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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탑골공원 복원

    [씨줄날줄] 탑골공원 복원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있는 원각사 터 십층석탑이 일찌감치 국보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 탑 기단에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나오는 ‘서유기’의 주요 장면 22개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당나라 승려 현장은 7세기 중반 부처의 흔적을 돌아보고자 인도를 여행했다. 현장이 불교 경전을 찾는 과정을 원나라 시대 소설화한 것이 ‘서유기’다. 현장이 곧 삼장법사다. 원각사탑은 조선 세조 13년(1467) 세워졌다. 고려 사찰 흥복사를 효령대군 뜻에 따라 원각사로 고쳐 지었다고도 한다. 세조는 호불왕(好佛王)이라고 불렸을 만큼 당대 불교의 최대 후원자였다. 하지만 사림정치의 기반이 공고해지면서 ‘도성 내부의 사찰’은 존립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연산군 10년(1504) 장악원을 원각사로 옮기도록 했으니 사찰로서의 기능은 이때 중단됐을 것이다. 더불어 예악(禮樂)을 관장하던 장악원의 기능도 기생과 악사가 머무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임진왜란 후 원각사 터는 빈 공간이 됐다. 십층석탑은 어느 시기 8층 이상이 땅바닥에 끌어내려져 1946년에야 제 모습을 찾았다. 탑골공원의 첫 번째 역사다. 두 번째는 1919년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1운동의 발상지로서의 탑골공원과 팔각정의 역사다. 앞서 고종은 1890년대 영국인 재정고문 브라운의 건의에 따라 황실공원이던 이곳을 도시공원으로 만들었다. 이후 파고다공원으로도 불리다가 1991년 탑골공원이 공식 명칭이 됐다. 세 번째는 노년 문화의 중심지로서 탑골공원의 역사다. 언제부턴가 탑골공원은 노인들이 한데 모여 담소도 나누고 장기도 두는 장소가 됐다. 서울 한복판인데도 일대는 음식값이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노년층은 물론 젊은이들도 불러 모은다. 주변에선 무료 급식도 이루어진다. 서울 종로구가 탑골공원을 1890년대 모습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3·1운동을 부각하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렇다고 다른 역사를 포기하려는 움직임은 걱정스럽다. 특히 탑골공원 주변의 독특한 문화를 ‘슬럼화’로 인식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년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에서 어르신들이 어디 가서 무엇을 하라는 뜻인지 궁금하다.
  • “바흐 만나 올림픽 의지 피력… 두 번째 서울올림픽 향해 뛴다”

    “바흐 만나 올림픽 의지 피력… 두 번째 서울올림픽 향해 뛴다”

    올림픽 ‘스포츠 외교’ 시동인프라 충분해 경제성 확실글로벌 톱5 도시 도약 기대닻 올린 ‘이승만기념관’ 건립알려지지 않은 공과 재조명송현광장 10분의1 면적 불과도시 경쟁력 끌어올리기 총력리버버스 등 한강 곳곳 혁신용산국제업무지구도 재추진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수주의자’를 자처한다. 가끔 자신이 속한 국민의힘이나 보수 진영에서 그의 성향을 의심하는 발언이 나오면 ‘내가 진짜 보수’라며 팔을 걷고 토론을 하자고 할 정도다. 오 시장의 정책은 기존 보수의 것과는 다르다. “보수의 가치가 노력에 대한 보상 시스템에 있다면 약자를 품는 것은 보수의 의무”라는 ‘동행’에 대한 신념 때문이다.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기후동행카드나 ‘약자와의 동행’ 정책 등은 이러한 소신의 결과물이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의 송현광장 건립을 찬성하면서도 이 전 대통령의 공과 과 모두를 보여 줘야 한다고 여기는 것도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까닭이다.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 곧 ‘매력 서울’을 만들기 위한 발걸음도 재촉하고 있다. 리버버스 등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2022년 하반기에 추진 의사를 밝혔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을 올해부터 재개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교감도 마쳤다. 오 시장은 지난달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서울이 ‘글로벌 톱5 도시’로 도약하고 한국이 세계 선도국가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36 올림픽 유치해 ‘매력 서울’ 도약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작업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 “지난 1월 말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현장에서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바흐 위원장을 만나 (우리의) 유치 의지를 피력했다. 바흐 위원장도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서울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 서울을 더 세계적이고 매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 2025년 말 결정을 앞두고 꼼꼼히 준비하겠다. 본격적인 유치전은 올해 상반기에 시작될 것이다.” -서울의 강점은 무엇인가. “일단 경제성이 확실하다. 이미 잠실도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시설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서울 올림픽 유치에 따른 효과는. “두 번째 올림픽을 유치하면 관광객 증대, 인프라 개선으로 서울이 ‘글로벌 톱5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되는 동시에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서울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을 2회 이상 연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등 6개 국가인데 평균 50년 만에 두 번째 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이 2036년의 주인공이 된다면 88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여는 것이니 시기 면에서도 적당하다.” -송현광장에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했는데. “얼마 전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이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5대5로 다루겠다’고 하더라. 그러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광장 3개 크기다. 이승만 기념관이 송현광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10분의1에 불과하다. 높이도 3층 정도밖에 짓지 못한다. 이건희 기증관과 이승만 기념관이 동쪽과 서쪽에 지어진다고 해도 송현광장의 경관은 그대로 보존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에 이어 ‘기적의 시작’도 상영된다. 공론화 작업이 어느 정도 되면 시민들의 의견도 직접 들어 보려고 한다.” -일각에선 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추진한 토지개혁이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데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됐다는 점을 국민의 90%는 모른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것이다. 역사는 한번 배우면 고정불변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지만, 역사는 새로운 사료의 발견이나 해석의 변화 때문에 얼마든지 다시 쓰여질 수 있다. 인식의 차이가 거부감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기후동행카드, 경기도도 동참해야” -기후동행카드가 히트를 치고 있다. 그런데 예상보다 인기를 끌면서 재정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다. “2월 26일 기준으로 46만 8000만장이 팔렸으니 목표인 50만장은 곧 달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5월부터는 기후동행카드로 서울대공원, 식물원 등 문화시설도 할인받을 수 있게 하겠다. 히트를 치면서 1년에 1000억원 이상 필요할 것 같다. 시범사업으로 마련한 재원 400억원의 나머지 금액은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려 한다. 적지 않은 예산이지만 기후대응과 함께 교통 복지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 -기후동행카드에 경기도 주민들도 관심이 많다. “알고 있다. 사실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경기도는 시군의 기후동행카드 사업 참여가 자율적인 결정 사항이라지만 실상은 논리적이지 않다.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경기도 시군이 기후동행카드에 들어오면 서울의 재원 분담 비율은 최소 60~70%다. 기초지자체와 분담하는 경기도의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 서울시가 더 부담하겠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도가 경기패스만 강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적은 사람은 케이패스, 경기패스가 유리하고 많은 사람은 기후동행카드가 유리하다. 기후동행카드의 혜택은 수도권 주민 모두가 누릴 권리가 있다.” -10월부터는 기후동행카드에 한강리버버스도 포함된다. “한강리버버스는 한강 332㎞의 물길을 생활공간, 여가공간으로 바꿀 것이다. 수상교통 측면에서 한강을 더이상 적막강산으로 둘 수 없다. 요트, 유람선 활성화 등 한강 교통체계 내실화와 함께 관광객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 사업이 준비되고 있다. 통상 리버버스만 떠올리지만, 리버버스 정류장이 모두 카페로 만들어져 사계절 한강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또 올해 열리는 국제정원박람회, 쉬엄쉬엄 한강 철인 3종 경기로 시민과 함께 한강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꿀 것이다.” -새로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은 이전 계획과 어떻게 다른가. 성공을 자신하는 이유는. “세 가지가 다르다. 이전에는 서부 이촌동이 포함돼 보상에 대한 부담이 컸다. 두 번째로 처음 용산 개발을 추진 할 때는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세 번째로 당시엔 통개발이었지만 이번에는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기초 인프라를 조성한 뒤 20개로 사업을 나눠서 진행한다. 이렇게 되면 위험이 분산된다. 실패 가능성을 거의 차단했다.” -전셋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 서울 주택 공급이 멈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임기 내 주택 공급은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지나. “2026년까지 27만호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2년간 7만 1000호의 구역 지정을 완료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신림 1구역을 시작으로 115개 구역을 선정했고, 모아타운은 6월 착공하는 강북구 번동을 시작으로 85곳을 선정했다. 그동안 멈춰 왔던 서울의 재건축, 재개발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빠른 행정 지원을 지속하겠다.” ●약자를 품는 건 보수의 의무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으로서 판세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구성원으로서 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지자체장으로서 엄정 중립을 지키고 있다. 다만 선거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도 무당층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 민심을 얻기 위해선 민생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특히 약자의 눈높이에서 필요한 정책이 나와 서울시도 함께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총선 이후에는 메가시티 논의가 본격화되나. “서울에 인접한 11개 경기도 기초지자체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어떤 공약을 하느냐가 논의의 재출발 시점이다. 지켜봐야 한다. 관련 기초지자체의 요구가 있을 때 서울시가 검토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보수의 가치는.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누구나 노력을 통해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사회 시스템과 보상이 확실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비전과 계획에 있다. 보수의 존재 가치가 노력에 대한 보상 시스템에 있다면 ‘약자와의 동행’은 보수의 의무다. 약자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고 새로운 기회를 찾도록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제도는 보수만이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부산시교육청, 초등생 통학안전지도 시스템 ‘등굣길안심e’ 개통

    부산시교육청, 초등생 통학안전지도 시스템 ‘등굣길안심e’ 개통

    부산시교육청은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통학로를 구축하기 위한 통학안전 지도시스템인 ‘등굣길안심e’를 개통했다고 3일 밝혔다. 등굣길안심e는 학생과 학부모 등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안전한 통학로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잔용 홈페이지(https://bsse.pen.go.kr)로 접속하면 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과 위험 시설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주요 기능은 초등학교 주변 교통안전시설 13개 항목과 위험시설 3개 항목 표시, 위험지역에 대한 개선 전·후 사진 제공, 봉사자 배치 위치도 구현 등이다. 또 2D·3D 변환과 위성 화면 표시, 날씨 안내 기능도 담았다. 시교육청은 학생의 통학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등굣길안심e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1월부터는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등 관계기관, 학교 교감 등으로 TF팀을 꾸리고, 용역업체와 함께 학교 주변 안전 실태 조사와 눈바닥인지도 검증 등을 실시했다. 이 시스템은 학생과 학부모 등 사용자 누구나 손쉽게 개선 의견을 등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수이므로, 이들의 의견을 고르게 수용하기 위해서다. 시교육청은 등굣길안심e가 학생들의 등하교 때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위험요인을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등굣길안심e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통학로 안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시스템 개통을 계기로 학부모·지역 주민·유관기관 등 통학로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가 안전한 통학환경 조성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게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 ‘40년간 발굴’ 집념… 운봉고원서 잠든 가야 문명 깨우다

    ‘40년간 발굴’ 집념… 운봉고원서 잠든 가야 문명 깨우다

    월산리고분서 가야 흔적 첫 발견유곡리·두락리 32호분 추가 발굴청동거울·철기 등 140여점 출토학술가치 인정받아 세계유산 등재남원, 체계적 유산 보존관리 마련인근 토지 매입·농경시설물 철거훼손된 고분 원형복원 사업 추진 주민·미래세대에 가치 전승 앞장 ‘신선의 땅’이라 불리는 전북 남원 운봉고원. 이곳은 조선 중기의 예언서인 ‘정감록’에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살기 좋은 열 곳을 일컫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로 꼽혔으며,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운봉이 없으면 호남도 없다”고 했을 정도로 예로부터 정치·국방의 요충지였다. 한반도의 물줄기를 동서로 가르는 백두대간 동쪽의 고원지대로 남강과 섬진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동시에 동쪽으로는 팔량치를 넘어 경남 함양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여원치로 내려오면 남원, 치재를 지나 임실과 장수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동서 문화교류의 관문이었다. 운봉고원의 가야 세력은 이러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백제와 신라를 이어 주는 큰 대문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북과 경남에 밀려 전북 동부지역의 문화유산은 가야사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운봉고원에서 꽃피운 남원가야문화 대한민국의 티베트고원으로 불리는 운봉고원에는 고분군, 제철유적, 산성, 봉수 등 200곳이 넘는 남원 가야의 유적이 있다. 특히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은 2018년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2호로 지정됐고, 지난해 한국의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가야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가야’의 7개 고분군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다. 7개 고분군은 지산동고분군(경북 고령), 대성동고분군(경남 김해), 말이산고분군(경남 함안), 교동과 송현동고분군(경남 창녕), 송학동고분군(경남 고성), 옥전고분군(경남 합천), 유곡리·두락리고분군이다. 이 중 유곡리·두락리고분군은 5~6세기 가야연맹에서 가장 서북부 내륙에 있는 운봉고원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가야연맹의 최대 범위를 드러내면서 백제와 자율적으로 교섭했던 가야 정치체의 모습을 잘 보여 줘 높은 평가를 받았다.●가야사 불모지의 화려한 비상 전북 동부지역의 가야 문화유산의 실체 파악은 1960년대 고 전영래 교수의 지표조사로 시작됐다. 전 교수는 지표조사를 통해 월산리고분군,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등 운봉고원 내 흩어진 다수의 고분을 확인했고,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학계에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연구자들은 운봉고원의 행정구역 위치로 인해 백제시대 고분군으로 인지했다. 이후 1982년 남원 아영면 월산리고분군이 88고속도로 개설 공사 구간에 포함되면서 발굴돼 수혈식 석곽묘로 대표되는 가야묘제가 확인됐고 유개장경호, 발형기대 등 다양한 가야토기가 출토됐다. 고분군을 만든 주체가 가야로 밝혀지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2010년 월산리고분군 추가 발굴조사를 기점으로 운봉고원 가야문화에 대한 조사·연구는 정부와 학계의 재조명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의 국가 유산 사적 지정이었다. 2013년 고분군 사적 지정의 당위성 확립 등을 위해 32호분을 발굴했다. 고분군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에게 무참히 도굴됐음에도 금동신발, 청동거울, 토기, 철기 등 140여점의 유물이 나왔다. 무령왕릉 출토품과 흡사한 수대경(청동거울)과 금동신발은 가야 영역에서 한 점씩만 출토되는 최고의 위세품(威勢品)이었다.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은 이러한 탁월한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3월 국가 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같은 해 5월에는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대상으로도 선정됐다.●“고대 문명의 다양성 보여 주는 유적”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2013년 대성동·말이산·지산동고분군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탁월한 보편적 가치 확립과 연속유산으로서의 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2018년 5월 가야 고분군 유산 범위를 3곳에서 7곳으로 확대하면서 유곡리·두락리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불을 댕겼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는 2013년 시작돼 10년 만인 지난해 세계인의 유산이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에 대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은 운봉고원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특히 지리산 줄기인 연비산에서 내려오는 언덕 능선을 따라 조성된 40여기의 무덤은 전북지역에 있는 가야고분군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에서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만 나오는 청동거울, 백제계 금동신발이 출토돼 백제와 자율적으로 교섭했던 운봉고원 가야 정치체의 위상을 보여 준다. ●남원의 체계적인 유적 보존 관리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배경에는 남원시의 체계적인 보존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 시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유산 구역 내 토지 매입, 농경 시설물 철거 및 사적지 지목 변경 등 역사 인식 부족으로 잘못 정비된 것들을 재정비했다. 미래세대에 유산을 전승함과 더불어 세계유산의 가치를 지역민과 향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는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따라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하고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세계유산 활용 전략 수립 용역을 추진한다. 유산 관리와 관람객의 이해도·편의성 증진을 위해 가야고분군 홍보관 건립도 계획 중이다. 시는 유산의 학술 가치 확립을 위해 연차적으로 발굴조사하고, 도굴 및 경작지 조성으로 훼손된 고분 원형복원 사업을 추진해 1500년 전 찬란했던 운봉고원 가야문화 유산의 생활상을 복원할 계획이다.
  • [의정광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의정광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1960년 미국을 휩쓴 여성운동의 구호였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정치 영역’과 ‘정치 행위’ 그리고 여성의 정치 진입을 사실상 불허했던 관습과 규범에 맞서 우리 삶의 가장 사(私)적인 것이야말로 정치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고 당당히 외쳤다. 다시, 이 명제는 오늘의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는 곳이다. 또한 생활 정치의 장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누적된 지역 사회 문제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 및 청소년 문제, 일자리 및 취약계층 문제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개인적인 것이 정치화되는 시작점이 된 것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이제 필수조건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에 의해 더 좋은 대안들이 모색되고 실현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등 세부 지표로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1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2022년 정치 권한 부여, 건강, 교육, 경제 참여 등에서 남녀의 조화를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지수(GCI)도 전체 146개국 중 99위에 불과하다. 심지어 ‘정치유리천장’은 일반 사회의 인식보다 보수적인 영역의 특성이 가중돼 정치권에 온 여성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성의 정치 진출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해 2018년과 2022년 광역의회 여성 당선자 현황을 보면 부산, 울산, 경남에선 오히려 역주행을 했다. 2022년 르완다 키갈리에서 개최된 국제의회연맹의 주제는 ‘양성평등 및 젠더감수성을 갖춘 의회’였다. 이제 단순히 수치로 보이는 여성의 대표성을 벗어나 구조·운영·업무수행·환경 등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필요와 이익에 응답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50~60대 남성 그리고 특정 전문직역 경험자들이 과다 대표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면, 이분들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정치 영역에서, 정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우리 공동체 전 부문에 과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성 정치인이다.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절감하는 부분들이 우리 서울시정 등에 제대로 투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나를 선출해 준 주민들의 뜻이라 믿는다. 나는 3선 광역의원이 됐다. 이제는 청년층, 사회적 목소리가 크지 않은 여러 직역 출신들의 정치 진출과 정치권에서의 성장을 돕고 함께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지방의회가 생활정치를 하라는 주권자의 명령을 실현하고 3선의 영예를 준 지역 주민들의 과분한 사랑에 대한 나의 실천적 응답이라고 믿는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 안보 지형 닮은 韓·대만… 주주친화 정책에 증시 성적표 엇갈렸다 [경제의 창]

    안보 지형 닮은 韓·대만… 주주친화 정책에 증시 성적표 엇갈렸다 [경제의 창]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과 비교 대상이 되는 나라가 대만이다. 지리적으로도 동아시아에 있는 두 나라는 비슷한 점이 많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경쟁하듯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나란히 3만 달러 초반에 걸려있다. 반도체 등 국가 경제에서 특정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삼성전자가 코스피에서 약 20%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TSMC는 대만 자취안지수에서 약 24%를 차지한다. 심지어 두 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닮았다. 잊을 만하면 머리 위로 미사일 쏴대며 전쟁을 외치는 이웃(중국과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는 점도 신기하리만큼 닮았다. 반도체 수출 비중·GDP 규모 비슷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유사하지만 글로벌 투자 지표·증시 흐름 희비 그런 대만 증시가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 15일 대만 자취안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3% 오른 1만 8644.57로 거래를 마감해 2022년 1월 기록했던 종전 사상 최고치(1만 8526.35)를 2년여 만에 넘어섰다.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만도 아니다. 대만 전체 상장사의 시가 총액은 이미 2022년 한국을 넘어섰다. 향후 대만 증시 전망도 밝다. 글로벌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에서 대만은 15.89로 신흥시장 24곳 가운데 3위다. 해당 지표는 향후 12개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역사상 최고점은커녕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MSCI 선행 PER도 10.20으로 대만은 물론 인도네시아·필리핀·페루 등 경제 규모가 더 작은 개발도상국에도 밀린 13위에 그쳤다. 정치와 경제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닮은 우리나라와 대만의 증시 흐름을 갈라놓은 건 무엇이었을까. 서울신문은 19일 대만 현지 전문가와 글로벌 투자자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원인을 분석했다. “외국 투자자가 투자처를 고르는 주요인은 결국 ‘총수익’입니다. 즉 다 합쳐 얼마를 버느냐는 것인데 여기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은 물론 배당이익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글로벌 경제 연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 위베르 드 바로체스 수석연구원의 평가는 간단명료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외국인 투자자 눈에는 한국은 대만에 비해 자본이익도 배당도 떨어져 돈을 벌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우선 지난 10년간 평균 주가 상승률에서 한국은 대만에 한참 뒤처졌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한국 증시의 연평균 수익률은 3.6%로 대만(12.3%)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12.0%), 유럽(4.7%)은 물론 중국(4.5%·상위 300대 기업으로 구성된 CSI300 기준)에도 밀렸다. 배당 역시 한국은 ‘짠물’ 수준이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코스피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배당 비율)이 2.2%에 그쳤을 때도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5%의 배당수익률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심지어 배당을 늘리는 속도도 더디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대만은 최근 4년(2018~2022년) 동안 총배당금을 2.6배 늘렸지만 우리나라는 1.4배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중국(2.4배)과 인도(1.8배)보다도 상승 폭이 떨어졌다. ‘해외 자본 유치’를 전면에 내세운 대만 정부는 기업들에게 배당을 대폭 늘리도록 하고 있다.韓증시, 자본이익 등 한참 뒤처져“배당을 오너가 재산 뺏기로 인식”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도 하락 모하마드 하산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 이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낮은 배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우려의 대상”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한국기업들은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변동성이 크거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배당을 정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배당에 상대적으로 인색한 이면에는 지배주주 오너가 위주의 거버넌스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적은 지분만으로 기업을 장악한 사주들이 본인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적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배당 늘리는 걸 가로막고, 대신 사내에 현금만 차곡차곡 쌓아놓는 경우가 많다. 이동섭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배당금 지급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정당한 이익을 분배하는 과정이 아니라, 오너가의 재산을 빼앗는 것처럼 잘못 여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20년 전 대만은 한국처럼 기업의 족벌 경영, 불투명한 재무 구조, 과도한 순환 출자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 이어 2000년에도 연거푸 경제 위기를 겪으며 심지어 “대만은 아시아의 용 아닌 종이 호랑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대만 정부는 재도약을 위해 주주 보호를 목표로 대대적인 제도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대만의 ‘투자자보호법’과 ‘증권 및 선물 투자자 보호센터’(SFIPC)다. SFIPC는 특정 기업이 회사법이나 증권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20명 이상 일반주주를 대신해 해당 이사회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한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투자자를 모아 중재자 역할은 물론 집단 보상을 요구하며 민사소송도 내준다. 센터가 설립된 이후 20년간 개미 투자자 18만명에게 총 75억 대만달러(3188억원)에 달하는 피해 보상지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금융사고 예방할 제도 재정비 엄격한 투자자보호법·사외이사제 주주 이익 막는 ‘쪼개기 상장’ 억제 SFIPC는 주주이익에 반하는 기업들의 행위도 막는다. 대표적인 것이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동시상장) 등이다. 린지엔중 대만 국립양명교통대 과학기술법률대학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에서도 한국처럼 쪼개기 상장과 비슷한 사례가 이따금 발생한다”면서 “다만 이런 일이 생기면 SFIPC가 개인 주주를 대신해 민사 소송에 즉각 나서는 등 기업 이사회에 압력을 가한다. 덕분에 쪼개기 상장과 같은 주주 이익 침해 사례가 어느 정도 억제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대만은 2007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1998년 사외이사제를 본격 도입한 한국보다 9년 늦게 시작했지만, ‘회사를 견제하고 감시한다’는 사외이사제의 본래 취지는 우리나라보다 단단하다. 대만 회사법 193조에는 “이사회 결의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참여한 (사외)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다만 반대 의견이 기록되거나 서면으로 표현된 이사는 책임이 면제된다”는 규정을 뒀다. 린 교수는 “대만의 규제 기관은 소액주주 이익을 먼저 고려하는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압력을 가해왔다. 현재 대만 대부분 기업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3분의 1에서 최대 2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은 최근 인수합병법 12조를 바꿔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공정 가격’에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소액주주 주식 가격도 대주주와 동일한 가격에 평가하고 있다. 인수 합병과정에서 통상 ‘프리미엄’이 붙는 대주주 주식보다 일반주주 주식을 값싸게 평가해 차별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미들을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먼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2022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가 아닌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개정했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개미들이 소송을 제기할 근거를 마련했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사실상 폐기됐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재계의 거센 반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로 넘겨진 뒤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韓개미 권익 보호책 마련 하세월 재계반대 부딪쳐 논의 없이 폐기소액주주 피해 봐도 소송 어려워 그사이 중국도 지난해 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중국은 기존 회사법에 228개 조항을 추가하고 수정했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는 국내 상법엔 없는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법은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가 없다. 단적으로 회사에만 손해가 없으면 개별 주주는 피해를 보더라도 소송을 통해 구제받기 어렵다”면서 “변화가 없다면 한국은 중국보다도 후진적인 법과 제도를 가진 국가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 한국사 1타강사 전한길 “건국전쟁 판단은 각자 몫… 보지 말라는 게 무식”

    한국사 1타강사 전한길 “건국전쟁 판단은 각자 몫… 보지 말라는 게 무식”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한국사 1타강사인 전한길씨가 날카로운 일침을 날렸다. 18일 전씨의 공식 유튜브 채널 꽃보다전한길에는 ‘건국전쟁 - 이승만 대통령의 공 과’라는 12분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전씨는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조명하며 영화를 보지 말라는 이들을 향해 “보고 안 보고는 내 마음이고 판단은 각자의 몫”이라며 “네가 알고 있는 걸 전부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개무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이승만을 미화하기 위한 영화라고 하도 말이 많길래 봤다”면서 “새로운 내용은 없고 우리가 책에서 다 배우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주로 잘한 걸 다룬다. ‘건국전쟁’도 이승만 업적 중에 잘한 걸 다룬다”면서 “그러다 보니 정치계에서 보지 말라 하는데 보지 말라는 사람이 더 이상하다. 그것은 혹세무민”이라고 꼬집었다. 자신의 강의 교재에서 해당 내용이 나오는 부분을 짚어가며 전씨는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살피고 넘어갔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공으로 농지개혁법과 6·25 전쟁 대응, 공산화 저지, 미군 주둔 등을 꼽았다. 과로는 반민족행위처벌법과 3·15 부정선거 등을 언급했다.전씨는 “농지개혁으로 소작농들이 땅을 받으니 공산당에 협조하는 게 아니고 맞서 싸웠다. 내 땅을 지켜야 하니까”라며 “그래서 남한 공산화를 저지시켰다. 이건 이승만이 정말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25 전쟁과 휴전에 대해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 UN군은 가더라도 미군은 남아달라고 했고 경제 원조해달라고 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가 70년 동안 전쟁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공이 있다면 과는 3·15 부정선거가 있다. 전씨는 “역사를 평가할 때 이승만은 독재자라는 인식 때문에 이승만 전체에 대해 먹구름이 드리웠다”면서 “우리 교육에서 이승만은 독재자로만 덧씌워져 있었는데 인정할 공은 인정하고 그다음 독재 이렇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건국전쟁’은 60만 관객을 넘어 흥행을 이어가면서 정치권과 유튜브 등에서는 뜨거운 역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씨는 학생들에게 균형감각을 당부했다. 그는 “공과를 봐가면서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올바르지 지가 뭔데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하느냐”면서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각과 상식선에서 모든 걸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中 “美, 대북정책 반성해야…北 안보 우려부터 해결해야”

    中 “美, 대북정책 반성해야…北 안보 우려부터 해결해야”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 국면을 두고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결’이 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주임은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추동을 견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주임은 “악순환을 방지하고 당사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해결하며 형세(상황)의 안정 회복 실현을 이끄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사국’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명확히 지칭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우려가 존중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 폐기시 미국에 맞설 무기가 남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한다. 핵 포기 뒤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미군의 압도적 군사력을 통제할 대안이 없어서다. 이에 대한 북한의 고민을 미국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왕 주임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대북 정책을 반성하고 행동을 취해 조선(북한)의 합리적 외교 우려에 응답해야 한다”면서 “쌍궤병진(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 사고에 따라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왕 주임은 연설에서 “중국은 글로벌 성장을 촉진하는 안정 역량이 될 용의가 있다”며 자국을 겨냥한 미국 등 서방 진영의 견제와 ‘중국 경제 위기설’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반대는 이제 국제적 공동인식(컨센서스)이 됐고 더 많은 식견 있는 사람들이 ‘(미중이) 협력하지 않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면서 “누구든 디리스킹(위험 제거)의 이름으로 ‘탈중국화’를 시도하면 역사적 잘못을 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왕 주임은 “중국 경제는 시종 활력과 강인함으로 가득하다. 장기적인 호전 추세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며 “중국이 지난해 5.2% 성장률로 세계 성장의 3분의1을 공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국의 개방이라는 대문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할 뿐”이라면서 “우리는 제도적 개방 확대와 외자 진입 네거티브리스트 축소를 지속해 각국 기업에 시장화·법치화·국제화한 영업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쿠바는 왜 지금 한국에 문을 열었을까[외안대전]

    쿠바는 왜 지금 한국에 문을 열었을까[외안대전]

    지난 14일 이뤄진 한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수립은 단순히 수교국이 한 곳 더 늘어나는 것을 넘는 큰 의미를 갖습니다. 북한의 ‘형제 국가’였던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20여년에 걸쳐 오랫동안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래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불과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쿠바가 결국 한국과 수교를 맺기로 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외교 등 대외정책을 비롯해 경제, 문화 등 종합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거론하는데, 무엇보다 쿠바의 경제 상황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15일 코트라(KOTRA) 등에 따르면 쿠바는 최근 물가 폭등, 식량난, 에너지 위기 등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국의 경제 제재를 거치면서 경제 상황이 매우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152%까지 솟아올랐던 물가상승률은 2022년 76.1%, 지난해 62.3%로 여전히 잡히지 않는 등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주된 외화 수입원이었던 관광 산업이 직격타를 맞기도 했습니다. 배급도 끊길 만큼 심각한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기후변화 위기 등이 지속되며 쿠바에선 2021년 7월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는 등 사회도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결국 외교관계를 통한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야만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하상섭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는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등의 위기들이 닥쳤고 반정부시위도 늘어나며 쿠바 내부에서도 개혁이 불가피해졌다”며 “2019년 개헌 이후 1인 지도자의 결정에만 의존했던 체제에서 정치 시스템이 많이 달라져 쿠바 사회에 이익이 될 만한 결정을 하는 이해 당사자들이 많아져 한국과의 수교를 통해 ‘실리’를 얻자는 판단이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 교수는 지난해 12월 쿠바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자동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8~10시간 주유소에 줄을 서거나 기름통을 들고 다니며 기름을 구해야 할 만큼 에너지 위기가 심각하고 경제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한국과 쿠바는 외교관계는 맺지 않았지만 2005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KOTRA 무역관이 개설된 뒤 교역이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쿠바의 교역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수출 1400만 달러, 수입 700만 달러 규모에 달합니다. 한국은 건설기기·자재, 차량, 선박 등을, 쿠바는 구리, 공업용 알콜, 시가 등을 각각 수출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쿠바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호감도도 매우 높아졌다고 합니다. 외교부는 “그간 양국은 문화, 인적교류, 개발협력 등 비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왔다”라며 “특히 최근 활발한 문화교류를 통한 양 국민 간 우호 인식 확산이 이번 양국 간 수교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전날 “쿠바 국민들 사이에서 한류 등에 따른 한국에 대한 호감이 커졌고 그걸 쿠바 정부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인 것 같고, 우리와의 경제적 협력이나 기회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쿠바에는 1만명 규모의 현지 한류 팬클럽 ‘아르코르(ArtCor)’가 운영되고 있을 만큼 한류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합니다. 쿠바에서는 2013년부터 한국 드라마가 처음 방영되며 한국 음식이나 한국어 등을 배우려는 열풍이 일기도 했습니다. 외교부가 2022년 7월 서울에서 개최한 쿠바 영화제, 지난해 12월 아바나 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연 한국영화 특별전 등도 많은 호응을 얻었고, 코로나19 이전에는 1만 4000여명의 우리 국민들이 쿠바를 여행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쿠바를 포함한 중남미 전역에 한류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고 한국 제품을 쓰면서 좋다고 생각하는 인식들이 있다”며 “한국과 교류하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쿠바 역시 이미 190개국과 수교를 수립했을 만큼 다른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활발하게 이어왔습니다. 수도 아바나에도 100여개국의 공관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유엔 회원국이기도 한 쿠바가 그동안 수교를 맺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그만큼 한국과의 관계에 북한이 큰 걸림돌이 돼왔습니다. 이번 수교 협상 과정에서도 북한과의 상황 등을 고려해 철저한 보안 유지를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결국 한국과의 수교를 결정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또 경제 제재를 계속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미국과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관계 정상화를 하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며 미국인의 쿠바 방문 금지, 경제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관계가 다시 악화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선 항공기 운항 재개 등이 이뤄졌지만 경제 제재는 여전합니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선 경제가 너무 어려워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막아왔던 북한과 쿠바 간 ‘혈맹’ 관계가 양측 모두 변하면서 많이 희석되고 과거와 같은 관계를 유지할 만큼의 동력을 상실했다”며 “미국 대선에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쿠바에 대한 또 다른 어려움도 예상될 수 있는 등 여러 상황 변화가 쿠바로 하여금 전향적인 자세를 갖도록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 교수도 “쿠바를 버티게 하고 의지했던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고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을 통해서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수교 제의를 해 온 한국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봤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한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하며 “여러 가지 여건상 한국에 대해서 긍정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교에 선뜻 응하지 못했던 것은 북한과의 관계때문인데 이번 수교가 결국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광장] 천연기념물 수달 두 마리의 가치/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천연기념물 수달 두 마리의 가치/서동철 논설위원

    서울 홍대입구 공항철도 역사에는 지금 자이언트판다 푸바오를 중국으로 보내는 것을 아쉬워하는 광고가 내걸려 있다. 푸바오는 중국에서 보내온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용인 에버랜드에서 낳은 판다다. 고향 경기도를 떠나 원적지 중국으로 가게 된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는 모습을 담은 TV 뉴스가 흥미로웠다. 레서판다도 서울대공원의 ‘인기 예감 10대 동물’ 설문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환영받았다. 자이언트판다의 축소판처럼 귀여운 모습이지만 유전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서판다는 중국 남부와 미얀마, 히말라야 고산지대가 서식지라고 한다. 서울동물원에 있던 앵두와 상큼이는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 며칠 전 서울대공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일본 동물원에 보내려 했지만 문화재위원회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울대공원과 일본 다마동물원이 수달 한 쌍과 레서판다 한 쌍을 교환하기로 합의한 결과 레서판다는 이미 지난해 11월 국내에 들어왔지만 수달은 나가지 못하게 됐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이런저런 보도가 ‘우리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분위기로 모아진 것은 뜻밖이었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은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이 불가능하다. 국보와 보물 같은 국가 지정 유형문화재를 외국에 팔거나 교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형문화재는 국외 박물관 등에서 전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일정 기간 대여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도 ‘특정한 시설에서 연구 또는 전람 목적으로 증식된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반출이 가능하다. 서울대공원에서 번식이 이루어진 수달도 이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 에버랜드는 푸바오와 러바오를 들여오며 ‘판다월드’라는 사실상의 독립된 판다동물원을 조성했다. 판다 가까이에선 관람객에게 말소리를 줄이라고 유도하고 있으니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 카메라도 플래시를 터뜨릴 수 없게 했으니 사실상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 규정과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공원도 새로운 레서판다의 반입에 앞서 사육 시설을 크게 정비하고 떠들썩한 이름 공모 행사를 거쳐 새달 공개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대공원 수달이 일본 동물원에 간다면 천연기념물 국외 반출의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은 현지조사에서 “수출 국가와 수입 국가 모두 상세한 사전·사후 관리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서울대공원은 수출 개체의 혈액 등 유전자 시료를 확보해 장기 냉동 보관하고, 일본 다마동물원은 한국 수달의 활용 계획과 번식 개체의 관리 방안, 장기적인 혈통 관리와 향후 사육 현황 등의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판다를 보내는 국가에 그러하듯 단독 사육시설 등의 비용을 들이라는 뜻이 아니다. 멸종위기 종에 걸맞은 관심과 노력을 요구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러니 수달의 수출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천연기념물 보존에 필요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일본 고유종이 아닌 외국 동물을 보내는 다마동물원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지정문화재를 내보내야 하는 서울대공원마저 흔한 ‘인기 동물 주고받기’로 생각했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출 신청서에는 평가가격도 보인다. 한 마리에 수달은 1030만원, 레서판다는 1억 4888만 6000원이라고 적혀 있다. ‘더 비싸고 인기 있는 동물을 들여오니 남는 장사’라는 판단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보완이 이루어지면 다음 문화재위 회의에서는 반출 허가가 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수달 같은 천연기념물과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있는 반가사유상이 결코 다르지 않은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이번 기회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 [세종로의 아침] 유물 기증이 “은하수 같다”는 이유/정서린 문화체육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유물 기증이 “은하수 같다”는 이유/정서린 문화체육부 차장

    “‘세한도’를 보려면 어디로 가면 되나요?”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을 때 한 관람객이 직원에게 묻는 말이 들려왔다. 덩달아 안내에 나서고 싶은 ‘오지랖’을 고이 접어 두고 나오는 길, 기증관에 여러 동선을 만들어 낼 발걸음들을 상상해 보며 내심 흐뭇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자신을 잊지 않고 귀한 책을 보내 준 제자에게 답례로 그려 줬다는 걸작 ‘세한도’. ‘국보 중의 국보’라는 이 유물을 요즘 볼 수 있는 곳은 최근 새로 개편하며 다시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이다. 2005년 박물관의 용산 이전 당시 함께 움을 튼 기증관은 평생 모은 유물을 선뜻 내놓은 기증자들의 뜻과 헌신을 기억하고 퍼뜨리기 위해 박물관 측이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간 이곳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으며 잊혀진 공간이 돼 갔다. 최근 박물관이 기증관을 재개관하며 주요 기증자와 유족 10여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만난 유창종 변호사도 “와당을 기증하고 기증관이 만들어져 가끔 박물관을 찾았는데 기증자들의 기대와 달리 왜 이렇게 관람객이 많지 않은지 의아했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고, 유물 기증이 더 활발히 이뤄지려면 기증관을 더 넓히는 등 전시 공간을 개선해야 한다고 관장이 바뀔 때마다 요청했다고 했다. 이런 요구와 바람을 담아 새롭게 출발하는 기증관은 한 유물이 우리 앞에 있기까지 역사의 혼란기 해외 반출을 막고, 평생을 공들여 온 기증자의 마음을 되새기게 한다. 토기의 가치나 예술성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 주말이면 전국 곳곳을 뒤지며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다종다기한 토기를 모은 고 최영도 인권 변호사는 이를 온전히 후세에 전해 주기 위해 1700여점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아들인 최윤상 변호사는 아버지에게 늘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문화재라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과 사회의 것이다. 문화재 수집가는 잠시 맡아 보관하는 창고지기이다. 자신의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공간공간마다 고유한 이야기를 펼치는 유물과 기증자들의 사연을 일별해 보면 이들의 문화재 사랑은 ‘나와 가족이 소유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누리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건무 전 관장이 “기증은 나에게서 우리, 개인에게서 사회로의 전환으로 모두가 문화유산의 가치를 공유하자는 뜻을 갖고 있다. 기증관 설치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박물관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 이유다. 기증은 나눔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또 다른 기증으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낳는다. 2021년 삼성가의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1488점의 대규모 소장품을 품게 된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2021년을 기점으로 이후 매년 기증 사례와 문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2022년 전체 수집품 183점 가운데 기증품은 117점으로 전체 수집품의 64%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수집품 452점 가운데 기증품이 297점, 66%로 전년보다 더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기증관을 찾으면 본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 긴 통로로 나 있는 ‘나눔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어둑한 복도 양쪽 벽 영상을 통해 기증자들의 이름과 어록을 새긴 글씨들이 보는 이에게 빛처럼 비치며 흐른다. “기증은 은하수와 같다”는 한 고교생의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유물을 모두의 것으로 돌려주며, 영원한 가치를 불어넣은 이들이 낸 은하수의 길을 이번 주말 한번 걸어 보길 권한다.
  • [열린세상] AI와 ‘화룡점정’/이건호 포레스터 자문위원

    [열린세상] AI와 ‘화룡점정’/이건호 포레스터 자문위원

    청룡의 기운이 충만한 갑진년이다. 용의 해이니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옛날 중국에서 장승요라는 유명 화가가 큰 사찰의 요청을 받아 하얀 용 네 마리를 벽에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들 의아해하니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살아나서 승천할 것이라 말했다. 이 말에 다들 실소를 터트리자 장승요가 네 마리 중 한 마리의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고 그 즉시 천둥번개가 치며 용이 벽에서 뛰쳐나와 하늘로 날아갔다는 얘기다. 고사성어가 대개 그렇듯 초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마지막을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도 있고, 아주 핵심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AI)으로 변혁의 한가운데 서 있는 2024년 화룡점정은 또 다른 의미를 전해 준다. 하이테크 분야의 세계적 리서치 업체 ‘포레스터’는 올해를 ‘생성형 AI와 함께하는 진보와 실험의 해’로 규정하면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적인 예가 최근 삼성이 내놓은 ‘AI폰’이다. 이제 외국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 잘 이해되지 않는 외국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AI폰이 통역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자의 모국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챗GPT에는 음성 기능까지 탑재돼 스마트폰을 켜 놓고 AI와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대화가 끝나고 나면 영어 표현에 대한 코칭까지 해 준다. 이처럼 AI는 인간의 삶에 물처럼 ‘스며들’ 것이므로 AI 회의론자들조차 부지불식간에 AI에 익숙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가 이 갑진년에 거대한 용의 그림이 그려진 벽 앞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AI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아직까지는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AI에게 눈동자를 그려 넣는 순간 인간의 삶 전반에서 창의적이고 충직한 파트너로 진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이 그려 넣어야 할 눈동자는 무엇일까? AI를 진정한 파트너로 진화시키기 위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요구되는 역할이 있다. 가장 먼저 AI를 활용하는 데 명확한 윤리적 기준이 확립돼야 할 것이다.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고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도덕적 기준이 그것이다. 두 번째로는 AI가 인류의 다양성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 데이터를 학습시켜 AI가 인류 전체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AI 활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일반화하는 일이다. 그래야 AI가 특정 집단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파트너로 자리잡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단순히 기술적 지식을 넘어 AI와 협력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AI의 진화는 모든 이해관계자들 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술 개발자, 사용자, 정책 결정자들이 AI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인간이 AI의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는 것은 기술 발전을 넘어서는 문제다. AI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포괄해야 한다. 화룡점정의 해인 갑진년에 우리는 AI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미래의 파트너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우리 인간들은 AI의 ‘눈동자’를 그려 넣는 작업에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 ‘닻’ 올린 노사정 사회적 대화…근로 시간·정년 연장 등 ‘암초’

    ‘닻’ 올린 노사정 사회적 대화…근로 시간·정년 연장 등 ‘암초’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 현안을 다룰 첫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산고 끝에 ‘닻’을 올렸지만 험난한 항해가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구조 변화 등 심각한 상황 인식으로 대화 테이블에 올랐으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근로 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을 놓고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합의점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상임위원은 “2014년 노사정 대타협 당시도 2년 가까이 논의가 진행됐다”며 “노사정 간 생각이 많이 다르기에 합의가 이뤄진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9일 경사노위 등에 따르면 32개월 만인 지난 6일 대면으로 열린 제13차 본위원회에서 의제별 위원회 2개와 산업 전환 및 불공정 격차 해소 등을 다룰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의결했다. 사회적 대화의 핵심 의제는 단연 근로 시간 개편이 꼽힌다. 지난해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정부는 지난 11월 주52시간제 틀은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유연화하는 근로 시간 개편 방향을 내놨고 구체적인 방안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경영계와 달리 노동계는 일부 유연화가 ‘근로 시간 단축’ 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대법원이 연장 근로 시간 위반과 관련해 ‘1일 8시간 초과’가 아닌 ‘1주 40시간 초과’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노동계도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대책 마련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장시간 근로 해소를 위한 근로 시간 단축 및 유연성, 근로자 건강권 보호,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령자 ‘계속 고용’도 주요 관심사다. 노사정이 계속 고용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식에 대해서는 입장 차가 크다. 노동계는 안정적인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부담 등을 이유로 임금체계 개편과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지난 7일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전달한 7대 핵심 정책 요구사항에도 공적연금 수급 나이와 연계한 65세 정년 연장 법제화와 주 4일제 도입 및 장시간 압축 노동 근절이 포함됐다. 경사노위는 의제별 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위원 인선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의제를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논의의 폭도 확대키로 했다. 어렵게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만큼 시기와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의 주장을 반영해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노사정은 본위원회에 앞서 이런 내용의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30년의 사회적 대화 역사에서 기본원칙에 합의한 것은 노사정 대화가 시작된 1996년과 2014년 두 번 있었다”라면서 “특위는 의제별 논의를 하지만 추가 과제를 발굴해 의제별 위원회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대타협까진 시간이 걸리고 안 될 가능성도 있다”며 “대화가 힘을 받고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합의 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투호놀이하고, 전시도 보고… 설 연휴 서울 가볼 만한 곳은

    투호놀이하고, 전시도 보고… 설 연휴 서울 가볼 만한 곳은

    짧은 설 연휴를 알차고 즐겁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서울 도심 곳곳에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전통문화 공간부터 미술관, 박물관까지 서울시가 운영하는 각종 시설 중 연휴 기간에 문을 여는 곳이 많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민속놀이 체험부터 전시 관람까지 오랜만에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즐겨보자. 투호·떡메치기·탈춤… 명절엔 역시 전통 체험 명절 분위기를 즐기기엔 한옥 같은 전통문화 공간이 제격이다. 전통 체험과 공연 등이 풍성하게 마련된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9~11일 소원 쓰기, 떡메치기, 새해 윷점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10일에는 창작 연희 단체 ‘연희집단 The 광대’가 펼치는 전통 연희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공연과 국악인 남해웅 부자가 펼치는 ‘판소리 마당’ 무대도 볼 수 있다. 운현궁 마당에서는 연휴 내내 제기차기, 윷놀이, 투호, 고무줄놀이 등 전통 놀이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한지 거울 만들기, 물고기 풍경 만들기 등 공예 프로그램도 3000~5000원만 내면 해볼 수 있다. 10일에는 전통 타악 그룹 ‘타래’가 선보이는 지신밟기, 버나 등을 즐길 수 있다. 11일에는 퓨전 국악 그룹 ‘다온’이 창작 국악 공연을 선보인다. 북촌문화센터에서도 각종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북촌도락’ 행사에 참여하면 방패연 만들기를 비롯해 투호·공기놀이·윷놀이·딱지치기·제기차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용띠 시민 모여라”… ‘청룡 이벤트’도 풍성 서울대공원은 갑진년 청룡의 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연다. 10일 대공원 놀이동산을 찾은 용띠 시민은 놀이 기구 ‘패밀리코스터’를 무료로 탈 수 있다. 신분증을 제시한 2024명을 대상으로 선착순 진행한다. 또 놀이동산에 있는 청룡 열차와 팔각당 광장에 있는 포토존 4곳에서 촬영한 사진을 특정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놀이동산 이용권도 받을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9~11일 ‘청룡이 설레는 설 이벤트’ 행사를 선보인다. 마을 곳곳에서 힌트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홈페이지에서 퀴즈를 풀면 선물을 증정한다. 실내가 좋다면 미술관·박물관 나들이 야외보다 실내에서 머물기를 원한다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어떨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는 달항아리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구본창의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를 관람할 수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집한 소품과 이를 촬영한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개성있는 작가의 타이틀 매치인 ‘이동기VS강상우’전을 선보인다. 대중매체 이미지가 차용한 것을 재차용하는 등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 세계를 전시한다. 3층에 있는 미술 전문 자료실 ‘아트 라이브러리’에는 미술 관련 도서와 그림책 등 다양한 도서를 만나볼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다. 서울우리소리박물관에서는 특별 전시 ‘자장자장 도담도담’을 관람할 수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민요인 자장가를 재조명하고 지역별 다양한 자장가를 비교해서 들어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찾는다면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6·25전쟁 종군 기자인 임인식 작가의 기증 특별전인 ‘그때 그 서울’을 만날 수 있다.
  • LG화학 여수공장, 커피박 재활용으로 일자리 창출

    LG화학 여수공장, 커피박 재활용으로 일자리 창출

    LG화학 여수공장이 커피박을 이용한 자원 재활용과 노인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LG화학 여수공장은 7일, 여수시청에서 커피박 업싸이클을 통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 및 여수시 초등학생 후원사업 ‘커피싸이클’ 기금 1,800만원에 대한 후원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커피 싸이클’은 어르신들이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이용해 커피박 연필과 화분 등의 상품으로 재탄생시켜 지역 학생들을 후원하는 사업이다. LG화학은 시니어 인력을 활용한 상품 제작으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생산된 커피박 연필을 지역 초등학생 1,800명에게 지급해 자원 순환 인식을 제고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커피박 점토 제작 체험 교실을 개최하고 커피박 연필을 LG화학 여수공장 기념품으로 활용하는 등 공익성 사업을 지속 전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커피싸이클’은 LG화학 여수공장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사회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자체 봉사 참여 기금인 ‘트윈엔젤기금’을 활용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현규 LG화학 여수공장 주재임원은 “임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모금한 봉사 기금이 의미 있는 사업에 쓰이게 되어 기쁘다.”며 “해당 사업이 노인, 청소년 등 지역사회 다양한 계층을 후원하는 선순환 사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트럼프 절친 “곧 푸틴 인터뷰”…개전 후 최초 서방언론 접촉

    트럼프 절친 “곧 푸틴 인터뷰”…개전 후 최초 서방언론 접촉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절친한 터커 칼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인터뷰 계획을 공개했다. 칼슨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내가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이유”라며 모스크바에서 촬영한 예고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위해 러시아에 왔다”며 “곧 인터뷰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슨은 인터뷰 시점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말대로 인터뷰가 성사된다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2년 만에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이 서방 국가 언론인과 마주 앉게 된다. 미국 언론으로서는 2021년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BC가 푸틴을 인터뷰한 이후 처음이다.칼슨은 예고 동영상에서 “이런 인터뷰에는 분명 위험이 따른다. 그래서 수개월에 걸쳐 신중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자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이것이 우리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를 재편하고 있는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미국인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사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으로 수십만 명이 죽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국가의 인구가 감소했다. 장기적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이번 전쟁은 전 세계의 군사 및 무역 동맹을 완전히 재편했다. 세계 경제가 뒤집혔다”고 강조했다. 또 “서구의 번영을 보장했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질서는 매우 빠르게 무너지고 있으며, 달러 패권도 붕괴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새 국면이고, 우리 손자들의 삶을 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칼슨은 “아시아나 중동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은 이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 사람은 대부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언론이 생략을 통해 독자와 시청자를 기만하고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칼슨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미국 언론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 미국이 전쟁에 더 깊이 관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젤렌스키의 요구를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다”며 “그건 저널리즘이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가장 추악한 종류의 정부 선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정치언론계는 젤렌스키를 마치 새로운 소비 브랜드인 것처럼 홍보하면서 편하게 일했다. 이번 분쟁에 연루된 또 다른 나라의 대통령인 푸틴의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 칼슨은 “미국인은 자신이 연루된 전쟁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우리 역시 미국인이고 우리에게도 우리가 믿는 것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백악관이라도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푸틴 대통령 인터뷰를 무산시키기 위해 개입했으나, 결국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사랑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정부나 단체의 후원 없이 왔으며, 푸틴 대통령의 인터뷰 역시 편집 없이 무료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NYT는 푸틴이 미국 보수층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칼슨을 인터뷰 상대로 선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분열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NYT는 이번 인터뷰가 칼슨과 푸틴 대통령 모두에게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칼슨은 7년간 폭스뉴스의 대표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을 진행한 인기 앵커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주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해왔다. 지난해 8월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칼슨을 개별 인터뷰 진행자로 선정하는 등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칼슨은 지난해 4월 직장 내 차별행위 등의 사유로 폭스뉴스에서 해고됐고,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반(反) 우크라이나 논리를 미국에서 가장 잘 홍보해줄 사람을 잃었다. 폭스뉴스에서 밀려난 칼슨이 자신의 이름을 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한 만큼, 푸틴 대통령은 그를 스피커로 활용해 전쟁 정당성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 영웅 되고픈 푸틴, 전쟁 폐허 도시에 동상부터 세웠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영웅 되고픈 푸틴, 전쟁 폐허 도시에 동상부터 세웠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푸틴, 우크라 침공 대국민 담화 나치 독일 침공 사례 등 언급하며서방 위협·자위권 행사 등 강조러 언론은 ‘중세 영웅’ 넵스키 소환‘푸틴 영웅화’ 역사 만들기 열 올려최대 격전지 마리우폴 빼앗자마자넵스키 동상 건립 침략 정당화 나서크렘린 인근에 블라디미르 동상푸틴 집무실엔 표트르 대제 초상곳곳에 이데올로기 전쟁 자리잡아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침공 당일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선전포고와도 같은 이 연설에서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이 서방의 위협으로부터 러시아의 주권을 보호하려는 자위권 행사임을 역설했다. 30여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핵심 내용은 서방의 지속적 ‘위협’과 그에 따른 자국의 ‘희생과 손실’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러시아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필두로 한 서방의 세력 확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해만 왔다는 피해의식이 짙게 깔린 듯했다. 그는 1941년 소련이 나치 독일의 침공을 당한 사례를 들면서 다시는 외세의 러시아 영토 침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방비로 침공당해 수천만명이 희생된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방어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강조한 것이다.푸틴의 이러한 전쟁 옹호론 이면에는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이데올로기 전쟁이 자리잡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략을 앞둔 2021년 9월 러시아 프스코프에서 중세 러시아의 구국 영웅인 알렉산드르 넵스키(1220?~1263)의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다. 넵스키는 프스코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스웨덴과 독일 기사단의 침략을 막아 낸 지도자다. 오랜 기간 역사적 기억에서 사라졌던 인물인데, 푸틴이 ‘조국의 위대한 아들’로 칭송하면서 그에 대한 기억이 소환된 것이다. 이날 기념 연설에서 푸틴은 넵스키를 외세의 침략에 대항해 조국을 지킨 사령관이자 통치자라고 여러 차례 찬양했다. 기념비 건립 구상이 2021년 5월 공론화되고 같은 해 9월 기념비가 세워졌으니 한마디로 모든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와 친정부 성향의 언론은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푸틴을 넵스키의 화신으로 여기게 하려는 역사 만들기 작업에 돌입했다. 2023년 9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빼앗은 마리우폴에 넵스키 동상을 건립했다. 격렬한 전투로 폐허가 된 이 도시에 전후 복구 사업보다 그의 동상을 서둘러 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특수군사작전을 수행 중인 푸틴도 넵스키가 그랬듯이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를 수호하고자 했음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푸틴은 스스로 넵스키와 더불어 적의 침공으로부터 조국을 지킨 구국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서구 공포증’(Zapadophobia)이라는 역사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큰 강이나 산과 같은 자연 방벽이 없어 서유럽과 평원지대로 연결된 러시아는 19세기와 20세기에 각각 프랑스와 독일의 침략을 받아 ‘지리적 저주’를 경험했다. 그래서 취약한 지정학적 위치가 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안보 강박증’에 시달리고, 결국 국가와 안보 이익을 위해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정책을 택하게 된다. 푸틴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서구의 팽창에 무력으로 대항한 넵스키에게서 역사적 교훈을 얻고자 했다. 이러한 푸틴식 역사 만들기와 기념비 제작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후 모스크바의 크렘린 바로 옆 광장에서 또 다른 동상의 제막식이 거행됐다. 높이가 17.5m나 되는 동상의 주인공은 키예프 공국의 통치자였던 블라디미르 대공인데, 현재의 우크라이나가 바로 키예프 공국이었다. 그는 988년 그리스정교를 국교로 선포해 오늘날 그리스정교가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의 핵심 종교이자 문화적 기반이 되도록 이끈 지도자다.푸틴은 동상 제막식 축하 연설에서 블라디미르가 강력한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그 위에 동슬라브 민족의 공통된 정신적 토대를 구축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키예프 공국을 러시아 역사로 끌어들임으로써 새로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한 영유권을 정당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 7월 크렘린 홈페이지에 자신이 직접 쓴 우크라이나 역사 관련 글을 올리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키예프 루스에서 기원했으며 역사적 뿌리가 같은 하나의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식의 논리 뒤에는 우크라이나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부인하려는 은밀한 속셈이 숨어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일체성을 강조하면서 분단된 역사를 통일하려는 것이라는 선전 작업이 선행됐다. 푸틴은 역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도 푸틴이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장면들은 그가 이 전쟁을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러시아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정권을 네오나치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지원하는 서구 세력과 ‘충돌’하는 것을 불가피한 일로 생각한다. 오늘날 러시아가 마주한 상황은 1941년 나치군이 소련의 국경과 안보를 위협했던 때와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푸틴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군사작전처럼 정교하게 기획됐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인 2016년 러시아에서 이반 4세(1530~1584)의 동상 제막식이 있었다. 그의 조각상은 이때 처음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이후 모스크바를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반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제정러시아의 첫 공식 차르인 이반 4세를 공포정치의 극단을 보여 준 폭군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푸틴은 이반에 대해 다른 역사적 평가를 한다. 이반을 일련의 개혁 정책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와 전쟁을 벌여 영토를 넓히고 근대 러시아의 기초를 다진 강력한 지도자로 재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반의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분열되고 나약했던 러시아를 유럽의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이반의 권력 지향적 정책에서 ‘러시아에는 강한 국가권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적과 배신자를 제거한 푸틴이 연상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언론과 학계도 이반 4세와 관련된 영화 제작과 학술회의 개최로 이반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푸틴은 이반 4세 이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 제국 건설 역사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표트르 대제(1672~1725)는 푸틴의 또 다른 롤모델로 그의 집무실에는 표트르 대제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고 한다. 그는 발트해의 제해권을 놓고 스웨덴과 벌인 대북방전쟁(1700~1721)에서 승리하고, 부국강병은 물론 영토 팽창으로 낙후돼 있던 러시아의 부흥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푸틴 자신도 2022년 열린 표트르 대제 탄생 350주년 기념행사에서 표트르 대제에 대해 “21년 동안 스웨덴과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의 영토를 되찾겠다는 역사적 가치야말로 우리 러시아인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이곳이 러시아 영토였기에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자국 영토 회복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인식한다.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잃어버린 옛 영토를 되찾는 것과 다름없다. ●망각의 정치 푸틴의 역사 인식의 문제점은 기억과 망각을 선택적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20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이한 푸틴 정부는 공식 기념행사 없이 혁명을 완전히 무시하듯 지나쳤다. 이른바 ‘망각 정치’다. 혁명 논의가 권력자 타도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푸틴 정부는 러시아혁명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 평가를 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러시아 전선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린 민중이 벌인 시위와 파업으로 혁명이 발생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은 약화했고 그로써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됐다고 본다. 지난해 푸틴은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겨냥해 ‘1917년에도 등에 칼을 꽂는 반역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1917년 혁명에 대한 기억은 삭제됐고, 이와 대조적으로 조국을 위한 ‘전쟁의 기억’은 적극 소환됐다. 푸틴은 정부 기념행사를 할 때나 중대한 고비 때마다 러시아 역사를 끄집어내 자신을 러시아 제국의 차르와 동일시했다. 제국에 대한 향수에 젖어 ‘강력한 대통령, 강력한 러시아’를 기치로 내걸고 현대판 차르가 되려는 모양새다. 그만큼 그는 과거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강대국 콤플렉스’를 지닌 듯하다. 물론 통치자가 나름의 역사 인식을 갖추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역사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교묘한 논리는 궤변으로만 들린다. 강대국으로서 위용을 복원하려는 통치자의 역사관이 ‘전쟁의 기억’을 소환할 때 더욱 그렇다.
  • ‘레즈비언’ 수어 직역하자 ‘女와 몸 비비는 女’…혐오표현 여전

    ‘레즈비언’ 수어 직역하자 ‘女와 몸 비비는 女’…혐오표현 여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는 농인과 청인이 한국수어 단어에 대한 한국어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한국수어사전’ 코너가 있다. 한국어 단어를 수어로 나타낸 동영상과 동작에 대한 설명이 제공된다. 이 한국수어사전에서 ‘게이’, ‘레즈비언’을 검색하면 어떻게 나올까. 두 단어를 나타내는 수어를 직역하면 각각 ‘항문 섹스를 하는 남자’, ‘여자와 몸을 비비는 여자’다. 트랜스젠더, 양성애자와 같은 단어는 한국수어사전에 등재조차 돼 있지 않다. 2016년 2월 3일 한국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소수자 관련 단어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일각에서는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에 담긴 혐오표현을 빼거나 아직 정립되지 않은 표현을 정립하는 등 ‘대안 수어’를 만드는 움직임도 나온다. 그러나 농사회(한국수어를 제1언어로 하는 사람이 만든 공동체) 다수와 국립국어원은 “널리 쓰이는 표현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3일 연합뉴스는 한국수어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서울 은평구 인권재단 사람 사무실에서 만난 김보석(35)·우지양(34) 한국농인LGBT+ 상임활동가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2019년 12월부터 이러한 한국수어의 문제점을 알리고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활동가들은 한국수어의 현주소를 전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들의 활동은 2019년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화제 측은 수어통역사에게 ‘혐오수어가 아닌 수어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렇게 바뀐 수어조차 성적인 의미에 집중한 혐오수어였고, 이걸 계기로 농인과 성소수자, 당사자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고민하기 위해 만난 것이 이 단체의 시작이었다. 혐오표현을 뺀 ‘대안 수어’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수어 자체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이분법적 사고에 기인하고 있었고 수어사전에 아예 없는 표현을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활동가들은 각 어휘와 그것을 둘러싼 맥락을 함께 공부해 가며 총 37개의 대안 수어를 만들었다. 2021년에는 ‘농인성소수자✕한국수어: 편견과 혐오를 걷어낸 존중과 긍정의 언어’라는 제목의 책도 냈다. 이들이 만든 수어에서 게이와 레즈비언은 각각 ‘남성에게 끌리는 남성’, ‘여성에게 끌리는 여성’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 남성 또는 사람, 새끼손가락을 치켜들면 여성을 의미하던 기존 수어에 담긴 남성 중심성·성별 이분법적 사고를 배척하기 위해 사람을 표현할 땐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기로 했다. 2022년 9월 대안 수어를 반영해달라며 국립국어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립국어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4월 한국농아인협회 등과 자문회의를 통해 논의한 결과 ‘널리 쓰이는 표현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안 수어를 사전에 함께 올려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면서도 지금까지 추가 논의는 이뤄진 바 없다고 했다. 김 활동가는 “국립국어원이 말한 회의에 대안수어 운동의 맥락을 이해하는 농인 성소수자는 단 1명도 없었다. 당사자가 없는 회의가 어떤 당위성을 가질 수 있느냐”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도상성(기호와 의미 사이 관계가 뚜렷한 특성)을 근거로 대안 수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두 손으로 지붕 모양을 만들어 표현하는 ‘집’이라는 단어처럼 기호와 의미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지만, 모든 수어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예시로 김 활동가는 ‘있다’라는 단어를 들었다.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편 채 엄지 쪽을 코에 대면 ‘있다’라는 의미인데 기호와 의미 사이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농인사회 자체가 가진 소수자성, 성소수자와 관련한 농인 사이의 인식 미비 등이 수어의 변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봤다. 최영주 조선대 수화언어학과 학과장은 “농인 화자들은 인구가 많지 않고 그중에 성소수자는 더욱 적다 보니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만한 통로가 활성화돼 있지 않다”며 “언어가 바뀌기 위해서는 변화의 필요성이 생기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수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정근 한국수어통역사협회장도 “수어가 한국 사회에서 공용어가 된 지는 8년째이지만 아직도 비장애인들에게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중에서도 소수인 농인 성소수자가 사용하는 언어는 더 상용화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 활동가는 “큰 목표보다는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부터 차근차근 이뤄가자는 생각”이라며 “올해는 농인 성소수자가 농인 또는 청인을 직접 만나 우리의 수어를 알려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고 함께 할 수 있는 인권활동가들도 더 많이 양성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文 “독도 지킬 때 진정한 주인” 책방 정치로 尹정부 때리기?

    文 “독도 지킬 때 진정한 주인” 책방 정치로 尹정부 때리기?

    “우리가 독도를 더 알고,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꾸고 지킬 때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 한 발 벗어나 고향인 경남 양산의 ‘평산책방’ 주인으로 돌아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독도 관련 서적을 추천하면서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그동안 책 추천사를 통해 종종 현실 정치와 정부를 비판해온 문 전 대통령인 만큼 이번에는 현 정부에서 독도 표기와 관련해 일었던 논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펴낸 책 ‘독도 바닷속으로 와 볼래?’에 대한 추천사를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독도에는 독도경비대가 상주하고 등대가 있으며 거주하는 주민도 있다”며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우리 땅이라는 것이 너무 명백해서 일본의 억지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될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도 주위에는 안용복 해산, 이사부 해산, 심흥택 해산이라는 거대한 해산 세 개가 해저에 솟아있다”며 “이 해산의 이름들은 모두 독도와 관련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용이지만 어른도 함께 읽을 만하다”며 “특히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읽으며 설명을 곁들여주면 좋은 책”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들어 독도 표기를 둘러싼 오류가 반복되며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인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발간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기술해 논란이 일었다. 언론 보도 직후 정부는 해당 정훈 교재를 전량 폐기했다. 이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SNS에 기록된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표현은 일본이 영토분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기술한 것”이라며 “영토분쟁 주장 주체는 자신이 아닌 ‘일본’이며 이에 동의한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 안전여행 사이트에는 ‘독도’가 ‘재외 대한민국 공관’ 즉 한국 영토가 아니라고 표기돼 한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독도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아이콘과 재외공관 홈페이지를 연결하는 아이콘이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기술 오류가 있어 화면에 잘못 나왔던 것”이라며 즉각 사정 조치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장 등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쓴 책 ‘꽃은 무죄다’을 추천하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복수(福壽)를 꿈꾼다’고 추천사를 적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래 살며 복을 누린다’는 뜻의 ‘복수’(福壽)를 ‘원수를 갚는다’는 뜻의 ‘복수’(復讐)로 해석하도록 여지를 뒀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 통일부 장관 “남북관계에 北 외무성 나서도 통일부 담당”

    통일부 장관 “남북관계에 北 외무성 나서도 통일부 담당”

    김영호 “北 위협 의도는 한반도 상시적 분쟁 지역화”“북한은 서울 거치지 않고 워싱턴·도쿄 갈 수 없어”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2일 “정부는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밝혔다.김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북한 외무성이 직접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북한 내부의 대남 조직 기구의 변화와 상관 없이 북한의 공세에 적절히 대처해나갈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해 “북한이 군사적 위협을 통해 노리는 것은 한반도를 중동처럼 상시적 군사 분쟁 지역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노림수에 절대로 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에 대해서 단호하되 절제된 대응을 하면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또한 북한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을 기대하고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측과의 대화는 봉쇄한다) 작전에 들어갔다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워싱턴과 도쿄로 절대로 갈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난 8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에서 아주 확고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했다”며 “어느 때보다도 한미동맹이 강화돼 있고 한미일 협조체제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정치적인 변화에도 우리 정부가 능동적으로 잘 대처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등 변화를 꾀하는 것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 내부가 주민들의 불만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서”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내부 위기 상황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다. 체제 결속을 위한 하나의 움직임”이라며 “북한 주민들은 민생에 사용돼야 할 자원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25 전쟁이 크고 작은 군사 충돌이 누적된 결과’라는 발언에 대해 “인식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또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 전쟁이다. (이 대표 발언은)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고 과거 일부 수정주의 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놨다. 6·25 전쟁이라는 것은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고 일으킨 사대주의적 남침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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