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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키친 캐비닛/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키친 캐비닛/박홍기 논설위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중국 고사성어가 있다. 회수(淮水)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말이다. 기후와 풍토에 따라 과일의 맛도 달라지듯 인간의 성질도 주위 환경에 따라 바뀐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정치적 행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근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는 생소한 정치적 용어가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키친 캐비닛은 본디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로 대통령에게 격의 없이 여론을 전하는 통로’다. 사적 이해나 정치적 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비공식 자문단’이다. 미국 제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재임 1829~37)으로부터 비롯됐다. 잭슨 대통령은 존 캘훈 부통령과 마틴 밴 뷰런 국무장관의 갈등으로 내각이 힘을 못 쓰자 비공식적인 측근과 자문단에 의지했다. 민병대 지휘관 시절 병참 장교와 조카도 들어 있지만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라고 할 수 있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 정치에 적잖이 기여했다. 하지만 잭슨 대통령과 마찰을 빚던 쪽에서는 이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키친 캐비닛의 시작이다. 미국 대통령에게 키친 캐비닛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활동이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1981~89)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종용하고 대통령 당선까지 도운 막역한 지인들을 비공식 라인으로 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1월 공개적으로 키친 캐비닛의 회원 100여명을 위촉했다. 명단 중에는 한국계 이홍범 헌팅턴 커리어대학장,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 저명인사에서부터 은퇴한 수학교사 등 평범한 시민까지 포함돼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차원에서 ‘키친 캐비닛 명예회원’이라는 증서까지 수여했다. 국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때 키친 캐비닛이 ‘식사정치’에 비유돼 잠깐 회자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인과 원로들을 자주 청와대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하는 것을 두고 ‘식사정치’라는 비판이 나오자 잭슨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보통 사람(common man)이라는 별명이 붙은 잭슨이 대통령이 된 뒤에 새로 생긴 버릇이 식당에서 각료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해서 키친 캐비닛이라고 이름 붙여졌다”며 식사정치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부인하고 대중민주주의의 일환임을 역설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최순실씨를 키친 캐비닛’이라고 표현했다. 국정을 대통령인 양 주무른 비선 실세인 최씨를 키친 키비닛으로 규정한 것이다.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자기주장을 펴는 견강부회(牽强附會)이다. 키친 캐비닛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서울시의회 교육위 더민주의원,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기 촉구 성명

    서울시의회 교육위 더민주의원, 한국사 국정교과서 폐기 촉구 성명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교육위원장 김생환 의원) 소속 더불어 민주당 의원 일동은 12월 26일 교육부 앞에서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는 경기도의회와 세종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도 함께 참여하여 교육부의 국정 교과서 강행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동은 최근 밝혀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적하면서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폐기를 촉구했다. 참석 의원 일동은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록하여 현행 헌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16 군사 쿠테타를 정당화하고 박정희 독재정권 시대를 미화하는 등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저해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당초 정부가 밝힌 올바른 역사교육은 허울뿐”이라며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정책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세뇌시키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참석 의원들은 기자회견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국가가 그 어느 때 보다 어려운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고 이럴 때 일수록 학생들의 역사교육만큼은 국가에 의해 특정 이념에 편향되거나 획일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역설하며 정부의 역사・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완전 폐기를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러시아 국민 56% “소련 붕괴 애석하다”… 68% “부활은 불가능”

    러시아 국민 상당수가 소련 붕괴를 아쉬워하면서도 소련이 (과거 형태로) 부활하지는 않을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첸트르’가 소련 해체 25주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련 붕괴를 애석하게 여기는 응답자는 56%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28%)의 배에 달했다고 타스통신 등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해체를 안타까워하는 이유로 통합경제시스템 붕괴(53%)와 강대국 지위 상실(43%), 상호 불신 증가(31%), 친척·친구 관계 단절(28%) 등을 들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 조사에서도 소련 붕괴를 슬퍼한다는 응답자는 63%에 달했다. 그렇지만 소련 형태의 연방국가 부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8%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치옴 연구프로젝트 팀장 미하일 마모노프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향수적 실용주의’로 분석했다. 대다수 러시아인이 미국과 경쟁하던 1960~80년대 당시 초강대국 소련에 향수를 갖고 있지만 (국가연합 형태로 강제돼 온) 소련의 부활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922년 12월 30일 창설된 소련은 70년 가까이 이어지다 1991년 12월 25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고 최고회의(의회)가 연방 해체를 선언하면서 사라졌다.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는 “소련에 일방적으로 병합돼 고통 속에 살았다”며 지금도 러시아에 반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은 물론 일부 정치 지도자 사이에서도 소련을 대체할 새로운 국가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소련 붕괴는 우리를 후퇴시킨 재앙이었다”면서 “(과거 방식의) 소련 부활은 불가능하지만 소련 국가들 간 새로운 방식의 통합은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법무부, 헌재에 탄핵심판 의견서 제출…“적법 요건 갖췄다”

    법무부, 헌재에 탄핵심판 의견서 제출…“적법 요건 갖췄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24일 40여쪽 분량의 의견서에 사실관계보다는 탄핵심판의 요건 및 절차에 관한 의견을 담아 전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헌재의 탄핵심판이 국회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 요건을 충족하고 헌재에 소추의결서 정본이 제출된 점을 들어 형식적으로 적법 요건은 일단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의견서에는 관련 법리적 쟁점과 이에 관한 학설 및 결정례, 법무부 의견 등이 담겼다. 독일·미국 등 외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법무부는 “법률사무의 소관부처로서 객관적 입장에서, 탄핵심판의 실체 요건과 절차 진행에 관해 쟁점과 학설 등을 제시하고 헌재의 심리와 판단에 참고될 만한 법률적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다만 첨예한 문제인 사실관계의 인정 여부에 대한 의견은 유보했다. 특별검사 수사와 박 대통령과 공범으로 적시된 주요 피고인의 재판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점, 헌재의 심리를 통해 향후 사실관계가 확정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국정 최고 책임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이나 범죄 혐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형사 피의자로 입건된 지난달 말 “지금 상황에서 사직하는 게 도리”라며 사표를 냈다. 앞서 헌재는 이달 12일 법무부와 국회에 19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는 헌재법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 의견서는 헌재 심리 과정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헌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쟁점과 법리가 제시된다면 향후 심판 절차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헌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쟁점이 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때는 국회, 법무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의견서 제출을 요청받았다. 당시 법무부는 93쪽에 달하는 의견서에서 “탄핵소추 절차나 사유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탄핵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英 찰스왕세자 “反난민 정서, 1930년대 암흑기 연상”

    영국 찰스 왕세자가 최근 반(反)난민 정서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확산이 1930년대 ‘암흑기’를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찰스 왕세자는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 뉴스프로그램 ‘오늘’에 출연해 “외국 땅에 도착해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으로 그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수 종교를 고수하는 이들에게 공격적인 포퓰리스트 그룹이 전 세계에서 발호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은 1930년대 암흑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커다란 불안감을 준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단 중동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아 피난 온 기독교도뿐만 아니라 야지디족과 유대인, 아흐마디 무슬림, 바하이교도 등 종교적 박해를 받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 해당한다고 했다. 찰스 왕세자는 자신은 부모 세대가 유럽의 유대인들을 말살하려는 시도에 맞서 싸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태어났다며 “근 70년이 흐른 지금도 그런 사악한 박해가 모든 종교를 넘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고통받는 이들과 끔찍하게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과거의 공포를 되풀이하지 않을 빚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수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떠났고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도 믿음의 자유를 찾고자 메디나에서 메카로 이주한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따르는 종교적 길이 어디건 그 목적지는 같다. 다른 이들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며 신의 은총에 감사하는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뉴스 분석] 200만원 넘보는 삼성전자 증시에 福株될까 毒株될까

    [뉴스 분석] 200만원 넘보는 삼성전자 증시에 福株될까 毒株될까

    증권사 17곳 평균 209만원 목표… 대장주 독식에 전체 하락 우려도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기세가 무섭다. 21일 나흘째 장중 최고가 행진을 펼치며 183만원을 터치했다. 지난달 29일 지주회사 전환·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한 이후 16거래일 동안 장중 최고가를 무려 여덟 번 새로 썼다. 국내 최초로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열며 증시에 훈풍을 불러올 것이란 낙관론과 함께 삼성전자 독주 현상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39% 내린 180만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83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지만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20일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54조 911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19.34%를 차지했다. 갤럭시노트7 리콜, 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 의혹 등 악재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명확히 하고 올해 총 배당을 4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개선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높아져 주가는 당분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반도체 사업 호황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연일 계속된 최고가 행진에 증권가의 눈높이는 200만원대까지 높아졌다. 지난달 29일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낸 국내 주요 증권사 17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209만원이었다. 삼성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가장 높은 230만원을 제시했다. 외국계까지 포함하면 노무라금융투자의 250만원이 가장 높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내년 2분기 1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시장이 합리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면서 “대장주가 200만원을 돌파하면서 주식시장 전체에 활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독주 현상 심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정된 자금이 삼성전자에만 쏠리다 보면 결과적으로 전체 주가는 떨어지는 ‘대장주 독주의 역설’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126만원 대비 43%나 뛰어올랐지만 코스피는 같은 기간 3.9% 상승에 그쳤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이만큼 올랐으면 전체 코스피 지수는 7~8% 이상 올랐어야 하는데 사실상 대장주를 뺀 나머지 주가는 하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가 휘청이면 주식시장 전체가 주저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결국 삼성전자의 높은 가격 자체가 국내 증시의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등 최근 자금 흐름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패시브 전략’ 쪽으로 가고 있어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면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이 아직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해란 무엇인가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이해란 무엇인가

    한때 이해는 암기의 반대말이었다. 시험이 대체로 한 사람의 암기능력을 확인하는 데 그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공부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은 단순한 암기가 아닌 이해를 강조했다. 나도 그들을 따랐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때는 개념의 다양한 응용을 알려주며 동시에 암기가 아닌 이해를 요구했다. 때론 학생들이,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이해란 무엇일까?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은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배운 그대로가 아닌 자신의 말, 자신의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롭게 배운 사실의 관계를 파악해 이들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로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그들이 배운 새로운 개념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도록 시켰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이해’란 절대 ‘언어’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이다. 물론 최초의 깨달음은 종종 비언어적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표현해 주는 이를 작가라고 했던가. 어쨌든 자신이 이해한 바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어의 옷을 입혀야만 한다. 미래의 자신에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인 기억을 활용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단정적인 주장이 반발을 가져오듯 암기에 대한 과도한 격하에도 반발이 따랐다. 이들은 암기 자체가 가진 힘을 역설했고 결국 이해란 암기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암기가 개념들의 무작위한 나열이라면 이해는 그 개념들에 순서와 관계를 부여해 하나의 개념이 다른 개념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식으로 작동한다. 실생활에서 많은 경우 이해는 암기를 위해, 즉 손쉬운 지식의 인출을 위해 필요한 도구에 불과하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분야에서 가능한 문제와 답을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다면 그는 그 분야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여전히 암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훨씬 더 많은 상황이 있다. 그 경우 우리는 다시 근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마치 정반합의 논리처럼 오늘날 이해와 암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가 됐다. 이해는 암기에 도움이 되며 암기 또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는 그 분야의 특징, 곧 그 분야가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정해진 답을 적용하는 분야인지 또는 늘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며 근본적인 원리를 끊임없이 응용해야 하는 분야인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느새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왔다. 우리는 컴퓨터가 암기에 인간보다 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만큼 이해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얼마 전 구글이 발명한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구글의 프로그래머들은 1만 8900개 영화의 대사를 이용해 이 프로그램이 모호한 질문이 주어져도 적당한 답을 내도록 훈련시켰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게 “인생의 목적이 뭐지”라고 물었을 때, 프로그램은 “세상을 더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놀라운 답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쉽게 한계를 드러냈다. 고양이의 다리가 몇 개인지라는 질문에는 ‘네 개’라는 답을 하지만, 지네의 다리가 몇 개인지 묻자 ‘여덟 개’라 답했단다. 저자는 ‘이 프로그램은 그저 단어들의 조합을 알 뿐 실제 세상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지네가 무엇인지를 이 프로그램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 수준의 이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강점으로써, 이해에 대한 강조가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 이재명 ‘주춤’… 문재인·반기문 오차범위 각축

    이재명 ‘주춤’… 문재인·반기문 오차범위 각축

    李 ‘반문’발언 논란 확산후 하락 文 23.7%·潘 20.5% 소폭 상승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전국 성인 25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이 시장은 전주보다 1.3% 포인트 하락한 14.9%를 기록하며 최근 급등세를 4주 만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3위 자리를 지켰다. 리얼미터는 “이 시장은 ‘이름도 모르는 대학’ 발언을 둘러싸고 비판여론이 고조됐던 지난 주말을 지나 ‘반문연대’ 발언 논란이 확산된 지난 12일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0.5% 포인트 떨어진 15.7%로 출발했다”면서 “‘야권통합·연대론’을 역설했던 15일엔 12.7%로 뚝 떨어졌다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주장했던 16일엔 14.0%로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은 각각 한 주 전보다 상승했다. 반 총장은 1.7% 포인트 오르며 20.5%를 기록, 7주 만에 20%대를 회복했다. 문 전 대표는 0.6% 포인트 오른 23.7%로 7주 연속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반 총장은 특히 지난 16일 일간집계에서는 22.9%의 지지율을 기록, 문 전 대표(22.7%)를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반 총장 지지율은 ‘유엔 총회 고별연설’ 보도가 나온 지난 13일 19.9%로 상승했고 ‘뉴욕 지하철 탑승’ 관련 보도가 있었던 14일엔 19.5%로 주춤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0.3% 포인트 오른 8.3%로 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4.3%, 박원순 서울시장 4.2%,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3.4%, 오세훈 전 서울시장 2.9%, 유승민 의원 2.2%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정당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1.8% 포인트 오른 37.7%로 2주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 18대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3주째에 민주통합당이 기록한 지지율(41.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0.1% 포인트 내린 17.2%, 12.2%로 순위를 유지했고 정의당은 0.2% 포인트 오른 5.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북핵 첫 특별회의 연 나토 “강력 규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5일(현지시간)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북대서양이사회(NAC)에서 북핵 특별회의를 개최해 핵과 미사일 개발 및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했다. 나토가 북한 핵 문제를 놓고 특별회의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큰 의미를 가진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나토는 성명에서 “올 1월과 9월 실시된 두 차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 관련 실험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를 포함한 국제법적 의무에 대한 직접 위반”이라며 “핵·미사일 개발 지속 및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 차원을 넘어 세계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글로벌 이슈라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나토는 또 “북한의 행위는 역내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기반을 둔 비확산체제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전망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국제 평화 및 안전에 대한 위협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는 글로벌 파트너국 대표를 초청해 특별회의를 개최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안총기 외교부 2차관은 회의에서 “주민의 복지는 무시한 채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만 광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비정상적 체제에 대해선 비상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나토는 그동안 사무총장 및 북대서양이사회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왔으며, 북핵 논의만을 위한 나토 이사회를 별도로 개최하고 대북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이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친박당’ 기다렸다는 듯…이정현號 총사퇴

    ‘친박당’ 기다렸다는 듯…이정현號 총사퇴

    62표 정우택, 55표 비주류 나경원 제쳐 유승민 “탈당은 최대한 피해 보겠다” 김무성 “친박 있으면 대선 필패” 탈당 무게 비대위 인선·대통령 징계가 분당 분수령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가 16일 정우택(4선·충북 청주상당) 신임 원내대표를 탄생시키며 ‘원내’를 장악했다. 비주류와 당 사무처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 온 주류 지도부는 정 원내대표의 당선을 기다렸다는 듯 이날 총사퇴했다. 정 원내대표는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될 때까지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세력의 소멸을 우려했던 친박이 여전히 여권의 ‘실세’임이 입증된 셈이다. 원내대표 선거 패배로 당내 열세를 확인한 비주류는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박 대통령 탄핵 민심을 등에 업고 탄핵안 가결을 주도한 비주류가 오히려 탈당의 기로에 내몰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비주류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아직까지는 탈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당 사무처 직원들이 이날 유 의원을 찾아가 “당에 남아 달라”고 호소하자 유 의원은 “탈당은 최대한 피해 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또 다른 축인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 쪽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히려 홀가분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내대표 선거 패배로 탈당할 명분이 보다 선명해졌기 때문으로 읽힌다. 김 전 대표는 또 부산 영도 당원과의 송년회에서 “친박이 당에 남아 있으면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탈당과 창당을 신중히 고민한 후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탈당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달라 비주류의 집단 탈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당 대표 격인 비대위원장 인선과 박 대통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분당의 기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원내대표에 이어 비대위원장까지 주류가 장악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흐지부지되면 새누리당은 분당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우택·이현재’ 조는 이날 원내대표 선거에서 119표 가운데 62표(52.1%)를 얻어 55표(46.2%)에 그친 비주류 ‘나경원·김세연’ 조를 꺾었다. 백지상태의 무효표가 2표 나왔으며 의원 9명이 투표에 불참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정우택 “좌파 정권 집권 반드시 막아낼 것”

    정우택 “좌파 정권 집권 반드시 막아낼 것”

    비박계를 누르고 새누리당 신임 원내사령탑 자리에 오른 정운택 원내대표가 16일 “개헌 정국을 이끌어서 내년에 좌파 정권의 집권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우택, 이현재 조’가 비박(비박근혜)계 ‘나경원, 김세연 조’(55표)를 누르고 승리했다. 경선 승리를 확정한 뒤 정 원내대표는 “보수정당의 이미지인 민생과 경제, 안보를 챙겨나가면서 정국을 수습하고 안정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지금 생각난다”면서 “흩어지지 말고 같이 가자. 사즉생의 마음으로 한번 살려보자. 여러분과 함게 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굉장히 어려운 시국”이라며 “이번 (탄핵) 사태가 온 데 대해 스스로 용서를 구하고,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화합과 혁신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다시 박수를 받고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제 모든 것을 바쳐서 반드시 좌파 세력이 집권하는 일이 있을 수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박운기의원, 학교비정규직 권익보호-처우 실태증언대회 개최

    서울시의회 박운기의원, 학교비정규직 권익보호-처우 실태증언대회 개최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위원장 박운기 의원)는 12월 15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교육공무직노동자,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실태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자리가 꽉 찬 열띤 분위기로 진행된 이날 실태증언대회 1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강병원 국회의원과 서울시의회 박운기, 김생환, 조상호, 이정훈 의원 등이 참석하여 전체 교직원의 40%가 비정규직인 학교현실을 개탄하면서 공무직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고민들을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박운기 의원은 “학교공무직 문제는 내부적 다양성과 지역적 편차 등 복합성을 가진 특수한 이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에도 공공부문과 노동계,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공론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발언했다. 2부에서는 급식, 사서, 전산, 돌봄, 영어회화, 시설보수 등 11개 분야의 공무직 종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공무직은 50여개 직종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면서 통일된 채용기준도 없고 처우도 지역과 학교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교해서 다양한 유무형의 차별을 겪으면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 2부의 마지막으로 발언한 시설보수 종사자는 학교 곳곳을 보수하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학교에 시급하게 해결할 안전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스템은 외주화를 통해 위험을 방치하는 한편 비용은 더 많이 지불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태증언대회를 공동주최한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장 박운기 의원은 “학교비정규직은 오늘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의 자녀들에게 성장기부터 차별과 불평등을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미래의 문제”라는 사실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비정규직 등 노동 내 취약계층의 권익보호와 처우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시의회 문상모의원 “시설 미개방학교 예산상 불이익 줘야”

    서울시의회 문상모의원 “시설 미개방학교 예산상 불이익 줘야”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상모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2)은 12일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어 활동하며 ‘2017년도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 심의 중 학교의 체육관 등 시설물 미개방 학교에 한하여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패널티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에 체육관을 보유한 학교는 779개, 운동장을 보유한 학교는 944개이며, 체육관 및 운동장이 없는 학교는 각각 169개, 4개로 체육관과 운동장을 보유한 학교 중 체육관은 30%, 운동장은 10%의 학교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체육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시설물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이미 유용한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공공재인 학교체육시설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주민이 학교시설 이용을 신청할 경우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안전사고 책임, 시설훼손, 관리인력 부재 등을 이유로 시설개방에 소극적인 상황으로 학교 측과 시설개방을 요구하는 주민들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문상모 의원은 체육관과 운동장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미개방하고 있는 학교에 대해서는 예산으로 강경한 패널티를 적용하자고 주장하여 대다수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이 공감을 받은 바 있다. 문상모 의원은 “아이들의 교육권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개방 기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하나, “학교시설 개방은 선택이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이며, 여건이 개방에 방해가 된다면 그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적 역량이 집중되어야 하고, 상당한 사유 없이, 여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주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자 한다면 이는 직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상당한 가치를 가진 공공시설물을 유휴화 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의원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학교시설의 적극적인 개방으로부터 실현되어야 한다”고 학교시설의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필요하다면 예산을 통한 패널티 적용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美 수준 군비 확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하나의 중국’ 정책 재고 등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중국 내에서 군비와 전략 핵무기를 대폭 확충해 군사력을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된 중국은 올해 국방 예산을 최근 6년 만에 최저로 편성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섰으나 대대적인 군비 증강 목소리가 계속되면 다시 예산을 대폭 늘려 두 자릿수 증가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13일 영국의 군사 컨설팅업체 IHS 제인스는 2016년 세계 각국의 국방비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국방비는 1조 5700억 달러(약 1830조 8000억원)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이는 전년보다 0.6%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주춤했던 세계 국방비가 전환점을 맞았음을 보여준다. 미국 국방비는 전년보다 1.0% 증가한 6220억 달러(725조 9000억원)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2위인 중국의 1918억 달러(223조 90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액수다. 보고서는 달러로 환산한 중국의 국방비가 전년보다 6.0%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방비는 2020년에는 2330억 달러로 2010년에 비해 갑절로 늘어나 영국 국방비의 4배, 전체 서유럽 국가의 국방비 지출 총액과 맞먹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와 관련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의 군비와 전략 핵 역량은 여전히 미국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이 못 된다”면서 “트럼프의 오만한 태도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우리가 빨리 핵 능력을 키워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해야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전역을 공격 범위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의 실전 배치를 가속화하고 전략 핵잠수함 전담 부대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쑨젠궈 부총참모장(상장)도 “중국군과 세계 선진 군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면서 “중국은 군인 1인당 6만 달러 수준의 군비를 지출하는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은 20만~30만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親러·反러 한지붕… 한반도 정책 동상이몽

    親러·反러 한지붕… 한반도 정책 동상이몽

    틸러슨 “동맹 강화” 친러 성향 불식 반러 군출신 강경파 갈등 빚을 듯 플린·매티스 대북정책 주도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3일(현지시간) 석유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자신의 새 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트럼프 내각의 첫 외교안보라인이 진용을 갖추게 됐다.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게 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에 이어 국무장관까지 인선이 이뤄지면서 ‘3대 축’이 완성된 것이다.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외교 경험이 전무한 틸러슨을 제외하고는 외교안보라인 인사 대부분이 군 출신의 대(對)북·대중 강경파라는 점에서 이들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들이 벌써부터 대중·대러 관계에 있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틸러슨은 성명을 통해 “미국 외교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안보를 향상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비전을 나는 공유하고 있다”며 “동맹을 강화하고 공통의 국가 이익을 추구하며 미국의 힘과 안보, 주권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틸러슨이 지명 첫 일성으로 동맹 강화를 역설한 것은 친러 성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러시아와 합작사업을 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이상 친분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러 제재에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틸러슨이 국무장관이 되면 친러적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러 성향을 보이며 경계해온 매티스와는 다른 입장이어서 틸러슨과 매티스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친러 인사가 국무장관이 되면서 이해관계에 따른 엇박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틸러슨이 외교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국무장관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영향력이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플린은 대북 강경파이자 중국에 대해서도 매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플린이 비슷한 성향의 매티스와 손잡고 외교안보정책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플린과 매티스는 북핵 등 대북 정책에 있어 북한 정권의 붕괴까지도 고려할 정도로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 등 압박에 더욱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플린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플린을 보좌할 캐슬린 맥파런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내정자 역시 대북·대중 강경파다. 그는 지난 8월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더 압박하고 특히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함께 손발을 맞출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도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무용론을 제기하며 “경제력·군사력을 총동원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까지 15개 부처 장관 중 13개 부처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고, 유엔 대사 등 7개 장관급 인선 중 4명을 내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내각은 아웃사이더와 백인, 월가 출신 등 억만장자, 군 출신 인사가 점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우두커니 알 수 없는 존재감, 공허함만 맴도네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우두커니 알 수 없는 존재감, 공허함만 맴도네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건물을 직접 가서 본 후 글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사진도 가급적 직접 찍은 것을 사용하고자 했다. 이제 연재의 마지막 글을 쓰면서 그 원칙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접는다. 직접 보지 않은, 아니 그럴 수 없는 도시에 대한 글이기 때문이다. 사진 자료는 북한의 도시와 건축 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인 재미 건축가 임동우 선생으로부터 받았다. 구글 어스와 네이버, 다음 지도 등으로 평양의 주요 거리 이름을 파악했고, 주로 서구인들이 유튜브에 올려놓은 관련 동영상을 통해 낯선 도시의 거리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만든 국가공간정보유통시스템인 브이월드(http://map.vworld.kr) 역시 평양에 대한 입체 건물 정보를 비교적 자세히 소개해 놓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즉 공개된 자료들을 가지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상당 부분 추측하며 쓰는 글이다. # 쉽게 가볼 수 없는 도시 ‘평양’ 개별 사례를 이야기하기 전에 사회주의 도시계획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토지와 자본이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이므로, 도시 내의 자원을 분배하는 도시계획이야말로 사회주의 이념의 기본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들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도농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대도시라는 개념 자체에 반대한다. 도시가 성장하면 사회적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많은 수단을 동원한다. 자연스러운 성장 보다는 계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중국과 같은 예외가 있지만, 사회주의 계열 국가에 대체로 거대 도시가 많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어쩔 수 없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가장 대표적인 도시에 국한되고 그다음 도시들은 규모가 상당히 작아진다. 북한의 경우도 수도인 평양직할시의 인구는 325만명이지만, 두 번째 도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함흥과 청진은 67만명에 불과하다. 또한 같은 이유에서 도농 간의 통합을 지향한다. 그래서 도시 안에도 의외로 경작지가 있다. 평양의 채소 공급지로 알려져 있는 대동강의 두루섬 같은 곳이 대표적인 예다. 또 다른 특징은 직주근접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사회주의만의 독창적인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생산과 유통시설을 주거지역에 근접 배치해 노동자 계급의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 관련 동영상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도시구조와도 관계가 있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아파트 단지 내에 공장과 매장이 들어서는 것 같은 상황인데, 이렇게 다양한 도시 기능이 복합된 주거 지역을 특별히 ‘마이크로 디스트릭’(micro district)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1920년대에 처음 도입된 이 개념은 소련이 붕괴되면서 비판받기 시작해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직주근접은 물론 자본주의 도시 이론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이처럼 자본주의 도시와 사회주의 도시가 서로 이론적 입장을 교환 혹은 공유하는 것은 일종의 사상적 역설이라고나 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푸리에 등이 꿈꿨던 이상적 공산사회의 도시건축적 장치인 아케이드가 오히려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더 발달했다는 지적 등을 언급할 수 있겠다. 평양의 경우 요즘은 오히려 체제의 선전을 위해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추세지만 기본적으로는 중층의 획일적인 밀도로 도시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고밀도에 익숙한 자본주의 도시와 비교하면 길도 넓고 공원 등 녹지 등이 많이 확보돼 있어 마치 전원 도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전쟁 시 폭격에 대비해 미리 도시의 각 지역을 이격시킨 것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기 조종사들이 ‘더이상 폭격할 목표물이 없다’며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평양은 완벽하게 파괴된 바 있다. 그 뼈저린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서 도시계획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체제의 선전과 홍보를 위한 대규모 가로와 광장, 그리고 각종 기념물들이 더해지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사회주의 도시, 그중에서도 특정 개인 및 집단을 우상화해 온 평양의 도시적 특징이 만들어진다. # 무지개떡 건축은 평양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 이런 배경에서 보면 평양에 사회주의판 무지개떡 건축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처럼 거리를 활기 있고 즐겁게 만드는 역할보다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을 충족시켜 주는 정도의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반적인 경제 수준, 특히 소비문화의 현격한 차이 또한 염두에 두고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유튜브의 관련 동영상들을 살펴보면 일부 지역에 이런 건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영상으로 확인한 범위 내에서 이야기하자면 대표적으로는 서울의 강북에 해당하는 서평양의 주요 간선도로인 영광거리(평양역과 평양대극장 사이)와 김일성광장을 관통하는 승리거리의 남단 부근에서 많이 발견된다. 다만 서울로 치면 강남에 해당하는 대동강 너머의 상대적 신개발지 동평양 지역의 동영상에서는 이렇다 할 무지개떡 건축의 존재를 볼 수 없었다. 물론 주로 관광객들이 검열을 받아 가며 찍어 올린 동영상임을 감안하고 봐야 할 것이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갈 수 없는 거리도 많다고 하니 평양이라는 도시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다. 특이한 것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무지개떡 건물들이 대체로 오래돼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물의 양식에서 유럽의 사회주의 건축의 영향이 읽히기도 한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재건에는 구소련을 포함한 동구권 국가들과 중국 인민지원군이 대거 참여했다.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이념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을 때는 이런 유형이 많이 지어졌지만 그 이후에는 점차로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뿐이다. 한국전쟁 당시 평양은 너무 심하게 파괴돼 다른 공산권 국가들은 아예 수도 이전을 권했으나 김일성의 의지, 그리고 젊은 건축가 김정희 등의 노력으로 1953년 그러니까 한국전쟁 종료를 전후해서 ‘평양 마스터플랜’의 발표와 함께 전후복구가 시작된 바 있다. 최근에는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에 초고층 주상복합이 등장하는 등 북한이 국제도시로서 평양의 외형적 면모를 일신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몇 장의 사진을 소개한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지어진 것으로 짐작되는, 동유럽 사회주의 건축의 분위기가 풍기는 사례부터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사례까지 비교적 다양하다. 지명이 보이는 사례의 경우 지도에서 확인해 보면 역시 평양 구도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거의 전부가 서평양 중에서도 오래된 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 1은 전혀 위치를 짐작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간판이 아예 없기 때문에 거리에 면한 저층부의 용도가 무엇인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색채와 창을 내는 방식 등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층부에 비주거 기능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주거 부분은 발코니와 창틀에 화분이 놓여 있는 등 어느 정도 생활의 흔적과 온기가 느껴진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 비교적 오래된 건물로 짐작된다. 역시 창턱이 높고 게다가 입구에도 계단이 있어서 거리의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는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 2는 ‘대동문’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평양성 내성의 동문이면서 북한 국보 4호인 대동문 인근 지역에 있는 건물인 듯하다. 대동문이 인민대학습당과 만수대 회관 중간의 대동강변에 있으므로 이 역시 서평양의 구도심 지역이다. 식료품 상점으로서 일상생활을 위한 기초적인 먹거리 공급이 주목적이므로 거리의 분위기를 활기 있게 하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도시 같으면 창문의 높은 턱을 없애고 밖에서도 내부를 훤히 볼 수 있거나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을 것이다. 상층부는 주거 시설일 텐데 생활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상가 부분은 타일로 비교적 깨끗하게 마감했다. 사진 3은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일단 건축 양식으로 보아 전후에 동구권 국가들이 직접 참여해 건설한 사례로 짐작된다. 서구 고전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는 저층부의 거친 석재 처리, 난간의 디테일, 그리고 외벽의 색채 등에서 그런 단서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석재는 아니고 콘크리트에 도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점은 낚시도구라는 일종의 여가를 위한 도구를 파는 상점이라는 것이다(물론 대동강 등에서 생계형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나 확인할 방법은 없다). 역시 밖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고 높은 창턱, 입구의 계단 등 또한 공통적이다. 에어컨 실외기를 무심하게 거리 쪽으로 설치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남북한이 공통이다. 사진 4는 비교적 신시가지다. ‘창전’이라는 이름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만수대 주변, 북한의 최고 부촌으로 알려진 창전거리 인근 지역으로 추측된다. 부착형 간판과 수직형 돌출 간판이 동시에 붙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옷상점에서 기대하는 화려한 전시와 조명 등의 개념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역시 창턱이 높고 입구에는 계단이 있다. 보행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노력이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 면해 있다고 해서 보행자 친화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디테일의 지원을 받지 않는 개념은 무의미하다. 사진 5는 5, 6층 내외의 중층 건물이다. ‘오탄’은 서울의 여의도에 해당하는 양각도 건너편의 대동강변 지역이다. 식료품 상점이지만 역시 내부가 잘 보이지 않고 높은 창턱과 입구의 계단 등도 예외 없는 공통점이다. 상층부 주거의 열린 창문을 통해 커튼, 일부 생활 집기 등이 엿보인다. 구매활동의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오직 실용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디자인이다.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태인 지금 북한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은 단순 호기심이거나 혹은 공허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지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시각은 당연히 전면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여느 도시나 그렇듯이 수많은 층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평양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로 이 연재의 관점이 적절하다고 생각돼 제일 마지막 대상지로 삼게 됐다. 이것으로 부족한 글을 마친다.
  • “지금까지의 학자 유일호는 버려라”

    조직 장악·시장 견인할 수장 필요 우유부단한 리더십만으로 불가능‘나를 믿고 따르라’ 시그널 줘야구조조정 마무리해 환부 도려내야 우리 경제를 책임질 컨트롤타워에 결국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유임됐다. 이 소식을 접한 시장과 관료사회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보이지 않는 수장’으로 불리던 유 부총리의 리더십으로는 ‘백척간두 경제’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직 장관들과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우유부단한 학자 유일호 모습으로는 안 된다. ‘나를 믿고 따르라’는 강한 리더십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뼈 있는 주문을 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현재는 이헌재나 윤증현 같은 리더십을 갖춘 경제부총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조직(관료)을 장악하고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경제 사령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 부총리가 그동안 보여 줬던 학자풍 리더십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그동안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컨트롤타워로서의 유 부총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특히 탄핵 국면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관료사회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유 부총리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믿고 따라오라’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권 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진념 전 장관은 “유 부총리가 결기를 보여 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진 전 장관은 “유 부총리가 중심을 잡고 우리 경제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지본시장연구원장은 “유일호 경제팀은 과도기 내각”이라고 전제한 뒤 “새로운 정책 시도를 하기보다는 미국 금리 인상, 환율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 산적한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권오규 전 장관은 “경기 안정을 위해 새해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장관은 또 “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내년 초 특단의 내수 진작 대책과 재정 조기 집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탄핵 국면이라는 이유로 대외 경제에 손을 놓을 수 없는 만큼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액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서 41일 만에 금융위원장 신분으로 ‘원위치’된 임종룡 위원장에 대해서는 “정책 연속성 면에서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씨줄날줄] 고소득과 행복경제학/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소득과 행복경제학/박건승 논설위원

    행복은 소득 순이라면서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머뭇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관한 가설로 ‘이스털린 역설’이란 게 있다. 1974년 미국 남가주대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가 30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과 그 나라 국민의 행복도를 비교했더니 관련성이 없더라는 것이다. 1960년 서독의 1인당 GNP는 나이지리아의 20배였는데 행복도는 낮았다. 물질적 풍요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 요체다. 이로부터 34년 뒤인 200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벳시 스티븐슨 교수는 행복도와 GNP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 오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같은 1달러를 더 벌더라도 대기업 임원과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그 의미는 다르기 때문에 소득과 행복감이 무관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201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 앵거스 디턴 교수는 소득과 직장인 행복이 연봉 7만 5000달러(약 8800만원)에서 교차하며, 여기에서 행복도가 멈춘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2008년부터 이태 동안 미국인 45만명을 설문한 통계 결과였다. 연봉이 5000만원에서 6000만원, 7000만원으로 올라가면 소득과 비례해 행복감이 높아지지만 8800만원에 이른 뒤로는 연봉이 더 뛰더라도 비례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봉 10만 달러이던 사람이 15만 달러를 벌게 됐는데, 7만 5000달러 한계치를 넘었다고 해서 전혀 더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로는 행복도가 소득 이외의 다른 요인에 영향받을 소지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개정 소득세법을 보면 연소득 8800만원 초과자의 소득세율은 35%, 그 이하 소득자는 15%다. 연봉 8800만원을 전후해 소득세율이 무려 20% 포인트나 차이 난다는 사실은 ‘8800만원 꼭짓점설’과 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연봉 8800만원은 억대에 근접한 것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직장인의 행복지수가 우리 경제규모 순위인 세계 11위에 크게 못 미친다는 글로벌 리서치기업 ‘유니버섬’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57개국 직장인 20만명의 행복도를 알아봤더니 한국은 최하위권인 49위에 머물렀다. 업무와 일상적인 생활 간에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한 탓이라고 한다. 이 또한 경제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돈보다 다른 요인이 행복도를 더 좌우함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소득이 높다고 해서 마냥 더 행복해지지 않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이 1달러를 더 버는 일이 부자가 1달러를 더 버는 일보다 행복증대 효과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이는 중산·서민층이 고소득층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하는 소득정책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말로만 ‘국민행복시대’를 외칠 일이 아니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seoul.co.kr
  • [경제 블로그] “정부 입김 정말 줄어드나” 우리은행장 후보 백가쟁명

    [경제 블로그] “정부 입김 정말 줄어드나” 우리은행장 후보 백가쟁명

    차기 우리은행장을 노리는 경쟁이 뜨겁습니다. 복수의 후보군이 자천타천 거론됩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을 비롯해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김승규 전 부사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윤상구 전 부행장 등입니다. 전직, 현직 등 거의 ‘백가쟁명’ 양상입니다. 이렇듯 후보군이 늘어난 데는 “판이 바뀌었다”는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차기 행장 선임은 과점주주 뜻에 맡기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적었습니다. 금융 당국 내부에서조차 “(행장 선임은) 그때 가봐야 알 일”이라며 개입 여지를 완전히 거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됐습니다. 이런 시국에 정부가 우리은행장 선임에 ‘입김’을 넣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5곳의 과점주주가 지명한 사외이사들이 핵심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커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 출사표를 꿈꾸지 못할 후보군도 앞다퉈 레이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물밑 경쟁도 치열합니다. 우리은행 지분 4%를 갖고 있는 동양생명의 경우 대주주가 중국 안방보험이라 이 회사의 중국인 임원 3명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치열하다는 소문입니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임명한 박상용 사외이사(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와 신상훈 사외이사(전 신한금융 사장)는 다른 사외이사들과 무게감이 다릅니다. 행장 후보군이 키움과 한투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그동안의 공언을 깨고 행장 선임 과정에 끼어드는 순간, 이 모든 ‘야단법석’은 헛일로 돌아갑니다. 대통령 탄핵 이후 경제만큼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은 정부가 ‘관치’ 유혹을 떨쳐버리고 시장에 진정성을 보여줄 좋은 기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서울광장] 역사적 그날, 12·9/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적 그날, 12·9/강동형 논설위원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은 차분하게 진행됐다. 소란을 피우는 의원들은 없었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을 제외한 299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투표 결과 탄핵 찬성은 234표로 탄핵에 필요한 200표보다 월등히 많았다. 국회의장이 표결 결과를 발표하자 방청석에서 짧은 환호성이 있었지만 장내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의원들이 표결을 진행하는 동안 국회 주변에서 탄핵 가결을 촉구하는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역사적인 순간 국회는 기대 이상의 성숙한 모습을 연출했다. 12년 전인 2004년 3월 1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의장의 의사 진행을 막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고 의장석을 점거한 여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발버둥치고, 울부짖는 모습과 거친 숨소리, 환호와 박수 소리가 교차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그러나 광화문에서는 탄핵을 반대하는 촛불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어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순간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유폐된 상태였다. 한달 반 동안 여섯 차례의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고, 대통령은 세 번이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때마다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처방전을 내놓았다. 퇴진 일정을 밝히고 질서 있는 퇴진을 바라는 진심 어린 충고는 물거품이 됐다. 12년의 시차를 둔 탄핵 풍경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것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 간극은 촛불의 의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년 전 타오른 첫 번째 촛불은 정치적인 폭거로 탄핵당한 노 전 대통령을 살려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반면 여섯 차례의 평화집회에서 타오른 촛불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분노를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눈에는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씨와 공범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도 사과를 하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 대가가 탄핵으로 부메랑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12년 전과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 헌재 결정 전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한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상 가장 강력한 정치 행위이고, 최후의 수단이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표결까지 간 것은 우리 헌정사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을 새 시대를 여는 기회로 삼는다면 역설적이지만 축복이 될 수도 있다. 탄핵 이후의 절차는 특검과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권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탄핵의 역사적 의미를 완성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960년 4월 혁명은 광장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실은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치가 챙겼다. 1987년 6월 항쟁도 광장에서 시작됐으나 그 과실 역시 특권층과 재벌의 몫이었지 국민의 몫은 아니었다. 2016년 촛불 혁명은 그 어떤 혁명과 비교해도 결코 가볍지가 않다. 촛불 혁명의 열매는 이제 국민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금수저와 흙수저, 헬조선, 청년 실업과 노인 문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는 것만이 그 과실을 국민에게 돌리는 지름길이다. 이를 거역하는 순간 촛불은 다시 타오를 것이다. 우리는 한 달여 동안 한번도 가 보지 못한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실족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어둠 속에서 빛난 촛불이었다. 촛불의 힘으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헌법 개정 등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 시대에 걸맞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이다. 주권자인 국민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모두가 행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인간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고 당연히 여기는 지도자, 모든 사람이 행복한 나라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시도조차도 안 하는 정치인은 새로운 시대상과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 탄핵이 국민의 역량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yunb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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