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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플린, 나치 살생부 올랐었다”

    “채플린, 나치 살생부 올랐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희극인 찰리 채플린(1889∼1977)이 독일 나치 치하에서 ‘살생부’에도 올라 있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역설적인 사실은 채플린은 유대인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치가 유대인 출신 유명인사들을 혐오하도록 선동하려고 만든 책에 수록돼 있었다는 것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살생부에는 ‘유대인들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나치 선동가였던 요한 폰 레어스가 1930년대에 펴낸 책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각계의 저명 유대인들의 이름에 사진을 곁들였다. 채플린의 이름은 이 책의 문화계 부문에 ‘유사 유대인’으로 나와 있다. 이 책의 경매인인 리처드 웨스트우드 브룩스는 “이름이 실렸던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 나치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에 비춰 채플린은 일생을 두려움 속에 떨면서 지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역사학자 케빈 브라운로는 “채플린이 스스로 부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치가 그를 유대인으로 봤다.”며 “채플린이 그 책의 내용에 항의하려는 뜻에서 1940년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만든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채플린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 ‘토마니아’의 독재자가 벌이는 악행을 풍자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힌켈과 유대인 이발사로 1인 2역을 맡았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사설] PSI 전면 참여 신중해야 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강화를 시사했다. 그는 “PSI는 국제규범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솔직한 토론이 이뤄지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첫 외교 수장이 될 유 후보자의 발언인 만큼 상당한 강조점이 느껴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역설해온 점으로 미뤄볼 때 외교부가 PSI 전면 참여를 한·미관계 복원을 상징하는 카드로 쓰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외교부가 PSI 참여 확대 검토안을 보고한 것을 놓고 파문이 일자 인수위가 “당장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덮었던 것처럼 PSI 논의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사안이다. 외교부도 당시 참관단 파견, 브리핑 청취 등 제한적인 PSI 참여라는 정부의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1개월이 지나고 정권이 출범했다고 해서 한반도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유 후보자는 참여정부의 외교부 차관 시절 “한반도 주변에서 PSI가 실시되면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언급한 상황에서 진전도 후퇴도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지금은 북핵 문제가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섣부른 PSI 전면 확대 논의는 북한에 6자회담을 깰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PSI 같은 대북 압박은 북핵 로드맵이 중단되고 모든 대화가 결렬됐을 때 쓸 수 있는 카드이다. 외교부의 신중한 대처를 거듭 촉구한다.
  • 현대重 나이지리아 16억弗 수주

    현대중공업은 최근 프랑스 에너지기업인 토탈의 자회사인 EPNL과 총 16억달러 규모의 해양설비 공사를 수주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공사는 나이지리아 보니섬 남동쪽 100㎞ 지점(수심 750m)의 우산 해상유전에 설치될 초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제작하는 것이다. 설비 자체 공사금액은 15억 500만달러이며 1억 1000만달러 규모의 기자재 공급을 포함하면 총 수주 규모는 16억 1500만달러나 된다. 총중량 11만 4000t급에 이르는 이 설비는 길이 320m, 폭 61m, 높이 32m 규모로, 하루 16만배럴의 원유와 50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 정제할 수 있다.2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남과 북의 현재를 만든 사람들 분야별 양측 주요인물 재조명

    남과 북의 현재를 만든 사람들 분야별 양측 주요인물 재조명

    1948년 이후 남과 북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계간 ‘역사비평’ 봄호는 상이한 경로를 밟으며 남과 북의 현재를 만든 양측의 인물들을 조명했다. 기획의도엔 두 가지 길 중 어느 쪽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역사비평’이 2008년을 지칭하는 용어에서부터 드러난다. 그간 보수진영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발전상에 방점을 찍어 ‘건국 60주년’이란 표현을, 진보진영은 분단이 만들어낸 남북 정부의 불완전성에 주목해 ‘분단 60주년’이란 말을 써왔다.‘역사비평’은 두 용어 모두를 거부하고 ‘남북 정부 60주년’이란 용어를 택한다. 남북 정부를 다 함께 ‘실체’로 인정해야 상호이해 및 공존, 장기적 통일이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특집기획 ‘두 가지 길, 남과 북을 만든 사람들’도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남북의 기본 골격을 만들어간 인물들을 비교한다. 정치 분야 비교 대상자는 박정희와 김일성.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만주에서 장교 생활을 한 박정희와 항일운동 지도자로 활동한 김일성이 만주란 동일한 체험공간을 갖는 한편 만주인맥을 정권창출과 유지에 활용한 공통점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반면 집권 이후 자주노선을 택한 김일성이 국가발전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 것과 달리 박정희는 강대국 의존을 통해 자율성을 확보, 결과적으로 김일성이 박정희에게 ‘영광’을 안겨주는 역설적 현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문학 분야에서 김재용 원광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남측의 염상섭을 순수문학이란 외피를 쓴 냉전반공주의에 저항한 소설가로, 북의 한설야를 과잉 계급주의와 항일혁명문학 풍토에 맞선 체제불화적 작가로 재조명한다. 이준식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초빙교수는 주시경의 제자였던 최현배와 김두봉 두 사람이 각각 남과 북에서 한글쓰기와 가로쓰기, 형태주의에 입각한 맞춤법 등 기본 골격이 동일한 언어정책을 이끌어 남북 언어 이질성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한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 김일수 박사는 남측 이병도의 실증사학과 북측 김석형의 주체사학을 대별해 비교한다. 김근배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과학의 국제성을 선도한 이태규와 과학의 주체성을 주창한 리승기를 남북에서 다른 길을 간 과학자로 꼽는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대통령 취임사는 시대정신이다

    [김형준 정치비평] 대통령 취임사는 시대정신이다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투쟁의 시대를 넘어 동반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역설했다. 대통령 취임사에는 국정철학과 원칙, 국정목표와 과제 등 새 정부가 추구할 가치가 담겨져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섬기는 정부, 경제발전 및 사회통합, 문화 창달과 과학발전, 튼튼한 안보와 평화통일 기반 조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인류공영 이바지 등 5대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 국정 원리에는 실용과 변화, 협력과 조화, 자율과 창의, 개방과 개혁, 경쟁과 배려, 투명과 공정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국회와 협력하고 사법부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대립이 아닌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선, 취임사에서 밝힌 시대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취임사는 단순한 문장과 문서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철학과 정신이 되어야 한다. 취임사가 화려한 단어와 문장으로 나열되어 단순히 취임식 날 행사를 위한 장식품으로 전락된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퇴임한 이유는 바로 취임사의 정신을 훼손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분명 많은 시련과 도전을 맞이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어려움과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취임사를 꺼내어 읽고 또 읽어서 그 정신을 음미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리더십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둘째,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화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하지만 상식이 지켜질 때 선진화가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가 선진화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도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사회가 있고,2만달러가 되어도 선진국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있다. 물질적 성장을 넘어 문화적 발전이 수반되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지켜질 때 비로소 선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새 정부는 집단보다는 개인, 감성보다는 이성, 결과보다는 과정, 인성보다는 법치, 형식보다는 내용, 연고보다는 실력, 인물보다는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관용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관용이란 자신이 똑똑하고 옳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반대로 자신의 부족함과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용이 없는 선진화는 존재할 수 없다. 이달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무리한 정책 추진’이라는 응답이 37.0%로 가장 높게 나왔다. 다음으로 ‘소외계층 배려 등 국민통합에 소홀한 행보’ 15.4%,‘지나친 친기업적 정책 등 편향된 정책 노선’ 14.5%,‘특정 지역, 학교, 종교에 편중된 코드 인사’ 13.9% 등의 순이었다. 이 대통령이 강력한 추진력과 성과 중심의 리더십을 지향하는 것은 좋지만 야당과 소외 계층에 대한 관용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우려가 내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더욱 낮은 자세로 취임사의 정신을 담아 상식이 통하고 관용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말대로 “한없이 자랑스러운 나라, 한없이 위대한 국민 앞에 엄숙한 마음”으로 이명박 정부에 주어진 역사적, 시대적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사설] 서민 살리는 게 선진화의 첫걸음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취임사에서 ‘선진화 원년’을 선포하면서 우리 모두 변화에 앞장서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소년이 대통령이 되었듯이 땀 흘려 노력한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성공이 보장되는 나라, 기회가 넘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여망이 경제살리기에 있음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첫걸음에 각별한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지적한 것처럼 주변여건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성장잠재력 위축과 더불어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국제원자재 값 급등과 금융시장 불안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이 물가 폭등 및 고용 불안, 무역수지 적자 확대,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불황의 한파는 훨씬 더 심각하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의 절반 이상을 민생 등 경제분야에 할애한 것도 한국경제가 처한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의 원동력으로 ‘기업’을 지목했다.‘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면서 과감한 규제 혁파와 감세로 기업이 신명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 영토의 지평을 넓혀나가겠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투자 기피로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오늘의 위기국면을 초래했던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처방이다. 이 대통령의 방향 제시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기업 중심의 성장이 어떻게 서민들의 주머니로 귀결될 것인지에 대한 각론 부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서민들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시장에 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교육비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달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서민의 고통은 새 정부의 책임이다.
  • [이명박대통령 취임] 산업·민주세대 화해로 국익 키운다

    [이명박대통령 취임] 산업·민주세대 화해로 국익 키운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일성(一聲)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로 정리된다. 자율과 화합에 바탕을 둔 성장과 풍요를 국정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민의(民意)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를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 시대의 정부로 규정함으로써 이념을 넘어 국익 우선의 실용노선을 철저히 견지해 나갈 뜻임을 거듭 천명했다. 이 대통령 취임사의 키워드가 ‘실용’이라면, 핵심가치는 시장과 자율, 창의다. 시장경제에 바탕한 자유민주주의의 철학을 충실하게 담았다.10년만에 이뤄진 보수진영으로의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면서 기업과 교육 등 민간 부문의 자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국정기조를 택했다. A4용지 24쪽 분량의 길고 긴 취임사 가운데 이 대통령은 선진화와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는 데 8쪽을 할애했다.‘선진’이란 단어만 15차례,‘기업’을 14차례,‘경제’를 11차례 언급했다. 이명박 국정의 무게중심이 경제 성장에 있음을 말해준다.‘능동적·예방적 복지’와 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도 강조했다. 기업을 앞세운 경제성장의 과실을 사회 각 부문에 골고루 배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교육 개혁과 과학기술 증진, 환경대책 강화 등을 통해 선진화 시대의 글로벌 역량을 키워나갈 뜻도 강조했다. 반면 역점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는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과거사에 있어서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는 말로 왜곡된 과거사 정리를 강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 60년을 “독립 선열과 산업 근로자, 민주화 청년들의 위대한 이야기”라며 시대와 계층의 화해를 강조했다. 대북정책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사의 상당 분량을 북핵 해결과 평화번영정책을 강조하며 남북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 이와 달리 이 대통령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 것”이라며 1쪽 분량으로 간략히 언급하는데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우리 민족끼리’로 상징되는 남북 주도의 한반도 정책을 강조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대외정책의 큰 틀 속에서 주고받기식의 실리적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정치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부문에서도 실용과 변화를 강조했다. 이념 논쟁이나 탁상공론이 아닌, 국가의 발전방향과 실천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정치로 거듭나길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 있으나 정치가 국민의 그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생산적인 일을 챙겨야 한다.”고 변화의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치 공간’인 여의도와 물리적 거리를 둔 행보를 보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은 기존 관행에 젖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일류국가 달성을 위한 명실상부한 실용정치를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누누이 지적해온 당리당략과 정쟁, 지분챙기기에 몰두하는 ‘여의도식 정치’를 생산적이고 실용적인 정치풍토로 바꾸자는 의지도 함께 나타냈다. 무조건적인 비판과 발목잡기가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의 정치를 펴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정치철학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열고 언제든지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경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살리기가 ‘존재의 이유’임을 분명히 했다.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을 급선무로 선정한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분배’보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 기업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경제살리기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재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완화해 투자 여건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빠른 시일 내에 단계별 이행방안을 담은 구체적인 ‘규제개혁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의 한 축인 노동계에도 경제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노(勞)와 사(使)는 기업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로 어느 하나가 제 몫을 못하면 수레가 넘어진다. 과격한 투쟁은 결국 자멸을 가져온다.”며 서로에 대해 한걸음씩 다가섬으로써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시장개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한다.”면서 “개방에 취약한 부문, 특히 농어민들이 걱정이 많은데 대응책 마련에 정부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외교·안보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실용을 강조했다. 국익과 번영을 위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역할을 요구하기도 했다. 남북관계 역시 실용주의에 입각해 ‘비핵·개방 3000구상’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 관계를 강화해 동아시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친미적이니, 친중적이니 하는 이념적 가치를 떠나 미국이든 중국이든 실용적 시각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겠다.”고 말해 통일을 향한 방법론의 변화를 시사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관계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는 언급이나 “국제사회와 협력해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 3000달러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내용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언제든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해 상징적 행사가 아니라 상생을 위한 실질적 만남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복지·교육 성장중심의 경제 정책을 주창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는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복지와 교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비중을 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가 적극 나서는 능동적·예방적 복지를 통해 낙오자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과거처럼 부자와 대기업만의 일방통행식 성장이 아니라 서민과 중소기업도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여성복지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해 시민권과 사회권 확장에 힘쓰고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족 초기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교육분야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선진국의 첫 번째 실천방안으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관치의 상징인 교육부 통폐합 등 정부 차원에서 교육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영어공교육 정상화 방안과 대입 자율화 정책을 포함한 교육 제도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닻오른 李정부

    닻오른 李정부

    25일 이명박 정부의 공식 출범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변화의 핵심은 ‘실용’과 ‘창의’로 압축된다. 소모적 논쟁보다는 생산적 협력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탈 여의도 정치’와 개혁·개방의 남북관계, 진일보한 4강 외교, 새로운 노사관계, 대운하 등 이명박 시대의 핵심 아이콘들이 가진 비전과 과제를 5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탈(脫) 여의도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해온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기존 정치권과는 지나치게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로, 또 같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당리당략과 정쟁에 몰두하는 ‘여의도식 정치’로는 더 이상 발전이 없는 만큼 무조건적인 비판과 발목잡기가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정치, 네거티브가 아닌 포지티브의 정치를 펴나가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기본 구상이다. ●변화와 실용 위해 여야 넘나든다 이 대통령은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고, 변하지 않으면 도태한다고 믿고 있다. 변화의 최일선에 서야 할 주체이자, 가장 변화가 필요한 곳이 정치권이라고 역설했다. 변화를 주도해야 할 정치권이 최우선 변화 대상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치권이 국가의 발전 방향과 실천 대안을 만들어 제시하는 동시에 민생고를 덜어주고 희망을 주는 실용정치를 하자.”면서 소모적인 기존 정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기성 정치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변화와 실용을 통한 생산적 정치를 위해서라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역으로, 비생산적 논쟁이나 정략적 공방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상 조각’ 같은 극약 처방 우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 협상 막바지에 이르렀던 지난 18일 각료 인선안을 발표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협상에 발목이 잡히다 보면 새 정부 출범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통합민주당은 “오만과 독선”이라고 강력 반발했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무슨 정치를 그렇게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비록 결실을 얻어내긴 했지만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서 ‘탈 여의도 정치’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이번 협상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둔 민주당측이 더이상 버티지 못했던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같은 승부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사용했던 극단 처방이었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이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서 보여준 극단적 승부수를 자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극약을 상비약처럼 쓴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과 대국민 소통 필요 그런 이유로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과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원만한 정치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비록 노 전 대통령이 폐지했던 청와대 정무수석과 총리실 특임장관을 되살리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수석과 장관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무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이 대통령의 정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정치가 안정되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도 어려운데, 이를 위해서라도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동반자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도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했던 것은 자신을 지지하는 편향적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반대편에 대해선 철저하게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 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대통령의 측근들도 단소리뿐 아니라 쓴소리까지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남북관계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사에서 실용의 잣대로 남북관계를 풀겠다고 밝히면서 남북협력의 조건으로 북한의 핵포기와 개방을 거듭 촉구, 실용적 상호주의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 및 대북 포용정책과는 다른 노선을 택할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남북관계도 경제적 관점으로’ 이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답게 취임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글로벌 외교, 자원외교 등을 내세웠다. 같은 맥락으로 남북관계도 생산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후보 시절부터 밝혀온 남북관계 구상인 ‘비핵·개방·3000구상’을 통해 북한 주민의 소득을 올려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접근하는 것이 동족을 위하는 길이고, 결국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서라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남북관계를 실용적으로 풀겠다는 것은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과 달리 남북관계를 철저히 경제논리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구상’은 북한이 핵폐기 결단을 내리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10년 후 북한 주민 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경제·교육·재정·인프라·복지 등 포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이지만 대북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철저히 연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남북관계 연계 어떻게? 그러나 북핵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도 답보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6자회담이 북·미관계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만큼 북·미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가 실종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핵문제 등에서 북한측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가 먼저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 남북관계의 공은 북한 쪽에 넘어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실장은 “핵문제라는 국제적 이슈와 남북관계라는 민족적 이슈를 일치시켜 선후관계로 끌고갈 것이 아니라 구분론적 관점에서 병행해야 한다.”며 선(先) 비핵화, 중(中) 개방, 후(後) 3000달러 추진의 병행을 주문했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비핵·개방·3000구상’처럼 자신들의 변화를 전제로 한 남북협력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특히 북핵문제 진전이 더디거나 어려울 경우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어떤 반응 보일까? 이 대통령이 직접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지난해 12월 대통령 당선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북한의 태도가 주목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살펴본 뒤 공식 입장을 밝히거나 3·1절 기념사까지 보고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4월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북 비료·식량 지원 관련 남북접촉에서 우리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가 대북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식량·비료는 인도적 지원인 만큼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산가족·국군포로 문제 등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며 “남주홍 통일장관 후보자 등 외교안보라인이 국수주의 정책에만 치중할 경우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美 대선 후보경선] 매케인 “고마워요, NYT”

    스캔들이 오히려 약? 여성 로비스트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존 매케인 미 공화당 경선 후보가 오히려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21일(이하 현지시간) 스캔들 의혹 보도 이후 선거자금이 몰리고 보수파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등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의혹을 터뜨렸던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이같은 역설적인 분위기도 전했다. ●“좌파 대변지 공격은 우리에게 훈장” 그동안 매케인을 불신해 온 보수주의자들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원칙을 따르듯 ‘좌파의 대변자’로 여겨온 NYT와 혈전을 벌이고 있는 매케인을 지원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보수성향의 방송 진행자 션 해니티는 “이것(NYT의 보도)은 일평생 목격한 것 중 가장 비열한 자유주의적 편견에 따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매케인 측은 첫 보도 직후인 21일 오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금 모금을 호소하기도 했다. 유세 매니저인 릭 데이비스는 “자유주의 진영과 NYT의 혼탁한 선거운동에 맞서 싸우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요청했다. 매케인 진영은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로 하루 만에 많은 자금이 모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거참모가 NYT에 “생큐” 매케인 측 선거자문관인 스티브 슈미트는 인디애나폴리스 유세를 끝내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NYT 기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건넸다. 백악관도 NYT 공격에 가세했다. 스콧 스탠젤 백악관 부대변인은 22일 “백악관에 있는 많은 이들은 그동안 대선에서 NYT가 공화당 후보를 전당대회 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전당대회 이후에는 1주일에 한 번꼴로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사자인 매케인은 스캔들 문제를 더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결말이 어떻게 날지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신중한 답변을 했다. ●WP “매케인, 편지2통에 전용기 받아”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매케인 의원이 아이스먼을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이스먼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던 팍슨TV 로월 팍슨 회장은 “1999년 1월 그를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면서 “아이스먼도 동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당시 팍슨TV 측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매케인 측 해명과는 다른 것이다. 당시 팍슨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지역 방송국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허가가 나지 않자 상원 상무위원장이었던 매케인을 찾아가 해결을 부탁했다. 그 후 매케인은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편지 2통을 FCC에 보냈다. 이에 대해 매케인 측 변호사인 로버트 벤넷은 “결정을 서두르라고 했을 뿐 허가를 놓고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00년 대선에 나섰던 매케인은 팍슨사 전용기로 유세를 벌이고 2만 8000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WP는 지적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탈당·총선 불출마 선언한 단병호 민노당 의원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탈당·총선 불출마 선언한 단병호 민노당 의원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서일까. 진보진영이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다음달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한다고 공식 밝혔다. 이에 앞서 단병호 의원도 탈당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보진영끼리 분당과 분열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분화와 재편의 시기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실 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17대 대선 때였다. 어찌보면 70만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얻은 득표(3%)를 보고 노동자 계급이 분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곧바로 나왔다. 또 노동자들을 한 민노당의 틀로 정착시키는데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지난 2월3일 당대회 직후 스스로 내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결국 탈당-분당-창당 등의 내분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단병호(59)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민주노총의 역사나 한국 노동운동사에서 대부격이나 다름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민노당은 탈당하지만 정치활동은 계속하겠다.”면서 “이제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가 현장에서 많은 노동자들과 만나 그들이 진정 원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알다시피 그는 4년6개월 동안 민주노총 위원장을 맡았을 때에도 수많은 거리집회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17대 국회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진출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탈당을 선언하고 고향인 포항에 머무르는 단 의원을 만났다. 여전히 점퍼차림이었다. ▶민노당을 탈당한 진짜 이유가 뭔가요? -기자회견 때도 밝혔지만 당이 만들어진 지 7년 됐습니다.17대 총선에는 국회의원 10명이 당선되는 등 민노당은 급성장을 했습니다. 진성당원만 10만명에 이르지요. 그러나 토대가 튼튼하게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의 화려한 성장은 작은 충격에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상누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민노당의 토대를 굳건하게 다져야 할 때에 2008년 제1야당,2012년 집권이라는 신기루를 쫓아다니며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지금의 체제로는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지도 못하고, 따라서 현재로서는 극복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변화를 만들어낼 계기가 필요하고, 또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민노당의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가 그 첫번째입니다. 민노당 당원의 40%가 노동자들이고 그 대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입니다. 그러나 민노당내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있지만 민주노총 내에 민노당 당원은 없었습니다. 당의 강령과 기본정책, 그리고 당면한 정치방침을 가지고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정치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당원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 대중은 각종 행사와 선거때, 그리고 재정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결국 지역주민인 이들의 중심기반화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역주민으로서의 민노당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지요. 노동자 당원을 당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재조직화의 노력도 게을리했습니다. 특히 언제부터인가 운동의 건강한 풍토가 사라지고 보수정치판의 잘못된 풍토가 당을 지배하는 형국이 돼버렸습니다. 공은 가까이하려 하면서도 책임은 멀리하려고 합니다. 진보정당에서 가장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풍토들이 똬리를 틀고 굳어진 것이지요. 비대위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한차례도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민노당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종북논쟁’ 등 이념적 갈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노선이나 이념은 당의 본질적 어려움은 아닙니다. 민노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진보에서 출발했습니다. 때문에 진보정당에서 사상과 이념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념이나 논리를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올바르게 정리돼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종북’ 등 특정 사상을 배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이념갈등의 문제로 비추어졌는데 언론에서 민노당의 실질적 본질은 간과한 채 이념문제를 크게 부각시켰어요. ▶총선출마 포기를 재고할 수는 없는지요. -사실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포항에서 출마하려고 작년부터 지역주민들과도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민노당을 탈당하는 마당에 무소속이나 다른 당에서 출마한다는 것은 주민들에게 우습게 보여집니다. 도의도 아니고요. 이번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민노당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또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드는데 진지한 고민을 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앞으로 정치활동은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요. -전국의 현장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폭넓게 만나 진지하게 토론하고, 같이 고민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진보정당의 원칙과 방향을 확실하게 수립할 생각입니다. 정치세력화를 위한 실질적 활동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다음달 진보신당을 창당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합류할 생각은 없는지요? -두 분과 같이 만나 얘기해본 적은 없습니다. 다들 고민을 많이 해온만큼 고민이 동일하다면 같이 만들어나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신당은 총선용입니다. 과정을 지켜보면서 총선이 끝나고 나서 진정한 진보정당을 위해 논의할 수도 있지요. 저는 노동자가 정치세력화가 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신당과 민노당이 합쳐질 가능성은 있나요? 또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당에 대한 전망을 하신다면? -지금의 여러 상황으로 봐서는 상당기간 합쳐지긴 어렵다고 봅니다. 총선전망은 어려운 질문이긴 합니다만 2004년 총선때는 13.1%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 하는게 중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지지율을 넘어서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 지도위원까지 사퇴를 하셨는데.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입니다.4년 넘게 위원장을 했던 사람으로 남다른 애정도 있고 조직적 책무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처가 깊을 때 도려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방치하면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져듭니다. 노동조합의 기본적 역할 수행에 대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지만 당 발전에 민주노총이 어떻게 기여했는가, 이유가 어쨌든 일정한 한계는 없었는가의 부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노동부문 할당제, 배타적 지지 등 모든 것이 제가 위원장으로 있을 때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았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질적 발전을 저해한 셈이지요. 빨리 고치고 극복해야 합니다.(현 지도부와)서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민노총 지도위원직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지요. ▶새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앞으로 노동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 노동정책에 현격한 변화가 예측됩니다.MB가 친기업정책을 펼치게 되면 자연히 반노동적 정책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럴 때 나타나는 노동운동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급속하게 정부나 기업에 유착되면서 편하게 취하고 편입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렇게 수용할 수 없으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등으로 벌써부터 편입돼가는 모습이고 민주노총은 아직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긴장상태라고나 할까요. 아마도 MB가 강하게 나가면서 민주노총은 쉽게 끌려가지 않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노·정갈등이 깊어지고 적대적 관계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위현장에서 맞는 경찰관이 없어야 한다고 MB가 말하고 있습니다. -폭력문제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문제입니다. 시위집회는 국민의 권리이고, 이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합니다. 자율적인 집회를 지나치게 간섭하다보면 감정적 충돌이 생겨날 수도 있겠지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변화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1987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변화축을 보면 민주화 등 어느정도의 균형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는 MB 정부에선 균형이 깨질 것이 우려됩니다. 교육제도가 전면적으로 후퇴할 것이고 남북관계도 경직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운하건설은 경제효과도 없을 것이고 환경파괴만 몰고올 것입니다. 친기업 개발로 가면 환경훼손은 뻔하지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점퍼’는 언제 벗을 생각이냐고 묻자 “솔직히 편해서 입는다. 또 점퍼 3개를 갈아입으면 1년이 지나간다. 옷값도 별로 안들고…”라고 하면서 웃었다. 슬하에 사법연수원에서 2년차 연수 중인 딸과 현재 공군복무 중인 아들이 있다. 김문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단병호는 ▲1949년 경북 포항 출생 ▲67년 동지상고 중퇴 ▲87년 동아건설 창동공장 노조 초대위원장 ▲89년 서울지하철 파업 관련 구속 ▲90∼94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1∼4대 위원장 ▲90년 전노협 활동 관련 2차구속 ▲93년 전국노동조합 대표회의 공동대표 ▲95년 현총련 파업 관련 3차구속 ▲96년 민주금속연맹 위원장 ▲98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력투쟁 관련 4차구속 ▲99∼2002년 제3,4대 민주노총 위원장 ▲01년 노동운동 관련 5차구속 ▲04년 민주노총 지도위원 ▲현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노무현정권 5년 명암] 분야별 평가

    [노무현정권 5년 명암] 분야별 평가

    ■정치 분야 참여정부 5년은 노무현 대통령의 끊임없는 ‘정치 실험’으로 채워졌다. 탈권위주의를 이뤄냈다. 국정운영을 공개하고 비선 정치를 청산하는 데도 주력했다. 개별적으로 보고되던 부처 업무현안을 국무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처리하게 했다. 임기 초 평검사들과의 공개토론도 파격이었다. 권력형 부정부패로부터 벗어났다. 돈·관권선거가 사라졌다.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에 따르면 17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적발 건수는 6402건으로 16대 총선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도 중요한 화두로 던졌다. 지역주의 청산과 연결된다. 행정복합도시와 공기업 지방이전, 지역혁신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정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의석은 영남권을 제외하고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선거구제 개혁과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집중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참여정부의 정치를 “총재 정치·1인 정치로 상징돼온 3김(金)체제를 혁파하는 데 주력했다.”고 요약했다. 그러나 ‘미완의’ 정치 실험은 결국 혼선의 정치로 귀결됐다. 방향은 일부 옳았지만 방법이 성급했고 정교하지 못했다. 자갈밭에 씨앗을 뿌린 셈이었다. 지역주의 정치 타파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내세우며 거론했던 대연정 제안은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의 등을 돌리게 했다. 측근정치·보스정치를 단절하기 위해 도입했던 당·청 분리와 청와대 정무수석 폐지도 마찬가지다. 당의 자생적 구조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집권 여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두는 데 실패했다.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을 내각에 앉히면서 당·청이 동반 추락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대통령도 집권 기간 동안 두 번이나 탈당하는 등 불안정한 리더십을 보였다. 5년 내내 당청갈등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대결적 여야 구도가 심화됐다. 정치권은 물론, 대국민 소통 부재를 낳게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집권당이 무력화된 탓에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정당 본연의 역할을 놓쳤다.”고 평가했다. 오만하다는 비판이 따라다녔다. 지난 2005년 8월, 당시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어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한 말이 이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대외관계 분야 노무현 정부의 대외관계는 북핵 6자회담 진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지난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상징되는 대북정책이 대외정책과 손발이 맞지 않아 한·미관계에도 상당한 손해를 미쳤고, 일본·중국 등 다른 4강과도 적지 않은 마찰을 빚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평가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미관계에서 드러난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 동북아 균형자론 등은 결국 한·미동맹 진전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한·미간 오랜 현안이었던 주한미군 재배치, 방위비 분담, 용산 미군기지 이전, 전시작전권 전환 등이 상당부분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양국간 적지 않은 갈등을 야기, 한·미동맹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본·중국과도 호혜적 우호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권 초기 우호적으로 시작했던 일본과의 관계는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배타적경제수역(EEZ) 갈등, 역사교과서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잇따라 대두되면서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에 따라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전면 중단되는 등 불편한 관계로 바뀌게 됐다. 중국과도 한동안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역사문제로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탈북자 문제 등도 양국 관계 진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 정치·경제적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다는 평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교육 분야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낙제점’에 가깝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엘리트주의에 맞서 교육평등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떨어뜨리면서 학력저하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교육을 통한 가난의 대물림을 막고 계층이동을 지향점으로 내세운 교육 평등주의는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추구해야 할 과제다. 2003년 7월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설치로 시작된 참여정부 교육개혁정책은 ‘파격’으로 일관했다.‘서울대 폐지’ 등 대학의 서열 구조 타파와 기득권 폐지를 외치는 인사들이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했다.2004년엔 수능 9등급제 도입,2006년 외고 운영 개선 방안 등 교육개혁안이 쏟아졌다.2008학년도 입시에 처음 적용된 수능 등급제는 교육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다.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논술·수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사교육비가 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고수하면서 대학당국과 교육부의 마찰도 끊이질 않았다. 한국교총은 참여정부가 형평성만 강조한 교육정책을 집행하려다 공약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교육공약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자율성 강화, 학교선택권 확대, 교원 양성·임용제도 및 승진·전보제도 개선, 사교육비 경감, 방과 후 학교 등을 특히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경제 분야 1인당 국민소득은 2003년 1만 2826달러에서 지난해 2만 81달러로 노무현 정권 5년 사이 57% 늘었다. 하지만 실질 소득의 증가보다 원·달러 환율이 같은 기간 1200원에서 930원으로 하락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소득 증가도 상위계층에 쏠려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003년 265만원에서 지난해 322만원으로 5년간 57만원 늘었다. 하지만 소득에서 소비를 뺀 흑자 규모는 상위 20% 가구의 경우 월 200만원이 넘지만 하위 20%는 월 34만원씩 적자를 봤다. 소득 계층간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5분위 배율은 2003년 7.24배에서 지난해 7.66배으로 악화됐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한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341에서 0.35로 해마다 높아졌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고 약속했으나 특정 지역을 겨냥한 세금정책 등으로 주변 집값마저 상승하는 ‘버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켰다. 부동산 대책을 12차례나 발표하면서도 과잉 유동성 문제에는 뒤늦게 대처하는 우를 범했다. 부동산포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 아파트 값은 평균 34.8%, 서울 지역은 43.4% 뛰었다. 경기도는 37.6%, 충남도 31.9% 올랐다. 대기업은 수출호조로 호황을 누린 반면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또한 사교육비 증가와 비정규직 증가로 서민 가계는 여태 몸살을 앓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언론 분야 참여정부는 언론과의 긴장관계를 강조했다.2003년 출범 직후부터 가판신문 구독금지,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신문법 제정 등 언론 개혁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언론을 방송과 신문, 인터넷 등으로 구분하는 ‘편가르기’ 현상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언론에 대해 ‘기득권 집단’,‘불량상품’,‘기자실 대못질’ 등 거친 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정책은 노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추진된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지 해외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정홍보처는 3월 국내외 기자실 운영실태 조사결과를 내놓았으며, 두 달 뒤인 5월 정부부처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훼손한다는 각계각층의 지적과 함께, 일부 언론에 국한됐던 갈등이 일선 취재현장 전체로 전면화되는 결과를 낳은 ‘최대 악재’가 됐다. 기자들은 정부청사 로비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전원이 끊긴 경찰청 기자실에서는 촛불을 켜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같은 전대미문의 갈등은 노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결국 언론 개혁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소모적이고 불필요했던 논쟁만이 남은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토요영화] 다크 블루

    [토요영화] 다크 블루

    ●다크 블루(KBS2 프리미어 밤 12시50분) 원래 영문제목은 ‘Dark Blue Almost Black’. 직역하면 ‘거의 검정에 가까운 어두운 푸른색’이란 뜻이다. 푸른색이긴 하되 밝은 톤은 아니란 사실을 미리 귀띔한다고 할까. 하지만 곧 이는 무거운 소재에 혹여나 실망할 관객을 위한 배려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될 터. 영화는 스페인 영화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곁들여 시종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호르헤(쿠임 구티에레즈)는 수위로 일한다. 그에게는 7년 전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몸을 쓸 수 없는 데다 치매까지 앓고 있다. 아버지처럼 수위가 되기 싫어 한때 도망가려 했던 호르헤는 꼼짝없이 아버지 곁에 머무르며 병수발을 든다. 그의 형 안토니오(안토니오 드 라 토레)는 마약을 복용하다 감옥에 복역 중이다. 안토니오는 여자 수감자 파울라(마르타 에투라)를 사랑하는데, 이 때문에 파울라는 안토니오를 좋아하는 다른 여죄수들에게 구타를 당한다. 자신의 연인을 다른 감방으로 옮길 방안을 생각하던 안토니오는 파울라를 임신시켜 임산부 감방으로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그러나 안토니오는 불임이다. 그는 파울라를 임신시킬 다른 방법을 물색한다. 동생 호르헤가 자신을 대신해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 그것. 호르헤는 처음엔 펄쩍 뛰지만, 곧 형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런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호르헤와 파울라가 그만 진짜 사랑에 빠지고 만다. 두 형제와 한 여자의 엇갈린 멜로라인을 뼈대 삼은 영화는 사이사이 동성애로 고민하는 친구 이스라엘(라울 아레발로)의 이야기를 직조해 넣는다. 이처럼 작품 전반에 깔리는 소재들은 한결같이 무난하지가 않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 인간관계의 소통, 자기 정체성 등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을 주저없이 다루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영화의 모티브는 다분히 역설적이다.‘평범하지 않음’이 곧 평범한 인간의 일상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스페인 감독 하면 페드로 알모도바르만 떠올렸던 이들에게 이 작품은 다니엘 산체스 아레발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각인시켰다.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유럽영화상을 비롯해 2006년 고야상 신인 감독상, 신인 남우 주연상, 최우수 남우 조연상 등 푸짐한 상복을 누렸다.18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씨줄날줄] 마르크스 구명운동/구본영 논설위원

    “한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칼 마르크스는 1847년 ‘공산당 선언’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 구절이 그의 사후에도 유효하리라곤 그 자신도 몰랐을 게다. 그의 이론은 현실에선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아직도 지구촌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으므로…. 마르크스는 독특한 가정법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의 붕괴와 공산주의 사회의 도래를 확신했다.1867년에 출간된 자본론에는 그의 이런 신념이 포괄적 사상체계로 집약돼 있다. 그러나 그의 치명적 오류는 자본주의 체제의 자정능력을 무시한 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도 노동 현장의 요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시정될 것이란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가 살았던 19세기에 이미 영국·독일에서 사회보장법이 통과됐는 데도 말이다. 그는 유복한 유대계 독일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평생 가난의 굴레를 못 벗어났다.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직을 얻으려 노력했지만, 그의 과격한 정치선전 활동이 끝내 결격사유가 됐다. 그래서 그의 사후 동서를 막론하고 그를 연구하는 게 생업인 교수들이 양산된 사실은 퍽 역설적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이 그제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하는 교수를 채용해 달라는 대자보를 붙였다.33명의 경제학부 교수 가운데 유일하게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김수행 교수가 이달말 정년퇴임하기 때문이란다. 김 교수는 국내서 처음으로 자본론을 완역했다. 그가 퇴임하면 석·박사 과정의 관련 전공 지도를 할 교수가 없게 된다. 학생들의 호소가 가슴에 와닿는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런던 교외 마르크스 묘비에 적힌 구절이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공산혁명은 일어나지 않았고,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실험도 실패로 끝났다. 그의 이론도 현실 경제에서 설명력을 상당부분 상실하면서 폴 새뮤얼슨 등의 신고전파 종합이 주류 경제이론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마르크스 경제학의 명맥은 이어져 학문의 다양성은 확보돼야 한다. 시장경제가 쇄신을 통해 건강성을 확보하는 데도 사회주의 경제이론이 안티테제의 역할을 하지 않았던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부처 사무실배치부터 바꿔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들 앞에서 ‘발상의 전환’을 역설했다.19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 정부 내각 및 대통령실 워크숍’에서다. 사흘 전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에게 “끊임없이 변화하라.”고 채찍질한 데 이어 거듭 ‘변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은 특히 사무실 자리 배치와 같은 시각적 변화를 ‘공직사회 변화’의 실례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변화시키자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장관들이 자기 부처의 문화를 바꿔야 된다.”며 “사무실 배치와 같은 사소한 것부터 글로벌한 기준으로 바꿔보라. 너무 전통적 공직사회 기준으로 배치돼 있어 매우 비효율적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폐합 부처 중 제일 큰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같은 곳일수록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부터 변화하면 산하기관은 자동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어떤 지방에 가보면 기초단체 청사가 서울시 청사보다 호화스러운 데가 많은데, 매우 비효율적으로 공간을 쓴다.”면서 “정부조직법이 바뀌어 작은 정부가 되면 뒤이어 16개 시·도의 조직 변화가 와야 하며, 이것은 자연히 기초단체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이 당선인은 “청계천 복원 당시 한 프랑스 사회학자가 제게 ‘복원되면 환경적·경제적 효과보다 큰 변화는 서울시민의 정서가 바뀌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지금 체감한다.”고 했다. 이 당선인은 “명동에서는 어깨 한번 치고 가면 ‘똑똑히 보고 다니라.’면서 언쟁이 벌어지는데, 청계천에서는 그런 것을 못 봤다. 또 공원에서는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청계천에서는 안 버린다. 노숙자들도 청계천 교량 밑에서는 잠을 자지 않는다.”면서 “사회환경과 공직사회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국민의 정서를 바꾼다.”고 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말까지 또는 연초까지 해보겠다 하는 식으로 하는데, 아날로그 시대에도 앞서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안 했다.”면서 “하루 중에서도 오전이냐 오후냐의 단위도 더 세분하는 게 디지털시대에 맞다.”고 철저한 시간관리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일할 때 보면 하루종일 기다리다가 밤 12시 다 되어서 결정이 되는데, 정치만 예외이고 논리적으로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돈되는 기술 개발”

    “돈되는 기술 개발”

    ‘돌아온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우현(60) LG전자 사장이 “돈되는 연구개발(R&D)”을 적극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그는 ‘디지털TV 아버지’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백 사장은 18일 서울 역삼동 소프트웨어솔루션센터 등을 찾아 “단기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5년,10년 후에 사업성이 있는 R&D, 즉 돈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D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항목은 사업성이라는 주장이다. 이달 초부터 시작한 연구원들과의 릴레이 회동에서 계속 설파하고 있는 메시지다. 일주일에 두세곳씩 다음달 말까지 15개 연구소를 모두 방문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돈되는 R&D’ 강조가 오히려 단기성과 집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지만 백 사장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일에 대한 열정은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한다.”며 “비록 각자의 연구가 지금 당장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실패한 경험조차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독려했다. 미국 MIT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퀄컴 등의 기술담당 임원을 거쳐 1998년부터 2004년말까지 LG전자 CTO를 맡았다. 미국 USA투데이가 ‘디지털TV의 아버지’라는 제목 아래 커버스토리로 다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여성&남성] 軍가산점 부활, 총성없는 전쟁

    [여성&남성] 軍가산점 부활, 총성없는 전쟁

    군가산점제 부활을 놓고 ‘남녀 성(性)대결’이 한창이다. 지난 13일 군필자에 한해 취업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자 여성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남성들은 ‘본회의에서 우리의 2년을 확실히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인터넷에는 욕설까지 난무하며 인신공격 일색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감정의 골은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이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 수 있을까. 군가산점제에 대한 여(女)와 남(男)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여와 반대하는 남의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도 다뤄본다. ■ 남성 “2년 복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 ● 군대는 취업의 ‘장벽’ “남자가 군대에 2년간 머물며 포기할 게 너무 많은데, 충분히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회사원 권모(34)씨는 군가산점 부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남자가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버릴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말하는 ‘2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남자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군 미필자는 자기계발할 시간이 있잖아요.”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모(29)씨는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군필자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 복무로 인해 학업의 연속성이 끊기면서 보는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성에게도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군가산점제 사용을 3∼4차례로 제한한다는 조항이 있어 여자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라 보지 않습니다. 또 법안을 발의했을 때 사회적 요소를 많이 고려하기도 했고요. 위헌소송으로 갈 것을 예상해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법안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장애인을 위한 우대제도도 많이 생겨나는데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 대한 일련의 혜택은 무척 필요하기 때문이죠.” 서울의 모대학병원 레지던트 4년차인 오모(30)씨는 억울한 사연을 털어놨다.4년 전 레지던트 선발 과정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설친다. 예전에는 레지던트 선발 과정이나 전문의 스태프 발령시 군필자에게 3년간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1999년 이후 이런 혜택이 모조리 없어졌다.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소위 인기 학과에는 여자가 더 많이 선발되는 등 역차별을 당하는 사례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민간회사에서조차 인정해주는 군필자의 호봉 산정도 의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군대 갔다온 남자에게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혜택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걸요. 저도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는데 내년쯤 공중보건의로 갈 생각입니다. 군대 가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야, 공중보건의로 지원해서 월급을 받는 게 백배 낫지 않겠어요?” ● “군 가산점제는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도 같은 생각이다. 김씨는 우리 나라가 분단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 분단국가인 만큼 군대에 대한 젊은이의 인식을 바꾸게 하기 위해서라도 군가산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젊은이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는 어떤 식으로라도 사회에서 혜택을 주는 부분이 있어야죠.” 만일 군복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모두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할테고 결국 국가의 안보에 치명타를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우리 사회는 군필자에 대한 보상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컴퓨터 관련부품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임모(30)씨는 군가산점제에 ‘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다. 군대를 다녀왔다고 무조건 군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국가 공무원 시험과 같은 공익적 성격이 있는 것은 군가산점제를 시행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회사 성격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무원 시험 같은 국가시험은 경쟁률도 치열하고 공익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을 부여해야 하겠지만 민간업체 중에서 군가산점이 큰 의미가 없는 곳은 안 줘도 된다고 봅니다. 국가에서 이 기준을 확실히 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일부 남성들 ‘반대’의견도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는 정모(29)씨는 군가산점제 부활에 반대한다. 현재 국회 국방위를 통과한 군가산점 개정안은 공무원시험 등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치르는 남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므로 또다른 차별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처럼 경쟁률이 치열한 시험에서는 단 몇점 차이만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채용시험은 사람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군대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부여받는다는 건 좀 위험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입사 4년차 김모(30) 대리는 군대를 다녀왔다고 해서 그다지 손해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군대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할 뿐, 사회에서 필요한 ‘인생 공부’를 많이 하고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대 요즘 좋아졌잖아요. 남자가 군대에 있는 동안 오히려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더 많이 배워 오는 일도 많은 것 같아요. 경제가 침체됐을 때 군대가 오히려 도피하는 창구가 되는 경우도 많지 않나요? 군대를 다녀오는 게 꼭 남자에게 손해가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군가산점제요? 분야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요? 우리 같은 영업사원 중에는 여자가 거의 없어요. 회사에서도 여자를 별로 선호하지 않고요. 그러잖아도 여자가 취업하기 불리한 분야가 많은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 때문에 취업하려는 여성이 더 불리해질까 걱정이네요.” 제약업체에 근무하는 성모(30)씨는 영업사원으로 일한 지 3년째이지만 여자사원이 들어오는 일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제약영업의 특성상 여자가 일하기 힘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여자보다는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유럽의 선진국처럼 육아정책 등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이미 남녀평등이 이뤄진 사회이기 때문에 남자가 군대에서 고생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해줘야죠. 하지만 우리나라가 어디 그런가요? 아직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것들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하나의 남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여성 “차라리 취업 뒤 다른 혜택 마련을” ● ‘일상의 차별’ 심각한데 군가산점제가 웬 말? “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나요? 군대를 다녀와서 남자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군가산점제를 찬성하는 남성들이 애용하는 ‘여성 상위시대’란 말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27·여)씨는 군가산점제가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군가산점제 시행의 전제조건은 ‘남성과 여성이 완전히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 하에 ‘남성이 군대문제로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제라는 혜택을 부여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전제 자체가 맞는 건가요? 여성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입니다.” 김씨는 여성에 대한 ‘일상의 차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조직생활까지 냉대받는 현실 속에서 군가산점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은 김씨의 눈에 그저 ‘모순투성이’로 비쳐질 뿐이다. 직장인 주모(27·여)씨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5년 외국계 회사에 취업한 주씨는 취업하기까지 낙방의 고배를 여러번 마셔야 했다고 말했다. 학점, 토익, 인턴경력 등 취업에 필요한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음에도 서류통과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 반면 뒤에서 맴돌던(?) 남자 선배와 동기들은 취업난에도 ‘무사통과’였다.“사실 그 친구들에 비해 떨어질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이력서가 무척 화려했거든요.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유명 대기업을 지원해서 10차례 이상 ‘쓴 맛’을 봤던 주씨는 결국 여성차별이 덜하다는 ‘외국계 기업’에 원서를 제출한 뒤 겨우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취업 시즌만 되면 ‘모든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말이 있어요. 저 역시 그랬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남자들에 비해 모자랄 게 전혀 없는데 왜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억울했습니다. 이 와중에 군가산점제까지 시행되면 여성들은 어떻게 일하란 소린가요.” ● “남성들의 피해의식 공감하지만….” 일부 여성들은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는 생각을 같이 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남자들 군대 이야기 들으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창 젊은 나이에 자유도 박탈당하고 자기 계발도 못하니까요. 그러나 군가산점제는 좋은 방안이 아닌 듯싶습니다. 취업은 사회생활의 ‘첫단추’인데 시작부터 차별을 해서는 안 되죠.” 취업준비생 안모(25·여)씨는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첫 단계부터 차별을 하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차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푸념했다. 특히 남녀가 모두 취업난을 겪는 상황에서 군필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위화감만 더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차라리 취업 뒤에 군필자에 대한 다른 혜택을 지원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군가산점제는 많은 여성들을 맥빠지게 하거든요. 남자만 군복무를 할 수 있는데 이게 취업으로 곧바로 연결된다면 곧 생물학적 차별이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 아닐까요? 다른 보상 방안을 생각해 줬으면 합니다.” 직장인 김모(27·여)씨도 다른 보상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이를 취업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말한다. 김씨는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남자들 군대 보상해줘야죠. 얼마나 고생인가요. 그러나 여성의 고통도 심해요. 아직 가사와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남성들도 많이 ‘도와주는’ 분위기라지만 ‘도와주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죠. 결국 여성들은 직장보다는 가정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회사에서는 남성을 선호할 수밖에 없죠. 일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채용도 여자보다는 남자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고요.” 김씨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암묵적인 ‘남성 우대’ 채용 문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군가산점제는 이런 채용 문화를 제도적으로 합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회사에서 남자 간부들은 ‘여자들은 무조건 일찍 퇴근하려 한다.’,‘여자들은 조직에 융화될 줄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의 부담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가산점제는 이런 비합리적인 의식들을 제도적으로 ‘합법화’시킬 소지가 큽니다. 군대에 대한 보상은 해줘야 하지만 채용과 연결지어서는 안 됩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 ‘군가산점 찬성’목소리도 그러나 모든 여성들이 군가산점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여성들은 군가산점제가 군필자들의 ‘잃어버린 2년’을 보상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군대를 가는 시기가 대학생 시기인데 한창 취업준비할 나이잖아요. 그렇다면 취업 이후보다 취업 이전에 보상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죠.” 직장인 이모(30·여)씨는 군가산점제가 여성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상을 위해서는 군가산점제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군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부분이 취업이기 때문에 여기에 혜택을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손모(27·여)씨는 여성을 위해 군가산점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문제에 수많은 안티 세력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가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의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의식’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솔직히 맞는 소리죠.2년 동안 조선시대 노비나 경험해 볼 수 있는 ‘밑바닥’을 체험하고 오잖아요.” 손씨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는 차라리 군가산점제라는 혜택을 주고 ‘제로 베이스’에서 여성운동을 시작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여성들이 자신의 인권을 말할 때 일단 남성의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여성들도 더욱 당당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아크릴로 채색한 한국의 미소

    아크릴로 채색한 한국의 미소

    한국적 체질에 맞게 변주한 팝아트. 한창 주목받고 있는 화가 권기수(36)의 작품세계를 압축한 말이다. 권기수는 아크릴 물감을 재료로 쓸 뿐이지 어떤 동양화가보다 더 진한 동양적 정서를 화폭에 퍼담는 작가로 꼽힌다. 부단히 새로운 실험을 하기로도 소문나 있다. 전시회를 앞두고는 부담감에 망원동 작업실에서 두문불출. 작품을 거는 화랑의 큐레이터에게조차 자주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만큼 작품에만 매달리는 고집스러운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동구리’를 변함없이 앞장세운 전시가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동구리는 화폭 어디에나 등장하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늘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작품 속 캐릭터. 작가가 직접 붙인 애칭 동구리에는 소통의 의미가 담겼다. 언제나 밝은 미소를 물고 있는 표정의 상징은 알고 본 즉 더 심원하다. 부처의 온화한 미소를 은유한 것으로, 포용과 자비가 깃든 동양사상의 극대치를 투사한 의도인 셈이다. 서양 팝아트의 캐릭터들이 대개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의 변형인 것과는 달리, 동구리는 작가의 독창적 창작모델이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작가의 작품은 중국, 타이완, 호주 등 해외에서 알려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화랑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세계적 아트페어인 아르코에서는 출품작 전량이 팔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아크릴로 그려진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의 작품들은 얼핏 봐선 전혀 동양화 같지가 않다. 사전정보 없이 스쳐보면 팝아트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일 만큼 현대감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아크릴 물감을 쓴다고 반드시 서양화가 아님을 역설한다. 동구리가 전통불상의 미소를 차용했듯 화폭에 그득한 정서 또한 오리엔탈리즘이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들은 유쾌하고 즐거운 감상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있다. 물론 그런 면모 때문에 오히려 작품 초기에는 동양화단에서 배척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번 개인전에는 회화, 설치 등 최근작 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29일까지.(02)549-757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핵심 과학자 포닥을 키워라] (중) 누가 그들을 외국으로 보냈을까?

    |워싱턴 박건형특파원|미국 워싱턴DC와 볼티모어, 메릴랜드 등 3개주를 묶은 권역은 생물학과 의학에 있어서는 ‘성지(聖地)’와 같은 동경의 대상이다. 이 세 지역에 걸쳐 전 세계 생물학과 제약을 주도하는 미 국립보건원(NIH)과 세계 최고의 의학대학 존스홉킨스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박사후연구원(Post doctor·이하 포닥)으로 일하는 한국 박사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NIH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경상 박사는 “15년 전 처음 부임했을 때 한국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면서 “요즘은 중국을 제외하면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많고, 포닥 공고를 내면 한국인들이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정도”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물 해외유출로 이어져 해외 포닥은 이공계 두뇌의 해외 유출 주범이다. 가장 활발히 연구활동을 펼칠 시기에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이들이 낸 연구결과물은 해당 국가의 재산으로 귀속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해외 포닥은 당장에는 우리나라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국내 연구소나 대학 대신 외국 연구기관의 포닥을 택하는 것일까? NIH와 존스홉킨스대에 근무하는 한인 포닥들은 대부분 ‘생활 수준과 연구 환경을 비롯한 처우´,‘유명 저널에 논문 게재’라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NIH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38) 박사는 “연봉이나 생활수준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좀더 유명한 저널에 우수한 논문을 싣는 것은 국내보다 미국의 유명 연구기관에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의 임모(34) 박사도 “우수한 논문을 한국에서 내는 것이 쉽다면 굳이 미국으로 나올 이유가 없었다.”고 거들었다. 이들이 ‘논문’을 최우선시하는 것은 앞날에 대한 ‘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인 포닥들의 첫 번째 목표는 국내 대학 교수로 금의환향하는 것이다. 두 번째가 미국내 정규직 연구원이 되는 일이고, 세 번째가 미국내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유명 저널에 포닥 과정에서 논문을 실으면 국내 유명 대학 교수자리는 거의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해외 포닥을 통한 논문 게재 후 교수 채용’이라는 선배들의 길을 답습하는 후배 박사들이 많아지면서 부작용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년 정도에 불과했던 해외 포닥 기간은 국내 대학의 교수 채용 공고가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7년 이상으로 계속 길어지고 있다. 최근 NIH에 온 이모(33) 박사는 “막상 와서 보니 5년 이상 포닥을 하고 있는 선배들 중 상당수가 계속해야 할지, 다른 길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그나마 해외 포닥 경험이 없으면 국내에서 교수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외로 나오는 박사들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과학계 암흑기 위기 직면 국내 연구소에서 일하는 포닥들은 이공계 위기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내 출신 박사들이 국내에서도 우수한 논문을 내고 있다.’는 정부와 일부 학계 관계자들의 주장은 ‘착시효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는 김모(35) 박사는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난 토종파들의 우수 논문은 90년대 초중반 ‘이공계 반짝열풍’으로 인해 유입된 우수 인재들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이들의 시대가 지나가고 이공계 기피 현상이 본격화된 후 입학한 학생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 한국 생명공학계에 암흑기가 닥칠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박사들이 논문을 내고 교수가 되기 위해 해외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서도 역설적으로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인적구성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 유치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자, 그 자리를 몽골과 동남아 등 과학 후진국 출신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유명 대학 생물학과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일하려고 한국을 찾는 외국 학생들의 의욕은 좋지만, 그들의 역량은 학교의 기대치에 턱없이 못미친다.”며 “실험을 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계속 떨어지는데,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kitsch@seoul.co.kr
  • 블라인드 터치 리뷰

    블라인드 터치 리뷰

    미닫이문을 들어서면 소박한 다다미방이 들어앉은 무대. 따뜻함이 감도는 노란 불빛 아래 아내가 남편에게 묻는다.“당신, 국가권력의 폭력으로 키가 작아진 거 아니에요?” 남편은 망설이지 않는다.“아마 4∼5㎝ 정도?” 연극 ‘블라인드 터치’(연출 김광보·3월16일까지ㆍ소극장 산울림)의 주인공은 16년차의 중년 부부. 그러나 대화는 어색하고 몸가짐은 조심스럽다. 남자는 이제 막 옥살이를 하고 나온 길이다.28년의 저당잡힌 세월. 부부는 옥중 결혼한 사이다.TV를 보고 ‘플레이 스테이션’ 게임을 하고 이부자리를 정성껏 펼치는 극은 일상의 풍경과 대사를 잔잔하게 늘어놓는다.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로 이용되어 온 일본 오키나와는 일본인들이 30여년간 투쟁해온 공간. 남자는 ‘블라인드 터치’라는 피아노 밴드에서 활동하다 기지 건설 반대시위에 나선다. 그러나 주동자로 몰려 무기수가 된다. 이 ‘진지한’ 연극은 일본 내부만 걱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이 자폭 테러를 막기 위해 뭘 하고 있느냐는 자기반성에까지 이른다. 이 부부는 양심을 버린 사회를 개인의 양심으로 구하려 한다. 그러나 부부가 구해야 할 것은 또 있다. 그동안 폐쇄적인 삶으로 잃어버린 부부의 사랑이다. 스타카토처럼 기계적·강박적으로 쏟아지는 이념과 투쟁을 담은 대사들은 귀에 이질적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하는 연극을 만난 뿌듯함은 크다. 윤소정의 단정한 말씨는 수십년을 인내해온 여인의 내면을 잘 표현해낸다. 어설픈 불협화음이지만 나란히 피아노를 두드려대는 부부의 뒷모습. 마침내 이들이 합주를 이루는 마지막 장면은 숨기지 않고 알몸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사랑과 진실이 드러난다고 역설한다. 그것이 사회이든 개인이든….(02)334-5915.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사설] 한·미 FTA 17대 국회가 책임져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개월여만에 안건으로 상정한 데 이어 어제 공청회를 가졌다. 지루한 논란 끝에 비준안 처리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청문회와 법안심사소위 심의, 본회의 표결 등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민주노동당이 결사 저지하는 상황에서 총선을 눈앞에 둔 국회의원들도 눈치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협상 당사자인 미국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에 이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최근 한·미 FTA에 반대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미국 정계의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우리의 한·미 FTA 선(先)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따진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미 FTA 비준을 독려하는 것은 국익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2만달러의 문턱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해외경제영토, 특히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으로의 진출 확대가 절대 필요하다. 한·미 FTA는 바로 해외시장 문을 여는 열쇠와 같은 것이다. 올 들어 재미 교포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기, 의원초청 간담회 등을 통해 ‘한·미 FTA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2월 국회에서 인준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안 되면 3월에, 그것도 안 되면 총선이 끝난 뒤 17대 국회 종료 전 처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맞는 말이다.17대 국회는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한·미 FTA 비준안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도 취임을 하게 되면 한·미 FTA 비준안 독려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경제살리기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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