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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한국 메르스 비상사태 아니다”…메르스 격리 경험자 1만명 돌파

    WHO “한국 메르스 비상사태 아니다”…메르스 격리 경험자 1만명 돌파

    ‘WHO 한국 메르스’ ‘메르스 격리 경험자 1만명 돌파’ WHO가 “한국 메르스 비상사태가 아니다”라고 발표했지만 메르스 격리 경험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현지시간)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전염병이 언제든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에 대한 여행·교역 금지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HO는 긴급위원회 이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메르스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WHO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의료종사자와 일반시민의 메르스에 대한 인식 부족, 병원에서의 전염 예방조치 미흡 등을 꼽았다. 아울러, 병원 응급실과 입원실이 꽉 차 있고 메르스 환자와 가까운 접촉이 많았던 점,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의 행동, 감염된 메르스 환자를 환자 가족이 직접 간호하고 문병객도 많아 2차 감염이 많았던 점도 메르스를 확산시킨 요인으로 봤다. WHO는 “한국에서의 이번 메르스 감염 확산은 이동이 활발한 사회에서 모든 국가가 예기치 않은 메르스 등 전염병 발발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WHO는 그러나 한국에 대한 여행이나 교역 금지 조처는 권고하지 않는다며, 입국시 검사도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해 현재 격리 대상이거나 잠복기가 끝난 격리 해제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산발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격리 대상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17일 하루만에 1000명 가까이 격리 대상자가 늘자 이들을 일일이 모니터링이 가능한지 여기저기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전체 격리자는 6508명이다. 여기에 격리해제된 사람(3951명)까지 더하면 격리를 경험한 사람은 1만 459명에 이른다. 격리 대상자는 계속 늘고 잠복기가 지난 사람들 가운데서도 속속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할 방역 당국의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방역 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해외 여행을 떠나려다가 당국에 적발되거나 격리 대상자들이 무단 외출해 경찰까지 동원해 이들을 찾아다니는 소동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사회 감염 차단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메르스 차단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WHO “한국 메르스 비상사태 아니다”라지만 메르스 격리 경험자 1만명 돌파

    WHO “한국 메르스 비상사태 아니다”라지만 메르스 격리 경험자 1만명 돌파

    ‘WHO 한국 메르스’ ‘메르스 격리 경험자 1만명 돌파’ WHO가 “한국 메르스 비상사태가 아니다”라고 발표했지만 메르스 격리 경험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현지시간)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전염병이 언제든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국에 대한 여행·교역 금지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HO는 긴급위원회 이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메르스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선포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WHO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의료종사자와 일반시민의 메르스에 대한 인식 부족, 병원에서의 전염 예방조치 미흡 등을 꼽았다. 아울러, 병원 응급실과 입원실이 꽉 차 있고 메르스 환자와 가까운 접촉이 많았던 점,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의 행동, 감염된 메르스 환자를 환자 가족이 직접 간호하고 문병객도 많아 2차 감염이 많았던 점도 메르스를 확산시킨 요인으로 봤다. WHO는 “한국에서의 이번 메르스 감염 확산은 이동이 활발한 사회에서 모든 국가가 예기치 않은 메르스 등 전염병 발발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WHO는 그러나 한국에 대한 여행이나 교역 금지 조처는 권고하지 않는다며, 입국시 검사도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해 현재 격리 대상이거나 잠복기가 끝난 격리 해제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산발적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격리 대상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17일 하루만에 1000명 가까이 격리 대상자가 늘자 이들을 일일이 모니터링이 가능한지 여기저기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발표된 전체 격리자는 6508명이다. 여기에 격리해제된 사람(3951명)까지 더하면 격리를 경험한 사람은 1만 459명에 이른다. 격리 대상자는 계속 늘고 잠복기가 지난 사람들 가운데서도 속속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할 방역 당국의 능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다. 실제로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방역 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해외 여행을 떠나려다가 당국에 적발되거나 격리 대상자들이 무단 외출해 경찰까지 동원해 이들을 찾아다니는 소동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사회 감염 차단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메르스 차단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위안부 아픔의 역사, 세계인과 함께하다

    위안부 아픔의 역사, 세계인과 함께하다

    영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문제를 다룬 영화가 상영된다. 동북아역사재단과 일본 릿쿄대는 19~20일 영국 셰필드 쇼룸워크스테이션에서 ‘일본군 위안부,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라는 주제 아래 다큐영화 ‘낮은 목소리 1·2’, ‘끝나지 않은 전쟁’,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등 4편을 상영하고 현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을 연다. 셰필드는 유럽에서 동아시아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셰필드대 동아시아학과와 할람대 인권연구센터 학자들이 심포지엄에 참석한다. 변영주 감독, 김동원 감독, 이향진 릿쿄대 교수, 가와이 유코 릿쿄대 교수 등이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도 갖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 피해가 국한됐지만 최근 여성인권 측면에서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당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재단에서 발간한 영문 핸드북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행사장에서 무료 배포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이해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WHO “입국심사대 열감지 검사 불필요… 글로벌 비상사태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 “한국의 메르스 발병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WHO는 이날 긴급위원회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모든 나라가 예기치 않은 메르스 발병 가능성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WHO는 이에 따라 여행과 교역 금지조치는 권고하지 않았으며 “입국 심사대에서의 열감지 검사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메르스의 증상에 대해 감염 지역에 가는 여행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WHO는 긴급위원회 개최 결과 “한국에서 의료 종사자와 일반 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병원에서의 전염 예방이 최선의 상태가 아니어서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병원의 복잡하고 밀집된 응급실과 병실의 문제,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는 환자의 행태, 그리고 많은 문병객이 찾는 한국의 문화도 메르스의 확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WHO 대변인은 “한국의 메르스는 여전히 병원 안에서만 확산되고 있으며 지역사회 감염이라고 볼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추가 감염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 여부와 관련해선 “아직 중동에서와 다르지 않은 양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6일 메르스와 관련한 ‘한국의 메르스’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갱신했다. CDC는 한국의 메르스 발병을 3단계 가운데 가장 낮은 1단계인 ‘주의’로 설정했다. CDC는 별도의 ‘한국 여행’ 공지문에서 “우리는 메르스를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한국 여행을 변경하라고 권유하지 않는다”며 “현재 1단계 주의는 여행자들이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 학자 100여명 10개 주제별 토론 최근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꽉 막혀 있다.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다. 지독한 경색 국면에 빠져 있는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 두 나라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7일 제주도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2015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국제학술행사가 열린다.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정치학회, 도쿄대 한국학연구부문 등 두 나라 8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후원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김태현 국제정치학회장, 이원덕 현대일본학회장 등 양국을 대표하는 100여명의 학자들이 정치, 경제, 여성, 문화, 언론, 외교, 역사 등 분야마다 두 나라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관계 악화 원인·위안부 등 뜨거운 논쟁 예상 현대일본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한배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리 배포한 기조 강연문을 통해 “일제 식민 지배를 직접 경험했던 기성세대나 그 후손까지도 가해자 일본과 피해자 한국이라는 심상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아 시간이 갈수록 상호불신과 반감만이 쌓여 갔다”면서 “향후 50년을 바라볼 때 두 나라가 진정으로 호혜와 상호신뢰의 관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 간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회는 ‘신시대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한 제언’, ‘동아시아 파워 밸런스의 변화와 한·일관계’, ‘한·일교류사의 관점에서 본 갈등과 화해’, ‘한·일 50주년과 언론의 역할과 책임’ 등 10개의 주제별로 나눠서 토론이 진행된다. 특히 일본 내부의 좌우파 지식인 등 넓은 이념적 층위를 포괄해, 일본사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 및 정서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내용들도 가감 없이 담기게 된다. 우파학자로 분류되는 기무라 칸 고베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한·일 수뇌회담은 불가능한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두 나라 정상회담을 촉구한다. 하지만 발제 내용 중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중국은 라이벌이 아니라 협력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은 장애물이기조차 하다”고 주장한 대목은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로 지목해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그는 “한국 정부의 목적이 영토 문제나 역사 인식 문제에서 일본의 자세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한국의 외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일본 정부에 대한 강경 자세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일본의 국제적 고립도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경제·여성 등 상황 진단 및 대안 탐색 오하타 히로시 메이지대 심리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당시 일본 내부의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소개한다. 오하타 교수는 일본사회당,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일본공산당 등이 펼쳤던 반대운동 논리의 한계를 짚으며 일본 내 진보세력의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그는 “반대운동은 일본 정부의 군사적 성격을 폭로하고 일본 독점의 신식민지주의적 침략문제 등을 지적하며 펼쳐진 반전(反戰), 혁신운동, 국제연대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졌지만 이들의 반대운동 세력에는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우선하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 입장이 없다”면서 운동이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김문자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임진왜란 이후의 국교 회복과 에도막부’ 발제문에서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교를 재개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면서 두 나라가 각자의 정세 속에서 수교를 맺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소개한다. 이 밖에 이번 학술대회에선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 및 권리 등 처우 개선 문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한반도 통일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슈&논쟁]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이슈&논쟁]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놓고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8억 5060만t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14.7% 감축해 7억 2600만t으로 줄이는 1안, 19.2%(6억 8800만t), 25.7%(6억 3200만t), 31.3%(5억 8500만t)를 각각 감축하는 2~4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쯤 최종안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이 안을 2005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배출량이 최대 30% 증가하고 2020년 목표보다도 8% 높아 온실가스 감축안이 아니라 기존보다 후퇴한 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마저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안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들어봤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감축량보다 방법에 초점 맞춰야” 정부는 2020년 이후 수립될 신기후체제에서 한국이 채택할 기여방안(INDC)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각각 14.7%, 19.2%, 25.7%, 31.1%씩 줄이는 것이다. BAU 방식은 배출전망치로부터 일정 비율을 감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배출전망치가 중요하다. 이 경우 전제조건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배출전망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 BAU 방식에서는 이 전제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결정적이다. 배출전망치 산정을 위한 주요 전망 전제조건으로 국내총생산(GDP), 인구, 국제 유가, 산업구조가 있다. 정부는 각각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3년 전망치, 통계청의 2013년 전망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2년 전망치, 산업연구원의 2013년 전망치를 적용했다. 그 결과 GDP는 연평균 3.08%, 인구는 연평균 0.23%, 유가는 연평균 1.28% 증가하고 제조업은 2013년 32.9%에서 2030년 36.1%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가정됐다. 그런데 이러한 전제조건에 대한 가정들은 대체로 2013년 전망치로, 최근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배출전망치가 높게 예측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GDP다. KDI가 2015년 3.0%, 2016년 3.1%로 GDP 성장률을 조정했을 정도로 GDP 성장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과거 2013년 전망치를 고수했다. 산업구조 전망 또한 합리적이라 보기 어렵다. 현재도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상당히 높은 편인데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난다는 전망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후발 주자의 이익을 가진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나라를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내에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비중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철강업계의 마이너스 성장과 감산 등 최근 드러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부진을 고려하면 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확대 재생산에 실패할 경우 시장 경쟁에서 낙오해 도태될 수밖에 없으므로 기업의 미래 전망은 항상 성장세를 띤다. 정부에 제시하는 기업의 미래 전망은 객관적인 전망이라기보다 계획에 가깝다. 게다가 올해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실시돼 기업에는 배출권을 더 많이 할당받으려는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되도록 해당 업종이나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더 높게 제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경제 전망은 개별 기업이나 업계의 전망을 모두 합산하는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미래전망에 있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점은 현재 산업을 기준으로 삼아 새로운 산업의 등장과 확대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듯 BAU 방식은 전제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재산정 요구를 할 수 있으므로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 절대 감축 방식을 따르는 게 보다 분명하고 안정적이다. 이미 우리의 배출 총량은 2009년에 약속했던 2020년 목표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얼마를 배출할 것인지를 전망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소진할 게 아니라 어떻게 줄여 갈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009년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설정하고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재확인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2도 이내 억제’ 목표를 이루려면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배출 가능량이 1조t밖에 안 된다는 엄중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 “경제적 타격·저성장 고착화 우려”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 아래 정부가 유엔에 제출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 네 가지 안이 나왔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60만t을 기준으로 14.7%(1안), 19.2%(2안), 25.7%(3안), 31.3%(4안)를 줄이자는 것이다. 온실가스 목표치를 조정하려는 정부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이번에 나온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조차 과소 추정됐다는 게 산업계 의견이다. 당장 1안을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선 제조업 비중이 감소하는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향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조사가 많다. 우리는 GDP와 온실가스 배출이 아직까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무리하게 규제할 경우 경제적 타격은 물론 저성장 고착화도 불가피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엔저(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 쇼크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돼 있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내수경기 침체까지 우려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내놓은 ‘2030년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기여 방안’(INDC)은 국민 경제에 장기간에 걸쳐 부담을 미치는 수준임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또 14.7%(1안)의 감축률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최신 기술 적용의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우리 주력 산업은 이미 최신 감축 기술 적용과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어 추가 감축 여력이 크지 않다. 기존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하기 위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는 최소 1.6배에서 2.6배가 넘는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이는 고스란히 전기세 인상 등의 물가 인상과 직결돼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다른 감축 시나리오에 제시된 원전 비중 확대나 탄소포집저장기술(CCS) 활용도 기술과 비용 문제로 실제 감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탄소포집저장은 저장된 기체가 유출될 경우 인체에 해가 될 수 있고, 포집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포집 비용이 1t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현재 온실가스 포집 비용은 1t당 60~80달러 수준으로 활용 단계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과 관련해 기존에 제시한 2020년 목표(BAU 대비 30% 감축)는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원전 비중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의 기존 정책이 지연되고 있다. 추가 감축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2030년 목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배출 목표(최소 5억 8500만t)가 기존 2020년 목표(5억 4300만t)보다 늘어난다고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기존 공약 후퇴 방지 원칙은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역사적 책임이 많은 선진국에 적용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신뢰는 무리한 공약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번에 제시할 감축 목표도 지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 부담과 국가 경제를 고려한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 [골프 프리즘] 캐디가 꼽은 ‘가장 싫어하는 골퍼’는

    [골프 프리즘] 캐디가 꼽은 ‘가장 싫어하는 골퍼’는

    골프장 캐디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골프채를 날라주고 그린 위 퍼트 라인 위에 공을 놓아주는 경기 보조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라운드 ‘동반자’로 인식된다. 수입도 웬만한 직장인에 버금갈 만큼 적지 않다. 나름대로의 역사도 깊고 튼실하다. 국내 캐디 1호는 1963년 최갑윤(당시 21세)씨로 알려져 있다. 15세 때인 1957년 야간중학교를 다녔던 그는 낮에는 미군 골프장에서 공을 주워다 주고 1달러 안팎의 팁을 받았는데, 이게 인연이 돼 1960년 개장한 서울 컨트리클럽의 정식 직원이 됐다. 1960년대 들어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여성 캐디들이 생겨나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5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캐디가 가장 싫어하는 골퍼들은 어떤 부류일까. 골프장 토털서비스 기업인 골프존카운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16일 골프존카운티가 전국 캐디 5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79.8%가 매너 없는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비매너 고객의 유형은 경기 지연이 45.5%, 언어폭력 38.2%, 성희롱 6.0%, 과도한 내기 3.5%, 지나친 음주 3.2%, 비매너 플레이 0.2% 순으로 나타났다. 비매너 유형 가운데 으뜸인 경기 지연은 ‘슬로 플레이’ 때문이다. 이는 팀 간 7~8분을 틈을 두고 꽉 짜여진 해당 골프장의 경기 진행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캐디에게 돌아간다. 최근 왼쪽 가슴의 명찰을 모자로 옮겨다는 등 캐디들의 자구 노력(?)은 성희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설문 대상 캐디는 여성이 75%, 연령별로는 30대가 49.4%, 20대 35.1%, 40대 이상 10.3%였다. 가끔씩 수준급의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주는 캐디들도 있는데, 설문 대상이었던 이들의 평균 타수는 101타 이상이 40.7%나 됐다. 골프장에서의 연간 허용 라운드 수도 10차례 이상이 52.6%로 가장 많았다. ‘직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5%나 됐다. 업무 스트레스는 많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캐디가 근속 연수가 오래될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현재 급여 수준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51.2%, ‘업무 강도에 만족한다’고 생각한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불만족(32.3%)이 만족(23.6%)보다 높았다. 캐디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기 도우미(60.1%), 분위기 메이커(39.9%)의 순으로 생각했다. 캐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43.3%), 라운드 조언 능력(21.6%), 골프 규칙에 대한 이해도(12.5%), 경기 운영에 대한 빠른 판단력(11.6%), 체력(7.1%), 외모(3.4%), 암기력(0.2%) 순으로 집계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골프 프리즘] “경기 지연하는 골퍼가 골칫거리 1위”

    [골프 프리즘] “경기 지연하는 골퍼가 골칫거리 1위”

    골프장 캐디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골프채를 날라주고 그린 위 퍼트 라인 위에 공을 놓아주는 경기 보조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라운드 ‘동반자’로 인식된다. 수입도 웬만한 직장인에 버금갈 만큼 적지 않다. 나름대로의 역사도 깊고 튼실하다. 국내 캐디 1호는 1963년 최갑윤(당시 21세)씨로 알려져 있다. 15세 때인 1957년 야간중학교를 다녔던 그는 낮에는 미군 골프장에서 공을 주워다 주고 1달러 안팎의 팁을 받았는데, 이게 인연이 돼 1960년 개장한 서울 컨트리클럽의 정식 직원이 됐다. 1960년대 들어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여성 캐디들이 생겨나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50여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캐디가 가장 싫어하는 골퍼들은 어떤 부류일까. 골프장 토털서비스 기업인 골프존카운티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16일 골프존카운티가 전국 캐디 53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79.8%가 매너 없는 고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비매너 고객의 유형은 경기 지연이 45.5%, 언어폭력 38.2%, 성희롱 6.0%, 과도한 내기 3.5%, 지나친 음주 3.2%, 비매너 플레이 0.2% 순으로 나타났다. 비매너 유형 가운데 으뜸인 경기 지연은 ‘슬로 플레이’ 때문이다. 이는 팀 간 7~8분을 틈을 두고 꽉 짜여진 해당 골프장의 경기 진행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며 책임은 전적으로 캐디에게 돌아간다. 최근 왼쪽 가슴의 명찰을 모자로 옮겨다는 등 캐디들의 자구 노력(?)은 성희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설문 대상 캐디는 여성이 75%, 연령별로는 30대가 49.4%, 20대 35.1%, 40대 이상 10.3%였다. 가끔씩 수준급의 ‘원 포인트 레슨’을 해 주는 캐디들도 있는데, 설문 대상이었던 이들의 평균 타수는 101타 이상이 40.7%나 됐다. 골프장에서의 연간 허용 라운드 수도 10차례 이상이 52.6%로 가장 많았다. ‘직업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5%나 됐다. 업무 스트레스는 많지만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다. 남성보다는 여성 캐디가 근속 연수가 오래될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현재 급여 수준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51.2%, ‘업무 강도에 만족한다’고 생각한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불만족(32.3%)이 만족(23.6%)보다 높았다. 캐디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기 도우미(60.1%), 분위기 메이커(39.9%)의 순으로 생각했다. 캐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은 친절한 서비스 마인드(43.3%), 라운드 조언 능력(21.6%), 골프 규칙에 대한 이해도(12.5%), 경기 운영에 대한 빠른 판단력(11.6%), 체력(7.1%), 외모(3.4%), 암기력(0.2%) 순으로 집계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메르스 비상] “청정마을이 감염마을로 전락…봉쇄 풀려도 생계가 더 걱정”

    [메르스 비상] “청정마을이 감염마을로 전락…봉쇄 풀려도 생계가 더 걱정”

    “청정 장수마을이 메르스 감염 마을로 전락해 지역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6일로 13일째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는 전북 순창군 순창읍 장덕리 주민들은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 지옥 같기도 하지만 봉쇄가 풀려도 앞으로 살아갈 일이 더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장덕마을 51가구 주민 102명이 격리 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일 오후 11시 30분부터다. 지난달 경기 평택 성모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이 마을 강모(72) 할머니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지역사회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기 때문이다. 외부로 통하는 모든 도로는 경찰과 군청 직원이 4인 1조로 24시간 철통 감시를 하고 있어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한 채 집안에 갇혀 있다. 주민들은 하루 두 차례 순창군 보건의료원 직원들로부터 발열검사 등 집중 관리를 받고 있다. 생필품은 보건의료원 직원들이 주문받아 대신 구입해다 주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확진 환자였던 강모 할머니가 지난 12일 숨을 거둬 마을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다.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이웃사촌인데 장례식에 가 보지도 못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메르스 양성반응 주민이 발생하지 않았고 전국 각지에서 격려의 손길이 이어져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장덕마을 주민들이 격리 초기 생필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구호품이 전달돼 주민들의 식생활은 걱정이 없다. 한창 바쁜 영농기지만 주민들이 바깥 출입을 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전북도청, 경찰청, 순창군청, 사회봉사단체 등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일손을 돕고 있다. 우선 급한 오디와 블루베리 수확, 담배순 자르기, 모내기 등은 일손 돕기로 해결했다. 수확한 농산물도 일손 돕기에 참여했던 기관, 단체에서 모두 수매해 판로 걱정은 덜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이날 오후 당직자들과 함께 장덕마을에 내려와 오디 수확 일손 돕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순창군 전체가 메르스 오염 지역으로 인식돼 관광객이 줄고 농산물 판로가 막혀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순창읍은 메르스 파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읍내 시장통은 손님이 확 줄었다. 장수고을 청정 지역인 순창군의 이미지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어 지역 농산물 구매 취소도 속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한 주민은 “순창군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부터 주문 대부분이 취소됐다”며 “작업 현장에 가 보지도 못하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격리 조치가 풀리면 장덕마을 학생 13명이 학교에 나가야 하는데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까 걱정돼 주민 전체에 대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순창군의 농산물은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강의 불청객 ‘녹조 현상’ 기후변화·4대강 사업의 역습

    강의 불청객 ‘녹조 현상’ 기후변화·4대강 사업의 역습

    남부 지방의 강들이 이른바 ‘녹차라테’ 현상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나타나는 불청객 ‘녹조’는 올해의 경우 5월 말 시작된 때 이른 더위로 한층 빨리 등장했다. 특히 낙동강 유역은 4대강 보(洑·저수시설) 설치 이후 강물의 흐름이 이전보다 5.4배 느려져 녹조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녹조는 단순히 물 색깔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水)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부영양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는 녹조뿐 아니라 ‘적조’도 있다. 녹조의 독성물질 실체가 알려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적조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물빛이 붉게 변하는 적조 현상은 혈액을 연상케 하는 색깔 때문에 역사서에도 자주 등장했다.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7장 20절 ‘강물이 모두 붉게 변해 고기가 죽고 물에서 썩는 냄새가 나서 이집트인들이 나일강 물을 마실 수 없었다’는 대목을 과학자들은 적조 현상을 묘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조의 발생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차적으로 질산염이나 인산염 같은 무기영양염류가 물속에 과다 유입될 때 녹조가 발생한다. 미국 생태학자 데이비스 신들러 박사는 1974년 ‘사이언스’에 인(燐·원소기호 P)이 다른 영양소들보다 녹조 발생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 수온이 높을수록 광합성이 활발해져 녹조류나 규조류,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녹조를 유발시킨다. 물의 흐름도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유입된 영양염류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될 뿐 아니라 수면 온도도 빠르게 올라가 조류의 증식을 가속화시킨다. 녹조가 발생한 지역의 물에서는 독특한 냄새와 맛이 나는데, ‘지오스민’이나 ‘2-메틸이소보르네올’ 같은 물질 때문이다. 이 물질들은 낮은 농도에서도 냄새가 강하게 나고, 정수 과정에서도 잔류해 수돗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수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2012년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 지역에 녹조가 발생해 지오스민의 농도가 590ppt(1ppt=1조분의1)까지 상승한 적이 있다.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에서 내뿜는 독성물질은 인체에 과다하게 유입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대표적인 독성물질은 ‘마이크로시스틴’과 ‘삭시토신’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肝) 독성물질로 발진이나 구토, 설사, 두통, 고열, 간 종양을 발생시키고 삭시토신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으로 인체에 유입되면 감각을 둔화시키고 언어능력을 잃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녹조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황토(黃土) 살포다. 황토 입자 내에 존재하는 틈인 공극(孔隙)에 녹조를 유발시키는 영양물질과 미세조류 등을 흡착시켜 제거하는 원리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토 입자가 작고, 물속에 녹조 유발 조류의 밀도가 높을수록 제거 효율도 높아진다. 환경부에서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친환경 황토를 개발, 4대강 주요 녹조 발생 지역에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중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 처리 기술이다. 녹조의 원인 생물을 먹어 치우는 녹조 포식성 생물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려 녹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녹조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우수한 녹조 제거 및 예방 기술로 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천적생물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녹조 포식 생물이 늘어났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적용 이전에 장기간 주변 생태조사를 수행해야 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전기분해로 물 분자(H2O)를 초미립자(플라스마) 상태로 분해해 녹조를 없애는 방법도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H)와 ‘하이드록시기’(OH)로 분해되는데, 이때 발생한 하이드록시기는 조류의 세포막에 있는 수소와 반응해 녹조류나 남조류를 제거한다. 플라스마 융합 수중방전 설비를 이용하면 조류뿐만 아니라 난분해성 오염물질까지도 전기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렇지만 설비 비용은 물론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적 응집제를 이용해 녹조를 없애는 방법도 있다. 알루미늄 계열의 응집제를 뿌리면 물속 인산염과 결합해 인산알루미늄을 만들어 녹조물질을 바닥에 가라앉힐 뿐만 아니라 인 농도를 낮춰 녹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 문제와 내성 발생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진행돼야 한다. 이 밖에 1974년 일본 수산청에서 개발한 ‘초음파를 이용한 조류 제거’ 기술도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 초음파 기술은 강력한 초음파를 쏴 조류의 세포를 파괴함으로써 녹조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물속에서는 음파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녹조가 넓은 지역에 대규모로 발생했을 경우엔 활용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최재우 박사는 “녹조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양한 요인이 결합돼 발생하는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며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그때그때 맞춰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메르스 비상-이것만은 지키자] 정부·병원, 과도하게 두려워하라… 환자·시민, 무턱대고 겁내지 마라

    [메르스 비상-이것만은 지키자] 정부·병원, 과도하게 두려워하라… 환자·시민, 무턱대고 겁내지 마라

    서서히 잦아드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부풀렸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맹렬한 기세로 되살아났다. 감염자 부실 관리로 삼성서울병원이 부분 폐쇄에 들어갔고 4차 감염자가 잇따르면서 병원 밖 지역사회 확산의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16일로 메르스 국내 발병이 28일째가 된다. 엄중한 바이러스의 위협 앞에 대한민국은 이제 뒷걸음질 칠 여유가 없다. 신종플루에 이은 6년 만의 역병에 우리 모두가 맞서 이겨 내야 한다. 서울신문은 메르스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당국, 병원, 의심환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이 꼭 지켜야 할 ‘절대적 수칙’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1. 정부에 부탁합니다 최후의 접촉자까지 추적을… 공공병원 격리병실 확보를 초기 대응 실패로 메르스 사태가 악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보건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범정부메르스대책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인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당국이 적극적으로 3차 진원지가 되는 병원을 차단하고 국민이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안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확산은 차단하되 국민의 진료권은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특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기존 의료보험 체계에 적용되지 않는 치료 및 장비 등 수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역학조사와 의심환자 등의 추적 관찰을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은 이 두 가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역학조사에 실패한 상황에서는 감염 경로 파악에 의존하지 않는 의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는 “역학관계를 떠나 발열과 급성 호흡기 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병상의 확보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됐다. 설치 비용이 크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격리 병상을 늘리라고 민간 영리병원에 강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공공 영역에서 확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 정책위원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치료 기술도 좋은데 막상 치료병상 자체가 부족하다”면서 “공공병원의 격리병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병원들은 신경 써 주세요 마스크·고글·방역복은 기본… 환자 노출 땐 철저하게 격리 ‘메르스 의심환자 진료 및 격리 조치를 회피하지 말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하라.’ 전문가들은 메르스 전담 치료 병원뿐 아니라 모든 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선제적으로 충분히 진료하고 격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의심환자를 거부할 경우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숨기게 되고 이로 인해 격리 조치가 늦어져 제2의 삼성서울병원 사태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15일 “병원 내 메르스 전파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의심환자들을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전파자’인 1번, 14번, 16번째 환자 모두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는 통에 적극적 격리 조치가 늦어지면서 메르스 확산을 야기했다. 각 병원의 메르스 감염 환자 진료 원칙 준수도 지적됐다. 의료진은 반드시 마스크와 고글, 방역복을 착용해야 하며 감염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있는 병원 의료진과 직원에 대한 광범위한 격리는 필수다. 삼성서울병원의 구급차 이송요원인 137번째 환자의 경우 메르스 의심 증상이 발현됐지만 격리 조치가 지연되면서 216명이 직·간접적으로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2m, 한 시간 동일공간 체류’라는 기존의 밀접 접촉자 기준이 깨진 만큼 지금부터는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었다면 일단 격리조치 대상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며 “당국에서 일일이 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없는 만큼 의심환자의 동선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의심환자와 일반환자가 섞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3. 환자들은 명심하세요 혼자 병원 쇼핑은 절대금지… 이동 경로 철저하게 보고를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면밀히 체크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5일 “발열·기침·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메르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병원을 찾아 무턱대고 돌아다닐 경우 바이러스를 마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에 관할 보건소에 전화해 의료진이 진찰하러 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환자 수칙 준수에는 메르스 감염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도 예외가 될 수 없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학과 교수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있었던 모든 의료기관의 의사들이야말로 자신이 메르스 감염 우려자임을 알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의심돼 진찰을 받을 때는 자신의 이동 경로와 접촉자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야 한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메르스의 경우 접촉이 많아질수록 감염자도 많아지는 만큼 자신의 동선을 기억해 빠짐없이 알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을 계기로 전염병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째 환자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9일간 근무한 건 감기 등 전염병에 대해서 ‘아파서 쉰다’고 하면 ‘꾀병’으로 생각하는 근로 문화가 투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4. 시민 여러분 걱정 마세요 자주 손 씻고 마스크 착용… 무작정 대형병원행 자제 전문가들은 시민들에게 평정심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지나친 공포심이 조성됐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김태형 조선대 의대 교수는 “국민들이 이제는 메르스 패닉에서 벗어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가 조심해야 하는 전염병인 것은 맞지만 치료가 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개인 위생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아직 지역사회 감염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일반 시민들이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기본 생활수칙만 잘 지킨다면 큰 문제 없이 메르스가 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심 증상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의료 기관을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감염을 우려하는 일반 환자를 위해 호흡기 질환자를 격리해 치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이날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나친 공포가 도리어 메르스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감염 가능성이 없는 시민들까지 병원으로 몰릴 경우 꼭 진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의료진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한 달 동안 확진 판정을 받거나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관리하면서 의료진 모두가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단순 증상만으로 무작정 대형병원을 찾을 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차분하게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메르스를 물리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남산·명동서 다국어로 안내 받으세요

    남산·명동서 다국어로 안내 받으세요

    서울 중구의 역사문화자원 콘텐츠가 다국어 음성으로 국내외 관광객에게 서비스된다. 구는 ‘비컨(Beacon)을 활용한 다국어 스마트관광 데이터베이스(DB)구축’사업이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주관한 국가지식 DB구축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고 15일 밝혔다.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을 다국어 스토리텔링 서비스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선정, 국비 12억원을 지원받는다. 구는 남산, 명동 일대 관광특구 등 문화관광자원을 연말까지 다국어로 데이터화한다. 관광, 숙박 등 40여종의 정보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 등 다국어 음성으로 제공된다. 비컨은 일정 반경 내에서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사물의 정보를 전송하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다. 관광객이 관광지를 방문할 때 모바일 앱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구는 외국인 관광객이 언어 소통이나 안내표지판 인식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구는 다국어 스마트관광 DB구축사업이 완료되면 관광객 만족도는 커지고 관광안내책자, 홍보물 제작비용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이번 사업 선정으로 숨은 관광자원을 개발해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문화 In&Out] ‘외국인 관장론’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끝없는 논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을 둘러싼 인사 난맥상이 결국 미술관을 산으로 몰고가는 형국이다. 인사혁신처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자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백지화한 가운데 문체부 수장인 김종덕 장관이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관장 영입 의사를 밝혀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술계는 ‘국립’이라는 단어의 무게와 의미, 문화의 중요성을 망각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격분하고 있다. 미술비평가 정준모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한 국가의 정체성과 민족 동질감, 자긍심을 만들어가는 기관인 동시에 동시대의 미술역사를 집대성해 문화유산으로 후대에 물려주는 예술적 전진기지”라며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지도층의 저급한 인식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가 식민통치 시절 문화말살정책을 편 것도 권력은 단기간 유효하지만 문화는 영속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었다”면서 “이런 중요한 문제는 전문가 집단의 토론회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해야 마땅하다. 외국인에게 우리의 근현대, 오늘과 미래의 문화를 맡기자는 말을 어떻게 한 나라의 문체부 장관이 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관장공모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도 “공모 공고 전에 그 가능성을 문체부에서 심층 조사했고, 당시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안인 것을 알고 있다”며 “공모 백지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에 불과하다고 판단되며, 만일 실제로 그렇게 시도하려 한다면 이는 또다시 장기간 미술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개월 뒤 만일 어떤 서구 인사가 관장으로 영입된다면 우리 미술문화의 서구 편입과 미술계의 서구 변방화 및 종속화를 정부 차원에서 앞장서 추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술진흥을 위해서 국제 아트페어 참가를 행정부처가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극소수 관계자에게 특혜를 주는 효과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영입설을 장관이 공론화한 것을 두고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문체부 산하기관에서 2006년부터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경쟁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됐다. 책임운영기관은 일반행정기관보다 폭넓은 조직·인사·예산상의 자율성을 보장받도록 되어 있지만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배순훈 관장 시절인 2009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수법인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법인화될 경우 관장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문체부가 행사하지만 미술관 예산은 국가에서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미술계가 반대하고 야당의원들도 이에 동조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인사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직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사권을 문체부에서 가져가고, 소장품 구입도 운영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기는 식으로 관장의 직무 권한을 축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본적 역량을 갖춘 인사를 뽑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해주고 간섭을 하지 않는 게 문체부의 올바른 자세인데 과도하게 개입하려드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서울대 지망생의 책장-읽어라, 청춘]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극심한 취업난과 기업의 이공계 선호로 문과보다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학이나 과학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학생들조차 취업이 더 잘된다는 이유만으로 이과를 선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전형적인 스펙보다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더 중시한다니 사회 전체가 인문학 인재 열풍에 들썩이고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인문학도와 공학도를 융합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국문과에 지원하려 해도 수학과 과학을 잘해야 하고 컴퓨터학과에 가서도 인문 고전을 읽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인문학 관련 책과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고전을 요약, 발췌했거나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원론적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다. 조금이라도 지적으로 보이고 싶으면 이런 책이라도 읽어 무식함을 티 내지 않아야 한다. 기업 대표들조차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이수했음을 자랑으로 여긴다. 정부에서도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반겨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성급한 성과주의의 연장에서 멀리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회 흐름이 대세인 가운데 경제적 가치에 기반을 둔 기술적 응용만 생각하면 순수과학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철학자 장하석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서 물리학과 철학 공부, 스탠퍼드에서 철학 박사 학위 취득, 28세의 나이로 영국 런던대 교수 임용, 케임브리지 과학철학부 석좌교수 등의 화려한 이력이 주는 후광 효과만으로도 그의 말은 다 설득적일 텐데 과학을 인간적이라 말하며 어려운 과학 공부는 가라고 하니 들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시작은 교육방송(E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부터였다. 방송을 보며 고교 시절이 떠올랐다. 화학 시험을 볼 때 주기율표를 외워 시험지를 받자마자 시험지 여백에 그려 놓고 문제를 풀었다. 그것만 외우고 있으면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학에 관한 탐구는 전혀 없는 암기력 테스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방영된 12강 모두가 책으로 출판됐다. 다시보기로 강의를 보며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이 훨씬 충실하지만 실험 부분은 방송을 직접 보는 것이 이해가 더 잘 됐다. 이 책은 과학 지식과 과학 탐구가 갖는 문화적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서문과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1~6장)에서는 철학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과학이 어떻게 지식을 얻어 내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일반적으로 과학 지식이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철학계의 거장들이 주장했던 여러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 지식의 기반이 되는 관측을 믿을 수 있는가, 이 관측을 가지고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 지식은 축적되는가, 혁명적으로 개편되는가, 과학적 진리란 무엇이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 것인가 등을 다룬다. 현대 과학은 개념의 수량화에 의존하므로 측정이 중요하다. 측정을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한데 최초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온도, 길이, 질량, 시간 등 기본 물리량 외에도 측정의 기준을 잡는 일은 난해한 작업이다. 그래도 측정 기준은 필요하므로 단순하고 간편한 체계를 기반으로 탐구를 시작하고 탐구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기준 자체를 수정하고 개선해 나간다. 장하석은 처음에 믿고 시작한 전제들을 유지·반복하지 않고 매 단계별로 재검토하고 지식을 쌓고 개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을 ‘인식적 반복’이라 정의했다. 과학은 이런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 2부(7~10장)에서는 과학사의 일화를 자세히 소개해 과학 연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과학 연구의 구체적 모습을 이론적·실험적·역사적·철학적 관점에서 소개함으로써 과학의 실천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격려한다. 산소는 어떻게 발견했으며 왜 산소라 부르는가, 물은 늘 섭씨 100도에서 끓는가, 일상에서 많이 쓰고 있는 건전지는 어떻게 발명했으며 거기에서 전기는 어떻게 생기는가를 설명한다. 비교적 이해가 쉽고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수준에서 과학사의 일화들을 고르다 보니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사건들로 모아졌다. 라부아지에에서 월라스턴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과학자들의 배경은 다양했다. 귀족 출신에서 노동자의 아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평생 학교 근처에도 못 간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저 순수한 호기심으로 과학적 탐구에 몰두했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과학 발전에 기여해서 유명해지겠다는 야심이나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망은 없이 그들이 법학자였든 사업가였든 독자적 연구에 몰두했다. 우리가 그동안 받았던 과학 교육은 ‘누가, 무엇을’에 집중됐을 뿐 ‘어떻게, 왜’는 없었다. 저자는 교과서가 가르치는 정답에만 골몰하지 말고 과학자들이 탐구했던 길을 따라가며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름의 생각도 커질 것을 기대한다. 이런 기대는 자신이 그러한 길을 갔던 경험을 통해 과학에서 철학적 깨달음을 얻고 실천하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충분히 느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3부(11장과 12장)에서는 과학철학이 과학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게 하고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전체 강의를 종합하는 성격을 띤다. 과학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이야기, 과학에서 다원주의가 필요한지, 유용한지에 대한 논의를 펼치며 자신의 철학 핵심을 설명한다. 저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는 특별한 길이 없지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은 ‘정상 과학의 퍼즐 풀기를 열심히 하다 위기에 처하면 필요에 의해 생긴다’는 쿤의 주장을 빌려 설명한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에 직접 부딪칠 기회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창의력이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원주의를 실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는 과학에서의 다원주의를 과학의 한 분야에서 가능한 여러 실천 체계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고 정의한다. 다원주의 과학의 지식 체계는 가능하면 한 분야 내에서도 여러 가지를 발달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과학의 여러 목적(그 목적이 무엇이 됐든)을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몇 가지 체계를 동시에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관용과 상호작용의 이점을 추구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자연의 가르침을 최대로 받을 수 있다. 다원주의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는 철학은 다원주의를 이루는 데 유용하다고 결론을 맺는다. 사상·문화 등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 영역으로 삼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첨단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과학의 실천적 차원을 인식하고 즐기도록 하려는 시도 또한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영역이 사물 간 통신(IoT)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개인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과학의 탐구 정신은 쓸모가 많다. 세상살이가 문과 이과로 나누어지지 않듯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인문학과 과학의 구분은 쓸데없다. 하지만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오늘날 인문학의 영역 확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소용이 닿는다. 최영주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살릴水도 죽이氣도

    살릴水도 죽이氣도

    물/베로니카 스트랭 지음/하윤숙 옮김/반니/292쪽/1만 5000원 공기/피터 애디 지음/임지원 옮김/반니/328쪽/1만 5000원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시인, 의학자였던 엠페도클레스는 이 세상이 공기, 물, 불, 흙의 4대 원소로 이뤄졌으며 이 물질들의 사랑과 다툼 속에서 세상 만물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이지만 수시로 인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요인으로 둔갑할 수 있음을 꿰뚫어 본 셈이다. 꺾일 줄 모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전국을 타들어가게 하는 극심한 가뭄은 공기와 물의 위협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신간 ‘공기-신비롭고 위험한’과 ‘물-생명의 근원, 권력의 상징’은 공기와 물의 실체를 과학이론은 물론 지리, 역사, 문화, 예술 등 다각적인 방식으로 탐구한다. 책은 특히 공기와 물을 장악하려 했던 인간의 욕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두 가지 기본적인 자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지구적 고민을 촉구한다. 공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실체가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존재하고 유지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기의 수수께끼 같은 특성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고, 공기를 이해하고 탐구하고 응용하고 장악하려 했던 수많은 시도들을 낳았다. 질소 78%, 산소 21%, 아르곤 0.96%와 기타 기체나 원소 0.04%로 이루어진 공기는 휘발성, 유동성, 압축성, 전도성 등 놀라운 특성을 갖는다. 영국지리학자협회와 왕립지리학회의 사회·문화 지리학연구 의장을 맡고 있는 피터 애디 런던대 교수는 그것이 훌륭한 메타포가 되어 인류의 과학과 사회,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공기를 인류문명의 동반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저자는 “공기는 단순히 놀라운 물질이나 흥미로운 자연현상, 혹은 기술적 성취로 보지 않고 항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지탱하게 해 주는 존재”로 바라본다. 책은 고대부터 20세기까지 다양한 시대, 장소, 배경을 무대로 공기의 발견, 연구, 이용, 표현에 관해 탐구해 온 개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어간다. 공기는 자연철학, 의학, 철학, 화학, 물리 연구에 불을 지피고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의 촉발제가 된다. 19세기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공기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공기를 통해 질병이나 전염병이 퍼져나가는 현상을 설명해 주는 ‘독기이론’이 등장하고 사람들은 건강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공기의 순기능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면서 신선한 공기에 대한 열망도 높아졌다.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공기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 물질을 운반하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공기의 성질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무기를 낳았다. 방사능의 발견과 핵무기의 발명이다. 방사능 낙진에 의한 오염은 복잡하고 불확실하고 비선형적이며 우리가 숨쉬는 대기를 무기로 탈바꿈시킨다.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와 호흡기 전염병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더램대학의 베로니카 스트랭 교수가 쓴 ‘물’은 물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탐구한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다양한 문화적 잣대로 물을 숭배했다. 물을 다스리는 치수는 정치권력에 필수적이었다. 물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물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사용하게 됐지만 인구팽창은 사회와 정치조직에 영향을 미쳤고 권력관계에도 불균형을 가져왔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물의 흐름을 바꿨고 이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한쪽에서는 엄청난 물을 가둬놓고 있지만 10억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안정적인 식수공급을 받지 못하고 수질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제 인류는 어떤 물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다. 자연 속에서 흐르던 물은 사라졌고 댐에 갇혀 썩어가는 물에 인류는 역공을 받고 있다. 모든 물이 모이는 바다조차도 기후변화와 오염의 압박을 받고 있다. 물은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유기체 사이를 흐르며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러나 인간 사회와 생태계를 거치면서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물의 흐름은 무질서해졌다. 이는 곳곳에서 나타나는 엄청난 쓰나미, 지진,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사회는 물이 정말 무엇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중요한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면서 “실용주의적인 환원주의를 버리고 물을 시간과 기억과 운동과 흐름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제안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메르스 너머의 사회적 면역결핍증후군/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메르스 너머의 사회적 면역결핍증후군/진경호 편집국 부국장

    스페인독감이 20세기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자리한 데는 정부의 정보 통제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휩싸인 영국과 미국 등 서방국들은 전황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스페인독감 관련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염병이 엉뚱하게도 스페인독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이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비(非)참전국이던 스페인의 언론이 이를 처음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의 정보 통제 속에서 여느 독감과 다를 바 없는 줄 알고 활보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졌고, 결국 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이듬해까지 미 대륙과 유럽 전역에 걸쳐 5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대재앙이 되고 말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군 세력은 1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을지는 몰라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선 결국 대패를 면치 못했다. 정보의 독점과 통제가 키운 참극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엄습한 2015년 한국의 초상은 적어도 정부의 대응 차원에서 볼 때 100년 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당시의 열악한 보건환경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한 지금의 첨단 소통 구조를 생각한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메르스를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지금 우리 정부가 100년 전 미 정부보다 낫다고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방역 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초동대응 실패,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혼선 등 정부의 무능을 증명하는 정책적 오류는 더이상 열거할 지면이 없을 정도가 됐다. 한데 이 가운데서도 무엇보다 치명적인 오류는 정부의 초기 정보 통제였다. ‘메르스 병원’, 즉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거나 거쳐간 병원을 정부는 무려 18일간 숨겼다. 지난달 중순 첫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평택성모병원과 서울삼성병원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통제했다면, 그래서 온 나라가 보다 조직적으로 메르스에 대응했다면 지금 나라를 뒤덮은 열병은 피해 갈 수 있었을 공산이 크다. 정부부터가 국민을 믿지 못했다. ‘메르스 병원’을 공개하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단했다. 해당 병원이 입을 피해를 먼저 생각했다. 그런 정부를 국민도 믿지 않았다.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메르스 병원’ 명단을 퍼 나르기 바빴고, 그 과정에서 진위를 따지는 일은 나중 일이 됐다. 메르스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에 맞춰 개개인과 지역사회, 각 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와 같은 과학적 판단은 그 어디에도 설 땅이 없었다. 정부에선 학교 휴업을 밀어붙인 교육부와 그럴 필요 없다는 복지부가 충돌했고, 서울시와 성남시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며 독자 행동에 나섰다. 한쪽에선 단체여행을 취소하는 행렬이 줄을 잇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메르스에 감염됐을지 모를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중동 방문자를 겨냥한 정부의 ‘낙타 주의보’를 왜곡해 조롱하고 메르스 환자가 타고 다녔다는 버스 노선도를 퍼뜨리며 불신과 불안을 부추기는 괴담도 때를 놓칠세라 퍼뜨리기 바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 너머로 사회적 면역 결핍이라는 보다 심각한 징후가 어른댄다.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에 대해 인간 개개인이 항체를 지니지 못해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면, 메르스 확산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우리 사회의 혼란상은 소통 부재와 고도로 구조화된 불신 풍조에서 비롯됐다. 메르스가 지금 시장경제 전반에 찬물을 끼얹고 한·미 정상회담 연기와 같은 외교적 손실까지 낳으며 나라 전체에 주름을 안기고 있다지만 기실 메르스는 죄가 없다. 사회 면역력을 상실한 우리의 책임만 있을 뿐이다. 메르스가 던져 준 과제는 명확하다. 방역체계 정비와 같은 즉자적 대응을 뛰어넘어야 한다. 방역 실패의 책임을 묻고, 방역기구를 개편하는 식의 대응은 메르스 환자에게 감기약 하나 처방해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제2, 제3의 메르스가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만능정부’의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들보다 훨씬 똑똑한 시민 대중과의 협치(協治) 체제를 적극 구축해야 한다. 대중과의 철저한 정보 공유와 소통이 그 첫걸음이다. jade@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온 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이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이슈가 몇 가지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 공무원 연금법 개정, 여기에다 바로 몇 살부터 노인인가 하는 문제다. 법적으로 각종 복지지원을 받는 경로우대의 기준은 현재 만 65세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과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65세는 더이상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현재 노인의 70%가 매달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고, 전철과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며 고궁 박물관, 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이용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 눈치 살피느라 누구 하나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대한노인회가 지난달 말 노인 기준나이 조정을 공론화하자며 먼저 물꼬를 터주었다. 2011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는데 반대했던 대한노인회의 입장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단을 내린 이심(76)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만났다.→메르스 사태로 노인 기준 나이 상향 조정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한노인회도 화두만 던져 놓고 뒷선으로 물러난 건 아닌지요. -노인들 눈치 보느라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길을 터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 우리는 길만 터주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당사자인 노인이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인 기준 나이 조정 문제를 포함해 노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며 국회의장이 초청을 했다. 15일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등과 만나 대한노인회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18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소속돼 있는 포럼이 주최하는 조찬세미나에 참석한다. 언제든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입장을 알릴 것이다. →지난달(7일) 열린 이사회에서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회원들이나 이사 등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없었다. 이사회에 안건을 제출하기 전 상당 기간 지방을 돌면서 회원들 의견을 수렴했고, 바뀐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 앞서 2011년 일부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올리자고 주장해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65~70세 노인이 170만명이다. ‘당장 노인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인다고 하면 세상이 뒤집히니 20~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 기고문을 썼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현재 노인 인구는 650만명이다. 이대로 가면 3년 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곧 노인 1000만명 시대가 온다.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 노인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처음 넘어섰다. 현재는 노인을 부양대상으로만 보고 예산을 지원하는데 그 돈을 다 어디서 충당하겠나. 100세 시대에 맞는 복지정책의 틀을 짤 때다. 2013년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도 노인 전체가 아니라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고 소득별로 액수를 차등화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대한노인회다.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방안 등을 제시하셨는데. -논의된 여러 방안들 가운데 몇 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복지를 빼앗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득권은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는 공론화 길을 터줬으니 정책 당국이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노인들은 교육을 통해 의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 →대한노인회와 정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결정은 지난 달 7일 이사회에서 내렸고, 8일 어버이날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인사차 찾아왔길래 이사회 결정을 알려줬다. →노인의 나이 기준이 올라가면 일을 더 오래 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 심하게 말하면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는 다르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거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도와주는 일들을 주로 한다. 최소한의 경비만 받고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추가 교육을 받고,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왔다가 집이 비어 있고 경비실이 따로 없으면 돌아갔다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동네 경로당에 택배를 맡겨 놓고 노인들이 배달해주면 서로에게 이득이다. 그런대 이런 동네 택배일을 젊은이들이 하겠나. 또 매년 노인 3만명이 제주도 감귤 따는 일을 한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하게 되면 노인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노인회에서 취업만 알선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 한다. →노인들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좋은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결국 청년층과 충돌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노인의 70%에게 매달 최고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준다. 노인들에게 2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20만원을 받으면 노인들 행복지수가 높아질 줄 알았는데 자체 조사 결과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놀랐다. 혼자 괜찮아졌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내 아들이 취직을 못하고, 손자가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노인 일자리가 생기면 사고(四苦)가 해결된다고 한다. 생활고, 병고, 자존고, 고독 등 네 가지다. 이 네 가지 고통만 해결해도 엄청난 행복을 주는 거다.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의 일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분담하는 거다.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세대 간 벽을 더 낮출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렇지 않아도 강서구에서 젊은이들과 토크쇼를 하자고 제안해 검토 중이다. 노인회 차원에서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을 써주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젊은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서 노인들 의식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 대한노인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노인들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충북 충주에 교육원을 지을 예정이다. 약 2만 5000평의 국유지에 1000억원을 들여 짓는다. 정부에 기부채납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2017년부터 매년 3만명씩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노인 인문학 교육을 할 생각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노인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줄 것이다. 둘째 일하는, 책임지는 노인이 되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경로당 책임자들이 먼저 교육을 받고, 이들이 돌아가 회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노인회의 근간이 전국에 있는 6만 4000개의 경로당이다. 경로당하면 노인들이 모여 소일하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어떤가. -노인사회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힘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경로당이었다면 지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주러 가는 곳이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 동네 청소도 하고, 아이들도 돌봐주고, 책도 읽어준다. 함께 고구마도 심고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많다. 경험을 나누면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지하철 무임승차는 복지정책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잘 된 정책이라고 본다. 지하철은 한마디로 효자다.무료가 아니라고 생각해봐라. 노인이 꼼짝 안 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고 가정해봐라. 가정이 무너진다. 고부 간 갈등은 물론, 조손 갈등도 커진다.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공사 적자가 누적된다고들 하는데, 지하철공사에서 노인들을 위해 전용칸을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차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니는 지하철을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노인들은 러시아워를 피해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공사나 지자체 적자가 누적되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자구 노력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답이다. →지난해 4년 임기의 대한노인회 회장에 재선됐는데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물꼬도 텄고, 교육원을 짓고 있다. 노인복지청을 만드는 것이다. 노인복지청은 노인 복지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 10여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노인 관련 예산을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것이다. 132만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행안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 180명, 지방자치단체장 230명도 서명했다. 한 가지 더한다면 노노() 케어사업 확대다. 연금을 받지 않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이 연금을 받는 노인을 돌보는 것이다. 지난해 10개 지회에서 시범 실시했는데 자살은 25.9%, 실종은 30%가 각각 줄었다. 성과가 좋아 올해는 작년보다 예산이 29억원 늘어나 133억원이 책정됐다. 10만원 지원받아 10시간 봉사를 한다. 앞집에 허리가 아파 연탄을 갈지 못해 추위에 떨고 밥도 못해 먹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걸 알고 연탄불을 갈아주는 봉사를 해 추위와 식사를 해결했다. 연탄불 하나로 할아버지·할머니가 행복해진 경우다. 어떤 분은 10만원 받고 자기 돈 50만원을 썼지만 행복하다는 수기를 남기기도 했다. →일부에서 노인이라는 호칭을 시니어 시티즌 등 다른 것으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는 노인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것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노인이라는 용어가 어때서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 불쌍한 사람으로 각인돼 있어서 그렇다. 노인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게 바로 대한노인회가 할 일이다. 어떤 용어로 바꿔도 노인은 노인이다. 불쌍해 보여도, 훌륭해 보여도 노인은 노인이다. 인식의 문제다. 노인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이심 회장은 ▲1939년 경북 상주 출생 ▲건국대 법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에스콰이어 상무이사 ▲주택문화사 대표이사, 월간 전원속의 내집 발행인 ▲한국잡지협회 회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제15~16대 대한노인회 회장(2014.2~ ) >> 대한노인회는 대한노인회는 1969년 경로당 회원을 주축으로 창립됐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그리고 244개 시·군·구 지회를 비롯해 6만 4000여개의 경로당, 6개 해외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이 300여만명에 이른다.
  • “백악관서도 인종 차별… 매일 짊어지는 짐”

    “백악관서도 인종 차별… 매일 짊어지는 짐”

    소총을 메고 부푼 곱슬머리가 특징인 아프로 스타일을 한 여전사로 자신을 묘사한 잡지 표지를 보며 울컥했다. 최근엔 남편의 트위터에 올라온, 그의 목에 올가미를 건 그림을 보고 밤잠을 설쳤다. 구글에서 ‘깜둥이의 집’으로 검색하면 백악관이 뜨기도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구구절절 털어놓은 개인적인 인종차별의 경험과 고통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영부인이 됐다고 해서 인종차별의 칼끝이 무디게 느껴지는 건 아닌가 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퍼거슨, 볼티모어 폭력사태 등으로 흑백갈등이 고조된 요즘 미셸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강력한 인종차별 극복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무대는 고등학교 및 대학교 졸업식장이다. 이전에도 미셸은 인종차별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본격 사회 진출을 앞둔 젊은 흑인 세대에게 인종차별은 백악관의 안주인도 피하지 못할 만큼 뿌리 깊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역사를 새로 쓴다는 마음”으로 이를 극복하라는 격려라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전날 자신의 고향인 시카고 사우스사이드의 킹칼리지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한 연설은 그 어느 때보다 울림이 컸다는 평가다. 이곳은 시카고의 빈민지역 중 하나로 오바마 부부의 자택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셸은 연설에서 “이곳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자신이 어린 시절 느꼈던, 그리고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에도 종종 맞닥뜨리는 인종차별에 대한 감정 등을 솔직히 털어놨다. 자신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풍자의 대상이 될 때마다 머리로는 인정하면서도 “사람들의 눈에 (자신들이) 그렇게 비치는 것에 충격받고, 아이들의 반응이 걱정돼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후 어디를 가든 여러분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지만 여러분은 우리 흑인사회의 이야기를 다시 쓸 책임이 있다”며 “이는 우리 부부가 백악관에서도 매일같이 자랑스럽게 짊어지는 짐이기도 하다”고 격려했다. 앞서 지난달 미셸은 50년 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연설했던 오하이오주에 있는 오벌린칼리지 졸업식과 투스키지대학 졸업식에 연사로 나와 “불의에 맞서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흑인 세대의 역할 모델로서 그의 이런 행보에 일반적으로 박수가 쏟아지지만 ‘특권층으로서의 삶에 대한 불평”이라며 달갑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고문을 지낸 론 크리스티는 NYT에 “오바마 부부가 백악관의 주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미국 흑인들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셸이 사람들한테 말하는 것처럼 미국이 그렇게 무자비하고 분노할 만큼 인종차별이 심한 곳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가해의 역사 통절히 반성”… 아베 대신 고개 숙이는 日시민들

    일본 시민들이 전후 70주년에 즈음한 역사 인식을 담은 ‘민중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담지 않을 공산이 커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전후 70년 담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타마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담화 초안에서 “아시아 및 이웃 국가들과 함께 걸어갈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들은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비참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비참한 살육에 이른 일본의 침략, 식민지 지배라고 하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히 반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초안은 이어 “일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역사의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사죄를 하는 것”이라며 “평화를 향한 역대 내각의 지침을 일보라도 후퇴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말미에는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중이지만 정치의 폭주를 용인해 파시즘을 지지한 것도 우리들 민중이었다”며 “우리들은 그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정치 권력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민중이라는 확신과 함께 담화를 발표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민중담화 모임은 이메일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반영해 담화를 최종 완성한 뒤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1937년 노구교 사건이 발생한 날인 7월 7일, 한국어·중국어·일본어·영어 등 4개 언어로 국내외에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나랏돈 축내는 지자체·공기관 ‘꼼수계약’

    지방자치단체와 공기관에서 긴축 재정의 여파로 공공사업에 꼼수 계약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라 공공 발주 물량이 많이 줄었고, 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자 불법·부당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전국 26개 공기관을 대상으로 ‘계약 등 취약 분야 공직기강 특별점검’을 한 결과 해당 기관에 관련자 8명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감사결과 26건을 시행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는 불법 주정차 폐쇄회로(CC)TV 구매 계약을 하면서 위반차량 자동인식 기능이 떨어지는 CCTV 6대(2억 3000만원 상당)를 납품받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준공검사를 해줬다. 또 CCTV 통합관제센터 설치 장비도 업체의 계약 위반 사실을 알고도 순찰차와 연동되지 않는 장비 등 12억 2000만원 상당을 그대로 설치했다. 경기 파주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한 ’안양덕천지구 주택재개발사업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사업‘과 관련, LH로부터 1순위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된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의 1일 폐기물 처리 능력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1600t에 불과한 처리능력을 4000t으로 잘못 통보해 LH에 손실을 입혔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가리도록 했다. 부산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를 공모하면서 자격 미달인 업체를 1순위로 선정했다가 2순위 업체의 반발을 사자 무효 처리를 한 뒤 2순위 업체도 뒤늦게 다른 자격 미달 조건을 내세워 떨어뜨렸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최근 5년 동안 직원 58명에게 모두 7억 3000만원의 공사 수주 포상금을, 74명에게는 7600만원의 출장비를 지급했다가 상당액을 되돌려 받았다. 민간업체와 수주 경쟁을 하는 공사 입장에서 규정된 접대비와 영업활동비가 부족하자, 직원 포상금과 출장비를 부풀려 회계 처리한 뒤 접대비 등으로 불법 전용하는 꼼수를 부렸다. 한국가스공사는 계량설비용 컴퓨터의 부팅소프트웨어를 윈도7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전문 업체와 7억여원에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계약을 체결했으나, 사전 가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1억 8000여만원이나 비싼 가격에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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