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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기자 도읍지는 漢 낙랑군 조선현… 평양은 후대 상상의 산물일 뿐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기자 도읍지는 漢 낙랑군 조선현… 평양은 후대 상상의 산물일 뿐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400여년 전의 17세기 평양으로 돌아간다면 기자(箕子)가 평양에 왔었다고 믿기 십상일 것이다. 평양에 기자의 유적·유물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기전 12세기경의 인물인 기자가 평양으로 왔다는 인식은 사후 2400여년 후인 서기 12세기부터, 기자의 평양 유적은 서기 14세기경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조선 중기에는 유적이 만들어진 지 이미 400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진위 구별이 쉽지 않았다. 기자가 평양으로 왔다는 ‘기자동래설’을 믿고 싶었던 사대주의 유학자들은 굳이 진위를 밝힐 생각도 하지 않았다.●기자의 지팡이 조선 선조 때 윤두수(尹斗壽·1533~1601)는 평양감사 시절 ‘평양지’를 편찬했는데 서문에서 “평양은 기자의 옛 도읍이다”라고 썼다. 윤두수는 “평양성의 남쪽에 기자가 만든 정전(井田)이 있고 … 성 북쪽에 토산(?山)이 있는데 기자의 의관(衣冠)을 묻은 곳이다. … 그 외에도 기자궁(箕子宮), 기자정(箕子井), 기자의 지팡이(箕子杖)가 있다”고 말했다. 평양에 기자의 궁전이 있고, 기자의 의관을 묻은 토산이 있고, 우물인 기자정이 있고 기자의 지팡이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평양에서 실시했다는 정전제(井田制)의 모형도 만들어 놨다. 사각형 농지를 우물 정(井) 자 형태로 나누면 아홉 구획의 농지가 생기는데, 여덟 가구가 한 구획씩 경작하고 가운데는 공동으로 경작해 세금으로 내는 이상적인 토지제도가 정전제다. 윤두수의 동생 윤근수(尹根壽·1537~1616)는 ‘평안도 감찰사로 나가는 박자룡(朴子龍)을 전송하는 서문’에서 “(평양에는) 기자의 지팡이가 있어서 감사가 관아에 있을 때 그 지팡이 한 쌍을 가지고 앞에서 인도했다”고 말했다. 윤근수는 자신이 등나무(?)로 만든 기자의 지팡이를 직접 보았는데 “임진왜란 때 잃어버렸으니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중국에 역수출된 평양기자 기자가 평양에 왔으니 그 후손들도 있어야 했다. 조선 중·후기 문신 미수(眉?) 허목(許穆)은 ‘동사’(東史)의 ‘기자(箕子)세가’에서 “기자의 후손은 기씨(奇氏), 한씨(韓氏), 선우씨(鮮于氏)”라고 말했다. 조선의 기씨·한씨·선우씨가 기자의 후예라는 것이다. 그런데 송나라의 문인 소식(蘇軾·1037~1101)과 원나라 문인 조맹부(趙孟頫·1254~1322)가 중국의 선우(鮮于)씨들에게 써 준 글들에서 ‘선우씨가 기자의 후손’이라고 쓴 것이 알려졌다. 그래서 광해군 때 예조판서였던 월사 이정구(李廷龜)의 건의에 따라 선우식(鮮于寔)이 평양 기자 사당의 제사를 주관하게 됐다.평양은 중국 사신들이 오가던 지역이었고, 기자 무덤은 이들의 단골 방문지가 됐다. 평양의 기자 유적은 중국에도 널리 퍼졌고, 중국인들이 거꾸로 조선인들에게 물었다. 담헌(湛軒) 홍대용(洪大容·1731~1783)은 영조 42년(1766년) 청나라에 다녀와서 쓴 기행문 ‘연기’(燕記)에서 중국 허난(河南)성 출신의 한림(翰林) 팽관(彭冠)과 나눈 이야기를 실었다. 팽관이 “기자의 후손이 지금 조선에 있습니까”라고 묻자 홍대용은 “평양에 기자의 무덤과 사당이 있는데 그의 후손들이 세습하면서 사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정전(井田)의 유적지가 아직도 있으니 고증할 만합니다”라고 답했다. 14세기 이후 만들어진 평양의 기자 유적들이 거꾸로 중국인들에게 ‘기자동래설’의 증거로 역(逆)사용됐던 것이다. ●조선 후기 학자들의 의심 그런데 조선 후기 중국의 1차 사료들을 검토하는 학풍이 일면서 “기자가 정말 평양으로 왔는가”라는 의문을 품는 학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강역고’(疆域考)의 ‘조선고’(朝鮮考)에서 “내가 살펴보니 요즘 사람들은 기자조선에 대해서 많이 의심하면서 혹 요동에 있지 않았는가 생각한다”라고 썼다. 기자조선이 평양 일대가 아니라 고대 요동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었다는 뜻이다. 정약용이 사숙(私淑)했던 성호 이익(李瀷·1681~1763)도 그런 학자였다. 그는 기자가 평양에 왔다고는 생각했지만 기자의 강역에 대해서 쓴 ‘조선지방’(朝鮮地方)에서는 기자가 당초에 봉함을 받은 지역이 “연나라에 접근해 있었으니 지금 만리장성 밖 요심(遼瀋·만주) 지역이 모두 강역 내”라고 썼다. 기자조선이 지금의 베이징 부근에 있던 연나라와 국경을 접해 있었으니 요심과 지금의 산해관(山海關) 부근의 만리장성을 넘는 지역이 모두 그 강역이었다는 뜻이다. 이익은 또한 ‘병영’(幷營)이라는 글에서는 ‘기자가 봉함을 받은 지역이 … 순(舜)시대의 병주(幷州)와 영주(營州)가 아니겠는가”라고도 말했다. 병주는 베이징 부근이고, 영주는 산둥성 일대를 뜻한다.●기자조선 위치가 중요한 이유 기자조선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현재 북한 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동북아 역사전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자조선의 도읍지 평양이 위만조선의 도읍지가 됐고, 그 자리에 낙랑군이 섰으므로 북한 강역이 중국의 역사 영토라는 것이 중국은 물론 국내 식민사학계의 논리다. 그럼 중국 사료도 그렇게 말하고 있을까. 한나라의 정사인 ‘한서’(漢書)에는 한나라의 행정구역을 설명한 ‘지리지’가 있다. ‘한서’의 ‘지리지’ 주석은 낙랑군 조선현이 기자가 도읍한 곳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한서’ 지리지에서 말하는 낙랑군 조선현을 찾으면 된다. 한 무제(武帝)는 원봉(元封) 5년(서기전 106) 전국을 13개 주(州)로 나누어 각각 자사(刺史)를 두었다. 지금의 베이징 지역에 있던 유주자사부(幽州刺史部)는 산하에 여덟 개 군을 두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낙랑군이다. 한나라는 전국에 30리 단위로 설치한 역참(驛站)에서 말을 갈아타 가면서 행정 문서를 주(州)나 군(郡)에 전달하게 했다. 한 주(州) 내의 산하 군들에는 보통 하루나 늦어도 이틀이면 행정문서가 전달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의 유주(베이징)에서 광활한 만주벌판을 지나서 천산산맥, 장백산맥, 낭림산맥 등의 험준한 산맥을 넘고, 허베이성 난하와 요녕성 대릉하, 요하를 건너고 압록강과 청천강 등을 건너 하루나 이틀 안에 평양에 행정문서를 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자조선이 평양에 있었다는 것은 후대 사람들의 상상의 산물이다. 고구려를 침공했던 수(隋)나라 양제(煬帝·재위 604~618) 때 인물 배구(裵矩)는 서역에 관한 지리서인 ‘서역도기’(西域圖記)를 지어 올릴 정도로 지리에 밝은 인물이었다. ‘수서’(隋書)의 ‘배구 열전’에 따르면 그는 수 양제에게 “고려(고구려)의 땅은 본래 고죽국(孤竹國)인데, 주(周)나라 때 기자를 봉한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봉함을 받았다는 고죽국에 대해서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의 ‘고죽안시’(孤竹安市)에서 “고죽국은 영평부(永平府)에 있다”고 말했다. 영평부 자리가 기자조선이 있던 자리라는 뜻인데, 명·청 때의 영평부는 지금의 허베이성 루룽(龍)현이다. 청나라 때 역사지리학자 고조우(顧祖禹)가 편찬한 ‘독사방여기요’(讀史方輿紀要)는 “영평부 북쪽 40리에 한나라 낙랑군의 속현이었던 조선성(朝鮮城)이 있다”고 말해서 영평부 자리가 기자조선의 도읍임을 밝혔다. 앞으로 후술하겠지만 지금의 허베이성 루룽현이 옛 한나라 낙랑군 조선현 지역이라는 사료는 이외에도 많다. 평양은 고려 후기 유학자들이 기자의 도읍으로 끌어들였을 뿐 중국의 여러 사료들은 지금의 허베이성 루룽현을 기자의 도읍지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무력화할 중국 사료는 많다. 중국이나 일본의 눈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관의 전환이 시급한 때다. ■기자와 선우씨 조선에서 ‘선’자 따고 우땅 ‘우’를 합쳐 선우…선우씨 정통처럼 인식 ‘상우록’(尙友錄)에는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朝鮮)에 봉했는데, 그 아들 중 한 명인 중(仲)이 우(于)땅을 채지(采地·봉토)로 받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선에서 선(鮮) 자를 따고 우땅에서 우(于) 자를 따서 선우(鮮于)씨가 됐다는 것이다.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재위 1368~1398) 때 중령별장(中領別將) 선우경(鮮于京)의 7대 후손이라는 선우식(寔)이 평안도 태천(泰川) 평양의 기자 사당인 숭인전(崇仁殿) 곁에 와서 살았다. 그래서 그를 기자의 후예로 인정해 광해군 때 숭인전 전감(殿監)에 제수했고, 그 자손이 대대로 전감직을 세습함으로써 선우씨가 기자의 정통처럼 인식됐다.
  • ‘크로스’ 첫방송, 메디컬 복수극에 시청자 기대 UP...시청포인트 3

    ‘크로스’ 첫방송, 메디컬 복수극에 시청자 기대 UP...시청포인트 3

    2018년 tvN 첫 장르물 ‘크로스’가 센세이셔널한 메디컬 복수극으로 안방극장을 접수한다. 29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되는 tvN 새 드라마 ‘크로스’는 살의를 품고 의술을 행하는 천재 의사 ‘강인규’(고경표 분)와 그의 살인을 막으려는 휴머니즘 의사 ‘고정훈’(조재현 분)이 생사의 기로에서 펼치는 메디컬 복수극을 그린다. 2017년 OCN 최고 시청률 신화를 만든 ‘터널’로 한국 장르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신용휘 감독이 장기이식이라는 종전에 본 적 없는 파격 소재의 드라마로 돌아왔다. 더불어 영화 ‘블라인드’로 대종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탄탄한 필력의 최민석 작가가 의기투합해 기대치를 한껏 높인 상황. 고경표-조재현-전소민-진이한-양진성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 열정과 장광-김종구-허성태-우현-유승목-엄지성 등 선·후배 연기자들이 빈틈없는 연기력으로 가득 채워질 ‘크로스’의 시청포인트 3가지를 공개한다. 스크린→브라운관으로 옮겨진 신선한 파격 소재! 장기이식-장기이식센터! : 웰메이드 장르물의 진화 보여줄 단 하나의 작품! ‘크로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극 중 모든 사건사고의 중심이 되는 장기이식이라는 소재와 장기이식센터라는 장소의 특별함이다. 한국 메디컬 드라마에서 흔히 다뤄지지 않았던 신선한 소재와 장소를 브라운관으로 옮겨와 지금껏 본 적 없는 센세이셔널한 메디컬 복수극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신용휘 감독은 지난 25일 진행된 ‘크로스’ 제작발표회에서 “장기이식이 사회에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게 됐다”는 말로 소재 선택의 이유에 대해 말했다. 출연 배우인 조재현 또한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 ‘크로스‘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한 장기이식센터를 중심으로 병원 내 의사들의 정치적 암투와 각종 비리-부패로 얼룩진 병원 내부의 민낯을 사실감있게 그려내는 등 매회 휘몰아치듯 전개되는 사건사고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 한 남자의 핏빛 복수와 두 남자의 극렬 대립! : 복수의 메스를 든 천재 의사 고경표 & 따뜻한 신념의 휴머니즘 의사 조재현! ‘크로스’는 천재적인 의술로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를 정당하게 살해하려는 천재 의사의 복수 이야기다. 살인을 위해 교도소와 병원을 폭주해야 하는 강인규(고경표 분)의 복수를 향한 질주는 그가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유일한 이유다.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를 치료하는 백의 카리스마에서 그의 죽음을 연구하는 지능적 살인범까지 선악의 경계선에 선 강인규는 자신의 폭주를 막으려는 옛 멘토 고정훈(조재현 분)과 극렬한 대립을 펼치게 되고 이들 관계는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결국 ‘크로스’는 천재 의사 강인규와 휴머니즘 의사 고정훈이 본능과 이성으로 대립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예정. 살인자vs의사라는 극단적 선택의 갈림길에 선 강인규와 그의 천재성을 살리려는 고정훈이 각각 다른 이념으로 맞대립, 진실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며 형성할 케미스트리는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신용휘 감독&최민석 작가로 뭉친 신구 배우의 환상적인 라인업! : 고경표-조재현-전소민-진이한-양진성&장광-김종구-허성태-유승목-엄지성 ‘크로스’는 신용휘 감독-최민석 작가로 뭉친 신구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연기력으로 ‘진화의 아이콘’이라 불린 고경표는 주인공 강인규 역을 맡아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천재 의사의 핏빛 복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6년만의 메디컬 드라마 복귀작으로 ‘크로스’를 선택한 조재현은 휴머니즘 의사 고정훈 역으로 고경표와 맞대립을 펼치며 다시 한 번 관록의 연기력을 뽐내 극의 중심을 잡을 예정. 연기 여신으로 돌아온 전소민 역시 자유분방 긍정 매력의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의 변신을 끝마쳐 기대를 모은다. 특히 3인의 트라이앵글 조합을 비롯해 최고의 연기력과 강렬한 존재감으로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장광-김종구-허성태-유승목-엄지성이 모여 극을 탄탄하게 채우는 등 ‘크로스’는 전에 없는 완벽한 신구 배우 조화를 통해 한층 더 탄탄한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용휘 감독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사람을 살해하는 존재로 돌변할 수 있다는 신선함과 살의를 가졌지만 결국 의사의 본분을 지키는 스토리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크로스’ 속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전했다. 이와 함께 “메디컬 장르보다 선택의 기로에 선 인물의 변화와 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과의 관계-서사-감정에 주력했다”며 복수로 얽힌 다양한 관계와 천재 의사 강인규의 변화를 ‘크로스’의 시청포인트로 꼽는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웰메이드 장르물을 기대하게 했다. 한편 2018년 tvN 첫 장르물 ‘크로스’는 오늘(29일) 밤 9시 30분 첫 방송된다.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이 종교 탄압을 본격화하는 까닭은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이 종교 탄압을 본격화하는 까닭은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종교 활동의 규제를 강화한 새 조례를 시행하는 한편, 최대 티베트 사원의 인사·재정 등 모든 업무를 틀어취고 철저히 통제하며 교회를 폭파해 철거하는 ‘종교적 테러’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중국 정부가 쓰촨(四川)성 간무(甘牧) 장족(藏族)자치주 라룽가(喇榮噶)의 중국 최대 티베트 사원에 200명에 이르는 공산당 간부와 관리들을 긴급 파견해 사원의 인사·행정·재무 등 모든 업무를 장악해 종교 활동을 면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해당 사원은 일정 쿼터 한도 내에서만 새 승려를 모집할 수 있으며, 승려가 되려면 정부의 실명 인증 작업을 거쳐야하는 등 새로운 규제도 도입했다. 소피 리처드슨 휴먼라이츠워치 중국국장은 “중국 정부가 사원을 점령하려는 것은 단순히 이 지역의 인구를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종교 활동을 일일히 감시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뿐 아니라 중국 정부를 향한 분노를 더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라룽가 지역은 중국 정부가 2016년 7월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8개월 간에 걸쳐 사원 파괴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 논란을 빚었던 곳이다. 중국 정부는 당시 이 지역의 인구를 1만명에서 5000명으로 줄여야한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낡은 건물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바 있다. 중국 정부는 1950년대 이후 간단없이 티베트 지역에 군대를 파견해 사원 점령·파괴 작업을 거듭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일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시 푸산(浮山)현에서 개신교 가정교회 진덩탕(金燈堂) 건물을 폭파해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은 교회 측 동의를 받거나 사전 통지해주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진덩탕은 2004년 완공된 대형 교회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삼자(三自) 애국교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산당 세속 정권의 통제를 따르기를 거부하는 일반 개신교 교회들은 진덩탕 같은 이른바 지하 예배당을 모임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 교회 양룽리(楊榮麗) 목사는 현지 경찰들이 7일부터 교회를 에워싼 뒤 신도들의 접근과 진입을 막고 중장비를 동원해 철거 준비작업을 하더니 이날 오후 교회 주변에 폭약을 설치하고 교회 건물을 폭파했다고 전했다. 린펀시 정부는 교회 주변에 경계선을 치고 신도 및 주민들의 접근과 사진 촬영을 막았으며 이들에게 교회 철거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말고 기자들의 취재에도 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린펀시 정부는 이 교회 부지의 개발가치를 보고 양 목사 등에게 토지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무장경찰을 동원해 건물을 포위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 이에 반발한 양 목사 등이 상급기관인 산시성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러 갔다가 도리어 공안에 구금됐다. 양 목사는 불법 농지점용 및 교통질서 혼란죄로 7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16년 10월에야 석방됐다. 진덩탕 교회의 폭파 철거는 이전보다 강화된 종교사무조례 시행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이뤄져 주목된다. 이런 사건들을 빌미로 비공식 파견된 외국 선교사들에 대한 비자 관리를 강화하거나 비관영 지하교회나 가정교회에 대한 전면 탄압에 나설 공산이 크다. 중국 내 개신교 지하교회들의 위축이 우려되는 이유다. 중국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對華援助協會) 멍위안신(孟元新) 연구원은 “과거 탈레반의 바미안석불 폭파 파괴를 연상시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봄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핑양(平陽)현과 웨칭(樂靑)시에서는 저장성 정부가 고용한 사람들이 강제로 교회에 진입해 CCTV를 설치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지방 정부 고용 인원의 강제 CCTV 설치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섰던 일부 신도들은 현지 공안 당국에 의해 곧바로 체포됐다. 이와 함께 불법 건축물을 단속한다는 구실로 2014년 이후 핑양현 100여곳을 비롯해 융자(永嘉)현과 창난(蒼南)현, 츠시(慈溪)·닝보(寧波)·리수이(麗水)시 교회 1800곳의 십자가를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원저우시는 주민 800만명 가운데 100만명 정도가 개신교도인 중국 최대의 기독교 도시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오는 2월부터 종교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종교사무조례’를 시행함으로써 종교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조례의 주요 내용은 해외로부터 오는 선교 자금은 10만 위안을 넘을 수 없으며, 종교단체를 설립하려면 중국 사회단체가 관리하는 규정에 따라 등록돼야 하며 등록되지 않아 비종교 단체, 비종교 기관, 비종교 활동 장소로 분류되는 곳에서는 종교 교육·훈련을 수행할 수 없고 이런 단체가 시민들이 종교 교육, 회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조직하면 규제 대상이 되며 대형 집회는 30일 이전에 신고해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에만 가능하고 허가 없이 종교활동을 하면 10만~30만 위안의 벌금이 부과되며 가정교회에서 헌금 수입 등이 발생하면 불법 소득으로 간주하고 압수한다는 것 등이다. 또 일선 행정기관의 종교인과 종교단체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불법 종교행사’에 장소를 제공할 경우 최대 20만 위안의 벌금을 물리고 미승인 교육시설이 종교 활동에 이용된 경우에는 인가를 취소하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왕쭤안(王作安) 국가종교국장은 이달 초 전국 종교국장회의에서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종교 사무관리의 제도체계를 한층 완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왕 국장은 ▲인터넷 종교정보서비스 관리 ▲임시 종교활동 장소 심의관리 ▲교육기관 설립방안 ▲교육기관의 외국인 채용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을 새롭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혀 종교 통제를 강화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이 종교를 용인하지 않는 이유는 대략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고 외친 만큼 중국과 종교는 필연적으로 불화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종교란 지배계급의 착취를 용이하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더욱이 공산당 간부들의 프로필 종교 항목에 ‘공산주의’라고 내세우고 있는 만큼 다른 종교가 파고들 여지도 거의 없다. 두 번째는 종교가 외세의 침략 도구로 이용됐던 역사적 피해 사실 탓이다. 아편전쟁으로 상징되는 서양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에 만신창이가 된 중국으로서는 종교를 ‘구세주’로 보기보다 ‘사탄’으로 여긴다. 마지막으로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의 불교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이슬람교는 이들 민족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 정부는 끊임없이 공산당 당원을 향해 종교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왕쭤안 국장은 지난해 “공산당원은 종교적 신앙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이는 전 당원에 해당되는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산당원은 굳건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무신론자로서 당의 규율을 따르고 당의 신념을 유지해야 한다”며 “종교를 가진 당원은 사상교육을 통해 종교를 포기하도록 하고 그에 저항하면 당 조직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국장은 특히 “경제 발전이나 문화 다양성의 명목으로 당정 지도 간부가 종교를 지원하거나 관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서구 사상의 전파 통로로 여기는 개신교 인구의 증가와 신장위구르 지역에 만연한 이슬람 극단주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권 5번 바뀌며 상전벽해 된 ‘한밭’… 텃밭 지키기 머문 공직문화

    정권 5번 바뀌며 상전벽해 된 ‘한밭’… 텃밭 지키기 머문 공직문화

    올해로 정부대전청사가 조성된 지 20년이다. 수도권 인구 분산과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는 공감했지만 초기 대전으로 내려온 공무원들은 혼란과 불편, 경제적 부담 등을 피할 수 없었다. 20년이란 시간 속에 대전청사 공무원 대부분은 대전 사람이 됐다. 개인 사정으로 내려오지 못한 이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정권이 5번 바뀌며 외청들도 변화를 거듭했다. 조직의 성장과 생활 안정으로 공무원들 삶의 질과 만족도도 높아졌다. 고속철도 개통과 정부세종청사 조성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공직문화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지난 20년간의 대전청사 변화를 청사 사람들에게 들어봤다. 류광수 산림청 차장대전은 공무원 전성기 보낸 제2의 고향이죠“산림 공무원으로 살아온 30년 중 20년, 공직자로서 전성기를 이곳에서 보냈으니 대전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류광수(55) 산림청 차장에게 ‘대전청사 20년’은 남다르다. 1988년 산림청에서 공직(행정고시 31회)을 시작해 10년차인 1998년 정부대전청사로 왔다. 1998년 당시 임정계장(서기관)에서 지난해 공무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인 차장에 임명됐다. # 대전에서 잘 뿌린 공직 씨… 차장 오르며 큰 열매 대전행을 결심했을 때부터 가족이 같이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이들이 6살, 2살이어서 교육에 대한 부담이 적었기에 순조롭게 이뤄졌다. 다만 부인이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어서 가족들의 대전 합류는 1999년에야 성사됐다. 류 차장은 산림청이 현재와 같은 위상 및 역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선배들의 ‘치산녹화’ 혜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까지 나무를 심는 기관으로서 산림청에 대한 관심이 낮았다”면서 “1960년대부터 온 국민이 심고 자란 나무가 훌륭한 자산이 되면서 산림재해·복지 등 다양한 정책 추진이 가능해졌고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대전 시대’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로 현장 밀착 행정을 꼽았다. 서울에 있었다면 밀착 행정의 정도는 훨씬 떨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산림 분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그가 후배 공무원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험에서 얻은 소신이자 철학이다. 산림청은 지방 조직이 많아 전체 공무원 중 대전 이전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5급 이상에서는 오히려 서울 근무자를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 차장은 “서울 홍릉 시절에는 지방 발령 시 북부청(원주)에 수요가 집중됐지만 대전청사로 내려온 후에는 쏠림현상이 사라져 오히려 인사가 편해졌다”고 귀띔했다. # 지방조직 많은 산림청, 서울 시절보다 인사 쏠림 적어 서울과 같은 경쟁은 요구되지 않았지만 자기개발에 소홀하지 않았다. 학부는 행정학을 전공했지만 산림 공무원으로서 보다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며 산림자원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3년 8개월 최장수 기획조정관으로 산림청 살림살이를 챙겼던 류 차장은 정부세종청사 이전의 최대 수혜자라고 자평했다. 서울 출장 대부분이 국회와 부처 협의인데 50%의 불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류 차장은 “산림청이 대전에 와서 이렇게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면서 ”푸른 국토를 만들자며 나무를 심고 가꿔 자원화를 이룬 것처럼 산림분야는 현재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더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정숙(여) 특허청 사무기기심사과장20년 서울~대전 출퇴근… 일ㆍ가정 다 지켰어요15년 만에 만난 이정숙(54·여) 특허청 사무기기심사과장은 변함없이 서울~대전을 매일 출퇴근하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2004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타는 열차가 무궁화호에서 KTX로 바뀌면서 하루 6시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정도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20년간 쳇바퀴 같은 생활이 지루하고 고될 만도 하지만 이 과장은 “고속열차가 생기고 대전에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훨씬 편리해졌다”며 “서울청사 시절 마포에서 강남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도 2시간이 걸렸다”고 환하게 답했다. # 면접 때 약속 지켜… 시어머니 뒷바라지가 큰 힘 고려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9월 특허 공무원이 된 그는 대전으로의 출퇴근이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이 과장은 “면접 당시 대전에서 근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러겠다고 답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했다”면서 “아내이자 주부, 며느리로 20년간 공직생활을 무탈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여든을 넘긴 시어머니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20년 출퇴근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전청사 이전 초기에는 오전 6시 15분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2시간 타고 대전으로 출근했다. 퇴근 방송과 함께 짐을 챙겨 오후 6시 50분 서울행 열차를 탔다. 끝내지 못한 일은 열차 안에서 처리하는 게 다반사였다. 오후 9시 넘어 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아이들 숙제를 봐 주고 준비물을 챙겼다. 엄마가 출근할 때는 자고 있던 두 아들이 엄마 곁에 붙어 떨어지지 않다 보니 늦게 자는 버릇이 생겼다. # 무궁화호에서 KTX로… 재택 근무 못해봐 아쉬워 이 과장의 업무처리는 깔끔했다. 회식이나 동료들 애경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동료들의 이해와 도움을 기대했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평한다. 물론 같이 출퇴근하던 일행들이 대전으로 이사하거나 서울로 근무지를 옮길 때 고민이 들었다. 전업이나 이직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가족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이 과장은 오늘도 평일 오전 6시이면 서울역에서 KTX에 오른다. 오랜 시간 체득된 습관이다. 승객이 많지 않아 좋아하는 역방향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정확히 7시 40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한다. 간부가 됐지만 오랜 심사·심판 경력으로 간섭이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퇴근시간도 여유로워졌다. 가장 붐비는 시간을 피해 대전역에서 7시에 출발하는 KTX에 탑승한다. 이 과장은 “번번이 기회를 놓쳐 재택근무를 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심사관은 피로 누적과 능률 저하가 뒤따르기에 재택이나 유연·탄력근무제 등을 적극 활용해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만영 정부대전청사관리소장초기 심었던 나무 수십그루가 청사 큰 자산 됐죠“청사 관리의 목적은 입주 공무원들의 편의 제고입니다.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 허만영(57) 정부대전청사관리소장은 개청 20년을 맞아 입주 기관과 소통, 협력하는 청사관리를 강조했다. 쾌적한 청사 환경 조성 및 건강하게 공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 마련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 청사 숲 산책로 확대ㆍ자전거 출퇴근 운동 활성화 허 소장은 “조성 초기 심었던 작은 나무 수십만 그루가 자라 대전청사의 훌륭한 자산이 됐다”면서 “건물이 오래되면 리모델링 등 손을 봐야 하지만 나무와 자연은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그 자리를 지킨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울산시 환경녹지국장으로 재직하며 태화강 살리기를 진두지휘한 증인으로서 소신이 확고하다. 최근 숲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강조하며 청사 내 조림 계획을 소개했다. “청사 이전 20년 별도 행사 없이 식목일에 모든 입주 기관이 참여하는 나무심기 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청사 주변 녹지에 입주기관 구역을 제공해 기관들이 나무를 심고 가꾸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사 숲을 활용한 산책로 확대 조성과 헬스장 및 샤워장 시설 확충을 비롯해 주차난 해소와 입주 공무원 건강 증진 등을 위한 자전거 출퇴근 운동도 시작한다. 670대 주차가 가능한 자전거 거치대를 비롯해 상반기 중 대전시 공영자전거인 ‘타슈’가 청사 내에 설치될 예정이다. 타슈가 설치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청사 공무원이나 민원인들의 자전거 환승이 가능하다. # 관리팀 정규직화… 공무원들도 내집처럼 여겨 주길 올해부터 청사관리 서비스 향상도 자신했다. 지난 1월 1일 청소·조경·시설·통신·승강기 등 위탁운영되던 5개 팀, 309명을 청사 정규직(공무직)으로 전환했다. 허 소장은 “고용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수동적이고 현상유지적이던 업무에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면서 “공무직원들에게 자기 집,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시설·운영 개선 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지원을 늘려도 불만은 작은 부분에서 표출된다. 한때 청사관리소가 일방통행식 ‘시어머니’ 역할로 공무원들로부터 원성을 산 것도 원칙과 현실의 괴리에서 불거졌다. 냉·난방이나 온수 제공, 엘리베이터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정부기관으로서 무한정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아니다. 부족하거나 과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 소장은 “분기별로 입주기관 운영지원과장이 참여하는 정례회의에서 의견을 듣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면서 “쾌적한 청사 만들기에 기관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목성호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청사서 만난 동반자… 퇴직해도 난 대전사람목성호(52) 특허청 운영지원과장은 고향이 대구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대전둥이’로 불린다. # 그땐 변변한 식당도 없었지만 출근길은 여유로워 행정고시(40회)에 합격해 1998년 4월 특허청으로 발령받은 뒤 주로 이삿짐 싸는 것을 돕다 그해 8월 정부대전청사로 내려와 본격적인 공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목 과장은 “제일 어려웠던 것이 숙소와 식당 찾기였다”면서 “청사 주변에 제대로 된 식당조차 없어 불편했지만 출퇴근의 번잡함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데다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 너무 여유로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총각 생활을 할 때는 언제까지 대전에 있을지 자신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새로 도전할 수 있다는 의욕이 있었다. 그러나 대전, 그것도 직장에서 평생 동반자로 고시 2년 후배(박미영 국제지식재산연구원 교육기획과장)를 만나면서 생각이 변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가정을 이루고 직위도 올라 안정되면서 요즘엔 “대전에 살~리라”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특허청 부부 공무원의 역사를 새로 써 가고 있다. 2007년 첫 서기관 부부에 이어 2010년 부부 과장 탄생을 알렸다. 목 과장이 2016년 부이사관으로 승진, 머지않아 부부 고위공무원 배출이 기대되고 있다. 목 과장은 특허청이 대전으로 내려온 후의 변화에 대해 “공무원 숫자는 약 2배 늘고 예산 규모도 달라졌지만 무엇보다 위상이 높아졌다”며 “예전에는 심사·심판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현재는 지식재산 총괄 기관으로 정부 전체를 조율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개월간 특허청 인사를 책임지고 있는 운영지원과장으로 공무원 상(像)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이전에는 바쁘더라도 힘있는 부처를 선호했지만 요즘 공직에 들어오는 젊은이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되고 자기 시간이 확보된 생활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 가족 중심 생활 위해 교통ㆍ쇼핑 등 시설 확충 필요 공직 생활이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4선의 목요상 전 국회의원이다 보니 행동거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겸손하게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부친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생활습관이 몸에 배었는데 오히려 사회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대전에 살겠다는 목 과장은 “서울은 ‘전철 생활권’인데 대전은 차가 없으면 쇼핑이 어렵고 이동도 불편하지만 가족 중심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청사 공무원들은 스스로 ‘대전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신과 함께’ ‘그것만이~’ ‘염력’의 신파

    [유진모의 테마토크] ‘신과 함께’ ‘그것만이~’ ‘염력’의 신파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과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감독), 흥행이 유력시되는 ‘염력’(연상호 감독)의 외형은 무협 판타지를, 휴먼 코미디를, 초능력 액션 판타지를 각각 지향하지만 뼈대는 신파다. 신파란 20세기 초·중반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생겨난 통속적 연극의 사조를 받아들인 영화나 드라마가 애달픈 가족사나 애정 문제를 다룰 때 적용한다. ‘욕하면서 본다’는 TV 일일드라마가 대표적으로 고부 갈등, 결손가정의 비애, 출생의 비화 등이 단골 소재다. 가족을 중시하기는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라 제작 현황은 우리나라와 별다를 바 없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신파로 분류하는 배경은 침탈의 아픈 역사 속에서 다양한 피가 섞였음에도 단일민족이라는 선전에 속을 만큼 가족에 대한 애증이 강한 이유일 것이다. ‘신과 함께’는 저승사자 강림(하정우)과 군 복무 중 억울한 죽음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원귀 수홍(김동욱)의 액션이 전면에 부각된 게 흥행 포인트다. 관객들은 이 시퀀스에서 손에 땀을 흘리며 재미를 맛본다. 그런데 관람 후기는 ‘슬퍼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 주다. 밑밥은 강림의 무협 솜씨가 던지지만 영화에 대한 짙은 여운은 차례로 사망한 형제 자홍(차태현)과 수홍 가족의 가슴 아픈 사연이 완성해준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처음 만난 이부형제 조하(이병헌)와 진태(박정민)가 어쩔 수 없는 동거를 하게 되면서 물과 기름처럼 엄발나지만 어머니의 시한부 인생 판정을 계기로 서로를 보듬게 된다는 얘기다. ‘염력’은 평범한 중장년 석헌(류승룡)이 인연을 끊은 지 10년 된 외동딸 루미(심은경)로부터 아내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뒤늦게나마 딸을 챙겨주려는 부성애를 발동하면서 시작된다. 꽤 복잡한 내러티브가 얽히고설켰지만 결국 죽어서도 딸을 보살피려는 모성애를 근간으로 한다. 부성애와 모성애가 다를 리 없다. 신파는 보는 이에 따라 유치한 클리셰일 수도, 쌀밥이 익숙하지만 그래서 입맛에 착착 감기듯 눈물과 콧물을 참을 수 없기도 하다. 상업영화일수록 익숙한 코드로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려 노력하는 이유가 ‘밥과 김치’의 친숙함과 같다. 유머와 드라마가 필수인 이유다. 아무리 그래도 흥행 영화에서 모성애가 이렇게 집중되는 건 우연의 일치이긴 한데 이유는 있다. IMF 구제 금융은 어머니에게 쏠렸던 무게 중심을 아버지에게로 옮기는 흐름을 조성했다. 오랫동안 이혼율 세계 1위를 내달리는 가운데 그 잘못과 책임이 거의 남자에게 전가됐지만 이젠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부성애에도 주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어머니였다. ‘N포세대’와 1인 가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의 소중함이 간절함으로 부각됨으로써 모성애가 부성애를 역전했다. ‘염력’의 석헌은 루미를 위해 초능력을 발휘하는데 그 능력이 바로 죽은 아내의 모성애에서 비롯됐다는 감독의 노골적인 설정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일제강점기과 한국전쟁을 거친 국민 정서의 진동에 전면 배치된 가요에 대한 공감대와 다르지 않다. ‘굳세어라 금순아’나 ‘동백 아가씨’에서 보듯 가사는 가족의 비극이나 개인적 비통한 감정에 치중하고 멜로디는 단조가 많다. 21세기 트로트는 ‘칠갑산’ 같은 전통과 헤어졌고, 소모성 강한 케이팝은 ‘한의 정서’와 별개의 노선을 걸었지만 영화는 교묘하게 오월동주를 하고 있으니 영악하다. 3분과 2시간은 다르긴 하지만.
  • 日 “틸러슨 위안부 발언 한국 추가 조치 편든 것”

    일본 정부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이 한국 편을 든 것이라며 미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 회의’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오직 그들(한국과 일본)이 풀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우리는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외교 루트를 통해 “미국이 한·일 합의에 대한 추가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주장해 온 일본 정부 입장에 반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측은 일본의 입장에 유의하겠다고 답신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지난 17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미국은 한·일 합의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교도통신은 “역사 문제에서 미·일 간 온도 차가 부각된 것이라면서 미국은 한·일 양국에 화해를 촉구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국주의 일본군에 의한 성적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교도통신은 위안부 합의 때 미국의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던 것을 고려하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기고] 주얼리는 도심형 일자리 제공 산업/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장

    [기고] 주얼리는 도심형 일자리 제공 산업/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장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던 시절 경제시찰을 위해 떠난 벨기에 앤트워프시에서 다이아몬드 원석 사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앤트워프시는 다이아몬드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앤트워프 다이아몬드산업은 벨기에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보석산업에 눈을 뜬 홍콩은 1983년 한 조그만 호텔에서 주얼리 전시회를 개최하며 귀금속보석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에 나섰다. 30여년이 지난 2016년 보석 수입 17조원, 수출 31조원을 기록, 순수 외화만 14조원을 벌어들였다. 1980년대 중국 선전에 2개뿐이던 주얼리 제조 공장도 현재 100개가 넘고 있고 연간 주얼리 수출이 54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유럽의 많은 나라와 주얼리 분야를 육성한 국가들의 경우 주얼리산업이 국가의 전략산업이다. 주얼리는 사치 소비품이 아니라 고용 창출과 함께 고부가가치 도심형 산업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육성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얼리산업은 기술력과 디자인 그리고 품질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 과거 정책 당국자들은 귀금속 보석을 사치 소비품으로 인식해 1990년까지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고 1990년까지 대출 제한 업종으로 묶어 두었다. 그리고 2016년 한·중 FTA에서 주얼리 분야가 불공정하게 체결됐다. 중국은 고급 주얼리에 대해 35%의 고율 관세를 영구히 유지하고 우리나라는 즉시 개방하도록 체결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 주얼리산업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역할을 해 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1976년에 만들어진 이리귀금속단지는 손재주 좋은 우수한 기술자들을 배출하며 한때는 다이아몬드 원석까지 수입, 연마해 수출을 했다. 1970~80년대에는 일본에만 월평균 약 1만명 이상의 고급 기술자들이 파견되며 외화 수입에 한몫했다.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도 주얼리산업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3분의1로 떨어졌을 때 우리 국민들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가 부도 위기를 막았다. 주얼리 분야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었으며, 주얼리산업은 인류가 살아 존재하는 한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유일한 직업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도 감가상각이 안 돼 중고 취급을 받지 않고, 아무리 오래돼도 항상 국제 시세를 유지하며, 경우에 따라서 한 나라의 화폐가 무용지물이 되더라도 귀금속 보석은 확실한 국제적 화폐 기능을 갖는다. 2018년을 맞아 지금이라도 우리나라가 주얼리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면 스위스의 시계산업과 같이 세계 고급 주얼리의 생산기지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독려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을 이용한 완성도 높은 주얼리 제조 기반 마련이라는 정책적 제도와 함께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얼리산업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 [금요 포커스] 성숙한 반려문화란 무엇인가/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금요 포커스] 성숙한 반려문화란 무엇인가/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천만 명이라는 뉴스는 더이상 생소하지 않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 역시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러던 와중 덮어놓고 외면하다가 쌓여 왔던 문제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페티켓(펫과 에티켓의 합성어)의 부재로 인하여 사람이 다치는 일들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소형견이든 대형견이든 사람을 물고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그동안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하는 견주들에게 항변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게 되었다. 목줄을 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동물을 보고 짖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개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잠재적 범죄행위로까지 인식될 정도로 페티켓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이라고 지칭하던 시기에는 동물에게 먹이와 편안한 잠자리만 제공하면 공동생활에 문제가 없을 거라 여겼지만 반려동물로 인식하면서부터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동물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반려동물이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도록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성숙한 반려문화가 정착되었다는 독일과 영국 등 서유럽의 경우는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고 한국에 적용이 가능한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독일과 영국의 동물보호운동 역사는 거의 200년에 가까우며 동물의 삶의 질을 연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되어 왔다. 동시에 시민들이 반려견으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우선 독일의 경우 매해 주민세를 납부하듯이 반려견에 대한 견두세를 지자체에 납부하여야 한다. 모든 보호자는 반려견을 사육할 때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등록을 해야 하며 등록과 함께 해마다 반려견에 대한 세금을 지불하는데 금액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지역뿐만 아니라 특정 품종의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대부분의 품종에 적용되는 견두세보다 열배 가까이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위험한 개 관리법에 명시되어 있는 이 품종들은 독일의 주(독일은 연방주체제이다)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스태퍼드셔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아메리칸핏불테리어 등이 있다. 이 품종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보호자는 자신의 범죄기록 여부와 반려견 사육자격증명을 제출해야 하고 공공장소에서 입마개와 목줄을 착용해야 하며 행동치료전문수의사나 공증된 훈련사로부터 반려견의 기질테스트(베젠스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기질테스트에서 공격성의 정도를 진단하게 된다. 공격성이 심할 경우에는 별도의 행동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으나 공격성이 전혀 없다고 진단되어질 경우에는 입마개 의무화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이 법에 포함되지 않은 품종들에 의해 물리는 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이 법과 별도로 운전면허증처럼 반려견사육면허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에 독일의 니더작센주에서 2011년부터 모든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들이기 전에 사육에 필요한 기본 상식에 대한 이론 시험을 치르고 반려견을 입양한 첫해에 실습 시험을 치르도록 법을 시행하였다. 모든 개는 강아지 때부터 충분한 교육과 보호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배우지 못할 경우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하여 반려견사육면허증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 면허증은 결국 보호자를 교육시키는 것이며 보호자가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반려견을 관리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성숙한 반려문화는 반려견과 보호자만 행복한 것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반려견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으로부터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고 노력할 때에 성숙한 반려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아베 평창 참석, 한·일 관계 훈풍을 기대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고 한다. 청와대는 어제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의 한국 방문에 관한 협의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에 여러 정상급이 참석한다고 하지만, 주변 4강에서 정상이 오는 것은 일본이 유일하다.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개최국인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외교부의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일본이 맹렬히 반발했던 터라 아베 총리의 방한 결정은 뜻밖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평창에 오는 아베 총리를 환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베 총리와 수차례 정상회담과 전화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미래지향을 얘기하고 셔틀외교의 복원을 다짐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와 박근혜 정부 내내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는 듯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 검증위원회의 검증 발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새 방침 발표 이후 한·일 관계는 이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깨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이 낸 10억엔을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거나,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 치유 노력을 요구한 점 등을 들어 국가 간 합의를 사실상 깬 것으로 간주하며 반발해 왔다. 아베 총리의 2월 방한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대일 외교의 기조로 삼고 있는 역사와 경제·안보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으로 대응하면 될 것이다. 거기에 2015년 12월 합의의 재협상과 파기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합의 이행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자는 인식을 공유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관계의 원만한 개선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평창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한 한·일 협력을 재확인하는 점이다.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이 끝나고 4월에는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도발해 올 가능성도 크다. 모처럼 한반도에 불고 있는 대화의 훈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남북에 이어 북·미 대화로 발전시키려는 우리의 비핵화 노력은 일본의 협력 없이는 어렵다. 이런 점,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깊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 셔틀외교를 먼저 말한 것은 문 대통령이다. 기약 없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기다리지 말고 선제 외교라는 관점에서 3월 단독 방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을 것이다.
  • [글로벌 인사이트] 유럽에 다시 부는 징병제 바람

    [글로벌 인사이트] 유럽에 다시 부는 징병제 바람

    유럽에 불고 있는 징병제 바람이 프랑스까지 다다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남부 툴롱의 해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17년 만에 징병제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구축함에 승선해 약 1500명의 해군 장병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적절한 예산을 확보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대선 후보 시절 18~21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달간의 보편적 국방의무 도입을 약속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징병제 부활을 통해 매년 60만명의 병력 창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는 1905년부터 징병제를 운용해 왔지만 2001년 이를 완전히 폐지했었다.냉전이 끝난 1990년대 이후 유럽에서는 징병제 폐지가 대세였다. 2013년까지 전체 44개 유럽 국가 중 24개국이 모병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2014년, 리투아니아가 2015년 징병제를 재도입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던 징병제는 다시 살아났다. 노르웨이도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2016년 7월부터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징병제를 실시했다. 2010년 모병제로 전환했던 스웨덴도 지난해 3월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일부터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의무 복무제 시행에 들어갔다. 2008년 1월 징병제를 폐지했던 불가리아에서도 지난해 5월 극우 성향의 ‘애국연합’(UP)이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의 연정 파트너로 등장하며 징병제 재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 16일 현지 일간 소피아 글로브에 따르면 보리소프 총리는 징병제 부활을 위한 첫 단계로 유급 자원 입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독일에서는 2016년 8월 정부가 마련한 전략안에 징병제 복원 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유럽에서 징병제가 되살아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로 병합하면서 전 세계에 무력을 과시했다. 이를 지켜본 유럽 국가들은 탈냉전기의 평화가 당연하지 않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최근 징병제를 되살린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영국 BBC에 따르면 스웨덴 국방부 관계자는 징병제를 재도입한 이유에 대해 “인접국에서 일어나는 안보 상황의 변화 때문”이라면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병합,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 등 인접 지역에서 증가하는 군사 활동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특히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군사적 중립국’을 표방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하지 않았던 스웨덴은 만약 자국 내에서 무장공격이 발생해도 나토 회원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위기감이 더했다. 스웨덴은 지난 17일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냉전 종식 뒤 처음으로 일반 가정 약 470만 가구에 전쟁 시 대처 요령을 담은 책자를 오는 5월 배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책에는 일반 국민이 전시에 총력방위 태세를 갖추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식수·식량·난방 확보뿐 아니라 사이버전과 테러공격,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는 방법 등도 담긴다. 스웨덴이 이 같은 책자를 배포한 것은 1961년 이후 57년 만이다. 냉전 종식과 함께 국방 예산을 삭감했던 스웨덴은 최근 러시아 군용기가 스웨덴 인근 발트해 상공을 무단 비행하는 사례 등이 늘면서 10여년 만에 동부 발트해의 작은 섬 고틀란드에 병력을 영구주둔시키는 등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나토 가입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에서 징병제가 부활하는 다른 이유는 최근 들어 유럽에 빈발하는 테러 위협이다.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유럽 주요 도시들을 표적으로 테러를 일삼는 일이 늘어나면서 유럽에서는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치에 이르렀다.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징병제 공약을 들고 나온 것도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자국 내에서 테러가 큰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안보 강화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테러 대응 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대안으로 징병제가 거론된 것이다. 독일 역시 2011년 징병제 폐지 이후 군인과 공공근로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징병제 복원 검토의 원인으로 손꼽힌다. 시리아·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등 극심한 내전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서 유럽으로 난민이 밀려들어오는 것 역시 징병제의 명분이 되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난민을 관리할 인력을 충원하는 데 징병제가 도움이 된다. 다른 측면으로는 난민의 유입으로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을 의무복무하게 하는 것이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징병제를 재도입한 나라들이 대체적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징집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노르웨이다. 나토 가입국 중 처음으로 남녀 동반 복무제를 도입,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1년간 의무복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매년 징집 대상자 6만명 중 실제 군이 필요료 하는 병력은 1만명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모든 여성이 반드시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도 의무복무제를 도입한 이유는 전 세계적인 저출산 기조로 인해 징집 가능한 남성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다. 대만이 2016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모병제를 도입했지만 지원자가 없는 데다 모병제 전환으로 인한 급여 인상으로 예산 부담이 1.5배 증가하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군 입대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징병제로 전환하며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대상으로 하는 추세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같은 북유럽에서는 ‘양성평등’의 측면도 있다. 제닌 헤니스 플라스하르트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남녀 징병제 도입 당시 “여성을 군 징집 대상에 포함하려는 것은 당장 병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군 복무의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기계적 양성평등은 아니다. 군 복무가 사회적 지위의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에게 골고루 복무 기회를 주는 것에 더 가깝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긍정적이다. 노르웨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군대는 인기 직장 20위 안에 들고 있고 취업을 할 때에도 중요한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스웨덴 역시 병사들에게 장교와 동일한 시설과 생활 수준을 보장할 계획이다. 성평등이 사회적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군 내에서 여성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도 적다. 노르웨이에서는 양성 징병제 도입 이후 복무 인원 중 여성 90%, 남성 83%가 군 경험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한음저협 윤명선 회장, 회원들 위한 무료 공연장 건립 내용 밝혀

    한음저협 윤명선 회장, 회원들 위한 무료 공연장 건립 내용 밝혀

    한음저협 윤명선 회장, 회원들을 위한 무료 공연장 건립 내용 밝혀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 회장 윤명선)가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협회 회관에 회원들을 위한 무료 공연장을 건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음저협의 이번 공연장 건립은 한음저협 회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으로, 그동안 대회의실로 사용되었던 지하 1층 공간을 리모델링을 통해 공연장으로 만들어 협회 회원들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업이라고 공연장 설립의 취지를 밝혔다. 한음저협은 또, 본 사업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회원복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윤명선 회장의 의지가 담긴 사업으로 최대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과 휴게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춘 공연장을 완성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또한 한음저협은 회관 1층에 자리하고 있던 시티은행이 이전한 자리에 회원팀을 배치하여 회원들이 협회를 방문했을 때 기존 4층까지 이동했던 불편함을 해소시키고 1층에서 모든 업무를 마칠 수 있게 함은 물론, 2층에는 회원들을 위한 비즈니스센터도 운영해 협회 회원들이 사무처리가 필요할 때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 중에 있다고도 밝혔다. 뿐만 아니라 1층 로비에는 디지털 박물관을 설치해 협회 회관이 음악인들의 집이라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음악인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윤 회장은 “협회가 회원들을 위해 또한 사회 공헌을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해 그간 많은 고민을 해온 결과, 결국은 음악이 살아 숨 쉬는 공연장을 만들어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이번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협회 회관 전체가 음악이 묻어 있는 것은 물론, 음악인의 집이라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협회 내 공연장은 1월말 혹은 2월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완공이후 공연장 렌탈 방법 및 운영 등의 자세한 사항은 완공 이후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역사 속 행정] 조선시대 관직의 꽃

    [역사 속 행정] 조선시대 관직의 꽃

    엘리트 관료들의 꿀보직 ‘청요직’ 三司와 이조 전랑의 권력 커지자 탕평군주들 손에 해체 운명 맞아 조선시대 ‘청요직’(淸要職)은 전근대 왕정체제 속에서 정무와 사상 관련 업무를 맡던 핵심 직책이었다. 최고 지위인 대신 자리에 오를 때 으레 거치던 관직이기도 했다. 성종 때에는 언관에 해당하는 사헌부와 사간원, 왕의 공식 활동을 기록하는 예문관, 경연과 문한을 전담하는 홍문관, 왕명을 출납하는 승정원, 국정 실무를 담당하는 육조, 국정을 총괄하는 의정부 등에서 일하는 정3품 당하관 이하 직책을 청요직으로 불렀다. # 청요직 관료들은 고속 승진에 전출도 자유로워 많은 이들에게 청요직이 선망의 대상이던 이유는 인사상 특혜 때문이었다. 경국대전 규정에 따르면 7품 이하 관직은 하나의 품계를 올라가려면 450일(약 1년 2개월) 근무 일수를 채우고 동시에 3번의 고과 가운데 2번 이상 상(上) 등급을 받아야 했고, 6~3품 당하관 관직은 근무 일수 900일(약 2년 4개월)에 5번 고과에서 3번 이상 상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청요직은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웠다. 사간원과 사헌부 관리의 경우 근무일수에 관계없이 다른 관직으로 옮겨갈 수 있었고 청요직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근무평가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다른 기관으로 이동했고 승진도 훨씬 빨랐다. # 언론기능 독점하며 당파 갈등 부추기기도 이런 경향은 성종 이후 더욱 확고해졌다. 재상들조차 청요직 관료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특히 16세기 이후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와 청요직 인사를 주도하던 이조 전랑의 힘이 커졌다. 하지만 붕당 갈등이 심해져 청요직 자체가 정쟁 도구로 전락하자 되레 이들이 당파 간 갈등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당쟁이 격화되는 예송논쟁과 환국기를 거치며 여론 주도층 사이에서는 청요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관료제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가장 체계적으로 주장한 이가 유수원이었다. 그는 ‘우서’에서 조선시대 관료제 전반을 통렬하게 지적했는데, 핵심은 삼사의 언론 관행과 이조전랑의 청요직 인선이었다. 특히 유수원은 대간과 홍문관이 삼사라는 이름으로 연대해 언론 기능을 독점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삼사뿐 아니라 모든 관직에서 일의 경중에 따라 임금께 직접 진술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인식은 정약용의 ‘청요직 망국론’에서도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숙종ㆍ영조ㆍ정조 거치며 이조 전랑 권력 혁파 결국 권력구조에 대한 대대적 정비작업이 진행됐다. 숙종은 왕권을 강화시키고자 이조 전랑이 후임자를 스스로 천거해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자대권’을 없앴다. 영조는 이조 전랑이 청요직 인선을 주관하는 ‘통청권’을 깨뜨려 이조 전랑의 힘을 더욱 약화시켰다. 정조 역시 홍문관 관원인 응교의 임명 순서를 홍문록에 들어간 순서에 따라 오르게 명했다. 이조 전랑이 곧장 정4품 홍문관 응교에 추천됐다가 참판을 거쳐 승지가 되는 ‘지름길’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청요직을 제어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돼 마침내 정조 12년(1788년)에 전랑의 통청권을 완전히 혁파한 조처가 대전통편을 통해 공식화된다. 탕평군주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조 전랑의 핵심 권한인 자대권과 통청권이 모두 사라졌다. 이로써 삼사와 이조 전랑 중심으로 확립된 청요직 연대체제는 해체 운명을 맞게 됐다. 이후 힘 있는 왕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청요직들은 반격의 기회를 얻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세도정치 시기 청요직들은 안동 김씨나 풍양 조씨 등 외척 대신들에게 철저하게 예속돼 그저 출세가도를 향해 달려가는 나약한 ‘엘리트 관료’의 위상만 쥐고 있었을 뿐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송웅섭 연구원(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소)
  •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태화강 ‘제2호 국가정원’ 꿈꾼다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태화강 ‘제2호 국가정원’ 꿈꾼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부활한 울산 태화강을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으로 만들려는 도전이 새해부터 거세지고 있다. 도심하천 생태계 복원의 롤모델인 태화강은 이미 국내 생태관광을 주도하면서 국가정원 지정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세를 몰아 울산시는 오는 4월 태화강에서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6월에 국가정원으로 지정받을 계획이다.●지난해 대통령 선거 지역 공약  18일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정원 사업’은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 지역공약에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 모두가 태화강 국가정원 사업을 지역공약으로 채택했다. 태화강은 수년 전부터 국내 생태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산림청이 오는 6월 태화강 일원 128만㎡를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면, 태화강은 2014년 지정된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제2호 국가정원이 된다. 현재 울산이 사전 준비작업을 완료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제주도(물영아리오름 일대) 등 일부 지자체도 나서고 있지만, 사업을 검토하는 단계로 알려졌다.  도심하천으로 풍요의 상징이던 태화강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한때 죽음의 강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지자체, 시민, 기업, 시민·환경단체가 10년 넘는 긴 세월의 노력 끝에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6등급의 수질을 1등급으로 개선했다. 물이 맑아지면서 자취를 감췄던 1급수 서식 동식물도 돌아왔다.  현재 태화강에는 어류 73종, 조류 146종, 포유류 23종, 양서·파충류 30종, 식물 632종 등 10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국내 멸종위기 31종도 보금자리를 틀었다. 수질오염이 한창이던 1996년 어류 32종, 조류 86종 등 총 150여종에 비하면 10배가량 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태화강은 지난해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됐고 한국인이 꼭 가 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인의 새 축제인 아시아버드페어(ABF)가 열려 국내외에 태화강의 가치를 높였다. 지난달 ABF 집행위원회는 제8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해 준 김기현 울산시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해 왔다.  이제 태화강은 생태관광을 넘어 국가정원 지정이라는 원대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자체, 시민, 상공계, 각종 단체는 태화강 살리기 경험을 토대로 국가정원 사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 조경작가 3명 작품 전시  시는 국가정원 지정사업에 힘을 보탤 ‘태화강 정원박람회’를 태화강의 역사, 문화, 생태를 주제로 오는 4월 13일부터 21일까지 태화강에서 개최한다. 정원박람회는 국가정원 수준에 걸맞은 품격 있는 정원을 조성하려고 기획됐다. 63개 정원이 전시되는 박람회는 ‘쇼가든’(10개), ‘메시지가든’(10개), ‘시민정원’(20개), ‘학생정원’(20개) 등 4개 테마로 구성된다. 국내외 유명 정원작가들이 23개의 정원을 꾸민다.  정원박람회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앞서 열리는 만큼 방문객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추진된다. 행사장은 정원을 중심으로 특별산업전과 화훼전이 조화롭게 구성된다. 63개의 기본 정원 외에 10개 이내의 특별산업전 및 화훼전도 조성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조경작가 3명의 작품이 전시돼 관심을 끌 전망이다. 현재 영국 첼시 플라워 쇼 6년 연속 골드메달 수상자인 일본의 이시하라 가즈유키와 루브르뮤지엄 정원을 설계한 프랑스의 카트린 모스박 등 2명의 유명 작가를 섭외했다. 추가로 1명을 더 접촉하고 있다.  부대행사는 해외 초청작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특별공원 등으로 진행된다. 해외 초청작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정원 투어,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토크쇼 등으로 구성된다.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기족 화분 만들기, 상상정원 만들기, 스탬프 투어, 어린이 정원학교 등으로 꾸민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자연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무료로 운영하는 등 접근성과 친숙성을 높일 계획이다. 국가정원 지정이 울산에 미치게 될 파급 효과도 크다. 연간 5552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757억원의 부가가치 효과, 5852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64개 단체 주축 ‘범시민 추진위’ 활동  시는 지난해부터 국가정원 사업을 주관하는 산림청을 대상으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도 국가정원 지정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지역 상공계와 시민단체도 힘을 모으고 있다. 울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울산녹색포럼 등 64개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발족한 ‘태화강 국가정원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국가정원 지정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12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울산상의는 상공회의소 1층 로비와 홈페이지 등에 홍보창구를 만들고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행정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국가정원 지정에 앞서 이달 중 태화강을 지방정원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오는 3월 태화강 지방정원 운영 조례를 제정하면 대부분 절차는 마무리된다. 태화강 국가정원 기본계획 용역도 5월에 마무리된다. 국가공원 지정 절차 및 법규 분석, 지방공원 및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인허가 도서 작성 등 기초가 되는 용역이다.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울산 관광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지난해 11월까지 울산을 찾은 방문객 686만명 가운데 가장 많은 246만명이 태화강 대공원을 찾았다. 십리대숲 등이 힐링 공간으로 소개돼 방문객이 늘어난 데다 봄꽃 대향연 등 축제가 계절별로 이어지면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도심하천 태화강은 국가정원에 버금가는 외향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수십년간 계속된 환경오염을 극복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며 “태화강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국내외에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과거사 담담하게 담은 스크린… 대중, 묵직한 울림에 눈뜨다

    과거사 담담하게 담은 스크린… 대중, 묵직한 울림에 눈뜨다

    촛불 이후 정치사회 관심 높아져 애국심 마케팅서 벗어나 객관화경쾌한 필치와 유머도 잃지 않아“데모하러 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영화 ‘1987’ 속 여대생 연희(김태리)의 물음이다. 이 짧은 대사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데자뷔’를 불러일으켰다. 30여년 전 민주화혁명이라는 과거를 지난해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 경험과 포개는 연결고리가 된 것. ‘1987’이 그 시절을 통과한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관객들과도 큰 진폭으로 공명하며 6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이유다. 민주화혁명, 위안부 문제 등 아픈 현대사를 다루는 영화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18만명의 관객이 들어 국내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최근 사회 전체에 하나의 현상이 된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서 시작해 이한열의 죽음까지를 이으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보통 사람들의 분투를 그렸다.자칫 무겁고 부담스러운 소재가 될 수 있는 수십년 전 현대사의 구체적인 사건과 실존 인물 등을 다룬 영화가 흥행에서도 고공 행진하는 이유는 뭘까. 국정농단 사건, 세월호 참사, 정권 교체, 적폐 청산 등 통렬한 사건들을 몸으로 체험하고 뉴스로 매일 접하던 국민의 정치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현재의 시스템을 만든 과거사를 각성하자는 인식이 거세지면서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발길이 대거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촛불시위의 경험으로 한국 관객들이 왜곡되고 비틀린 현대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갈망이 커지며 위안부 문제나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와의 교감이 강해졌다”며 “그 역사들이 현재의 사회상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만듦새다. 과거 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엄숙주의나 감정 과잉, 애국심에의 호소 등에 짓눌린 경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만들어지는 극영화들은 사건을 우직하지만 담담한 시선으로 객관화하면서도 ‘상업영화’라는 본분에 충실하게 경쾌한 필치와 유머도 잃지 않는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과거 역사 영화들이 애국심 마케팅으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며 ‘이래도 안 울거야’라는 식의 감동을 강요했다면, ‘택시운전사’, ‘1987’ 등은 객관화를 통해 역사를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담백하게 들려줌으로써 관객의 마음 안쪽에 서서히 울림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런 작품들의 등장은 최근 3~4년 새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무거운 사회고발성 이야기를 법정 드라마로서의 장르적인 재미로 풀어낸 ‘부러진 화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변호인’ 등을 보면 실화를 다룬 영화들이 과거처럼 이데올로기를 앞세우고 주입시키려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치나 새로운 방식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한 예로, 지난해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는 구청에 20년간 8000건의 민원을 한 까다로운 할머니 옥분(나문희)의 휴먼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그가 위안부 피해자임을 드러내는 ‘반전’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용수, 고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에 힘입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채택된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아이 캔 스피크’ 공동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아이 캔 스피크’만 해도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를 어둡게 그리거나 과거의 폭력을 자극적으로 전시하지 않으면서도 용기 있고 진취적인 현재의 목소리로 우리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남달랐다”며 “이처럼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루는 영화들의 표현 방법이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현대사가 워낙 역동적이라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도 역사적 실화나 인물들을 소재로 끌어온 영화가 다수 개봉할 예정이다. 김혜수와 유아인,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의 캐스팅 소식으로 화제를 모은 ‘국가부도의 날’은 지난해 12월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그린 영화로, 국가 부도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자와 이를 기회로 삼는 자, 가족과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소시민 등 IMF 외환위기를 둘러싼 긴박한 서사를 담는다. 김혜수는 국가 부도를 예견하고 대책팀에 투입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 역을, 뱅상 카셀은 한국에 극비 입국하는 IMF 총재 역을 맡는다. 위안부 피해를 조명하는 영화도 또 다른 소재로 변주돼 나온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싸웠던 10명의 위안부 할머니 원고단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싸웠던 인물들의 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다. 김희애가 관부 재단 원고단 단장을 맡아 법정 투쟁을 이끌어 가는 문정숙 역으로, 김해숙·예수정 등의 배우가 위안부 할머니 역으로 열연한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말모이’도 올해 극장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조선어학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말모이’를 편찬하려 했던 실화를 재료로 한 작품이다.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썼던 엄유나 작가의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文·MB 정면충돌] 文대통령 “죽음 정치적 타살” 인식… MB ‘선’ 넘었다 판단

    [文·MB 정면충돌] 文대통령 “죽음 정치적 타살” 인식… MB ‘선’ 넘었다 판단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던 2009년 5월 23일 그날’(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중).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고통스럽게 봉인해놓은 기억이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노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의 가치, 그의 정신의 좌절이 그 속에 담겨 있었다. 그에게서 정치적 이상을 찾았던 서민들의 꿈이 함께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날 성명에 대해 밝힌 입장에는 이와 같은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담백하지만, 진정성 있고 감수성 있는 ‘역사저술가’ 스타일”(양정철 ‘세상을 바꾸는 언어’)이라는 문 대통령의 평소 언어습관을 감안하면 분노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정치적 타살’로 여기는 문 대통령으로선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운운’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달한 문 대통령의 입장은 두 문장에 불과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이 내놓은 가장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이다. 전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노코멘트”라며 즉각 대응을 자제했다. 자칫 ‘확전’을 기대하는 이 전 대통령 측에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참석한 현안 점검회의에서 기류가 바뀌었다. 취임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극도로 언급을 자제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친노무현’(친노) 진영에선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선택에 이르는 과정에는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으로 일관한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검찰 수사가 작용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또한 크다. 9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결백을 주장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보수세력 결집과 여론전에 나선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적폐 청산=정치 보복’ 논리를 내세우며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조정한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라고 표현했다. 취임 이후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천명해온 문 대통령으로선 용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한 데 대한 상당한 불쾌감이 있을 테고, 그런 개인적 분노를 넘어 (이 전 대통령이) 사법질서를 부정하고, 국가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은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그런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말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그런 꼼수는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현 정권의 충돌로 국론 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게 국민 통합이 아니다”라며 “정의롭지 않은 것에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 편 가르기를 더 심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하이패션으로 재탄생한 어그 부츠 화제

    하이패션으로 재탄생한 어그 부츠 화제

    대중적인 신발로 자리매김한 ‘어그(UGG)부츠’가 최근 하이 패션으로 변신해 화제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호주 양피 신발 전문 브랜드 어그 부츠가 새 컬렉션을 위해 프랑스 브랜드 ‘와이 프로젝트’(Y/Project)와 협업한 결과물을 파리 패션위크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전했다. 와이 프로젝트의 창립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글렌 마르텡은 양가죽과 밤색 색상 등 어그 부츠가 지닌 특징들을 유지한 반면 고전적인 부츠 형태에서 완전히 탈피해 기발한 창작물을 쏟아냈다. 기존 어그 부츠에 모피를 여러겹으로 확장시킨 모피 부츠부터 모델의 하체를 뒤덮을 정도로 긴 길이의 부츠, 모피를 안에 덧대 발가락이 보이게 만든 만든 슬립 온 신발까지 다양하다. 마르텡은 “어그 부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신발이다. 우리는 클래식한 어그 부츠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었다. 동시에 어그 브랜드의 유일무이한 역사도 축하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도전을 설명했다. 이어 “와이 프로젝트는 성별 관계 없이 신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그와 공동 작업한 어그 측 대표는 “마르텡과 함게 일하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 그는 미학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제품을 디자인한다”며 “그가 우리 제품으로 기대치 않았던 무언가를 만들어낼 거란 것을 알았다. 새롭고 흥미로운 방법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부분이 “어그 부츠가 말그대로 못생겨져버렸다", "그냥 평소대로 평범하게 만들어라", "기존의 어그 부츠를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끔찍하다. 막가자는 것인가”라며 냉담함을 보였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김병준 전 부총리 “보수가 국가주의 속에서 길을 잃었다”

    김병준 전 부총리 “보수가 국가주의 속에서 길을 잃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17일 “보수가 국가주의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면서 그 사례로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들었다. 김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 첫 심포지엄 강연자로 참석해 “어떻게 국정교과서로 국민의 역사 인식을 확일화시키겠다고 하느냐”고 덧붙였다. 대구·경북(TK) 출신인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말기에 총리 후보자로 지목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해 지명 자체가 무산됐다. 김 교수는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가개혁의 방향모색’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그는 정치권의 ?과도한 국가주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 등을 지적하고 “보수도, 진보도 다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이나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데 국가가 칼을 들고 나서는 것이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논란에 대해 “가상화폐 문제에 법무부가 왜 나오느냐”면서 “그것도 국가주의의 몽상, 미몽”이라며 현 정부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여야 진영을 대표하는 친문재인계와 친박근혜계를 모두 비판하며 “총선 때 친박, 친문이라고 하며 싸우는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리는 아무 데도 없다”면서 “국민은 패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이) 패권주의 권력을 잡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운영한다”면서 “이것이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과 심포지엄 초청의 연관성에 대해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1987’ 관람한 도봉구청장 “1989년 보안법 재심 청구”

    ‘1987’ 관람한 도봉구청장 “1989년 보안법 재심 청구”

    “민주주의가 완성된 게 아니라 만들어져 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도봉구 직원 130여명과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16일 오후 창동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1987’을 단체 관람했다.도봉구는 ‘직원 역사의식 함양교육’이라는 주제로 3회에 나눠 ‘1987’을 관람한다. ‘1987’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다룬 영화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박 열사의 죽음을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발표했다. 하지만 박 열사가 물고문 도중 질식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이 구청장은 “박종철, 이한열 열사뿐 아니라 이름도 없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의 숨결과 국민의 열망을 통해 지금의 헌법을 쟁취한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패한 공권력의 민낯을 보인 영화인 만큼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구청장은 “이 영화를 정치적인 주제로 인식하기보다 공무를 수행할 때 민원인들의 인권문제, 권리에 대해 감수성을 가지고 다가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 항쟁 세대인 이 구청장은 “그 당시는 불의에 맞서지 않으면 스스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불의한 권력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촛불항쟁으로 민주주의를 완성된 것으로 안주하지 말고 민주주의가 만들어져가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최근 서울고등법원에 재심 신청을 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구청장은 1989년 4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989년 9월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해 1990년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구청장은 1987년 10월부터 1988년 1월까지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을 교육했다. 이후 1988년 인천·부천 노동자회(인노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하지만 인노회 활동을 하다가 이 구청장과 함께 기소됐던 사람이 올해 1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부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 구청장도 재심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찢어진 치마 입힌 ‘유관순 열사’…여성게임캐릭터 논란 여전

    찢어진 치마 입힌 ‘유관순 열사’…여성게임캐릭터 논란 여전

    2015년 6월 서울게임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게임 컨셉아트 공모전’에서 수상한 수상작이 유관순 열사를 찢어진 치마에 풀어헤친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유관순 열사’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주최측은 “이번 공모전의 컨셉을 잘 이해하고 표현한 작품을 선별하여 발표한다”며 2등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부상으로는 20만 원의 상금과 상장, 학원장 추천서가 주어졌다. 공모전의 주제가 ‘영웅의 환생’이었지만 서대문형무소에서 온갖 고문을 당하다가 숨진 역사적 위인을 성적으로 묘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난여론이 SNS와 각종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이에 주최측은 수상작 발표 게시글을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역사적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속 여성캐릭터들의 성적 대상화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는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를 소재로 한 일러스트 공모작에 시상해 논란이 됐다. 가해자쪽(한국)에서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대상화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넥슨 ‘서든어택2’는 여성캐릭터를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자 정식 출시 1주일 만에 여성 캐릭터 2종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교전 중에 사망하는 장면에서 다리를 벌린 채 쓰러진다거나 특정 여성의 신체를 지나치게 강조해 성을 상품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 모바일게임 ‘소녀전선’은 특정 캐릭터의 이미지가 과도한 선정성을 띄도록 변경되는 기능이 논란이 되자 이를 수정해 기존 이용등급을 유지했다. 논란이 돼야 뒤늦게 고쳐지는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게임 캐릭터를 통해 잘못된 성인식이 성인을 비롯해 청소년층에게도 확대·재생산될 수 있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유저들이 대부분인 게임업계 특성상’이라는 해명도 변명일 뿐이다.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의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게임을 이용한 남성은 73.8%, 여성은 61.9%로 10% 남짓한 차이였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4%대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역사 속 행정] 숙종때 지독했던 지배층 당파싸움…그래도 조선이 200년 더 유지된 건 실학ㆍ탕평책 등 나라 위한 노력 덕

    [역사 속 행정] 숙종때 지독했던 지배층 당파싸움…그래도 조선이 200년 더 유지된 건 실학ㆍ탕평책 등 나라 위한 노력 덕

    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드물게 오랜 기간 ‘국가’로 대표되는 정치 공동체를 운영했다. 고조선에서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연속성을 갖고 국가가 발전한 것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현상이다. 조선(1392~1910)은 518년 동안 이어지다가 1910년 일본의 침략으로 멸망했는데,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온 담론 가운데 하나가 ‘당쟁망국론’이다. 조선왕조는 지배층의 당파 싸움 때문에 망했다는 것이다. 당쟁은 조선 후기 정치의 특징인데, 숙종 대에 여러 차례 환국이 반복되며 가장 격렬하게 전개됐다. 당쟁망국론에 따르면 조선은 아마 이 시기를 전후해 망했어야 하지만 조선은 그 뒤에도 200년 이상 유지됐다. 격렬한 당쟁에도 조선이 장기간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16세기 말 왜란과 17세기 전반 호란은 사림의 무기력을 폭로한 사건이었고 주자학과 성리학의 현실 적합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특히 삼전도의 치욕 이후 대부분 주류 양반 지식인들은 오랑캐에게 치욕을 당한 군주를 자신의 임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일부는 국가 위기를 타개하려면 양반과 지주로서의 특권을 양보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들이 주장한 것이 바로 대동법과 균역법이었다. 대동법은 지주의 부담을 늘려서 국가재정을 회복하자는 것이고, 균역법은 양반에게 군역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대동법이나 균역법 모두 시행에 100년 넘게 걸렸다. 결국 대동법과 균역법이 대다수 양반 지주들의 반대에도 공포되고 시행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존립을 우선하는 일부 깨어 있는 신료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뜻있는 지식인들에게 살아남아 학문적으로 체계화됐는데, 그것이 바로 조선 후기 실학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양반 지주였지만 양반의 계급적 이익을 부정하는 새로운 국가를 추구했다. 탕평론은 17세기 말 국가가 처한 대내외적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당시 시대적 화두였던 대동과 균역의 이념을 계승한 것이었다. 영조는 어머니가 무수리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탕평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균역법을 공포하고, ‘속대전’을 편찬해 양반 지배층의 불법과 탈법을 견제했다. 19세기 이후 제국주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가가 멸망에 이른 것은 당시 우리 현실을 볼 때 필연적 귀결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조선왕조가 멸망할 당시에 나온 당쟁망국론은 일면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시대적 흐름을 거역하고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양반 지배층이 사사건건 제도 개혁에 제동을 걸어 나라가 멸망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쟁망국론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17세기 이래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실학과 그것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하려는 탕평론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당쟁이 숙종 시기에 가장 격렬하게 이뤄졌음에도 국가 멸망이 200년이나 늦춰진 것은 바로 실학과 탕평론의 존재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어느 시대나 정치와 행정에서는 여러 계급·계층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기 마련이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정치와 행정을 담당한 사람들은 그런 대립·갈등에서 무엇이 국가의 유지·발전에 필요한 것인지를 분명히 깨닫고 업무에 임해 주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공직자들이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조선의 사례가 잘 보여 주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김용흠 교수 (연세대 국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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