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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플 스파부터 베이킹까지… 함께할 때 우린 더 뜨겁다

    커플 스파부터 베이킹까지… 함께할 때 우린 더 뜨겁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저마다 관련 제품과 프로모션을 내놓고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히 올겨울에는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사회가 어수선하면서 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가 예년에 비해 저조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밸런타인데이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연인 위한 체험형 선물· 이벤트 선호도 높아 1980년대 일본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별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로 마음을 전하는 날로 바뀌는 추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1월 26일부터 2월 7일까지 20~30대 미혼 남녀 581명에게 ‘밸런타인데이가 어떤 날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55.4%가 ‘연인끼리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18.1%), ‘기업의 상술이 넘치는 날’(12.2%)이라고 답했다.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선물로 초콜릿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선물이나 이벤트가 선호되고 있다.●호텔 콘래드 서울 ‘커플 칵테일 클래스’ 호텔 콘래드 서울은 밸런타인데이를 사흘 앞둔 11일 연인이 서로를 위해 하나뿐인 칵테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밸런타인데이 로맨틱 커플 칵테일 클래스’를 진행한다. 바텐더가 직접 칵테일 제조법을 전수해 준다. 초콜릿 마티니, 로맨틱 코스모폴리탄, 로맨틱캔디 등 3가지 종류의 칵테일을 직접 만들고 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제빵업체 뚜레쥬르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고백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사의 밸런타인데이 제품 10종 중 한 가지를 사고 ‘뚜레쥬르 플레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백 메시지를 발송하면, 선물받는 사람이 앱으로 제품을 인식하는 순간 AR 영상 메시지가 화면에 뜨는 시스템이다. 레스토랑도 속속 밸런타인데이 이벤트를 곁들인 상품을 내놨다. 노보텔 앰배서더 독산의 바 ‘그랑아’에서는 14일까지 전속 밴드 ‘세븐데이즈’가 사랑의 노래를 불러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미리 예약하면 본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사랑고백을 할 수도 있다.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와인 뷔페 ‘코엑스 루’도 같은 기간 디너 패키지를 출시하고, 패키지 이용 고객에게는 무료 타로카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여성 32% “초콜릿 직접 만들어서 줄 계획” 밸런타인데이 선물의 대명사인 초콜릿의 경우 기성제품을 사기보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 건네는 수제 열풍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신라면세점이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남녀 10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인 32%가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에 유통업체는 일제히 DIY(Do It Yourself)재료 특가전에 돌입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초콜릿 만들기 세트 13종 모음, 파베 생초콜릿 만들기 DIY세트, 막대과자 만들기 세트 등 관련 상품을 할인 가격에 판다. 쿠팡도 컵케이크·미니 타르트·핑거스틱 모양 초콜릿 만들기 세트 등 다양한 형태의 DIY 초콜릿 세트 판매에 나섰다. 이마트에서 큐원 수제초콜릿 믹스, 백설 브라우니 믹스, 파베 초콜릿 만들기 등 직접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프리믹스 제품들을 10~30% 할인하는 등 대형마트에서도 밸런타인데이를 위한 DIY세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티켓몬스터에 따르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기간(2월 1~11일)의 전체 초콜릿 매출의 51%가 DIY제품이다. 티몬 관계자는 “올해도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 3일부터 9일까지의 20대 여성 검색어로 ‘초콜릿 만들기’가 7위에 오르는 등 수제 초콜릿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서울요리학원, 컵케이크·마카롱 등 수업 보다 전문적으로 초콜릿 만들기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베이커리나 요리학원에서도 일일 쿠킹 클래스를 연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요리학원에서는 수제 초콜릿과 생딸기 컵케이크, 마카롱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서울요리학원 관계자는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2월이 ‘하루 수업’의 성수기”라며 “예년에 비하면 기념일을 챙기는 것 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매일 평균 6~10명의 수강생이 수업을 듣고 문의 전화도 이어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연인뿐 아니라 직장 동료나 친구, 가족들에게도 가볍게 선물을 주고받는 최근의 경향에 맞춰 ‘의리초콜릿 시즌3’를 내놨다. 2015년 첫선을 보여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의리초콜릿은 지인들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중저가 초콜릿에 재밌는 포장을 더한 제품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난해 밸런타인데이날 매출을 분석한 결과 중저가 일반상품이 전년 대비 16.7% 성장하는 등 가볍게 주위 사람들과 초콜릿을 나누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리초콜릿 시즌3는 ‘TT’, ‘ㄴㅁㅈㅇ’, ‘ㅅㄹㅎ’,‘ㅋㅋㅋ’ 등 낱말의 자음만 적어 소비자가 직접 단어를 완성하고 꾸밀 수 있는 스티커를 가나초콜릿에 부착한 형태다.●“허황된 소비심리 부추긴다” 지적도 여전 한편 밸런타인데이 열풍을 두고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등 기념일이 올 때마다 허황된 소비심리를 부추겨 과소비를 유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존에 팔던 상품을 포장만 다르게 해서 가격을 높이는 꼼수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품의 내실을 다지는 제품개발로 소비를 촉진하는 게 아닌 눈속임으로 시장을 부풀리는 행위는 결국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4일을 상업화된 기념일이 아닌 차분히 애국지사들을 기리는 날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910년 2월 14일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착안했다. 윤원태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유해를 발견하지 못한 안 의사의 텅 빈 묫자리가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며 “밸런타인데이 덕분에 날짜 자체가 각인하기 쉬워진 만큼 이날 하루라도 우리 각각의 마음속이 안중근 의사의 묘라는 생각으로 그분의 뜻을 기억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윤병세·틸러슨 16~17일쯤 첫 회담

    한·일, 한·중 회담도 추진…북핵공조對中 ‘세컨더리 보이콧’ 거론 가능성 한·미 외교장관은 오는 16~17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첫 회담을 개최해 북핵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초대 외교장관인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이 처음 데뷔하는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10일 “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외교장관들과의 양자회담 개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및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북핵 공조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미 장관은 지난 7일 첫 통화에서 한·미 동맹 강화에 합의하고 북핵 문제가 임박한 위협이라는 사실에 뜻을 같이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출범 이후 꾸준히 강조한 고강도 북핵 대응의 구체적인 계획이 양자회담에서 공유될지가 관심사다. 틸러슨 장관이 인준 청문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중국을 겨냥해 거론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 문제로 주한 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일본과의 양자회담도 G20 회의를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갈등을 이어가는 한·중 간 양자회담도 개최될 수 있다. 윤 장관은 G20 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중견국 협의체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한다. 오는 17~1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는 한반도 특별 세션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윤 장관은 18일 세션에서 북핵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한 선도연설을 한다. 외교부는 “53년 역사의 뮌헨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세션이 개최되는 것은 북핵 위협이 특정 지역이 아닌 국제사회 전체의 심각한 도전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어 19~22일에는 루마니아와 영국을 방문해 대북 압박 공조 등을 위한 양자회담을 갖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목화 꽃다발/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목화 꽃다발/서동철 논설위원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인도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간디라면 물레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물레를 돌리는 것과 저항 운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야생 목화는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지만, 일찍부터 섬유로 만들어 이용한 것은 인도라고 한다. 그런데 영국의 침략 이후 세계 최대의 면화 생산지인 인도는 원료 공급지이자 완제품 시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간디의 물레질은 인도의 자력갱생을 상징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 목화를 처음 들여왔다는 문익점 선생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목면시배유지기념관은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를 처음 들여와 심고 기른 것을 기념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곳에 가면 목화가 어떻게 이 땅에 들어왔고, 널리 퍼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문익점이 태어난 배양마을은 목화 재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00평 남짓한 목화밭 한쪽에는 ‘삼우당 선생 면화 시배지’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오리털이며 거위털처럼 추위를 막아 주는 재료가 넘쳐나는 오늘날은 목화와 목화를 가공한 면화의 중요성에 둔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화에서 비롯된 솜과 면직물이 존재하기 이전의 인류는 끔찍한 추위에 떨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익점 선생을 추앙하는 것도 국가의 양대 과제였던 추위와 배고픔을 해소하는 데 목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목화의 역사’라는 책을 쓴 프랑스 작가 자크 앙크틸에 따르면 목화를 가공해 만든 면은 비단, 모직과 함께 ‘인류 3대 직물’의 하나다. 그런데 비단과 모직이 어느 나라에서나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면 면은 서민에게도 혜택을 주는 ‘직물의 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들여오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귀족층이 아닌 대부분은 삼베로 지은 홑저고리로 겨울을 나야 했을 것이다. 조선 태종은 ‘문익점은 충성과 효성이 모두 온전하고 학문이 순수하고 발랐으며 백성에게 옷을 입힌 공로가 있어 만세로 그 혜택이 변치 않고 있다. … 그의 자손들은 문관·무관에 다 진출하도록 하되 서열에 구애받지 말고 발탁하라. … 이후 억만대 동안 이 법전을 바꾸지 말라’고 전교했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백성을 먹이고 입히는 것이라면 목화의 도입을 곧 ‘추위의 해결’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목화 꽃다발이 화제다. 각급 학교 졸업식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TV 드라마에서 외로운 여주인공이 받은 것이 바로 목화 꽃다발이었다는 것이다. 목화꽃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물론 꽃다발이 아니라 목화의 열매 다발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전통 사회에서 목화와 목화로 만든 실의 의미는 부모님의 무병장수였다. ‘어머니의 사랑’이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건 좋은 일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채용방식 60년 만에 수시·직군별로 바뀌나

    채용방식 60년 만에 수시·직군별로 바뀌나

    재계 신입 공채 폐지론 재점화 ‘기수문화 없애기’ 등 변화 예고삼성그룹이 60년 만에 공개채용(공채) 제도를 폐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주요 그룹 인사팀들도 분주해졌다. 삼성이 공채를 폐지하면 다른 그룹들도 마냥 공채 제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력을 뽑을 수 있다는 공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직무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력을 필요 이상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 신입 채용방식 순차적으로 변경 채용 담당자들도 “공채가 최선은 아니다”라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삼성이 하면 따라할 수밖에 없다”는 국내 경영 풍토와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채용 방식 변경을 주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4대 그룹의 한 인사 담당자는 9일 “삼성이 공채를 없애면 분명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발(發)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공채 역사는 삼성의 채용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삼성의 모체인 삼성물산은 1956년 11월 대졸 신입사원 공개 모집 공고를 내고 이듬해 1월 첫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국내 첫 민간 기업 공채 시험이다. 당시 2000여명이 지원해 27명이 최종 합격했다. 이후 삼성은 채용 제도에 변화를 주면서 국내 기업의 채용 방식을 주도했다. 1992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공채를 실시하는가 하면, 1995년 “학력, 성별 등의 차별을 없애겠다”며 ‘열린채용’을 주창했다. 삼성직무적성검사(SSAT·현 GSAT)를 도입한 것도 이때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그룹 통합 채용에서 각 계열사, 사업부별 채용으로 모집 방식을 바꿨다. 삼성그룹이 아닌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각 계열사에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공채의 골격은 지난해까지 변함 없이 유지됐다. 연령 제한 폐지, 지원 횟수(동일 계열사 3회) 제한 폐지 등 세부 변화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올해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상반기 채용에 차질이 발생하자 삼성이 공채 폐지를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장 공채를 없애기에는 준비할 게 많아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음달 삼성전자가 직무 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로 개편하는 만큼 신입 채용 방식도 (순차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우수인력 확보 ‘눈치전쟁’ 우려 다른 기업들이 염려하는 건 삼성 각 계열사가 필요 인력을 그때그때마다 뽑을 경우 앞서 공채를 통해 뽑아 놓은 우수 인재가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 간 ‘눈치보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채용 일정에 맞춰 SK하이닉스가 채용을 진행하는 식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인사에 따른 행정비용과 인력 유출 최소화를 위해 필기시험 및 면접 날짜를 의도적으로 같은 날 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수시 채용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 불필요한 스펙 쌓기와 ‘기수 문화’를 없앨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공채를 없애는 게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권력·재산·위신, 셋 중 하나만 가져야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권력·재산·위신, 셋 중 하나만 가져야

    삼권분립(三權分立)은 근대국가의 특징이다. 역사상 근대는 솥(鼎)의 다리처럼 권력이 3개로 나누어지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히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져서 각기 독립적 기능(function)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하나로 작동하는 ‘응집된 전체’(cohesive whole)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사고를 했을까. 동양에서는 권력은 나누어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늘에 해가 둘이 아니듯이’가 그 상징적 표현이며 사고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직도 ‘근대’가 아니다.그러나 이 근대를 연 서양인들은 법을 만드는 권한, 법을 시행하는 권한, 법에 따라 재판하는 권한―국가 권력을 이 세 가지로 나눠 본 것이다. 국가기구도 이 세 가지 나눔에 맞춰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분리했다. 그 막강한 국가 권력이며 국가기구를 이 세 가지로 분립한 것이야말로 정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3권 분립이 이뤄짐으로써 비로소 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했다. 견제 없는 권력은 예외 없이 절대 권력이 된다. 이 절대 권력을 3권 분립이 막는 것이다. 그만큼 3권 분립은 ‘엄청난’ 사상적 혁명이고, 제도적 발전이고, 그리고 ‘엄청난’ 인권적 성취다. 소위 말하는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는 이 분립 사고가 되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지속됐다. 권력은 한 곳에 모이면 절대화(絶對化)한다. 절대화는 ‘맞설 상대’가 없는 것이고,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나, 내 말, 내 의견, 내 지시, 내 명령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묘한 존재여서 아무도 나를 제약(制約)하지 않으면 나는 자의적(恣意的)이 되고 방자(放恣)해진다. 그리고 사악(邪惡)해진다. 이렇게 사악해진 나에게 그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칼이 주어진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억압과 횡포,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패해 버린다. 그 절대 권력은 국민의 편에서 ‘절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권력을 향해 아무리 절규해도 국민의 편에 서 주지 않는다. 마침내 봉기해서 그 ‘절대권력’을 무너뜨리면 또 다른 ‘절대권력’이 다가온다. 해변을 때리는 파도처럼 물러갔다가 다시 오고, 그리고 그 모습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국가 권력을 부정적으로 본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가는 으레 국민들을 ‘속박하는’ 것 그리고 ‘기만하는’ 것, 힘으로 뭐든 빼앗아 가기만 하는 것, 덕이라고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하의 주인은 백성인데 군주라는 큰 도적이 나타나서 나라를 훔쳤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도 많이 나왔다. 국가 권력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사고, 부정적 인식, 부정적 가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3권 분립이 헌법으로 명문화되고 민주화로 학습되고 있는 지금도 권력에 대한 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절대 권력적인 성향이 빈번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3ps가 소수에 집중되면 절대 불평등 3권 분립은 국가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꼭 같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권력기구에서만 3권 분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생활세계에서도 꼭 같이 필요하다. 사회는 등급화(等級化)된 세계다. 흔히 말하는 대로 높고 낮은 층으로 차별화된 사람들의 모임체다. 어느 사회든 반드시 위층이 있고 아래층이 있고 또 그 사이에 중간층이 있다. 각 층도 또 상중하가 있어 사람들이 속해 있는 층은 잘게 나누면 수도 없이 많다. 문제는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등급화된 세계 그 차별화된 층에 위치하게 하는가이다. 옛말에 개시동인(皆是同人)이라 해서 사람들은 모두 똑같다. 그런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은 높은 층에, 어떤 사람은 낮은 층에 속하게 하는가. 그것은 사회적 희소가치의 불평등한 배분 때문이다. 어떤 사회든 누구나 열망하고 추구하는 사회적 희소가치는 앞 회(回)에서 이미 열거한 대로 세 가지가 있다. 권력(power)과 재산(property), 위신(prestige)이 그것이다. 앞에 모두 ‘p’ 자가 있어 서구 사회학자들은 이를 ‘3ps’라 한다 했다. 이 세 가지 모두를 다 가지고 있으면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높은 층이다. 상중에서도 상층이다. 그중 2개는 물론 한 개만 가지고 있어도 상층에 속한다.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으면 하층이고, 중간 정도라도 갖고 있으면 중층이 된다. 중요한 것은 권력기구의 3권 분립처럼 사회에서도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갖는 것이다. 정치인처럼 권력 가진 사람은 재산을 노려서는 안 된다. 기업인처럼 재산 가진 사람은 권력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학자, 교육자, 언론인, 예술인, 체육인처럼 높은 위신, 명예와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권력이나 재산, 그 어느 것도 추구해선 안 된다. 이것이 사회적 3권 분립이다. 국가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절대 권력이 되듯이 사회도 이 3가지 희소가치가 소수 사람들이나 소수 집단에 집중되면 ‘절대 불평등’이 된다. 절대 권력하에서 살 수 없듯이 절대 불평등하에서도 살 수 없다. 절대 권력이 국가를 붕괴시키듯이 절대 불평등도 사회를 붕괴시킨다. # 정치나 기업 경영에 뛰어들려면 교수직 내놔야 그중에서도 더 강조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권력 가진 사람보다, 재산 가진 사람보다 명예와 존경을 받는, 위신 가진 사람이 사회적 3권 분립에 더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위신 가진 사람의 이름이 권력이나 재산 가진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추하게 나쁘게 더럽혀진다는 것이다. 자손들이 얼굴을 들 수 없도록 썩은 냄새가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다. 예부터 최고의 악취는 ‘썩은 먹물 냄새’라 했다. 실제 자연 상태에서도 먹물 썩은 냄새가 그 어떤 냄새보다 지독하다. 위신은 먹물이나 진배없다. 오직 위신 하나만 가져도 최고의 가치를 누리는 것이 된다. 둘째로 위신은 권력·재산과 달리 제2의 생명이다. 권력과 재산이 아무리 중요한 희소가치라 해도 생명은 아니다. 생명처럼 중히 여겨도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위신은, 특히 명예는 생명과도 맞바꾼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롱펠로는 ‘명성은 제2의 생명, 영생의 기틀’(A good fame is a second life and the groundwork of eternal existence)이라고 읊었다. 사람에게는 2개의 생명이 있다. 하나는 생물학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학적 생명이다. 생물학적 생명은 유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원히 끝나게 돼 있다. 그러나 사회학적 생명은 유기체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갖는 명예이고 명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기록돼서 인구에 널리널리 회자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님에도 그 이름은 지상에 살아 있는 사람 이상으로 살아 있다. 물론 그 이름이 명성이 아닌 오명(汚名)으로 기억되는 것도 많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회학적 생명은 명예와 존경으로 칭송되고 추앙되는 가치 있는 이름이다. 그러려면 누구보다 위신 가진 사람이 수범을 보여 사회적 3권 분립의 전위에 서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학을 보면 너무 실망스럽다. 대학교수는 위신의 한 축(軸)이다. 그 희소가치를 점유한 채 권력이며 재산이라는 희소가치를 중복적으로 추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책 창안 능력이며,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며 능력이 남달라서 현실 정치나 기업 경영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다. 그것을 폄하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 해도 지식인으로 스승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으려면 교수직을 흔쾌히 내놓아야 한다. 희소가치의 중첩적 점유는 본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해만 있고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에는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있는 자격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을 나의 겸직 때문에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 사회적 3권 분립에 가장 충실한 것이다. 이 3권 분립에 가장 철저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도덕적 의무감을 가장 엄격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 불평등 지수는 떨어지고, 사회 갈등도 그만큼 줄어든다. 사회는 그만큼 온기가 돌고 사람들은 화합한다. 그중에서도 위신 가진 사람들의 3권 분립 행위가 핵심이다. 연세대 명예교수
  • “국정교과서,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답습 확인”

    “국정교과서,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답습 확인”

    논란 끝에 교육부가 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2008년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발간했던 대안교과서와 2013년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정교과서가 대안교과서, 한국사교과서의 역사 서술 기조를 유지해 식민지근대화론적 시각을 담고 있으며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세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대안교과서에 이어 도산 안창호가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잘못 기재했다. 실제로는 초대 회장이 아니라 3대 회장이었다. 민족주의 우파진영이 내세운 실력양성운동에 대해 ‘민족실력양성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내세운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 용어는 학계에서도 쓰지 않고 검정 8종 교과서 중 교학사만 유일하게 사용한 용어”라며 “교학사가 이 운동을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를 국가가 공인해준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 독재를 미화한 기조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른 역사교과서에서는 5·10 총선거에서 일부 친일파의 피선거권이 제한됐다는 사실이 제시된 바 없으나 대안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국정교과서도 따라 썼다.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이승만 정권이 친일과 무관한 듯 보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강조했지만 실제 피선거권이 제한된 사람이 출마한 경우도 여럿일 뿐더러 김구·김규식 등이 선거를 거부했고 당시 군·경찰·사법관료 등 국가권력이 친일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서술하거나 5·16 군사쿠데타 ‘혁명공약’을 원문대로 수록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사진 캡션 오류, 잘못된 사진 사용 등도 있었다. 박 실장은 “국정 교과서는 단순히 학생 세뇌에 그치지 않고 각종 공무원시험 등에 표준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류가 국민적으로 재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소름돋는 甲질의 역사…남루한 인간들의 비애

    소름돋는 甲질의 역사…남루한 인간들의 비애

    시대의 폭거에 내몰리는 마동수 일가의 구겨진 가족사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현대사 관통1910년에 태어나 1979년에 죽은 마동수는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 꼴이었다. 달아날 수 없는 세상에서 허방만 내디뎌 온 마동수. 전 생애에 걸쳐 거점 하나 없던 그는 마지막 순간 육신마저도 검불처럼 존재감 없이 갔다. 하지만 세상에 활착(活着)하지 못한 그의 보잘것없는 삶은 아들들의 시간을 내내 짓누른다. 소설가 김훈(69)의 새 장편 ‘공터에서’(해냄) 얘기다. ‘흑산’ 이후 6년 만에 펴낸 소설은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현대사를 관통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역사의 굴곡마다 어긋나고 구겨지는 ‘남루한 사람들’에게 쏠려 있다.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 다니는,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6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저나 아버지 모두 결코 피해 달아날 수 없는 시대의 참혹한 피해자였다. 결국 피해자의 이야기가 소설로 나온 것”이라며 작품을 소개했다. ‘공터에서’란 제목은 일견 그 특유의 문장처럼 건조해 보이지만 거점 없는 이들 세대에 대한 눅진한 비애가 서려 있다. “공터란 주택과 주택 사이 버려진 땅이잖아요. 아무 역사적인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할 만한 건물이 들어 있지 않은 곳이죠. 나와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가 공터가 아닌가 싶어요. 요즘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세대와 아버지 세대는 계속 철거되는 운명의 가건물에서 살아온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죠. 결국 나의 비애감을 담은 제목이죠.” 소설은 나라가 망한 1910년에 태어나 나라 밖을 유랑하다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겪은 아버지 세대, 마동수의 일생과 1950년대생 장남 마장세, 차남 마차세의 삶의 장면들을 날카롭고 빠르게 포착해 엮어 낸다. 아버지의 삶과 시대의 억압이 지긋지긋해 외국을 떠도는 마장세와 생활인으로 발붙여 보려 하지만 거듭 실패하는 마차세는 일견 다르다. 하지만 아버지 세대부터 되풀이돼 온 ‘남루한 인간들의 비애’를 재연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김훈 특유의 물기 뺀 냉정한 문장과 제겨디딜 곳 하나 없다는 비관적 인식은 시대의 폭거에 번번이 내몰리는 부자의 비극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제 소설엔 영웅이나 저항하는 인간은 나오지 않습니다. 역사의 하중, 시대가 개인에게 가하는 고통을 견딜 수 없어 도망 다니고, 그 시대를 부인하고, 그 시대의 하중이 무서워 미치광이가 돼서 세계의 바깥을 떠도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죠. 아주 사소한 것에 들어 있는 희망을 조심스레 말하다 미수에 그친 것 같습니다.” “내 마음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라는 말처럼 이번 소설엔 김훈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섞여 들었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경향신문 문화부장, 편집국장을 지내고 무협소설을 쓴 그의 부친 김홍주(1910~1973)의 자취가 마동수의 삶과 데자뷔를 이룬다. 이에 대해 그는 “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이번 소설은 현실에선 완전히 뿌리 뽑힌 나의 아버지와 그 시대 많은 아버지들을 모자이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을 밀고 나가는 데는 아버지 세대에 대한 이해와 결핍, 애증이 함께 작동했다. “나는 우리 아버지 세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고통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절대 저런 아버지가 되지 말자, 저런 삶은 살지 말자고 생각했죠. 그런 고통이 글을 쓰게 된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려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신문을 탐독했다. 거기서 작가는 지난 70년간 우리 사회의 유구한 전통이랄 수 있는 키워드 하나를 길어 올렸다. 바로 고위층의 ‘갑질’이었다. “이 땅에서 70년을 살면서 소름 끼치게 무서웠던 것은 우리들 시대의 한없는 폭력과 한없는 억압, 한없는 야만성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50만명이 피난을 가는데 이 나라 고관대작들이 군용차와 관용차를 징발해서 응접세트를 싣고 피아노를 싣고 피난민 사이를 지나 남쪽으로 질주해 내려갔어요. 광화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노의 함성을 보면서 그런 갑질의 전통은 유구한 것이구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그런 문제에 대해 저 나름대로의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글쓰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지난해 말 두 차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탄핵 찬성집회에 나가자는 조카들과 반대집회에 나가자는 또래 친구들의 청은 감기를 핑계로 거절하고 그는 ‘관찰자’로 혼자 거리에 섰다. “해방 70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여전히 엔진이 공회전하듯 같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굉장히 서글픈 마음이 들었죠. (광장에 선 국민들의 함성이) 분노의 폭발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동력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걸 연결하는 게 이 나라 지도자들의 몫이겠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커트 보니것 지음, 김용욱 옮김, 문학동네 펴냄) ‘제5도살장’이라는 대표작을 남긴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모은 책이다. 196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반(反)문화의 영웅이자 대변인이었던 보니것 특유의 풍자와 블랙 유머로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제도권과 기성세대를 꼬집고 있다. 책에 실린 연설을 한 시기는 1972년부터 2004년까지이지만, 작가는 청년들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한다. 1994년 5월 시러큐스대에서는 나이와 경험을 들먹이며 청년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기성세대를 대신해 사과하기도 했다. 보니것의 조언과 격려는 이달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에서 들려올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와 반대지점에 있다. 216쪽. 1만 3800원.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준형 옮김, 문학사상 펴냄)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기’,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웃음거리로’, ‘위험한 꿈의 시대’ 등의 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탁월한 철학자’로 불리는 저자가 날카로운 메스를 가해 분석한 자본주의 얘기다. 현재 자본주의의 골칫거리를 논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와 배트맨 영화, 마르크스와 라캉까지 해석한다. 저자는 진정한 해방으로 나아가기 위해 현존 질서를 변화시켜야 하며, ‘무정부주의적 수평주의’가 아니라 우리를 행동하게끔 만드는 ‘새로운 마스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013년 한국에서 발표한 ‘공산주의의 이념’ 학술대회 원고와 경희대 석좌교수로 부임해 강의했던 내용을 묶었다. 380쪽. 1만 8000원.결혼의 문화사(알렉산드라 블레이어 지음, 한윤진 옮김, 재승출판 펴냄) 배우자 선택의 조건과 결혼 생활, 결혼의 끝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결혼 문화의 변화상을 쫓는 인문학 서적이다. 역사적 사실로 살펴본 결혼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 함께한다는 로맨틱한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유럽 왕족과 명문가 귀족, 시민계급 역시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결혼을 활용했다. 평민이나 노동계층의 경우 결혼을 함께 일하기 위한 공동체 개념으로 인식했고, 이는 20세기에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당대 신문의 구혼 광고란에는 배우자이자 동업자를 구하는 광고가 종종 실리곤 했다. 시대적, 사회적 생활상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변모해 온 결혼의 풍속도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304쪽. 1만 5000원.
  • “우리 목포는 ‘주먹’하곤 상관없당께… 예술가의 도시제”

    “우리 목포는 ‘주먹’하곤 상관없당께… 예술가의 도시제”

    “우리 목포는 주먹하고는 상관이 없당께. 유서 깊은 예향과 멋의 도시지 뭔 싸움을 잘한다고 그런지 모르겄네. 순하디순하기만 하구먼.”3일 저녁 목포의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더 킹’을 보고 나온 이모(52)씨는 “항구 도시다고 다 싸움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문을 들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까 성질이 확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남 목포 시민들이 잔뜩 화가 났다. 지난달 18일 개봉한 이래 누적 관객 수 46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는 영화 ‘더 킹’이 목포의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는 이유다. 영화나 드라마가 특정 지역과 연관되면서 관광객 유치 등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스릴러 영화 ‘곡성’이 대표적이다. 의문의 연쇄 살인이 일어나는 등 으스스한 분위기의 동명 영화에 곡성 군민들이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러나 유근기 군수가 그런 우려를 반전시켰다. 영화 곡성을 홍보하는 문학청년 같은 언론 기고문이 화제가 됐다. 곡성군의 지명도를 높였고, 인기 관광지로 부각했다. 제작사 측도 ‘울음소리’를 뜻하는 한자를 함께 적으며 협조적이었다. 영화 ‘곡성’은 690여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해 한국 영화 43위를 기록했고, 그 영화 상영 기간에 열린 2016년 곡성세계장미축제(5월 21일 부터 29일)에는 23만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그 5월에 35만명이 찾았다. 예년보다 2만명이 더 곡성을 찾았다. 유 군수는 “황정민 등 흥행 배우가 나오니 차라리 곡성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자고 생각했다”고 발상의 전환을 설명했다.그러나 현재 1, 2월 영화 흥행 1, 2위를 달린 영화 ‘더 킹’에 대한 목포 시민들은 인식이 다르다. 목포시의회와 목포 지역 예총, 문화연대, 문화재단 등은 “2004년 개봉한 ‘목포는 항구다’에서도 목포 조직폭력배들이 인신매매하는 등 조폭의 이미지와 결부돼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며 관객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면과 대사에 대한 영화 제작사 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지난달 25일 목포시의회는 ‘영화사 측은 이미지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목포시의회 등은 ‘더 킹’의 영화 시작 자막에 ‘이곳에서 나오는 지역은 허구로 특정 지역과 관계가 없다’는 문구를 삽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목포 예술인 조직인 청년 100인 포럼’ 등은 영화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 협조도 구했다. 목포와 호남인의 항의가 계속되자 제작사는 현재 온라인상에 기재돼 있던 전화번호와 주소를 삭제했고, 배급사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더 킹’에서 목포는 어떤 모습일까. 주인공 검사의 아버지는 목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양아치로 나온다. 목포에 없는 ‘들개’라는 조직폭력배들이 주요 역할을 한다. 또 영화에서 일명 ‘들개파’의 본거지로 사용된 도축장이 목포에 현존하는 것처럼 전달되고, 도축장 내의 선정적이고 잔인한 장면, 전라도 사투리로 꾸며진 거친 대사 등으로 이뤄져 있다. 들개파 보스는 마치 악귀처럼 악랄하다. 서울 나이트클럽 등을 소탕하는 조직 2인자 등도 모두 목포 출신들이다.박홍률 목포시장은 “영화는 허구를 다룬다지만 목포를 왜곡해 심히 유감”이라며 “영화가 흥행을 한다 해도 너무나 동떨어진 내용을 담은 탓에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은 “전국 최초로 ‘예향’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도시가 목포이고, 지방 중소도시로서는 드물게 근대문학의 선구자인 박화성, 허건, 차범석, 김환기 선생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목포는 근대문화유산이 많아 오히려 근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촬영지로 손색이 없는 지역”이라며 “항구 도시의 멋을 다루는 영화를 제작한다면 전폭 지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점호 목포 예총회장은 “목포는 1958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술단체가 생기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5명이나 배출한 예향 도시”라며 “아무리 창작물이라고 해도 최고 문화도시를 생뚱맞게 주먹 도시로 비하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목포는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의 고향으로 개항 120년 역사를 간직한 항구 도시다. 서남권 다도해를 비롯해 천혜의 관광자원과 문화유적을 자랑한다. 세계 파워보트 레이스를 이끄는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델 팔라시오, 주한 일본대사였던 우시로쿠 도라오 등 외국인들은 일찍이 ‘목포 바다는 지중해보다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세발낙지와 민어 등 풍부한 먹거리도 유명하다. 그럼 이 같은 ‘예향’ 목포가 왜 조폭의 도시로 오해를 샀을까.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1897년(고종 31) 상업 항구로 개항한 목포항은 호남 지역의 관문 구실을 하며 급성장했다. 1920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의 토지와 농산물 등을 경제 수탈하려고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세우면서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왔다. 이들은 조선인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다. 이에 의협심 강한 목포 사람들이 일본인에게 보복하면서 ‘목포 주먹’이 소문났다. 결정적으로는 1980년대 중반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서진 룸살롱 사건’이다. 1986년 8월 14일 밤 10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서진 룸살롱’에서 조직 폭력배들 간의 심야 칼부림이 발생했다. 조폭들의 집단 살인극이었다. 서진 룸살롱 17호실에서는 ‘맘보파’ 일행 7명이 교통사고를 내고 옥살이를 하다 8·15 특사로 풀려난 고모(당시 28세)씨를 축하하고 있었다. 한창 분위기가 뜨거울 무렵 룸살롱 웨이터 권모씨를 구타한 일이 계기가 돼 김모씨 등 ‘서울 목포파’ 8명이 맘보파 4명을 현장에서 난자해 살해했다. 살인 무기는 ‘사시미칼’이었다. 이후 목포파 일행 등은 로얄 승용차에 4명의 사망자를 싣고 20분 거리에 있는 정형외과에 ‘교통사고 환자’라고 내려놓은 뒤 사라졌다. 당시 잘나가는 서울 조직 폭력배를 제압한 목포파가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다. 1994년 9월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서 납치한 사람들을 불에 태워 죽인 ‘지존파’를 목포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지존파 5명은 모두 전남 영광 출신이었다. 목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상경한 뒤 고향을 목포라고 하는 것도 ‘목포=주먹’ 등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그러나 목포는 ‘주먹’과 큰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목포 시민들은 한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는 ‘벌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고, 순천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 여수 가서 돈 자랑하지 마라’라고 나온다. 벌교는 현재 보성군에 속해 있다. 인물 자랑하는 순천도 ‘주먹’으로는 한몫한다. 1990년대 국내 폭력배를 지배했던 ‘양은이파’의 조양은 휘하에 ‘순천 시민파’들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민파’까지 합세해 순천에서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순천 출신 오모씨는 양은이파의 2인자로, 강모씨는 행동대장으로 활약했다. 순천에서는 지금도 ‘시민파’와 ‘중앙파’가 활동하고 있다. 조성오 목포시의회 의장은 “올해는 3.36㎞ 구간의 바다 위를 가르는 국내 최장 노선의 해양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등 1000만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상처받은 시민들의 자부심을 헤아리는 영화사 측의 배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의장은 “사투리 말씨와 뱃사람의 거친 부분이 있기는 해도 목포에 악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목포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냄새 잡고 꽃단장한 수산식품…입맛 훔치고 몸값까지 올랐네

    냄새 잡고 꽃단장한 수산식품…입맛 훔치고 몸값까지 올랐네

    수산물이 ‘수출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감소했지만 수산물 수출은 21억 2900만 달러(약 2조 5000만원)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두 자릿수 성장 배경에는 가공수산물 식품과 포장이 큰 역할을 했다. 2007년 3억 달러에 그쳤던 가공 수산품 수출은 지난해 두 배 이상 증가해 7억 달러를 웃돌았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게 수산물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고 먹기 좋게 모양과 맛을 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수산물 고부가가치에 땀을 흘리는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들을 만나봤다.●빵집처럼 골라먹는 ‘어묵베이커리’ “소문 듣고 왔어요. 종류도 많고 보기 좋은 어묵이 맛도 좋네요.” 1일 찾은 부산역 2층 삼진어묵 ‘어묵베이커리’ 매장에는 열차 승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외국인도 읽을 수 있게 까만 외벽에 하얀 글씨로 써진 영문 상호(SAMJIN FISH-CAKE)가 눈에 띈다. 66㎡ 규모의 매장 안에는 손님들이 어묵핫도그, 통새우말이, 햄말이핫바 등 60여종의 진열된 어묵을 담느라 바쁘다. 진열대 통유리 뒤로 하얀 유니폼을 입고 실시간으로 어묵을 만드는 직원들이 보였다. 대구 신서동에서 여행 온 김현암(21)씨와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정영미(57)씨도 각각 기차 안에서 먹을 간식과 선물용 어묵을 한아름 샀다. 삼진어묵에 따르면 부산역 매장의 하루 매출은 4000만원. 전국 950개 코레일 역사 내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다.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을 포함한 17개 매장의 하루 생산량은 30t, 하루 평균 매출은 1억 2500만원이다.마치 빵집처럼 어묵을 골라 먹고 선물하는 개념의 어묵베이커리 아이디어는 박용준(33) 삼진어묵 대표의 작품이다. 박 대표는 혼술·혼밥족을 즐기는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에 빵, 피자, 치킨 대신 어묵을 먹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제품 연구개발(R&D)팀을 구성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수요에 다양한 식재료를 융합한 맞춤형 제품을 개발했다. 여기에 포장과 상품명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광주에서 온 주부 조종미(51)씨는 “1년 전 우연히 알게 돼 택배로 배송받다가 가족 여행차 직접 와봤다”며 “어묵크로켓이나 어묵핫도그는 맛이 대중화돼 외국인들이 먹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길거리 오뎅이나 반찬 수준에 머물던 어묵을 간식과 식사 대용 어묵으로 바꾼 ‘가공·포장의 힘’은 폭발적이었다. 2013년 82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이듬해 201억원, 2015년 530억원, 지난해 매출은 700억원으로 뛰었다. 내수시장의 성공은 미국과 호주, 동남아 등 10개국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수출액은 24만 달러에서 지난해 45만 달러(약 5억원)로 2년 만에 87.5% 성장했다. 이만식 삼진어묵 이사는 “올해는 일본 도쿄 백화점에 ‘팝업 스토어’(짧은 기간에 운영되는 매장)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정식으로 입점하면 연간 30억~4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남다른 포장으로 가치 높인 ‘간장게장’ “포장 용기는 흔하지만 어떻게 포장해 파느냐에 따라 제품의 가치는 크게 달라져요.” 중국과 미국 등에 고등어 가공품과 간장게장, 새우장을 수출하는 SM생명공학은 R&D 투자와 남들과 다른 포장 용기로 고부가가치 상품화에 성공했다. 부산 서구 수산가공선진화단지 6층에 위치한 사무실 한쪽에는 백만권 SM생명공학 대표가 개발한 전복장 등 수산 가공식품의 포장 용기와 ‘건해삼 전복죽’ 등 개발 예정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전체 직원은 16명에 불과했지만 기업 부설연구소를 설치해 석·박사급 R&D팀이 함께 근무한다. 백 대표는 “연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팔 수 있는 R&D’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간장게장을 한 통에 모아 보관하면 장기 보관이 어렵고 맛도 짜진다는 점을 감안해 자체 간장소스를 개발했다. 이를 저온으로 숙성한 뒤 한 마리씩 진공 포장해 동결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포장 용기에는 게장과 함께 소비자 기호에 따라 촉촉하게 뿌려 먹을 수 있고 보관이 편리한 뚜껑 있는 소스를 추가로 넣었다. 지난해는 홍콩에서 50만 달러어치(약 6억원)를 계약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에서도 GS·현대 등 대형 홈쇼핑사들이 연일 러브콜을 부르고 있다. 백 대표는 ‘제주에서는 고등어를 푹 고아 약으로 쓴다’는 말에 아이디어를 얻어 고등어에서 타우린 등을 추출해 비린내 안 나는 엑기스 음료를 개발하고 있다. SM생명공학은 올해 말레이시아에 지사를 설립해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해 올해 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겠다고 밝혔다.●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김스낵, 굴스낵 지난해 김 수출은 ‘조미김’에 힘입어 전년보다 16% 증가한 3억 5300만 달러 규모의 실적을 냈다. 국내 최초로 조미김을 개발한 삼해상사는 김과 김 사이에 아몬드, 코코넛. 현미, 참깨를 넣어 과자처럼 즐길 수 있는 ‘김스낵’을 미국과 일본, 프랑스, 태국 등 1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맛도 한국식 김치맛과 와사비맛 등으로 세분화했다. 그 결과 2007년 120억원이었던 김 수출은 지난해 46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김덕술 대표는 “우리에게 조미김은 밥 반찬이지만 일본은 맥주 안주로, 중국은 애들 간식으로, 미국은 어른들 주전부리”라면서 “소비자가 접하는 건 결국 가공된 김 모습인데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형태로 만드는 가공·포장 기술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목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가공은 원물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제품 대량 생산에 따른 저장성과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가공 뒤 제품의 부가가치는 평균 2~3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의 경우 100g당 마른김이 3077원이라면 조미김은 6450원, 스낵김은 8708원으로 몸값이 올라간다. ‘굴스낵’도 마찬가지다. 생굴 1㎏의 가격은 1만원이지만 과자처럼 바삭한 식감으로 먹을 수 있도록 생굴에 밀가루를 입히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게 튀긴 굴스낵 25g은 3500원이다. 대원식품은 지난 5년간 굴가공식품 개발에 몰두해 지난해 10월 일본업체와 55억원 규모의 굴스낵 ‘카키텐’ 수출 계약을 맺었다. 조필규 대표는 “생굴은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고 수산물에 대한 비위생과 배탈(노로바이러스), 비린내가 난다는 인식에 젊은층이 잘 접하지를 않는다”면서 “인공조미료 첨가 없이 과자 같은 스낵으로 가공해 안전성과 간편함을 더했더니 굴을 안 먹던 우리 아들까지 잘 먹었다”고 말했다. 임경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외시장분석센터장은 “1인 가구와 고령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편의식, 간편식을 추구하는 소비자 기호에 맞추려면 수산원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여러 가공 형태를 통해 소비자 만족과 편익을 충족시키는 수산물 가공은 판매, 유통, 수출에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별로 선호 어종이나 맛, 가공 형태의 편차가 있는 만큼 해외 소비성향 트렌드를 면밀하게 파악해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부산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8인 체제’ 헌재 첫 변론… 이정미 대행 “공정·엄격성 보장”

    ‘8인 체제’ 헌재 첫 변론… 이정미 대행 “공정·엄격성 보장”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뒤 일성으로 공정하고 엄격한 재판을 강조하자 박근혜 대통령 측은 공정성 부분을 공략하며 또다시 대규모 증인 신청에 나섰다. 국회 측은 조속한 안정을 위해 헌재의 신속한 판결에 박 대통령 측도 협조해야 한다고 응수했다.이 소장대행은 1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주재하며 “이 사건의 국가적·헌정사적 중대성과 국민 전체에 미치는 중요성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건 심판 과정에서 공정성과 엄격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헌재의 신속 심리 방침이 되레 심판을 불공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세계 사법 역사상 비웃음을 살 재판으로 남을까 두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리한 진술을 한 인물에 대해 반대 신문을 함으로써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탄핵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 같은 논거 속에 이날 최순실(61·구속 기소)씨를 포함한 15명을 추가로 증인 신청했다. 만약 이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그만큼 탄핵심판을 마무리 짓는 시점도 늦춰지게 된다. 채택 여부는 오는 7일 11차 변론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와 최씨와의 ‘불륜’이 탄핵 사태로 발전했다는 ‘궤변’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사건의 발단은 최씨가 고씨와 불륜에 빠지면서 시작됐다”며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를 알게 된 일당들이 언론과 정치권에 사건을 왜곡해 제보함으로써 대통령이 추구했던 목표와 완전히 다른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가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고씨의 행방에 대해 “국민들을 통해 찾아 달라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하자 이 소장대행이 “재판 과정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곤란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현 프랑스 대사)은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직원 2명을 ‘나쁜 사람’으로 지칭한 원인으로 알려진 ‘승마협회 비리 보고서’에 대해 “당시 보고서가 상당히 잘되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이들에 대해 ‘체육개혁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과장급의 이름을 거명하며 인사 조치를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면서 “당시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과 서로를 쳐다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갈등 혼란 여전한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

    교육부가 어제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과 검정 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진보와 보수 학계의 최대 쟁점이었던 ‘1948년 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놓고 정부가 나름의 절충 해법을 제시한 것이 이번 확정안의 골자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향후 검정 역사 교과서의 새 집필 기준으로 1948년에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모두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 교과서 최종본에서는 애초 검토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수립 과정의 다양한 역사 인식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결정은 의미가 작지 않다. 반민족 행위, 새마을운동의 한계점, 제주 4·3사건 등도 서술을 강화하는 쪽으로 손질했다. 여론 갈등을 봉합하려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읽힌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검정 교과서의 집필 기준으로 제시한 교육부의 방침부터 저항이 여전하다. 고교에 이어 중학교 검정 교과서 저자들도 집필을 거부한 상황이다. 일부 수정된 집필 기준도 여론을 달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성토한다. 국정 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보완해 봤자 기존 검정 교과서의 집필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역사 교과서는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이 혼용된다. 당장 3월 신학기부터는 국정 교과서를 희망하면 ‘연구학교’로 지정해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개학이 코앞인데 이마저 제대로 진척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교육부의 연구학교 공문을 일선 학교에 전달조차 하지 않은 데가 9곳이다. 교육부가 안간힘을 써도 국정 교과서의 꺼진 동력을 되살리기는 어려울 성싶다. 사정이 다급해도 교육부는 연구학교 확산을 위해 예산 지원을 흥정해서야 부작용이 크다. 국민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돈주머니로 유인하는 정책은 볼썽사납다. 검정 집필진의 경직된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국정 교과서도, 집필 기준 강화도 전부 안 된다는 고집이 최선은 아니다. 기존 검정 교과서들에 국가 정체성을 왜곡한 오류가 적지 않다는 지적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어느 쪽이든 교육 현장의 안정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은 국민 지탄을 면키 어렵다. 성의를 다해 집필하되 국정이든 검정이든 교사와 학부모의 자율 선택에 전적으로 운명을 맡기는 것이 옳다.
  • [사설] 혁신·협력이 이룬 전자·건설업체의 해외 쾌거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시장에서 106년 역사의 세계 최대 가전사 ‘월풀’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르고, SK건설과 대림산업이 터키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장 현수교 공사를 합작 수주한 것은 잔뜩 우울한 산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던져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가전시장에서 점유율 17.3%로 부동의 선두인 월풀(16.6%)을 끌어내리고 연간 기준 처음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LG전자(15.7%)는 3위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대림산업·SK건설 컨소시엄은 터키 다르다넬스해협 현수교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다. 터키 정부가 건국 100주년을 맞아 추진하는 것으로 사업비가 3조 5000억원이나 된다. 삼성과 LG가 미국 가전시장을 장악한 것은 전적으로 혁신 덕분이다. 미국 가전사들은 보통 3년여 주기로 신제품을 내놓는 데 반해 두 회사는 라이벌답게 1년이 멀다 않고 새 성능과 콘셉트로 무장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다 보니 한국산은 혁신적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입맛이 까다로운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삼성과 LG의 부상은 ‘혁신을 꾀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극명히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SK와 대림의 터키 사업 수주는 우리 거대 기업들끼리 해외에서 힘을 합치면 어떠한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 대림산업이 이순신대교 공사 때 쌓은 기술력과 SK건설이 이스탄불 유라시아 해저터널을 건설하며 구축한 현지 네트워크가 합작한 승리였다. 아베 총리는 ‘영업팀장’을 자처하며 수주전을 진두지휘했다. 2013년과 2015년 터키를 방문하고 지난해 뉴욕 유엔총회 때는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총력전을 펼쳤다. 입찰 마감 직전에는 이시이 국토교통상을 현지로 보내 수주 활동을 전폭 지원하기도 했다. 해외 여건이 어려울수록 혁신과 협력은 중요하다.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출혈 경쟁으로는 설 땅이 없다. 사업을 독식하려다 사업권 자체를 통째로 놓쳐서는 안 된다. 이참에 다른 기업들도 독불장군식, 제 살 깎기식 경쟁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점을 뼛속 깊이 새기길 바란다. 정부와 유관 공기업들은 해외 진출 기업의 지원에 팔을 더 걷어붙여야 한다. 취약한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찾길 당부한다. 프로젝트를 따내는 일이라면 총리가 물불 가리지 않고 뛰고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일본의 노력이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어수선한 정국에서도 SK·대림 컨소시엄에 관심 서한을 발급하며 금융지원에 힘을 보탠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 [In&Out] 美 동맹국 간 안보협력 확대해야/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In&Out] 美 동맹국 간 안보협력 확대해야/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시한 정책홍보 문건을 통해 북한, 이란과 같이 미사일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를 억제하기 위해 첨단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표했다. 사실 이와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부정적으로 언급했던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긍정적인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던 2016년 9월쯤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향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에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대한 일본과 호주의 협력을 이끌어 냈다. 일본은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에 편입돼 있고, 2016년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합의를 궁극적으로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초기적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호주는 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억제를 위해 미국, 일본, 한국과 함께 통합된 영공 및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동맹들 간 연계를 추진함에 있어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주요한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계를 추진해 왔으나 한·일 간 역사적 구원(舊怨) 등으로 인해 정체돼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 할수록 한·미·일 3국 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에 대한 요구가 증대될 것이고, 미국은 이를 매개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연계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더해 중국의 군사력이 지속적으로 팽창한다면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 군사행동을 억제·방어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의 외연을 호주까지 넓히려 할 것이다. 이미 미·호(美濠) 동맹과 미·일 동맹은 삼국이 정기적으로 장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할 정도로 밀접히 연계돼 있고, 이를 통해 일본과 호주의 안보협력 관계는 ‘준동맹’(quasi-alliance) 관계로까지 증진돼 있다. 만약 미사일방어 협력을 매개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본격적으로 구동되고 기존의 미·일·호 안보협력과 연동된다면, 미국의 아·태 지역 동맹 네트워크는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물론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중국 봉쇄로 인식하고 강력히 반대한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대립이 심화되면 될수록 미국의 동맹국들이 한층 더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기다. 그러나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비롯한 미국의 아·태 지역 안보정책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에 어느 정도 협조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기회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안보협력을 더욱더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위상 권력’(positional power)을 확보하는 데 있어 동맹국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공동의 안보정책을 협의하고 구체적 실행방안을 조율해 나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 호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 간 안보협력이 비전통안보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통안보의 영역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 [사설]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폐기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난민 입국 봉쇄를 위해 지난 27일 반이민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이라크, 시리아,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등 무슬림 7개국 국민에게 90일간 비자 발급을 중지하고, 테러 위험 국가 출신 난민의 입국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미명일 뿐 실제로는 ‘골칫덩어리’인 난민이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트럼프발(發) 반이민 행정명령 발동으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이 거부되거나 미국 공항에 억류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구촌을 혼돈에 빠뜨린 반이민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기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난민은 어떤 존재인가. 잠재적 테러리스트에 앞서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복지를 나눠 가져가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총 8만 4995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이번에 발동된 행정명령으로 난민들의 꿈은 무참히 깨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이민 행정명령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을 상대로 한 시민단체의 소송이 시작됐고 공항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표적이 된 무슬림 국가들은 말한 것도 없고 세계 주요 정상들도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출범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상황을 맞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세계의 평화와 공존을 파괴하는 ‘폭군’으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여 오늘과 같은 번영을 일궜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미국 역사상 가장 부끄럽고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여론이 모아진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유롭고 열린 사회가 미국의 강점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더이상 국제사회의 불안과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인도주의에 반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조속히 폐기돼야 마땅하다.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명절, 오래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명절, 오래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설 명절을 쇠고 정유년을 맞았다. 이번 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오래된 집을 찾았다. 30여 년 전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을 국가 사업에 빼앗긴 나처럼 실재하는 고향이 없거나 여건이 안 되었던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나마 그리운 옛집을 찾았으리라. 설이나 추석 다음에 연휴라는 말이 따라붙지만 명절은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보통 연휴와는 반대로 오래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계절에 따라 날을 택해 시간이 바뀌는 것을 기념하는 명절에 고향의 옛집을 찾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번 설에도 고속도로는 꽉 막혔다. 길이 아무리 막혀도 명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대기 이후 인류는 약 1만년 전 신석기시대에 시작한 정착생활에서 벗어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 다니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혹은 꿈을 따라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과 집을 떠나 먼 곳에 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20세기 후반의 급격한 도시화와 대규모 재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농촌 혹은 도시에 있는 옛집을 떠났다. 무슨 일이든 한 번 해 보면 다음은 쉽다. 집을 한 번 떠난 사람은 쉽게 또다시 집을 옮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황당하게도 이사가 가장 수익성 좋은 경제활동이었다. 따라서 정착이라는 말은 점점 낯설어지고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원주민이라는 말이 일상생활에 등장했다. 이렇게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은 사냥 도구 대신 디지털 기기를 들었을 뿐 유목민과 다를 바 없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유목민은 자유로운 대신 하나의 큰 문제를 안게 된다. 자신이 누군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일관되게 인식하는 자기 정체성이란 내가 오래 거주한 장소, 그리고 내가 속한 지역공동체와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영혼이 육체에 관련되듯 정체성은 존재의 물리적 환경에 관련된다. 자신의 기억이 새겨진 집,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장소인 마을이 없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유목민이 된 우리가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도 오래된 집을, 그 집이 속한 마을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신을 알고 싶은 욕구 때문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오래된 집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집과 마을이 무엇인지, 왜 소중한지 인식하고 이해하게 됐다. 이런 인간 본연의 욕구 앞에 그곳에 이르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지는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설에 찾은 고향의 옛집은 오랜 기억을 일깨워 준다. 마을 입구의 정자나무,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 마당, 우물, 흙바닥의 부엌, 온돌방, 마루, 다락, 집 옆 채소밭까지 곳곳에 나의 쓸쓸하거나 명랑한 기억이 묻어 있다. 오랜만에 집을 한 바퀴 둘러보자면 기억들이 도깨비 바늘이 되어 내게 달라붙어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일깨워 준다. 세상과 맞서느라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언제나,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있는 듯한 고향의 옛집에서이다.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그 소중한 장소에서 오랜만에 자신으로 돌아온 나를 발견하고 모처럼 안도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새집보다 허술하고 작은 오래된 집에서 나는 더욱 보호받는 듯하다. 명절에 돌아온 옛집은 세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때, 바깥의 바람이 차가울 때 더욱 따뜻한 곳이 되어 나를 감싼다. 우리는 다시 오래된 집을 나서 거친 세상 속의 새집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유목민의 숙명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전과 동일하지 않으며 세상 또한 전과 같지 않다. 내가 변하면 내가 인식하는 세상도 변하는 법이다. 실제로 또는 상상 속에서 옛집을 찾은 우리는 한층 좋게 바뀌었을 것이다. 미국의 농부 작가 웬델 베리가 말했듯이 소중한 장소로 되돌아감으로써 우리의 부분성과 유한성에 대해 새롭고 올바르게 깨달을 수 있었고 서로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치유와 기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순진함과 공포, 슬픔은 알 수 있을지라도 비극과 기쁨, 위안, 용서 또는 속죄는 알 수 없었으리라.
  • 이영애x송승헌 ‘사임당’ 첫방, 알고보면 더 재밌다 ‘관전포인트 넷’

    이영애x송승헌 ‘사임당’ 첫방, 알고보면 더 재밌다 ‘관전포인트 넷’

    ‘사임당, 빛의 일기’가 첫방을 앞두고 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은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 분)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그려낼 예정. 제작단계부터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인만큼 ‘사임당’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관전 포인트를 꼽아봤다. #13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이영애와 ‘조선판 개츠비’ 송승헌 이영애가 안방극장을 찾은 것은 ‘대장금’ 이후 무려 13년 만의 일이다. 고심 끝에 고른 ‘사임당’이라는 작품에서 이영애는 사임당과 서지윤이라는 1인 2역으로 폭 넓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상호 PD와 박은령 작가가 “이영애는 사임당 그 자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사임당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송승헌의 연기 변신도 주목할 포인트. 사극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배우 중 하나인 송승헌이 불꽃같은 삶을 산 ‘조선판 개츠비’ 이겸을 통해 이전과는 180도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풀어낸, 누구도 몰랐던 사임당의 이야기 1,2회 연속 방송으로 휘몰아칠 ‘사임당’은 첫 회부터 강력한 사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임교수를 꿈꾸던 시간강사 서지윤이 이태리에서 찾은 자신의 모습과 꼭 닮은 미인도와 사임당의 일기를 매개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타임슬립’이라는 코드를 차용하고는 있지만 여타의 작품에서 등장한 ‘타임슬립’과는 차별성을 두고 있다. 단순히 시간적인 이동이나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오는 형태의 판타지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퓨전 사극이다. 특히 그동안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로 인식해왔던 것에서 탈피해 ‘워킹맘’과 ‘천재적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사임당’은 여자로, 예술가로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던 여자 사임당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영애 역시 “‘사임당’이라는 작품으로 우리가 정해놓은 이미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며 “과거나 지금이나 엄마로서의 고민은 같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에서 오는 설렘이 있다. 보시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오윤아, 김해숙 부터 신예 박혜수, 양세종까지. 드라마 이끄는 명품 캐스팅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방대한 이야기의 곳곳에 연기력과 내공을 모두 갖춘 역대급 명품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선 과거 조선시대에는 신예 박혜수와 양세종이 어린 사임당과 어린 이겸으로 분해 극 초반을 이끈다. 두 사람은 신선하고 풋풋한 매력으로 국민 첫사랑 커플 등극을 예고한다. 양세종은 현대 분량에서 사임당의 일기와 금강산도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는 시간강사 이영애의 조력자 한상현으로 1인2역까지 소화하며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겸과 대립관계를 이루는 민치형 역의 최철호와 치형의 부인인 휘음당 최씨를 맡은 오윤아가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여기에 사임당의 운명을 결정지은 아버지이자 문신 신명화 역에 최일화가 캐스팅 되었으며, 남편 이원수 역에 윤다훈이 출연한다. 현대에서는 서지윤의 시어머니로 출연하는 김해숙과 한국미술사학회장인 민정학 역의 최종환, 선관장 김미경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이경진, 박준면, 이해영, 홍석천 등 내공있는 명품 배우들이 연기 열전을 펼친다. #눈을 뗄 수 없는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 ‘사임당’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1년여의 촬영 기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닌 것은 물론 이태리의 이국적인 풍광까지 담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또한 당대 천재 화가 사임당을 다룬 만큼, 한복 고증을 비롯해 한국 전통 예술을 그려내는데 있어 고심을 거듭했다. 시대 배경을 무시한 의상으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던 사극이 적지 않았기에 ‘사임당’은 더욱 철저하게 시대 고증에 힘썼다. 또한 작품을 위해 한 달 여 배운 이영애의 그림 솜씨와 송승헌의 거문고, 그림, 글씨 등에도 주목할 만하다. 휘음당 최씨를 연기하는 오윤아 역시 그림과 한국무용을 드라마 안에서 펼쳐 보일 예정이다. 100% 사전제작으로 더욱 완성도를 높인 ‘사임당, 빛의 일기’는 26일 목요일 밤 10시 1,2회 연속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작년 관광객 최고 10배까지 급증… 다시 찾는 울산 만든다”

    “작년 관광객 최고 10배까지 급증… 다시 찾는 울산 만든다”

    “산업·생태환경 도시 넘어 ‘관광도시’로 핵심 관광지 육성사업 선정… 준비 끝”울산이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관광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를 강화해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 새해 벽두부터 세일즈 행정에 나선 김기현 울산시장을 25일 만나 ‘관광도시 울산’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울산 방문의 해 선포 의미는. -올해는 산업과 생태환경 도시 울산이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울산은 산악, 해양, 문화, 역사유적지, 산업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다. 태화강 십리대숲, 영남알프스 등 4곳은 한국대표 관광지에 선정될 정도다. 다양한 기념행사와 축제, 국제행사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예정이다. →울산관광의 특징은. -울산은 도심에서 30분만 이동하면 산과 강, 바다를 즐길 수 있다. 근대 포경산업 전진기지였던 장생포는 고래잡이 문화와 역사를 넘어 생태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영남알프스는 국내 최초의 산악영화제가 열릴 정도의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발돋움했다. 해돋이 명소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인식됐다. →관광산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울산은 대한민국을 세계 6위의 수출강국으로 성장시킨 산업수도다. 하지만, 전체 산업의 64.6%를 차지하는 제조·광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업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관광산업은 제조업보다 1.5배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도 있다. 따라서 우수한 자원을 발굴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 관광도시 울산의 청사진은. -지난해 울산은 관광산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관광객은 최고 10배까지 급증했다. 또 중앙 부처의 공모사업과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두 가지 전략으로 관광활성화에 나선다. 우선 정부의 관광정책 기조에 맞춰 발전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울산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핵심 관광지 육성사업에 선정돼 산악, 해양, 산업 등 울산형 5대 관광자원이 빠르게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두 번째는 다시 찾고 싶은 울산을 만드는 것이다. ‘울산을 다시 찾고 싶다’는 관광객이 많은 만큼 관광지의 숨은 매력을 찾아내고, 문화관광 콘텐츠를 다듬을 계획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사안·관점따라 도전받는 ‘여성 리더십’ 아쉽다”

    “사안·관점따라 도전받는 ‘여성 리더십’ 아쉽다”

    “나쁠 때는 여성 리더십의 부재라고 비판을 받지만 정작 여성 리더십이 빛났을 때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합니다. 사안의 유불리에 따라 여성 리더십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관점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2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서울청사 17층 접견실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제기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사안마다 변화하는 여성에 대한 관점이 아쉽다”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나라,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 리더십은 앞으로도 계속 많은 도전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강 장관은 이어 “여성 리더십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함께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에서 사업가, 사업가에서 정치인,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다양한 길을 걸어온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여가부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느낀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벌써 1년이 됐다. 사업할 때랑 비교하면 심적 부담의 무게가 달랐다. 사업은 한 번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또 있으니까 다음에 열심히 하면 된다. 반면 정부 정책은 한 번 잘못하면 그 결과가 그대로 역사에 남으니까 훨씬 더 신중해야 하는 것 같다. 정책의 지속성, 일관성 등을 유지하면서 개선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책임이 막중하다.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여가부 존폐 논란이 있는데.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부처들과 정책의 대상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늘 있다. 효율성만 따지면 그런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가부는 다른 부처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여성의 권익보호, 경제활동 지원 등 틈새를 채우는 역할을 해왔다. 초기엔 정책의 초점이 여성에게만 맞춰졌지만 갈수록 남성을 포함한 양성 평등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봤을 때 반드시 필요한 양성평등 정책을 여가부 말고 어느 부처에서 할 수 있을까 싶다.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고,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해나가는 게 여가부의 역할이다. →‘12·28 합의’가 이뤄진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가부가 정부 차원에서 힘 있게 추진해온 위안부 피해자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전면 백지화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데. -전시 여성 인권 침해 역사를 미래 세대에 알리는 데 여가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걸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 다만 합의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 정서가 감정적으로 치닫는 게 안타깝다. 일본 정부에 진정성을 좀 더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합의 내용이 불충분하더라도 이를 일본 정부의 사과로 받아들이겠다는 피해자 의견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1990년대에도 일본 전범기업들이 자금을 출자해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 재단에서 위로금을 지급받은 할머니들이 굉장한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돌아가신 분들 중에는 마지막까지 그때 맺힌 한을 못 풀고 가신 분들도 있다.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예비비로 편성해 반환하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협상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런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그 당시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대외여건도 있었다. 완벽한 사과를 받으려면 우리 국력이 월등하다든지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또 대부분 피해자 연령이 고령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됐고, 협상에 임박해서는 피해자 분들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지만 오랜 기간 합의를 한다면 이 정도 수준은 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다. →일본 정부 출연금이 10억엔으로 정해질 때 여가부도 참여했나. -직접 참여는 안 했지만 여가부에 등록된 피해자와 유족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청취했다. 또 독일 정부와 민간에서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해 설립한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 사업을 리뷰하며 여러 가지로 최대한 벤치마킹했다. →10억엔 사용 현황은. -합의 당시 위안부 피해 할머니 199명이 작고하셨고, 46명이 생존해 계셨다. 지난해 12월 추가로 1명이 공식심사를 통해 피해 사실이 인정되면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수는 모두 246명(여가부 등록 239명, 대일항쟁위원회 등록 7명)이 됐다. 현재 생존자 34명이 사업 참여를 신청한 상태이고, 31명은 심사가 끝나 지급받았다. 생존자에겐 각 1억원씩, 사망자 유족에게는 각 2000만원씩 지급된다. 올해 화해치유재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재단운영에 들어가는 경비를 최소화해 10억엔 안에서 사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 여가부는 ‘백서 형태의 보고서’를 출간한다고 했는데 당초 추진해온 백서가 아닌 이유는. -백서는 정부 의견으로 밝히는 것인데, 2015년 발주한 연구 용역을 수행한 책임 연구진들과 정부 의견이 일치가 안 된다. 모든 내용이 정부 의견이라고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0% 정부 의견으로 발간하기엔 애로가 있다고 판단했다.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백서다’, ‘백서가 아니다’에 논점이 맞춰져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 여러 연구진의 의견을 종합 정리해서 보고서를 낸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올해 추진하는 위안부 피해 관련 사업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에 위치한 국립묘원인 ‘망향의 동산’에 피해자 41명을 모셨다. 아직도 뿔뿔이 흩어져 계신다. 지난해 일시 중단했던 추모비 건립은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이 위안부 관련 기록물 등 전시 등과 함께 예산 5억원을 들여 오는 11월까지 재추진한다. 이 밖에도 지난 연말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관련 교육 콘텐츠 제작 사업, 국내외 사례조사 및 향후 과제 도출, 기록물 발굴 정리 해제사업 용역 발주도 마무리가 됐다. 서울시가 남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한 ‘기억의 터’를 조성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이미 ‘나눔의 집’에 예산을 지원해 역사관을 만든데다 여성사박물관에 관련 전시를 할 예정이라, 지자체와 이중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가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장 힘을 실어 추진하는 정책은.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일·가정 양립 정책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은 물론,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목소리를 내게 되고 그로 인해 약자가 희생되는 환경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대담 윤창수 정책뉴스부 차장 geo@seoul.co.kr 정리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저가 선물 대박? 사회적기업엔 먼 얘기”

    “사람들이 속도 모르고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는데 매출액은 20% 이상 줄었습니다. 사회적기업도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피할 수는 없더군요. 5만원 미만 제품은 그나마 팔리는데 5만원 이상 제품은 주문이 아예 끊겼습니다.”(한과·떡 사회적기업 관계자)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을 앞두고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가 많은 사회적기업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랐다. 몇 종류 되지 않는 5만원 이상 선물세트는 일반기업 제품에 밀리고, 선물 수요 자체가 줄어 저렴한 제품군 판매도 감소했다. 한 백화점에서 실시한 사회적기업 기획전이 그나마 선방했지만, 업계는 대형유통채널이 주목을 받은 것이지 사회적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고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다. 23일 만난 사회적기업 성암영귤농원의 김기환 부대표는 “청탁금지법 전에 품질과 포장을 고급화한 5만 5000원짜리 영귤차세트를 야심 차게 출시했는데 법이 시행되면서 5만원 이상의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감소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노인 등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고용하는데 매출이 저조해 고용을 줄이게 되면 회사뿐만 아니라 종업원들도 타격을 입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곶감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 누리는농부의 관계자도 “경기가 안 좋고 시국도 어수선해서인지 주문 전화가 오긴 해도 판매량은 줄었다”면서 “지난해에는 판매 목표치의 90%를 달성했는데 올해는 많아야 70%에 그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현대백화점이 마련한 사회적기업 설 선물세트가 9000개 판매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설 행사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2014년 사회적기업 선물세트를 처음 선보인 이후 3년 만에 판매량이 4배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화점 기획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실제 사회적기업 업계가 체감할 정도의 매출 증대라고 보긴 어렵다.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백화점이라는 대형유통시스템 때문에 일부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것이지 전체 매출은 다들 줄었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좀더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사회적기업은 1713개다. 서울시가 사회적기업 128곳을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매출액은 5억 2399만원에서 18억 9236만원으로 3.6배 늘었고, 고용인원은 412명에서 1635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이 경기 침체와 청탁금지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취약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늘고 있다”며 “사회적기업이 품질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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