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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전남 통합 승부수…나주 ‘전략청사’ 카드, 갈등 해법 될까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주청사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광주와 무안, 순천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나주가 ‘전략청사’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통합 논의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했다. 단순한 청사 유치 경쟁을 넘어, 광주·전남 상생의 구조적 해법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나주 지역 통합특별시의회 당선인인 최명수·이재창·양순봉·이은정 당선인은 지난 23일 공동 성명을 내고, 통합특별시의 상징성과 핵심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할 ‘빛가람 전략청사’ 설치를 공식 제안했다. 이들은 320만 시도민의 염원이 담긴 통합이 주청사 유치 경쟁 속 지역 이기주의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과거 전남도청 이전 과정에서 반복됐던 극심한 갈등의 재연을 경계했다. 이들이 내놓은 구상의 핵심은 ‘기능적 분산과 전략적 통합’이다. 기존 광주·무안·순천 청사의 행정 기능은 유지하되, 시장과 의장 집무실, 본회의 개최, 주요 정책 결정 등 통합특별시의 상징성과 조정 기능을 나주에 배치하자는 것이다. 특정 지역이 통합의 과실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권역이 역할을 분담하는 다핵 체계를 만들자는 발상이다. 나주의 논리는 단순한 지리적 중립성에 머물지 않는다. 24일 출범한 ‘나주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청사유치 비상대책위원회’는 나주의 역사성과 미래 성장성을 동시에 전면에 내세웠다. 비대위는 “나주는 천년 도읍의 역사와 찬란한 고대 문화를 품은 전남 행정의 원류”라며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 에너지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빛가람혁신도시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를 기반으로, 글로벌 핵융합·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성장 거점이라는 미래 비전도 부각했다. 특히 빛가람혁신도시는 광주와 전남이 공동 조성한 국내 최초의 상생형 혁신도시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광주와 전남이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공동 번영의 실험장이라는 점에서, 통합특별시의 정체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나주역 KTX와 광역철도망, 고속도로를 아우르는 교통 접근성까지 더해지며 전략청사 후보지로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통합특별시 주청사를 둘러싼 구도는 광주권과 전남 동부권(순천), 서부권(무안)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주의 가세는 논의를 한층 복합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나주의 ‘전략청사’ 모델이 갈등을 봉합할 절충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최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민형배 등 정치권의 움직임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사 입지를 둘러싼 소모적 경쟁 대신, 기능 분산을 통한 실질적 통합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의 성공 여부는 ‘어느 지역이 더 많이 가져가느냐’는 점유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은 승자독식이 아닌 역할 분담과 균형 발전이다. 나주 빛가람에서 제안된 전략청사 구상이 광주·전남의 오랜 지역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여는 실질적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AI 데이터센터 엇갈린 민심… 美 ‘반발’, 한국은 유치전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AI 인프라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전력과 용수,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미국 내 내홍이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처를 한국 등 아시아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빅테크와 AI 기업을 자문하는 컨설팅업체 밀타운파트너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16%에 그쳤다. 자택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서는 38%가 찬성했고 34%는 반대했다. 데이터센터를 반대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실제 거주지 주변에 데이터센터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8%에 불과했다. 소음이나 경관 훼손 같은 개인의 불편이 원인이라기보다, AI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악시오스는 데이터센터가 AI를 둘러싼 막연한 불안과 분노가 표출되는 대상이 됐다고 짚었다. AI가 불러올 비용은 지역사회가 떠안는 반면 혜택은 빅테크에 돌아간다는 인식이 반대 여론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이처럼 전력망 부담과 환경 규제, 주민 반발이 커지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수용성이 높고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와 반도체 산업 기반을 갖춘 한국이 새로운 AI 데이터센터 투자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여론이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국내에선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SK그룹의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LG유플러스와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다. 정부도 이달 공포된 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의 하위법령 마련에 착수하며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 HBM4 ‘매출 10억 달러’ 골든벨… 이재용은 ‘초격차 생산 거점’ 달려갔다

    삼성 HBM4 ‘매출 10억 달러’ 골든벨… 이재용은 ‘초격차 생산 거점’ 달려갔다

    수요 폭발로 연말 100억弗 전망도이, 천안 사업장 찾아 경쟁력 점검온디바이스 AI용 UFS 5.0도 개발차세대 메모리 시장 주도권 ‘속도’ 삼성전자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가 업계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약 1조 5400억원)를 돌파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힘입어 연말에는 100억 달러(약 15조 3420억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3일 HBM 핵심 생산 거점인 충남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한 뒤 130여일 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번 달 말 기준 누적 매출은 12억 달러(약 1조 8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HBM4 출시 첫해인 올해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이 깔려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2026년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 달러(약 83조 9200억원)로 추산한다. HBM 수요 확대의 한 축은 특정 연산이나 용도에 맞춰 설계한 맞춤형 칩인 주문형 반도체(ASIC)다. 글로벌 빅테크가 자체 AI 칩에 채택하면서 ASIC에 필요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공급하는 HBM 수요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와 ASIC 기반 하이퍼스케일러 고객사로부터 HBM 공급 협력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ASIC 업체 중심의 다변화된 고객 기반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내년 HBM 출하량이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은 삼성전자는 HBM4 메모리의 베이스 다이에 4나노 선단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능과 양산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HBM4에 이어 7세대인 HBM4E 시장에서도 주도권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며 기술 경쟁력을 재입증했다. 이 회장은 이날 천안사업장 C1·C2 라인을 찾아 사업장 운영 현황과 생산 계획, 기술 개발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방진복을 착용하고 HBM 패키지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생산 및 품질 경쟁력 현황을 살폈다. 천안사업장은 삼성전자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을 담당하는 핵심 생산 거점이다. 이 회장의 이날 방문은 기술 초격차 성과를 실제 생산 현장에서 점검하고, 향후 사업 확대 전략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서 데이터 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UFS 5.0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업계 최고 성능을 구현하며 별도의 연결 없이 기기 내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UFS 5.0은 삼성전자의 첨단 9세대 V낸드(V9) 기반으로 개발됐다. 업계 최고 수준인 10.8GB/s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구현한다. 온디바이스 AI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는 단순히 데이터 저장 공간을 넘어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UFS 5.0은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저장·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전력 효율을 전작 대비 40% 이상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부터 UFS 5.0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뿐 아니라 확장현실(XR) 헤드셋, AI 웨어러블 등에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 “서학개미 어쩌나” 3조 폭풍매수했는데…하루새 ‘615조’ 증발한 스페이스X

    “서학개미 어쩌나” 3조 폭풍매수했는데…하루새 ‘615조’ 증발한 스페이스X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로 기대를 모으며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 주가가 사흘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22일(현지시간) 스페이스X 주가는 전장보다 16.4% 하락한 154.6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회사 상장 첫날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가 급락은 스페이스X의 회사채 발행 계획이 공개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날 투자자들과 전화회의를 진행하며 최소 200억 달러(약 30조 7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의 보유 현금 규모는 약 1008억 달러(154조 6000억원)에 달하지만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와 부채 등을 감당하기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하기로 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스페이스X는 지난 3월 승계받은 엑스(X)와 xAI의 부채를 차환하기 위해 브릿지론(단기 차입금)을 사용했고, 6개월 내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200억 달러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 상장한 이후 3거래일간 급등하다가 이후 3거래일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스페이스X의 현재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 135달러에 비해선 15%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주가 급락으로 스페이스X 시가총액도 약 4000억 달러(약 615조원) 증발했다. 하루 감소 폭으로는 뉴욕 증시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이다. 이날 스페이스X 시총은 2조 300억 달러(3115조 6000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부터 4거래일 동안 19억 4960만 달러(약 3조원)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전체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 1위다. 블룸버그는 “스페이스X가 겪고 있는 변동성은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신규 IPO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서울광장] 청년을 가르치려는 정치의 착각

    [서울광장] 청년을 가르치려는 정치의 착각

    “여우는 많은 것을 알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고대 그리스 시인의 이 말을 빌려 지식인들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나눴다.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맥락 속에서 현실을 보는 이들이 여우라면, 하나의 큰 원리로 모든 일을 설명하려는 이들은 고슴도치다. 지금 청년층을 바라보는 기성 정치, 특히 민주화 세대 일부의 시선은 전형적인 고슴도치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하나의 역사관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그 틀에 들어오지 않는 청년을 곧바로 보수나 극우로 몰아붙인다. 6·3 지방선거 뒤에도 그랬다. 민주당이 기대한 만큼 청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여권 일각에서는 청년 표심을 하나의 병리 현상처럼 간주하는 말들이 나왔다.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은 선택을 독립된 정치적 판단으로 보기보다, 미성숙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기울어진 결과처럼 낙인찍은 것이다. 급기야 2030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대상이 아니라 ‘몽둥이’로 제압해야 한다는 망언까지 나왔다.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면서 다른 세대의 선택을 힘으로 눌러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 자체가 기막힌 역설이다. 그러나 선거 직후 드러난 청년들의 모습은 그런 단정이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보여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초기 항의의 중심에 2030이 있었다. 그들이 거리에서 따진 것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가 아니었다. 시민의 한 표가 국가에 의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이다. 일부 세력이 시위를 음모론과 정략적 구호로 끌고 가려 하자 청년들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참정권 훼손에는 항의하되, 나의 분노를 남의 정치적 계산에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것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의 모습 아닌가. 많이 안다는 사람이 반드시 현실을 더 잘 읽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이론에 강하게 매인 사람일수록 예측을 그르치고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슴도치형 사고의 문제는 지식이 부족한 데 있지 않다. 하나의 해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현실의 복잡한 변화를 보지 않으려는 데 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젊은 사람이 정치를 말하려면 더 공부한 뒤에 하라는 식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비판한 적이 있다. 선거처럼 공동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장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시비를 판단할 수 있는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상대의 지성을 일단 믿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말이다. 청년을 가르치려 들기 전에 먼저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 청년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판단하고 발언할 권리를 가진 시민이다. 세계 곳곳의 청년들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실업 청년을 바퀴벌레에 빗댄 발언을 계기로 청년들이 ‘바퀴벌레당’이라는 풍자적 이름 아래 기성 질서의 무책임을 꼬집었다. 네팔에서는 SNS 차단과 부패에 항의한 청년 시위가 정권을 흔들었다. 지금 청년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규칙과 절차에 예민한 세대다. 입시에서는 작은 점수 차가 인생의 경로를 바꾸고 취업시장에서는 긴 준비 끝에도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어도 집값과 자산 격차 앞에서 출발선의 차이를 절감한다. 그러니 이들이 최소한의 공정, 최소한의 절차, 최소한의 권리 보장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젊은피’를 찾는다.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대변인을 앞세우며,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약속한다. 그러나 청년은 대개 일회용 간판으로 활용될 뿐 결정의 중심에는 서지 못했다. 젊음은 필요했지만 젊은 판단은 불편했던 셈이다. 거리에 나온 2030이 던진 질문은 분명하다. 청년을 언제까지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이용할 것인가. 마음에 들 때는 미래세대라 부르고, 불편할 때는 미숙한 세대로 몰아붙이는 정치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고슴도치의 확신으로는 그들을 읽을 수 없다. 청년을 시민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정치가 미래를 말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역사 교과서가 단순화한 사건들 [한ZOOM]

    우선 제목에 담긴 오해부터 바로잡고자 한다. 역사 교과서도, 현장의 역사 교사들도 역사를 단 한 줄로 가르치지 않는다. 역사는 인간이 남긴 모든 기록과 흔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맥락이 아닌 단편적인 문장으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물론 방대한 역사의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을 ‘압축된 형태’로 기억하려 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중세는 암흑기였다”, “프랑스 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승리였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풍요로워졌다”,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다”와 같은 문장들이 그 예다. 이런 압축은 시험을 준비하거나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 효율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압축된 기억’이 ‘역사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학교를 떠나 역사를 전공하거나 깊이 있는 교양서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는 박제된 문장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무수한 맥락의 그물망이기 때문이다. ●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말은 누구의 관점일까?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마침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그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대항해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오랫동안 역사 교과서는 ‘신대륙 발견’이라고 설명해 왔고, 우리의 머릿속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 역사학에서는 이 표현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이미 마야, 아즈텍, 잉카를 비롯한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고, 수천만 명의 원주민이 자신들만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 자신들이 살던 땅을 누군가가 ‘발견했다’는 표현은 성립할 수 없다. 심지어 1960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 발견된 바이킹 정착지 유적은, 바이킹이 콜럼버스보다 약 500년 먼저 북미에 도착했음을 증명하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명제를 완전히 뒤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콜럼버스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그가 유럽과 아메리카를 지속적으로 연결했고, 이후 대항해 시대와 세계 무역,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누가 기록했는가에 따라 그 의미와 표현도 달라진다. ● 중세 시대는 정말 암흑기였을까? 중세 시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짙은 회색이 가득한 어둡고 음산한 장면이 떠오른다. 중세 시대를 ‘암흑기’(Dark Ages)라는 강렬한 단어로 기억하고 있는 탓에, 우리는 여전히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중세 시대를 무지와 미신,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의 시대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역사학은 이 시기를 훨씬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중세에는 유럽 최초의 대학들이 세워졌다. 이때 탄생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프랑스 파리 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수학과 건축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받는 ‘고딕 성당’도 이 시기에 건설됐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과 샤르트르 대성당은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경이로운 건축적 진보를 보여준다. 농업 기술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철제 쟁기가 보급되고, 토지를 3년 주기로 돌려 경작하는 ‘삼포제’(三圃制)가 확산되며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풍차와 물레방아는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며 사회의 동력이 됐다. 물론 흑사병, 종교 갈등, 십자군 전쟁과 같은 비극적 사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건 몇 가지로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암흑기’라는 단어 하나로 가두기에는 중세는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시대였다. 일각에서는 ‘암흑기’라는 표현 자체가 르네상스 시기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적 개념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 프랑스 시민혁명은 정의가 승리한 이야기였을까? 1789년, 오랜 재정 위기와 흉작으로 폭발한 민중의 봉기가 도화선이 돼,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운 혁명이 봉건제도를 무너뜨리고 국민주권에 기초한 근대적 정치 질서의 기틀을 세웠다. 역사는 이를 ‘시민혁명’(Bourgeois Revolution)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민혁명은 현대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혁명의 실제 과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서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혁명 정부는 정치적 주도권을 쥔 뒤 체제 유지를 위해 ‘반혁명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혁명을 이끌던 지도자들은 서로를 숙청하고 처형하기 일쑤였다. 공포 정치로 수천 명을 단두대에 세웠던 막시밀리엥 드 로베스피에르 자신도 결국 두려움에 뭉친 동료들의 반격으로 같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혁명은 자유를 향한 시대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고귀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투쟁이 있었고, 희망의 시대과 공포의 시대가 동시에 열린 사건이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는 혁명의 의미를 설명하지만,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인간의 욕망과 갈등까지 오롯이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 산업혁명은 모두를 부자로 만든 사건이었을까?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제적 전환점이었다. 그 상징성 덕분에 오늘날 인류 역사의 중대한 경제적 변화 시점마다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이 붙곤 한다. 21세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것도 산업혁명이 가진 거대한 상징성을 활용한 같은 맥락이다. 제1차 산업혁명의 결과,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대량생산 체계가 시작되면서 생산성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필요한 물건을 예전보다 싸고 빠르게 손에 쥘 수 있게 됐고, 서서히 현대적 자본주의의 기반이 확립됐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삶은 결코 풍요롭지 않았다. 하루 14시간에서 16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은 흔한 일이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위험한 탄광과 방직공장에 내몰렸다. 도시는 급속히 팽창했지만 위생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빈민가에서는 질병과 범죄가 난무했다. 오늘날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노동시간 제한, 산업재해 보상, 최저임금, 아동노동 금지 같은 제도들은 사실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발전은 언제나 혜택과 비용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번 혁명이 우리 사회에 지불하게 할 비용이 무엇인지 두려움을 안고 지켜보고 있다. ● 서로마 제국의 멸망과 냉전에 대한 편견 우리는 “서기 476년 로마 문명이 무너졌다”고 기억하지만, 사실 그해 그날 갑자기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동로마 제국은 이후로도 1453년까지 약 1000년을 더 이어갔고, 그곳에서 꽃핀 로마법은 현대 유럽 법률의 근간이 됐다. 로마인이 남긴 라틴어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의 뿌리가 됐으며, 로마가 구축한 도로망과 행정 체계 역시 중세 시대를 관통하며 이어졌다. 문명은 단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대 역사학자들은 로마의 ‘멸망’이라는 단어 대신 ‘전환’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냉전(Cold War)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가 존재한다. 우리는 냉전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이어진 미국과 소련 사이의 단순한 대립으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냉전은 단순히 두 초강대국의 경쟁을 넘어, 전 세계를 재편한 거대한 국제 질서의 변화였다. 그 영향력은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전쟁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의 수많은 분쟁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독립한 국가들은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았고, 스위스처럼 비동맹 노선을 택하며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한 국가들도 있었다. 역사 교과서에는 마치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거인의 대결로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냉전은 수십억 명의 삶을 흔들어놓은 지구적 규모의 사건이었다. ●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닌 출발점이다 역사 교과서는 역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낸 완결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이 방대한 역사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도에 가깝다. 지도는 단순할수록 직관적으로 길을 찾기 쉽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단순한 그림, 단편적인 문장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간단한 지도를 손에 들고 막상 길을 나서면, 실제로는 지도 너머에 더 많은 풍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도의 선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작은 골목길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생한 풍경, 그 길을 둘러싼 자연이 사실은 역사라는 지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므로 역사 교과서는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 돼야 한다. 쉽게 단정 짓고 해석하고 외우려 하지 말고, 이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이라는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는 힘을 길러주는 이정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것이 박제된 사실과 연도를 외우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우리 학생들이 진정으로 바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 “푸틴만 기뻐할 뿐”…젤렌스키 훈장 박탈에 폴란드 대통령과 총리 충돌한 이유 [핫이슈]

    “푸틴만 기뻐할 뿐”…젤렌스키 훈장 박탈에 폴란드 대통령과 총리 충돌한 이유 [핫이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 박탈을 놓고 폴란드 내부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19일과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연달아 글을 올리고 이번 사태를 둘러싼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은 푸틴에게는 기쁨을, 우리 동맹국들에는 충격을 안겨준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역할은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이지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다. 전선은 다른 곳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정치인이 갈등에 개입하는 것은 경제적, 지정학적, 평판 면에서 양국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전략적 실수”라면서 “유럽 파트너들과의 논의에서 나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군부대의 명명 문제가 발단투스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자국 나브로츠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자 명백한 엇박자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3년 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폴란드 최고 훈장 ‘백수리 훈장’을 박탈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군부대의 명명 때문이다. 지난달 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 특수부대에 ‘우크라이나 반군(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를 군대의 역사적 전통을 복원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폴란드는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UPA가 구소련과 나치 독일에 맞선 저항 세력으로 평가받지만 폴란드에서는 1943~1945년 발생한 ‘볼히니아 대량학살’의 주범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폴란드 측은 이 사건으로 당시 약 10만명의 폴란드계 주민이 잔인하게 학살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엑스에 “폴란드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훈장을 박탈한 결정은 경고”라면서 “양국 간의 관계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훈장이 상자에 담겨 배송되는 사진을 게시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폴란드 내부 정치 갈등으로 갈라진 훈장 박탈 문제훈장 박탈 여파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직 대통령 3명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도 자신들이 받았던 폴란드 훈장 반환에 동참하며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 정계도 갈라졌다. 폴란드는 이원집정부제인데,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투스크 총리는 정당도 서로 다른 오랜 정치적 라이벌 관계다. 친유럽연합(EU) 성향의 투스크 총리와 달리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민족주의 성향으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데 제동을 걸어왔다. 특히 두 사람은 러시아가 유럽의 최대 위협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과거사 사과 없이 우크라이나를 무조건 도울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다만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훈장 박탈이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반감이 아니며 폴란드 안보 정책의 전략적 방향 변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웃 나라인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파트너이자 친구 사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회 내부의 증오를 부추겨 정치적 지지율을 올리려는 싸움은 매우 위험한 사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우리 군인들이 스스로 부대에 영웅적인 이름을 붙이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없이는 누구도 폴란드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강대국 권력 옹호하는 한국 극우… 조롱과 혐오를 분출하다

    강대국 권력 옹호하는 한국 극우… 조롱과 혐오를 분출하다

    북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특수성반중 정서는 누적된 경험과 학습특정한 해석과 역사 재구성 결과 사실의 왜곡과 부정을 앞세운 극우 정치가 전 세계적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혐오와 조롱의 ‘폭력적 언어’가 무차별적으로 분출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역사 계간지 ‘역사비평 155호’(2026 여름)는 ‘혐오의 역사와 극우 정치’를 주제로 한국 사회를 살폈다. 조은성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증오와 혐오-한국 극우의 북한 활용법과 정동의 재편’에서 한국 극우 정치가 북한을 필요한 적으로 활용해 온 방식을 정동(외부 자극에 대한 정서적 반응 이전에 일어나는 신체적 반응을 탐구하는 문화이론)의 측면에서 진단했다. 냉전과 전쟁의 시기에 북한은 실존적 위협으로 증오의 대상으로 규정됐다. 이는 권위주의 정권의 총동원 체제와 국가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였다. 그러나 지구적 탈냉전과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이후 북한은 즉각적 공포의 대상이기보다는 ‘혐오’라는 정동이 주요한 매개로 작동했다. 그러면서 조롱과 비하, 경멸의 대상으로 재현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한국에서 극우를 말할 때는 북한을 빼놓고는 성립할 수 없다. 이 특수성 때문에 보수 혹은 우파를 극우와 구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서구의 극우가 대체로 자민족 제일주의에 입각한 내셔널리즘과 반이민, 반세계화 담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의 극우는 민족주의와 거리가 있고 미국 중심 세계화나 일본의 국가주의에 오히려 찬동하며 강자의 권력을 옹호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분단이라는 구조와 극우가 애초에 북한이라는 적을 활용해 우파 세력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북한 혐오가 여성 혐오, 이주민 혐오, 성소수자 혐오, 중국 혐오 등 여타 혐오 담론들과 맞붙어 순환하면서 한국 극우의 복합적 혐오 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모양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확산으로 혐오의 생산 유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조 교수는 ‘밈’이라는 형태의 연성화된 혐오를 젊은 세대들이 놀이처럼 소비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없다면 한국 극우는 스스로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 사회의 중국 인식 변화-기대, 환멸, 혐오의 복합적 양상’에서 한중 수교 이후 한국 사회의 중국 인식이 기대에서 환멸과 혐오로 이동해 온 과정을 분석했다. 윤 교수는 최근 반중 정서는 일시적 반응이나 고정된 민족주의 감정이라기보다 동북공정부터 산업 경쟁, 코로나19와 문화 갈등 등을 거치며 누적된 경험과 학습의 결과라는 점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비판적 중국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편집주간(순천대 사학과 교수)은 “우익의 성장은 돌발적, 일시적 현상이 아닌 그들이 발 디딘 정치경제 질서의 변화, 논의 지평의 재편, 세력 관계의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들의 입지는 단순한 정치 구호와 선동 차원을 넘어 과거에 대한 특정한 해석과 역사의 재구성을 통해 정당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더욱 세밀한 포착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 트럼프, 이제 북한 때리나…“北 비핵화 우선 과제” 발언에 코웃음 나온 이유 [핫이슈]

    트럼프, 이제 북한 때리나…“北 비핵화 우선 과제” 발언에 코웃음 나온 이유 [핫이슈]

    미국과 이란이 휴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전쟁이 일단락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한 비핵화’를 매우 높은 위치에 놓고 논의 중이라는 미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윌레졸 미 국무부 한국·일본·몽골 담당 부차관보는 워싱턴DC에서 민관 정책 플랫폼 트라이포럼이 개최한 ‘한·미 전략산업 및 안보 포럼’에서 “북한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 목록에서 매우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행정부에서도 그러했지만, 우리 행정부에서 이뤄지는 북한에 대한 논의는 비핵화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팩트시트에서도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약속했다. 어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와 관련해 윌레졸 부차관보는 “과거에 적어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입증된 제재를 이행하고 북한의 사이버 위협 및 IT 인력 파견, 가상화폐 절취 등에 다른 나라들과 함께 대처함으로써 북한 정권의 수익원을 박탈하고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보유국 지위 요구하는 북한, 대화 나설까윌레졸 부차관보는 미국과 북한의 대화 재개와 관련해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할 준비가 되면 트럼프 행정부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조선노동당 제9차 당대회 정책연설에서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인 국가의 지위”라고 강조한 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 잘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거부하지만,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에는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2기 임기 시작 직후인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라고 언급했고, 같은 해 3월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하며 “나는 핵보유국인 북한의 지도자(김정은)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이란 전쟁의 최대 목표이자 핵심 성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꼽은 바 있다. 핵무기가 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제거를 위해 전쟁까지 벌인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라진 북한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1기 행정부 때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당시 1기 임기 재임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가졌던 북한과 현재의 북한은 매우 다른 국가적 위치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북한은 중국이 동참한 유엔 제재의 강한 영향을 받는 반면 러시아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해 제재를 완화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 경제 개발을 도모하려 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뒤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을 결정하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사실상 준동맹 수준에 이르렀다. 2025년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에는 상호 군사 지원 조항이 포함됐고 이후 협력이 급격히 확대됐다. 더불어 군사력에도 상당한 변화와 발전이 있었으며, 현재 북한군은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실전 경험을 보유한 군대가 됐다.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라는 새로운 후원자를 확보하자 눈에 띄게 러시아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로 인해 중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도가 감소하고, 이는 곧 북한에 대한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문화했으며 비핵화 문제는 더 이상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의 발언이 나온 지난 18일에도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담화를 통해 “핵보유는 반드시 고수해야 할 우리의 핵심 이익이며 비핵화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불퇴의 선”이라고 일축했다. 또 북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G7 정상회의 성명을 겨냥해 “결코 실현할 수 없는 공허한 목표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비핵화 구호 합창이라는 상습적 관행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서방의 가긍한 처지가 다시 한번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고 비난했다.
  • 젤렌스키에 ‘뒤통수’ 맞은 폴란드…역사 문제로 최고 훈장 박탈한 이유 [핫이슈]

    젤렌스키에 ‘뒤통수’ 맞은 폴란드…역사 문제로 최고 훈장 박탈한 이유 [핫이슈]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우방 중 하나인 폴란드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여한 최고 훈장을 박탈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3년 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여했던 폴란드 최고 훈장 ‘백수리 훈장’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우크라이나 군부대의 명명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 특수부대에 ‘우크라이나 반군(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부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를 군대의 역사적 전통을 복원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폴란드는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UPA가 구소련과 나치 독일에 맞선 저항 세력으로 평가받지만 폴란드에서는 1943~1945년 발생한 ‘볼히니아 대량학살’의 주범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폴란드 측은 이 사건으로 당시 약 10만명의 폴란드계 주민이 잔인하게 학살됐다고 보고 있다. 역사문제로 얽혀있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이에 대해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폴란드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훈장을 박탈한 결정은 ‘경고’”라면서 “양국 간의 관계에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도 훈장이 상자에 담겨 배송되는 사진을 게시하며 폴란드로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훈장은 예카테리나 2세, 베니토 무솔리니,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게도 수여됐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는 과거 폴란드 침략에 앞장섰거나 도왔던 인물들의 훈장은 취소하지 않으면서 정작 러시아와 싸우는 자신만 박탈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폴란드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군사 지원로이터 통신은 “폴란드는 그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원해 왔다”면서 “이번 일로 양국 간에 심각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끊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훈장 박탈이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반감이 아니며 폴란드 안보 정책의 전략적 방향 변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한편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전차 및 장갑차와 MiG-29 전투기, 자주포 등을 대량 지원해왔으며 서방 국가들이 보낸 군수물자의 통로 역할도 수행해왔다.
  • 21개국 69명 작가 참여… 돌·유배·신화로 읽는 제주비엔날레

    21개국 69명 작가 참여… 돌·유배·신화로 읽는 제주비엔날레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과 제주의 자연·역사가 한 무대에서 만나는 예술 축제가 올여름 제주에서 막을 올린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오는 8월 25일 개막하는 ‘2026 제5회 제주비엔날레’의 최종 참여 작가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한국을 비롯해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일본, 캐나다, 우크라이나, 칠레 등 21개국에서 69팀(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부터 국제 미술계가 주목하는 동시대 작가들까지 폭넓게 포진해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8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83일간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돌문화공원, 제주 원도심 일대에서 열린다. 특히 전체 참여 작가의 약 30%를 제주 출신 작가로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에 뿌리를 둔 예술가들의 시선과 국제적인 담론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제주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 작가 면면도 화려하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이우환, 윤형근, 이응노, 서세옥, 차학경을 비롯해 이집트 출신 와엘 샤키, 우즈베키스탄의 사오닷 이스마일로바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제주를 대표하는 작가 변시지와 강요배도 참여해 지역 예술의 흐름을 조명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적 폭력과 이주, 기후위기 등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다룬 신작들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소개될 예정이다. 제주아트플랫폼에서는 별도의 필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칠레 다큐멘터리 거장 파트리시오 구스만과 영국의 영상작가 벤 리버스 등이 참여해 현대 영상예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는 제주가 지닌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눠 펼쳐진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추사의 견지에서_유배 Human’을 주제로 유배지 제주에서 형성된 미학과 예술적 계보를 조명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영인본과 제주문자도를 비롯해 백남준, 이우환, 윤형근, 강요배, 변시지 등의 작품이 소개된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는 ‘검으나 돌은 구르고 굴러_돌문화 Stone’을 통해 제주 현무암을 시간과 역사의 증인으로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제주 원도심 일대에서는 ‘큰 할망의 배꼽_신화 Deities’를 주제로 제주 신화의 다층성과 포용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2017년 출범한 제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 미술행사로서의 위상을 넓혀왔다. 올해 비엔날레는 제주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세계 미술계와 연결하며 제주가 글로벌 예술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겸 예술감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이번 비엔날레는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도민의 삶과 기억이 깃든 공간 곳곳에서 예술을 보고 참여하며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인류 첫 팬데믹, 8~11세 아이들만 노렸다 [사이언스 브런치]

    인류 첫 팬데믹, 8~11세 아이들만 노렸다 [사이언스 브런치]

    쥐를 통해 전염되는 페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 역병, 14세기 흑사병은 당대 인구의 상당 부분을 앗아갔을 정도였다. 페스트의 원인균은 그람음성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이며 이는 가까운 친척뻘 세균인 예르시니아 슈도투베르쿨로시스에서 진화적 시간 척도로 보면 비교적 최근에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페스트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대유행은 신석기 농업 혁명의 산물이라는 통념이 있었다.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살면서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가축을 기르며 설치류가 인간 거주지에 적응하면서 역병이 퍼질 조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이를 ‘신석기 역학 전환’ 가설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인구 밀도가 높은 주거 환경과 가축화 등이 팬데믹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글로브 연구소 고대 환경 유전학 연구센터, 영국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런던대(UCL), 존 래드클리프 병원,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UC 산타크루즈),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앨버타대, 러시아 이르쿠츠크 국립대, 모스크바 인류학·민속지학 연구소, 중국 티베트고원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약 5500년 전 시베리아 남동부 수렵채집 집단의 고대 DNA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페스트의 증거이며 이 질병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6월 18일 자에 실렸다. 앞선 연구들에서 페스트 유발 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를 선사시대 유럽에서 확인했으며 최대 약 53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팀은 시베리아 남동부 바이칼호에서 흘러나오는 앙가라강 유역에 있는 네 곳의 후기 신석기 시대 공동묘지에서 발굴된 사람 뼈를 분석했다. 이 지역은 ‘바이칼 고고학 프로젝트’로 수십 년간 집중 연구된 곳으로 8500~3500년 전의 매장 유적들이 풍부하다. 이들 지역은 청동기 후기 직전까지 수천 년간 수렵, 채집 생활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후기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46명의 유골 중 어금니, 작은 어금니 뿌리의 치아 시멘트질에서 고대 DNA를 추출했다. 시멘트질은 치아 뿌리를 감싸는 조직으로 다른 뼈 부위보다 혈류를 타고 들어온 병원체 DNA가 잘 보존돼 있다. 연구팀은 이렇게 채취한 DNA를 ‘샷건 시퀀싱’ 분석했다. 시료 속 DNA를 무작위로 잘라 닥치는 대로 읽어내는 기술로 인간 DNA뿐 아니라 그 안에 섞인 미생물과 병원체 DNA까지 한꺼번에 포착할 수 있다. 그 결과 18명에게서 예르시니아 페스티스가 다른 병원체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 시기적으로 두 번의 대유행이 있었는데 그 간격은 4~6세기였다. 1차 유행은 약 5520~5265 cal BP, 2차 유행은 5315~4235 cal BP로 나타났다. cal BP는 방사성탄소 연대를 나이테 등으로 보정한 ‘보정연대’로 기준점은 1950년이다. 대략 5500년 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연구팀은 고대 유전체에서 ‘혈통 공유 구간’을 분석해 유골들 사이의 친족 관계를 추정해 가계도로 구성했다. 그 결과 페스트는 작은 가족 집단을 단위로 퍼졌으며 이는 이 질병이 ‘사람 간 전파’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선페스트는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 옮기는데 폐페스트처럼 감염자의 기침을 통해 비말, 에어로졸로 확산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단일한 한 차례의 유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망했음을 의미했다. 균의 최초 출발점은 야생 마멋으로 추정됐다. 바이칼 지역에서 마멋은 페스트의 주요 자연 숙주로 고기와 모피를 얻으려 마멋을 사냥하고 해체하다가 감염되는 사례가 기록으로 다수 남아 있다. 야생 설치류에서 사람으로 넘어온 뒤 사람 사이에서 호흡기로 확산됐다는 시나리오다. 코로나19의 확산 과정과 비슷했다는 것이다. 가장 빠르게 진행된 감염은 8~11세의 어린이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친족으로 추정되는 4~9세의 어린 소녀 셋이 한 무덤에 묻힌 사례도 있었고, 조카와 이모가 페스트에 감염돼 한 무덤에 묻힌 것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죽은 이를 정성껏 묻어준 생존자가 있었다는 점은 당시 공동체가 죽은 가족을 돌보는 사회적 행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페스트 시료는 모두 북유럽에서 보고됐지만 페스트의 조상 쪽 균주가 이번에 발견돼 페스트의 기원이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일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연구를 이끈 로더릭 맥클라우드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야생 설치류에서 넘어온 페스트 균에 감염된 사람들이 호흡기를 통해서 감염병을 확산했고 특히 어린이 사망자가 많았음을 보여주며 이런 팬데믹은 일회성이 아니라 수백 년 간격을 두고 다시 발생했음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맥클라우드 박사는 “특히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인구 밀도 증가·가축화·정주 같은 신석기적 변화가 인수공통 대유행의 필수 조건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그에 따라 페스트를 유럽 후기 신석기 인구 감소의 ‘특별한 원인’으로 보던 해석에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부산박물관 등 문화기관 자산 활용 굿즈 12종 개발

    부산박물관 등 문화기관 자산 활용 굿즈 12종 개발

    부산시는 부산의 역사·문화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관 자산 활용 굿즈 디자인 개발 사업’을 완료하고, 프리미엄 3종과 일반 9종 등 총 12종의 굿즈(상품)를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기관별 특성에 맞는 콘셉트를 기획하고 시제품 제작 과정을 거쳤으며, 디자인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실용성과 완성도를 갖춘 상품으로 개발했다. 굿즈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는 3017명의 시민이 온오프라인 선호도 조사에 참여해 상품성 및 대중성을 검증했다. 개발된 굿즈는 기관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오브제 중심의 프리미엄 라인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반 라인으로 구성됐다. 클래식부산은 부산콘서트홀 객석과 파이프오르간을 형상화한 ‘스노우볼 오르골’을 비롯해 클립과 티켓북 등 3종을 선보인다. 부산박물관은 소장 유물의 조형미를 반영한 ‘백자대호 거울화병’을 비롯해 ‘모자호도(母子虎圖)’를 재해석한 인형 키링 등 4종을 개발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피란수도 부산의 1천23일을 모티브로 한 ‘오브제 시계’를 비롯해 회전식 금고 키링, 자수 책갈피, 크레용 자석, 타임라인 자 등 복고풍(레트로) 감성을 담은 6종의 굿즈(상품)를 선보인다. 개발된 굿즈는 7월 31일까지 중구 광복로 부산브랜드숍에서 전시와 시범 판매가 진행된다.
  • 한국 여자 골프의 개척자 구옥희 평전 출간

    한국 여자 골프의 개척자 구옥희 평전 출간

    한국 여자골프 1세대 개척자 구옥희의 삶을 조명한 ‘구옥희 평전’이 출간됐다. 1978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1회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구옥희는 1979년 첫 우승을 거뒀고, 1980년대 초반 국내 여자골프 무대를 지배했다. 지금도 구옥희가 거둔 통산 20승은 신지애, 박민지와 나란히 KLPGA투어 최다승 기록이다. 이후 일본 무대에 진출해 무려 23승을 올렸고 198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한국 선수로 최초의 LPGA투어 대회 우승을 이루는 등 한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이정표를 남겼다. 이 책은 구옥희를 중심으로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정상급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앞자리에 누가 있었고 어떤 조건 속에서 어떻게 싸워야 했는지를 조명하고 재해석한 기록물이다. 1부에서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캐디 아르바이트를 하며 골프와 인연을 맺은 서사와 한장상 한국프로골프(KPGA) 고문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과정, 2부에서는 일본에 진출하기까지의 여정과 홍두창, 나카히라 마치코(신원보증인), 다카무라 히로미(동료 선수)와의 운명적 만남을 기록했다. 3부에서는 텃세와 이지메, 통역도 매니저도 없던 시대를 홀로 견뎌야 했던 선구자의 시간, 4부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탄생과 권력의 이동이라는 시대적 간극을 다뤘다. 5부에서는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았으면서도 고독할 수밖에 없었던 개척자의 내면을, 6부에서는 구옥희의 삶과 업적을 새롭게 해석했다. 저자 오상민은 구옥희의 생애를 따라가며 한국 여자골프 1~2세대의 풍경도 함께 복원한다. 연덕춘-한장상-구옥희로 이어진 도제식 수련의 계보, 강춘자ㆍ한명현ㆍ김성희ㆍ정길자 등 초창기 여자 프로골퍼들의 등장, 일본 무대에서 마주한 히구치 히사코ㆍ오카모토 아야코 등 당대 최고 선수들과의 관계와 영향도 심도 있게 다뤘다. 신사우동 호랑이가 펴냈으며, 304쪽, 정가 1만 9000원이다.
  • 전설의 ‘매그7’ 벌써 한물 갔다고?…“대신 ‘망고스·파브10’ 담아라” [재테크+]

    전설의 ‘매그7’ 벌써 한물 갔다고?…“대신 ‘망고스·파브10’ 담아라” [재테크+]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와 함께 기업가치 3000조원을 가뿐히 넘어서자 월가에서 대표적으로 대형 기술주를 통칭해온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매그7)이 시대에 뒤처진 표현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망고스’(MANGOS), ‘파브10’(FAB10) 같은 새로운 명칭이 투자자들 입에 오르내리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죠. 다만 매그7이 그동안 시장에서 쌓아온 상징성이 워낙 강한 만큼,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샛별처럼 떠오르는 주도주들과 함께 한동안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하며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 달러(약 3017조원)를 넘어섰고, 엔비디아·알파벳·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에 이어 미국 상장사 중 6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타와 테슬라의 기업 가치도 넘어섰죠. 문제는 단숨에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게 된 이 기업이 정작 기존의 매그7에는 속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그7은 2023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투자전략가가 처음 만든 용어인데요. 엔비디아·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대형 기술주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지만 이 명칭이 그대로 유지되다가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죠.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이름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메타, 앤트로픽, 엔비디아, 알파벳, 오픈AI, 스페이스X의 앞 글자를 딴 ‘망고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다만, ‘A’를 앤스로픽이 아닌 애플로 해석하는 등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지원하는 티달 파이낸셜 그룹의 아가 쿠플린스카 제품개발 수석부사장은 “이미 업계 내부에서 이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명칭 제안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BRI 웰스 매니지먼트의 댄 보드먼-웨스턴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매그7에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을 더한 ‘매그나 아톰스’(Magna Atoms)라는 명칭을 제안했습니다. BofA 역시 지난 5월 22일 보고서에서 기존 7개 종목에 브로드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AMD를 추가한 ‘AI 빅10’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10개 종목이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웃돌 정도로 막강합니다. CNBC는 밴다 리서치가 제안한 ‘파브10’(FAB10, Frontier AI & Big Tech 10)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밴다 리서치는 “지난 몇 년이 매그7의 시대였다면 최근 들어선 FAB10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고 매그7이 당장 사라지진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요. 라운드힐 인베스트먼츠의 데이브 마짜 CEO는 “매그7이라는 표현은 투자자와 언론 사이에 이미 깊이 자리 잡고 있다”며 “완전히 대체되기보다는 새로운 표현과 함께 병용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 정청래 “당의 주인은 당원…1인 1표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 피 흘려”

    정청래 “당의 주인은 당원…1인 1표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 피 흘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민주주의를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에 빗대며 “역사는 보통·평등·직접·비밀 1인 1표 투표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렸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국민주권정부가 탄생할 때까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대중의 역사, 노무현의 역사, 문재인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이재명의 역사를 더욱 꽃피워야 한다”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또 “당원 동지들이 이재명 정부의 확실한 뒷배이자 믿음직한 조력자, 든든한 동반자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재명 정부 성공과 안정적 국정 운영에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달라”며 “당정청은 물론이고 당원과 모든 국민이 똘똘 뭉쳐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당 중앙위는 전당대회 준비에 필요한 절차의 시한을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에 한해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당헌개정안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또 6·3 지방선거 승리 기여자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당헌 부칙 신설안도 함께 상정됐다 정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던 것으로 평가받는 분들에게는 억울한 감산 조치를 면제해주려고 한다”며 “당내 화합 차원에서 필요한 조항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이 조항이 포함돼 통과되면 억울한 감산 조치를 받았거나 앞으로 또 예상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구제해줄 생각”이라며 “신청을 받아 최고위 절차에 따라서 면제 구제를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선 정 대표의 ‘1인 1표’ 언급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에서 불거지는 ‘1인 1표제’ 보완 요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 조성환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 한미동맹 우호 기념관 건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참석

    조성환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 한미동맹 우호 기념관 건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참석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성환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파주2)이 지난 15일 열린 ‘한미동맹 우호 기념관 건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에 참석해 건립 당위성을 피력하고, 미군 반환공여지를 활용한 구체적인 부지 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의회운영위원회 양우식 위원장(국민의힘, 비례)이 주재한 이번 최종보고회는 도내 한미동맹 우호 기념관의 건립 추진 방향과 타당성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실질적인 사업 추진 로드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보고회에서 조 위원장은 “한미동맹이라는 용어가 좌우 정치적 이념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고, 국가 안보와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 역시 세대 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념적 접근을 경계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한미동맹 우호 기념관 건립 필요성에 공감하며 향후 추진 과정에서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미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안보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함께 담아낼 수 있는 기념관이 건립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효성 있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안으로 경기북부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부지 선정 안을 제시했다. 조 위원장은 “한미동맹 우호를 위한 기념관 부지 선정과 관련해, 경기북부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와 같은 미군 반환공여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실효성 있는 공간 활용 방안을 당부했다.
  • 정용진 회장·스타벅스 전직원 역사 인식 교육 받는다…전국 매장 22일 조기 종료

    정용진 회장·스타벅스 전직원 역사 인식 교육 받는다…전국 매장 22일 조기 종료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부문 계열사 임원들과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교육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17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한 이마트 부문 경영진과 임직원들도 별도로 교육을 받고 스타벅스 5·18 마케팅 사태와 유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할 것을 재차 다짐한다. 그룹의 사내연수원인 신세계남산에서 진행되는 이번 교육에는 스타벅스는 물론 이마트 등 이마트부문 계열사 임원들이 모두 참석해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매장에 근무하는 파트너들은 22일에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 전국의 모든 매장은 오후 3시 조기에 영업을 종료하고, 점포별로 17일 진행한 교육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으로 역사 의식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받는다. 모든 매장이 일제히 영업을 조기 종료하는 것은 1999년 오픈 이후 처음이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코리아가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모든 임직원이 교육을 받는 것은 그만큼 이번 마케팅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회장은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별도로 역사 교육을 받는다. 그는 오는 24일 열리는 사장단 회의 진행에 앞서 대표들과 함께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받는다. 이는 정 회장이 이번 사태 이후 대국민 사과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는 동시에 모든 경영진이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자리다. 이마트부문의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다음달 1일부터 2주에 걸쳐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게 된다. 우선적으로 본사 근무자와 현장 관리자가 대상이다. 역사 인식 교육은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가, 사회 감수성 교육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는다. ‘체크리스트’로 내부의사결정시스템 전면 정비스타벅스 코리아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각종 온·오프라인 마케팅 프로세스도 정비하는 등 리스크 예방을 시스템화한다. 먼저 외부 전문기관 자문을 통해 ‘사회적 민감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기획 단계부터 필수적으로 리스크 점검을 한다. 기존 기획 단계에서는 주로 위법성과 브랜드와의 적합성 등을 따졌다면, 이제부터는 ‘역사, 기념일, 정치, 재난, 군사, 젠더, 폭력, 혐오 표현’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도 사전에 살피겠다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공공 기념일이나 추모일 의미와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특정 집단을 공격하거나 혐오하는 의미로 해석될 표현은 없는지 등을 세세히 진단하게 된다. 검수 제반 여건도 개선한다. 마케팅 진행 시 기획부터 출시까지 충분한 검토 기간을 확보해 촉박한 일정 탓에 부실한 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결재와 합의 과정에서도 진행 시기와 핵심 문구 등을 한눈에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고 양식도 통일한다. 아울러 마케팅뿐 아니라 품질·법무 등 관련 부서장들이 최종 검토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신설해 고객에게 노출되는 모든 콘텐츠가 반드시 다중의 검증 절차를 거쳐 실행하도록 했다. 또한 어떤 콘텐츠를 누가 최종 승인하고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등 기록도 함께 관리한다. 이 외에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 교육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 조선 분청사기, 영·호남을 잇다…광주 전시회 개막

    조선 분청사기, 영·호남을 잇다…광주 전시회 개막

    영·호남 작가들이 참여하는 분청사기 테마전시회가 열린다. 광주시 역사민속박물관은 오는 16일 광주 북구 금곡동 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에서 영호남 작가들의 분청사기 테마전 ‘분청, 다리를 잇다’ 개막식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전시회는 17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분청사기의 전통을 오늘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영호남 지역이 공유해온 도자문화의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정체성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됐다. 분청사기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도자 양식으로,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자연환경과 생활문화 속에서 독창적인 조형성과 미감을 형성해 왔다. 지역별로 제작 환경과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자유로운 미의식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현재 영호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분청사기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지역 간 문화적 연대와 예술적 교류의 의미를 짚고, 분청사기의 재해석 가능성과 가치를 제시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 ‘두 개의 흙’에서는 광주 무등산 분청사기와 김해 분청사기의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지역의 자연환경 속에서 탄생한 분청사기의 형태와 조형미를 통해 영호남 분청사기가 지닌 고유한 미감과 지역적 정체성을 조명한다. 제2부 ‘하나의 분청’은 상감, 인화, 박지, 음각, 철화, 귀얄, 덤벙 등 분청사기의 대표적인 장식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문양과 표현 방식 속에서 드러나는 분청사기의 예술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피고, 전통 기법이 현대적으로 계승·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3부 ‘다리를 잇다’에서는 김해 분청사기의 전승과 현재를 상징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지역 도자문화의 역사성과 현대적 흐름을 조망한다. 이를 통해 전통과 현재,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교류와 화합의 가치를 전달한다. 역사민속박물관은 지역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해온 작가와 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시가 지역 간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부호 역사민속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영호남을 대표하는 분청사기의 흐름과 미적 가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며 “분청사기를 매개로 지역과 지역, 전통과 현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적 소통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20→30% 확대…역사 교육과정 개정 논의

    중학교 근현대사 비중 20→30% 확대…역사 교육과정 개정 논의

    교육당국이 중학교 역사 중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한다. 중학교 단계부터 역사 학습의 기반을 탄탄히 쌓게 하자는 취지지만, 논쟁적 역사 소재가 다분한 근현대사 분량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교육과정 수립·변경에 대한 진행여부를 심의했다. 다만 논의 끝에 미의결돼, 다음달 한 차례 더 심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중·고등학교 역사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부가 요청한 사안이다. 교육부는 우선 중학교 역사 과목에서 한국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현재 중학교 역사 교육과정은 전근대사가 80%, 근현대사가 20%를 차지하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이 제한된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화도 조약부터 일제강점기, 현대사까지 모든 사건이 소단원 4개 안에 압축적으로 담겨있다”면서 “나열식으로 서술돼있어 맥락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학생들의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등학교 한국사의 65%가 근현대사로 이뤄져있어 불필요한 개정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육 분량은 그대로 두고 중학교만 늘린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중학교 때 기초적인 것을 가르친 뒤 고등학교에서 심화학습 시키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회·역사·도덕 등 중학교 사회 교과군 수업시수의 감축을 금지하는 개정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3개 과목 수업시수는 총 510시간으로 각 170시간씩 분배되고, 학교 사정에 따라 20% 범위에서 증감 운영이 가능하다. 전체 중학교 3500여교 중 330개교를 조사한 결과 약 46%가 사회 교과군을 감축 운영하고 있어, 이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다. 역사 과목의 경우 204시간 이상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도 제시됐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입시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예체능 수업만 유일하게 시수 감축이 제한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새로운 융합선택 과목인 ‘역사 콘텐츠 비평·분석(가칭)’ 신설도 추진한다. 학생들이 유튜브, 영화, 게임, SNS 등 다양한 역사 콘텐츠를 분석·비평하면서 역사 왜곡과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역사 문해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럽 각 나라들은 홀로코스트 관련 콘텐츠를 어떻게 비판하고 해석해야 되는지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역사 콘텐츠는 많지만 관련 교육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교위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최종 개정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가교육과정 전문위원회는 3개 안건 모두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전문위원들은 시수 확보 관련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침해, 교과 간 형평성 문제, 총론 체계와의 정합성 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민주시민교육, 미디어 비판 역량 강화 필요성엔 공감대를 표했다. 교원·학부모 등이 참여한 국가교육과정 모니터링단에선 사회 교과군 시수 확보를 제외한 두개 안건에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교육부는 개정이 추진될 경우 2026~2027년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거쳐 교과서 개발(2028년)과 검인정 심사(2029년), 교원 연수 등을 진행한 뒤 2030년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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