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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치즈,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

    푸른곰팡이로 숙성시켜 독특한 냄새와 맛을 내는 블루치즈.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다는 이 치즈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생명공학 전문 연구소(라이코텍)가 프랑스산 로크포르 치즈에는 항염증 효과가 있으며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로크포르는 영국의 스틸톤,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와 함께 세계 3대 블루 치즈로 널리 알려졌다. 연구진은 숙성된 블루치즈는 장을 건강하게 하고 퇴행성 관절염과 셀룰라이트(부분 비만)와 같은 노화의 흔적을 늦출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블루치즈의 성분은 위의 내벽과 같은 산성 환경에 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치즈가 프렌치 파라독스 퍼즐에서 잃어버린 조각일까?’라는 제목으로 등재된 이 연구는 라이코텍 설립자인 이반 페타예프 박사와 동료 유리 바슈마코프 박사가 주도했다. 여기서 프렌치 파라독스(프랑스인들의 역설)는 프랑스인들이 고지방·고콜레스테롤의 음식을 섭취하는데도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낮기 때문에 나온 말로 기존에는 레드와인이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레드와인 이외에도 곰팡이로 숙성한 로크포르 등의 소비가 심혈관질환을 낮추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 전문가는 로크포르 성분을 추출할 수 있으며 이는 제약이나 항노화 제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유명 영양학자인 조이 하콤프는 라이코텍의 연구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염증이 단지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데 염증은 신체의 일부가 치료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논문 사이트인 펍메드(Pubmed)를 통해 게재됐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미주통신] 총기 난사 비극에 숨죽인 美 코미디 쇼

    [미주통신] 총기 난사 비극에 숨죽인 美 코미디 쇼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발생한 미국의 초등학교 총기 난사 참극으로 전 미국이 애도와 함께 총기 규제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공중파의 유명 코미디언들도 자신들의 TV 쇼에서 애도를 표했다고 18일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CBS의 ‘나이트 쇼’의 유명 방송인 데이비드 레터맨은 17일 밤에 방영된 방송에서 “1994년 이후로 학교 총기 사고가 70여 건이나 있었다.”면서 “그렇게 많은 아이가 희생될 이유가 있느냐? 학교의 안전에 대해 걱정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반복해서 발생했는지 절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총기의 문제도, 그에 따른 정신병적인 문제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미국의 50%가 넘는 가정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도 한번에 30연발이나 가능한 자동소총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같은 날 방송된 ABC 방송의 유명 방송인 짐미 킴멜도 다소 울먹인 목소리로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훌륭히 표현했다.”며 “우리는 희생자 가족들이 이번 사건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라며 저 또한 이러한 슬픔을 이겨 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에 희생된 어린 학생들에 대한 애도를 표명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글로벌 시대] 중국 새지도부의 당면과제/류진즈 베이징대학 교수

    [글로벌 시대] 중국 새지도부의 당면과제/류진즈 베이징대학 교수

    지난 11월 중국 공산당 제18차 대회에서 이뤄진 리더십 교체를 계기로 새 중국 지도부와 중국의 행보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력의 급신장 속에서 중국은 성공적인 경제성장의 모델로 글로벌 사회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고,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변했다. 새로운 중국 지도부는 어떤 과제와 문제들에 직면해 있고, 어떤 목표와 능력을 갖고 있을까. 새 지도부는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어려움과 도전에 맞닥뜨려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경제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경제를 옥죄며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관계도 미묘한 갈등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태지역으로의 귀환을 외치며 주변 상황에 개입하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여 갈등의 폭과 깊이를 줄여나갈 수 있을까. 새로운 관계의 플랫폼을 만들고 상호 이익의 지혜와 먼 앞날을 내다보는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적으로도 산 넘어 산이다. 새 지도부는 분출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높아진 기대 의식을 만족시켜 줘야 하는 압박 속에 있다. ‘빈부 차이를 줄이고, 평등하고 공정한 분배 구조와 사회를 만들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새 지도부의 최우선적인 당면과제다. 2012년 여러 여론조사나 신화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및 정치협상회의에서 실시한 최우선 과제 조사도 이를 보여준다. 2010년 통계로 도시 주민의 소득은 일인당 1만 9109위안인 데 비해 농촌은 5919위안에 불과했다. 나라가 부유해지고, 경제적 실력이 늘어나는 만큼 도리어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면서 사회정의를 손상시키고, 저소득층의 노동 의욕과 사회적 일체감을 심각하게 깎아 먹고 있다. 사회안정을 흔들고 집권세력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가 발전에 공헌한 노동 인민과 국민들은 그 혜택을 충분하게 누리지 못하는 역설 속에 살고 있다. 제18차 당대회에서 국민소득을 2020년까지 두 배로 늘리고, 전면적인 ‘소강사회’(小康社會)를 건설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계 두 번째 경제체제라지만 연해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은 아직 저개발 지역이다. 소외된 저개발 지역이 수두룩하다. 이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속성장이 필요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발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생산요소의 과다한 투자, 낮은 효율성, 환경과 노동력의 희생 등이 그동안 경제성장의 특징이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수출주도의 성장에서 내수와 국내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중국인들의 싹쓸이 쇼핑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라 중국인들 모두의 씀씀이가 클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다수 중국인의 소비 행태는 그렇지 않다. 시장화의 진전 속에 사회보장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대부분은 소득이 높지도 못해 가처분 소득은 한정적이다. 폭등하는 의료비 등 사회보장 비용, 퇴직 후 준비, 자녀교육비 등 일반 중국인들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소득 예측도 불안정해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소비지수 등도 낮은 수준이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공평한 분배와 조화로운 국내환경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모순과 갈등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이미 국방비를 넘어서고 있다. ‘부패가 사회화됐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게 뿌리 내린 부패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도 절박한 과제이다. 부패는 정치 체제와 사회 안정을 흔드는 암적 존재이다. 중국은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회로 되어가고 있는 걸까. 이를 막고, 대부분이 의식주의 고민에서 벗어난 ‘소강사회’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장한 각오와 엄숙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 朴 “거짓말 세력 vs 민생 세력” 文 “與는 軍미필 특권층 당”

    朴 “거짓말 세력 vs 민생 세력” 文 “與는 軍미필 특권층 당”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13일 민주통합당이 제기한 네거티브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역공 수위를 한층 높이며 대선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 한편으론 국민대통합을 역설하면서 ‘국민만 보고 가는 민생 대통령론’을 역설했다. 그동안 제기된 이슈들을 총동원해 ‘거짓말 세력 대 민생 세력’ 구도를 확대하고 지지율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이날 경기북부와 강원, 충청을 돌며 ‘문재인 바람’ 차단에 힘을 쏟았다. 경기 의정부·남양주·용인, 강원 홍천·원주·제천·충주를 훑은 이날 유세는 막판 맹추격전에 나선 문 후보 견제의 성격이 짙었다. 대선 전 마지막으로 공표된 지난 12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과 중원지역인 강원·충청 표심이 다소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캐스팅보트를 쥔 이 지역 표심 단속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박 후보는 민주당의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주장, 아이패드 커닝 논란을 거짓말 시리즈로 몰아붙이며 비판 강도를 높였다. 박 후보는 이날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당을 향해 “제가 무슨 굿판을 벌였다고 흑색선전을 하고, (TV토론장에) 갖고 가지도 않은 아이패드로 커닝을 했다고 네거티브를 하고 급기야는 애꿎은 국정원 여직원을 볼모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28살 여성을 일주일씩이나 미행하고 집앞에 쳐들어가 사실상 감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지금 국민은 문 후보가 혹시라도 정권을 잡으면 댓글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저는 국민만을 바라보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여러분이 저를 지켜주시라.”고 호소했다. 원주시 문화의 거리 유세에선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도 있고 싹수가 노랗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민주당의 ‘카더라식’ 비방 선거운동을 비판했다. 충주 유세에서도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오후 박 후보는 원주시 매지리에 있는 박경리 토지문화관을 방문해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 내외를 50분가량 면담했다. 유신독재에 저항하며 옥고도 치렀던 김 시인은 박 후보에게 “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굉장히 미워했지만 인생무상이더라.”면서 “여자로 태어난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엄마·부인 역할,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에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의 단초를 열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여성 리더십을 잘 발휘해 국민행복 지킴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문화기본법을 만들고 문화예산도 소외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류의 세계화 등도 약속했다. 이후 박 후보는 일정을 즉석에서 추가해 충북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이곳은 유신 항쟁의 상징인 지학순 주교의 묘역이 있는 곳이다. 박 후보는 성지 참배를 통해 국민대통합 의지에 무게를 실었다. 의정부·남양주·원주·충주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너머의 페루… 사막·호수·섬

    마추픽추 없는 페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데 역설적으로 페루에서 마추픽추를 지워야 또 다른 페루의 모습과 만나게 됩니다. 잉카 제국이 남긴 수많은 유산들에 앞서 페루의 자연을 먼저 이야기하려 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척박함과 아름다움의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사막과 100만 마리 바닷새들이 살아가는 절해고도, 그리고 하늘이라도 능히 담아낼 것 같은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먼저 알아야 그 안에 깃든 문화와 역사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지구 반대편에 나와 비슷한 키에 나보다 다소 검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도 그제야 새삼 깨닫게 되지요. ■ 개성 넘치는 자연, 천의 얼굴을 가진 사막 페루에는 독특한 기후를 가진 세 지역이 공존한다. 칠레까지 길게 이어진 태평양 연안의 해안지역과 안데스 산맥의 고원 지대, 그리고 아마존의 정글 등이다. 독특한 기후는 독특한 풍경을 낳는다. 마추픽추로 상징되는 오래된 풍경들 말고도 페루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많다. 다만 잉카의 유산들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수도 리마를 통해 입국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1800마일(약 3000㎞)에 달하는 사막지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태평양 연안의 적갈색 땅은 그 전조였던 셈. 잉카의 제국에서 사막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유려한 곡선과 음영을 가진 전형적인 사막에서부터,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년)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그로테스크한 마을 풍경까지, 척박하고 단조로운 풍경이 주는 감동은 넓고 또 깊다. 사막으로 가는 첫 관문은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다.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의 아르헨티나까지, 남북아메리카를 잇는 2만 6000㎞ 길이의 고속도로다. 리마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00㎞쯤 남쪽으로 달리면 이카(Ica)다. 건조한 사막 도시지만, 관개농업 덕에 아스파라거스 생산량 세계 1위에 오를 만큼 농업 도시로 성장했다. 이카 외곽에 와카치나 오아시스가 있다. 오래전엔 인근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끌어다 쓰는 통에 지금은 2개만 남았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뜻의 와카치나에는 전해오는 설화가 있다. 오래전 한 여인이 한 달에 한 번씩 이 오아시스에 와서 목욕을 했더란다. 그러던 어느날 여인은 자신의 알몸을 훔쳐보던 한 남자를 거울을 통해 보게 됐고, 수치심에 달아나다가 오아시스의 인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딘가 우리 ‘선녀와 나무꾼’의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건조한 기후 탓에 오아시스가 계속 말라가고 있다. 급기야 지방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물을 채워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현재는 50%만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물이고, 나머지는 공급된 물이다. 와카치나 오아시스 주변으로는 300m 높이의 모래언덕이 에둘러 펼쳐져 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산을 힘겹게 오르면 놀라운 풍경이 펼쳐진다. 움푹 파인 오아시스 마을 너머 수없이 중첩된 모래산들이 황톳빛 마루금을 펼쳐낸다. 모래 언덕 위엔 샌드 보드와 버기카, 지프 등을 타며 스릴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파라카스 국립자연보호구역 내 캘리포니아 사막도 가볼 만하다. 와카치나 오아시스에 견주자면 전형적인 사막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모래가 바람을 만나 칼날 같은 경계선을 그리고, 그 위로 햇살이 깃들며 깊은 음영을 그려낸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와카치나와 달리 캘리포니아 사막은 찾는 사람들이 드물다. 대중교통은 없고, 여행사에서 운용하는 어드벤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야 한다. 수없이 많은 모래언덕을 지프를 타고 돌아보는데, 짜릿하고 스릴 넘친다. ■ ■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스 섬 사막도시 이카와 위도상 비슷한 위치에 파라카스 반도가 있다. ‘모래바람’이란 뜻의 반도는 퍽 인상적인 풍경을 지녔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자락들이 여인의 허리를 연상시키는 곡선을 그리며 바다로 줄달음친다. 파라카스 반도의 끝자락에서 한발짝 내디디면 바예스타스 섬이다. 100만 마리가 넘는 바닷새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바예스타스 섬으로 가는 들머리는 파라카스항이다. 페루의 주요 어항 가운데 한 곳이라는데, 우리의 항·포구에 견줘 한적하기 짝이 없다. 반면 항구 앞바다는 부산하다.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쫓고, 페루비안 부비새들은 수면 가까이 떠오른 물고기떼를 공격하기 위해 날개를 접은 채 화살처럼 내리꽂힌다. 펠리컨들도 경쟁하듯 자맥질에 한창이다. 바예스타스 섬까지는 19㎞, 배로 30분 정도 걸린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이 장관이다. 저 유명한 ‘칸델라브로’(Candelabro), 이른바 ‘촛대 그림’도 바로 이 길에서 만난다. ‘촛대 그림’은 파라카스 반도 위에 그려져 있는 문양으로 나스카 라인에 빗대 ‘작은 나스카’라 불린다. 세로 길이는 180m, 가로는 70m다. 폭은 4m, 선의 깊이는 30㎝ 정도다. 현지 가이드 호세는 “주변에 유기물이 없어 탄소연대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 만들어졌는지 과학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나스카 라인이 있는 남쪽을 가리키고 있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바예스타스 섬은 새들의 낙원이다. 남미 바다사자 등 포유류도 눈에 띄지만, 절대 다수는 새들이다. ‘남미의 작은 갈라파고스’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 섬에 서식하는 바닷새는 모두 60여종. 페루비안 부비새와 가마우지 등이 우점종이고, 훔볼트 펭귄 등 진귀한 새들도 세들어 살고 있다. 100만 마리의 새가 한 자리에 모여 재잘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지, 혹은 수 만 마리 바닷새가 동시에 섬 주변을 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단언컨대, 그 순간 만큼은 배멀미를 하거나, 새똥 냄새에 역겨워하는 당신은 없다. 섬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새는 과나이 가마우지다. 인산질 비료로 이용되는 새똥, 구아노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섬에서 최초로 구아노를 채취한 이들은 16세기 잉카인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7년에 한 번씩 채취하는데, 대개 5월에 시작해 6개월쯤 소요된다. 한번에 채취하는 양은 6000t 정도. 1㎏ 당 1.25 유로(약 1750원)의 고가에 팔린다. 재정이 취약한 페루로서는 새들에게 톡톡히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바예스타스 섬은 모두 3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자세히 보면 섬 곳곳에 구아노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돌담을 쌓아 뒀는데, 19세기 초반 그리스인들이 조성한 것이다. 잉카의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티티카카 호수다. 잉카의 창조신인 비라코차 또한 호수 남쪽 ‘태양의 섬’에서 태어났다고 페루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높이는 해발 3800m. 지구를 통틀어 배가 오갈 수 있는 호수 가운데 하늘과 가장 가깝다. 우리 백두산(2744m)도 티티카카 호수보다 낮다. 타원형으로 생긴 호수는 가장 긴 곳이 165㎞, 짧은 곳도 60㎞에 이른다. 이쯤되면 호수라기보다 바다에 가깝다. 최고 수심은 284m. 페루 북쪽의 아마존강과는 형제나 다름 없다. 같은 산에서 발원한 뒤 흘러 가는 방향만 달리한다. 호수는 페루 남쪽에서 볼리비아와 경계를 이룬다. 호수의 60%는 페루에, 40%는 볼리비아에 속한다. 티티카카에서 티티는 푸마, 카카는 회색(아이마라어), 또는 바위(케추아어)라는 뜻이다. ■ ■ ■ 잉카 후예들에게 마음의 고향… 티티카카 호수엔 건기와 우기만 존재한다. 11~4월이 우기에 속하는데, 밤이 되면 비가 쏟아지고, 낮에는 흐리거나 맑은 날씨가 반복된다. 기온 또한 낮엔 30도 가까이 치솟고 밤이면 영하로 떨어지는 등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호수 내 섬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우로스 섬’이다. 갈대섬과 갈대배로 유명하다. 현지 관광청 직원인 훌리오 세자르에 따르면 페루 지역에만 모두 73개의 갈대섬이 물에 떠 있다. 주민수는 800여 가구에 2900여명. 유치원 2개, 초등학교 5개, 고등학교 1개가 있다. 각각의 섬에는 5~10가구가 산다. 모든 가구는 혈연으로 연결돼 있다. 주민들은 갈대섬에서 태어나 갈대섬에서 인연을 만나고, 생을 마감한단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갈대섬 문화는 기원전 1000년쯤 볼리비아에서 먼저 시작됐다. 갈대섬 조성 방법은 간단하다.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갈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호수 바닥과 함께 물 위로 떠오른다. 뿌리 안에 많은 양의 공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호수 바닥과 연결된 부분을 자른 뒤, 이 블록을 다른 블록과 연결하면 섬의 기반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밧줄로 블록들을 연결하지만, 5년 정도 묶어 두면 갈대 뿌리들이 서로 뒤엉켜 자라면서 자연스레 튼튼하게 연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반 위에 싱싱한 갈대를 한 층은 가로로, 그 위층은 세로로 얹고 단단히 밟아 바닥을 완성한다. 이 위에 갈대집 ‘우타’를 짓고 생활한다. 갈대섬은 모계 중심 사회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거나 물새알 채집, 새 사냥 등으로 끼니를 장만한다. 갈대는 집 짓는 자재이자 식량이다. 옥수수대처럼 뿌리 쪽 하얀 부분을 먹는데, 치아에 좋은 성분이 많아 섬 주민들이 평생 치과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명세에서는 밀릴지언정 풍경의 깊이로는 몇 곱절 빼어난 곳이 타킬레 섬이다. 섬 내 가장 높은 곳은 4050m에 이른다. 섬에 들면 먼저 유칼립투스 나무가 진한 향기로 이방인을 맞는다. 섬은 전남 완도의 청산도를 닮았다. 섬 전체에 이리저리 돌담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당리의 보리밭길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섬 주민들이 착용한 현란한 색상의 모자와 허리띠 등의 직물이다. 특히 남자들의 뜨개질 솜씨가 일품이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섬 총각이 장가를 들기 위해선 모자를 견고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혼인을 허락받기 위해 장인 앞에서 자신이 만든 모자로 시험을 치르는데, 모자에 물을 담아 물이 샌다거나, 모자를 세워 조금이라도 옆으로 쓰러지면 가차없이 퇴짜를 맞는다. 이렇게 튼튼한 모자를 만들기 위해선 꼬박 8개월~1년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섬에서 모자는 신분의 상징이다. 결혼 유무와 섬 내 지위, 심지어 기분의 좋고 나쁨까지 모자로 표현한다. 글 사진 이카·푸노(페루)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페루의 화폐 단위는 솔(Sole)이다. 국내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다시 솔로 바꾼다. 1달러에 2.5솔 정도다. 현지에서 ‘프라피노’(팁)를 줘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므로 잔돈을 여유있게 바꿔 가는 게 좋다. >>관광지마다 전통 복장을 하고 ‘모델’로 나서는 현지인들이 많다. 특히 프라피노를 요구하며 달려드는 어린이들의 ‘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누구나 프라피노를 요구하는데, 2~3솔 정도가 일반적이다. 어린이를 위해 초콜릿 등 과자나 연필 등 학용품을 선물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계절 옷을 전부 준비하는 게 좋다. 리마 등에서는 가벼운 복장으로도 충분하지만, 안데스 등 고산 지역과 사막에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한낮에도 덥긴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곧 서늘해진다. >>입국할 때 반드시 비행기 왼쪽 좌석에 앉을 것. 태평양 연안을 따라 리마까지 가는 동안 웅장한 안데스 산맥의 ‘백만불짜리’ 풍경과 줄곧 동행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택시를 탈 땐 흥정을 잘 해야 한다. 우리처럼 계기판 요금제가 아니기 때문에 차 타기 전 목적지까지의 요금을 정하는데, 특히 화폐 단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무심코 숫자만 불렀다간 솔이 아닌 달러로 계산해야 하는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 [옴부즈맨 칼럼] ‘위기의 검찰’에도 변명기회 줬더라면/심영섭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위기의 검찰’에도 변명기회 줬더라면/심영섭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강사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국가권력이 공공의 안녕과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공권력이다. 공권력은 본래 ‘공적인 물리력’ 행사로 ‘사적인 물리력’인 폭력과 구분된다. 검찰은 정부기관 가운데 경찰과 더불어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면허를 부여받은 사법기관이다. 그러나 경찰과 차이가 있다면, 현장에서 범죄와 부딪치기보다는, 검거된 범죄 혐의자를 법과 규범을 통해 정죄하는 존재이다. 정의를 실천하고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성직자나 교직자와 같이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 소명의식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검찰이 병들어 있다. 브로커 검사(12월 6일자), 성추행 검사(12월 7일자), 뇌물 검사(12월 8일자), 개혁을 가장한 정치검사에 이르기까지 연일 계속되는 보도에 어지러울 정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매년 조사하는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검찰은 경찰·법무부와 더불어 꼴찌를 했고, 경찰과는 10년째 불명예를 안고 있다(11월 27일자). 여기에 ‘검사동일체’를 조직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검찰이 스스로 총장을 내쫓는 항명사태(12월 1일자)까지 발생했다. 검찰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남루한 모습을 다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병들지 않은 곳이 없어 검찰조직 모두 도려내려야 할 환부처럼 보일 지경이다. 12월 1일부터 5회에 걸쳐 연재한 ‘위기의 검찰’ 시리즈는 이러한 현실을 잘 분석했다. 검찰은 권력이 낳은 정권 사수의 ‘첨병’(12월 1일자)이자 청장을 ‘총장’이라 부르는 유일한 정부조직으로 경찰청장과 동급인 차관급 검사가 55명이나 있다. ‘특권검사’(12월 4일자)로 검사의 지위는 초임 검사도 3급국장 대우다. 무소불위의 권력행사가 가능하도록 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권한을 오·남용(12월 3일자)하거나 잘못된 수사관행(12월 5일자)을 고치지 않는 조직이 검찰이다. 수원 노숙자 살인사건 수사나 용산사태 수사에서 보듯 검찰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강압수사와 일명 ‘먼지떨이 수사’로 짜 맞추기를 하는 매서운 눈을 가진 ‘야생독수리’이지만,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이나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이 최고권력자 비리에 대한 수사에는 한없이 약한 ‘애완병아리’였다. 결과적으로 2011년 1심 무죄선고자가 5772명으로 2009년에 비해 70.2%나 증가했다. 성추문검사를 기소하면서 ‘뇌물’죄를 두 번씩이나 적용한 것은 검찰의 상상력과 오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부패하고 자정능력을 잃은 조직은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재의 핵심내용이었다. 옳은 지적이다. 대통령 후보의 검찰개혁안에 대한 비교(12월 3일자)에서는 유력후보 모두 중수부를 폐지하고 정치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주장을 담았다. ‘위기의 검찰’ 연재의 마무리(12월 10일자)에서 대담에 나온 전문가 3명은 모두 검찰의 견제와 감시, 비정치적인 검찰을 만들기 위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검찰 출신의 법조인들은 한결같이 경찰로의 수사권 위임과 중수부 폐지에 대해 신중했다. 검찰권 행사 제한을 위해서는 사법체계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검사 출신이라서 조직에 대해 변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도 권력기관의 권한은 분산하고 있고, 사법체계는 대륙법이든 영미법이든 동일한 법체계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체계는 권력의 의지에 따라 짜맞춰진 기형조직이다. 오늘은 ‘검찰’이 뭇매를 맞지만, 내일은 경찰이나 법원이 뭇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개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위기의 검찰’ 연재에서는 개혁에 대해 결론을 맺지 못하고 전문가의 서로 다른 의견만 나열하고 끝났다. 또 여야 후보의 검찰 개혁 공약이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또 다른 정치검찰을 길들이기 위한 미봉책인지에 대해서도 언론은 검증했어야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뭇매를 때리더라도 검찰에 변명할 기회는 주어야 할 것이다.
  • 北 미사일 발사대서 분리 수리중… 28개국 철회 촉구

    北 미사일 발사대서 분리 수리중… 28개국 철회 촉구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의 로켓 발사대에 장착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대에서 분리해 기술적 결함 수리에 나선 가운데 28개국에서 북한의 발사 계획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미사일을 고치는데 발사대에 세워 놓고 해결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발사대에서 분리한 뒤 눕혀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고장을 확인하고 수리하려면 1주일 늦어질 뿐 발사하려는 의지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발사대의 가림막을 치우고 1·2·3단 로켓을 발사대에서 분리한 뒤 인근 조립건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동창리 발사장 주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기술적 결함 수준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보고 원인을 정밀 분석 중이다. 앞서 군 관계자는 “북한이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밝힌 ‘조종 발동기 계통’은 1단 로켓의 방향조종 구동시스템으로 날개 조종 모터나 센서, 프로그램 통제시스템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4월과 이번에 발사할 로켓 엔진은 과거 러시아에서 설계한 ‘SSN6’ 잠수함 발사용 탄도미사일의 엔진”이라면서 “북한은 이 미사일을 역설계했기 때문에 완벽한 기술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현재까지 전 세계 28개국 정부와 유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3개 국제기구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1일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날까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물론 베트남, 폴란드 등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이던 국가들도 발사가 국제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사설] 朴·文 진영, 막판 혼탁선거 유혹 뿌리쳐야

    대선 레이스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선거판이 혼탁해질 징후를 보이고 있다.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팎의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부동층 또한 7% 안팎으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한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선거구도에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횡행하는 악습이 도지지나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선거일을 엿새 앞둔 13일부터는 후보자 또는 정당의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된다. 부동층은 투표 4~5일 전부터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선거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역설적으로,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직후가 판세를 뒤집기 바라는 세력에게는 흑색선전 등 반칙선거를 획책할 호기인 셈이다. 선거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흑색선전과 같은 폐습을 끊어낼 일차적 열쇠는 후보들이 쥐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진영이 어제 상대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공세를 중단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며칠 전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검증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사실상의 ‘네거티브 자제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지가 일선 선거운동 조직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열쇠는 선거관리 당국이 갖고 있다. 공명선거를 이끌어야 할 한 축인 검찰이 지난 9월 “흑색선전 사범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끝까지 추적 수사한다.”고 공언했지만, 온갖 검사 비리 파문으로 선거관리에 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는 것은 불안하기만 하다. 따라서 최후의 보루인 선관위가 막판 흑색선전으로 선거판이 변질되지 않도록 무관용의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하는 한편 사실과 다른 공세는 추상같이 재단해 진실을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리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열쇠는 유권자에게 있다. 막판 검증하거나 만회할 틈도 주지 않는 흑색선전과 마타도어를 스스로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정보의 대량 확산이 가능한 첨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구시대적 선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문화 수준을 낮추는 혼탁선거에 의존하는 후보는 표로 심판하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씨줄날줄] 노벨평화상의 역설/함혜리 논설위원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만들어진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노벨상 6개 부문 중에서도 평화상은 특별한 권위를 부여받았다. 다른 상을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와 한림원 등에서 선정하는 것과 달리 평화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과 시상 권한을 갖고 있다. 노벨이 유독 평화상만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맡긴 이유를 두고 온갖 설이 분분하다. 유언장을 작성한 당시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합병된 상태였고, 노르웨이가 중재와 협상을 통해 각종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거나, 노벨이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 겸 평화운동가를 워낙 좋아해 그렇게 정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아무튼 노벨은 유언장에서 ‘국가 간 우호, 군비 감축, 평화 교섭 등에 실질적 공을 세운’ 인물이나 단체에 상을 주도록 했다. 하지만 노벨의 숭고한 뜻과 무관하게 평화상은 정치적 시류에 따라 선정 기준이 정해지는 경향이 강해 종종 비난을 받았다.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193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적이 있다. 히틀러는 영국 체임벌린 총리와의 회담에서 더 이상 다른 나라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당시 노벨위원회에서는 이를 히틀러가 야욕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후보에 올렸다. 그해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됐으며 2차대전 기간인 1939~1943년 노벨 평화상 시상은 중단됐다. 반면 상을 받고도 남을 공적을 쌓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다섯 차례나 후보로 추천됐지만 결국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2009년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취임 8개월밖에 안돼 업적을 쌓을 시간도 없었던 그를 선정한 데 대해 세계 최강국의 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너무 많이 작용했다는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유럽연합(EU)의 수상을 두고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정위기로 남·북 유럽의 갈등이 고조되고, 유로존이 분열 일보직전인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역대 최악의 노벨평화상’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노벨의 사망일인 지난 10일 오슬로 시청에서 평화상 시상식이 열렸지만 결코 평화롭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영국·체코·스웨덴 등 6개국 정상은 일찌감치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고, 밖에서는 수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평화상이 분열의 상징이 되어가는 이 상황을 노벨이 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현대기아차 살 길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있다”

    “현대기아차 살 길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있다”

    “우리가 살길은 해외시장에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기아차의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정 회장은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게 시장 상황이 어렵겠지만 해외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잃으면 안 된다. 현대기아차의 살길은 여전히 해외시장에 있다.”면서 “내년 어려운 해외시장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품질의 안정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정 회장은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품질기반을 더욱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현지판매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수 딜러 양성 등 판매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는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등 총 70여명이 참석해 올 한해 지역별 실적, 주요 현안 등을 보고했다. 특히 유로존의 지속적인 재정위기, 북미 지역에서의 연비 과장 등 안팎의 악재에도 700만대를 넘어서는 성적표를 낸 것에 정 회장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세계 주요 시장의 판매여건이 어려운 와중에 연초에 세운 목표 달성이 예상된다.”면서 “이러한 성과는 해외 현지에서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라며 법인장들을 치하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해 700만대의 판매 목표를 설정했는데 그동안의 판매 추세로 볼 때 이를 초과할 전망이다. 지난 11월 말 현대차는 401만 792대, 기아차는 249만 9417대 등 모두 651만 209대를 팔았다. 정 회장은 내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 회장은 “내년 위기상황에 대비해 전 부문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Xi, 덩샤오핑 따라하기는 ‘中 좌향좌’ 방지책

    Xi, 덩샤오핑 따라하기는 ‘中 좌향좌’ 방지책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과 깊은 인연이 있는 광둥(廣東)성 선전(深 )을 첫 지방시찰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은 ‘개혁·개방의 1번지’로 불린다. 시 총서기가 지난 8일 선전시 푸톈(福田)구 롄화산(蓮花山)공원의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고, 허리를 굽혀 경의를 표시했다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사이트 인민망이 9일 보도했다. 시 총서기는 이 자리에서 “당 중앙의 개혁·개방 결정은 정확한 것이었고, 앞으로도 이 길을 따라가야 한다.”며 개혁·개방의 견지를 다짐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시 총서기의 이 같은 언급은 덩샤오핑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으로 보수파가 준동해 개혁·개방 정책이 위기에 봉착했던 1992년 덩샤오핑은 노구를 이끌고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단행했고, 특히 선전에서는 “100년 동안 흔들림없이 당의 기본노선(개혁·개방)을 견지하자.”고 역설한 바 있다. 시 총서기의 헌화 행사에 1992년 덩샤오핑을 수행했던 원로 4인이 동행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중에는 시 총서기의 부친 시중쉰(習仲勛)이 광둥성 서기로 재직하며 개혁·개방을 주도할 때 선전시 서기로 보필했던 우난성(吳南生)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시 총서기가 이처럼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연상케 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부정부패, 관료주의, 빈부격차, 공산당에 대한 불신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덩의 남순강화 역시 톈안먼 사태 직후 좌파들이 끊임없이 개혁·개방을 비난하며 ‘좌클릭’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타이완 국방부 부부장을 지낸 린중빈(林中斌)은 “시 총서기는 취임 이후 주로 덩샤오핑의 어록을 언급하는 반면 좌파 노선인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개혁·개방에 초점을 맞춰 경제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시 총서기는 지난달 말 베이징의 국가박물관을 시찰할 때도 “공허한 담론은 나라를 망친다. 실질적인 행동으로 국가를 부흥시키자.”(空談誤國, 實幹興邦)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당시 언급을 꺼내들어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의 ‘덩샤오핑 따라하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한편 시 총서기의 광둥성 순방에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외동딸 시밍쩌(習明澤) 등이 동행했다고 이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덩샤오핑도 남순강화 당시 장녀 덩린(鄧林) 등과 동행했다. 중국 언론들은 시 총서기의 이번 광둥성 시찰 과정에서 교통통제를 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시 총서기의 ‘격식 파괴’ 행보를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실제 격차는 3%P”… TV토론·민생공약이 부동층 흔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18대 대선을 9일 앞두고도 접전을 계속하면서 중도부동층 표심 공략에 사활을 거는 기류다. 현재 부동층 규모는 전체 유권자 4043만여명(잠정)의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이 지난 5일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이 10.6% 였다. 400만명 전후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향배는 이번 대선 막판 최대의 변수다. 지난주 초중반까지만 해도 박 후보가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조금씩 벌리는 상황이었으나 지난 6일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문 후보를 지지하면서 두 후보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돌발변수가 없으면 이들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박 후보가 추세적 우위를 보이는 박빙 구도다.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 47.6%, 문 후보 43.6%로 4% 포인트 차 접전을 보였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8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47.5%, 문 후보가 42.7%의 지지율을 보였다. SBS와 TNS가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 47.6%, 문 후보 43.6%로 박 후보가 4%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의 지난 8일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47.4%, 문 후보가 42.7%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 46.0%, 문 후보 42.0%였다. 전문가들도 대선 판세를 예측불허라고 분석한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다가 그의 사퇴 이후 부동층화한 유권자들의 움직임을 관건으로 본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 이전에 박 후보가 문 후보에게 5∼6% 포인트 앞섰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지지율 격차는 3% 안팎으로 좁혀졌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층 이동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 효과가 이미 지지율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전 후보의 구원등판이 늦어지면서 ‘안철수 효과’가 상당히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안 전 후보가 부각되면서 역설적이게도 문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 현상도 있는 것 같다.”고도 분석했다. 따라서 문 후보가 민주당의 기득권 내려놓기나 인적쇄신 같은 조치를 얼마나 강도 높게 하느냐에 따라 부동층 이동 폭이 달라질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박빙 우세’인 박 후보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부동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결국 민생 공약이 부동층을 움직이는 최대 변수라고 지적한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남은 두 번의 TV토론과 공약이 부동층을 움직일 것이다. 민생에 대해 더 좋은 얘기를 하는 후보, 특히 일자리, 주택 등 생활 문제를 가장 잘 얘기하고 호소하는 후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부동층이 이념 지향적이기보다는 실용적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공약, 민생 관련 정책들을 내세워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씨줄날줄] 내포신도시/서동철 논설위원

    충남 홍성과 예산 일원에 세워진 내포(內浦)신도시가 새해 정식 출범한다. 충남도청이 80년 남짓한 대전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터전을 잡는 것이다. 충남도청은 올해 안에 이사를 마무리하고, 1월 2일 새 청사에서 ‘내포시대’를 선언한다. 충청남도는 조선 고종 33년(1896년) 전국을 8도에서 13도로 개편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줄곧 공주에 있던 도청은 1932년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대전으로 옮겨 갔다. 이후 1989년 대전광역시가 분리되자 도청 이전 논의도 본격화됐다. 내포신도시라는 이름은 지난 2010년 ‘도청 이전지역 새 이름 공모’의 당선작이다. 응모자는 ‘내포’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풍부한 역사 및 인문지리 자료를 제시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들도 응모작 가운데 ‘내포시’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한결같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충남도청이 들어설 새로운 도시의 역사성을 이만큼 완벽하게 보여 주는 이름을 다시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포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주변 10개 고을을 지칭한다고 이중환(1690~1752)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설명했다. 태안, 서산, 당진, 홍주, 예산, 덕산, 결성, 해미, 신창, 면천이 이에 해당한다. 내포는 바닷물이 내륙으로 드나들던 지역을 뜻하는 일반명사였지만, 서쪽으로는 바다와 만나고 내륙으로는 평야가 넓어 살기 좋은 이 지역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일찌감치 탈바꿈한 것이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며 장거리 항해의 안녕을 빌던 가야산 서쪽의 서산마애불은 삼국시대부터 이 지역이 대중국 교류의 전진기지였으며, 가야산 동쪽 덕산의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부보상의 역사 또한 내포가 상업 활동의 중심지였음을 알려 준다. 나아가 추사 김정희의 예술혼을 낳은 내포의 정신 문화가 20세기에도 김좌진 장군과 윤봉길 의사의 충절로 이어졌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민도 없지 않다. 두 지역 민심이 이견을 보이며 내포가 행정구역 명칭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일산신도시나 분당신도시처럼 그저 편의상 명칭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 울타리 안에 지어진 도청과 도의회의 주소가 홍성과 예산으로 갈리게 됐다는 웃지 못할 뉴스도 들린다. 두 지역민에게 내포 지역이 공유한 동질성을 기억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같은 DNA를 가진 사람들이 화합의 정신을 되살린다면 더 큰 문제라도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돈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

    돈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 복권이나 주식 등으로 얻게 되는 일확천금이 아닌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수입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모나리자의 미소 법칙’으로 널리 알려진 에드 디너 일리노이대 심리학 교수가 이끈 연구진이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전 세계 135개국의 80만 652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을 분석한 결과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생활만족도를 0(최저)~10(최고)의 11단계로 평가하고 이들이 연봉은 얼마나 받고 어디 살며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리고 TV나 인터넷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의 세부사항까지 질문했다. 소득이 증대해도 행복이 정체한다는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개념이 있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시도 속에서 경제 전체의 향상과 악화 정도는 인간의 행복도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지만, 개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디너 교수는 “부(富)의 증가에 따라 TV와 인터넷과 같은 물질적인 구매를 늘릴 수 있었던 경우, 부의 증가는 무엇보다 행복도 상승과 관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는 당사자가 낙관적이어야 하며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는다.”고 덧붙였다. 즉, 고가의 멋진 스포츠카 등의 사치품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긴 어렵지만 자신의 처지에 맞는 것을 사기 위해 저축하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복권 당첨자가 행복하지 않다는 연구는 기존에 이미 나와 있지만 이번 연구 역시 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너 교수는 “세계의 갑부들은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열쇠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것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살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지”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연구에서 소득이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여부를 입증하고자 한 것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사람은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쓰고 있으며 정부 역시 경제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심리학회 학회지인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렸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요리·매너·판매까지 다 배우는 ‘푸드 스쿨’

    요리·매너·판매까지 다 배우는 ‘푸드 스쿨’

    “다른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메뉴 구성과 재료 선별, 서비스 매너까지 모든 과정을 다 배우니까 정말 좋아요.” 푸드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김진실(20)씨의 말이다. 7일 밤 8시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청강문화산업대의 푸드스쿨을 찾았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이 학교는 매주 화요일마다 ‘셰프데이’라는 시뮬레이션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만든 메인요리와 샐러드 그리고 디저트 등을 사전 예약한 60명에게 제공한다. 노재승 조리전공 외래교수는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와 판매까지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하는 것들을 체험하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음식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맛에 멋을 더하는 수업과정도 있다. 2002년에 국내 최초로 개설된 ‘푸드스타일리스트전공’은 조리와 디자인은 물론 음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1학년 과정은 조리를 공통으로 하고, 2학년이 되면 조리·외식경영·식품영양·푸드스타일리스트 등 총 4개의 전공과정을 공부하면서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쌓게 된다. 이런 특별한 교육과정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에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도쿄테이블웨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회 20년 역사상 외국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에서는 색료를 쌓았다가 긁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심상의 흐름과 리듬을 표현해 온 추상화가 김태호(64·홍익대 교수)씨를 만났다. ‘지워냄으로써 드러나는 역설의 구조’라고 말하는 김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평면 공간에서 느껴보지 못한 현란한 리듬감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스포츠클라이밍 세계 랭킹 1위로 2012시즌을 마친 김자인(24·노스페이스)선수의 이야기도 전한다. 지난 4일 서울 수유동에서 만난 김 선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운동할 때 힘들었던 점과 대회 기간동안 아쉬웠던 부분 등 그동안 말 못했던 속사정을 들어본다. 그리고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리는 상인들로 활기가 넘치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았다. 느닷없이 찾아온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산물을 트럭에 싣고 내리는 상인들과 일을 마치고 몸을 녹이려 난로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SNS에 나타난 목소리를 통해 한 주일동안 뉴스의 흐름을 짚어보는 ‘톡톡 SNS’에서는 대선후보 TV토론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 논란 등의 이슈를 들어본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시론] 복지와 외교안보/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론] 복지와 외교안보/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대통령 선거가 열흘 남짓 남았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경제다. 여야의 두 후보 모두 어려운 서민의 삶을 어루만질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역설한다. 전 세계가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에 떨고 있는 가운데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의 민심을 사려면 당연히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고 개인의 수입은 줄면서,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 부채가 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마당에 지도자가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 민생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경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안보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너무 소홀하다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실용적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은 과거에 비해 균형 잡힌 모습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우리 앞에 놓인 외교안보 과제의 험난한 파도를 넘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차기 정부, 아니 21세기 초 한국의 외교안보는 앞으로 세 가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첫째,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북한문제이다. 지속되는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도발 가능성은 한반도 안보를 둘러싸고 항상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더욱 큰 도전은 불확실한 북한 체제의 미래이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과도 같다. 지난여름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실세이던 이영호 총참모장의 갑작스러운 숙청은 막후에서 진행되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암시한다. 최근 북한이 뜬금없이 예고한 위성 발사는 예측 불가능한 북한체제의 위험성을 또다시 드러내 주었다. 미국 외교협회의 한반도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가 말한 것처럼 북한 내부에서 군부 지도자들 간에 유혈사태라도 발생할 경우 한반도는 최악의 혼돈상태에 빠질 것이다.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화평발전의 구호 속에서도 중국의 군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사실은 19세기 말 청·일전쟁 패배의 치욕을 기억하는 중국인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영토를 둘러싸고 러시아, 한국, 중국과의 연이은 갈등에 놀란 일본의 민심은 만성적인 경기침체 속에 시들어 가던 보수 우익의 목소리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외교 축의 대전환을 선언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한·미동맹에 새로운 위상을 부여함과 동시에 대중국 봉쇄의 부담을 우리에게 안긴다. 어느새 한반도가 패권 경쟁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된 것이다. 셋째, 당면한 외교안보 과제는 더욱 힘들어진 반면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은 갈수록 어려운 현실이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누구나 안보와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복지와 국방을 선택하라면 슬그머니 국방은 뒷전으로 가는 것이 국민의 팍팍해진 인심으로,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정치권의 현실이다. 올해 약 100조원으로 국민총생산(GDP) 대비 10%에 채 못 미치는 우리의 복지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노령화를 고려하면, 정부지출에서 복지비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복지비의 3분의1밖에 안 되는 국방비가 줄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젊은 층 인구의 감소로 오는 2020년이면 현재 60만명에 달하는 국군 병력은 50여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선거기간 내내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던 미국의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자신이 안보문제를 놓고 이렇게 고심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않았다고 술회한 바 있다. 우리 차기 정부야말로 심각한 외교안보 과제의 도전을 맞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시급한 일은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안보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복지도 없다.
  • [대선 정책검증] (5) 교육분야

    [대선 정책검증] (5) 교육분야

    우리나라는 교육 강국으로 꼽힌다. 교육열도 뜨겁다. 이는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 원동력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교육은 대선이 열릴 때마다 어김없이 개혁의 대상이 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들 역시 현행 교육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앞다퉈 약속하고 있다. 사실상 ‘교육의 역설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기승, 입시 위주 경쟁교육, 학벌주의 심화, 교육 기회 불평등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전 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교육 공약은 표심을 좌우할 중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교육 공약은 총론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각론에서 적잖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내놓은 교육 공약의 강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각 정책 완성도, 개혁 의지를 꼽았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결정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6일 “과거 대선에서는 교육 공약이 쟁점 이슈가 됐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이슈 공약이 없다.”면서 “박·문 후보 모두 표를 의식해 안정적인 공약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박 후보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구조적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단호한 태도는 부족하다.”면서 “반대로 문 후보는 개혁 과제에 대한 추진 의지는 강하지만 중장기 과제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는 기득권에 단호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지가, 문 후보는 임기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 과제를 풀어나가는 게 각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두 후보 모두 대학 관련 공약으로 반값등록금,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시급한 과제인 사립대 개혁을 위한 종합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신성 박 후보는 ‘꿈과 끼를 일깨우는 행복 교육’을, 문 후보는 ‘쉼표가 있는 교육’을 각각 교육 정책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다양성에, 문 후보는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후보의 공약 중에서는 대학 입시전형 관련 공통 원서접수시스템 구축, 전형계획 변경시 3년 전 예고 의무화 등이 후한 평가를 받았다. 문 후보는 일몰 후 사교육을 금지하겠다는 초등학생 대상 공약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양 교수는 “각 후보의 색깔이 드러나는 공약이자,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학생들의 관심과 요구를 반영한 공약들”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선행학습 유발 시험 금지’(박 후보), 학생들이 학력차와 진로 등을 고려해 과목을 신택적으로 이수하는 ‘고교학점제’(문 후보) 공약도 각각 참신한 공약으로 분류됐다. 문 정책위원장은 “선행학습 규제는 안정적이면서도 실현 용이한 방법이다. 다만 교육 과정을 지나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고교학점제를 안착시키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겠지만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현 가능성 두 후보의 공약 중 0~5세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방과후학교 강화, 학급당 학생수 축소, 대입전형 단순화 등은 ‘공통 분모’에 속한다. 그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후보의 경우 방과 후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을 위해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학교’, 학벌 타파를 위해 모든 직종에 적용하겠다는 ‘직무능력 표준화’ 등에는 의문부호가 찍혔다. 양 교수는 “온종일학교를 개별 학교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정부 차원에서 일괄 추진할 경우 운영이 부실화될 수 있다.”면서 “직무능력 표준화 역시 정부보다는 대기업의 동참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박 후보 공약 중 교과서만으로도 기본 교육이 완성되는 ‘교과서 완결학습체계’ 구축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문 정책위원장은 “교과서를 현행 정보주입식에서 이야기형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는 태블릿PC 등 디지털 교과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태블릿PC 구입·유지 비용 부담, 컴퓨터 중독 우려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 후보의 경우 서울대 등 모든 국공립대를 일원화하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구축, 과학고를 제외한 외국어고·국제고·자립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 폐지 등의 공약이 도마에 올랐다. 양 교수는 “국공립대 통합이 표면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서울 등지로의 쏠림현상을 차단할 장치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목고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서울 강남 등 지역에 따른 학교 간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 3000여개 입시 전형을 4가지로 단순화하겠다는 공약과 초등학교 5년 학제 개편 등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정책위원장은 “입시 전형을 국가가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대학들이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제 개편 문제는 중장기 과제에 해당하는 만큼 섣불리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책 효과 박·문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학교의 서비스 기능이 대폭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문 정책위원장은 “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할 경우 학교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과부하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학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실천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박 후보는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지원하는 ‘평균 반값’, 문 후보는 등록금을 전면적으로 낮추는 ‘일괄 반값’ 개념이다. 재원 마련 방식에서도 박 후보는 일반 예산, 문 후보는 고등교육 재정교부금 등으로 대비된다. 이 연구원은 “박 후보는 현 국가장학금제도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정부 예산은 예산대로 들이면서 대학 운영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두 후보 모두 국가와 대학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박 후보는 정책 완성도, 문 후보는 정책 개혁 의지에서 각각 비교우위에 있다.”면서 “역으로 얘기하면 박 후보는 교육 개혁을 원하는 변화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지가, 문 후보는 전면적인 개혁 추진 과정에서 불거지는 사회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가 각각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흡한 점 두 후보 모두 ‘디테일’은 챙겼지만, 교육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양 교수는 “교육에 대한 비전과 철학, 교육과 국가경쟁력 연계 방안 등과 관련한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의 경우 선행학습 폐지 외에 피부에 와닿는 사교육비 절감대책이 없다.”면서 “문 후보는 굵직굵직한 정책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이 모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교육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가미래교육위원회(박 후보) 또는 국가교육위원회(문 후보) 신설 문제 역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문 정책위원장은 “위원회에서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개혁·갈등 과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논쟁을 확대 재생산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 구조조정의 핵심인 사립대 개혁 방안도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해마다 지정하는 하위 15% 대학(재정지원 제한대학)을 모두 퇴출시킨다고 가정할 경우 지방대학 중 30%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지방대 공동화가 심화되는 반면 수도권 대학의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퇴출 중심의 방식에서 정원 감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정책검증단 명단] 문경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개신교, 잇따른 개혁·자성 목소리

    개신교, 잇따른 개혁·자성 목소리

    교회와 목회자들의 부도덕한 처신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개신교 개혁과 목회자의 환골탈태를 다짐하는 선언과 천명이 잇따라 주목된다. 미래목회포럼(대표 오정호 목사)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버서더호텔에서 ‘제9차 정기총회 및 사단법인 설립총회’를 열고 “한국교회에서 제기되는 제반 현안에 대한 모니터링 및 연구를 통해 건강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전병금 목사)도 지난달 29일 기독교회관에서 독립 상설기구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출범을 알리면서 목회자 윤리회복 사명 수행을 위한 ‘목회자 윤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래목회포럼은 지난 2003년 한국교회 목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창립된 단체. 이날 회의에서 회원들은 “열린 개혁과 중단 없는 개혁으로 한국 교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내년도 주요 사업계획을 ▲공교회의 거룩성 회복과 ▲한국 교회연합 ▲사회공익 실천에 초점을 맞춰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개혁과 자정, 성결과 참회선언, 세습 금지 운동을 전개하면서 목회자질 향상을 위해 미래목회 설교 아카데미와 미래교회 리더십 콘퍼런스, 기획목회 사역설명회를 개최키로 했다. 한목협의 윤리선언도 관심을 모으는 집단 행동이다. 한목협은 윤리선언을 통해 “오늘 한국교회가 당면한 모든 위기는 목회자의 거룩성 상실에 있다.”고 자성한 뒤 “오늘의 윤리 선언이 선언적 의의로만 끝나지 않고 모든 목회자들이 서로 돕고 격려하며 이를 함께 이루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목협 소속 15개 교단 및 기관에서 추천받은 지도자들로 구성된 목회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윤리선언은 교회세습·금권선거 반대와 양심운동 전개, 투명한 재정운영, 권력쟁취를 위한 정당가입 반대, 가정 순결, 타종교 존중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文 “중기정책 전담 ‘중소상공부’ 신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3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살리기 정책 제시에 힘을 쏟았다. 무소불위식 대기업, 재벌의 ‘피해자’ 격인 이들을 보듬으며 이명박 정부에 각을 세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문 후보는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도전과 희망포럼’에 참석해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을 전담할 중소상공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중소기업의 구인난 해소 방안의 하나로 낙후된 공단지역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경제, 문화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단 재생 및 현대화 사업’ 추진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골목상권 보호책도 내놓았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당한 납품 단가 인하, 납품 대금 미지급, 물품수량 거부 등 불공정한 거래 질서도 바로잡겠다고 역설했다. 문 후보의 ‘이명박 정부 때리기’ 발언도 어김없이 나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 5년은 자영업자들에게 악몽의 세월이었다.”고 규정했다. 그 근거로 “이명박 정부에서 매달 100개 안팎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맞아 쓰러졌고,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2009년 14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 3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IMF 경제위기를 초래해 원인을 만들었고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실정이 문제를 더 키운 것”이라는 등 이명박 정부 실패론도 꺼내들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거듭 몰아세웠다. 그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앞세워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박 후보가 결국 새누리당 내의 재벌론자 손을 들어주고 김 위원장을 내쳤다.”면서 “이를 두고 ‘토사종(김종인)팽’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힐난했다. 문 후보는 대형마트 영업 시간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 통과가 무산된 것도 박 후보의 책임으로 돌렸다. 문 후보는 이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춥다! 문 열어!’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CEO 칼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종식해야/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CEO 칼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종식해야/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불안한 때가 있을까. 짝퉁 부품 사용으로 인한 원전가동 중단, 공무원들의 거액 공금 횡령, 검찰 안팎의 불미스러운 파동 등 도저히 믿기지 않는 뉴스들이 넘쳐난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직자들의 행태가 이러니 국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이익만을 내세운 주장이 난무한다. 더욱이 일부의 주장을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충분한 숙고 없이 수용하면서 일을 키워 문제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갈등,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에 편입시키려는 의원입법으로 인한 교통대란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정부기관조차 밥그릇 싸움을 벌이니 기가 막힌다. 국민들에 대한 봉사보다 각자의 이익 추구가 더 관심이다. 정치권력을 이용해서 학연·지연·업연·혈연 등으로 맹목적 편들기를 하는 정치인이나 공권력을 자기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공직자들을 보노라면 17세기 학자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떠오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저마다 자유롭고 평등하여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권리인 ‘자연권’을 가지고 있으나, 각자가 모두 그와 같은 권리를 무한히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라는 자연상태가 된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무법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사회계약에 입각한 강력한 국가, ‘리바이어던’(Leviathan)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리바이어던은 성경 욥기에 나오는 천하무적의 거대한 바다괴물. 홉스는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리바이어던처럼 만인의 투쟁을 다스리고 조정할 강력한 권력을 지닌 국가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해묵은 갈등이 잘 해결되지 않는 것은 서로의 입장이 대치되고 이를 조정하는 국가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철을 자신들의 욕심을 관철하는 호기로 생각하는 이익집단들의 무리한 요구가 난무한다. 불씨를 키우는 것은 표를 의식해 이익집단의 요구를 충분한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수용하는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다. 그러니 늘 대선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 삐걱대기 일쑤다. 국가권력은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에서는 이를 갖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니 투쟁의 무법상태를 조장하는 꼴이다. 정치권에서 남발되는 선심성 공약은 또 어떤가. 각 집단의 주장과 지역 요구들을 부득불 받아들여 내놓은 공약을 보면 갈등 조장은 물론 실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 허다하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부담이 가는 증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세금을 대폭 올려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망한 동서고금의 사례는 무척 많다. 모든 집단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 선거에서 100% 지지를 받을 수도 없고, 또 각 집단의 주장을 모두 받아 준다 해도 그 집단이 100% 표를 몰아주지는 않을 것인데도 헛된 기대로 일단 공약을 내놓고 본다. 하지만 집권 후 실천을 못해 국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악순환이 있어 왔기에 정치권의 불신은 자초한 측면이 많다. 올바른 게 좋은 게 아니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면서 불의에 눈감고, 원칙과 정의에 어긋나는 일조차 하도록 강요하고, 독단적 주장을 거부하면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집단의 이익을 무턱대고 수용하기보다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 소통과 조율을 활성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정의를 기반으로 원칙과 규범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당사자들이 이를 따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국가권력이다. 이제 대선 투표일까지 보름 남짓 남았다. 정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공정함이 우리 사회에 넘치게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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