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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대평 충남지사 “임기 동안 신명다해 완수”

    심대평 충남지사 “임기 동안 신명다해 완수”

    ‘도청이전 예정지 선정과 행정도시의 성공적 건설 지원’ 올해 충남도의 핵심 과제다.3선 연임 제한으로 이번 임기를 끝으로 지사직을 떠나는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16일 “남은 임기 동안 ‘처음보다 더’ 신명을 다해 이를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도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강조했다. ●“끌려가지 않겠다” 심 지사는 지난해 12월초 마련한 도청입지 기준에 대해 일부 시·군이 반발하자 단호한 입장이다. 도청이전 예정지는 당초 지난해말 결정될 예정이었다가 천안·아산시 등이 반발하자 이달말로, 여기서 또다시 늦춰지고 있다. 심 지사는 “민간전문가로 짜인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청이전 작업은 충남의 정체성과 행정서비스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행정도시 건설 지원을 위해서 부동산 투기방지를 먼저 꼽았다. 그는 “대전·충북과 공조를 통해 이를 방지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향을 떠나는 예정지 주민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맞춤형 보상’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균형개발 ‘4대 권역’ 개발사업이 이의 근간이다. 천안·아산·서산·당진 등 ‘북부권’은 전자·정보와 자동차 산업이 중심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공장이 몰려있다. 태안·홍성·보령·서천 등 ‘서해안권’은 해양관광 개발사업이 중점 추진된다. 안면도 국제관광지와 태안 기업도시 등이 이 사업의 중요한 핵심이다. 공주·부여·청양 등 ‘백제권’은 역사 관광지로, 논산·연기·금산 등 ‘금강권’은 중부권의 물류·유통 거점지로 육성하는 등 특화할 계획이다. 심 지사는 “충남은 역사적으로 독특한 문화중심지로 자리매김을 해왔다.”며 이를 살리는 사업으로 ‘백제권 개발’과 ‘내포문화권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제권 개발은 2010년까지 2조 1310억원을 들여 총 42개 사업이 추진된다. 심 지사는 “공주박물관은 마무리됐고 백제역사재현단지도 올해 제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내포문화권은 불교 전래지로 서민문화의 전승지다.2004년 국내 처음으로 ‘특정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역특성에 맞게 보부상촌 조성, 해미읍성 정비 등이 추진된다. 심 지사는 “백제권 개발과 함께 충남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충남 올해의 ‘빅쇼’ 2題 충남도가 올해 2개의 ‘빅쇼’를 연다.‘벤처농업박람회’와 ‘금산세계인삼 엑스포’로 모두 첫 행사다. 2002년 열린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데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관람객이 모두 165만명에 이르러 자치단체 박람회로는 성공적이었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안면도는 이후 인기 높은 관광지로 컸다. 벤처농업박람회는 오는 4월28일부터 5월7일까지 예산군 신암면 종경리 충남농업기술원에서 열린다. 초록농업관, 신기술개발관, 친환경농업관 등 5개 벤처농업 전시관이 선보인다. 분재전시관이나 농특산물 전시판매관 등도 있다. 기술원 주변에 10만평 규모의 보리밭과 장미원, 유채밭, 이색식물원, 생약원 등도 조성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농산물 캐릭터 모음전과 첨단 농업기술학술대회도 열린다.10일간 농업인, 소비자 등 전국에서 1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도는 예상하고 있다. 국내 인삼유통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금산 인삼약초시장. 이곳에서 오는 9월22일부터 10월15일까지 ‘금산세계인삼 엑스포’가 열린다. 엑스포에는 중국과 일본 등 15개국에서 80개 기관과 단체들이 참가하고 66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위해 ‘인삼캐기’ ‘인삼요리체험 및 전시회’ 등 이벤트와 각종 학술대회 등을 마련, 금산인삼을 알릴 계획이다. 국·내외 100여명의 바이어도 참가, 무역상담과 구매활동을 벌인다. 도는 130억원이 투입되는 이 행사가 금산인삼과 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 효과와 805억원의 지역경제 창출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부르카’ 왜 쓰는지 아세요

    [이슬람 문명과 도시] ‘부르카’ 왜 쓰는지 아세요

    “이슬람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뿐입니다.70∼80년대에 만들어진 고정관념만 가지고 있는 우리가 문제지요.” 이슬람권 30개 도시를 돌며 이슬람인들의 삶을 다룰 서울신문의 새 연재물 ‘이슬람 문명과 도시’를 맡은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53) 교수의 변이다. 이 교수는 알려진 바대로 이슬람 전문가다. 터키 국립 이스탄불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사우디·터키·튀니지 등지에서 10여년간 머물면서 중동을 연구했다. 지금도 방학만 되면 봇짐 하나 둘러메고 길을 떠나는 유랑객으로 산다. 문화인류학자가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런 이 교수가 보기에 우리의 이슬람 이해는 말 그대로 ‘척박’하다.“척박은 차라리 낫지요. 왜곡된 서구의 시각에 너무 젖어 있습니다.” 백지 상태라면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만, 워낙 선입관이 강하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왜 이슬람을 제대로 알아야 할까. 이슬람권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 자원의 90%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데다 건설플랜트 시장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IT, 자동차 수출에다 한류 바람까지 겹쳤다.“드라마 ‘겨울연가’ 하면 일본만 생각하시는데 이게 지금 이집트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워낙 인기가 좋으니까 카이로방송에서 재방영을 결정할 정도입니다.” 이런 호의적 반응은 중동특수 때부터 쌓아온 이미지 때문에 가능했다.“고속도로나 큰 건물 같은 국가상징물의 경우 대개는 한국이 지은 겁니다. 그러니 좋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슬람 사람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만 본다. 최근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표결과 관련해 한국에 섭섭한 감정을 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유도 주고 수출시장도 되어주는데 왜 이란의 입장은 단 한번도 배려하지 않느냐는 불만이다. 거기다 자이툰 파병은 쿠르드족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이란에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그렇다면 실제 이슬람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은 테러와 부르카(Burqah).“테러는 정말 전체 이슬람권의 3%에 불과한 겁니다.97%는 테러를 싫어합니다.” 테러리즘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이 교수의 체험담이다.“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사람이 다치고 사회가 불안해지는데 그 어떤 사람이 좋아할 수 있을까요.” 여성 탄압의 상징인 부르카는? “이슬람 여성들하고 자리를 함께해 보면, 주로 남자 오른쪽에 앉아요. 부르카 왼쪽에 제품 라벨이 붙어 있거든요. 그 라벨을 보여주면서 나는 이렇게 감각적이라고 과시하는 거죠.” 우리 예상과 달리 부르카는 ‘이슬람 전통의상에 대한 자부심’일 뿐 아니라, 한 발 나아가 서구와 달리 여성을 외모만으로 보지 않겠다는 ‘평등의식’까지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와 그가 속해 있는 이슬람문화연구소의 소장학자들이 끌어갈 ‘이슬람 문명과 도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우리네 이웃과 별반 다르지 않는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게요. 자세한 얘기요? 앞으로 연재될 내용을 읽어 보세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쪽지 통신]

    ●도서출판 부키는 최근 중학생들을 위훈 ‘친절한 수학교과서 1·2’를 펴냈다. 23년 동안 중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한 나숙자씨의 수업을 그대로 옮겨놓은 책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친근한 대화를 통해 수학의 원리와 개념은 물론 역사적 에피소드와 실제 생활에서 적용되는 사례 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02)325-0846. ●교육방송(EBS)은 이달 31일까지 교육방송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교육비를 절감한 사례를 공모하고 있다.‘제9회 교육방송 활용사례 수기 공모전’으로 학생은 물론 교사, 학부모 모두 응모할 수 있다. 생생한 체험 위주로 분량은 A4용지 1∼2장 정도이며,e메일(jhshon@ebs.co.kr)로 보내면 된다. 수상작은 교육방송 홍보용 책자와 홈페이지와 교재에 수록될 예정이다.(02)526-2138. ●초등교육사이트 에듀모아(www.edumoa.com)는 겨울방학을 맞아 ‘요일별 추천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일일학습, 핵심 단원평가, 영재수학, 논술코너 등 공부거리는 물론 다양한 교양·오락콘텐츠를 두루 갖췄다. 한자, 영어,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급수제’와 ‘자격시험방’, 어려운 방학숙제를 도와주는 ‘숙제도우미’, 예비 중학생을 위한 ‘중등예비강좌’도 운영한다.
  • 이번 주말 아이들과 박물관 탐방 어때요

    이번 주말 아이들과 박물관 탐방 어때요

    해외 관광객들은 으레 박물관을 찾는다. 역사와 예술, 과학 등이 빼곡한 보고(寶庫)를 둘러보고 해당 국가의 문화를 단시일에 이해하기 위해서다. 반면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박물관을 퇴물들만 모아 놓은 고물 창고쯤으로 치부하는 탓에 제대로 활용하는 사례가 흔치 않다. 최근 테마 박물관이 주목받으면서 교육적인 시각에서 박물관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겨울 방학 동안 추위에 움츠린 학생들을 유혹할 만한 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교실 밖 생활 체험 학습장 “전기가 없을 당시에는 숯불을 이용한 다리미를 사용했어. 숯불 다리미는 재가 튀기도 했으며 불을 조절할 수 없어 가끔 옷을 태우기도 했고….”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 역사박물관을 찾은 주부 소지영(34·여)씨. 소씨는 사대부 가문의 안방을 둘러보는 딸 이승빈(6)양에게 옛 생활기구의 쓰임새를 자세하게 설명해줬다.‘옛 종가를 찾아서’ 특별전이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역사박물관에는 승빈양처럼 부모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학생들로 붐볐다. 승빈양은 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새댁이 가마안에서 요강을 사용했다는 어머니 설명에 신기해했다. 소씨는 “사진이나 그림 등으로 백번 보여주는 것보다 차라리 박물관을 찾아가서 아이들에게 실물을 보여 주는 게 훨씬 기억에 오래 남는다.”며 박물관 예찬론을 폈다. 또 다른 학부모 임애경(40·여)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방학 동안 박물관 두 곳을 다녀오라는 숙제를 받았다.”면서 “특히 이곳에는 안내자가 따로 배치돼 정확한 서울의 옛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테마에 따라 이색체험 전국에 걸쳐 500여개로 추산되는 크고 작은 박물관에서 ‘기본형’은 단연 국립박물관이다. 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경주와 광주, 전주, 부여, 공주, 청주 등에는 반만년 역사를 고증하는 보물이 즐비하다. 역사 교과서를 탐독한 학생들이라면 이곳에서 교과서 속 유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문화유산이 살아있는 ‘생활형’ 박물관이 더 매력적이다. 종영된 TV드라마 ‘왕건’의 촬영장으로 사용된 문경 새재 박물관에는 조선시대 의식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논개의 기운이 서려 있는 진주박물관에서는 임진왜란을 극복한 조상들의 기상을, 제주도의 독특한 문화는 제주민속 자연사 박물관에서 맛볼 수 있다. 관혼상제의 예법을 배우려면 안동 민속박물관, 불교문화를 감상하기에는 통도사 성보박물관이 좋다.‘한국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만나려면 강릉 오죽헌 시립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자칫 지루한 박물관을 벗어나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바다와 식물원, 폭포 등에 인접한 ‘자연형’ 박물관이 그만이다. 영월 조선민화 박물관과 문경 석탄박물관, 중문 민속박물관, 강진 청자자료 박물관, 공주 민속극 박물관, 영월 책박물관 등이 이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박물관 명단이다. ●주변과 패키지 학습 가족 나들이 분위기를 느끼며 찾으려면 ‘공원형’ 박물관이 권할 만하다. 이 유형에는 태백 석탄 박물관과 목포 국립해양 유물전시관, 벽골제 수리민속 유물전시관, 광주 시립 민속박물관, 제주 민속촌 박물관, 담양 죽물 박물관, 하회동 탈 박물관, 충남 산림박물관, 현충사 유물전시관 등의 박물관이 있다. 의학과 인쇄·종이 등을 소개받고 싶으면 ‘특화형’ 박물관이 휼륭한 안내자가 될 수 있다. 대구 동산의료 박물관에는 투박한 옛 의료기구가 빼곡하며 청주 고 인쇄 박물관에서는 활자인쇄술, 예산 한국 고건축 박물관에서는 한옥의 건축구조를 살필 수 있다. 이밖에도 전주 팬 아시아 종이 박물관과 대전 화폐박물관, 대구 약령시 전시관 등이 눈길을 끈다. 아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을 목적으로 세워진 ‘교육형’ 박물관도 있다.TV드라마 사극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신라 유물을 살피려면 경주 신라역사과학관, 서당부터 최근까지의 교육현장을 조망하려면 제주 교육박물관과 한밭 교육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이밖에도 자연과 과학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여수 수산 종합관과 영덕 경보화석 박물관, 부산 해양자연사 박물관, 대전 지질박물관, 음성 세연철 박물관 등이 학생들의 발걸음을 반기고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박물관 크기보다 내용물 중요” 프리랜스 작가 지호진(43)씨는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1년여 동안 50여곳의 박물관을 순례한 뒤 ‘최고의 박물관을 찾아라(주니어 김영사)’를 내놓았다. 그는 ‘눈높이 탐방’을 박물관 교육의 ‘0순위’로 꼽았다. 지씨는 “어른 눈으로 박물관을 견학하면 자칫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면서 “아이의 연령대에 맞춰서 박물관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국립박물관과 민속박물관 등 교육적인 효과는 높지만 어른조차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부분 관람법으로 아이들 시선을 사로 잡아야 한다. 실제 지씨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이 전체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보다 고구려실이나 백제실 등 일부분을 여러차례 나눠 다시 방문하는 것에 훨씬 흥미를 느꼈다고 소개했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주변 시설을 묶어 이용하는 패키지 관람법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씨는 “영월 책 박물관처럼 규모가 작은 박물관은 장릉과 고씨동굴, 김삿갓 묘 등 주변 시설을 함께 이용해야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평소 관심이 많은 테마 박물관을 먼저 찾는 것도 박물관과 친해지는 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어른들이 성 박물관에 관심을 보이듯 남자 어린이에게는 자동차 박물관, 여자 아이들에게는 테디베어 박물관이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전국 곳곳에 이색박물관 옛 유물에서 단조로움을 느꼈다면 아이들과 함께 이색 박물관을 찾아 재미을 느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화배우 신영균씨가 세운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에는 영화의 탄생에서 디지털영화까지 근대 영화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수촬영과 옛 촬영기기, 특수분장 등 영화제작 과정 등을 전시해 영상세대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예쁜 곰들과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제주 테디베어 뮤지엄을 빼놓을 수 없다. 모나리자와 고흐의 자화상, 만종 등 세계적인 예술품을 테디베어로 재현해놨다. 이밖에도 제주도에는 유명 건축물을 미니어처로 제작한 미니월드와 설록차 뮤지엄 오설록이 주목 받는다. 거제도에는 최대 17만명까지 수용됐던 포로수용소 유적관이 있다. 한국전 당시에 사용되던 무기와 열악했던 포로생활을 엿볼 수 있다. 청원 공군사관학교에는 퇴역한 전투기가 전시된 공군박물관이 있다.‘몬주익 영웅’ 황영조를 기념한 삼척 황영조기념관도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日 혼슈 앗피스키장, 은빛 세상속으로

    日 혼슈 앗피스키장, 은빛 세상속으로

    스키어들이 은빛 설원의 짜릿함을 만끽하기 위해 해외 스키장을 노크하고 있다. 국내 스키장들의 쉽지 않은 숙박 예약과 북적대는 슬로프, 붐비는 리프트 등을 피해 보다 여유로운 스키를 즐기기 위해서다. 최근 여행사들이 앞다퉈 해외 스키투어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무엇보다 비용과 함께 실제 스키를 탈 수 있는 ‘스키 가용시간’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상품 중에는 ‘말뿐인’ 스키투어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일본 혼슈 북동부 이와테(岩手)현의 앗피(APPI·安比)스키장은 새롭게 주목을 받는 곳. 지난 1987년 문을 연 앗피는 700여개에 달하는 일본 스키장 중 ‘톱 10’에 꼽히는 고급 리조트로 한국 등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지 2∼3년밖에 되지 않는다. 오전에 서울을 출발하면 당일 야간 스키는 물론 하루 12시간 스키를 탈 수 있다. 또 적설량이 많아 5월초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고, 리프트를 기다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적하다. 국내 스키장과 가격을 비교해 볼 때 크게 비싸지도 않다. 하얀 눈꽃을 감상하며 은빛 슬로프를 내려오는 앗피 스키장은 한겨울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글 이와테(일본)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천연설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스키 일본 스키장 리프트 중에서 가장 길다는 자이라 곤돌라(길이 3494m)를 20분쯤 타고 마에모리(前森)산 정상에 올라서자 발아래로 새하얀 눈 세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1305m 높이의 원뿔형 정상에서 베이스로 부채꼴처럼 퍼져나간 슬로프에는 바람에 흩날리는 눈송이가 소복히 내려 앉았다. 주변에는 자작나무와 ‘부나’(無名)로 불리는 잡목 위로 눈꽃이 활짝 피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멀리 하얀 눈에 휩싸인 이와테산(2038m)은 흰눈을 소복히 쌓아놓은 아이스크림처럼 탐스럽다. 앗피는 일본 북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언어로 ‘아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이라는 의미로 정상에 올라서면 방사상으로 퍼지는 슬로프와 눈덮인 리조트가 한데 어우러져 설국(雪國)을 연상케 한다. 스키장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슬로프가 21개(총 연장 46.8㎞), 곤돌라 2기를 포함해 전체 리프트가 18기, 베이스가 3개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 슬로프에는 사람이 거의 붐비지 않는다. 슬로프는 5.5㎞에 이르는 야마바토 코스를 비롯해 4㎞와 5㎞코스가 각각 1개씩이며, 나머지도 길이가 2∼3㎞에 이른다. 폭도 50∼100m에 이르며, 위에서 내려보면 넓은 직선 활주로처럼 곧게 뻗어있다. 때문에 리프트를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스노 보드 마니아를 위한 100m 길이의 하프 파이프가 이달 중순 오픈한다. 먼저 야마바토 코스를 택해 메인 베이스로 활강을 시작했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조차 없는 슬로프에는 쏟아지는 함박눈이 시야를 가릴 뿐 다른 스키어를 발견하기조차도 쉽지 않다. 슬로프를 벗어나면 눈이 허리까지 잠길 정도로 높이 쌓였다. 아무도 없는 외딴 숲속에서 나홀로 스키를 즐긴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환상적이다.3∼4번은 쉬어야 겨우 내려올 정도로 길다. 설질도 최상이다. 눈은 넘어져도 아프기는커녕 포근하다 싶을 정도로 습기가 적은 건설(乾雪·dry powder). 활강을 하거나 회전할 때 스키 플레이트와 부츠를 타고 전해지는 설질의 느낌이 상쾌하다. 눈을 가르는 느낌은 솜털 위에 몸이 살짝 떠가는 듯하다. 시즌 최고 적설량이 무려 3m에 육박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다. 다양한 슬로프를 오가며 내려오다 잠시 한눈을 팔아 길을 잃었다. 슬로프를 내려와보니 메인 베이스가 아닌 산 반대편에 있는 다른 베이스. 슬로프가 워낙 넓은 데다 영어 표지판이 없었던 탓이다.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가 내려오려면 최소 1시간. 동료와 만나기로 한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베이스의 프런트 직원에게 서툰 영어로 사정을 이야기하자 “셔틀버스가 없지만 (외국인에 대한) 스페셜 서비스”라며 친절하게 본관으로 태워준다. 직원의 친절함에 여행이 더욱 즐겁다. 오는 4월1일까지 리프트 요금은 5시간권 4400엔,8시간권 4700엔,2일권 8400엔,3일권 1만 2100엔이다. 야간권(오후 4∼8시)은 2200엔이다. 스키·스노보드 세트는 물론 스키복과 장갑까지 대여할 수 있는데 스키는 5시간에 3만 7000엔,‘스키+웨어’는 5시간에 5300엔이다.5시간권은 빌리거나 타는 시간부터 시간이 계산된다. 환율은 100엔은 870원 정도. 리조트 영업담당자인 조지 히로시(38)는 “동북지역이라 눈이 많은데다 슬로프의 산사면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해도 못지않게 설질이 좋고, 다양한 슬로프를 갖춰 초심자들도 산 정상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면서 “지난해 65만명의 내장객 중 한국인이 1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인 한국 관광객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럭셔리한 리조트에서의 아늑한 휴식 앗피 리조트는 1000개가 넘는 일본내 스키장 중 최고로 꼽힌다. 일본 거품경제가 꺼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내국인들을 수용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붐비던 곳이었다. 한국 스키어에게 개방된 것은 불과 2년전. 대부분 마을형 리조트 형태인 일본내 다른 스키장과 달리 우리에게 익숙한 ‘스키인 스키아웃’(현관에서 스키를 신고 벗기)형 고급 리조트다. 리조트는 호텔 그랜드, 타워, 빌라, 아넥스 등 4가지로 1000여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숙박료는 1박 2식에 그랜드 호텔은 1만 3500∼3만 2500엔, 타워는 1만 6500∼4만엔이다. 식당은 야키니쿠(한국식 불고기 요리)를 파는 이조원(李朝苑)과 이향(李香)을 비롯해 라팡드르(양식), 나나시구레(일식), 란란(중식), 알베르그(일양식) 등 22개가 있다. 가격은 모리오카 냉면(800엔), 야키니쿠 세트 2∼3인분에 5000엔 정도. 스키를 마친 뒤 본관 온천 대욕장과 노천온천에서 피로를 풀면 좋다. 본관 온천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노천온천은 성인 840엔이다. 마사지로 피로를 풀 수 있는데 전신마사지(150분)가 1만 5750엔, 발마사지(30분)가 3150엔이다. 부대시설로는 실내 온천풀장, 헬스클럽, 스쿼시 코트 등도 갖추고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많다. 스노모빌을 타고 앗피코겐 눈목장을 도는 스노모빌랜드의 액티비티가 인기. 전문 강사로부터 간단한 스노모빌 작동법을 배운 뒤 강사를 따라 눈쌓인 목장 코스를 도는 것으로 30분에 4000엔 정도다. 크로스컨트리도 즐길 수 있는데 5시간에 1500엔이다. 스키장 메인 베이스에는 2000여개의 전구로 만든 일루미네이트 축제가 열려 오는 3월말까지 화려하게 빛을 뿜어낸다. # 원조 한류의 멋과 맛을 찾아서 이와테 현청이 있는 모리오카(盛岡)시에 가면 한국의 맛과 멋을 발견할 수 있다. 원조 한류의 뿌리를 체험할 수 있다. 리조트에서 시내까지 셔틀 버스를 타고 40분쯤 걸리는데 편도 요금이 800엔 정도. 모리오카에서 가볼 만한 곳은 세계적인 ‘옻칠장인’ 전용복(53)씨가 운영하는 이와야마 우루시(칠예) 미술관. 지난 11월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에 그의 작품을 전시한 인물로 한국에서 보다 일본 등에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20년전 일본 도쿄의 최대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영빈관)을 리모델링하면서 내부에 5000여점(3000억원)의 옻칠 작품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현재 옻칠 분야의 일본인 제자로 2000여명, 한국인 제자는 10여명을 두고 있다. 미술관에 가면 나전칠기 기법을 사용한 ‘암수의 혼’이라는 세계 최대 옻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길이가 무려 18m에 이르며 작품값만도 12억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입장료 700엔. 모리오카 냉면은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 원조 모리오카 냉면은 쇼쿠도우엔(食道園)이란 음식점으로 주인인 아오키 마사히코는 한국인 아버지 양용철씨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교포 2세다. 또 재일교포 2세인 변용철씨가 운영하는 ‘변변카이’는 이 지역에만 6개의 음식점이 있다. 또 일본 최대 모리오카 냉면 제조 공장을 운영한다.1965년도부터 야키니쿠가 유행하면서 냉면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인근에 있는 야키니쿠와 모리오카 냉면 전문점 ‘변변카이’도 재일교포 2세인 변용욱(57)씨가 운영하는 곳. 그의 성과 ‘즐겁게 팡팡튀다.’라는 뜻의 이름. 시내에만 6개의 분점이 있고, 일본 최대 모리오카 냉면 공장을 운영한다. 일본 NHK 맛대맛에서 사누키 우동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일본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연간 150만개의 생면을 생산한다. 포장 냉면은 2인분에 600엔이며, 식당에서는 1인분에 700엔에 판매한다. 이밖에 시내에는 귀여운 대접에 나와 이름 붙여진 ‘왕코소바’가 이색적이다. 한그릇에 한젓가락 정도의 모밀이 나오는데 성인의 경우 20∼30그릇을 비운다고 한다. 유래는 400년전 잔칫집에서 손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히라이즈미에 있는 주손지 절(中尊寺)은 이와테 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850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황금색 불상이 모셔진 금색당 등 3000여점의 국보급 문화재가 전시된 헤이안 미술의 보고다. 입장료는 평일 800엔. # 미리알고 떠나세요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에서 미야기현 센다이까지 매일 운항한다. 가는 편은 아침 10시20분 출발,12시20분 센다이 도착하며, 돌아오는 편은 오후 1시25분 센다이를 출발, 오후 4시 서울에 도착한다. 센다이 공항에서 앗피리조트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도호쿠(東北)자동차도로를 타고 하치만타이 IC로 빠지는데 245㎞로 2시간30분에서 3시간가량 소요된다. 센다이에서 일본철도(JR)를 타고 모리오카역에 내린 뒤 앗피스키장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앗피리조트 홈페이지(www.appi.co.jp)는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용전압이 110볼트로 전자 기기를 사용하려면 110볼트 어댑터를 가져가야 한다. 전화는 리조트에서 1000엔짜리 전화카드를 구입해 로비에 설치된 국제전화기를 이용하면 된다. 전화는 ‘001+010+82+(0을뺀)지역번호+전화번호’로 하면 된다. FIT(개별 자유여행)도 시도해 볼 만하지만 살인적인(?) 일본의 교통비를 감안할 때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패키지는 씨에 프랑스(www.ciefrance.com)에서 2박 3일(53만 9000원부터),3박 4일(62만 9000원부터) 앗피리조트 상품을 판매한다. 상품에는 왕복 항공료와 교통비, 숙박료, 조식·석식, 야외온천 프리패스 등이 포함된다.1588-0074.
  • 서울역사박물관 올해 행사 다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다채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교육프로그램도 진행된다. 9일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2∼3월에 ‘삼국유사 800년 특별전’이,4∼5월에는 국내에서 출토된 복식과 미라가 전시되는 ‘출토복식 명품전’이 열린다. 또 6∼8월에는 ‘남북 전통공예전’이,9월 중에는 외국 박물관의 유물이 전시되는 ‘국제교류전’이 개최된다. 매주 화∼금요일 오후 7∼9시에는 요일마다 다른 야간문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화요일에는 부모와 자녀가 따로 전시물을 보고 서로 배운 내용을 설명하는 ‘아빠와 함께하는 전시설명체험’이, 수요일에는 ‘피노키오’‘봄날은 간다’ 등 영화 코너인 ‘수요무료영화’가, 목요일에는 학예사가 서울의 역사·문화재 등을 강의를 하는 ‘학예사와 함께 하는 갤러리 토크’가, 금요일에는 ‘음악이 흐르는 박물관의 밤’이 열린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눈 덮인 일지암에 새해들어 반가운 손님이 왔다. 자우홍련사 툇마루 앞에 흰 눈 속을 뚫고 홍매화 한 송이가 핀 것이다. 순백의 눈 위로 피어난 홍매화 한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천리향을 품고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답다.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따라,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풍경을 따라 홍매화향은 천리 만리를 가며 고통스러운 삶에 부대끼는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쉬게 한다. 부글부글 끓는 찻물을 하얀 백찻잔에 따라 다시 찾아온 홍매화에 헌다한다. 다시 이곳을 찾아와 생명의 거룩함을 알리는 그 홍매화는 늘 나를 일깨운다. 생명을 피워내기 위한 거룩한 고행이 모든 삶의 첫 출발이라고. 그런 점에서 홍매화는 긴 겨울 안거를 지내며 내 삶의 영혼을 피워올리는 부처인 것이다. 홍매화는 또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봄의 소리를 전해주는 전령사다.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가시가 촘촘히 배어난 앙상한 홍매화의 굵은 마디들은 이리저리 굽어지고 휘어지며 세월의 연륜을 안으로 품고 있다. 휘어지며 굽어지며 볼품없는 세월의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매화는 동토의 땅에서 그 무엇도 흉내낼 수 없는 찬란한 생명을 피워낸다. 차도 마찬가지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의 맨 첫장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하늘이 이 신령스러운 나무를 귤나무의 덕과 짝지었으니, 천명대로 옮기지 않고, 남쪽에서만 자란다네. 우거진 잎 모진 추위와 싸우며 겨우내 푸르고 서리에 씻겨 가을 정취 풍기는 하얀꽃, 고야선녀의 흰 살결처럼 고우며 염부단금 같은 황금꽃술 맺혔네.” 차 역시 긴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우리 삶의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온다. 우리가 걸어온 차의 역사는 그런 점에서 많은 일화와 신화를 남기고 있다. 동양에서 꽃핀 차문화는 지금 어디까지 걸어가고 있을까. 매우 궁금한 대목 중 하나다. 중국에서 싹튼 차는 한국을 지나 일본을 건너 지금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해 있다. 현대 기술문명의 이기 속에서 고도로 발달한 철학적 사유체계를 가진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는 서구철학은 그 한계와 모순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적 사유, 고도로 발달한 생명공학은 인간의 이성을 싹트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극대화하는 개인문명으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 그룹들은 동양의 철학 속에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이정표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티베트불교, 일본불교, 그리고 한국의 선불교가 미국·유럽의 명문대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것은 그같은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식인 그룹들은 실천적인 불교식 명상에 익숙해지고 있다. 선원과 명상센터를 찾아가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문명과 호흡하기에 여념이 없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서구는 상위문명이요 동양은 하위문명이라는 도식적인 문명론의 환상이 깨지고 자연과 인간, 더 나아가 우주와 함께 유동하는 삶으로서 동양문명에 대해 서구의 지식인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실천적이다 못해 체험적이기도 하다. 얼마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도서전은 그같은 현상을 매우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선(禪)과 차(茶)를 제일과제로 선정해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전에서 선보이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의 결단은 대성공을 거뒀다. 현지 언론뿐만 아니라 참여한 전 언론의 관심사가 바로 선과 차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을 통해 차를 배우고 있다. 얼마전 독일에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한국의 차를 보급할 수 있는 차카페를 만들어보겠다는 전화가 왔다. 그곳은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고 일본 차문화를 보급했던 곳이다. 일본은 그 도시재정의 대부분을 담당할 정도로 오랫동안 산업적 성과를 그곳에서 거두고 있다. 일본의 거리에 독일인과 일본인들을 위한 차카페를 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 지인의 생각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일본의 차문화가 독일인들과 현지 일본인들에게 호응을 받았다면 그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한국의 차문화 역시 하나의 문화로 호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20년 넘게 무역업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차문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원을 투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독일뿐만 아니다. 프랑스, 영국에서 차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단지 그 문화의 흐름을 주도할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는 지금 유럽과 미국인들 사이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그들의 문화 속에서 어떤 형태로 재편되어 자리잡아야 하는가는 문화전파자들의 몫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으로 차는 어떻게 전파되었을까. 한가지 유념할 것은 우리와 다르게 유럽과 미국의 차는 역사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럽에 차가 보급된 것은 17세기 당시 가장 활발한 무역업을 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을 통해서다. 중국의 차가 처음 보급될 무렵 유럽사회는 물과 술을 주음료로 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 술의 피해는 심각할 정도였다. 유럽 차 보급은 영국 왕실에서부터 시작됐다. 영국의 찰스 2세에게 시집을 간 캐서린 공주는 술에 취하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 차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캐서린 공주는 차의 좋은 점을 알리기 위해 ‘티파티’(차회)를 열었다. 캐서린 공주의 차회는 당시 상류사회의 부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낮밤을 가릴 것 없이 술에 취해 사는 상류사회의 문화에 그 부인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 없이 담소를 나누며 교류를 이끌어가는 ‘티파티’는 삽시간에 유럽 상류사회를 휩쓸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중요한 소통수단인 티파티는 결국 주류문화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폐단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일본의 다도의례를 흉내낸 상류계층의 티파티가 고비용이 드는 호화로움의 극치로 치달았던 것이다. 마치 일본 막부시대 때 황금찻잔을 만들어 화려하다 못해 퇴폐적인 찻자리를 낳았던 것처럼 유럽의 티파티도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1997년 미국의 라이프지가 선정한 지난 1000년간의 100대사건 중 차의 유럽 전래가 보여준 삶의 패턴변화가 28위로 꼽혔다는 사실이 이같은 변화를 입증한다. 차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사는 바로 고속범선의 출현을 앞당겼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차의 수요가 급증하자 그 운반 속도문제 해결이 큰 고민거리였다. 당시 중국남부에서 인도양을 지나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북상, 런던으로 오는 무역로는 1년 내지 1년반의 기간이 걸렸다. 긴 항해는 차의 맛을 변질시켰다. 그럼에도 차값은 그 폭발적인 수요를 견디지 못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것이다. 상인들이 이같은 호재를 놓칠 리 없었다. 범선의 개량에 들어간 것이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체를 늘씬하게 하고 바람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돛대와 돛을 키워버린 것이다.‘클리퍼’라 불렸던 이 범선의 출현은 중국과 런던을 오가는 기간을 단 100일로 줄여버리는 신기원을 이룩해냈다. 당시 가장 빠른 범선은 하루에 무려 800㎞를 항해하는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다.19세기 중엽에는 ‘차 빨리 운반하기’경쟁이 생길 정도였다. 코스는 늘 똑같았다고 한다. 중국을 출발해 동중국해를 남하하고 인도양을 지나 남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거슬러올라가 아조레스 제도를 지나 런던으로 들어온 후에 예인선에 끌려 템스강을 올라와서 선착장에 누가 먼저 찻짐을 내리는가 하는 경쟁은 몇 분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빨랐던가를 알 수 있다. 차가 또 미국 독립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빠뜨릴 수 없다, 18세기 중반 신대륙의 개척자들은 영국정부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과도한 세금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신대륙의 개척자들은 영국의 화물선이 주로 입항하는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무거운 세금에 대해 엄중한 항의를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재정의 중요한 창구였던 동인도회사의 경영난을 덜고자 새로운 관세조치인 ‘차조례’를 발표했다. 당시 신대륙의 개척자들에게 차는 섬유 공산품 다음으로 많이 수입되는 중요한 품목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그들은 ‘차조례’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반대운동을 펼쳐나갔다. 그 운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요항구에서 차가 내리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당시 차는 주요무역품으로서 매우 값비싼 것이기도 했다. 신대륙 개척자들은 보스턴항에 정박해 있던 배를 습격,350여개에 이르는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에 영국정부는 영국의회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하고 보스턴항을 폐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정부와 식민지간의 갈등은 마침내 1775년 무력충돌로 이어졌고 이듬해 대륙회의는 독립선언을 발표해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차는 이렇게 유럽과 미국사회에 전해졌으며 그후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사회에 차가 본격적인 문화로 자리잡지 못한 것은 커피의 전래때문이다. 커피는 복잡한 의례를 행할 필요없이 즉석에서 마실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산업기술문명과 결합했고 지금도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차는 지금 또다시 새로운 문화로, 음료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그 문화의 형태가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차는 하나의 정신문화로서 동서양을 떠나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한 공간과 문화의 수출이 아닌 차의 정신, 곧 현대적인 삶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삶의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정적인 문화로서 차가 자리매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차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차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들은 새로운 영역의 확대에 눈을 떠야 하며 긴 안목으로 세계의 차시장을 바로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차가 21세기의 새로운 대체음료로서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中·英 아편전쟁 발단은 차분쟁 차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은 매우 많다. 아주 우화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신화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봤듯 차는 하나의 삶을 바꾸는 문화로서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영국과 중국이 벌인 아편전쟁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영국의 국운이 걸린 한판 전쟁이기도 했던 아편전쟁의 숨은 공신이 바로 차다. 차인의 입장에서 볼때 아편전쟁을 차의 전쟁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아편전쟁의 핵심은 차 였기 때문이다.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19세기 동인도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다원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중국을 중심으로한 차시장 분할에 영국이 직접 뛰어든 것이다.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주축으로 삼아 인도에 대규모의 근대적 다원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국이 세계적인 차시장에 대해 갖는 독점적인 지위를 깨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중국은 세계 차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무역의 주 결제수단으로 은을 사용했다. 차 주수입국이었던 영국은 엄청난 양의 은 결제수단을 찾지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영국정부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아편 무역이었던 것이다. 영국은 중국인들에게 아편을 팔면서 그 결제를 모두 은으로 했고 그 은을 다시 청나라에 결제해주었다. 중국은 차를 팔아 아편을 사게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안 청나라 정부는 그 같은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청나라 정부는 임금의 특명을 받은 임칙서를 광주로 파견, 영국 상인들로부터 아편 2만상자를 압수해 주강 하구의 해변에서 석회를 부어가며 20여일에 걸쳐 바다 속에 수장시켜버렸다. 이 사건으로 영국과 중국은 아편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 결과 청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된 것이다. 차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야 했던 유럽에서는 직접 차를 재배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어졌다.1823년 스코틀랜드 기지 사령관이었던 부르스는 인도의 북동쪽 아셈지방에서 자생하는 차나무를 발견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만 차나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같은 사실을 뒤집은 아셈지방의 자생적 차나무에 대해 유럽은 열광했다.1834년 차위원회를 결성, 인도에서 차를 재배키로 결정한다. 그때부터 유럽은 자체적으로 차를 생산할 준비를 한 것이다. 세계는 지금 인류의 건강과 정신을 책임질 수 있는 신음료인 차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동양도 마찬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차의 전쟁이 동양의 대표 삼국인 한국, 중국, 일본 사이에서 벌어질 양상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일본의 차 음료 개발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이같은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 “행복도시에 민속마을 지어요”

    “행복도시에 민속마을 지어요”

    “우리 집 숟가락이랑 속옷도 민속문화 유산이 될 수 있다는 말이오?” “어르신, 지난 40년간 상여 소리꾼 활동을 해오셨는데 한 곡 불러주세요. 저희가 녹음해서 잘 보존하겠습니다.” 6일 오후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 방축리 입구.‘700년 조상땅을 누가 강탈하랴.’,‘보상전문 변호사 쓰세요.’ 등 여기저기 나붙은 플래카드에서 복잡한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쪽에서는 연기군 남면을 비롯, 금남면·동면, 공주시 장기면·반포면 등 행복도시 예정지역 내 60여 마을을 상대로 ‘문화유산 지표조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행복도시 개발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마을들의 인류민속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숟가락 한 개도 소중해” 국립민속박물관이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에서 문화유산 조사를 벌여온 지 5개월째 접어들었다. 이들의 조사는 행복도시 건설로 훼손·멸실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조사·기록·연구하고 향후 종합적인 보존·활용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것. 민속박물관에서 파견된 학예관·학예사 2명과 16명의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만나 의·식·주생활과 신앙, 세시풍속 등에 대한 연구을 진행하고 있다. 보고 들은 것은 무엇이든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 남겨 보고서를 만든다. 이들에게는 집집마다 갖고 있는 숟가락·속옷 등 살림살이 뿐 아니라 신앙, 의례, 풍속놀이, 풍수 등에 관련된 모든 물건이 소중하다. 마을마다 유명한 소리꾼과 무당 등의 활동을 녹음·녹화하고, 명절때 성묘와 가족행사, 혼례와 상례 등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정명섭 학예관은 “연기군 금남면 반곡리 김명호(71)씨 댁에서만 맷돌을 얹어놓는 도구인 ‘버링이’ 등 4000가지가 넘는 물건이 조사됐다.”며 도면으로 기록한 내용을 공개했다. 현재 61개 마을 중 33개 마을에 대한 지표조사가 마무리됐다.2월 말까지 지표조사를 끝낸 뒤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3월부터는 12개 마을에 대한 심층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생태박물관 꼭 조성돼야” 이들의 활동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되지만 그전에 꼭 해야할 일이 생겼다.7월 확정될 ‘행복도시 건설 기본계획’에 이들 마을의 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반영시켜야 하는 것.6일 현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은 행복도시 내 민속마을(일명 생태박물관) 조성 등 ‘문화복합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민속박물관 천진기 과장은 “당초 우리 일은 문화유산 조사에 국한됐으나 이대로 놔두면 행복도시 개발과 동시에 우리 문화유산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 대안을 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물관측의 제안은 행복도시 개발 후에도 토착 민속마을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생태박물관’(Eco-museum)을 만들자는 것. 과거 ‘싹쓸이식’ 개발이 아니라 개발 초기단계부터 유ㆍ무형 문화유산을 보존, 개발이 끝난 뒤 인위적으로 만드는 기존 박물관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홍남 민속박물관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생태박물관’과 함께 ‘역사문화촌’, 체험학습장 등이 함께 묶일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마을 1∼3곳을 민속마을 후보지로 선정, 관계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연기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어린이 관람객을 잡아라”

    ‘어린이 관람객을 잡아라.’ 겨울방학을 맞아 박물관들의 어린이 고객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어린이들은 가족·교사 등과 함께 단체고객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음달 27일까지 어린이·가족 프로그램 17개를 마련했다. 참여 예상인원만 2만여명. 박물관 안에서 진행되는 이론·체험교육뿐 아니라 민속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현장체험도 다채롭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박물관과 함께하는 민속마을 여행’과 ‘어린이 민속교실’. 올해는 정월대보름에 맞춰 2월11일부터 1박2일간 충남 태안 볏가리마을에서 대보름 풍습놀이 체험을 진행한다. 앞서 오는 11∼13일에는 민속박물관에서 방아 배우기를, 경기도 화성 은행나무마을에서 썰매·팽이 만들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는 ‘박물관 친구 내 친구’와 ‘민요로 배우는 우리 장단’, 부모·조부모 등과 함께 한 팀을 이뤄 참여하는 ‘민속박물관 여행’,‘할머니·손녀 공예교실’ 등에서는 우리 악기와 전래놀이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신청은 민속박물관 홈페이지(www.nfm.go.kr)를 통해 하면 된다. 농협 농업박물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0∼12일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농업문화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쌀 포장지 만들기, 옛 도량형 기구를 이용한 쌀 무게·부피 재보기 등을 통해 농업에 대한 소중함을 심어주기 위한 행사다.이와 함께 19일에는 서울 시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한반도 농경역사 강의와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견학 등을 하는 ‘겨울방학 농업문화교실’도 연다. 홈페이지(http:///useum.nonghyup.com)에서 선착순 접수한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서… 청계천서 1월도 문화행사 다채

    2006년 새해, 서울광장 청계천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설을 맞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28∼30일 전통예절 배우기, 전통공연 등이, 운현궁에서는 세시풍속놀이, 사물놀이 공연이 진행된다.서울역사박물관은 30일 광장에서 ‘설맞이 전통문화체험’행사를 열어 시민들이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청계천 주변에서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매주 토·일요일 청계천 청계광장, 모전교∼광교, 장통교 일대에서 청계천 아티스트들이 마임 전통무용 민요 마술쇼 댄스 등을 펼친다.서울시립미술관은 다음달 19일까지 ‘박노수 기증 작품전’을,3월5일까지 마티스 등 야수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을 진행한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숭례문 앞에서는 ‘숭례문 파수의식’이 연중 진행되며, 청계천 북촌 운현궁 경복궁 인사동 등에서는 도보관광 프로그램이 코스별로 분리, 운영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박상원 ‘그것이 알고 싶다’ 맡아

    중견 탤런트 박상원이 SBS 간판 시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새 진행자가 됐다. 새달 4일부터 영화배우 정진영의 뒤를 이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이끌어 간다. 박상원은 2일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돼 영광”이라면서 “보다 시청자 생활에 밀착된 내용을 가지고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SBS 정병욱 책임프로듀서(CP)는 “여러 드라마에서 선이 굵고, 진지한 연기를 펼쳤고 ‘기아체험 24시’ 등 각종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유령’ 작가의 진실/조연정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거든 -‘부넝숴(不能說)’ 중에서 ●편집자주:원고의 각주는 편의상 모두 본문 안에 삽입했습니다. 1. 형식에서 정서로, 혹은 인식에서 믿음으로 김연수는 똑똑하고 성실한 작가다. 이것은 물론 그의 작품이 증명해 주는 바다. 이미 첫 장편 ‘7번 국도’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에서 그것이 예고되었고,‘굳빠이, 이상’에서는 그의 ‘좌뇌’가 승한 글쓰기가 과도하다 싶을 만치 절정을 이뤘으며, 최근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는 논픽션적 자료의 편집으로 픽션을 제작하는 방식의 글쓰기(이에 대해서는 김연수 심진경 류보선의 좌담 ‘작가-되기, 혹은 사라진 매개자 찾기’, 문학동네 2005년 가을호 참고)가 일가를 이뤘다고 할 만하다. 새로운 소재와 생생한 묘사라는 ‘발로 쓰는’ 글쓰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김연수는 그 나름 ‘읽고 쓰는’ 글쓰기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고나 할까? 예컨대,‘공야장 도서관 음모 사건’의 보르헤스식 모티프에서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에 나오는 경성제대 이어철 박사의 ‘냉수를 마셔라’라는 자료에 이르기까지, 또 휘트먼의 시에서 한시에 이르기까지 그의 레퍼런스는 실로 화려하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비록 대중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읽을 만하다. 읽을 만하다는 것은 그 자료적 풍부함과 형식적 공들임이 해석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김영하나 백민석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라는 소재적 새로움을 문단에 던져줄 때, 김연수는 “이런 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라는 형식적 새로움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는 자칭 “현학적인 문학근본주의자”인 것이다. 더불어 김연수는 시대적 상처와 유관한 작가다. 첫 단편집 ‘스무 살’의 ‘구국의 꽃, 성승경’에서 투신하는 학생 운동가라든지,‘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첫사랑’에서 수배자의 고백이라든지,‘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의 배경이 되는 광주항쟁과 지역감정의 문제라든지, 이처럼 80년대적 상황과 사회적 투쟁의 상처는 89학번 김연수에 의해 소설 안으로 계속해서 호출된다.“세대의식과 소설가적 자의식을 맞세우며 자신의 소설적 지평을 지속적으로 갱신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물론 김연수가 등단했던 1990년도는 집단의식보다는 ‘나’가 문단의 화두였다. 한편에서는 윤대녕, 신경숙이 ‘나’를 돌아보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하가 그 ‘나’를 파괴하겠다며 나르시스트의 ‘거울’을 부수고 있었고, 백민석의 주인공들이 엽기적인 행각을 서슴지 않았으며, 여러 문화적 코드들이 혼종된 작품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다. 억눌렸(렀)던 개인의 욕망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고, 왜곡된 방식으로 사회의 모순된 구조가 드러났으며, 그 와중에 대사회적인 투쟁이나 고민은 이미 유행지난 옷가지처럼 옷장 깊숙이 처박힌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김연수의 주인공들은, 학생운동의 과잉진압으로 죽은 ‘성승경’의 동생 ‘승진’이 죽은 누나의 원피스를 입고 유령처럼 밤거리를 헤매듯, 그 유행지난 옷가지들을 자꾸 꺼내서 입어본다. 그는 자칭 “80년대에 가까운 작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옷은 역시 유행에 걸맞지 않는 터라, 더불어 이 부채의식이라 할 만한 것에 짓눌려 있기에 작가의 상상력의 궤적이 너무나 크고 그의 지적 발랄함이 너무나 경쾌한지라 “김연수에게 문학적 글쓰기는, 자신의 진실을 고통스럽게 토로하는 것보다는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쪽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서영채,‘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문학동네 2002년봄,p328)라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김연수 식 예의 그 경쾌한 글쓰기는 ‘사랑이라니, 선영아’라는 재치있는 연애소설에서 그 빛을 발하고, 결국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편집자, 주석가, 번역가로서의 그의 재구성 능력이 우연과 필연, 진실과 거짓에 관한 통찰까지 얻음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이렇게 본다면 김연수에게 80년대적 상황 혹은 세대 감각,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다소 우울한 정서의 문제는 작가가 초지일관하고 있는 형식적 구성력에의 관심, 또 그에 값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묻혀 버리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징후적으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들과 그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고독과 비애의 정서는 “이 소설만큼은 연필로 쓰기로 결심했다.”라는 작가의 고백과 함께, 김연수의 작품 목록에서 특이한 것으로서만 간주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집의 독특함 혹은 이질성에 대한 평가는 뒤이어 나온 ‘유령작가’의 형식적 강렬함에서 더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장편 연재를 시작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문학동네,2005년 겨울호)에서 김연수는 다시 80년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끌고 오면서 전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고, 그러면서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렇다면 김연수는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쯤 되면, 김연수의 ‘변전’(김형중),‘기획력’(심진경), 혹은 ‘문턱 넘기’(김연수)는 여전히 한쪽에는 세대의식, 한쪽에는 작가의식을 놓고 그 양극 사이를 진동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수 소설에서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것은 무엇일까? 이 글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김연수는 애초에 인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작가라는 것이다. 그가 유지해 왔고 벌써 정점에 도달한 듯 보이는 포스트모던적 글쓰기나 불가지론적인 사고에는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그의 세계인식이 “그러므로 진실은 없다.”는 냉소나 허무주의가 되지 않고,“진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끝없는 관심 때문일 텐데, 그것은 어떤 ‘정서’의 집약을 통해 스며 나오기도 하고,‘의지’ 혹은 ‘믿음’으로 실천되기도 한다.“아프지 말아라, 너무 아파하지 말아라”(‘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194.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1:페이지수)라는 식의 위로와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창작과 비평사,2005,p.28. 이하 본문에서 이 책을 인용할 경우 2:페이지수)라는 의지 같은 것들이 김연수를 해체적 허무주의자라는 평가로부터 지켜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한복판에 항상 ‘언어’에 대한 고민이 놓인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제목에 ‘작가’라는 말을 대놓고 쓸 만큼, 또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 목록이 다수에 해당할 만큼 그에게 언어의 운용은 중요하다. 김연수 소설의 인물들이 흔히 무엇을 쓰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다는 사실도 그 증거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언어 수행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김연수만의 진정성과 고민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으로 이 글은 쓰여진다. 그의 형식적 기발함과 재치와 성실성에 묻혀 버린 김연수의 진정성은 무엇이고, 그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는 그 질문을 지금껏 어떻게, 어디까지 해결했나? 2. 기억으로 말할 수 없는 것, 말로 기억할 수 없는 것-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작가가 그렇듯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거나 쓴다. 김병익이 지적했듯,‘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작품들은 이제 무엇에 대해 쓰기 시작하겠다는 말을 먼저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김병익,‘(해설)말해질 수 없는 삶을 위하여’, 위의 책)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는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한 채 혼잣말을 계속하고, 그의 이혼한 아내는 꿈꾼 것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부넝숴’와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의 화자는 아예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일방적인 편지 형식이며,‘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여자 친구의 자살 원인을 알기 위해 ‘소설’을 쓴다. 유서에 자신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도 남겨 놓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라는 처절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너’의 흔적을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더듬는다.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혼잣말이며,“사랑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꿈 속까지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며,“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며, 편지에는 답장이 없다는 것이며, 소설 속의 인과관계 안에서는 어떤 진실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언어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말은 할수록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처럼 단어 몇 개로밖에 소통할 수 없는 말하기가 더 단호하고 정확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계속해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무한 일인가. 그래도, 여하튼, 침묵은 비겁하다. 그래서 인물들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또 말하고 쓴다. 전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도 그랬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과 소통할 수 없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는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왜일까? ‘첫사랑’의 ‘나’는 수배중이다. 자수할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첫사랑 ‘정인’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다. 그 편지 내용이란 건 거창할 게 없다.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에게 역설적으로 아주 사소한 기억들이 떠올려지듯 ‘나’는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사건을 떠올리고 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해나간다. 자신의 관심이 무시당하자 정인의 뺨을 때린 일, 혜지누나에게 화풀이하듯 “남의 잔에 술이나 따르는 더러운 년이 일식은 무슨 일식”(1:114)이냐며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 등을 얘기한다. 그런 고백의 사이사이에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데프콘 발동”,“직선제 개헌”과 같은 정치적 사건들을 무심히 끼워 넣는다. 그런데 그 편지는 단지 자신의 지난날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망쳐버리는 동물은 사람뿐이야.”(1:114)라는 뒤늦은 뉘우침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남겨야만 한다는 초조한 마음”(1:98)에 사로잡혀 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며, 따라서 특별히 그 대상이 ‘정인’이어야 할 것도 없다는 점이다.‘정인’의 주소는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되었고, 정인에 대한 기억도 따라서 우연히 떠올려 졌을뿐이다. 결국 고백을 들어줘야 할 그 ‘누군가’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는 지난날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뿐이다.“너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을”(1:105) 연구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이제 “나를 다치게 하지도 않으면서 너를 놓치지도 않는 방법”이 바로 자기 안에 머물기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까닭 없는 슬픔과 한없는 기쁨과 막연한 불안감이 하늘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처럼 내 안에서 서로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원으로 바뀌는 동안, 조금씩 둥근 원이 태양 속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지. 눈물 방울처럼 검은 유리판에 새겨진 그 아름다운 노란빛. 언젠가 보았던 너의, 또 혜지누나의 눈물 맺힌 눈동자처럼 한쪽 부분부터 흔들리는 그 둥근 빛. 그러나 결코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그 소중한 동그라미. 무한히 수축됐다가 다시 온 우주로 퍼져나가는 그 노란 물결.(1:118)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를 둥근 노란빛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특히 일식을 보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아버지를 따라 나간 시위에서 처음 본 ‘펄럭거리는 노란빛’,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그 노란빛,‘나’는 그게 꿈이었고,‘사랑’이었다고 정의 내리고 이제 일식을 보면서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그렇지만 검은 유리판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태양에 의해 완벽하게 가려진 그 노란빛은 꿈도 사랑도 아니다. 어쩌면 꿈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실재(real)를 가리고 있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예쁘던 반딧불이 실은 끔찍한 벌레에 다름 아니었듯 말이다. 이렇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안에서 사랑하고 내 안에서 꿈꾸고 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게이코’는 어떤가. 이 작품에서도 편지는 중요한 모티프다.‘태식’과 ‘김씨’가 크리스마스 날 케이크 판 돈을 갖고 사라진 게이코를 찾으러 가는 데는, 게이코가 받았던 펜팔 편지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는 월남 가서 실종됐고, 엄마는 자살을 했고, 따라서 그녀는 ‘천애고아’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엄마’라는 단어 대신 ‘모친’이라는 단어를 쓰는,“하루에 열 마디 이상을 하지 않고”,“말한다고 해도 더듬기 일쑤”(1:29)인 ‘게이코/경자’는 ‘서유진’이라는 이름으로 ‘수잔’에게 펜팔 편지를 쓴다. 답장도 받았고 게이코는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서로 소통하는 듯 보이지만, 그 답장은 ‘게이코/경자’에게 온 것이 아니며,‘게이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인 ‘유진’에게 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가 편지에 털어놓는 이야기란,“펜팔 가이드”의 예문대로, 자신은 다니지 않는 학교 얘기, 자신은 가본 적 없는 캠핑 얘기일 뿐이다. 학교와 캠핑, 날씨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등이 ‘게이코’ 또래가 누려야 할 삶의 전형이어야 하는 것이다. 말더듬이 게이코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수잔’에게 일지라도 자신이 그런 삶과는 거리가 먼 빵집에서 일하는 말더듬이 고아라는 것을 이야기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잔’을 대화 상대로 택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말을 더듬는다는 것도 말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의지의 표명일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게이코’는 왜 편지를 쓸까. 그 편지 역시 ‘첫사랑’의 편지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받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는 빵집에서 여전히 빵처럼 둥근 그 노란 빛 아래서 편지를 쓰면서, 그렇게 자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꾸며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라면 그녀가 빵집 창문에 다 못 쓰고 간 ‘New Year‘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편지를 쓰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듯, 게이코의 행방의 단서가 되었던 편지는 당연하게도, 그녀가 간 곳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에게 쓰는 행위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려는 행위이며, 결국 상처를 견디는 방식이다. 그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가 될 만한 것들을 차단한다. 단지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이처럼 그들의 쓰기/말하기/읽기는 자기 충족적이다. ‘리기다소나무숲에 갔다가’의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끊임없이 ‘만담’을 하는 것도 ‘나’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치유의 과정에 가깝다. 카페 여자와 딴 살림을 차렸다가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자살 소동으로 시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촌은 내 “인간 연구”의 대상이다. 나는 왜 “인간 연구”에 골몰할까? 대학 1학년 때 분신 장면을 목격한 나는 “죽을 게 뻔한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심정”(1:151)이 무엇일까 라는 숭고한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질문은 삼촌에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하튼 삼촌에게 “물망초 여자 진짜로 사랑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삼촌으로부터 나올 수 없다. 삼촌 역시 ‘나’에게 답하고 있다는 자의식 없이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그들 사이에는 질문과 답의 형식이 있기는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다. 삼촌은 넋두리를 늘어놓듯 자신의 로맨스를 말하기 시작하고, 도라꾸 아저씨는 옆에서 “하이고, 조카 듣는데 창피하지도 않나? 뭔 사설이 그래 기나?” 라는 식의 추임새를 넣어 준다. 가히 ‘만담’ 수준이지만, 혼잣말에 가깝다. 이 ‘만담’ 속에서 나는 삼촌을 이해했고, 삼촌은 공감을 얻었을까? 이해는 앎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앎이 이해와 치유의 첫 걸음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해받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삼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길은 가지 않은 길이고, 여전히 삼촌은 ‘리기다소나무 숲’ 안에서만, 혹은 자신 안에서만, 지난 날 부르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더 로드 낫 테이큰’을 읊조리는 수밖에 없는 것을. 삼촌과 도라꾸 아저씨가 ‘만담’을 하는 동안,‘노란 연등 드높이 내걸고’의 ‘봉우’는 그야말로 시답지 않은 ‘농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국낙서문학회 지역지부에서 ‘나대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봉우에게 삶이란 ‘만반의 준비는? 5천. 평생동지는? 12월 22일’ 따위의 말장난으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방위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주간지의 독자페이지에 이런저런 낙서를 지어서 투고하는 일에 열을 올리면서 봉우에게 삶은 더더욱 우스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봉우가 만든 최고의 낙서는 바로 ‘인생이란? 픽션에 불과하다’였다. 어두운 산길을 걸어가는 자신의 망상이 빚어낸 허상과 직면하니 그야말로 인생은 픽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1:192) 뱃 속에서 죽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절에 들어가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드는 ‘예정’은 “시답지 않은 주간지에 아무 짝에나 소용없는 낙서 따위나 투고하는”(1:197) 봉우에게 세상을 모르는 ‘멍청이’,‘어릿광대’라고 소리친다. 봉우는 그야말로 상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나대로’ 그 상처를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며, 그 외면의 방식이 바로 ‘낙서질’이었던 것이다.“아기가 죽으면서 봉우의 마음속에서도 뭔가가 죽어나갔고” “그 자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지만”(1:198) 봉우는 낙서질을 통해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하는 일이 상책일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 자기를 보호하던 그 ‘노란 빛’은 꺼져버릴 수도 있고,‘리기다소나무 숲’에서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봉우 역시 “자기만은 어두운 산길에 혼자 버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한다면 봉우의 그 두려움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괘 감정으로서의 불안(불안과 증상에 대한 논의는,S. 프로이트,‘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정신병리학의 문제들´, 열린책들,2003)에 다름 아닐 텐데, 그 불안은 ‘나대로’의 낙서라는 증상을 극복하고 상처와 맞설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예정이 자기 안의 ‘노란빛’을 밖으로 드높이 내걸 듯, 혹은 게이코가 빵집을 나와 어디론가 첫걸음을 내딛듯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노란 꽃잎 가장자리가 흐려지면서 노란색과 초록색과 진회색이 서로 경계도 없이 뒤엉켜”(1:181) 버리듯,“꼭꼭 막아둔 마음의 가장자리도 그렇게 풀리게” 된다. 이제 자기 밖으로 나와 그렇게 풀린 ‘노란빛’은 ‘첫사랑’에서와 달리,‘사랑’도 될 수 있고,‘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다. 최소한 그럴 가능성은 있다. 이처럼 증상과의 타협에서, 증상에의 만족에서 나오는 첫걸음이 도달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 “병에 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일”(1:229)이며,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이다.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이 어떤 위험을 동반하든 그 알 수 없는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일이 필요하고, 그것이 비로소 윤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상처,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도출된다. 상처는 분명 어떤 ‘좌절’에서 기인할 텐데, 일단 우리는 각각의 서사 속에 끼워져 있는 시대적 배경들을 통해 그 상처가 밖으로부터 투사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은 ‘그 상처가 칼날의 생김새를 닮듯’이며, 이 작품은 일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쓰기와 말하기에 값하는 ‘읽기’를 통한 상처치유의 행위가 지속된다. 전라도 출신 아버지가 시대에 무기력했던 자신을 용서하고 그 시대 자체를 용서하는 방식은 바로 ‘신문 스크랩’이다. 그리고 ‘내’가 그 초라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아버지의 그 신문 스크랩 ‘읽기’이다.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에 기대 나는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천천히, 붙여 놓은 기사를 읽었다.(중략)다 읽은 뒤에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글자와 글자 사이, 문단과 문단 사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읽었다. 아무리 읽어도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 여름 내내 도서관 한쪽에 앉아서 도대체 무엇을 읽었던 것일까? 누구를 용서했던 것일까? 파도와 파도 사이, 바람과 바람 사이, 달빛과 달빛 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오갔다.(1:65∼66) 주목할 점은 이 작품에서만큼은 읽기의 방식이 자족적이고 자위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고 소통을 위한 매개가 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버지는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문 채로 그 상처를 짓누르고 있지만, 그 ‘신문 스크랩’은 ‘나’로 하여금 초라한 자신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아버지의 신문 스크랩을 아무리 읽어도 그 아버지의 마음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나는 “고작 딸이 집을 나갔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조금은 이해할 듯하고, 아버지에게 묻고 싶은 게 생기고,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서 전적으로 회상에 의존한 작품은 ‘뉴욕제과점’이라는 자전소설 밖에 없다고 작가가 밝혔듯, 우리는 이 소설집을 단순히 회상 형식을 통해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추억의 보고서’ 또는 ‘반성의 기록’(정선태,‘(해설)빵집 불빛에 기대 연필로 그린 기억의 풍경화’,‘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2003,p.295)으로 읽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분명,‘언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통찰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스며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언어’의 불가능성, 즉 언어 자체로는 어떤 진실에도 가 닿을 수 없고,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해묵은 해체적 사고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가라타니 고진에 따르면, 언어와 비극은 반복될 수 없는 일회성의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즉 구조로 회수될 수 없는 다수성과 사건성이라는 점에서 서로 관련된다. 비극적 인식이란 바로 그러한 언어 안에 놓인 인간 조건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처럼 다시는 반복할 수 없다는 언어에 의한 고통은 인간이 결코 ‘아이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마르크스의 비유로 확인된다.(가라타니 고진,‘언어와 비극’, 조영일 역, 도서출판b,2004,pp65∼86)그런데 고진은 ‘아이’가 단지 비유가 아니며, 아이는 이미 어른 이상으로 인생을 알고 있는 존재, 어떤 순수한 비애와 부조리감을 깨닫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런 논의에 기댄다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전편을 감도는 슬픔과 비애의 정서는 충만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잃어버린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반복될 수 없는 ‘기억’, 반복될 수 없는 ‘언어’적 조건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수는 “기억이나 회상을 기본적으로 불신”하며 “글쓰는 순간만의 진실”(김연수 외 좌담, 앞의 글,p.81)을 믿는다고 말했다. 애초에 우리가 ‘기억’해 낼 것은 없고 ‘언어’로 표현해야 할 것도 없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순간 순간의 진실일 뿐이라는 말인 듯싶다. 그 일회적인 언어에 의존하여 쓰고 말하고 읽음으로써 자신의 상처 안에 거주하는 방식으로는 상처가 완벽히 치유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이는 “삶은 살아가는 것이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2:6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3.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넘어서는 몇 가지 방식-‘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최근작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의 할아버지는 죽기 전 두 개의 글을 쓰고, 하나의 글만 남겨둔다. 남겨둔 글은 “世上萬事 一場春夢 돌아보매 無常ㅎ구나”로 시작되는 203행의 대서사시로서,“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태평양전쟁, 한국전쟁,4·19,5·16 등 한국 현대사의 최중심지를 관통해온” 한 남자의 생애를 담은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그 한 남자의 생애는 또래의 다른 남자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서사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역사를 다룬 것이라기보다는 시대의 역사를 다룬 시라고 봄이 정확하다. 할아버지는 그 역사를 증명하는 ‘한 남자’일 뿐인 것이다.“할아버지의 또 다른 글은 누구도 읽어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죽기 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불태우면서 그 다른 글 역시 태워버렸다. 그 글에는 서사시에서 볼 수 없는 다른 것이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은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일 테니 다른 사람은 엿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4조의 정형적인 형식처럼 그 서사시가 어떤 일관되고 형식적인 구조에 속하는 추상화된 개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 불태워진 할아버지의 그 비망록은 여전히 ‘언어’로서도 ‘기억’으로서도 도달할 수 없는 개개인의 진실을 의미한다.“한 개인의 진실이란 깊은 밤, 잠자리에 누워 아무도 몰래 끼적이는 비망록에나 겨우 씌어질 뿐이고”,“서로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부부라고 하더라도 옆에 누운 사람의 비망록을 들여다보지는 못하는 것이니” 할아버지의 그 두 글 사이의 거리는 엄연한 것이고,‘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인과관계의 구조로 엮어진 ‘그’의 소설이 현실(reality)과도, 실재(the real)와도 멀어진 거리와 같다. 실재와 구성화된 그것 사이의 거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지도에서 비워진 행로로 상징된다. 일년 전 이혼한 아내와 우연히 재회한 ‘나’는 아내를 따라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아니 함께 걸었다기보다는 아내를 따라 걸었던 것인데, 그 ‘길’은 한 개인의 진실로 들어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을 뜻한다. 꿈 얘기를 좋아하는 아내는 애초에 그런 소통의 의지를 지니고 있었지만, 꿈따위는 잠에서 깬 다음 바로 잊어버리는 사람이었던 ‘나’는 그런 아내의 의지조차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 그는 이제 그 아내의 진실, 아니 그녀와 자신의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지적도를 사고 그날을 행로를 그려 본다. 하지만 기억의 행로는 언제나 불완전한 것이고, 지형도가 아닌 ‘지적도’일지라도 그것은 실재의 ‘유사물(le semblant)’일 뿐이므로, 그 유사물 속에서는 모방된 진실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바디우(Alain Badiou)에 따르면 진리는 언제나 특수한 상황의 진리(S. 지젝,‘진리의 정치, 혹은 성 바울의 독자로서의 알랭 바디우’,「까다로운 주체」,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5,pp.208∼218)이다. 하나로 이어진 선 안에서는 그 다양한 상황의 진리들은 모두 지워져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연결될 수 없음에도 그어지는 그 많은 선들은 다 무슨 의미일까? 역사의 인과관계가, 혹은 지나간 일들의 진실이 도중에 사소하고 우연적이고 꾸불꾸불한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숨에 긋는, 그런 선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그날 걸어간 복잡하고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는 무엇일까?(2:19) 따라서 ‘나’의 생각이 미치는 지점은 모든 삶의 행로는 우연이고, 그 안에서 진리는 발견될 수 없고, 나의 불행도 그저 불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삶의 우연성을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우연에 가까운 행로의 의미를 따져 묻는다. 그리고는, 결국엔,“오랜 시간이 흐르고 하면 지금의 우연한 일들도 모두 필연이 된다”(2:28)는 정답을 얻어낸다.“우리가 만난 것도, 헤어진 것도, 그날 길 잃은 아이들처럼 골목길을 한 없이 걸어다녔던 일들도 필연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거대한 ‘농담’일 수는 있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나’는 윤리적 행위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디우는 ‘사건에의 충실성’이라는 말로 윤리를 설명한다.(A 바디우,‘윤리학-악에 대한 의식에 관한 에세이’, 이종영 역, 동문선,2001)그가 정의하는 ‘사건’이란 인식 범위 밖에서 발생하며,‘공식적’ 상황이 ‘억압’했던 것을 가시적이게 만드는, 언제나 어떤 특수한 상황의 진리이다. 따라서 사건에의 충실성이란 사건의 견지에서 ‘인식’의 영역을 횡단하고, 그 속으로 개입하고, 사건의 기호를 찾는 지속적 노력을 가리킨다.(이하 한 단락의 내용은 S. 지젝의 앞의 글을 참조하여 정리한 것임) 지젝의 해석에 따르면, 이러한 바디우의 논의는 “범역적 우연성이라는 조건 속에서 (보편적) 진리의 소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실재 사물과의 모든 열정적 조우가 환영일 뿐이라는 해체주의적 사고와 대립된다. 요컨대, 후근대적 해체주의자들이 비관주의의 한계 내에 머물러 있을 때, 바디우는 “기적은 실로 일어난다.”는 전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성과 불멸성에 대한 이와 같은 바디우의 추구는 물론 개별적인 상황, 다양성의 상황의 전제로 하는 열린 개념이다. 다소 길게 인용된 바디우의 논의를 따라,‘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 결국 내가 삶의 모든 길은 우연이고 진실은 알 수 없다는 회의주의에 빠지지 않고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었다. 나도 어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버텨보기로 했으니까.”라고 말하는 것을 ‘진리’를 위한 행위이고,‘사건에의 충실성’을 담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자기 안에 머무는 회피나, 삶은 우연에 불과하다는 회의에 빠지지 않고 한 개인의 진실, 혹은 삶의 진실에 가 닿으려는 ‘행위(act)’를 시작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태도는 분명, 자기 안의 둥근 노란빛에 의지하여 자폐적으로 말하고, 쓰고, 읽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속 인물들의 태도와는 차별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에서 ‘그’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 “패배는 내 안에서 온다. 여기에 패배는 없다.”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은 패배주의자가 아니라, 고투하고 있는 인물들임에 분명하다. 그 고투의 방식을 몇 가지 단계로 분류해 보자. 첫 번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에서와 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끝없이 질문하고 소통에의 의지를 표명하는 방식이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에서 세영과 네즈미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길이 잘못 된 길이었지만, 세영이 “돌아갈 수 없어, 네즈미. 우린 계속 가야 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첫 번째 방식 안에서 설명된다. 잘못 들어선 길이 “공로가 아니라 사유지”라는 것도 상징적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의 진리, 혹은 개개인의 사적인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다가가는 방식이다.‘부넝숴’를 한번 보자. 지평리 전투에 투입되었던 중공군 ‘나’는 들판을 가득 메운 매화꽃잎들처럼 지평리를 가득 메우고 있던 전사자들 틈에서 한 조선인 여성 구호원에게 구조된다. 그들을 실어 나르던 트럭이 전복되고 그 둘은 외딴 농가에 고립된다. 날짜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먹을 것도 없고, 죽음을 지척에 둔 상황에서 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한 일은 두 가지이다. 몸을 섞거나 시를 읊거나.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때의 일은. 살아 있다는 건 그토록 부끄럽고도 황홀하고도, 무엇보다도 아픈 일이더군. 아프다는게. 소리를 지를 수 있다는 게.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그 순간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어. 그래서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는데도 계속하라고 채근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우리는 쉬지 않고 몸을 섞었어. 죽음이 지척이었으니까.(2:71) 그들은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몸을 섞는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고통 속의 향유(jouissance)’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고 그 향유의 끝장을 보는 ‘죽음충동’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그들은 그렇게 “몇 번이나 해가 뜨고 저물었는지, 몇 번이나 달이 둥글어졌다가 다시 여위어졌는지”(2:75)도 모른 채, 수색대가 왔다가 그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을 “죽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서 지켜보고 있는지”(2:75)도 모른 채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결국 ‘그녀’는 죽고 ‘‘나’는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는 이제 점쟁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라캉이 ‘죽음 충동’과 관련하여 ‘두 죽음 사이의 영역’(위의 책,pp.251~265)이라고 말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라캉에 따르면 그곳은 상징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 사이의 영역으로서 존재의 질서 너머에 있는 유령적 환영의 영역이다. 그곳은 ‘죽음 너머의 삶’이 갑작스레 출현한 장소이고, 상징화되지 않는 ‘불가분의 잔여’이기 때문에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예컨대, 그 형상은 운명을 이행한 이후의 오이디푸스, 즉 ‘과도하게 인간적’이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자, 어떤 인간적 법칙들이나 고려 사항에도 묶여지지 않는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그녀’의 피를 1000그램이나 수혈받고 죽음의 경계를 넘은 ‘나’는 이 ‘산죽은-파괴불가능한’ 유령적 대상과도 같다. 운명을 보아버린 ‘나’는 이제,“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얘기”(2:77) 속에 진실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산죽은’ 존재인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째 방식, 온몸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그 순간 상징적 질서로 편입되는 어떠한 ‘언어’도 소용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 방식이 성공했는가. 그 둘이 함께 ‘몸’을 통해 ‘유사-죽음’을 경험했더라도, 여하튼 현재 ‘그녀’와 ‘나’ 사이에는 역설적으로 ‘죽음’이라는 경계가 놓여 있지 않는가? 여기서 굳이 라캉의 ‘성관계는 없다’는 공식을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타인의 행위를 아예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죽음일지라도. 그것은 소통에의 ‘의지’를 드디어 ‘실천’으로 관철하는 일이며, 반복될 수 없는 ‘언어’의 한계,‘기억’의 한계,‘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새였을까, 네즈미’의 세영이 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했던 남편에게 자신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다른 삶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는, 아니 극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식이냐 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언니의 동거남,‘네즈미’와 섹스를 하는 방식이다. 네즈미에게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드는” 세영의 방식이 “무모한 열정”으로 보이지만, 세영의 그 무모한 열정은 끝장까지 간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2시간 동안 울기만 했던 세영, 그렇게 다른 삶이 있었던 남편의 죽음을 방조했던, 아니 어떤 행동(action)도 하지 않음으로써 적극적으로 행위(act)했던 세영은 결국 ‘자살’한다.(정신분석은 행동과 행위를 분리한다. 행위는 그것의 담지자(행위자)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다는 점에서 행동과 다르다. 행위 이후에 나는 ‘전과 동일하지 않다’. 행위 속에서 주체는 무화되고 뒤어이 다시 태어난다는 점에서, 라캉은 ‘자살’을 모든 (‘성공적’) 행위의 전형으로 파악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실재의 윤리’, 이성민 역, 도서출판b,2004,p.133∼134) 세영의 방식이 극단적이고 무모하다면,‘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는 어떠한가. 이 작품에는 소통 불가능성과 그 불가능을 넘어서는 시도와 그 결론이 모두 담겨 있다. 그것은 “사랑의 모든 국면을 다 경험”함으로써,“심지어 죽음까지”도 경험함으로써만 가능한 결론이다. 여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읽은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서도,‘소설’ 쓰기를 통해서도 애인을 이해할 수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그녀와 자신의 삶에,“어떤 진실도, 상상도, 이해도 없는”(2:151) 가장 합당한 주석을 달며, 그저 “짐작을 하며”,“그 사이를 원래 그대로 틈으로 남겨두고 살아가는 일”(2:143)이거나, 둘째,“지도에서 비워진” 그 곳으로 직접 가보는 일이다.‘그’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이 “서로를 속이는 것도, 속는 것도 없는” “인간에게 누구나 있는 어두운 구멍”(2:43)을 들여다보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의 인물들이 ‘아직 가지 않은 길’이고,‘의지’의 방식을 택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의 ‘나’가 ‘결국 가야하는 길’이고,‘부넝숴’의 ‘나’가 ‘덜/더 가버린 길’이다. 당연히,‘그’가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향해 가는 것은, 이처럼 ‘몸’으로도 ‘언어’로도 이해 불가능한 그녀를 이해하는, 아니 자신의 진실을 이해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걸어가는 검은 그림자의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껄껄거린다. 여기인가? 아니, 저기. 조금 더. 어디? 저기. 바로 저기.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바로 저기. 문장이 끝나는 곳에서 나타나는 모든 꿈들의 케른,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바가 없는 수정의 니르바나, 이로써 모든 여행이 끝나는 세계의 끝.(2:154) 그곳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많다. 현실과 꿈이 뒤섞인 공간,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 어떤 논리도 거부하는 공간, 죽음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공간 등등. 그러나 어떤 말도 소용없을지 모른다. 그곳은 가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실재’와 대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현실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용기’이다. 그 길을 가는 ‘그’에게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노트를 사면 항상 옮겨 적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용기다. 아주 기이하고도 독특하고 불가해한 것들을 마주할 용기”(2:111)라는 릴케의 문장이 떠올랐을 것이다. 용기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진실에 도달하고자 하는 자에게 그 용기를 갖는 일은 의무이다.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원정대장이 역설한 바대로 “분명히 의의가 아니라 임무”(2:117)인 것이다.“그 꿈이 제아무리 압도적이라고 해도 원정대는 그곳을 ‘정복’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것을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오로지 ‘의무’ 때문에 ‘행위’한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윤리적 주체(‘의무’와 윤리적 행위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의 책,5장 참고)이다. 4. 진실은 어디에,“대뇌와 성기 사이”(김연수,‘모두인 동시에 하나인’, 문학동네 2005년 겨울,p.158)그 어디쯤 ‘유령작가’라는 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김연수는 그 의미가 ‘대필작가’ 쯤이 된다고 말했고, 대부분의 논자들은 그 안에서 작가적 자의식을 찾아냈다.‘유령’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우리는 김연수의 최근 두 소설집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죽음을 넘어선 그 어떤 영역을 살펴보고 ‘유령’이 되어버린 작가가,‘아직’ 언어와 기억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아이’에 머물고 있는 상처받은 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고 말이다.“아프면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다 느끼라고. 아픈데도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죽기 싫어서다. 그래서 눈물은 조롱거리가 되고 아픔은 비난받고 두려움은 무시되며 믿음은 당연하다고 여긴다.”(2:117). 우울은 도덕적 쇠약함이며, 죄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의 ‘그’가 위와 같은 말에 의지하여 낭가파르바트로 갔듯이 우리도 각자가 넘어야 할 산 하나쯤은 마음 속에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기 위한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것의 우리의 ‘의무’이다. 그렇지만 ‘죽음’이 윤리적 행위의 전형이라며, 그 죽음을 통해서만 우리는 타자의 진실, 나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김연수는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현실에서 이해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되고, 살 부비는 부부 사이에서조차 서로의 마음 속 비망록을 들여다 보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해결은 한 가지다. 그 “대뇌와 성기 사이” 그 어디쯤에 있을 ‘마음’으로 진실을 그저 믿는 것이다. 김연수의 세계인식과 작가의식은 이제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이다(위의 책,p.121)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제 어떻게 들려줄지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의 장편 연재가 기대된다. <끝> ■ 당선소감 “조금은 자신 갖고 내목소리 낼수 있을것” 글쓰기는 나에게 공포다. 학교에서 몇 개월째 학부생들의 리포트 상담을 하고 있지만 난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글쓰기에 관하여 조언을 해 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항상 회의적이다. 여전히 나는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절부절 못하고, 하얀 모니터 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비워지곤 하는 걸…. 그렇지만 여하튼 읽는 일은 행복하고, 쓰는 일은 나에게 작은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그래서 그 일들을 멈출 수가 없다. 혼자 품고 있던 그 공포와 행복 사이에 용기를 채워 준 이번 당선이 정말 기적 같다. 여전히 막막하고 두렵지만, 이제 조금은 자신을 갖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온전히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턱없이 부족한 글이라 몹시 부끄럽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만으로도 더없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시는 신범순 지도교수님과 국문과의 모든 은사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꽃비 내리는 자하연을 몇 번이고 함께 맞이했던 1동의 동료, 선·후배들의 자극에도 빚진 바 크다. 함께 공부하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그리고 나이 서른을 앞에 두고서도 여전히 철없고 무심한 자식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어렸을 적부터, 성실히 읽고 쓰는 일을 너무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기게끔 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글쓰는 순간이 진실’ 작가의 본질 파헤쳐” 응모작 총 20편은 작가론이 대부분이었고, 김현론을 비롯한 문학사적인 쟁점을 다룬 게 3편 있었다. 작가론 중에는 시인·소설론이 거의 반반씩이었다. 아마 최근 신춘문예 평론의 주류가 작가론으로 정착된 느낌이다. 특히 전후문학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4·19세대 작가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늘의 작가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시선을 끈 글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행복한 공간-김현론’(김윤정),‘몸의 형이상학, 모성적 관능과 타자없는 육체 사이-김선우론’(함돈균),‘속도에 저항하는 시의 모험-김기택론’(강영준)‘‘틈’을 바라보는 시선-배수아 소설을 중심으로’(김나영),‘고독의 의무, 소설의 의무-윤성희 소설집 ‘거기, 당신?’론’(이은주),‘‘유령’작가의 진실-김연수의 최근작을 중심으로’(조연정) 등이었다. 김현론은 정직한 글쓰기의 자세를 보여준 진솔한 비평적 자세가 돋보였으나 개인적인 체험에 너무 함몰된 점이 아쉬웠다. 김선우론은 인문학적인 거시적 시각으로 시인에 접근하면서 미세한 현대적 환상과 성담론을 분석한 점이 돋보였으나 일반론적인 해설위주에 그쳐서 아쉬웠다. 김기택론은 성실한 독법이긴 하나 해설론에 그친 한계가 있었다. 배수아론은 라캉의 틈 이론을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했으나 결론이 너무 조급해 보였다. 최종적으로 윤성희론과 김연수론은 우위를 다툴 정도였다. 윤성희론은 반 루카치적인 소설론을 전개한 점이 시선을 끌었지만 문장력이 치밀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김연수론은 탈구조주의적인 이론의 틀에 너무 얽매인 느낌이 있으나 기억이나 회상을 불신하고 글쓰기의 순간만이 진실이라는 이 작가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헤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김윤식 임헌영
  • [중계석] 서울이 ‘공생도시’가 되려면…/조명래 단국대 교수

    지난달 28일 ‘문화우리’주최 ‘공생도시’세미나에서 발표한 조명래 단국대 교수의 ‘서울을 공동성의 도시로’란 발제문을 소개한다. 일전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건축학과 대학원생들이 서울을 체험한 뒤 털어놓은 소감의 공통어는 ‘혼돈(chaos)과 폭발(explosion)’이었다.‘건축물은 있지만 건축은 없다.’,‘도시는 있지만 건축은 없다.’,‘건축은 있지만 도시가 없다.’라는 역설들은 모두 혼돈과 폭발의 도시가 갖는 필연성을 말해 준다. 근자에 들어 서울의 도시정책에서 화두는 ‘문화도시’이다.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들자는 것은 얄팍한 문화예술활동이나 그 시설을 이곳저곳에 짓자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도시화 과정이 수반한 혼돈과 폭발의 도시숨결을 이젠 차분하게 가려 앉히자는 데 본연의 의미가 있다. 문화도시는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삶에서 문화적 품격이 배어날 때부터 가능해지며, 그래서 문화도시 서울은 서울이 가장 서울다울 때부터 가능해진다. 서울은 이젠 사람이 사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천만명이 사는 대도시이지만 서울에는 아직 진정한 주인이 없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는 건물과 시설이 꽉 차 있지만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행로보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체계가 만들어지고 삶의 터전으로서 주거지보다 투기의 대상으로 주택이 우선 공급된다. 건축물을 위한 드넓은 공간은 있어도 사람들이 소통하는 광장을 위한 공간이 부재한 것은 서울이 사람중심이 아님을 보여 주는 예들이다. ‘자연, 역사, 사람의 어우러짐은 곧 공동성(city of communality)’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공동성의 도시로 태어나기 위해선 도시를 공동체적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주민자발운동의 활성화, 공공영역의 확장, 탈시장적 정책의 강화,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위한 생태도시계획의 제도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모두는 도시의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그러나 도시는 결국 건축이기 때문에 건축적 반성과 혁신의 중심에는 건축가가 서야 한다. 서울의 사라진 자연을 건축물에 되살려 내고, 서울의 사라진 역사를 건축물에 구현해내며, 서울에 사라진 사람의 훈기를 건축물에 되살려 낸다면, 서울은 어떠한 도시가 될까? 상상만 해도 살맛이 나는 도시이다. 우리는 지금 서울의 이러한 변혁을 가져올 건축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 서울도심은 가족학습장

    서울도심은 가족학습장

    이맘 때면 우리는 버릇처럼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이야기합니다.옛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는다는 뜻이죠. 그러나 아무리 봐도 ‘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 합니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청계천이 47년 만에 다시 물길을 텄습니다.X파일 사건도 있었군요.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청계천을 빼놓고는 모두 잊고 싶은 기억들입니다. 어떤 일을 떠나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상식입니다.앞서 언급한 올해의 사건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그러나 우리는 또 미봉책으로 남겨두었습니다.새 것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됐는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내일은 해가 뜬다.’는 사실을 잊을 필요는 없습니다.중요한 것은 송구영신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는 것일 겁니다.그 일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연말연시,가족과 함께 즐길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도심에서 펼쳐집니다.아이들과 미래의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그리하여 구호가 아닌 스스로 송구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빕니다. ■ 서울 도심은 가족 학습장 아이들에게 ‘꿈’ 같은 겨울방학이 돌아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겨울방학이 반갑지만은 않다. 교외로 가족끼리 떠나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을 생각하면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재미있으면서도 교육적으로 놀 ‘거리’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서울 도심에서 ‘숙제’를 해결하는 게 어떨까. 머리가 좋아지는 ‘아이큐 전시회’를 비롯해 마티스전 등 유익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과 청계천을 돌아본 뒤 광장시장 골목에서 먹는 빈대떡 맛도 일품이다. 겨울방학의 새로운 학습·놀이터인 도심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서보자. ●퍼즐 풀면서 지능도 ‘쑥쑥’ 맨 먼저 들를 만한 곳은 광화문 프레스센터 1층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머리가 좋아지는 체험전시회 IQ Museum in City’. 다음달 2일부터 3월1일까지 계속된다. 아이큐 전시회는 서울신문사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스포츠서울, 팜스퀘어가 후원한다. 앤틱퍼즐, 희귀퍼즐,IQ테스트 도구, 불가능물체 등 세계 80여개국에서 온 1000여점이 불광동 아이큐박물관에서 도심으로 나들이를 나온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와일드옥스앤터프라이즈 김혁 대표는 “풀고 조립하면서 양손을 움직이는 퍼즐은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 효과적이다.”라면서 “어른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와 치매 예방 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개관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다. ●미술관 박물관 프로그램도 풍성 정동 서울시립미술관도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전의 관람시간을 연장했다. 이번 전시는 마티스로 대표되는 야수주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야수주의는 사실주의의 유산을 버리고 원색의 강렬한 색채로 사물을 보는 시각혁명을 이끌어냈다. 앙리 마티스를 비롯해 앙드레 드랭, 모리스 드 블라맹크 등 야수주의 대표 작가의 작품 12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가족들이 겨울방학과 연말을 미술관에서 함께 보낼 수 있도록 관람시간을 늘렸다.31일에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연다. 새해 첫날인 내년 1월1일과 설날 연휴인 1월28∼30일에도 미술관을 개방한다.3월5일까지는 주말과 공휴일 폐관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연장했다. 주중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 요금은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니앤루니스 등 광화문과 종각 주변 대형 서점들도 훌륭한 ‘가족 학습장’이다. ●빙판 지치며 가족 사랑 키워 서울 도심의 ‘대표 놀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얼음을 지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9일부터 내년 2월8일까지 문을 연다. 무엇보다 사용료가 놀랄 만큼 싸다. 입장료와 스케이트 대여료를 합쳐 1000원에 불과하다.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특히 31일은 다음날 1일 오전 1시까지 문을 열어 빙판 위에서 새해를 맞을 수 있다. 다음달 31일까지 밤이면 화려하게 빛나는 루미나리에도 볼거리다. 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스케이트 강습 교실도 진행된다.5000원만 내면 된다. 희망 기간 1주일 전에 서울시체육회 홈페이지(seoulsports.or.kr)를 통해 선착순 100명까지 신청받는다. ●청계천도 보고 빈대떡도 먹고 머리가 좋아지는 전시회, 눈을 즐겁게하는 전시회와 스케이트장의 놀이가 싫증나면 청계천을 들러보자. 개장 초기보다 인파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인기코스’다. 눈 덮인 겨울 천변을 걸으며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심에서 쩔어져 있지만 새롭게 단장한 남산 N서울타워도 가볼 만하다. 로비에서부터 한강과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의 야경과 함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의 ‘쇼킹엣지’,‘볼일’을 보면서 시내를 볼 수 있는 ‘천상의 화장실’ 등도 즐길 수 있다. 도심 가족 나들이에 먹을거리가 빠질 수 없다. 직장가인 광화문 주변 도심은 의외로 가족이 함께 갈 만한 음식점은 많지 않다. 청계광장 주변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 중국요리 전문점 공을기객잔, 파스타 전문점 스패뉴 등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파이낸스빌딩 지하에도 식당들이 즐비하다. 광장시장 먹을거리장터에서는 북적거리지만 싸고 맛있는 저녁을 즐길 수 있다.4인 가족이 빈대떡과 고기전, 순대 등을 푸짐하게 먹어도 1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 IQ를 높여보세요 서울갤러리에서 선보이는 ‘머리가 좋아지는 체험전시회 IQ Museum in City’의 ‘주 메뉴’는 퍼즐이다. 전시장은 지혜의 미로,IQ 월드, 퍼즐의 세계1, 불가능 퍼즐, 퍼즐 갤러리, 퍼즐의 세계2,IQ 놀이 등 7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 관람객을 맞는 것은 착시화가 그려진 ‘지혜의 미로’다. 아이큐 전시회를 본격적으로 체험하기 전의 예행 연습인 셈이다. 이어 등장하는 것은 악마의 퍼즐과 황금 테디베어. 악마의 퍼즐은 몽골국제지성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상징하는 거북 모양이다.10분 안에 풀면 미화 10만달러를 주겠다는 약속이 걸려 있지만 아직 아무도 풀지 못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황금 테디베어는 125캐럿의 금덩어리다. 무려 8500만원 짜리다. 전시장 안 지정된 퍼즐과 악마의 퍼즐을 풀면 상으로 주어진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불가능 퍼즐’이다. 대표적인 게 ‘병 속의 화살’이다. 코카콜라 병에 나무 화살이 꽂혀 있다. 그러나 병의 구멍은 화살의 머리와 꼬리보다 작다. 유리를 녹여서 만들었다면 나무 화살은 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화살을 자른 흔적은 없다. 전 세계에서 단 7명만이 비밀을 알고 있다. 입구보다 큰 테니스공이 가득 찬 유리병 등 우리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퍼즐 50여점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IQ 월드’에서는 아이큐의 역사와 다양한 측정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퍼즐의 세계’는 여러 앤틱 퍼즐과 희귀 퍼즐, 큐빅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돼 있다.‘IQ 놀이’에서 다양한 퍼즐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백두산 일출을 보다

    백두산 일출을 보다

    낯선 남녀가 서로 만나 100번째 되던 날, 대부분 조촐한 기념식을 하겠지요. 더욱 사랑하자는 뜻에서 말입니다.‘주말매거진 We’가 이번호로 독자와 만난 지 꼭 100번째가 됐습니다. 하여 어떤 좋은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눈덮인 백두산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혹 가고 싶어도 여유가 없어서 못가는 독자 여러분에게 간접 체험이나마 선사하려는 뜻에서이지요. 아울러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백두’의 기(氣)를 흠뻑 느껴 보자는 취지이기도 하지요. 정말이지 하얀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백두산은 똑바로 서서 걷기조차 힘들 정도의 바람과 영하 30∼40도의 차가운 날씨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쉽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간단한 장비만 갖추면 등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백두산 북쪽 천문봉에서 만주벌판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신천지 새벽의 붉은 태양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또한 드넓은 얼음평야처럼 꽁꽁 얼어 버린 천지의 장엄함 앞에서는 절로 머리가 숙여지더군요. 자 함께 가보실까요. 백두의 계곡으로 말입니다.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백두산은 정말 춥데.”,“겨울에 백두산은 못간데.”라는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속초에서 배를 타고 출발했다. # 백두로 향하다 백두산에 가는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이번에는 속초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 훈춘에서 연길로 해서 가는 방법을 택했다. 속초에서 러시아 자루비노항구까지는 585㎞이며 1만 4000t급 동춘호로 무려 열여섯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배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동춘항운 김세광 과장은 “말이 열여섯 시간이지 금방 지나갑니다. 오후 3시에 출항해 짐 풀고 저녁 먹고 한잠 자면 러시아에 도착해요. 어쩜 아침에 씻고 짐 챙기느라 바쁩니다.”라고 안심시킨다. 정말이지 막상 타고 보니 배의 위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멀미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을 배정받았다.4인실.2층 침대 2개와 TV, 화장실까지 설치돼 있었다. 추운 동해의 바람을 맞으며 멀어지는 속초를 바라보았다. 김 과장의 말대로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아침이 밝아왔다. # 전혀 다른 세상에 갑판에서 사진을 찍었다. 난생 처음 보는 러시아. 낡은 배, 녹슨 공장의 굴뚝, 눈덮인 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과 가장 다른 것은 ‘기온’이다. 부는 바람이 차가운 것이 아니라 콕콕 바늘로 찌르는 듯한 동통(冬痛)이 느껴진다.‘우와 추워!’ 정말 1분 이상 갑판에 서 있지 못할 지경이다. 이윽고 배가 접안했다. 자루비노항에서 동춘항운의 셔틀버스로 중국 훈춘의 장영자 세관으로 이동했더니 버스로 약 2시간 걸렸다. 하얀 눈이 덮인 불모의 땅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끝없이 이어진다. 오고 가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마주 오는 차도 거의 없었다. 어느덧 버스 유리창에 서리는 차가운 얼음장으로 변해 버렸다. 밖의 기온은 영하 25도란다. 러시아 군인들이 지키는 크라스키노 세관에서 러시아 출국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중국 장영자 세관에 도착했다. 장영자는 ´긴고개 들로 이어진 끝´이란 뜻의 마을 이름이다. 연변 지역은 고구려, 발해시대의 먼 조상들이 말 달리며 지배했던 땅이고 일제시대에는 많은 항일 독립투사들이 조국 독립의 꿈을 키웠던 곳이어서 새삼 감회에 젖어본다. 연길 등을 거쳐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백화(조그마한 시골 마을)까지 약 300㎞. 버스로 꼬박 5시간이다. # 민족의 영산을 마주하며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마치고 그 세는 물(水)을 근본으로 하고 나무(木)를 줄기로 한다고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은 말했다. 또한 백두산은 우리 국토의 시작이며 백두대간을 품고 있는 민족의 영산이 아닌가. 또 한민족의 발상지인 단군신화를 잉태한 가장 성스럽고 고결한 산이다. 오는 길이 멀고 힘들다 할지라도 우리 민족의 시작점에 설 수만 있다면 그 정도 수고는 감내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날씨가 구름 끼고 추운 탓인지 이도백화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가슴속에 느껴지는 맑고 성스러운 기운이 온몸에 짜릿한 전율로 다가온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호텔을 나섰다. 강원도청 환동해 출장소 직원들과 현지 가이드를 포함해 우리 일행은 모두 16명. 환동해 출장소 직원들은 동해바다의 어업과 해로를 관리하기 위해 강원도청에서 파견됐다. 이들과 함께 백두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지프에 나누어 타고 어둠 속을 달렸다. # 민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자고로 백두산에서 일출을 본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영하 30도, 체감온도를 측정할 수 없는 그런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된다. 한겨울에도 백두산 천문봉까지 차가 다닌다. 물론 일반 승용차는 아니고 중국에서 특수하게 불도저를 개조해서 만든 특수 버스인 ‘설령차’를 타면 천문봉 입구까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새벽 5시, 장백산(張白山)이라고 써 있는 아치형 문을 통과한다. 이제 정말 백두산의 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장백산이라니. 이 산에 숨쉬고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 나무 하나 우리 조상의 손길과 정성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건만 어찌하여 이곳을 장백산이라 부르며 내 나라를 거치지 못하고 남의 땅을 밟아야 이곳에 도착할 수 있는가. 반쪽짜리 나라의 아픔이 전해진다. # 찬란하다, 백두여 설령차에 올랐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어서 닫히지 않는 창문 틈 사이로 무서운 백두산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듯하다.‘휘잉∼잉 휘∼잉’하며 눈보라가 칠 때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새벽 달빛 사이로 백두산의 자태가 스친다. 목도리, 마스크, 귀마개, 장갑 등으로 온몸을 칭칭 둘렀건만 손끝과 발끝에는 여전히 한기가 느껴진다. 아침 6시가 넘어서자 동녘 하늘에 붉은 기운이 조금씩 올라온다. 마음이 조급해진다.‘이렇게 어렵게 올라가는데 혹시 해가 불쑥 나와버리면 어떡하나, 빨리 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앞선다. 굉음을 내며 설령차는 계속 백두산을 오른다.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차문이 열리면서 내렸다. 다행히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백두산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앞이 보이지 않는다. 기상대가 있는 주차장에서 천문봉까지는 걸어서 10여분. 일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천문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중학생을 둔 주부 홍복순(46)씨, 겨울산이 난생 처음이라는 정준호(47)씨도 고개를 숙인 채 천문봉을 향해 기어오른다. 만주벌판 저쪽 흐린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든다. 대륙의 저쪽에서 시작된 차고 거친 바람은 백두의 16개 봉우리를 타 넘어 천지에 부딪치고 솟구치며 눈과 함께 얼굴을 강타한다. 그래서 눈썹에는 하얀 고드름이 생기고, 덜덜 떨린다. 어느 누구 하나 바람과 추위를 피해 내려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발 아래 천지는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눈보라가 소용돌이치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뱉어내고 또 뱉어냈다. 모두 천문봉에 손을 잡고 섰다. 갑자기 누군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어느덧 차가운 백두의 머리끝에서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첫머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붉은 태양을 기다리며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추위 속에서 그 애틋한 기다림 끝에 먼 구름 사이로 거짓말처럼 붉은 덩어리가 솟는다. 자신의 몸을 열어 고귀한 생명을 품듯 시뻘건 태양이 나타난다. 숨이 멎고 맥이 풀린다.‘와’하는 탄성조차 지를 수 없는 신성함에 고개가 먼저 숙여진다. 이날 백두의 아침은, 아니 한반도의 신새벽은 이렇게 찬란하게 시작했다. 광활한 붉은 바다를 향해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내려왔다. 뜨거워진 가슴으로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박욱기(33)씨, 추위의 고통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날아갔다는 김남순(39)씨, 평생에 잊지 못할 아침을 맞았다는 김용국(45)씨. 함께했던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저마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백두산 천문봉을 내려왔다. # 하얗게 변한 천상의 호수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천지를 보러 나섰다. 산장 주변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옷, 신발, 장갑 등을 빌려준다. 아이젠이 달린 털장화와 털점퍼는 각각 3000원,4000원에 빌려주며 마스크는 1000원, 장갑은 3000원에 판다. 그러니 장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백두산 온천지역에서 장백폭포를 거쳐 천지까지 왕복 3시간이 걸린다. 매표소 입구부터 백두산의 이름이 실감난다. 산 정상 부위가 화산활동으로 인한 부식토로 하얗게 뒤덮여 ‘머리부분이 하얗다’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순백으로 변한 백두산은 입구부터 아름답다. 10여분을 오르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매달린 거대한 얼음 사이로 굉음을 내며 물줄기가 떨어진다. 이름하여 장백폭포.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거의 물이 얼지 않고 흐른다. 장백폭포 산장을 지나자 터널이 시작된다. 터널 속 ‘가파른 천 개의 계단’을 올라야 천지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터널로 들어섰다. 좀 답답하다. 하지만 차디찬 눈보라를 맞지 않고 천지까지 갈 수 있다는 데야 어디 문제인가. 천지로 가는 터널은 관광객을 위해 한국인이 5년여 걸친 공사 끝에 2003년에 완성했다고 한다.35년간을 사용하고 중국측에 기부채납을 한단다.‘참 우리나라 사람은 불가능을 모르는 민족이야. 이렇게 가파른 곳에 터널을 만들 생각을 했으니.’ 가파른 천 개의 계단은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지 않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든다. 어느덧 터널의 끝쪽 문에서 휴식을 한다. 밖의 기온이 낮아 몸에 난 땀을 식히고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문을 열고 나서자 기다리고 있던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다.‘역시 쉽게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구먼.’ 하지만 난간 옆으로 물이 흐른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영하 30도에도 얼지 않고 이렇게 물이 흐르다니. 바로 이 물이 천지에서 흘러 ‘승사하’를 이루고 중국 송화강의 출발점이다. 승사하를 지나자 본격적인 백두의 품이다. 양쪽으로 깎아지르는 용문봉과 천문봉이 우뚝하고 곳곳에 작은 바위들이 시베리아의 벌판을 연상케 한다. 세찬 눈보라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잊지 못할 광경에 연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정상에 이런 거대한 봉우리들과 천지라는 커다란 호수를 품고 있으니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거센 눈보라를 맞으며 20여분 걷자 공룡 동상이 나온다.“와∼천지다.”하며 모두가 하얀 얼음판으로 뛰어든다. 맞다. 바로 여기가 백두산 천지, 하늘의 연못이라는 이곳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무려 둘레가 14.4㎞, 최대 너비가 3.6㎞, 최대 깊이가 384m인 연못. 어떻게 이런 산 정상에 커다란 호수가 있다고 누가 상상을 할 수 있겠는가. 모두 천지에 뛰어들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예 드러누운 장희순(39)씨는 “만세 만세”를 외치며 “여기가 천지예요.”라며 북받쳐 오르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한다. 바람에 연신 눈을 비비며 “한번이라도 더 봐야지. 내가 평생에 언제 다시 여기를 밟아 볼 수 있겠어요.”라는 유현진(53)씨의 눈에는 이슬이 맺힌다. 친구들과 함께 중국 여행을 한다는 천안 나사렛대 문성진(21)씨는 “남쪽의 산들과 달리 웅장하고 위엄있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라며 “좀 춥지만 정말 오지 않았으면 너무 후회할 뻔했습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렇게 다들 백두산의 정기와 천지의 성스러움은 우리를 감동에 빠지게 했다. # 색다른 백두산의 별미 백두산의 또 하나 명물은 온천이다. 온천물의 온도가 섭씨 82도로 아주 뜨거워 계란을 담가 놓으면 자동적으로 삶아진다. 이렇게 삶은 계란은 정말 특이하다. 손으로 계란의 반을 잘라보면 흰자위는 반숙, 노른자위는 완숙이다. 먹기가 부드럽고 좋다. 온천수의 효능 때문이란다.3개에 1000원이다. 아주 맛있다. 주변에는 온천장이 몇 개 있다. 입장료는 1만원. 비싸다고 생각하지 말고 들어가면 정말 색다른 경험이 기다린다. 물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노천으로 나가보라. 고드름과 흰눈이 쌓인 탕에 몸을 담그고 백두산의 이름 모를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1분도 안 돼 머리카락이 얼어버린다. 그러면 탕에 얼굴을 담가 녹이면 된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하얀 눈가루가 탕을 휘감아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 정도면 겨울 백두산의 참맛을 만끽했다고 할 것이다. # 민족의 혼이 서려 있는 연변 예전에 만주로 불렸던 연변지역에는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 곳곳에 항일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며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이 지역에는 우리 조선족을 위해 간판에 모두 한글과 중국어가 병행 표기돼 있어 외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한국 돈’이 거의 모든 식당과 상점에서 통용이 될 정도로 한국적인 곳이다. 다만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나라 70년대를 보는 듯하다. 훈춘 주변에 안중근 의사 유적지는 안중근 의사가 한달 동안을 머무르며 거사를 준비했던 집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마당에 유적비도 있다. 연길 근처인 용정에는 우리 가곡 ‘선구자’의 일송정과 해란강을 만날 수 있다. 연길에서 용정으로 가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 위에 자리잡은 조그만 정자가 바로 일송정. 전에는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가 서 있었다고 하나 일제에 의해 고사당하고 지금은 작은 소나무 한 그루와 정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한 민족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대성중학교가 있다. 현재 용정 제일중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현지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구관 앞에는 윤동주 시비가 세워져 있고 건물 2층에는 사진, 화보, 책자 등 윤동주 시인의 기념전시관이 꾸며져 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남양시와 중국 도문을 연결하는 도문대교, 북한의 나진 선봉과 훈춘을 연결하는 권하대교 등이 있어 멀리서나마 북한땅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훈춘시청으로 쓰이는 간도 일본총영사부는 ‘토지’드라마에서 길상이가 폭파하려고 했던 건물이다. 밀강 민속마을에 강운학(79) 박옥선(80)씨 노부부의 집은 60년 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함북 흑룡군과 연결된 사만자대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구소련군 폭격으로 끊어진 채로 있었다. 이처럼 백두산을 가는 길에 둘러볼 만한 유적지와 역사적인 흔적이 많아 산 교육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백두산 관광의 선두는 동춘항운은 2000년 4월 28일 우리나라의 속초에서 러시아의 자루비노 항을 경유하여 중국의 훈춘시를 연결하는 최초의 해륙을 연계한 카페리 항로.즉 ‘백두산항로’라는 이름 아래 매년 여객 및 컨테이너 화물 등을 운송한다.또한 2003년 11월 6일부터 러시아 연해주의 수도이자 물류의 중심지인 블라디보스톡항까지 연장 운항을 하고 있다. 동춘항운 부설 준여행 에서는 이 카페리를 이용해 중국 백두산과 러시아 등을 여행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겨울철에 중국 연변지역 관광과 백두산을 오를 수 있는 6박7일 상품이 39만9000원,백두산을 서쪽에서 북쪽을 종주하는 5박6일 상품이 68만원,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로프스크 등을 열차로 여행하는 6박7일 상품이 79만원 등이다.www.dongchunferry.co.kr ,(02)720-0271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3)한국 차문화의 다양성

    눈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에는 아스라한 차 향기처럼 포근한 향기가 넘쳐난다. 허공을 타고 내려오는 눈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한줌의 눈속에도 생멸이 있다. 멀리서 뚝뚝 끊어지는 설해목의 비명소리가 마치 눈속에 꺾여 비닐하우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하는 농심(農心)소리 같다. 무너지는 눈의 산(山)이 마치 무너지는 농심 같다. 그래서 아프다. 자연은 늘 인간의 삶속에 고통을 주기도하고, 때로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삶이란, 차의 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현실의 삶속에서 고통스러운 여정을 다스리고 위안하고 친구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속에는 희망도 있고 절망도 있고 고통스러운 아픔도 있다. 차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고통스러운 길을 가는 중생들의 위안처요 친구인 것이다. 우리곁에 차 문화는 과연 있는가. 있다면 어디까지 와있는가. 매우 궁금한 대목이다. 비공식적이지만 차 인구 700만 시대를 돌파하고 , 차 도구를 만드는 장인들의 전시회는 봇물처럼 이어지고, 차를 생산하는 농가와 다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차를 애용하고, 차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2000년 초입 한국에는 우후죽순처럼 국적 없는 차 문화가 생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화란 원래 잡식성이 강하다. 여러 갈래와 흐름이 합쳐지고 그 합쳐짐 속에서 어떤 주도권이 생겼을 때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일상에 향유되기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차 문화는 마치 백가쟁명의 시대처럼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생성되고 결합되고 있다.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디지털시대 차 문화 역시 다양한 문화적 영역과 충돌하고 하나의 문화코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 방향성이 없더라도 정신의 고전이랄 수 있는 차와 현대문화의 버전들이 급속하게 변형·결합되는 것은 너무도 반가운 현실이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몇몇 대학에 다도학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나의 학으로서 차 교과목이 개설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일반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점을 이수할 정상적인 교과목으로서 다도학은 차가 중장년층의 문화에서 청장년층의 문화로 학습되기 시작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대학의 다도학과도 풍요로울 정도로 다양하게 개설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급속하게 늘어나는 차 인구를 교육할 교육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차교육의 핵심은 형식과 내용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교양의 한 방법론으로서 차 교육은 절대적으로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차 교육자의 양성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중 하나다. 한 사람의 차인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격적인 성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일상의 차인으로 차의 형식과 내용은 한계가 있다. 결국 궁극적인 지향점은 차인으로서 정신성에 대한 담보가 얼마만큼 확보되어 있는가에 그 관건이 있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디지털적인 청년들에게 차는 하나의 호사일 수가 있다. 그같은 선입견을 불식시키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정적인 움직임으로 변환 시킬 수 있는 절제의 문화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현대 차인들의 산실일 수 있는 차 대학원과 모임들, 즉 차인회다. 전국을 포괄하고 있는 대규모 차인회 그리고 각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차인회등 전국에는 수천개의 차인회가 존재한다. 뿐만 아니다. 차인회는 오늘 한국차를 있게 한 산증인들이자 산실들이다. 기라성 같은 차인들이 차를 교육하고 제다하고 음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척박한 한국 차문화를 한단계 성숙시킨 원동력들이다.80년대 초반 1세대 차인들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차 생산지를 돌아보고 차인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차를 학습하고 교육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들은 1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차에 대한 열정 하나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냈다. 지금 각 지역에서 차인회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1.5세대 차인들로 불려질 만하다. 다음은 오늘의 차 문화를 이끌고 있는 하나의 힘이 있다. 바로 종교 차인회가 있다. 차의 본산이랄 수 있는 불교를 비롯, 기독교, 천주교 등에서 차회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차는 각 종교에서 명상차원이나 교양차원에서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많은 종교인들의 마음과 손을 사로잡고 있다. 종교차회는 차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을 깊고 깊은 차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차는 또한 문화적 변형을 과감하게 실시하고 있다. 명상, 음악, 공연, 음식 등 젊은이들의 문화적 코드와 결합돼 활발하게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음악분야다. 차음악은 명상음악과 함께 다악(茶樂)이란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수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다악공연은 설치미술과 만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차와 음악의 결합은 아직까지 매우 실험적이다. 하나의 장르로 정착되기에는 아직은 매우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는 행다공연이다. 행다공연은 전국에서 교육의 장을 맡고 있는 차인회의 핵심행사 중 하나다. 접빈다례, 궁중다례, 헌공다례, 들차회 등 다양한 다례를 일반대중들에게 시현하는 것이다. 많은 차인회에서는 행다공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차회(茶會)만의 독특한 행다 아니면 전통적으로 해석된 행다 등 다양한 행다를 일반대중들을 위해 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병폐 또한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의 차 문화는 마치 형식만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많은 차인들이 행다공연을 위해 헌신한다. 오랜 시간을 걸쳐 똑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나 그같은 형식은 대중들의 구미를 채워주지 못한다. 행다를 공연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의 보완이 절실한 것이다. 공연예술로서 행다를 하기 위해서는 무대, 조명, 음악, 시나리오 등 가장 기본적인 절차나 형식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형식은 많은 재원과 그에 필요한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동호회나 차인회에서 행다공연은 차 문화의 성장이란 측면에서 볼때 원천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차인회와 차인회, 아니면 차인회 내의 행다공연이나 겨루기는 장려되어야 마땅하다. 행다는 또한 차 문화의 뿌리를 갖출 수 있는 조건이란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들차회는 행다문화의 새로운 접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할 수 있다. 들차회는 봄과 가을 특정날을 선택해 차인회 내에서 각기 연습한 행다 겨루기를 축제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물론 그 차인회만 참가할 수 있는 폐쇄된 들차회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린 차회로서 진행되어야 한다. 1년동안 각자 배웠던 행다를 보여주고, 음식을 함께 나누고, 또한 노래도 함께 부르며 내면에 쌓인 번뇌의 찌꺼기를 대중들 속으로 날려보낼 수 있는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행다문화의 새로운 풍속도로 제기되어볼 만하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의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초의차문화연구원의 들차회는 가을에 열린다. 돌부처님이 아름다운 곳인 운주사를 비롯해 전국의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 들차회를 1년에 한차례씩 갖는다. 서울 광주 부산 대구 등에서 공부해오던 각 지회 차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자리를 방문한 일반관람객들과 하나가 되어 찻자리를 즐기는 것이다. 노래도 하고 시도 함께 읊고 자신들이 연마한 행다의 기량도 한껏 선보이는 계기가 된다. 열린 공간에서 열리는 차 축제인 들차회는 그런 점에서 향후 차인들의 행다 시연에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가장 빠르게 응용되고 있는 것은 차의 먹을거리화이다. 한국대중 차를 선도해온 거대기업에서 도심에 만든 차 카페는 매우 중요한 문화적 접점을 시사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라는 명동에 자리잡고 있는 이 카페는 젊은층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차 먹을거리와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반응 역시 매우 폭발적이다. 이 카페에서는 차로 만든 케이크, 차로 만든 아이스크림, 차 국수, 차 비누, 차 샴푸 등 다양한 차 관련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차와 우유의 만남을 통해 차라떼는 젊은이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차의 문화적 상품화의 변형은 한발짝 더나아가고 있다. 차를 이용한 벽지, 차를 이용한 속옷 등 웰빙상품으로서 차는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다. 차와 웰빙은 이제 하나의 문화상품으로서 그 변형의 끝이 어디까지랄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차는 지금 현대인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웰빙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차의 기본정신은 인간의 건강한 정신적 삶의 추구를 통한 체용(體用)의 일체화다. 체용이란 정신과 육신의 건강을 함께 추구하고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의 문화적 양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차의 본질을 외면하고 하나의 건강상품으로서 차가 일반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은 크게 경계해야할 일이다. 세상이 온통 눈이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눈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앞산도, 뒷산도, 일지암도 온통 눈에 파묻혀버렸다. 바람이 마치 칼처럼 대지를 휩쓸고 지나간다. 눈이 마치 폭풍처럼 일어났다 안개처럼 허공을 감싸며 사라진다. 시끄럽고 활활타는 세상을 식히는 듯하다. 설잠 김시습의 ‘간설’(看雪)이란 시가 생각난다. “여섯 모 가진 꽃이 공중으로부터 내리는데/ 창을 열고 누워서 보니 낮게 맴도누나/ 천상의 향기 없는 꽃을 전해줄줄 알아. 인간에 심지 않은 매화를 피워주네/ 동곽은 가난을 안고 길을 따라 돌아가고/ 자유는 흥겨워서 배를 타고 돌아오네/ 늙어가며 일이 없이 화롯가에 둘러앉아/ 도공의 차 한잔을 달여 마시네” ■ 일상화 된 차 명상 조선시대의 유명한 고승 서산 스님의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스님 대여섯 사람이/내 암자 앞에 집을 지었네/새벽 종 치면 함께 일어나고/저녁 북 울리면 같이 자네/한 시냇물 속의 달 그림자 밟으며/물 길러 차 달이매 그 푸른 연기 나는데/날마다 무슨 일 의논하는가/염불과 참선일세” 차는 자신의 내면을 수행할 수 있는 보조도구로서 매우 훌륭한 도반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차 명상이 많은 대중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차 명상, 이른바 선다(禪茶)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참 행복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방법이다. 차 명상센터가 서울을 비롯해서 각 지방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차 명상은 차의 정신을 통해서 지친 마음에 휴식과 활력을 주고 정서적 평온을 체험하며 차 마시기와 주변 일상생활을 명상화하여 마음을 정화하고 올바른 삶의 자세를 가꾸어주는 일련의 정신훈련과정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선일미’(茶禪一味),‘중정청경(中正淸境)’ ‘화경청적’(和敬淸寂) 등 차 정신을 실현함과 동시에 참 행복을 열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차 명상은 사념처 팔정도 수행을 기본으로 하여 자각력·집중력·통찰력을 계발하고 강화시키는 데 있어 일상에서 활용하기 쉽도록 차 마시기와 일상생활 속의 친숙한 행위들을 명상의 주요한 실천 도구로 이용한 명상법이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복잡하지 않고 일정하고 체계적인 동작이기 때문에 명상의 도구로 쓰기 좋으며, 적절한 행위 변화가 지속되기 때문에 지루해지지 않고 꾸준히 명상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정신적 긴장속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쉽게 실습할 수 있으며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원리와 방법을 쉽게 이해하고 터득할 수 있다. 또한 일상 속에서 혹은 다른사람들과의 만남속에서도 명상을 응용할 수 있는 것이 차 명상의 장점이다. 차를 통해서 기본적으로 예와 절제를 배우고 건강을 도모할 수 있으며 동시에 명상으로서 활용하게되면 자기 이해와 발전을 가져오고 육체적·정신적 건강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차명상은 차와 일상생활을 통해 명상을 실현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낼 필요가 없고 익숙한 우리의 행동양식을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부담감을 덜 느끼게 된다. 차뿐만 아니라 커피·음료수·냉수와 같은 것들도 모두 활용되며 일상생활에서는 걷기, 서있기, 청소하기, 씻기, 누워있기, 앉아있기 등 우리가 흔히하는 행동들에서 명상을 체험하게 된다. 차 명상은 일상에서 우리를 괴롭혀온 모든 번뇌 즉, 스트레스를 일상 속에서 해소해낸다는 점에서 권해볼 만한 명상법으로 보여진다. 차뿐만 아니라 차명상 역시 참 행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임을 명심해볼 일이다.
  • [서울이야기] (33) 축제 신명나게 즐기기

    [서울이야기] (33) 축제 신명나게 즐기기

    ‘참여경험 14%,1년 평균 참여횟수 0.23회, 만족도 70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서울시민의 문화욕구 및 향유실태 보고서(2002)’에서 밝힌 2001년 서울시민들의 축제 향유실태다. 시민 10명 가운데 1명이 5년에 한번 꼴로 축제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시간이 없거나(40%), 정보가 없거나(36%), 흥미로운 축제가 없기(20%)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02년 시청앞 광장을 비롯한 거리 곳곳에서 붉은 악마들의 축제가 펼쳐졌다. 바로 월드컵이다.230만명의 서울시민들이 거리에 몰려들었다. 시간이 없는 시민들은 밤 늦게라도, 정보가 없는 시민들은 입소문으로, 붉은 옷이 없는 사람들은 태극기를 온 몸에 휘감고 축제 현장으로 달려갔다. 신명나는 축제의 본질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시민들에게 월드컵은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축제로 가득찬 서울 월드컵에는 16강,8강,4강 진출이라는 연이은 간절한 소망(제의성)이 있었고, 축구 경기 자체의 짜릿한 즐거움 외에도 재미를 주는 응원전과 공연 등 즐길거리들(유희성)이 있었으며, 거리와 광장에서 기획되지 않은 수많은 행위들(현장성)이 있었으며, 함께 응원하고 즐기고 만들어가는 화합과 단결(대동성)이 있었다. 이러한 축제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이후 서울에서 개최되는 축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의도벚꽃축제에는 500만명, 하이서울페스티벌에는 160만명, 세계불꽃축제에는 130만명, 동대문패션페스티벌에는 10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축제의 수도 늘어났다. 서울시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축제만 해도 2005년 현재 145개에 이르며 한해 지원예산도 210억원에 이른다. 그 가운데 전문가들이 서울대표축제, 이른바 서울형 축제로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선정한 축제도 35개에 이른다. 축제 유형도 천차만별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종묘대제와 설렁탕의 역사를 재현하는 선농제향과 같은 역사전통형 축제가 있는가 하면, 서울의 연극계와 무용계가 하나가 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비주류 문화예술인들이 총집결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미디어와 같은 순수예술형 축제가 있다. 이 외에 1월 설날 민속축제에서 12월31일 송년축제에 이르기까지 실로 서울은 1년 내내 축제가 열리는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를 꿈꾸는 시민들 왜 이렇게 많은 축제들이 열리는 것일까. 시민과 지역사회, 정부, 문화예술계 모두에게 축제는 관심꺼리인 탓이다. 시민들에게 축제는 문화적 욕망을 충족하고 삶을 성찰하며 일상을 새롭게 일구는 기회가 된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하(Huizinga)는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라고 정의하면서 놀이하는 인간의 본성을 가리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 칭한 바 있다. 이를 발전시킨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Harvey Cox)는 일상에서 억압되고 간과된 감정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기회를 축제로 정의하면서 축제하는 인간의 본능을 가리켜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라 부른다. 일상의 이성적 사고와 축제의 감성적 욕망 사이를 넘나들며 경험과 인식의 지평을 확대하는 이러한 호모 페스티부스들에 의해 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 만큼 축제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휴식과 카타르시스와 욕망 분출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민들은 축제를 열망한다. 도시정부와 지역사회의 입장에서 축제는 장소정체성 형성과 주민통합의 계기를 부여 함과 아울러 지역 이미지의 재창출을 위한 도시 및 장소마케팅의 정책적 수단이 된다.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고 주민화합을 도모하는 한성백제문화제와 강동선사문화축제, 송파다리밟기 같은 역사전통형 축제나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청룡문화제 같은 시민화합형 축제, 지역이미지 재창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이태원지구촌축제나 산업경제형 축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축제는 시민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문화교류와 소통,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의 인류학적 풍속을 교류하는 세계통과의례축제, 아시아의 비주류문화예술인들에게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여성들의 삶을 공유하는 서울여성영화제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축제 이렇게 즐겨라 이렇게 다양한 축제들이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시민들에게 축제는 다가가기 어렵고 제대로 즐기기도 녹록치 않다. 이름만 축제일 뿐 축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판치는 것도 문제지만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잘 몰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다. 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축제의 여섯가지 키워드, 즉 의례성, 집단성, 현장성, 유희성, 일탈성, 창조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참여하고 실천하면 된다. 우선 의례성은 축제의 소망과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16강 진출을 열렬히 기원했던 월드컵 축제, 등불을 밝히며 한해 소망과 염원을 비는 송파다리밟기처럼 자신이 일상 속에서 애절하게 기원하는 것이 있다면 축제에 참여해 온몸으로 그 희망을 빌어보자. 집단성은 축제가 비슷한 삶과 희망을 지닌 개개인이 모여 능동적, 자발적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대동제라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연인이나 친구와 혹은 가족이나 친지와 혹은 동네이웃이나 직장 동료와 축제에 참여해 보자. 현장성의 경우 축제는 열린 공간에서 개최되며 그 장소는 고유성과 역사성을 지닌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종묘대제가 종묘에서 열리고, 홍대앞에서 프린지페스티벌이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축제에는 축제의 꽃이라 일컫는 거리퍼레이드가 있다. 현대판 지신밟기라 할 수 있는 퍼레이드에 참여해 축제공간의 의미도 생각해보고, 축제현장의 역사와 정서를 탐색해 보자. 유희성은 ‘축제는 즐거움과 재미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는 한판 놀이판이다. 제기차기, 널뛰기 같은 전통민속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는 남산골단오민속축제나 타악기에 온몸의 리듬을 실어 즐기는 드럼페스티벌, 화려한 조명과 불꽃의 화려함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루미나리에와 불꽃축제, 친구에게 엽서를 쓰며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을 즐기는 하늘공원억새축제에서 때론 동적으로 때론 정적으로, 때론 시각적으로 때론 청각·촉각적으로 한판 신나게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탈성은 축제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체험의 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에는 항상 기획되지 않은 즉흥적인 행위와 사건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잠든 심야에 홍대 클럽데이에서 테크노와 국악의 협연에 맞춰 신명나게 음악과 춤에 젖어보면 어떨까. 하이서울페스티벌의 퍼레이드에서 열린 도심을 활보하며 평소 차량으로 가득했던 공간을 맘껏 장악해 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창조성의 경우 축제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이라는 것이다. 호모 판타지아라는 말이 있듯이, 최첨단 미디어와 예술이 만나는 실험이 전개되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나 만화적 상상력으로 일상을 성찰하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처럼, 현대 도시의 삶 속에서 잉태되는 다양한 꿈과 상상력을 축제를 통해 체험하고 발산해 보자. ●축제의 문화관광상품화를 위해 축제는 우리끼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는 관광상품이자 자원이다. 아쉽게도 아직 서울은 대표적인 관광축제로 손꼽힐만한 축제가 별로 없다. 해외의 유명 축제들처럼 축제를 관광자원화하려는 노력들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해외사례들을 통해서 축제의 관광상품화 전략을 몇가지 세워볼 수 있다. 우선 축제의 역사성을 복원해야 한다.2002년 월드컵에 버금가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즐겼던 조선시대 다리밟기나 석전(돌싸움)에서 보듯, 지금은 사라져버린 우리의 고유성, 우리만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출해야 한다. 또한 주류페스티벌에 참여하지 못한 젊은 문화예술가들이 변두리 구석에서 자기들만의 축제를 개최한 데서 비롯한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보듯, 기획되지 않은 즉흥적이고 때론 일탈적인 축제의 성격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아울러 축제의 콘텐츠는 쉽고 단순명료해야 한다. 테크노음악과 그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자체가 관광상품인 베를린의 러브퍼레이드처럼 백화점식 축제가 아닌 핵심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공간과 지역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6개 도시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호주의 빅데이아웃 축제나 도시를 음악장르에 따라 테마공간화한 파리의 음악축제처럼 공간패키지 기획을 통해 관광객을 유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환경과 예술, 민속을 활용해 계절별로 축제화함으로써 이벤트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는 일본의 삿포로 축제에서 보듯 무엇보다 지역의 개성, 즉 지역성을 충분히 활용해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축제도시 서울을 위해 문화도시를 꿈꾸는 서울은 그 꿈이 축제가 되고 축제를 통해 그 꿈이 실현되는 진정한 축제도시를 갈망한다. 서울시는 축제유형별로 특화된 서울형 축제를 개발해 서울의 대표축제로 만드는 축제정책을 구상 중이다.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서울불꽃축제 같은 대형축제의 정례화를 통한 축제의 서울성 확립,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고유축제 개최, 디지털 인프라와 기술을 활용한 축제의 산업화 도모, 순수기초예술을 육성하는 순수예술축제 개최, 자치구 축제의 특성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축제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대표축제 개발과 같은 프로그램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축제 전담조직 마련 및 민·관파트너십의 구축, 전문인력 양성과 축제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 축제 주체적 요소와 거리퍼레이드 지원, 공공문화시설의 축제공간화, 인프라 지원 등 축제 공간적 요소도 아울러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축제 프로그램과 주체, 공간의 삼각네트워크를 통해 서울성과 축제성을 고루 겸비한 축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축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서울축제의 임무와 비전, 목표와 전략, 실행사업과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서울 축제지원정책 체계를 마련해,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서울축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를 통해 축제와 일상이 결합되는 서울, 서울다운 축제와 축제다운 서울을 기대해 본다.
  • [초등생 겨울방학 잘 보내려면] ‘꼼꼼한 방학계획표’ 절반은 성공

    [초등생 겨울방학 잘 보내려면] ‘꼼꼼한 방학계획표’ 절반은 성공

    이번주와 다음주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간다. 겨울방학은 한 학년 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새 학년 또는 상급학교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추운 날씨 때문에 여름방학보다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렵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자칫 TV나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기 쉽다.“방학을 잘 보내야 다음 학기가 달라진다.”고 강조하는 서울 화랑초등학교 이현진·김언지·장은미 교사의 조언을 들어봤다. 학기 중 학교 수업에 어느 정도 묶여 있던 시간이 방학이 돼 몽땅 ‘자유시간’으로 주어지면 어느 아이나 느슨해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철저하고 꼼꼼한 방학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방학의 성패를 가른다. ●내 아이 진단 후 계획 세우기 방학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부모들은 그저 학원을 한두개쯤 추가하고 동그란 일일계획표를 만드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남들이 많이 다닌다거나, 혹은 옆집 아이가 다녀 수학 성적이 크게 올랐다거나 하는 학원을 무턱대로 따라 보내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계획을 세울 때는 가장 먼저 아이를 꼼꼼히 관찰해 학습, 생활, 예체능면에서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 때 담임교사와의 상담은 필수적이다. 수행평가 성적표를 보면서 어느 과목 어느 단원이 부족한지 찾아내고, 학교생활에서도 이를 테면 친구들과 자주 싸운다든지 구부정한 자세로 글씨를 쓴다든지 하는 문제점은 없는지 상담한다. 예체능면에서도 노래나 그림 등 특정 활동에 자신없어 한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부족한 면을 찾아 맞춤식 계획을 세워야 효과가 있다. 보통 저학년은 학습·체험활동·독서를 2대4대4 정도로, 중학년은 3대3대4, 고학년은 4대2대4 정도로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획표는 원형계획표보다는 요일별로 다른 주간계획표를 짜는 것이 좋다. ●선행학습이 아니라 ‘준비학습’ 방학이 되면 학생과 부모들은 ‘선행학습’의 유혹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방학 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어설프게 지식을 주입하는 ‘선행학습’이 아니라,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주는 ‘준비학습’이다. 지난 학기에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촘촘히 보충해 주는 것 역시 준비학습의 한가지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곧 배경지식을 접하게 하는 데서 가능하다. 이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교과서의 원문 도서나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6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라면 ‘원리로 양념하고 재미로 요리하는 수학파티(조윤동)’를 읽으면서 수학 과목을 자연스레 준비할 수 있다.‘어린이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전국역사교사모임)’나 ‘세포여행(프랜 보크윌)’을 읽으면서는 사회·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더 폭넓게 미리 접할 수 있다. 다음 학기 과학교과에서 ‘세포’를 관찰할 때 “이게 뭐야?”라고 하는 아이와 “세포가 생각보다 못생겼어”라고 하는 아이는 이후 받아들이는 지식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체험학습, 생활속의 학습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여행이나 체험학습을 통해서, 또는 생활 속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소재는 널려있다. 예를 들어 ‘분류’의 개념은 대형 할인마트에서 배울 수 있다. 할인마트에는 물건들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진열돼 있다. 아이에게 이 물건들이 어떻게 나누어 진열돼 있는지 관찰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기준’에 따른 ‘분류’를 익힐 수 있다. 밥을 먹으며 ‘국물이 있는·없는 반찬’‘식물성·동물성 반찬’ 등으로 분류해 볼 수도 있다. 또 4학년이 수학에 ‘큰 수’가 나오면서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에 전단지에 나온 가전제품의 가격을 이용해 익숙하게 할 수 있다. 광고 전단지를 보면서 ‘TV와 냉장고, 전화기를 사면 얼마가 필요할까.’를 계산하게 하거나 ‘전화기 대신 휴대전화를 사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묻고 답하면서 큰 수의 개념 및 연산을 확실히 익힐 수 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유적지 등을 견학하면서 체험학습을 하는 것도 방학 중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경기도에 가면 고구려가 보인다

    고구려. 일찍이 고대국가 체제를 완성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오늘날 중국 요동지방 및 한반도 중남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영토화한, 우리 역사상 가장 광활한 땅을 가진 국가였다. 그러나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가 왜곡되면서 고구려에 대한 역사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박물관(관장 이종선)이 22일부터 내년 2월19일까지 마련한 특별기획전 ‘고구려특별전-우리 곁의 고구려’는 경기도내 고구려유적·유물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고구려의 건국과 역사’,‘고구려유적의 보고(寶庫) 경기도’,‘고구려인들의 삶’,‘고구려의 역사적 의미’로 주제를 나눠 고구려와 경기도의 관계를 조명한다. 경기도에서 출토된 고구려유물을 통해 고구려사와 경기도가 일체돼 오늘날 경기도 역사는 고구려사의 연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경기도내 임진강 및 양주분지, 한강유역 등에서 발굴된 70여 고구려유적에서 출토된 기와와 토기, 철기 등 350여점이 전시되며, 복원모형·영상물 등 전시보조물 100여점도 볼 수 있다. 경기도박물관 관계자는 “최근 5년새 고구려유적에 대한 대대적인 고고학적 연구가 이뤄졌고, 특히 남진정책과 관련한 여러 유적이 한강·임진강 유역을 중심으로 경기도 내에서 조사되고 있다.”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고구려 문화를 재발견함과 동시에, 경기도 일대를 중심으로 국가적 부흥을 도모했던 고구려의 면모를 고찰함으로써 1500년 전 이땅의 고구려인의 생활상을 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특히 전시실내 대표적인 고구려유적을 모형으로 재현, 어린이들이 발굴체험을 할 수 있는 ‘고구려 요새의 비밀을 풀어라’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어린이들이 고고학자가 돼 직접 유물을 발굴, 복원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활동을 통해 고구려를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23일부터 내년 1월10일까지 연천군 호로고루 등 고구려유적을 직접 답사하는 ‘고구려를 찾아가자’와 가족문화체험(1월3∼8일), 고구려 탐험여행(1월19일∼2월17일) 등 다양한 체험행사도 열린다.(031)288-5360.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테마와 걷는 산행길’ 열린다

    ‘테마와 걷는 산행길’ 열린다

    백두대간 중심축이자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환 지리산 생태·문화·역사 관찰로’가 조성된다. 이는 등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새로운 등산문화 창출을 위한 첫 시도여서 눈길을 끈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선보일 ‘환 지리산’는 산책과 생태·문화탐방을 결합시킨 산림 휴양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무의미한 산행보다 자연에 숨겨진 문화유산과 삶의 이야기를 알고, 자연스럽게 보존 가치를 깨닫게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산림청이 마련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환 지리산’는 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권 등 5개권역과 권역별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세부 노선(90여개)으로 나뉜다. 총 연장은 262.5㎞(소요시간 72.7시간)에 달한다. 일례로 화개장터∼쌍계사(5.3㎞)구간은 난이도 ‘하’ 등급으로 분류돼 산행에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명시했다. 산림청은 관찰로 구간 분류가 마무리되면 노선별로 산림생태·문화·역사 등을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내년 상반기 산림휴양포털(www.san.go.kr)에 제공할 계획이다. 지리산이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것은 방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도 반영됐다. 시범사업은 주5일 근무제 정착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 지자체의 체험관광개발 욕구 등과 맞물려 벌써부터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행에 앞서 노선별로 거점마을에 대한 휴식공간 확충, 문화재 설명판, 노선 안내도 설치 등이 선행될 계획이다. 산림청은 관찰로 조성을 전국 주요 산으로 확대하는 한편 내년부터 ‘숲길조사단’을 투입, 전국의 등산코스와 시설 등의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김상균 산림휴양정책과장은 “앞으로는 산림보전과 함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신개념의 등산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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