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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교사’ 대학생들 6·25 참전국 교사들 만난다...보훈처 워크숍

    국가보훈처는 국내 6개 교육대와 서울대, 숙명여대 등 8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예비교사 대학생 19명이 참가하는 2022년 유엔참전국 교류 프로그램 ‘비전캠프’와 국제보훈공동연수 워크숍을 2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에서 진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은 뉴욕 한국전쟁기념비와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비에 참배하고, 릭 더큐너스 필라델피아 한국전쟁참전협회장 등 미국 참전용사도 만난다. 국제보훈공동연수 워크숍은 미국 미국사회역사교사연합회(NCSS) 연례총회와 연계해 진행된다. 예비교사들은 NCSS 연례총회 사전회의와 총회에 참석해 6·25전쟁 참전 역사를 미래세대에 계승하기 위한 교육·교재에 관해 현지 교사들과 토론한다. 총회 사전회의는 6·25전쟁에 참전한 전함 뉴저지호 함상에서 열린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6·25전쟁이 잊힌 전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래세대에 6·25전쟁의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참전국 교사들과의 교류활동을 확대해 6·25전쟁으로 맺어진 유엔참전국과의 소중한 인연과 우정이 더욱 굳건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서경덕 “FIFA 日 욱일기 제재 적절…십자군 복장 금지에 설레”

    서경덕 “FIFA 日 욱일기 제재 적절…십자군 복장 금지에 설레”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 팬이 욱일기를 흔들고 응원을 펼치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곧바로 제지한 것과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밤 코스타리카와 일본과의 E조 2차 경기가 열리는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관중석에 일본 축구 팬들이 또 욱일기 응원을 펼쳤다”며 “하지만 경기장 안전요원들이 곧바로 출동해 이를 제지했다”고 밝혔다. 경기장에 욱일기를 걸어 두려다 제지를 당하는 일본 팬도 있었다. 그는 “이는 FIFA가 드디어 욱일기 응원을 공식적으로 제지한 것이라 아주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일제 강점기 피해를 본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존중하는 조치였다고 해석했다. 서 교수는 러시아 월드컵부터 욱일기의 문제점에 관한 영상을 만들어 전 세계에 홍보하고 FIFA 측에 꾸준히 항의했던 국내 네티즌들 덕분에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했다.FIFA는 앞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잉글랜드와 미국 간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십자군 복장을 한 잉글랜드 팬들의 입장도 막았다. 아랍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십자군 복장은 무슬림에게 불쾌할 수 있다는 FIFA의 판단에서다. 십자군 전쟁은 그리스도교 원정대와 이슬람 세력 간 벌어진 종교전쟁이다. FIFA 측은 이날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지역의 정서를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보도의 내용을 전하며 “(기사를) 보고 설렜다. FIFA가 이젠 욱일기 응원도 제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서 교수는 “이번 일로 일본은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다시는 욱일기 응원을 펼치면 안 된다는 좋은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이 여세를 몰아 전 세계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의 욱일기 응원을 다 퇴출할 수 있도록 더 힘을 모아보자”고 당부했다.서 교수는 앞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국제사회에 등장하는 욱일기는 무지에 의한 것이라며, 이를 제지하지 못하는 것도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 교수는 욱일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담고, 욱일기가 등장해 국내 네티즌의 이의 제기 등으로 논란이 일었던 사례들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집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당사자에게 전달해 역사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미다.
  • 쓰레기만 치우면 뭐하나…日, 욱일기로 축구 응원[포착]

    쓰레기만 치우면 뭐하나…日, 욱일기로 축구 응원[포착]

    경기장 청소로 박수 받던 일본은 경기장에 욱일기를 펼쳤다. 욱일기는 일본이 19세기 말부터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 전쟁에 사용해 온 군대의 깃발로,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유럽인들에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욱일기는 과거 일본의 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역사적 상처와 고통을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일부 일본 팬은 세계 축구 팬들이 지켜보는 경기장에 욱일기를 내걸었다. 경기장 난간에 붙여놓고 응원하려다 안전요원으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았다. 개념없는 행동 탓일까. 일본은 27일(한국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경기에서 코스타리카에게 0-1로 패했다. 코스타리카는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A매치 대결에서 일본에 1무3패로 열세에 있었지만 이번 승리로 희망을 가지게 됐다. 일본 축구팬들은 독일전에 이어 이번에도 봉지를 들고 관중석을 뒷정리했다. 경기장 청소만 안중에 있고 중요한 과거는 부정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일본인들은 스포츠 이벤트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욱일기를 들고 응원을 펼쳐 논란을 빚었다. FIFA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FIFA 공식 인스타그램에 일본 욱일기 응원사진을 올렸다가 한국 등의 항의를 받고 내렸다. 욱일기 퇴치 운동을 펼치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카타르월드컵 현장 또는 TV 중계화면에서 욱일기 응원을 포착하면 즉시 제보해달라. FIFA에 곧바로 고발하고, 외신기자단을 통해 전 세계에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일본은 지금까지 욱일기를 버젓이 사용해 아시아인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상기시키는 몰상식한 행위를 늘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은 역사 왜곡을 역사 전쟁으로 오히려 한국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시민단체가 손발을 맞추고, 정보전도 펼치는 등 여러 가지 작선을 만들어서 한국 정부를 공격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말하는 관계 개선이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라는 것은 ‘네 과거를 묻지 않고’, 또는 ‘과거를 잊어버리고’, 아니면 ‘일본의 주장대로 한국이 과거사를 받아들이고’ 이런 개념”이라며 “일본은 세계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미드웨이 해전된 코스타리카전… 욱일기 건 일본 16강 진출 빨간불

    미드웨이 해전된 코스타리카전… 욱일기 건 일본 16강 진출 빨간불

    ‘일본에게 코스타리카 전은 미드웨이 해전이 될 것인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잡으며 기세를 올렸던, 2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코스타리카에 0-1로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일본은 후반 36분 코스타리카의 케이셰르 풀레르(에레디아노)에게 결승골을 얻어맞고 코스타리카에 무릎을 꿇었다. 1차전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2-1로 잡으며 기세를 올린 일본은 이날 승리로 E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으려고 했다.하지만 특유의 골 결정력 부재를 그대로 보여주더니 결국 코스타리카에 일격을 당했다. 공 점유율에서 일본은 47%-37%로 앞섰다. 슈팅 수에서는 14-4로 압도했고, 유효 슈팅 수도 3-1로 많았다. 하지만 결국 패배하면서 일본은 1승 1패로 승점 3점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당초 34%였다가 독일을 이긴 후 75%까지 올라갔던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도 뚝 떨어지게 됐다. 한마디로 코스타리카전이 일본팀에게 세계 2차 대전에서 미드웨이 해전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1941년 12월 미국 하와이 진주만 폭격으로 승기를 잡았지만,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패배하면서 결국 패망했다. 일본 언론도 이번 경기 패배를 뼈 아프게 받아들였다. 닛칸스포츠는 “대표팀에 뼈아픈 패배였다”며 “다음 라운드 진출이 위태롭게 됐다”고, 스포츠호치는 “코스타리카에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16강에 오르려면 스페인과 경기에서 승점을 챙겨야 한다”고 보도했다.한편 이날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관중석에선 욱일기가 펼쳐졌다. 대다수의 일본 팬들은 국기인 일장기를 흔들었지만, 붉은 줄무늬가 그려진 욱일기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일부 팬은 경기장에 욱일기를 걸려고 하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욱일기는 일본이 19세기 말부터 태평양전쟁을 비롯한 아시아 침략 전쟁에 사용해 온 군대의 깃발로,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유럽인들에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욱일기는 과거 일본의 침략을 당한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 역사적 상처와 고통을 상기시킨다.
  • 日서 환수 ‘류성룡 달력’에 이순신 최후 담겼다

    日서 환수 ‘류성룡 달력’에 이순신 최후 담겼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달력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문화재 명칭은 한글 맞춤법 기준)가 국내로 돌아왔다. 관련 유물이 많지 않은 데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최후에 대한 진술도 있어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유물을 공개했다. 유출 경로는 불분명하지만 일본인 소장자가 2년 전 경매를 통해 사들였고, 김문경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문화재청과 재단 측에 알리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재단은 복권기금을 활용해 지난 9월 유물을 들여왔다. ‘대통력’은 오늘날의 달력으로 책자 형태로 돼 있어 일정이나 감상을 적어 두곤 했다. 이번 유물에도 날씨, 일정, 병세와 처방 등이 기록됐다. 글이 적힌 날짜는 총 203일로 언급된 인물은 190여명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기재된 필적과 언급되는 인물, 사건 정보를 토대로 류성룡의 연대기가 기록된 ‘서애선생연보’ 등을 검토한 결과 그의 수택본(소장자가 가까이 놓고 이용해 손때가 묻은 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자년(1600) 기록은 처음이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간 강항(1567~1618)의 귀국을 포함해 경자년에 있던 여러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류성룡의 종손가에서 소장한 보물 ‘유성룡 종가 문적’에도 없는 기록을 찾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특히 가철(책의 원표지가 없어 종이 등으로 임시로 매어 둔 형태)된 표지에는 이순신과 관련해 “직접 출전해 전쟁을 독려하다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전체 해석을 맡은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자살설, 은둔설 등 이순신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서애 선생의 기록뿐 아니라 경자년에 발생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향후 기록문화 유산 연구 및 활용에도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 만세토록 전해지도록”… 이성계의 덧없는 꿈 피고 진 폐사지[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조선 만세토록 전해지도록”… 이성계의 덧없는 꿈 피고 진 폐사지[김별아의 도시 기행문-서울을 걷는 시간]

    경주 황룡사지와 감은사지와 사천왕사지, 원주 거돈사지와 법천사지, 강릉 굴산사지와 신복사지, 충주 미륵사지, 부여 정림사지, 익산 미륵사지, 남원 만복사지, 그리고 양주 회암사지…. 그동안 아들아이에게 못 이긴 척 끌려가 방문했던 폐사지(廢寺地)들이다. 내가 낳아 길렀지만 젊디젊은 아이가 어쩌다 ‘폐덕’(폐허 덕후)이 됐는지, 텅 빈 절터나 왕릉 같은 걸 찾아다니는 취미에 몰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 수 없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초등학생인 아들을 끌고 신라와 백제의 흔적을 찾아 어지러이 헤맸으니 어린 눈이 쓸쓸하고 후미진 곳으로 쏠린 데는 물색없는 어미의 탓도 엄연할 테다. 솔직히 말해 폐사지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그나마 당간지주나 탑신이 남아 있으면 다행이고 정비를 마쳤대도 여기 돌무더기가 금당지, 저기 돌무더기가 사문지 식으로 안내판 정도 세워진 게 고작이다. 건물이나 성 따위가 파괴돼 황폐하게 된 터, 그것이 폐허일지니 더한 무엇을 요구하는 게 무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시인들이 창작해 ‘폐사지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시가 수다한 것을 보면 그 공간이 주는 특별한 영감은 실재하는 듯하다. 붓다는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설법하였으니여기 절집 한 칸 없어도 있는 것이겠다(중략)여기 천년을 피고 진 풀꽃들이다 경전이겠다202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이봉주의 ‘폐사지에서’ 일절이 ‘없어도 있는 것’의 의미를 일깨운다. 절집이 없어도 절집이 있고, 경전이 없어도 경전이 있다. 이를테면 삶이 없어도 삶이 있고, 죽음이 없어도 죽음이 있다. 그 모순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종교인에게 신심(信心)이라면 예술가에게는 상상력이다. 텅 비어 있기에 더욱 무한한 양감(量感)으로 다가오는 영감이다. 상상의 절집을 그리고 풀꽃 경전을 읽으며 회암사지를 거닌다. 한순간에 천년이 피고 진다. “이것은 절이 아니라 궁궐이다!”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양주 회암사지는 대단한 규모는 물론이거니와 빈터가 뿜어내는 고유한 기운이 압도적이다. 경주 황룡사지나 감은사지와 비슷한 듯하면서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임진왜란 때 도성을 버리고 떠난 왕에게 분노한 백성들이 불태운 경복궁을 비롯한 궁궐들이 재건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실로 회암사는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나 머물렀던 곳으로 행궁(行宮)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조선 왕실 최대의 왕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고려 때 서역의 승려 지공이 이곳에 이르러서 말하기를, ‘산수의 모양이 완연히 천축의 아란타의 절과 같다’ 했다. 후에 승려 나옹이 절을 건축하기 시작했으나 다 마치지 못하고 죽자 그의 무리인 각전 등이 공사를 마쳐 가옥이 무릇 262칸의 용마루와 처마가 됐고, 불상을 설치한 것이 굉장하고 미려해 동방에서 으뜸이 되니 중국에서도 많이 볼 수 없는 것이었다.”가히 엄청난 규모에 독특한 미감을 지닌 사찰이 아닐 수 없다. 양주 회암사지는 다른 폐사지들과 여러모로 구별되는 면이 있다. 2022년 1월 고고 유적 단독 유산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선정됐다. 폐사지로서도 처음이다. 그런 타이틀보다 더 색다르게 느껴진 것은 회암사지로 진입하는 입구에 드넓게 조성된 유적공원과 박물관이다. 텅 빈 폐허가 주말이면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 찬다. 박물관 앞 광장에서는 아이들이 고라니 소리를 내며 킥보드를 타고, 가족들은 잔디밭에 돗자리와 접이식 캠핑 의자를 펴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긴다. OX 퀴즈를 풀며 길을 찾는 미로 공원도 있고 곳곳에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나들이하기 좋은 장소로 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주차장이 가득 차는 지경이라니 사람들로 북적대는 이런 폐사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테다. 회암사지는 아무리 거닐어도 지루함이 없다. 정작 방문객들 가운데 회암사지의 역사적 의미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지만 그렇다고 회암사지의 특별함이 퇴색하지는 않는다. 석조 계단 소맷돌에는 이태극과 삼태극의 문양이 음각돼 있고, 돌계단 아래 기묘한 동물 문양은 이상적인 왕조 정치의 상징인 기린으로 추정된다. 중심 가람인 보광전을 비롯한 수많은 요사채와 당간지주와 괘불대와 정요대와 수조와 맷돌과 화장실 흔적까지…. 1997년부터 시굴 조사를 시작해 20여년 동안 10만여점의 유물이 발굴된 회암사지는 신생 국가 조선의 왕권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창대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가능하면 때맞춰 문화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돌아보면 더 알뜰한 시간이 될 것이다.회암사는 사라졌지만 회암사는 있다. 회암사지를 마주 보고 왼편 언덕 위에 사라진 회암사를 대신해 1821년 중수된 회암사가 있다. 연대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별것 있겠냐며 언덕길을 오르기 싫은 마음을 은휘했는데 또다시 아들의 억지에 끌려 올라가 보니 오길 잘했다 싶다. 원나라를 거쳐 고려에 들어와 본래의 회암사를 세운 인도 승려 지공의 부도와 석등, 지공을 따라 국법의 정맥을 이은 고려 승려 나옹의 부도와 석등, 그리고 태조를 도와 한양을 조선의 도읍지로 정한 왕사(王師) 무학대사의 비가 깔끔히 정비돼 있다. 언덕 아래 회암사지를 발굴하던 중 경기도박물관 조사단원이 회암사의 중심 건물인 보광전 터의 두 모서리에서 글자가 새겨진 청동기 조각들을 발견했다. 그에 새겨진 134자를 검토해 보니 청동기는 조각난 금탁(풍경)이었고 내용은 절을 지은 이들의 소망과 발원이었다.“천보산 회암사 보광명전의 네 모서리를 금으로 단장해… 금탁을 매달아 부처님께 바칩니다… 조선이라는 이름이 만세토록 전해지고, 전쟁이 영원토록 그쳐 나라와 백성이 편안해 함께하는 인연으로 돌아감을 깨닫게 하소서.” 이토록 간절하게 소원을 빈 이들의 이름도 밝혀졌다. 이성계, 무학대사, 신덕왕후 강씨, 그리고 세자 방석. 때는 왕자의 난으로 골육상쟁이 벌어지기 전이었던 게다. 정처 소생의 장성한 자식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젊은 아내의 어린 소생에게 ‘만세토록 전해’질 조선이라는 이름을 물려주고파 안달하는 이성계의 마지막 욕심이 고스란하다. 하긴 이제 와서 욕심 사납다 하는 것도 부질없다. 우리는 역사책의 뒤 페이지에 쓰인 이야기를 ‘스포일러’ 당했기에 빈터 앞에서 물거품이 된 영원의 약속을 비소하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사라진 회암사를 대신할 수 없는 회암사 경내는 한적하다. 이 작은 절의 주인은 말없는 부도와 석등이 아니라 소슬한 바람이다. 문득 나옹 선사의 시에 정의송이 곡을 붙인 가요 ‘훨훨훨’이 입안에 맴돈다.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사랑도 미움도 버려라 벗어라 훨훨훨아아 아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라 하네 소설가
  • 이순신 최후 담겼다… 절친 류성룡 달력 일본서 귀환

    이순신 최후 담겼다… 절친 류성룡 달력 일본서 귀환

    “직접 출전하여 전쟁을 독려하다가 이윽고 날아온 탄환을 맞고 전사하였다. 아아!”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달력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문화재 명칭은 한글 맞춤법 기준)가 국내로 돌아왔다. 관련 유물이 많지 않은 데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최후에 대한 진술도 있어 이순신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을 종결할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유성룡비망기입대통력-경자’를 공개했다. 유출 경로는 불분명하지만 일본인 소장자가 2년 전 경매를 통해 사들였고, 김문경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문화재청과 재단 측에 관련 정보를 알리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재단은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이 독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차례 면밀히 검토한 끝에 복권기금을 활용해 지난 9월 국내로 유물을 들여왔다. ‘대통력’은 오늘날 달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책자 형태로 돼 있어 자신의 일정이나 감상을 적어 두곤 했다. 유물의 크기는 가로 20㎝, 세로 38㎝로 흔히 쓰는 A4종이(가로 21㎝·세로 29.7㎝) 보다 조금 긴 편이다. 이번 유물에도 여백에 묵서(먹물로 쓴 글씨)와 주서(붉은색 글씨)로 그날의 날씨, 일정, 병세와 처방 등을 기록한 것을 볼 수 있다. 확인된 것만 7~8종의 술 제조법도 담겨 있다.글이 적힌 날짜는 총 203일로 언급된 인물은 190여명에 달한다. 문화재청은 “기재된 필적과 주로 언급되는 인물, 사건 정보를 토대로 류성룡의 연대기가 기록된 ‘서애선생연보’ 등을 검토한 결과 그의 수택본(소장자가 가까이 놓고 이용해 손때가 묻은 책)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환수한 유물은 여러 면에서 가치가 높다. 우선 경자년(1600년) 대통력은 처음으로 임진왜란 때 포로로 일본에 압송됐던 강항(1567~1618)의 귀국을 포함해 경자년에 있었던 여러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애선생연보’에 다뤄지지 않은 내용이 포함된 것은 물론 류성룡의 종손가에서 소장한 보물 ‘유성룡 종가 문적’에도 없는 경자년 기록을 찾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특히 가철(책의 원표지가 없어 종이 등으로 임시로 매어 둔 형태)된 표지에는 이순신이 전사한 상황이 묘사돼 있다. 총 83자가 남아 있는데 이순신의 자인 ‘여해’라는 글자가 등장해 이순신의 죽음과 관련한 내용임을 알려 준다. 노승석 소장은 “자살설, 은둔설 등 이순신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정제규 문화재청 상근전문위원은 “서애 선생께서 직접 표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1600년 당시 표지가 없어져 이전에 메모했던 종이 1장을 임시로 활용한 사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관련 기록에 대해서는 “표지에 쓰인 종이는 ‘징비록’에 쓴 것과 유사한데 이 책은 이면지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충무공 사망 당시 소회를 밝힌 글을 쓰고 이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치가 비슷한 유물로는 보물인 경진력(1580) 대통력이 있어 향후 보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서애 선생의 기록뿐 아니라 경자년에 발생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향후 기록문화 유산 연구 및 활용에도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화재청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유물을 보관해 연구·전시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美동포 역사문화체험 ‘겨레얼 찾아 세계속으로’ 진행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美동포 역사문화체험 ‘겨레얼 찾아 세계속으로’ 진행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사장 이권재)는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7박 8일간 한민족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미국 LA 동포를 대상으로 역사문화 체험연수행사 ‘겨레얼 찾아 세계속으로!’를 진행했다고 24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 미주본부(본부장 박윤숙)의 협조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대한인국민회(이사장 윤효신)를 방문해 일제강점기 미주동포들의 독립운동에 관한 강의로 시작됐다. 이어 도산 안창호 기념동상을 찾아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차례를 가졌으며, 오렌지카운티 소재 한국전쟁 희생자 추모공원을 방문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용사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또 LA총영사관에서 김영완 총영사와 면담하며 동포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겨레얼살리기운동 강사 양성 프로그램으로 ▲‘겨레얼과 유림정신’(이권재 이사장), ▲‘전통예절 및 겨레얼의 가치’(한재우 사무총장), ▲‘겨레의 소리’(허은선 명창), ▲‘겨레의 뿌리, 단군신화의 의미’(김수일 주임) 등을 진행했다. 한편, 겨레얼살리기국민국운동본부는 이번 행사에 맞춰 미국 LA오렌지카운티 지부(지부장 김경호)를 새롭게 창설했다. 신임 지부장은 “앞으로 미력한 힘이지만 동포사회의 2~3세 청소년들에게 겨레얼 정신을 알리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이번 행사기간 중 LA시장으로부터 세계시민의식과 미주지역사회의 문화적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인정받아 감사장을 받았다. 한재우 사무총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들에게 겨레얼의 긍지를 심어주고, 한국의 아름다운 정신문화와 전통유산을 전파하도록 보다 더 노력하겠다”며 “주변국인 라틴아메리카와 북미주에 거주하는 교포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원을 비롯해 긴밀한 관계는 물론 활발한 민족문화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2003년 고 한양원 회장(한국민족종교협의회)이 설립한 비영리공익단체로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중국, 프랑스, 일본, 중앙아시아 등 24개국에 지부가 설치돼 한류의 정신적 뿌리로서의 ‘얼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 파우치, 38년 공직 마지막 메시지도 “백신 맞으세요”

    파우치, 38년 공직 마지막 메시지도 “백신 맞으세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마지막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백신과 부스터샷을 맞을 것을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고별 브리핑에서 “당신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라면서 “백신이 효과적인지 자료를 들여다보면 특히 중증 질병과 사망 예방 측면에서 효율성이 압도적으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이 연단에서 드리는 마지막 메시지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즉시 업데이트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4년부터 38년간 NIAID를 맡았던 파우치 소장은 지난 8월 “내 커리어의 다음 장을 추구하기 위해 올해 12월 모든 직책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시작으로 7명의 미국 대통령을 보좌한 그는 미국 ‘전염병과의 전쟁’ 역사의 산증인이다. 파우치 소장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탄저병 공포 사태 등에 대한 대처를 주도했고, 코로나19 퇴치전에서도 최일선에 섰다.  
  • 소길댁도 와서 한번 걸어봐요… 일곱번째 4·3길 소길리 길 열리다

    소길댁도 와서 한번 걸어봐요… 일곱번째 4·3길 소길리 길 열리다

    제주4·3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일곱 번째 4·3길이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서 23일 개통됐다. 제주애월 소길마을 4·3길 개통식이 23일 오후 소길리 리사무소에서 애월읍 주민, 4·3유족, 도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0여 가구 규모의 작은 마을이던 소길리는 1948년부터 6·25전쟁 이후까지 무장대와 토벌대에 의해 주민 70여명이 희생된 아픈 과거를 품고 있다. 총 8㎞ 구간으로 소길리사무소, 할망당 4·3성, 소길리 경찰파견소터, 멍덕동산 4·3성, 베나모를굴, 윤남비 경찰주둔소, 윤남비못, 원동 주막번데기, 원동 경찰주둔소, 원동지, 원동 군주둔지로 이어져 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이루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건널 수 없는 강’이라고 여겼지만 4·3유족, 국민과 함께 그 강을 건널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4·3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국가보상금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은 “과거 마을이 초토화된 아픔을 딛고 소길마을을 크게 키워주셔서 고맙다”면서 “일곱 번째 평화의 길이 대한민국 번영으로 가는 초석의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4·3길은 2015년 동광마을을 시작으로 2016년 의귀·북촌마을, 2017년 금악·가시마을, 2018년 오라마을 6개소가 조성돼 평화·인권의 교육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2월 공모를 통해 소길리와 아라동이 4·3길로 선정됐으며, 아라동은 오는 12월에 개통될 예정이다.
  • “독일, 우크라 패배로 인한 전쟁 조기종식 선호했다”

    “독일, 우크라 패배로 인한 전쟁 조기종식 선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기 전 독일이 전쟁 장기화보다는 우크라이나의 패배로 인한 조기 종식을 선호했다고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CNN의 파트너사인 CNN 포르투갈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23일 CNN에 따르면 존슨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 서방 국가들의 태도는 매우 다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존슨 전 총리는 “독일은 재앙이 될 그 일이 일어난다면 모든 것이 빨리 끝나고 우크라이나가 접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견해를 한때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지지할 수는 없지만 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며 “경제적 이유”라고 덧붙였다. CNN은 독일이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존슨 전 총리의 발언이 이것을 염두에 뒀음을 암시했다. 존슨 전 총리는 이어 프랑스는 당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서 “(전쟁이 임박한) 마지막 순간까지 프랑스가 (전쟁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기 몇 주 전까지도 크렘린으로 찾아가 전쟁을 만류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존슨 전 총리는 이탈리아의 초기 대응도 비판했다. 그는 당시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자국의 높은 의존도를 이유로 한동안 다른 유럽국들이 취하고 있던 반러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존슨 전 총리는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자 유럽 국가들의 태도가 빠르게 바뀌었다면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대항에서 훌륭하게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선 “탁원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젤렌스키는 아주 용감한 사람이다. 만일 그가 없었다면 이 전쟁의 역사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 G2, 중동서 에너지 전쟁..美 빈살만 면책특권에 中 카타르서 초대형 LNG 수입

    G2, 중동서 에너지 전쟁..美 빈살만 면책특권에 中 카타르서 초대형 LNG 수입

    미국과 중국이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를 주축으로 중동의 에너지 패권 경쟁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미국·카타르 전략 대화를 갖고 안보와 에너지, 보건 협력을 논의했다. 이는 원유 증산 문제로 관계가 소원해진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신해 카타르와 밀착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행보로 해석된다. 양국 테이블에는 중국 견제 문제도 핵심 의제로 올랐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담당조정관은 “중국과 (카타르 간) 협력 관계에 상한선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략 대화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한 것은 국제관습법의 원칙에 따라 내린 결정일 뿐 양국 관계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17일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관련 소송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문건을 미 연방 법원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정의를 포기한 것이냐’는 비난에 블링컨 장관이 직접 해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면책 결정에는 사우디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워싱턴의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차이나 머니’를 꺼내 중동 끌어안기에 나섰다. 중국 국영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지난 21일 “카타르에너지에서 2026년부터 27년간 연간 400만t의 LNG를 공급받는다”고 발표했다. 계약금액은 현 시세로 610억 달러(약 82조 6000억원)에 달한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산업 역사상 최장·최대 규모 가스 공급 계약이다.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 각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 경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공급망 봉쇄 등 예기치 못한 위기에 맞서고자 카타르를 선택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중국과 사우디 간 관계가 심화될 뿐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패권을 지킨 중동 지역에서 균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황성기 칼럼] 강제동원 잔혹사/논설고문

    [황성기 칼럼] 강제동원 잔혹사/논설고문

    한국과 오래 인연을 맺은 일본 고치(高知)의 정치인이 ‘코로나 해금’ 덕분에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김대중ㆍ오부치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발표된 1998년 고치현 의회에 ‘일한우호촉진의원연맹’을 만들었다. 정치적 스승 다케시다 노보루 전 총리의 “한반도를 소중히 하라”는 가르침을 실천했다고 한다. 태평양전쟁(1941~45년)으로 일본 장정들이 해외의 전장에 투입되자 일본 국내는 건설현장, 군수공장에서 일할 남자들이 없었다. 강제동원의 시작점이다. 징용 등으로 건너온 300만명의 조선인 중 3만명이 고치현에 왔다고 한다. 고치의 깊은 산중 시만토에 ‘쓰가댐’을 건설하는 데도 조선인 200여명이 동원됐다. 콘크리트를 붓는 댐 공사 중 조선인 노동자가 빠졌다. 구조할 방법도, 시체를 수습할 길도 없어 지금까지도 댐의 어딘가에 외로이 묻혀 있을 거란다.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강제동원 잔혹사 중 하나다. 이 일본 정치인이 쓰가댐 근방 마을에서 수집한 구전 같은 실화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강제동원 문제’가 생겨나고 4년이 지났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가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로 법원에서 유보됐다. 문재인 정부가 방치했던 한일 현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적극 해결로 방향을 잡고 양국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법 판결의 성실한 이행이 윤 정부의 방침이어서 위자료 배상과 피해자가 요구하는 사죄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 판결문에는 없는 사죄 문제는 한일 간에 큰 이견은 없는 듯하다. 아베 신조 정권 들어 부정된 과거 식민지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담화를 제대로 복원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배상이다. 아베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피고인 일본 기업, 즉 미쓰시비중공업, 신일철주금, 후지코시 등에 대한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니 원고 측과 협상하거나 배상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다. 그래서 판결 전까지 이뤄졌던 원고·피고 간 대화는 물론 판결의 이행도 중단됐다. 협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일본 측이 피고 기업의 배상·보상 참여에 난색을 보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의 큰 단락을 매듭지으려면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한 불가역적 해결만 주장해서는 관계 개선이란 산을 넘기 힘들 것이다. 고치현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가운데는 공사 중에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에게 인계되지 못한 고인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름 없는 ‘무명묘’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일본 패전 후 64년이 지난 2009년 지역의 일본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돼 원혼을 위로하는 위령비를 만들었다. 어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청소년들이 대신 한 셈이다.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배상청구소송은 한국 피해자들이 낸 소송처럼 번번이 일본 법원에서 기각되거나 패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과 피고 기업의 화해를 권고했다. 그래서 몇 가지 중일의 화해 사례가 나왔다. 한일이라고 그러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고치의 정치인은 쓰가댐의 조선인 비극을 밝히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한일 역사의 부끄럽고 숨은 부분까지도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후세의 교훈이 된다”고. 그는 고치현청에 ‘봉인’된 강제동원 문서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일본 공문서의 보관 기간은 3~30년이지만 필요한 역사적 문서는 1868년부터 시작된 메이지 시대의 것도 보관한다. ‘강제동원’이 대법원 판결의 이행으로 끝난다는 정치적 레토릭을 80년간 쓰가댐에 갇힌 조선인 노동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강제동원 잔혹사와 비공개 문서들은 일본이 감추고 싶어 하는 역사다. 불행한 과거의 극복은 이런 잔혹사와 문서를 한일이 협력해 정리하는 것으로 완결되는 게 아닐까.
  • 제주 곳곳에 일제잔재 비석·군사시설… 역사 바로 세우기 나서나

    제주 곳곳에 일제잔재 비석·군사시설… 역사 바로 세우기 나서나

    제주도가 일제잔재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친일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 토대를 마련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 식민잔재 청산 활동 추진계획 수립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후속 사업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제주도내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조성한 군사시설, 일본 연호를 사용한 비석 등 일제잔재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잔재’란 일제의 침략전쟁과 식민통치 기간 일본제국주의의 영향 아래 생산되거나 정착하였음에도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유무형의 부정적 유산을 가리킨다. 유사하게 사용되는 용어로 ‘식민잔재’ ‘친일잔재’ ‘친일문화잔재’ 등이 있다. 도내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조성한 군사시설을 조사한 결과 제주시 64개, 서귀포시 61개 등 총 125개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된 것은 제주시 동지역 2개(건입동, 해안동), 제주시 읍면지역 3개(한경면, 조천읍, 성산읍), 서귀포시 읍면지역(대정읍) 10개 등 총 15개로 격납고 2개, 동굴진지 9개, 훈련소 2개, 탄약고 1개, 통신시설 1개 등이다. 대정읍 군사시설 19개 중 상모리 지역에는 15개가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일본 연호가 새겨진 비석 176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비석에 새겨진 일본 연호는 대정(大正·일왕 요시히토 시대), 소화(昭和·일왕 히로히토 시대) 등 두 종류가 확인됐다. 일본 연호가 새겨진 비석은 지역별로 제주시에 161개, 서귀포시에 55개가 있다. 이들 비석은 주로 도내 14개 초등학교에 총 59개, 22개 마을에 총 30개가 소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연호 비석은 마을 회관 건립, 우물 축조, 학교 건립과 보수 등 당시 마을 발전과 교육 진흥을 도모한다는 명목 아래 재정 지원 및 토지 제공 등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 대다수다. 주로 읍면 지역 초등학교 교정에 건립된 비석이 다수이며, 그밖에 리사무소와 복지회관 및 경로당 등 마을 행정의 중심지에 세워져 있다. 등명대(燈明臺)는 일제강점기부터 제주도 내 소규모 포구마다 건립하여 등대의 역할을 한 축조물로 총 17개소가 있으나, 일본 연호가 각자된 비석이 세워진 곳은 조천읍 북촌리 등명대가 유일하다. 용역을 수행한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은 “일본 연호가 새겨져 일제강점기 식민잔재의 성격을 띠긴 했지만 모두 청산 대상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일제강점기 제주민의 단합과 교육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로 계속 보존하며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 성균중국연구소 옮기고 엮음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 성균중국연구소 옮기고 엮음

    지난달 16일 막을 올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문을 분석한 책이 나온다. 이 대회가 지난달 22일 폐막했으니 한달 만에 발빠르게 번역 출간했다. 지식공작소(대표 박영률)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를 25일 발간한다. 이 책은 시진핑 시대 중국 진단에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성균중국연구소’가 해설을 덧붙여 보고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향후 국제정세를 가늠할 척도를 제공한다. 중국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 복지와 민생, 인재양성, 환경, 노동, 당 조직과 지도체제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중 경제전쟁, 타이완 문제, 북핵문제 등에 대한 혜안도 얻을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이번 대회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전면 건설을 위해 단결 분투하자”라는 다소 긴 보고 제목을 달았다. 이 <보고>에는 중국 미래 전략에 대한 방향, 중국 경제에 대한 총체적 방향, 국내 정치의 새로운 방향, 사회 문제와 사회 복지에 대한 방향, 건강과 환경 문제, 안전과 국가 안보 문제에서 중국이 나아갈 길을 명시했다. 중국은 시진핑을 재신임함으로써 강도 높은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이완 문제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그 예다. 20차 당 대회에서 출범한 시진핑 3기 지도부 체제는 사회주의와 당이 국가를 지배하는 ‘이당치국(以黨治國)’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의 정치’는 전환의 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단결의 정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형성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매진이다. 개혁 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을 심도 있게 추진해 비약적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가지 기적을 만들었으며 특히 지난 5년간은 신속하고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해 사회주의 선진 문화를 적극 발전시켰다고 자평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로 설정했다. 또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35년부터 2050년까지는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들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초 일류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다. <보고>는 중화 문명의 서사 및 담론 체계의 전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일례로 2050년경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에서 소프트 파워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대내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민족주의적 사상 업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 중화 인민의 민족적 단결, 당 중심의 사회적 통일성을 기할 것을 천명했다.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개발도상국과의 연대 등 대외 협력 정책에서 중화 문화 전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이번 20차 당대회의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중국의 길’,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일국양제’, ‘공동 부유’, ‘중국적 가치’ 등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통해 중국식 현대화의 실체를 제대로 살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또 “보고문의 맥락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주석과 부록, 해설을 덧붙였다”며 “국제정세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에는 국가 및 사회에 대한 당의 영도,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및 시대화, 중국의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면 향후 중국공산당의 집권 방향은 마르크스주의 기본 제도에 의존하면서도 중국만의 고유한 특징을 바탕으로 하며, 서구와의 담론 경쟁을 가미한 형식이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보고>는 중화 문명의 서사 및 담론 체계의 전파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2050년경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 및 ‘중국의 꿈(中國夢)’의 실현에서 소프트 파워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향후 중국공산당은 대내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크게 강조하며 민족주의적 사상 업무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 중화 인민의 민족적 단결, 당 중심의 사회적 통일성을 기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개발도상국과의 연대 등 대외 협력 정책에서 중화 문화 전파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체제 및 이념을 달리하는 중국의 역사 복합체, 이당치국(以黨治國) 등 정치 담론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5년 만에 열린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이 대회가 향후 국제 질서 변동의 핵심적 단초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 기후피해 기금 ‘역사적 합의’했지만… 재원·운용 구체적 방안 부재

    기후피해 기금 ‘역사적 합의’했지만… 재원·운용 구체적 방안 부재

    세부사항 논의 임시위원회 설치내년 COP28서 기부할 국가 권고NYT “향후 주요 장애물은 중국”2009년 코펜하겐 합의도 공염불이번에도 선진국 참여 보장 없어 ‘석유·천연가스 사용 감축’ 실패20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극적으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의명분은 도출됐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까지는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는 분석이 많다. 매년 잦아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각국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을 지칭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의제는 이번 COP27 총회 내내 뜨거운 화두였다.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그 여정은 오늘 샤름엘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이뤄 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기후재앙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결합되면서 전 세계적인 식량난과 에너지위기로 개발도상국들은 총회 내내 피해 보상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올 6월 국토의 3분의1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대홍수를 겪었던 파키스탄이 134개 개도국 그룹을 주도하며 피해 보상 촉구의 선봉에 섰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등의 섬나라들도 선봉장이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기존 자금의 전용을 주장하며 새로운 기금 마련 방안에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다 18일 유럽연합(EU)이 중국 같은 경제대국과 대규모 배출국을 잠재적 기부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기금 조성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어렵사리 기금 조성 자체에는 합의했으나, 보상 기준과 주체·객체 등의 각론을 놓고 향후 격론이 예상된다. 내년 11월에 열릴 COP28에서 24개국 대표로 구성된 임시위원회가 어떤 국가가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인지 권고할 때까지 상당한 힘겨루기가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향후 넘어야 할 주요 장애물로 중국을 지목했다.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면서도 유엔에 의해 개도국으로 분류되는 모순적 국가라는 점에서다. 미국과 EU가 중국의 기금 재원 역할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 같은 ‘선진국 대접’에 격렬히 저항해 왔다. 또한 예년 사례에 비추어 선진국들이 기금에 돈을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NYT는 “2009년 코펜하겐 합의에서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의 기후기금을 내겠다고 합의했지만 공염불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도 기후 원조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신규 자금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총회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 발전뿐만 아니라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 “우크라 러軍 포로 11명 집단처형, 영상 유포…야만적 학살 관행” <러 국방부>

    “우크라 러軍 포로 11명 집단처형, 영상 유포…야만적 학살 관행” <러 국방부>

    우크라이나군이 최소 11명의 러시아 전쟁포로를 집단 처형했다고 1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주장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무장단체가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영토에서 최소 11명의 비무장 러시아 군인들을 쏴 죽이는 동영상이 여러 텔레그램 채널에 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포로 권리를 보장한다는 ‘키이우 정권’ 주장과는 상반되게, 우크라이나군은 10명 이상의 움직이지 않는 러시아 군인들 머리에 직접 총을 쏴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살해했다. 이것을 두고, ‘비극적 예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쟁포로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유일한 전쟁범죄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런 전쟁범죄는 키이우 정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서방 국가가 직접적으로 주목하지 않는 우크라이나군의 관행”이라고 질타했다. 또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이끄는 키이우 정권의 악랄함, 야만적 본질이 드러난다”며 “그들은 역사의 심판대에서 전쟁범죄에 대해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 연방조사위원회가 관련법에 의거, 우크라이나 무장단체에 대한 형사사건 수사를 개시했으며 영상 촬영자의 신원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하원에서 임명한 연방 인권위원회 위원장 타티야나 모스칼코바는 “러시아 전쟁포로 처형으로 인한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혐오와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전쟁 범죄이자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범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야 페치노비치 부리치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산하 민주제도인권사무소(ODIHR) 마테오 메카치 소장 등에 유죄 판결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앞서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우크라이나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노란색 완장을 차고 총을 겨누는 동영상이 유포됐다. 바닥에는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빨간색 완장을 차고 엎드려 있었다. 총성이 울린 후 동영상은 숨진 병사들의 시신을 비췄다. 영국 가디언은 해당 사건이 루한스크 마키우카 마을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걸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신원 등은 파악하지 못했으며, 우크라이나군과 당국은 러시아 국방부의 전쟁포로 집단 처형 주장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BC러시안의 경우는 보다 구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BBC러시안은 해당 동영상이 12일 루한스크 마키우카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을 담고 있는 거라고 설명했다.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13일과 17일 잇따라 등장한 우크라이나군 시점 동영상을 토대로 상황을 유추했다고 전했다. BBC러시안은 동영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헛간에 피신한 러시아군에게 떠날 것을 명령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무기를 겨눈 채 지휘관이 누구인지 등을 물었다고 했다. 그때 모퉁이에서 나타난 한 군인이 총을 난사하면서 카메라가 땅에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총성만 들릴뿐 누가 누구를 쏘았는지 불분명하다고 BBC러시안은 지적했다. 특히 모퉁이에서 총을 난사한 군인이 어느 편에서 싸운 것인지,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별할 수 없다고 했다. BBC러시안은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동영상을 근거로 우크라이나군의 전쟁범죄를 비판했고, 실제로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한 군인을 처형하는 것은 분명한 전쟁범죄라고 못박았다. 다만 거짓 항복 역시 전쟁 규칙에 위배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 “왜곡된 日역사관서 겨우 벗어나”…일본군 학살 증거 기증한 미국인의 고백

    “왜곡된 日역사관서 겨우 벗어나”…일본군 학살 증거 기증한 미국인의 고백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난징대학살의 잔혹상을 그대로 담은 사진들을 무더기로 발견했던 전당포 주인이 시카고 중국 총영사관에 해당 유물을 무상 기증했다.  지난 9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작은 전당포를 운영하는 미국인 남성 에반 카일 은 일본군이 자행했던 난징대학살로 무더기로 살해됐던 희생자 사진 30여 장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었다.  당시 카일은 자신의 전당포가 소유한 물건들 중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중국의 수도를 점령했던 일본군의 잔혹성을 담은 난징대학살 희생자 사진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무렵, 일각에서는 그의 사진의 진위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제기됐을 정도로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특히 카일 역시 과거 학부생 시절 일본 역사를 전공한 인물로, 이 사진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이전까지의 그는 줄곧 일본 정부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해석, 왜곡된 역사관을 가져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진위여부 논란이 됐던 사진들을 무더기로 SNS에 공유하며 “매체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사건이었으며 모두가 함께 봐야 한다”고 난징대학살 당시 희생자 사진을 공개하게 된 경위를 밝혔을 정도다.  이후 소식이 잠잠했던 그는 최근 시카고 소재의 중국 총영사관을 찾아 사진 30여 장이 포함된 앨범을 무상 기증한 사실을 추가 공개했다. 그는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모습을 드러내 “이 사진들을 발견하고 기증하기까지 과정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면서 “중국 역사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증 사실을 공개했다.  사진을 기증받은 중국 총영사관 측도 감사의 편지를 전한 사실을 공개하며 “일본군이 1930~1940년대 중국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역사는 오늘날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에반 카일 씨의 기부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것이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향후 문화적 유대와 우정을 지속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난징대학살은 지난 1937년 일본군이 난징시가 저항없이 일본에 투항하자 단 6주 동안 무려 30만 명의 중국인을 살해하는 등 전례없는 대학살을 한 사건이다.
  • 교황 “한국인, 고난 속 미소 지을 줄 아는 사람들”

    교황 “한국인, 고난 속 미소 지을 줄 아는 사람들”

    “아름다운 그리스도인, 인간으로서 아름다웠던 분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분의 삶에 대해 연구와 공부를 한 것은 여러분에게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의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인 성 김대건(1821∼1846) 안드레아 신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탄생’의 제작진을 만나 이렇게 덕담했다. 이날 박흥식 감독을 비롯해 윤시윤과 김강우 등 출연 배우들,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 관계자 30여명이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은 수요일마다 두 차례 일반 알현을 받는데, 이날은 한국에서 온 영화인들에게 이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 오후에는 교황청 뉴 시노드홀에서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탄생’의 세계 첫 시사회가 열렸다. 교황은 유흥식 추기경으로부터 영화의 기획 의도와 김대건 신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한국의 위대한 예술가들이 김대건 신부에 관한 영화를 만든 것이 인상적”이라며 “제가 여러분들의 방문으로 영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인 교황은 그곳에서 만났던 한국인은 영리한 사업가이자 고난 속에도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고 떠올렸다. “화장을 많이 한 미소가 아니라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태어난 미소였다.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근면한 한국인은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항상 웃으면서 일했다. 여러분의 미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핼러윈축제 때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일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배급사 관계자가 영화 흥행에 대한 소원을 말하자 “천만 관객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화답했다. 박 감독은 교황 알현 뒤 “영화에서 김대건 신부가 순교하면서 마지막에 웃는다. 그런데 교황님이 한국인들이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줄 아는 민족이라고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주인공 김대건 신부 역을 소화한 윤시윤은 “제가 안 보이고 김대건이라는 인물만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교황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시사회를 마친 뒤 붉어진 눈시울을 닦는 관객의 모습도 보였다. 파올로 루피니 교황청 홍보부 장관은 “아름다운 영화였다. 당시의 고통과 슬픔, 기쁨의 역사를 잘 표현한 훌륭한 연출이었다”는 평을 남겼다.
  • 책 보다가 스파·브런치… ‘지적 사치’ 즐기는 도서관 꿈꿉니다 [김언호의 서재탐험]

    책 보다가 스파·브런치… ‘지적 사치’ 즐기는 도서관 꿈꿉니다 [김언호의 서재탐험]

    장서 5000권 ‘지혜의숲’ 기증서울대 독서 캠프에 1억 기부학생들 많은 책 읽도록 유도 유명 출판사 세운 아버지 영향다양한 도서 읽고 인류학 전공역사 전공한 아내가 운영 이어 글 완성도 높이는 편집자 중요‘문학 창의도시’ 부천 행정 지원 도서관, 책 보관소 역할 넘어야퇴근 이후 쉴 수 있는 공간 필요우리 젊은이들 가운데 한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은 없다. 그러나 실질문맹은 놀랍게도 70%에 이른다는 한 조사가 나왔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심심(甚深)한 조의를 표한다’는 말을 무료하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문해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 우리 사회다. 2018년 한 국제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디지털 문해력이 평균 47%였는데 한국은 26%였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장을 하다 2020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한경구 총장과 왜 책인가, 왜 독서인가를 이야기했다. 그와 나의 만남의 주제는 늘 책과 독서다. ●우리 청소년들의 심각한 문해력 저하 -우리 청소년들의 문해력 저하는 우리 학교의 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되겠지요. 책 읽히지 않는 교육, 아니 책 못 읽게 하는 교육이 자행되고 있지 않나요. “책 많이 읽으면 대학입시에서 경쟁력을 잃을까 걱정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논술도 책을 읽고 생각하는 걸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책의 요점을 정리해 놓은 것을 암기하는 식이지요.” 2014년 6월 파주출판도시의 아시아출판문화센터에 ‘지혜의숲’이 개관됐다.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내가 늘 구현하고 싶었던 한 프로그램이었다. 1층 전 공간을 ‘열린 도서관’으로 꾸미는 것이었다. 출판사들과 각계 지식인·연구자들이 기증한 책 30만권을 꽂았다. 24시간 문 여는 장대한 공동서재다. 어른과 아이들이 책과 함께 자유롭게 뛰노는 놀이터다. 이 ‘지혜의숲’에 한 총장이 그의 서재에 있던 5000권의 책을 기증했다. 전공이 인류학이지만, 책 읽는 인간이 그의 연구주제다. ●지혜의숲에서 흥미로운 독서캠프 한경구는 끊임없이 책을 사 모은다. 장서가다. 책 기증하는 연구자다. ‘지혜의숲’에 기증한 책 말고도 여러 대학과 도서관에 그의 장서를 기증했다. 유학 시절에 구입한 양서 3000권을 그가 재직하던 강원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서울대 도서관에는 인류학·역사학 도서들을 기증했다. 부천의 시립도서관과 상동도서관에도 그가 기증한 책 수천 권이 꽂혀 있다. 지혜의숲에서 한 총장은 학생들과 기억되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2016년 1월 지혜의숲에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들과 1박 2일의 첫 독서캠프를 했습니다. 책을 정해서 모두가 읽고 저자와 토론했습니다. 학생들은 밤새도록 지혜의숲을 심해 탐험하듯이, 아마존 밀림 탐험하듯이 돌아다녔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 한 학생이 그 넓은 지혜의숲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호강을 했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독서캠프는 한 총장이 기부한 1억원의 발전기금으로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했잖습니까. 저는 이런저런 책을 한껏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서교육’에 써 달라고 지정해서 주었습니다.” ●일조각 창립한 아버지 한만년 한경구는 1953년에 창립한 일조각 한만년 선생의 둘째 아들이다. 우리 출판문화사를 빛내는 출판인 한만년의 정신과 실천이 그의 가슴에 살아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런 책 저런 책 읽으라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책을 들고 계셨습니다. 텔레비전 볼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책을 들고 있었습니다. 일조각에서 펴낸 책들을 이것저것 보다가 이기백 선생의 ‘민족과 역사’를 읽었습니다. 미국의 행태주의 정치학의 거장 해럴드 라스웰의 ‘정치동태분석’(이극찬 옮김)을 읽었는데, 좀 어려웠지만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초 공대로 가서 건축을 공부하려 했는데 문과로 옮겼습니다. 김열규 교수의 ‘한국신화와 무속연구’와 ‘탐구신서’ 제1권으로 출간된 조지훈 선생의 ‘한국문화서설’ 등이 인류학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도 읽었습니다.” 새 세기를 맞는 2000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립하고 회장을 맡고 있던 나는 나름 색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분단돼 전쟁을 치르면서도 40년 이상 책 만들기를 해 온 일조각 한만년, 을유문화사 정진숙, 탐구당 홍석우, 현암사 조상원, 일지사 김성재 선생 등에게 ‘뉴밀레니엄 기념패’를 만들어 드렸다. 기념패를 받아 든 선배 출판인들의 환한 미소가 나의 가슴에 살아 있다. “대학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범문사에서 영어 원서를 마음대로 가져올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책값을 나중에 계산해 주셨지요. 덕분에 책을 이것저것 정말 다양하게 많이 읽게 되었지요.” -SK 최종현 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으로 하버드로 유학을 가게 됐죠. “아버지는 제가 인류학 전공하는 것을 많이 걱정하셨어요. 나중에 굶을까…. 아버지는 매우 어렵게 자라셨거든요. 한번은 서울대에서 장학금을 받았다고 자랑했다가 야단을 맞았지요. ‘너는 내가 학비 대주는데, 정말 어려운 친구들은 어떻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고등교육재단 장학금 받은 것은 좋아하셨어요. 인류학도로서 훌륭한 재단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한 총장의 할아버지 월봉 한기악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법무위원을 했다. 선배 독립지사들이 젊은이들은 국내로 들어가서 일해야 한다고 권했다. 귀국해서 동아일보 등을 거쳐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그러다가 집까지 날리고 왕십리에 있는 절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 아버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아들 한만년은 1975년 월봉저작상을 제정했다. 2022년에 제47회를 시상했다. -지금 부인 김시연 여사가 일조각을 이끌고 있는데, 아버지가 출판사를 맡아 해 보라 하지 않았습니까. “대학원 다닐 때까지는 별말씀이 없었어요. 아버님 친구를 통해 제가 경영학을 전공해서 출판사를 맡아 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습니다. 어머님이 살림을 하셨는데 일조각은 안 팔리는 책들만 낸다고 가끔 불평을 하셨어요. 형과 바로 아래 동생이 의과대학을 갔고, 그 아래 동생 한홍구는 자본주의 타도를 꿈꾸고 있었으니, 언젠가는 제가 출판사를 맡아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 때 일조각이 바쁘면 교정 작업을 도왔고 저작권 교섭하는 편지도 썼지요. 그러다가 아버님 건강에 이상이 생겼는데…. 제가 역사를 전공한 아내가 출근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드렸지요. 제가 대학을 바로 그만두기도 그렇고요. 아버님은 둘째 며느리가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걸 보시면서, 또 남편에게도 할 말은 하는 걸 좋게 보셨던 모양입니다. 옛날이야기 하실 때 우리 한씨 집안은 여자들이 지켜왔다는 말씀을 하신 적도 있고요. 하나인 딸도 교수를 하고 있어서 당장 맡을 수도 없었고요. 결국 둘째 며느리가 아들하고 어떻게든 출판사를 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 것이지요.” ●명마(名馬) 저자, 기수(騎手) 편집자 -출판이란 무엇일까요. “저자가 쓴 글이 뛰어난 편집자를 만나면 완성도와 가독성이 높아집니다. 뛰어난 저자가 명마라면 훌륭한 편집자는 기수입니다. 편집자가 말 위에 올라 앉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어떠한 지식이 요구되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책의 존재 양태는 달라졌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출판인에겐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와 교류에 공헌하는 사명감 같은 것이 요구되겠지요.” -책과 책 읽기는 한 인간과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저는 늘 강조합니다. 그러나 책을 존재하게 하는 기능, 출판사와 편집자의 역할에 대한 정당한 인식이 부재한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 아닌가요. “책과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출판사가 왜 중요한지는 잘 몰라요. 물을 길어 와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사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좋은 요리사와 좋은 레스토랑이 음식문화에 얼마나 중요합니까.” -지금 ‘창의도시 부천’에서 펼쳐지고 있는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 활동이 주목됩니다. 만화의 도시, 영화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지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도 있지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부천시의 열성적인 공무원들이 학교로 찾아와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문학’으로 가입하고 싶다고 했어요. 신청작업을 도와주었고, 부천은 창의도시로 선정됐습니다. 부천시는 공공도서관이 잘돼 있습니다. 원혜영 전 시장 등이 정성을 들였지요. 도서관이 여러 곳에 있고 작은 도서관도 많아서 시민들이 10분 정도 걸어서 도서관에 갈 수 있습니다. 장애인과 임산부가 대출을 신청하면 배달해 주기도 합니다. 한 시의원은 도서관이 잘돼 있어 부천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이사 왔다고 했습니다.” ●문화도시 부천시 돕기 한 총장과 나는 2005년부터 한국·중국·일본·대만·홍콩·오키나와의 인문출판인들과 함께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만들어 동아시아의 독서공동체·출판공동체를 모색해 오고 있다. 2008년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부천시에서 열렸다. 부천시가 호스트했다. 부천에서 작업하는 만화가들이 동아시아출판인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는 즐거운 일도 있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오키나와 출판인들이 오키나와와 동아시아 관련 책들을 부천시에 기증했다. 부천시는 이 책들을 기반으로 동아시아전문도서관을 준비해 가고 있다. -한 선생의 권유로 부천시가 제정한 디아스포라문학상은 참 의미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부천은 토박이도 살지만 한국의 압축적인 경제성장으로 발생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사는 곳입니다. 일종의 ‘국내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도 많습니다. 국내외 노동자를 위한 야학과 인권운동이 치열하게 진행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연을 갖고 있는 부천시가 디아스포라에 주목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디아스포라문학은 전 세계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지요. 부천시도 저의 구상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제1회는 중국계 미국작가인 하진(哈金)이 ‘자유로운 삶’으로 수상했고 올해는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오는 23일에 수상합니다. 수상자에게는 5000만원의 상금을 줍니다.” -예술마을 헤이리에는 ‘예술영화관 103’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마을 이웃들과 거장 프레더릭 와이즈먼이 연출한 3시간 50분의 장편 다큐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봤습니다. 도서관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 줍니다. 고대 로마의 목욕탕은 휴식과 담론의 공간이었지요. 저는 우리 도서관이 고대 로마의 목욕탕같이 변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영화 두 번이나 봤어요. 책의 의미와 기능, 정보의 생산과 전달 방식이 크게 바뀌었고 우리 삶도 달라졌습니다. 도서관도 변해야 합니다. 보존 가치가 높은 책들은 잘 관리해야 하지만, 보통의 책은 ‘좀 오래가는 소모품’으로 간주해야겠지요. 낮잠도 좀 잘 수 있는 편안한 의자도 있어야 합니다. 공공도서관에 스파가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퇴근 후 도서관에 가서 스파 하고 책도 읽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도서관! 멀리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 도서관에 나와 브런치를 먹고 종일 지적 사치를 즐기다가 귀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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