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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언할 수 없는 잘못...”무라야마 전 총리, 90세 노정치인에 경배를...”

    형언할 수 없는 잘못...”무라야마 전 총리, 90세 노정치인에 경배를...”

    형언할 수 없는 잘못 무라야마 전 총리 12일 오후 인터넷에서는 생소하게도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이 주요 검색어로 등장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90) 전 일본 총리가 일제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 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형언할 수 없는 잘못 발언이 알려지면서 국내 네티즌들은 왜 그와 정반대인 아베 신조가 총리가 됐는지 안타깝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한 이틀째인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 강연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어제 한국에 입국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보니,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내에서) 여러 이상한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참 부끄럽다”며 “일본 국민 대다수는 저희가 나빴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도 이 점을 인식해 달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신이 침략전쟁과 식민지 정책으로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며 “이를 존중하며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국민 전체가 이를 계승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담화를 부인하는 각료가 있다면 각료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베 총리도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담화를 발표할 때에도 만일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각오로 나섰다”며 “발표 후 일본 내 일부에서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들었지만, 누가 매국노인지 반문하고 싶었다. 이 담화는 일본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젊은 세대 중에는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윗 세대가 이들에게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역사교육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평화 헌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무라야마 전 총리의 형언할 수 없는 잘못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 상당수 일본인은 무라야마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이렇게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형언할 수 없는 잘못 발언한 무라야마 전 총리 장수하세요” 등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각나눔] 안중근 추모열기 솔솔… 초콜릿 열풍 식힐까

    [생각나눔] 안중근 추모열기 솔솔… 초콜릿 열풍 식힐까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앞두고 이날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과 겹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고·마케팅업계 등에서 안 의사에 대한 관련 행사가 부쩍 늘어난 것은 물론, 추모 열기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우경화 행보와 지난달 중국 하얼빈 안중근 의사 기념관 개관 등과 맞물려 역사 인식을 환기시킨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미 뿌리를 내린 밸런타인데이를 ‘개념 없는 문화’처럼 몰아가려는 것 같다며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0일부터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입니다’라는 광고를 일간지 1면 광고로 실었다. 광고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호응을 얻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동영상이 먼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이를 부각시키려는 취지에서 광고를 내게 됐다”면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안 의사가 1910년 2월 14일 중국 뤼순(旅順)에 있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내용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한 초등학교 교사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을 올리면서부터다. 당시 조회수 6만 9700여회를 기록하면서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디어 마케팅 업체와 화장품 업체 등에서 안 의사와 관련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선물을 준다는 이벤트가 등장했다. 직장인 손현우(36·서울 서대문구)씨는 “밸런타인데이가 본래 우리나라 풍속도 아니고 지나치게 상술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이날이 안 의사의 사형선고일이라면 ‘안중근 데이’로 기념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하지만 밸런타인데이를 챙기는 이들의 역사 인식 문제까지 결부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천예슬(27·여·서울 광진구)씨는 “역사 문제와 별개로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들을 위한 축제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를 두고 역사 인식이 없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문화와 역사 인식에서 균형 감각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밸런타인데이를 축제로 즐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중요한 날이라면 그 의미부터 되새겨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시베리아 기획’ 한·러관계 발전 계기돼야/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시베리아 기획’ 한·러관계 발전 계기돼야/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 딸그락거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잠을 방해하며 그들의 꿈을 깨운다. 기다릴 그 누구도 없는 이들은 여행을 떠난다… 잠자는 이들에게 평온한 꿈을 고요한 꿈을.”(빅토르 최의 노래 ‘키노’) 1884년 조·러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130년 만에 한국과 러시아 간 비자면제협정이 발효됐다. 2014년 1월 1일 시베리아를 잊고 살았던 우리는 오랜 잠에서 깨어났다. 서울신문은 이를 계기로 새해 첫날부터 한 달 넘게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기획을 연재하고 있다. 서울신문의 시베리아 기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5년과 1996년에 74회에 걸쳐 ‘시베리아탐방’ 기획을 게재했었고, 2000년에도 특집으로 다뤘다. 이번 기획은 크게 네 가지를 다루고 있다. 첫째는 한·러 경제협력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연결되는 시베리아의 자원보고와 주변의 예카테린부르크 공업지대, 러시아 경제중심인 모스크바와 물류중심인 블라디보스토크, 노보시비르스크에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러시아전문가의 심층 설문조사(2월 5일자)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에서 한국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경제교류 확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계해 한반도종단철도를 건설할 경우 얻게 될 물류, 관광, 자원 외교는 물론 남북 관계의 비약적 발전 가능성을 다뤘다. 현재 부산에서 유럽까지 1만 9000㎞를 컨테이너선으로 가면 30~33일이 걸리지만 유라시아 횡단철도는 이보다 10일 이상 단축할 수 있다. 부산이 자연스레 유라시아 물류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선박으로 속초~자루비노 간 여행시간은 16시간인데, 한반도종단철도는 소요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셋째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러시아의 다양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러동포의 삶과 고난의 역사를 되새겨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유라시아루트 개척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진~하산개발 프로젝트(2월 4일 보도)처럼 유라시아철도의 핵심인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을 위해서는 남북과 러시아를 잇는 경제협력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번 기획에서 빠진 두 가지는 못내 아쉽다. 첫째는 유라시아 루트의 핵심인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또한 한반도종단철도 건설을 통해 유라시아 루트를 개척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다뤘다면 좋았을 것이다. 1988년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 이후 철도공사를 비롯한 유관기관이 유라시아 루트 개발을 위해 실시했던 사전 조사와 연구, 공학검증 내용이 빠져 있다. 둘째는 유라시아 루트 개척 시 꼭 안고 가야 할 재러동포 부분이다. 특히 하산과 나홋카, 우스리스크,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는 모두 신한촌의 중심이었고, 하산지구에는 스탈린에 의해 해체될 때까지 한인자치구가 있었다. 그래서 한·러수교 이후 한때 연해주 신한촌 재건과 고려인자치구 건설이 추진됐으나, 정치적·경제적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남북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다. 우리는 북한과 달리 러시아 전문가나 인맥이 부족하다. 이를 극복할 적극적인 대안은 남북협력과 재러동포 활용이다. 비자면제협정과 유라시아종단철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래에 대한 큰 계획 없는 유라시아 루트 개척은 유럽과 일본을 잇는 다리역할만 남을 뿐이다. 유라시아 루트라는 먼 여행을 함께 떠나는 동반자로서 언론은 정책 현안과 한계도 함께 짚어주어야 할 것이다.
  • “日 정치인들 큰 그림은 못 본다”

    “日 정치인들 큰 그림은 못 본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일 “일본 정치인들은 국내 문제에만 몰두하면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좀 더 국제 관계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날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천주평화연합(UPF) 주최로 열린 ‘2014 국제지도자회의’ 기조강연자로 참석해 역사 인식과 영유권 문제 등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과 충돌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이 국내 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데 가장 실망했다”면서 “중국은 위상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몇 년 전만 해도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모든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바람직한 경향을 보였지만 지금은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중국은 국가주의, 쇄국주의가 국제 문제와 연결되는 것을 배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또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방공식별구역과 어업권, 천연자원 채굴권 문제 등을 현명하게, (상대국과) 호혜적인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일, 한·중, 일·중 관계 등이 잘 해결될 때 북한 문제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카프카 ‘변신’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 ‘읽어라, 청춘’] 카프카 ‘변신’

    유치원에 다니던 딸은 TV를 보며 마법을 이용해 어른으로 변신할 수 있는 꼬마 밍키를 유난히 좋아했다. 예쁜 옷을 맘껏 갈아입고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밍키가 어른이 되고 싶은 자신의 바람을 잠시나마 채워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커서는 자신이 거미 인간인 양 손바닥을 쫙 펴보이며 생기지 않는 초능력을 시험하며 놀곤 했다. 평범한 청년인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으로 변신해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이상을 구체화시켰을지도 모르겠다. 변신의 소망에는 제한된 세계를 넘어서서 자유자재로 활동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판타지가 들어 있다. 변신은 욕망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면서 인간이 꿈꾸어 온 공간과 존재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은 어른을 꿈꾸는 어린 아이에게 밍키는 현재에 가능하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한 욕구의 해결 방안이고, 초월적인 존재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청소년에게 스파이더맨은 존재에 대한 불안과 의문, 소망이 투영된 영웅인 셈이다. 문학에서 변신의 속성은 종종 저주의 결과이거나 통과의례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동화 속 개구리 왕자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징벌을 받는다. 그러나 저주의 결과는 사랑으로 극복될 수 있어서 애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를 만나 구원받는다. 단군 신화 속 곰은 쑥 한 심지와 마늘 스무 개를 먹은 지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으니 이러한 변신에는 선에 대한 절대 긍정과 신뢰가 있다. 그런데 여기 갑충(곤충)으로 변한 한 청년이 있다.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침대 위에 거대한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라는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에서 변신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판타지도, 선에 대한 절대 긍정도, 희망이 담보되는 통과의례도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윤리적인 존재인 인간이 가족 이데올로기의 허상 속에 철저히 무시되는 소외된 삶의 적나라한 모습일 뿐이다. ‘변신’은 알고 보니 주인공이 귀신이었다거나, 다 읽고 나니 범인은 따로 있었다는 식의 어설픈 요령이나 잔꾀 없이 이미 주인공이 갑충이 된 상태로 시작한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파산한 아버지의 채무를 온전히 자기 힘으로 해결해 가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갑충으로 변신해 버린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비록 갑충이 됐지만 의식은 그대로인 채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며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과거 5년간 희생적으로 가정 경제를 이끈 잠자의 헌신은 중요하지 않다. 정상인으로 살아가야 할 가족에게 그는 짐일 뿐이다. 결국 사회나 직장, 가족 모두에게 배제돼 기생적 존재가 된 그레고르는 죽음과 스스럼없이 타협하게 된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썩어갈 때 자신의 방에 갇혀 죽게 된다. 이 죽음 앞에 남은 가족은 새 출발을 위한 소풍을 간다. 이런 ‘변신’의 내용은 카프카의 현실인식이며 실존에 대한 질문이다. 카프카의 생애를 엿보면 ‘변신’의 그레고르가 카프카의 다른 이름임을 눈치 챌 수 있는데 그것은 그레고르의 상황과 카프카의 삶이 많은 부분 공통되기 때문이다. 독일어로 이야기하는 유태인인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생을 살았으며 당연히 체코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유태인인 카프카에게 당시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산업사회에 접어든 프라하의 역사적 상황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카프카는 가족 부양의 책임에 떠밀려 노동자재해 보험국에서 14년간 일을 했는데 ‘부친에게 드리는 서신’을 통해 “저의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쓰였습니다. 글 속에서 저는 평소 직접 아버지의 가슴에 대고 토로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해댔지요”라고 고백하며 “생선처럼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다”라고 위협하며 폭압적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고통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구약에서 인식의 열매를 나타내는 사과를 아버지가 던짐으로써 그레고르가 죽음에 이르는 상태는 카프카가 평생 극복하고자 했던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과 실존의 위기에서 느낀 삶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이다. 당시 주류 사회의 부정적인 타자상인 유태인의 몸으로 끊임없이 실존과 정체성의 문제에 당면했던 카프카에게 몸에 대한 인식은 남달랐을 것이다. “몸은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로 꿰어진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다. 그대의 몸은 거대한 이성으로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동한다”라고 했던 니체의 말은 그레고르의 변신을 이해하는 데 단초를 제공한다. 육체의 변화는 단순히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문제, 관계의 변화를 이끄는 구체적인 삶의 주체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레고르는 갑충이 된 이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며 가족의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갑충으로의 변신은 세계에 대한 불안으로 야기된 그레고르의 고립의지이며, 변형된 욕망이며, 인간의 위선을 폭로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는 생존을 위해 허덕이는 자아는 껍데기에 불과한 벌레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며, 피곤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보호받기를 소망한 실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레고르의 변신은 동화와 달리 사랑으로 풀지 못했다. 결국 도피처이자 치유처일 것 같았던 그레고르의 방은 감옥이 되고 그레고르는 가족으로부터 구원받지 못한다. 오히려 철저히 소외된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이미 오래전부터 경제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른 가족 내 배반과 살인사건조차 종종 확인할 수 있는 일상이 됐다. 학교 폭력은 3년 사이 2배가 늘어났으며, 은둔형 외톨이는 최소 1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가치를 가차없이 물질화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이 가족관계에조차 반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을 기계와 물질로 환원시킨 삶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폭력에서 가족사는 자유로울 수 없고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일그러짐이 일상이어서 이성복이 시 ‘그날’에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고백하듯 카프카는 그레고르가 겪은 끔찍한 사건을 냉정하리만큼 담담하게 서술한다. 작품의 중심에 아버지를 세워 놓고 독설을 쏟아내지만 거기서 자유를 느끼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소외된 한 인간의 고독한 얼굴을 마주하게 하여 통증을 느끼게 한다. 그 통증은 인간에 대한 비하가 물질 숭배로 나타나고, 제 역할과 존재가치에 대한 불안이 스펙 쌓기로 나타나며, 미해결된 분노가 왕따와 자살 문제로 드러나는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혹은 누군가의 변신에 무관심할 것인가. 소외된 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에 내 마음을 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갑충이 되어가는 데 무감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신운선 한우리독서토론 논술책임연구원 *덧붙임 : ‘변신’과 함께 이성복의 시 ‘그날’과 ‘그해 가을’을 함께 읽으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레고르를 만날 수 있다.
  • 무라야마, 박대통령 만날 수 있을까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의 주인공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정의당 초청으로 11일 방한한다고 정진후 원내수석부대표가 9일 공식 발표했다. 정 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브리핑에서 방문 일정을 소개하면서 “무라야마 전 총리가 청와대 방문 의사가 있어서 이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여부가 주목된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1일 도착해 정의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한 뒤 12일 국회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 관계 정립’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외교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영향과 변수, 국익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가 만났을 때 파생할 외교적 파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 출신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열린 사회당 모임에 참석해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왜 나쁜 일이 될 것을 알면서 참배하는가’ 하고 격노했다.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것 같은 총리가 있는가”라고 언급하는 등 아베 총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무라야마 총리의 만남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일본에 올바른 역사 인식 확립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고, NN과의 인터뷰에서도 무라야마 담화를 강조한 만큼 무라야마 전 총리를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나의 출사표] 서울시장 도전 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

    [나의 출사표] 서울시장 도전 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을 늦어도 3월 말에는 치러 안갯속에 있는 여권 후보군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는. -지방자치는 역사가 20년이 넘는데도 중앙정치에 예속된 상태다. 특히 서울시장직은 대권 가도의 발판으로 인식돼 왔고 역대 시장들의 행보도 그랬다.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대권 예비주자’ 시장은 떠나야 한다. ‘살고 싶은 서울’을 만들려면 24시간 365일 시정을 생각하는 시장이 나와야 한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공약은. -일자리 창출과 안전·주거정책을 중점 추진하겠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의료·관광 분야의 공공중개 기능을 활성화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의원 등 여권 후보군이 아직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당이 결정을 주저하는 분들이 빨리 결단하도록 경선 스케줄을 일찍 확정해야 한다. 본선에서 여당 후보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과 1대1로 맞붙어 국민들께 후보를 파악할 기회를 최대한 드려야 한다. →박원순 현 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협동조합 정책처럼 자생적 시민문화 지원 등은 호평한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평안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선 일자리와 안전·주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박 시장이 ‘2년 반 임기 동안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약의 92%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부풀리기 홍보다. →현재 지지율에서 밀리는 측면이 있다. -집권 여당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 현역 시장과 맞먹는 상황이 된다. 본선에서 박 시장과 대결했을 때 가장 높은 전투력과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뽑아야 한다. 글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사진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친박근혜계 비주류인 이 최고위원의 별명은 ‘개념 친박’이다. 지난달 출간한 책 제목(‘우리가 왜 정치를 하는데요’)처럼 줄서기나 계파 이익에 연연하기보다는 ‘정치하는 근본 이유를 잊지 않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 어려움 커지면 자금 더 지원…수출확대 원스톱 시스템 개발”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 어려움 커지면 자금 더 지원…수출확대 원스톱 시스템 개발”

    “만족 못 합니다. 한 등급은 오르길 기대했습니다.” 박철규(57)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전체 평가 대상인 111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S등급은 한 곳도 없었고 14.4%인 16곳이 A등급을, 36.0%인 40곳이 B등급을 받았다. 전년에도 공단은 B등급을 받았었다. 2012년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지휘했던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바쁜 듯했다. 지난 1월 18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박 이사장은 9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사옥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난 2년은 공단의 정체성과 발전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했던 기간이었다”면서 “남은 1년 임기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기관은 규제기관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곳이다. 기업들의 바람이 많은데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 계획인가. -핵심은 정책자금 집행이다. 지난해 공단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5조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중소기업을 살린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는 3조 8000억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어려운 기업이 많은 만큼 자금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지난해 지원금보다 올해 예산이 적은 것 아닌가. -예년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당초 예산이 3조 8000억원 수준이었다. 다만 추경이 있어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 기업들의 어려움이 크고 자금 집행 필요성이 커지면 더 지원할 수도 있다. →돈을 빌려주는 것 외에 강화할 다른 지원책은 없나. -공단은 자금, 기술, 인력, 판로 등 네 가지 지원 수단을 모두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자금과 기술 지원은 제도적으로 잘 정착했다. 반면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마케팅과 인력 지원은 다소 약했다. 창조경제 부흥 차원에서 정부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어떻게 알리고 판매할 것인지 마케팅이 관건이다. 올해를 중소기업 수출 확대와 글로벌화의 원년으로 만들고 싶다. 수출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겠다. →여러 기관이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공단만의 차별화된 정책은 무엇인가. -청년 창업 지원은 레드오션이 되었다. 차별적인 지원모델을 마련하고자 한다. 2011년부터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공간부터 재무, 회계 지원 등이 갖춰져 있어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은 누구든지 들어와서 창업한 뒤 졸업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년 창업 성과가 상당히 만족스럽다. 보통 창업하면 3년 생존율이 50%, 5년이 지나면 30%, 10년이 지나면 10%인데 공단의 지원을 받은 청년들은 이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창업한 뒤 3년간 추적 관리를 하는데 앞으로는 사후 관리기간을 5년으로 늘리려고 한다. 창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둘 수 있도록 글로벌 창업을 지원하고 청년전용창업자금의 규모도 확대할 생각이다. →공기업 개혁이 화두다. 2년간 내부 정비를 많이 했겠지만 더 신경 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기업 정상화는 과다 부채와 방만경영 해결이 핵심이다. 공단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원 복지를 재검토했으며 ‘정부 3.0’에 맞게 투명한 운영을 강조해 왔다. 이 세 가지 주제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므로 국민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또 고칠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2년 전 세워 실천하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 체계도 개편했다. 덕분에 지난해 부채비율이 떨어졌다. 현재의 재무구조도 안정적이지만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연말, 직원의 대출 비리 사고가 있었다. 조직 혁신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고 청렴성 강화를 위해 자정결의도 했다고 들었다. -다수 직원이 아무리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단 한 군데서 사고가 나면 기관의 이미지가 실추하고 잘해 왔던 직원들까지 사기가 저하되는 게 사실이다.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이므로 대출사고의 개연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 비리 문제이긴 했지만 조직 차원에서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봤다. 공공서비스는 공정, 청렴, 신속, 친절 등 네 가지가 핵심이다. 이 중 공정과 청렴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달부터 정책자금 신청을 온라인으로 받고 있는데 차질 없이 진행 중인가. -연초에 정책자금 접수가 집중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새벽 줄서기가 지난 35년간 공단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어려운 세금 정산도 다 인터넷으로 하는 시대가 아닌가. 직원들은 신청 구비 서류가 40가지가 넘고, 지원자들이 잘못된 서류를 작성해 오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신청을 받는 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했고 그 결과 올해 1월부터 모든 정책자금을 온라인으로 신청받고 있다. 전용 콜센터를 운영하고 온라인 신청도우미를 통해 도입 초기 혼란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매월 자금신청 접수 첫날 창구에서 오랜 시간 줄을 서는 불편이 줄었고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의 개입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과 업체의 접촉을 줄이고 온라인을 통해 투명한 업무처리가 가능해져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하는데 대비책은. -지난해부터 지역친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모든 직원들이 한 번 이상 진주에 다녀갔다. 진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공사 중인 청사도 살펴보도록 했다. 나는 진주 남강마라톤 대회에서 직접 뛰기도 했다. 진주로 내려가면 인사 및 조직문화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용역 연구를 진행했다. 업적평가, 승진 포인트제, 전보 마일리지 등 개인의 역량과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를 마련해 인사의 예측성과 공정성을 높일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해결책은 없을까. -이미 산업 현장인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생산현장의 단순인력은 외국인으로 채우더라도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연구개발(R&D), 기획, 마케팅, 재무 분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배치돼야 한다. 대졸 이상의 고급 인재가 중소기업에 흘러가도록 하는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장 가능성과 급여, 복지 등이 뛰어나 일하기 좋은 기업을 발굴, 홍보해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을 개선하는 천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으뜸e 대학생기자단’을 연간 100명 뽑아 우수 기업을 탐방하고 그 내용을 온라인에 올리도록 한다. 핵심 인력이 중소기업에 머무르게 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개정에 따라 5년 이상 중소기업에 장기 재직한 핵심인력에 대해 기업주와 근로자의 공동적립금을 성과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해 줄 역할은 무엇인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사회 전반적으로 강조되는 분위기다. 대기업이 자금 지원도 해주고, 중소기업에 기술을 전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을 다녀 보면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여전히 심각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항상 2~3% 포인트 차이가 난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먹고살 만큼만 납품단가를 지급한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이다. 딱 먹고살 만큼만 주니까 중소기업은 R&D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뭐라 한다고 해서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내 인사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각 부서 직원들이 개인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중소기업을 쥐어짜지 않도록 성과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대담 최용규 산업부장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박철규 이사장은▲1957년 경북 경주 출생 ▲경주고, 영남대 법학과 ▲행정고시 24회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정책산업국장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 한국 근대 여성의 첫 전문직 간호사… 그 살신성인 100년의 자취

    한국 근대 여성의 첫 전문직 간호사… 그 살신성인 100년의 자취

    1906년 한국에 최초의 간호사가 탄생했다. 한국 근대 여성의 첫 번째 전문직이기도 했다. 그후 100여년 동안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아름다운 살신성인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수많은 생명을 살렸고, 1970년대에는 나라를 위해 독일로 떠나 일하기도 했다. 간호사들은 병동에서 밤을 지새우며 환자들을 돌보는 묵묵한 역할을 함은 물론 간호인이라는 전문성을 발전시켜 독보적인 길을 개척하기도 했다. 11일 밤 10시 50분 KBS 1TV에서 방영되는 ‘다큐 공감’은 의사의 도우미가 아닌 의료계의 한 주체이자 리더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간호인들의 성공 스토리를 조명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부총장 겸 대학원장, 간호대학장을 역임한 김미자 교수는 간호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건강관리 개혁 전문위원, 미국 국립건강연구소의 대통령 국가자문위원을 지냈다. WHO 간호협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2012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미국 간호학술원의 ‘살아 있는 전설상’을 수상한 김 교수는 세계 여느 간호인도 내기 힘든 성과를 수없이 이뤘다. 미국 LA카운티의 간호국장인 모니카 권은 한인으로는 유일하게 캘리포니아주의 법을 움직이고 있다. ‘찾아가는 의료진’, ‘1:1 환자 케어’ 시스템 등이 그가 이끌어 낸 미국 의료계의 혁신이다. 강덕희 이화여대 교수는 간호학에 생리심리학과 생리행동연구를 접목해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의 연구의 핵심은 환자를 육체적으로만 치료하고 돌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근본적인 마음까지 치료하는 방법이다. 간호사 경력을 바탕으로 생리학을 연구하는 드문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흔히 간호사는 의사의 보조인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간호사는 누군가의 보조나 도우미로 한정지을 수 없는 폭넓은 의미의 간호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간호사의 무대는 병원으로 그치지 않고 학계와 의료계 전반, 의료제도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다큐 공감’은 이들 간호사를 이야기하고 이들을 통해 간호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본다. 김미자 교수로부터는 세계 간호사의 지도자로서 그의 치열했던 삶을, 간호사를 의료팀의 구성원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모니카 권으로부터는 간호사가 갖고 있는 잠재력과 리더십을, 강덕희 교수로부터는 진정한 간호와 치료의 의미에 대해 듣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통과] “역사적 사실… 옳은 일이어서 했다”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통과] “역사적 사실… 옳은 일이어서 했다”

    “옳은 일이어서 했다.” 티머시 휴고 미국 버지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6일(현지시간) 동해 병기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인터뷰에서 “동해 병기는 옳은 일”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법안을 발의했을 때는 취재진이 이렇게 많이 몰릴지 예상치 못했다”면서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왜 동해 병기 법안을 발의했나. -한인들이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해 병기는 독특한 역사적 사실(팩트)이다. 팩트는 모든 것을 설명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법안이 미래 미국 세대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법안은 한국을 동맹으로서 존중하는 것을 승인하는 의미와 동해가 한국 국가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승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모든 버지니아 주민들이 동해와 일본해 병기가 역사적 사실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이 법안이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흥분된다. →미국 내 다른 주로도 동해 병기 입법화가 번질까. -모르겠다. 다만 만약 교과서에 동해 병기가 안 돼 있다면 병기하기를 바란다. 그건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해 단일 표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나는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된 지도를 본 적이 있다. 그 복사본을 지금 파일로 갖고 있다. 오늘 아침 구글 지도를 보니 동해와 일본해가 병기돼 있더라. 이런 일이 계속되길 바란다. 리치먼드(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커버스토리-서울은 ‘호텔 공화국’] 관광호텔 객실 불꺼지고 도산 도미노 ‘빨간불’ 켜졌다

    [커버스토리-서울은 ‘호텔 공화국’] 관광호텔 객실 불꺼지고 도산 도미노 ‘빨간불’ 켜졌다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호텔 개발 열기가 식으면서 서울 강남지역과 제주도에서 호텔 및 호텔 부지가 법원 경매에 등장하는 등 개발 과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작용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최대 관광 시장인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엔저와 정치상황 등으로 급감하면서 객실 판매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광 전문가들은 정부의 특급 대형호텔 위주 지원정책을 중소형 지원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7일 관광호텔 업계에 따르면 이달 하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텔 부지 1733㎡가 법원 경매에 부쳐진다. 시행사가 호텔로 개발하기 위해 인허가를 진행 중이던 감정가 715억원짜리 땅이다. 지난해 7월엔 서초구 잠원동 바빌론관광호텔이 336억원에 경매 처분됐다. 8월엔 강남구 논현동 세울스타즈호텔이 최저 입찰금액 1125억원에 아시아신탁을 통해 공매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지역 호텔이 법원 경매로 나온 것은 2005년 서초구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 이후 아예 없었다.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경남 창원시에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나왔던 더 시티세븐 풀만 호텔이 감정가 1044억원에, 경북 경주에서는 보문단지 안의 대표적 호텔인 경주조선호텔이 감정가 160억원에 각각 경매에 들어갔다. 국내 관광의 1번지인 제주도에서도 호텔 과열 경보가 감지된다.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49곳 1만 22실에 대한 사업승인이 이뤄졌다. 2009년 5개 252실, 2010년 11개 509실, 2011년 28개 1427실에서 2012년 91개 6235실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94개 4982실로 2012년 전체 인허가 건수에 육박하면서 호텔 도산이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숙박시설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이런 추세로 가면 공급 과잉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이제부터는 호텔 신축 허가를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호텔 업계의 쓰나미 원인은 정부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등 지원정책으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호텔과 일본, 중국 관광객 감소가 원인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한 호텔은 2012년 중반 객실 가동률이 80~90%에서 지난해 40~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저와 독도 문제, 일본의 위안부 망언 등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한국 관광에 나선 일본인이 많이 줄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이 자국의 해외관광객 보호대책 등을 담은 ‘여유법’(旅遊法) 개정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부정기 항공편 제한 등에 나서면서 서울을 가득 메웠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에 따라 불 꺼진 호텔 객실이 넘쳐나고 있다. 관광객 급감은 특히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특급호텔보다 경제적 능력에서 뒤처지는 중소형 관광호텔에 직격탄을 때렸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로 나온 호텔들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등 관광업계 호재와 함께 이뤄진 각종 규제 완화로 신축됐거나 인허가를 추진한 중소형이 대부분”이라면서 “몇 달 안에 강남지역 호텔 3~4개가 무너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텔 공급 제한과 개발 이익의 환수 등 특별법을 손질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공연구원 책임전문원은 “국내 패키지 관광객이 줄고 개별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관광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고가 호텔보다는 중저가 호텔과 도시 민박 등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정부도 특급 호텔 지원 위주의 정책에서 중저가 호텔 등 숙박 시설의 다양화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현재 관광호텔 신축의 각종 인센티브를 고가 대형 호텔이 따먹고 있다”면서 “시장이 포화가 돼 덤핑 사태로 출혈 경쟁을 하게 되면 저가 숙박시설까지 줄줄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중국 관광객의 58.2%가 비즈니스호텔과 유스호스텔 등 중저가 시설을 이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정부가 인센티브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등 중저가 호텔이 실질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내준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즉 보금자리 주택 등은 의무거주 기간을 두고 있듯이 인센티브를 받은 호텔은 사용 승인 후 10년 또는 20년 동안 용도 변경을 못하게 하거나, 시세 차익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기용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서 지어진 관광호텔이 나중에 오피스 등으로 용도 변경이 되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라면서 “시세를 따져 재산상 이득을 본 것만큼 돌려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부족한 관광숙소 확대 공급을 위해 학교위생정화구역 내 관광호텔 허가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상임위 이후 한 차례의 논의도 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호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학교위생정화구역 내 건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 주변 200m 이내를 학교위생정화구역으로 정하고 학습·학교 보건 위생을 해치는 시설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서울시내 초·중·고교 정화구역 내 호텔사업계획 신청은 190건에 이른다. 3000실에 해당하는 58건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32건이 건립을 재추진 중이다. 26건은 계획을 취소했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한진수 교수는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학교 근처 숙박시설 건립을 규제하지 않는다”며 “학습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호텔에 대한 규제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한항공이 2008년부터 추진한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부지 3만 6600㎡) 한옥호텔 건립사업은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대한항공은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던 이곳을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2010년 호텔 건립계획을 밝혔으나 중부교육청은 근처 덕성여중·고와 풍문여고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교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학교가 없는 지역이 어디 있느냐”며 “그런 논리라면 서울에 호텔을 짓지 말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계명대 호텔관광학과 오익근 교수는 “영국 런던 킹크로스역 건너편 아가일 초등학교 뒤 10m 거리엔 글로브호텔, 학교 반경 50m 이내엔 프린세스 호텔 등 20여개가 있다”며 “교육 환경을 저해한다는 논리는 직간접 경험에 의한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송현동 부지는 생태·주민 친화적이고 역사와 전통을 살린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고 맞섰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자저실기(심노숭 지음, 안대회·김보성 외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을 살았던 학자이자 문인인 심노숭(1762~1837)의 자서전 ‘자저실기’(自著實紀)를 완역한 책이다. 심노숭은 노론시파의 강경파인 심낙수의 아들로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우한 정치적 삶을 살았지만 타고난 감성으로 소품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출중한 문학작품을 남겼다. 세기의 로맨티시스트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그는 인생에서 특별한 일을 겪을 때마다 반드시 붓을 들어 기록을 남겼으며 이 책은 그 ‘기록벽’의 산물이다. 다른 문집들처럼 후대의 평가를 인식한 자기검열도 없이 그는 자신의 일상과 풍속, 그가 목도한 사건·사고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신랄하게 폭로했다. 심지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인생사와 버릇, 일상 속 치부와 솔직한 감정을 적나라하게 글로 옮겼다. 산뜻하고 해학 넘치는 이야기, 세밀하고도 사실적인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가 들려주지 못한 당시 지배층과 사회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764쪽. 3만 2000원. 세계 전쟁사 사전(조지 차일즈 콘 엮음, 조행복 옮김, 산처럼 펴냄) 4000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동서양 기록 속에 나타난 전쟁에 관한 정보를 담았다. 기원전 1700년에 일어난 히타이트 전쟁부터 최근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전쟁, 혁명, 봉기, 분쟁과 내전, 군사폭동, 학살, 포위공격, 독립전쟁, 원정 등 무력을 동원한 모든 집단행동을 포괄했다. 1,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쟁을 포함해 1800여 전쟁을 다뤘다. 전쟁의 발발 원인부터 전개 상황, 종전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군사적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하지만 여기에 영향을 끼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요인을 함께 서술함으로써 전쟁이 무력 충돌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전쟁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거대한 비극을 낳는다. 지리적으로 주변 국가나 집단에 영향을 미치며, 시간적으로는 몇 세대까지 뒤흔들어 놓는다. 전쟁에 대한 문명사적 접근을 통해 전쟁으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1376쪽. 7만 8000원.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남태현 지음, 창비 펴냄)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는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하지 못한다. 심지어 선거제도 자체가 민의를 배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워싱턴 DC 근교 솔즈베리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정치인과 정치가 사람들을 수시로 배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정치제도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한국현대사의 사례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이어 ‘한 표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반면 ‘종교’와 ‘돈’은 얼마나 큰 힘을 지녔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논의한다. 저자는 정치의 참 얼굴을 보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신념, 즉 선거만능주의의 함정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 대의민주주의의 제도적 한계 안에서 진정한 변화는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민주주의와 정치의 정의에서 출발해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한국의 사례로 풀어냈다. 340쪽. 1만 5000원. 서점 VS 서점(로라 J 밀러 지음, 박운규·이상훈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소비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책은 미국 도서산업의 초기부터 현대의 대형 체인서점에 이르기까지 서점의 변천 과정과 소비문화를 자본주의 관점에서 다뤘다. 서점의 상업화 과정, 대기업으로 성장한 체인서점과 지역 독립서점 간의 갈등, 서점 직원의 노동과 독자의 서점 이용방식 등 쟁점을 통해 서점의 역할과 의미를 두루 살폈다. 미국 문화에서 소매업과 소비가 갖는 의미, 미국사회에서 책이 차지하는 위치도 포함됐다. 저자는 참고문헌 외에 도서산업 종사자와 서점을 방문한 독자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도서산업, 특히 서점이 변화해 온 과정을 설명했다. 미국서점의 사례이긴 하지만 기업화된 체인서점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독립서점의 갈등과 긴장관계 등 한국의 서점이 직면한 문제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424쪽. 3만 8000원.
  •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통과] 美 정치권 ‘동해 병기 정당화’ 상징성 커… 다른 州로 확산될 듯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통과] 美 정치권 ‘동해 병기 정당화’ 상징성 커… 다른 州로 확산될 듯

    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된 것은 우선 미국의 자라나는 세대에 동해라는 명칭을 교육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켄터키와 테네시, 조지아, 앨라배마 등 남부의 6개 주도 버지니아주와 동일한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7개주의 학생들은 동해라는 명칭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된다. 또 한 교과서 출판사가 여러 주에 보급을 하는 속성을 감안하면 그외 주로도 동해 병기 교과서가 갈수록 퍼질 전망이다. 이번 동해 병기 입법 의미가 특히 큰 것은 미국 정치권이 법안으로 동해 병기를 정당화한 상징성에 있다. 앞으로 국제적인 동해 표기 논란에서 한국에 유리한 선례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주의회가 동해 병기의 정당성을 인정한 사실을 무기로 우리의 입장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 연방정부는 여전히 단일 지명 표기 방침에 따라 일본해 단독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자라나는 세대가 동해를 배우고 동해 병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될 경우 미국 정부의 방침이 바뀌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미 미 국무부는 2010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지도를 포함한 전례가 있다. 이번 동해 병기 운동을 주도해 온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은 이날 연방정부에 대한 동해 병기 운동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복안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동해 병기 입법의 진정한 소득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던 동해 명칭 찾기 운동의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자신감을 부여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실 미국 연방정부의 일본해 단독 표기 고수 방침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동해 명칭 운동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시각은 한국 내에서 많지 않았다. 이에 버지니아주 한인들은 동해 단독 명칭 찾기보다는 동해·일본해 병기라는, 보다 ‘관철 가능한’ 전략으로 우회하는 묘안을 짜내 역사를 새로 썼다. 이번에 버지니아주 의원들이 비교적 부담 없이 동해 병기에 찬성한 것은 일본해를 삭제하지 않고 그 옆에 동해라는 이름을 같이 붙였기 때문이다. 이런 동해 병기 운동 전략은 앞으로 미국뿐 아니라 다른 외국에서도 채택할 만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동해 이슈화를 틈타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맞불을 놓을 경우 우리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리치먼드(버지니아주)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63빌딩 기둥부터 동해 가스전까지… “이 손에서 나왔소이다”

    [주말 인사이드] 63빌딩 기둥부터 동해 가스전까지… “이 손에서 나왔소이다”

    “청년들을 보면 ‘장이 정신’이 부족합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이 아니라 무한한 도전이 가능한 세계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명장’인 이주형(54)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제관팀장의 목소리는 에너지로 가득했다. 제관은 도면을 보고 양복을 만드는 작업과 같다. 도면을 보고 철판에 그림을 그려 용접한 뒤 철 구조물을 만든다. 천 대신 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손끝 기술’이 필수적이다.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힘든 이유다. 이 팀장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79년에 입사해 35년간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했다. 그는 “중간에 일반직으로 전환해 설계실에서 근무하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있었지만 거절했다”며 “생산직으로 들어왔으니 한 우물만 파겠다는 결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경력은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산업 역사와 맥을 함께한다. 1980년대 미국 거대 정유사인 엑손이 발주한 ‘하모니 헤리티지 자케트’(해양 석유시추 구조물)에 참여했다. 102층 높이의 4만t짜리 구조물로 당시 세계 최고 규모였다. 이 팀장은 “고(故) 정주영 회장이 ‘해 봤어?’라고 묻는 광고에 나오는 배경이 바로 이 구조물”이라면서 “처음 입사해서는 20세기 최고 역사(役事)라 불리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1985년에는 63빌딩의 기둥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1994년 붕괴된 성수대교를 복구하는 데 참여했고, 2002년에는 이어도 과학기지 및 동해 가스전의 구조물을 만드는 공사에도 참여했다. 이후 대형 선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팀장은 2008년 대한민국 명장 칭호를 받았다. 그는 “1970~1980년대 오일달러를 많이 벌어들인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처음에는 제관 일을 배우기 위해 장비에 손을 댔다가 뺨을 맞기 일쑤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장이 근성’이라고 불렀다. 당시 선배들은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기술을 가져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출근 시간인 오전 8시보다 2시간 먼저 출근했다. 장비 청소를 하고, 끝나면 막걸리도 대접했다. 이 팀장은 “1년 정도를 이렇게 지내자 선배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서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에 회사 일을 마치면 바로 잔 뒤에 새벽 3~4시에 일어나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대졸 중심인 사무직에 비해 생산직은 승진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노사분규가 거의 없지만 1987년 노사분규가 터졌을 때는 조업파와 비조업파가 나뉘어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심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요즘 이 팀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는 “지금은 3D 업종이라고 해 조선업보다는 서비스업이나 정보기술(IT)로 많이 간다”면서 “하지만 힘든 일을 하며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장이 정신’을 갖추려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팀장 같은 대한민국 명장은 96개 직종에 547명이다. 대한민국 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정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인정한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다. 해당 직종 경력이 15년 이상이어야 하고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대한민국 명장으로 뽑히면 일시장려금 2000만원이 지급된다. 계속 같은 직종에 근무할 경우 연수에 따라 계속종사장려금(연 167만~357만원)을 받는다. 기술 선진국 산업 시찰 기회가 주어지고 숙련 기술 관련 행사 심사위원 위촉, 산업 현장 교수단·청소년 직업진로지도 강사 초빙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기업 내에서 먼저 명장 후보에 선발돼야 한다. 한 명장은 “2003년부터 도전했는데 다섯 번째인 2011년에야 명장에 선발될 수 있었다”며 “회사와의 관계도 선발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대한민국 명장 설문 결과(2013년 8월 19일~9월 27일)에 따르면 213명의 대한민국 명장 중 남성이 91.5%(195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자기 사업을 하는 명장이 34.3%(73명), 기업 종사자가 65.7%(140명)였다. 명장들은 대부분 어려운 유년 시절의 경험을 갖고 있는 ‘자수성가형’이었다. 우선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전체 중 36.2%(77명)가 부모의 소득 수준이 하류층이었고 중하층이 29.6%(63명)으로 뒤를 이었다. 상류층이었다고 답한 이는 2.3%(5명)에 불과했다. 부모의 직업은 농업이 66.7%(142명)로 가장 많았다. 형제자매 수는 평균 5.3명이었다. 경쟁이 숙명이었던 셈이다. 남자 명장 중 장남이라고 답한 이는 46.1%였다. 집안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일을 시작한 나이는 10대 후반이 47.4%(101명)로 가장 많았다. 10대 초반에 일을 시작한 명장도 4.7%(10명)였다. 일을 시작할 당시 학력은 고졸이 53.1%(113명)로 절반을 넘었다. 중졸은 24.4%(52명)였다. 초졸 이하는 16%(34명)로 전문대졸 이상(6.6%·14명)보다 많았다. 거주지의 경우 직장에 근무하는 명장은 영남권 출신이 절반을 넘어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 과정을 반영했다. 자기 사업을 하는 명장은 수도권 거주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기술은 바로 위 선배를 통해 배웠다는 이가 45.7%(64명)로 가장 많았지만, 스스로 익혔다는 사람도 35.7%(50명)로 꽤 많았다. 선배들이 후배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인식해 기술을 잘 가르쳐 주지 않던 1970~1980년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선진국 기술의 유입으로 혼자 습득해야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근무 명장과 자기 사업 명장 모두 기능을 배운 이들에게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손끝 기술’이었지만, ‘자세와 태도’가 뒤를 이어 기본 인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배에게 아쉬운 점은 작업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가장 많았다. 기본 인성과 끈기 측면에서 요즘 젊은 세대가 미흡하다고 인식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명장들은 어떤 인성적 특질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는 ‘꾸준한 학습과 부단한 노력’이다. 또 책임감과 자긍심이 강했다. 한 명장은 “다른 회사에서 3배의 봉급을 준다고 했지만 의리가 있어 안 간다고 했다”며 “내가 크고 가족을 먹여 살린 회사를 떠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적주의도 이들의 특징이다. 남들과 다른 업적은 현장에서 학력과 신분의 장벽을 넘어서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또 승진을 위한 거의 유일한 발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장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사실상 은퇴가 없다는 점이었다. 은퇴 후 평생 몸을 담은 회사의 계열사에 취직하거나 경력을 바탕으로 각종 강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성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명장들의 경우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후배에게 기술을 전수하거나 경력 개발 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것, 장인적 기술을 이용한 작품의 상품화가 힘든 점 등을 어려움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북유럽 이야기’ 펴낸 김민주 씨

    [저자와 차 한잔] ‘북유럽 이야기’ 펴낸 김민주 씨

    ‘북유럽’ 하면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까. 바이킹, 장난감 레고, 작가 안데르센, 화가 뭉크, 팝스타 아바, 자동차 볼보, 반지의 제왕, 이케아, 사우나 등이다. 뿐만이 아니다. 세계 흐름을 주도하는 디자인과 교육혁명, 선진복지 국가의 모델 같은 단어들도 잇따라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생각과 생활양식, 미래에 대한 비전, 살아가는 방식은 어떨까. 마케팅컨설팅 전문가인 김민주씨는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를 통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평범한 북유럽 여행기를 넘어 그곳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의 사고 틀 너머까지 들여다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북유럽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것은 경쟁력, 창조 역량, 행복, 투명성 등 여러 부문에서 높은 순위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유럽 5개국의 인구는 모두 합쳐 봐야 2500만여명, 즉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죠. 그런데 어떻게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저자는 책을 쓰기 전 북유럽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국가별로 딱딱하게 소개하는 것보다는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지역 등으로 나눠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족, 역사, 문화 등을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 간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북유럽은 오랫동안 러시아 등 외세의 지배를 받아왔고 2차대전 때는 나치에 점령되는 등 아픈 역사를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인식과 건실한 경제발전을 토대로 선진 사회모델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책은 북유럽 문화토양이 왜 탁월한지, 그 문화를 주도하는 인물들과 사상, 대표 상품 브랜드를 둘러싼 이야기 등을 입체적으로 담았다. 저자는 최근 주목받는 북유럽, 이케아, 창조경제 등을 주제로 많은 강의를 하고 있으며 현재 트렌드 및 마케팅컨설팅 회사인 ‘리드앤리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코레일 파업 상처 소통·화합으로 치유”

    “코레일 파업 상처 소통·화합으로 치유”

    최장기간 파업으로 갈등을 빚었던 코레일의 사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신년 음악회를 소통과 화합의 무대로 꾸민다. 코레일 심포니는 국민 오디션을 통해 연주단을 꾸려 공연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한편 벽지 학생들에게 무료 레슨 봉사도 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9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신년음악회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선율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심포니는 코레일이 2010년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직원 10여명의 합주단(앙상블)으로 출발했다. 단원들이 늘면서 지휘자와 유명 연주자(5명)를 외부인 코치로 영입했고 지금은 국민 오디션을 통해 100여명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로 발전했다. 매년 1월 오디션 방식으로 단원을 선발한다. 별도 급여를 지급하지 않지만 오디션 경쟁률이 4대1에 달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평가해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폭넓고 검사, 변호사, 가정주부 등 구성도 다양하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대식씨는 지난해 전 세계 70여개국, 4000여명이 참가한 유튜브 프로젝트에서 선발돼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실력자다. 심포니는 매월 1회 정기공연 등 30여 차례 공연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주 공연장은 역사(驛舍). 혼잡의 대명사이고, 지나가는 공간이지만 역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7일 “철도와 오케스트라는 소통과 화합, 하나가 아닌 전체의 유기적인 조합을 통해 작동한다는 점에서 일맥이 상통한다”면서 “문화융성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러시아가 G2를 대하는 자세] 中과 밀착 외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 첫 정상회담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엄중한 죄행’, ‘항일승전 기념식 공동 개최’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공동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소치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전날 러시아에 도착한 시 주석은 회담에서 양측이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르기로 약속한 점을 상기시키며 “이 행사를 함께 잘 치러 역사에 새기고 이를 후인들의 경계로 삼자”고 말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2015년 세계반파시스트 전쟁 및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활동’을 함께 치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런 언급에 대해 “소련 등 유럽 국가들에 대한 나치 세력의 침략과 중국 등 아시아 피해국 인민들에 대한 일본 군국주의의 엄중한 죄행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노력해 행사를 잘 치르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이 항일승전 기념행사의 공동 개최를 다시 강조하고 푸틴 대통령이 여기에 ‘일본 군국주의의 엄중한 죄행’까지 거론하며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선 것은 양국이 앞으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적극적 공동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양측은 또한 한반도 문제와 우크라이나 정국 위기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양측은 이날 지중해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를 위한 해상운송 연합작전을 수행 중인 러시아의 핵추진 미사일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함 함장 및 중국의 호위함인 옌청(鹽城)함 함장과 각각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도 연출해 군사협력 강화도 시사했다. 올 5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가을에는 베이징 근교에서 APEC 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정상의 밀착 행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과거 동맹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미국의 전략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DMZ 평화공원·남~북~러 잇는 유라시아 구상 현실화”

    “DMZ 평화공원·남~북~러 잇는 유라시아 구상 현실화”

    6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이뤄진 국방부, 국가보훈처, 외교부, 통일부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합동 업무보고는 ‘튼튼한 안보,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화두로 집권 2년차 외교·안보 기조를 밝히는 자리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통일 시대’의 준비를 강조하며 이를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격상한 건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상황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안보 부처가 국방부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에 나선 것은 처음으로, 강력한 안보 태세를 주문하는 박 대통령의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굶주림에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삶을 좀 더 깊이 도우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노력을 펼쳐야겠다”면서 “농·축산과 산림 녹화 등 우리의 기술과 지식을 북한 주민과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북한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 국가보훈처, 외교부, 통일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통일시대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둬야겠다”며 이같이 밝히고 “남북 간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고 역사와 환경 등 공동체 의식을 키울 수 있는 사업들도 발굴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북한 주민들의 당면한 인권 문제 해결에도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도 이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관련해 남북 합의가 도출되면 지뢰 제거 등의 기반 조성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올해 302억원의 관련 예산을 책정했으며 2015년에는 1500억여원까지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본격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 차원에서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 실현을 위한 북한 철도 개·보수 및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핵 문제와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을 전제로 한 남북 동질성 회복과 호혜 협력, 경제 및 비정치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담았다. 이산가족 상봉을 둘러싸고 남북 간 합의가 힘겹게 진행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올해 점진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통일부는 남북 간 제도적 통합 이전 단계로 ‘경제공동체’를 명시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진 정도에 따른 남북 간 경제협력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농·축산 부문의 지원책과 공동 영농 시범 사업 계획 등은 일종의 ‘북한판 새마을운동’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의 낮아진 통일 인식을 제고하는 것도 올해 통일부의 중점 사안이다. 이른바 ‘통일 친화적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통일지성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통일 관련 인사와 단체들이 연대하는 ‘평화통일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개신교 숙원 ‘기독교역사문화관’ 2017년 문 연다

    개신교 숙원 ‘기독교역사문화관’ 2017년 문 연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이하 역사문화관)이 2017년 경기 구리 등지에서 문을 열 전망이다. 부지 문제로 난항을 겪던 중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최근 부지 무상임대를 제의함에 따라 건립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따라서 개신교계는 숙원사업을 해결할 단초가 확실하게 마련됐다며 범교단적인 건립비용 모금 운동에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6일 서울 중구 정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까지 경기 구리시 갈매동 등지에 총 사업비 366억원을 들여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을 설립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NCCK는 일단 순복음교회가 무상임대를 결정한 갈매동 부지 건립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되 접근성과 관련해 교계 내의 일부 의견을 수용, 제2, 제3의 부지 마련도 서울시 측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협의 중인 대상 부지는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주교좌성당 부근과 동대문교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NCCK 관계자는 “갈매동 이외의 부지들은 정치적인 상황들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부지 선정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그러나 개신교계의 숙원사업인 만큼 의외로 빨리 결정될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건립위원회 발족식이 7일 오후 2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안에 설계를 마무리지을 역사문화관의 규모는 부지 면적 63만 1435㎡, 건축 연면적 1만 2600㎡. 2017년 건립이 마무리되면 수장고, 작업실, 열람실 등을 갖춘 역사아카이브와 상설전시실, 특별전시실(3개), 다목적실 등의 역사관, 소회의실·업무공간·유휴시설·관리시설 등의 업무동, 그리고 지상·지하주차장, 녹지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개신교계는 총 건립비 366억원 가운데 국고 지원 109억 8000만원의 정부 예산안이 최근 확정된 데 크게 고무돼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역사문화관 부지를 무상 임대키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건립비 256억 2000만원은 개신교계가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모금할 기금으로는 한국교회사상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해 손달익 목사(전 예장통합 총회장)는 “건립위원회에 전담 체계를 갖춰 범교단적 모금 운동에 즉각 나설 것”이라며 “현재 각 교단과 개별 교회, 기독교 실업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NCCK는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역사문화관을 비단 NCCK 회원 교단만의 공간으로 세우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NCCK는 문화관에 대해 “한국기독교의 역사적 기여와 선교를 대내외에 바르게 인식시켜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개신교계 공통의 숙원사업”이라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문화관 건립위원회도 NCCK 회원 교단뿐 아니라 비회원 교단과 연합기관 소속 목회자와 학계, 정·재계를 모두 포함해 구성할 예정이다. NCCK는 7일 발족식을 통해 건립위 조직 명단을 발표한다. 건립위원장 이영훈 목사는 “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은 문화를 통해 기독교를 새롭게 정리하는 미래지향의 새 출발점”이라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기독교계 교회사학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세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기고] 독도 도발, 제3국 통해 제압하자

    [기고] 독도 도발, 제3국 통해 제압하자

    일본 정부가 갈수록 독도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상은 최근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중·고등학교 교과서 제작 지침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도 독도가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명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의 모든 중·고교 사회, 지리, 역사 교과서에 일본 정부의 주장이 담길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하는 한편,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 만행을 국제 공동연구로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의 대응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구심이 든다. 일본 정부의 행태를 제압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니다. 다만 유념할 것은 일본 정부가 1차적으로 노리는 것이 독도를 국제사회에 분쟁지역화하는 것인 만큼, 일본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독도가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우리 고유의 영토임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책이 있을까. 독도 문제의 핵심은 국제사회를 겨냥한 여론전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이 자국민들에게 아무리 왜곡된 역사교육을 시킨다 한들 국제사회 여론이 일본의 주장을 배척하고 우리 주장을 지지한다면 일본의 도발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우선순위를 두어 추진해 봄직한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가 주요 선진국의 역사와 사회 교과서, 백과사전 등의 집필자와 편집자 등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독도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이다. 독도 현장 방문도 매우 효과적이다. 이들 전문가 집단들이 독도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선진 각국의 여론 형성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산발적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제는 범정부 차원의 역점 프로젝트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핵심 관계부처와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제교류재단 등 유관기관이 협의체를 만들어 초청 대상 국가와 기관, 대상자 등을 선정하고 역할을 분담해 추진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대상자 선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들을 누가 응대하고 어떤 콘텐츠를 갖고 설득하느냐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객관적 사료와 자료, 합리적인 논리가 필수적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과서나 백과사전 등은 개정 주기가 길다. 이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말고 연차 계획을 세워 5년, 10년 프로젝트로 추진해 나간다면 분명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이다. 일본의 거듭된 도발에 단기적인 대응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같은 근본적인 방책을 소리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일본의 무책임한 도발을 근본적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를 겨냥한 여론전은 자료와 논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국력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 재외 교민 등이 함께 대응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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