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역설
    2026-07-27
    검색기록 지우기
  • 아산
    2026-07-27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7-27
    검색기록 지우기
  • SUV
    2026-07-27
    검색기록 지우기
  • CES 2026
    2026-07-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666
  • [사설] 저소득층 소득감소 못 막으면 소득성장도 없다

    당초 올 하반기부터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기초연금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 보조금의 확대 덕분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1만 8000원으로 7.0% 감소했다. 1분위 소득은 3분기 연속 7% 이상 급락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소득은 8.8%나 불어났다. 이 바람에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를 기록하며 2007년(5.52)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동반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역설이 나타나는 이유는 없는 이들의 근로소득이 줄고 있어서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22.6%나 줄었다. 1분위 가구의 취업 인원이 지난해 0.83명에서 0.69명으로 16.8% 줄어드는 등 저소득층의 일자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반대로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1.3%나 늘었다. 근로소득의 양극화는 올해 최저임금이 16.9%나 상승한 게 주원인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1분위 등 저소득층은 임시(33.6%)·일용직(16.9%) 등 취약한 일자리에 주로 종사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일자리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실업률이 올해 3.9%에서 내년 4.0%로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가계부채는 최근 15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장밋빛 전망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조선 업종의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을 반복하다 보면 민심과의 괴리가 커지는 데다 하락하는 경기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52.5%까지 떨어진 것도 현 정부가 경제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민심을 반영한다.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쪼그라든다면 포용적 성장이나 소득주도성장론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 곧 출범할 2기 경제팀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높일 대안을 빠른 시일 안에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OECD 등의 권고대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이뤄져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기를 되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
  • [서울광장] ‘작지만 큰’ 절망/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

    [서울광장] ‘작지만 큰’ 절망/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물에 풀리는 알콜처럼/ 알콜에 엉키는 니코틴처럼/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균처럼/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최승자 ‘네게로’)죽도록 무엇을 간절히 바란 경험을 누구나 지녔을 듯하다. 말 그대로 애끊는, 그리도 극적인 것이다. 목숨을 걸었다는 말만큼 더한 게 있을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제목이 달린 소설을 떠올린다. 속으로만 앓는 아린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그토록 아끼는 이에게 췌장암이 덮쳤다면. “차라리 날 데려가라”고 외칠 터이다. 어디나, 언제나 크고 작은 아픔은 존재하는 법이다. 도리어 가까운 사람을 아낄 줄 모르기 쉽다. 그러니까 사람이다. 역설을 극복하니 본받을 만한 것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을 잇달아 만났다. 두루두루 어렵다고 쓴입을 다셨다. 몇몇 이야기가 아직껏 머리를 맴돈다. 사실이지만 굳이 되뇌지 않으려 한다는 대목이다. 어느 단체장은 22일 “아주 가난한 사람들을 모은 마을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 모두를 통틀어 기운을 흩뜨리고 만단다. 단체장으로서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할 책임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부끄러이 여기거나 감추려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군사정권 때 개발 정책으로 불도저에 떠밀린 철거민 정착촌을 가리킨다. 참 지독한 사연을 얹었다. 해마다 요맘때면 외부에서 더러 찾아와 시끌벅적 흐뭇한(?) 장면을 연출한다. 릴레이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을 펼쳤다며, 관청에 홍보자료를 보낼 즈음이면 절정을 이룬다. 아무리 예쁘게 여기려고 해도 ‘인증샷’ 찍기 바쁜 것 같다. 그것으로 그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주민들에겐 도무지 끝일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고맙다고 반기는 마음을 싹 가시게 만든다. ‘낙인효과’ 때문이다. 단체장은 그런 게 싫다고 했다. 그야말로 ‘복장 터질’ 노릇이다. 결코 없어야 좋을 못된 효과다. 이런 주거지는 전국에 숱하게 많다. 그러나 이른바 ‘희망촌’, ‘희망복지관’에 희망은 없었다. 코스프레, 장식을 넘어 왼손 모르게 자활을 도울 일이다. 재정 경쟁력을 갖춘 지자체라 해도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다. 기자와 만난 단체장들은 모름지기 뜻을 모았다. “외부 고객인 주민들이나,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대신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합창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외친 지방시대 민선 단체장들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며 주변에선 활짝 웃었다. 다른 단체장은 “청렴도 조사에서 늘 피해를 입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도맡은 분야다. 하위권에서 게걸음을 거듭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땀흘려 일한 직원들에게서 힘을 빼앗는 셈이라 어딜 가더라도 입을 떼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나마 부쩍 애쓴 끝에 요사이 한결 나아졌다며 살짝 웃었다. 다른 부문도 아니고 부패방지 정도를 측정한 결과여서 주민들에게 설명할 길이 없던 마당에 겨우 체면을 살렸다는 것이다. 당연히 만족할 만하진 않았다. 조사 방법에 이의를 충분히 제기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쯤이면 설령 1등을 차지해도 내로라하기 쉽잖게 생겼다. 단체장이 뇌물 수수, 공금 횡령, 친인척 취업 청탁비리 혐의로 구속됐는데도 내부청렴도와 종합청렴도 모두 최상위권을 꿰찬 사례도 나타났다. 주민들에게 좋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량이 많아져 불만을 품는 공무원의 입김을 반영하거나, 그 반대로 작용하는 내부청렴도 조사를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전문가들로부터 받는다. 개선을 건의하기도 힘들었다. “성적이 바닥을 친 주제에 무슨…”이란 핀잔을 들을 게 뻔해서다. 그런데도 제도를 고치지 않는 것은 ‘우리 일에 딴지를 걸지 말고 그냥 따르라’는 트집일 따름이다. 이제 2018년을 서른 날 남짓 남긴 오늘, 멀지 않은 곳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생채기를 떠안게 될까. 경제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조금 더 높은 쪽에서 먼저 참말로 베풀 일이다. 더군다나 지도자라면 늘 눈에서 떼지 말아야 한다. 작게 보여도 은근히 짓누르는, 그늘에서 느끼는 절망이 더 사무치고 서러운 법이다. 관심을 덜 받을 터이므로. 바싹 뒤쫓아 온 ‘황금돼지’의 해를 기대한다. onekor@seoul.co.kr
  • [더 커지는 소득격차]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저소득층 벌이만 23% 쪼그라들었다

    [더 커지는 소득격차]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저소득층 벌이만 23% 쪼그라들었다

    최저임금 16.4% 오른 만큼 해고도 많아 극빈층 가구당 0.69명 취업… 16.8% 폭락고소득층은 되레 작년보다 11% 더 벌어“SOC 확대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 독려를”정부가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을 올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소득격차가 자꾸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로서는 소득 하위 20%(1분위)의 근로소득이 올 3분기(7~9월)에 지난해보다 22.6% 급감하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점이 뼈아프다.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16.4% 올리면서 저소득층 소득 증대를 꾀했지만 오히려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에 대한 주문이 쏟아지는 상황이 됐다. 자영업 경기 불황도 심해졌다. 경제의 ‘허리’인 소득 하위 40~60%(3분위) 가구는 사업소득이 11.9% 줄었다. 고용 악화와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 지갑이 열리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통계청은 22일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고용 시장과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줄었다고 밝혔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는 가구주와 기타 가구원을 중심으로 취업 인원 수가 16.8% 줄어들며 월평균 근로소득이 47만 8900원으로 1년 새 22.6%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단순노무직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계속돼 취약계층의 근로소득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올 3분기 1분위 가구당 취업 인원은 지난해 0.83명에서 0.69명으로 16.8%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취업자는 같은 기간 2.0명에서 2.07명으로 3.4% 늘었고 근로소득은 11.3% 증가한 730만 2300원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상용직 증가와 임금 상승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서민층 중심으로 사업소득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올 3분기 가구당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0.9%)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낮다. 특히 올 들어 1분위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사업소득 위축이 점차 중위가구로 확대되고 있다. 3분위 사업소득은 1년 새 11.9% 줄어든 87만 600원에 그치면서 2014년 4분기(-12.4%)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불황의 영향을 더 많이, 빨리 받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을 지원할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극화 심화는 소득 중간층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으로 제조업 구조조정에 최저임금 인상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면서 “새 산업과 기업이 일어나도록 산업 구조를 유연화하고 직업교육을 확대해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건설경기가 침체돼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소득이 줄었다”면서 “정부가 SOC 투자를 늘리고 민간에서 일자리를 더 만들도록 기업에 예산·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저소득층 벌이만 23% 쪼그라들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역설… 저소득층 벌이만 23%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을 올리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소득격차가 자꾸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로서는 소득 하위 20%(1분위)의 근로소득이 올 3분기(7~9월)에 지난해보다 22.6% 급감하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점이 뼈아프다.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16.4% 올리면서 저소득층 소득 증대를 꾀했지만 오히려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에 대한 주문상황이 쏟아지는 상황이 됐다.자영업 경기 불황도 심해졌다. 경제의 ‘허리’인 소득 하위 40~60%(3분위) 가구는 사업소득이 11.9% 줄었다. 고용 악화와 제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소비자들 지갑이 열리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은 22일 ‘2018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고 고용 시장과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줄었다고 밝혔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는 가구주와 기타 가구원을 중심으로 취업 인원 수가 16.8% 줄어들며 월평균 근로소득이 47만 8900원으로 1년 새 22.6%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단순노무직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계속돼 취약계층의 근로소득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3분기 1분위 가구당 취업 인원은 지난해 0.83명에서 0.69명으로 16.8% 줄었고 사무직 비율도 8.2%에서 5.1%로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1.3% 늘어난 730만 2300원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상용직 증가와 임금 상승 등을 주원인으로 꼽았다.서민층 중심으로 사업소득도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올 3분기 가구당 사업소득은 1년 전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0.9%)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낮다. 특히 올 들어 1분위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사업소득 위축이 점차 중위가구로 확대되고 있다. 3분위 사업소득은 1년 새 11.9% 줄어든 87만 600원에 그치면서 2014년 4분기(-12.4%)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불황의 영향을 더 많이, 빨리 받는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을 지원할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분위 가구의 경우 줄어든 근로소득을 이전소득이 보전하는 형태인데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소득 분배 격차에는 정책적 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를 더 늘리고 민간에서 일자리를 더 만들도록 기업에 예산·세제 등의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남북 철도 ‘그린 라이트’ 켠 美… 제재 예외 합의 땐 연내 착공식

    남북 교류 ‘美 제재 고수’ 장애물 제거 이산상봉·산림협력 조율도 가능해져 이도훈 “기술적인 문제만 남아있다” 철도 공동조사 제재 예외 뜻 모은 듯 미국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에서 남북 철도 공동조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큰 장애물 하나가 치워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제재 고수 방침에 막혀 초보적인 남북 교류협력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을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복안도 정체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는 더이상 제재할 게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해 미국이 양해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될 수 없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대북 제재 완화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일부 초보적인 남북 교류에 한해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취한 만큼 향후 남북 교류에 한해 대북제재 예외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미국이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한국 측의 설명을 듣고 ‘그린 라이트’를 켠 것과 같다”며 “워킹그룹에서 철도뿐 아니라 이산가족, 산림협력 등 모든 남북 교류사업에 대해 언급하기 때문에 한·미 간에 남북 교류와 관련해 원활한 의견 조율이 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번에 유연성을 발휘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운신의 폭을 미국의 통제권 아래 두기 위한 타협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하는 대신 한국이 미국과 협의 없이 앞서가는 상황은 허용치 않는 기조를 합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워킹그룹은 미국의 허가를 받고 안 받는 기구가 아니라 의견을 나누는 곳”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은 지난 8월 경의선 철도 북측 현지 공동조사를 하려 했으나,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 통과를 승인해주지 않아 불발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이 철도 공동조사의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고, 남북 관계 진전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판단해 공동조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이 “철도 문제는 기술적 문제만 남아 있다”고 언급한 것도 한·미가 철도 공동조사를 대북 제재 예외로 하는 데 대략의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재 예외가 최종 합의되면 연내 공동조사와 착공식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1차 워킹그룹 회의에서 남한 정부가 남북이 합의한 산림, 보건의료, 체육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미국 정부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해 전방위적으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초보적 단계에 그린 라이트가 켜질 전망이다. 남북 산림협력의 경우 양측은 양묘장 현대화 사업 추진 등에 합의했지만 이를 위한 기자재의 북한 반출이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후속 이행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강산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은 한·미 간 협의 테이블에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경우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대북 제재의 단일대오를 흐트려 놓을 수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해 미국의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광장] 호남 대망론/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호남 대망론/이종락 논설위원

    아직 섣부른 얘기다. 차기 대선 주자를 거론한다는 것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3년 이상이나 남은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차기 대권에 대한 관심은 늘 있다. 요즘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주로 회자되는 것은 ‘호남 대망론’이다.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남 장흥생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호남 출신이 대권을 움켜쥔다는 호남 대망론은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유권자 수를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광주광역시, 전라남북도를 합친 호남 인구수는 518만 2682명이다. 반면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북도를 아우르는 주민수는 1312만 1179명이다. 호남 인구는 영남 인구의 39.4%에 불과하다. 물론 상당수의 호남 출신 사람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숫자로는 열세다. 어쨌든 출신 후보에 따른 표 대결에서는 호남 대망론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실제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전북 순창 출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6.1%를 얻는 데 그쳤다. 호남을 기반으로 대선에 성공한 정치인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호남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가 골동품 취급을 받고, 이념과 정책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 유권자에게 여전히 지역 기반이 유효하지만 머릿수만 계산하는 옛날 방식의 정치 셈법은 사실상 끝난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통일이나 성장, 분배 등 확실한 프레임을 지니고 행동하는 실용주의 정치인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부상은 예사롭지 않다. 중도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 총리는 확장성과 안정감이 최대 강점이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무소속 서청원 의원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같은 날 오찬에서는 시중은행장들과도 회동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각 분야의 인사들과 접촉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측근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천거하고, 광주제일고 후배인 노형욱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국무조정실장에 승진시켜 앉히는 등 임명제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책임총리’의 위상도 굳힌 듯하다. 정치 이력상 친문(친문재인)과 공유할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약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친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낙연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는 등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한 점은 이 총리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52세라는 젊은 나이에 문재인 정권 2인자로서 또 다른 호남 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 주자다. 친문 본원은 아니지만 신친문 주류로서 문재인 정부 1기를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비서실장으로서 민감한 현안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국정 운영 능력으로 문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은 최대의 강점이다. 또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준비위원장으로서 차기 대권 주자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국회를 한창 뜨겁게 달궜던 ‘DMZ 선글라스’ 논란은 임 실장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 준 사례다. 임 실장도 청와대에서 나오면 급을 낮춰 통일부 장관을 희망할 정도로 ‘남북 문제 최고 전문가’라는 브랜드로 다음 대선을 준비할 태세다. 이 총리와 임 실장의 쾌속질주에 대해 “현재의 여론조사는 아무 의미 없다”고 폄하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역대 대선이 있는 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조차 1등한 주자들 중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박찬종(1997년), 이회창(2002년), 고건(2007년), 안철수(2012년), 반기문(2017년) 등이 ‘김칫국만 마셨던’ 후보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총리와 임 실장은 너무 빨리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역 구도보다는 세대 구도가 강해지고 있는 점도 이들에겐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역설적으로 ‘호남’을 버리고 자신만의 시대정신을 보여야 호남 대망론을 쟁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jrlee@seoul.co.kr
  • 사법농단 그들에게는… ‘미스 함무라비’도 블랙리스트

    사법농단 그들에게는… ‘미스 함무라비’도 블랙리스트

    ‘판사유감’ 등 저서로 알려진 문유석 판사 세월호 특별법 기고하자 ‘물의 야기 법관’김동진·김예영·송승용 판사 등도 포함 檢, 고영한 전 대법관 23일 피의자 소환 박병대 “사법농단 보고받은적 없다”부인저서 ‘미스 함무라비’로 알려진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글을 기고한 이후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 2015년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부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를 확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명단에는 음주운전, 성비위, 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관들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명단에 오른 문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한 언론사에 기고한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문 부장판사는 기고글에서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며 “어느 나라의 법률가든 이런 경우 혹시나 모를 후속 비극의 방지를 최우선적 목표로 보고 예외적인 절차적 배려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김예영 인천지법 부장판사,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도 명단에 올랐다. 한편 검찰은 이날 박병대 전 대법관을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거나 “보고받았더라도 사후적으로 보고받았다”며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검찰은 오는 23일 오전 고영한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부산법조비리 무마, 전교조 재판거래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8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단독]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도 블랙리스트에…세월호 기고글 ‘미운털’

    [단독]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도 블랙리스트에…세월호 기고글 ‘미운털’

    저서 ‘미스 함무라비’, ‘개인주의자 선언’, ‘판사유감’ 등으로 알려진 문유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세월호 특별법 관련 글을 기고한 이후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양승태 사법부가 작성한 인사 불이익 ‘블랙리스트’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1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에는 음주운전, 성비위, 폭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관들뿐만 아니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진보 성향을 띈 법관들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20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해당 문건에는 문 부장판사의 이름도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 부장판사는 지난 2014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당시 한 언론사에 기고한 ‘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순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으나, 박근혜 정부는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문 부장판사는 기고글에서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며 “어느 나라의 법률가든 이런 경우 혹시나 모를 후속 비극의 방지를 최우선적 목표로 보고 예외적인 절차적 배려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출간된 ‘판사유감’을 통해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현직 법관의 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하던 양승태 사법부는 문 부장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시켰다. 다만 2015년 문 부장판사는 인사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제 불이익을 받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옥 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것을 비판한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실제로 명단에 오른 직후 창원지법 통영지원으로 전보됐다. 이 외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조작 사건 1심 판결을 두고 판사 내부망 ‘코트넷’에 사자성어 ‘지록위마’를 언급하며 비판한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명단에 올랐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출신이자 진보 성향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회원인 김예영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2014년 법원장 등이 주도하는 사무분담지침규정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은 전날인 19일에 이어 이날도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외화내빈’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더 강하고 자주적이며 통합된 유럽연합(EU)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의 낮은 지지율과 반정부 집회 등의 위기 상황 속에서 ‘글로벌 지도자’를 자처하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 연방하원 연설을 통해 “유럽,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은 세계가 평화의 길로 가도록 인도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힘을 보여 줄 수 있는 길은 통합뿐”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EU 개혁안을 논의하며 메르켈 이후 자신이 유럽을 이끌 지도자라는 걸 부각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의 국내 지지기반은 일방통행식 정치로 인해 점점 위축되고 있다. 17일 프랑스 내 2000여곳에서 29만여명이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마크롱 정부는 지구온난화에 대비해 화석연료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며 1년간 경유 23%, 휘발유 15% 등 유류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생계 위협으로 여긴 저소득층은 마크롱의 퇴진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에는 오는 24일 파리에 모여 유류세 인상에 저항하자는 글이 올라오는 등 시위대의 2차 대규모 집회도 예고돼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5%로 지난해 5월 취임 당시 64%에 비해서 절반 넘게 떨어졌다. 영국 ‘옵서버’지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독자 안보, 유로존 통합 재정 개혁 등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외교 분야에서도 유럽 분열을 부추겼다고 혹평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금융권 정리해고 칼바람에도… 취업자 6%나 늘었다고?

    퇴직한 주식 단타족까지 ‘금융업’ 분류 車·조선 실업자 귀향도 농림어업 포함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 2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9개월째 10만명대 이하인 ‘고용 참사’ 상황에서도 금융·보험업과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각각 6%대, 4%대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의 경우 모바일 거래 이용자 증가 등으로 금융사들이 영업점과 직원을 줄이는 상황인데 오히려 통계에 잡히는 일자리는 늘어난 것이다. 농림어업도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그동안 일자리가 꾸준히 줄었는데 갑자기 지난해 5월부터 취업자 수가 반등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에서 이 같은 ‘일자리 미스터리’의 원인을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금융·보험업과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가 통계 작성 방법 등에서 오는 ‘착시 효과’로 추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18일 “금융권에서 정리해고 등이 많은데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이 이상해 들여다보는 중”이라면서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못했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해고 또는 퇴직한 사람들이 ‘주식 단타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금융·보험업 취업자로 분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은 조사원이 직접 집을 찾아가 취업 여부와 직종 등을 물어보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대부분 출근한 실제 취업자가 아닌 집에 있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예를 들어 은행 등에서 퇴직한 남편이 주식 단타족이 됐는데 아내가 고용동향 조사에서는 ‘금융업’으로 체크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통계청은 “증권을 비롯해 선물, 경마, 경륜 등의 투자활동을 하는 사람은 아예 취업자로 보지 않는다”면서 “통계작성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도 이 같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자동차와 조선 등이 주력 산업인 지역에서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 농사를 돕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가족들이 실업자라고 표시하는 대신 농림어업에 체크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자동차·조선 등 지역 주력 산업이 침체에 빠진 경북과 경남, 전북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올 3분기 전체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만 2000명 늘었는데 경북과 경남에서 각각 2만 5000명, 전북에서 1만 2000명 증가했다. 지난달에도 전국에서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5만 7000명 증가했는데 경북이 3만 4000명, 경남이 2만 7000명, 전북이 1만 3000명으로 1~3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농림어업은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만 취업자에 포함시킨다”면서 “집에서 쉬는 실업자가 농림어업 취업자 수에 포함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었다…해방촌, 찬미와 절망의 동거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었다…해방촌, 찬미와 절망의 동거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8회 서울의 영화1(유현목의 오발탄) 편이 지난 10일 용산구 용산2가동 해방촌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화인이 뽑은 ‘한국영화 100선’ 중 당당히 1위로 뽑힌 유현목 감독의 영화 ‘오발탄’의 무대를 누볐다. 영화의 원작인 이범선의 1959년작 단편소설 ‘오발탄’과 1961년작 영화 두 편 모두 서울미래유산 무형유산이다. 영화를 주제로 삼은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는 처음이다. 1950~60년대 한국전쟁 전후 오발탄의 무대인 해방촌이란 지명은 동네의 이미지일 뿐 행정지명이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외국인 거주자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HBC(해방촌의 영문 이니셜)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한때 서울에만 20만채 판잣집 이날 오전 10시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 집결한 투어단은 해방촌 입구의 명물 한신옹기를 지나 보성여고~해방촌 성당~해방촌교회~해방5거리~신흥시장~108계단~용산중·고교 간을 2시간여 동안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삭막한 풍경을 상상했다. 해설을 맡은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처음 시도한 영화투어에 현장감을 불어넣으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설문응답자들은 “해설 없이 걸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상에 빠졌다”, “몰라보게 변해버린 서울의 과거사를 떠올린 시간”, “불후의 소설과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서울은 초거대 도시이다. 1000만명이 606㎢ 안에 살고 있다. 1㎢에 1만 7000명꼴이다. 국토의 0.6%에 인구의 20%가 몰려 있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생활권역에 묶여 있다. 서울은 메가시티(Mega City)이면서 인접 대도시와 띠로 연결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ce)이기도 하다. 1935년까지 30만명 선에 머물던 서울인구는 일제강점기 대륙침략을 위한 거점도시화하면서 1942년 100만명까지 늘었다. 불과 반세기 만에 10배로 팽창했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100만명이 넘는 월남피난민, 중국과 일본으로 떠났던 해외동포의 귀환,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농민들이 마구잡이로 유입됐다. 1959년 수용한도를 초과해 200만명이 몰려들면서 도심과 남산, 인왕산, 북한산, 관악산 아래와 한강 주변에 난민이 대거 자리잡았다. 서울 인구는 1972년 600만명을 돌파한 뒤 1988년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 때까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마냥 마구 몸집을 불렸다. 판자촌은 북한에서 내려온 월남민들이 미군이 가져온 나왕, 미송 등 목재와 루핑, 깡통 등을 이용해 임시거처를 지은 데서 유래했다. 한때 20만채의 판잣집이 서울 곳곳에 달동네를 이루고 있었다. 한 맺힌 디아스포라의 절규이며 우리가 겪은 주거의 사회사이다. ●영화 속 판잣집 소통 불가의 현실 “해방촌 고개를 추어 오르기에는 뱃속이 너무 허전했다. 산비탈을 도려내고 무질서하게 주워 붙인 판잣집들이었다. 철호는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레이션 곽을 뜯어 덮은 처마가 어깨를 스칠 만치 비좁은 골목이었다. 부엌에서들 아무 데나 마구 버린 뜨물이, 미끄러운 길에는 구공탄 재가 군데군데 헌데 더뎅이 모양 깔렸다. 저만치 골목 막다른 곳에, 누런 시멘트 부대 종이를 흰 실로 얼기설기 문살에 얽어맨 철호네 집 방문이 보였다.…비틀어진 문틈으로 그의 어머니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자! 가자!’” 원작 소설 속 해방촌 묘사이다. 그러나 백 마디 글보다 영화 한 컷이 더 웅변적이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철호의 판잣집은 소통 불가의 현실이며,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이다. 로케이션 장면이 많은 영화는 근대적인 거리와 판자촌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공동수도 터, 푸세식 공동변소 등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눈앞에 펼쳐 보인다. 유현목 감독의 리얼리즘은 필설로 설명하기 어려운 해방촌의 가난과 절망을 영상으로 보여 준다. 영화는 군사혁명 당국으로부터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다.●해방 후 이북·해외서 온 동포들 용산으로 당시 용산은 일본인의,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도시였다. 한양도성 남산구간 바깥에서 한강까지 용산 전체의 20% 가까이 일본군영이 자리잡았고 나머지 지역은 철도부지와 일본인 거주지였다. 해방 이후 이북과 해외에서 들어온 동포와 월남민을 구제하기 위해 이 구역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남산 서쪽 기슭인 용산2가동 일대의 국유림에 정착지를 조성했다. 이때 38선 이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삼팔따라지’라고 냉대했다. ‘3·8’은 화투 도박에서 끗발이 가장 낮은 한 끗이므로 이를 비하해 한 끗짜리 인생이라는 뜻에서 따라지라고 한 것이다. 이들은 해방촌을 비롯해 이촌동, 용두동, 마장동 등지의 피난민촌에 모여 살았다. 해방촌이 자리잡은 남산 서쪽기슭은 인적이 없는 고요한 목장이었다. 김정호의 ‘경조 5부도’에 기록된 것처럼 갑오개혁 때까지 왕실 제사에 사용할 소와 양, 돼지를 키우던 전생서(典牲署) 터였다. 왕이 기우제를 지내던 남단(南壇)이 지척이었다. 이후 일제강점기 일본군 20사단의 사격장으로 변했다. 해방촌의 기원은 해방 직후 용산동 4가 일본군 관사에 무단 거주하던 월남 피난민 50여 가구가 서울에 진주한 미군에게 관사를 비워주고 미군 트럭에 실려 이곳에 내리면서 시작됐다. 1947년 평안북도 선천군 군민 400여 가구도 집단이주, 일본군이 관리하던 경성호국신사를 중심으로 피난살이가 본격화됐다.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인 1943년 대륙침략전쟁 당시 전쟁전사자를 추모하고 승전 분위기를 고취시키고자 마지막 발악처럼 건설한 신사가 바로 108계단으로 남은 경성호국신사다. 판잣집은 호국신사 간판과 건물을 떼어다가 지었다고 한다. 당시 신문기사에 따르면 호국신사 자리에 대형 천막을 세워놓고 천막 1개에 5~6가구씩 들어가 생활하다가 한 가구당 5~6평씩 불하를 받았다.●서북청년단·영락교회 영향력으로 탄생 1949년 주민들은 용산동이라는 동명을 해방동으로 바꿨다. 반공으로 똘똘 뭉친 서북청년단의 기세가 해방촌 건설에 한몫했다. 서북청년단의 비호 아래 해방촌은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방구가 됐다. 해방촌 형성과정에 영락교회의 영향력이 컸다. 영락교회는 분단과 전쟁 과정에서 월남민들 사이에서 ‘이북5도청’이나 마찬가지였다. “산등성이를 악착스레 깎아 내고 거기에다 게딱지 같은 판잣집을 다닥다닥 붙여 놓은 이 해방촌이 이름 그대로 해방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멀리 고향 쪽을 바라보며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철호 가족의 절망이 안타까운 영화에서 해방과 해방촌에 대한 역설이 등장한다. 당시 서울 인구의 반이 정부로부터 극소량의 식량을 배급받아야 하는 절대 빈민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해방촌이라는 지명은 해방을 맞아 몰려든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주민들 스스로 이곳에서 벗어나는 걸 해방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터부시 됐던 마을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쓰였다. 해방촌은 디아스포라의 섬이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눈에는 차를 타고 풍경을 요약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들어온다.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도시의 만보객은 현대문명에 반하는 오래된 것들을 찬미함과 동시에 도시 근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된 것들에 대해서도 절망감도 느낀다. 해방촌은 찬미와 절망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그 시간 속으로 걸어서 들어갔다가 나왔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 가리봉동(구로공단의 신화) ●일시 : 11월 17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 : 1호선,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7번 출구 ●신청·안내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 이재정 교육감 “경기도내 모든학교에 사서교사 배치”

    이재정 교육감 “경기도내 모든학교에 사서교사 배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4일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를 배치하고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를 확대해 학교현장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청 3층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는 수년간 요구 되어온 학교현장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독서교육과 토론교육 활성화를 위해 7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를 배치하고 기존 사서 배치학교에 대한 인건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480억원을 편성해 혁신학교 650교를 운영하는 한편 지자체와 협력해 혁신교육지구를 27개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혁신학교·혁신공감학교에 34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면 기존 540교에서 650개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이 교육감은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반드시 개정 및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교 무상교육은 국정과제로 교육청도 단계적 무상교육을 추진하고자 한다”면서 “이를위해서는 최근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무상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무상교육 소요 재원 마련 위해 시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아 교육의 공정성·투명성을 갖추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안)’도 통과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유치원의 부적정 회계 운영을 방지하기위한 방안으로 회계시스템 의무화,지원금의 보조금 전환, 유치원 정보공개 등 관련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유아들의 안전한 먹거리 보장과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한 영양관리를 위해 유치원 급식이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교통편이 없고,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돌봐주는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공립유치원의 선호도가 사립보다 낮다”며 “학부모들이 공립유치원에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통학버스 등 방안을 연구,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NRA “선이나 지키시지”에 의사들 피 묻은 수술복 보여주다

    NRA “선이나 지키시지”에 의사들 피 묻은 수술복 보여주다

    미국 최대의 총기 관련 이권단체 전국총기협회(NRA)가 의사들을 향해 “당신들 일이나 잘하라”고 했다. 그러자 의사들이 이에 반박하는 글을 해시태그 ‘#이게우리선이다(ThisIsOurLane)’를 붙여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의 한 바에서 괴한이 1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지 몇 시간 안돼 NRA는 트위터에 “누군가 잘난 척하는 총기 반대 의사들에게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적었다. 의사들이 환자가 총상을 입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없어 대신 자신의 옷에 묻은 혈흔 사진들을 보여주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참지 못한 것이었다. 7만여명이 해시태그를 공유한 글 가운데 유타주의 트라우마 전문의인 데이비드 모리스(42)가 지난 9일 올린 글이 가장 나긋하지만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표현했다고 영국 BBC가 12일 전했다. 그는 “누군가의 심장이 멈추는 순간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우리 의사들에게 선 안의 일인지, 선 밖의 일인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점잖게 꾸짖었다.모리스는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은 우리 의사들이 접하는 현실을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총기 폭력에 대한 진부한 철학적 논쟁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러 사진 속 총상 환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거냐고 묻자 “트라우마 속에서 일하는 나나 모든 다른 의사들에게 셀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자신은 총기 반대주의자도, NRA 반대 운동가도 아니라며 “폭력이 진짜 문제다. 그런데 총기는 매개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 문제를 연구할 기회를 만들어 상황을 낫게 만들 과학적 방법을 적용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중 의학의 관점에서 총기 문제를 다뤄보자는 것인데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널리 알려져 있듯 NRA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총기 관련 연구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500만 달러를 쏟아부어 정치권 상대 로비를 벌였다. 지난 3월 CDC가 총기 폭력의 원인을 규명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1996년 법안 때문에 총기 규제를 변호하거나 홍보하는 기관의 설치는 차단되고 있다. 스테파니 본느란 여의사는 10일 “NRA는 선을 지키라고 하는데 내 선은 파트너에게 총을 맞은 임신 여성이다. 그녀는 아기가 총알을 대신 맞은 덕에 목숨을 건졌다. 산산조각 난 아이를 분만해야 하는가? #이게내선이다(ThisisMyLane). 당신 선은 뭐냐?”고 되물었다. 엘리 월리스란 여의사도 “17세 아들의 어머니에게 다시는 아들을 안을 수 없다고 말하기 전에 내 신발에 묻은 피를 닦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게 내 선이다. 하루만 나랑 일해보면 총기 폭력이 우리 나라에 미친 영향을 실감하게 될텐데”라고 적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부검의로 일하는 여의사 주디 멜리넥(49)의 글도 많은 이들에게 공유됐다. 부검 트레이닝 과정을 소개한 베스트셀러 ‘Working Stiff’ 저자인 그녀는 12일 “부검의보다 총상을 입고 사망한 환자를 내밀하게 본 이는 없다. 우리야말로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다. (그러므로) 우리는 얘기해야 한다”고 적었다. 멜리넥 박사는 “NRA가 의사들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말한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한 주라도 우리 검시소에서 미국인이 총기에 쉽게 접할 수 있어 벌어진 참혹한 결과를 보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총격전 와중이나 부모의 총격을 받고 숨을 거둔 어린이들을 포함해 총상 사망자 부검을 300회 이상 실시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지금, 이 영화] ‘트럼프의 시대’ 들고 온 무어… 불의에 굴복한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지금, 이 영화] ‘트럼프의 시대’ 들고 온 무어… 불의에 굴복한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마이클 무어 감독이 돌아왔다. 그의 이번 타깃은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이다. ‘화씨 11/9’라는 제목부터 그렇다. (부제 ‘트럼프의 시대’는 한국 배급사에서 붙였다.) 재작년 11월 9일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 날이다. 그러니까 화씨 11/9는 그때부터 진실을 말소하는 정치 온도가 한층 더 높아졌음을 가리킨다. 또한 공교롭게도 이것은 무어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한 영화 ‘화씨 9/11’(2004년 개봉)의 숫자만 뒤집어 놓은 타이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전작의 맥락과 의미를 잇는 후속작이란 뜻이다.우선 무어는 트럼프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가를 따져 묻는다. 정치 전문가 중 그의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우연처럼 보인다. 어쩌다 보니 다양한 상황이 기묘하게 맞물려 그가 집권하게 됐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무어도 모든 것이 싱어송라이터 그웬 스테파니로부터 시작됐다고 이야기한다. 사정은 이렇다. 2015년 당시 스테파니는 트럼프보다 방송 출연료를 많이 받았다. 이 사실에 트럼프는 자존심이 상한다. ‘어떡하면 내가 훨씬 유명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거대한 쇼를 연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짜 대통령 출마 선언이었다. 트럼프는 고용한 엑스트라들을 자기 지지자로 꾸며 유세까지 했다. 이후 과정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그의 쇼는 현실이 됐다. 관객에게 무어는 다시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데는 우연뿐 아니라 여러 필연도 작용했다고. 두 가지만 꼽아보자. 하나는 언론사,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다. 언론사는 트럼프의 온갖 자극적인 언행을 앞다퉈 보도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사가 담합해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도운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민주당도 비슷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힐러리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고 경선 투표 집계까지 조작했기 때문이다. 버니 샌더스 열풍을 협잡으로 억누른 민주당은 ‘민주’의 가치를 스스로 저버렸다.이러니 미국에 트럼프의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를 놓고 봐도, 그의 시대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어는 트럼프의 전제주의 행태를 경고한다. 동시에 그는 불의에 굴복한 미국의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미국의 미래를 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영화 곳곳에 무어는 그럴 수 있는 잠재성을 배치해뒀다. 예전에 그가 책에 썼던 구절이 힌트가 될 듯하다.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아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생각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중) 변화에 대한 믿음과 실천이 진실을 말소하는 정치 온도를 내린다. 무어는 강력 냉각제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제2 양진호 많은데…野 “괴롭힘 정의 모호” 법안 반대

    제2 양진호 많은데…野 “괴롭힘 정의 모호” 법안 반대

    고용장관까지 읍소했지만 심사명단 빠져 “법안 통과돼야 괴롭힘 모호성 합의 가능”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충격적인 갑질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나서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심사를 읍소했지만 12일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법안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의 괴롭힘을 근절하자는 취지의 법안은 그간 꾸준히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를 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소속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 공연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장 갑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도입도 급물살을 탔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피해근로자 보호법’이란 이름으로 두 건의 법안이 올라왔다. 환노위는 두 법안의 취지를 담은 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이 모호하다’며 발목을 잡았다. 특히 법안소위 심사 명단에 오르지 못한 것엔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출신인 이완영 한국당 의원도 “직장 내 괴롭힘 정의가 모호해 사업장에 혼란이 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 장관은 지난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지만 야당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장에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음에도 결국 심사법안 명단엔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직장 내 따돌림이나 권력을 이용한 업무 외적인 지시 등은 명백한 괴롭힘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 정의하긴 모호한 측면도 있다. 오히려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이런 모호성을 없애고 우리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최소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익단체 ‘직장갑질 119’에서 활동하는 최혜인 노무사는 “현행법 체계에선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법안이 통과돼야 여러 갑질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고 사회적 합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주요 내용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나눠 담았다.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정의했고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람은 누구나 사업주에게 관련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산재보험법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정신질환에 대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들어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정부의 책임 등이 명시됐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美우선주의, 1차대전 혼란과 닮았다”… ‘공공의 적’ 된 트럼프

    “美우선주의, 1차대전 혼란과 닮았다”… ‘공공의 적’ 된 트럼프

    “오늘날의 국제 정세는 1차 세계대전 이후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의 전간기(1918~1939년)와 유사하다.”1차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은 11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현재를 ‘불안정한 평화의 시기’로 규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우선주의와 일방적 대외정책 기조를 버리고 세계평화를 위한 미국의 전통적 역할로 회귀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집권 후 굳어진 미 보호무역·고립주의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평화포럼 연설을 통해 ”현 정세는 1차대전 전후의 20세기 혼란기와 비슷한 점이 있으며 (2차대전 직전인) 1930년대와 닮은 점이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포럼 연설에서 “1차대전은 고립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보여주며, 편협한 국가주의자들의 관점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다자적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파리 개선문 앞에서 주최한 기념식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는 애국심과 정확히 반대되는 것”이라며 “전쟁의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오래된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평화포럼에는 불참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1차대전은 1914년 7월 세르비아 민족주의자가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암살함으로써 우발적으로 촉발됐지만 본질은 서구 열강 간 제국주의와 배타적 민족주의가 충돌해 인류 최초의 총력전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등 세계의 ‘균형자’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1차대전 후 1920년대의 미국이 국제연맹에 가입하지 않는 등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유럽을 휩쓴 파시즘 광풍을 제어하지 못해 2차대전 참화로 이어졌듯 현 시점에서도 포퓰리즘과 편협한 민족주의, 고립주의를 방치할 경우 또다시 국가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날 바티칸에서 “1차대전은 여전히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추구하라는 모두를 향한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1·2차대전 당시 연합국으로 싸웠던 미국·프랑스·러시아는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합의 및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반면 전범국으로 낙인찍힌 독일은 1차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이해서도 사죄를 표현하며 인접 국가들과 우호를 다지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1차대전 당시 적국인 영국을 찾아 1·2차대전 전몰장병을 기리는 런던의 세노파트 기념비에 헌화했다. 그는 지난 9일에는 베를린에서 유대인 학살의 시발점이 된 1938년 ‘크리스탈나흐트’ 사건(나치의 유대인 상점·주택 공격)에 대해 반성하며 증오 등 민주주의의 적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송정빈 서울시의원 “아리수 홍보의 시작은 쾌적한 음용환경 조성”

    서울시 관내 초·중·고교에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의 만족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정빈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 제1선거구)이 지난 9일 열린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교내 설치된 아리수 음수대를 사용하는 학생 및 교직원의 32.6% 가 불만족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월 실시된 ‘학교 아리수 음수대 음용 만족도 조사’는 상수도사업본부 주관 하 서울시 관내 36개교 108학급 3,437명의 학생 및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주요 내용으로 ▲아리수 음수대 음용률 및 만족도, ▲학교에서의 음용 횟수 및 주로 마시는 물의 종류, ▲아리수 음수대 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한 설문결과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아리수 음수대를 사용하지 않는 1,426명의 사용자 중 무려 65.5%(934명)가 아리수 음수대의 상태를 ‘불결하다’ 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아리수 음수대 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집에서 가져온 물이 있어서(32.7%) ▲그냥 내키지 않아서(32.3%) ▲음수대 주변이 지저분해서(22.3%) 등의 사유가 집계돼 아리수의 안정성에 대한 학생들의 의심과 부정적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송 의원은 ‘결국 아리수 음수대의 청결과 성능유지를 위한 관리적 측면이 학생들의 아리수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며 ‘관리가 특히 취약한 일부 학교를 선별해내어 수도세 감면을 취소하거나 상수도사업본부가 직접 관리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 며 집행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아리수 음수대를 도입, 사용하면서도 학교 측이 별도의 정수기를 사용한다는 문제점도 아울러 지적됐다.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한 학교에서 별도의 정수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서울시가 규정한 ‘아리수 음수대 설치기준’ 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송 의원에 따르면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한 고등학교의 33%(106개 학교)가 별도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아리수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알리는 첫 발은 쾌적한 음용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며 상수도사업본부에 의한 음수대 직접관리 강화대책과 주기적 현장점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혁신성장, 규제완화에서 더 나아가 시장 조성을/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혁신성장, 규제완화에서 더 나아가 시장 조성을/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경제가 좋지 않다. 최근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꺼번에 교체됐는데, 이유야 많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세계경제 등 주변 여건에 따른 일시적인 어려움이라기보다 한국 경제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을 주요 경제정책 방향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혁신성장은 새로운 기술, 산업, 기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했으며 데이터 경제의 활성화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혁신성장 전략은 이전 정부들의 정책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그것이다. 정책 지원 대상이나 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개척한다는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혁신을 위해 규제완화를 강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기존 규제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수많은 사례를 통해 제시됐다. 장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규제완화를 역설하기도 했다. 사실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완화를 강조한 것은 그 이전의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20년 전이다. 과거에 만들어진 규제가 현재의 경제활동을 방해한다면 고치거나 없애는 게 맞다. 미래의 경제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규제도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규제를 없애고 바꾸었는데도 여전히 규제개혁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면 이것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규제개혁의 시늉만 냈거나 게을리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혁신성장을 위해 제시할 수있는 정책 방안이 별로 없어서 규제완화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혁신성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규제완화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물론 기존 규제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겠냐마는 정부의 역할은 규제완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을 조성하는 데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산업을 여는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뛰어놀라는 허락을 받았어도 뛰어놀 곳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정부가 부쩍 강조하는 데이터 경제의 예를 들어 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불리는 데이터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규제완화, 재정지원 등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장제도를 정비하고 시장의 기초를 닦는 일은 지지부진하다. 우선 여러 갈래로 분산돼 있는 정보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정보의 보호·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들 수 있다. 한국의 데이터 관련 산업이 낙후된 것은 정보 관련 법규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으로 분산돼 있는 데다 중복·유사 조항이 많아 법 적용이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개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를 감독하는 정부 부처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여러 곳으로 분산된 것도 문제다. 감독 당국을 일원화하거나 보다 효과적인 체계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의 소유권 또는 이용권을 정함으로써 데이터 시장의 기초를 닦으려는 시도를 찾기도 어렵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티롤 교수에 따르면 향후 경제에서는 데이터가 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이 될 것이므로 데이터의 소유권 및 이용권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물론 데이터의 소유·이용과 관련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경우에 얼마만큼의 권리가 기업에, 또는 소비자에게 귀속되는지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이 문제를 도외시하거나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해답을 내리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데이터 강국’의 슬로건은 이들과 어깨를 견주거나 더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 [책꽂이]

    [책꽂이]

    유빙의 숲(이은선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은선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재난이나 사고, 질병으로 극한의 고통에 처한 인물들이 잔혹한 현실을 통과해 어떻게든 살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는 이들이야말로 삶에 대한 가장 지극한 애정을 가진 존재들임을 역설해 보인다. 296쪽. 1만 3000원.레트로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아르테 펴냄) 유럽 지성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작. 노학자가 진단한 오늘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중계되는 타인의 삶과 음모론·가짜뉴스로 인한 불안감에 아무것도 없는 원초적인 세계 ‘자궁’으로 돌아가고만 싶은 시대다. 272쪽, 2만원.사라진 후작(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북레시피 펴냄) 올해로 130살을 맞는 명탐정 셜록 홈스. 그에게 열네살짜리 여동생이 있다면?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던 에놀라 홈스는 젊은 후작의 납치 사건에 연루돼 홈스 가문 특유의 ‘촉’으로 후작을 찾아나선다. 사회제도에 억압된 여성상에 반기를 든 발칙한 탐정의 좌충우돌 모험기. 260쪽. 1만 3000원.마르크스주의 100단어(미카엘 뢰비·에마뉘엘 르노·제라르 뒤메닐 지음, 배세진 옮김, 두번째테제 펴냄)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방대한 정보들 중 100개를 추려 그 핵심 개념만을 담아 작은 사전 형식으로 엮은 책. 프랑스에서 철학·사회학·역사학·경제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저자 3명이 각각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한 항목들을 작성하고 이를 정리했다. 256쪽. 1만 5000원.땅의 역사 1·2(박종인 지음, 상상출판 펴냄) 27년차 여행전문기자로 활약한 저자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인문 기행 코너 ‘땅의 역사’를 책으로 묶었다. 우리 땅 방방곡곡에서 찾은 역사의 여러 흔적 중 고대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증 내·외상’을 남긴 사건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각 336쪽, 352쪽. 각 1만 6000원, 1만 6500원.지금 오는 이 시간(심상옥 지음, 마을 펴냄) 오래 흙을 만져온 도예가이면서 서정시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시인의 신작 시집. 오랜 도예창작과정에서 터득한 원숙한 예술적 안목을 바탕으로 풍부한 삶의 지혜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구현해 냈다. 128쪽. 1만 2000원.
  • 중국의 눈엣가시 달라이 라마, 후계자 나온다

    중국의 눈엣가시 달라이 라마, 후계자 나온다

    인도에 망명중인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83)의 후계자를 뽑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이르면 이달 29일 시작하는 고승(高僧) 위원회에서 후임 선임을 할 수 있다”고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VOA 등과 가진 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자신의 후계자는 ‘고승’이거나 ‘20세 안팎의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를 떠나 인도 다람살라에 근거지를 두고, 티베트인들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반중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이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이냐는 것은 중국 정부의 중대한 이해관계이자 국제사회의 관심거리가 돼 왔다. 달라이 라마의 이같은 후계선임 절차 공개는 연고권과 승인권을 앞세운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매체들은 지적했다. 앞서 티베트 망명 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는 지난 1월 티베트 불교 각파 고승들이 2018년 말 혹은 2019년 초 다람살라에 모여 달라이 라마 15세의 선출 방법 등에 관한 논의에 들어간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달라이 라마 15세 경우 현행 윤회전생 제도 외에 로마교황청처럼 고위 성직자인 추기경에 의한 비밀투표 선출, 달라이 라마의 지명 가운데 방식을 선택해 뽑게 될 것이라고 롭상 상가이 총리는 설명했다. 고령인 달라이 라마에 대해 근년 들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의 후계를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커졌다.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독립분자‘로 적대시하는 중국은 달라이 라마 15세를 지명할 권리가 있다고 고집하면서 후계자 선임에 개입할 의사를 확인, 망명 티베트인 사회의 경계감을 불렀다. 달라이 라마도 자신의 사후 중국 정부가 고분고분한 후계자를 뽑아 티베트 통치에 이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현행 ‘티베트 불교 활불 윤회전생 관리법’(活佛轉世管理辦法)에 근거해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 등 공인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2011년 정교(政敎) 분리를 선언한 달라이 라마는 2014년 환생을 찾는 방식으로 이어진 티베트 불교의 전통적인 후계자 선정을 더는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앞서도 여러차례 “(현임 달라이 라마가) 죽기 전에 후계자를 선정하는 방법이 안정적”이라면서 “과거 후계자를 둘러싼 분쟁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달라이 라마 서거 후에 윤회전생 전통에 따라 후계자를 선임할 경우, 수년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 15세 지명을 강행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티베트 인들은 우려해 왔다. 이를 염려해 달라이 라마 본인도 자신의 사후 윤회전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