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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 (페르디난트 자입트 지음, 차용구 옮김, 현실문화 펴냄) 중세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에서 도드라지는 두 가지. 하나는 중세를 공정하게 보려 한다. 일단 ‘중세=암흑기’ 공식을 부인한다. 널리 알려진 이 관념은 근대를 선취한 서유럽이 중부유럽을 내려다보는 관점이 반영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중세를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후진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사의 복원이다. 아날학파 이후 역사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거대한 추동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인간 사이의 관계에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은 정치 권력의 문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두 가지 관점으로 1000년 중세사를 관통하고 있는데 파란 눈 서양인들의 옛 중세사를 현대의 동양인이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중세 중부유럽 이야기는 오늘날 유럽연합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고 답하겠다. 3만 2000원. 딕시 (안수훈 지음, 서해문집 펴냄) 미국 보수의 본산, 남부에 대한 관찰 기록이다. 미국 남부 지역이라면 독실하다 못해 지나친 신앙, 엄연한 인종주의 등 ‘촌동네 꼴통’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미국 남부가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인식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고 이 때문에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딕시란 노예주(州)와 자유주를 구분하기 위해 그었던 선에서 유래한 개념인데, 노예해방전쟁 당시 북군에 맞섰던 남부 11개 주를 지칭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1만 5000원.
  • 600만 자영업자 “일본 제품 불매”

    수백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 ‘제2의 물산장려운동’을 표방하며 3·1절부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다. 반일 불매운동이 이처럼 대규모로 벌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28일 80여개 직능단체와 60여개 소상공인·자영업단체, 시민단체 등과 함께 1일부터 일본 제품을 일절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600만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이 단체는 94주년 3·1절인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파고다공원에서 불매운동을 선언하는 결의문을 읽은 뒤 만세 삼창과 함께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선 것은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고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자행하는 등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역행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일본은 저급한 역사인식 아래 반성 없는 제국주의 사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제에 항거해 물산장려운동을 전개한 선조들의 뜻을 이어받아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독도침탈 행위를 중단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불매운동 스티커를 제작해 업체 등에 배포하고 참여를 호소하기로 했다. 연맹은 일본 제품의 판매와 진열을 거부하거나 소비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만 내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불매 대상은 ‘마일드세븐’, ‘아사히맥주’, ‘니콘’, ‘유니클로’, ‘토요타’, ‘렉서스’, ‘소니’, ‘혼다’ 등이다. 정부는 통상 마찰 등을 우려하고 있으나 민간단체 주도 운동에 개입하지 못하고 후유증 최소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산장려운동은 1920년대 일제의 수탈에 맞서 우리 경제·산업 부흥을 위해 토산품 애용 등을 강조한 자립운동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열린세상]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꼭 합쳐야 하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꼭 합쳐야 하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합을 선언했다. 그러나 재원 조달 방식과 지급 대상이 다른 두 연금의 통합이 옳으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은 국가 예산에서 나오고,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조달된다. 기초노령연금은 그 대상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과 저소득층이고,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전 기초노령연금의 재원 일부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조달하겠다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의 재원을 마련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두 연금의 통합을 밀어붙인다니 의아스럽다.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구성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전제하지만 통합이 목적이라면 잘못된 접근이다. 연금계층의 다양화가 세계 각국 연금 개혁의 공식처럼 인식되는 상황에서 통합은 거꾸로 가는 개혁이어서다. 연금계층의 다양화를 전제로 연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중층연금(multi-pillar pension) 도입은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중층구조에서 기초연금은 빈곤층과 저소득층, 국민연금은 전 국민, 퇴직연금은 임금근로자, 그리고 개인연금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도 이 같은 중층구조의 틀을 갖추고 최적의 운영방식을 찾는 과제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중층구조에 역행하는 통합이라니 답답하다. 혹시 두 연금의 통합이 명목확정기여(notional defined contribution) 방식의 도입을 위해서라면 더 문제다. 이 방식은 1994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이탈리아·폴란드·라트비아·키르기스스탄 등 국가에서 도입했다. 연금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연금에 복층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연금적자 해소와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연금기금 일부를 개인소유의 주식처럼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 국민연금에 개인연금이 결합된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점수제라는 복잡한 산식이 있어 투명한 사회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의 평균 13.5%보다 세 배 이상 높은 45.1%이다. 노인빈곤만으로 보면 최빈국 수준이다. 고령화 진입 속도는 세계 1위인데 자녀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래의 노인은 연금에 의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40%에 불과해 연금 가입기간이 40년이 되어도 수령액은 월 115만원 정도이다. 그 이상은 없다. 최저등급의 소득은 월 23만원이고 40년 불입하면 연금으로 월 23만원을 받는다. 이 돈으로 생계가 유지될까?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최고 등급의 소득이 1988년 연금제도 출범 후 거의 상향 조정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최고 등급의 소득 수준은 360만원이었는데 현재까지 인상액이 29만원에 불과한 389만원이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의 과장부터 사장까지 국민연금보험료가 모두 같고, 소득 재분배라는 사회보험 기능을 수행할 수도 없다. 이 문제를 인지한 이명박 정부는 2013년까지 최고 등급을 46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해놓고 지키지도 않고 떠났다.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국민연금의 본질적 문제는 함구하고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치겠다니, 그 실익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통합에 앞서 국민연금 손질이 먼저인데도 말이다. 통합을 전제로 위원회를 구성하면, 통합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무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연금의 특성상 현재의 잘못으로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10년, 20년 후에 문제가 된다. 보장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리스나 스페인 같은 남유럽식의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지나치게 낮으면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남미식 노인 폭동이 터질 수 있다. 그래서 연금정책은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연금정책에 관한 한 실패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다. 때문에 연금제도의 틀을 바꾸는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국민불행연금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 고노 “日정치인, 국제사회 통용되는 발언해야”

    고노 “日정치인, 국제사회 통용되는 발언해야”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일본 정치인들이 국내에서만 박수갈채를 받아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전 의장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교도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미래지향의 일·한관계에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조건으로 붙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고노 담화 수정 움직임이 제기된 데 대해 당사자로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노 전 의장은 이어 “경제 및 안전보장 관련 협력이 양국에 도움이 되지만 타산적이지 않은, 상호 존경할 수 있는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노 전 의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도 “한·일 간 신뢰 관계가 구축되기 위해서 일본이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일본식 가치관을 강요했던 역사적 사실을 진지하게 직시하고 확실하게 반성하는 게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취임-취임사 전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 쌓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이런 막중한 시대적 소명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이명박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그리고 세계 각국의 경축 사절과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에 부응하여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이뤄낼 것입니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의 대한민국은 국민의 노력과 피와 땀으로 이룩된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그리고 영하 수십도의 최전방 전선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저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모든 우리 국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 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자본주의 역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과거와는 달리 우리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습니다. 역동적인 우리 국민의 강인함과 저력을 믿습니다. 이제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 여러분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제가 핵심적인 가치를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IT산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들을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습니다. 새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입니다. 이제 한 사람의 개인이 국가의 가치를 높이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국내의 인재들을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융합형 인재로 키워 미래 한국의 주축으로 삼겠습니다.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지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그런 경제 주체들이 하나가 되고 다 함께 힘을 모을 때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토대 위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국민이 행복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될 때 국민행복시대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국민도 기초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맞춤형의 새로운 복지패러다임으로 국민들이 근심 없이 각자의 일에 즐겁게 종사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꿈을 이루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교육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국민 개개인의 능력을 주춧돌로 삼아 국가가 발전하게 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배움을 즐길 수 있고,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국민이 많아질 때,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사장되고, 창의성이 상실되는 천편일률적인 경쟁에만 매달려 있으면 우리의 미래도 얼어붙을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서 자신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어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회에 나와서도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학벌과 스펙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꿈과 끼가 클 수 없고, 희망도 자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학벌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바꿔 가겠습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 누구라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상상력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 한류 문화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고, 국민들에게 큰 자긍심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5000년 유·무형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정신문화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우리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 곳곳에 문화의 가치가 스며들게 하여 국민 모두가 문화가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역과 세대와 계층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생활 속의 문화, 문화가 있는 복지,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산업 육성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 이념과 관습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문화, 인류평화발전에 기여하고 기쁨을 나누는 문화, 새 시대의 삶을 바꾸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민행복은 국민이 편안하고 안전할 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하루빨리 핵을 내려놓고, 평화와 공동발전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자원을 소모하면서 전 세계에 등을 돌리며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이 너무도 엄중하지만 여기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꿈꾸는 국민행복시대는 동시에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고, 지구촌 행복시대를 여는 데 기여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나아가 세계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고, 지구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의 임무를 시작합니다. 이 막중한 임무를 부여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입니다. 나라의 국정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나가는 새로운 길에 국민 여러분이 힘을 주시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지금, 국가와 국민이 동반의 길을 함께 걷고,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그 길을 성공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를 믿고 신뢰하면서 동반자의 길을 걸어가야만 합니다, 저는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얻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습니다. 우리 조상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 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저와 정부를 믿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길에 동참하여 주십시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 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 [시론]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과제/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시론]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과제/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박근혜 정부 출범의 모양새가 썩 좋지는 못하다. 국무위원 임명절차가 늦어졌고, 새 대통령의 지지율은 저조하다. 대통령이 당선인으로서 지금까지 행한 중요한 통치행위는 국무위원 및 청와대 보좌진의 인선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지휘하여 국정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실망스러웠다. 핵심 선거공약이자 가히 시대정신이라고 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국민통합의 정신이 후퇴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민생 안정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성공의 관건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잘 구현해 내려는 진지한 노력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는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여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주요 정치세력과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이는 국민소득은 증가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모순된 현실의 산물이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마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과 배치되는 것인 양 얘기하기도 한다.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안정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경제력 집중과 마구잡이 규제 완화는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세부 정책들이 추진과제에 포함되었으니 상관없다는 것은 매우 안이한 인식이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모피아 등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우면서 추진해 나가야 하며 오랫동안 형성된 관행과 의식을 혁파하면서 이루어 나가야 하는 지난한 과제다. 입법과정에서의 각종 로비는 물론이고 성장우선론과 시장주의, 경제위기론과 속도조절론 등 수많은 반론을 뚫고 나가야 한다.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천명하여 힘을 싣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경제팀을 이끌어 나갈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규제 완화, 시장주의, 성장 중시의 경제관을 가진 인물들이다. 자칫 경제민주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폐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하게 된다. 그래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항상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최우선 공약이었음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고 본다. 경제민주화처럼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정책은 새 정부 초기에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 경제민주화가 여전히 국정의 최고 목표임을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로 개편하고, 김종인(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박사를 의장에 임명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외에도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많은 경제정책 과제들이 있다. 몇 가지 중요한 것만 언급한다. 불확실한 세계경제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환율 관리와 자본유출입 관리를 위한 정책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토빈세 도입을 권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뇌관으로 남아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를 방지하고 하우스푸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은 금물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재정문제도 걱정이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공약 탓에 인수위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재원조달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부유세를 포함하여 증세방안을 준비할 것을 촉구한다. 박정희 시대에 무리한 고도성장을 추진하면서 왜곡된 경제구조를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잡는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 “국민과 소통 위해 야당과 먼저 소통해야”

    “국민과 소통 위해 야당과 먼저 소통해야”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국민과 야당과의 소통, 실질적인 경제민주화와 복지 구현을 주문하는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취임식 전날까지 줄곧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던 것에 비하면 수위는 낮아졌지만 최근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등으로 냉각된 기류가 가시지 않아 덕담 속에도 가시가 돋쳤다.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벌써부터 박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가 철회 또는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는 여론이 있다”면서 “이는 국민이 박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가 원칙과 신뢰였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국회와 소통해야 하고 무엇보다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야당과의 소통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신뢰를 얻을 때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지켜야 할 원칙으로 국민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을 강조하며 “무신불립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안보 위협과 세계 경제 위기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취임하는 박 대통령이 향후 5년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디 국민의 신뢰를 얻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대통령 취임식이 국회에서 열리는 것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를 존중하고 국정 운영에 있어 협력의 대상으로 여겨야 함을 의미한다”며 “향후 여당 의원들을 거수기로 여기고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를 보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의 취임 전 인사는 많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다”면서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향후 공직 인선 과정에서는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을 존중하는 자세로 경제민주화와 복지 실현을 이행해 나간다면 진보정의당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자당 의원들이 1심 재판에서 줄줄이 당선무효형을 받은 통합진보당은 박 대통령을 향해 “신냉전 종북 논리로 진보진영을 배제, 고립시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각을 세웠다. 민병렬 대변인은 “무엇보다 정치 쇄신, 남북관계 발전, 노동3권 보장 공약을 이행하기 바란다”며 “평화가 안정, 통일이 복지라는 인식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야당들은 취임 축하 논평 외에 별도 논평을 통한 공세를 자제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취임식을 지켜봤다. 각 당 지도부도 오전 회의 말고는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취임식 축하 일정 참가로 하루를 보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 100여년 전 ‘역사적 원본’ 인터넷서 생생히 만난다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 100여년 전 ‘역사적 원본’ 인터넷서 생생히 만난다

    서울신문의 모태로 100여년 전 최대의 항일 민족정론지였던 대한매일신보(등록문화재 제509호·1904년 7월 18일 창간) 원본이 디지털 공간에 옮겨졌다. 언제든 인터넷에 접속해 일제에 맞섰던 민족의 목소리와 정치·사회·문화 등 대한제국 시절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서울대는 그동안 소장해 온 대한매일신보의 디지털 작업을 완료했다고 24일 밝혔다. 서울대가 소장한 방대한 고(古)신문 원본 가운데 디지털 복원 작업이 이뤄진 것은 대한매일신보가 처음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 국립고궁박물관과 함께 고신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이번 작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대가 원문을 제공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예산을 댔다. 이번에 복원된 대한매일신보는 1905년 8월 11일자부터 1910년 8월 28일자까지 1461일분(호외 4호, 부록 13호 포함)으로 총 5838면에 이른다. 통상 신문은 전체 크기에 비해 종이의 두께가 얇고 질이 낮아 다른 고문서에 비해 복원이 훨씬 까다롭다. 서울대가 소장하고 있던 대한매일신보 역시 바싹 마른 낙엽처럼 잘못 손댔다가는 그대로 바스러질 만큼 열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모두 5개월 이상 걸린 이번 작업에서 서울대 전문복원팀은 6000장에 육박하는 원본을 상하지 않도록 한장 한장 떼어 분리하는 데만 여러 달을 보냈다. 이렇게 분리된 신문은 전문 복원 업체의 사진 촬영과 이미지 보정 작업을 거쳐 이미지로 가공됐다. 이미지 상태로 복원됐지만 문자인식 기술을 통해 인터넷에서 본문 자체에 대한 직접 검색이 가능하다. 홍순영 서울대도서관 학술연구지원팀장은 “대한매일신보는 100년이 넘는 자료라 종이의 질이나 잉크의 상태가 취약해 고도의 예민함이 요구됐다”면서 “마이크로필름에 신문을 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자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검색도 쉽지 않아 자료가 더 취약해지기 전에 디지털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디지털 복원과 별도로 상태가 극히 안 좋은 신문에 대해서는 물리적 수리를 거쳐 온·습도가 최적 상태로 유지되도록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고문헌 자료실에 영구 보관하기로 했다. 디지털 복원된 대한매일신보는 서울대도서관 홈페이지(library.snu.ac.kr), 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www.kinds.or.kr) 등에서 원문 보기 및 기사 검색이 가능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비로소 이념의 굴레 벗어나 재조명… 더 많은 관심을”

    “비로소 이념의 굴레 벗어나 재조명… 더 많은 관심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이제 고령이라 10년 후만 돼도 얼마나 남아 계실지 알 수 없습니다. 잊힌 역사로만 치부하지 말고 정부에서 좀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별 초청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1960~1970년대 당시 파견 광부 모임인 고창원(59) 재독 한인 글뤽아우프회 회장과 윤행자(70·여) 한독간호협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는 광부 파독이 처음 시작된 지 꼭 50년 된 해이기도 하다. 이들은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고국의 관심과 인식이 최근 들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깜짝 놀랐다”면서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박정희 프레임에서 마침내 해방된 기분”이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간 이념 논쟁 속에 산업화의 주역인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성과가 가려지고 잊혀 왔지만 비로소 이념의 굴레를 벗고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설명이다. 고 회장은 “과거에는 산업화 인사들을 조명하면 민주화 인사가 가려진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두 세력 모두 서로 성과를 인정해 가며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는 등 가정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각각 1969년, 1977년 서독행 비행기에 오른 윤 회장과 고 회장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고생 끝에 정착해 자녀도 훌륭히 키워 냈다. 윤 회장은 “지난 50년을 기념하는 것은 과거 역사를 더듬어 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면서 “유럽 이민 1세대로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절 애환을 같이 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일종의 동료의식을 느낀다는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윤 회장은 “첫 여성 대통령이라 더욱 반갑다”면서 “섬세함과 어머니 같은 자상함으로 소신껏 국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장점은 이어 가면서 동시에 단점을 고쳐 간다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들끓은 분노’… 일장기 찢고 日대사관 앞서 시위

    ‘들끓은 분노’… 일장기 찢고 日대사관 앞서 시위

    일본 시마네현이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자 전국 곳곳에서 항의와 규탄 시위 등이 잇따랐다. 일부 분노한 시민은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흉기로 자해하거나 일장기를 찢으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한·일 관계를 고려해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을 정부 차원으로 격상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했으나 정작 올해 행사에 차관급 관리를 파견하는 이중적 작태를 보였다”며 “이 같은 자폐적 선동정치와 퇴행적 역사인식으로 점철된 일본의 영토 도발은 무모한 불장난이자 중대한 범죄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독도를 관할하는 최일선 도지사로서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임을 천명하며 일본의 영토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일본은 시마네현이 불법적으로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일본 정부는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시킨 날을 기념한다는 엉터리 주장으로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아직도 제국주의적 침탈 야욕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독도의병대와 독도NGO포럼 회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 지정을 철회하고 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어 ‘한민족 독도사랑’ 행사에서 한민족 독도사관 관장인 천숙녀 시인은 독도를 주제로 쓴 시를 낭송했고, 대한민국 독도학당 학생들은 독도 관련 플래시몹을 펼쳤다. 행사 도중 택시 운전사 전모(58)씨는 일본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커터 칼로 자해를 시도하다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또 다른 남성은 아베 총리가 그려진 일장기를 찢으려다 제지를 당했다. 나라살리기 운동본부와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규탄하고 일본 내각관방 독도 전담부서 설치 철회를 촉구했다. 태극기의 사괘가 그려진 ‘독도사랑’ 티셔츠를 입은 시민 200여명도 경기도 성남시청 광장에 모여 ‘일본 다케시마의 날 행사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일본은 침략의 과거사를 반성하라’, ‘독도는 대한민국 땅’ 등을 적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제창했다. 충남 온양고와 온양여고, 아산고, 한얼고, 용화고 등 아산지역 고교생 100여명은 이날 낮 12시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독도사랑운동본부가 준비한 ‘독도는 우리땅’ 음악에 맞춰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였다. 학생들은 또 ‘총성 없는 전쟁터 독도’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부산 주한 일본영사관 앞에서도 우리물산장려운동본부 등 12개 단체 주최로 ‘다케시마의 날’ 규탄 집회가 열렸다. 대구 김상화 기자·전국종합 shkim@seoul.co.kr
  • [서울광장] 새 경제팀, 전선을 단순화하라/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경제팀, 전선을 단순화하라/오승호 논설위원

    곧 닻을 올리는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은 경제 위기 극복 문제로 적잖이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허둥댈 수도 있다. 가계부채, 일자리 창출, 하우스푸어, 저출산 고령화, 자영업자 대책, 환율전쟁 대책, 경제민주화, 복지정책, 창조경제, 부동산 문제, 지하경제 양성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새 경제팀은 역대 정권에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첫 경제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퍼즐을 풀어낼 수 있을까. 역대 대통령들의 예를 보면 경제운용 능력이 대통령 평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박 당선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국민들이 먹고살기가 힘들면 다른 공적들은 빛이 바래거나 묻혀 버린다.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들로서는 야속하다고 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 도입이란 성과를 올렸지만 외환위기로 낮은 평판을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를 잘 극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의 삶을 중시하고 소통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점수가 깎였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 둘 다 옛 경제기획원 출신의 거시경제통이어서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곳곳이 성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집중 치유해야 할 선택의 문제만 남았기 때문이다. 새 경제팀은 우리 경제 상황은 이것 찔끔, 저것 찔끔 치료하려다가 병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십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곳저곳에 청진기를 대고 진찰할 시간을 줄여 처방전을 내놓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기 바란다. 새 정부의 정상적 출범이 늦어진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박 당선인이 역대 정부와는 달리 초대 경제수석에 학자가 아닌 관료 출신을 내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가한 상황이 아닌 만큼 관료가 정책 집행력에서 앞선다는 점을 의식했을 것이다. 경제팀은 켜켜이 쌓인 현안들 중 전투력을 집중할 전선(戰線)을 잘 골라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집행이 효과를 높인다는 것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 등에서 얻은 교훈이다. 기업이나 국민들이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 의지를 확인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경제 심리 효과까지 가미되면 위기 극복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역 1조 달러, 사상 최대 규모 경상수지 흑자(2012년 432억 5000만 달러) 등의 경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서운해할 정도로 알아주지 않는다. 원인은 고용 부진에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은 취직하기 쉽고 자영업자들 장사 잘되게 하면 5년 뒤 평가받을 것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위험 수위이다. 다음 뇌관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라는 ‘쌍권총’으로 대출을 규제하고 있는데도 가계부채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이 무엇인가. 일자리가 없어 김밥이나 우동가게라도 해보지만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팀은 지난달 자영업자가 18개월 만에 줄어든 사실을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회사에서 잘린 사람들이 구멍가게를 하기도 힘들어진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경제정책에 대단한 것을 담으려 할 때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 정곡을 찔러야 한다.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의 첫번째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고상하긴 하지만 5년이나 10년 뒤 빛을 볼지 모를, 평시 상황의 모토가 아닌지 걱정되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들은 미래 양질의 먹거리 찾기 노력을 좀 덜 하더라도 2~3년 안에 성과가 가시화될 정책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osh@seoul.co.kr
  • 근대 베스트셀러, 마녀사냥

    마녀사냥, 그러면 대개 다들 두 주먹 움켜쥐고 부르르 떤다. 중세 암흑기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이 개명천지한 21세기에도 벌어져서야 되겠느냐고. ‘마녀 프레임’(이택광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은 피식 웃는다. 그거 원래 중세가 아니라 근대와 함께 시작된 증상이라고. 개명천지한 21세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녀사냥이 벌어진다고. 오히려 중세에는 마법과 마녀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였다고. 더 나아가 중세엔 “마법은 과학적 인식에 기반을 둔 테크놀로지와 공존”했을 뿐 아니라 마법사는 “사랑의 묘약이나 주문 같은 것을 처방”하는 일에 당당히 종사했다고. 저자가 주목하는 지점은 마녀사냥의 발원 그 자체보다 대중적으로 마녀사냥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널리 퍼졌느냐다. 저자는 이런저런 역사적 흐름을 언급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당대 인쇄술의 발달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배척되지 않았던 마법과 마녀를 새로운 악의 근원으로 지목한 ‘이단적 마녀의 응징’, 그에 이어 마녀식별법을 담은 ‘마녀의 해머’ 같은 책이 연이어 나왔는데 ‘마녀의 해머’는 20쇄를 거듭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과 달리 글 읽는 사람도 별로 없던 시절에 말이다. 이는 무슨 의미인가. “마녀사냥이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행해진 일방적 폭력”이란 사실을 부정하고 “어떤 공모”가 있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 증거는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자신이 마녀라고 스스로 고백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아니, 심판받아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자백이라니? “마녀였지만 회개하고 죽으면 천국행이 보장됐기 때문”에 “회개라는 행위가 주는 심리적 카타르시스는 대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위기에 처한 공동체가 앓은 거대한 열병이 마녀사냥이지만, 한편으로는 마녀사냥 자체가 대중매체를 통해 요란하게 소비된 하나의 쇼였다는 것이다. 내가 하면 검증이요, 네가 하면 마녀사냥이라는 논법은 여전히 시끄럽다. 인쇄술에 기반한 신문, 출판으로 구성된 상상의 공동체가 곧 근대국가였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결국 인쇄술에 기반한 신문, 출판의 가장 강력한 존립 근거는 어쩌면 마녀사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데올로기는 즐거움에 대한 문제”라는 저자의 표현이 재밌으면서도 섬뜩한 기운을 풍긴다. 1만 2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개발원조의 그랜드 디자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발원조의 그랜드 디자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 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미얀마를 다녀왔다. 양곤대 교육센터에서 박사과정 및 초급 교수들을 상대로 3주에 걸쳐 집중 강의를 수행했다. 다년간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는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의 개발원조와 외교정책에 관한 여러 단상들을 정리할 기회를 가졌다. 무엇보다 개발원조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절실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외적 위상도 격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얀마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그 방향과 실천 방식에 중요한 변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 같다. 원조 수혜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우물을 파고 병원을 지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회 제도적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자생적 성장 능력을 배양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필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개발원조와 외교정책에서 크게 두 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전통적인 외교 전략인 국가 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외교관계와 자본의 힘에 기댄 경제적 접근 방법만으로는 진정한 교류를 구현할 수 없을뿐더러, 원하는 효과도 얻을 수 없다. 오랜 영국 식민지 경험과 일본·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미국의 경제 제재에 시달려온 미얀마의 입장에서 한국이라는 새 파트너가 동일한 길을 걷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규모 면에서도 우리가 그런 강대국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둘째,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닌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무역이나 투자 등 경제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들의 대다수가 바라는 진정한 교류의 모습은 오히려 감성적인 면에서 더 크게 돋보이곤 한다. 먼 미얀마 땅까지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이곳 사람들의 평화 지향적 성향과 교육에 대한 열정, 종교와 역사관 등 우리와 유사한 점들이 매우 많다. 미얀마를 에너지 자원의 보고 또는 시장 확대의 기회로만 보기에는 그들이 지닌 미덕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개발원조의 방향도 서서히 지역·사안별로 맞춤형 접근을 해야 한다. 미얀마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원조 프로그램을 기획·추진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지식인과 엘리트들을 상대로 한 교육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적 개발원조의 한 유형으로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미래를 대표하는 자원은 석유나 천연가스도 아니고 공장이나 시장도 아닌, 바로 ‘인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은 물질적 관계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시장 논리나 비즈니스 마인드만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문화와 감성을 포괄하는 ‘공감’의 관계로 승화되어야만 장기적이고 진정한 인적 관계가 구현된다. 한류의 붐도 드라마와 영화를 팔고 가요를 수출하는 ‘산업’의 차원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의 ‘의미’를 찾아가는 공감의 토대로서 더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이라는 경이로운 나라가 전자제품이나 휴대전화를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과 비슷한 역사와 지리적 환경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발전을 이룩한 선행 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개발원조는 우리나라의 21세기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는 도구이자 기회이다. 그동안 프로그램의 성격과 실행 방법을 놓고 다양한 의견과 갈등이 공존해 왔지만 이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효율성과 진정성을 높일 때이다. 국제개발협력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개발원조의 키워드는 전략, 시장, 비즈니스, 기회가 아니라 공감, 문화, 의미, 소프트웨어가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양적 성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우리의 대외적 위상을 제고하고 ‘스마트 파워’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한 우리 외교정책의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을 기대해 본다.
  • [기고] 새 정부 출범과 국가통계/전명식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기고] 새 정부 출범과 국가통계/전명식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새 정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높다. 새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인사들의 의욕도 넘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국내외에서 녹록하지 않다.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는 경제상황, 집단 사이의 갈등, 그리고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긴박한 국제관계 등을 포함한 현안들이 쉽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객관적인 자료나 실증적인 측면을 강조하기보다 정서적 또는 막연한 낙관에 치우쳐 큰 낭패를 본 사례가 많았다. 임진왜란 직전 동인과 서인의 당쟁으로 전란 발발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오래전의 일부터 정보 부재로 국가 망신을 샀던 1990년대 말의 한·일 어업협정, 1997년의 외환위기에 대한 경보체제 미작동에 이르기까지,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근거한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존재하는 역사적 순간들이 있다.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정보의 원천이 되는 통계는 국가 운영의 인프라이며 공공재 성격이 강한 사회간접자본이다. 정부 정책의 입안·집행·평가·환류의 기반이 되는 통계의 정확성·시의성·신뢰성 확보는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다. 국가경쟁력 강화의 요체이다. 이를 위해 국가통계를 생산하는 기관은 중립성이 보장되고 전문적이며 윤리적인 직업정신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통계를 수요, 생산 및 공급, 정책에 활용함으로써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최근 실업·빈곤·주택·고령화·비정규직 문제 등 국가 핵심과제에서도 통계정보 부족으로 잦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 통계를 우선시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이 존중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통계청의 조정능력과 각 부처의 통계 생산능력이 취약하다. 통계의 중요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학습·전문성 등도 크게 부족하다. 이용자와 공급자의 무관심 속에서 통계 기반의 ‘국민행복시대’로 도약할 기회와 가능성을 놓쳐 버리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정부 3.0을 통해 개방·공유·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새 정부가 성공적인 미래를 생각한다면, 국가통계 인프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품질의 반도체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생산시설 및 관리가 중요한 것처럼, 올바른 국가 운영에 필요한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직·인력·예산 등의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 통계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통계에 대한 투자는 소홀하다. 작성되는 통계도 주로 경제 분야 통계 위주로, 사회·교육·문화·과학·복지·환경 등 비경제 분야에 대한 통계는 미비한 수준이다.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 만큼 제도 개선을 포함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통계에 대한 정부기관과 관련분야의 혁신적인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아울러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발표한 정책들의 추진이나 여러 국책사업들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객관적 자료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통계자료를 맨 위에 놓고 새 정부의 국정과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 우익단체·정치인 요란… 그들만의 행사

    우익단체·정치인 요란… 그들만의 행사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는 아직 일본 전역에 알려져 있지 않아요. 다케시마가 속해 있는 시마네현 사람들이 행사를 치를 뿐이죠.” 21일 도쿄 오카야마에서 시마네현 중심 도시인 마쓰에로 가는 특급 열차 안에서 만난 다케우치 리리코(34)는 ‘다케시마의 날’이 시마네현 자체 행사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일본인은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낮 12시쯤 도착한 마쓰에역 광장은 썰렁했다. 하루 뒤 이곳에서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리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아베 신조 정권이 올해 처음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부 관료를 파견하기로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행사가 치러지는 마쓰에에서는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22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쿄에서 왔다는 우익단체 회원 40대 여성 두 명이 ‘다케시마는 우리 고유 영토다’ ‘다케시마를 돌려 달라’고 적힌 선전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인근 식당 종업원 기무라 료코(44)는 “지난해까지 마쓰에 시민들조차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었다”면서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 매스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한두 명씩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쓰에역에서 1.2㎞ 떨어져 있는 시마네현 제3청사에 마련된 다케시마 자료관을 찾았다. 시마네현은 2005년부터 매년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행사를 치르고 있으며, 2007년에는 이 건물 2층에 자료관을 만들었다. 지역 민영방송 ‘산인 주오TV’(TAK)의 와카바시 리사 기자는 “아직 전국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시마네현 지역 케이블TV는 행사를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다케시마 영토권 확립을 위한 시마네현 의원 연맹’ 회장인 하라 시게미쓰 의원은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식 때문에 올해는 정부 행사로 치르지 못하지만 향후 격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료관의 소장 자료 1200점 가운데 400여점이 한국 측 주장을 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동북아역사재단, 독도본부 등이 펴낸 자료와 조선왕조실록 등을 갖춰놓았다. 22일 시마네현 마쓰에 현민회관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일본 정치인과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다. 기념식과 함께 극우성향의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강연 및 대담, 다케시마 기념품 판매 등이 진행된다. 아베 내각은 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을 행사에 파견한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 정무 3역이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자민당의 호소다 히로유키 간사장 대행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청년국장 등 현역 국회의원 18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행사 취소를 촉구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시마네현 당국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주최하고, 중앙정부 관계자가 행사에 참석하는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행사 취소를 요구했다. 마쓰에(일본 시마네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서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 윤곽

    개신교계가 의욕적으로 건립을 추진 중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위원장 이영훈 목사)가 21일 공개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2016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 선교교육원 자리에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연면적 1만 2000여㎡)의 한국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이 들어선다. 총 400억원을 투입해 건립되는 박물관은 단순한 자료 전시관이 아닌 지역별 소규모 교회나 박물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한국 기독교의 허브 공간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는 기독교박물관과 관련해 일단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를 기본으로 하되 기독교 역사 네트워크 구성과 문화유산 순례프로그램 개발 등 복합적인 문화 보존형태로 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그동안 교단 차원 혹은 개별적으로 관리, 보존해 왔던 기독교 역사 자료를 취합해 보존하는 중심공간이면서 기독교 관련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올바른 정신을 계승하는 지적 센터의 구실을 맡게 될 전망이다. 개신교계는 이를 위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록물·사적 등 유물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역사적 가치가 있는 50년 이상 된 교회와 학교, 병원 건물을 중심으로 목록화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작업에 나섰다. 박물관에 수장고 설립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면서 전시실과 아카이브(기록보존실)를 운영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특히 기독교역사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전국 기독교 문화유산의 기초 자료 공유에 치중하되 전시와 역사탐방 등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일반인들도 한국 기독교의 역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시청각 자료를 전시할 예정이며 신사참배거부운동을 비롯한 특정사건·인물 주제의 기획전시도 열기로 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건물 설계는 올해 안에 완료되며 본격적인 건축은 내년 중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400억원의 건립 예산 중 일부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건립부지인 기장 선교원이 문화재로 지정돼 어려움이 따를 경우 아예 태릉 지역에 신축한다는 대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CCK는 “기독교박물관은 한국기독교가 한국사회에 끼친 공과를 공정하게 인식시켜 한국교회가 재도약할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역사적 성찰을 통한 기독교 신앙의 본질회복과 성숙한 신앙 양태를 앞당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심윤조 “독도·위안부는 일본 자신의 문제 새 정부 출범부터는 파트너십 회복하길”

    심윤조 “독도·위안부는 일본 자신의 문제 새 정부 출범부터는 파트너십 회복하길”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한·일 국제 포럼에서 “독도 영토 분쟁, 역사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은 매년 반복되다 보니 이제 쿨하게 듣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국민들은 과민 반응을 보이지 말고 피해의식을 갖기보다 자신감을 갖고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일 양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가진 특별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며 외교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그런 차원에서 당당하게 일본을 바라보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과거사를 덮는다든지 무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상수화(常數化)된 것에 일희일비하면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이어 “한·일 관계 문제는 정부가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면서 “차세대가 중요한데, 정확한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한 ‘한·일 청소년 역사 공동 연구’ 등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정하면 좋겠다”면서 “일본이 이 부분만 인정한다면 한·일 양국이 협력할 부분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과거사 문제는 한·일 양자만의 문제라기보다 일본 스스로의 문제, 일본과 국제사회 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스스로 답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인정하면 지금 당장은 괴로워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제사회에서 높은 위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놨다. 심 의원은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사를 보내 친서를 전달한 내용을 언급하며 새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친서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했고 박 당선인은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심 의원은 우려의 뜻도 함께 전했다. 그는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 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양국 관계는 장밋빛이었지만 그 이후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진행됐다”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아베 총리의 우익적 성향도 꼬집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고노 담화문’을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발언도 했다”면서 “총리 취임 이후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진정성이 있는지, 전술적 차원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심 의원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인해 조그마한 갈등도 자칫 잘못하면 국제사회 간 물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지도부가 교체되거나 집권 2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가치를 섬기는 ‘잘 사는 사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가치를 섬기는 ‘잘 사는 사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즈음에 언급한 ‘잘 살아 보세’ 발언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룩한 잘 살아 보세 신화를 다시 이뤄보겠다는 부전여전 대통령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연상케 하면서, 동시에 지금 시대에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만약 박 당선인의 잘 살아 보세가 박정희 시대의 의식주 문제 해결의 연장선상인 경제적 성장, 물질적 풍요, 개인의 행복 등에 국한하는 것이라면 시대적 흐름이나 과제와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왜냐하면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 성장을 이룬 우리가 선진국처럼 잘 살아 보세 하려면 빠른 시간 안에 힘겨운 산업화를 이루느라 잊고 살아온 선진적인 가치들을 배우고 추구하고 섬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 과정은 이 시대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본인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의식주 문제를 넘어 돈과 명예·권력을 획득하며 성공적으로 잘 살아 오신 분들이 사회적 가치의 잣대를 들이대니 갑자기 그다지 잘 살아 오지 않은 분으로 판명난 꼴이다. 새 정부에서 중용할 만한 많은 사회적 명사들이 후보 검증 과정이 두려워 공직에 나서지 못한다고 하니,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가치의 문제를 새삼 곱씹게 한다.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공직 후보자 검증이 지나쳐서 후보자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발언을 했다. 관련 댓글을 봤더니 시민들의 비판과 비난, 분노와 야유, 심지어 욕설로 넘쳐났다. 2013년판 잘 살아 보세를 두고 권력자와 시민 간의 골 깊은 인식의 차가 느껴져 순간 아찔했다. 어느새 우리 사회도 정의·배려·사랑·봉사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삶들이 모여 잘 사는 사회, 즉 선진국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일까. 사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잘 사는 선진국이 되지 못하게 하는 많은 문제들은 존재의 이유, 다시 말해 사회적 가치를 망각함으로써 발생하고 있다.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은 공사 구별이 불분명하고 공적 가치보다 이기적인 행복을 추구할 때 후진적인 공직자로 처져 문제를 일으킨다. 대한민국 교육은 교육의 목적, 학교의 존재 이유에서 이탈하여 후진적인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매몰돼 있다. 선진국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학습할 때, 왜 이 과목을 배우는지 분명이 알고 느낀다. 학습의 가치를 실감하는 학생은 행복하다. 영문도 모르고 시험을 위해 과목을 외워야 하는 한국 학생들은 불행하다. 그래서 교육 개혁은 존재 이유와 가치문제의 천착과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영적 방송사와 신문사, 포털뉴스 등 언론이 망가지는 모습도 저널리즘 가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낙하산 사장이 지배하는 공영적 방송사, 사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신문사, 상업주의에 매몰된 포털뉴스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종속시킴으로써 가치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도 오너의 이기적 경영이 지나쳐 기업의 공적·사회적 가치를 망각함으로써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곤 한다. 잘 살아 보세는 모든 분야에서 본연의 존재 이유, 사회적 가치를 성찰하고 추구하고 섬기는 사회를 만드는 일과 직결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해지고 잘 살 수 있는 것이지, 행복을 추구한다고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고 가치가 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철학서의 많은 충고는 ‘돈을 추구하는 기업은 결국 망하고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만 돈을 번다’는 메시지로 요약되는 것과 같다. ‘삶의 작은 교훈서’로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미국의 잭슨 브라운은 “잘 사는 삶이란 자식들이 공정, 배려, 정직을 생각할 때 당신을 떠올리는 삶”이라고 했다. 곧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 당선인의 잘 살아 보세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든, 가치를 섬기는 박 당선인의 마음이 우리 사회를 ‘진정 잘 사는 사회’로 만들기 바란다. 그런데 나는 오늘 삶을 이끄는 어떤 가치를 섬기며 사는 것일까?
  • “제왕적 대통령제 병폐 해소에는 4년 중임제·분권형이 정답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병폐 해소에는 4년 중임제·분권형이 정답 아니다”

    최근 15년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끊임없이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개헌 논의에 대해 우호적인 만큼 여야 모두 정권 초에 개헌 논의를 진행할 태세다. 정치권의 ‘원포인트 개헌’ 논의는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단임에서 중임으로 하되 임기를 1년을 줄이는 ‘4년 중임·분권형 대통령제’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책임정치 차원에서 내각제가 필요하다며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대통령을 직접 내 손으로 뽑고 싶어 하는 국민의 여망을 고려해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다수당이 내각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자는 것이다. 최형익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최근 펴낸 ‘대통령제,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비루투 펴냄)은 미국과 프랑스 등 대통령제의 역사를 살펴보고, 영국의 내각제에 대한 통찰, 한국 대통령제의 개혁과 성공 조건 등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강력한 의회의 독주를 막고자 고안된 제도라고 하고, 영국 총리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수장이라고 밝혔다. 힘 없다고 알려진 프랑스의 대통령도 의회해산권을 포함해 의회를 압박할 만한 권한을 3개나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6공화국 헌법에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권한이 없다. 흔히 한국의 국회는 허약하고 대통령은 강력한 것으로 인식하는데 제도는 사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인은 대통령제를 지지하는데, 한국 대통령제에 대한 학술적 이해는 대단히 일천해 책을 썼고, 국회는 민주주의적이고 대통령제는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는 사고가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면 최 교수는 현재 거론되는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가 대통령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왔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의 장단점 역시 프랑스의 정치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마키아벨리의 ‘시민군주론’이 대통령제의 사상적 배경이라는 논란이 있다고 소개한 뒤 그는 강력한 대통령의 리더십이야말로 대통령제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적 독재’라는 모순이 발생하는 이유라고 한다. 때문에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당에 제안했던 ‘대연정’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그는 “통합과 타협은 대통령이 국정의 주도권을 장악했을 때 반대파가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합리적 판단에서 취해지는 것이지,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 기대 반대파에 타협을 요청하고 스스로 권력 분산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것은 대통령 권력을 포기하는 것”(186쪽)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은 자신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권력 중추라는 사실을 망각한, 코미디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임기를 나눠서,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시기와 독재적으로 운영한 시기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외교적 능력을 동원해 안보위협을 극복한 것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도성장의 경제적 업적을 성취한 것은 이후 독재 시기와 구분하자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국의 정치체제는 하드웨어 차원에서 비교적 훌륭하다”면서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잘 따져보지도 않고 제도개혁을 합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정치개혁안은 무엇일까. 6년 단임과 3년 중간평가다. 대통령의 임기는 1년 늘리고, 국회의원의 임기는 1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 반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보인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유명환 “의원연맹 복원해 대화·협력 시대로 중단된 FTA협상 조속히 마무리해야”

    유명환 “의원연맹 복원해 대화·협력 시대로 중단된 FTA협상 조속히 마무리해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일 관계 회복과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대화와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고 특히 역할이 약해진 한·일 양국 간 의원연맹을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를 다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유 전 장관은 14일 한·일 국제 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문화적, 역사적 차이점이 크다”면서 “먼저 이런 상호 인식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어 “최근의 한·일 관계는 갈등이 다시 증폭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그 원인은 독도와 역사 인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연합국들은 일본에 전쟁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지 못했고 이로 말미암아 일본은 스스로 전쟁의 잘못을 정리할 기회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식민 지배와 전쟁의 가해자라는 일본 국민의 인식은 엷어지고 원폭 피해 등으로 피해의식이 두드러지면서 일본이 기억하는 역사와 한국이 기억하는 역사의 괴리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를 잊는 자는 한쪽 눈을 잃어버리는 것이지만 과거에 안주하는 것은 두 눈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일 모두가 이제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민족주의적 감정과 잘못된 애국심은 이런 합리적 사고를 방해한다”면서 “민간 교류 활성화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이후 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지만 그 당시 걱정한 것보다는 이른 시기에 복원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민간 교류 활성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유 전 장관은 민간 교류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청소년 교류 활성화도 제시했다. 그는 “한·일 대학 간 장학금 지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실질적 투자”라고 주장했다. 또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타결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일 FTA는 2003년 한·미 FTA보다 먼저 협상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그는 또 한·일 양국의 새 정부 출범이 한·일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는 어려운 현안에 얽매이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어 박근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이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그는 “3국 정상회담에서 한·일은 물론 일·중 정상회담도 부담 없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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