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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 깊은 흑인=범죄자, 일상이 된 차별의 삶

    뿌리 깊은 흑인=범죄자, 일상이 된 차별의 삶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2016년 11월 미국 대선 다음날 미 흑인사회에는 실망과 분노, 공포감이 밀려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이고 황당하기까지 한 가짜뉴스를 버젓이 말하고 다니는 미 정치 역사상 ‘최악의 이단아’가 대통령이 됐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에 흑인 사회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6개월여 전 미 흑인사회가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결국 틀리지 않았다. 미국에선 흑인이 범죄자로 오해를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자기 집에 멀쩡하게 있던 흑인이 침입자로 오인받아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불심검문도 일상다반사다. 2017년에는 중형 세단을 몰던 흑인 검사가 이유 없이 백인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일이 주목받기도 했다.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흑인이 고급 차를 몬 것 자체만으로 불심검문을 받게 됐기 때문이었다. 위조지폐 사건 용의자로 오인받아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역시 ‘흑인=범죄자’라는 잠재적인 인식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흑인을 살해한 가해자들은 대체로 정당방위임을 주장하지만, 결국 인종차별적 동기에 의한 범죄임이 드러나는 경우도 반복된다. 2012년 주유소에서 흑인 소년 조던 데이비스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가 인정된 백인 남성 데이비드 던은 사건 현장에서 10대 흑인 소년들이 자신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위협했다고 주장한 10대들 가운데 전과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총기도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2월 조지아주에서 대낮에 조깅을 하던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를 총으로 쏴 죽인 백인 부자 사건도 이들이 당시 총격으로 쓰러진 피해자에게 인종차별적 비속어인 ‘니거’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최근 살인 혐의재판 청문 절차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소득·실업률 등 통계로 본 ‘삶의 민낯’ 이처럼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에이브러햄 링컨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도 흑인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이라고 자화자찬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 낮아진 흑인 실업률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9월 흑인 실업률은 5.5%까지 떨어지며 미 노동부가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 흑인 빈곤율 역시 2018년에는 1960년대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처럼 보이는 이 같은 통계는 사실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오바마 행정부 동안 흑인의 경제적 삶은 지속적으로 나아져 실업률은 12.6%에서 7.5%로 낮아졌고, 빈곤율 역시 2010년 전후로 낮아지기 시작해 오바마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에 21.8%까지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흑인의 삶을 개선시킨 오바마 행정부의 영향이 트럼프 대통령 때까지 이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실업률과 빈곤율 하락보다는 소득 격차와 같은 통계를 보는 것이 미국의 현실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 준다. 백인과 흑인의 중위소득은 각각 7만 1000달러와 4만 1000달러로, 흑인은 백인보다 60%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 백인보다 절반밖에 벌지 못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진 것이지만, 이조차도 1970~2000년 사이에 이뤄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연구결과다. 흑백 간 재산 격차는 소득보다 훨씬 더 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순자산은 백인의 10분의1 수준인 1만 7600달러에 불과했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도 6월 첫째주 보도에서 “흑백 간 현재 자산 격차는 1990년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직장을 갖고 있는 인구로만 비교하기 때문에 실제 경제적 불평등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의 도시 ‘미니애폴리스’ 특히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는 미국에서도 가장 인종차별이 심하고 인종 간 격차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플로이드의 사망 역시 이 지역의 오랜 인종차별 문화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사회조사(ACS)의 자료를 인용해 2018년 미니애폴리스의 백인 가정의 중위소득은 8만 3000달러, 흑인 가정의 중위소득은 3만 6000달러로 나타나 흑백 간 소득격차가 우리 돈 5700만원인 4만 7000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흑인 가정 4곳 가운데 한 곳만이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집을 소유한 백인 가정은 76%에 이른다. 이 같은 차이의 배경에는 단순히 소득 격차 때문만이 아닌 20세기부터 내려온 뿌리 깊은 제도적 연원이 자리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는 20세기 전반기에 유색인종에 대한 부동산거래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는데, 다른 인종끼리 서로 집을 사고팔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주거환경은 인종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게 됐다. WP는 미네소타대 연구진을 인용해 “인종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가 확산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도시 주변의 가난한 지역으로 밀려나게 됐다”고 전했다.●위기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흑백 격차 이 같은 불평등은 불황이나 전쟁과 같은 사회적 위기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같은 대위기는 흑인과 같은 사회 밑변의 삶이 얼마나 더 악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였다. AP통신 등은 지난달 미국 각 지역의 코로나19 관련 피해 통계를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사망자의 42%가 흑인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흑인 인구 비율이 14%인 미시간주에서 흑인 사망은 전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루이지애나주에선 사망자의 70%가 흑인으로 나타나 이 지역 인구의 흑인 비율(32%)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흑인들이 감염에 더 취약한 직업을 갖고 있고,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WP는 지난 5일 사설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은 1863년 노예해방선언으로도, 1964년 민권법 제정으로도, 2008년 흑인 대통령 당선으로도 해결되지 못했다”면서 “이는 여전히 우리의 문제로 남아 있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도 “시위 현장의 흑인들은 자신들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고, 소득·직업·건강 앞에서도 평등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서 “이들의 삶은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바이든 찍겠다는 파월, 시위 동참한 롬니… 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거물들

    바이든 찍겠다는 파월, 시위 동참한 롬니… 트럼프에 등 돌리는 공화당 거물들

    라이스도 “말하기 전 다시 생각” 조언 트럼프 “파월은 진짜 먹통” 분노 트윗 바이든, 힐러리도 못넘은 지지율 50%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에 침묵했던 미국 공화당 원로 및 전직 인사들이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이어 등을 돌렸다. 공화당 내에서도 중도층을 외면한 트럼프식 분열정치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형국이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분명히 올해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고 그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는 헌법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첫 흑인 합참의장이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역임한 파월은 “나는 사회적·정치적 현안에 대해 조 바이든(전 부통령)과 매우 가깝다”며 “그와 35∼40년간 협력해 왔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첫 흑인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도 CBS방송에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백악관으로부터 메시지를 얻길 기대해 왔다.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를 낼 땐 조심해야 한다”며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이런 말을 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통합과 공감의 언어로 말하라”고 했다. 흑인 사회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두 전직 장관 모두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최근 ‘분열적’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한 것을 지지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도 공화당 의원 중 처음으로 이날 워싱턴DC에서 시위대와 함께 행진하며 흑인인권보장을 요구했다. 롬니 의원은 올 초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바 있는 ‘트럼프의 정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 바 있다.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과 관련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이 이탈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 거물인 폴 라이언, 존 베이너의 의중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CNN은 4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 번도 못 넘은 50%대 지지율을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근 1주일간 여론조사에서 세 번이나 달성했다고 전했다. 가장 높은 수치는 ABC방송 및 워싱턴포스트 설문조사로 53%(트럼프 43%)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유의 분노 트윗으로 대응했다. 그는 파월 전 장관에 대해 “우리를 처참한 중동 전쟁으로 끌어들인 데 대해 매우 책임이 있는 진짜 먹통인 콜린 파월이 또 다른 먹통인 졸린 조 바이든을 찍을 것이라고 방금 발표했다”며 “파월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치렀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美 넘어 유럽까지 “인종차별 끝내자”… 역사속 인물들 ‘수난’

    美 넘어 유럽까지 “인종차별 끝내자”… 역사속 인물들 ‘수난’

    강물에 투척… 사후 300년 만에 인민재판 “오래전 없어졌어야” “무질서 대변” 논쟁 벨기에 레오폴드 2세 흉상엔 붉은 페인트 철거 청원 3만명… 콩고 지배 논란 재점화 美 곳곳 남부군 사령관 동상 등 없애기로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세계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과거 흑인인권을 탄압했던 인물들의 상징물이 잇따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들 상징물에 대한 철거 여론이 있었지만,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서구 열강의 부끄러운 식민역사를 지워버리자는 여론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런던과 맨체스터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진 7일(현지시간) 브리스톨에서는 시위대가 17세기 악명 높은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인근 에이본 강물 속으로 던져버렸다. 일부 성난 군중은 동상을 던지기 전 바닥에 내팽개친 뒤 짓밟고, 목 부분을 무릎으로 누른 채 올라타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노예무역회사 ‘로열 아프리칸 컴퍼니’를 운영한 콜스턴은 흑인 8만여명을 팔아 번 돈을 자선사업에 썼고, 이런 공로로 브리스톨은 그의 이름을 딴 도로와 학교, 극장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서양을 건너온 흑인시위로 여론이 환기되며 콜스턴은 사후 300년 만에 ‘인민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동상 철거를 둘러싸고 영국 내에서는 과거사 논란도 촉발되는 모습이다.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올루소가는 BBC에 콜스턴 동상 철거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동상 철거에 비유하며 “오래전에 없어져야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질서를 대변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도 최근 시위가 “폭력에 전복됐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벨기에에서는 1800년대 후반 아프리카 콩고를 침략해 원주민 학살 등의 범죄를 저지른 레오폴드 2세 국왕의 동상이 최근 훼손됐다. 지난 2일 겐트의 레오폴드 2세 흉상에는 붉은 페인트가 칠해졌고, 얼굴에는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던 “숨 쉴 수 없다”고 쓴 천이 덮여 있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를 상대로 저지른 악행 가운데 가장 악독했던 것으로 꼽히는 레오폴드 2세의 과오에 대해 벨기에 정부는 그동안 과거는 과거일 뿐 배상 등의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여론에 참회와 사과를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며 벨기에의 콩고 지배에 대한 비판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레오폴드 2세 관련 역사교과서 내용 수정 등 변화가 감지됐다. 수도 브뤼셀에 있는 레오폴드 2세 동상도 철거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도 3만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격화 이후 미국에서는 관련 상징물 철거가 이어지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주도 리치먼드 시내에 우뚝 선 남부연합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의 동상을 없애기로 했다. 대학 학장을 지내기도 한 로버트 리는 위대한 명장이자 교육자로 평가되지만, 남북전쟁 때 노예제 찬성 편에 선 그의 생애는 늘 논란거리였다.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그의 동상 앞에서 집중적으로 열리며 또다시 철거 여론의 표적이 됐다. 이에 민주당 소속 랠프 노섬 버지니아주지사는 직접 동상 철거 계획을 밝히며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에 나섰다. 로버트 리의 후예인 작가 로버트 리 4세는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에서 “조상을 비판하고, 그의 동상 철거를 지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자문하며 밤잠을 설치곤 했다”면서 “이제 과거를 속죄하고 새로운 아침을 열어야 할 때”라고 썼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취재 일체 거부” 정의연 쉼터 소장 빈소 세브란스병원에

    “취재 일체 거부” 정의연 쉼터 소장 빈소 세브란스병원에

    ‘윤미향 의혹’ 檢 압수수색 후 극단 선택 추정檢 “손씨 직접 조사 안해…진상규명 더 노력”윤미향, ‘검찰과 언론 탓에 손씨 죽음’ 격앙통합당 “손씨 죽음, 윤미향 책임져라”지난 6일 숨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서울 마포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의 빈소가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장례는 ‘여성·인권·평화·시민장’으로 사흘간 치러진다. 장례식장에는 “취재는 일체 거부하며 취재진의 출입을 일절 엄금합니다”는 노란색 안내문이 여러 장 나붙었다. 정의연 후원금 유용 등 각종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씨의 죽음을 검찰과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검찰은 애도를 표하면서도 손씨를 직접 조사한 적이 없으며 흔들림 없이 신속히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문이 시작된 이날 오후 3시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지고 있다. 10명가량이 단체로 오는가 하면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이도 있었다. 빈소 앞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빈소에 들어가기 전에 눈물을 흘리는 조문객들도 있었다. 빈소 앞에는 장례식장 직원 2명이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장례위원장은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한국염 정의연 운영위원장 등 정의연 관계자들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 시민사회 인사 14명이 맡았다. 정의연은 장례위원을 오는 9일 낮 12시까지 온라인으로 모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이름·연락처와 함께 고인에게 전하는 추모 메시지를 적어 제출하면 된다. 이날과 9일 오후 7시에는 각각 시민단체 ‘김복동의희망’과 시민사회 주관으로 추모행사가 열린다. 발인은 오는 10일 오전 8시다.손씨 손목·복부서 극단적 선택 시도 흔적 발견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해 온 손씨는 지난 6일 오후 10시 35분쯤 경기도 파주시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연의 회계 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다는 이유로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주위에 심적 고통을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이날 오전 손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로부터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1차 결과가 나왔다는 구두 소견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의심할 만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손목과 복부에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한 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할 때 나타나는 주저흔이 발견됐다. 약물 반응 등 정밀 검사가 나오려면 2주 정도 걸릴 전망이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손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 57분 자택인 파주 시내 아파트로 들어간 뒤 외출하지 않았으며, 집 안에 다른 침입 흔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손씨 자택에서 유서로 추정될 만한 메모 등이 발견되지 않아,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진행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경찰은 손씨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윤미향 “나 죽는 모습 찍으려고 기다려?”자신의 의원실 앞에 있던 기자에 화내 손씨는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연의 회계 자료 일부가 보관돼 있다는 이유로 쉼터를 압수수색 한 이후 주변에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손씨의 죽음과 관련해 “기자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8일 오전 자신의 국회 의원회관 530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에게 “무엇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 내가 죽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라면서 “상중인 것을 알지 않느냐”고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페이스북에 “언론의 황당한 프레임에 검찰이 칼춤을 춘다”면서 “어느 누구도 떠도는 소문으로 사람을 죽일 권리를 언론에 주지 않았다”고 언론을 비난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윤 의원과 정의연에 걸린 회계부정 같은 의혹은 차분하게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될 일”이라면서 “언론은 사회적 죽음을 만드는 주요 변수가 되어 왔다. 제정신 차려야 한다”라고 언론 탓으로 돌렸다. 통합당 “쉼터 소장 죽음, 윤미향이 책임져라” 김용태 “검찰이 의혹 명명백백 밝혀야 운동도 제대로 평가받아”“언론이 취재하지 공격하느냐” 윤 의원이 손씨의 죽음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데 대해 미래통합당은 윤 의원의 태도를 질타하며 책임론을 거론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인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윤 의원은 각종 의혹에 더해 이번 죽음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윤 의원이 “언론 탓, 검찰 탓을 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누가 누구를 괴롭히고 있나. 윤 의원이 나쁜 짓을 안 했다면 이런 일이 생겼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김용태 전 의원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돌아가신 분이 심리적 고통을 당한 것과 검찰에게 괴롭힘당했다는 것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김 전 의원은 “검찰이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야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참혹했던 희생, 숨진 A씨를 비롯한 많은 운동가의 30여년에 걸친 헌신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언론도 취재하는 것이지, 공격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인의 죽음이 또 다른 여론몰이의 수단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숱한 의혹은 단 한 꺼풀도 벗겨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검찰은 단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철저히 진실을 밝혀내라”고 촉구했다. 황 부대변인은 윤 의원을 향해 “검찰에 정정당당하게 조사받으면 될 일”이라면서 “끝까지 버티는 윤 의원과 비호하기 바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과 분노는 철저한 검찰 수사와 법의 심판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윤 의원에 대해 의원들에 개인 의견을 발설하지 마라고 함구령을 내리고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의혹에 대한 적극 조사에 나서지 않는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검찰 “고인 조사한 사실 없다…애도”“흔들림 없이 신속히 진상규명할 것 시민단체 정의연 부실회계·후원금 유용 등‘윤미향 의혹’ 10여가지 검찰에 고발 검찰은 지난달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마포 ‘평화의 우리집’ 총 3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안성 쉼터와 해당 쉼터를 시공한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의연 후원금 회계 누락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7일 A씨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 뒤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면서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연 문제를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6일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가 열린 희움역사관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며 한쪽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끌고 온 데를 다녔다”면서 윤 의원을 겨냥해 “죄를 지었으면 죄(벌)를 받아야 한다. 위안부를 팔아먹었다. 왜 우리를 팔아먹나”며 비판했다. 앞서 여러 시민단체는 지난달 정의연의 부실 회계와 후원금 횡령 의혹, 안성 쉼터 고가매입 및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정의연 전직 이사장인 윤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서부지검이 수사하는 정의연과 전신인 정대협, 윤 의원 관련 고발 사건은 10여 건에 이른다.안성쉼터 고가매입 및 헐값매각 의혹 등검찰, 정의연 사무실·마포 쉼터 등 압색 정의연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이던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부한 10억원 중 7억5천만원으로 안성에 있는 주택을 2013년 매입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만들었다가 최근 4억 2000만원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당시 지역 시세보다 지나치게 비싼 값에 매입했다가 헐값에 되팔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해당 거래에 정의연 전직 이사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부의 지인인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매매 과정에 모종의 수수료가 오가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윤미향 의원은 당초 호가가 9억원에 달하던 매물을 깎아 7억 5000만원에 매입했고, 중개수수료 등 명목으로 이규민 의원에게 금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었다. 쉼터 조성 이후 ‘프로그램 진행 재료비’, ‘차량 구입비’, ‘부식비’ 등의 항목으로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에 예산을 책정해 놓고 실제 집행률은 0%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모금회는 2015년 안성 쉼터에 대한 사업평가에서 회계 부문은 F등급, 운영 부문은 C등급으로 평가하고 정대협이 향후 2년간 모금회가 운영하는 분배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 없는 위안부 운동 생각 못해”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 없는 위안부 운동 생각 못해”

    최근 위안부 논란 첫 언급…이용수 할머니 직접 거론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시민운동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의견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계속되는 위안부 논란과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면서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되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면서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침묵의 벽을 깨뜨리고 스스로 나서 피해 사실을 밝히면서 세계 곳곳에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덕분에 세계 곳곳의 전시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를 줬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전 세계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이용수 할머니 향한 일각의 비난에 선 그어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돼 당당하고 용기 있게 행동했기에 가능했다”면서 “특히 이용수 할머니는 미국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위안부 운동의 역사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의회에서의 최초 증언,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촉구 활동 등 이용수 할머니의 다른 활동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를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에 대해 반대하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30년간 줄기차게 피해자와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은 결과 위안부 운동은 세계사적 인권 운동으로 자리매김 했다”면서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 되돌아보는 계기…위안부 피해 부정 안돼” 이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그러나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논란을 틈타 위안부 피해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시도가 피해자 할머니의 존엄과 명예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반인류적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여성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 역사적 진실이 숨김없이 밝혀지고 기록되어 자라나는 세대와 후손들에게 역사적 기록으로 새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또한 “시민단체도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면서 “국민들께서도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생산적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안철수 “여권, 자신만의 색깔로 ‘미래’ 색칠…5년짜리 역사 쓰나”

    안철수 “여권, 자신만의 색깔로 ‘미래’ 색칠…5년짜리 역사 쓰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8일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의 현충원 안장 논란에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합당한 예우를 주장했다. 총선 이후 수적 우세에 있는 슈퍼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주요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백선엽 장군과 홍범도 장군을 거론하며 “홍 장군이 일제와 맞서 싸운 영웅이라면 백 장군도 공산세력과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이라며 “역사를 정치투쟁의 도구나 미래를 독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최고의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여권 일부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과거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그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하고, 그런 왜곡된 평가를 바탕으로 미래를 자신들만의 색깔로 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들의 생각과 이익에 맞춰 어떤 경우는 공만 남기고 과는 없애고, 어떤 경우는 공은 없애고 과만 남긴 역사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년짜리 역사, 아니 2년 후에 번복될 역사를 쓰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친일파 파묘 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김병기·이수진 의원을 겨냥해 “현대사를 자신의 주관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면 국민 화합의 기제가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도 말했다. 또한 정부가 지난 6일 열린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에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관련 유족과 생존자를 제외했다가 뒤늦게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 것을 두고는 “보훈처의 실수인지, 청와대의 지시인지를 가리기 전에 그런 상식 이하의 일이 현 정부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21대 국회에서 6·25 전쟁 참전 용사들과 참전 국가들에 대해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감사결의안을 모든 원내 정당들이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안 대표는 이날 6월 호국보훈의달을 맞아 강원 화천 서오지리 208고지의 6·25 전사자 유해 발굴지를 방문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日우익, 왜곡 역사교과서 승인 탈락하자 “내년에 재검정 추진”

    日우익, 왜곡 역사교과서 승인 탈락하자 “내년에 재검정 추진”

    일본의 극우단체가 거짓된 서술이 많다는 등 이유로 지난 3월 정부 심사에서 탈락했던 자기들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대해 재검정 시도에 나서기로 했다.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를 통한 과거사 왜곡 도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의도다. 8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극우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2022년도 채택을 목표로 문부과학성(일본의 교육부)에 자신들이 제작한 교과서 검정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새역모의 교과서는 앞서 지난 3월 발표된 내년도분 교과서 검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새역모는 검정 재신청과 관련해 “우리 교과서가 문부과학성 검정을 받는 것 자체가 자학사관 극복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11월 새역모의 314쪽 분량 교과서 내용 중 405곳의 결함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새역모는 강하게 반박하며 수정하지 않았고, 결국 최종 탈락 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교과서는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일본의 동남아 침략을 ‘남방진출’로 표현하는 등 철저히 극우사관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우경화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정부조차 수용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왜곡과 허점이 많았던 셈이다. 이들은 “문부과학성의 검정 의견 중 70% 이상이 ‘오해할 우려가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등 자의적인 것으로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적은 거의 없었다”며 “문부 과학성에 의한 부당한 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들은 문부과학성의 지적을 받은 405곳의 내용을 검토하되 자신들의 역사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수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재검정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새역모의 역사 교과서는 2008년, 2010년, 2014년도에는 검정을 통과해 극히 일부이지만 일선 학교에서 사용돼 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열 받은 윤미향 “나 죽는 모습 찍으려고 기다려?”

    열 받은 윤미향 “나 죽는 모습 찍으려고 기다려?”

    페북서 “마치 쉼터를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이용수 할머니 “尹, 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 유용 등 각종 의혹들로 검찰에 고발된 전 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무실인 국회 의원회관 530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무엇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 내가 죽는 모습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것이냐”라면서 “상중인 것을 알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앞서 윤 의원은 전날 정의연의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A(60)씨를 조문하고, 페이스북에 “기자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언론을 비판했다. 검은색 옷에 나비 모양 배지를 착용한 윤 의원은 이날 평소보다 약 40분 이른 오전 7시 30분쯤 출근했다. 이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2시간 30분가량 머물다 취재진과 만났다. 경찰에 따르면 마포 쉼터 소장 A씨는 지난 6일 경기도 파주시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최근 “검찰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말을 주변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의 부실 회계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지난달 21일 쉼터를 압수수색했었다. 윤 의원 주소지가 마포 쉼터로 등록된 사실이 알려져 위장전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검찰 “고인 조사한 사실 없다…애도”“흔들림 없이 신속히 진상규명할 것” 검찰은 지난달 20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마포 ‘평화의 우리집’ 총 3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5일에는 경기도 안성 쉼터와 해당 쉼터를 시공한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의연 후원금 회계 누락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7일 A씨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 뒤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면서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정의연 문제를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6일 대구·경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제가 열린 희움역사관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한다며 한쪽 눈을 실명한 김복동 할머니를 끌고 온 데를 다녔다”면서 윤 의원을 겨냥해 “죄를 지었으면 죄(벌)를 받아야 한다. 위안부를 팔아먹었다. 왜 우리를 팔아먹나”며 비판했다. 앞서 여러 시민단체는 지난달 정의연의 부실 회계와 후원금 횡령 의혹, 안성 쉼터 고가매입 및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정의연 전직 이사장인 윤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서부지검이 수사하는 정의연과 전신인 정대협, 윤 의원 관련 고발 사건은 10여 건에 이른다. 안성쉼터 고가매입 및 헐값매각 의혹 등10여건 고발…윤 의원실 문에 응원메시지 정의연은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이던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부한 10억원 중 7억5천만원으로 안성에 있는 주택을 2013년 매입해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만들었다가 최근 4억 2000만원에 매각했다. 이를 두고 당시 지역 시세보다 지나치게 비싼 값에 매입했다가 헐값에 되팔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해당 거래에 정의연 전직 이사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부의 지인인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매매 과정에 모종의 수수료가 오가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이와 관련해 윤미향 의원은 당초 호가가 9억원에 달하던 매물을 깎아 7억 5000만원에 매입했고, 중개수수료 등 명목으로 이규민 의원에게 금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었다. 쉼터 조성 이후 ‘프로그램 진행 재료비’, ‘차량 구입비’, ‘부식비’ 등의 항목으로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에 예산을 책정해 놓고 실제 집행률은 0%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동모금회는 2015년 안성 쉼터에 대한 사업평가에서 회계 부문은 F등급, 운영 부문은 C등급으로 평가하고 정대협이 향후 2년간 모금회가 운영하는 분배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한편 윤 의원실 문 앞에는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겨내십시오’ 등 윤 의원을 응원하는 메모가 붙어 눈길을 끌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文대통령 “홍범도 장군 유해 모셔와 최고 예우로 보답”

    文대통령 “홍범도 장군 유해 모셔와 최고 예우로 보답”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지만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1868~1943)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 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항일 독립전쟁의 원동력도) 100년이 지난 오늘 코로나 국난 극복의 원동력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전투 100주년인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독립군을 기리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당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이후 양측이 실무협의를 했다. 당초 올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 시 유해를 봉환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방한이 연기됐다. 문 대통령은 “100년 전 오늘 홍범도 장군과 최진동 장군이 이끈 독립군이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빛나는 승리를 거뒀다”며 “무장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독립운동가들은 자신감을 얻고, 고통받던 우리 민족은 자주독립의 희망을 갖게 됐다”면서 “의병뿐 아니라 농민과 노동자 등 평범한 백성들로 구성된 독립군의 승리였기에 겨레의 사기는 더 고양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승리와 희망의 역사를 만든 평범한 국민의 위대한 힘을 가슴에 새긴다”며 “코로나 국난 극복의 원동력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고, 국민들은 나의 안전을 위해 이웃의 안전을 지켰고 연대와 협력으로 코로나 극복의 모범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文대통령 “봉오동전투, 코로나 극복… 평범한 국민의 위대한 힘”

    文대통령 “봉오동전투, 코로나 극복… 평범한 국민의 위대한 힘”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코로나19 때문에 늦어졌지만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계신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조국으로 모셔와 독립운동의 뜻을 기리고 최고 예우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항일 독립전쟁도) 100년이 지난 오늘 코로나 국난극복의 원동력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 전승 100주년인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독립군을 기리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당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이후 카자흐스탄 정부가 협조를 약속해 양측이 실무협의를 해 왔다. 문 대통령은 전날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봉오동전투를 ‘독립전쟁 첫 번째 대승리’로, 청산리대첩을 독립전쟁 사상 최고의 승리로 꼽으며 “194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의 뿌리가 독립군이었고, 2018년 국방부는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기원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SNS에서 “100년 전 오늘 홍범도 장군과 최진동 장군이 이끈 독립군이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빛나는 승리를 거뒀다”며 “무장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독립운동가들은 자신감을 얻고, 고통받던 우리 민족은 자주독립의 희망을 갖게 됐다”며 “의병뿐 아니라 농민과 노동자 등 평범한 백성들로 구성된 독립군의 승리였기에 겨레의 사기는 더 고양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가난한 살림에 의연금을 보태 독립군의 무기 구입을 도왔고, 식량과 의복을 비롯한 보급품을 마련하는 데 나섰다”며 “승리와 희망의 역사를 만든 평범한 국민의 위대한 힘을 가슴에 새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코로나 국난극복의 원동력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라며 “국민들은 나의 안전을 위해 이웃의 안전을 지켰고 연대와 협력으로 코로나 극복의 모범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세균 “코로나 위기 속…호국보훈 역사 써 내려간다”

    정세균 “코로나 위기 속…호국보훈 역사 써 내려간다”

    “나라 위해 생명 바친 선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 제65회 현충일인 6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나라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신 선열들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을 통해 “끝까지 책임지며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이어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호국보훈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며 “오늘의 헌신이 미래의 자긍심이 되도록 담대하게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현충일 앞두고 한국전 간호장교 방문 정세균 국무총리는 앞서 현충일을 앞두고 5일 육군 간호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박옥선(85) 6·25 참전유공자회 종로구지회장을 만났다. 정 총리는 이날 박 종로구지회장을 만나 국가를 위한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면담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오늘을 꽃 피워낸 고귀한 희생을 기억한다”며 “국가를 위한 헌신을 기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국가, 모든 희생·헌신에 보답해야”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국가, 모든 희생·헌신에 보답해야”

    “국가유공자 보훈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독립·호국이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뿌리전쟁이 없는 평화의 한반도, 국가의 책무”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모든 희생과 헌신에 국가는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65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보훈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라면서 “보훈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일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 생명까지 바칠 수 있는 애국심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립과 호국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뿌리”라면서 “나라를 지켜낸 긍지가 민주주의로 부활했고, 가족과 이웃을 위해 희생한 수많은 의인을 낳았다”고 언급했다. 독립 호국 민주 영령들의 희생과 헌신이 새로운 시대정신과 역사를 만들었고, 현재의 코로나19 사태에서 양보와 타협, 상생과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독립 호국 민주의 역사를 일군 애국 영령들에 존경을 표하고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보답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생활조정 수당과 참전명예 수당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로운 삶을 지원하고, 의료지원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4만 9000기 규모의 봉안당을 건립하고 있다고 소개한 데 이어 “내년에는 전국 35만기의 안장 능력을 44만기까지 확충하고, 2025년에는 54만기 규모로 늘려 예우를 다해 국가유공자를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6·25 전쟁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에 닿아 있는 살아 있는 역사”라면서 “평화는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며, 두 번 다시 전쟁이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해 발굴 사업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부는 호국용사들을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발굴한 호국용사의 신원 확인을 위해 유가족들이 유전자 검사에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문 대통령, 애국영웅들 일일이 호명하기도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식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영웅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국가를 위한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나라를 위한 희생을 국가가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선 6·25 참전 영웅 중 한강 방어선 전투를 지휘하며 북한군의 남하를 막아낸 광복군 참모장 김홍일 장군과 기병대 대장으로 활동한 광복군 유격대장 장철부 중령을 거명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딸의 돌 사진과 부치지 못한 편지를 품고 강원도 양구 전투에서 전사한 임춘수 소령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6·25 전쟁에 참전한 간호장교 3명도 소개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앞장선 간호장교들에 대한 감사함도 함께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외손녀이자 국군간호사관학교 1기 출신으로 참전한 이현원 중위를 거론하며 “자신의 공훈을 알리지 않았지만 2017년 러시아 동포 간담회에서 뵙고 오늘 국가유공자 증서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원씨는 추념식에 직접 자리했다. 또한 6·25 전쟁 때 백골부대 간호장교로 복무한 ‘독립군의 딸’ 고 오금손 대위, 역시 간호장교로 6·25 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고 김필달 대령도 언급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소설로 만나는 임진왜란 60전 60승 신화 정기룡 장군

    소설로 만나는 임진왜란 60전 60승 신화 정기룡 장군

    임진왜란에서 60전 60승 ‘불패 신화’를 일군 경남 하동 출신 충의공(忠毅公) 정기룡(鄭起龍 1562∼1622년) 장군의 일대기를 엮은 역사소설이 발간됐다. 하동군은 6일 하동문화원에서 정기룡 장군의 삶을 실존·가상 인물을 통해 재미있게 재구성한 역사장편소설 ‘충의공 정기룡’을 최근 펴냈다고 밝혔다.정기룡 장군은 하동군 금남면에서 태어나 임진왜란 때 크고 작은 60여차례 전투를 치르면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탁월한 전략가다. 하동문화원은 하동출신 정기룡 장군의 뛰어난 활약상과 업적을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소설 발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수·박한 2명의 작가가 집필자로 함께 참여해 공동으로 소설을 썼다. 박정수 작가는 한국소설가협회 기획실장을 지냈으며 ‘대조영’, ‘왕국의 부활’ 등의 저서를 냈다. 박한 작가는 계간 ‘문학과 사상’으로 등단해 ‘레전드히어로 삼국전’ 디자인을 총괄했다. 소설은 하동군 금남면에 있는 금오산 정기를 받고 때어난 정기룡 장군이 큰 전쟁인 임진왜란을 맞아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과정을 424쪽 분량으로 생생하게 그렸다. 정기룡 장군이 세운 전공을 집성해 기록한 실록인 ‘매헌실기’를 바탕으로 많은 참고자료와 역사적 검증을 거쳐 등장인물 대부분을 임진왜란 당시 실존 인물로 다룬 가운데 재미를 위해 필요에 따라 가상 인물을 등장시키고 사건 순서를 바꾸는 등 각색도 보탰다. 하동문화원은 이 소설이 왜적의 침략을 막아낸 정기룡 장군의 출중한 지도력과 혜안을 본받아 현대 ‘외교·경제 전쟁’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동문화원측은 정기룡 장군 일대기 소설 발간에 이어 앞으로 웹툰,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갈래에 내용물을 만들어 국내 보급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문화원은 오는 9일 오후 2시 하동문화예술회관에서 소설 ‘충의공 정기룡’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이다. 출판기념회에서는 하동 출신 정호승 시인이 직접 쓴 ‘정기룡 장군 숭모시’를 낭독하고, 정옥향(명창유성준·이선유판소리기념관 관장) 국악인이 정기룡 장군 일대기를 창으로 표현한 판소리 공연도 선보인다. 하동문화원은 2018년 ‘충의공 정기룡 장군 평전’을 펴낸데 이어 이번에 소설을 발간했다. 하동군도 지난해 사단법인 정기룡장군기념사업회를 출범하고 탄신제 등 다양한 정기룡 장군 기념사업과 선양사업을 한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프라하 올드타운 다시 굽어보는 성모 마리아, 4세기 굴곡진 역사

    프라하 올드타운 다시 굽어보는 성모 마리아, 4세기 굴곡진 역사

    체코 프라하의 올드타운 광장에 100년도 훨씬 전에 성난 군중들에 의해 파괴됐던 성모 마리아 상이 다시 지상으로부터 15m 높이의 기둥 위에 자리잡아 오가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굽어보고 있다. 17세기에 세워진 이 마리안 칼럼(기둥)은 30년 전쟁 막바지 포위 끝에 프라하를 해방시킨 기념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가톨릭의 지배를 상징해 미움을 사기도 했고, 프로테스탄트들의 보헤미아 봉기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숱한 논란을 일으키다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무너지고 체코슬라바키아 독립국이 선포된 며칠 뒤 군중들이 넘어뜨렸다. 조각 학자이며 복원가이며 마리안 칼럼 복원재단 회원인 얀 브라드나는 4일(현지시간) 영국BBC 인터뷰를 통해 “이 조각을 원했던 것은 프라하 시민들이었다!”며 “합스부르크 제국의 페르디난드 3세에게 기둥을 세우자고 로비를 한 사람도 그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 도시 사람들은 스웨덴 군대를 불러들여 프라하 봉쇄를 풀어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어 기둥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프라하 봉쇄는 1618년 보헤미아의 수도에서 시작돼 유럽 대부분을 망가뜨리고 유럽 인구 10명 중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몬 끔찍한 30년 전쟁의 막바지를 장식했다. 저유명한 베스트팔렌 조약이 전쟁 종식을 선언했다. 전쟁 와중에 쫓겨났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빠르게 지배력을 복원하고 싶었는데 마리안 칼럼은 이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헤미아와 그 너머로 퍼져나갔다.당연히 합스부르크 왕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1918년 이 칼럼과 마리아 상은 몇세기 이어진 지긋지긋한 가톨릭의 지배와 합스부르크의 통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민족주의자들의 전복 대상이 됐다. 그 해 11월 3일 조각은 프란타 사우어가 이끄는 군중들에 의해 끌어내려져 파괴됐다. 사우어는 프라하 외곽 지즈코프의 노동계급들로부터 유명한 작가와 보헤미아 예술가로 대접받았던 인물이다. 사우어는 지즈코프의 펍(선술집)에서 조각에 채찍질을 한 뒤 올드타운 광장으로 질질 끌고 행진을 했다. 이번에 조각 복제품을 만든 페트르 바나는 “사우어는 일종의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것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 조각을 결코 미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90년 출범한 마리안 칼럼 복원재단은 숱한 걸림돌과 끝없는 법적 다툼 끝에 이날 조각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체코 공화국은 북한을 제외하고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무신론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원 반대 목소리는 무신론자와 프로테스탄트 교회 지도자 양쪽으로부터 나왔다.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광장에서 드잡이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결국 프라하 시위원회가 중재해 오랜 논쟁을 불식하고 무사히 복원에 성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사우어 스스로 죽기 직전에 임종 미사를 집전한 가톨릭 신부에게 참회하며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육군 39사단, 6·25전쟁 낙동강 전선에서 유해발굴 진행

    육군 39사단, 6·25전쟁 낙동강 전선에서 유해발굴 진행

    육군 제39보병사단은 오는 8일 부터 다음달 3일까지 경남 창녕군 본초리·산지리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6·25전쟁 70주년인 올해 유해발굴을 하는 지역은 6·26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 최후 방어선으로 북한군 제4사단 공세에 맞서 미 2사단과 국군 장병들이 북한군과 치열한 사투를 벌인 곳이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을 마련한 승전의 역사 현장이다. 육군 39사단은 지난해 유해발굴 작전을 진행해 완전 유해 2구와 부분 유해 21구 등 모두 23구의 유해와 탄피를 비롯한 유품 15종 669점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39사단은 앞서 지난 4일 창녕군 박진 전쟁기념관에서 ‘2020 6·25 전사자 유해발굴 개토식’을 개최했다.박안수 39사단장은 개토식 추념사에서 “지금도 이름 모를 산야에서 미처 수습하지 못한 호국용사들의 유해가 우리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 내 부모, 내 가족을 찾는 간절한 심정으로 선배 전우들의 유해를 끝까지 찾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발굴 유해 신원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시료 채취가 매우 부족한 상태여서 유가족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흑인 사망‘ 도운 경관 셋 출두, 소환된 라오스 몽족 슬픈 역사

    ‘흑인 사망‘ 도운 경관 셋 출두, 소환된 라오스 몽족 슬픈 역사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의 사망을 불러온 백인 경관 데릭 쇼빈(44)을 제지하지 않고 돕거나 제지하려던 시민들의 접근을 막은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전직 경찰관 셋이 4일(이하 현지시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쇼빈은 오는 8일 처음 법정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니애폴리스 법정에 오렌지색 미결수 복을 입고 출두해 판사로부터 5분 정도씩 예비심문을 받은 전직 경찰관은 알렉산더 쿠엉(26), 토머스 레인(37), 투 타오(34)로 지난달 25일 플로이드를 위조지폐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 그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쇼빈은 기존 3급 살인에 더해 2급 살인 혐의가 추가됐고, 이들 세 전직 경관들은 2급 살인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킹과 레인은 당시 수갑이 뒤로 채워진 채 바닥에 엎드린 플로이드의 등과 발을 누르고 있었고, 타오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법정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40년의 징역형을 언도 받을 수 있는데 재판부는 세 명에게 모두 100만 달러(약 12억 1950만원)의 보석금을 책정했다. 이 금액을 완납하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다만 개인이 소지한 무기를 반납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석금은 75만 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 레인의 변호인 얼 그레이는 “레인이 명령을 따르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 그는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특히 라오스 난민 몽족 혈통인 타오가 범행에 가담한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소수 인종 출신으로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타오는 2017년에도 라마르 퍼거슨이란 흑인 남성을 검문하는 과정에 완력을 행사해 2만 5000달러의 합의금을 주고 소송을 매듭지은 전력이 있다. 또 쇼빈의 범행이 알려진 뒤 곧바로 이혼 소송 신청을 해 눈길을 끌었던 아내 켈리(46)의 남동생이 타오인 것으로 일부 언론에 잘못 보도되기도 했다. 켈리는 몽족 난민 출신으로 1980년 미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실제로 켈리의 남동생은 미니애폴리스의 강 건너편에 자리해 트윈시티로 불리는 세인트폴에서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뜻밖에 몽족의 슬픈 역사가 소환됐다. 몽족은 베트남과 라오스, 중국 윈난성 산악지대에 2000년 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400만~500만명의 소수민족으로 베트남 전쟁 때 뿔뿔이 흩어졌다. 당시 공산 세력의 남하를 막으려는 미국에게 이용만 당하고 종전 후에는 보복의 애꿎은 대상이 됐다. 베트남군과 라오스군에 목숨을 잃은 사람만 10만명 이상이며, 30만명이 넘는 난민이 태국 난민수용소에 수용됐다. 켈리도 세 살 때 태국 난민수용소에서 생활하다 1980년 미국이 난민법을 제정해 몽족 난민을 받아들이자 이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가 이들 난민을 받아들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英 “中 홍콩보안법 강행하면 홍콩인에게 시민권 제공”

    英 “中 홍콩보안법 강행하면 홍콩인에게 시민권 제공”

    영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홍콩인들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홍콩에 대한 역사적 과오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홍콩의 자유와 체제 자율성이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과거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졌던 모든 홍콩인에게 영국 시민권을 부여하겠다는 설명이다. BNO는 1997년 영국 주권 반환 때 홍콩 주민이 소지한 여권으로 약 290만명이 대상이다. 존슨 총리는 “지난 1997년 홍콩 반환 뒤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홍콩의 기본법에 담긴 중요한 개념이었다”면서 “하지만 홍콩보안법은 이러한 양국의 공동선언 정신에 위배된다”고 부연했다. 존슨 총리는 “이민법을 개정하면 홍콩인들은 영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시민권도 획득할 수 있게 된다”면서 “홍콩에서 현재 35만명이 BNO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추가로 250만명이 이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고,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 법의 세부 내용을 만들고 있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의 보안에 관한 사안은 홍콩인 스스로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보안법을 제정하려고 할 때마다 시민들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결국 지난해 홍콩에서 반중시위가 고조되자 ‘기본법에 대한 해석은 전인대가 맡는다’는 규정을 적용, 보안법을 직접 만들어 부칙에 삽입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편법이다. 보리스 총리의 인터뷰는 홍콩보안법 발효를 막기 위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더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보리스 총리는 중국이 보안법을 강행“영국이 어깨 한 번 으쓱해 보이고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대신 우리의 의무를 지키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제1차 아편전쟁(1839~1842년)에서 청에 승리한 뒤 1842년 난징 조약을 맺어 홍콩섬을 양도 받았다. 영국은 이곳에 빅토리아 시티를 세우고 총독부를 설치했다. 제2차 아편전쟁(1856~1860년)에서 이기고 베이징 조약으로 홍콩섬 맞은 편의 주룽반도를 뺐었다. 1898년 제2차 베이징 조약을 통해 주룽반도 북쪽의 신제를 99년간 임대했다. 이후 “가져간 조차지를 모두 돌려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제의 조차기간이 끝나는 1997년 7월 1일 이들 지역을 모두 반환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오월, 민주주의를 다시 질문해 봄…새롭게 새겨 봄

    오월, 민주주의를 다시 질문해 봄…새롭게 새겨 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비엔날레재단이 기획한 다국적 특별전 ‘메이투데이’(MaytoDay)의 서울 전시 ‘민주주의의 봄’이 3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서울과 대만 타이베이, 독일 쾰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4개 도시에서 각국의 서사를 담아 개별적으로 전시되는 특별전은 지나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그 의미가 유효한 광주 정신을 돌아보고, 5·18민주화운동의 유산을 국제적인 맥락에서 탐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원래 5월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타이베이 전시 ‘오-월 공감: 민주중적 중류’전이 지난달 1일 먼저 개막했고, 6월 서울 전시에 이어 7월 쾰른에서 ‘광주 시간’전이 열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미래의 신화’는 일정이 아직 유동적이다. ‘민주주의의 봄’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큐레이터 우테 메타 바우어가 기획했다. 지난 20년간 광주비엔날레 작업을 위해 수차례 광주를 방문할 때마다 시민 의식과 민주주의 정신에 경탄했다는 그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의 과정으로서 민주주의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 역대 출품작들과 당시 보도 사진, 기록 문서 등 아카이브로 구성됐다. 먼저 3층 전시장에선 각기 다른 시기 광주비엔날레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살펴볼 수 있다. 5·18 시위를 재현하면서 현실과 역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상황을 담은 오형근 작가의 ‘광주 이야기’ 사진 연작, 2014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퍼포먼스로 한국전쟁 민간인 피학살자 유골이 들어 있는 컨테이너를 비엔날레 앞 광장으로 가져왔던 임민욱 작가의 기록 영상 등이 공개된다. 박태규, 쿠어퍼라티바 크라터 인버티도, 배영환, 이불, 강연균, 홍성담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2층 전시 공간은 기억과 망각에 대한 뼈아픈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역사적 사건은 사회의 집단 기억을 통해 생명력을 얻고, 미래로 나아가는 토대가 된다. 광주 묘역에 놓인 한 학생의 영정 사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빛이 바래다 결국 형태마저 알아볼 수 없게 풍화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는 우리가 진정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하는지를 자문하게 한다. 전시장에는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취재 자료들과 미국 기자 팀 셔록의 문서 등 뜨거운 역사적 현장의 기록들도 자리한다. 1980년대 광주 저항미술의 중심이었던 목판화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도 의미 있다. 목판화 전시는 아트선재센터 외에 인사동 나무아트에서도 이달 30일까지 진행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두달 연기끝 5만명 응시 순경 채용시험 복수정답 논란

    두달 연기끝 5만명 응시 순경 채용시험 복수정답 논란

    지난달 30일 약 5만명의 수험생이 전국 98개 시험장에서 치른 순경 공개채용 필기시험 한국사 과목에서 정답이 2개란 논란이 일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한국사 시험에서는 ‘고려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오래된 것부터 바르게 나열한 것은?’이라는 문제와 함께 ‘㉠ 팔만대장경 완성 ㉡ 삼국유사 편찬 ㉢ 향약구급방 간행 ㉣ 황룡사 9층 목탑 소실’이라는 예시가 제시됐다. 팔만대장경은 1251년 완성됐고, 삼국유사는 승려 일연이 1281년 편찬했다. 황룡사 9층 목탑은 고려가 몽골과 전쟁 중이던 1238년 불탔다. 고려 시대 의약서인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책은 고려의 제23대 왕인 고종 재위 기간(1213∼1259년)에 인쇄된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교재와 백과사전 등은 이 책이 1236년 제작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경찰청으로부터 한국사 시험 출제를 의뢰받은 교수들도 향약구급방이 1236년에 간행됐다고 보고 문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인 3번이 정답이다. 경찰청도 3번이 정답이라고 공개했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이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는 불확실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경찰청은 문제를 낸 교수들과 상의한 끝에 이런 이의 제기가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3번과 함께 ㉣-㉠-㉢-㉡인 4번도 정답으로 인정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수님들이 충분히 검토한 뒤 출제했지만, 향약구급방과 관련해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무엇보다 시험의 기본으로 삼은 국정 교과서에 정확한 연도가 나와 있지 않다”고 배경을 전했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4일 발표된다. 최종합격자는 이후 체력시험,적성검사,면접시험 등을 거쳐 8월 7일 결정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미국의 심장’ 뒤덮은 최루탄…분노한 시위대, 백악관 집결

    ‘미국의 심장’ 뒤덮은 최루탄…분노한 시위대, 백악관 집결

    워싱턴DC 야간통행금지령에 시위 격화 백악관, 9·11 이후 최고 수위 ‘적색경보’방화와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미국의 심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서 31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진행되며 미국 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에서는 밤늦게 1000여명의 인원이 백악관 ‘턱밑’까지 접근해 분노를 표출했다. 워싱턴DC는 앞서 이날 오후 11시부터 월요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1700여명의 주방위군 인력 전원을 시위 대응에 투입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최대 수천명이 모이며 주말 사이 계속된 워싱턴DC의 시위는 흑인 사망에 대한 분노를 넘어 반(反)트럼프 여론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를 부정하듯 성조기를 불태웠고, 도시 건물 벽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낙서를 갈겨쓰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식에 앞서 방문하는 전통을 가져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존스교회와 백악관 앞 라파예트광장, 워싱턴 기념비 등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장소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백악관은 신변 위협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백악관 출입증을 숨기고 다니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달 25일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엿새째 계속된 시위는 주말 사이 140개 도시로 번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시위대는 4100여명으로 급증했고 사망자도 최소 5명으로 늘었다. 40여개 도시는 야간통행금지령을 발동했고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주 등 15개 주는 방위군을 소집했다. 전국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은 모두 5000명으로, 2000명이 추가로 배치될 수 있다고 방위군은 밝혔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당초 이날 낮까지만 해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지만 당국이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해산을 시도하자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천명의 시민이 시내를 행진하며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보스턴의 시위에서는 밤 9시쯤부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들을 향해 벽돌과 유리병 등을 던졌고,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 등으로 대응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도 통행금지가 실시된 후 경찰이 시민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며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경찰관 두 명이 전날 전기충격기로 흑인 대학생들을 과잉 진압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뉴욕에서도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수천명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딸이 전날 시위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제스처인 한쪽 무릎꿇기로 시위대에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위는 확산일로를 거듭하고 있지만, 민심을 안정시킬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NYT는 지난달 29일 밤 시위대가 백악관으로 모여들자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아들 배런이 지하 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1시간가량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한 것으로, 시위 확산에 대해 백악관이 느낀 위기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백악관은 시위대가 결집하자 적색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9·11 테러 이후 백악관이 발령한 최고 수위 경보였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민심을 다독여야 한다는 주장과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며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놓고 갈피를 못 잡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 트윗은 불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미 대통령을 의미하는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을 풍자한 ‘최고분열자’(divider in chief)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며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하지도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하지도 않고, 흑인들의 분노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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