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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한일 양국 관계의 전제 부정 움직임 유감…한국에 적절 대응 요구”

    아베 “한일 양국 관계의 전제 부정 움직임 유감…한국에 적절 대응 요구”

    “시정연설서 ‘비난전’ 적절찮아 北문제 연대만 韓언급”“헌법에 자위대 명기는 국방 근간”…개헌 필요성 주장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등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를 비롯해 지금까지 양국이 쌓아온 관계의 전제마저 부정하는 듯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30일 말했다. 아베 총리가 징용배상 판결 등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올들어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대표질문에 나선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의 향후 한일관계에 대한 질의에 답하는 “국제법에 근거해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주장해야 할 것을 주장,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 등으로 갈등이 격화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이날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비난전’처럼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 한국에 대한 언급은 북한문제에 관한 연대에 그쳤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기하는 방안에 대해선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대원의 정당성을 명문화하는 것은 국방의 근간에 관련된다”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생환 부의장, 느린학습자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성 강조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1월 28일 오후2시 서울시의회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열린 ‘학교 밖 경계선지능 청소년 실태 및 맞춤형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학교 밖 학업중단 경계선 지능 청소년의 발굴과 다른 장애와는 구분된 맞춤형 사회적 지원 서비스 정책을 촉진하고자 ‘사각지대 안의 사각지대, 학교 밖 경계선지능 아동·청소년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서울시의회 제9대 후반기 교육위원장을 지낸 김생환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느린학습자라고 불리는 경계선지능 아동과 청소년들이 전국적으로 80만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교육청의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느린학습자를 위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김 부의장은 “학교 밖 학업중단 경계선지능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개념수립과 국가차원의 조사 및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대책 수립을 위한 논의와 결과물이 도출되길 바라며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김수완 사단법인 DTS행복들고나 사무국장의 ‘현장에서 만난 학교 밖 경계선지능 청소년 실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학업중단예방 및 대안교육지원센터장의 ‘학교 밖 경계선지능 위기 청소년의 발굴 및 맞춤형 지원정책을 위한 제언’ 발표가 이어졌다. 또한 현선미 서울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팀장과 김민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사무국장,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지우영 사단법인 DTS행복들고나 이사장의 주제토론도 진행됐다. 한편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을 비롯한 강동길(성북3), 송재혁(노원6), 채유미(노원5) 등 4명의 시의원이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여 학교 밖 경계선지능 위기 청소년을 위한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광역의회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국 역사상 최고 인기 드라마 ‘연희공략’ 금지 왜?

    중국 역사상 최고 인기 드라마 ‘연희공략’ 금지 왜?

    중국 관영언론이 청나라 황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연희공략(延禧攻略)’ 등 사극에 대해 너무 난잡하다고 비난한 이후 방송극에서 드라마 방영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연희공략’은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감상횟수 50억회 이상을 기록하고 세계 90개국에 수출되는 등 중국 드라마 역사상 제일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드라마 1위로 집계되기도 했다.하지만 베이징일보가 지난 25일 궁중 사극의 5대 죄상을 열거하며 그 폐해를 역설하자 지방 방송들이 일제히 사극 방영 취소에 나섰다. 베이징일보는 궁중 사극의 줄거리가 중국 사회에 황족의 생활방식을 추종하는 기풍을 조장하고, 사치 향락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주의 이념을 해치는 병폐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둥팡위성TV가 청 건륭제 시기의 후궁의 암투를 그린 ‘여의전’(女懿傳)을 방송하기로 했지만 리얼리티쇼로 교체했고, 저장위성TV와 산둥TV에서 방송되던 같은 시기 후궁들의 이야기인 ‘연희공략’도 ‘즉결처단’돼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특히 산둥TV는 ‘연희공략’ 대신 상하이에서 사랑과 성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다섯 여성을 그린 인기 현대극 ‘환러송(歡樂頌)’을 방영했다. 베이징일보는 사치 조장 죄상이 심각한 사극들을 열거했는데 이 가운데 ‘연희공략’ ‘여의전’ 등이 포함됐다. 사극 드라마 제작진들이 시청자에게 지나치게 자본주의적 가치를 심어준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연희공략’은 청나라 황실 여인들의 화려한 의상과 머리장식, 손톱보호 도구 등으로 여성 시청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여주인공이 전형적인 중국 사극과 달리 언니의 비극적 죽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직접 궁으로 뛰어들어 밑바닥 궁녀부터 시작해 온갖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건륭제의 사랑을 얻어낸다는 것이 줄거리다. 한 중국 네티즌은 “봉건제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한계를 뚫었는지를 보여준 ‘연희공략’이 가진 페미니즘적 가치가 폄하됐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그래, 이제 방송국에서 매일 틀어대는 반일 드라마나 보자”고 비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가 사극을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그럴만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사회평론가 장리지아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꼼수를 쓰고 악랄하게 대하는 사극 드라마의 줄거리는 현대 중국의 도덕적 타락을 조장할 수 있다”며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결국 당국이 나서서 금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정도경영으로 잘못된 관습 바꾸자” 태광 임수빈 위원장 경영혁신 선언

    태광그룹 임수빈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이 “정도경영으로 태광그룹을 변화시키자. 모든 잘못된 관습들을 다 바꾸자”며 경영 혁신을 역설했다. 태광그룹은 지난 25∼26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에서 워크숍을 열고 ‘고객 중심의 정도경영’을 기업 가치로 선언했다고 28일 밝혔다. 태광이 지난달 영입한 임 위원장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재직 시절 중 광우병 논란과 관련한 이른바 ‘PD수첩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직 상부와 마찰을 빚다가 검찰을 떠난 인물이다. 앞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다 ‘황제 보석’ 논란에 휩싸여 재수감됐다. 이 때문에 정도경영 선언이 다음달 이 전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그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교육부, 학교 운동부 특별점검…‘성폭력 은폐’ 한체대 감사

    교육부, 학교 운동부 특별점검…‘성폭력 은폐’ 한체대 감사

    교육부가 전국 모든 학교의 운동부 실상과 합숙 훈련 실태에 대해 특별 점검을 한다. 특히 빙상계 성폭력을 은폐·축소하는 데 일조한 한국체육대학교가 2월 중 종합감사를 받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어 학교 운동부 성폭력을 근절할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 당국은 현행 지침에 따라 학교운동부 지도자에게 인권 및 성폭력·폭력 예방 교육이 연 1∼2회 시행되고 있는지, 또 선수들을 대상으로 연 2회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월 1회 상담이 시행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또 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이 침해당했는지 여부도 살펴본다. 학교운동부 내 학생과 지도자의 성별이 다른 경우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교운동부 지도자 전원은 학기 시작 전까지 폭력·성폭력 예방 교육을 완료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엘리트 중심의 선수 육성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학사관리와 최저학력제 내실화를 강화하고, 체육특기자 선발에 학생부 반영을 의무화하는 등 내년 시행 예정인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도 정착될 수 있도록 점검한다. 한편 교육부는 내달 이뤄질 한국체대 종합감사에 성폭력 문제를 다룰 전문가를 비롯해 체육특기자 입시 담당 직원 등 전문성을 가진 인력 14명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감사에 앞서 교육부와 한체대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비리 신고와 공익 제보도 접수한다. 유은혜 부총리는 “체육계 비리를 강도 높게 조사해 엄정히 처리할 계획이며, 학생 선수 보호를 위해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역설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다보스 간 황창규 “5G 이동통신 한국이 주도”

    다보스 간 황창규 “5G 이동통신 한국이 주도”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국제비즈니스위원회(IBC)에 참석, 전 세계 정·재계 리더들에게 “5G 이동통신은 미국, 중국이 아닌 한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고 K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G를 주도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황 회장은 미국, 중국의 5G 경쟁력은 장비 경쟁력이며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자율주행, 원격진료 등은 플랫폼이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애플도 5G를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쿡 CEO는 “5G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거나 황 회장을 미국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황 회장은 연임할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2014년 처음 선임된 황 회장은 3년 임기 동안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통신기업을 6년 이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며 “앞으로 KT를 이끌 사장단, 부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곧 시작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시진핑 “뉴스 제작에 인공지능 사용하라”

    시진핑 “뉴스 제작에 인공지능 사용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문사를 직접 방문해 미디어의 통합 발전을 촉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5일 시 주석이 리커창 총리를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이끌고 인민일보 신매체 사옥에 도착해 언론의 융합 발전에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인민일보의 디지털 방송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통한 뉴스 전파 상황을 듣고 뉴스와 사상 및 정치 학습 등이 담긴 디지털 단말기 등을 둘러봤다.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을 통한 뉴스 접근은 미디어의 중요한 혁신으로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민일보의 대중 선동 기능을 강조하면서 “인민에게 보다 친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민일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민을 위하는 신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 공산당 신문과 간행물 등이 위챗과 인터넷TV 등 뉴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중국인들에게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공산당의 목소리를 여러 계층에 전달해 여론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휴대전화를 통해 뉴스를 전파하는 모바일 우선 전략을 고수하고, 대중 매체가 여론 주도 등에 대한 확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뉴스 수집과 제작 및 배포, 수신 피드백 등에서 인공지능 사용을 탐구해 여론 주도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특히 “많은 기자들이 농촌의 탈빈곤 현장을 학습 경험의 장으로 삼아 견문을 넓히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집권 2기 들어 공산당 집권의 중요한 기반인 언론 통제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직접 현장 시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인민일보사 방문은 지난 2016년에 이어 3년 만으로 당시에는 공산당의 장기 집권을 위해서는 인터넷의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공동으로 2019년 1월 23일 오후 2시 ‘2019년 서울시마을미디어 정책 토론회’를 열고 서울시 마을미디어의 향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놓고 전문과들과 다각도의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마을미디어는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신문, 라디오, 영상매체 등을 이용해 지역 사회의 현안, 행사 등을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300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주민이 주인인 미디어’를 표방하고 있어 주민들이 일상을 서로 공유하고, 생활의 문제를 발견하여 토론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마을미디어는 흔히 ‘풀뿌리미디어’, ‘자치미디어’로도 위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은 2012년부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올해까지 8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2018년에는 1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마을미디어의 콘텐츠 제작, 마을미디어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총 76개의 마을미디어가 지원을 받았다. 2019년에는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노력으로 관련 예산이 11억 5천만원으로 증가했으나, 관련 사업은 7년째 비슷한 유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서울시의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적으로 있었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춘례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1)은 마을미디어를 “서울시의 각 지역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미디어로 이웃과 소통하고 생활 속의 건전한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토론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마을미디어의 건전한 활성화가 도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허경 이사는 현재의 서울시 마을미디어 정책이 “정책 비전의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법적근거를 확보하고 정책순환체계를 고도화하는 등 정책의 질적 도약을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는 충분하지도 못했고 성과도 없었다”고 안타까워하며, “마을미디어가 미디어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지향하고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서울시가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올해의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의 연계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송덕호 대표는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이 법적근거도 없이 8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것은 각 마을미디어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업의 프레임, 콘텐츠 유통을 위한 통합 플랫폼 등 중장기적으로 마을미디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서울시도 서울시의회처럼 본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열린 각 전문가들의 마을미디어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공론화 되었다. 전민주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은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의 주체자는 마을 주민들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교육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마을미디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독자적이고도 경쟁적인 콘텐츠의 확보·토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향후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을 마을소통 지원 사업으로의 격상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원 tbs교통방송 방송정책자문관은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체계와 역할에 대한 원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지원체계가 미세해질수록 사업이 관료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지역민주주의의 토대라는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장영희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장은 “서울시는 ‘마을미디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효시자이자 창시자”라면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마을미디어의 저널로서의 역할이 앞으로도 더욱 발전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을미디어 사업의 담당부서인 서울시 강지현 문화예술과장은 “향후 시와 자치구 간의 역할분담과 지원체계를 공동으로 다듬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마을미디어를 서울시에서도 부처 여러 곳에서 담당하다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도 애를 많이 먹고 있다. 향후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토론자로 나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한아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1)은 먼저 “마을미디어의 공동체적 성장단계를 고려해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역할도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 의원의 지적대로 중앙정부격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 문화본부의 마을미디어 지원 정책은 미디어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유사하게 설계되어 있다. 오한아 의원은 “초점을 달리해 중앙정부는 ‘미디어’, 서울시는 ‘공동체’적인 성격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마을미디어 지원 조례 및 전담부서에 대한 필요성도 역설했다. 다만 “마을미디어 사업이 근원적으로 서울시 문화본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앙정부에서는 본 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인 것도 고려가 필요하고, 근원적으로는 마을공동체 사업의 일환이므로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체계적으로 사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부서배치부터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당일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창원 위원장(더불어민주당, 도봉3)은 “마을미디어가 참여 민주주의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 강화가 화두인 이때에 주민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마을미디어를 활성화 하는 것은 서울시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서울시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한 “관련 조례나 담당 부서에 대한 부분도 서울시의회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며,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한편 이날에는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노원4)를 비롯한 많은 서울시의원들이 토론회에 참석해 마을미디어에 대한 서울시의회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반증했다. 뿐만 아니라 신태섭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이강택 tbs교통방송 대표 등이 축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는 페이스북 ‘성북마을미디어센터’ 페이지 에서 생중계 되었으며, 페이지를 방문하면 토론회 전체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文대통령, 외부와의 소통에 문제… 직언하는 참모 있어야”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文대통령, 외부와의 소통에 문제… 직언하는 참모 있어야”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안 나오는 건 최저임금만 가파르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복지 증세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84%(2017년 6월 2일)와 45%(2018년 12월 11일).’ 문재인 정부 지지율의 최고치와 최저치다. 집권 1년 반 만에 절반 가까이 빠졌다. 이는 상당 부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과 고용 악화, 경기 하락 등 경제정책의 실패에 따른 결과다. 이에 야당 등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첫 정책실장을 지낸 국내의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 이정우(68)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17일 서울 남대문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 이사장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등에서 “정부가 당장의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조급증을 버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최근 경기 하락은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정부 정책의 실책도 원인으로 꼽히는데.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로는 부동산 폭등 등 불평등 심화와 불로소득 팽창에 따라 혁신성장이 이뤄지지 못하고, 대·중소기업 간의 공정경제 구조가 미흡하며, 증세 등을 통한 적극적 재정정책이 부족하다는 걸 꼽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처방으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라는 정책 방향을 설정했고, 이는 잘 잡았다고 본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은 옳았는데 처방 약을 너무 약하게 썼다. 그래서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계속 고통을 받고 병은 낫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토지 보유세 강화와 복지 증세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앞서 밝혔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면 중산층 서민의 소비 진작 효과가 커지면서 지난해 우리 경제는 3~4%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다(실제로는 2.7% 기록).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인 성장과 분배, 고용이 살아나려면 순서가 중요하다. 분배가 잘되면 성장이 일어나고 고용이 따라오게 돼 있다. 정권 초반에 “마차(일자리)를 말(경제성장) 앞에 둘 수 없다고 지적한 까닭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평가는. -적정 수준은 5~10% 인상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친 명목GDP 성장률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 바람직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보완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가 정부의 ‘실적 쌓기’용으로 변질되고, 정작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가 영국이 1795년 저임금 농업 노동자의 빈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마련한 스피넘랜드(Speenhamland) 제도다. 자본가는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을 주면서 부족액은 보조금으로 메우려 했고,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보장되니 노동생산성이 급속히 떨어졌다. 생산성이 하락하자 자본가는 임금을 올리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200년이 지난 뒤 한국에서 스피넘랜드 제도와 유사한 정책이 시행됐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한국의 시간당 임금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이젠 중간 정도는 되는데도 과도한 인상으로 몰아갔다. 대선 공약 중 하필 1만원 공약만 너무 충실했다. 선거 과정에서는 일부 지나친 공약을 내놨어도 선거 이후에는 냉정을 되찾았어야 했다. →정권 초반에 소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일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균형재정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목표에 해당한다. 경기가 바닥일 때는 적자 재정정책을 쓰고, 경기가 좋아질 때는 흑자 정책을 써야 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계속 흑자가 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두 해 연속 대규모 흑자가 발생한 것은 다소 실책이 아닌가 싶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투자, 수출, 재정이 아니라 소비의 저조이고, 그것은 분배의 불평등에 기인한다. 이 문제를 타개하는 유효한 수단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정부 재정이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기재부는 대단히 유능한 관료 집단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드물고 늘 비슷한 대책만 갖고 온다. 대표적인 게 예산의 조기 집행이다. 예산을 앞당겨 쓴다고 무슨 큰 효과가 있나. 그보다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복지를 위한 증세, 대기업 갑질 근절 등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재부는 수술실에 들어온 중환자에게 환부에 소독약 바르는 정도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참여정부 때 근로장려세제 도입 직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그 자리에서 당시 모 경제 부처 장관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엉뚱한 시비를 걸고 나왔다. 이미 오래전에 미국이나 영국에서 성공한 근로장려세제에 대한 이해조차 없던 거다. →문 대통령이 경제 면에서 편향된 정보만 보고받아 잘못된 판단을 한다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은 경청하는 열린 귀를 갖고 있는 건 확실하다.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다. 다만 최근에는 외부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외부와의 소통을 굉장히 많이 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청와대 안이 외부의 학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학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 같다. 청와대에 다녀왔다는 학자를 거의 본 적이 없다. 경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대통령이 (외부에) 전화라도 해서 자문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아쉬운 점이다. 현재 청와대 비서진 중에서는 유능하면서도 선량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직언하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 당장은 옳은 말을 하는 게 어렵지만, 지나고 보면 누군가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화된 경제지표를 올리기 위해 조바심을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성과가 안 나오는 건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기조를 버리고 경제활성화나 투자 촉진, 기업 기 살리기 등으로 돌아갈까봐 걱정이다. 이는 지난 10년간 줄곧 봐 오던 모습이 아닌가. 혁신성장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중요하다. 소득주도성장은 한국처럼 불평등이 심해서 중산층 서민의 소비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만 잘 듣는 약이라 강조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불평등이 해소되고 소비가 올라가고 경제가 살아나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약이 안 들을 것이다. 그때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엔진은 필요 없고, 혁신성장 한 개의 엔진만으로도 갈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참여정부 직후 한 심포지엄에서 당시 김상조 교수는 “재벌 개혁과 관련해 참여정부가 한 게 하나도 없다”고 혹독하게 비판하더라. 이에 대해 참여정부 첫 공정위원장이던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아마 맞는 말이겠지요”라며 더이상 변명을 하지 않았다. 몇 년 뒤 젊은 학자가 김 위원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는 재벌 개혁에 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공격할까봐 걱정이다. 본인은 열심히 재벌 개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왜 아무것도 안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반발로 못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청년 실업은 세계적 문제이자 한국의 문제다. 과거에 비해 청년의 구직이 매우 어려워졌다. 제조업의 고용탄력성이 하락한 것도 있지만, 산업구조 변동에 때맞춰 적응하지 못한 면도 있다. 제조업을 대체할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구조 변동에 따른 이직을 촉진하되 새 일자리의 구직과 훈련을 강화해 일자리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된 택시 카풀 문제도 먼 장래를 내다보는 국가의 적절한 개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새 기술은 적극 받아들이되 그늘은 보살피는 국가의 역할이 요구된다.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과 투자 보장을 위해 차등의결권이나 가중의결권 등을 인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이 가중의결권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 상황에서 총수 일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 재벌 개혁 중 외부 개혁이 대기업의 갑질 근절이라면 내부 개혁은 지배구조 개혁이고, 그 수단으로 노동이사제도 고려해 봄직하다.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외부 교수들이 용돈을 타 쓰는 대신 99.9% 찬성하는 거수기로 왜곡됐다. 미 코닝사나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기업들은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면서 혁신을 이룬 성공 사례다. →민주노총이 오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결정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강경파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외로운 섬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내걸고 등장한 지도부다. 정부가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대통령은 노동에 대한 이해가 높지만, 청와대 안에 노동을 아는 이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고향인 대구를 거의 떠나지 않은 게 눈에 띈다. 성향이 보수적인 대구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대구에서만 50년을 살았다. 서울(서울대 경제학과 등)에서 12년, 미국 보스턴(하버드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에서 6년 지낸 게 타지 생활로는 유일하다. 유학을 끝낸 뒤에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 전에 교편을 잡던 경북대로 다시 돌아왔다. 원래 대구는 혁신적인 움직임이 활발했던 도시다. 해방 직후에는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리었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도 4·19혁명 이후 교원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고, 수업 시간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던 게 기억난다. 부친(고 이종하 영남대 법대 학장)도 노동법을 전공해 진보 성향에 가까웠고, 그 때문에 고초도 겪으셨다.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덕분에 분배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대구 사람들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인간적으로 상당한 매력이 있다. 의리와 체면을 중시하고 파렴치한 행동을 지탄하는, 일종의 선비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한 문화는 우리가 보전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능력 포함해야 할까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능력 포함해야 할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마지막 토론회…이해당사자도 참여전문가들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기업 지불능력 포함 맞다”청년·여성 “객관적일 수 없어…최저임금 낮추는 효과만 발생”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와 청년·여성 등 이해당사자 간 서로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결정 기준에 객관성을 부여할 수 있어서 타당하다고 반겼고 청년·여성 대표들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는 결과만 야기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고용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초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다. 전문가가 중심이 됐던 앞선 두 번의 토론회에 이은 이번 마지막 토론회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청년, 장년, 여성 등을 대표하는 패널도 참석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포함하는 것은 1988년 처음 최저임금법이 제정됐을 때와 달라진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나 고용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프랑스에선 기업의 지불능력을 측정할 때 근로자의 구매력 상승률이나 임금인상률 등을 활용한다”면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면 (지불능력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만들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용진 서울과기대 벤처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임금을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서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이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맺기 때문에 영세상공인 등의 지불능력을 감안할 수 있는 결정방식을 만들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초원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아질 것”이라면서 “근로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의 목적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기업의 지불능력은 기본적으로 객관적·구체적이기 어렵다”면서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마치 객관적인 것처럼 최저임금을 낮추는 효과만 발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문 대통령, 대기업 책임 강조…“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

    문 대통령, 대기업 책임 강조…“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23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해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책임 강화)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정부는 대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해왔다”며 “그 결과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의 순환 출자가 2017년 9월 93개에서 작년 12월 5개로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밀리는 현실도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혁신도 포용(국가)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며 “수많은 청년 창업가와 개척자들의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지켜주고, 쓰러져도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게 바로 공정경제”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소비자 권익 향상의 필요성 또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무엇보다 공정경제 성과를 국민이 직접 체감하도록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과제도 적극 발굴·추진해야 한다”며 “금융·통신·전자상거래 등에서 불공정한 거래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영업 관행과 약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첫 회의 이후 두 번째다.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회의를 연 것은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의제인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골고루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해결책 엇갈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해결책 엇갈려

    택시업계와 플랫폼사업자 간 상생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오늘(22일) 출범했다. 이 자리에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소속 위원들, 택시노조단체(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전현희 TF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갈등과 대립을 멈추고, 택시산업 발전과 공유경제 간의 상생의 길을 찾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변화가 체감되도록 택시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지원책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장관도 “교통과 산업서비스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면서 사업자도 사업이 잘 운영되고, 종사자와 노동자의 생활도 보장되며 이용자도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이뤄지는 합리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택시업계와 혁신적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다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의 과감한 혁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시범서비스 출범 당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며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겠다고 알렸다. 한편 택시업계의 자체 경쟁력을 키워 플랫폼업체와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에선 입장이 엇갈렸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과 정부는 이미 사납금 폐지와 기사 월급제 도입 등을 택시업계에 제시했다”며 “(제안이) 기구에서 합의된다면 그 이상의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카풀 문제를 반드시 먼저 해결한 다음, 정부와 논의해 (택시업계의)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카풀이 아니라 복지나 기사 월급 문제가 부각되는 건 ‘물타기’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또 강신표 전국택시노조연맹위원장은 최근 국토부가 ‘택시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논의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온 것을 언급하며 김 장관에게 “택시 노동자 2명이 분신했는데 반성의 기미도 없이 어떤 (유감) 표현도 하지 않느냐”며 “사과하라”고 소리 높였다. 이에 김 장관은 “택시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에 대해서는 국회에 나와서 여러 번 죄송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며 “저희들의 마음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격해지며 날 선 분위기가 조성되자, 결국 비공개회의로 전환 후 서둘러 종료됐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양승태의 운명… ‘V’표시 등 직접개입 물증이 구속 가를듯

    양승태의 운명… ‘V’표시 등 직접개입 물증이 구속 가를듯

    오늘 법관 배정… 이르면 내일 실질심사 양 전 대법원장 측 “예정대로 출석할 것” 혐의 상당부분 소명… 불구속 사유 될 수도 영장 재청구 박병대 ‘셀프 배당’ 의혹 추가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운명은 그가 대표하던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을 영장전담법관을 배당하고 영장심사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22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국고손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여부는 심사 당일 밤이나 이튿날 새벽에 결정된다. 앞서 검찰이 공범이자 하급자인 박병대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은 날 영장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예정대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아닌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거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법원 영장심사에 출석한다”면서도 “법원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대법원 정문 앞 입장 발표 이후 검찰 포토라인에선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적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개입한 물증을 확보해 왔다. 대표적으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V’ 표시를 해 인사상 불이익을 지시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영장이 기각된 전직 대법관들과 달리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검찰이 확보한 진술이나 증거 자료가 오히려 구속 필요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소명이 되더라도 증거 인멸 또는 도주의 염려가 없으면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박 전 대법관과 관련해 검찰은 지인의 형사사건을 자신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한 ‘셀프 배당’ 의혹을 영장청구서에 새로 추가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고교 후배 이모씨로부터 “탈세 사건 상고심 재판을 맡아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다는 주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2017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모 회사의 고문 자리를 얻은 배경에 박 전 대법관의 부탁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박소연 케어 대표 “인도적 안락사였다”…대표직 사퇴 거부

    박소연 케어 대표 “인도적 안락사였다”…대표직 사퇴 거부

    구조한 동물을 여러 차례 안락사시킨 사실을 고의로 은폐해 논란을 초래한 박소연 ‘케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급기야 “결국은 우리가 보호하는 동물들, 보호하지 않는 동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이 사태의 원인을 전직 케어 직원의 폭로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되레 제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안락사 및 안락사 수치 조작 시도 등의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논란으로 충격을 받은 회원과 활동가, 이사들,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모든 책임은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회견 내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케어가 구조한 동물이 있던 곳은 개 도살장이었다. 구하지 않으면 도살당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케어가 해온 안락사는 대량 살처분과 다른 인도적 안락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0%를 살리고 20%를 고통 없이 보내는 것은 동물권 단체이니 할 수 있다. 이 나라 현실에서 (안락사는) 최선의 동물보호 활동이었다”고 항변했다. 또 “대한민국에는 안락사마저도 사치인 동물들이 많다.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것이 동물권 운동이 돼서는 안 된다”고 안락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그동안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밖으로 알리지 않았던 동물 안락사 사실을 공개하고 ‘안락사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력을 벗어난 무리한 구조, 반복된 안락사, 그리고 안락사 사실을 일부러 은폐한 것이 문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는 거듭 ‘안락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 대표는 되레 제보자를 공격했다. 과거 케어에서 일했던 제보자는 지난 11일 한겨레, 진실탐사그룹 ‘셜록’,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 SBS 등이 보도한 인터뷰를 통해 케어가 보호소에서 구조한 동물 수백마리를 몰래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케어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 250마리가 무분별하게 안락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최초 언론 보도 이후) 내부 고발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안락사가 가슴아파서 이 문제를 폭로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로 안락사가 마음 아팠다면 즉각 멈출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면서 “안락사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1년이나 증거를 모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로 내용이 너무나 많이 알려지면서 결국은 우리가 보호하는 동물들, 보호하지 않는 동물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제보자를 탓했다. 제보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케어를 떠났다가 재입사한 것은 박 대표의 권유 때문이었다”면서 자신이 안락사에 대한 증거를 모으기 위해 입사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박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나도 안락사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안락사는 어떤 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박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락사와 관련해 내게도 책임이 있다. 잘못이 있는 사람은 케어를 떠나고 케어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전날 박 대표를 동물보호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단체들은 안락사 사실을 후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후원금을 받은 행위는 사기이고, 동물구조 활동으로 쓰여야 할 후원금을 안락사 부대비용 등으로 사용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일본, ‘동해-일본해’ 표기법 한국과 협의하기로

    일본, ‘동해-일본해’ 표기법 한국과 협의하기로

    국제수로기구(IHO)가 일본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Japan Sea)’를 병기하는 것에 대해 한국과 협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IHO의 권고를 마지못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가가 협의에 참여한다는 전제로 “(IHO에) 건설적으로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으로 변경할 필요성과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역시 전날 “일본해라는 명칭에 문제는 없다. (협의할) 필요 없다”고 역설하며 “일본해가 세계에서 유일한 명칭이다. 수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협의에 나선 이유는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계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IHO는 세계 각국 지도 제작의 기준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라는 간행물을 출간한다. 1929년 초판부터 현행판(1953년)까지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정부는 “일본해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 지배의 결과로 퍼진 호칭”이라며 ‘동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과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동해-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차선책을 제시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벼랑 끝에 선 유권자…‘포퓰리스트’의 역설

    벼랑 끝에 선 유권자…‘포퓰리스트’의 역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영국으로 이주한 유럽 다른 나라 노동자들이 자국 국민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정부의 복지 지출이 늘어난 데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에서 촉발했다. 당내 별다른 지지 기반이 없던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혼란을 수습할 구원투수였다. 결국, 유권자의 불안과 분노를 업고 총리가 된 셈이다.총리가 된 것만 따지자면 메이 총리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아예 유권자의 분노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대통령이 된 이도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해고당한 노동자들은 경영에 실패하고도 퇴직금으로 떼돈을 챙기는 CEO를 지켜봐야 했다. 여기에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밀려왔다. 유권자 상당수가 워싱턴 정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분노했다. 정치를 해 본 적도 없던 트럼프는 이들에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분노한 유권자’ 노리는 포퓰리스트 두 사례 모두 배경에 ‘분노한 유권자’가 있다. 사람들은 생계가 위태로워지면 공격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이를 교묘히 이용해 피해자인 ‘우리’와 문제의 원흉인 ‘그들’을 공격하도록 부추기는 이들이 나타난다. 바로 ‘포퓰리스트’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 28%가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표를 주고 2016년에는 트럼프를 찍었다. 정치학자 리 드러트먼은 이들을 가리켜 “경제 문제에서는 진보적이고, 정체성 문제에서는 보수적인 포퓰리스트”라고 명명했다. 대중의 표만 노려 입맛에 맞는 말을 내뱉는 정치인들 외에 이런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모두 ‘포퓰리스트´라는 범주에 넣은 셈이다. 타임지 수석 논평가이자 세계정치 연구가 이언 브레머는 신간 ‘우리 대 그들’을 통해 포퓰리스트를 경고한다. 저자는 보수와 진보, 강대국과 약소국, 가진 자와 없는 자, 기독교와 이슬람교, 도시와 지방처럼 이분법으로 나누기는 쉬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 때문에 분노한다면 ‘우리’는 옳고 ‘그들’은 나쁘다고 선을 긋고, 돌멩이를 집어 그들을 향해 던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돌멩이를 집어들기 전 잠깐 고민해 보라고 한다. ‘도대체 우리에게 돌멩이를 들게 한 것은 누구인가´.●상류층만 혜택 누리는 ‘세계화의 덫’ 저자의 포퓰리스트 찾기는 ‘세계화’에서 출발한다. 세계가 연결되면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값싼 노동자를 데려온다. 선진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된다. 여기에 자동화 시스템과 인공지능이 도입되며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고 영향의 범위도 넓어진다. 독재 정치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국가를 보자.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고, 수천만 명이 넘는 난민이 생겨난다. 포퓰리스트는 더 높은 장벽을 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면, 결국 이에 따른 혜택은 누가 누릴까. 당연히 상류층 일부일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해 인구가 많고 정치와 경제가 다소 불안한 나라들, 자동화가 불러올 변화에 관한 대응력이 취약한 나라 12곳을 돌아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베네수엘라,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이다. 이들 나라에서 문제가 확산할 경우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 경고한다. 저자는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무엇이냐며, 두 가지 선택지를 내민다. 더 높은 장벽을 두르거나, 새로운 방법으로 함께 걸어갈 길을 만들거나. ●취약계층 사회보장으로 장벽 허물어야 저자는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취약계층을 향한 사회보장 제도를 점차 늘리는 방식의 ‘사회계약 재작성’을 최우선으로 제안한다. 또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교육제도 역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싱가포르 정부처럼 ‘개인학습계좌’를 만들어 2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신기술을 익히는 데 쓸 수 있는 지원금을 지급하는 일이 이런 사례다. 조세 제도 역시 없는 자들을 위한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풀타임이 아닌 근무 형태를 의미하는 ‘긱 경제’의 확산과 이에 따른 ‘기본소득보장제’의 조합도 제안한다. 넘쳐나는 실업자와 밀려오는 난민을 앞에 두고 너무 이상적인 제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이런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정책 입안자, 기업가, 선구적 활동가에 의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그리고 새로운 변화 대신 장벽을 치길 바라는 이들에게 경고한다. “장벽이 견고해질수록 포퓰리스트는 흐뭇한 미소를 보일 것”이라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4차 산업혁명시대 이끌 ‘브레인 사이언스 파크’ 등 뇌관련 인프라 구축 필요

    4차 산업혁명시대 이끌 ‘브레인 사이언스 파크’ 등 뇌관련 인프라 구축 필요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이 앓고 있는 치매나 뇌졸중 등 뇌신경질환의 진단및 예방, 치료기술 개발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뇌관련 첨단산업과 의료기관이 한곳에 결집해 협력할수 있는 클러스터 조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수원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뇌 과학-ICT-의료융합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컨퍼런스’에서는 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날 컨퍼런스는 신약개발업체인 (주)지엔티파마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한국뇌신경과학회, 뇌질환연구협의회가 후원했다. 지엔티파마는 난치성 질환인 뇌졸중·치매 치료제를 개발해 국내·외에서 임상시험 중에 있으며 국내 최초의 뇌 관련 의료복합단지인 ‘브레인 사이언스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세계신경과학회 회장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을 지낸 데니스 최(한국명 최원규) 미국 뉴욕스토니브룩의과대 석좌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급속히 발전하는 뇌과학에 힘입어 뇌·척수 등 신경질환의 치료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뇌기반 인공지능이 4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의료 수요와 함께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잘 갖춰져 있고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뇌관련 의료융합 클러스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교수는 또 “20년전에는 글로벌 뇌질환 신약개발 연구비가 한해에 약 100억달러(12조원)에 달했으나 시기적으로 너무 앞선 바람에 성과가 미흡했다”며 “이제는 실험실의 연구결과를 뇌질환 환자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임상연구가 가능해 지면서 한국에서도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주)지엔티파마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치매치료제(AAD-2004)가 중증 치매에 걸린 반려견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뇌졸중 치료제(Neu 2000)는 중국에서 임상 2상 환자(237명) 등록을 끝내고 올 하반기 임상 3상에 들어간다. 지엔티파마는 이같은 성과물을 기반으로 수도권 지역에 브레인 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해 신약개발및 뇌질환 전문 의료시설, 뇌 연구원, 의료기기 기업, 로봇및 인공지등 등 혁신기술 개발업체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최 교수는 “브레인 사이언스파크 조성 사업은 한국의 뇌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멋진 비젼이다”면서 “이 계획이 완성된다면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 등 IT산업 생태계와 바이오 기업이 만나 융복합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성오 한국뇌신경과학회장(한림대의대 교수)은 “현 정부는 2019년도 국가 R&D 예산을 전년도 대비 4.4% 증가한 20조 5000억원을 배정하는 등 신약개발을 포함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특히 뇌과학-ICT-의료융합클러스터 구축과 같은 인프라 구축사업은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한 글로벌 신약개발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필수적인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두번째 세션에서 지엔티파마 곽병주 대표도 ‘4차산업혁명과 치매’란 주제강연을 통해 “전 세계는 1억명이 넘는 치매와 뇌졸중 환자로 심각한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4차산업혁명으로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로, 뇌과학·정보통신기술·의료기관이 긴밀히 협력할수 있는 브레인 사이언스 파크 조성 사업 등이 기반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이밖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좌용건 전문위원(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클러스터 육성정책)과 한국 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지역경제및 향후 전망) 등의 주제 강연이 있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노웅래 민주당 국회의원, 김종천 과천시장, 이건한 용인시의회 의장 등 정치인과 학계및 의료계 관계자, 기업인, 지역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해 지엔티파마가 추진중인 브레인 사이언스파크 조성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케어’의 안락사 논란, 동물생명 경시 문화 돌아봐야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한 동물보호단체인 ‘케어’ 박소연 대표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기견 250마리를 몰래 안락사시켰다는 내부 고발에 따른 논란이 일파만파다. 케어 직원들과 시민들은 청와대 청원 등을 제기해 박 대표의 사퇴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박 대표 측은 어제 “안락사는 불가피했다. 사퇴는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는 동물 안락사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박 대표는 동물보호 대표 활동가로서 ‘안락사 없는 구조와 보호’를 강조해 왔던 만큼 자신을 믿었던 많은 시민들을 기만한 것이 문제다. 시민들은 안락사 없는 구조 활동을 지지하며 매년 20억원을 모금·후원했다. 박 대표는 사건이 불거지자 “계속 들어오는데 안락사를 할 수 없으면 보호소가 과밀해져 관리가 안 된다. 그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안락사해 주는 게 낫다”면서 자신의 철학을 뒤집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 1000만명 시대로, 관련 산업 규모도 연간 2조원이다.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입양하는 사회적·경제적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충동적으로 입양했다가 여름 휴가철 등에 무책임하게 버리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층 아파트에서 키우던 강아지 3마리를 내던져 죽인 끔찍한 사례도 있었다. 동물생명도 소중하다는 철학이 사회적으로 부재한 탓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 정립을 역설했던 박 대표도 성과 중심으로 일해 왔음이 이번 논란으로 확인됐다. 유기 동물 보호는 일부 유명인을 중심으로 특정 개인이 해결할 수 없다. 반려동물 유기를 막는 방법은 특정인의 선의와 의지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인식칩을 심는 등으로 반려동물 관리를 철저히 하고, 반려동물 불법 유기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 한다.
  •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여행] 고려 국왕 머물던 ‘왕립호텔’… 경사지에 지은 입체적 건축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여행] 고려 국왕 머물던 ‘왕립호텔’… 경사지에 지은 입체적 건축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사학자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새해를 맞아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여행’을 시작합니다. 전통 건축의 과거를 통해 내일을 바라보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김 총장이 직접 ‘시간여행’의 가이드로 나섭니다. 첫 번째 주제는 고려 행궁(行宮)의 원형이 담긴 경기 파주 ‘혜음원’입니다.●도둑 소굴에서 행궁으로 지난해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이었고 국립중앙박물관은 ‘대고려전’을 개최 중이다. 474년 동안이나 건재했으며, 활발한 대외 무역으로 ‘코리아’의 어원이 되었던 고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은 고려청자와 금속활자, 그리고 팔만대장경 정도다. 뒤이은 조선 왕조가 고려의 기록을 지워버렸던 탓도 있고, 주요 문화유산들이 북한 땅 개성에 밀집돼 깊은 연구가 불가능한 까닭도 컸다. 지난 천 년의 마지막 해, 1999년에 경기 파주의 후미진 경사지에서 낯익은 글자를 새긴 기와 한 조각을 발견했다. ‘惠陰院’이란 글자였는데, 바로 이곳이 학계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혜음원 터였다. 이후 10여차례의 발굴 정비작업을 거쳐 최근 웅장한 전모를 드러낸 이곳은 고려시대의 큰 사원터이며, 국왕이 행차해 머물던 행궁터였다. 고려는 국가적 도로망을 개척했고, 곳곳에 교통시설인 ‘역’과 숙박시설인 ‘원’을 운영했다. 종종 원과 함께 불교 사찰을 세워 운영을 맡겼는데, 이를 묶어 ‘사원’이라 불렀다. 혜음원을 때에 따라 혜음사라 부르는 까닭이다. 혜음원은 남경 개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려는 태조 왕건의 고향인 개성에 수도를 두어 ‘개경’으로, 옛 고구려의 평양을 ‘서경’으로, 그리고 신라의 경주를 ‘동경’으로 삼아 ‘초기 삼경제’를 운영했다. 중기에 들어 동경 대신 지금의 서울을 ‘남경’으로 삼아 ‘중기 삼경제’를 시행했다. 1104년에 남경에 궁궐을 짓고 1129년에 서경에 대화궁을 새로 지었다. 국왕은 세 수도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세 궁궐에 일정 기간 머무는 순주제를 시행할 수 있었다. 삼경제와 순주제는 황제국의 예법이었다. 개경과 남경 사이는 새벽에 출발해서 부지런히 걸어도 도중에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거리이다. 혜음원은 개경에서 남쪽 50㎞, 남경에서 북쪽 20㎞ 지점이며 큰 고개인 혜음령 바로 아래 위치한다. 이곳에서 숙박하고 이튿날 혜음령을 넘으면 남경에 닿는 최적의 요지였다. 당시 이 일대는 “산이 깊고 수풀이 무성해 호랑이가 떼로 몰려다니고, 도적들이 숨었다 떼로 나타나 사람들을 해친다”고 할 만큼 험한 곳이었다. 이에 행인들은 동행자를 모으고 무기를 들고 고개를 넘었는데, 그래도 1년에 수백 명이 살해당한다는 과장(?) 보고도 있었다. 1120년, 묘향산의 승려 백여 명이 비용을 마련하고 공사를 시작하여 2년 만에 사찰과 여관의 복합체인 ‘사원’을 완성했다. 1차 완공 직후, 국왕의 남경 순행에 이용하려고 행궁 증축을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혜음원신창기’에 자세하게 실려 있는데, 당대의 대 문장가 김부식이 쓴 글이다. 이 무렵 고려 조정은 묘청 등의 서경파와 김부식 등의 개경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아마도 남경 개발은 서경천도론을 외치는 서경파에 대한 견제책이 아니었을까. 혜음원 건립은 신도시 남경을 발전시킬 필수적인 기간 사업이었다. 민생을 명분으로 창건했지만 결국 행궁을 건립해 국왕의 남경 순행을 도모하기 위한 다각적인 포석이었다. 그 결과 “개암나무 숲이 변하여 아늑한 절이 되었고, 무서운 길이 평탄한 길로 바뀌었다. (사원과 행궁은) 아름다워서 가히 볼만하다”고 자찬했다.●경사지 건축의 유기적 미학 혜음원과 더불어 남한에 남겨진 몇몇 고려시대 건축지들이 발굴돼 왔다. 팔만대장경을 제작 보관했던 강화의 선원사터, 삼별초 항쟁지였던 진도의 용장산성 궁궐터, 고려 법상종의 최대 사찰인 원주의 법천사터가 대표적이다. 또한 남북 공동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개성의 고려 정궁, 만월대도 꼽아야 한다. 이들은 모두 경사지에 자리잡은 대규모 건물군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중국에서 발전한 동아시아의 건축 제도는 평지 입지를 전제로 만들어진 모델이었다. 남북 중심축을 설정하고 그 위에 주요 건물들을 세우고, 좌우 대칭으로 부속 공간들을 만든다. 중심과 대칭, 기하학적 구성 등은 정치적, 종교적 권력을 상징하는 디자인이며 평면 위에서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궁궐이나 대형사찰, 심지어 신라의 궁궐과 사찰들도 평지 위에 세운 까닭이다. 그러나 확인된 고려 궁궐이나 대형사찰은 모두 경사지에 자리잡았다. 만월대뿐 아니라 평양 대화궁과 피난 궁궐인 강화 고려궁터도 급한 경사지다. 경사지에 건물을 세우려면 대지를 여러 개의 좁고 긴 수평 단들로 나누어야 한다. 만월대는 적어도 15단 이상, 용장산성 궁궐은 10개의 수평 단으로 조성했다. 혜음원 역시 9개의 좁고 옆으로 긴 단 위에 30여동의 건물을 세웠다. 평지의 건축과 달리 경사지 건축에서는 중심과 대칭 등 기하학적 질서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 대신 높낮이가 다른 여러 건물들의 조화와 긴장감, 지형을 따라 전개되는 극적인 구성들이 돋보인다. 이러한 유기적 질서의 전통은 조선시대 창덕궁에도 전해졌다. 평지에 자리한 경복궁이 기하학적 질서를 따랐다면, 경사지에 조성한 창덕궁은 유기적 질서가 살아 있다. 자연 지형을 이용한 유기적 질서야말로 고려가 창조한 한국적 전통이고, 그래서 창덕궁을 가장 한국적인 현존 궁궐로 평가한다. 혜음원은 이 입체적인 건축에 더해 또 하나의 질서를 부여했다. 물을 강력한 조경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경사지 건축에서 배수 체계는 매우 중요하다. 잘못하면 한쪽으로 물이 넘쳐 건물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혜음원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곳곳에 크고 작은 연못을 만들었고, 이들을 길고 굽은 배수로로 연결하고 있다. 고여 있던 물이 배수로를 따라 흐르고, 곳곳에 만든 작은 폭포에서 떨어진다. 고인 물의 거울효과, 떨어지는 물의 음향효과가 대단했을 것이다. 넓고 큰 배수로 때문에 곳곳에 다리와 뜬 계단을 설치했다. 전성기 혜음원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재건해 본다. 수십 동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10여개의 마당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고, 높고 낮은 지붕들이 대조를 이루며 입체적인 실루엣을 이룬다. 객원과 사찰, 행궁이라는 복합 용도에 맞추어 담장이 곳곳에 경계를 이루고, 또 여러 개의 문들이 통로를 이룬다. 수직적으로 높고 낮음뿐 아니라 수평적으로도 막힘과 뚫림이 연속된다. 바닥의 연못과 수로에는 물이 흐르고, 여기저기서 물보라를 튀기는 작은 폭포 소리들이 들린다. 경사지의 건축은 이처럼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며 환상적이다.●처음의 정신으로 돌아가다 고려는 어떤 나라였나. 남북으로 분열된 중국 대륙의 국제적 상황을 이용해 그들과 대등한 외교를 벌이며, 황제의 나라를 자임했던 정치 조직체였다. 남경 건설과 순주제 실시는 그 자부심의 발로였다. 상업을 장려해 국내 유통은 물론 중국을 넘어선 지역과도 활발하게 교역했던 경제 공동체였다. 상업 활동을 위해 도로와 역원을 정비했고, 혜음원은 그 대표적인 시설이었다. 처음에는 객원과 사찰을, 그 뒤에 행궁을 지은 것은 고려 사회의 우선순위가 정치보다 경제였음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고려는 실질적 사고에 충만하고 전문 기술을 숭상했던 실용적 사회였다. 여러 분야의 연구 개발이 활발해, 원산지인 송의 청자보다 한 차원 높은 고려청자를 만들었고 목판 인쇄의 한계를 뛰어넘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 건축 분야 역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을 예로 들자. 깊은 소백산 오지에 있는 무량수전은 결코 고려의 대표작이 아니라 흔한 지방 건축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정교한 아름다움을 넘어설 현존 건물은 없다. 역설적으로 지방 건축이 이러할진대, 대표작들이 즐비했을 개경의 건축은 어떤 수준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고려의 건축가들은 산지가 대부분인 이 땅의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어려운 경사지에 입체적인 건축을 실현할 지식과 능력이 있었다. 비록 고려의 건물들은 다 사라지고 터만 남았지만, 남겨진 석단과 초석만으로도 충분하다. 혜음원 현장에 가 보시라. 크고 작은, 높고 낮은 석단들로 조합된 대지에서 이미 건축적 운율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곳곳의 연못과 배수로, 계단과 작은 다리들이 얼마나 치밀하게 짜여 있는지, 고려 건축가들의 과학적 사고와 계획 능력을 실감할 수 있다. 고려의 건축은 거의 모든 지상 건물은 사라지고 기단과 초석의 흔적만 남은 폐허들이다. 완성된 건축물에서 최종의 생각을 읽는다면, 고려의 폐허에선 1000년 전 고려인들의 처음 생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바로 이곳에서 그들의 자부심과 창조력과 실용정신을 만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건축학자
  •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초연결사회의 역설… 대규모 복합재난 몰려온다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초연결사회의 역설… 대규모 복합재난 몰려온다

    통신대란 부른 KT 아현지사 화재처럼 라이프라인 먹통 땐 국가 기능 마비 우려 전문가 60% “복합재난, 국민 생명 위협” 국가 대응력은 OECD 하위권 못 벗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 대응에 지나치게 불성실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난에 대한 인식과 국가 위기관리 능력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는 향상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재난 안전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신문은 국내 최고 재난 안전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재난안전, 더이상의 땜질은 없다’ 기획을 시작한다.지난해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과 열수관 파열사고 등 최근 일상생활과 직결된 ‘라이프라인’(생명선)을 마비시키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프라인은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기, 가스, 수도, 전화, 교통, 통신, 원전시설 등을 말한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각종 재난이 라이프라인을 마비시키는 사고로 확산되는 ‘대규모 복합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재난안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4일 서울신문이 국가위기관리학회 소속 교수와 전문가 등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명(60%·복수 응답)이 미래에는 대규모 복합재난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답했다. 복합재난은 하나의 재난이 다른 재난으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광범위해서 다수기관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한 재난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비해야 할 재난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11명·55%), 신종 감염병(7명·35%). 원전사고(6명·30%), 기술문명 발달로 인한 사이버 재난(2명·10%)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공동체의 생존성 보장을 위협하는 시설과 시스템, 기능을 붕괴·마비시키는 위협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복합재난으로 인해 라이프라인이 마비되면 연쇄 효과를 일으켜 국가의 전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T 아현지사 화재가 정보통신시스템 마비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재난으로 인해 국가 핵심시설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15명(75%)이 현재 정부의 재난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각종 재난별로 재난 책임기관(예방 중심)과 주관기관(대응기관) 등이 각각 분산 관리되면서 통합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기근(원광대 교수)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은 “우리 사회의 기후·사회구조적 재난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반면 재난관리 국가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복합재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재난관리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및 시민 중심의 재난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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