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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전사모/황성기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들은 웬만하면 인터넷 팬카페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비롯해 김대중 선생님을 사랑하는 모임,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모임 등이 그것이다. 가장 인기가 없다는 노태우 대통령조차도 팬카페가 있다. 열렬한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만큼 배타적이고 구심력이 단단하다. 어떤 팬카페는 공지사항에서 “비난 글은 삭제하고 카페 게시판에 글쓰기 권한을 막겠다.”고 경고한다. 회원 가입도 보통의 카페와는 다르다.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을 두고 ‘검열’을 통해 승인하기까지 한다. 퇴임 대통령 중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의 활동이 눈에 띈다.2003년 만들어진 전사모는 카페 개설의 목적을 “각하의 업적과 통치행위, 인간적인 매력에 대해 자세히 알게 하고…중략…모든 국민들로부터 가장 추앙받고 존경 받으시는 역대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각하 명예회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개설 첫해에 1000명 정도였던 회원이 드라마 ‘제5공화국’ 방영을 전후로 급속도로 늘어나 지금은 1만 4000명을 넘어섰다. 카페를 들여다보면 ‘12·12의 당위성’,‘5·18분석’ 등을 통해 전두환 소장의 등장에서부터 집권, 퇴임 후에 이르기까지 찬양 일색의 글들로 채워져 있다.6·10항쟁 20주년에 즈음해서는 자유게시판에 “6·10난동이야말로 대한민국을 개판으로 만드는 서곡이었다.”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광주 민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의 개봉을 앞두고 전사모가 부쩍 바빠졌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는 회원에서부터 ‘디워’를 보자는 제안까지 비난 글이 잇달았다. 누리꾼과의 댓글 전쟁이 터진 것은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부터. 포털 사이트에 “무고한 광주시민을 죽인 자들은 모두 악마다.”라는 글이 오르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다.“5·18은 북한 세력에 의한 국가 전복사건”“젊은이들이 영화를 보고 폭동을 민주항쟁이라고 인식할까 두렵다.”는 등 전사모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역사로 확립된 사실마저 왜곡하거나 헐뜯어서는 안 된다. 비난한다고 회복될 그의 명예도 아니며, 그를 ‘사랑한다’면 조용히 할 일이 아닌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제왕절개의 유래

    지난번에 치아와 관련된 꿈 이야기를 살폈었다.‘꿈에서 이가 빠지면 재수가 없다.’ 라는 얘기도 함께 소개했다.즉, 치아가 빠지는 꿈을 꾸면 이를 아주 불길하게 여겼다. 이는 치아가 우리 몸에서 중요한 부분이며, 해부·생리적으로 꼭 필요한 신체조직의 일부인 만큼 이의 소중함을 체험적으로 인식하고 보호하고자 했던 지혜로운 사고방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치아의 소중함을 반영한 것이 꿈만은 아니다. 여러 경전이나 전설에 의하면 석가모니의 탄생도 치아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전한다. 인도의 히말라야 산기슭에 가비라성이 있었고, 이 성의 성주는 정반왕이었다. 어느 날 밤, 정반왕의 왕후 마야부인이 잠을 자다가 치아를 여섯 개나 가진 은처럼 하얀 코끼리가 뱃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그 후 왕후는 곧장 임신을 해 아기를 낳았다. 왕후는 룸비니 동산 무우수 나무의 가지에 매달려서 ‘오른편 허리’를 통해 아기를 낳았는데, 그가 곧 석가모니이다. 그 때가 기원전 560년 무렵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제왕절개 수술의 유래를 짚어보자. 제왕절개 수술은 정상적인 분만으로 아기를 낳을 수 없을 때 개복하여 아기를 꺼내는 수술로 이를 ‘Caeserian Operation’ 또는 ‘Caeserian Sectio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수술에는 두 가지 설이 전한다. 하나는 기원전 100년쯤 로마의 제왕인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 방법으로 출산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고, 둘째는 고대 누마 폼필루스 통치기의 법에 임신 말기의 여성이 사망할 경우 매장 전에 복부를 절개(caesarea:‘자르다’는 뜻)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설 중에 전자가 더욱 널리 인정되고 있다. 즉, 제왕절개란 말 그대로 ‘왕이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뜻인데, 로마의 황제가 된 카이사르는 태아 때 유난히 머리가 컸다고 한다. 마취제도 변변치 않았던 고대 로마 시절에 카이사르의 어머니는 자연분만에 실패했고, 부득이 배를 갈라 그를 낳은 것이다.이렇게 태어난 카이사르는 나중에 로마의 황제가 되었는데, 그 때부터 배를 가르고 아이를 낳는 것을 ‘제왕절개’라고 이름 붙이게 됐다는 것이다.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 중 ‘오른편 허리’로 출산했다는 부분을 두고 학자들은 ‘개복수술로 석가모니를 낳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석가모니의 두상이 워낙 컸던 까닭에 충분히 추론이 가능한 얘기일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기원전 100년쯤에 태어났고, 석가모니는 기원전 560년쯤 태어났으므로, 이제껏 알려진 제왕절개술의 역사 또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치의학 박사·강남이지치과 원장(www.egy.co.kr)
  • [사설] 광우병 위험 美 쇠고기 관용 안된다

    정부는 지난 달 29일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수입위생조건상 광우병을 유발하는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된 척추뼈가 발견돼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역시 이를 시인하면서도 금수조치로 이어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측의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지켜본 뒤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필요성과 30개월 미만의 소 척추뼈를 SRM으로 분류하지 않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듯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 재개키로 수입검역조건을 합의하고도 이번까지 15차례나 검역조건을 위반한 사실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을 깔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처럼 무성의와 부주의로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한국이 미국의 기준을 10개월 만에 15차례나 위반했다면 미국은 용인하겠는가. 반복된 실수에도 불구하고 관용을 베풀어온 우리 정부만 코너에 내몰린 꼴이 됐다. 우리는 미국측의 해명과 재발방지 약속에만 만족하지 말고 미국의 전체 수출작업장에 대해 현지 전수조사를 다시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검역 중단조치가 해제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허용을 위한 위생조건 추가협상은 상당기간 연기하는 것이 옳다. 불신이 해소될 때까지 협상을 중단하라는 얘기다. 특히 앞으로는 위생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해 반복적 실수에 대해서도 수입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미국측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미국 의회는 지금까지 한·미 FTA 비준을 미국 쇠고기 수입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미국은 쇠고기 시장 개방을 요구하기에 앞서 검역조건부터 충족시키길 바란다.
  • [책꽂이]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정수복 지음, 생각과 나무 펴냄) 지은이는 민주화운동 세력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노출되는 문화적 문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한국사회의 심층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민주화와 정권교체 수준을 넘어 문화적 문법을 비판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1만 8000원.●이기는 자의 조건(쥘 마자랭 지음, 정재곤 옮김, 궁리 펴냄)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을 창출하고 막후실력자로 군림한 마자랭(1602∼1661) 추기경이 권력을 얻고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이기는 자를 위한 네 가지 핵심사항은 흉내 내라, 아무도 믿지 말라, 모두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라,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라는 것이다.9500원.●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권문수 지음, 글항아리 펴냄) 지은이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사이코(정신의학) 세라피스트. 미국에서는 정신과 의사에게 달려가기 전에 사이코 세라피스트를 찾는 것이 하나의 당연한 절차처럼 인식되어 있다고 한다.‘사이코 세라피스트의 심리여행’이라는 부제처럼 그동안 실제로 마주친 환자들의 치료과정을 담았다.1만 2000원.●품인록-중국 역사를 뒤흔든 5인의 독불장군(이중톈 지음, 박주은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항우, 조조, 무측천, 해서, 옹정제 등 중국 역사 속에 걸출한 인물 5명의 품성과 자질, 명망, 수완을 분석했다. 항우는 단순함, 조조는 간교함, 무측천은 악랄함, 해서는 고집스러움, 옹정제는 시기심과 각박함 때문에 각각 패배했다고 설명한다.1만 8000원.●초상화 연구(조선미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문화재위원인 지은이는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미술사학자.30년 동안에 걸친 초상화 연구 성과 가운데 의미있는 12편을 모은 뒤 새로운 자료를 보완했다.▲한국 초상화의 유형 ▲조선 시대 초상화의 성격 ▲초상 화가와 걸작품 ▲중국 초상화와 초상화론 등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2만 5000원.●초록에 물들다-주말농사에서 만난 풀꽃세상(이수경 지음, 북하우스 펴냄) 지은이는 다섯 해째 주말농사가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출판인이다. 아직도 가을에 파종하는 종자를 봄에 뿌리기도 하고, 고추 모종을 너무 일찍 심어 서리를 맞히기도 하는 철부지 농군. 매주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면서도 주말농사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담았다.9800원.●스누피 처세철학-애드리브의 힘(히로부치 마스히코 지음, 이양 옮김, 종이책 펴냄) 스누피 만화로 배우는 처세철학, 독특한 사고력을 갖고 있는 애완견 스누피와 그의 주인 찰리 브라운, 심술쟁이 소녀 루시와 샐리, 천재 음악가 슈로더 등 스누피 만화의 주인공들의 대화 속에서 개성있고 위트 넘치는 애드리브의 기술을 찾아낸다.9800원.●유머러스 영국역사(존 파먼 글·그림, 권경희 옮김, 가람기획 펴냄) 잉글랜드로 황급히 달아나느라 스코틀랜드에 아들을 두고 온 메리 여왕, 처형된 뒤 초상화가 그려진 찰스 2세의 서자 몬머스, 날아오는 돌멩이를 막아줄 병사의 호위를 받아야 했던 조지 4세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요 인물이나 사건 중심으로 기술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1만원.
  • [기고]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우리의 자세/박광기 대전대 교수·한독정치학회 회장

    미국 하원이 지난달 30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적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 하원의 결의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사실은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위안부 문제의 직접 당사국인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른 측면이 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이 미국의 국내법과 국제법에 있어서 어떤 구속력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국이 아닌 미국이 반세기의 역사가 지난 지금 이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이 의미는 그 동안 일본정부가 보여준 역사인식에 대하여 미국 하원이 일종의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공식적인 시인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과거의 역사 속에 묻어 버리려고 부단히 노력해온 게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결의안은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하여 과거 역사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고 잘못한 부분에 대한 시인과 사과를 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런 시인과 사과를 통해 다시 한번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 정부가 과거의 역사보다는 미래를 향한 인식을 명분으로 내세워 아베 총리가 주장하듯이 “중요한 것은 21세기를 인권 침해가 없는 밝은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의 역사를 들추어 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만큼이나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지고 역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기반 위에서 현재의 역사가 전개되고, 그를 통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자명한 논리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보여 주고 있는 역사관과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응은 결코 이해할 수 없고, 또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도 없는 것이다. 특히 같은 패전국이면서도 독일이 보여 주고 있는 과거 역사의 청산 태도는 일본과 대비되어 늘 논란이 되어 왔다. 독일은 그들이 저지른 과거 역사에 대해 시인과 용서는 물론이고 그에 대한 정확한 역사기록을 위하여 노력해 왔으며, 또한 피해 당사자와 당사국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역사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과거대로 인정하고 시인하면서 사과와 책임을 지는 적극적 역사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인식 변화를 위해서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당사국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그 동안 미 하원의 결의안 통과를 위해 우리도 나름대로 외교적 역량을 기울여 왔지만, 우리 정부와 국회도 국내 정치적인 논란과 정쟁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 이같은 결의안을 채택하여 적극적인 대일 외교의 방향 설정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국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자신을 스스로 찾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박광기 대전대 교수·한독정치학회 회장
  • [사설] 만장일치 위안부 결의, 일본은 보았는가

    일본 정부에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결의안이 미 하원에서 채택됐다. 마이클 혼다 의원이 지난 1월 결의안을 낸 지 6개월 만에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위안부 문제와 관계 없는 일본의 동맹국 미국의 의회가 일본군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의미는 크다.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부당성을 지적한 공식문서로 남게 됨으로써 일본이 저지른 뻔뻔스러운 과거의 인권유린과 현재의 역사왜곡을 전세계에 똑똑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결의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한다면 성명의 진실성을 놓고 되풀이되는 의혹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총리의 공식 사과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만행에 대한 일본의 역사왜곡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한 점이다.“일본 학교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교과서들은 전쟁 범죄를 축소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미래 세대에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교육을 하도록 권고했다. 몇 차례 수정은 있었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짚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실망스러운 것은 일본 정부의 태도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유감스럽다.”고 했으며 관방장관은 “다른 나라 국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톰 랜토스 미 하원외교위원장은 결의안 지지 발언에서 “역사를 왜곡, 부인하는 일본 인사들의 기도는 구역질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소리까지 듣는 일본 정치인들이 참 딱하다. 아베 총리는 강제동원에 증거가 없다는 지난 3월1일 망언을 거두고 진실로 사죄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인식을 공유하게 된 위안부 문제를 언제까지 일본은 혼자서 외면할 것인가.
  • [클릭 월드 Law] 클릭 월드 Law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나라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추세와 맞물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도 변화하고 있다. 대륙법과 판례법의 경계가 깨진 지는 이미 오래다. 외국의 판례나 법률이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로 인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클릭, 월드 로’에서는 해외연수 중인 판사들이 보고하는 해외의 법률제도 변화를 소개한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연수 중인 고홍석(36·수원지법·연수원 28기) 판사는 이미 1998년부터 양형기준법을 시행하고 있는 미시간주에서 최근 지역에 따른 양형 불균형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초부터 대법원 산하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해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시간주의 양형기준법은 ‘피고인의 전력(전과 등)’과 ‘범죄의 객관적 사정(범죄의 유형 등)’ 등 두 가지 요소를 정해 점수를 매긴 뒤 이를 토대로 표를 만들어 양형 범위를 결정한다.‘피고인의 전력 점수’를 가로축으로,‘범죄의 객관적 사정 점수’를 세로축으로 해서 각각의 점수가 만나는 칸(셀·cell)에 양형 범위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셀은 양형이 의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중간적 제재(단기구금형·보호관찰, 사회봉사 등) 셀’,‘징역형 셀’과 법관이 중간적 제재와 징역형 중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셀’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법관의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선택적 셀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양형이 불균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시간주 교정국이 최근 발표한 ‘2006년 양형결과 보고서’에서는 선택적 셀에 해당되는 사건은 주거침입죄나 3회 음주운전죄 등 상대적으로 발생빈도가 높은 사건들로 중죄 형사사건 중 25%에 이른다. 똑같이 선택적 셀에 해당하는 사건의 피고인에 대해 도시와 시골 지역 법원에서 판이하게 다른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미시간주의 대표적 도시지역인 웨인 카운티에서는 선택적 셀이 적용되는 사건의 피고인 중 25%만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시골지역인 그랜드 트래버스 카운티에서는 84%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골 지역인 힐즈데일 카운티에서는 징역형의 비율이 94%에 이른다. 미시간주의 전문가들은 이런 양형 불균형의 원인을 판사의 심리적 요인에서 찾는다. 도시 지역에서는 범죄발생 건수도 많고, 징역형을 선고해야만 하는 훨씬 심각한 범죄가 많기 때문에 선택적 셀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골 지역에서는 선택적 셀에 해당하는 사건만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더 염격하고 보수적인 형의 선택이 이뤄진다는 것. 고홍석 판사는 “양형 불균형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판사의 재량 인정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다 세밀하고 정밀한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양형기준을 정할 때도 보다 심도 있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리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문화마당] 문학제와 지방자치단체/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이효석은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에 자유와 사랑과 예술의 가치를 깊이 인식한 작가였다. 그는 문학인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이 아니라 고도(古都)인 평양에서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소설과 산문에 실어 세상에 내보내곤 했다. 이 글들에서 그는 정치나 역사가 인간 본연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인간이 사회적 존재 이전에 자연적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올해는 그런 이효석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하여 태어난 후 100년이 되는 작가들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필자는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 정치적, 사회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출생과 성장, 성숙, 죽음을 차례로 겪어나가는 자연적 존재이며 또 그러한 자연적 존재의 삶을 충만하게 영위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흔히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이효석에 대해서 새로운 관심과 애착이 생기면서 최근에 필자는 이효석의 장녀인 이나미씨를 만나 뵐 수 있게 되었다. 이나미씨는 아드님과 함께 창미사(創美社)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두 번에 걸쳐 ‘이효석 전집’을 출판한 분이다. 출판사도 차리고 전집같이 일품이 많이 나가는 사업까지 펼쳤으니 만나 뵙기 전 생각으로는 아주 유족(裕足)하지는 않더라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신촌에서 천호동까지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을 때 그분은 단칸 반지하방에서 척추 디스크를 앓으면서 외롭게 지내고 계셨다. 아드님은 중국으로 사업을 하러 가셨다는데 언제 돌아오실지 명확한 기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은 눈치였다. 이나미씨는 한국현대소설 연구자의 한 사람에 불과한 필자에게 작가 이효석을 둘러싼 문제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효석 문학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효석 문학제는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문화행사로 지방자치단체와 문학이 조화를 잘 이룬 사례로 손꼽히곤 한다. 그러나 이나미씨를 만나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은 이 연례행사가 외화내빈에 흐르지 않으려면 이효석 문학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더 깊이 숙고해야 하리라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작가나 작품을 매개로 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경남 진해의 김달진 문학제, 경북 영양의 조지훈 문학제, 충북 옥천의 정지용 문학제 등은 문학이 사회적 ‘공익’을 창출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에서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문제를 행정편의적으로 해결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을 빌미 삼아 경제적인 이득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래 문학은 정치나 운동 같은 것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오히려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의 기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행정 쪽에서 보면 작가, 작품, 유족, 관련 문학인 등 어느 하나 순탄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요행히 ‘사업’이 잘 진척되어 정착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적 실적을 거두어 지역민의 지지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난제들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축제를 만들려던 것이 계륵으로 변해 버리는 일도 종종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효석은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작가였다. 문학은 이 현대사회에서 환금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대선주자 25시] 천정배 前장관

    [대선주자 25시] 천정배 前장관

    지난 19일 광주 공항 활주로는 빗물에 젖어 있었다.‘비 내리는 호남선’은 면면한 애상(哀想)인가. 천정배 의원은 마침 내린 ‘호남의 비’에 자신의 정체성을 새삼 깨닫기라도 한 듯 호남을 향한 애상(愛想)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 시민 7400여명의 지지 의사를 전달받으면서 그는 “호남 주민이 호남 출신 대선후보는 안 된다는 패배 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범여권의 거의 유일한 전남 출신 대선 주자가 아니면 감히 던지기 힘든 일성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으로서 호남 출신이라는 신분은 이점일 수도, 한계일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으로 보통 인식된다. 이 날을 기해 천 의원은 동전의 어두운 면을 아예 지워버리려는 듯 ‘호남 적자(嫡子)론’을 역설하고 나섰다. 그는 작심한 듯했다. 고향 목포에서 천 의원의 적자론은 한껏 고양됐다. 기독교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지난주 대구에 가보니 ‘전라도 사람이면 어떠냐.’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정작 호남은 과거 지역적으로 소외됐던 기억 때문에 ‘호남 출신을 (대선에)내보내서 되겠느냐.’는 인식이 있다. 참 억울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그런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 21세기 새로운 시대에는 그런 부당한 차별과 고통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정말 억울한 듯 목청을 높였다. 거친 표현이 쏟아졌다.“나는 대통령 되려고 환장한 사람이 아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밀었던 것처럼 지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아무리 억울해도 밀겠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그러면서 “능력이 되면 밀어달라. 호남이라서 안 된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 목숨이라도 바쳐서 완수하겠다.”고 비장감을 내비쳤다. 왜 멀쩡한 적자를 놔두고 다른 데서 대를 이을 자손을 구하느냐고 집안 어른들한테 항변하는 장남의 모양이었다. 전남 신안군의 암태도란 작은 섬에서 태어난 천 의원은 어려서부터 목포가 낳은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목포중·고교를 수석 졸업한 데 이어 서울대에 수석 합격했을 때 호남 사람들은 그에게서 DJ 이후 호남의 희망을 봤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도 “전두환한테 판·검사 임명장을 받기 싫어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는 그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진로였다고 할 수 있다. 자수성가형의 DJ가 호남의 1세대 브랜드라면, 어느 정도는 호남사람들에 의해 육성된 측면이 있는 천 의원은 2세대 상표라 할 만하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각각 1만명 안팎의 지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데는 그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기대감이 일정부분 담겨 있는 셈이다. 천 의원 스스르도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어온 정통 민주평화세력의 적장자라고 자부한다. 김대중 노선을 계승하면서도 미래를 위해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로 자부한다.”는 말로 자신의 출마에 역사성을 부여한다. 그는 ‘본선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정치 의식 높은 호남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덕성과 개혁성을 무기로 제시한다.“한나라당 후보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는 무결점 후보다.”는 말로 도덕성을,“일관되게 민주·평화·민생·개혁의 비전과 정책을 유지했다.”는 주장으로 개혁성을 부각시킨다. 법무장관 재임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강정구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단식 농성 등을 개혁 의지의 사례로 든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손을 담갔던 그의 대선 전술은 두 경험의 노하우를 망라한다. 그가 연설 앞머리에 붙이는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이란 인사말은 DJ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란 ‘18번’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해야 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전력을 집요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통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은 2002년 이인제 후보를 겨냥한 노무현 후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그는 아예 ‘노풍’(盧風)에 빗대 ‘천풍’(千風)을 일으키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천 의원의 바람대로 ‘천정배 바람’이 휘몰아칠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직전 노무현 후보는 그래도 2위권을 달리고 있었지만, 지금 천 의원은 범여권 후보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는다는 기자의 지적에 그는 “한두달 안에 확실한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정배가 유일한 희망이자 대안이다.”“나는 호남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는 주장을 주술처럼 반복했다. 물론 그의 이런 자신감에 대한 호남의 속마음을 당장 간파할 도리는 없었다. 이날 호남선엔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목포 앞바다의 파도는 높았다. 광주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식민지근대화론 지나치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 책세상)출간 후 기세를 올려온 ‘식민지근대화론’에 역사학자들이 반격하고 나섰다. 전면전이라기보다는 각개전투에 가깝다. 역사학계의 시각은 이미 ‘식민지수탈론-식민지근대화론’ ‘민족-반민족’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 다양한 입장들로 분화되고 있다. 반면 식민지근대화론에는 복잡다기한 역사적 해석을 지나치게 ‘민족주의 대 탈민족주의’의 대립으로 몰아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족주의 사학에 대한 식민지근대화론의 비판(이분법적 평가에 따른 사실 왜곡)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양상이다. 한국이 일제 식민지배 하에서 근대화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은 현재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대 민족주의 사상투쟁’의 이론적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론을 정립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뉴라이트재단 이사장)가 사상투쟁의 좌장이고,‘재인식’의 주요 필자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낙성대연구소 소장)가 최전선에서 전투에 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뉴라이트재단 기관지 ‘시대정신’ 올 여름호에서 식민지근대화론적 시각으로 소설가 조정래를 공격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엔 ‘재인식’의 해설판인 ‘대한민국 이야기’를 출간해 ‘식민지수탈론’을 거듭 비판했다.●허수열 “지속성장은 60년대 이후 현상” 식민지근대화론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다소 관망적 입장을 취하던 기존 역사학계가 최근 몇몇 학자들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논박의 일차 대상은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최대 이론적 무기인 ‘객관적 근거’다. 허수열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지난달 초 출간된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한울)에서 자신의 실증적 연구를 토대로 일제시대에 1인당 GDP가 성장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장을 반박한다. 1인당 GDP의 지속적 성장은 1960년대 이후의 현상이란 것이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도 최근 펴낸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흐름(푸른역사)에서 “수치와 통계의 마력은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을 때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한국사)는 ‘원형과 변용’(서울대출판부)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이 일제식민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식민지시대의 경험과 유산뿐 아니라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1950년대 동아시아 개발국가들의 경제개발 움직임 ▲미국의 원조정책 ▲한국인의 교육열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이 배타적 민족주의에 의한 사실 왜곡을 경계하는 것 이상으로, 식민지근대화론 자체가 민족주의 역사학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재단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렬 연세대 교수(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는 13일 열린 ‘계간 역사비평 창간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민족주의 역사학도 하나로 범주화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데, 무조건 민족주의라고 폄훼하는 것은 자신의 이론을 세우기 위해 역사학계를 왜곡하는 것”이란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이만열 “능동적 발전의지만큼은 주목” 식민지근대화론이 일제 수탈 속에서도 한국인의 능동적 경제발전 의지에 주목한 것만큼은 긍정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만열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제기한 문제를 한국 역사학계가 진지하게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갈 때 한국 근현대사는 더욱 풍부한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열린세상] 바람직한 공무원노조의 발전 방향/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바람직한 공무원노조의 발전 방향/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합법화의 길을 선택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공무원 노동운동에서 매우 바람직한 상황으로 판단된다.2006년 1월부터 공무원 노동운동이 허용되었으나, 합법화를 거부하는 일부 단체 때문에 공무원 노사간의 공식적인 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전공노의 합법화 선택은, 이미 합법화를 선언하고 노사교섭에 임하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대부분의 공무원노조가 이제 합법적인 틀 속에서 노사교섭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이제는 공무원 노사관계에 대한 국민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무원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공무원은 정부와 특수한 신분적 관계로 맺어져,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것을 의무로 한다고 여겨져 왔다. 과거에는 공무원이 이러한 의무를 저버리고 자기 권익을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활동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었다. 즉 엄격한 행동규율이 요구되었고 공익을 위해서는 기본적 권리조차 제한받아 왔다. 대신에 공무원은 특수한 신분을 보장받고, 공직에 종사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어느 정도 권력 행사가 가능하였다. 그러나 민간부문 산업발전의 결과로 일반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게 되고, 또 각종 연금제도 채택, 의료보험·휴가 등의 복지 혜택과 아울러 안정된 신분도 보장받게 된 데 비하여 공무원의 위상과 권위는 점차 낮아지고, 특권은 없어지며, 근무조건이 민간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공무원들로 하여금, 민간부문 노조활동이 노동자 권익을 보장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관심을 갖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공무원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국가별로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공무원노조가 허용되기 시작하였다. 공무원노조의 등장은 근로조건 개선의 기회가 더욱 많이 제공되어 하위직 공무원의 삶의 질 향상과 사기진작을 통한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정책결정 과정에서 노조와의 수평적 협의 과정이 보완됨에 따라 행정내부의 민주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반면에 단점도 예상할 수 있는데, 공무원노조가 집단적 이익추구에 몰입할 경우 정책결정과 집행이 지연되고 혼선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관리층 권한 약화를 초래하여 지휘체계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또 공무원의 집단적 행동이 발생하면 행정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생겨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혼란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얼마전 공무원노조의 교섭 요구사항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특히 보수인상과 출산휴가 확대, 수당 인상 및 신설, 정년연장 등의 요구 내용을 민간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노조 측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민이 공무원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국민 여론이 악화되면, 공무원노조의 활동은 크게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노사관계에서 궁극적인 사용자는 정부 당국이 아니라 국민이며, 공무원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대부분이 법령에 규정된 사항이므로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에 의하여 정해지기 때문이다. 즉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면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노조는 무엇보다 국민 지지와 신뢰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노동현장의 문제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합법화의 길을 선택한 공무원노조가 발전하는 길은 바로 이 점에 있음을 제대로 이해하여야 한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항만인력 상용화 7개월’ 부산항은 지금

    ‘항만인력 상용화 7개월’ 부산항은 지금

    지난 4월6일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이날 입항한 ‘팬스타서니호(2만 6000t급)’선원들은 생각지도 않은 환영행사를 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산항운 노조 1부두 소속 조합원들이 일렬로 도열, 꽃다발을 전하며 입항을 축하해 줬기 때문이다. 부두상용화 여파로 공용부두인 1부두에 들어오는 화물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이같은 이벤트를 열게 된 것. 전국 항만으로는 처음으로 올 1월부터 ‘항만인력의 상용화(하역회사별 상시고용)’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은 미완성인 항만인력 상용화 지난 16일 찾은 부산항 부두. 하루에도 수십척의 화물선이 드나드는 부두 각 선석에는 항만 근로자들의 손짓에 따라 대형 크레인들이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작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짐을 실어 나르는 지게차와 컨테이너 차량들의 소음이 어우러져 부산항의 독특한 열기를 내뿜었다. 이곳에서 만난 현장 근로자와 운영선사 관계자들은 항만인력 상용화 도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크레인기사에게 컨테이너 하역 위치를 알리던 4부두 노조원 윤종원(36)씨는 “상용화가 되면서 월급제, 정년 보장, 고용 보험 대상, 후생복지 분야 개선 등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인력감축과 취급화물 증가 등으로 도급제 때보다 노동강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항운노조 3부두지부 임종훈 사무장은 “현재 상용화제도는 마치 어린이가 어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3부두의 경우 수출입 물량의 증가 등으로 인해 상용화 전보다 물동량이 20% 이상 늘어났으나 인력은 360명에서 281명으로 크게 줄어들어 노동강도가 적어도 40% 이상 세졌다.”며 운영 방법 개선을 요구했다. 부산북항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일일평균 270여개)을 처리하는 4부두 등 다른 부두들도 상황은 비슷한 실정이다. 부산항 4부두 박우영(56) 지부장도“상용화 전보다 인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는데 물량은 20∼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고용보험료 등으로 인해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어 일부 조합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영선사인 사측 역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원들을 흡수(채용)하면서 희망 퇴직자들의 퇴직금 지급에 막대한 돈이 지출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도 조합원들은 아직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조차 없다는 것이다.3부두 운영선사인 ㈜한진 김정식 이사는 “노동강도가 세졌다고 하지만 회사도 고용보험료 보조,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지출이 늘어나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노조원들도 한번쯤 사측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상용화의 효과 현재 상용화가 시행되고 있는 부두는 ▲중앙부두(운영선사 세방·동국)▲3부두(” 한진·대한통운)▲4부두(” 국제·동방)▲7-1부두(” 상주·동국)▲감천중앙부두(” 동진) 등 모두 5곳. 운영선사가 따로 없는 공용부두인 북항1,2부두와 감천 3,4부두는 아직 도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용화의 효과에 대해 분석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해양수산부는 상용화 시행 전 분석한 자료에서 부산항과 인천, 평택, 당진항 등이 상용화되면 연간 약 386억원의 물류비용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인력관리 등 부두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확대돼 물류비가 줄고 장비 현대화를 통해 항만의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해운항만청 박상섭 사무관은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항만 하역에 투입되는 인력이 종전보다 30∼40% 줄어드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2∼3년이 지나야 데이터가 축척돼 효율측면의 비교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 이사 역시 “시행 6개월 만에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산재보험 신청이 절반 정도 줄어들고 처리물량도 늘어나는 등 서서히 상용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부산항 노·사는 이르면 이달말쯤 첫 임금교섭 및 단체협상을 갖는다. 상용화의 빠른 정착을 위해 이번 임단협이 매우 중요한 만큼 노사 양측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상생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강무현 해양부 장관 “노사정 합의 열매 ‘큰 의미’” “100년 항만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것입니다. 노·사·정이 상생의 정신으로 대타협을 이뤄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22일 항만인력 공급체제 개편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강 장관은 “항만노조의 인력공급 독점체제가 깨지면서 근로자들은 완전 고용과 정년 등의 근로조건을 보장받게 됐다.”면서 “기업들도 인력 운영의 자율성 확보로 비용 절감과 생산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사·정 대타협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강 장관은 “한국의 항만노조 인력 상용화는 우리만의 특색이 있습니다. 영국은 항만인력 상용화에 맞서 노조가 파업으로 치달을 때 당시 대처 정부가 정치생명을 걸고 돌파했고, 호주는 군대까지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노·사·정 합의하에 큰 충돌 없이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며 뿌듯해했다. 강 장관은 이어 “항만인력 상용화 합의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면서 “몇 년전 물류파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항만 파업은 그야말로 나라를 ‘올 스톱’시키는 치명타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상용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우선 부산과 평택에서 인력이 30% 정도 (자동화 때문에)자연적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아직 기간이 짧지만 생산성이 15% 정도 나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30% 정도 생산성이 향상된 만큼 우리도 향후에는 30∼40% 오를 것”이라면서 “특히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해외 선사 유치에 장애 요인을 제거한 것도 만만치 않은 효과”라고 했다. “국내 항만노조의 50% 정도가 상용화에 이르렀다.”는 강 장관은 2∼3년 내에 모두 동참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광양항은 (노조가)지금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용 안정 등 인력 상용화에 따른 부산과 인천의 효과를 보면 다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실질적인 인력 상용화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장관은 “하역 회사들이 인력의 인사와 지휘권 등을 갖고 노조와 상생을 이룬다면 동북아 물류 허브를 조성하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인천항도 “10월 노무 상용화” 인천항도 노무공급 체계 상용화 일정이 착착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부터 인천항의 노무공급권이 인천항운노조에서 각 하역회사로 이전된다. 인천항운노조, 인천항만물류협회,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인천항 노·사·정은 지난 18일 인천해양청에서 열린 ‘인천항 인력공급체제 개편협상 최종타결 조인식’에서 이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세부일정을 협의 중이다. 2006년 9월부터 8차례 개편위원회와 31차례의 개편협의회를 거쳐 확정된 최종 개편안은 개편대상 인력, 고용주체, 근로조건 보장, 임금복지, 작업범위 및 형태 등 9장 47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인천항 노사정은 최종 협상 타결에 따라 오는 25일 희망퇴직자 신청 공고를 낸 뒤 8월 중순 퇴직자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전체 조합원 1700여명 중 20%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희망퇴직자는 퇴직금과는 별도로 정부 예산으로 생계안정지원금을 지급받게 된다. 희망퇴직자 규모가 확정되면 나머지 조합원들은 인천항 하역사 17곳, 해사업체 9곳 등 26개사에 분산, 고용된다. 하역사와 조합원간 고용계약이 9월 체결되면 10월부터는 각 하역사들이 자사 정규직 신분을 지닌 조합원들을 작업현장에 배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945년 10월 출범한 인천항운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60여년간 독점적으로 보유해 왔던 노무공급권을 각 하역사들에 넘기게 된다. 조합원들이 각 하역회사에 분산 고용돼도 인천항운노조는 계속 존재하며, 각 하역사에는 기존 노조와는 별도로 항운노조 지부가 설립돼 복수 노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특파원 칼럼] 아베와 참의원 선거/박홍기 도쿄 특파원

    요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만큼 바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니가타 지진의 피해를 수습하랴, 눈앞에 닥친 29일의 참의원 선거를 지원하랴, 한마디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듯싶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지진으로 중단했던 지원 유세를 이틀만에 재개했다. 원자력발전소의 문제 노출에도 불구, 지진에만 매달릴 수 없는 처지인 탓이다. 전체 참의원의 절반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번 선거를 ‘아베 정치의 심판’,‘천하를 가르는 선거’ 등으로 부른다. 심지어 자민당이 ‘몇 의석이나 잃을까.’라는 등의 패배를 가정한 ‘포스트 아베’, 정계개편 등의 향후 정국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당시만 해도 자신의 정치가 심판대에 올려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전후체제의 탈피’를 전면에 내세우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의 차별화를 꾀해왔던 터다. 이른바 ‘아베의 컬러’를 위해서다. 애국심을 강조한 교육기본법도, 낙하산 인사를 막는 공무원개혁법안도 “좀더 심의를” 요구하는 야당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더욱이 평화헌법을 바꾸기 위한 국민투표법 역시 강행처리한 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한국·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국정을 맘먹은 대로 거침없이 운영했다.‘오기정치’로 비쳐질 정도였다. 그러나 정국은 변했다. 아베 총리의 인기도 식었다. 취임초 67%였던 지지율은 30%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최저치들이다. 가장 결정적인 단초는 5000여만건의 연금납부기록 분실에서 비롯됐다. 국민들은 등을 돌렸다. 노후 보장을 위한 약속을 저버린 정부에 대한 배신감에서다. 잇단 정치자금의 문제에다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의 원폭투하 정당화 같은 ‘엉뚱한 발언’도 한몫 톡톡히 했다. 특히 각료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문제없다.”며 감싸고 돈 아베 총리가 자초한 부분도 적잖다. 잡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항상 일본식 표현으로 ‘아이마이(曖昧·애매)’한 자세로 넘어갔다. 최근 TV에 비친 와이셔츠 차림으로 지원 유세를 하는 아베 총리의 모습은 결연할 정도이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먹을 치켜들고 특유의 빠른 말로 “개혁을 진행시킬지, 역행시킬지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국민들을 향해 열변을 토했다. 정책의 성과를 똑바로 봐달라는 호소다. 선거의 승패는 과반수 의석의 확보에 달렸다. 자민당은 121석 가운데 51석을 얻어야 공명당의 13석과 함께 64석을 확보한다. 그래야 기존의 의석과 합쳐 현행 의석의 틀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자민당이 45∼50석에 그칠 경우엔 군소정당의 의석을 ‘낚시질’해 정국을 끌고 간다지만 44석 이하로 내려갈 땐 계산법이 복잡해진다. 의석 빼오기의 한계선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베 총리의 마지노선이다.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44석을 얻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던 선례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 국민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아베 총리의 일방적인 개혁 추진뿐만 아니라 역사인식도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연금, 양극화, 세금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따져보면 ‘전후체제의 탈피’에 대해 처음으로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인 셈이다. 표심의 향배에 따라 변화의 격랑은 불가피하다. 자민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듯싶다. 정책의 조정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주변국들과의 껄끄러운 외교관계도 보다 적극적으로 풀어가는 전환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박홍기 도쿄 특파원 hkpark@seoul.co.kr
  • “朴후보 역사와 시대 모독”

    청와대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의 “5·16은 구국혁명이고, 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역사와 시대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정면 비판했다.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박 후보가 당 검증청문회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을 문제삼으며 “만약 이 분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 쿠데타가 혁명이 되는 것이고 유신헌법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나오는 혁명은 4·19밖에 없고,5·16은 쿠데타로 적고 있다.”면서 “유신헌법이 어떤 헌법이었나 하는 평가는 다 알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앞에 산 세대가 뒤에 산 세대를 위해 정리하고 반성할 것은 해야 한다.”면서 “이미 평가된 사실을 뒤집으려 하는 건 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공박했다. 이에 박 후보 진영의 이정현 공보특보는 “별로 얘기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전제하고 “청문회에서 박 후보의 인식을 물은 것이고, 이에 박 후보가 견해에 따른 대답을 한 것이다. 그런 인식을 갖고 토론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박찬구 한상우기자 ckpark@seoul.co.kr
  • [책꽂이]

    ●경제인류학으로 본 세계무역의 역사(필립 D 커틴 지음, 김병순 옮김, 모티브 펴냄) 미국 존스홉킨스대 명예교수인 지은이는 ‘상인 유민 집단’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이 몇 세기에 걸쳐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역 거래와 교환 행위를 해나간 역사를 비교 세계사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무엇보다 유럽 중심 사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2만 3000원.●고대에도 한류가 있었다(임재해 등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오늘의 한국 문화를 세계 문화 속에 살아 숨쉬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 한류를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 책은 한류가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사에서 한류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학계의 노력을 한데 엮은 것이다.2만 3000원.●택리지-당쟁의 상처를 딛고 조선 팔도를 누비다(이중환 지음, 허경진 옮김, 서해문집 펴냄) 실학사상에 바탕을 둔 대표적인 인문지리서로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여느 지리서와는 달리 ‘살 만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지리와 인문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역사와 문학과 철학을 아우르며 우리 땅의 진경을 펼쳐보여 인문지리서의 전범이 되었다.9500원.●탐사선이 밝혀낸 태양계의 모든 것(미즈타니 히토시 감수, 뉴턴 코리아 펴냄) 마젤란, 갈릴레오,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스피리트, 오퍼튜니티, 카시니, 호이겐스 등 우주 탐사선이 천체 상공이나 표면에서 직접 촬영한 자료로 만든 영상해설집이다. 태양계 천체의 모든 것을 200여컷의 사진에 담았다. 뉴턴 하이라이트 시리즈.1만 5000원.●시간여행자(로널드 몰렛 지음, 이창미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지은이는 코네티컷 대학의 이론 물리학 교수로 2000년 타임머신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회전하는 빛 안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중성자를 관측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만들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1만 2000원.●내몸을 살리는 천연발효식품(산도르 엘릭스 카츠 지음, 김소정 옮김, 전나무숲 펴냄) 김치와 된장, 요구르트와 독일의 양배추 발료식품 자우어크라우트, 인도의 발효빵 도사와 이들리, 에티오피아의 벌꿀 술 테치까지…. 미국 테네시주의 쇼트 마운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지은이가 발효식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규명한 식품 문화 보고서이다.1만 4800원.●속담 인류학(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코노미스트 펴냄) ‘남자는 늘 욕망하나 늘 가능하라는 법은 없고, 여자는 늘 가능하나 늘 바라지는 않는다.’일본의 여성작가인 지은이는 주자의 ‘소년은 쉬 늙고 배움은 이루기 어렵다(少年易老學難成)’는 시에서 불경스럽게도 이런 러시아속담을 연상한다. 제목은 연구서 같지만 일종의 유머집이다.1만 1000원.●크레이지 허니문 604(구완회 지음, 올림 펴냄) 지은이는 어느날 터키 이스탄불의 거리에서 미친 개 세 마리에게 허벅지를 물어뜯겼다. 광견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그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자문한다. 그후 그는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하자고 여자친구에게 제안했고, 대책없는 남녀는 604일 동안 ‘땡기는 대로’ 40개국을 여행한다.1만 2000원.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 신문 연재소설로 본 시대상 신문 연재소설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과 한숨이 배어 있다. 이것은 대중과 호흡을 함께해 나가는 신문이 그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지면에 이끌어 들이고자 만들어 내는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 연재소설을 써나가는 주체란 단순히 작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과 독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당대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저 멀리 ‘대한매일신보’가 숨쉬던 구한말에서 애달픈 식민지 시대, 해방공간, 한국전쟁, 긴 독재체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목록의 신문 연재소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했고 무엇에 아파했으며 무엇을 원했는지 보여준다. 신문 연재소설은 우리에게 당대의 문화적 코드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신문 연재소설을 통해 당대의 문화키워드를 살펴본다. 구한말의 문화적 키워드는 단연 나라 지키기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애국계몽을 표방한 신문 ‘대한매일신보’에는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1905.11.17∼12.3),‘거부오해’(1906.2.20∼3.7) 같은 작품들이 연재되었다. 이 과도기적 ‘소설’들에는 어떻게 기울어가는 나라를 개혁할 것인가, 외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1910년대의 지식인들은 국권을 침탈당한 비극적 분위기 속에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여전히 유학과 교육과 계몽에서 찾았다. 문단으로 보면 이때는 이광수와 최남선의 시대였다. 이광수의 ‘무정’(‘매일신보’,1917.1.1∼6.14)은 경성학교 영어교사인 이형식과 기생 영채의 사랑의 엇갈림을 그리면서 그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새로운 학문을 위한 유학에서 찾았다. 여기서 이광수는 과학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제창했다. 1920년대는 3·1운동의 좌절이 가져다 준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고독한 자아의 구원을 열망하는 흐름과 절망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희망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나뉘었다. 어머니를 잃고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혜숙의 가련한 운명을 그린 나도향의 ‘환희’(‘동아일보’,1922.11.21∼1923.3.21)는 전자의 흐름을,3·1운동의 좌절을 배경으로 순영과 봉구의 사랑과 죽음, 기약을 그린 이광수의 ‘재생’은 후자의 흐름을 대변한다. 1930년대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인식과 식민지 근대의 성숙 과정에서 배태된 대중문화, 그리고 여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때였다. 한 예로 염상섭의 ‘삼대’(‘조선일보’,1931.1.1∼9.17)는 타락한 윗세대와 사회주의 운동이 풍미한 복잡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1940년 8월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폐간되자 신문 연재소설의 현장은 다시 ‘매일신보’로 넘겨졌다. 이태준, 채만식, 박태원, 이효석 같은 대작가들은 가혹한 천황제 파시즘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체제의 강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그들의 소설들에 각인시켰다. 예를 들어 이효석의 ‘창공’(‘매일신보’,1940.1.25∼7.28)은 천일마라는 주인공이 만주 하얼빈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 나아자와 결혼하여 함께 조선의 문화를 공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천황제 파시즘의 대동아주의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냈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 잠시 침체한 양상을 보였던 신문 연재소설이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 대중의 폭발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논쟁에까지 휩쓸려 이른바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정비석의 ‘자유부인’(‘서울신문’,1954.1.1∼8.9)은 대학의 국문학 교수 장태연과 그 부인 오선영의 뒤얽힌 생활상을 통해 당대의 문화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한국사회는 군사독재 체제, 산업화, 타락과 부패라는 복합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손창섭의 장편소설들, 예컨대 ‘이성연구’(‘서울신문’,1965.12.1∼1966.12.30)나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동아일보’,1966.2.8∼10.31) 같은 작품들은 대도시화한 서울을 배경으로 간척사업, 공공사업 등과 같은 당대적 사건들을 다루면서 물신주의가 팽배한 1960년대 사회의 기묘한 위선, 타락, 무질서, 음모를 그려나갔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민중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군사독재와 산업화 속에서 짓눌린 민중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문제작들을 낳았던바 신문 연재소설에서 이것은 대하소설이라는 문제적인 양식과 접맥된다.‘서울신문’에 1979년 6월부터 1983년 2월까지 약 4년에 가깝게 연재된 김주영의 ‘객주’는 보부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역사적 상황과 생생한 민중생활 양상을 풍부하게 재현한 문제작이다.‘한국일보’에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씩이나 연재된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도 단 몇 줄의 역사기록밖에 없는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민중의 애환과 바람을 그린 작품이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변의 시대에 신문 연재소설의 주된 테마를 이룬 것은 한국현대사에 대한 관심이었다.1983년부터 잡지에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태백산맥’에 이어 1998년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은 파란으로 점철된 한국현대사에 연속성을 부여하려 한 작가적 신념의 소산이다. 여러 곳에 나뉘어 연재되면서 1994년에 완간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거작이다. 2000년대에는 민주주의가 사회적 원리로 정착해 나가는 대신에 자본주의의 물질적 독점력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된다. 고도로 국가화·독점화한 자본주의가 과거의 정치적 독재를 대신하여 새로운 권력적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바로 2000년대다. 경제적 갈등, 반목과 생존 경쟁, 물신주의가 이처럼 일상을 확고히 지배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여기에 민주주의가 낳은 정신적 타락 및 비속화·비소화한 시민들의 삶은 새롭고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찾아 헤맨다. ‘서울신문’에 2004년 1월5일부터 최근까지 장기간 연재됐던 최인호의 ‘유림’은 그러한 숭고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소설이라고 하겠다.‘상도’에서 ‘유림’에 이르는 최인호의 집필과정은 시대의 추이를 예민하게 감지할 줄 아는 능력의 존재를 시사한다. 이렇듯 신문 연재소설은 한국사회 및 대중의 관심사와 그 문화적 추이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촉진한 시대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서울신문 연재소설 소개 ▶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 1905년 11월17일부터 12월3일까지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된 개화기 신소설로 신문에 실린 최초의 소설 형태의 글이다. 개화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복술가 소경과 망건장수 앉은뱅이의 대화가 전개되는 문답체로 자주적 국권 의식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 무정 1917년 1월부터 6월까지 이광수가 매일신보에 연재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된 작품으로 근대문명에 대한 동경과 신교육 사상, 자유연애 찬양, 남녀 평등 사상 등을 주제로 내세우면서 대중계몽 역할을 꾀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근현대문학 사상 가장 많이 읽혀지고 연구되어온 이광수의 대표작이다. ▶ 자유부인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한국 신문 연재 소설 사상 최고의 화제를 낳았다. 성윤리에 대한 논란을 비롯, 갖가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비석의 화제작. 대학교수 부인 오선영의 ‘일탈’를 통해 6·25전쟁 직후 만연한 퇴폐적인 사회 풍조와 전쟁 미망인들의 취업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객주 1979년 6월6일부터 1983년 2월29일까지 서울신문에 1465회 연재돼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 김주영의 역작.3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조선 후기 보부상과 노비, 관료, 농민들의 갈등과 유착을 다루며 당시 사회의 변동상을 그려냈다.19세기 말의 풍속을 구체적으로 재현했으며 평민층의 입말을 잘 살려내 사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유림 1977년 서울신문에 소설 ‘파란 꽃’을 첫 연재한 최인호가 2004년 1월5일부터 2006년 12월30일까지 연재한 장편소설. 유교가 흘러온 2500년의 역사를 조망한 작품으로 왕도국가를 세우려다 실패한 조광조와 이상국가를 꿈꿨던 공자, 성리학을 발전시킨 퇴계 이황 등 유학자들의 삶을 엮었다.‘유림’은 유교와 유학자들을 소설로 형상화해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프론티어 5인이 말하는 미래 문화키워드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미래 사회의 문화를 이끌 화두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문학·영화·방송·음악·미술 방면의 전문가 5명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명징한 키워드로 향후 문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예술가 사회’‘글로벌’‘탈경계’‘다양화’‘탈장르’ 등으로 요약되는 이 문화 핵심어들은 저마다 고유한 속성을 지니면서도 의미있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진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 “장르파괴 가속화” 최완규 ‘주몽’ 드라마 작가 “앞으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드라마 연출자가 영화 감독을 맡거나 영화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작인력의 양분화가 점차 미미해지고 두 장르간 벽을 허무는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국민 드라마 ‘주몽’의 최완규(43) 작가는 미래 방송계의 키워드를 이처럼 ‘탈경계’란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종합병원’‘허준’‘올인’ 등 사극과 현대물을 오가며 인상깊은 작품들을 남겨온 그는 현재 그 자신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새삼스럽게 미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할리우드의 우수한 영화 제작인력과 기획력이 드라마로 대거 투입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우리도 이같은 탈경계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아직까지 그리 여의치 않다. 최 작가는 “현재 방송사·외주제작사들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십중팔구는 제작비를 맞추지 못해 적자를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규모를 급속도로 키워 왔지만, 그 수혜가 몇몇 연기자와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등 문제점도 함께 키워 왔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CSI’나 ‘프리즌 브레이크’는 작가 한명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며 “무엇보다 사전제작을 염두에 둔 시리즈물이 일반화돼야 하며, 밀도 높은 작품을 위한 집단창작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시청률이나 해외 마케팅에 신경쓰기 앞서 ‘질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 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프로·아마 벽 무너져” 김영하 소설가 “미래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세상입니다.‘예술가 사회’라 하면 어떨까요?” 소설가 김영하(39)는 20세기 후반, 자본가가 된 우리 모두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예술가가 될 거라 장담했다. “요즘 삼청동에 가보면 사진기자들이 쓸 만한 장비를 들고 수백명이 순례를 하고 있어요. 모든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거죠.” 그는 프로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아마추어가 ‘후진’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경계는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문학이야말로 아마추어가 하는 겁니다. 뭐든 쓸 수 있죠. 랭보와 카뮈도 아마추어였어요. 문학사는 아마추어가 쓴 엄청난 작품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는 ‘개인’도 미래의 문화 키워드로 꼽았다. 사람들간에 공통적인 경험이 줄어들고 다른 처지에서 세상과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는 1950년대,60년대 문학과 같은 트렌드는 사라지고 작가 개인의 문체 특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문학도 이제 개인의 내면과 경험을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김영하 다르고, 박민규 다르죠. 공통분모를 찾는 건 부질없는 노력입니다. 서구 비평가들이 하듯 한 작가에 천착하게 되고 작가는 우주의 별처럼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장편소설 대망론을 믿으면서도 최근 출판사와 일부 언론에서 일고 있는 ‘장사 논리’는 경계했다.“문학을 해외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일본 문학에 대응하기 위해 장편소설을 내라는 건 박정희 시대의 논리죠. 요즘 일부 언론에서 만든 문학상이나 출판사들은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 작가들에게 대중소설이라는 수요를 창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독자들이 원하는 거죠. 잘 된 장편은 독자를 일주일간 기쁘게 해줍니다.” 김영하는 ‘예술가 사회’에선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내다봤다.“미래에 나쁜 일만 생길 거라 보는 문화적 비관주의는 언제나 실패해왔습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어제작으로 월드마켓 공략” 이승재 LJ필름 대표 “향후 한국영화 산업을 지배할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이승재(43) LJ필름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영화 산업은 현재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유통 등 성장을 담보하는 제반 여건이 다 갖춰진 한국영화 내수시장은 더이상 ‘파이’를 늘릴 수 없는 상태라는 것. 그는 비용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30∼40%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대안은 해외시장 개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우리의 문화를 영어로 제작해 알리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제작해 알렸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는 ‘괴물’을 예로 들면서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도 자국 언어로 제작되면 ‘월드 마켓’에서 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을 대변하듯 올들어 충무로에서는 해외 합작이 심심찮게 추진되고 있다. 나우필름이 미국 영화사 VOX3과 손잡고 만든 첫번째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이 얼마 전 한국 관객과 만났고, LJ필름 또한 ‘프린세스 줄리아’를 한·미합작으로 제작한다. 영화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이었던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와호장룡’ 등을 제작한 미국 유니버셜 포커스와 손잡은 이 영화는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2억달러를 벌어들인 그리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한국적인 소재이면서도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크로스컬처 아이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대가보다 다수 결집 창작 증가” 김현철 작곡가 겸 가수 가수 김현철(39)은 미래 대중음악의 키워드로 ‘다양화’를 제시했다. 그것은 또한 21세기와 이전의 대중음악을 구분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2000년 가까이 전해져 내려온 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쯤 전입니다. 대중에게 대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음반이란 형태의 ‘디바이스(도구)’가 등장한 덕분이죠. 현재도 CD를 거쳐 MP3 등으로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고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도구들이 급격한 음악시장의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21세기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소수의 대가가 아니라 다양한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 방송과 몇몇 가요제가 가수 등용문의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UCC 등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가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대중이 음악을 접하는 도구 또한 공중파 방송 일변도에서 모바일, 케이블 음악방송, 인터넷 음악전문 사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재편되고 있다. “음악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도구의 확대는 음악가들에게 더욱 다양한 음악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융합단계는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제 모바일에 적합한 음원은 물론, 데커레이션 음악(장난감에 사용되는 음악)까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성이 양질의 음악 생산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공연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또한 음악가와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해주는 기획·프로모션 부문에 현재보다 한층 진보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표현도구 다양화” 정연두 최연소 ‘올해의 작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는 밝고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동안 작품의 질에 비해 저평가돼 왔죠.” 회화, 조각 등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현대미술.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독특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정연두(38) 역시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탈장르’로 규정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그는 멀티 플레이어적인 작업으로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95년부터 매년 뽑는 ‘올해의 작가’에 30대로는 처음 선정된 정연두는 현대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잘 보여주고 대처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무형에 의해 지배되는 유형’처럼 현대 미술에서 장르의 경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확실한 세계가 있다면 어떤 표현매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대학에서는 조소를 전공했지만 요즘 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은 사진과 비디오다. 정연두는 앞으로 그처럼 작품활동만 하는 한국의 전업작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업작가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한 작가를 공부하고, 응원하는 팬이자 컬렉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인구의 겨우 1%가 컬렉터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전업작가 시스템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작업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컬렉터층도 극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개미군단으로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영덕 오십천 은어 놀림낚시

    영덕 오십천 은어 놀림낚시

    은어(銀魚) 놀림낚시를 아시나요? 낚싯줄 끝에 미끼인 ‘씨은어’의 코를 꿰 계류에 풀어놓으면, 녀석은 곧바로 주변 은신처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곳엔 십중팔구 먼저 차지한 다른 녀석이 있게 마련이죠. 자신의 식량창고에 뜨내기가 어슬렁 거리는 꼴을 은어란 녀석은 절대 못봅니다. 그야말로 섬광처럼 달려들죠. 그런데 문제는 ‘씨은어’ 꼬리지느러미 끝에 ‘삼발이’처럼 생긴 꼬리바늘이 3∼4개 달려 있다는 겁니다. 뜨내기를 몰아내려다 자신도 덜컥 낚시바늘에 걸려들고 말죠. 루어낚시와 훌치기를 합친 묘한 낚시법입니다. 시원한 물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은어와 더불어 한나절을 보내보세요. 무더운 여름, 딱 맞는 이색 피서법이 아닐까요? 글 사진 영덕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은어 놀림낚시 3락(三樂) 복숭아 산지로 널리 알려진 경북 영덕군 지품면의 오십천을 찾았다. 요즘은 바야흐로 복숭아가 한창 출하되는 시기. 수밀도(水蜜桃)처럼 달디 단 과즙으로 목을 축이고 은어잡이에 나섰다. 이 계절 은어낚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첫째가는 즐거움은 단연 시원함이다. 포인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흐르는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 차지 않은 맑은 물살이 맨살을 훑고 지나갈 때의 느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오십천에는 허리춤까지 물에 담근 채, 은어를 희롱하는 조사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절로 온 몸의 땀이 마르는 풍경이다. 두번째 즐거움은 짜릿한 손맛. 동행한 영덕 오십천 살리기 추진사업회 한용범(50) 회장은 “원래 힘이 장사인 데다, 릴도 없이 흐르는 물을 거슬러 끌어 올려야 하니, 그 짜릿한 손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죠.”라고 단언했다. 그럴 법도 하다. 황홀경에 비유되는 것이 ‘손맛’ 아니던가. 은어살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한 회장은 “더덕 많은 산에서 더덕향 나듯, 은어가 많은 개울에선 은어향이 진하게 납니다. 수박냄새와 비슷한데, 아마 1급수 여울에서 물이끼만 먹고 자라서 그런가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 황금테 두른 오십천 은어 은어는 한국을 비롯, 일본·중국·타이완 등에서 나는 극동의 진미(眞味). 맛과 관련된 별칭도 적지 않다. 옛날 이 지역의 한 선비가 ‘아랫 사람들이 은어맛에 빠져 은어낚시하느라 일을 게을리할까 걱정된다.’고 했다는 ‘은구어(銀口魚)’, 미국 스탠퍼드대 초대총장이자 어류학자인 데이비드 조던 박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가장 맛있는 물고기가 뭐냐.’고 묻자 일본인이 내놓았다는 ‘아유(鮎)’, 조던 박사가 맛을 보고 무릎을 치며 내뱉은 ‘Sweet fish!’ 등이 모두 은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한 회장은 “오십천 은어는 아가미 주위에 난 연한 황금빛 테가 특징입니다. 궁궐에도 진상됐는데,6월 유두날 임금이 먼저 먹고 나서야 백성들이 잡아먹을 수 있었답니다.‘영덕읍지’ 등 옛 기록에 따르면, 당시 원님들은 공물(貢物) 중에도 특히 영덕 은어를 제때에 진상하지 못해 파직당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해지죠.”라며 은근히 자랑이다. # 어떻게 잡나 은어는 은어과(科)에 속하는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 어류. 복사꽃이 필 때쯤 민물로 올라오는 치어는 날파리를 닮은 인조미끼, 성어가 되면 놀림낚시로 낚아낸다. 낚싯대는 9m 이상의 전용 낚싯대를 사용한다. 대부분 일본 제품. 가격은 20만∼30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민물낚싯대(3칸 반 이상)나 바다 민장대 등도 사용할 수 있지만, 다소 불편하다. 채비는 인근 낚시점에서 5000원 정도면 마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끼가 되는 ‘씨은어’다. 주변 낚시인들에게서 분양받기도 하고, 은어 음식점 등에서 사기도 한다. 값은 5000원가량. 한 회장은 “자기 영역을 침범한 씨은어가 팔팔하지 않으면 경쟁상대로 인식하지 않아서 거들떠도 안 봅니다. 씨은어의 코를 잘 꿰서 피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지치지 않죠. 금방 잡은 놈을 다시 씨은어로 교체하는 등 부지런을 떨어야 좋은 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고 주문했다. 입질이 집중되는 시간은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일 때다. 유속이 빠르고, 햇빛이 잘드는 물 속 바위를 놓쳐서는 안 된다. 포인트에서 멀리 떨어져 씨은어를 놓아준 다음, 적당한 곳에서 낚싯대를 들어 씨은어가 포인트 밑바닥으로 파고 들게 하는 것이 요령. 그래야 바닥물고기인 은어가 등지느러미를 곧추세우고 뜨내기를 공격하게 된다. # 어떻게 먹을까 6∼8월 뜨거운 여름은 은어의 청춘기. 맛도 가장 좋을 때다. 다른 물고기들처럼 회와 매운탕, 그리고 구이가 일반적이다. 취향에 따라 버들잎(15㎝)만큼 자란 ‘버들은어’를 최고급 횟감으로 꼽기도 하고,18∼23㎝ ‘댓잎은어’라야 짙은 향이 밴다는 사람도 있다. 급하게 구우면 맛이 덜하다. 불에서 거리를 두고 천천히 구워야 껍데기 기름이 빠지며 속부터 익게 된다. # 은어축제… 8월3∼5일 ‘2007 영덕황금은어축제’가 8월3∼5일 오십천변에서 열린다. 은어 맨손잡기 등 체험행사가 가득하다. 행사기간 중 5만마리 가량의 은어가 투입된다. 영덕군청(www.yd.go.kr) 문화관광과 (054)730-6061, 해양수산과 730-6291∼4. 경북 봉화군(bonghwa.go.kr)에서도 제9회 은어축제를 연다.8월1∼5일.679-6371∼3.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서안동 나들목→안동시→34번 국도→영덕 # 먹을거리 오십천변 화림산 가든은 12년 역사의 은어 전문요리집. 매운탕과 구이 1만 5000∼2만 5000원. 회 2만∼3만원. 주인장이 은어낚시 명인이기도 하다.734-0945,1077.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한민국 인재에 달렸다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한민국 인재에 달렸다

    ‘인재가 곧 경쟁력이다.’세계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고 선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별이나 출신 지역이나 학교, 학력, 국적은 더 이상 인재선발의 기준이 아니다. 인맥이나 운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뛰어난 능력만이 인재냐 아니냐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국가의 브레인으로 키워내고 있다. 한국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2011년을 목표로 대대적인 채용제도 개편작업을 하고 있다. 인재 선진국들의 앞선 인재선발 방식, 특히 우리보다 앞서 인력풀 제도를 도입한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10년 후 우리나라 인재 정책의 미래를 그려봤다. ■ 2011년부터 확 바뀌는 공무원 채용제도 2017년 7월18일 아침 나대한(27)씨는 문화관광부 채용 면접시험을 보러 집을 나섰다. 나씨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일주일전 문화관광부 인사담당자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어했던 나씨는 “당장이라도 면접을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나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얼마전에 다른 부처의 면접에 합격을 했지만 임용을 포기했다. 주변에서는 “그 좋은 자리를 마다하다니….”라며 나무랐지만 나씨가 문화관광부에서 일하고 싶어 참고 기다렸다. 나씨는 지난해 공직예비시험에 합격했다. 과거 행정고시의 일종이다. 올해로 도입 5년째를 맞는 이 제도는 매년 20대1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PSAT와 필기시험으로 500명 정도를 뽑는데 이 가운데 300명가량이 공무원으로 선발된다. 각 부처에서 필요할 때 수시로 인재를 뽑기 때문에 예비시험에 합격한 후 ‘인재풀’에서 대기해야 한다. 나씨에게는 1년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나씨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 부전공으로 미학을 택했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미술 관련 NGO활동도 해왔다. 나씨는 자기소개서에 ‘한국의 오르세 미술관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나씨의 이런 경력을 문화관광부에서 놓치지 않았다. 나씨의 아버지 나민국(57)씨는 면접에 들떠있는 아들을 보며 30년전 고시공부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3∼4평도 안 되는 신림동의 허름한 고시원에서 새우잠을 자던 일이 아득하기만 했다. 공무원채용제도가 개편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PSAT와 필기시험을 치른다고는 하지만 ‘고시낭인’이니 ‘공시족’이니 하는 단어가 몇년사이 신문지상에서 사라졌다. 신림동 고시촌 이야기도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고시촌이었던 신림 9동은 쇼핑몰이 들어서 패션 거리로 탈바꿈했다. 2011년부터 실시되는 공무원 채용제도에 따라 꾸며본 얘기다. 그러나 나대한씨의 이야기는 결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인사위가 올 2월 내놓은 공무원 채용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무원은 이런 식으로 뽑는다. 획일적인 인사채용시스템 대신 본인의 희망과 적성을 감안해 부처를 지원하는 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연 1회 대규모 공채를 통해 공무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부처가 원할 때 수시로 인재를 뽑아 쓸 수 있다. 선발 주체도 중앙인사위에서 각 부처로 분산된다. 때문에 부처별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인사위는 1999년부터 채용제도 개편작업을 시작했다.1단계로 2004년 고등고시 1차 시험에 암기식 필기시험을 없애고 종합적사고력을 평가하는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했다. 현재 7·9급 시험에도 PSAT를 도입할지 여부를 두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차시험의 시험과목도 6과목에서 5과목으로 줄이고 영어는 토익·토플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는 한편 1차 시험 합격인원을 최종 선발예정인원의 5배수에서 10배수로 늘렸다. 2011년부터 새로 개편되는 채용제도는 개편작업의 2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고등고시는 2차 필기시험을 현재 단순지식을 위주로 묻는 형태에서 과목별 사례형으로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쟁점을 도출하고 논술하는 ‘학제통합 사례형’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7·9급 시험의 경우 단순암기를 묻는 문제보다 응용문제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철밥통’ 원하는 젊은이 절대 사절”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 “공무원을 철밥통으로 인식하는 젊은이는 절대 사절합니다.”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은 최근 공직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수한 인재가 공직을 선호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안정성이나 근무요건만을 바라보고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이런 태도는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칫 젊은이들의 잠재능력을 사장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우수한 인재들 잠재능력 사장시킬까 우려” 중앙인사위가 도입하기로 한 공직예비시험제도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따로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 가운데서 평가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5급 행정고시는 합격까지 평균 3.4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수험준비에 필요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국가 전체로도 낭비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이미 시험만으로 공무원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채용 경로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5급은 특채인원이 공채인원을 넘어섰다. 현재 시행 중인 6급 견습직원제도도 그 일환이다. 권 위원장은 “공채에서 뽑을 수 없는 적재적소의 인재를 뽑는 것이 특채”라면서 “우선 특수직렬을 대상으로 특채를 실시하고 일반 직렬로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최근 외무고시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이 68%에 달하는 등 여성 인력의 공직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양성평등채용제도 도입 10년 만에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는 징표”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앞으로 여성들이 풀어야할 과제들도 많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기존의 남성 중심의 공무원 조직문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앞으로 10∼15년이 지나면 여성 고위공무원도 크게 늘어날 텐데 여성들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은 여성에게 숙직을 시키지 않지만 곧 남녀 구별 없이 일을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채용 경로 다양화… 특채 점차 확대 권 위원장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인재상이 궁금했다. 그는 ‘열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적극성과 열성을 바탕으로 진취적인 도전의식이 필요합니다. 공직사회도 경쟁의 연속이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는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권 위원장은 또 ‘튀는 사람’보다는 ‘모범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무원은 여러 계층의 국민을 상대로 조정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고위공무원단으로 대표되는 ‘경쟁력 확보’와 ‘공직 개방’의 취지를 공무원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총칼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려 국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열정이 있다면 정부라는 직장을 꿈꿔 보시기 바랍니다. 충분히 능력 발휘를 할 수 있고 또 보람도 많이 느낄 수 있는 직장입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日 공무원 채용시험 ‘이원화 체제’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공무원 채용시험은 철저한 ‘이원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의 기능을 가진 인사원과 개별 부처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인사원에서 실시하는 공무원시험은 행정고시격인 1종과 7급격인 2종·9급격인 3종을 비롯,14종류가 있다.1·2·3종 시험의 경우는 인사원이 직접 주관해 일정 배수의 ‘공무원후보군’을 확정, 개별 부처에 후보군의 명단을 넘기면 부처별로 면접을 실시, 적격자를 최종 결정한다. 공무원 1·2·3종 시험은 부처별 면접을 위한 이른바 ‘공무원 자격시험’인 셈이다.1종시험의 후보군은 부처별 임용정원의 2.5배,2종은 2배,3종은 1.5배나 돼 실질적인 경쟁은 인사원의 시험 이후에 이뤄진다. 나머지 채용 시험들은 인사원이 관여는 하지만 사실상 개별 부처들의 전적인 책임 아래 치러진다. ●인사원,‘공무원후보군 명단’의 확보까지만 인사원측은 행정·법률·경제 등 13개 분야로 나눠 치러지는 1종시험에 대해 “공무원의 자질을 가진 인재를 선별하는 예비시험”이라고 밝혔다.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최종 임용여부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1차시험은 객관식으로 치르는 교양시험과 전문시험,2차시험은 주관식의 전문시험, 문과·이과의 구별없이 판단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종합시험, 면접인 인물시험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종시험에는 2만 6268명이 지원,1592명이 합격했다.16.5대1이었다. 합격은 1차시험 점수를 포함해 모든 시험종목을 표준점수로 환산, 종합해 판단한다. 인물시험에서는 적극성·사회성·책임감·정서안정성·의사소통능력 등 5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인사원 임용지도관 아베 히로유키는 “자질을 판단하는 차원인 만큼 네거티브의 성격이 짙다.”면서 “면접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면접의 배점비율은 교양시험·종합시험 등과 같이 15% 정도이다.1차의 전문시험 배점비율은 23%,2차의 전문시험은 30%인 만큼 전문시험에서 합격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최종 임용 여부, 해당 부처의 권한 인사원의 역할은 시험별로 2.5∼1.5배의 후보군을 선발,‘합격 유효기간’을 부여해 개별 부처에 넘기면 일단 끝난다. 1종시험의 유효기간은 3년,2·3종은 1년이다. 후보들은 유효기간 동안 최종 임용자로 선발될 때까지 여러 부처를 직접 방문, 면접을 보게 된다. 다만 대학원 진학 등의 사유로 유효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면 제시한 기간만큼 유효기간이 늦춰진다. 1종시험을 예를 들면 부처들은 후보군 명단을 건네받은 뒤 채용 일정을 공고, 지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른다. 인사원의 면접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통 2주 동안 3차례에 걸친 심층다단계 면접을 진행한다.1차에는 계장급이 면접과 함께 1대 1이나 집단면접을 실시한다.2차에는 과장보좌급,3차에는 기획관이나 인사과장이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후보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하다. 지난해 1종시험 합격자 1592명 중 지난 3월 현재 임용이 최종 결정된 후보는 584명이다. 행정분야의 합격자 50명 중 9명, 법률은 472명 중 195명이다. 임용지도관 아베는 “1985년 시행된 임용제도가 20여년 이상되면서 정착된 탓에 면접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후보들은 전혀 없다.”면서 “한때 탈락자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지만 민간기업의 취직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hkpark@seoul.co.kr ■ “최종 임용까지 까다로워 지원자 매년 감소” 인사원 아베 히로유키 임용지도관 |도쿄 박홍기특파원|“공무원으로서 자질을 갖춘 공무원 후보군을 뽑아 해당 부처에 명단을 제공하는 선에서 인사원의 공무원 채용 업무는 끝납니다. 최종 선발권은 해당 부처가 가지고 있죠.” 일본 인사원 기획국의 임용지도관 아베 히로유키(46)가 밝힌 일본 인사원의 핵심 역할이자 기능이다. 임용지도관은 우리나라 중앙부처의 과장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198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공무원제도의 장점으로 해당 부처들이 후보군에서 적격자를 엄선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1종 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되기까지 너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인사원에서 치른 1종시험에 어렵게 통과해 최종선발인원의 2.5배에 이르는 후보군에 들어가더라도 해당 부처의 면접을 거쳐 임용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합격한 1종 행정직 합격자의 경우,60명 가운데 현재 11명만 최종 합격했을 정도이다. 후보군들에게는 3년 동안 부처에 지원할 수 ‘유효기간’이 주어진다. 그는 “공무원 지원자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면서 “원인 중의 하나가 최종 선발까지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과정이 복잡한 탓이다. 실제 1종 시험의 지원자는 2004년 3만 3385명,2005년 3만 1112명, 지난해 2만 6268명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또 젊은이들이 능력에 따른 성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일반 기업을 선호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예컨대 도쿄대학 출신의 경우, 예전에는 공무원이 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전문직에 들어가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물론 후보군들의 학력은 대체로 유명대학의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부처에 지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 면접을 봐 떨어지면 포기합니다. 회사에 입사하는 거죠. 그런데도 3년간의 유효기간 끝까지 남아있는 후보들도 150명이나 됩니다. 솔직히 안타깝습니다.” 인사원의 공무원상에 대해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월급이나 복지 등을 따진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사명감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일본에서는 여성들의 공직 진출이 적은 편”이라면서 지난해 1종시험 합격자 1592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7.7%에 그쳤다며 통계를 제시했다. 때문에 여성들을 공직으로 유도하기 위한 세미나 개최 등 적극적인 홍보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역인재할당제와 같은 제도는 “평등의 원칙 위반”이라며 짧게 말했다. hkpark@seoul.co.kr ■ 외국에서는 이렇게 뽑는다 고시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타이완, 일본이 전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필기시험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우선해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인재 선진국들의 인재 채용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 대통령관리직펠로 프로그램(PMF)은 공공정책분야에 우수 대학원생을 충원하기 위해 1977년 카터 대통령 시절 도입됐다. 매년 약 200명이상을 선발해 2년간 연방정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후 정규 공무원으로 임용한다. 경영대학원, 로스쿨, 기타 사회과학 등 미국 인사관리처(OPM)가 정하는 약 300개 대학원에서 행정학, 경영학, 공공정책학 등을 전공한 자만 응시할 수 있다.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자 가운데 서류와 면접, 논술 시험을 통해 뽑는다. ●프랑스 프랑스는 국립행정원(Ecole de National Administration:ENA)을 졸업해야 고위공직자 과정에 응시할 수 있다.ENA입학과 동시에 수습공무원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ENA입학시험이 곧 공무원 채용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ENA는 매년 100명 모집하는데 이가운데 50명 정도를 대학졸업자 중에서 뽑는다. 나머지는 기존 공무원이나 각종 사회단체 등 공공분야의 경력자 가운데서 뽑는다.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젊을 때부터 우수한 인재를 뽑아 고위공무원으로 육성한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의 최우등 졸업생을 선발해 국장급 고위공무원으로 채용하거나 공무원·민간기업에서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국장급 이상으로 채용한다. 특히 고등학생은 영국,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한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시키기보다는 2∼3년마다 근무부서를 바꿔가면서 장·차관 등 국가지도자로 발탁하기도 한다. 이를 빠른진급(Fast-Track)이라 부른다. 엄격한 성과감시로 하위 10%에는 불이익을 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년간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20년간 의식구조 어떻게 변했나

    20년 전에는 맑은 공기 등 쾌적한 환경을 주거지 선택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다는 사람이 5명 중 2명꼴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요새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직장과의 거리, 교통 편리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흡연남성의 비율이 20년 새 84%에서 56%로 줄었다. 20년간의 의식구조 변화를 추적해 보기 위해 1987년 서울신문이 당시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을 현재의 직장인 823명(남성 526명, 여성 297명)에게 똑같이 물었다. 상당수 문항에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생활수준에 대한 만족도 20년 전보다 하락 전체적인 생활수준은 눈부시게 높아졌지만 스스로의 만족도는 87년보다 나빠졌다.‘나는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87년에는 상류 2%, 중상류 18% 등 자기 생활이 평균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이 20%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15%(상류 1%·중상류 14%)로 줄었다. 중류라는 답도 58%에서 54%로 축소됐다. 반면 중하류·하류 등 중간 수준도 안 된다는 사람은 22%에서 31%로 확대됐다. ●집은 크고 직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주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87년 조사에서는 전체의 40%가 맑은 공기 등 쾌적한 환경을 최고로 쳤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과의 거리 26%, 교통편리성 23%, 투자가치와 주변시설 각각 19% 순으로 나타났다.20년 전 1위였던 맑은 공기는 6%에 그쳤다. 집의 투자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은 20년 새 6%에서 19%로 3배가 됐다. 큰 집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했다.40평 이상 되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이 87년 5%에서 올해에는 20%로 늘었다. 서울에 대한 선호현상도 심해졌다.87년엔 44%가 서울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했지만 올해에는 69%가 이렇게 답했다. 자기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간으로 87년에는 거실 55%, 안방 15% 순으로 답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거실(53%)에 이어 나만의 공간이 30%를 차지했다. 공간에 대한 관심이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테크 수단으로는 주식·수익증권이 87년과 올해 각각 39%와 37%로 가장 선호됐다. 하지만 87년 26%로 3위였던 부동산이 올해 2위(35%)로 치고 올라온 반면 과거 2위였던 은행 예·적금(28%)은 24%로 비중이 축소됐다. 계(契)는 4%에서 0.4%로 줄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건강관리 방법은 87년의 충분한 휴식 27%, 운동 26%, 건강식품 18%에서 올해에는 운동 31%, 충분한 휴식 19%, 건강식품 11%로 바뀌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1%에서 25%로 늘어난 것은 흥미로운 결과였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은 87년 27%에서 올해 47%로 뛰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남성의 경우 87년 84%에서 올해 56%로 크게 줄었다. 여성 중 담배를 피운다는 응답은 6%였다. 여가생활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87년에는 쉬는 날 집안일을 한다는 응답이 25%로 가장 많고 이어 음악·스포츠 관람 19%, 가족과 나들이 18%, 운동과 휴식 각각 14%였으나 올해에는 가족 나들이와 휴식이 각각 28%로 가장 많고 운동(14%)과 음악·스포츠 관람(13%)이 뒤를 이었다.20년 전 가장 많았던 집안일은 4%로 급감했다. 휴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인식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87년 54%에 이어 올해에도 53%가 ‘휴가는 매년 가족과 함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축구·야구 등 좋아하는 스포츠의 종류는 대체로 비슷했으나 스키·스노보드가 87년 2%에서 올해 12%로, 골프가 4%에서 10%로 각각 늘어 스포츠·레저의 고급화 현상을 보여줬다. ●아침밥 안 먹거나 빵 먹는 사람 늘어 아침에 꼬박꼬박 밥을 챙겨먹는다는 사람은 87년 65%에서 올해 40%로 줄었다. 커피·우유·빵 등 서구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은 13%에서 23%로 늘었고 아예 아침을 거른다는 응답도 19%에서 26%로 증가했다. 옷에 대한 관점도 예쁜 옷에 가장 무게를 두는 쪽으로 변했다.87년엔 옷을 고를 때 디자인과 실용성을 가장 중시한다는 응답이 각각 38%로 공동 1위였지만 올해에는 디자인이 56%로 가장 많고 실용성은 21%로 축소됐다. 색상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응답은 14%에서 2%로 줄었다. 브랜드를 최우선으로 본다는 응답은 87년에는 거의 없었지만 올해에는 7%를 차지했다. 김효섭 강주리기자 newworld@seoul.co.kr ■당시 사회면 장식했던 뉴스들 신문은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는 정보가 되지만 후대 사람들에게는 역사가 된다.1967년 서울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뉴스들을 통해 당시 모습을 들여다보자.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67년, 물가에 대한 사회적 감시의 눈초리는 지금보다 매서웠다.‘악덕상혼(商魂)’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거셌다. 연말연시를 틈탄 서비스료 인상이 자주 도마 위에 올랐다.70∼80원짜리 설렁탕을 100원으로,120원짜리 불고기백반을 150원으로,30원짜리 커피를 45원으로 각각 올려받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해 초 당국은 업주들의 ‘기습인상’을 엄벌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며칠 뒤 서울 중구 다동 H다방 주인이 커피를 35원으로 5원 비싸게 팔았다가 즉심에 넘겨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들뜨고 붐볐다. 그해 설 서울역은 귀성객 5만명이 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13건의 소매치기가 신고됐고 암표상이 기승을 부렸다. 한 시민은 ‘귀성객이 많아 정신없다.’는 이유로 거스름돈 10원을 주지 않은 서울역 매표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밤손님’들이 활개치던 그때, 도둑들의 최고 인기품목은 TV였다.TV는 당시 근로자의 반년치 봉급인 1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었다. 선풍기, 미싱 등도 도둑들이 눈독 들이는 물건이었다. 졸업·입학 시즌이면 사진사들이 대목을 잡던 시절, 한 여고 졸업식장에서 좋은 목을 차지하겠다며 사진사들끼리 싸움이 벌여져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과속차량 감지기가 ‘레이다’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경찰은 앞으로 음주운전 측정기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동헌 감독이 만든 국내 최초의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이 대한극장에서 개봉됐다.‘7인의 여포로’와 ‘춘몽’을 만들었던 유현목 감독은 각각 반공법 위반과 음화(淫畵) 제작 혐의로 기소됐다. 반공법에선 무죄를 받았지만, 여배우를 나체로 출연시킨 데 대해서는 벌금 3만원을 선고받았다. 남북한 극한대치로 군대 생활이 말할 수 없이 살벌했던 당시, 휴가를 나왔던 사병이 목숨을 끊었다. 부대 빙상대회에 쓸 스케이트와 운동복을 자비로 마련해 오라는 지시를 받고 휴가를 나왔다가 이를 구하지 못하자 부대 인사장교에게 “앞으로 사병을 괴롭히지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6살 여자아이가 군에 ‘입대(?)’하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마포의 강변 판잣집에 살던 신모씨가 군대에 간 사이 어머니가 병으로 숨졌다. 부대에선 신씨가 제대할 때까지 동생을 부대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문보도 이후 이들에 대한 독지가들의 지원약속이 이어졌다. 그해 무려 6304명의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다. 사유는 근무태만이 가장 많았고 뇌물죄나 공금유용 및 횡령, 직권남용, 공문서 위·변조 등도 있었다. 허위진단서 발급도 기승을 부렸다. 일부 의사들이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끊어주고 있다는 고발기사가 나가자 경찰이 이에 대한 집중단속을 펴 많은 사람들을 처벌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재계 리더들 여름휴가 어떻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회사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여름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16일 “CEO들은 피말리는 경영 환경에서 누구보다도 여유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 리더들의 다양한 여름휴가 형태를 모아봤다. ●하반기 경영구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별도의 휴가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구상을 가다듬을 것이란 게 삼성측의 전언이다. 이 회장은 그룹 계열사별로 추진중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보고받고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예년처럼 휴가를 가지 않을 예정이다.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 여수엑스포 유치 활동 등 여러 현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루이틀 쉬게 되더라도 자택에서 사업구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현대차측은 설명했다. 박창규 대우건설 사장은 외부기관이 주최하는 여름 세미나에 참석해 건설업계의 현황을 되돌아보고, 하반기 경영 전략도 다듬을 계획이다. 조영주 KTF 사장도 전경련이 주관하는 ‘2007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하는 걸로 휴가를 대신할 계획이다. 김신배 SKT 사장은 바쁜 일정 때문에 아직 휴가 날짜를 잡지도 못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소위 집에서 쉬는 ‘방콕’형도 적지않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휴가계획을 아직 잡지 않았으나 예년처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시기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1주일 정도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7월말에서 8월초 자택에서 독서를 하며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쯤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과 청담동 자택에서 각각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다음달 중순쯤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남 부회장은 일본 도요타자동차 관련 경영 서적을 읽을 계획이다. 내부 낭비요인 제거와 구매 프로세스와 같은 도요타 경영기법을 LG전자에 접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다음달 초쯤 국내 조용한 산사 등을 찾아 역사관련 서적을 읽을 계획이다. 윤 부회장은 평소 정확한 역사인식을 강조해왔다. 김갑렬 GS건설 사장도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경영관련 서적을 손에 들 계획이다. 남중수 KT사장은 다음달 초 쉬면서 잭 웰치의 승자의 조건, 노자의 도덕경 등을 읽을 계획이다. ●여름휴가를 직원과의 스킨십 강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말을 붙여 지방사업장 방문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2003년 이후 별도의 여름휴가를 간 적이 없다. 최 회장은 그러나 “잘 쉬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며 임직원들의 휴가는 독려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도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한다. 수련회는 다음달 4일 금강산에서 3박4일 일정으로 열린다.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도 동행한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오는 26∼28일 서산농장에서 열릴 여름수련대회에 참석해 신입사원들을 격려한다. 이 사장은 또 국내외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안전관리와 현장 진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이르면 이달말쯤 해외로 나간다.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상반기 내내 해외에서 살다시피 했다. 박 회장은 평창을 지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간다. 여름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했던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은 이번에도 주말을 붙여 4박5일 정도 가족과의 해외 여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가족 우선’이라는 평소의 신념대로 휴가때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게 회사측의 얘기다. 산업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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