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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기말 더 세진 ‘靑 전투력’

    청와대의 시계는 여전히 2003년 임기 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연일 왕성한 전투력으로 ‘왜곡’과 ‘오해’를 도마에 올리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지금이 임기 초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자평한다. 11일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보수언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론자, 일본의 역사인식을 겨냥했다.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전 의장이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화로 원포인트 개헌 주장을 비판했다.”며 사과를 요구한 것과 관련,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당시 김 의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본인 선거를 치르지 않으니까 민심에서 멀어지고 선거에 무관심해진다. 그래서 4년연임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노 대통령이 당 의장으로서 대통령을 선거결과와 연관지어 부적절하게 평가한 부분을 비판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천 대변인은 “김 전 의장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개헌을 비판한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의도적 왜곡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정책조정비서관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보수언론이 참여정부를 매도하기 위해 지난 6일 프랑스 대선결과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김 비서관은 일부 보수언론이 우파인 사르코지가 당선된 대선 결과를 들어 ‘프랑스조차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데, 참여정부는 큰 정부의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사례를 거론하며,“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모두 ‘빨갱이’로 매도한 것처럼 답답하고 두렵다.”고 밝혔다.‘저성장, 고실업, 고복지’ 체제의 문제점을 가진 프랑스와 복지지출이나 공무원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김 비서관은 “프랑스 사람이 날씨가 더워 옷을 벗는다고, 아직 한기가 가득한 우리 국민에게 반팔을 입으라고 강요해서는 곤란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윤승용 홍보수석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동체 구축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올려 “일본해 표기 주장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와 침략주의의 유산”이라며 일본 정부가 ‘최소한 동해 병기’라는 한국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역사 교과서 왜곡과 일본군 위안부의 공식적인 책임 부인, 야스쿠니 신사와 독도 문제 등에서 일본 지도자와 보수세력이 보이고 있는 퇴행적 역사인식도 꼬집었다.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도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게재,“한·미 FTA로 동북아시대 구상이 끝났다는 비판은 기우”라면서 “한·미 FTA 타결 이후 일본과 중국이 한국과 FTA에 더 적극적인 점에서 보듯, 한·미 FTA가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한국이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아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23일 치러진 야스쿠니신사 춘계대제 기간에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의 명의로 신사에 공물을 바친 사실이 8일 확인됨에 따라 신사참배를 둘러싼 외교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개인 비용으로 춘계대제 때 5만엔 상당의 높이 2m인 비쭈기나무 화분을 신사 측에 보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에서 비쭈기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져 신전에 바쳐지고 있다. 화분은 신사 본당으로 올라가는 목제 계단의 옆에 다른 화분들과 함께 배치됐다. 신사에 대한 공물 제공은 지난 1985년 8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이래 22년 만이다. 신사참배 여부에 애매한 입장을 취해 왔던 아베 총리는 결국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의식, 직접 참배하지 않는 대신 신사측에 마음을 전한 셈이다. 때문에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사과를 비롯, 일련의 사죄성 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아베 총리가 공물을 보낸 것은 역내 평화와 안정의 근간이 되는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에 역행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중국 외무성도 “중·일 관계에 있어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일본 측에 신중한 자세를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시하며, 명복을 빈다. 이런 생각을 계속 갖고 싶다.”라며 봉납 사실을 인정했다.한편 민주당을 비롯, 야당들은 아베 총리의 애매한 대응에 “양다리를 걸친 태도”라며 일제히 비판, 정치적 이슈로 삼고 있다.hkpark@seoul.co.kr
  • [시론] ‘확대되는 빈곤층’ 탈출구는?/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시론] ‘확대되는 빈곤층’ 탈출구는?/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한국 경제에서 최근 제기된 핵심화두들 중 필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화두는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현상의 해소’이다. 최근 한국의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산층의 비중이 축소되고 빈곤층의 비중이 확대되자 ‘양극화’현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간이 갈수록 빈곤탈출률이 저하, 소득이동성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의 측면에서 본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산층 축소로 인한 빈곤층 확대에 있다. 또한, 빈곤층의 트랩에 한 번 들어갈 경우 소득이동성이 낮아져 빈곤이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양극화 현상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도 빈곤층의 확대와 고착화 현상에 대한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소득불균등이 아니라 ‘빈곤층’의 문제라면 소득재분배 정책보다는 성장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정책의 주안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산층의 빈곤층 전락을 막기 위해서는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고용창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산업을 육성, 성장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중산층의 ‘경제심리’를 안정시켜 내수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2005년 유럽연합(EU)이 회원국들에 ‘성장촉진형 재정지출’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고한 사실은 빈곤층 해결의 강력한 해법이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둘째, 혁신활동을 통한 이윤추구를 정부가 보장하면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생산성 높은 경제주체들이 혁신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여건을 만들 때 실업과 한계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정책 재원조달이 용이해진 선진국들의 선험적 경험에 비춰볼 때, 혁신활동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부문에 대한 정부의 보장과 지원은 한국에서도 필요한 정책방향이라고 판단된다. 셋째, 빈곤층이 경제활동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장기적으로 빈곤의 대물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의 확대가 매우 필수적이다.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면서 사교육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빈곤층이 교육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헤드 스타트(Head start=1964년 미국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소외를 방지하는 데 기여한 프로그램)과 NCLB(No child left behind=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실시한 부시행정부의 공교육 개혁정책)의 예를 참고할만 하다. 넷째, 빈곤층 스스로도 경제활동에 대한 안이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구직을 포기한 채 정부로부터의 재정적인 지원만 기다린다면 빈곤층문제 해결의 희망은 없다. 일단 일을 할 수 있는 경제주체들이라면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확립이 중요하므로 가정, 정부, 그리고 사회의 교육과 계몽활동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빈곤층 증가와 빈곤탈출률 저하현상을 보면서 한편으로 한국경제에 보다 많은 ‘패자부활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약자인 고령인력과 여성인력이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회분위기 조성에 한국 사회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지방시대] 세계육상대회 성공은 시민의 손에/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대구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그동안 지역 경제에 어려움이 닥치고 불미스러운 사고가 이어지면서 저마다 수심 가득했던 얼굴이 근래 부쩍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는 이러한 표정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한 시민들이 모처럼 화사한 게 당연하다. 더욱이 육상 불모지에다 중앙정부의 지원조차 충분히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선수와 두터운 마니아 층을 가진 모스크바를 눌러 이겼으니 감격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여겨지던 대구가 글로벌 차원의 도시 경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은 여전히 상당한 저력과 외교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위원회는 세계 곳곳에 개최 의지를 알렸고, 한 치 오차 없이 상세한 부분까지 준비를 마친 가운데 국제육상경기연맹 현지실사단을 맞았다. 여기에다 대구시장은 세련된 감각, 유창한 외국어 실력, 놀라운 스포츠 이해력으로 위원회 활동을 뒷받침했으며, 시민들은 자발적인 참여 속에 엄청난 유치 열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수년 후 대규모 육상 잔치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대구의 미래를 바꾸거나 상황 반전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결과는 오로지 지역의 열린 자세와 자원동원 능력에 달렸다. 우선 경제적이고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육상대회 개최 도시는 대구라 하더라도 경북과 한데 어울릴 때 고장의 역사와 다양성이 더 빛난다. 일류 도시, 희망의 도시 대구가 간직한 역동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구미·포항의 산업시설, 경주·안동의 관광자원을 동반 홍보한다면 그야말로 상생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최근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대구경북 경제통합의 구체적인 실천이기도 하다. 시민 참여의욕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찍이 로스앤젤레스는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에 힘 입어 올림픽을 무사히 마쳤고, 서울 올림픽 당시에도 시민 수만 명이 봉사정신을 발휘했다. 특히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2만 5000여 시민 서포터스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순조로운 행사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만일 이번 스포츠 제전에서 또 다시 열광적인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대구는 국내 육상 붐을 조성하고 이웃에 전파하는 전초기지로 재탄생할 게 분명하다. 아울러 시급한 과제는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글로벌 기준에 어울리도록 바꿔 나가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오늘날 대구사람들의 인식은 세계 수준과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비록 대구는 나라의 관문 구실을 한다거나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에 다소 한계가 따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일 경우 세계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멀리서 찾아 온 손님을 세계 수준에서 대접하는 자세, 국제적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안목이 곧 시민의 능력이자 지역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자칫 빠지기 쉬운 독점의 욕망을 견뎌내야 한다. 일단 대회 유치가 결정되었으니 우쭐해져 그저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에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준비하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 세계육상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마련하고 각 부문에 걸쳐 도약을 이뤄내자면 외부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유연성 발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삼아 알찬 성과로 이어가는 것도 대구시민의 몫이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인간의 문제/마르틴 부버 지음 윤석빈 옮김

    집을 떠나본 사람치고 집이 그립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갈 집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믿을 것이라곤 자기밖에 없을 것인즉, 결국 자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가 누군지를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말 것이다. 돌아갈 집이 없는 인간으로서 자기가 누군지를 알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인간이 자신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게 된 것은 집을 잃은 탓이다. ‘대화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M.Buber)는 그의 저서 ‘인간의 문제’(윤석빈 옮김, 길 펴냄)에서 서양철학의 역사를 ‘집이 있는 시대’(제1부)와 ‘집이 없는 시대’(제2부)로 나누면서 각 시대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인식의 인간학적 문제를 성찰해왔는지를 밝힌다. 부버가 볼 때, 플라톤에서 헤겔까지 인간은 집이 있었다. 돌아갈 집이 있기에 인간은 자기가 누군지에 관한 인간학적 문제를 다루어도 그저 형이상학적, 종교철학적, 역사철학적 맥락에서 부수적인 문제로 다루어왔다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스피노자, 칸트, 헤겔 등에 관한 비판적인 고찰에서 밝힌다. 유독 부버는 이 시대의 이단아 파스칼만은 높게 평가하는데, 그가 무한한 우주 어디에도 돌아갈 집이 없는 인간의 진지한 인간학적 사유를 미리 선보인 까닭이다.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말은 집 없는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이 시대에는 다른 철학의 부속물로 전락해온 인간학적 문제가 비로소 자립성을 확보하면서 철학적 인간학으로 전개되기에 이른다. 부버는 이러한 인간학의 당당한 발걸음을 이끈 철학자로 니체, 포이어바흐, 마르크스,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셸러 등을 고찰하되, 개인주의적 인간학과 집단주의적 인간학의 두 가지 틀에서 논한다. 부버는 ‘인간 일반’을 놓치고 ‘사회’만을 분석한 마르크스의 집단주의도 비판하지만, 특히 하이데거의 개인주의를 매섭게 공격한다. 그의 개인주의는 인간의 실존적인 자기관계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신을 향해 열린 개별자의 실존적인 자기관계를 제시한 키르케고르의 그것보다 못한 ‘닫힌 체계’라는 비판이다. 물론 하이데거의 실존이 존재 자체를 향해 열린 개방성임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선 철학자들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대화론적 철학의 체로 걸러낸 부버만의 고유한 해석 탓이겠지만, 굳이 이것을 이 책의 결함으로 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앞선 철학을 자신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은 철학자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짧은 글 ‘전망’에서 부버는 두 가지 인간학을 대신할 대안을 인간의 ‘사이존재(Zwischensein)’에서 찾는다. 인간이 나와 너 ‘사이’의 열린 공간에서 이러한 “사이의 영역” 자체로 ‘존재’하면서 서로 나누는 대화가 인간의 존재론적 근본구조인 까닭이다. 이것은 집 없는 시대에 인간학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인간학적 사유의 이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첨언한다면, 우리의 얼굴로 우리의 역사에서 나와 너 사이에서 성립하는 ‘서로주체성’의 이념을 모색하고 있는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저서 ‘서로주체성의 이념’을 곁들여 읽기를 권한다. ■ 서평:권순홍(군산대 철학과 교수)
  • 첫 한국인 불교 성자 누가 될까

    ‘천주교에 성인(聖人)이 있다면 불교엔 성자(聖者)가 있다.” 한국 천주교가 순교 사제와 신자들을 복자·성인품에 올리기 위한 시복시성(諡福諡聖) 작업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불교계도 역대 대선사들의 성자 추대 운동을 벌여 눈길을 끈다. 불교 각 종단이 소속된 (사)대륜불교문화연구원(이사장 무공 태고종 중앙포교원장)은 불기 255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최근 불교 성자 추대를 결의, 이같은 내용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에 공식 제의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을 비롯해 태고종·천태종 등 각 불교 종단은 자체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한 뒤 종단협 차원에서 최종 논의를 거쳐 성자를 추대할 것으로 보인다. 불교사를 볼 때 석가모니 부처님의 십대 제자 외 16성(聖),500성, 독수성,1200제대(諸大), 아라한 등 숱한 인물이 성자로 추대돼 왔으나 한국에선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추대하지 못한 상황. 특히 한국 불교는 1700년의 역사상 부처님과 조사(祖師)의 방편(方便)을 갖춰 대오견성한 대선사로 추앙받는 스님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종단에서 외국의 옛 선사들을 종조로 모시는 실정이다. 한국 불교계가 성자 추대 움직임에 나선 것도 이같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대륜불교문화연구원이 종단협에 제출한 제안서에서 “한국 불교사에는 기라성 같은 대선사들이 존재하고, 심지어 중국 불교에선 한국 승려 지장 법사를 육신보살로, 무상대선사를 500나한 중 한 분으로 추대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성자추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한국의 사찰들이 대부분 조석예불과 정례 공양 때 석가모니 10대 제자와 16성,500성, 독수성 내지 1200제대, 아라한들에게 예배 공양하면서 단 한 사람의 한국 성인도 배출하지 못한 것은 민족적 주체성과 자존심을 포기한 사대주의 망상에서 온 결과”라는 주장이다. 현재 불교계가 지목하는 성자 대상은 일단 원효를 비롯해 의상, 원측, 자장, 의천, 지눌, 태고, 무학, 휴정, 유정 등 크게 깨닫고 대승(大乘) 신통(神通)을 얻어 보살 경지에 오른 선사들로 보인다. 각 종단 대표들로 구성된 추대위원회가 결성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성인, 득신통대보살, 아라한 등의 품격에 따라 16명을 선정 추대해 예배, 공양할 것으로 보인다. 대륜불교문화원 이사장 무공 스님은 “한국 불교 신생 종단들이 외국의 옛 선사들을 종조로 모시는 풍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외국 민족불교 종파의 종지종풍을 왜 한국에 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불교종단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불교계에서 한국 선사들의 성자 추대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각 종단이 추앙하는 종조와 선사들이 달라 대상자 선정이 쉽지 않겠지만 공동추대위와 불교학자들이 뜻을 모으면 적합한 성자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종교건축 이야기] (27) 한남동 이슬람 중앙 사원

    [종교건축 이야기] (27) 한남동 이슬람 중앙 사원

    서울 한남대교에서 남산 터널 쪽으로 차를 달리다 보면 왼쪽 이태원 언덕의 도드라진 이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1976년 세워진 뒤 31년간 그 자리를 지키며 한국 이슬람 총본산 역할을 해온 이슬람교 중앙 사원(모스크·용산구 한남동 732~21)이다. 전국 10개의 이슬람 사원과 선교원,40여개의 이슬람교 예배소를 총괄하는 한국 이슬람의 핵. 많은 이들에겐 그저 호기심의 대상으로 머물러 있지만 3만 5000여명의 한국 무슬림(이슬람 신도)과 10만여 외국인 무슬림들에겐 절실한 신앙공간이다. 이태원 소방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보광초등학교 삼거리 왼쪽 길을 택해 오르면 허름한 주택들이 줄지어 선 골목 양쪽에 아랍어 간판을 단 집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이슬람 성서인 코란을 비롯해 아랍 과자·음료수를 파는 가게며 서점, 터키 전통음식을 파는 음식점들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골목 끝에 서면 푸른색의 아치형 문이 길을 막는다.‘하나님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무하마드는 그분의 사도입니다.’ 이슬람 교리를 가장 극명하게 압축한 문구를 보며 회랑처럼 생긴 오르막길을 올라 너른 마당에 서면 큼지막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알라 하나님은 가장 위대하시다)라 쓴 중앙 사원이 눈에 든다. 매일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5차례의 이슬람 예배가 어김없이 열리는 곳. 한국은 물론 서남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한국에 온 무슬림들의 신앙이 이어지는 이색지대이다. 멀찌감치선 우람하게 비쳐지는 것과는 달리 막상 사원 앞에 서면 아주 단촐한 인상을 받는다. 모스크를 상징하는 지붕 중앙의 돔(쿱바)과 앞쪽 두 개의 높은 첨탑(미나렛), 그리고 돔과 첨탑을 호위하듯 선 자그마한 첨탑들이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모든 것이다. 전통적으로 사람들을 잘 불러모을 수 있도록 높은 곳에 모스크를 세운 것처럼 한국의 무슬림들도 중앙 사원을 이태원 꼭대기 높은 언덕에 세워놓았다. 사원이 세워진 것은 1976년.6·25전쟁 중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터키 제6여단 사령부의 군(軍) 이맘(이슬람교 예배 인도자), 압둘 가푸르 카라 이스마일 오울루의 전도로 1955년 압둘라 김유도와 우마르 김진규 등 한국 최초의 무슬림이 탄생한 지 21년 만의 일이었다. 중동 붐을 타고 이슬람 국가와의 친교가 긴요했던 무렵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서초동 쓰레기 매립장 10만평과 지금의 사원 자리 등 두 군데 중 한 곳을 사원 터로 무상 제공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한국 이슬람교가 지금의 부지를 택한 것은 당시 주변에 아랍 상인들과 이슬람 신도들이 모여 살았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태원에 살던 영향력 있는 한국인 신도가 고집을 부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에선 신도층이 두텁지 못해 사원 건립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구걸하다시피 전 세계 이슬람 나라들에 손을 벌려야 했다.1970년 부지가 확보된 뒤 한국의 무슬림들이 모금 사절단을 구성, 이슬람 각국을 돌아 미화 40만달러를 모았다.1974년 10월 첫 삽을 뜬 지 1년 7개월 만인 1976년 5월 마침내 한국 역사상 최초의 이슬람 건축물을 세워놓은 것이다. 당시 개원행사엔 17개 이슬람 국가의 장관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50여명의 종교지도자들이 참석,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붕 위의 첨탑인 미나렛은 이슬람의 가장 대표적인 순례지인 사우디아라비아 하람성원의 것을 그대로 본떴다. 미나렛은 무앗진이라 불리는 사람이 올라가 아잔(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외치는 첨탑. 이슬람 전통을 따르자면 매 예배 때마다 무앗진이 이곳에 올라 예배시간을 알려야 하지만 마이크와 스피커로 대신하고 있다. 사무실과 회의실이 들어선 1층에서 계단으로 오르게 되는 2층 예배공간에선 교회나 성당에 흔한 성상이나 초상, 상징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코란 구절만이 빙 둘러 새겨져 있을 뿐이다. 6개의 둔중한 기둥이 떠받치는 중앙 돔과, 양측 벽 위쪽의 아치형 창에서 쏟아지는 자연채광이 바닥의 붉은색 양탄자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배공간의 중심은 아랍어로 ‘너희들이 어디에 있건 하람성원을 향할 지니.’라 쓰여진 미흐랍. 전 세계의 이슬람 신도들이 예배 때 마음과 몸을 둔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향해 만든 예배 방향 표시이다. 그 오른쪽, 예배 인도자인 이맘이 올라서서 설교하는 계단인 민바르도 독특하다.2층이 남자 신도들의 예배공간이라면 3층은 여 신도들의 공간. 남녀를 엄격히 구분하는 이슬람 세계의 문화가 이곳에도 살아 있다.3층 여 신도 공간 앞쪽엔 가리개를 쳐 남자 신도나 예배 인도자조차 여 신도들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여 신도들은 이맘의 목소리만 듣고 예배드릴 뿐이다. 평일 5차례씩 열리는 예배 참석자는 매회 40명 정도. 대부분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외국인 무슬림들이다. 평일과는 달리 금요일 오후 1시 특별 예배엔 전국에서 500여명이 몰리며 한국인 신도도 40∼50명 정도가 참석한다고 한다. 예배는 한국인 이맘 2명과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들어온 선교사 2명이 번갈아 인도한다. 라마단이 끝나는 다음날인 이슬람력 10월1일과 이슬람 성천(聖遷)일인 이슬람력 12월10일의 축제일엔 3000명이 모여 신앙을 넘어선 거대한 만남의 장을 일군다. “서구인들이 이슬람교를 왜곡하기 위해 지어낸 ‘한 손에 칼, 한 손에 코란’이란 말 그대로 많은 한국인들은 이슬람교와 교도들을 호전적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이슬람 중앙 사원의 이행래(70) 이맘. 그는 “순종과 평화를 추구하는 이슬람 신자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이슬람 사원은 무슬림들의 본 모습을 가감없이 볼 수 있는 평화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kimus@seoul.co.kr ●한반도와 이슬람교 서기 610년경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사도 무하마드에 의해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이슬람교. 유일신 ‘알라 하나님’만을 믿고 하나님의 말씀 ‘코란’을 따르며,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천국에 임할 수 있음을 기초교리로 삼는 일신교다. 신성에 관한 한 어떠한 복수(複數)적 개념도 받아들이지 않은채 ‘가장 훌륭한 일신교도’라는 자부심을 갖고 사는 이슬람 신도, 즉 무슬림은 전세계 13억명. 이 땅에선 1955년 첫 한국인 무슬림이 탄생하면서 신앙이 태동했지만 한반도와 이슬람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학계에서는 통일신라기 무슬림 상인들의 교역상품이나 이슬람 세계의 것으로 여겨지는 물품들이 흔히 사용된 기록으로 미루어 9세기 중엽부터 이미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처용 일행을 ‘동해안에 나타난 모양과 의상이 괴이한 4명의 자연인’으로 묘사한 삼국사기 기록은 ‘처용가’의 주인공이 아랍인이라는 설을 낳기도 했다.11세기 초 고려기엔 ‘대식(大食)’으로 알려진 아랍 상인들이 고려조정과 교역을 자주 시도했다. 고려사에 ‘1024년,1025년,1040년에 아랍 상인이 100여명씩 무리를 지어 수은이나 몰약을 갖고 개경을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슬람의 종교와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것은 여말선초(麗末鮮初)기인 13∼14세기 무렵. 당시 원(元)의 간섭을 받았던 고려조정에는 중앙아시아계의 무슬림들이 대거 진출해 있었다. 이들은 고려사에 ‘회회인(回回人)’으로 기술된 투르크계의 위구르 무슬림들로 수도 개성에 이슬람 성원까지 세웠다고 한다. 조선조 세종 때엔 궁중 행사에 무슬림 대표들이 코란을 낭송하며 임금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기도 했으며, 그때 이슬람 역법이나 도자기 기술이 도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조 유교사상으로 인해 이 땅의 이슬람은 15세기 중엽 이후 썰물처럼 빠졌다. 이후 1920년대 들어 소련치하 소수민족인 투르크계 무슬림들이 한반도에 망명해와 학교며 이슬람 성원을 건립하기도 했으나 해방과 한국전쟁의 와중에 대부분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한국이슬람교 중앙회측은 보고 있다.
  • [시론] 통계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정제련 감사원 평가연구원 연구관 경영학박사

    [시론] 통계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정제련 감사원 평가연구원 연구관 경영학박사

    통계란 사회현상에 대해 사진을 찍는 것에 비유할 수 있으며, 사진은 같은 인물과 배경이라도 구도나 명암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국정에 대한 기획과 운영, 결과 등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정책입안자, 지도자, 국민은 객관적인 상황을 인지하기를 원하며,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정보로서 통계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통계는 하나의 현상에 대해 항상 같은 모습을 담고 있는 증명사진과 같다고 하겠다. 이처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통계가 학자와 정책입안자, 그리고 국민들에게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수산통계 부재로 국가적 망신이라는 비난까지 받은 1998년의 한·일어업협정, 부처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주택보급률 및 실업률, 비정규직 비율 등은 필요한 통계의 부재뿐 아니라 동일한 통계조차도 서로 다른 수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분야 정책의 기반이 되는 설비투자 통계의 경우 산업은행 자료와 한국은행 자료가 2005년의 경우 무려 3조 6000억원의 차이가 난다. 국가장애인정책의 근간이 되는 2005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2000년 대비 연도별로 8.19%의 장애인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장애인에 대한 투자계획은 취업알선관리사업과 시설장비사업의 경우 매년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의 오용은 예산집행의 비효율성을 낳고 관련 산업의 경쟁 도태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불러일으킨다. 통계의 생산에 있어서 국가(정부)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통계 생산의 비용이 통계 작성에 따른 수익에 비해 훨씬 크며 이러한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집단은 시장경제체제하에서는 정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면한 통계 생산 및 활용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통계의 중추기관인 통계청의 예산확대와 인력보강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통계기획 및 분석 담당인력이 네덜란드 159명, 호주 87명, 미국 51명임에 반해 한국은 9명에 불과하다. 둘째 행정자료의 활용이 더욱 필요하다. 예를 들면 통계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국세청의 사업자등록자료, 각종 납세신고자료,4대 보험 신고자료와 행자부의 건물 및 토지관련 자료 등 매우 다양하지만, 이러한 행정자료들이 개인정보보호법(제10조)의 규정을 이유로 제공이 거부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비밀보호를 위한 기술적인 방법, 예를 들어 주민등록번호 및 사업자등록번호 등의 식별코드를 적절히 조작함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자료를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정책 입안시 보다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들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생산된 통계의 질적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부처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통계가 용역사업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고, 통계의 기획과 조사에서 해당업체가 주관적으로 검증과정 없이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계기준의 표준화와 통계생산시 품질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지도층의 인식전환과 통계위상의 법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 때마침 지난달 초 대폭 개정된 통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한다. 정제련 감사원 평가연구원 연구관 경영학박사
  • 진화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진화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대학생 자원봉사가 진화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전문성 있는 활동으로 봉사 대상자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안겨주는가 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소외계층에게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가기도 한다.‘요즘 젊은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취업 준비에만 몰두한다.’는 주위의 편견과 달리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세상을 바꿔 나가는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로 산에 오를 수 있었을까요? 언제 이렇게 맛있는 도시락을 싸올 수 있었을까요?” 지난해 8월 2박3일 생태학 캠프가 열린 전남 장성군 장성 캠프장에서 들었던 민석(가명·11)이의 말을 대학생 이유경(25·여)씨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작은 배려가 민석이에게는 큰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데 놀랐다. 민석이는 현재 광주광역시 동림동의 한 보육시설에서 부모와 떨어져 살고 있다. 이씨는 전남대 생물학과 봉사동아리 ‘토리토리 도토리’에서 선후배 5명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자는 취지로,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와 떨어져 살거나 부모를 여읜 아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 누나와 형이 되어주고 체험학습도 함께한다. 특히 곤충과 식물을 함께 채집하거나 전남대 동물자원화실, 공룡박물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씨는 “식물분류학이나 식물 형태학·곤충학 과목을 이수한 사람만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전공 지식을 응용해 아이들에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체험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형극 보여주고 미술 가르치고… 대전 보건대 장례지도과의 ‘메멘토모리’는 생활지원 봉사, 장례미용 봉사, 영정사진 촬영 등 3개 학과 내 전공학습 동아리가 연합한 모임이다. 홀로 외롭게 사는 어르신이나 생활보호대상자에게 화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어주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깔끔한 효도사진을 만들어 드린다.1년 동안 30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 학과 과정과도 연계돼 참가자가 40∼50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크다. 회장인 김준구(24)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마지막에 호강한다고 좋아하실 때, 염습 및 입관을 하고 나서 유족들이 고마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 학생들의 모임인 ‘CO-끼리’도 전공을 십분 활용한 봉사 동아리다. 고아원이나 분교, 장애 아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인형극 공연과 장애인식 개선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러브 아트’(Love Art)는 숭의여대 아동미술디자인과 동아리로 지역아동센터 등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안산1대 간호과의 ‘안산1대 발사랑 모임’은 경기도 지역 요양원·복지원 등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발마사지 봉사활동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봉사 기발한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 봉사활동으로 주변에 참신한 행복을 나누는 대학생들도 있다. 덕성여대 보드게임 봉사팀 ‘We즐’은 지역사회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나가 방과후 혼자 방치되거나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들곤 했던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남을 이해하고 사회성도 기르도록 돕는다. 서은혜(22) 팀장은 “처음에는 경쟁에만 열중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친구들을 도와주는 등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BJPP’(BJers of Passionate Pioneers)는 선한 부자가 되자는 기치 아래 모인 ‘서울대 부자동아리’ 회원들 가운데 일부가 만든 봉사팀이다. 주로 서울 관악구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민희(21) 팀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경제 흐름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아이들이 돈을 아껴쓴다.’며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외에 대학 연합 동아리인 ‘H.U.G.’(History of Unhistorical Generation)는 2005년 8월부터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두! 드림’(Do! Dream)은 이달부터 경기 안산 코시안의 집에서 미취학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봉사를 하고 있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이강현(62) 사무총장은 “자신의 전공을 살리는 활동은 대체로 잘 되고 있지만 창의적인 봉사활동은 아직 부족하다. 기업과 시민단체가 봉사활동에 파트너십을 이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아연 정서린기자 arete@seoul.co.kr ■ “봉사활동 인증시스템 체계화를”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정무성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의 특징으로 ‘창의적이면서도 전문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대학생 봉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진정성과 지속성을 꼽았다. ▶대학생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대학생들이 연령·소득계층이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사회 지도자적 자질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을 통해 졸업 후 사회진출을 위한 직업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 대학생 봉사활동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초창기 순수했던 목적이 점점 상업화·수단화되는 경향이 있다. 봉사 동아리가 얼마나 많은 기부금을 받았는지, 취업에 얼마만큼 도움이 됐는지 등 부쩍 실적을 중시하고 있다. 후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소외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는 봉사활동의 순수한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 -대학생 봉사활동 인증시스템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봉사활동 인증제도가 있으나 변별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진심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단순히 취업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구별해야 한다. ▶최근 SKT가 대학생 자원봉사 공모전을 여는 등 대기업들이 봉사활동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이다. 기업들의 참여가 사회적으로 봉사활동의 인식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양적으로 상당한 발전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기업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때 우리나라의 봉사활동도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온세상 얻은 듯 기쁨 느껴요” “봉사활동이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조인선(사진 오른쪽·22·삼육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씨는 자신있게 말했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할 때면 떨려서 말을 더듬고 생각도 막히곤 했지만, 이젠 무대에 올라서도 당당하게 의견을 술술 말할 수 있게 됐다. 조씨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 서울 강동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중학생에게 1대1 멘토링을 해주면서부터다. 친구처럼 공부도 도와주고 떡볶이도 같이 사먹으면서 봉사의 보람을 느끼게 됐다.2005년에는 새터민 관련 학교 봉사동아리 ‘하늘샘’에 가입, 탈북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도와주면서 본격적으로 봉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처음 탈북 청소년들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고 했다.“접촉 자체가 어려웠죠. 아예 만나주질 않으니 함께 하자고 설득할 기회조차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도 그 친구들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고 어렵사리 마련한 약속도 일방적으로 깨버리기 일쑤였죠.” 그러나 왕복 4시간 거리를 마다 않고 1년여 동안 꼬박꼬박 만나러 다녔다. 마침내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을 때, 그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느꼈다. 조씨는 현재 경기 남양주 금곡고에서 매주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자원봉사단체 ‘써니(Sunny)’ 회원으로도 2년째 활동하고 있다. 하늘샘 활동까지 합치면 주요 봉사활동만 3개에 이른다. “힘들다고 연락하면 무조건 내 편이 돼 주는 사람이 전국에 있고,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 뛰어와줄 수 있는 사람이 전국에 있다는 생각에 언제나 든든합니다.” 그는 “앞으로 학생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지역사회 지원 활동도 함께 해나가는 학교 사회복지사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김문기자가 만난 사람] 세계효문화본부 홍일식 총재

    벌써 5월이라는 생각에 문득 피천득 선생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새달 29일이면 백수(百壽)라는 만 99세를 채우는데도 아직 듣고 말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하신다.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인형과 함께 눈을 지그시 감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신다. 어두워 잠자리에 들 때면 늘 그러했듯 팔베개를 해주며 꿈속을 함께 걸으신다. 또 밝은 낮에는 집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을 감상하며 어린 아이처럼 히죽거리다가 감흥에 젖어 시구도 절로 읊으신다. 이래저래 5월은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한다. 기념할 날도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새삼 가족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가정의 달’이라고 했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가정의 달´ 맞아 되돌아본 효 ‘효행’이 새삼스레 생각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륜의 덕목 중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만한 스승 없고, 형만한 아우없다.’는 속담에 얼마나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까. 지난주 홍일식(72) 전 고려대 총장을 만났다. 그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세계효문화본부’ 총재를 맡아 ‘21세기의 효’는 어떠해야 하며, 또 ‘한국인에게는 무엇이 있는가.’에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성북동 사무실에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맞이한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손님을 만나려면 최소한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느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어 자리에 앉더니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의 몫이다. 일찍이 역사의 신은 준비 없는 사람에게 미래의 영광을 준 적이 없다. 미래는 세계화이고 따라서 다음 세대는 세계 시민권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과거 농경사회 때는 어떠했습니까. 헐벗고 굶주려, 배고파서 못살겠다고 했지요. 그 다음에는 산업사회가 왔습니다. 배고픔은 없었지만 대신 힘들다고 했습니다. 노동시간의 단축을 요구했지요. 정보화시대인 지금은 바빠서 못살겠다고들 난리입니다. 다들 몸은 하나인데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허덕입니다. 각종 스트레스 속에,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떠밀려 가는 사회에 살고 있지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류 문명의 큰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다가올 전문지식사회의 문제는 ‘고독´ 그러면서 다가올 미래는 ‘고도의 전문지식사회’이며 이때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외로움, 바로 ‘대중 속의 고독’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한 지붕 아래, 한 가족끼리도 벽을 쌓은 채 가식화된 인사를 나누며 지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치닫는 현대사회가 사람을 고독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으며, 때문에 미래 인간의 최대 과제는 ‘고독 탈출’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미래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이 고독으로부터 해방·탈출할 수 있는 사상과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캄캄한 밤에 지팡이도 없이 표류하는 인간에게 기댈 수 있는 언덕과 길잡이로서의 철학사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야 말로 ‘21세기 리더’라고 부연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능력은 지금이 최상이며, 더 떨어지지 않게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단국가인 데다 지하자원도 없이 세계 10대 교역국이 된 것에 만족하고 더 이상 부의 축적에 욕심 부려선 안 됩니다. 미래의 국가는 민족주의도 사라지고, 세금 받는 영역에 불과합니다.” ●미래 문화시대 대비할 우리 유산 효 결국 미래는 문화의 시대, 즉 문화영토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고 예견한다.“천만 다행히도 우리는 지금 이 미래를 준비할 능력과 함께 사상·문화의 유산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 효문화·효사상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인들의 경우 스스로 고독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이미 동양의 철학·사상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 가족학(Family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으며 “이것이 다름 아닌 동양의 혈연·가정학의 변형이요, 우리의 효문화·효사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스웨덴만 하더라도 최근 들어 노인들의 고독 탈출을 위한 데모가 잦다고 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생겨난 버지니아텍 사건만 하더라도 현대문명이 빚어낸 ‘고독의 늪’에 그 원인이 있다면서 누구나 다 정도의 차이일 뿐 ‘조승희적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사상이 인류의 구원인 까닭도 여기에 있단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1950년대에 TV가 나와 1980년대까지 한 지붕 가족관계를 토막냈습니다. 그 이후에는 컴퓨터가 나와 인간관계를 100배나 더 미세하게 단절시켰지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부모·자식 간의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자기희생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인 효사상을 정립해야지요. 예컨대 과거 집안의 효자라고 했을 때, 그 집 아들은 부모에 대한 효성은 지극한 반면, 자신의 갈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해 사실상 인생의 낙오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럴 수는 없지요. 현대의 효는 부모를 즐겁게 해주는, 즉 자식이 출세하고 올바르게 잘 살아가면 그게 바로 진정한 효 아니겠습니까.” ●효사상도 혁명적으로 변해야 옛날에는 부모만 한 스승이 없다면서 무조건 따라오게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자식한테 배워야 하는 문명시대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지금의 부모 세대는 도덕적으로 힘든 일을 했을 때 비로소 젊은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서 “어른들이 담배꽁초도 줍는, 그런 천지개벽하는 대변혁의 가치관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주문했다. “효사상은 오늘날 인류문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자 미래를 이끌어갈 유일한 철학이지요. 우리는 그 사상과 문화영토 개척의 향도로서 앞장서 나가야 합니다.” 고려대를 나와 이 학교 여자교우회장까지 지낸 홍 총재의 부인 역시 평소의 덕행을 인정받아 1996년 ‘신사임당’에 추대됐다.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다. 딸은 한서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성북보건소 의학과장이다. 장남은 국민대 교수, 차남은 사업가이며 삼남은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 총재는 가끔 가족들과 함께 여행한다. 최근에는 중국 ‘열하일기’의 무대를 다녀왔다. 여기에서 홍 총재는 “당시 70만 여진족이 1억이 넘는 한족을 무너뜨려 270년간 꼼짝 못하게 한 비결이 글로벌 리더십”이라고 얘기했더니 자식들이 다 감동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테마여행이 올해도 몇 차례 예정돼 있어 부푼 기대감이 어렸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6년 서울 출생 ▲55년 양정고 졸업 ▲59년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 양정고 교사 ▲64년 동대학원 석사 ▲77∼2001년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80년 동대학원 문학박사 ▲90∼91년 베이징대 교수 ▲92∼94년 성곡학술문화재단 운영위원장 ▲94~98년 고려대총장 ▲97년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 ▲99년 세계효문화본부 총재 ▲2001년 한국향토사전국협의회 회장 ▲2002∼2004년 학교법인 동원육영회(한국외국어대) 이사장 #주요 저서 육당연구, 한국개화사상사, 문화영토시대의 민족문화, 중한대사전, 한국인에 무엇이 있는가,21세기와 한국문화 외 다수. ■ 세계효문화본부는 현대적 의미의 효개념 재정립과 효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 12월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국가 청소년위원회 인가). 주요 사업으로는 효정신 함양을 위한 출판(계간지 ‘헬로 효’ 발행), 효문화 가치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홍보 및 세미나 개최, 세계 각국과 효문화 사업 교류협력, 효박물관·효문화센터 건립 및 운영 추진 등이다. 그동안 ▲2000년 5월 ‘효의 세계화’ 세미나 개최 ▲2003년 9월 세계효문화축제 개최 ▲2004년 11월 한·중·일 국제청소년 효문화 포럼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특파원 칼럼] 아베와 ‘아름다운 나라’/박홍기 도쿄 특파원

    일본은 4월 들어 두차례의 선거를 치렀다. 광역단체장 선거와 2곳의 참의원 보궐선거가 낀 기초단체장 선거다. 선거 때마다 눈에 띄는 문구가 있다면 다름아닌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야심찬 정치적 구호다. 이른바 ‘강한 일본’을 추구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자 철학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견을 모으는 이벤트이다. 내각에는 이미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기획 회의체’까지 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정책마다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아름다운 나라’의 합창 소리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아베 총리가 표방하는 ‘아름다운 일본’, 표현상으로는 정말 그럴싸하다. 그러나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섬뜩함’을 지울 수 없다.2차 대전 패전국이자 가해자로 낙인찍힌 오명의 역사를 스스로 덮고 ‘새로운 일본’을 일궈나가자는 게 목표이다. 간단히 말해 ‘전후 체제’의 청산이다. 아름다운 나라로의 화려한 비상을 위해 들고 나온 핵심 수단이 바로 헌법개정과 교육개혁이다. 아베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 펴낸 자신의 책 제목을 ‘아름다운 나라로’라고 붙일 정도로 일본의 새로운 자화상 그리기를 꿈꿔왔던 터다. 관방장관 때에는 “우리들 자신의 손으로 헌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의원 시절, 역사교과서를 겨냥,‘자학(自虐)사관’은 일본의 치부만 드러낼 뿐 국가 발전이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전후 세대의 첫 총리가 되자 “드디어 전후 세대가 사회의 중심이 됐다. 부모들이 남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아름다운 나라’라는 기치 아래 본격적인 ‘꿈’의 실현에 나섰다. 5월3일 헌법 6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헌법 개정의 정당성과 함께 의지도 분명하게 피력했다.“현행 헌법을 기초한 것은 헌법을 잘 모르는 연합군사령부 사람들이었다. 성립과정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자위권 금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의 논거다. 현행 평화헌법에서 금지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포부’이다. 자칫 ‘군국주의의 회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 개혁에 대한 아베 총리의 결의 또한 대단하다. 최근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의 기본은 교육이다.”라며 교육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60년만에 처음으로 교육기본법도 손질, 완성 단계로 치닫고 있다. 개혁의 지향점은 국가주의 함양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관여 강화와 함께 애국심 고취에 역점을 두고 있는 까닭에서다. 아베 총리의 말마따나 뜻있는 국민을 길러 품격있는 국가를 만드는 ‘대업’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아름다운 나라는 분명 추상적인 데다 정치적 색깔이 강하다. 마치 황국이니 신민이니 하던 과거 군국주의, 쇼와(昭和)시대의 초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게다가 수순이 바뀌었다. 틀렸다. 과거 역사와의 단절이 아닌 정리에서부터 시작했어야 옳았다. 군국주의 시대의 과오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바탕에 깔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학사관을 탓할 게 아니라 올바른 역사 인식 아래 새로운 일본을 그리는 것이 마땅하다.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귀착시켜서는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일본 안팎에서 제기되는 “자기 중심적, 자기 도취적이 아닌 ‘평화로운 나라 만들기’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 단지 색깔만 덧칠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으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동맹국들과도 냉전의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 분명컨대 ‘반복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hkpark@seoul.co.kr
  • “日 국가에 목숨 바칠 인간 키우려 해”

    “日 국가에 목숨 바칠 인간 키우려 해”

    |도쿄 박홍기특파원|다와라 요시후미(66). 일본 시민단체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워크 21’의 사무국장이다.2005년 극우 단체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전면전을 펴 역사 왜곡 교과서의 채택을 최소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부터 사용될 2006년 고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했을 때 가장 먼저 세계사·일본사 등 관련 교과서의 왜곡·축소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정부는 26일 올해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25일 오후 도쿄 치요다구의 10여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붉은 셔츠 차림의 다와라 국장을 만났다. 그리고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책상 앞에 마주 앉았다. 다와라 국장은 “학생들에게 역사는 있는 그대로를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검정교과서와 관련,“주변국의 역사 왜곡을 넘어 일본의 역사마저 사실을 뒤집고 있다.”고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했다. ▶일본 정부의 의견이 어느 때보다 교과서에 적극 반영됐다는데, 한국과 관련된 부분은. -분명 정부가 뒤에서 드러나지 않게 출판사에 압력을 넣었다. 일본을 비롯, 세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일본해로 사용되는데 한국에선 동해라고 부르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한국의 ‘억지’라는 얘기다. 물론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도 강하다. 거의 모든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의 내용이 들어 있지만 ‘강제연행’을 의미하는 표현은 아예 빠졌다. 지난해 검정이 끝난 모든 중학교 교과서에는 위안부의 존재 자체가 없다. ▶올해 검정교과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2차 대전때 오키나와의 집단자살이다. 일본의 역사까지 비틀었다. 지금껏 일본군의 강제 명령에 의한 집단 자살이라는 내용에서 일본군이 강제했다는 대목을 들어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묘사, 일본군의 가해·잔학 행위를 교과서에서 없앤 것이다. 교과서에 일본 우익들의 주장이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교과서 왜곡의 문제는. -교과서에서 전쟁의 사실, 역사의 사실을 없애려고 한다. 교육의 힘을 통해 과거를 지우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인간을 키우려 하고 있다. 과거 전쟁과 같이 말이다. ▶문제의 교과서 채택 저지 방안은. -2001년,2005년 때처럼 채택 반대운동을 펴 나가려고 한다. 일선의 교원들은 역사 사실을 기술한 책을 원한다. 교과서 채택 권한을 가진 교육위원회의 위원들을 적극 설득해 나갈 예정이다. ▶2005년 한·중·일 3국이 공동 집필한 책 ‘미래를 여는 역사’의 반응은. -일본에서 7만여부가 팔렸다. 딱딱할 수밖에 없는 역사책이 이렇게 팔린 사례는 거의 없다. 역사 인식을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립 고교에서 사용되면 좋을 텐데 우익들의 ‘공격’ 때문에 간단치 않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활동할 생각인지.”라고 묻자 껄껄껄 웃은 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은퇴하고 시골에서 지내고 싶다.”며 농담처럼 말했다. hkpark@seoul.co.kr
  • “이웃사랑 실천이 곧 구원이고 해탈”

    기독교와 불교의 요체는 구원과 해탈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의 은총에 의한 ‘타력 구원’(기독교)과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한 ‘자력 해탈’(불교)은 두 종교의 가장 핵심이면서도 그 목적과 방법이 상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하면서 구원·해탈의 인식과 방법도 점차 열린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넘어선 남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법어에서 “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이라는 법전 조계종 종정의 일갈은 그런 측면에서 빛이 났다. 지난해 5월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서의 붓다와 예수’라는 주제로 공동 모임을 가져 주목받았던 한국불자교수연합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이번엔 ‘구원’과 ‘해탈’의 현재적 의미를 화두로 종교의 공동 본질 탐색에 나선다.27일 오후 1시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관 국제회의장에서 여는 ‘오늘 우리에게 구원과 해탈은 무엇인가’주제의 학술회의에서다. 고려시대 태고(太古)스님은 ‘만법이 돌아가는 하나의 진리는 다시 어디로 돌아가는가’(萬法歸一一歸何處)라는 화두 참구 끝에 득도했다고 한다.‘모든 종교는 동일하며 길은 다르더다도 같은 목표를 지향한다.´는 종교다원주의자들의 주장과 맞닿아있다. 27일 학술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천하에 진리는 둘이 아니고, 성인의 마음도 둘이 아니다’(天下無二道,聖人無兩心)라는 공동 인식아래 자비와 사랑을 토대로 한 구원과 해탈의 실천방안에 뜻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찬수(종교문화연구원장)씨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심화되는 요즘, 구원도 근원적 관계성에 대한 통찰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상호 소통하고 있는 인간의 근원적 측면을 구체화시킬 때 구원은 완성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소외된 남을 남으로만 보지 않고 자신의 문제로 보는 가운데 의식적으로 남에게 맞추는 것이야말로 내적 개인 구원의 징표이자 사회 구원의 시작이며, 이웃의 고통에 동참하는 데서 구원은 최고의 구체성을 띤다.”고 못박았다. 이민용(참여불교연대 공동대표)씨는 “무아·무상 등 무(無)를 강조하며 열반으로 이끄는 불교는 기독교의 서구인들에겐 허무주의에 다름아니었지만 점차 부정주의적 현실관을 극복하는 최대의 이상론으로 격상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불교에서 현장을 떠난 이상 세계(천국)가 있을 수 없고 천국의 전제없이 현실은 발붙일 근거가 없다.”며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너희 안에 있느니라’‘성령이 너희 속에 계시다’는 기독교의 구원론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명권(코리아 아쉬람 대표)씨는 “기독교의 구원은 하나님의 계시에서 출발하지만 불교의 해탈은 개인이 깨달음을 추구한 뒤 중생을 제도하는 상이한 구조를 띤다.”며 “그러나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새로운 계명을 실천하는 구원이나 해탈의 결과 깨달음을 사회 속에 실천하는 보시는 결국 사회적 구원이라는 연대적 해탈로 만난다.”고 주장했다. 즉 ‘십자가’의 자기부정으로 출발해 만인의 대동사회를 열어가는 ‘만다라’의 조우, 그것은 유토피아를 넘어 사회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성취시키는 것이요, 극락을 이땅에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언론인 작년 100명 피살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0명의 언론인이 피살돼“가장 야만적이고 잔인한 한 해였다.”고 25일 밝혔다. 1999년 86명에 이어 피살된 언론인 규모는 지난해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IPI가 이날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발표한 연례 ‘세계언론자유 보고서 2006’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46명이 이라크에서 피살됐다. 이어 필리핀 10명, 멕시코 7명, 스리랑카 5명, 파키스탄 4명, 아프가니스탄과 콜롬비아에서 각각 3명, 베네수엘라, 러시아, 인도, 중국에서 각각 2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요한 프리츠 IPI 사무국장은 “저널리즘에 대한 전쟁이었으며 현대 언론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한 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이라크에서만 그동안 150여명의 언론 종사자가 살해되는 등 이라크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보고서는 대부분의 언론인 살해 사건이 의도적으로 발생했고 범인들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1999년에 언론인 86명이 살해돼 최다 기록을 세웠으며 2004년 78명,2005년 65명으로 집계됐다. IPI 보고서는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리비아,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언론 탄압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목했다. 또 중국에 대해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언론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언론인에 대한 투옥과 살해 위협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IPI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덜 민주적인 국가들에서 목격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규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들이 언론의 힘에 대해 우려하고 이를 통제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론 독립적인 언론이 주는 이익이 언론을 통제하려는 어떠한 시도에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vielee@seoul.co.kr
  • [시론] 아베 방미와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시론] 아베 방미와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지난해 9월13일 미국 하원의 국제관계위원회가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위안부 범죄를 비판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제 역사적인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일본 군부가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 목적으로 예속화하고 납치하도록 허용했다고 규정하고, 위안부 문제는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의 하나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일본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미 하원은 일본 정부에 대해서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과 일본의 젊은 세대를 제대로 교육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01년과 2005년에도 위안부 관련 결의안이 제출된 바 있지만 일본 정부의 로비에 막혀 상정조차 되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들이 80명에 육박하는 등 통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 하원의 결의안이 통과되면 캐나다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위안부문제 해결에 있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는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의안 통과가 미국의 대일 외교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일본 정부와 우익 정치인들이 이번 결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거나 사과한 적은 있으나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은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자신의 망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3일에는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아베의 목표는 미국 내에서 뜨거워지고 있는 일본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하원의 표결을 부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일본의 사과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최대한 부각시켜 물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현실인식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아베 총리의 솔직한 설명에 감사하며 아베 총리와 일본을 믿는다고 말한 후, 오늘날의 일본은 2차 대전 때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무리 외교적인 발언이지만 아베의 망언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사실 그 이유는 따로 있다. 아베가 일본의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에 대한 연장안을 각의에서 통과시켰고 미국과 협력해 이라크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인 비난여론이 거센 가운데 정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시에게 아베는 가장 원하는 선물을 안긴 셈이다. 이쯤 되면 두 지도자가 정치적 약점을 서로 보듬어주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미 하원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다음 수순은 이를 미국의 대일 외교에 적용시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부시 대통령이 대일 압박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결의안 통과 시점에 즈음하여 미국 내의 여론 형성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정부, 언론, 시민사회가 구상해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
  • 中언론들 “주몽·연개소문, 역사왜곡 심했다”

    중국 언론이 ‘주몽’ ‘연개소문’ 등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TV방송 사극의 역사적 사실과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중경만보(重慶晩報)는 12일 “한국 사극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며 “사실을 존중하는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SBS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방영된 것처럼 당태종이 화살을 맞아 눈을 실명하는 장면과,KBS ‘대조영’에서 당태종이 안시성으로 진공하면서 칼로 오른쪽 배를 찔려 운명을 다하는 장면은 모두 역사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칭 사범대학 문학사 전문가 황중모 교수의 말을 인용해 “당태종은 중국 역사상 유명하고 진보적인 군주로,이러한 허구적인 이야기는 적절치 못하다.”며 “당태종이 애꾸눈이 된 것처럼 한국 사극이 역사를 바꾼다는 사실은 지극히 무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언론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역시 이를 거들고 나섰다. 이 신문은 “최근 한국 3대 방송국이 고구려 시대의 역사적 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지난 6일 종영한 ‘주몽’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데다 충분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디지털 콘텐츠팀 이화진기자 soqwater@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북리뷰] 비잔티움 1200년史 한눈에 ‘로마인’ 아쉽다면 읽을만

    ‘비잔티움 연대기’는 1부 ‘창건과 혼란’,2부 ‘번영과 절정’,3부 ‘쇠퇴와 멸망’으로 구성된 3부작 1285쪽(번역본은 2196쪽)의 방대한 저작이다. 외교관 출신으로 비잔티움사 연구의 권위자인 존 줄리어스 노리치가 비잔티움에 매료된 지 25년 만에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역작이다. 이 작품은 종간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의 후속작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마음 한구석에 아쉬운 감을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책이 될 것이다. 읽기 편한 구어체 문장과 전쟁과 음모, 군주들의 야망과 힘겨루기 등 정치사의 짜임새 있는 주제 구성을 보면 노련한 외교관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1200년 가까이 지속된 비잔티움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비잔티움 역사의 실타래를 우리들에게 사랑스러운 연인의 숨결처럼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1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 이후 19세기를 거쳐 20세기까지 지속된 비잔티움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20세기 전반까지 계속돼 많은 사람들에게 모호한 인식을 심어준 만큼, 이런 잘못된 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의도에서 쓰여졌다. 이 책은 프랑스 학자 폴 르메를이 지적한 계몽주의 시대부터 시작된 조잡한 해석에 기초한 경멸적인 평가로부터 비잔티움을 구출한 책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지만 비잔티움 세계를 전부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책은 1980년 이전까지 대부분의 비잔티움 역사가들이 그들의 저서에서 다뤘던 정치, 군사, 신학적 논쟁, 인물의 개성과 특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경제, 사회, 사생활, 여성, 문화와 예술, 고고학 등의 내용이 빈약한 것이 흠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20년 이상 비잔티움사를 연구한 서평자로서 단언하건대 지금까지 출판된 책 가운데 이처럼 치밀한 구성을 가진 책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비잔티움사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분명 전문 학술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대충 엮여진 책으로 인식한다면 저자를 모욕하는 것이다. 역사가가 아니라 외교관인 저자는 그리스어 실력이 모자라 그리스 문헌들 중 번역되거나 요약된 2차 문헌에 주로 의존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가 “비전문가인 독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한 역사를 최대한 흥미롭게 제시하는 것이 바로 나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만큼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는 대로 믿음을 가질 권리를 부여하노라.”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설득한다 해도 우리는 따르지 않을 것이오.” “우리는 이곳을 파괴했고 시간은 도시의 이름을 파괴했다.” 등의 수많은 명대사들이 나온다. 과거의 죽은 말이 아니라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제시하는 살아있는 말들이다. 저자가 우리들에게 주려는 교훈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김차규 명지대 사학과 교수
  • [Seoul In]

    동작구(구청장 김우중) 다음달 1일부터 담배 꽁초를 비롯한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에 총력을 기울인다. 기초질서 확립 차원에서 2만 5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1개반 3∼4명으로 짜여진 40여개의 단속반을 편성해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단속 활동을 벌인다. 집중 단속지역은 ▲버스정류장·지하철역사 주변 ▲시장·골목길 ▲생활폐기물 수집 중간집하장 ▲이면도로상에 설치된 의료수거함 등 유동 인구가 많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다. 청소행정과 820-9748. 광진구(구청장 정송학) 몽골의 자매도시 항올구를 방문, 상호 우호협력 방안을 논의중인 정 구청장이 17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작드자브 항올 구청장에게 고구려 금동관 모형을 전달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이에 앞서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으로부터 몽골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징기스칸 몽골건국 800주년 기념메달’을 받았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이달말까지 ‘차량주행식 자동주차단속시스템’을 구축하고 새달에 시범 운용한다.1차 순찰 때 단속차량에 부착한 자동인식 카메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인식해 두었다가 10여분 뒤 2차 순찰 때에도 차량이 불법 주정차하면 카메라로 찍어 단속하는 방식이다. 시속 30∼50㎞ 속도로 주행하면서 단속할 수 있다. 불법 주정차 시간이 정확히 표시돼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지도과 920-3486.
  • [정종욱 월드포커스] 中·日간 얼음이 녹으면 한국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베이징에는 동서 양쪽에 서로 대조되는 두개의 건물이 있었다. 서쪽에는 항일전쟁기념관이, 동쪽에는 21세기 중·일청년우호교류센터가 있었다. 항일전쟁기념관에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일본 군대가 자행했던 끔찍한 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중국 사람들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과 임신부의 배를 칼로 찌르는 참혹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재연되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중국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이 성지 참배를 온 것처럼 숙연한 표정으로 한 시간 이상 각종 전시물들을 참관했다. 이에 비해 21세기 중·일청년우호센터에는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가 양국 청소년들 간의 우호증진과 교류협력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지은 현대식 건물들이지만 대개는 텅텅 비어 있었다. 중국과 일본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이렇게 메우기 힘든 공간이 있었다. 지난주에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일본 방문이 있었다. 그동안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과연 그의 방문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자바오 총리의 말을 빌리면 이번 방문은 양국 간에 ‘얼음을 녹이는 여행’(融氷之旅)이었다. 지난 10월 아베의 중국 방문이 ‘얼음을 깨는 여행’(破氷之旅)이었다면 원자바오의 방문으로 깨어진 얼음이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자민당 간사장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가 “이로써 중·일 간의 얼음이 완전히 녹았다.”고 말하자 원자바오는 “양국 관계에 겨울은 가고 봄날이 왔다.”고 화답했다. 그가 중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제는 “역사를 직시하며 양국 간에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역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본과 중국의 언론들도 대체로 원자바오의 일본 방문이 양국 관계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중·일 간에 얼음이 녹고 봄날이 오려면 많은 문제가 남아있다. 양국이 원자바오 방문을 계기로 하루아침에 불행한 과거의 참담한 기억을 잊고 밝은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항일전쟁기념관의 악몽이 갑자기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원자바오도 앞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전략적 호혜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고 경제각료회의를 매년 개최하기로 했지만 양국 관계는 협력보다 경쟁의 측면이 강하다. 앞으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민투표법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함에 따라 일본 헌법이 개정되고 일본이 본격적인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게 중국의 시각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아시아 패권을 향한 숙명적 경쟁이 본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처지이다. 이제 한국은 중국에 더 이상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중국에는 좋든 나쁘든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처음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일종의 자기최면에 빠져 있었다. 중국이 우리에게는 호의적이고 일본에는 적대적일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었다. 우리가 앞서가는 일본과 뒤에서 쫓아오는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가 될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저만치 앞서가는 중국과 일본 뒤에서 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 외롭고 미운 오리의 신세가 될 가능성을 이제부터라도 직시해야 한다. 중국에 대해 보다 현실적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일본과의 감정이나 기 싸움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런 토대 위에서 보다 균형 잡힌 새로운 한·중·일 삼각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26) 간질

    “이 병에 걸린 사람을 두고 ‘미쳤다.’느니 ‘지랄한다.’느니 하며 천형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요. 다 무지했던 탓인데, 지금도 그런 잔재가 남아 불치병이나 유전질환으로 여기는가 하면 정신질환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간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오래고,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지금도 간질을 가진 가족을 숨기는 게 다반사다. 소크라테스를 필두로 해 나폴레옹, 알렉산더, 카이사르, 잔 다르크,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등 역사적으로 간질을 앓았던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경 교수는 “이들은 모두가 간질을 ‘악령의 병’이라고 믿었던 무지와 편견의 희생자로 살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는 인구의 1% 안팎, 즉 40만∼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간질의 발작은 전기적인 작용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대뇌 속 뉴런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에너지가 발생해 생깁니다. 환자 중 65%는 원인을 알기 어렵지만 드러난 원인은 내측두 경화증, 뇌종양, 내·외상, 뇌졸중, 선천성 장애, 뇌 감염 등입니다. 분명한 것은 간질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후천적인 뇌 손상이 문제이며, 유전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간질 환자가 임상적으로 드러내는 각각의 증상을 발작이라고 한다. 물론 한 두번 발작했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다.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파검사를 통해 뇌의 기능적 이상을, 뇌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의 구조적 이상을 판별한다.“간질 발작으로 오해하기 쉬운 질환도 있습니다. 실신, 일과성 뇌허혈, 부정맥, 수면발작, 기립성 저혈압, 저혈당증, 편두통 등이 그것인데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발작의 유형은 뇌 속 병변 위치에 따라 다르며, 특히 소아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특정한 증후군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온몸이 뻣뻣하게 굳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대발작은 대략 수분 정도 지속되며, 발작 중에 혀를 깨물거나, 실뇨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정신을 잃지 않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저리거나 굳음, 떨림을 느끼는 단순부분발작은 더러 대발작 전에 느끼는 감정이나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정신을 잃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런 과정을 모두 알고 있지요. 복합부분발작인 경우에는 전조 증상으로 이상한 기분, 냄새, 환청에다 더러는 명치에서 뭔가 치고 올라오는 느낌 후에 갑자기 정신을 잃습니다. 주위에서 이 모습을 보면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두 손으로 옷섶 등을 더듬거리며, 간혹 지향 없이 걷는 자동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 선에서 그치지만 가끔 대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 교수는 간질에 대한 인식이 과거의 ‘천형’ 수준에서 크게 나아진 게 없으며, 이런 편견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결혼, 임신, 취업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치료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간질은 치료가 되는 병입니다. 충실하게 약제만 잘 복용해도 환자의 70%는 일반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간질 환자들은 자신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과 상처를 안겨준 사회의 몰이해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는 것이지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케톤식이요법과 미주신경자극술 등의 대안치료로 나눌 수 있다.“일반적으로는 발작 억제를 위해 약물치료를 실시하며, 전체 환자 중 약물치료가 어려운 10∼20% 정도의 난치성 간질의 경우 수술치료를 고려하는 정도입니다.” 간질치료에 사용되는 항경련제는 환자의 발작 유형과 연령·성별·치료비용 및 부작용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약물을 투여하며, 이런 처방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약물을 병용 투여하는데, 처음의 항경련제로 발작이 조절되는 경우가 약 50%, 약물로는 증상을 조절할 수 없거나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는 난치성 환자가 30%가량 된다.“약물로 발작이 완전히 조절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투약을 바로 중단하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그 상태에서 2∼4년간 관찰하면서 투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것이 치료의 프로토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들어 치료 효과가 개선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치료제로 각광을 받아온 오르필, 테그레톨, 페니토인 등이 빠르게 새로운 치료제로 대체되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케프라 등 새 항간질 약물은 간의 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쉽게 배설되도록 해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허 교수는 “케프라를 투여한 결과 16주의 임상시험 중에 환자의 17%에서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평균 17개월의 장기 추적 결과 64%의 환자가 이를 계속 복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토파맥스, 라믹탈, 트리렙탈, 리리카, 엑스세그란 등이 새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으면 병변 부위에 전기적인 자극을 가하는 미주신경 자극술이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수술은 뇌 손상 등 예상되는 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결정하며,6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이런 치료 외에도 제한적으로 식이요법인 케톤요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뇌심부자극술이나 감마나이프수술 등 간질 정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머잖아 간질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허 교수는 밖에서 발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를 보면 이상한 눈길로 쳐다만 보지 말고 응급처치라도 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우선 환자의 몸을 옆으로 편하게 뉘어 침이 밖으로 흐르도록 해 질식을 막아야 하며, 이 때는 입에 손가락이나 음료 등 어떤 것도 넣어서는 안 됩니다. 또 발작이 5분을 넘기거나 반복될 때, 발작은 멈췄으나 지체마비 등 후유 장애가 보이는 경우라면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줄 것”을 당부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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