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역설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구보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터널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아빠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피로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713
  • “배 모양의 수중 박물관 2010년 완공”

    “배 모양의 수중 박물관 2010년 완공”

    “발굴 30년만에 마련된 신안선 특별전과 학술대회를 계기로 신안 해저유물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지난 22일 목포에서 개막된 신안선 발굴 30주년 기념특별전 ‘신안선과 동아시아 도자교역’(12월10일까지)을 마련한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김성범(51) 관장. 그는 “신안선은 한·중·일 도자기 등 2만 2000여점의 유물을 쏟아낸 ‘보물선’이지만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했다.”면서 “신안선을 통해 14세기 동서양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왕성한 도자교역의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특별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특별전이 우리나라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안선에서 고려청자 7점이 나왔는데 일본은 당시 자기 기술이 없어 자기를 본뜬 도기 2점만 나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자기를 만들 정도로 기술이 뛰어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요.” 도자기뿐만 아니라 당시 무역상 및 선원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동전과 목패, 저울추, 향신료, 자향목(紫香木) 등도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통해 신라시대 장보고 이후 활발한 해양교역의 전통을 계승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해양유산 보존을 통해 관광자원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양유물전시관은 신안선 발굴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1976년 신안선 발굴이 시작되면서 1981년부터 보존처리장 역할을 했으며,1994년 전시관으로 개관한 뒤 신안선 보존처리 및 연구에 주력했다. 그러나 공간·인력 등의 부족으로 이제서야 특별전을 열고 도록을 재정비하는 등 한발짝 나아가게 됐다는 것이 김 관장의 설명이다. 그는 “내년 3월 박물관으로 승격되면 신안선뿐 아니라 그동안 발굴, 보존처리한 6척의 선박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연구를 하게 된다.”면서 “특히 아시아 최초로 오는 11월 건조되는 발굴전용 선박 ‘씨뮤즈’를 통해 태안반도를 비롯, 군산, 무안, 목포, 진도 등지에서 그동안 신고된 200여건의 해저유적에 대한 발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군산 야미도에서 유물 780점을 발굴·인양했으며 다음달에도 태안반도에서 발굴이 시작된다. 김 관장은 공간 부족으로 지금까지 발굴한 6척 중 신안선·완도선 등 2척만 전시해 안타깝다며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배 모양의 수중 박물관을 증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다 속 박물관에 그동안 발굴한 모든 선박을 전시하고, 현 전시관과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다리로 이어 관광자원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목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진정한 행복 긍정적 사고에서 나와”

    “행복은 훈련을 통해 계발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먼 박사가 한국심리상담연구소(소장 김인자) 주최로 23∼24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특별강연을 위해 내한했다. 긍정심리학이란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보다 개인의 강점과 미덕 등 긍정적 감정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의 새로운 연구분야로 셀리그먼 박사가 창시자로 꼽힌다. 셀리그먼 박사는 강연에 앞서 2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긍정적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긍정심리학의 효과와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행복해질 수 있는 구체적 훈련방법 두가지를 소개했다. 매일 자기 전 종이 위에다 그날 가장 좋았던 일 세 가지를 생각해 좋았던 이유와 함께 적어보라고 권했다.6개월 정도 지속하면 어느새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져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면 훨씬 행복해진다고 말했다.“오늘날 현대인들이 50년 전과 비교해 훨씬 풍요로운 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행복지수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역시 가난, 전쟁 등 사회적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갈수록 우울증, 자살 등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는 우리가 부(富)를 잘못된 곳에 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늘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자기보다는 남을 위해 사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고 강조했다. 셀리그먼 박사는 미국 심리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펜실베이니아 대학 심리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긍정심리학, 진정한 행복 만들기’(Authentic Happiness)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번 강연에서도 ‘긍정심리학과 긍정적 정서’,‘강점과 미덕’,‘행복과 삶의 의미’라는 주제로 이 같은 행복론을 소개할 예정이다.연합뉴스
  • [토요일 아침에] 내 탓이오! /손희송 신부·가톨릭대 교무처장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사람답게 되어간다. 그런데 사람이 서로 어울려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각자 독특한 개성과 목적이 있기에 조화보다는 갈등과 다툼의 상황이 자주 빚어진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보통은 자기 탓은 접어두고 남의 탓부터 지적한다. 일이 어그러지면 대개는 나의 탓도 있고 남의 탓도 있게 마련인데 서로 남의 탓만, 남의 원망만 하니까 원만한 수습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이렇게 공방전이 오가면 둘 사이의 어긋난 관계가 풀리기는커녕 더 꼬이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예수님은 ‘남의 눈에서 티를 빼 내기 전에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마태 7,5)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 따라 남의 허물을 탓하기에 앞서 자기의 탓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 탓이오.’ 한다면, 일의 해결이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다. 어떤 젊은 부부는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부부싸움을 시작하더니만 툭하면 말다툼을 해서 며칠씩 말도 안 하고 냉전을 계속했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의 옆집에는 중년의 내외 가정이 있었는데 여덟 식구가 비좁게 사는 데에도 항상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들은 새 살림 차린 젊은 부부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해서 매일 복도도 쓸어주고는 하였다. 어느 날 그 신혼부부는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에서 이웃집 아저씨를 모셔다가 술대접을 했다. 술이 몇 잔 돌아간 다음 젊은 남편이 물었다.“아저씨,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희는 결혼한 지 겨우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사흘이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게 됩니다. 벌써 이러니 어떻게 평생을 살아갈지 걱정입니다. 아저씨가 참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대가족을 거느리고 항상 화목하게 지내십니까?” 그 아저씨는 빙긋이 웃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다.“이보게, 싸움을 한다는 것은 서로가 너무 잘나서 그런 거야. 나는 항상 잘했고 다른 사람은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어지는 날, 그 가정은 화목할 수 있어. 예를 들어서 방 한가운데에 물그릇이 있었는데 누가 엎질렀다고 해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엎지른 사람이 부주의해서 그렇다고 야단치겠지. 그러면 엎지른 사람은 누가 물그릇을 여기에 놨느냐고 대들 거야. 그러나 서로 잘못했다고 해보게나. 물을 엎지른 사람은 ‘아, 내가 조심을 하지 않아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물을 떠온 사람은 ‘아니에요. 하필이면 내가 왜 물그릇을 방 가운데 두었을까? 내 잘못이에요.’ 또 옆에 있던 사람은 ‘아니야, 물그릇이 방바닥에 있는 것을 보고도 치우지 않은 내가 잘못이지. 미안해.’” 그 아저씨의 말을 들은 젊은 부부는 그날부터 생각과 말을 바꾸었다.“너 때문이야.”에서 “내 탓이야, 미안해.”로. 물론 치열한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자기 탓을 인정하면 손해 보고 바보가 되기 쉽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보스러운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해서 세상은 조금씩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된다. 이런 바보스러움과 우직함이 가정에서부터 실천됐으면 좋겠다. 사실 연인사이, 부부사이에 자신이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지는 것이다.’,‘자존심 상하는 것이다.’고 여기면서 끝까지 싸우거나, 어느 한쪽이 토라져 몇 주씩 말을 안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부모들도 자기 자식이 일방적으로 손해볼까봐 노심초사한다.“그래 네가 잘 졌다. 때로는 지는 게 이기는 거란다. 부부관계가 순탄하려면 마음을 넓게 가져야 한다.”고 타이르는 부모는 적고,“네가 무슨 죄졌니? 아니면 병신이냐? 초장에 버릇 잡지 못하면 평생 고생이니 알아서 해라.”라고 펄펄 뛰는 부모가 많다. 부모 스스로 팽팽하고 긴장된 관계를 늦추기 위해 자존심을 접고 자신의 탓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녀들도 자연히 그것을 보고 배우게 될 것이다. 이런 가정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남 탓만 하면서 다툼이 그칠 줄 모르는 우리 사회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희송 신부·가톨릭대 교무처장
  • [중계석] “작통권 이양 돌이킬 수 없는 현실” /한승주 고려대 명예 교수·전 외교부장관

    지난 9·14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전시 작전권 환수와 관련,“정치이슈화 반대”입장을 밝혀 역설적으로 한·미 동맹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손을 들어 줬다. 미국이 전작권을 흔쾌히 이양하겠다는 속내는 뭘까. 한승주 전 주미대사가 21일 한국 선진화포럼 주최 강연회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다음은 ‘동북아 정세변화와 한·미동맹´주제의 강연 요지. 최근 한국이 자주권 얘기를 하는 것에 미국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한국이 싫다는데 마치 강요해서 자주권을 박탈하고 있었다는 얘기냐. 빨리 털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동시에 일본 요인도 중요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과거 냉전시기의 한·미동맹은 대소련 봉쇄 및 일본 방어를 위한 전진기지로서 중요했으나 지금은 남한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줄었다고 볼 수 있다. 한·미동맹의 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떠한 공백도 메울 수 있는 ‘자발적 파트너’를 일본에서 찾은 것이다. 과거에는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철수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군) 주둔 국가는 일본만 남게 되었고, 이는 일본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한국이 싫다면 한국의 역할을 대체해도 좋다고 한다. 요약하면 ▲전략적 유연성 확보 ▲주한미군의 추가감축 기회를 가지며 ▲북한의 재래식 공격에 대한 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이 불필요해지며 ▲대(對)한 방위비 지출 축소 ▲대한 무기 판매 증가 ▲남한내 반미정서 촉발요인 제거 ▲중동 등 다른 안보현안에 주력할 수 있는 여지 확보 등이다. 전작권 이양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 정부가 기정사실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부시 행정부도 한 술 더 뜨고 있다. 이제 그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철회하라든지 유보하라는 요구를 할 수는 있으나 일을 돌이킬 수는 없게 되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작권 이양으로 훼손될 수 있는 우리의 안보태세를 어떻게 만회하고 보완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한승주 고려대 명예 교수·전 외교부장관 정리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열린세상] ‘상실의 세대’ 중국 홍위병/양필승 건국대 교수 차이나타운 추진위원장

    붉은 색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세대차를 반영한다. 붉은 색에 대한 공포와 붉은 색에 대한 환희, 결국 색깔을 느끼는 것조차 역사의 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유신시대를 살았던 필자에게 붉은 색은 공포와 동시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더욱 중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중국의 홍위병은 붉은 색만큼이나 신비와 공포를 함께 동반했다. 혁명의 역사, 중국 현대사를 자유롭게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고, 약 2년간의 노동자 생활을 접으면서 대학원에 입학했다. 첫 과목은 역사가 아닌 영어였고, 바로 그 영어 시간에 만난 홍위병 출신 중국 여학생. 곧 신비와 공포는 사라지고 너무나 귀엽고 초라한 여자아이로만 다가왔던 그녀. 홍위병에 관한 나의 집요한 질문에 대해 그녀는 늘 웃음으로 피했다. 또다른 홍위병 출신. 중국사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온 중국 장학생. 이제 중국 현대사, 특히 문화혁명(1966∼68)에 대한 이해가 보다 객관적이 됐을 무렵으로, 홍위병에 대한 질문은 한층 예리해졌다. 몇년 전의 그녀처럼, 그 역시 홍위병에 대한 질문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예의로 답하지만, 매우 시니컬했다. 반 세기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땅에서 홍위병이란 단어는 아직도 심심치 않게 언급된다. 바로 올해는 홍위병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지 딱 40년이 되는 해다. 홍위병이 월드컵의 붉은 악마보다 결코 못하지 않은 뜨거운 열정을 지녔음을, 그리고 우리의 붉은 전사보다 역사와 사회에 더 진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홍위병의 등장은 마오쩌둥의 선택이다. 그는 공산혁명의 성공과 함께 늙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고, 늘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노혁명가는 권력승계자 대신 혁명후계자를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백지상태의 청년들을 찾아 그들을 새로운 혁명세대로 훈련하기를 원했으며, 홍위병은 그의 작품인 셈이다. 문혁의 광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마오는 홍위병 출신 청년들을 농민으로부터 프롤레타리아의 미덕을 배우도록 이른바 ‘하방’을 보냈다. 대도시의 청년들이 중국 전역의 오지로 흩어져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농촌문화의 건전성을 ‘학습’했다. 문혁기간이 1976년 종료되기 전까지 모두 1200만명이 ‘하방’에 동원됐다. 그러나 필자가 책 속에서, 그리고 실생활에서 접했던 홍위병은 대부분 스스로를 ‘잃어버린 세대’ 또는 ‘상실의 세대’라고 자조했다. 문혁 중 대학은 장기간 문을 닫았고, 한동안은 입학시험 자체가 없었기에 진학조차 불가능했다. 막상 졸업하자 불어닥친 개혁과 개방의 바람에 홍위병 출신은 무능력자로 낙인 찍혀, 경제적 궁핍의 고통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덩샤오핑은 아예 정책적으로 홍위병 세대를 건너뛰는 이른바 ‘연경화’ 즉 세대교체를 파격적으로 단행함으로써, 홍위병은 상실의 세대로 전락했다. 덩의 결단은 홍위병 세대가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개방과 개혁을 끌어갈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판단으로부터 비롯됐다. 이같은 결단은 지독한 지도자의 고뇌에서 출발할 것으로, 미래의 비전과 자기 확신 없이는 불가능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나이와 경험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중국 공산당사에도 명백히 유지됐지만, 덩은 과감히 중국의 내일을 위해 그 같은 용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 결과 당과 정부의 간부 층에서 홍위병 세대는 무기력하게 자신들의 지위를 다음 세대에 내주는 고통을 맛보았다. 이로써 그들의 개인적 상실감은 한층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은 그만큼 성공적인 개방과 개혁의 길을 달릴 수 있었다. 결국 홍위병은 학창시절에 거리로 내몰려 지적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상실을, 다시 사회에 나와서는 자신들의 퇴장을 강요하는 세대교체를 통해 상실을 경험했다. 이 같은 홍위병 세대의 개인적 비극을 배경으로, 중국은 21세기 강대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양필승 건국대 교수 차이나타운 추진위원장
  • 고이즈미가 남긴 것

    |도쿄 이춘규특파원|전후 세번째 장기집권인 5년5개월간 높은 지지율로 일본을 이끌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일 일단은 정치 주역의 도리에서 물러섰다. ‘자민당을 깨부수겠다.’는 말로 일본 대개조를 목청껏 외쳤던 고이즈미 총리는 취임 초기 85.5%라는 사상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부침을 거듭, 임기말에도 50%의 지지율로 느긋한 퇴임을 앞두고 있다. 섭정설, 총리 재복귀설이 나돌 정도다. 가부키와 오페라를 즐기면서 ‘무리에서 벗어난 한마리 외로운 늑대’처럼 돌출행동을 자주 해 일본 정계의 이단아로 비쳐졌지만 ‘단명한 정권’에 불안해했던 일본 국민들에게는 개혁투사로 비쳐지는 데 성공, 장수했다. 하지만 임기가 종료되면서 그의 개혁방향과 정치수법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고이즈미는 파벌과 금권정치라는 자민당의 후진적 낡은 정치를 일부 깨부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직접 상대하는 대중정치 시대의 토대를 다졌다는 평이다. 아베 신조 새 자민당 총재가 이런 고이즈미 정치개혁의 최대 수혜자다. 그의 이미지 정치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당내 기반이 전무하다시피 한 고이즈미가 장수할 수 있었던 최대 비결은 뛰어난 이미지 정치에 있다. 자민당 총재이면서도 자민당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지율을 높이며 오히려 자민당을 강화한 것은 최대 역설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하락하던 2002년 9월 전격적인 북한방문을 통해 ‘평양선언’을 발표하고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시인받는 등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져 상황을 반전시키는 정치적 감각은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우정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자 ‘자폭 해산’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총선을 치러 압승을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고이즈미 개혁은 장기불황 종식이라는 절반의 성공일 뿐, 양극화 심화와 재정상황 악화 등 과제도 많이 남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도로공단이나 우정사업 민영화 등은 개혁의 시늉만 했을 뿐 성과가 불투명하다. 소비세 인상과 같은 껄끄러운 과제는 다음 정권으로 떠넘겨 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고이즈미의 최대 실정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끝까지 강행, 아시아 외교를 붕괴시킨 점이다. 한국·중국의 반발로 일본은 숙원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 외교현안에서 잇달아 실패했다. 특히 납치피해자 문제에 대한 강경대응을 통해 일본 우익세력이 정치·사회전반에 급격히 떠오르도록 함으로써 일본의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한 것도 커다란 폐해로 지적된다. taein@seoul.co.kr
  • 北 ‘작통권 환수’ 반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추진이 북한의 붕괴에 대비한 것이라는 발언(김성곤 국회 국방위원장)에도 꿈쩍 않던 북한이 마침내 작통권 환수에 대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북한의 반응이 남한 내의 보수-진보 진영간 갈등만큼이나 헷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19일 ‘전시 작전통제권 반환놀음에 깔린 음흉한 기도’란 논평에서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선심을 쓰는 척 하면서 많은 문제에서 저들의 일방적 요구를 실현시키자는 것”이라며 “남조선에 대한 영구강점기도를 실현해 북침전쟁수행의 전초기지를 더욱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평양방송은 지난 13일 “미국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남한에 반환하려는 것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개편을 더욱 합리화하고 여기에 남한 군을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결국 작통권 환수가 (미군의)북침 능력과 남한내 미군 지배강화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통권 환수시 안보에 허점이 생길 것이라는 남한내 보수단체의 논리와는 정반대 시각이지만, 역설적으로 사실상 환수에 반대한다는 결론은 같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문화마당] 우리나라 공식국명은 대한민국이 아니다/허동현 경희대 한국사 교수

    한 세기 전 이 땅의 사람들은 일본제국의 신민(臣民)으로 전락하고 만 참담한 실패의 역사를 쓰고 말았다. 그때 우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이 되기를 열망하던 민족으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도둑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온 해방의 감격도 잠시뿐 미국과 소련이 펼친 냉전의 덫에 걸려 민족은 남의 ‘국민’과 북의 ‘인민’으로 갈라서고 말았다. 냉전이 깨진 지 오랜 오늘, 통일은 해방처럼 어느 날 눈앞에 들이닥칠지 모를 일이다. 둘이 하나 되는 그날이 오면, 아니 지금도 왠지 ‘대한민국’이 풀뿌리 시민사회를 이룬 우리의 현재를 대표하는 국명으로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던 새 나라의 국호는 아니었다. 당시 ‘고려공화국으로 하자.’, 아니 ‘조선공화국이 좋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국명이 나쁘다고 독립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니, 차차 국정이 정돈되고 나서 대다수의 결정에 의해 그때 법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이승만 대통령의 설득이 주효해 잠정적으로 대한민국을 국호를 삼았던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한지 두 달 뒤에 터진 거족적 독립운동인 3·1운동 이후 나라를 앗긴 황제의 존재는 기억의 저편 망각의 늪에 빠져버렸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웅변하듯, 그때 이미 우리는 왕정복고를 거부하고 공화국을 꿈꾸지 않았었나? 그렇기에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에 대한 단절의식을 함축하는 반어적 국명이다. 역설적이게도 제헌국회에서 국명을 논의할 때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해보자.’며 ‘대한민국’을 최초로 제안했던 신승우 의원 말마따나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을 계승하는 소극(笑劇)을 연출한다. 대한제국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종속국이 아니라 자주국임을 만천하에 천명한 국호이다. 그러나 대한제국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조선 보호국화 기도를 러시아가 삼국간섭을 일으켜 막은 후 이루어진 러·일 두 나라 사이의 세력 균형 위에 세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았다. 본래 모습보다 크게 보이려 소 앞에서 억지로 배를 부풀리다 소에게 밟혀 죽는 이솝우화 속 개구리를 떠올려 보라. 인간이건 나라건 스스로 대단한 존재라는 자화자찬은 듣는 이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법. 대한제국은 외세에 기대어 명맥을 이으려 한 왕조의 유약함을 상징한다. 개구리 배 부풀리기 식의 자대(自大)나 타력을 빌리려는 책략만으로는 덩치 큰 포식자들이 날뛰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돌아온 열강쟁패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덩치 큰 포식자들에 맞서 배 부풀리기를 하는 자대도 아니고, 강자에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는 굴종도 아닐 것이다. 우리의 번영과 생존을 지켜줄 현명한 책략과 견실한 자강, 그리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줄 자긍이 더없이 요청되는 오늘이기에, 허장성세의 대한제국을 연상케 하는 대한민국보다는 제헌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던 고려공화국이란 국명이 더 살갑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거란의 침공에 맞서 나라를 지킨 강감찬의 신출귀몰하는 전략과 세치 혀만으로 침략군을 물러서게 한 서희의 협상력에 목마르기 때문이요, 세계제국 몽고의 침략에 굴하지 않고 60년 항쟁을 벌여 나라를 지킨 고려인의 불굴의 의지가 그립기 때문이요, 밖을 향해 활짝 열린 국제무역항 벽란도와 남녀 간의 자유연애를 노래한 고려가요의 개방성이 한 마을이 된 지구에서 양성평등사회를 꿈꾸는 우리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요, 세계의 중심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문명이라고 뽐내는 중화(中華)에 맞서 높고 아름답다며 또 다른 문명의 빛임을 자긍한 고려(高麗)의 함의가 오롯이 다가서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외적 공식명칭 Republic of Korea와 합치하는 고려공화국으로 국호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허동현 경희대 한국사 교수
  • 김태호 경남지사 특별인터뷰

    김태호 경남지사 특별인터뷰

    “중국의 고도성장과 인도의 경제성장은 세계질서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견을 낳고 있습니다. 남해안시대는 이같은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19일 “앞으로 10∼20년후 우리가 먹고 살아갈 동력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첫걸음이 남해안 특별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남해안발전 특별법 제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김 지사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경남 창원시 도청 2층에 자리잡은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한반도를 거꾸로 놓은 지도가 첫눈에 들어온다. 태평양이 남해안의 앞마당처럼 펼쳐져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답답하게 보여졌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불가능은 상상의 한계일 뿐 ‘젊은 지사’는 “우리에게 불가능은 상상의 한계일 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막에서 세계화의 상징을 실현한 두바이의 세이크 모하메드 왕세자의 말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요즘 무리한 일정으로 목이 잠겼다.”는 김 지사에게 우선 특별법 제정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물었다. “그동안 법안을 발의하지 못해 애를 태웠으나 최근 여야 3당이 앞다퉈 발의하는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며 “이들 법안은 내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상임위원회로 넘겨져 병합심의 후 단일안으로 조정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신중식 의원에 이어 이달 7일에는 한나라당이 김재경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남해안발전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18일에는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미래를 남해안에서 찾는다 이어 남해안시대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자 “부산·전남·경남 등 남해안권 3개 시·도가 하나 되어 지역간 상호협력을 통해 지방의 자립적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혁신주도형 지역발전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하려고 하며, 일본도 경제가 기지개를 켜자 동북아의 맹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려고 한다.”면서 “이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남해안권을 동북아의 7대 경제권으로 육성, 국가 성장동력의 새로운 발원지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남해안이냐는 물음에 “동북아의 ‘생활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해양관광자원을 가진 남해안이 적격”이라고 답했다. 이어 “태평양을 향해 열린 남해안을 발판으로 한국을 해양대국으로 도약시키고, 영호남이 경제적 이해의 공유를 위한 상생협력으로 동서화합을 이루는 1석2조 효과”라고 부연했다. 남해안 프로젝트 추진에는 무려 41조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든다. 뿐만 아니라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묻자 “그래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비의 80%가 ‘A(Airport)·R(Road)·T(Train)’ 인프라 구축에 쓰여진다.”고 밝혔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에 6조 9000억원이 투입되고, 연도·연륙교 건설에 12조원이 소요되며, 남해안 고속철도 건설에 14조원이 쓰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법을 제정해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나머지는 투자여건을 개선, 투자유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개발땐 환경법 철저 준수 김 지사는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별법안은 인·허가를 의제처리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등은 현행법을 준수토록 했다.”며 “파급효과가 큰 곳을 집중 개발하고, 대신 보존이 필요한 지역은 이를 더욱 강화하는 거점개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람사총회 개최지인 경남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지속가능한 개발모델을 찾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남해안시대 용역을 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를 설명하면서 시계를 2020년으로 돌렸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역 총생산은 277조원으로 국내경제의 19.3%를 차지한다.2003년 114조원에 비해 갑절이나 는다. 일자리가 3만 4000개나 늘어 1인당 소득이 3만 5000달러에 달해 국내 평균 2만 8000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주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공노는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의 대변자 인터뷰하는 동안 김 지사는 자신감이 넘쳤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와의 싸움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제가 여기에 미치자 “(전공노가)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달 을지훈련 폐지를 주장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전공노가 단체행동권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과 연금을 받으며,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국민들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공노 경남본부 소속 시·군지부장들이 사무실 폐쇄에 맞서 18일부터 단식에 들어가는 등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전공노가)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합법노조로 전환하기 전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김해를 비롯한 3∼4개 지부가 곧 합법노조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공무원의 역할을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김태호 도지사는 누구인가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자신을 ‘촌놈’이라고 거리낌없이 소개한다. 시골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가진 게 없었으니 모든 일에 ‘넘어져도 본전’이라는 배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김 지사는 1962년 8월 경남 거창군 가조면 일부리에서 소장사를 하던 아버지 김규성(73)씨와 어머니 정연조(72)씨의 3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동네가 알아주는 개구쟁이’였던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농사를 지어도 농약병에 적힌 영어는 알아야 한다.”는 부친의 말에 자극을 받아 장학생으로 거창농고에 입학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당시 소장수를 천하게 여기던 분위기를 의식해서 그랬던지 부친은 종종 “너희들 공부 다시키면 비누 한장 들고 목욕탕에 가서 온종일 때를 밀고 나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마치자 소장수를 그만뒀다. 김 지사는 “지금도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고 회고했다. 김 지사의 정치적인 감각은 대학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동영(1991년 작고) 의원의 집에 하숙하면서 싹을 틔웠다. 부친이 죽마고우였던 김 의원에게 아들을 맡겼던 것. 당시 김 의원의 집은 민주산악회의 본거지나 다름 없었다. 음식과 음료수 등 무거운 짐을 지고 함께 산을 오르기도 하고, 정권의 감시의 눈을 피해 심부름도 해줬다. 김 지사는 “이때 주워들은 얘기 속에서 정치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대학 졸업후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대학 강사생활을 할 때만 해도 그의 꿈은 대학교수였다. 그러다 1992년 3월 14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이강두 의원의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이 의원이 당선된 후 학교로 돌아가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자 여의도연구소 연구원 모집에 응모, 합격했다. 그러다 고향으로 돌아와 9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에 당선됐다.4년 후에는 거창군수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2004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 당선, 최연소 도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2살이었다. 그리고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젊음과 패기, 솔직함이 그를 당선시켰던 것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걸어온 길 ●학력 ▲1962년 8월21일 출생 ▲74년 경남 거창군 가조초등학교 졸업 ▲77년 가조중학교 졸업 ▲80년 거창농고 졸업 ▲85년 서울대 농업교육과 졸업 ▲87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교육학 석사) ▲92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교육학 박사) ●주요 경력 ▲89년 11월 육군제대(병장) ▲90∼92년 서울대 강사 ▲95∼97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 ▲98∼2002년 제6대 경남도의원 ▲02∼04년 경남 거창군수 ▲03∼현재 (사)환경실천연합 정책위원장▲04년 6월7일∼06년 6월30일 제32대 경남도지사 ▲06년 7월1일∼현재 제33대 경남도지사 ●저서 ▲농촌사회문제론(1994년) ▲농촌지역사회개발론(1999년) ▲살림살이 나누면 안됩니까?(2004년) ●상훈 ▲제1회 한국을 빛낸 CEO 선정(2005년 10월19일)
  • 김영훈 대성회장 ‘큰그림 그리기’

    김영훈 대성회장 ‘큰그림 그리기’

    김영훈(54) 대성그룹 회장이 평소 다듬어온 ‘큰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경제정책의 거물을 접촉하는가 하면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천연가스 문제를 논의한다. 에너지그룹의 총수답게 산유국과 수입국과의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다. 김 회장은 최근 방한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마카이 주임을 만났다. 국가발전위는 우리나라로 치면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를 섞어놓은 기관이다. 마카이 주임은 ‘부총리급’ 인사다. 김 회장은 마카이 주임에게 석유 수입국들의 연대기구 결성을 제안했다. 한국·중국·일본·인도 등이 참여하는 에너지펀드 조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산유국들의 가격 및 생산량 조정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마카이 주임은 5개국 에너지 장관회의 등을 통해 이를 적극 검토, 개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상하이까지 해저 파이프 라인을 건설해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구상도 갖고 있다. 파이프 라인 총연장이 3050㎞나 되는 대 역사(役事)다. 이 프로젝트는 민·관 관계를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김 회장은 “지금 단계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누굴 만났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봐가며 점진적으로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프로젝트를 역시 마카이 주임에게 설명했다.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경우, 중국 측에서 천연가스를 살 뜻이 있는지를 타진했다. 마카이 주임은 “경제성이 높을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런 구상을 다음달 31일부터 11월2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의에서도 강조할 계획이다.WEC 부회장인 김 회장은 이같은 그림을 갖고 WEC 서울회의를 사실상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리더십과 세계정세/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밤낮으로 흥청망청,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무희를 바라보며, 술에 대한 갈증과 성욕을 발산하며, 대박 꿈에 투기와 도박으로 미쳐 날뛰는 도시.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최근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다루면서 그린 1890년대 뉴욕의 모습이다. 부조리와 비리, 모순적 삶의 뉴욕은 오늘날 서울과 흡사하다. 이 시절 뉴요커는 강남 룸살롱 폭탄주의 원조격인 보일러메이커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훗날 미국 제26대 대통령에 오른 테디(루스벨트의 애칭)는 당시 뉴욕시 경찰국장으로 섹스와 폭력, 마약과 알코올이 넘쳐나던 이 광란의 도시에서 인기없던 ‘일요금주법’을 되살려 불법행위를 강력 단속하는 등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테디는 스페인과의 전쟁이 터지자 민간인으로 자원해 산후안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전국적 조명을 받았으며, 미 국방부 해군지휘부에서 스페인과의 마닐라해전을 기획 지휘해 대승을 거뒀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이 경험을 살려 세계 최강 함대를 만들었다. 그는 좌우명인 ‘말은 온순히, 회초리는 길게’라는 힘의 논리를 국가간 질서에 적용해, 격변기 미국이 세계 슈퍼 파워로 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공로로 20세기 통치자로서는 유일하게 워싱턴과 제퍼슨, 링컨과 함께 러시모어산의 큰바위 얼굴로 새겨지게 되었다. 지금 남의 나라 성공한 대통령을 거론하는 이유는 당시처럼 국내외 정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쇠퇴와 함께 영토 분쟁이 곳곳에서 일어날 조짐이다.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으로 선수를 쳤다. 또한 서울신문 15일자 1면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이어도에 쌓아올린 우리 해상구조물에 대해 이미 5차례나 감시비행을 했다. 중국은 이어도에 대한 우리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때처럼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곧 평화헌법을 개정할 태세다. 윤설영 기자가 15일자 ‘사람&사회’면에 보도한 태평양전쟁 미화 기념비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와중에 미국은 가능한 한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 한·미간에 전시작전통제권 문제가 이슈화되는 이유이다. 국내에서 보수쪽은 북한 위협이 상존한다는 이유로 작통권 조기환수를 결사반대한다. 진보쪽은 주권과 자주논리를 앞세워 환수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나 진보의 논리가 표면상 모두 다 설득적이지 않다. 우선 북한의 남침 위협이 과거처럼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국가간 공동방어체제를 구축하는 시대에 주권이나 자주의 논리만을 내세우는 것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본질적이며 실질적인 이유가 있을 텐데 국내신문은 변죽만 울린다는 느낌이다. 이런 의문은 서울신문 13일자 “작통권 국론분열 언제까지 봐야 하나”라는 사설과 14일자 염주영 칼럼의 “실용의 눈으로 본 작통권 논란”, 그리고 15일자에 보도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美서 北核허용 유도의심까지 든다”는 강연내용까지 읽고 나면 더욱 심해진다. 이들 기사를 읽어보면, 정부에선 ‘공개하기 힘든’ 정보와 ‘안보보완대책’을 갖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 전 폴슨 미 재무장관 면담시 “기자들이 나가야 무슨 말을 하든지 하지.”라고 했다고 한다. 언론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핵심사항일수록 그 사정을 속 시원히 밝혀내야 한다. 정부의 홍보부족만을 탓할 수 없다. 지금 보도로는 무엇이 핵심사항인지 가설마저 세울 수 없는 정도이다. 100년 전 미국처럼, 우리도 어떻게 하면 동아시아의 파워 브로커가 될 수 있을까. 국민이 똑똑해야 한다. 국내외 정세에 대한 국민의 판단력은 신문보도에 좌우된다. 굵직한 필치로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이유이다. 루스벨트가 왜 당시 지배엘리트에 냉소적이던 기자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했으며, 그의 혁신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신문까지 끌어안았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심재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부시가 인기 광고모델?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광고 시장에서는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올해 부시 대통령이 등장한 정치광고 제작 비용이 수억달러에 이른다는 컨설팅 업계의 분석을 인용한 뒤 국정 지지도가 40%를 오르내리는 대통령치고는 모델 선호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역설적인 점은 그가 등장하는 정치광고 대부분을 민주당이 제작했다는 것. 뉴멕시코주에서 방영 중인 민주당 선거광고는 부시 대통령과 어깨를 걸고 무대에 등장하는 히더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을 향해 “부시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두둔한 인물”이란 멘트가 울려 퍼진다. 콜로라도주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 매릴린 머스그레이브 하원의원의 이마에 키스를 하려고 몸을 기울이는 장면이 되풀이해서 나온다. 역시 민주당 후보의 정치광고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치광고들이 민주당 지도부나 정치 컨설팅업체의 협의 끝에 나온 것이 아니라 후보 각자의 선택에 따른 산물이란 점에 주목한다. 신문은 이번 중간선거를 부시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로 전환시키려는 민주당 안의 암묵적 합의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책임자 글렌 볼거는 “최근 자체 조사를 통해 민주당 광고가 대대적으로 방영된 이후 공화 지지자들의 결집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넘어 민주당만의 국정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당 안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98년 중간선거때 공화당이 르윈스키 스캔들 등으로 곤경에 빠져 있던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전국적 찬반투표로 선거 국면을 몰아가려 했지만 실패했던 전례에 주목한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할 경우 세금을 올리고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할 것이라는 고전적 레퍼토리로 맞서고 있다.주목할 만한 사실은 공화당 정치광고에는 당원들 사이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그러나 ‘모델 파워’에선 지난 2002년과 2004년 부시 대통령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책꽂이]

    ●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춰라(쉬이밍 지음, 장연 옮김, 고려원북스 펴냄) 자신의 진실한 내면을 ‘각찰’(깨달아 살핌)해야 참다운 자신을 발견하고 타고난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언이 담겼다.‘생명의 잠재능력 개발’ 분야의 선구자인 저자는 “자신의 결함에 감사하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해야 한다.’는 강박을 독자에게 주입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특징.“억지로 봄을 잡지 말고 여름의 화려함을 만끽하라.”는 자연, 인생의 순리를 강조할 뿐이다.9500원.●지방정부간 갈등과 협력(강성철 등 지음, 한국행정DB센터 펴냄)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드러난 지방정부간 갈등과 협력의 양상을 분석. 제도·행태·환경의 세 측면에서 분석모형을 제시한다. 이론과 실제편, 연구사례집편 등 두 권으로 구성됐다. 각권 1만 8000원,2만 6000원.●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이석암 지음, 에세이 펴냄) 전국의 명산을 답사한 뒤 쓴 산행후기. 닭머리 형상의 용이 누워 있는 계룡산,‘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경기 5악’ 중 으뜸인 운악산, 야생화 천국인 방태산,‘남한의 금강산’이라는 용봉산, 부처님 오신 날만 개방되는 희양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등산코스의 지형을 상세히 밝힌 것이 특징.1만원.●뇌를 잠깨우는 음식(이쿠타 사토시 지음, 정명숙 등 옮김, 그루 펴냄) 만일 뇌 속에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으면 신경세포가 생존할 수도, 성장해 시냅스를 형성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기분도 침울해진다. 지방분과 당분, 칼로리는 높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은 극히 적은 정크 푸드를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까. 효소가 충분히 작용하지 못해 뇌 속의 전달물질이 부족하게 돼 머리가 잘 돌지 않고 무기력해지며 칼로리가 피하지방에 쌓여 살이 찌게 된다. 뇌에 필요한 영양소의 비밀을 밝혔다.9300원.●2% 부족한 나를 채워주는 인맥의 힘(순따웨이 지음, 이선아 옮김, 미래의 창 펴냄) 중국 속담에 “복숭아를 주고 살구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당신이 상대방을 도와주면 상대방 또한 당신에게 기꺼이 도움을 준다는 뜻으로, 남에게 도움을 청할 때 지켜야 할 도리나 덕목을 가리키는 말이다.‘윈-윈’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한다. 책은 지금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저평가된 우량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9500원.
  • [중계석] 흥사단 통일포럼 “美서 北核허용 유도 의심까지 든다”/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미국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공동의장이 14일 한국일보 송현클럽에서 열린 흥사단 통일포럼에서 주제발표한 내용이다. 정 의장은 북한 핵과 관련, 한·미간 대처과정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를 경계해야 한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정 의장은 “북한 핵과 관련한 남북간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지난해 9·19공동성명이 성안될 즈음에 미국은 위폐·인권·마약문제 등 북한의 도덕성 문제를 들고 나와 문제가 얽히면서 굉장히 풀기 어렵게 됐다.”며 “미국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북핵 불허’를 금과옥조로 삼고 핵문제를 다뤄왔는데 미국 부시 정부의 대북 압박 이후 북한은 오히려 핵활동을 재개, 미국이 북한의 핵활동을 유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도록 묶고 일본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북한이 몇 개의 핵을 갖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북핵 불허’가 실현 가능한 본심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면 미국이 동아시아 장악력을 높일 수 있고, 안 가져도 동아시아 장악력은 유지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 뒤 “북핵문제에 대해 좀더 냉철하게 생각해 남북대화나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순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의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빨리 중국에 가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전격적인 복귀의사를 밝힌 뒤 미국과 양자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 [한·미 정상회담] 노대통령 “한미동맹 재조정 순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오전 11시(현지시간)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동안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우리측에서 반기문 외교부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송민순 안보실장,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윤대희 경제정책수석, 정윤제 의전비서관, 윤태영 대변인, 박선원 안보전략비서관, 조태용 북미국장이 참석했다. 미국측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조시 볼턴 대통령 비서실장,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잭 크라우치 국가안보부보좌관, 존 스노 백악관 대변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대사,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참석했다. 또 딕 체니 부통령과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대사가 오찬에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가기 앞서 약 10분 동안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3일 미 정부와 의회 및 경제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미 상공회의소에서 가진 미 경제계 인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는 미국을 위해 한국이 ‘공헌’해온 역사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질서와 자유 구축을 위해 전 세계에서 싸울 때 한국은 항상 미국편이었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 전과 걸프 전, 아프가니스탄 전, 이라크 전 등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치른 대규모 전쟁 때마다 파병했던 사실을 부각한 것이다.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기본적인 한·미 관계 기초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부시 대통령과는 재임 기간이 일치하는데, 그 기간에 한·미 관계에 가장 많은 시끄러운 얘기가 있었다.”며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간이었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가장 많은 변화와 결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한·미재계회의는 이날 오찬에서 노 대통령에게 전달한 서한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했다.간담회에는 한·미재계회의 미측 회장인 윌리엄 로즈 씨티 그룹 부회장과 보잉, 제너럴모터스, 캐터필러, 메트 라이프 등 주요 기업의 대표 11명과 한·미재계회의 및 미 상공회의소 간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등 15명이 참석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 영빈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나와 부시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상당부분 겹치는데 이 기간 중에 한·미동맹의 재조정 작업이 합리적인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라이스 장관은 “한·미동맹이 굳건한 상태(good shape)에 있다.”면서 “최근 수년간 한·미 관계의 변화는 동맹의 미래지향적인 현대화를 위한 것이며, 지금까지 해오던 속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dawn@seoul.co.kr
  • [책꽂이]

    ●한국현대문학 100년 대표소설 100선 연구(김종회·현대문학연구회 지음, 문학수첩 펴냄)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가 1906년 ‘만세보’에 발표된 지 100년. 이 책에는 한국현대문학 100년의 성과 가운데 작품의 미학적 완결성과 동시대적 의미를 고려해 뽑은 100편의 대표 소설이 실렸다. 우리 소설사의 넓이와 깊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의 고민을 끌어안은 작가들의 내면풍경도 엿볼 수 있다. 조명희·이기영·한설야·김남천·이태준 등 납·월북 작가도 포함됐다. 전 3권 각권 1만 5000원.●이야기를 걷다(조갑상 지음, 산지니 펴냄) 부산이라는 도시가 소설공간 속에 어떻게 구현돼 있는가를 살핀 에세이. 부산이 낳은 민족문학의 거봉 요산 김정한이 양산 농민저항사건에 연루돼 학업을 중단하게 된 양산 메깃들과 물금·화제,1910년대 낙관적 계몽주의의 시선이 집약된 소설 ‘무정’의 무대 삼랑진역,‘만세전’의 주인공 이인화가 관부연락선에서 내려 부산에 잠시 머물던 행적 등을 좇는다. 지역학(부산학) 연구에 문학이 담당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일러주는 책.1만 3500원.●빨간 머리 피오(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문이당 펴냄)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완벽한 하루’에 이른 저자의 세 번째 소설. 스물 두 살의 고아 소녀 피오가 유명 미술비평가의 눈에 띄어 갑자기 천재 화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진실이 사라진 예술은 사기에 불과할 뿐임을 역설한다. 원제는 ‘여덟 살 때의 잠자리’.9800원.
  • [한·미 정상회담] 양국정상 현안별 입장

    |워싱턴 박홍기특파원|14일 낮(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북핵 사태를 비롯, 얽히고설킨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모아졌다. 인식의 공유를 위한 만남인 셈이다. 무엇보다 한·미 동맹 관계가 흔들림 없이 공고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킴으로써 북핵과 6자회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등의 현안을 푸는 데 보다 수월하게 공동의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때문에 참여정부 들어 5차례나 열렸던 정상회담과는 다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모양새보다는 좀더 내실을 기하는 쪽에 비중을 뒀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 작통권 노 대통령은 13일 미국 주요 기업인들과의 오찬에서 “한·미 동맹은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지만) 앞으로 기본적인 한·미 관계의 기초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노 대통령의 입장은 그대로 개진된 듯싶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경주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에서 한·미 관계가 포괄적·역동적·호혜적인 동맹관계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동맹의 공고화를 갈음했다. 두 정상은 작통권 환수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작통권 환수가 미국의 방위공약 지속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작통권 환수 후에도 한·미 동맹관계는 더욱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될 것임을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말마따나 양국 정상은 “한·미 동맹은 아주 굳건한 상태에 있다.”면서 최근 수년간의 한·미 관계 변화는 동맹의 미래지향적 현대화를 위한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 북핵 북핵은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이다. 역설적으로 해법이 보이지 않는 난제다. 지난 7월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북핵 문제에 관심이 집중돼 왔던 터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채택됐고, 미국의 금융제재가 들어가자 북한은 ‘벼랑끝 전술’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일 핀란드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국까지 가기에는 초라하다.”면서 “무력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핀란드 발언’은 13일 폴슨 재무장관에게 “미국의 법집행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회담에서도 ‘북핵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외교적인 방식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북한을 향한 9·19 공동 선언의 조속한 이행 촉구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로 의견을 함께한 점이 주목된다. 로드맵은 앞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포괄적 접근 방안은 새로운 북핵해법인 셈이다. ■ FTA 작통권 환수만큼이나 국내에서 찬반이 갈린 민감한 사안이다. 미상공회의소와 한·미 재계회의는 13일 한·미 FTA 협상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한·미 FTA를 성원하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도 높이 평가한다고 치켜세웠다. 폴슨 재무장관도 이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무역 자유화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면서 “한·미 FTA가 성공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정은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양국 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키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은 거센 반대의 여론 속에서도 추진력이 배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연말로 다가온 자이툰 부대 파병기한 연장안이 핫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파병에 동맹국으로서 사의를 표시해 주목된다. hkpark@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어떤 희망도 없는 경우를 우리는 절망이라 부른다. 절망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된 경우와 같다. 절망의 극치가 곧 자살로 이어진다. 희망은 삶을 지탱시켜 주는 에너지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그녀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인간 세상에 모든 재앙들을 다 퍼뜨려 놓고 뚜껑을 닫았기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인간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실존하면서 희망만을 아직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겠다. 누구나 다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에서 대개 어떤 것을 갖고 싶은 소유욕을 희망으로 삼는다. 돈을 벌고 싶은 희망, 출세하고픈 희망, 시험에 합격하고픈 희망 등등 다양한 희망을 갖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희망을 단적으로 소유론적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희망의 철학적 의미를 화두로 삼은 20세기 가톨릭 실존철학자 마르셀은 저 소유론적 희망을 ‘나는 …을 희망한다.’(I hope that…)라는 구절로 간략하게 묘사했다. 이것은 희망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구조다.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의 희망은 내가 소유하고픈 내용과 같다. 그런 희망이 달성되는 경우에 나는 만족을 느낀다. 만족의 현상은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충분히 먹어서 포만상태에 이른 것과 유사하다. 포만상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게걸스러운 기분에 젖은 식곤증처럼, 생각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 판단공백의 상태를 동반한다. 거기에 비하여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하여 시기와 원한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들은 식곤증에 취해 있는 만족계층과 달리 더욱 또렷하게 의식이 깨어 있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계급전복을 준비한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의 모습이다. 만족의 게걸스러움과 불만의 분노는 다 소유론적 희망의 취득여부와 직결된다. 소유론적 희망은 결국 인생에서 만족을 누리려는 욕심과 직결되어 있다. 이 욕심을 불교에서 오욕(五欲=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라 부른다. 세상살이는 예나 이제나 이 오욕을 쟁취하기 위한 모든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 화가 나고, 화의 분노가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명분화하기 위하여 그럴싸한 이론을 다 끌어들인다. 인간의 사회적 투쟁은 거의 대개 이 오욕의 쟁취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벌이는 소유론적 불만이나 절망을 분노의 명분으로 표시한다. 아집(我執)에 찬 분노의 명분이 진리의지와 만나면, 그 분노는 진리의 투쟁이란 법집(法執)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아집과 법집이 뒤엉키면, 소유론적 욕심이 결국 결사항전의 어리석은 고집으로 바뀐다. 그런데 한 사회의 정신문화가 일반적으로 속물적인 소유론적 희망만을 삶의 동력으로 여기면, 그 사회는 그만큼 만족과 불만의 양극단에서 늘 요동친다. 속물적 희망은 오욕의 소유만을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속물적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소유적 지배층의 거만떨기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원한의 심리를 품고 있는 소외층의 대등 질투심리와의 양극사이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에 속물이 아닌 것처럼 도덕적으로 온갖 좋은 말씀을 내놓던 분이 일단 자기의 출세와 직결되는 순간에 벼슬을 놓칠까봐 명예욕에 추하게 매달리는 탐욕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배층의 게걸스러움을 싫어하던 소외층의 가열찬 투사가 하루아침에 지배층에 오르자마자 자기가 그토록 미워한 그 오욕의 탐욕에 정신을 못 차린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생각이 깊지 않은 인간은 그가 투사이든 지배층이든 소외층이든 도덕적 설교자이든 다 속물적 소유욕을 인생의 희망으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의 부정부패는 모두가 다 속물적 탐욕의 근성을 희망으로 갖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속된다. 우리는 생각이 깊은 정신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악을 박살내려고 흥분하지 말고 속물근성에 빠지지 않는 깊이 있는 사회를 일구자. 그러기 위하여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소유론적인 것에서 존재론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음의 혁명이 필요하다. 인생의 희망을 소유론적인 만족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존재론적 기쁨으로 인생을 승화시키려는 마음의 전환에서 마음의 혁명이 가능해진다. 불만의 심리는 늘 복수의 심리를 속으로 감추고 있다. 역전의 상황이 오면, 불만의 심리는 복수한다. 만족의 심리는 남들에게 으쓱대면서 과시하려는 충동을 띠고 있고, 불만의 심리는 속으로 응어리를 품고 있어서 비뚤어진 공격성을 감추고 있다. 과시적이든, 열등의식으로 비뚤어졌든 다 공격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열린 마음의 기쁨이 삶의 희망으로 등록되겠는가? 나는 우리가 서로서로 사랑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비록 TV 드라마에 사랑 극이 너무 넘쳐나고,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상의 깊지 않은 희비극이 화면에 벌어져도, 우리는 진실로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안이나 바깥에서나 서로 모래알처럼 살면서 “제까짓 것” 한다. 속물적 욕망만이 인생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곳에 절대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융결(融結)하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족한 자나 불만스러운 자나 다 속으로 타자에 대하여 “제까짓 것” 하는 심리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과 기쁨, 불만과 괴로움은 다르다. 만족의 포만감은 꽉 차서 더 이상의 여백이 없는 닫힌 마음의 상태를 함축하고 있으나, 기쁨은 5세기 말 신플라톤주의자로서 익명의 철학자인 가짜(Pseudo)-디오니시오스의 말처럼 ‘자기의 확산’(self-diffusion)과 같다. 만족은 자아위주로 닫힌 느낌이지만, 기쁨은 우주로 자기가 확산되는 열림의 느낌을 준다. 불만은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을 띠고 있지만, 괴로움은 내적 평안을 찾으려는 긴장완화의 요구를 품고 있다. 소유적 만족보다 존재의 기쁨을 찾으려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적 계산과는 무관하다. 낙관적 계산은 속물적 욕심의 취득이 계산적으로 명백할 때에 생긴다. 그러나 존재의 희망은 오히려 속물적 인생의 무상함과 괴로움의 자각에서부터 움튼다. 내 인생의 의미가 속물적 오욕(五欲)의 소유적 다과로 평가되기를 거부하는 ‘존재론적 요구’가 마음에서 싹틀 때에, 존재론적 희망의 의미가 절실히 다가온다. 속물은 소유나 적어도 허영의 과시에 사로잡힌 수인(囚人)과 같다. 짝퉁으로도 자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속물은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가짜 소유로 채우려는 자기체면에 걸린 수인이다. 희망을 소유에서 존재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죽음의 응시에서 가능하다. 죽음은 소유의 수인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약이다. 속물들은 죽음이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처럼 산다. 그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죽음이 있음을 그들도 알지만, 그들의 지금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죽음의 생각을 그들은 유예한다. 속물들은 세상에 가장 친사회적으로 사는 것처럼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들은 사실상 가장 고독한 인생을 산다. 소유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열린 기쁨의 마음을 모른다. 속물사회에서는 다 고독하다. 지옥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나 모두 고독한 곳이다. 존재론적 희망은 괴로운 번뇌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인생의 요구에서 싹튼다. 모든 번뇌는 소유의식에서 생기고, 그 소유의식은 집착을 낳고 나의 마음을 뇌쇄시켜 거기에 중독되게 한다. 앞에서 본 마르셀이 그의 저서 ‘편력하는 인간’에서 희망의 철학을 가르친다. 희망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나는 우리를 위하여 그대 안에서 희망한다.’(I hope in you for us.)는 것이다. 소유의식을 지우는 것이 번뇌에서 해방되는 첩경이다. 소유의식은 잘난 척하거나 으쓱대는 자만심과 같이 간다. 불만도 역설적인 소유의식에 다름 아니다. 마음의 존재론적 혁명은 마르셀이 언명하였듯이 겸허하며 요란스럽지 않고 수줍은 듯한 마음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마르셀이 말한 ‘그대’의 이인칭은 고요하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과 같다 하겠다. 소유로 들뜬 속물들은 수줍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이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하면서 살아 왔다. 오욕을 사냥하는 소유론적 속물근성을 떠나서 자기 마음에 늘, 그리고 이미 있어 온 그 고요한 본성에 인사드리고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마음이 약속하는 순간에, 존재론적 희망은 문득 솟아오른다. 내가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희망하는 그 순간은 동시에 만족과 불만이라는 소유적 삶의 수인(囚人)상태를 벗어나 나의 존재와 인연이 있는 모든 존재들을 함께 기쁘게 해주려는 열린 마음의 상태로 변하는 마음의 비약이 생기는 순간과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웃이 된다. 이것이 마르셀이 말한 ‘우리를 위하여’라는 말이겠다. 존재론적 희망은 나의 본성인 ‘그대’와 나의 일상적 마음이 일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요, 그런 일치는 이웃들과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되는 융결의 띠를 형성한다. 이 ‘우리’는 소유론적 폐쇄적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네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자기와 타인이 둘이 아님)의 ‘우리’다. 마르셀의 용어를 빌리면, 우리가 ‘코러스’(chorus)를 들었을 때에 느끼는 마음의 환희가 바로 존재론적 희망에 아주 가깝다고 하겠다. 코러스의 감동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도 열려 있고 서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기쁨을 맛본다. 우리 사회가 속물근성의 자기 감옥을 부술 때에, 우리는 상호주관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무 콘텐츠가 없는 공허한 추상적 구호로서의 같은 민족끼리의 감상을 넘어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경계하는 모래알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으로 기쁨을 주고 서로서로 친절한 이웃이 될 것이다. 속물적 희망을 존재론적 희망으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곧바로 우리가 전대미문의 도약판을 밟고 비상하는 순간이 될 것이고, 각자의 좁은 감옥을 벗어나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생각 다른 두정상’ 순탄치 않은 회담

    ‘생각 다른 두정상’ 순탄치 않은 회담

    1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5일 0시)에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에 없던 긴장감이 돌고 있다.AP 등 외신들조차 ‘전적으로 세상을 달리보는 두 정상’이 만나 순탄치 않은 회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핵심은 북핵 문제 해결 방법 등 대북 접근법. 양국은 ‘북핵의 평화적인 해결과 6자회담 조속 재개,9·19 공동성명 이행, 대북 유엔결의안 이행’ 등 회담 발표문안 조율을 거의 끝냈다. 그러나 문제는 솔직한 화법이 특징인 두 정상이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나누는 2시간의 대화내용이다. 각 1시간씩 진행될 공식 회담과 오찬에서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비틀거리는 한·미 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대충 이렇게 넘어가자고 할 상황이 아니고, 우리 국가에 있어 아주 중차대한 문제들이어서 (대통령이)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수행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는 포지티브한 대화를 하는 것이 관례”라고 전제하고,“미국의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보다 상대측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식의 대화가 오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공동의 목표는 ‘북핵 문제 해결’을 뜻한다. 하지만 한·미 정상간 대북 인식 차이는 크다. 토대는 북한에 대한 신뢰 여부.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으며, 노 대통령은 북한이 생존차원에서 살아보려고 벼랑 끝 전술을 쓰는 만큼 외교적으로 움직일 여지를 주자는 입장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안보리 결의안 이행 문제는 반대하지 않고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날개의 한 쪽을 함께 돌리는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노 대통령 역시 이같은 점을 역설하면서 한국·중국의 당근 중심 정책의 유효성, 특히 우리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주효성을 인정받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붕괴나 고립, 체제 전환은 미국이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6자회담에 나오면 북한은 과실을 가질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북한 미사일 위기가 점증된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추진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과연 6자회담 재개의 새 동력이 될지 그리고 한·미 외교사에 어떤 기록을 남길지 주목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간도 영유권 주장 정부가 막아”

    “간도 영유권 주장 정부가 막아”

    중국의 ‘동북공정’ 및 ‘백두산공정’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간도협약 원천 무효에 관한 결의안’도 외교부의 반대 때문에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열린우리당 유선호 의원은 이날 ‘국회 동북아연구회’가 개최한 ‘동북공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2004년 동북아공정 때 김 의원이 제출했던 ‘간도협약 원천 무효에 대한 결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 및 외교부가 반대해 덮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았던 포항공대 박선영 교수가 “중국의 동북공정, 백두산공정 등에 대한 대응으로써, 정부는 일본의 패망으로 원천 무효가 된 1905년 ‘중·일간도협약’을 문제삼아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교수는 “토문강이 중국이 주장하는 두만강이 아니라는 옛 지도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간도의 영토 귀속은 논란의 대상”이라면서 “따라서 국회는 정부가 반대하더라도 간도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의안을 제출했던 김 의원측은 “현재 국회 통외통위에 계류 중”이라면서 “현안에 밀려 처리가 늦어지고 있지만 여야 간사들의 협의로 의제로 상정, 통외통위를 통과한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김 의원은 통외통위 위원장이다. 이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법안이 아닌 만큼 구속력은 없지만 ‘간도’에 대해 대한민국 입법부의 공식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고, 행정부에 대한 국민적 압박이라는 정치적·외교적·상징적 의미를 갖게 된다. ●‘공정’의 이유 박 교수는 “중국의 백두산 공정의 대외적 목적은 변경지역의 강화를 통해 간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 권력이 붕괴할 경우 1962년에 맺었으나 현재 공개하고 있지 않은 ‘북·중변계조약’이나,1905년 중·일 간도협약 등에 대해 국제법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동북아를 중요시하는 것은 이곳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 몽골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해결 방안 박 교수는 중국 정부도 ‘동북공정’과 ‘백두산 공정’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한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 정부에 ‘한·중 공동역사연구소’를 설립할 것을 제안,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고구려사, 백두산 공정 등을 개별적인 사안이나 역사적인 왜곡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한반도의 미래전략과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