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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코친디아 경제블록 주도해야”

    “재코친디아 경제블록 주도해야”

    “중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재코친디아(JAKOCHINDIA)’를 만들어 이를 우리가 주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미래전략연구가인 박영숙(53)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코리아’의 생존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동북아 중간자적 역할 자임해야” 1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린 한국인간개발연구원 창립 33주년 기념포럼 강연에서다. 박 대표는 “미래경쟁력 확보는 정확한 미래예측에서 출발한다.”면서 “인도는 2015년이면 일본을 추월하고 이어 2050년 이후에는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예측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 일본, 인도의 중간 위치인 한국은 2015년 이전에 동북아연합 본부를 유치해 중간자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교육·관광을 대표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세계 50여개국은 이미 정부 산하에 미래전략기구를 두고 80여개국은 미래예측보고서를 발표한다.”면서 “자원도 없는 상황에서 전략마저 없다면 미래 역시 없을 것”이란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박 대표에 따르면 노르웨이 ‘2030국가미래예측보고서’는 2030년 국경 소멸, 지구촌정부 탄생,8개 경제블록으로 지구촌 재편 등을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는 한·중·일이 느슨한 자유무역지대로 경제블록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일본이 쇠퇴하면 한국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 값어치가 소멸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국정부 보고서도 2025년이면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가 G7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국가는 모두 빠졌다. ●“2305년 한국 소멸 예측도” 그는 강연 말미에 우리나라가 2305년에 소멸할 것이라는 ‘충격적’ 예측도 전했다.2년 전 영국의 인구문제연구소 데이비드 콜만이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사라지는 1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코리아신드롬’이란 이름으로 내놨다는 것이다. 이밖에 박 대표는 ‘일류대를 나오면 오히려 서비스분야에서 종사하는 데 장애가 돼 일류대 기피증이 생긴다.’(IBM 2020보고서),‘15년 뒤 세대는 평생 평균 40개가량의 직업을 가질 것’(호주정부 보고서)이란 소식도 전했다.‘백인은 2000년 20%,2050년에는 2%가 돼 백인시대가 끝난다.’(CIA 2020보고서)는 전망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존 나이스비트나 앨빈 토플러는 80세가 넘은 고령인 데다 컴퓨터나 이메일도 사용하지 못해 미래학자 사이에선 ‘고고학자’로 불린다.”면서 “미래학자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오상도 사진 이호정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스마트 외교’ /구본영 논설위원

    세계적 제약사들이 내놓고 있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엔 ‘스마트(똑똑한)’란 수식어가 붙는다.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기존 약제와는 달리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종래의 ‘미련한’ 방사선 치료나 화학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처방임을 부각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방한한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낀 분단국인 한국이 지향해야 할 대외 노선을 제시했다. 엊그제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 내놓은 ‘스마트 외교’란 개념이다. 그 골자는 이렇다. 군사력이나 경제적 제재와 같은 ‘하드 파워’와 문화의 힘인 ‘소프트 파워’ 두가지를 접목한 ‘스마트 파워’를 키워 대외 정책을 펴라는 주문이다. 그는 일찍이 문화적 가치의 확산과 교류·원조를 통한 국제적 영향력 행사로 요약되는 ‘연성(軟性) 국력’론을 주창했다.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내 실무능력까지 갖춘 석학이다. 그런 그가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정책을 비판하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라크 전에서 보듯 군사력에 너무 의존해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역설을 빚었다는 대목에서였다. 미국의 잠재적 라이벌격인 중국이 최근 표방하는 ‘매력 외교(Charm Diplomacy)’는 그래서 아이러니하다. 나이의 ‘소프트 파워’론을 원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외국에 200개의 공자학교를 설립하고, 외국 학생의 중국 유학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더욱이 미국의 평화봉사단을 흉내내듯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개발도상국에 보내 중의(中醫)와 컴퓨터 기술따위를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부작용 제로’인 진짜 똑똑한 항암제는 아직 없듯이 완벽한 대북 정책이야 있겠는가. 하지만,“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핵정책을 상대할 땐 강한 군사력이 필수이지만, 북한주민의 더나은 삶을 위해선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는 나이 교수의 충고는 경청해야 할 듯싶다.‘비핵·개방·3000’공약 등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소프트 파워’의 효과를 경시하는 듯한 느낌이어서 하는 소리다. 경제력을 지렛대로 한 북한의 개방 못잖게 사회·문화적 교류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물러난 대통령 사회 위해 뭘 하셔야지요?

    물러난 대통령 사회 위해 뭘 하셔야지요?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름다운가게’ 점장을 제안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25일) 시기에 맞춰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 열린다.‘존경받는 퇴임 대통령의 역할과 조건’(가제)이란 주제로 19일 희망제작소가 주최한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인사말에서 재활용 물품 나눔단체인 ‘아름다운가게’의 점장 자리도 노 대통령에게 제안할 예정이다. ●“퇴임 대통령 역할, 사회적 논쟁하자” 한국에서 퇴임 대통령 연구는 불모지와도 같다. 한국 현대사는 연구 대상이 될 만한 퇴임 대통령 한 명을 갖지 못했다. 민주화 이전, 대통령 퇴임은 곧 하야(이승만·윤보선·최규하)와 암살(박정희)을 뜻하거나 사형선고(전두환) 혹은 ‘22년 6월의 징역형’(노태우)으로 이어졌다. 민주화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 뒤 활동이 비교적 과거와 다른 선례를 만들고 있지만 선거 개입 등 제왕적 대통령의 흔적을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퇴임 대통령이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희망제작소측은 “연금과 경호 등 법적 예우를 받고 있는 퇴임 대통령이 재임 중 얻은 국정운영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는 그냥 묵혀두기 아까운 공적자원”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지금이야말로 퇴임 대통령의 역할을 놓고 사회적 논쟁이 필요한 때”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희망제작소는 퇴임 대통령의 긍정적 역할 모델로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주목한다. 심포지엄 발제를 맡은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영미학과 교수는 “초대 조지 워싱턴 때부터 순조로운 정권교체의 전통을 이어온 미국은 퇴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형성돼 있지만, 독재로 점철된 한국은 전제 자체가 다르다.”면서 ‘한국적 모델’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 국민이 퇴임 대통령들에게 보내는 신뢰는 그들의 초당적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임 중엔 특정 당의 이해에 복무했지만, 퇴임 후엔 당파를 넘어 전 지구적 의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지미 카터가 대표적이다. 재임 기간 동안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그는 전 세계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국제 해비탯운동을 주도했다.1994년엔 평양을 방문해 1차 북핵 위기 해결의 물꼬를 텄고,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노력으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알코올 중독 및 마약 재활센터 ‘베티포드’를 설립해 5만여명을 치료했으며,‘아버지’ 부시는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난민을 구제하기 위해 1억 2800만달러를 모금했다. 클린턴도 현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를 적극 지원하며 당파색을 드러내고 있으나,‘클린턴 글로브 이니셔티브’를 설립해 세계의 빈곤·종교분쟁·기후변화 대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클린턴이 ‘전 세계 빈곤퇴치’를 주제로 3월에 개최하는 홍콩 대회에 초청받았다.”면서 “한국의 퇴임 대통령들도 이젠 재임 기간 동안 확보한 공적 권위를 정치적 당파성을 떠나 전 사회를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당파성’ 담보 여부가 관건 한국적 역할모델 정착의 최우선 관건도 역시 ‘초당파성’ 담보 여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남북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등 유의미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초당파적 퇴임 대통령만이 가질 수 있는 정치자본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만들어 갈 역할모델이 새삼 중요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교수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노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선진국형 대통령제를 시스템화하고자 했던 문제의식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면서 “‘대연정’ 같은 뒤틀린 정치공학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정치 선진화를 위한 초당적 조정자의 역할이나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수행한다면 노 대통령 나름의 퇴임 후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경고도 잊지 않았다.“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당파적 발언을 그치지 않고 정치 세력 집결자의 역할을 자임할 경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강화시킬 것”이란 우려다. 심포지엄 토론자로는 이화영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정윤재 세종국가경영연구소장, 장신기 김대중도서관 연구원,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팀장 등이 참석한다. 장소는 희망제작소 세미나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사설] 反사회적 범행에 대비책 적극 세워야

    국보1호 숭례문에 불을 지른 범인이 문화재 방화 상습범이고, 그가 토지보상금이 적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한 일은 충격적이다. 범인 채모씨는 2년 전에도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붙였다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뉘우치기는커녕 ‘사회에 불만을 드러내고자’ 이번엔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한 노인의 개인적인 불만이 온국민의 정신적 지주를 일순간에 꺾은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원인과 결과행위가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채씨의 경우 범행의 원인은 주거지 재건축 과정에서 받은 토지보상금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데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엉뚱하게 숭례문에 불을 지르는 행위로 나타났다. 이런 범죄 행태는 5년 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이같은 반사회적 범행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하루속히 갖춰야 한다. 그래야만 무차별적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대국민 테러’를 예방할 수 있다. 방화범을 비롯해 ‘사회 불만’을 동기로 삼은 범인들에게는, 첫 범행 때부터 일정한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한 뒤 사회에 복귀토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우리는 채씨의 범행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문화재 보호대책을 찾게 된다. 채씨는 당초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범행대상으로 삼았지만, 밤에는 출입할 수 없는 데다 경비원이 있어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문화재를 지키는 길은 일반인 출입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관리·경비 인력을 늘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국보1호를 잃는 바람에 국민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다.‘숭례문 전소’와 같은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문화재 보호대책을 완벽하게 세워야 할 시점이다.
  • “CO배출량 표시 ‘탄소라벨’ 도입을”

    식품 포장에 칼로리나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것처럼 공산품 상표(라벨)에 이산화탄소(CO) 배출량을 표시하자는 이색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3일 내놓은 ‘환경경영 국제표준화 동향과 산업계 대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탄소 라벨’ 도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갈수록 환경경영이 중요해지는 만큼 우리도 해당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한 CO양을 라벨에 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에서는 이미 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려는 환경친화적 소비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산업계도 탄소라벨 도입을 준비할 때”라고 역설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워커스 크리스프사가 지난해 4월부터 과자봉지에, 부스츠사는 샴푸 제품 설명서에, 이노슨트사는 음료수 제품 홈페이지에 각각 해당제품 생산과정에서의 CO배출량을 표기하고 있다. 테스코, 킴벌리 클라크,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탄소 라벨 부착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탄소 라벨 표준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기업의 탄소 라벨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CO배출량 계산법을 보고서에 상세히 소개했다. 상의측은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탄소라벨 도입을 선진국 얘기로만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장기적인 환경목표 수립과 통합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우리는 행복한가/한길사

    ‘진보와 빈곤’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사상가 헨리 조지는 풍요 속의 빈곤이 근대사회 최대의 수수께끼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런 풍요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선진국 국민의 행복은 증진되기는커녕 불만만 늘어났다. 소득수준이 꾸준히 상승해도 국민의 행복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현상. 선진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 같은 현상은 ‘행복의 역설’이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회과학자들, 특히 경제학자들은 행복지수와 행복의 역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의 논지는, 행복은 개인의 주관적 느낌 문제로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우리는 행복한가’(한길사)에서 “지금까지 행복연구는 자연과학자들이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사회과학자들 중에서도 이들의 연구를 받아들이고 행복을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들은 자연과학자들이 개인의 행복만을 주로 다루는 것과 달리 사회적인 맥락에서 행복을 분석한다.”고 지적한다. 환경정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저자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회과학자의 입장에서 행복론을 펼친다.“해설도, 이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행복을 사회체제와 연결시키는 학자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행복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공조가 절실하며 정부의 정책 또한 중요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행복’을 고려하는 성장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을 늘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성 회복과 화목한 가정이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건이며, 지출세를 늘리고 올바른 소비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공교육에 대한 투자, 고용중심의 경제운영, 실업자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는 사회안전망, 안정적인 노후와 의료보장시스템, 주거의 안정성 확보 등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해결해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한다.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밤의로의 여행/연진희·채세진 옮김

    밤의로의 여행/연진희·채세진 옮김

    우리의 일부다. 어떤 이에게는 불안과 고독의 시간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노동에서 해방된 자유의 시간이자 관능적 쾌락과 여흥의 시간이다. 하루의 걱정을 밀쳐둘 수 있는 시간이며,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는 미개척지인지도 모른다. 이건 ‘밤’이다. 캐나다의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크리스토프 듀드니의 밤에 관한 단상이다. 그가 쓴 ‘밤으로의 여행’(연진희·채세진 옮김, 예원미디어 펴냄)은 드물게 만나는 ‘밤의 인류문화사’이다. 인류역사를 통해 문학으로, 그림으로 끝없이 노래됐으면서도 밤 그 자체에 의미를 둔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낮의 그림자, 낮과 낮 사이에 끼인 어둠의 시간. 하루 24시간의 중심축을 떠받치며 엄존함에도 밤은 개념적 적자(嫡子)로 대접받지 못했다. ●밤의 기원에 대한 신화·과학적 정의도 밤의 모든 것을 파악한 백과전서를 선언한 책은, 그 언어적 유래로 운을 떼는 치밀함을 보인다. 숱한 단어들이 변천의 역사를 겪어왔어도 영어의 ‘night’만큼은 모양을 바꾼 적 없는 은근한 세를 부려왔다. 밤을 여성으로 인격화하며 찬미한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밤의 기원에 대한 신화·과학적 정의가 빠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낮을 준비하는 관념적 인식의 대상이던 밤이, 신비함으로 무장한 상상과 창조의 시간으로 실체적 가치를 얻어가는 과정에는 정보가 풍성하다. 밤의 시간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양한 주제의 지적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일몰에서부터 다음날 일출까지 밤의 12시간을 한 시간 단위로 쪼개 모두 12개의 주제가 다른 장(章)으로 책을 꾸몄다. 예컨대 고즈넉이 아름다운 ‘밤의 자연’을 짚는 3장에서는 19세기 미국의 박물학자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전면에 등장시킨다. 저 유명한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 홀로 지내며 소로가 밤낚시를 즐겼던 여름밤 풍경은 그대로 밤의 찬사이다. 소로가 저서 ‘월든’에 쓴 그림같은 기록의 일부가 인용됐다. ●순서없이 펼쳐 읽어도 무리없어 낭만적 고찰에만 그치지 않는다. 밤을 “광학적 사막”(빛이 사하라의 물만큼이나 희소한 공간)이라 규정하고, 밤 사냥에서 최고의 입지를 얻는 야행성 동물들에게는 어둠이 오히려 빛이 되는 역설을 일깨운다. 야간투시경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활약하는 영화 ‘양들의 침묵’, 안구가 유난히 발달해 먹이를 보려면 머리를 돌려야 하는 안경원숭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지식정보들이 종횡무진 지면을 활강한다. 순서없이 마음 가는 대로 펼쳐 읽어도 무리없는 건 그 덕분이다. 천문학·일몰·북극광·오로라 등 자연현상, 생물학, 생리학, 병리학, 의학, 예술, 과학기술, 신화, 어원학 등 다방면에서 밤의 지표들을 뒤져냈다. 우주가 캄캄한 이유에서부터 부엉이와 박쥐가 어둠 속에서 먹이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기술, 저녁 노을의 녹색섬광과 청색섬광의 정체, 도시의 야광이 암에 영향을 미칠지의 여부, 심지어는 코르티잔 나이트클럽 풍속에까지 관심의 촉수가 닿았다. ●잠과 꿈, 해몽과 불면증 이야기도 밤과 필연적 관계를 나눈 잠과 꿈, 해몽과 불면증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마을 주민이 통째로 불면증을 앓는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간의 고독’, 프로이트와 융의 학설을 인용하거나 때로는 저자가 수면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현장성을 부각시켰다. 고질적 불면증 환자였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마르셀 프루스트, 샬롯 브론테, 버지니아 울프, 마크 트웨인 등 자신들의 복잡한 내면을 작품에 투영시킨 ‘올빼미 작가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글감이다. 저자의 광범한 지적 스펙트럼에 힘입어 밤은 복권돼 간다.500쪽이나 되는 긴 ‘탐구서’를 쉼없이 채워낸 작가의 오지랖과 재담이 무엇보다 놀랍다. 뒤집어, 방대한 지식정보들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한 글쓰기에서 깊이읽기의 아쉬움을 느낄 독자도 있을 듯하다.1만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금융 조기경보시스템 개선돼야”

    |파리 이종수특파원|“세계 경제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동, 최근 역내에서 발생한 금융시장 위기에 대한 처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최근 불신임된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 등 4개국 정상과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 등은 이날 ‘미니 정상회담’을 갖고 세계 금융시장의 급락을 예측하는 조기경보시스템 개선과 신용평가기관의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다. 브라운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신용평가기관 정보 개선 ▲금융기관 대손 상각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공개 ▲투자 평가에 대한 EU 차원의 투명성 제고를 역설했다. 또 이들은 “시장 주도의 정책을 선호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즉각 대처할 수 없거나 대처하지 않는다면 규제 조치를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니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최근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잇따라 부실 금융기관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이날 세계적인 신용경색 위기와 경기 둔화로 영국의 주택 소유자 100만명 이상이 심각한 금융 상의 어려움에 처하고, 집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또 프랑스 1위 은행인 BNP파리바는 지난해 4분기 10억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17억유로에서 42%나 감소한 규모라고 발표했다. 영국 모기지 은행은 노던록 도산 위기로 지난해 9월 정부 긴급구제금융을 받았고, 독일 WestLB은행도 지난해 부실 대출과 투자 실패로 10억유로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vielee@seoul.co.kr
  • “나노·생명·두뇌기술 분야서 미래의 부가가치 양산될 것”

    “나노·생명·두뇌기술 분야서 미래의 부가가치 양산될 것”

    “지난 20년간 눈부신 변화를 이뤄낸 한국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한국인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더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그러나 한국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20년 뒤는 더욱 성공적일 겁니다.” UN미래포럼에 베네수엘라 국가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호세 코르데이로 MIT 초빙교수는 29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미래사회전망, 미래전략기술 그리고 유망산업’ 심포지엄에 참석,‘새로운 도전’만이 발전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코르데이로 교수는 베스트셀러 ‘라틴아메리카의 미래’를 저술한 미래학자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UN미래포럼’은 매년 ‘미래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국에도 ‘UN미래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출간된다. 코르데이로 교수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한국은 선두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그러나 나노기술(NT), 생명기술(BT), 두뇌기술 분야의 발전속도는 놀라울 정도이며, 미래의 부가가치는 이 분야에서 양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많은 나라들이 뒤처진 분야를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면서 “싱가포르가 최근 ‘바이오폴리스’라는 거대 생명공학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코르데이로 교수는 한 국가가 모든 분야에 집중하고 투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7년 동안 ‘위키피디아’는 기존의 어떤 백과사전보다 20배 이상 방대한 양을 축적했고, 모든 사람들이 비웃었던 ‘구글 어스’는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지도의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다.”면서 “기술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널리 알려진 기술을 이용해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키마우스는 쥐에 모자를 씌우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았느냐.”고 설명하면서 직접 미키마우스 모자를 써보이며 청중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편 코르데이로 교수는 2029년이 되면 과학과 사회 전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2029년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 반도체 기술이 인공지능을 완성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뇌’를 뛰어넘는 기술을 어느 나라가 먼저 갖게 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주도권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다보스 포럼 폐막 무엇을 남겼나

    |파리 이종수특파원|‘세계화 목소리는 낮아지고 불확실성 확대속에 공생 강조’ 27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동안 다보스 포럼은 ‘세계화 전도사들의 집결체’라고 불릴 정도로 참석자들이 신자유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해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유달리 ‘함께하는 세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함께하는 경제’ 목소리 부각 변화의 바탕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그 만큼 분위기를 지배한 것은 세계경제의 불확실함이었다. 올해 공식 주제는 ‘협력적 혁신의 힘’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논의의 중심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옮겨졌다. 지구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공존의 강조’로 이어졌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구촌 빈민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창조적 자본주의’를 내세워 전 세계기업들이 각국 정부 및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창조적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일부 참석자들은 그 동안 다보스 포럼의 일관된 입장이었던 세계화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스칼 레미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올해는 보호주의의 덫에 빠지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이념을 수정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화에 대한 정당성이 논리적 설득력을 잃어가면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처방에 논란과 의구심 확산 포럼 시작 전날인 2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와 재할인율을 각각 0.75%포인트 낮추자 참석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포럼의 여러 세션에서 인플레를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바람직한지 아니면 본격적인 경제 침체가 오기전에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무게를 실을 것인지 등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주된 분위기는 미국 FRB의 조치가 달러화의 약세를 부추겨 유가·원자재의 가격을 더 상승시켜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인플레를 초래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세계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를 비롯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등은 “FRB를 비롯한 세계의 중앙은행들의 통제력 상실을 드러낸 사건이자 또 다른 버블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동시에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여부도 주목을 받았다. 이에 장클로드 트리셰 ECB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대답 대신 “물가 안정성과 금융 안정성 사이에 모순은 없다.”고 말해 경기 부양보다는 인플레 억제에 비중을 둘 것임을 밝혔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한 셈이다. ●파트너십 구축도 모색 한편 이번 포럼에서도 지구촌 공동 화두인 기후변화, 에너지, 물 부족 등에 대한 강조는 이어졌다. 지난해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설파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엔 ‘물 부족’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수단 다르푸르를 비롯해 아프리카·아시아의 유혈분쟁이 물 부족 사태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물부족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구촌이 공동으로 안고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정치권-기업-시민단체 등의 공동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주장했다. 또 그는 유엔과 국제통화기금 등의 국제기구들이 현안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ielee@seoul.co.kr
  • “자원협력은 자원확보 방안”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원전쟁을 해결하는 길은 자원협력이며 이는 자원확보의 중요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27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3일부터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던 다보스포럼에서 “거대 수요자인 중국과 인도의 부상, 공급자인 러시아의 부상으로 기존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고 자원 민족주의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에너지 산업에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4∼25일 열린 ‘에너지 서밋’에서 이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 대표와 토탈, 쉘, 아람코 등 세계적 에너지 기업 경영자 70여명에게 “선진국의 경제발전 모델과 산업기술을 산유국에 맞는 발전 모델로 바꾸어 제공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흥 산유국은 경제발전 의지는 높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경제 산업 인프라 구축과 도시건설, 산업 유치를 패키지로 묶는 경제발전 모델을 제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SK그룹이 추진하는 중동의 유비쿼터스 시티 프로젝트는 오일달러를 배경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가속화하는 한편 SK로서는 자원확보와 건설, 정보기술(IT) 진출 기회를 확보하는 윈-윈 협력의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일요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

    [일요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

    ●박사가 사랑한 수식(KBS1 명화극장 희망의 영화 시리즈 밤 12시50분)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2004년 아쿠타가와 수상작인 오가와 요코의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수학용어들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의미를 돌아본다. 수학이라면 고개부터 내저었던 사람일지라도 숫자 속에 숨겨진 매력을 알려주는 이 영화를 보노라면 아마 생각이 180도로 달라질지 모르겠다. 이제껏 가정부를 9명이나 갈아치운 수학 박사(데라오 아키라)가 있다. 그는 80분 동안만 기억을 유지할 수 있으며,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그가 유일하게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은 수학. 늘 자기만의 수학 세계에 빠져 사는 그가 열 번째 가정부 교코(후카쓰 에리)를 맞이하던 날. 처음 그녀에게 던진 질문은 “신발 사이즈가 몇인가?”였다.1시간20분이 지나면 세상이 새로워지는 그. 때문에 교코에게도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지만, 교코는 서서히 그와의 대화법에 익숙해져간다. 박사는 숫자에 담겨진 의미를 그녀에게 하나씩 설명해 준다. 그러던 어느날, 박사는 교코가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에게 열 살 난 아들이 있었던 것. 셋은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고, 박사는 그녀의 아들에게 우정을 나눠주는 기호 ‘루트(√)’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 루트와 박사는 서로가 둘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친해진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박사의 형수가 개입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위기를 맞는다.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에는 소수, 완전수, 우정수, 무리수 등 현란한 수학 용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작품이 안내하는 순수하면서도 절대적 진리에 가까운 수학의 세계를 따라가노라면, 주인공 박사가 말하는 대로 ‘용기와 현명함’이 새록새록 솟아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이즈미 다카시 감독은 원작소설의 실제 모델인 데라오 아키라를 그대로 박사 역으로 기용해 진정성을 살렸다. 또 인물들이 있는 그대로 타인을 이해하는 모습을 절제미 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영상 필치로 그려냈다. 수학과 인간의 만남은 ‘1+1은 2’의 차원이 아니라 ‘1+1은 3’의 차원으로 승화될 수도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영화다.2006년 작.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진가신 감독의 ‘명장’ 리뷰

    진가신 감독의 ‘명장’ 리뷰

    ‘명장’(원제:投名狀)의 색조는 어둡고 거칠다. 흑바람 이는 대륙의 살육전,15만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군의 육중한 발자국 소리는 우리가 전쟁영화에서 기대하는 그대로다. 그러나 영화는 전쟁의 스펙터클이 아닌, 세 남자의 운명과 회한을 그린다. 이 영화가 ‘첨밀밀’(1996)의 진가신 감독 작품이라는 걸 알면, 기존 중국 블록버스터의 관습을 따라가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태평천국의 난으로 중국은 14년간의 긴 내전에 돌입한다.7000만명의 사람이 전쟁과 굶주림으로 죽고만다. 청나라 장군 방청운(이연걸)은 싸움에 대패하고 혼자 시체더미에서 기어나온다. 그는 도적단의 우두머리 조이호(류덕화), 칼잡이 강오양(금성무)을 만나 오양의 목숨을 살려준 것을 계기로 이들의 마을에 머물게 된다. 가난해도 피붙이가 있는 마을은 군량을 압수하러 온 괴군의 습격을 받고, 방청운은 이호와 오양에게 정부 군에 입대할 것을 권한다. 이들은 믿음을 담보하기 위해 피로써 의형제를 맺는다. 셋은 서성과 쑤저우, 난징을 탈환하는 세번의 전투로 부와 명예를 얻게 된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게중심은 각자 다르다. 방청운은 권력과 명예에, 조이호는 가족과 형제애, 강오양은 신의에 방점을 찍는다. 방청운과 조이호의 극명한 대비는 감독이 중시하는 가치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방청운이 무고한 여자를 강간한 부하들의 목을 치려 하자, 조이호는 내 형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맞선다. 쑤저우 탈환을 이룬 조이호는 적장에게 병사들을 사면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지키려 하지만, 방청운은 몰살을 명한다. 오양마저 방청운의 뜻을 따르며 셋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균열로 접어든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호에게 방청운은 “난징 탈환을 끝으로 평화만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극 초반, 방청운이 꿈꾸는 세상은 이상적인 곳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군인이 민간인을 폭행하고, 당사자가 그 폭행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 곳. 남자든 여자든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게 그가 전쟁을 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사의를 희생시켰던 방청운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사랑과 야욕을 위해 맹세도 어기는 역설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셋의 영웅담을 다룬 경극이 등장한다. 이를 보다 웃음이 울음으로 번지는 조이호의 얼굴에는 한낱 과장된 경극으로 남고 만 관계와 인간에 대한 통한이 서려 있다. 영화는 전투 장면과 황량한 인간 내면을 사실적인 질감으로 그렸다. 그러나 극 중 하괴와 조이호의 부인 연생의 역할이 셋의 와해에 어떻게 치명적인 단초가 됐는지, 응집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설명력은 부족하다.31일 개봉.18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베이 휘트먼 CEO 퇴임 준비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의 최고경영자(CEO) 멕 휘트먼(51)이 퇴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23일 1998년부터 이베이를 이끌어 온 휘트먼이 몇 달 전부터 일상업무를 다른 임원들에게 위임해 왔다고 전했다. 저널은 상황이 유동적이나 그녀의 퇴진에 대한 결정이 수주 내에 있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본사의 하니 더지 대변인은 퇴임 임박설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후임으로는 휘트먼이 2005년 경매사업 부문 책임자로 영입한 존 도나휴(47)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휘트먼은 이베이 합류 직후 새로운 도전과 관점에 대한 필요성을 감안하면 CEO가 10년 이상 자리보전을 하면 안 된다고 역설해 왔다. 그는 오는 3월 CEO 취임 10년을 맞는다. 휘트먼 아래에서 이베이는 생면부지 사람들간 인터넷 상품거래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 기업으로는 드물게 성공적인 수익모델을 구축, 성장을 거듭해 왔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단독]소망교회 인사 손자 ‘미국이 주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방부에 장병정신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위와 국방부는 국방정신교육연구원(가칭)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달 31일 전방의 한 군부대를 찾은 이 당선인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 당선인은 군부대를 시찰하고 난 뒤 장병들과 만나 “소망교회 관계자가 손자에게 `우리의 주적은 어디냐.´라고 물었더니 `미국´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장병들의 안보관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것. 이 당선인은 이어 “미국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장병들이 군대에 들어와서 적잖게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면서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위와 국방부는 최근 몇 차례 회의를 열고 예하부대의 정신교육 실태조사에 나서는 한편 교육내용을 강화하고 국방TV나 국방일보 등 매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국군정신전력학교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군정신전력학교는 유신정권 시절에 정훈장교 교육을 담당했던 기관으로 국방정신교육원으로 이름을 바꿔 유지돼 오다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개혁 차원에서 사라졌다. 이후 군에서는 통합된 정신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정신교육연구원은 정신교육은 물론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인력과 예산 문제를 인수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인수위 박정하 부대변인은 “이 당선인이 장병들에게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으며, 인수위가 국방부에 장병정신교육 강화 방안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佛 사회당의 위기

    |파리 이종수특파원|당원 17∼27% 감소에 깊어가는 중진들의 내홍…. 20일(현지 시간) 파리 5구 팔레 드 뮤티알리테 궁에서 열린 프랑스 사회당의 ‘3차 혁신 포럼’에서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 패배 뒤 당원 4만∼6만명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당 중진들은 여전히 계파 중심으로 ‘개별 플레이’에 치중하면서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개방 정책’을 내걸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재무장관,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 등 당 유력인사들을 대거 흡수해갔다. 특히 대선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이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중진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내홍이 깊어졌다.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지난해 말 펴낸 저서에서 루아얄의 능력을 문제 삼은 데 이어 총리를 지낸 다른 중진 미셸 로카르도 “루아얄이 재출마하면 2012년 대선에서도 패배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제1서기는 이런 상황을 겨냥,“당의 공동체 가치와 연대 속에서만 개인의 성공이 가능하다.”며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힘을 합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행사에 당 중진들이 대선 패배 이후 처음으로 전원 참가한 것도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의 추천으로 국제통화기금 총재직에 오른 스트로스-칸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vielee@seoul.co.kr
  • ‘결기’ 품고 온 朴특사 공천갈등 중대기로에

    ‘결기’ 품고 온 朴특사 공천갈등 중대기로에

    4월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이 이번 주 공천심사위 구성을 놓고 또다른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공천심사위원 초안을 마련키로 한 21일을 시작으로 이번 주가 공천갈등 봉합이냐, 전면전 확대냐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 측근들간의 첨예한 갈등은 자칫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20일까지 공심위원 추천을 받아 21일 총선기획단 3차 회의에서 공심위원 인선안 초안을 확정한 뒤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3박4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19일 귀국한 박 전 대표는 공심위원 구성을 지켜본 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측은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외부인사들을 공심위원으로 끌어들이는 것보다는 당내 중립적 인사들과 친이(친 이명박)측과 친박(친 박근혜)측 대리인들로 공심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특히 가장 중요한 공심위원장의 경우, 이미 검증된 중립적 내부 인사를 인선하는 것이 외부인사보다 훨씬 공정한 처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당 주변엔 무늬만 중립적인 외부인사가 한둘이 아니다.”면서 “그들은 어차피 권력자의 거수기 역할밖에 할 수 없을 터인데 그런 외부인사들에게 정치 생명을 맡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다른 측근은 “이제껏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 측에 민주적이고 공정한 공천을 제외하고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정치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극한 대립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 측과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한편 공심위에 외부인사 기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공심위원의 ‘계파별’ 배분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파열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20일 러시아로 출국한 이재오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획득하는 지지를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새로 한나라당에 참여한 능력있고 참신한 인사가 당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일 수도 있지만 공천을 통한 물갈이 필요성을 역설하며 다시금 박 전 대표측을 겨냥한 말로 해석될 소지가 많아 양측의 공천 갈등은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CEO칼럼] 도요타 성공 이끈 ‘지속적 개선’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

    [CEO칼럼] 도요타 성공 이끈 ‘지속적 개선’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

    “5%의 성장은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표현은 이른바 ‘혁신의 과감성’을 대변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30%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 방식의 연장선상에서 점진적인 개선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에 설계나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고 혁신적인 접근을 해야 빅(Big) 점프형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혁신보다 한 단계 높은 창조경영이 화제다. 튀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경영은 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 상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획기적 수준의 가치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어느날 갑자기 창조가 활성화될 수는 없다. 조직의 모든 곳에서 작은 개선부터 보다 큰 혁신이 활성화되는 조직 문화가 있을 때 어느 정도 가능하다. 아니, 개선과 혁신이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창조로 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개선이나 혁신이 쌓여 할 만큼 했으나 그래도 목말라 부단히 추구할 때 획기적인 변화와 모멘텀이란 결실이 생긴다. 기업이 매번 혁신이나 창조 성장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제조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소니 같은 회사도 지금은 활력이 상당히 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지속적인 개선을 끈질기게 추구해 세계 정상에 등극한 도요타에 더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요타는 작은 것이라도 꾸준하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큰 결과를 낳는지 깨닫게 해준다.76년간 군림해온 GM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자동차신화를 써가고 있는 도요타의 성공 비결은 가이젠(kaizen)이라고 불리는 지속적인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도요타 방식(Toyota way)이다. 도요타 방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도직전까지 몰리자 생존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1950년대에 발명됐으니 수십년간 다듬고 또 다듬어진 것이다. 마치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이런 개선 노력으로 도요타는 1993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도요타 방식은 1980년대 엔고의 충격속에서, 또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기나긴 불황기 등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빛을 발했다. 이런 개선의 밑바탕에는 끊임없는 자기부정과 현장 중심주의가 있다. 실제로 도요타는 적을 외부에서 찾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최대 적은 라이벌이나 경쟁사가 아니라 바로 현재의 도요타다. 현재를 넘어서야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을 임직원들이 갖고 있다. 당연히 내부 생산시스템의 낭비요소와 문제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그 낭비요소와 문제점은 현장에서 바로 해결한다. 사실 기업경영에 100% 정답은 없다. 더구나 변화무쌍하기 이를 데 없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혁신이든, 창조든, 개선이든 그것이 자기부정과 변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어설프게 새 패러다임을 좇아 자기가 갖고 있는 강점을 버리고 변화를 위한 변화를 하기보다는 고객중심, 품질중심으로 꾸준히 개선해가는 것, 그게 일류기업을 만드는 힘이 아닐까. 매일매일 지속적 개선의 노력을,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을 추구하면 단타뿐만 아니라 장타나 홈런에도 능한 기업이 될 것이다.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
  • “고객사랑 열렬하게”

    “고객사랑 열렬하게”

    구본무(63) LG그룹 회장이 고객과 ‘지독한 사랑’에 빠졌다. 입만 열면 고객 얘기다. 20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경기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LG의 미래는 고객에게 달렸다.”고 쉼없이 되풀이했다. 이 회의는 강유식 ㈜LG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40여명이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LG의 미래전략을 모색한 밤샘 토론장이었다. 구 회장은 “가치 사슬(Value Chain)의 모든 단계에 고객가치 혁신을 최우선으로 배치하라.”며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도 창조적 파괴를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면 “CEO부터 고객가치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야별로 최우선 실천과제도 정했다. 구매와 생산 분야는 더 낮은 가격에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비용 혁신을, 마케팅 분야는 고객 눈높이의 신상품 개발을, 영업 분야는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제고한 영업채널 재구성이다. 구 회장은 올해 시무식 때도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핵심가치는 그 어떤 순간에도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시무식때는 “고객가치를 선도하는 조직문화 구축”을 지시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호남운하 민자로 가장 먼저 착공”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호남운하 추진과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가 정부 재정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민자로 하겠다는 제안이 있어서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혀 주목된다.●민주·국중당 방문 협조 요청 이 당선인은 이날 정부조직개편안 국회 처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민주당 박상천·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를 잇따라 방문,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대운하 구간 중)호남운하를 가장 먼저 하려고 한다.”고 강조한 뒤 “무슨 정치적 욕심 때문에 (대운하를)하려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당선인은 또 “세를 가지고 하는 정치는 옛날 정치 아니냐.”면서 “적으면 적은 대로 내가 좋은 모습으로 좋은 변화를 보여주면 그게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지, 세를 가지고 밀어서 하는 정치는 과거식”이라고 ‘여의도식 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조직개편 국회 처리와 관련,“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고 물고 늘어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 되고), 그리고 여당이라고 일방적으로 해서도 안 된다.”며 “여야 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해 나가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요청했다. 이 당선인은 최인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특정부처의 권한이 강화돼 내각운영이 과두체제로 갈 우려가 있고 통일부를 통폐합하는 것은 효율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옛날에는 (정부가) 늘어나는 것이고 이번에는 통합해서 줄인 것”이라며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한)일본 같은 경우는 참 놀라운 것 같다.”며 정부부처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당의 통일부 폐지 반대 입장에 대해 “통일 준비는 통일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며, 전체 부서와의 관계가 깊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한나라·신당 처리시기 이견 한편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시기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23일에는 행자위가 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신당은 25일에나 행자위를 열겠다고 한다.”면서 “(심의가) 지연될 경우, 개편안이 예상보다 늦게 처리되면서 새정부 출범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이미 이번주 초에 25일 행자위를 열어 정부 조직개편안을 논의하기로 의사일정 합의가 끝난 상태”라면서 “마치 신당이 의도적으로 지연작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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