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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칼럼] 환경친화적 보도를 기대한다/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한때의 유행으로 그칠 것 같던 웰빙 열풍이 자연·생태 등의 코드로 연결되면서, 환경문제는 이제 주요한 삶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을유년 정초부터 지율스님의 단식과 새만금공사 문제가 연일 뉴스의 머리부분을 장식했던 것도 이런 사회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며 벌였던 한 스님의 사투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극단적인 방법만이 통하는 우리 사회의 환경 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언론은 환경 문제에 대한 의제설정과 여론 형성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이 극에 달하게 되거나 법적 판결이 난 후에야 집중적으로 기사화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다양한 환경관련 이슈들을 앞장서서 보도해왔다.‘임하댐 근처 하천도 생태교란’(1월11일),‘제주의 아마존 곶자왈이 죽어간다‘(1월17일) ‘로드킬, 야생동물이 죽어간다’(1월31일) 등 그동안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던 환경문제를 연속적으로 기사화했다. 또 녹색공간이라는 칼럼을 통해 생활 속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신문은 중요한 환경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몇가지 문제점을 보였다. 먼저 천성산 터널공사의 경우, 지율스님이 장기간 단식 끝에 잠적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그림자를 좇기보다 이슈를 선점해 여론을 환기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이상적인 자세라고 볼 때, 이처럼 한 발 늦은 보도는 무척 아쉬웠다. 또 이 사안을 다루며 사건의 핵심이 아닌 이해당사자 입장 중심으로 보도했다는 점도 문제가 있다.‘지율스님 단식 87일째 돌연잠적…여, 초비상’(1월22일 5면),‘잠적 지율스님 극단적 생각은 안해’(1월24일 8면) 등의 기사에서 보듯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기보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입장보도에 주력했다. 이렇게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 언저리만 맴도는 듯한 태도는 천성산 공사의 해법이 아닌 지율스님의 단식 자체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면서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지율스님 저혈압 증세 심각’(2월3일 1면),‘단식 100일째 현장 이모저모’(3일 5면)‘지율스님 단식 풀어’(4일 1면),‘정부·지율스님 극적 타결 순간’(4일 8면) 등 지율스님의 ‘초인적’ 단식이나 이를 푸는 과정을 다루는 표피적 보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 역시 드물었다. 정부의 국책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다룬 기획은 ‘정책 유연성이 돈을 번다’(1월29일)라는 칼럼을 통해서만 다뤄졌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는 능동적인 모습보다 사안에 따라 보도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환경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음에도 이를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경제보다 환경 우선이 시대흐름’(2월5일자 사설)임을 역설했다. 그렇다면 환경의 변화된 위상을 보도를 통해 지면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현재 격주로 내보내고 있는 환경·생명면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 환경을 주제로 대대적인 지상 캠페인을 벌이는 것 등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환경문제는 더 이상 생명을 담보로 한 극단적 방법이나 법적인 판단을 통해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삶 속에 녹아들어 하나하나의 실천으로 이어짐으로써 해결돼야 한다. 환경 이슈가 한낱 구호가 아닌 진정한 삶의 조건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언론의 ‘환경 친화적인’ 보도를 기대해본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 강·절도범 검거 급급…뺏긴 물품 회수 소홀

    강·절도범 검거 급급…뺏긴 물품 회수 소홀

    강도나 절도를 당한 피해자들은 빼앗기거나 도둑맞은 돈과 물건을 얼마나 돌려받고 있을까. 강·절도 피해품(금액기준)의 회수율은 2003년 4%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4년 10%정도로 쑥 올라갔다. 그래봤자 200만원어치를 털렸다면 20만원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나마 서울에서의 통계로 경찰수뇌부가 지난 한해 일선 경찰관을 바싹 독려해 얻은 결과다. 경찰이 설 연휴를 앞두고 특별방범기간으로 잡은 지난달 27일부터 10일까지 강·절도는 지난해보다 9.6% 포인트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중 강·절도는 4845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9일 오전 1시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모 아파트 3층 김모(41)씨 집에 도둑이 들어 300여만원 어치를 훔쳐 달아나는 등 올 설에도 여전히 빈집털이, 강도가 기승을 부렸다. 당한 시민들로서는 피해품을 제대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강·절도 피해품 회수 10%에 불과 경찰 잠정집계를 보면 강·절도 피해품 회수율은 10%를 밑돈다. 지난해 3월 서울경찰청이 관내 31개 경찰서에 강·절도 피해품 회수 강화를 지시한 이후 서울에서는 38억 9548만원 어치가 회수됐다. 전년의 12억 7438만원 어치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상부의 한마디 지시에 회수율이 올라갈 정도라면, 역설적으로 그 동안 얼마나 경찰이 피해품 회수에 무신경했는지 알 수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은 피해품 회수율이 낮은 것은 용의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검거한 용의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10여일 정도로, 여죄 수사와 장물 사범 검거에 힘을 쏟다 보면, 피해품 회수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선 경찰관들은 “강력·형사 요원들은 한 사람이 3∼4건의 사건을 맡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은 다르다. 경찰이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신경 쓸게 아니라 피해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사후처리’에도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직장에 나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 결혼예물과 혼수 500만원 어치를 털린 김모(28·여·광진구 중곡동)씨는 용의자가 잡힌 뒤에도 피해품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여러차례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렸지만, 끝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피해품 돌려주면 감량”대안도 경찰 일각에서는 훔친 물건을 돌려주는 고소사건처럼 피의자의 형량을 줄여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계 정은주 경사는 “일반 고소사건에서는 합의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면 실제 형량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강·절도 사범은 용의자가 피해품을 돌려준다고 해도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훔치거나 빼앗은 물건을 자진해서 돌려주는 용의자에게는 형량을 다소 낮춰주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회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Doctor & Disease]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윤영호 박사

    [Doctor & Disease] 국립암센터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윤영호 박사

    “누구의 삶이든 나름대로 소중한 만큼 임종(臨終)도 품위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런 정리나 준비없이, 예기치 않게 맞는 죽음처럼 소모적이고 허망한 게 또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그는 누구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야 하고, 그렇게 맞는 품위있는 죽음이야말로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의 권리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인간에 대한 예우이자 복지의 완성’이라고 역설하는 국립암센터 연구소 삶의 질 향상 연구과장 겸 완화의료 클리닉 윤영호(42) 박사. 그의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의미있는 삶, 품위있는 죽음’. 그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임종에 관심을 쏟아온 탓일까. 표정은 진지하고 따뜻했으나, 호스피스의 역할에 냉담한 우리의 실상을 두고는 무척 안타까워했다. ●심신 고통·영적 고통 최소화를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무엇인가. -치료가 별로 의미없는 말기암환자들이 진단부터 임종 때까지 겪게 될 심신의 고통은 물론 사회적·영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 사회사업사(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나서 환자가 삶을 정리하고 안온한 죽음을 맞도록 돕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꼭 말기암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질환은 ‘말기’ 진단을 내리기 어려워 주로 암에 적용한다. 이 제도가 왜 필요한가. -현재 우리나라의 암 사망자는 연간 6만4000명으로 1일 평균 175명에 이른다. 이 통계치를 개인 차원과 보건경제적 관점에서 보자. 개인 차원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나 사회 시스템상 아직도 가족 간병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말기암 환자 가족 중 절반은 직장을 그만둬야 하고, 또 절반 정도는 저축액을 모두 날리게 된다. 암 환자 한 명이 살림을 거덜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보건의료 관점에서도 말기암 환자의 사망 직전 1년간의 의료비 중 30∼40%가 숨지기 1달 전에 지출되는데, 내용을 보면 중환자실 입원비, 심폐소생술 등 무의미한 연명의료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만약 이런 의료비를 임종 관리에 쓴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환자도 편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기암 환자의 임종 직전 한달 평균 의료비가 170만원인데, 호스피스 서비스로 전환하면 40%를 절감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호스피스제 환자 50%가 이용 ▶우리의 활용 실태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호스피스제가 법제화돼 있어 누구든 대상만 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암환자의 50% 정도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종교 차원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해 온 까닭에 전문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크게 부족해 고작 환자의 5%만이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나마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엄두를 못낸다. 윤 박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활용할 의사를 가진 사람이 환자의 60%나 되지만 활용률이 낮은 것은 이 서비스를 죽음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과 보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말기암은 통상 생존기간이 6개월 정도인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한 절반 정도가 임종 2주 전에야 서비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통증 때문에 환자가 자신의 삶을 정리할 여유를 못 갖습니다. 결국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건데, 이런 건 의료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사람이란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면 가치관이 달라져 하고 싶은 일의 우선 순위도 당연히 바뀝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환자에게 잘 알리는 게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말기암 환자의 96%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것과는 반대로 고작 30%만이 의사를 통해 자신의 병을 알게 됩니다. 호스피스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연명치료 대신 호스피스 선택권 줘야 ▶문제는 보험적용이 안돼 경제적 여유계층이나 서울 등 특정지역 거주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래서 보험 적용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 말기암 환자에게 적용하는 연명치료 대신 호스피스 선택권을 준다면 항암치료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고가의 장비나 약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보재정 건전화에도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설령 약간의 재정 부담이 따르더라도 시행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제도가 일부 계층이나 특정지역 거주자에게만 적용된다면 기회와 복지의 균등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문제가 된다. 이 제도의 정착, 확산에 필요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 -보험적용이 가능한 법제화다. 그래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따르고, 지역이나 계층의 불균형도 해소된다. 그것이 이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라고 봐도 되나. -그렇다. 우리도 이제는 죽음의 품격에 대해 진지할 필요가 있다. 말기암 환자의 통증 조절은 삶의 질을 높이는 절대조건이다. 통증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후 환자의 삶은 무의미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절반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 제도의 유용성과 죽음에 대한 터부의식을 넘어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는 덧붙였다.“우리가 태어나 사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어서 불공평할 수 있지만 죽을 때만큼은 평등해야 하고, 또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분명히 국가의 몫이거니와 이해가 상충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결심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실시했지만 결과 분석과 논의를 거쳐야 해 시행시기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윤영호 박사는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한전 부속 한일병원 가정의학과장▲국제 호스피스연구학회 회원▲대한노인병학회, 대한암학회, 유럽완화의료협회, 아·태 호스피스네트워크 회원▲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학술위원, 교육이사, 간행위원▲현, 국립암센터 진료지원센터 가정의학클리닉, 사회사업호스피스실장 겸 연구소 암역학관리연구부 삶의질향상 연구과장 ■ 호스피스의 역할 의료진이나 가족이 말기암 진단이 내려진 환자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실 자체가 ‘죽음의 통고’인 경우가 많아 환자가 겪을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전문교육을 받은 호스피스 간호사들은 ‘마치 연인처럼’ 환자에게 다가간다. 이들은 환자의 남은 여생에 눈길을 두고, 기꺼이 환자의 ‘연인’이나 ‘친구’,‘혈육’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마치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듯 환자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이 경우 호스피스에게 적용되는 행동강령은 ‘진실을 전달하되 희망을!’이다. 환자에게 거짓된 희망을 줘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며, 현실 속에서 여생의 목표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호스피스들은 계획된, 그러나 기계적이지 않은 접근법을 쓴다. 이들이 말기암 환자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6단계의 첫 작업은 면담에 임하는 자세 가다듬기.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은 뒤 환자가 자신의 병증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호스피스는 환자의 미세한 감정변화도 놓치지 않고 거기에 구체적으로 대응한다. 여기까지는 환자와 호스피스가 교감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아직 ‘사실’이 통고되지는 않은 단계.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호스피스는 다음 계획을 세워 환자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미팅에 나선 남녀가 ‘애프터’를 신청하는 것과 흡사한 절차다. 이후 환자가 자신의 병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여겨지면 호스피스는 부드럽고 진지하게 ‘사실’을 고백하고 그의 든든한 의지처로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선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내 인생의 등대] 정영섭 광진구청장

    [내 인생의 등대] 정영섭 광진구청장

    구청장직을 9번이나 수행하고 있는 ‘직업이 구청장’인 정영섭 서울 광진구청장은 “기관장의 최고 평점은 60점”이라고 역설한다. 평점이 50점이하여도 문제이지만 60점 이상이면 허명일 가능성이 높으니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흔히들 성격이 좋은 사람을 가리켜 ‘무골호인’ 또는 ‘법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물론 나쁜 말은 아니지만 한번 더 새겨보면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 또는 ‘일의 맺고 끊음이 없이 두루뭉실 넘어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의미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 청장이 말하는 최고점수 60점은 공직자는 이러한 평가에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훈계인 셈이다. 기관장이나 어떤 부서의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은 바쁘게 마련이다.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밀려오고 때로는 급한 일, 힘들고 어려운 일, 국가와 국민의 공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너도 좋고 나도 좋고’‘그래도 되고, 이래도 되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밀고 나가야 할 일, 욕을 먹고 불평을 듣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일,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중단없이 성사시켜야 할 일이 많게 마련이다. 지도력과 통솔력을 발휘해 책임을 완수해야 하는 것이 기관장의 책무다. 이런 연유로 기관장이 평가를 무서워하고 눈치행정으로 60점이 넘는 평점을 받으면 이미 무능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후배 공무원들을 훈계한다. ‘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道’(옥불탁불성기 신불학부지도). 그는 오랫동안 지역행정을 책임지면서 이 문구를 금과옥조로 받들고 있다. 옥도 갈고 닦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는 “지도자는 부단히 지도력과 통솔력을 배우고 익혀 실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륜이 묻어나는 그의 공직관에서 거짓을 찾을 수 없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7개 과거사 진상규명] 박근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것”

    [7개 과거사 진상규명] 박근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것”

    국가정보원 진실위원회가 앞으로 본격조사할 과거사 7건 가운데 정수장학회 사건이 포함됨으로써 조사 방향과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 동안 여권과 언론관련 시민단체는 정수장학회와 관련, 중앙정보부가 개입해 부일장학회를 국가에 ‘강제 헌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상 규명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장학회를 세운 박정희 대통령의 맏딸인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으로 악용된 과거사 규명”이라며 맞서왔다. 사안의 민감함을 반영한 듯 국정원도 정수장학회 문제를 이날 공개한 사건에 포함할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만 해도 우선조사대상에서 제외될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이날 최종 결정된것만 봐도 그렇다. 이에 대해 전여옥 대변인도 “정수장학회의 조사 대상 포함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역사를 이긴 자의 역사로 뜯어고치려는 위험스러운 정치적 의도”라고 비난했다. ●朴대표, 이사장직 사퇴 이미 표명 다만 박 대표가 이날 “이미 지난 1일 이사회에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이달 말 이사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정수장학회 문제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박 대표는 그 동안 여론에 떼밀려 이사장직을 내놓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법적 처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표가 “그 동안 이사장직에 미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큰 비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소회를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날 스스로 ‘표적’이 될 짐을 벗어버림으로써 한나라당이 과거사문제에 당당하게 대응하기 위한 길을 열어놓은 형국이다. 그 동안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겸직은 은근히 한나라당의 대응을 엉거주춤하게 만드는 ‘악재’였다는 점에서다. ●“국정원 조사 객관성 의심… 정면대응” 이와 관련, 박 대표는 “국정원에서 부일장학회를 우선 조사 대상으로 정한 것은 의도적이고 정파적이며 객관성도 의심스럽다.”면서 “이 문제는 국민이 지켜볼 것 이고 또 하나의 과거사가 되어서 후대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꿋꿋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박 대표는 “지금까지 수차례 조사했는데도 결론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조사한다니 응할 수밖에 없지만 결론은 법원에서 날 것”이라며 진상 규명 과정에서 문제가 없으리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각각 산문집 ‘마음비우기’ ‘하늘에서 내려온 빵’ 출간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두 중진 작가가 약속한 듯 나란히 깨달음의 이야기를 내놨다. 이청준의 ‘마음 비우기’(이가서)와 최인호의 ‘하늘에서 내려온 빵’(샘터). 둘 모두 소설이 아닌, 문학인생을 되짚어 하나둘 정성들여 써모은 알토란같은 산문들이다. 웅숭깊은 소설의 목소리만 접하던 독자들에게는 동시대인으로서 들려주는 그들의 낮은 목소리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예술, 예술가적 삶에 대한 갈망이 사무치고 사무쳐서 지쳐버렸을까. 이청준은 이젠 차라리 마음을 비우겠노라, 역설의 목소리를 냈다. 자신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영화 ‘서편제’를 찍을 때 극중 주인공 김명곤이 들려준 어느 시골 소리꾼의 감동적 이야기, 화가 장욱진과 제자에 얽힌 일화, 화가 이중섭이 아들과 나눈 꿈의 대화 등 그가 평생 보고 듣고 느껴온 자잘한 글감들을 일궈냈다. 자투리 시간에 문득 고개든 자투리 생각들을 정리했을진대 그 글들은 그대로 순한 동화 맛이다. 자신의 신변잡기뿐만 아니라 그가 선망한 다른 예술가들의 삶과 이야기에 귀를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뜻밖이다. 연유가 무엇일까.“그 예술가의 세계와 삶의 비의(意)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작가는 서문에 적었다.9800원. 최인호의 ‘하늘에서 내려온 빵’은 좀더 내밀하다. 그가 가톨릭에 귀의한 후 ‘서울주보’에 3년여 동안 연재한 에세이를 묶은 책. 종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묵상 이야기인 듯도 하다. 하지만 신앙고백서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는 소탈한 글들로 보편적 감동을 이끌어낸다. 네 개 부문으로 나뉜 글들은 제각각 다른 감상을 안긴다. 그가 생활 속에서 체험한 일들을 모티프로 한 잠언적 성찰로 채워진 첫번째 장에는 진솔한 추억담이 많다. 마흔이 가까워 늦둥이로 자신을 낳은 어머니, 일곱살 때 어머니의 독실한 신앙생활을 지켜보며 막연히 종교적 감화를 받았던 기억 등이다. 위인들과 성서 속 선지자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깨달음과 지혜의 씨앗을 거둬 올린다.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아리랑 TV 양국 지성인 대담

    아리랑TV는 8∼9일 오전 9시 특집 ‘한·일 양국 지성인에게 듣는 현재와 미래’를 방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한·일 우정의 해’인 2005년을 맞아 양국의 정치인과 언론인 등이 모여 문화교류와 정치교류라는 두 가지 주제를 놓고 벌이는 특별대담. 연세대 이정훈 교수의 진행으로 일본 아사히 뉴스타 스튜디오에서 녹화됐다. 1편 ‘문화교류, 한류’편에서는 도영심 ‘한·일 우정의 해 2005 자문위원회’위원과 고노 다로 일본 자민당 의원, 요이치 후나바시 아사히신문 기자, 짐 부룩 뉴욕타임스 기자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패널들은 일본 열도를 휩쓴 ‘욘사마 신드롬’의 원인과 효과 등 ‘한류 열풍’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더불어 양국의 문화교류의 역사를 조명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분석도 곁들였다. 패널들은 드라마와 영화를 공동 제작하고 대중문화뿐 아니라 순수예술과 문학 부문에서도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편 ‘정치, 국제관계’에서는 한·일 양국의 정치교류에 대한 심도있는 대담이 이뤄졌다. 나종일 주일대사, 야스히사 시오자키 일본 자민당 의원, 이노우에 일본 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은 양국의 정치적 교류 활성화를 두고 진지하게 논의했다. 패널들은 2005년 한·일 우정의 해와 아이치 엑스포를 맞아 양국간 비자를 영구적으로 면제하고 ‘김포-하네다’간 항공노선 증편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를 비롯한 북한 관련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협력해 북한을 6자회담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패널들은 한·일 양국이 우호관계를 유지해 동북아의 지역 안정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노우에 의원은 “재일교포를 비롯한 재일 외국인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야스히사 의원은 “한·일 양국의 고교생들이 서로의 가정을 경험해 보는 홈스테이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나라 창조적 갈등중?

    “치열한 논쟁은 좋지만 어디까지나 ‘창조적 갈등’이어야 한다.” 당의 활력을 위해서는 ‘격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해온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이 당내 무차별적 비판이 분출되자 1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입장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만 인신공격성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가급적이면 대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이병석 원내부대표 등이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를 공격한 것에 대한 ‘마뜩찮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푸른정책연구모임도 이날 모임을 갖고 대표 한 사람을 놓고 비판하는 ‘네거티브 주장’은 지양해야 한다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회장인 박진 의원은 “지금 당이 직면한 총제적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대표 한 사람을 비판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당을 새롭게 하려는 의지가 있는 의원이라면 누구나 적극 참여하되 당이 국민을 실망시키고 진보적 이슈에 뒤처진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총력을 모을 때”라고 밝혔다. 푸른모임 소속 한 의원은 “당의 발전을 위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의도적으로 특정인을 흠집내려는 움직임은 견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병석 의원은 이날 원내부대표직을 사임하면서 “한나라당은 ‘집단적’으로 정권 창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라고 날선 질문을 던진 뒤 당의 노선과 관련,“범보수나 개혁적 중도 보수는 한계가 있기에 국민 대부분의 이념과 지향을 대변하는 지점인 ‘기하학적 중도’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간디

    지은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앉아서 폭력을 고스란히 감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마하트마(위대한 혼)’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 ‘간디’는 예외였다. 그는 제국주의의 폭력에 무저항으로 일관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음과 같이 결의할 수 있게 해주소서.‘나는 지상의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직 신만을 두려워할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악한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불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진실로 거짓을 정복할 것이다. 그리고 거짓에 항거하기 위해선 어떤 고통도 견뎌낼 것이다.’라고….”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며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간디의 고백은 그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 단순히 물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감수하는 패배자의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폭력을 행사하는 데도 그 폭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 더구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까지 잃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왜 저 자는 쓰러지지 않는가. 쓰러지기는커녕 왜 오히려 당당한가. 저 자의 얼굴에 감도는 저 평화로운 미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대체 어떤 믿음이 저 자로 하여금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게 하는가. 힘에 있어서는 내가 저 자보다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본다면 저 자가 나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닐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내심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바로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로부터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이런 불안이다. 폭력을 가하는 자는 불안하고 오히려 폭력을 감수하는 자는 평화롭다는 이 역설을 이해할 때만이 우리는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영화 ‘간디’는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1928년 12월 간디는 1년 이내에 인도에 주권을 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완전 독립을 달성할 때까지 전국적인 비폭력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한다.1930년 3월에는 소금세 신설 반대 운동을 시작한다. 소금 굽는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지만 영국군은 인도인들을 총칼로 제지한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팔짱을 끼고 행진을 계속한다. 영국 군인들의 폭력에 부상을 당해도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행진을 계속한다. 그들을 걷게 만드는 힘은 진리는 반드시 승리하고야 만다는 믿음이었다. 진리에 대한 믿음, 옳음에 대한 확신이 그들을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폭력 앞에서도 온화한 인도인들의 표정은 폭력을 이기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사랑’임을 말해 준다. 그들에게 그 온화한 표정을 가르친 자가 다름 아닌 간디였다. 이후 간디의 사상은 독재에 항거하는 모든 평화운동의 근본이 되었다. 리처드 아텐보로 감독, 벤 킹슬리, 캔디스 버겐 주연,1983년작.
  • [열린세상] 强中國의 발전모델을 넘어/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기초교육원장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가.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화가 역설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세계화가 사람, 자본, 문화, 상품 등의 이동을 통해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면, 다른 한편으로 국가는 세계화의 와중에서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에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발전정책을 추구한다. 지구시대의 국가들은 부국(富國)과 민복(民福)에 관심이 많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멀리 미국이나 프랑스를 보라. 이들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화를 적극 활용한다. 무역입국이나 군사입국과 같은 신(新)중상주의적 발전정책이 그것이다. 일반적 예측과 달리, 세계화로 인해 국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바뀐 것이 있다면, 국가의 무대가 자국 영토와 주민을 넘어 전지구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탈(脫)영토-신(新)기능 국가’의 출현이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국가주도적 발전정책을 여전히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종래의 부국강병의 목표에 국리민복의 가치가 추가되어 있다. 한국의 국가는 국제협상의 타결, 수출무역의 확대, 성장동력의 형성, 하부구조의 건설, 사회갈등의 조정, 복지제도의 개선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은 압축발전을 통해 국제계층구조안에서 주변부의 위치를 벗어난 대표적 나라다. 그러나 1995년 일인당소득 1만달러 달성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마의 2만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물론 여야 정당들에서 선진국 진입을 위한 국가전략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다. 이중 두 가지 국가전략이 눈에 띈다. 하나는 강소국(强小國) 발전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소강국(小康國) 발전전략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제안한 강소국 발전모델은 수출주도의 산업. 금융구조를 통해 지구경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노사정합의에 의해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전략이다. 유럽의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스위스처럼 인구·국토는 작지만 빼어난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들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울대의 김광웅 교수가 제시한 소강국 발전모델은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 이상으로 ‘여유있고 반듯한 사회’를 위한 환경-인성친화적 발전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과거 등소평이 소강에 대한 이상을 피력한 바 있지만, 현재 소강국의 경험적 준거가 될 만한 나라는 중국도 아니고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근래에 들어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강중국 발전전략도 흥미롭다. 한국은 국토는 작지만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보다 오히려 큰 나라라 할 독일의 발전경험이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논지다. 세계시장에서 휴대전화와 같은 소수정예로 맞서기보다 전기, 전자, 자동차를 포함하는 다품종으로 승부를 걸자는 것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전통산업이라 할 제철, 기계, 섬유 등 제조업도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강중국 발전전략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전후 비약적 경제부흥을 가져온 바탕으로서 사회적 시장경제(social market econom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되 적절히 규제하는 정부, 그 아래 자본과 노동을 포함하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동반관계를 통해 자유와 연대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그 요체다. 그러므로 독일식 강중국 발전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어도 강소국 발전전략의 노사정합의라는 ‘현실’과 소강국 발전전략의 환경-인성친화적 ‘이상’을 적극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럽의 다양한 발전경험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그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우리의 토양에 맞는 적실성 있는 발전전략을 개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단순한 선진국을 넘어 국제적으로 ‘선진국(善進國)’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기초교육원장
  • [Doctor&Disease] 혜민병원 인공관절센터장 이인묵 박사

    [Doctor&Disease] 혜민병원 인공관절센터장 이인묵 박사

    “아직도 절개 부위를 최소화한 이른바 ‘최소피부절개 인공관절수술’이 불완전하다며 이를 기피하고, 이런 의술을 도외시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직하게 말하자면 기술 습득이 어려워 회피하는 것이지 효과가 좋지 않아서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이 기술은 이미 일반화돼 있습니다.” 혜민병원 인공관절센터 센터장 이인묵(43) 박사. 그는 젊다. 생리적 나이도 젊지만 외국의 앞선 기술을 열린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흡인성이 젊고, 절박감에 사로잡히기 쉬운 환자들을 향해 항상 가슴을 여는 그 양식이 젊다. 자신에게 치료받은 환자들에게 건넬 생활수칙을 딱딱한 유인물 대신 편지로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모습에서 질환과 환자를 보는 그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다. ●일부 의사 기술때문에 회피 얘기할 주제가 인공관절인데, 느닷없이 인공관절의 최신 수술법부터 들고 나왔다. 무슨 까닭인가. -환자의 1∼2% 정도가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일반 정형외과와 달리 내 경우 인공관절 전문이라 환자의 50%는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된다. 내 경우 앞서 거론한 최소피부절개술이 수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일부에서 이 수술법의 효용성에 대해 아직까지 이론을 제기해 그걸 먼저 짚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일부 의사들은 ‘그 방법이나 재래식 방법이나 효과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근육 손상과 출혈량, 환자 고통이 적고 회복이 빠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상식 아닌가. 인공관절을 두고 얘기를 시작하자 기술의 원리에서 통계 자료까지 막힘이 없다. 지금까지 그가 집도한 수술만 무려 1800여건.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수술례를 가진 의사 중 한명이다. 그에게 자신의 수술 성공률을 묻자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애매해 환자의 만족도를 따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 경우 95%는 만족합니다.2∼3%는 통증이 잘 가시지 않지만 인체가 인공관절에 적응하면 대부분 사라집니다. 나머지 1∼2%는 감염합병증이 있는 경우로 일반적인 감염률이지만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안좋은 경우이지요.” 인공관절 치환술이란 어떤 치료법인가. -인체 주요 부위의 관절이 망가져 약물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이로 인해 척추 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망가진 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꿔 통증을 없애는 수술이다. 어떤 질환에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한가. -대표적인 질환이 관절염이다. 류머티즘·퇴행성관절염, 외상 후 생기는 후외상성관절염, 골관절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대퇴경부 골절 등 관절내 골절도 많다. 그런 질환의 최근 발병추세는 어떤가. -노후 관절염의 경우는 그렇더라도 젊은 층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나치게 격렬하거나 무리한 운동이 원인일 텐데 그런 현상이 좀 걱정스럽다. ●수술후도 수영·조깅·골프 가능 서구처럼 비만이 결정적인 원인이 아닌데도 관절염 등 관절질환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가부좌가 일상화된 좌식생활일 것이다. 또 우리 가사노동을 보면 안타까울 만큼 관절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생활양식이 바뀐 사람들이 ‘관절염 덕분에 침대에서 자고, 소파에도 앉아본다.’는 우스갯소리도 하곤 한다. 문제는 인공관절의 유효성일 텐데, 이걸로 바꾸고도 불편이 없나. -운동능력을 보면 인공관절을 달고도 골프나 조깅, 수영, 걷기 등은 전혀 무리없이 할 수 있다. 단, 관절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농구나 테니스, 격투기는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무릎보다 엉덩이 관절은 탈구가 잦아 극단적인 자세는 피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인공관절을 단 사람이 유도대회에서 우승도 한다. 그런 정도로 보면 된다. 인공관절의 수명도 문제가 될 텐데. -최근에 주로 사용하는 재질이 세라믹, 금속, 강화 폴리에틸렌 제품인데, 마모도를 보면 세라믹은 예전 플라스틱의 100배, 금속은 50배가 넘는다. 운동 등 개인 활동량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20∼30년 정도로 본다. ●인공관절은 마지막 선택으로 그렇더라도 인공관절이 가진 한계는 있지 않겠나. -물론이다. 인공관절은 마지막 선택이다. 다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방법을 먼저 적용한다. 그러나 관절질환에 투여하는 약제의 부작용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환자들이 수술을 원하기도 한다. 특히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자신의 조직을 배양해 이식하는 연골이식술 등은 젊은 층의 선호도가 무척 높은 편이다. 이 박사는 우리 국민의 참을성에 혀를 내두른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인체조직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는 반치환술이 가능한데도, 참고 견뎌 증상을 키우는 바람에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환자에게 전치환술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그에게 약물 처방을 받은 환자가 “약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며 인공관절의 유효성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소개했다.“향후 1∼2년을 살 수 있다면 인공관절은 필요없다.5∼10년을 살 수 있다면 누구도 쉽게 필요성을 판단하지 못한다. 그러나 10년 이상을 살 수 있다면 수술을 권한다.” 영국 왕립 정형외과센터에서 50여회의 관절면 치환술을 치러내기도 한 그에게 인공관절의 효용성을 물었다.“아무래도 자신이 꿈꿔온 일상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겠지요. 그러나 이 점은 알아야 합니다. 인공관절이 60대를 40∼50대로 바꿔주지는 못합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 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이인묵 박사는 ▲한양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을지의대 을지병원 교수(정형외과)▲영국 엑시터대 의대 인공관절센터, 영국 버밍햄정형외과 인공관절센터 연수▲미국 세인트 룩스병원 연수▲대한정형외과학회, 고관절학회 정회원▲대한정형외과 학회지 논문교정위원▲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슬관절모임 창립회원. ■ 인공관절 수술 어디에 인공관절 수술이란 낡거나 다쳐서 망가진 관절을 들어내고 그 자리에 금속이나 세라믹, 강화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관절을 맞춰넣는 치료법이다. 충치로 망가진 치아 겉면을 매끈하게 다듬어 인공치아를 덧씌우는 것과 흡사하다. 인공관절 무게는 부위에 따라 달라 엉덩이 관절인 고관절용은 500g, 무릎용은 320g 정도이나 익숙해지면 무게감은 느끼지 못한다. 인공관절로 치료할 수 있는 관절 부위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은 고관절과 무릎관절이 95%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어깨나 팔꿈치, 발목관절은 물론 최근에는 손가락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도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일부에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신장염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인공관절 수술이 어렵다고 알고 있으나 이런 질환을 미리 치료해 안정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얼마든지 수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한쪽 관절을 수술한 뒤 2∼3주 시차를 두고 다른쪽 관절을 수술하지만 이 박사는 미국 등지에서처럼 양쪽을 동시에 수술한다. 이럴 경우 추가수술에 따른 심리적 고통을 덜 수 있고, 생리적, 경제적 부담이 줄며, 합병증과 진료비도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수술후 7∼10일 뒤 퇴원이 가능하며, 안정기에 들어가면 휘어진 안짱다리도 교정돼 정상인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수술비는 한쪽 관절 400만원, 양쪽 관절을 모두 수술할 경우 600만원 정도 든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공공의 적2’ 모델된 심재륜 전 고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공공의 적2’ 모델된 심재륜 전 고검장

    사건의 서곡은 ‘석양의 폭탄주’에서 시작됐다. 무림의 고수들이 만났다. 전직 고검장 출신의 검객(檢客)과 스크린의 마술사. 술잔을 거푸 들이킨다. 시계바늘을 돌린다. 고민에 빠진다. 마침내 생각의 나무, 그 뿌리에서 뭔가 나온다. 느낌표와 마침표. 마술사가 무릎을 탁 친다. 얼마후 영화 ‘실미도’가 개봉됐다.1000만 관객을 훌쩍 돌파했다. 아무도 예상못했다. 사람들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이라고 했다. 사건은 계속됐다.‘공공의 적’이라는 이름으로. 심재륜(61) 전 고검장. 늘 따라붙는 수식어만 해도 간단치 않다.‘항명파동1호 검사’‘조폭과의 전쟁’‘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한보사건’‘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또 있다.“검찰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대통령 책임이오.”라는 직격탄을 날린 통제불능의 사나이. 우리나라 검찰수사의 대표적 ‘강력통’이며 ‘특수통’이다. 별명은 ‘심통’이다. 고집이 센 데다 성이 ‘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대박을 조언하는 ‘영화 코치’라는 점이다. 그렇다. 강우석 감독작품인 ‘실미도’와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적극적인 자문역할로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영화 ‘실미도’에서는 실미도 사건 의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심 전 고검장은 사건 당시 인천시 부평의 특전사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사건이 나던 날인 주말 오후, 외출을 나가던 중 불과 몇십미터 지근거리에서 실미도를 탈출한 병력의 차량을 목격하게 됐다. 아울러 군병력과의 총격전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때문에 정래혁 국방장관이 발표한 ‘무장공비’ 운운은 믿지도 않았다. 최근에 개봉된 ‘공공의 적2’에서는 사실상 전편에 걸쳐 자문역할을 했다. 이 영화에는 꼴통검사(설경구)에서 검사장까지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검사라는 점도 최초이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부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심 전 고검장의 역할이 컸다. 특히 영화의 주된 흐름인 사학재단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과 조폭검거 등의 장면에서는 그의 냄새가 풀풀 난다. ●실미도 등 강우석감독 영화 자문 서울 서초동의 ‘심재륜 변호사 사무실’에서 심 전 고검장을 만났다. 최근 개봉된 영화 ‘공공의 적2’에 대한 얘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원래 ‘공공의 적’이란 해방직후에 등장한 단어지요. 좌익쪽에서는 ‘인민의 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현대적 개념의 공공의 적은 사회전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 즉 사회적으로 타도해야 할 대상을 말하지요. 영화 시사회를 봤는데 강우석 감독이 스토리구성을 잘한 것 같아요. 관객 500만명은 족히 넘지 않을까요.(웃음)” 강우석 감독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강 감독은 평소 “심 전 고검장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표현을 자주해왔다. 이에 심 전 고검장은 “항명파동 직후 (자신은) 정부와는 부정적 이미지였지만 강 감독은 (영화사의)고문을 맡아달라고 선뜻 제의해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서로 더욱 친해졌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실미도 사건 때의 현장목격담,‘공의 적1,2’를 제작할 때 강력부장과 중수부장 시절의 경험담 등을 많이 들려주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공공의 적2’에 등장하는 꼴통검사와 강력부장은 심 전 고검장의 모델이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초대 강력부장 출신이다. 그렇게 봐도 틀린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또 강 감독뿐만 아니라 설경구 등 제작진들과도 여러차례 저녁자리를 가지면서 조언을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도 검사장의 태도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심 전 고검장은 술자리에서 강 감독을 ‘강간독’으로, 설경구를 ‘경구피임약’이라고 농이 섞인 별명을 지어주었다며 웃었다. 어느정도 친하게 지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폭탄주는 가득 채워야 부정부패가 없거든요. 칠부니 팔부니 하면 형평성이 어긋납니다. 술자리에선 선배와 후배를 평등하게 대접해야 합니다. 또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시기 때문에 탁자 밑에 쏟지 못하지요. 폭탄주는 투명하고 정직합니다.” 그는 “폭탄주를 마시고 2차 술자리를 하게 되면 주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1차에서 끝내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폭탄주가 널리 보급된 것은 85년 이후이며 원조는 박희태 의원이라고 귀띔했다. ●개혁은 기본과 근간 흔들지 말아야 이번에는 사법개혁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는 ‘개혁’이라는 말은 위정자들이 합리화하기 위한 단어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개혁에는 ‘제도개혁’과 ‘인적개혁’이 있지만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개혁을 하려면 기본과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간 실험을 거치면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법시험은 소수의 합격자들만을 일생동안 편하게 지내게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해방이후 오늘날까지 국가가 버틸 수 있는 지주대로써의 역할을 해온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최근들어 1년에 1000여명씩 법조인이 양산되다보니 선비정신이 갈수록 퇴색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사법시험을 치를 때는 달랑 5명만 뽑았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플리바게닝 도입과 관련, 그는 “우리나라 법체계상 정당한 방법이 될 수는 없다.”면서 “배신논리가 법으로 보장받아서는 안 된다. 동양적 윤리로 볼 때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꼴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종철고문 조작 등 대형사건 지휘 그는 1944년 1월 충북 옥천 읍내에서 4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가 두 살 때 세상을 떠났다. 선친은 교장으로 퇴임한 교육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대전에서 보냈다. 대전중학에서 3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가 2학기때 보험회사에 취직한 형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상경후 그는 동성중학을 졸업한 뒤 서울고에 진학했다.5·16의 영향으로 62년 서울대 법대를 진학할 때 정원이 300명에서 160명으로 줄어들어 더욱 좁은문을 통과했다. 졸업 이듬해에 제7회 사법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연수과정인 서울대 사법대학원은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1972년 정식으로 서울지검 검사로 발령받아 1993년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우리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뤘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사건, 비행선 부정도입사건, 오대양집단자살사건, 부산 초원복집사건도 그가 진두지휘한 사건이었다. 이밖에도, 서방파의 두목 김태촌씨,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씨,OB파의 두목 이동재씨를 비롯한 폭력조직 3대 패밀리를 소탕한 것도 그였다. 그는 1978년 서른네살 때 결혼했다. 주례는 민복기 대법원장이 맡았다. 신부는 큰 누님 친구의 딸인 공혜경(55)씨.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10년간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심 전 고검장은 음악과 미술도 좋아하고 촌철살인의 농담실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지난 2002년 33기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의 투명성과 인자함,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성격 등이 각인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소외되고 억울한 편린들을 많이 봅니다. 인간생명의 존중함,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해 새삼 배우고 반성하고 있지요.” 검찰생활 30년, 그는 “수사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후배검사들에게 ▲피의자를 굴복시키지 말고 ▲조그마한 절차는 상사에게 양보하고 ▲외압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으며 ▲집착하거나 너무 서둘러서도 안된다는 등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좌우명은 思無邪/德不孤必有隣/和而不同이다. 즉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고, 덕을 베풀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또한 화합하되 뇌동하지 않아야 한다의 뜻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44년 충북 옥천 출생 ▲1962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66년 서울대법대 졸업 ▲67년 제7회 사시합격(차석) ▲69년∼72년 육군법무관(대위) ▲69년 서울대법대 대학원 졸업 ▲72년 서울지검 검사 ▲82년 밀양지청장 ▲90년 서울지검 강력부장 ▲92년 서울지검 3차장 검사 ▲93년 대검 강력부장 ▲94년∼97년 대전·광주·인천지검 검사장 ▲97년 대검 중앙수사부장, 대구고검 검사장 ▲2001년 대검 고검장(본부근무) ▲2001년 부산고검 검사장▲2002년∼변호사심재륜법률사무소 ■ 저서=사법대학원제도와 운영 km@seoul.co.kr
  • 공직사회 ‘혁신 매뉴얼’ 바람분다

    공직사회 ‘혁신 매뉴얼’ 바람분다

    “변화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9일 정부혁신토론회에서 공무원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던진 발언이다. 정부 중앙부처의 혁신토론회는 몇차례 열렸지만 시·도의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산하기관 최고경영자(CEO) 들이 참석한 토론회는 처음이었다. 노 대통령이 이날 혁신에 성공한 장·차관은 물론 국·과장급 실무지도자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라고 지시함에 따라 직급별 혁신주체 그룹이 추가되게 됐다. 참여정부의 혁신주체는 4∼5급의 주니어보드와 혁신담당관 등이 형성돼 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9급 공무원부터 모든 공직자가 자신이 입안하고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면서 정책실명제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올해 공직사회의 화두는 ‘혁신 매뉴얼’이다. 노 대통령은 “2003년에는 로드맵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혁신문화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면서 “올해는 혁신 매뉴얼의 해”라고 강조했다. 즉 혁신의 성과는 반드시 일하는 방법의 변화로 나오기 마련이고, 일하는 방법을 매뉴얼로 정리해 공유하는 해로 삼자는 얘기여서 공직사회에는 혁신 매뉴얼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를 예고하듯 노 대통령은 이날 1997년 외환위기가 정부·기업·은행 등이 옛날 식으로 일하다 맞이했다고 원인을 분석한 뒤 “변화는 그야말로 생존의 전략”이라며 ‘혁신만이 살 길’임을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하는데 죽어보고도 저승을 모르면 바보”라면서 “당해봤으면 깨우치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까지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 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시장에 노출돼 있지 않으니까 해이한 것”이라면서 “죽기살기로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다.”고 공직사회를 질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정치·경제의 성공 바탕에 우수한 공무원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자만하는 오류도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정원·검찰과의 관계를 옛날 같이 하지 않는다고 지적과 질책을 받아오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거의 노이로제 걸릴 수준”이라고 털어놓은 뒤,“그런 생각은 다 낡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능력과 효율성에 대한 평가는 세계 40위권이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20위권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정부역량을 강화하는데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은 꼭 역량있는 정부 만들어 국민에 보다 더 착실히 봉사하고 떳떳하게 월급 한 번 받아보자고 독려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길섶에서] 정신질환 척도/심재억 문화부 차장

    정신과적 문제가 많은 사회일수록 풍족하고 안정된 사회라고 전제하고, 정신질환의 유형과 발병도로 한 사회의 완성도를 재는 방식을 ‘정신질환 척도’라고 한다. 실제로 빈곤이나 재난, 전쟁을 겪는 나라에서는 정신질환의 요인이 훨씬 많지만 정신질환을 쉽사리 문제시하지 않는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라고 다를까. 먹고 살기 어려웠던 지난날, 요새 말하는 ‘스트레스’나 ‘히스테리’는 문제도 아니었다. 이와 관련,“한 나라 국민 전체의 신경을 안정시키고, 유지하려면 본질적인 불행이나 불안, 실제적 공포가 필요하다.”고 한 프랑스 작가 에밀 시오랑의 성찰은 시사적이다. 다소 파시즘적 해석이지만 ‘정신질환 척도’의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의사들은 “많이 나아졌지만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신경·정신과를 찾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그 말에서 보듯 지금 우리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요족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절대 평화’,‘절대 풍요’를 말할 계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계층의 씀씀이는 정신질환이 많은 나라를 앞선다. 너무 요족하면 병들기 쉽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까.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鄭통일 “북핵 포기땐 포괄 지원”

    鄭통일 “북핵 포기땐 포괄 지원”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28일 주독 한국대사관과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연구소가 독일역사박물관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과정에 진입하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 “핵문제 해결이 궤도에 진입하면 북한 경제회생의 핵심인 에너지 분야의 다각적인 협력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남북대화가 복원되면 북한이 중점 추진사업으로 설정한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 식량과 비료 등 포괄적 농업협력을 추진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다보스포럼에 참가하기 하루 전날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가해 광복 60주년과 6·15 5주년의 의미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최와 북·미의 역할, 남북관계의 발전방안에 대해 강연했다. 정 장관은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평화 전략’임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전쟁 불가 ▲평화 공존 ▲공동 번영 등을 대북정책의 핵심방향으로 삼을 것임을 역설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평준화제도 손댈지 관심

    참여정부 초대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교육부총리로 임명되면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기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가 고교평준화 폐지와 교육시장 개방 등 경제계의 주장을 앞장서서 대변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 중인 대학개혁과 구조조정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회견과 새 교육부총리 인선과정에서 대학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형적인 구조조정은 물론 경제계의 불만이 팽배한 대학과 전문대 교육과정도 산업계 요구에 맞춰 대폭 뜯어고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로 31년째를 맞는 고교평준화나 교육시장 개방, 사학 자율화 등의 정책은 아직 미지수다. 교육 관련 단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교육계는 그가 ‘기업과 경제계 요구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교육수장으로 기용된 만큼 고교평준화 제도에 손을 대거나, 교육시장의 문을 활짝 열거나, 또는 사학에 대폭 자율성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예측은 그가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서울 강북 및 신도시 특수목적고 유치, 교육시장 개방,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학교 허용 등을 강력하게 추진한 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공직자는 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논리도 바뀌는 만큼 교육부총리로서의 입장은 경제부총리일 때의 입장과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대학=산업’ 교육 틀 바꾼다

    ‘대학=산업’ 교육 틀 바꾼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기준 파문’ 이후 19일 동안 비어 있는 교육부총리에 27일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김 교육부총리는 경제부총리를 지낸 경제관료 출신의 첫 교육인적자원부 수장이라는 점에서 화제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이 그를 교육부총리로 발탁한 것은 ‘대학은 산업’이라는 대학교육 개혁의 ‘특명’을 부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교육부총리가 경제와 교육을 어떻게 접목해 대학 교육을 개혁해낼지가 주목된다. 김 교육부총리는 지난해 초 경제부총리 시절 사석에서 만난 교육부 간부에게 “대학도 경쟁시대”라면서 “대학교육 개혁은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는 식이 아니라 이제는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간부는 “교육에도 일가견을 가진 경제수장이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는 참여정부 초기에 세무조사, 분양권 전매 제한 등 특단의 대책들을 쏟아내던 2003년 재정경제부 간부들을 모아 놓고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먼저 교육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거 서울 중심부에 있던 전통 있는 명문학교들이 80년대 대거 길거리가 질퍽질퍽하던 강남으로 이사 왔다는 점을 들어 이제는 ‘강남교육특구’를 대체할 지역이 나와야 한다고 설파했다. 판교 신도시나 강북지역에 외국어고·과학고를 유치하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경제관료의 시각에서 교육정책에 ‘훈수’를 두던 김 부총리가 교육행정의 현장에 들어가 교육 개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노 대통령도 장관 가운데 교육부총리 자리가 가장 힘든 곳이라고 말할 정도다. 교총과 전교조, 교육개혁시민연대,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관련 단체들은 “교육을 모르는 사람을 교육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면서 “교육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도 걱정되지만 노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서 대학 개혁을 강조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벌써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부처 간부는 “김 교육부총리가 경제계의 요구에 맞게 대학의 교육과정을 바꾸고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대학과 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英·佛 “기후변화 공동대처”

    |다보스 AFP 연합|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연례회의(다보스포럼)가 26일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세계 정치·경제계 지도자 2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려운 선택들을 위한 책임’을 주제로 개막됐다. 이날 개막회의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은 기후변화 및 빈곤 대처, 에이즈 퇴치 등을 위해 전세계가 공동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30일 폐막하는 이번 포럼 기간에는 중동 문제, 중국의 영향력 증대, 인종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될 전망이다. 블레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교토 의정서 불참을 겨냥, 온난화의 원인에는 이견이 있지만 다양한 기후변화 징후들이 다수의 의견을 뚜렷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며 “다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 [도덕성 시비 대기업 노조] (상)실태-노조가 ‘NO’하면 사업추진도 불가능

    [도덕성 시비 대기업 노조] (상)실태-노조가 ‘NO’하면 사업추진도 불가능

    기아자동차 노조의 ‘취업 장사’는 권력화된 대기업 노조의 도덕성 상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노조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임을 드러냈다. 대기업 노조가 비대화되면서 기업의 인사 및 경영권은 크게 훼손돼 가고 있다.2회에 걸쳐 대기업 노조를 점검하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 본다. 대기업 노조는 비대해진 몸집을 무기로 사측에 무리한 요구와 경영침해를 일삼고 있다.A자동차는 공장 이전이나 새로운 설비를 회사 마음대로 들여오지 못한다. 노조와 합의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옮기려면 6개월 전에, 새로운 설비를 도입할 경우에는 3개월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합의해야 한다. 요즘 분규를 겪고 있는 K사는 신규투자 및 한계사업 포기 등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 내려졌는데도 불법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조위원장 ‘부사장급’ 대우 받아 이들 대기업 사업장의 노조위원장은 ‘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보유 중인 조합비만도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조합 행사에도 수천만∼수억원씩 지출해 업자 선정을 놓고 말썽을 빚곤 한다. 그러다보니 위원장 선거는 물론 내부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회사측이 이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모른 체한다. 대기업 노조가 타락한 데는 회사측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 노조는 또 ‘귀족노조’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실제로 H자동차 노조는 전임자만도 90여명에 이른다. 한해 걷히는 조합비는 60억을 넘는다는 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조합비 적립금만도 80억원이나 된다. 재정만 풍족한 게 아니다. 회사는 위원장에게 그랜저XG를 제공하고 있으며 노조에는 산타페를 포함,10대의 승합·승용차를 지원하고 있다. ●신기술 도입 등 전략사업도 노조 동의 얻어야 B자동차는 신기술 도입과 신차종 개발 등 회사 수뇌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 노조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대외적으로 극비에 부쳐야 할 이같은 사항조차 노조에 미리 통보하고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조가 ‘노(NO)’하면 사업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기아자동차도 공장 이전·통폐합, 사업장간 차종 이관, 지점 이전 및 통폐합, 인력 전환 배치, 신차종·신기술·신기계 도입으로 인한 작업환경 개선, 시간당 생산대수 조정 등의 항목에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27일 “자동차는 물론 조선·중공업 등의 업종은 대부분 단체협약에 이와 비슷한 조항을 갖고 있거나 묵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단체협약 조항이나 관행은 긍정적으로 보면 근로조건 악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가로막아 기업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경제계의 중론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경쟁시대에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이런 사례는 결정적인 경영권 침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노조의 경영·인사 참여, 자칫 화 부를 수도 숭실대 조준모(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반화된 노조의 경영 및 인사참여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사관리의 불투명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며 결국 조합원들의 지지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표적 국민기업인 P사도 노조 집행부가 부패사건에 연루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특정지역, 특정학교 출신을 주로 뽑는 폐쇄적인 채용관행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노조의 생명인 도덕성 상실이 노조의 붕괴 원인이 되고만 셈이다. 이런 점에서 기아차 노조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지배구조가 불투명했던 기아차의 경우 사측이 노조에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노조에 제공함으로써 사측이 노조의 타락을 부추긴 꼴이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했지만 이같은 조직관행은 그대로 유지됐고 폐쇄적인 관행은 부패로 연결됐다. ●외부 견제시스템 마련 절실 대기업 노조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활동의 불투명성이 제거돼야 한다.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자주성과 건강한 조합활동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조합비 등 ‘돈’의 흐름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조 교수는 “재정과 활동이 투명해졌을 때 사용자에 대한 요구가 정당성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인 장치로 ‘사외감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계와 노동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 노조의 재정을 1년 단위로 검증하는 등 감시활동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가 이같은 자율적인 개혁장치를 마련했을 때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다. 최영기 노동연구원장도 “대기업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면서 “막대한 권한에 비해 외부견제시스템이 없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회계 감사가 곤란할 경우는 상급단체에 의해서라도 정기적인 감사와 함께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위노조에 집중된 권한도 지역이나 업종노조로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권리남용, 횡포 등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노동운동의 가장 큰 덕목 상실” 민주노총 홈피 비난글 빗발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을 점령(?)한 네티즌들이 거친 용어를 마다하지 않고 연일 민주노총과 지도부를 강도높게 질타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기아차 노조의 비리가 노동운동의 가장 큰 덕목인 도덕성을 상실했다.”고 성토했다. ID를 ‘총사퇴’라고 밝힌 네티즌은 “범죄 수법이 조폭을 능가한다. 엄청난 범죄가 드러났음에도 개별 사업장 노조의 내부 부정이라면서 애써 외면하고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강남싸나이’라는 네티즌은 “장관 자리가 안 부러운 직업이 노조 간부”라면서 “노조원을 위한다면서 노조원의 피를 빨고 하청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것이 노조간부”라고 맹비난했다. ID가 ‘고산자’인 네티즌은 “이번 사태가 기아만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대기업노조, 귀족노조 전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어떤 이는 “일자리로 장사하는 ×들이 진정한 노동단체냐.”며 민주노총 관할 전 사업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기아차 사태가 수그러지지 않고 일파만파로 번지자 민주노총도 불끄기에 나섰다.‘유감 표명’ 정도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전격 ‘사죄’했다. 충격에 휩싸인 민주노총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 간부가 채용비리에 개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자정노력과 함께 진상조사를 통해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대책위(단장 강승규 수석부위원장)를 본격 가동해 사측의 노조 무력화 및 채용비리 사건의 전모를 밝힐 계획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盧대통령 “과반수보다 대의 중요” 입장표명

    盧대통령 “과반수보다 대의 중요” 입장표명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임채정 의장 등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베푼 자리에서 느닷없이 “일희일비하지 말자.”면서 인연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의 연정론에 대해 ‘선(先) 대통령 탈당’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한때의 정책에 호불호도 중요하고 당과 정책적인 조율이 안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연”이라면서 “시끄러워도 둘이 만나면 잘되는 집안이 있고, 손발이 맞는 것같은데 둘이서 만나면 자꾸만 사업이 안되는 인연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좋은 인연을 만나면 다 잘되듯이 당에서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고 나도 당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애정을 표시하고 “일희일비하지 말고 섭섭할 때도 섭섭하다 하지 마시고, 같이 꾸준히 가자.”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에 대해 “나는 새 질서에 대해 완전히 익숙하고 아주 편안하다.”면서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고 혼란스럽고 불안해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질서이고, 훨씬 효율적인 질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임 의장이 “대통령 지지도가 크게 올라가고, 당도 따라서 올라가고 있다.”고 인사말을 건네자 “제 스스로의 지지도에 대해 대단히 둔감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긴 승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지지도 가지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당원들의 사기를 생각하면 지지도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일부에서 4월 재보선으로 과반수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숫자 한두명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어 “대의를 가지고 가느냐, 대의에서 벗어나느냐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은 지난해 12월23일 송년회 이후 한달여만이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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