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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수궁 석조전 104년 만에 부활… 대한제국 황실 생활상 오롯이

    덕수궁 석조전 104년 만에 부활… 대한제국 황실 생활상 오롯이

    대한제국의 자주성을 천명하기 위해 1910년 축조된 덕수궁 석조전이 14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5년간의 복원 공사를 마치고 7일 공개됐다. 석조전은 117년 전 대한제국이 선포된 날인 오는 13일부터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이름을 바꿔 시민들을 맞는다. 석조전은 대한제국 광무황제(고종,·1852~1919)의 숙소와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1898년 영국인 존 레지널드 하딩(1858~1921)이 설계했다. 영국 출신의 탁지부 고문 맥리비 브라운이 제안해 조선 전기의 종친인 월산대군의 사저터에 당시 700만원 안팎의 건축비를 들여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1900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910년 완공된 길이 54.2m, 높이 31m의 3층 석조건물로 황제의 접견실과 침실, 거실, 욕실 등을 갖췄다. 하지만 고종이 그대로 덕수궁 함녕전에 머물면서 일본에서 귀국한 영친왕이 잠시 숙소로 사용했다. 일제강점기 덕수궁미술관과 이왕가미술관으로 변형됐고 한국전쟁 뒤 국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궁중유물전시관 등으로 쓰였다. 석조전 건물 외부는 크게 변형되지 않았으나 내부는 거의 원형을 잃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석조전 서관(국립현대미술관)과 구분해 석조전 본관 혹은 동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화재청은 2007년 덕수궁관리소로 쓰이던 석조전의 복원을 검토해 외부 용역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2009년 공사에 착수했다. 원형 복원을 결정한 뒤 당시 설계 도면과 옛 사진 등을 참조해 고증을 거쳤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공사 과정에서 석조전이 원래 도면과 크게 다를 정도로 훼손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133점의 내부 집기 가운데 41점은 다른 전시관이나 궁궐에서 옮겨 오고 79점은 대한제국 당시 가구 공급사였던 영국 메이플사의 앤티크 가구들로 채웠다. 나머지 13점은 직접 복제해 배치했다. 석조전 복원에 대해선 여전히 안팎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영국인 고문의 제안으로 일본인 공사감독과 일본 시공사가 축조한 건물이 어느 정도 역사적 가치를 지니느냐는 것이다. 첨성대와 석굴암 등 석조 문화재 대다수가 예산 부족 등으로 방치된 가운데 100억원 넘는 비용을 들일 만큼 시급한 사안이었느냐는 지적이다. 문화재청은 “경운궁 중건 의궤에 석조전 건립 기록이 빠져 석조전을 외세 침탈의 산물로 인식하는 견해도 있으나 조선 황실의 의지로 공사가 추진됐다는 점에서 경인철도와 마찬가지로 자주적 역사의 산물로 본다”며 “간과됐던 대한제국 시기의 역사를 되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다문화가족 인식 개선 캠페인 이달 중 집중 진행

    다문화가족 인식 개선 캠페인 이달 중 집중 진행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다(多)문화·다(多)인재·다(多)재다능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다문화 캠페인을 이달 중 집중적으로 펼친다고 6일 밝혔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우리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족 자녀들도 대한민국의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제작한 캠페인 광고를 비롯해 각 국 대표의 다문화 가족 응원 영상, 각 분야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다문화가족 사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영상, 웹툰 등으로 제작해 홍보할 계획이다. 국내 다문화가족은 약 80만명(2014년 기준), 국제결혼은 연간 2만 6000여건(2013년 기준)으로 전체 혼인의 8%에 이르지만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도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국민의 ‘문화 공존’에 대한 찬성비율은 36%(2011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조사)로 유럽 18개국의 74%에 비해 매우 낮으며, 결혼이민자의 사회적 차별 경험비율은 41.3%(2012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로 나타나 다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캠페인 광고는 스위스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귀화한 피겨스케이트 유망주 최진주(18) 선수를 주축으로, 통역사가 꿈인 전미나(필리핀), 요리사가 꿈인 박조안나(방글라데시), 가수가 꿈인 임채베(베트남), 모델이 꿈인 황도담(가나), 배우가 꿈인 갈렙(영국) 등 실제 다문화 가족 자녀들이 함께 등장해 다양한 다문화 인재상을 보여준다. 최성지 여가부 다문화가족정책과장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다문화 가족의 자녀를 단지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인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여가부는 이번 캠페인 슬로건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우리 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아베 “성노예는 근거 없는 중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것은 근거 없는 중상”이라면서 “지금까지 해 온 것 이상으로 대외 발신(홍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아베 총리는 이나다 도모미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일부 기사 오보 인정과 관련,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오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슬픔, 고통, 그리고 분노를 느낀 것은 사실이고 일본의 이미지는 크게 상처 났다”면서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상당 부분 아사히신문의 오보 탓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일본 우익 성향 의원들은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국익이 침해당했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집권 자민당 국제정보검토위원회는 “(아사히신문의) 허위 기사가 근거가 돼 국제사회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국익을 현저히 훼손했다”며 아사히신문을 비판하는 결의를 당 외교부 모임 등의 합동 회의에 보고했다고 교도통신이 지난 2일 보도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위안부 보도와 관련해 나카고메 히데키 전 나고야 고등법원장 등 7명으로 이뤄진 제3자 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보도를 둘러싼 기사 작성의 배경이나 기사를 취소한 경위, 국제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검증해 12월쯤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청년 솔로, 사회경제적 계급이 되다

    청년 솔로, 사회경제적 계급이 되다

    솔로계급의 경제학/우석훈 지음/한울/304쪽/1만 8500원 경제학의 오랜 역사에서 남녀 간 사랑과 혼인을 거론한 것은 1798년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맬서스가 처음이었다. 중농학파의 시조인 프랑수아 케네가 저서 ‘막심’(1767)에서 “부농들이 더 많은 아기를 낳아야 한다”고 역설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생산성 증대를 위한 구호에 불과했다. 맬서스는 사랑의 행위 자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맬서스 이후 200여년.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경제학 박사는 “사랑할 것이냐, 아니냐”의 사회적 관심사에 다시 주의를 기울인다. 청년 솔로는 더 이상 희귀 현상이 아니며 자발적이든 아니든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하나의 계급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찰은 인구라는 요소가 경제의 흐름을 결정짓는 큰 변수라는 이해에서 출발한다. 책의 부제는 ‘무자식자 전성시대의 새로운 균형을 위하여’. 책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전면화된 뒤 우리 사회의 가사 노동 분담 현실에 기인한 이른바 ‘솔로 계급’ 탄생의 경제적 기반을 논한다. 전작에서 비정규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세대를 지칭해 ‘88만원 세대’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저자는 일본에서 유래한 ‘기생 싱글’이라는 사회 용어 등을 거론하며 결혼과 출산에 이르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을 양산한 경제구조를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씨줄날줄] 청화백자/서동철 논설위원

    이탈리아 베네치아화파(畫派)의 조반니 벨리니가 1514년 그린 ‘신들의 향연’(The Feast of the Gods)에는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세 점의 청화백자가 등장한다. 이탈리아에서 중국산 자기를 이렇듯 자세하게 묘사한 것은 처음이다. 이탈리아와 중국의 직접적인 교섭은 없었으니 중국에서 이슬람 세계로 수출된 그릇이 유럽으로 전해진 결과일 것이다. 미술사학자들은 그림에 나오는 청화백자 가운데 두 점은 명나라의 홍치제(弘治帝·1488~1505) 연간에 만들어진 청화백자와 유사하다고 본다. ‘신들의 향연’에 청화백자가 등장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림의 제목에서 보듯 이 그림은 천상의 세계를 묘사한 것이다. 오른쪽 여인이 머리에 인 물병을 제외하고 화면에 등장하는 나머지 그릇은 모두 청화백자다. 청화백자가 ‘신들의 향연’에 반드시 사용돼야 할 만큼 가치 있는 그릇이라는 당대의 인식을 상징한다. 유럽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19세기 일본의 판화 우키요에(浮世繪)를 소재로 삼기 이전에 중국 청화백자를 적극적으로 등장시킨 것이다. 유럽 사람들의 청화백자 사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중국 장시성(江西省) 징더전(景德鎭)은 송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는 동안 세계 도자기의 메카였다. 지금도 유럽 고성(古城)에 가면 영주들이 쓰던 중국산 청화백자 몇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그다지 품질이 좋지 않은 그릇도 애지중지 모셔 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중·일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청화백자 컬렉션을 갖고 있다는 터키 이스탄불의 톱카프 박물관에서는 깨진 청화백자를 철사로 얼기설기 때운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이슬람 왕국의 궁정에서 사용한 것이다. 15~16세기 청화백자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베트남 정도밖에 없었다. 청화백자는 수입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던 유럽뿐 아니라 생산국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청화백자란 누르스름한 태토에 누르스름한 유약을 바르고, 역시 누르스름한 코발트 안료를 칠해 고온으로 구운 결과 새햐얀 그릇 표면에 새파란 문양이 드러나는 하이테크의 산물이다. 청화백자가 금은보화에 못지않은 사치품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은 ‘경국대전’에서도 경계했다.‘관청 근무자로 금· 은, 청화백자를 사용하는 자는 장 팔십에 처한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청화백자를 주제로 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전시회에는 500점의 청화백자가 출품됐다. 청화백자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아름다움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울 플러스]

    금천구 평생학습관 수강생 모집 금천구(구청장 차성수) 2014년 4분기 평생학습관 수강생을 모집한다. 오는 6일 오전 9시부터 구청 홈페이지 교육포털(edu.geumcheon.go.kr/)을 통해 접수한다. 수업은 강좌별로 오는 13일부터 21일 사이에 시작한다. 평생학습팀 2627-2835. 용산구 소규모 건축물 안전점검 실시 용산구(구청장 성장현) 오는 10일까지 노후주택 등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사용승인 후 20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이 대상이다. 상태가 불량할 경우 정밀진단 여부를 결정하고 보수·보강 및 철거가 필요하면 특정관리대상시설 등급으로 지정해 정기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건축과 2199-7517. 중구 4일부터 ‘신기방기 깨비투어’ 중구(구청장 최창식) 4일부터 매주 토요일 황학동 전통시장을 홍보하기 위해 ‘신기방기 깨비투어’를 운영한다. 20년 이상 이곳에 산 구민이 마을해설사로 변신해 황학시장의 역사와 유명 먹을거리를 소개한다. 투어에는 90분이 소요된다. 참가비는 5000원이다. 시장경제과 3396-5055. 송파 잠실 새마을전통시장 조명 교체 송파구(구청장 박춘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의 124개 점포에 1개씩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지원한다. 시장 내 화장실 등 공동이용시설의 조명도 LED로 바꾼다. 구는 길게는 상가의 모든 램프를 LED 조명으로 교체될 수 있도록 상인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방침이다. 맑은환경과 2147-3264. 서초 ‘자치회관 운영 평가’ 우수구 선정 서초구(구청장 조은희) 서울시 ‘2014 자치회관 운영 평가’에서 우수구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사업비 6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자치회관 운영과 프로그램 충실도, 시설 활용 실태 등을 평가한 결과다. 문화행정과 2155-6221. 응암·녹번 산골마을 율동 UCC 대상 은평구(구청장 김우영) 대표적인 주민 주도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꼽히는 응암·녹번동 산골마을이 서울시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노래와 춤 UCC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산골마을과 함께’라는 주제로 노래와 율동을 영상으로 만든 게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 냈다. 주거재생과 351-7350. 강동 ‘공유 샵’ 기부 물품 소외계층 전달 강동구(구청장 이해식) 이달부터 나눔 인식 확산 및 기부문화 조성·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성내동 본청사 본관 1층에 ‘공유 샵’을 설치, 운영한다. 실온에서 변질될 우려가 없는 제품과 생활용품을 기부받는다. 접수된 물품은 매월 홀몸노인과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에 전달된다. 총무과 3425-5095.
  • 새달 APEC회의때 한·일정상 만날까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가 1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전략대화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주목되고 있다. 이날 전략대화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조 차관은 모두 발언에서 “한·일 관계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과거를 직시하면서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해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구성돼 있다”면서 “이런 수레바퀴가 균형을 잡을 때 한·일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사이키 차관은 최근 뉴욕에서 한국과 일본이 외교장관 회담을 연 것 등을 거론하며 “오늘 전략 대화도 그런 긴밀한 의사소통의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전략대화에서 양국 대표는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내에서는 한·일 정상회담보다 중·일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의욕이 더 앞서 있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임시국회 개원일이었던 지난달 29일 국정소신표명연설을 통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조기에 실현하고 싶다”고 말한 데 비해 한국에 대해서는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한국 정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현재 진행 중인 위안부 관련 국장급 협의를 가속화하는 방안과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미·일 3개국 공조, 납북 일본인 재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서울광장] 아시안게임 ‘지역 올림픽’에서 벗어나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시안게임 ‘지역 올림픽’에서 벗어나라/서동철 논설위원

    인천 아시안게임을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같은 초대형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만큼 스포츠 행사를 보는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아시안게임쯤이야’하며 무관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시안게임은 아시안게임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껴가고 있다. 오히려 아시안게임이 종반으로 치달아 오는 4일이면 막을 내린다는 사실이 섭섭할 지경이다. 그렇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소소한 운영상의 실수가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우리가 출전하는 몇몇 인기종목을 제외하면 많은 경기장은 텅텅 빌 만큼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회 취지에 맞도록 범(凡)아시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그런데 인천 대회를 지켜보면서 문제의 원인이 대한민국과 인천의 역량에 있다기보다 아시안게임 자체가 가진 정체성의 위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인 의문은 ‘아시안게임은 ‘올림픽의 아시아 지역 판인가’ 하는 것이다. 언론부터가 아시안게임을 서구 문화에 뿌리를 둔 올림픽의 아시아 지역대회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성공적이었던 과거의 올림픽 대회를 기준으로 시설이나 운영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아시안게임은 모두 실패작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게 된다. 이런 비판이 아시아지역의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한국·일본·중국·대만에서 유별나게 두드러지는 현상도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아시안게임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본다. 인천 아시안게임 종목에 지역 국가의 고유 스포츠가 다수 포함된 것도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과였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36개 종목 가운데는 올림픽 종목이 아닌 10개 종목이 있다. 야구와 소프트볼, 볼링, 크리켓, 카바디, 가라테, 세팍타크로, 스쿼시, 정구, 우슈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아시아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종목이 우슈와 가라테 같은 격투기와 세팍타크로와 카바디 같은 지역 고유 스포츠다. 아시안게임을 ‘45억 아시아인의 축제’라고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70억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어야 아시아인의 축제도 될 수 있다.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거가 이들 아시안게임에만 있는 종목이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우슈와 가라테는 당연히 세부 종목과 메달을 크게 늘려야 한다. 아시안게임이 이 종목의 최고 권위 대회로 자리 잡았을 때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에서도 달려온다. 태권도는 박진감 넘치는 겨루기 종목을 개발하고, 동작의 아름다움을 심사하는 공중격파도 신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 대회에는 아시안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45개국이 참가했다. 부탄, 캄보디아, 라오스, 레바논, 몰디브, 몽골, 미얀마, 네팔, 스리랑카, 동티모르 같은 작은 나라도 보인다. 동북아 국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준 차이가 현격한 축구와 야구 등 몇몇 구기 종목을 1, 2부로 구분하는 것은 어떤가. 2부에도 금·은·동메달을 수여하면 올림픽 정신에 충실한 것은 물론 소외감을 느끼는 나라도 줄어들 것이다. 각국의 알려지지 않은 고유 스포츠를 분야에 관계없이 선보이는 종목을 신설해 메달을 수여하는 방법도 있다. 소개된 스포츠는 널리 보급해 장기적으로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호화로운 아시안게임이 아닌 작은 아시안게임도 연구해야 한다. 아시아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혼재해 있다. 아시안게임도 더 이상 경제력 있는 몇몇 나라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두세 개 나라가 힘을 합쳐 사이좋게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모습도 현실화됐으면 한다. 크고 깨끗한 경기장과 매끄러운 운영이 아니더라도 손뼉을 쳐줄 일이다. 아시안게임이 ‘지역 올림픽’의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른 대륙에서도 4년을 기다려 찾아오는 아시아의 대표 문화 상품으로서의 잠재력도 충분하다.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울려 퍼졌으면 한다. dcsuh@seoul.co.kr
  • 오늘날 세계 체제를 만든 유럽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오늘날 세계 체제를 만든 유럽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유럽/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애플미디어/508쪽(1권), 604쪽(2권)/권당 2만 6000원 오늘날 세계의 정치, 경제, 군사, 외교는 물론 주거, 복식에 이르기까지 사회 대부분의 체제와 양식은 유럽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분단 체제가 60년 이상 고착화된 한반도의 역사적 상황 역시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시작된 냉전이 한반도에서 재현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세계의 헤게모니를 미국과 중국에게 넘겨줬지만 여전히 수많은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 오늘날의 유럽이 탄생하기까지 이 지역의 역사는 말 그대로 토마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중국보다 약간 큰 땅덩어리(러시아 제외) 안에 현재 40여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고 과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나라들이 생존 투쟁을 벌이며 명멸했다.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제도, 기술 등을 가다듬어야 했고 수많은 전쟁과 외교 정책을 펼치며 발전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 역사학과 교수이자 국제학 센터 관장인 브랜든 심스는 최근작 ‘유럽’에서 근세 이후 오늘날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형성 과정에서 벌어진 분쟁과 갈등을 패권 투쟁의 관점에서 다루며 이슬람권과의 관계 등 오늘날의 전 세계적인 관심사 또한 조망하고 있다.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 투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히틀러, 처칠, 루스벨트 등 역사 속 주요 인물들을 소개한다. 유럽이 세계를 장악하는 과정은 물론 세계 패권을 둘러싼 유럽과 미·소의 대결, 그리고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세계 체제의 형성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들을 전해준다. 한국어판은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다. 1권은 1453년 오스만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부터 백년전쟁 종식 이후 나폴레옹의 패전으로 인한 빈 체제까지, 2권은 비스마르크에 의한 통일 독일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빠의 컴백홈’ 신비주의 씻어낸 서태지, 5년 만의 9집

    ‘아빠의 컴백홈’ 신비주의 씻어낸 서태지, 5년 만의 9집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5년 만에 9집 앨범을 내고 컴백하는 서태지는 새 앨범을 구상하면서 4집 앨범 ‘컴백홈’의 가사를 먼저 떠올렸다. 그는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이 문구를 채택했고, 서울시 지하철 2호선 7개 역사 안전문(스크린도어)의 컴백 티저광고에도 이를 내걸었다. 여기엔 3040세대가 된 ‘서태지 키즈’를 향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는 물론 서태지 3.0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이 담겼다. 서태지가 오는 20일 9집 앨범 발표를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컴백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이번 앨범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1~4집(1992~1995) 활동으로 1990년대 대중문화계를 이끌었던 그는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솔로 앨범인 5~8집(1997~2009)을 내며 2.0시대를 열었다. 이제 완전히 국내에 정착한 그는 9집 앨범을 통해 ‘서태지 3.0시대’를 시작한다. 그의 향후 국내 음악 활동의 명운이 이번 앨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42세의 ‘애 아빠’ 서태지가 여전히 대중에게 먹힐까. 올가을 가요계의 최대 화두다. 신비주의를 핵심 전략으로 해 음악 활동을 펼쳤던 그는 스스로도 대중의 기류를 열심히 탐색하고 있는 눈치다. 결혼과 출산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과거와 달리 탈권위, 대중 친화적 행보를 구사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는 게 가요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단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 음원 선공개 방식의 컴백 카드를 집어 들었다. 일명 ‘소격동 프로젝트’로 자작곡인 ‘소격동’을 남녀 버전으로 만들어 2일에는 아이유, 10일에는 자신이 부른 음원을 공개한다. 서태지의 자작곡을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것도 처음이다. 일찌감치 대중과의 다각적인 소통에도 나섰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제작진에 자신의 히트곡인 ‘너에게’의 리메이크를 허용한 것도 그런 의미였다. 공중파 방송을 통한 탐색전에도 신경 썼다. 그가 첫 방송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것은 4일 녹화하기로 예정된 KBS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다. ‘해피투게더’ 제작진이 서태지를 섭외하는 데 한 달 넘게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서태지의 방송 출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그가 아빠가 됐다는 사실에 주목해 육아 예능에서까지 출연 요청이 이어진다. 서태지 측 관계자는 “음악 방송 사전 녹화, 단독 컴백쇼 등을 처음 가요계에 도입하며 기존 방송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도 서태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에 흡수되고자 하는데 이 역시 새로운 변화”라고 말했다. 이는 음악시장뿐만 아니라 문화 소비 세대 변화에 대한 서태지 본인의 인식 변화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는 “가요시장을 움직이는 현재의 10~20대는 그가 활약했던 199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므로 적극적인 소통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서태지의 예전 위력이 재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보대행사인 포츈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서태지는 더 이상 청소년의 우상이 아니다. 조용필처럼 가요계에서 전 세대를 통합하고 아우를 수 있는 아티스트로 저변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이유”라고 말했다. 컴백 성공의 핵심 관건은 기존 열성 팬의 결집이다. 서태지 측은 오는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컴백 공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아기 엄마가 된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 공연장에 놀이방 시설까지 따로 마련했을 정도다. 컴백 무대의 규모는 3만여석. 지난달 1차 티켓 판매분 6000장이 20분 만에 매진돼 3040 팬들의 재결집이 예고되고 있다. 열성 팬들은 서태지의 컴백에 맞춰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들어갔다. 서태지의 공식 홈페이지 서태지닷컴에서는 팬들이 울산·부산 등 지역별로 버스를 대절해 그의 공연 관람을 ‘조직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뭐니 뭐니 해도 현재로선 그가 어떤 음악을 들고나올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그는 랩 댄스와 갱스터 랩, 메탈과 국악의 접목 등 한국 가요계에서 시도되지 않은 장르로 충격을 줬다. 그러나 뉴메탈을 수용한 6집과 이모코어를 도입한 7집에 이르러 일각에서는 그를 영미권의 트렌드를 모방하는 ‘장르 수입상’이라며 폄하하는 시각도 생겨났다. 서태지는 새 앨범이 혁신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음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8집에서 UFO, 버뮤다 트라이앵글 등 난해한 코드를 내세웠던 그는 새 앨범의 표지에서부터 소녀를 등장시켜 팬들의 감성을 한층 자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록의 무게를 덜어내고 멜로디에 힘을 실은 7~8집에서 이미 감지된 변화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난 알아요’로 서태지 신드롬이 일어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는 새로운 세대와의 접점이 필요하다”면서 “그가 어떤 장르를 들고나올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새로우면서도 여러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친근한 음악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다리 위’의 진화, 떨어지다

    ‘사다리 위’의 진화, 떨어지다

    센스 앤 넌센스/케빈 랠런드·길리언 브라운 지음 양병찬 옮김/동아시아/488쪽/1만 9000원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범인(凡人)들의 수준이다. 이성과 지성으로 무장한 학자들은 예외일까? 천만에! 신간 ‘센스 앤 넌센스’는 20세기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중심으로 과학자들이 얼마나 아전인수식으로 영향력이 막대한 이론을 차용했는지를 보여 준다. 진화론 전문가인 케빈 랠런드·길리언 브라운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책에서 진화론을 둘러싼 ‘진짜 과학’과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로 대중을 현혹시킨 ‘얼치기 과학’의 구분을 시도한다. 다윈이 밝힌 자연선택과 적자생존 개념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파문을 몰고 왔다. 문제는 편의에 따라 이론을 해석하면서 빚은 오류와 착각들이 재앙에 버금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비롯해 남성의 성매매, 강자의 약자 지배 등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인간 본성이나 유전자, 자연선택, 적자생존 등의 개념이 무분별하게 차용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여러 종을 사다리 위에 배열하고 직선·진보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던 생물학에 기반을 둔 진화론과 종 내부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유형학적 사고를 거부하는 다윈의 진화론이 그것이다. 생물학적 진화론은 장 라마르크, 프랜시스 골턴, 허버트 스펜서 등의 학자를 거치면서 우생학과 사회진화론으로 발전한다. 월등한 유전자가 살아남고 천재는 유전되며 사회가 진화하면서 열등하고 야만적인 사회와 문명사회로 나뉜다는 주장이다. 이런 견해는 당시 서양사회의 분위기를 타고 문명과 야만의 구분, 인종·성·계급차별의 정당화 이데올로기로 쓰이기도 했다. “백만장자도 자연선택의 결과이며 사회주의는 부적격자들의 생존을 증진한다”고 주장한 윌리엄 섬너, 인종의 순수성을 확보하겠다며 인종청소라는 범죄를 자행한 아돌프 히틀러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생물학적 진화를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과정’, 즉 ‘진보’와 동일시한 데서 비롯된 결과였다. 이런 인식에서라면 사다리 위쪽에 있는 종이 아래쪽보다 진보했거나 서열이 높은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윈이 묘사한 진화의 모습은 ‘사다리’가 아니라 ‘가지를 뻗은 나무’였다. 저자들은 “자연선택은 ‘더 높은 상태’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윈주의적 진화는 인종차별이나 사회적 다윈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편견이나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화를 들먹인 사람들은 대부분 다윈주의 사상을 왜곡했다”고 못 박는다. 책은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밈(meme)’,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회생물학자들의 진화론적 주장이 지닌 맹점도 짚어 낸다. 진화론에 대한 학문적 기여와는 별개로 이들의 주장은 세력 확장을 위해 매우 당파적인 태도를 보여 다양한 진화이론에 배타적이었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더불어 20세기 진화론의 대표적 갈래인 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주요 개념과 비판적 평가도 풍부한 이론 및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들 이론이 모두 참신한 통찰력을 제공했고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며 “오늘날 진화론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세련된 균형감으로 다원적이지만 엄격하고, 다산적이지만 자기비판적인 과학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사설] 적십자사 총재마저 보은인사라니

    차기 대한적십자사(한적) 총재에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선출됐다. 한적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뽑혀 대통령의 인준절차만 남았다고 한다. 사실상 대통령이 낙점하는 자리다. 하지만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적십자 운동의 기본 취지나 정신으로 볼 때 기업인 출신이, 그것도 특정 대선후보의 당선을 위해 뛴 인물이 한적 총재를 맡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대한제국 이래 109년 역사의 한적을 보은인사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오만하고 황당한 발상이라 할 만하다. 한적은 구호·사회봉사 활동은 물론 이산가족·대북지원 등 남북 간 인도주의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다. 정치와 이념을 초월한 대북교류 활동으로 그나마 경색된 남북 관계의 통로 역할을 해왔다. 과거 한적 총재를 경륜과 덕망, 사회적 신임을 고루 갖춘 원로들이 맡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기본적으로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출신인 데다 남북 관계 등 적십자사 관련 경력도 전무하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이념적 성격을 띤 논쟁에 개입하지 않고, 자발적 구호운동으로서 어떤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십자운동의 기본원칙 또한 김 회장의 이력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는 것 말고는 김 회장이 한적 총재에 앉을 만한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뿐인가. 선대위원장 당시 김 회장은 상식과 통념에 반하는 각종 언행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내가 영계를 좋아한다’, ‘여성들은 질질 짜기나 한다’, ‘나는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었다’라며 성희롱과 여성·청년 구직자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공인의 자격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얕고 가벼운 인식이다. 현 정권은 틈만 나면 비정상과 적폐의 청산을 외치면서도 최소한의 전문성도 갖추지 않은 인물을 각종 노른자위 자리에 내려 보내는 자가당착의 인사를 자행해 왔다. 한적의 정신이나 원칙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김 회장을 한적 총재에 앉히는 것은 야당의 지적대로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자 화룡점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첩과 독선의 인사는 분열과 불신으로 귀결될 뿐이라는 사실은 현 정부의 잇따른 인사참사가 주는 교훈이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낙점을 재고하든지, 김 회장 스스로 한적 총재가 자신의 그릇에 맞는 자리인지를 고심하고 거취를 정리하는 게 마땅하다.
  • “국제사회, 北 인권 필요한 조치 취해야”

    “국제사회, 北 인권 필요한 조치 취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그 자체로 유엔의 설립 목표와 가치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요청하는 한편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 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 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 사항을 채택한 만큼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 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런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감행한 유일한 국가이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이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처럼 경제 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하고,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역사 문제 등에 관해 직접적 비판을 가하진 않았으나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일본의 군 위안부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뉴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王이 한 일을 알고 계십니까

    王이 한 일을 알고 계십니까

    한국사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국사시험)은 공직 입문이나 취업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치러야 하는 시험으로 자리 잡았다. 교원임용시험 및 행정고시, 입법고시, 법원행정고시, 외교관후보자 시험 등 각종 고시뿐 아니라 기업 입사 시, 공무원 승진 시에 한국사가 필수 조건으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고급(1·2급), 중급(3·4급), 초급(5·6급)으로 나눠 시행되고 있는 한국사시험은 초급이 객관식 40문항, 중·고급은 객관식 50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고급의 경우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 70점 미만이면 2급, 70점 이상이면 1급으로 합격한다. 시험 출제유형은 ▲역사 지식 이해 ▲연대기 파악(역사사건 및 상황의 시대순) ▲역사 상황과 쟁점 인식 ▲역사자료 정보해석 및 분석 ▲역사 탐구 설계·수행 ▲결론 도출과 평가 등이 혼합돼 있다. 급수에 상관없이 출제 범위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다. 높아지는 인기를 반영하는 것처럼 해마다 응시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시행 첫해인 2006년 1회 시험 응시자가 1만 6500여명이었지만 2012년 15만 7000여명, 지난해에는 34만여명으로 급증한데다 2010년까지 연 3회 치르던 시험이 4회로 확대됐다. 올해는 이미 3번의 시험이 치러졌고, 다음달 25일 올해 마지막으로 제25회 한국사시험이 치러진다. 내년도 교원임용시험, 외교관 선발시험,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등에 앞서 미리 한국사 1, 2급을 확보하려는 수험생들을 위해 선우빈 박문각 남부고시학원 강사와 함께 시대별 주요 개념을 표로 정리했다. 선 강사는 “한국사시험은 단순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사고 및 추리력을 요구하는 이해중심의 문제로 출제되고 있다”며 “특히 빈도 높게 출제되는 시대별 왕의 업적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기출문제를 풀어본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성매매방지법 10년’ 2차 토론회 26일 개최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공동대표 김상희·남윤인순 의원),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공동대표 정미례 손정아)와 함께 성매매방지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성매매 정책 및 시스템에 대한 평가와 반성매매 여성인권운동 방향 모색’을 주제로 한 제2차 연속토론회를 26일 오후 2시 서울여성프라자 2층 NGO 열린마당에서 개최한다. 박진경 인천대 교수는 ‘성매매방지정책,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 정책의지의 중요성을 제기하면서 성매매방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성매매여성의 성착취 인정과 비범죄화 ▲집결지의 조속한 폐쇄 ▲단속 및 처벌의 강화 ▲성매매예방 정책의 강화를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지원체계의 현황과 발전 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성성매매방지활동의 제도화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성매매방지활동의 확산과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 성매매방지 지역사회협의체의 과제를 설정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확장할 것과 가부장적 사회질서와 이중의식 형성에 대한 도전을 요청한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반성매매여성인권 운동 10년, 변화와 진전을 위해 새로운 길을 열다’를 통해 그동안 반성매매여성운동의 관점과 법과 제도,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해 왔던 과정을 평가하면서 성착취에 대항하고 성매매여성비범죄화, 당사자들의 욕구에 기반한 권리보장과 역량강화,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 등을 통한 한국사회의 탈성매매를 제안한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전국 첫 트램 판교테크노밸리 달린다

    전국 첫 트램 판교테크노밸리 달린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새로운 교통수단인 트램(노면전차) 건설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예산 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전철에 비해 건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데다 경관 훼손과 오염물질 등을 유발하지 않아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0여개 지자체가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23일 판교테크노밸리에 전국 최초로 트램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와 시는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판교테크노밸리 내 교통 복지와 복합 관광·문화공간 구축을 통한 랜드마크 사업의 하나로 트램을 건설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성남시가 판교역에서 판교테크노밸리를 잇는 트램 건설계획을 건의해 이뤄졌으며 도는 설계, 시공, 안전 등 철도기술과 건설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트램은 신분당선 판교역과 판교테크노밸리 간 1.5㎞ 구간으로 건설되며 25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2017년 완공할 계획이다. 남 지사는 “트램은 저렴한 건설비, 경관 훼손의 문제와 과다 설계 배제 등 저비용의 교통수단으로 대중교통 중심의 효율적인 도시 개발이 가능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치가 크다”면서 “트램 조기 완공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2018년 개통을 목표로 수원역~화성행궁~장안문~수원야구장~장안구청 구간(6.049㎞)에 도시철도 1호선(노면전차)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는 1677억원(국비 60%, 지방비 40%)이 투입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의뢰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 기장군은 오규석 군수의 핵심 공약인 선이 없는 노면전차 도입에 나섰다. 일광면 동해남부선 좌천역에서 정관면신도시를 경유, 월평교차로까지 12.9㎞에 노면전차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군의회를 통과, 1억원을 투입해 내년 2월까지 타당성 조사를 한다. 부산시에서도 남구, 동구, 중구, 영도구 등 원도심 가운데 도시철도가 다니지 않는 소외 지역을 잇는 노면전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1차 검토 구간은 남구 경성대·부경대에서 동구와 중구 북항 재개발지역을 지나 영도구 태종대에 이르는 21.0㎞ 구간이다. 경남 창원시에서도 마산합포구 가포동에서 진해구 석동까지 30여㎞를 잇는 노면전철형 도시철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는 통과했으나 시장 교체 등에 따라 재검토 중이다. 노면전차는 소음·매연·분진 없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유럽을 비롯한 150여개 도시에서 400여개의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건설비가 지하철, 경전철의 20~50% 수준이어서 신개념 교통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8년 처음 도입됐다가 196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다문화학생 10만명… 배려와 포용으로 감싸야

    다문화가정의 초·중·고교 학생 수가 앞으로 3년 안에 1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 4월 기준으로 6만 7000명을 웃돌아 처음으로 전체 학생의 1%를 상회했다. 사회 전반의 출산율 감소와도 맞물린 현상이다. 1990년대부터 본격 형성된 다문화가정이 사회경제적·심리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정책과 인식이 폐쇄적인 순혈주의에서 비롯된 편견과 차별에서 온전히 벗어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2006년 이후 해마다 많게는 8000명씩 늘고 있다. 최근 한 해 사이에는 21.6%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다문화가정 학생의 71.2%가 초등학생이며, 중학생은 18.5%, 고등학생은 10.3%라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통계를 벗어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문화가정 자녀가 사회 일원으로 조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느냐는 점에서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한 예로 2012년 국회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취학률이 67% 미만으로 전체 취학률 96%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체적으로 늘어난 다문화가정 자녀 수를 감안하면 오히려 이들의 취학률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의 다문화가정 학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정도가 학교 공부가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숙제가 어렵다거나 학교 친구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언어 장벽이나 차별대우, 오해와 편견 등이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을 얼마나 진정으로 배려하고 포용하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다문화가정 정책이 여전히 시혜와 선심성 전시행정에 머물고 있지 않은지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분야의 정책과 노력이 긴요하다. 이들의 취학률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감소세를 보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문화가정 자녀가 공존공생의 가치 속에 녹아들 때 비로소 미래 사회의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들이 한국어 구사에 어려움이 없게끔 충분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학업에 뒤처지지 않게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차별과 사시에 시달리지 않도록 학교 차원에서 반편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 직하다.
  • 예술품 1만여점 기증… “미술가 꿈 다른 형태로 발현”

    예술품 1만여점 기증… “미술가 꿈 다른 형태로 발현”

    “저는 우리 미술품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가슴이 뜁니다. 재일교포의 삶과 관련된 수많은 미술품은 역사요, 문화재 아닙니까.” 평생 피와 땀으로 모은 미술품 1만여점을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전국 10여곳의 국공립미술관과 박물관, 대학에 기증한 하정웅(75)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이 첫 자서전 ‘날마다 한 걸음’을 냈다. 재일교포 2세인 하 이사장은 22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메세나 운동가로 살게 된 인연을 공개했다. 1939년 일본 히가사오사카에서 이주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공업 명문인 아키타공고를 졸업했으나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되지 않았다. 이에 무작정 도쿄행 기차에 올라 상경한 뒤 전기 수리와 가전제품 판매 등으로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 하 이사장은 “고 전화황 화백의 ‘미륵보살’에 반해 미술작품을 처음 산 것이 ‘하정웅 컬렉션’이 형성된 계기였다”며 “어린 시절 못다 이룬 미술가에 대한 꿈을 다른 형태로 발현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도 도쿄의 50년 넘은 허름한 개인 주택에 살며 비행기는 늘 이코노미석만 고집한다. 하지만 그가 모은 미술품은 피카소, 샤갈, 뭉크, 앤디 워홀 등 20세기 거장의 작품을 비롯해 이우환, 전화황, 송영옥, 곽인식 등 주로 일본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부산시립미술관, 숙명여대 등 국내 기관에 매년 수십에서 수백점씩 기증됐다.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은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개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지금까지 수집한 작품은 단 한 점도 돈을 받고 판 적이 없습니다.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소식을 듣고 이듬해 212점을 기증한 것이 시작이었죠.” 그는 일제시대 강제징용으로 억울하게 일본에서 생을 마감한 유족 없는 무주고혼을 달래기 위해 아키타현과 사이타마현에 위령탑을 세우기도 했다. 하 이사장은 “내 컬렉션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기도와 위령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이슈&이슈] 마산 vs 진해, 갈등·분열의 불씨 된 야구장… 화합 묘수 찾을까

    [이슈&이슈] 마산 vs 진해, 갈등·분열의 불씨 된 야구장… 화합 묘수 찾을까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경남 창원지역의 분열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임 시장 때 진해지역으로 결정됐던 야구장 입지를 새로 취임한 안상수 시장이 마산지역으로 바꾸자 진해구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진해구민들은 잇따라 항의 집회를 열어 시장 사퇴를 요구하며 창원시로 통합되기 전의 옛 진해시로 되돌아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해 출신 시의원들이 10일 넘게 단식농성을 하는 가운데 마산지역 시민들은 안 시장의 결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화합과 단합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야구장이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갈등과 분열의 불씨가 돼 버렸다. 시는 박완수 전 시장이 지난해 1월 진해구 옛 육군대학 자리로 결정했던 야구장 입지를 최근 마산종합운동장 자리로 번복했다. NC 구단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안 시장은 지난 4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NC의 진해 야구장 사용불가 입장이 확고한 상태에서 창원시는 기존 입지를 계속 고수할 수 없게 돼 NC의 입지변경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입지변경을 발표했다. 안 시장은 “NC가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연고지를 울산이나 성남, 포항 등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혀 시가 입지를 진해로 고수하면 시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며 변경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창원시는 이달 초 시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3%가 마산종합운동장 입지변경 요구에 동의했다는 조사결과도 공개했다. 안 시장은 진해구민들의 상실감을 달래기 위한 대안으로 “육군대학 터에 첨단산학연구단지 조성과 창원문성대 제2캠퍼스 유치를 조속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관련기관과 잇따라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야구장을 뺏긴 데 대한 진해구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에서 진해 출신 김성일 의원은 “야구장까지 빼앗아 가고 뭐하는 짓이냐”며 안 시장에게 계란 2개를 던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 박재현 부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공무원 27명이 다음날 김 의원을 폭력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시 공무원노조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진해구 지역 60여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진해발전추진위원회는 지난 16일 시청 앞에서 구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고 안 시장 사퇴와 야구장 입지를 진해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윤철웅 진해발전추진위원장은 “안 시장이 새 야구장 건립계획을 원 상태로 되돌리지 않으면 진해시를 되찾는 투쟁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해구 출신 시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시의회 앞에서 번갈아가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진해 출신 김성찬 국회의원도 “안 시장이 야구장 입지를 마산으로 바꾼 것은 진해구민을 무시하는 독선적인 행동”이라면서 “진해시 분리운동을 추진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의회 의장을 진해구 출신 유원석 의원이 맡고 있어 앞으로 시정에 대한 의회 협조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 의장은 야구장 입지 변경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안 시장이 의장단과 한마디 상의 없이 입지변경을 발표한 데 분노한다. 의회 협조가 없으면 시의 어떤 사업도 진척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마산지역은 안 시장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마산지역 단체 등으로 구성된 마산야구타운조성 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5일 환영 성명서를 내고 진해지역의 거센 반발과 행정의 일관성 훼손 비판까지 감수하며 야구장 입지를 변경한 안 시장의 용단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NC 구단도 “마산은 야구 역사가 깊고 야구에 대한 열기도 뜨거운 곳이어서 야구장 입지로 적합하다”며 “시장과 시민에게 감사드린다”고 환영했다. 당초 시는 2010년 NC를 유치하면서 5년 이내(2016년 3월)에 2만 5000석 규모의 야구장을 새로 짓겠다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약속했다. 이에 따라 시는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마산종합운동장, 옛 진해육군대학 부지 등 3곳을 후보지로 선정한 뒤 지난해 1월 30일 진해육군대학 부지를 최종 선정했다. 그러나 KBO와 NC 구단은 진해지역은 야구장 입지로 접근성과 흥행성이 떨어져 부적절하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양측은 시가 야구 흥행보다 창원, 마산, 진해 3개 도시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나타난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논리로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며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시는 야구장 입지 결정이 프로야구의 흥행·발전성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등 정책적 판단도 중요하다며 맞서다 지난 2월 NC와 협의해 보겠다고 물러섰다. 야구장 입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던 안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입지 재검토를 위한 각계 의견을 들은 끝에 박 전 시장의 결정을 번복했다. 시는 마산종합운동장 자리에 새 야구장 건립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입지 변경에 따라 타당성 조사와 정부 투·융자심사를 다시 하고 도시계획 변경 및 공유재산관리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용암 시 새야구장건립사업단장은 “마산종합운동장 건물을 허물고 새 야구장을 짓는 공사를 내년 하반기 시작해 늦어도 2018년 하반기에는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장 규모는 진해에 계획했던 야구장(2만 2000석, 국비 250억원·도비 200억원·시비 628억원 등 1078억원)과 비슷하다. 시는 요구를 들어준 만큼 NC로부터도 야구장 건립비용 협조를 얻어낼 계획이다. 프로야구 1군 2년차인 NC는 현재 마산야구장을 사용하며 리그 3위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 야구팬들은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는 현재 사용하는 마산야구장을 그대로 쓰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시는 NC구단 유치조건으로 야구장 건립을 약속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1만 3700석 규모의 마산야구장은 1982년 건립됐다. 임시 구장으로 쓰기 위해 시에서 100억원을 들여 2012, 2013, 2014년 3차례 리모델링했다. 그러나 좁고 가파른 관중석 등 구조적인 부분은 고칠 수가 없어 경기와 관람에 불편함이 많다. 야구팬들은 선수와 관중들의 안전과 수준 높은 경기, 재미있는 관람 등을 위해서는 빨리 새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커버스토리] 그래~ 이 맛이야… 괜찮아, 사실이야

    [커버스토리] 그래~ 이 맛이야… 괜찮아, 사실이야

     경기 광주에 사는 30년차 주부 이익순(54)씨는 평소 음식 맛을 내려고 소고기, 해물 등 다양한 복합 양념이 첨가된 ‘다시다’를 쓴다. 글루탐산나트륨(MSG)만 들어가 있는 미원은 김장할 때만 쓴다고 했다. 이씨는 “몸에 나쁜지 알면서도 음식 맛이 안 나 찌개 등을 끓일 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쓴다”면서 “MSG가 무해 하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봤지만 계속 뜬소문이나 의혹이 제기되는 걸 보면 안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인 식품첨가물인 MSG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짠맛, 단맛, 쓴맛, 신맛에 이어 제5의 맛으로 인정받으며 ‘식탁 위의 혁명’으로까지 불렸던 MSG는 도대체 어쩌다 이 같은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을까. ●대상 ‘미원’으로 초보 주부 사로잡아  1908년 일본에서 탄생한 MSG가 우리나라에 건너온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원조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사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부터다. MSG는 음식 맛을 돋우는 마법의 재료로 통하며 ‘뱀가루’라고 불렸을 정도다. 해방 이후 일제 조미료 수입이 금지되자 6·25전쟁 직후 대성공업사가 ‘미소미’를 생산했지만 별 재미를 못 봤다.  본격적인 MSG 시장을 연 건 대상의 창업주인 임대홍 회장이 일본에서 조미료 생산기술을 배워오면서부터다. 임 회장은 1956년 부산에서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며 ‘신선로표 미원’을 생산했다. 미원은 대성공을 거뒀다. 음식을 준비하는 초보 주부나 음식점에서 미원은 1등 공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조미료 사업이 대 히트를 이어가자 현재의 CJ제일제당(삼성그룹 분리 전)도 MSG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일제당은 원형사를 인수해 1963년 12월 미풍산업주식회사를 차린 뒤 ‘미풍’을 내놨다. 하지만 미풍은 미원의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1세대 MSG의 승리는 미원이 가져갔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세상에 안 되는 것” 세 가지 중 조미료를 꼽으며 안타까워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조미료 시장에 먹구름이 낀 건 1968년 미국의 한 의사가 ‘MSG가 들어간 중화요리’가 가슴 압박감이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이때 제기된 ‘중화요리증후군’은 이후 MSG와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났지만 당시 불거진 MSG 유해성 논란은 1993년 말 국내 조미료 시장에 고스란히 옮겨 붙었다. ●1993년 럭키 “인체 유해” 네거티브 광고  불을 지른 건 1993년 12월 ‘맛그린’을 내놓은 럭키(현 LG생활건강)였다. 후발주자였던 럭키는 미원과 다시다를 ‘화학조미료’라고 가르키며, 인체에 유해한 MSG가 다량 햠유돼 있다는 도발적 광고를 냈다. 대상과 제일제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안전성이 확보된 MSG가 건강에 해로운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보사부(보건복지부)는 2주 만에 럭키 맛그린에 대해 광고시정명령을 내리고 피해를 입은 미원과 제일제당에 사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MSG=화학조미료’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데 보름이란 시간은 충분했다. 사실 ‘맛그린’도 MSG만 뺐을 뿐 핵산이나 합성향 등 다른 첨가물을 여전히 사용해 천연조미료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결국 맛그린은 MSG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과 혼란만 가중시킨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여파로 이후 조미료 시장에서 MSG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식품업체는 너도나도 ‘천연’, ‘자연’임을 강조하는 복합조미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제품은 2007년 출시된 CJ제일제당의 ‘산들애’와 대상의 ‘맛선생’이다. 이 제품들은 MSG 등의 첨가물을 없애고 100% 자연재료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FAO·WHO “안전하다” 연구 결과 발표  그러는 사이 MSG에 대한 누명은 벗겨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과 2012년 ‘MSG는 평생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엔식량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연합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1987년 230여 건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MSG는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MSG 일일 섭취 허용량을 철폐했다. ●국내선 외면… 세계 시장 매년 2% 성장  국내 소비자들은 MSG를 외면하고 있지만 전 세계 MSG 시장은 매년 2%대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소금보다 나트륨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MSG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MSG 제조업체도 수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대상에 따르면 국내 매출은 1990년 이후 2013년까지 400억원 증가에 그친 반면, 수출 매출은 같은 기간 2000억원 이상 늘었다. 대상의 최대 수출국은 일본으로, 2013년 MSG 5325t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매출액으로는 약 101억 458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MSG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따갑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MSG가 건강에 나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효모나 글루타민산 등 조미 소재에 과학적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한번 나쁜 인상이 심어지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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