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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종용 삼성전자부회장 “디지털 시대 덕목은 역사공부”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디지털 컨버전스(융합)시대에 필요한 덕목으로 ‘역사 공부’를 강조했다. 윤 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방송을 통해 전한 월례사에서 “역사 공부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바로 알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보는 통찰력과 분별력, 현실인식이 생겨 더 효율적이고 스피드있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 시작됐다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 시작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잇단 정치적 발언에 당·청간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당에서 청와대를 향해 “정치에서 손떼라.”고 주문하는가 싶더니, 청와대는 “무슨 정치를 어떻게 했느냐.”며 반격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당의 노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움직임에 정면 대응한 셈이다. 사실상 정계개편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다. ●“통합신당은 당 정체성 지켜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오후 예고없이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을 찾았다. 노 대통령이 전날 밝힌 ‘통합신당=지역당’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반박에 대한 해명을 위해서다. 해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의 ‘책임론’에 더 비중을 뒀다. 노 대통령의 통합신당에 대한 인식은 분명하다. 첫째 열린우리당의 법적·역사적·정책적 정체성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지역주의·지역당의 회귀는 절대 반대한다는 논리다. 때문에 최근 실체도 없이 당에서 한창 논의되는 통합신당은 민주당과의 통합 즉,‘도로 민주당’이자 지역당이라는 지적이다. 이 실장이 “통합신당은 당론을 거쳐 나온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개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통령을 흔들고, 차별화하는 전략”이라고 단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김 의장 등 대권 주자군을 겨냥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이 실장은 “우리당의 정책이나 의회활동 대상은 한나라당이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며 정치의 표적을 확실하게 적시했다. ●통합신당은 모든 평화개혁세력 결집 취지 그러나 통합신당을 추진중인 당의 사정은 청와대와는 전혀 다르다. 통합신당 논의는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던 모든 평화개혁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취지라는 게 김 의장의 설명이다. 김 의장 쪽에서 보면 정기국회가 곧 끝나는 만큼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대권주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성도 있을 법하다.‘홀로서기’를 위해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체류중인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은 이날 “노 대통령은 현실정치에서 손을 떼야 할 시점”이라며 김 의장측을 지원하고 나섰다. 정 고문은 또 “아이가 젖을 떼려는데 어머니가 자꾸 젖을 더 먹으라고 하는 것 같다.”며 현 상황을 ‘이유기’에 비유했다. 어쨌든 청와대의 김 의장에 대한 ‘공격’은 향후 정계개편의 주도권 게임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대변인이 아닌, 비서실장이 나서 조목조목 비판한 대목도 이같은 관측을 가능케 한다. 김 의장을 ‘대선 후보’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사설] 뉴라이트 교과서의 위험한 역사인식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내놓은 한국 근·현대사 대안교과서는 역사인식과 기술에 있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4·19 혁명을 좌파 학생운동으로 격하하는가 하면,5·16 군사쿠데타를 경제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된 혁명으로 격상했다. 유신체제를 “행정차원에서 집행력을 크게 제고했다.”고까지 미화했다. 우리 사회는 이념의 편차는 있더라도 4·19는 학생혁명이요,5·16은 군사정변이자, 유신은 민주를 정지시킨 독재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않고 역사의 평가를 확립했다. 그런데 교과서포럼은 이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기존 교과서가 친북좌파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며 우파적 교과서에 집착해온 교과서포럼은 식민지근대화론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그 귀결이 일제 식민지배의 긍정이고,5·18민주화운동의 폄하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발전국가의 계승자로 치켜세운 것이다. 합의된 역사 평가를 비틀고 유신과 5·18 피해자들이 엄연히 살아있는 현실에서 독재를 찬양하거나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일은 뉴라이트가 모종의 목적을 지닌 정치지향적 수구세력이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굳히게 한다. 고2,3학년의 선택과목인 한국 근·현대사는 2002년부터 국정에서 검정으로 개방되어 6종의 교과서가 나와 있다. 교과서포럼이 내년 이런 내용의 책을 출판한다고 하지만 검정을 받지 않으면 교과서로 쓸 수 없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가 채택률 0.4%에 그친 사례가 있다. 극우적 시각에서 한국사를 왜곡한 이 교과서가 숱한 화제는 뿌렸지만 일본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한 전철을 교과서포럼은 밟지 않았으면 한다. 교과서라는 법정용어도 함부로 쓰지 말라는 교육부의 당부도 새겨 듣길 바란다.
  • 美쇠고기 수입중단 통상마찰 우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통관 중단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양국간의 통상마찰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이크 조한스 미 농무장관은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을 일방적으로 만들어냈다.”며 최근의 쇠고기 수입 통관 중단 사태를 강력히 비난했다. 조한스 장관은 한국 관리들이 9t의 쇠고기 선적분에서 발견된 뼛조각을 검사하는데 무려 3주일을 소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교역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또 “그들은 작은 연골 조각을 발견, 이것이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전체 선적을 거부했다.”며 이 때문에 관련 회사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측은 양국이 합의한 검역 기준이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이지만 몇t이나 되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전량, 그것도 엑스레이 검사까지 실시해 손톱 크기의 연골조각이 발견됐다고 해서 통관을 중단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국제수역사무국은 내년 5월부터 뼈가 있는 쇠고기의 수출·입도 허용할 방침이어서 미국측의 분노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스 장관이 직접 쇠고기 통관 중단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미국이 한국 농산물 등에 대해서 보복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의 통상 소식통은 “미국측에서 우리가 했던 대로 농산물을 전량 검역하거나 X선으로 투시하게 되면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통관 중단 문제는 다음달 초 미 몬태나주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dawn@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8)공간과 시간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8)공간과 시간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공간과 시간에 따라 사람들의 팔자가 달라진다는 것을 역력히 체험한다. 무엇이 시간이고 공간일까? 인생살이에서 공간과 시간을 철학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두 사람의 철학자가 있다.18세기 독일의 칸트와 20세기의 하이데거다. 칸트는 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공간과 시간을 인생의 경험을 가능케 하는 선천적 조건으로서, 직관의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즉 공간과 시간은 다 인생의 모든 경험을 가능케 하는 제약으로서의 선천적 조건이라는 것이다. 즉 공간과 시간이 경험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감각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선천적 조건에 해당한다. 즉 공간의 지리적 조건과 시간의 역사적 조건은 경험적으로 형성된 관념이 아니라, 모든 경험적 관념이 그 조건 위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즉 시공이 없는 경험을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인은 한국인의 지리적, 역사적 조건을 떠나서 한국인의 경험이 생성될 수 없다. 모든 한국인의 사고방식의 기저에는 다 한국적 지리와 한국적 역사의 선천적 조건이 이미 스며들어와 있다. 대평원에서 자란 사람들의 경험과 산악지대에서 자란 사람들의 심리가 다르듯이, 남을 지배해 본 경험이 있는 나라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나라의 사람들이 동질적인 문화를 향유할 수 없다. 또 칸트는 공간과 시간이 개념이 아니라 직관이라고 규명했다. 개념은 많은 다른 것들을 먼저 전제해서 그 다른 것들을 모아서 공통적인 의미를 추출해서 형성된 것이다. 이를테면 나무라는 개념은 소나무, 잣나무, 버드나무 등 여러 가지 나무들을 다 모아서 공통적인 요소를 뽑아 나무라는 개념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공간과 시간은 다양한 공간과 시간들을 모아서 공통적 의미로서의 개념을 형성한 것이 아니고, 감각적으로 모든 공간과 시간이 이미 전체에서 무한대로 하나의 공간적 연속이고, 하나의 시간적 연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직관이라는 것이다. 공간과 시간이 감성적으로 일견하여 알아보는 직관이되, 그것이 선천적으로 이미 인간의 경험의 장을 가능케 하는 주어진 터전과 같으므로 칸트는 공간과 시간을 감성의 선천적 직관의 형식이라고 불렀다. 즉 감성적 경험의 내용은 그 터전 아래서 이루어지는 생활의 질료와 같으므로 공간과 시간은 그 경험의 내용을 성립시켜 주는 선천적 형식과 같다는 것이다. 칸트가 말한 선천적(apriori)이라는 낱말의 뜻은 천부적이라는 것이 아니고, 대상적 경험보다 앞서는 형식적 조건이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간과 시간이 다 경험을 가능케 하는 감성적 직관의 형식(조건)이라 할지라도, 공간과 시간의 차이가 있다. 칸트는 공간의 조건을 외적 현상을 보는 형식이고, 시간은 내적 현상을 보는 형식이라고 구분했다. 공간은 의식의 감성적 측면의 외적 현상과 접촉하는 형식이고, 시간은 감성적 의식의 내면적 측면으로 의식내의 개념적 인식을 가능케 하는 오성의 현상과 만나는 형식을 말한다. 여기서 칸트의 인식이론을 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좌우간 칸트의 인식이론은 세상을 어떻게 인간이 과학적 지식으로 인식하게 되는가를 알려주는 의식철학의 금자탑인 것은 사실이다. 칸트의 인식철학의 기본정신은 경험에서 출발하는데, 그 경험적 인식은 경험을 가능케 하는 선험적(先驗的=transcendental=경험에 앞서 그것을 논리적으로 정립시켜 주는) 인식의 형식적 조건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공간과 시간은 경험적으로 실재하지만, 그 실재는 사실상 과학적 지식을 가능케 하는 의식의 선천적 조건인 형식에 의하여 가능한 선천적 관념성과 다른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공간과 시간은 의식의 선천적 형식과 조건이 없으면 실재하지 않는다. 이런 시공에 대한 칸트의 의식철학이 하이데거에게 변용되어 전해진다. 공간과 시간을 의식의 선천적 직관 형식의 산물이라고 보는 칸트의 사상이 하이데거에게는 공간과 시간이 마음의 탈자성(脫自性=자기를 벗어나 바깥으로 향하는 본성)의 표현으로 변질되어 나타난다. 칸트의 의식이 하이데거에게 무의식적 마음으로 변용된다. 하이데거는 이미 의식의 철학자가 아니다. 그것은 하이데거가 칸트처럼 세상을 과학적 대상으로 읽고 있지 않음을 말한다. 하이데거의 무의식적 마음은 의식의 과학세계보다 더 깊이 내려간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해석된다. 하이데거는 그의 ‘존재와 시간’에서 현존재(Dasein=인간존재)로서의 마음의 본질을 관심(care)이라고 해명했다. 마음이 관심이라는 것인데, 그 관심은 불교적인 의미에서 연려심(緣慮心=인연을 맺으려는 생각)이나 능연심(能緣心=인연을 걸려는 마음)과 유사하다. 즉 마음은 계기만 있으면, 바깥으로 인연의 고리를 걸고 싶어하는 그런 탈자적 운동과 같다. 마음은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능연심이므로 우선 공간도 그 탈자적 능연심의 관심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마음의 능연심이 방향을 잡아 나가면서 거리를 좁히려는 관심과 욕망의 산물로서 공간을 해석했다. 좌·우라는 방향잡기도 먼저 좌우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방향을 잡으려 하는 관심의 결과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리고 마음이 능연적 관심이기에 공간을 마음의 거리에서 가급적 좁히려는 생각이 일어난다. 그래서 거리를 좁혀 공간을 단축하려는 모든 과학기술의 탄생도 다 마음이 세상으로 나아가 공간을 좁히려는 인연의 결과다. 마음은 주관도 아니고 객관도 아니다. 마음은 세상으로 인연을 맺으려는 욕망이므로 하이데거는 마음을 주관과 객관의 사이에 해당한다고 읽었다. 마음은 주관적인 것도 아니고, 세상에 대한 모든 관심의 전체다. 그래서 마음이 가는 곳에 그 공간의 방향도 정해지고 공간의 거리도 마음과 가까이 맺어지기 위하여 공간의 거리가 단축된다. 그래서 능연심으로서의 마음이 세상으로서의 공간을 수놓는다. 시간도 마음의 관심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현존재로서의 마음은 자신의 관심을 끊임없이 앞으로 내보내면서 시간 속에 자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즉 마음은 시간적으로 미래를 향하여 관심을 투사해 나가면서 늘 ‘아직∼아니다’(not∼yet)의 미완성과 ‘더 이상∼아니다’(not∼more)라는 죽음의 사이에서 살아간다. 인생의 미완성은 달이 초승달로서 보름달을 기다리는 것과 다르다. 초승달은 미완성이지만 이미 보름달의 완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과일의 죽음은 과일의 완전 성숙으로서의 종결을 말하지만, 인생의 죽음은 과일의 완성과 다르다. 인생은 마음의 존재에서 늘 시간적으로 가능성을 갖고 죽음을 향하여 달려가면서 살아간다. 이 가능성을 하이데거는 스스로 마음이 관심을 앞으로 던진다고 말한다. 미래를 향하여 앞으로 달려가되 마음은 자기의 미래적 기획기도가 과거의 습기가 주는 마음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느낀다. 미래적 모든 기획에 과거의 업의 무게가 작용하고 있음을 느낀다. 마음은 자기의 미래적 구상이 과거의 ‘습기의 경향성’(mood)과 무관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마음의 관심인 능연심을 과거의 습기와 미래적 가능성의 사이에서 오가는 왕복운동을 한다고 본다. 이런 이중적 시간을 품고 있는 마음을 하이데거는 ‘던져진 기획’(thrown projection)이나 ‘사실적 기능성’(factual possibility)이란 용어와 같이 서로 상반된 의미를 한 단위로 엮어서 표현하고 있다. 시간은 절대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명사가 아니라, 마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을 시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음이 자신을 스스로 시간화한다. 여기서 그래도 인생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미래적인 가능성의 시간이다. 하이데거는 여기서 마음의 본래적 관심의 시간성과 비본래적 관심의 시간성을 구분한다. 마음의 본래적 관심은 마음이 세속의 소유적 이익에 얽매이는 관심을 끊고 죽음이 마치 ‘나의 면전에 서 있는 것’(impending)처럼 마음이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그 순간에 마음은 모든 세속적 소유의 탐욕을 끊어버린 자세로 변하면서 마음이 우주적 존재일체와 상응하는 자세로 되돌아간다. 이 죽음 앞의 순간적 결단을 통하여 인간의 마음은 자신의 가장 본래적인 본성에로 되돌아간다고 하이데거는 진단한다. 하이데거가 말한 본성은 불교적 불성이기도 하고, 자연성이기도 하고, 신학적 의미에서 그리스도성이기도 하겠다. 본래적 본성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시간성을 그는 ‘순간’(moment of vision)이라고 불렀다. 이 순간을 불교식으로 옮기면, 돈오(頓悟)라고 불러도 괜찮겠다. 이 ‘돈오의 순간’은 마음이 자신의 유한성을 철저히 자각하는 것과 동시적이고 또 과거의 업으로서의 ‘흠’(indebtedness)에 대한 철저한 참회를 수반한다. 본래적 미래를 기도하는 마음만이 과거의 흠을 현재완료형으로 생생하게 느낀다. 이와는 반대로 하이데거는 비본래적 마음의 시간을 ‘현재화’(making present)라고 불렀다. 그런 현재화의 시간은 과거마저 망각하고 세속적으로 어떤 소유를 지금 기대하는 시간을 말한다. 현재화는 현재에 바라는 것을 미래에 기대하는 것(expecting)을 뜻한다. 비본래적 마음은 미래적 소유의 기대를 현재만들기(현재화)의 전부라고 보기에 현재를 자연히 모두 미래적 소유의 기대로서 채울 뿐이다. 그래서 그런 소유적 미래가 올 때까지 비본래적 마음은 늘 현재적 관심을 연장시키는 함닉의 타락된 시간을 보낸다. 이때에 타락된 시간은 도덕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존재론적인 각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마음이 본성의 존재를 찾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소유론적 일상의 이해관계만을 따진다. 현재화는 속물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기대의 시간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래도 꼭 같다. 이런 인생의 시간을 꼭 도덕적으로 타락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단지 존재를 망각하고 오직 소유에만 탐닉할 뿐이다. 하이데거가 생각한 시간성(temporality)은 현존재인 마음이 스스로 시간화(temporalizing)한 것이다. 시계의 시간, 달력의 요일 등도 다 마음의 시간화가 정한 부산물이다. 마음의 관심이 시간적으로 나타나기에 이 세상에 시간이 도입되었고, 공간도 마음의 친소감과 그 방향성을 표시하기 위한 것이다. 칸트에게 경험적 인식의 형식적 조건인 시공성이 하이데거에 와서는 마음의 욕망-본래적이든 비본래적이든-을 나타내는 현상이 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뇌졸중 그게 뭐야! 이게 아냐?

    ■ 60세이상 노인 56% “잘 모른다”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노인 절반 이상이 특히 노령층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환인 뇌졸중(중풍)의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졸중과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은 국내 사망률 2위를 차지할 만큼 발병 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 뇌질환팀 안상미 박사와 고려대 의대 한창수 박사팀은 ‘안산지역사회 노인 코호트(역학조사)’에 참가하고 있는 60세 이상 노인 2767명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최근까지 뇌졸중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뇌졸중이 뇌혈관성 질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4.8%에 불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밖에 28.2%는 뇌졸중이 어떤 질병인지를 아예 몰랐으며, 나머지는 틀린 정보를 갖고 있었다. 특히 갑작스런 수족 마비나 무력증, 언어 및 시야장애, 심한 두통 등 뇌졸중의 정확한 전조 증상을 2가지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은 응답자의 24.3%에 그쳐 노인을 비롯한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뇌졸중 교육과 홍보의 필요성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이 조사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인 ‘BMC퍼블릭 헬스’에 최근 실렸다. 뇌졸중 위험인자에 대한 조사에서는 68.3%가 고혈압, 비만, 흡연 등 중요한 위험인자를 2가지 이상 꼽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을 든 응답자는 27.6%와 17.9%에 그쳤다. 뇌졸중 치료법으로는 양·한의학이 비슷한 비율로 나뉘었다. 응답자의 58.7%는 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서양의학을,41.3%는 효능이 있다는 이유로 한의학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성별은 남자 1215명(43.9%), 여자 1552명(56.1%)이었다. 교육 수준은 무학 18.1%(500명), 초등학교 졸업 37.0%(1025명), 중학교 졸업 33.9%(939명), 고교 졸업 이상 11.0%(303명) 등이었다. 경제 수준은 부유 42.6%(1169명), 보통 25.7%(706명), 빈곤 31.7%(871명) 등으로 조사됐다. 안 박사는 “국민병으로 불리는 뇌졸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뇌혈관외과학회 ‘6가지 오해’ 소개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최근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뇌혈관 질환에 대한 오해’를 골라 이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들 흔한 오해는 학회가 올해 ‘뇌건강의 해’를 맞아 뇌혈관질환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을 벌이면서 파악된 것이다. # 두통, 어지럼증, 뒷목이 뻣뻣하면 뇌졸중? 두통과 어지럼증, 뒷목이 뻣뻣한 증상이 있다고 반드시 뇌졸중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 신체 감각이나 운동 이상을 동반한 경우에는 뇌졸중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 신체마비는 한번 오면 회복이 어렵다? 뇌 조직은 일단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기능이 재정리돼 신체마비 현상을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다.2차 재발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예방적 수술도 임상 증상을 70%까지 호전시켜 준다. 뇌혈관 질환 회복률을 높이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 # 뇌출혈에는 치료약이 없다? 뇌경색에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제가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뇌출혈에는 치료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응고에 효과가 있는 혈우병 치료제가 출혈성 뇌졸중 환자의 재출혈을 막아 환자 사망과 후유증을 줄인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되면서 부분적으로 약물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 손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으면 나아진다?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의식을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리는 행동 등은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된다. 손가락을 따거나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경우도 통증으로 혈압을 올리거나 기도를 막아 질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 아이나 젊은 사람은 뇌졸중과 무관하다? 소아에서는 모야모야병이,10∼30대에서는 뇌혈관기형이 뇌출혈이나 뇌경색 원인이 될 수 있다. 학회 조사 결과, 고혈압성 뇌출혈 환자의 21.4%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었다. # 뇌졸중과 치매는 비슷한 병이다? 뇌졸중과 치매는 전혀 다른 병이다. 그러나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전반적으로 뇌기능이 떨어져 치매 증상이 나타날 수는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역사는 전쟁 아닌 외교로 접근해야”

    “유럽도 몇나라에 걸쳐 있는 몽블랑산을 두고 다국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백두산이나 독도도 그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 역사‘전쟁’ 대신 역사‘외교’라는 말을 써야 합니다.” 김용덕(62·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27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운을 뗐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다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지난 몇년간 한·중·일 사학계는 살벌한 분위기였다. 김 이사장은 이에 대해 “‘전쟁’이라 하면 승패를 보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학문에 승패가 있을 수 있겠느냐.”면서 “그보다는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한·중·일 3국의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니어급 학자들의 모임을 주선해서 공유할 수 있는 역사에 대해서는 총서 형식으로 책을 내고, 갈등을 겪는 대목은 소장 연구자들이 모임을 만들어 연구하고 토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의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자료집’이라도 발간해, 서로가 왜 그런 주장을 내놓는지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옳고 그르고 나쁘고 좋고를 떠나, 인식의 공유를 찾겠다는 얘기다. 우선 내년에는 미국의 UCLA와 함께 고대사 공동심포지엄을 열고, 중국 사회과학원과의 교류사업에도 손댈 생각이다. 여기다 ‘동아시아’의 개념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국제학술대회도 추진 중이다. 김 이사장은 또 그간의 마음 고생도 일부 털어놨다. 고구려연구재단을 흡수통합한 데다, 일본사 전공자라는 점 때문에 재단 출범초기 중국에 제 할 말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는 특히 ‘미국-일본-한국 VS 중국’이라는 전통적 대립구도를 선호하는 쪽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섣부른 ‘우리 민족끼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여기다 일본에서 받은 연구비도 문제가 됐다.김 이사장은 “일을 잘 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면서 기금을 받은 대목에 대해서는 “국제교류기금을 받았는데 일본재단에서 받은 것처럼 와전됐다.”고 해명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HAPPY KOREA] 완도·장흥·진도 주민활동 탐방

    [HAPPY KOREA] 완도·장흥·진도 주민활동 탐방

    주민 모두가 ‘억대 연봉자’인 시골 동네가 있다고 한다면 타박받기 쉽다. 전남 완도군 노화읍 미라리 전복마을이 있어 괜한 얘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농산어촌 마을이 잘 살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10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치며 착실히 준비한 끝에 거둔 성과다. 마을을 바꿔나가는데도 ‘로드맵’이 필요하다. 1. 어촌 ‘블루오션’ 완도 전복마을 전복마을은 연륙교가 놓인 완도 본섬에서 여객선으로 1시간 거리인 부속섬에 위치해 있다. 단순히 오지에 있는 깡촌으로 여겼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마을 뒷산 모퉁이를 돌아 바닷가에 면해 있는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으리으리한 집들로 다문 입이 쩍 벌어진다. ●농어촌은 아기 울음이 끊겼다? 태어나는 아이가 드물어 면사무소 공무원이 출생신고서를 찾지 못해 쩔쩔매는 게 농·산·어촌의 현실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마을 주민이라봐야 120가구 320명이 고작이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만 6명에 이른다.20∼40대가 전체 주민의 절반에 육박하다 보니,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50명이나 된다. 폐교 직전까지 내몰렸던 인근 노아북초등학교는 현재 100명이 넘는 아이들로 활기를 되찾았다. 남편을 따라 4년전 이곳으로 옮겨와 세살배기 딸까지 둔 송현숙(27·여)씨는 “어촌으로 이사한다니깐 처음에는 친정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죠. 지금은 잘 한 결정이라고 칭찬까지 해주세요. 사는데 특별한 불만이나 어려움도 없어요.”라면서 웃음지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복마을의 사정은 다른 어촌마을과 다를 게 없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늘어나는 것은 빈 집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 현숙씨처럼 귀농한 세대가 20곳이 넘는다. ●농어촌은 황폐화됐다? 마을을 되살린 것은 전복이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전복은 연간 5600㎏ 가량으로, 가구당 순수익이 연평균 1억2000만원이다. 주민 모두가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당 1만원하던 땅값은 30만원 이상으로 뛰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땅을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 못 살 정도다. 부자 마을로 탈바꿈하기까지는 기나긴 ‘인고의 시기’도 겪었다. 당초 이 마을은 1990년까지 김 양식을 통해 근근이 먹고사는 평범한 어촌이었다.80년대에는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지만, 대일수출 감소 등으로 재미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90년대 중반까지 4∼5년 동안은 파래자반을 내다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나, 주변 지역에서 우후죽순처럼 파래자반 양식어가가 늘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이어 90년대 중반부터는 전복 양식으로 전환했으며,2002년부터 본격적인 소득이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은 마을 주민 모두가 전복을 양식하고 있다. 최운재 미라자율관리공동체 위원장은 “처음에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으느라 애도 많이 먹었다.”면서 “마을에 적합한 새로운 소득원을 찾기 위해 수년간 연구하고 조사한 끝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앞에 이웃은 없다? 마을의 성공은 전복이라는 ‘블루오션’만 찾아서 이뤄진 게 아니다. 전복양식 초기만 해도 활용할 수 있는 양식장이 협소해 어가간에 양식장 확보경쟁이 심했다. 전복 양식 여부에 따라 주민간 소득 격차도 심화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치규약을 스스로 만들어 공평하게 양식장을 분배하고, 어가당 설치 가능한 시설량도 제한했다. 생산된 전복은 공동판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미역과 다시마 등 전복 먹이용 해조류 양식산업도 활성화되자,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 줬다. 최 위원장은 “지금은 자치규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마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양식장 감시조를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바다 청소도 하는 등 부자마을이 됐어도 마음만은 여전히 시골”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완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 ‘친환경’ 쇠똥구리·사상·사하마을 ‘시골의 경쟁력은 도시와 다르다는 데 있다.’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쇠똥구리마을에서 생산되는 적토미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쌀이다. 일반쌀의 판매가격은 ㎏당 2000원 정도지만, 유기농 토종쌀인 적토미는 ㎏당 2만원으로 무려 10배나 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졌음에도,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일반벼의 30∼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 소득을 3∼4배 이상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역사회단체인 ‘야생화 사랑모임’과 협력한 덕분이다. 이 마을 출신이자 야생화 사랑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이영동씨는 70년대부터 토종벼와 씨름해온 토종벼 전문가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품종만 13종에 이른다. ●토종쌀 생산… 주민소득 3~4배↑ 이씨는 “쇠똥구리마을에서 우렁이농법 등을 통해 적토미, 녹토미, 흑토미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농촌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경쟁력 확보→방문객 증가→소득 증대→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을 이름도 지난 2004년 바꿨다. 마을 주변에 서식하는 쇠똥구리를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마을 44가구 가운데 24가구만 친환경농법에 동참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전체 농지 11만 2000평 가운데 친환경 농법이 작용되고 있는 농지는 2만평 정도다. 마을 뒷산인 부용산은 단삼, 현삼, 더덕, 초오 등 200여종의 약재가 자연서식하고 있어 약다산이라고도 불려왔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마을과 인접해 있는 운주리 봉황마을, 접정리 접정마을 등과 협력도 아직은 미약하다. 선주봉 마을 이장은 “마을이 갖고 있는 장점을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다 보면 도시에 못지않은 경쟁력 있는 시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골 정취 느낄 수 있는 흙길 조성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사상·사하마을도 변화를 이끌어낼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국 농촌 어디를 가도 콘크리트로 덕지덕지 포장된 길과 마주하게 된다. 콘크리트는 마을길은 물론, 농로까지 뒤덮고 있다. 도시와 달리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다는 시골의 이미지를 무색케한다. 사상·사하마을 주민들은 최근 마을 앞 콘크리트를 걷어냈다. 대신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흙길인 달구지길을 조성했다. 김종필 사상마을 이장은 “그동안 불편한 것만 생각했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농촌이 도시와 같은 환경을 고집한다면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사상·사하마을은 신라 문성왕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인 첨찰산 쌍계사와 한국 남종화의 본산인 운림산방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또 마을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는 바다 갈림 현상을 볼 수 있는 ‘신비의 바닷길’도 위치한 관광명소다. 주민들의 소득은 여느 농촌마을에 비해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벼, 배추, 구기자, 표고버섯 등을 생산하지만 농지가 적은 데다 자갈땅이라 소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차로 15분 거리인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 때문에 10여년 전만 해도 150가구 500명이 넘던 동네에 지금은 90가구 210명만 남았다. 주민 박만석씨는 “외지인, 심지어 한 식구인 며느리가 마을에 와도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자연과 더불어 하나된 마을을 만들어야 떠났던 사람도 돌아오지 않겠나.”고 말했다. 글 사진 장흥·진도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7) 성욕과 에로티시즘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7) 성욕과 에로티시즘

    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푸코는 역사에서 성욕의 영역이 어떻게 이성과 지식의 권력에 의하여 억압되어 왔는지 그의 저서 ‘성욕의 역사’ 3부작에서 분석했다. 한국에서 이 책을 ‘성의 역사’라고 옮겼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성(sex)과 성욕(sexuality)은 다르다. 전자는 중성적 의미를 띠고 있고, 후자는 성을 통한 인간 욕망의 분출을 뜻한다. 그는 성욕의 고고학적 계보를 추적하면서 서양이 추구해온 이성주의의 학문이 성욕을 광기와 유사한, 위험한 비이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해온 이성적 사회의 권력을 비판하면서, 이성과 비이성의 분리 이전의 인간의 진실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는 고대 그리스가 그런 분리 이전의 인간이해를 이루었다고 평가하면서, 로고스(logos=이성)와 히브리스(hybris=몰이성)가 대립과 모순으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통합의 인간을 찾으려 하였다. 푸코의 이 요청은 철학적으로 중요한 아포리아(aporia=풀리지 않는 난제)를 던졌다. 사실상 의식의 표면에서 인간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것 같은데, 무의식의 심층에서 인간은 성욕의 용암을 폭발시키고 있고, 미칠 수 있는 광란의 가능성을 그의 몸 깊은 곳에 은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간은 저 이성적 훈련에 의한 억압보다 폭발하는 몰이성의 말에 의하여 더 거짓없는 진실을 토해낸다. 그러나 성욕의 말은 진실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푸코가 남다른 혜안으로 성욕과 비이성의 숨은 지하세계를 구조적인 인식론으로 밝혀 냈지만, 그는 동성애에 의한 에이즈에 걸려 50대에 일찍 죽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후로 20세기의 서양 철학자들은 대개 이 성욕을 주요한 테마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20세기 후기 철학의 큰 화두는 몸과 그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가장 심도있게 다룬 철학자가 프랑스의 메를로퐁티다. 인간의 의식이 타자의 의식과의 상호관계에서 구체화되듯이, 인간의 몸도 타자의 몸과의 관계에서 잠을 깬다. 잠을 깨는 순간이 바로 에로틱한 느낌을 갖는 순간이다. 에로틱한 느낌은 꼭 성인 남녀의 몸 사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아기의 몸에 대한 가족의 사랑에서도 일어난다.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발가락이나 뺨을 어루만지고 깨물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인간의 몸은 타인과 관계를 맺음에서 객관적 대상이 아니고 살(肉)로서 나타난다. 내 몸과 타자의 몸과의 사이에 주관도 아니고 객관도 아닌 그런 애매모호한 사이세계를 공유하고픈 욕망을 몸이 각각 느낀다. 이 사이세계가 ‘살’(flesh)이라고 메를로퐁티가 말했다(24회 글 참조). 이 성욕의 에로티시즘은 나의 몸이 타자의 몸과 일체를 이루어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의 발로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성욕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성욕을 제외하고 인간관계가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메를로퐁티가 그의 ‘지각의 현상학’에 든 보기를 취한다. 어떤 처녀가 애인과 사귀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금지당한 이후에, 그녀의 몸은 스스로 먹고 잠자기를 거부하고 외출도 마다하고 드디어 실성하여 말도 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욕의 금지는 모든 다른 일반적 관계마저 스스로 차단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성욕의 에로티시즘은 단지 좁은 의미의 성관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타자지향적 운동의 거부를 초래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성욕이 인간관계의 모든 성취감을 가능케 하는 가장 저변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메를로퐁티의 견해다. 그것이 없다면, 모든 인간관계가 사라진 목석이나 얼음과 같다는 것이다. 몸의 성욕은 모든 것을 의미화한다. 그것이 없어지면, 인간에게 의미마저 사라진다고 메를로퐁티는 생각한다. 모든 종교와 도덕은 다 성욕의 억압을 요구해 왔다. 푸코는 특히 서양의 기독교 율법이 성욕의 억압을 정상상태의 척도로 세워놓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종교와 도덕은 에로티시즘의 적이었다. 어느 종교적 수행자가 성욕이 자꾸 발동되어서 마음이 에로틱한 생각으로 덮이기 때문에 성기를 잘라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성자가 되려는 욕망도 차단되면서 오히려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성욕은 성기를 잘라낸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무의식의 원동력으로서의 성욕은 성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성기는 그 성욕의 실현도구일 뿐이다. 성자나 현자는 이 성욕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욕은 물건처럼 어떤 창고에 가두어 둘 수 없고, 그것을 영원히 무화(無化)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성욕은 몸을 지닌 마음이 영구히 벗어나지 못하는 욕망이겠다. 몸을 떠난 마음은 혹시 성욕을 갖고 있을까? 불교적으로 마음은 습관화된 업(業)으로 보기 때문에 탈육(脫肉)의 마음도 그 인습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업을 바꾸지 않으면, 윤회의 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도가 아닌 메를로퐁티도 그 성욕이 우리 몸의 것도 아니고, 우리 자신의 의식의 것도 아닌 어떤 알 수 없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지각의 현상학’에서 불교도처럼 짐작하기도 한다. 좌우간 성자와 현자도 성욕을 지우지 못하고, 그 성욕을 다른 방식으로 변용시켰을 뿐이라고 추측한다. 그가 성욕의 살을 철학적으로 언명하면서, 성욕은 몸이 타자의 몸과 일치하고픈 관여의 욕망이라고 표현했다. 이 일치의 욕망이 소유론적인가, 존재론적인가? 그는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그의 특유의 애매모호성(ambiguity)의 이론으로 성욕의 본질을 기술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였던 라캉은 성욕을 소유론적으로 해석했다. 아기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의 어머니의 남근(Phallus)으로 존재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아기가 이미 어머니의 자궁에서 탯줄로 연결되어 존재했었는데, 부득이 세상에 나오면서 그 탯줄을 자르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그와 동시에 아기는 자기 몸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져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치유 불가능한 정신병자는 자기 몸이 갈가리 찢겨져 있다는 환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평생 괴로움에서 지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15~16세기 벨기에의 프랑드르 지방의 화가인 보슈의 그림인 ‘성 안토니오의 유혹’은 지옥의 고통과 에로틱한 분위기가 뒤섞인 분위기인데, 거기에 사지가 절단된 광인들의 환상이 그려져 있다. 라캉은 이 그림이 인간의 원초적 괴로움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 아기는 거울을 통하여 자기 몸이 온전함을 보고 매우 기뻐한다고 한다. 정신병자는 거울을 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좌우간 정상적 아기는 자기가 그 어머니와 일치상태에 있게 하는 남근이라고 착각하면서 남근으로서 어머니를 소유하고픈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기에 대한 남녀의 구분은 여기서 별로 의미가 없다. 이 착각을 깨는 것은 아기가 사회생활로 들어가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그 착각을 깨고 아기의 사회생활의 입문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버지의 법’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무서운 상징적 법이 아기가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금지하기에, 아기는 직접적 소유를 포기하고 간접적인 우회의 길을 밟아 언어를 배우면서 상징적인 에로틱한 소유적 합일을 늘 꿈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스스로 ‘이상적 자아’가 되기를 그치고, 아버지의 상징이 허용하는 ‘자아의 이상’을 찾아 자아실현의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커서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모두 원초적 어머니와의 소유를 먼 우회의 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려는 욕망에 불과한 셈이다. 에로티시즘에 대한 라캉의 소유론과 상징론은 이성의 노동으로서 일체의 모든 것을 의미와 지식으로 구성하려는 헤겔 철학과 유사한 데가 있다. 실제로 라캉은 철학적으로 헤겔을 좋아했다. 그러나 헤겔적인 일체의미와 그 논리의 사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프랑스의 20세기 해체철학자로서 바타이유가 있다. 바타이유는 그의 저서 ‘에로티시즘’에서 심신의 모든 에로티시즘은 존재의 격리와 단절에 대하여 깊은 연속의 감정을 대체시키는 것으로 읽었다. 옷을 벗는 나체는 자기 폐쇄의 단절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것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교환의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의 성욕은 바다의 파도가 서로서로 주고받듯이 혼융의 새로움으로 합일하고자 하는 자기부정의 황홀과 같다는 것이다. 이 황홀감의 욕망은 곧 죽음에의 몰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에로티시즘은 죽음에게 문을 열어준다.” 여기서 말한 죽음은 자기 폐쇄적 고집의 소멸을 일컫는다. 성욕은 자기를 무화시키는 황홀과 직결된다. 자기 무화로서의 죽음은 곧 모든 분별력을 넘어 가려는 욕망을 말한다. 여기서 바타이유는 성욕을 황홀감의 종교적 신비주의와 비교한다. 다 같이 자기를 잊는 황홀감에서 성욕과 신학적 신비주의는 유사하나, 후자는 자기를 잃으면서 더 큰 것을 신으로부터 획득하려는 지배권(mastership)의 소유론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그는 이런 신학적 신비주의를 부정하면서, 에로티시즘과 자기의 비(非)신학적 신비주의(atheological mysticism)를 모든 지성의 파멸과 논리의 와해를 상징하는 무지(無知)와 무아(無我)와 비어 있는 하늘을 닮은 자유의 지상권(sovereignty)에 비유했다. 바깥에 대하여 ‘오직 모를 뿐’이라는 20세기 한국의 고승 숭산대사의 가르침은 곧 자아의 주체의식을 해체시키고, 이 해체가 자유로운 해탈의 지상권으로 마음을 이끈다는 바타이유의 사유와 일맥상통한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성자는 육체의 성욕에서 일체 존재와 교환하는 마음의 황홀로 욕망의 자리를 단지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에로티시즘이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하여 잘난 체하는 자아의 모든 분별적 지식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그가 ‘무(無)의 사유는 사유의 무’라고 말한 것은 결국 모든 지성적 사고의 포기를 유도하는 허심(虛心)이 ‘비신학적 황홀’(atheological ecstacy)이라는 말과 같겠다. 허심의 비신학적 황홀은 세상을 인간이 부과하는 의미로 채우려는 의지의 철학이 아니라, 놀이로서 자기를 잊고 만물과 교감하려는 자기 죽음의 사유와 동의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네팔 과도정부·반군 평화협정

    ‘신들의 고향’ 히말라야에 평화가 깃들고 있다.1만 3000여명이 희생된 10여년의 네팔 내전이 마침내 종착점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네팔 과도정부와 마오주의자 반군은 21일(현지시간) 수도 카트만두에서 역사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내년에 총선을 실시, 왕정 폐지 여부를 국민에 묻기로 했다. 프라찬다(52)가 이끄는 마오 반군은 무기를 유엔 감시 아래 반환하고 다음달 과도정부에 본격 참여한다.26일에는 임시의회에도 나올 계획이다. 프라찬다는 조인식에서 “238년간 지속된 봉건체제의 종식과 11년의 내전이 끝났음을 알리는 순간”이라고 선언했다.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85) 총리는 “총으로는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라며 “10대 최빈국 네팔이 새 시대로 접어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화의 씨앗은 반군이 야당들과 손잡고 지난 4월 갸넨드라 국왕의 독재에 맞서 대규모 민주항쟁을 조직한 뒤 야당연합이 주축이 된 과도정부와 휴전함으로써 싹텄다. 특히 정부특별위원회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에 국왕이 책임 있다고 발표하고, 코이랄라 총리가 전날 국왕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시사하자 협정이 결실을 맺게 됐다. 이번 협정에는 내전 당시의 반인륜 범죄에 대한 사실 규명도 포함돼 있다. 남은 문제는 반군 대원들이 과연 무기를 버린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인가라고 뉴욕 타임스는 짚었다. 이들은 무기고의 열쇠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유엔은 무기고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프라찬다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교조적인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면서 “내년 선거에서 국민들이 왕정을 택한다 해도 폐지 투쟁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전이 종식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환호했다. 학생인 바산타 샤마(35)는 “이제 보통 사람들이 일도 하고 돈도 벌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데스크시각] ‘번역청’설립하라/김종면 문화부 부장급

    바야흐로 ‘번역의 시대’다.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5%대였던 국내 신간도서 가운데 번역서의 비율은 최근 몇년 새 30%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으레 외국 저작물이 차지하는 것만 봐도 번역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의미의 번역문화가 있는가. 의미있는 책들이 제대로 된 역자에 의해 정상 경로로 번역돼 나오고 있는가. 최근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번역 파동은 우리의 천박한 번역문화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번역문제는 시급한 공공정책 과제의 하나”라며 “국가정책만이 수행할 수 있는 책임 영역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력에 비해 현 단계의 번역은 수준 이하라는 말도 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일 뿐,‘국가’는 말이 없다. 물론 문화의 영역에 속하는 번역 문제를 국가에 떠맡길 수만은 없다. 문화 본연의 특성상 국가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이 저만치 홀로 고고하게 피어 있는 꽃은 아니다. 정치·경제 등 모든 부문과 밀접한 연관 아래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명체다. 그런 만큼 번역사업이 국가정책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일본 근대화의 견인차로 번역을 꼽는다.1868년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일본은 정부 안에 번역국을 두어 외국 서적을 대대적으로 번역했다. 웬만한 서양 고전학술서들은 그때 이미 번역돼 나왔다. 몽테스키외나 버크의 저작이 일본에서는 100여년 전에 번역됐지만 우리말로는 아직도 옮겨지지 않고 있다. 오늘의 일본은 메이지 시대의 만만찮은 번역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이 19세기에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서양 고전 번역작업을 펼친데 비해 우리는 이제 겨우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해외 고전 번역 지원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명저번역지원사업’ 정도가 고작이다. 올 한해 예산이 20억원이니 국민의 정신을 살찌우는 국가적 사업이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밖에 되지 않느냐는 자조도 나올 만하다. 우리의 심각한 지적 근시안을 어떻게 교정해 나가야 할까. 기자는 이 시점에서 ‘번역청’의 설립을 제안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있긴 하다. 번역원은 지난해 9월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바뀌면서 직제를 개편하고 인원도 확충하는 등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국문학을 해외에 번역 소개하는 일 외에 ‘한국관련 서양고서 국역출판사업’도 벌이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소속 공공기관이라는 어정쩡한 번역원의 위상과 역할로는 본격적인 번역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기 어렵다. 예컨대 일급 번역가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등학교 외국어 교육과정부터 번역교육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정책과제를 번역원이 과연 추진할 수 있을까. 정부에 번역청을 두고 전문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번역청장은 차관급으로 해 다양한 번역정책을 입안하고 번역사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번역의 양극화 문제다. 이른 바 돈이 되는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엄청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재빨리 번역해 내지만 꼭 펴내야 할 고전엔 애써 눈감아버리는 것이 우리 출판계의 현실이다. 번역은 학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철없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번역청이 생기면 이 같은 번역 역조 현상부터 해소해야 한다. 지식사회의 왜곡된 번역관을 바로잡아야 한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전집은 고사하고 헤겔 전집 하나 자국어 번역본을 갖고 있지 못한 나라.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번역은 국격(國格)의 바로미터다. 김종면 문화부 부장급 jmkim@seoul.co.kr
  • [시론] 고건 전 총리가 가야 할 길/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시론] 고건 전 총리가 가야 할 길/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차기 대선 경쟁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후보들 중에서 고건 전 총리는 가장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고 전 총리는 국가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는 시점에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후보로 다가오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총리와 대통령직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총리는 임명되는 것이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 스스로 권력을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고 전 총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관리형 리더십’에서 ‘개척형 리더십’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쏠려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런 역사전개 과정에서 고 전 총리는 드물게 산업화 세력은 물론 민주화 세력과도 국정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점은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는 고 전 총리만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는 이런 자산을 국민통합을 통해 선진화를 추진하는 새로운 ‘개척형 리더십’의 기반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역감정에 기대어 집권하려는 발상은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국가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전 총리는 국가정체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남남갈등과 북핵위기로 인해 국가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념적 확신을 갖고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그릇에 자유주의란 내용물이 담겨져 있는 정치체제이다. 민주화가 달성된 시점에서 당연히 21세기형 한국의 국가 비전은 자유주의의 재발견과 내실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이념에 기초한 정책만이 지속성을 갖고 한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이념적 혼란을 겪고 뚜렷한 좌표 없이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이러한 이념과 철학의 빈곤에서 비롯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과거지향적 역사인식에 빠져 있는 기존 집권세력과 자신을 어떻게 차별화할지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도자상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의 영감에 의해 일깨워진 젊은 에너지의 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는 비로소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이제 남탓만 하는 리더십에 신물이 났다. 미래 국가 비전에 대한 확신과 살신성인의 자세를 갖고 앞에서 국민을 이끌고 나가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이다. 고 전 총리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미간의 신뢰 기반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미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상징적이고 실질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 정권의 비위나 맞추는 유화정책임이 분명해졌다. 포용정책을 지지했던 대다수 국민들조차 일방적 퍼주기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변화된 민심을 읽고 상호주의에 기초한 구체적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차기 대선은 대한민국호가 주저앉느냐 아니면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를 가름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선진화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는 차기 대선에서 국가 당면 과제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갖고 국민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 [서울광고대상-마케팅상] 비씨카드 ‘비씨 대한민국카드’

    [서울광고대상-마케팅상] 비씨카드 ‘비씨 대한민국카드’

    비씨카드는 국내 신용카드 역사가 시작되던 1982년 탄생했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사랑해 준 덕분에 올 5월에는 국내 신용카드사로는 처음으로 카드수가 3000만장을 넘어섰다.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약 78%가 비씨카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명실공히 국내 신용카드 브랜드 중에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6월 선보인 ‘대한민국카드´는 이러한 비씨카드 브랜드 가치를 보다 명확히 인식시켰으며 월드컵,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으로 국토 및 국가에 대한 국민적 사랑이 뜨거워진 분위기를 시의 적절하게 적용했다. 국가명을 카드명칭으로 처음 사용한 이 카드는 디자인도 태극기를 컨셉트로 했다. 푸른 파도 위에서 역동적으로 물결치는 태극기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대한민국의 힘찬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한민국카드´를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20만명이 가입하는 등 많은 사랑을 보내 준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지속적인 서비스 혁신으로 보답하겠다. 이강혁 상무
  • 野 “이재정 통일장관 절대 불가”

    한나라당은 2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절’ 판단을 내렸다.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은 거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두 후보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 후보자에 대해 국회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동시에 국회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 ‘거부’ 의지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반대하는 동시에 노 대통령에게 다른 후보자를 재지명할 것을 요구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6·25전쟁과 김일성 부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 북한 인권 현실에 대한 외면 등을 감안할 때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국가관과 역사인식이 매우 부족하고 편향되어 있다.”면서 “그런 친북적 사고를 가지고는 북핵사태는 물론 균형잡힌 남북관계를 형성할 수도 없으며, 북한의 오판만 불러올 뿐이다.”고 지적했다. 강창희 최고위원도 “이재정씨야말로 북한에서 임명한 통일부 장관인지를 의심케 할 만큼 우리의 역사관과 대북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의식을 갖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거부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못하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가 불가피해 노 대통령이나 이 후보자에게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념이나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이 후보자가 통일장관직을 수행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특수성·민족주의에 갇힌 한국사 재해석

    지난 2월 발간돼 화제를 모았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을 전면적으로 비판해 ‘해방전후사의 재재인식’이라 불릴 만한 책이 20일 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서울신문 15일자 1면 보도> 역사비평사가 내놓은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에서 ‘근대를 다시 읽는다’(이하 ‘다시 읽는다’)로 제목이 바뀌었다. 28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과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을 동시에 뛰어넘겠다는 기획 아래 1·2권 각각 3부씩 구성했다. 편집진은 근현대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윤해동(성균관대)·천정환(성균관대)·허수(동덕여대)·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이용기(역사문제연구소)·윤대석(인하대)씨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왜 재재인식이 필요할까. 편집진이 밝힌 머리말 ‘한국 근대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의 주요부분을 요약해 재구성했다. ●‘재인식’은 시대착오적 좌우대립 ‘인식’의 마지막 6권이 출간된 이래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됐고 신자유주의가 들어섰다. 이런 변화는 ‘인식’류의 민족주의나 민중주의 관점을 낡은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재인식’이 나온다 했을 때 기대했지만, 막상 책을 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좋은 글도 있지만 ‘재인식’이 한국에 끼친 영향은 명백히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다. 결과적으로 ‘재인식’은 한국 학계와 사회를 냉전적인 진영의 논리로 되돌렸다. 보수·기득권 세력이 오독해서가 아니라 ‘재인식’ 스스로 시대착오적인 좌우대립에 편승했다. ●‘재인식’ 문명론은 저열한 변종 두 책은 대립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립되지 않는다.‘인식’의 민족주의 대신 ‘재인식’은 애국주의를 내세우지만, 결국 새로운 우익적 대한민국 국가주의를 강화할 뿐이다. ‘인식’과 ‘재인식’은 민족과 국가를 공유한 채 근대를 특권화했다. 또 ‘재인식’은 논리적으로도 민족과 근대를 전혀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재인식’이 운운하는 ‘문명론’은 근대주의를 극복하기는커녕 한발도 더 못나간, 또는 그보다 훨씬 저열한 변종에 불과하다. 문명론은 서구중심주의와 국가주의를 벗어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렇다면 재재인식이란? 한국사는 그동안 ‘특수성’과 ‘민족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했다. 지정학적 위치, 제국주의로 인한 식민지 피해 때문이다. 그러나 식민지는 ‘근대 미달’이거나 ‘왜곡된 근대’가 아니라 근대내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는 특수한 민족사가 아니라 보편적인 근대안에서 해명될 수 있다. 서구의 보편-특수 구도에 휘말려도 안되겠지만, 한국의 특수주의에 매몰돼서도 안된다. 이들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의 소장학자들이 전개한 근현대사의 논지가 과연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해방전후사/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지난 9월10일 종영한 KBS1-TV 주말드라마 ‘서울 1945’는 화려하게 각광받지는 못했지만 쉽게 잊히지 않을 드라마로 꼽힌다. 일제강점기 말기에서 6·25전쟁까지를 다룬 이 드라마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고 사랑하고자 몸부림친 인간 군상의 얽히고설킨 애증 관계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사회주의자로서 필연적으로 북쪽을 택한 인텔리 최운혁, 그와의 사랑을 이루고자 주저없이 이념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여인 김해경, 친일 부호의 아들이고 미국유학파이지만 이념보다는 사랑과 우정에 기울어지는 이동우,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집안의 외동딸로서 해방후 몰락한 가문을 부활시키려고 몸을 던지는 문석경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새해 벽두에 시작해 71회로 막을 내리기까지 평균 13.4%, 최고 18.4%라는 평범한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그 시청자들에게는 훌륭한 드라마로 기억됐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삶이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 또는 그 자신이 살아온 길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목을 받게 되자 보수 세력의 반발이 심해져 담당 PD와 작가가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허위 사실로 실존인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그 후손들이 고소한 것이다. 드라마 ‘서울 1945’가 무대로 한 시대를 표현한 역사용어가 ‘해방전후사(解放前後史)’이다. 이 말은 1979년 나온 책 ‘解放前後史의 認識(인식)’에서 비롯됐다. 이 논문집의 서문은 ‘이민족의 오랜 식민통치로부터 해방이 되었건만 남과 북으로 갈라진 민족은, 민족사상 유례가 전무한 대결유형을 보이는 분단시대에 날로 깊이 빠져든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책을 발간한다고 서술했다. 한국 현대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이 책은 큰 인기를 끌어, 출판사는 1989년까지 시리즈 5권을 추가 발간해 모두 6권으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끝맺는다. 지난 2월 이 시리즈를 비판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두권이 출간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재인식’을 다시 비판하는 논문집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이 선보인다고 한다. 학술연구가 계속 축적되는 건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제 ‘해방전후사’도 이념의 족쇄에서 풀려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미국·프랑스, 정계 우먼파워

    ■ 美 펠로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 의회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에 16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추대된 낸시 펠로시 의원의 낯빛은 밝지 못했다. 대통령 유고시 딕 체니 부통령에 이어 승계 2위에 올랐지만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스테니 호이어 의원의 손을 맞잡은 그녀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역력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공공연하게 밀었던 존 머서(펜실베이니아) 의원 대신 긴장관계에 있는 호이어(메릴랜드) 현 원내총무가 선출됐기 때문이다.<서울신문 16일자 15면 참조> ●원내대표 경선에 표심 관철 못 시켜 호이어 의원은 이날 비밀투표 경선에서 149표를 얻어 86표에 그친 머서 의원을 가볍게 따돌렸다. 펠로시는 여성 첫 하원의장으로서 산뜻한 첫발을 떼는 데 상처를 입게 됐으며 당내 통솔력에도 의문부호가 매겨졌다. 뉴욕 대학 의회연구센터의 폴 라이트는 “하원의장으로서 할 일은 첫 싸움에서 누구라도 넘볼 수 없도록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확실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머서의 패배는 낙태와 총기 규제 및 하원 윤리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이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진보파의 지지를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펠로시와 원내 2인자인 호이어 의원은 원내 운영과 당내 진로를 둘러싸고 충돌할 것으로 우려된다. 펠로시는 애써 기자회견에서 “당내에 논란도 있고 견해차도 있었다.(그런데도) 지금까지 함께 걸어왔다.”며 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한인단체 등에선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여온 그녀가 내년 1월 차기 하원의장직에 앉게 되면 결의안 재상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프리카계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이 원내 서열 3위인 원내총무로 선출됐다. 아프리카계 원내총무 역시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되찾은 상·하원 지도부 구성이 모두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인선 내용이 알려진 상원 상임위원장 외에 통상·과학·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일본계인 하와이 출신의 다니엘 이노우에 의원이 내정됐고 국토안보·정보위원회 위원장에는 코네티컷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조지프 리버먼 의원이 내정됐다. ●약진하는 여성 정치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등장은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 결정과 맞물려 여성 정치인의 위상이 약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과 버티 어헌 총리,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지난해 11월 전후 첫 여성 총리에 오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현역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다.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전 총리는 현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노르웨이 전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여성 권익 신장에 앞장서고 있다. 프랑스의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도 대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 루아얄과의 승부가 펼쳐질지 관심을 모으며 영국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인 마거릿 베케트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북유럽(40)을 제외하고는 유럽의 여성 의원 비중은 17.4%에 그쳐 미국(21.4%), 아시아(16.5%)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dawn@seoul.co.kr ■ 佛 루아얄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여성뿐이다.”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53)은 “여성의 시대가 왔다.”며 이같이 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도약’한 그녀는 정치 실종으로 신음하고 있는 프랑스를 구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 소신에 따라 지난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두 달여 장정 끝에 지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 1차투표에서 60.6%의 지지율로 관록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20.81%) 전 재무장관, 로랑 파리뷔스(18.59%) 전 총리를 여유있게 제치고 대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변화를 선택한 사회당원 지난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뛰어든 루아얄은 환경장관(92년), 학교교육담당장관(97년)을 역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를 ‘대선 후보’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었다. 학교 폭력과 아동 포르노물 추방 등 충실히 정책을 시행하면서 ‘내면화된 야망’을 키워갔다. 그녀가 프랑스의 주목을 받은 계기는 지난 2004년 지방선거에서 푸아투-샤랑트 지역의 의회의장에 선출된 것이다.‘무리’라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 전통적으로 우파가 강했던 이 지역을 찾아가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관료가 아닌 ‘정치인 루아얄’을 각인시켰다. 앞서 1988년 미테랑의 보좌관 생활을 접고 두-세브르 지역 의원으로 출마할 때도 “지역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 발로 뛰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개척정신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후 ‘참여 민주주의’를 내걸고 가장 먼저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전자 정치’에 주력하면서 지명도를 높여갔다. 특히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친화력으로 기존 정치인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선 소식을 접한 일성이 “그저 행복감을 느낄 뿐”이었다는 것도 그녀의 소박함을 보여준다.88년 총선 출마 당시를 기억하면서 “아이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기차에 훌쩍 올라탔다.”고 말하는 등 감성 정치에도 뛰어나다. 1953년 9월22일 세네갈 다카르에서 2차대전 참전 용사인 육군 대령 자크 루아얄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프랑스의 전형적 엘리트 코스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ENA 동기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 함께 정식결혼이 아닌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당이 단합할 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먼저 경선 과정에 나타난 당의 분열을 꿰매야 한다. 우선 다른 후보들과의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분열을 해소하고 12년 만의 정권 탈환에 주력해야 한다. 17일 당선 확정 소식을 들은 그녀가 “이제는 당이 단합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부담을 잘 보여준다. 지난 2002년 대선 1차투표에서 좌파가 분열,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극우정치인 장-마리 르 펜에 밀리는 이변을 낳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다. 또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주자로 유력시되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 맞서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앞에 두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잇단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은 사르코지와 같은 지지율이 나올 정도로 내년 대선은 접전이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이미지 정치로 인기에 영합했다는 비판에 맞서려면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게 사회당 안팎의 시각이다. vielee@seoul.co.kr
  • [시론]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가 갈 길/정진영 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시론]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가 갈 길/정진영 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은 40%를 넘어섰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세 명의 대권주자들에 대한 지지율을 산술적으로 합치면 60%가 넘는다. 반면 여당의 정당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여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빅3’ 지지율의 4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교체는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1년 후의 대선이 지금과 같은 형국으로 치러지고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우선 범여권의 정계개편으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탈색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북핵으로 안보가 위태롭고, 정책실패로 빈곤층이 확대되고, 부동산 값이 폭등해도, 이에 대한 불만이 한나라당 후보의 표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다. 반(反) 한나라당 후보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나고, 기득권층의 특권이 강화되고, 미약한 사회복지체제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주장할 터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한나라당 내부에도 있다. 우선 후보선출의 방식과 관련된 일이다. 게임의 룰을 둘러싼 논란은 종종 게임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빨리 해소돼야 한다. 후보들간의 조기 과열경쟁도 문제다. 세 후보는 손을 맞잡고 자신의 당선보다 현 정권의 책임을 묻는 게 더 중요한 목표임을 국민앞에 선언해야 한다. 한나라당 승리는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빅3’ 중 누구도 이탈하지 않고 경선만 잘 치르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남의 잘못에 의존해 승리하려는 자세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상대방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국민들이 자신을 선택하도록 자신의 매력을 키워야 한다. 한나라당의 콘텐츠와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가지 핵심과제가 있다. 첫째, 북핵문제의 해법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시해야 한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안보위기는 일단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실패를 의미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북한을 원망하고 포용정책의 변화를 희망하지만, 그 방향이 전쟁불사론은 아니다. 둘째,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국민의 피부에 와 닿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경제문제가 다음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일단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한국 경제의 성공적 근대화를 이룩한 세력이 한나라당의 근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 민주주의 하에서도 경제선진화를 이룩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셋째, 사회통합의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 정부는 사회통합을 외쳤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고, 이념적 대립은 격심해졌으며, 지역감정은 완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빈곤계층과 낙후지역을 실질적으로 돕는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여당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매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될 때 한나라당은 비로소 집권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변화를 원하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이고, 북핵위기와 세계화의 도전 속에서 대한민국을 선진강국으로 이끌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이기도 하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해방전후사 再재인식’ 나온다

    “‘인식’,‘재인식’을 넘어 이제는 ‘재재인식’이다.” 역사비평사가 다음 주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이하 ‘새로운 흐름’)을 시중에 선보인다. 이 책이 이목을 끄는 것은 지난 2월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을 뛰어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재인식’을 넘어선 ‘재재인식’인 셈이다. 특히 ‘새로운 흐름’은 ‘재인식’이 새로운 역사방법론을 다루는 듯했지만, 결국 뉴라이트의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비판의식 위에 서 있다. “‘재인식’은 ‘인식’ 위에 최근 연구성과를 소화해 냈다기보다, 신자유주의적이고 친자본·친국가적인 성향으로 기울었다.”는 한 편집위원의 언급은 이를 뜻한다.‘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에 대한 비판이야 얼마든지 가능하지만,‘재인식’의 비판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권 분량으로 모두 6부로 구성된 ‘새로운 흐름’은 여기에 공감한 신진연구자들이 쓴 28편의 논문을 모았다.‘식민경험과 국민형성’이라는 주제 아래 1권은 ▲식민지와 근대성 ▲친일문제 ▲이승만·박정희 정권 시기 국민국가 형성 문제 등을 다뤘다.‘한국현대사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다룬 2권은 제목 그대로 새로운 역사방법론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여성성·남성성과 미디어의 관점, 문화·담론연구나 사회적 소수자의 시선에서 현대사를 바라본 권보드래(이대)·이임하(덕성여대)·유선영(한국언론재단)·김준(성공회대)·김원(서강대)씨 등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총론 외에도 각 부마다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하는 보론도 덧붙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해방전후사 진보 보수 대립논리 극복 노력

    해방전후사 진보 보수 대립논리 극복 노력

    다음 주 출간되는 ‘한국 근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이하 새로운 흐름)은 기존의 연구성과에 도전해 보겠다는 신진연구자들의 야심과 조바심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함을 뜻한다. ●인식 VS 재인식 논란 ‘인식´에 대한 비판은 간간이 있어왔다. 당시엔 최신 연구성과였지만,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이다보니 학술보다 운동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식´은 20∼30년 전의 책인데다, 그 사이에 사회주의권 붕괴 같은 세계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변화의 필요성은 있었다. 그러나 재인식이 성공적이었느냐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뉴라이트에 기울었다는 의미에서 ‘재인식´도 학술보다 운동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재인식´ 편집진은 ‘재인식=뉴라이트´라는 평가를 오해라 했지만,‘재인식´ 자체가 오해의 소지를 담고 있다.‘개별 논문은 훌륭한데, 편집자들의 시각이 매우 단선적´(최원식 인하대 교수)이라는 비판이 한 예다. 가장 큰 문제는 편집진 구성이었다. 탈근대론자 박지향(서울대)·김철(연세대)이 뉴라이트인 이영훈(서울대)·김일영(성균관대)과 결합할 수 있느냐다. 뉴라이트는 박정희를 오늘날 대한민국을 반석에 올려둔 지도자로 평가한다. 그러나 탈근대론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에 기반한 국가동원체계에 가장 비판적이다. 탈근대론의 입장에서 박정희 시기 경제개발을 분석한 김보현(성공회대)이 ‘박정희는 반민족주의자´라는 좌파의 통념을 깨되 ‘박정희는 민족주의자였기에 비판받아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 한 예다.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의 표현대로 탈근대론과 뉴라이트의 ‘기묘한 연대´가 아닐 수 없다. ●인식, 재인식 모두 뛰어넘자 ‘새로운 흐름´의 야심과 조바심은 여기에 있다. 탈근대론으로 상징되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역사접근법이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갈 길이 다른 뉴라이트 같은 정치운동에 얽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90년대 이래 쏟아져 나온 다양한 역사접근법을 차분하게 감상하기도 전에 출발선상에서부터 ‘진보냐 보수냐.´는 틀에 갇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흐름´은 ‘재인식´에 투영된 ‘진영논리´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진보진영이 ‘인식´ 이후 지적으로 태만했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재인식´ 역시 ‘인식´의 시대착오적인 진영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긴 마찬가지라는 것. 좌파를 ‘이분법적인 철부지 극렬 민족주의자´라 비판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국가=문명, 민족=야만´이라는 식의 이분법에 매여 있는 게 ‘재인식´의 분석틀이다. 또 탈근대론을 내세우면서도 역사적 사실이라는 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을 여전히 붙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인식이냐 재인식이냐가 아니라 둘의 대결 구도 자체를 깨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재인식, 누가 만들었나 ‘재인식´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편집자 가운데 해방전후시기 전공자가 김일영뿐이고 그나마도 국사학자가 아니라 정치학자라는 것이다. 비전공자들이 개략적인 머릿속 그림만 가지고 시대를 논했다는 것인데, 많은 근현대사 연구자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다. 장상환(경상대) 같은 학자는 “이들이 모여 편집한 것 자체가 비극”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에 반해 ‘새로운 흐름´은 편집위원 6명 가운데 4명이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정통 국사학자다. 이들은 2000년 전후로 박사학위를 받은 30대 후반의 젊은 연구자들로 90년대 새로운 역사연구방법론을 듬뿍 받아들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책임편집자 윤해동(성균관대)은 근대민족주의 비판으로 유명한 국사전공자이고, 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는 탈민족주의를 제기했던 임지현 한양대 교수와 함께 작업했던 국사학자다. 허수(역사문제연구소)도 근대사상사를 연구한 국사 전공자이고, 이용기(서울대)는 국사학자로는 아직까지 낯선 사회사(구술사) 연구자다. 이외에도 국문학자인 윤대석(성균관대)·천정환(성균관대)은 한국 근현대 문학 연구에 진력해온 소장 연구자들인 점이 ‘재인식´팀과 분명히 구분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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