는 단일시장으로서의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출범시키기 위한 ‘비엔티안 액션 프로그램(VAP)’에도 서명했다. 아세안 역내국가간 통합과 경제개발 격차 해소를 위한 6개년 계획인 VAP에 합의함으로써 아세안 역내국가간 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과 아세안간의 FTA 서명에 대해 타이완 정치대학의 중국 전문가 차오치엔민 교수는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측 공세에 미국과 일본이 수세에 몰리게 됐다.”면서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이용, 미국과 일본으로 향하던 아세안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며 아세안 국가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놀라운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으로 투입되는 외국투자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데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해온 아세안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측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게 되기를 기대해 왔었다. 이제 양측간에 FTA가 서명됨으로써 올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양측간 무역액은 앞으로 더욱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될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과 아세안은 또 단순히 관세 철폐를 통한 무역자유화뿐만 아니라 정치와 안보, 군사 문제, 교통, 정보기술 및 관광 등 보다 광범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무역분쟁을 조정할 중재위원회도 창설하기로 했다.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또 아세안과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 3개국 정상이 모이는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내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말레이시아가 제안한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아세안의 역할을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도네시아에 역설, 이같은 합의에 도달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역할 감소를 우려해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유세진기자·외신 yujin@seoul.co.kr
  • [여의도] 金복지, 국민연금 안정성 또 강조

    ‘그래도 지구는 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29일 국민연금 운용문제와 관련,“수익성만 좇을 경우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안정성이 (운용의) 제1원칙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이른바 ‘연기금 발언 파문’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무회의와 청와대에서 공개적인 사과까지 했지만 “안정성이 최고”라는 자신의 소신은 변함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제부처가 최근 밝힌 연기금 투자를 통한 경제활성화 대책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경제부처의 제안은) 하나의 아이디어로 제기되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기금의 투자처와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부처가 아니라) 기금운용위”라며 “기금운용위가 독립적으로 책임지고 결정해 투자하되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을 잘 따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현재 국민연금이 맞이한 최대 위기는 기금이 바닥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좀 더 내고 덜 받는 체제로 개선. 개정하는 문제”라며 “이를 위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금운용위의 최종결정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수능 부정 교육관료주의탓” 윤영규 전교조 초대위원장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을 지낸 윤영규(尹永奎·68) 전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이번 수능 집단부정 사건을 보고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TV를 통해 구속 수감되는 아이들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며 괴로운 심경을 털어 놨다. ●교육체질 수술의 기회로 윤 전 위원장은 “사건이 불거진 지난 주말부터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 광주지역에서 발생했지만 이는 교육계 전체의 문제”라며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했다. 교육제도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초심 잃어버린 전교조 윤 전 위원장은 “‘교육 관료주의’가 성적지상주의 등 병폐를 심화시켰다.”면서 “이 기회에 우리나라 교육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0년 동안 교육부 장관이 50번은 더 바뀌었을 것”이라며 “이들중에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교사출신이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미국식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우리 교육의 수장을 맡아왔고, 그들의 현장감 없는 정책이 점수 만능의 경쟁풍토를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교조를 만든 원년 ‘멤버’로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후배들이 욕할 지 모르지만 전교조의 출범정신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치자고 시작한 참교육 운동이 제대로 자리잡았다면 오늘 같은 ‘불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교육적 가치 추구가 노동운동 보다 앞서야 하는데도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꾸짖었다. ●로또복권식 사고를 뜯어고쳐야 윤 전 위원장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갖는 게 인성교육의 출발”이라면서 “비록 성적은 좀 떨어져도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그만 잘못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교단 풍토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사회에 만연한 일확천금, 결과중시 풍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며 “노력은 조금하고 엄청난 결과를 바라는 ‘로또복권’식 사고 방식을 없애는 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위원장은 “고교생들이 기성 세대처럼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저지른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결론에 이르면 동정심이 앞선다.”며 “이들이 한때의 실수를 인생의 좋은 경험으로 삼도록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가 이들에게 재출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데스크 시각] 그들이 國寶다/오풍연 공공정책 부장

    무애(无涯) 양주동(1903∼1977) 선생은 자신이 ‘국보(國寶)’라고 했다. 평생 “인간국보 1호” “걸어다니는 국보”라고 자칭했다. 일화도 많다. 영업용 택시를 탄 뒤 “국보가 탑승했으니 각별히 운전을 조심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노상방뇨를 단속하는 경찰관에게는 “국보를 몰라보느냐.”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재기와 천재성, 박람강기(博覽强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인다운 행동이다. 사실 무애는 대단한 일을 했다. 신라 향가 연구의 권위자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와 ‘여요전주(麗謠箋注)’같은 역저를 남겼다. 오늘날 향가들을 음미할 수 있는 것도 선생의 덕이 크다. 선생이 향찰(鄕札)과 이두(吏讀)의 뜻을 풀어내지 못했더라면 향가는 서고에서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국문학사에 획을 그었으니 ‘국보’임을 자처할 만도 하다. 이건희(62), 황우석(51), 배용준(31). 세 사람 다 국내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국 언론의 표지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칭찬 일변도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같은 평가를 받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분명 애국자다.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최선봉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경계의 대상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 경계론’을 폈다. 그는 비즈니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5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우리 레이더에 없었다.”면서 “1위 뒤에는 항상 2위가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다른 2위인 삼성전자가 있다.”고 말했다. 공격적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두려움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이 회장을 ‘존경받는 세계의 재계리더’ 21위에 선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아줄기 세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 장래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학자로 꼽힌다. 그런 만큼 전 세계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제시하는 액수단위가 조까지 나오는 등 상상을 초월한다. 흔들릴 법도 한데 그는 단호하다.“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 황 교수가 자랑스럽다. 정부가 황 교수 지원에 발벗고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과학자의 ‘기’를 꺾는 것은 애국심과 거리가 멀다. ‘욘사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배용준도 ‘작은 거인’이다. 일본의 상술이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듯싶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1134억원의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욘사마’는 올해 일본을 강타한 최고 유행어로 떠올랐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한 이치로는 물론 고이즈미 총리도 제쳤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 스트리트 저널이 ‘욘사마 열풍’을 상세히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용준은 어제 일본을 방문, 또한번 열도를 흔들었다. 이제 ‘인간 국보’는 국내외의 평가를 두루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밖으로도 눈을 돌려야 한다. 세계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앞으론 국가적 차원에서 인간 국보를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풍연 공공정책 부장 poongynn@seoul.co.kr
  • [의회] 노원구 최석화 의원

    [의회] 노원구 최석화 의원

    “구립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학교 등 공공건물에서 새집증후군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서울 노원구 및 인근지역의 어린이집·노인정·학교 등 30여곳을 표본으로 선정, 새집증후군 피해를 조사 중인 노원구의회 최석화(공릉1동)의원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3년 전 우연히 소아과병원을 들렀을 때 피부·호흡기·소화기질환을 호소하는 환자 대부분이 지은 지 1∼2년의 신축 건물에 거주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이번 조사는 실내 공기질을 분석해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지목된 포름알데히드의 검출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실시된다. 최 의원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은 1㎥당 0.08인데, 지금까지 조사한 20여곳 대부분이 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며 “특히 A초등학교와 B어린이집의 경우 검출된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기준치를 3∼4배 넘는 곳도 있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최 의원은 “개인 소유의 시설물에 비해 구립 건축물에서 포름알데히드 검출량이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자체 집행부가 예산 탓을 하며 겉만 번지르르한 건물들을 지어온 관행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구립 건축물을 지을 때는 새집증후군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자재 및 시설을 사용해 병원진료비·약품구입비 등 주민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의원은 이달 말까지 통계조사를 끝내고 다음달 열리는 노원구의회 정기회에서 구정질의를 통해 집행부에 강도 높은 대책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재경부, 기업 달러매도 자제 요청

    재정경제부는 24일 기업들에 보유 달러의 매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들어서만 100억∼200억달러의 달러화 매도물량이 쏟아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최중경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현대차 등 30여개 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경영협의회에 참석, 원·달러 환율이 더이상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기업들의 달러매도 자제를 당부했다. 최 국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채권 매각 가능성 등으로 부시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허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기업들이 과잉 대응해 보유 달러 매도를 계속하면 환율 급변을 제어할 수 없는 만큼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국장은 “달러가 약세를 지속하면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오늘 강연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이경기의 스크린1인치]“샘~”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샘

    요즘 흥행가를 주도하고 있는 ‘여선생 VS 여제자’는 29살된 여선생이 꽃미남 미술 선생을 사이에 두고 초등학교 5학년 여제자와 사랑 싸움을 벌인다는 사연을 담고 있다. 여선생과 여제자는 모두 어려서 부친을 잃고 아빠와 같은 남자를 그리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치 양보 없는 팽팽한 긴장관계는 성장 과정의 이같은 동병상련이 작용돼 결국 여제자의 양보(?)로 노처녀 선생이 공개적인 데이트를 하게 된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전남 여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도회지에서 볼 수 없는 정겨운 학교 풍경을 담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성장한 386세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스승과 제자 사이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는 우리의 인간적 정서와는 달리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담아 교육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아왔다. 졸업 시즌만 되면 단골로 애청되는 루루의 주제곡 ‘To Sir with Love’로 명성을 얻고 있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67년)은 미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종차별 문제를 교육 현장을 통해 꼬집은 대표적 작품. 흑인 엔지니어 마크(시드니 포이티어)는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백인 빈민 자녀들이 통학하고 있는 이스트 엔드 학교로 부임한다. 첫날부터 ‘깜둥이’라는 조롱을 당한 마크는 온갖 구박과 야유 속에서 인간적인 접근법을 시도해 서서히 거친 백인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된다. 연필을 깎다가 칼에 베어 피를 흘리자 백인 학생들은 ‘어! 흑인 선생도 빨간 피를 흘리네!’라며 그가 배타적인 존재가 아닌, 함께 공존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가장 말썽을 피웠던 바바라(루루)가 졸업식 당일, 자신의 죄과를 반성하면서 ‘뜨거운 스승의 사랑에 감사 드린다.’는 노랫말을 담은 ‘To Sir with Love’를 불러주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일류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교육에 몰두하고 있는 학교 당국의 교육 방침에 반발, 시와 음악이 흐르는 낭만적인 학급을 만들려다 학교와 학부모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교단에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는 키팅 선생의 일화를 묘사한 작품 ‘죽은 시인의 사회’(89년). 키팅 선생의 가르침에 자극받아 출세지향적인 교육 정책에 반기를 드는 학생들의 모습은 서구 교단에 만연된 인간성 상실 교육에 대한 냉철한 비판이다. 이 영화는 어른들이 구축한 고루한 전통과 권위에 구속되지 말고 자신들의 품은 희망을 성사시키기 위해 ‘오늘을 즐겨라.’고 역설한 키팅 선생의 잠언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유행시켰다.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79년 발표한 2장짜리 앨범 ‘The Wall’을 토대로 해서 알란 파커 감독이 극영화로 각색한 것이 ‘핑크 플로이드의 벽’(82년). 안지오 전투에서 사망한 부친을 늘상그리워하는 청년 핑크가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일화를 극복하기 벅찬 ‘벽’으로 설정해 놓았다. 수업 시간에 시를 썼다고 선생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체벌을 받은 핑크는 동료 학생들을 규합해 ‘우리는 더 이상 이런 교육은 필요 없다.’며 학교를 방화하고 집단 자살을 선택한다는 설정을 보여주어 한동안 국내에서는 상영 금지 영화로 낙인찍혔다. 부조리한 교단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도 다수지만 대체적으로 교단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스승의 은혜의 한 구절처럼 ‘잘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 [시네마 천국]귀여워

    조물주가 요지경 같은 인간세상을 내려다 본다면 끌끌 혀를 차며 이런 역설적인 멘트를 날리지 않을까.“귀엽다, 귀여워∼” 26일 개봉하는 ‘귀여워’(제작 튜브픽쳐스)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며 아득바득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순을 국외자의 입장에서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독특한 영화다. 한 여자를 놓고 아버지와 세 아들이 흑심을 품는다는, 말할 수 없이 불경한 상황설정부터 상식선을 넘어서고 본다.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인 낡은 아파트에 ‘배다른’ 아들 셋이 사이비 무당인 아버지(장선우)와 함께 모여산다. 퀵서비스맨인 장남 후까시(김석훈), 출소 뒤 오갈 데가 마땅찮은 한심한 깡패 뭐시기(정재영), 레커를 모는 막내 개코(선우). 아버지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개코가 거리의 여자 순이(예지원)를 데려오면서 집안에는 야릇한 기류가 흐른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서 사랑받고 싶은 순이는 세 부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끊임없이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이쯤만으로는 질척한 섹스드라마로 오해하기 십상이겠으나, 의외로 영화는 담백하다. 영화는 마치 ‘이런 캐릭터를 한국영화에서 본 적 있냐?’고 으스대는 듯 별나고 재미난 캐릭터들을 그려내느라 온힘을 다 쏟아붓는다. 순이와 손만 잡고 자는 아버지, 순정한 사랑에 눈떠 고민하는 후까시, 느물느물 애정공세를 펴는 뭐시기, 무심한 척하면서도 순이에게 계속 집적거리는 개코…. 출생에 얽힌 개운찮은 사연들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아무런 관심이 없는 인물들이다. 창녀나 다름없는 순이의 캐릭터는 이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강렬한 이미지를 뿜는다. 성에 탐닉하는 남자들 사이를 거침없이 떠도는데도 신기하게도 여자에게서는 화끈거리는 욕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온건한 시각의 잣대로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엮어가는 에피소드들은 맹랑하고 초라하고 꺼림칙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가슴 밑바닥을 울렁이게 하는 신통한 재주를 부린다. 거칠고 쓸쓸한 인생들, 그들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野性)에 조금씩 동정이 실려간다.‘실미도’ 이후 번번이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정재영이 그 어느 때보다 잘 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장선우 감독의 대표작들을 조연출했던 김수현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전문 뱅커만 살아남는다” 황영기 우리은행장

    “전문 뱅커만 살아남는다” 황영기 우리은행장

    “국내 프로야구에서 벗어나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하려면 현실에 안주하는 기존의 평범한 은행원들로는 불가능합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분야별 전문 뱅커들을 키워야 합니다.”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황영기 우리은행장이 ‘메이저리그론’을 역설해 눈길을 끈다. 황 행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내년부터 직원들에 대한 인사·연수제도를 확 바꿔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행장은 “기업금융·투자은행(IB)·자산운용(PB) 등 직군별로 전문가를 따로 뽑아 실적을 낸 만큼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줄 것”이라면서 “일 못하는 사람은 월급도 조금 받고 성과급도 받지 못하는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에 이어 HSBC(홍콩상하이은행)·GE(제너럴일렉트릭) 등 세계 최대 금융기관들이 국내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이들과 경쟁하려면 ‘메이저리거’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황 행장은 이를 위해 다음주 초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의 유수 MBA(경영대학원) 출신들을 대상으로 채용 면접을 진행,15명 이상을 뽑을 계획이다. 인재 채용과 더불어 인사평가시스템도 대폭 바꿔 일한 만큼 대접받는 분위기를 조성키로 했다. 황 행장은 “연봉제 도입에 앞서 부서별로 개인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1∼2년차 이상 모든 직원들에 대한 개별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직원 모두가 입사연도와 상관없이 실적과 노력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연봉과 성과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행장은 “담보에 의존한 대출이 아니라 산업분석 등을 통해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원만이 인정받게 될 것”이라면서 “대출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한 대출 캠페인 등은 지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콤플렉스없는 세대가 한·일교류 주도”

    “한국에서 일본 문화를 개방한 것이 한류붐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문화를 개방한 한국에 고마움을 느낍니다.”(가와이 하야오 장관) “한류는 역설적으로 일본 문화 개방과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국민적 설득은 어려웠지만 일본 대중문화 전면 개방이 장기적으로 한국 문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이창동 감독) 이창동(50) 전 문화관광부장관과 가와이 하야오(76) 일본 문화청장관이 17일 오후 ‘제1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부대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특별대담에 나란히 마주앉았다.2002년부터 장관직을 맡고 있는 가와이 장관은 임상심리학자 출신. 이 감독의 장관 재임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왔다는 가와이 장관은 “처음 만날 때 이 전 장관이 넥타이도 매지 않고 불쑥 나타나 놀랐다.”며 농담 섞인 인사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오사카 출신의 가와이 장관은 “내 조상은 한국인인 것 같다.”면서 “5∼6세기 한국에서 문화를 가르쳐 주면서 자연스럽게 융화된 것처럼, 지금도 다시 새로운 교류시대를 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 역시 “과거 역사에 대한 콤플렉스 없는 젊은 세대가 문화 교류를 주도하기 때문에 진정한 교류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문화의 획일화에 대항하기 위해 문화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의견을 모았다. 가와이 장관이 “일국의 힘만으로 미국에 대항할 수 없다.”고 하자 이 감독도 “미국 문화에 의한 표준화가 세계화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물 흐르듯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대담을 시작하기 전 이 감독과 함께 일본 영화를 관람했다는 가와이 장관은 이번 일본영화제가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의 삶과 사회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 감독 역시 “정치적 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감정이 풍부했던 일본의 60년대에 대한 향수를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찾는 것이 한류붐의 한 원인이라는 데 동감한다.”고 말했다. 가와이 장관은 현재 일본에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를 배우자는 열풍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중장년층 여성이 새로운 것에 대한 의욕과 행동이 왕성해진 시기에, 때마침 한국 문화가 들어오면서 한류붐이 한국을 배우자는 행동으로 옮겨졌다는 것.“‘겨울연가’를 보면서 단순히 좋다는 것을 넘어서 한국에 가보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가와이 장관의 말에 이 감독이 “그렇다면 일본 여성들이 더 행동해 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한·일 문화 교류의 전망을 묻자 가와이 장관은 의식주를 포함해 보다 폭넓고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길 희망했고, 이 감독은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인적 교류가 문화교류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가와이 장관이 인적 교류의 묘안을 되묻자 이 감독은 “한국 사람들이 비자 없이도 일본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와이 장관은 “한류 때문에 한국을 오가면서 이제야 일본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됐다.”면서 “아마도 문화의 힘이 양국의 정치·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환율 16원 폭락 1065원…금값 16년만에 최고

    환율 16원 폭락 1065원…금값 16년만에 최고

    세계적인 달러화 투매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폭락해 1070원대가 무너졌다. 정부는 1050원대마저 위협받자 시장개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으나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달러 약세가 심해지면서 금으로 돈이 몰려 국제 금값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유럽·일본 등에서도 ‘달러 매도’가 줄을 이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1985년 2차 석유파동 후 재정·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엔화 등의 평가절상을 유도한 ‘플라자합의’의 충격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6.00원 떨어진 1065.40원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100원이 붕괴되는 등 이번주 들어 불과 나흘 만에 40원 가까이 폭락했다. 연초에 비해서는 129.60원이나 떨어졌다. 이날 종가는 97년 11월21일 1056.00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루 낙폭도 지난해 9월22일의 16.80원 하락 이후 가장 컸다. 이헌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환율급락과 관련,“필요할 경우 행동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개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先物) 가격은 온스당(1온스는 31.1g) 4.6달러 오른 445.1달러로 마감돼 88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최근 3개월간 9.4% 올랐다. 주병철 황장석기자 bcjoo@seoul.co.kr
  • 발로뛰는 ‘민원 해결사’ 강서구 고재익 의원

    발로뛰는 ‘민원 해결사’ 강서구 고재익 의원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주민들의 마음을 읽기란 쉽지 않습니다. 발로 뛰면서 얼굴을 마주해야 사람들의 속내를 알 수 있죠.” ‘뚜벅이 의원’을 자처하는 강서구 고재익(51·화곡5동) 의원은 자동차와 자전거를 거부하는 아날로그형 의원이다.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때로는 시위에도 직접 가담한다. 지난달 30일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그에게 화곡5동 주민들은 새로운 과제를 부여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인접 주택과 불과 1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영안실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마을 대청소를 하면서 주민들의 여론을 당장 수렴한 뒤 해당 병원장을 만났습니다. 영안실은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주택가에 있는 것은 주민들에게 정서상 무리하니 철거해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죠.” 그는 막무가내로 찾아가 고함을 지르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한 뒤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해결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식으로 시위 허가를 받아 실행에 옮겼다. 또 병원이 세들어 있는 건물주에게도 퇴거의 당위성을 역설,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만에 병원측에서 백기를 들었다. “이웃 사촌끼리 맞서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회복 불능상태에 빠집니다. 서로 잘못이 있어도 양보하고 화해해야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 당사자인 주민은 물론 병원측도 악소문탓에 영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죠.”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여성&남성] 가정폭력 남편 상담소를 찾아

    [여성&남성] 가정폭력 남편 상담소를 찾아

    지난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아내를 때린 30∼50대 남성 4명이 집단상담을 받으려고 모였다. 가족폭력특례법에 따라 법원이 상담을 위탁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미 5주 동안 5차례의 개별상담을 마친 상태. 상담 프로그램은 3∼4단계로 나누어진다. 개별상담은 가정불화와 폭력의 원인과 감정을 맨투맨으로 진단한다. 다음은 몇 사람이 모여 토론하는 집단상담으로 각자의 문제를 객관화시킨다. 집단상담은 가해자 집단과 피해자 집단을 나누어서 3시간씩 6차례에 걸쳐 이루어진다. 상담이 끝나면 개개인에 맞는 교육이 뒤따른다. 상담과 교육은 모두 60시간에 이른다. ●“상담에 나온 용기에 박수를” 상담 경력 10년의 베테랑 이서원(40) 박사는 가벼운 농담으로 쑥스러운 분위기를 풀어나갔다.“여기 나오신 용기에 서로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짝짝짝.”참석자들의 얼굴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한다.“앞으로 6주일 동안 매주 한 차례씩 만날 텐데, 통성명은 하지 못하겠지만 이니셜로라도 자기소개를 하자.”는 이 박사의 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B(46·공장근로자)씨가 말문을 연다.“결혼한 뒤 5년 동안 아내는 벌이가 시원치 않아도 불평 한마디 없이 성실했어요. 그런데 아들이 다섯 살 되던 해 공장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변했습니다. 이웃과 싸우지를 않나, 술에 취해 새벽 2시에 들어오지를 않나.”결국 B씨의 아내는 가출해 2년 동안이나 친구집을 전전하다 집으로 돌아왔다.B씨는 이웃이 알새라 이사를 하면서 받아줬는데, 아내는 또 사고를 쳤다. 택시기사와 싸우고 7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엄마와 함께 경찰서에 있는 일곱 살짜리 막내를 데리고 가라는 연락이 왔으니 속이 터지지….”그는 “이렇게 참으면서 술먹고 들어온 아내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린 것이 폭력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박사는 L(48·회사원)씨에게 직접 조언을 하라고 했다. 침묵이 흐른 뒤 무겁게 입이 떨어졌다.“내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일찍 정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네요. 참고 산다는 것은 이제 의미없는 세상인데….” 그러나 K(33·회사원)씨의 생각은 달랐다.“B씨의 아내에게 말못할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남자들 생각에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여자에겐 상처가 될 때가 있으니까요.”십몇년의 결혼생활에서 9년을 부부싸움으로 보냈다는 Y(55·노동)씨는 “헤어질 생각이 없으면 이혼하자는 말이 안 나오게 ‘약점’을 잡아야 된다.”면서 “결국 힘으로 누르는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삼인삼색, 의견이 팽팽하다. 이 박사는 “아내에게 화가 나면 어떻게 하느냐.”고 화제를 돌려본다.B씨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어쩌면 제가 행복했던 5년 동안 아내는 점점 불행해 졌는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아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말린 적도 없었고 최선을 다한다고 했는데, 왜 결과가 이런지 모르겠어요.”B씨의 아내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혼을 요구한다. 하지만 B씨는 “부모님에게 이혼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 박사는 “아내와 대화를 하고 좀 더 생각하면 불화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부모님 때문이 아니라 아내의 조그만 장점 때문에 이혼을 안 하는 거라고 생각을 바꾸라.”고 충고했다.B씨의 얼굴이 밝아졌다.“사실 아내가 애들한테는 끔찍이 해요. 그래서 같이 살지요.” ●‘남성의 무지’가 가정폭력 불러 박소현(45·여) 상담위원은 “개별상담을 하다 보면 남성들은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익숙해진 탓인지 아내를 때리고도 폭력을 휘둘렀다는 의식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나이에 관계없이 ‘뺨 한두 대 때린 것이 무슨 폭력이냐.’고 항변하는 남성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내는 TV드라마에 나오는 ‘매맞는 아내’처럼 쭈그려 앉아 맥없이 우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폭력에 반항하고 맞선다. 결국 남편들은 자신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부부싸움을 한 것으로 인식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김경신 전남대 가정관리학과 교수는 “한국 가정폭력의 문제는 남성들의 무지에서 기인한다.”고 단언한다. 그는 “우리나라는 가해자 상담 프로그램의 효과가 외국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한국 남성들은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기만 해도 행동을 고치려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여성부가 지원하는 상담 프로그램이 아내만큼이나 남편을 챙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부 박동혁 사무관은 “아내에 대한 보호와 상담이 사후적이고 소극적인 대책이라면 남편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은 예방적이며 적극적인 조치”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사람들과 같은 ‘폭력남편’들에게 검찰이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상담을 마치면서 이서원 박사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 주었다.“중국 사람들은 아이가 울면 세 가지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때리거나, 달래거나, 원인을 찾아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지요. 때리는 것은 가장 쉽지만 문제를 확대시키고, 달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결국 원인을 찾아야 문제가 해결되지요.” 이날 3시간 동안의 첫번째 집단상담에 참여한 남편들은 가슴 속에 ‘왜?’라는 의문을 품고 집으로 돌아갔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美 새 외교진 對北강경책을 우려한다

    부시 2기 행정부의 새 국무장관으로 콜린 파월이 물러나고, 콘돌리자 라이스가 등장하고 있다. 상원 인준절차가 남았지만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부시행정부내 온건파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파월의 퇴장과, 강경론자인 라이스의 등장은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이 더욱 힘에 의존하는 일방주의적 경향을 보일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따라 우리도 미국 새 외교팀의 대북정책이 지금보다 강경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파월장관은 그동안 부시행정부안에서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소위,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독주를 견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행정부내 강온파간의 알력은 때로 정책 차질까지 불러, 대북정책에서 효율적인 정책집행의 저해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서 파월장관은 북한핵문제 대처 등에 있어 강경파들의 독주를 막고, 대화와 외교적 방법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는 등 안전판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파월의 퇴장과 함께 제임스 켈리 차관보 등 기존 대북협상라인의 전면교체가 확실시됨에 따라, 대북정책도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당장 대북 무력사용을 주장하거나,‘당근’을 버리고 일방적으로 ‘채찍’만 드는 정책으로 급변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끝까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거나, 핵개발을 고집할 경우, 대응방식은 이전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 그렇다고 부시 외교팀의 이런 변화에 우리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는 북한과 부시행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가 할 일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는 말도 된다.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용인하지 않으면서,6자회담 틀안에서 핵문제를 푼다는 데는 한·미간에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 한·미간에 불필요한 갈등의 소지는 피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새외교진이 어떻게 짜여지든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 꺼지지 않는 ‘盧 북핵발언’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을 놓고 여야는 끝없는 ‘평행선 논쟁’을 이어갔다. 그동안 총력전을 벌인 탓에 호흡을 조절하는 분위기였지만 폭풍전야처럼 긴장감의 농도는 짙었다. 한나라당은 논쟁의 열기가 다소 식는 듯하자 재점화를 시도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맞대응을 피하면서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여야 모두 ‘아전인수’의 해석으로 합치점을 찾지 못한 채 자기 주장에만 열을 올렸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 의도가 외부위협에 대한 억제수단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이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냐.”고 따진 뒤 “북한의 비핵화선언 위반을 승인하겠다는 의미냐.”고 거세게 몰아세웠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선의적인 배경을 설명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김낙순 의원은 “대화를 통한 협상의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 의원은 또 이번 문제의 발언이 사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외교부, 통일부, 청와대가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 내용인지를 따지면서 노 대통령의 ‘깜짝쇼’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주성영 의원은 “실상은 좌파가 아니면서 좌파인 척하는 ‘핑크콤플렉스’에서 노 대통령의 북핵 발언 등이 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 김 의원은 “지난 2년간 북핵문제 논의과정, 그리고 미국 대선 등 달라진 협상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나온 것”이라고 발언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 당사자로서 우리의 의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충분히 평화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에서 나온 발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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