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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

    초연결 시대, 당신은 외로운가요

    코로나19의 길고 검은 터널을 언제 통과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임시 처방이었던 ‘비대면’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기준 질서로 빠르게 뿌리내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더 깊숙이, 더 간절하게 항시적으로 의지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제도적으로 가로막힌 터널 속에서 초연결 사회의 외로움은 더 가속되는 중이다. 여기 있으되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 있지만 혼자인 시대. 위기가 지나간 뒤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고민을 3회에 나눠 싣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인 2명 중 1명꼴로 이전보다 더 외로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더 외로워졌다고 느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45.9%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외로움을 더 타는 경향이 짙게 나타났지만 예외적으로 18~29세 청년(32.5%)이 외로움을 겪는 비율은 30대(30.8%)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해 대면 방식의 소통이 단절된 데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외로움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외로움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사회적 연결망이 그만큼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외로움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면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치닫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공격성으로 발현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는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취업시장의 문도 좁아져 청년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 청년층의 외로움이 심화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외로움이 감염병처럼 확산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소통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며 “비대면 소통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기획팀  
  • 홍준표, 윤석열 지지율 급락에 “탄핵 대선 때 지지율…어쩔 도리 없다”(종합)

    홍준표, 윤석열 지지율 급락에 “탄핵 대선 때 지지율…어쩔 도리 없다”(종합)

    “尹가족비리 본선서 어렵다 경고했는데 날 더러 내부총질 한다고 비난하더니”“박근혜, 尹지지 메시지 안 낼 것”이준석 “朴,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 낼 것”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2일 경선 상대였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 “윤 후보의 추락이 탄핵 대선 때 지지율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비상사태”라고 우려했다. 홍 의원은 이런 위기 상황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을 구속한 윤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석열, 박근혜 구속한 사람”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온라인 청년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부진하다는 질문을 받은 뒤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반등의 기회가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홍 의원은 “(당시 저는) 탄핵 대선 때는 4% 지지율로 시작해 24%로 마감했다”고 언급한 뒤 “비상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의원은 또 “경선 때 본인·부인·장모 비리로 본선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할 때 그렇게 모질게 내부 총질이라고 나를 비난했는데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당원들의 선택이니까요”라고 말했다.홍 의원은 최근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윤 후보 지지 메시지를 낼지에 대해선 “안 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사람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후보이지, 문(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MBN 인터뷰에서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치적으로 굉장히 단수가 높은 분이라서 고도의 정치 메시지를 낼 것”이라면서 “크게 득이나 실이 날 메시지는 던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윤 후보의 남은 지지율 변수에 대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TV 토론을 꼽으며 “우리 국민 기대치를 상회하는 정책 이해도나 토론 실력을 보여주면 낙승할 것이고,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 어려운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언급했다.이준석 “안철수와 단일화 없이도 세대포위론으로 지지층 재흡수 가능”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뒤 “단일화 없이도 세대포위론과 세대결합론을 위해 정확한 전술을 구사하면 윤 후보가 지지층을 다시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주장하는 세대포위론은 국민의힘이 2030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해 부모 세대인 506070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지금 안 후보의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2030에서 확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2030이 윤 후보에게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역설적으로, 윤 후보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안 후보에게 간 지지율이 우리 후보에게 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단일화보다 2030 지지층을 다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2030 지지층이 2021년 내내 국민의힘과 견고하게 결합해 있다가 이해할 수 없는 인재 영입과 ‘2030은 집토끼’라는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들의 전략에 의해 완전 초토화된 정도가 아니라 우리 후보를 반대하는 설득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이재명, 윤석열에 지상파 3사지지율 조사 모두 앞서… 안철수 8%李-尹, 열흘 만에 박빙서 큰 격차로윤석열 큰폭 내리고 이재명 오르고 앞서 지상파 3사의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31일과 지난 1일 발표된 KBS·MBC·SBS 3사가 각각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8.9~12% 포인트 앞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8%대로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에서 ‘당장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대선 후보 가운데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39.3%를, 윤 후보는 27.3%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2%p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8.1%, 심상정 정의당 후보 3.2% 순이다. 적당한 사람이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며 응답을 미룬 부동층 비율은 18%였다. 12월 20일 발표한 조사에서 이 후보가 33.7%, 윤 후보가 34.2%로 초접전 양상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약 열흘 만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특히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누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 후보가 52%로 절반을 넘었다. 윤 후보는 29%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에서도 이 후보는 38.5%, 윤 후보는 28.4%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는 10.1%p로 오차범위 밖이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8.4%, 심상정 후보가 4.0% 지지율을 얻었다. MBC의 12월 11~12일 조사에서 윤 후보가 38.7%, 이 후보가 34.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윤 후보는 10.3% 포인트가 하락했고 이 후보는 4% 포인트 상승했다.당선 누가 되겠나 묻자 과반 “이재명”호감도 이재명 40.8%, 안철수 37.9%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 95% 신뢰수준 ±3.1% 포인트)에서 이 후보는 34.9%, 윤 후보는 26.0%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8.9% 포인트 오차범위 밖이다. 안 후보는 7.8%, 심 후보는 2.6%의 지지율을 얻었다. 지난달 14~15일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이 후보는 0.5%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윤 후보는 7.3%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안 후보는 4.7% 포인트 상승했고 심 후보는 0.9% 포인트 하락했다. 자신의 지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는 이 후보 53.5%, 윤 후보 31.7%로 역시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호감도는 이 후보 40.8%, 안 후보 37.9%, 심 후보 31.6%, 윤 후보 31.4%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초연결시대’ 사는 한국인, 코로나에 2명 중 1명 “외롭다”

    ‘초연결시대’ 사는 한국인, 코로나에 2명 중 1명 “외롭다”

    코로나19의 터널을 우리는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길고 검은 터널을 언제 통과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임시 처방이었던 ‘비대면’이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기준 질서로 빠르게 뿌리내렸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에 더 깊숙이, 더 간절하게 항시적으로 의지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다. 옆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쉼 없이 휴대전화 스크롤을 내리고 트윗을 하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을 뿐 당신은 사실은 혼자인지 모른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제도적으로 가로막힌 코로나19 터널 속에서 초연결 사회의 외로움은 더 가속되는 중이다. 여기 있으되 여기 있지 않으며, 함께 있지만 혼자인 시대. 코로나19 위기가 어렵게 지나간 뒤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 고민을 3회에 걸쳐 싣는다.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인 2명 중 1명꼴로 이전보다 더 외로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틀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더 외로워졌다고 느낀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45.9%였다. 외로움은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외로움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사회적 연결망이 그만큼 희미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외로움이 장기간 해소되지 못하면 극단적인 경우 자살로 치닫고,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공격성으로 발현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학교는 물론 취업시장의 문도 좁아져 청년이 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2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난 현실이 청년층의 외로움이 심화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이 시대에 외로움이 감염병처럼 확산하는 현실은 역설적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 사용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 자체는 증가했지만 소통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며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면서 그로 인한 피로감이 극도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기획팀 zoomin@seoul.co.kr
  • [박홍환 칼럼] ‘고지전’과 종전선언/평화연구소장

    [박홍환 칼럼] ‘고지전’과 종전선언/평화연구소장

    영화 ‘고지전’(2011)은 6·25전쟁 막바지 정전협정 체결을 앞두고 벌어진 고지전투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강원 철원의 395고지(백마고지) 전투, 또는 역시 철원의 425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이다. 정전협정 협상 국면에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 점령 지역을 넓히려 육박전을 불사해 가며 치열하게 싸웠던 고지 쟁탈전을 생생하게 재연한 국내 전쟁영화의 수작 중 하나다. 특히 그저 그런 ‘국뽕’ 전쟁영화가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처절한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의 복잡한 심경, 피아 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 등을 세밀하게 묘사해 더욱 인상적이다. “이제 이 전쟁의 마지막 전투다. 이렇게 전선이 교착된 2년 6개월 동안 50만명이 죽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일성, 중국의 펑더화이, 미국의 마크 클라크가 서명한 정전협정문은 같은 날 오후 10시부터 효력을 발휘하는데 영화의 압권은 그 12시간 동안의 마지막 고지 쟁탈전이다. 살아남은 자는 없다. 백마고지와 425고지 전투는 6·25전쟁 최대의 격전으로 꼽힌다. 백마고지에서는 1952년 10월 6일부터 열흘간 중공군 38군과 국군 제9사단이 무려 12차례나 치열하게 고지 쟁탈전을 벌였다. 당시 양측 합쳐 1만 6000명 넘는 병력이 죽거나 다쳤다. 정전협정 체결 직전인 1953년 7월 20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된 425고지 전투에서는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 950명, 국군 160명이 전사했다. 전쟁과 대결의 광기가 격해질수록 역설적으로 평화에 대한 갈망은 점점 거세지기 마련이다. 최후의 전투에 임했던 68년 전의 양측 장병들도 “조금만 버티면 전쟁은 끝난다”며 다가올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안고 고지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어정쩡한 휴전 상태에 머물고 있는 한반도 현실은 피아 간에 목숨을 걸고 고지전을 펼쳤던 68년 전 그때로부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3년 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올해 종전을 선언하자”(판문점선언 제3조 제3항)고 합의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커녕 ‘종전선언’조차 난관에 봉착해 있다. 종전선언 당사국인 남북미중 가운데 우리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분주하게 나머지 당사국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여간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우리 내부적으로도 찬반 대립이 커지는 등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네 당사국마다 종전선언의 내용과 성격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4국이몽(異夢), 4국4몽이니 제대로 진전될 까닭이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어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한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종전선언 또한 쉽지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스라엘의 국제법학자 요람 딘스타인의 정의에 따르면 정전협정의 효력이 지배하는 한반도는 실질적 무력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기술적’ 차원의 전쟁 상태이다. 이런 상태를 종료시키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당사국 간 다짐 성격을 갖는 종전선언 또한 기술적 전쟁 상태를 끝낼 수 있는 절차이자 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교착상태인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협상 재개를 꾀하고 있는데 북한도 일단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 그 자체보다는 제재 완화 등의 대응 조치를 내심 바라고 있으며, 미국은 종전선언 이후 북한과 중국이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 정전협정 체제를 뒤흔드는 외교적, 정치적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정전협정은 유효하다’는 내용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유지나 미국 견제에 종전선언을 이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종전선언 방정식이 아무리 이처럼 고차원적이라도 반드시 풀어내야만 한다. 논란이 크고 협의가 지난한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한 종전선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치적 합의에 불과한 단 한 줄짜리 종전선언이라도 말이다. 68년 전 격전의 고지에서 산화한 무수한 장병들이 갈망했던 것은 휴전도 정전도 아닌 종전과 평화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 시진핑 ‘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 강조했는데 정작 본인은 69세

    시진핑 ‘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 강조했는데 정작 본인은 69세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이 “조직의 기율과 (지도부) 교체 기율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67세면 유임하고, 68세면 물러나도록 하는 불문율 ‘7상8하(七上八下)’를 지킬 것을 역설한 셈인데 정작 본인은 이미 그 나이를 넘어섰다. 29일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7∼28일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아비판 회의 ‘민주생활회’에서 “올해와 내년은 바야흐로 (지도부) 교체 시기로, 지도자는 정치 기율과 규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을 명확히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내년 10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시 주석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내년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 본인과 리잔수(栗戰書·71) 전인대 상무위원장 둘은 이미 그 나이를 넘어섰고, 한정(韓正·67) 부총리는 그 나이를 넘기게 된다. 왕양(汪洋·66)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왕후닝(王?寧·66) 중앙위 서기처 서기, 자오러지(趙樂際·64) 중앙기율위 서기, 리커창(李克强·66) 총리 등 네 사람은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다. 국가주석 역시 5년씩 연임해 10년 임기를 채운 뒤 후임에게 인계하는 제도가 확립됐으나 시 주석이 후계자 지목을 미루면서 내년 20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 부임 이후 시작한 민주생활회를 통해 지도부의 부패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왔고, 공동부유론과 일대일로 등 3기의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는 만큼 본인이 은퇴할 것 같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키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 살인사건 1만 3000건... 최악으로 치닫는 콜롬비아 치안

    살인사건 1만 3000건... 최악으로 치닫는 콜롬비아 치안

     콜롬비아의 치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화협정 체결의 최대 업적인 치안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며 정책적 대책이 요구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콜롬비아 국방부는 2021년 치안정책의 성과를 소개하는 보고서를 냈다. 불안한 콜롬비아 치안의 현주소는 역설적으로 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보고서는 1~11월 콜롬비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통계를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1개월간 콜롬비아에선 1만 2797명이 피살됐다. 매달 1163명, 하루 평균 38명꼴로 피살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피살자 1만 2347명을 상회하는 수치로 역대 최악을 기록한 2014년 기록마저 500여 건 차이로 바짝 추격하며 위협하는 것이다. 올해 12월 피살사건 546건 이상 발생한다면 콜롬비아는 2014년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현지 언론은 "아직 끝나지 않은 12월의 사건 수가 변수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볼 때 2014년 기록 돌파는 예고된 일"이라고 내다봤다. 국방부 보고서엔 월별 통계, 사건 유형별 통계 등이 분류돼 있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콜롬비아에서 가장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달은 5월이었다. 5월에만 1411명, 하루 평균 45명이 피살됐다. 반면 살인사건이 가장 적게 발생한 달은 피살자가 1000명 밑으로 떨어진 11월(983명)이었다. 복수의 피살자가 발생한, 이른바 '집단 살인'으로 명명된 사건은 총 28건 발생했다. 집단 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133명이었다. 하지만 민간이 집계한 이 부문 통계는 더 처참하다. 콜롬비아의 민단단체 '평화와 개발을 위한 연구소(Indepaz)'는 검찰의 사건기록을 취합해 최근 살인사건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콜롬비아에선 집단살인사건 92건이 발생했다. 20개 주(州) 70여 개 지역에서 발생한 집단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326명이었다.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 대부분은 선량한 주민들이다. 특히 인권운동을 전개하는 활동가, 평화협정 관계자, 선량한 농민들이 살인사건의 표적이 되고 있다. 평화와 개발을 위한 연구소는 "인권단체 지도자 등 이른바 지도급 인사들이 공격을 당하면서 측근이나 지인들이 함께 목숨을 잃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청부살인업자의 소행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지구촌 ‘신신 커플’ 1만 4000쌍 ♡ 100세부터 가정방문 여행

    지구촌 ‘신신 커플’ 1만 4000쌍 ♡ 100세부터 가정방문 여행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몽고정길 121. 주소는 몰라도 경남 마산에서 ‘예식장’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특별한 예식장이 있다. 1967년 낡은 목조 건물을 고쳐 문을 연 신신예식장이다. 3층짜리 건물을 1층은 살구색, 2층은 연두색, 3층은 분홍색으로 알록달록하게 칠했지만 건물 외벽 곳곳 균열을 때운 흔적이 54년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요즘 기준으로는 너무나도 촌스러운 공간이지만 주말이면 이곳 ‘주인장’의 축복을 받기 위한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50년이 넘는 무료 예식 봉사로 세상에 따뜻함을 더하고 있는 ‘신신예식장 주인장’ 백낙삼(90)씨에게 그의 특별한 인생관을 들어 봤다. ●세계서 찾는 없는 이들의 결혼식장 “참 이상해요. 여기는 마산에서도 돝섬 바다와 가까운 작은 결혼식장이거든요. 그런데 요즘 예약하시는 분들을 보면 서울에서 참 많이 오시고 저 멀리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에서도 ‘꼭 신신에서 하고 싶다’며 찾아오세요. 연령대도 다양한데 얼마 전에는 80대 부부가 찾아와서 제가 주례를 서기도 했죠.” 부인 최필순(80)씨와 단둘이 결혼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백씨는 요즘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울리는 예약 전화에 목이 쉴 정도다. 백씨의 미담과 그의 인생이 담긴 ‘신신’은 마산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지만, 올해 그의 인생이 연이어 언론에 조명되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LG그룹이 주는 의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고, 특히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뒤로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백씨는 이미 이웃 사랑 실천 등을 이유로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고,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석류장도 받았다. “시골에 살면서 청와대로 두 번이나 초대를 받았죠. 88년에도 청와대 초대로 서울에 갔지만 경찰에서 제 신원 조회가 안 된다는 이유로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따로 국민포장만 받았어요. 3년 전에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대통령한테 직접 훈장을 받는 영광도 누렸죠.” 백씨는 노태우 정부 당시 국민포장 수상자로 선정돼 서울을 찾았지만 정작 청와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의 신원정보가 청와대에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 마을 어른들이 백씨를 ‘효자’라며 국민포장 후보로 추천한 게 화근이었다. 백씨는 “처음 내가 ‘효자’ 부문으로 국민포장을 받게 됐다는 도청의 연락을 받고 ‘나는 불효자라서 이런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일이 꼬이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 추천을 통해 ‘51년간 무료 결혼식으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한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한국전쟁 직후 찾아온 고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고마운 삶을 살고 있다”는 그의 인생은 역설적이게도 누구보다 힘들고 절망적인 시기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 1953년 전쟁통에도 교육자의 꿈을 안고 고향 울산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지만, 전쟁의 생채기는 20대 청년의 꿈을 허락하지 않았다. 백씨의 아버지는 부산에서 운수업을 하며 아들의 학비를 댔지만 큰 사고로 회사가 도산하면서 백씨마저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기고 부랴부랴 부산으로 와야 했다. “가족들이 원래 살던 집으로 갔더니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고, 어디 산동네에 달셋방 하나 겨우 구해 아버지와 형님 둘이 살고 있더군요. 하루는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고 제 머리맡에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어요. ‘너는 네 살길을 찾아라’라는 쪽지만 남겨 놓고 야반도주를 한 거죠. 그렇게 가족들 모두 뿔뿔이 흩어졌어요.”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해 학업은 마쳐야겠다고 결심한 백씨는 이웃들에게 차비를 빌려 서울로 돌아왔지만, 모두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그의 자취방은 도둑이 들어 베개 하나 남겨 놓지 않고 싹 쓸어간 뒤였다. 텅 빈 방에 홀로 누워 뜬 눈으로 하루를 보낸 백씨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주린 배를 부여잡고 무작정 밥과 일자리를 찾아 자취방이 있던 흑석동에서 서울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폭격에 무너져 임시로 복원해 강바람에도 흔들리던 한강대교를 건너던 때였다. 시커먼 강물을 바라보니 억눌러 왔던 감정이 폭발했다. “난간을 붙잡고 서럽게 엉엉 울고 있는데 어디선가 ‘젊은이, 힘들고 어려워도 꼭 살아남아’라는 말이 들려왔어요. 얼굴도 모르는 행인이 저에게 해준 그 말이 흔들리던 저를 붙잡아 준 큰 힘이 됐죠. 눈물을 닦으며 다시 걸어 서울역 근처 자동차 서비스 공장에 들어가 어떤 일이든 시켜만 달라고 애원했고, 사무원으로 채용되면서 최소한의 숙식은 해결했죠.” 이듬해 봄 한강을 찾은 백씨는 또래의 연인들이 보트를 타며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면서 먹고살 길부터 떠올렸다. 그에게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꽃다운 시절이지만 당장 눈앞의 생존이 더 절박했다. 공장에서 도움을 주던 어르신에게 사정을 설명해 카메라 한 대를 구한 백씨는 낮에는 한강에서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 주고, 밤에는 공장에서 택시 주차 등을 하며 억척스럽게 일했다. 매일 200원, 한 달에 5000원 저축을 목표로 발이 퉁퉁 붓도록 일감을 찾아다녔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비닐우산을 팔거나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팔기도 했다. 그가 거리의 사진사로 활동하던 곳이 한강의 ‘신신보트장’이었다. “신신(新新)이라는 어감이 좋았다”는 백씨는 훗날 마산에 예식장을 열면서 청춘의 일터였던 보트장의 이름을 가져왔다.●은퇴 후 ‘신신의 부부들’ 만나는 게 꿈 백씨에게 예식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저처럼 돈이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가정을 꾸리는 사람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향 어른들의 중매로 지금의 부인을 만난 백씨는 처가인 울산의 작은 초가집 앞에서 약식으로 혼례를 치렀고, 그 뒤로 한동안 부인과 떨어져 지내야 했다. 부부가 함께 지낼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모은 돈으로 지금의 신신예식장 자리에 있던 7평짜리 목조 건물을 사 사진관을 열었고, 사진관을 예식장으로 키우며 부부가 함께 살 보금자리까지 마련했다. 처음 예식장 문을 연 당시엔 사진값 6000원만 받고 식장을 빌려줬지만 지금은 식장 운영·관리비와 봉사자들에게 줄 최소한의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70만원가량을 ‘유동적’으로 받는다. ‘완전 무료 예식장’을 표방하는 만큼 이마저도 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스드메 패키지’를 무료로 제공한다. 백씨가 주례와 사진사를 담당하고, 미용 기술을 익힌 봉사자들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한다. 예복과 드레스도 무료로 빌려준다. 신신에서 올린 1만 4000여회의 결혼식 기록은 백씨에겐 세상 무엇보다 뿌듯한 자랑거리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신신에서 결혼했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겨 연락드린다’는 전화와 편지도 자주 오고 ‘신신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30~40년 지난 예식비와 후원금을 보내 주는 분들도 많이 늘고 있다”면서 “내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나라와 사회에서 상까지 주시니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겠나”라며 자신의 선행을 더욱 낮췄다. 앞으로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100세까지 예식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며칠 뒤면 우리 나이로 92세가 됩니다. 100세까지 신신예식장 주인으로 살며 봉사하는 게 제 꿈인데 이제 8년 정도 남았네요. 100세가 되고 저도 은퇴라는 걸 하게 되면 못난 남편 만나 평생 고생만 한 아내 손 꼭 잡고 전국을 여행하며 신신에서 저희와 아들과 딸의 연을 맺은 부부들을 만나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게 남은 인생의 소망입니다.”
  • 낙태 합법화 이끈 美 변호사 새라 웨딩턴 별세

    낙태 합법화 이끈 美 변호사 새라 웨딩턴 별세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승소로펌 입사 대신 낙태 소송 뛰어들어연방대법 7대2로 여성 낙태권 인정1973년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이끌어낸 새라 웨딩턴 변호사가 26일(현지시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웨딩턴의 제자이자 동료인 수잔 헤이스는 이날 트위터에 고인이 건강 문제로 텍사스 오스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며 부고를 썼다. 웨딩턴은 26세에 미국 연방대법원 역사를 발칵 뒤집은 이른바 ‘로(Roe·익명의 원고) 대 웨이드(Wade·담당 검사 헨리 웨이드의 성)’ 사건의 변호를 맡아 승소한 인물이다. 웨딩턴은 젊고 유능한 여성 변호사로 미국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최연소 변호사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았다.감리교 목사의 딸인 그녀는 1964년 텍사스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1600명의 학생 중 여성은 40명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 법조인이 드문 시절이었다. 웨딩턴이 미국 여성들의 삶을 바꿀 낙태 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녀가 남성 변호사들처럼 취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헤이스는 “1970년대 초반 로펌들이 여성을 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웨딩턴은 이 사건을 맡았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좋은 시련’이 됐다”고 말했다. 웨딩턴은 동료인 린다 커피와 함께 낙태를 원했지만 병원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노마 맥코비(당시 가명 제인 로)를 대리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는 임산부가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했고 연방대법원은 격론 끝에 7대 2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이 판결 이후 여성의 낙태권은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됐다. ▲임신 초기 3개월까지 여성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4~6개월에는 산모의 건강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며 ▲임신 6개월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했다. 웨딩턴은 지난 2017년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로등도 없는 거리를 내려가는 것 같았지만 달리 갈 길이 없었고 이길 수 없다는 선입견도 없었다”며 변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웨딩턴은 1972년 텍사스 주 하원에 출마해 3선을 지냈다. 이후 미국 농무부 법률고문을 거쳐 1978년부터 3년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여성 정책 운영에 참여했다.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웨딩턴은 자신의 부고 기사의 헤드라인이 “로 대 웨이드의 변호사가 죽다”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내 삶이 로 대 웨이드로 기억되는 것에 만족한다”며 “우리 세대 대부분의 여성이 그 싸움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시진핑 연일 식량안보 강조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의 곡물로”

    시진핑 연일 식량안보 강조 “중국인의 밥그릇은 중국의 곡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농업 정책과 관련해 자급자족을 중심으로 하는 식량 안보를 강조했다. 2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5∼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농촌공작회의에 앞서 열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삼농’(농업·농민·농촌)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시 주석은 “각종 위험과 도전에 대응하고 국가의 전략적 수요에 따라 농업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삼농’(농업·농민·농촌)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농업과 농촌의 안정적인 발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국인의 밥그릇은 언제나 중국인의 손에 확실하게 들려 있어야 한다. 주로 중국의 곡물로 채워야 하는 전략적인 문제”라면서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당정이 힘을 합쳐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식량안보를 강조하고자 구호로 외치던 ‘신토불이’(제 땅에서 난 농산물이 체질에 잘 맞는다는 뜻)와 비슷한 논리다. 그는 중국 농촌의 탈빈곤 성과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빈곤 퇴치를 통해 군중의 삶을 한층 더 끌어 올리고 (탈빈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농촌 진흥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규모 빈곤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2012년부터 식량 안보를 국시로 내걸고 여러 조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공급망 제재’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힘을 키우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발생과 대만 문제 등 외부 위협에 맞서 식량 비축량 관리 등 식량 안보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당국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밀과 쌀의 비축량이 충분하다. 특히 밀은 여러 해 풍작이 이어져 1년 6개월 치 소비량을 저장했다”고 소개했다.
  • [씨줄날줄] 드라마의 책임과 자유/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드라마의 책임과 자유/박록삼 논설위원

    27년 전이었다. 1995년 1월 9일 월요일 오후 9시 50분 한국 방송사에 굵은 획을 그은 드라마 첫 회가 방송됐다. 송지나 작가가 극본을 쓰고, 김종학 PD가 연출하고, 최민수ㆍ고현정ㆍ박상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24부작 대하 드라마였다. 월~목 저녁 6주 동안 집중 방송됐다. 북적이던 술집, 식당은 저녁 9시만 되면 한산해졌다. ‘귀가 시계’라는 별칭으로도 통했다. 이 시간대 가구별 수도 사용량조차 떨어졌다. 회당 평균 시청률은 50%를 훌쩍 넘겼다. 드라마 ‘모래시계’다. 드라마는 최초로 1980년 5월 광주와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 등 격동의 현대사를 정면으로 다뤘다. 1992년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전국 대학생들이 전두환·노태우 체포결사대를 꾸릴 정도로 여론이 비등하던 때였다. 당시만 해도 전파가 수도권을 넘지 못하던 서울방송(현 SBS) 드라마였기에 광주·전남 시민들은 ‘모래시계’에 대한 궁금증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며칠 시차를 두고 녹화 테이프를 구해 보곤 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에 대한 차별과 고정관념을 주입시켰다면서 “모래시계를 만든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해 역설적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같은 호남 사람인데 검사는 표준말을 쓰고, 깡패는 사투리를 쓰는 모습에 대한 항의였다. 또 드라마 속 실제 모델인 홍준표 당시 법무부 파견검사에게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영예 속 정계 입문의 발판이 됐다. 그해 말 결국 5·18특별법이 통과됐다.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의 수괴는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렇듯 드라마는 시대정신의 반영이었고, 국민적 여론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했다면 이뤄 낼 수 없는 성과였을 테다. 27년의 시차를 두고 또 다른 드라마가 논란이다. JTBC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을 구체적인 시대 배경으로 설정했다. 군부정권이었던 만큼 안기부가 등장하고 간첩이 등장한다. 줄거리를 담은 시놉시스에는 간첩이 민주화운동을 한다는 얼개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졌다. 숱한 ‘간첩 조작 사건’에 신음하던 시대였기에 당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불가피했다. 논란이 이어지며 4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3.89%의 시청률이 1.68%,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창작의 자유와 창작물의 사회적 책임은 늘 긴장 속에서 공존할 수밖에 없다. 창작의 자유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창작물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일이 창작자들에게 억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쉽지 않은 줄타기가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다.
  • 조주완 사장 “F·U·N 경험 제공해야 고객 감동”

    조주완 사장 “F·U·N 경험 제공해야 고객 감동”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23일 임직원 대상 2022년 신년 메시지에서 “고객 감동을 위해 ‘F·U·N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우리의 목표로 명확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고객의 삶을 향상할 고객 경험 혁신에 속도를 내자”고 당부했다. 조 사장이 말한 ‘F·U·N’은 ‘한발 앞선(First)·독특한(Unique)·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경험을 뜻한다. 그는 “차별화된 혁신 기술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고객에게 더 나은 삶과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지속 성장하는 것이 LG전자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우리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LG전자가 고객에게 ‘일상에서 당연한 선택’이자 ‘앞서가는 삶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관점을 고객 입장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일하는 방식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조직 간 장벽을 허물고 직원들이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유기적인 운영 체계가 필수”라며 “외부적으로는 전문역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내재화할 수 있는 협업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 LG전자 조주완 사장 “앞선·독특한·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을”

    LG전자 조주완 사장 “앞선·독특한·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을”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사진)은 23일 임직원 대상 2022년 신년 메시지에서 “고객 감동을 위해 ‘F·U·N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우리의 목표로 명확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고객의 삶을 향상할 고객 경험 혁신에 속도를 내자”고 당부했다.조 사장이 말한 ‘F·U·N’은 ‘한발 앞선(First)·독특한(Unique)·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경험을 뜻한다. 그는 “차별화된 혁신 기술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고객에게 더 나은 삶과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지속 성장하는 것이 LG전자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고객은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으로 우리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LG전자가 고객에게 ‘일상에서 당연한 선택’이자 ‘앞서가는 삶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관점을 고객 입장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일하는 방식에서도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조직 간 장벽을 허물고 직원들이 긴밀히 소통함으로써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할 수 있는 유기적인 운영 체계가 필수”라며 “외부적으로는 전문역량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내재화할 수 있는 협업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최종 관문 넘었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최종 관문 넘었다

    SK하이닉스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중국 측 승인으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에 필요한 경쟁 당국의 심사는 마무리됐고, 2025년 인수 완료를 앞두고 실무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이날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및 SSD(대용량 저장 장치) 사업부 인수에 대한 반독점 심사 승인을 했다. 그러나 SAMR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 PCle(반도체 통제 하드웨어) 기업급 SSD 제품 등을 ‘불합리한 가격에 공급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일부 조건을 달았다. 그간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필요한 총 8개 경쟁 당국의 규제 심사를 거쳤으며, 중국 측 승인만 남아있었다. 애초 업계에서는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등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중국의 심사 승인이 무산되거나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2021년의 끝자락에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인텔이 자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효과를, 중국은 인텔이 보유했던 다롄 공장에 SK하이닉스가 투자를 계속하게 되는 실리를 얻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인텔에 계약 대금 90억 달러(약 10조 7000억원) 중 70억 달러(약 8조 3000억원)를 1차로 지급하고 인텔로부터 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이전받는다. SK하이닉스 측은 “중국 당국의 심사 승인을 환영한다”며 “남은 절차를 잘 진행해 회사의 낸드 및 SS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측 심사 승인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해마다 중국에서 여러 포럼을 개최하거나 오랜 기간 참여하면서 중국 정부와 정·재계에서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SK하이닉스 심사 승인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올해 9월 서진우 부회장을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하고, 중국으로 보내 중국 관계자들을 설득하게 했다. 최 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 지분 투자 당시에도 중국 승인 심사 과정에서는 직접 중국을 방문해 투자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정호 부회장 역시 인수·합병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인텔 낸드 인수팀을 총괄 지휘하고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에게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 [단독]환치기 일당, 日 ATM서 1만여회 돈 인출…코인 되팔아 15억 차익

    [단독]환치기 일당, 日 ATM서 1만여회 돈 인출…코인 되팔아 15억 차익

    일본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NH농협은행 체크카드 인출액은 올 3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한일 간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에 따른 차익 거래가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2월 10억원대(17억 6856만원)에서 3월 100억원대(159억 1818만원)로 뛰더니 5월엔 1000억원대(1321억 2912만원)로 불어나며 3개월 새 7371% 급증했다. 이후에도 인출액은 8월을 제외하곤 수백억원대를 유지했다. 관세청은 지난 7월 한일 간 김프를 노린 환치기 일당을 적발했다. 2017~2018년 일본 ATM에서 본인 명의 체크카드로 1만 2198회에 걸쳐 320억원을 인출해 현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구매 후 국내 거래소에 되팔아 15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B씨 일행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1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체크카드 현금 인출 한도 제한이 없어 가능했던 특이 케이스”라며 “이제는 은행권 체크카드는 한도를 다 막아놔 국내 은행 체크카드로 일본에서 수차례에 걸쳐 억대를 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년 전 환치기 사례를 적발했던 관세청 얘기와 달리 일본 내 ATM을 매개로 한 비트코인 환치기는 올해 들어 더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거래소인 일본 비트플라이어와 국내 업비트의 4~10월 일별 비트코인 시세를 비교해 보면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이 일본보다 월등히 비쌌다. 이 시기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최저가에 구매한 뒤 국내에서 최고가에 팔면 최대 68.98%까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일례로 9월 21일 일본에서 1비트코인을 4837만 8051원에 사서 10월 20일 국내에서 8175만원에 팔면 68.98%(3337만 1948원)까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농협은 5월 14일부터 월 인출 한도를 카드당 1만 달러로 제한한다고 했지만 실제 제한은 이뤄지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던 5월부터 카드당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인출이 속출하며 인출액이 급증했다. 제한이 처음 적용된 5월엔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카드당 월평균 인출액은 5월 1억 6704만원, 6월 9866만원, 7월 4873만원, 8월 301만원, 9월 3036만원, 10월 5793만원으로 8월을 제외하곤 모두 초과했다. 4~10월 1인당 월평균 인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8월과 9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 인출자들은 모두 외국환관리법(연간 5000만원)을 위반하는 금액을 인출했다. 5월에는 570명이 12만 8129건에 걸쳐 1321억 2912만원을 인출했는데, 1인당 평균 224.8건에 걸쳐 2억 3181만원을 찾았다는 의미다. 한 사람이 한 달간 ATM에서 약 225차례에 걸쳐 2억 3181만원을 찾은 것이다. 인출 건수만 보면 한 사람이 한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ATM에서 7.2차례 인출했다. 농협 체크카드의 5월 한 달 인출액(1321억 2912만원)은 지난해 1년간 다른 4개 은행 체크카드의 총인출액(1040억 34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비트코인 환치기 세력들이 몰리면서 농협 체크카드의 올 1~10월 인출액은 3649억 1300만원으로, 지난해 1년간 총인출액 98억 7800만원의 36.9배나 불어났다. 올 1~10월 농협 체크카드 회원 수는 408~570명 사이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하나은행 체크카드가 6053~8602명으로 가장 많다. 농협은 하나은행보다 회원 수는 15배나 적은데, 1인당 월 인출액(5월 기준)은 약 30배나 많다. 농협 체크카드 수수료는 건당 3달러에 브랜드 수수료 0~1.1%를 더해 책정된다. 3~10월 최소 3달러에 월별 한국은행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농협은 체크카드 수수료로 12억여원을 벌어들였다. 5월엔 수수료만 4억 3181만원을 챙겼다. 반면 다른 은행들 체크카드는 규제 한도를 넘지 않았다. 7월 1일부터 인당 월 5000만원으로 제한한 우리은행 체크카드는 인당 평균 인출액이 100만원대, 6월 1일부터 인당 5만 달러로 규제한 신한은행은 100만원대, 2014년 10월부터 인당 2000만원으로 제한해 온 국민은행은 100만원대에 머물렀다. 7월 1일부터 인당 최대 5만 달러로 규제한 하나은행은 10만원대로 가장 적었다. 한일 간 비트코인 환치기를 잘 아는 A씨는 “미국과 유럽은 자금세탁 이슈가 커 농협처럼 하루에 억 단위의 돈이 입출금되면 테러 자금으로 의심해 가만히 놔두지 않고, 중국은 암호화폐 구매 자체가 불법”이라며 “일본이 환치기 세력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치기 한 번에 보통 10% 정도 시세차익을 올린다. 100억원이면 10억원을 버는데, 세금은 한 푼도 안 낸다”고도 했다. 자금세탁방지법상 ATM 현금 입금·인출 하루 누적액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면 고액거래보고(CTR)나 의심거래보고(SRT) 대상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일본 ATM 체크카드 인출 현황과 비트코인 환치기 흐름도를 본 한 금융 범죄 전문 수사관(익명 요구)은 “다른 은행들과 달리 농협만 한도를 막지 않은 것”이라며 “농협이 이런 의심 거래를 FIU에 신고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일본 ATM 고액 현금 인출은 100% 비트코인 환치기 목적”이라며 “범법 내용에 따라서는 탈세부터 외국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국내재산도피방지법,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위반까지 국내 법망을 교란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지열(하나은행 자금세탁방지부 팀장)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1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 거래는 금융사가 FIU에 보고해야 하고 의심 거래는 금액과 상관없이 보고해야 한다”며 “농협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관련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 클릭] ■김치 프리미엄 국내 암호화폐 거래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보다 높은 현상을 말한다. 암호화폐 환치기 세력들은 일본에서 싸게 사서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되팔아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
  • [단독] 환치기 일당, 日 ATM서 1만여회 돈 인출… 코인 되팔아 15억 차익

    [단독] 환치기 일당, 日 ATM서 1만여회 돈 인출… 코인 되팔아 15억 차익

    한일 간 ‘김치 프리미엄’(김프)을 노리는 비트코인 환치기 세력들은 일본 편의점(세븐뱅크) 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NH농협은행 체크카드 현금 인출로 국내 법망과 규제를 뚫고 일본인이나 재일교포, 일본 체류 중인 한국 국적 직장인 등 제3자를 끌어들여 일본 현지 은행과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의 벽을 넘고 있다. 22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비트코인 환치기 세력들은 보통 4~5명이 팀을 이뤄 조직적·체계적으로 움직인다. 국내외 역할이 분담돼 있는데 크게 국내 관리책, 일본 현금 인출책과 비트코인 구매책으로 나뉜다. 국내 관리책은 처음(체크카드 마련)과 끝(비트코인 되팔기)을 맡는다. 환치기 도구인 체크카드를 농협에서 발급받은 뒤 일본 내 지인 등 제3자에게 국제 우송 등을 통해 전달한다. 일본에서는 환치기 핵심 작업이 이뤄진다. 전달받은 체크카드로 ‘일본 내 편의점 ATM 현금 인출→일본 은행 계좌 입금→비트플라이어·비트뱅크 등 현지 암호화폐거래소 비트코인 구매 후 개인 전자지갑 저장→전자지갑에 담긴 비트코인을 한국 내 관리책 전자지갑으로 이동’까지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국내 관리책은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옮겨 온 비트코인을 업비트 등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올려 되판다. 되판 금액은 일본에서 사용된 체크카드와 연결된 농협 계좌로 최종 이체된다. 한일 간 김프를 노린 비트코인 환치기는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리는 구조다. 일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려면 ‘현지 은행 계좌 개설→자금 송금→현지 거래소 구매’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한국인은 계좌 개설 첫 단추부터 쉽지 않고 계좌이체는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약 596만원), 연간 5만 달러로 제한돼 있어 별도 증빙 서류를 갖추지 않고서는 대규모 자금 이동도 불가능하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도 없다. 국내 카드사들은 2018년부터 카드로 암호화폐를 살 수 없도록 시스템을 정비해 코인 구매 땐 결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 체류 중인 한 직장인은 “일본 은행에선 외국인들이 통장 개설을 신청해도 거의 통과를 시켜주지 않거나 휴대전화 번호, 집 주소가 적힌 재류 카드(외국인등록증), 회사증명서, 소득증명서, 한국의 주민등록증 등 여러 서류를 요구해 통장을 만드는 게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한일 간 비트코인 환치기를 잘 아는 A씨도 “한국인이 일본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 현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본 은행에 계좌가 있는 제3자를 끌어들여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국내외 현 여건상 일본 내 ATM을 통해 현금을 인출한 후 현지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제3자를 통해야만 비트코인 구매가 수월한 셈이다. 관세청 수사에서도 한일 간 비트코인 환치기는 일본 체류자와 국내 동조자 협업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지난 7월 한일 간 김프를 노린 환치기 일당을 적발했다. 2017~2018년 일본 ATM에서 본인 명의 체크카드로 1만 2198회에 걸쳐 320억원을 인출해 현지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구매 후 국내 거래소에 되팔아 15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B씨 일행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적발해 1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체크카드 현금 인출 한도 제한이 없어 가능했던 특이 케이스”라며 “이제는 은행권 체크카드는 한도를 다 막아놔 국내 은행 체크카드로 일본에서 수차례에 걸쳐 억대를 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3년 전 환치기 사례를 적발했던 관세청 얘기와 달리 일본 내 ATM을 매개로 한 비트코인 환치기는 올해 들어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일본 ATM을 통한 농협 체크카드 인출액은 올 3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한일 간 비트코인 김프에 따른 차익 거래가 본격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2월 10억원대(17억 6856만원)에서 3월 100억원대(159억 1818만원)로 뛰더니 5월엔 1000억원대(1321억 2912만원)로 불어나며 3개월 새 7371% 급증했다. 이후에도 인출액은 8월을 제외하곤 수백억원대를 유지했다. 암호화폐거래소인 일본 비트플라이어와 국내 업비트의 4~10월 일별 비트코인 시세를 비교해 보면 국내 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이 일본보다 월등히 비쌌다. 이 시기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최저가에 구매한 뒤 국내에서 최고가에 팔면 최소 19.3%에서 최대 68.98%까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일례로 9월 21일 일본에서 1비트코인을 4837만 8051원에 사서 10월 20일 국내에서 8175만원에 팔면 68.98%(3337만 1948원)까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일별 매매 때도 시세 차익은 컸다. 5월 23일 일본은 3980만원대였지만 한국에서는 4740만원대로 시세차익은 19%였다. 농협은 5월 14일부터 월 인출 한도를 카드당 1만 달러로 제한했다고 했지만 제한이 이뤄지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던 5월부터 카드당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인출이 속출하며 인출액이 폭증했다. 제한이 첫 적용된 5월엔 연중 최대치를 찍었다. 카드당 월 평균 인출액은 5월 1억 6704만원, 6월 9866만원, 7월 4873만원, 8월 301만원, 9월 3036만원, 10월 5793만원으로 8월을 제외하곤 모두 초과했다. 한도 변경 전인 카드당 월 2만 달러 때도 카드당 인출액은 3월 2926만원, 4월 1억 4335만원으로 한도를 넘었다. 4~10월 1인당 월 평균 인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8월과 9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 인출자들은 모두 외국환관리법(연간 5000만원)을 위반하는 금액을 인출했다. 5월에는 570명이 12만 8129건에 걸쳐 1321억 2912만원을 인출했는데, 1인당 평균 224.8건에 걸쳐 2억 3181만원을 찾았다는 의미다. 한 사람이 한 달간 ATM에서 약 225차례에 걸쳐 2억 3181만원을 찾은 것이다. 인출 건수만 보면 한 사람이 한 달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ATM에서 7.2차례 인출했다. 농협 체크카드의 5월 한 달 인출액(1321억 2912만원)은 지난해 1년간 다른 4개 은행 체크카드의 총인출액(1040억 34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비트코인 환치기 세력들이 몰리면서 농협 체크카드의 올 1~10월 인출액은 3649억 1300만원으로, 지난해 1년간 총인출액 98억 7800만원의 36.9배나 불어났다. 올 1~10월 농협 체크카드 회원 수는 408~570명 사이로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하나은행 체크카드가 6053~8602명으로 가장 많다. 농협은 하나은행보다 회원 수는 15배나 적은데, 1인당 월 인출액(5월 기준)은 약 30배나 많다. 농협 체크카드 수수료는 건당 3달러에 브랜드 수수료 0~1.1%를 더해 책정된다. 3~10월 최소 3달러에 월별 한국은행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면 농협은 체크카드 수수료로 12억여원을 벌어들였다. 5월엔 수수료만 4억 3181만원을 챙겼다. 반면 다른 은행들 체크카드는 규제 한도를 넘지 않았다. 7월 1일부터 인당 월 5000만원으로 제한한 우리은행 체크카드는 인당 평균 인출액이 100만원대, 6월 1일부터 인당 5만 달러로 규제한 신한은행은 100만원대, 2014년 10월부터 인당 2000만원으로 제한해 온 국민은행은 100만원대에 머물렀다. 7월 1일부터 인당 1만 달러(최대 5만 달러)로 규제한 하나은행은 10만원대로 가장 적었다. A씨는 “미국과 유럽은 자금세탁 이슈가 커 농협처럼 하루에 억 단위의 돈이 입출금되면 테러 자금으로 의심해 가만히 놔두지 않고, 중국은 암호화폐 구매 자체가 불법”이라며 “일본이 환치기 세력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치기 한 번 할 때마다 보통 10% 정도 시세 차익을 올린다. 100억원을 투입했다면 10억원을 버는데, 세금은 한 푼도 안 낸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일본에 가서 자신의 체크카드로 인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제3자가 인출한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본인이 아닌 제3자가 본인의 체크카드로 인출하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세탁방지법상 ATM 현금 입금·인출 하루 누적액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면 고액 거래 보고(CTR)나 의심 거래 보고(SRT) 대상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게 돼 있다. 일본 ATM 체크카드 인출 현황과 비트코인 환치기 흐름도를 본 한 금융 범죄 전문 수사관(익명 요구)은 “다른 은행들은 한도를 다 막았는데, 농협만 한도를 막지 않은 것”이라며 “농협이 이 같은 의심 거래를 FIU에 신고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일본 ATM 고액 현금인출은 100% 비트코인 환치기 목적”이라며 “범법 내용에 따라서는 탈세부터 외국환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국내 재산 도피 방지법, 특정금융거래보고법 위반까지 국내 법망을 교란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열 한국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고액 현금거래는 1000만원 이상일 땐 금융사가 FIU에 보고를 해야 하고 의심거래는 금액과 상관없이 보고를 해야 한다”며 “만약 NH농협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관련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어제의 나’를 넘어야 지도자 될 수 있어/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제의 나’를 넘어야 지도자 될 수 있어/박현갑 논설위원

    두 달여 뒤면 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그런데 찍을 후보가 없다는 부동층이 주는 게 아니라 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의 후보 전 인생 궤적과 후보 행보를 보면 이들의 고충이 이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치면서 일머리는 인정받았다. 그러나 대장동 특혜비리 사건 설계자라는 의혹에다 형수 욕설 파문, 조카 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 사건으로 왜곡하는 등 도덕성 부족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대선 공약 번복도 감점 요인이다. 기본소득 공약이나 이를 뒷받침할 국토보유세 신설을 외치다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했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도 부정적 여론에 철회했다. 최근 나온 공시지가 현실화 속도 조절 주장도 2년 전엔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역사 인식도 논란이다. 호남 가서는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역사왜곡방지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고 칭찬한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그의 발언은 이해관계에 따라선 언제든 달리 말할 수 있는 위험한 사고를 보여 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어떤가. 검찰에서 26년간 있으면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검사 출신이다. 총장 시절 정권과의 갈등 끝에 정치에 입문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로 새누리당을 뒤집어 놓고,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도 새누리당 후신인 국민의힘의 대선후보가 됐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술자리를 소통 수단 삼아 ‘형님 리더십’을 펴온 그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신들이 잘했으면 내가 여의도에 왔겠나”라고 한 것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검사 경력은 그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검찰은 상명하복의 수직적 조직이다. 범죄 수사가 본업이다. 사람을 죄의 유무로만 판단하려 든다. 이런 조직 생리에 익숙한 사람에게서 수평적 대화나 협의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정책 이해도도 낮아 정책 설명은 김종인 총괄선대본부장이나 이준석 홍보미디어본부장의 몫이다. 주객전도인 셈이다. 소통력도 낙제점이다. 2030 청년층을 겨냥한다면서도 청년 토크쇼에는 1시간이나 늦고, 부인의 허위 경력 논란에는 늦장 사과,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캠프 관계자에게 넘긴다. 이러니 정치 불신이 생기는 게다.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을 수 없다. 두 후보는 ‘어제의 나’를 극복하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이 후보는 형수 욕설 파문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으나 직접 형수를 만나 무릎 꿇고 사죄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숨김 없이 밝혀야 한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각인시키려면 어설픈 운동권식 사고를 벗어던지고 확실한 실용주의자 면모를 보여야 한다. 집값 안정화도 좋지만 내 집값 떨어지는 것을 누가 좋아하나. 비판받은 전두환 발언도 아예 하지 않는 게 나았지만, 하더라도 호남에서는 그를 옹호하고, TK에서는 비판했다면 여론은 달랐을 게다. 윤 후보는 우직한 검사에서 유연한 정치인으로 변했음을 언행으로 보여야 한다. 공정과 상식 강조에서 나아가 핵심 공약에 대해서는 대리인이 아닌 본인이 그 이행 방안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선공약 경쟁이 ‘비전 경쟁’이 아닌 ‘선심 경쟁’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 철학이 없다는 인식을 깨지 않고 공정이라는 화두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이 후보가 제의한 1대1 회동도 피할 게 아니라 응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야 한다. 인간미 부각은 술 대신 컵라면 연출이 더 자연스러울 게다. 두 후보는 여의도 정치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을 제치고 대선후보로 선출된 것은 시대의 흐름 때문이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론을 기반으로 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할 인물로, 이 후보는 국정을 이끌어 나갈 일머리로 선택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상대 장점이 자신의 약점인 반쪽자리 후보들이다. 후보 교체나 차기를 노리자는 얘기가 들리는 이유다. 정권교체론을 뛰어넘는 지지율을 끌어내거나 대통령 지지율을 뛰어넘는 지지율 없이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지지층의 믿음 외 부동층의 신뢰 없이는 목표 달성이 힘들 게다. 유권자들은 ‘기득권의 나라에서 기회의 나라로’를 기치로 내건 윤 후보든, ‘경제대통령 이재명’을 각인시키려는 이 후보든 내 삶을 맡겨도 될 신뢰할 만한 후보를 원한다.
  • 김정은, 올해 세계에서 많이 검색한 정치인 3위…‘체중감량’ 화제

    김정은, 올해 세계에서 많이 검색한 정치인 3위…‘체중감량’ 화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전 세계인이 3번째로 많이 검색한 정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었다. 21일 독일 통계조사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 사용자들은 김 위원장의 이름을 월평균 190만회 검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월평균 700만회로 1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0만회로 2위였다. 김 위원장 다음으로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140만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120만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90만회)이 각각 4~6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관련해 가장 많이 검색된 주제어는 ‘체중감량’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전보다 확연히 마른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언론은 김 위원장이 착용한 손목시계의 시곗줄 길이 변화 등을 근거로 김 위원장의 체중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체중이 140㎏대로 알려졌던 그가 살이 쏙 빠진 채 나타나자 일본 언론 등이 ‘대역설’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 위원장의 체중이 2019년 약 140kg에서 현재 약 20kg 감량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 비정규직 품은 쉼터… 재개발에 연대의 공간 사라지나

    비정규직 품은 쉼터… 재개발에 연대의 공간 사라지나

    광화문 인근 땅값 비싸 신길동에 낙점30년 된 빌라 리모델링 2017년 문 열어시민 2000여명 모금… 年 4000명 이용지방서 올라온 노동자들 ‘꿀잠’서 위로 지난해 3월 신길2구역 재개발 움직임공간의 상징성 반영해 정비계획 요청구청·재개발 조합과 협의 안돼 답보 상태부당한 해고에 맞서, 차별 없는 일터를 위해, 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의 쉼터 ‘꿀잠’이 문을 연 지 4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 해 평균 4000명이 이용할 정도로 노동자들의 든든한 ‘뒷배’가 된 꿀잠이 재개발이란 복병을 만나면서다. 노동자들의 눈물과 땀방울로 만들어진 꿀잠이 헐린다는 소식에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영등포구청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꿀잠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대책위도 세워졌다. 이곳에 머물며 힘겨운 싸움을 했던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 오은주씨도 꿀잠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앞장섰다. 공존과 추방의 기로에 놓인 꿀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지난 3일 늦은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꿀잠을 찾았다. 1층 주방에선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서울 신도림역에서 야외 농성을 하고 돌아온 한국게이츠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맞춤형 식사’가 제공됐다. 13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열흘가량이 지난 시점이라 식탁에는 간을 하지 않은 흰죽과 함께 무나물, 시금치, 계란프라이, 된장국이 올라왔다. 식사를 준비한 꿀잠의 박행란 상임활동가는 “죽을 쑬 때 밥알이 살아 있지 않은 미음처럼 곱게 쑤고, 소금 간은 아예 안 하거나 적게 했다”고 귀띔했다. 15년 전 단식 농성을 한 적 있는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 출신이기에 경험으로 알게 된 상식이다. 그는 “내가 단식을 끝내고 뭘 먹어야 할지 몰랐던 때를 생각해 단식 노동자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한국게이츠는 지난해 6월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공장 문을 닫았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 19명은 사측에 폐업 이후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500일 넘게 협상 요구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꿀잠은 농성을 이어 갈 수 있는 충전소와 같은 곳이었다. 꿀잠 활동가들도 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김경봉 상근활동가는 이들이 머무는 4층에 올라가 “단식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술은 자제해야 한다”며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꿀잠이 응원한 덕분이었을까. 이들의 투쟁은 지난 16일 사측과 고용 문제를 추후 지속적으로 논의하는 조건으로 539일 만에 마무리됐다. 송해유 한국게이츠 노조사무장은 “가정이 깨질 위기에서 본사를 상대로 노숙까지 하며 싸웠다”면서 “꿀잠 덕분에 오랫동안 투쟁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문턱 없는 ‘꿀잠’… 누가 와도 환영 지난 9일 오후 꿀잠을 다시 찾았다. 이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근무하다 사망한 김용균씨의 3주기를 하루 앞둔 날이라 추모제 준비로 꿀잠이 분주했다. 전을 부치는 기름 냄새와 갈비찜 양념 냄새는 허기진 배를 자극하고도 남았다. 서울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할 당시 꿀잠에서 지낸 김미숙 대표도 추모제 준비를 거들었다. 그는 “서울에 연고가 없어 어떻게 싸울지 막막했는데 꿀잠에서 두 달 동안 지내며 마음이 아픈 노동자들과 얘기를 나눴다”면서 “저한테 꿀잠은 서울의 ‘친정집’ 같은 곳”이라고 했다. 김용균재단 권미정 사무처장도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해고 노동자나 장애인에게도 열려 있는 꿀잠은 언제 누가 와도 반겨 주는 ‘환대’의 공간”이라며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을 만나 제가 모르던 분야의 노동에 대해서도 외연을 넓히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만 해도 다양한 업종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꿀잠을 채웠다. 늦게까지 토론하고 회의하고, 또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문화 활동가와 가수가 와서 공연도 했다.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노동자들이 꿀잠에서 단순히 숙식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를 했던 분들이 꿀잠을 이용하며 ‘여기에 오면 내가 주인공 같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며 “‘당신의 싸움이 옳고 훌륭하며 우리 역시 당신을 지지한다’는 말을 꿀잠이라는 공간을 통해 말해 주고 싶다”고 했다. 노동자들이 마지막까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버팀목이 돼 주는 게 꿀잠의 역할이란 설명이다. ●상상이 현실이 된 ‘꿀잠의 탄생’ 장기 투쟁에 지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 노동자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자는 기획은 2015년 시작됐다. 기륭전자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직 투쟁의 경험을 앞세워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을 때다. 기륭전자 출신인 김 위원장은 “당시 동료들과 함께 복직을 이뤄 낸 후 노동운동에 어떻게 힘을 보탤지 고민하다가 지방에서 서울로 집회를 하러 올라온 노동자가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지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꿀잠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의 유쾌한 상상은 시민 2000여명의 모금 동참으로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물론 처음부터 일이 쉽게 풀린 것은 아니었다. 당초 집회의 중심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터를 잡을 계획이었지만 3.3㎡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시세를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점점 밀려나다 결국 신길동이 낙점됐다. 그래도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가 모두 정차하는 영등포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란 점에 안심했다. 지방 노동자들이 새벽부터 올라와 집회에 나갈 수 있는 마지노선은 지킨 것이다. 신길2구역은 2009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미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와해 수순을 밟던 중이었고 사무실은 폐쇄돼 당시만 해도 재개발 위험은 크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 1000여명이 30년 된 5층짜리 낡은 건물을 어떻게 리모델링할지 상상하고 설계하고 부수고 다시 짓는 과정에 동참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공간 곳곳에 당시 공사했던 이들의 노동이 녹아 있다”면서 “꿀잠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손길이 모여 완성된 역사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옮기고 싶어도 주변 시세 천정부지 올라 잠잠했던 재개발 움직임은 지난해 3월 신길2구역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설립된 이후 다시 감지되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꿀잠은 지난해 구청과 조합 측에 “(공공재 성격을 가진) 공간의 상징성을 반영해 정비계획을 세워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했고 조합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지난 3월부터 꿀잠과 조합, 구청 측은 중재 절차를 밟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12월에 진행될 서울시의 도시계획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하 1층과 지상 4층, 5층 옥탑방으로 구성된 꿀잠의 휴식 공간은 한 번에 최대 50명의 인원이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으로 아직까지 이를 대체할 장소는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고 노동자도 늘어나면서 꿀잠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데 활동 범위를 줄여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난 3일 꿀잠에서 하룻밤 자면서 만난 해고 노동자 최원씨는 “11월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다. 꿀잠이 아니었다면 이 추운 날씨에 갈 곳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밥까지 챙겨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꿀잠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공간인 동시에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지 분노하고 성토하고 논의하는 연대의 공간”이라면서 “이곳이 철거되면 현재와 같은 규모로 노동자를 수용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도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른 까닭이다. 꿀잠과 하루를 살아본 기자는 지난 4일 새벽 옥탑방에서 꿀잠이 겨우 정착한 동네를 내려봤다. 영등포역 주변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모든 불빛이 다 꺼져 힘든 낮을 잠시 잊은 채 안식을 취하던 깜깜한 꿀잠과 유난히 대비됐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만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취지로 출발한 ‘세상의 밑변’ 코너가 2년여간의 여정을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앞으로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곳곳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
  • 윤석열, “文 대통령, 고통받는 국민보다 지지율 관리에만 신경” 비판

    윤석열, “文 대통령, 고통받는 국민보다 지지율 관리에만 신경” 비판

    “문재인 정부 목표는 정치적 이익”위드 코로나, “대선 의식한 무리수”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의 본질은 선전”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참모가 바로 ‘쇼’와 ‘자화자찬’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며 날을 세웠다. 특히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고통받는 국민보다 지지율 관리에만 신경쓰는 문재인 대통령의 나쁜 정치가 최악의 상황을 불렀다”며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선전으로 일관하면서 목표로 삼는 것은 바로 정치적 이익”이라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밀어붙인 ‘위드 코로나’도 대선을 의식한 무리수였다는 것이 세간의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자기 자신까지 속이고 있다”면서 “그러니 태연하게 시급한 외교 사안도 없는 호주까지 가서 SNS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찍은 셀카를 올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윤 후보는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치 방역이 아니라 과학 방역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역학 조사의 디지털 데이터를 집적, 관리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철저한 과학 방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의료 체계의 복구와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 추진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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