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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열쇠는 북·미 신뢰와 시간/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열쇠는 북·미 신뢰와 시간/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0년 만에 두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5시간 동안 웃으며,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첫 만남에 따른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이행계획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수 없다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도 빠졌다. 그렇다고 북·미 정상의 만남을 ‘일회적 이벤트’라고 폄훼해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 의지와 원칙, 한반도 영원한 평화 정착에 합의했으니, 이제 실무급 협상과 합의를 통한 로드맵 구축만 남았다. 북·미 간 후속 실무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와는 달리 북·미 정상이 먼저 만나 협상의 종착역이 어딘지 분명히 정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가 ‘레드라인’(한계선)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도 비핵화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주장했다. 북한의 ‘항복 문서’를 받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빠른 단계적 비핵화’라는 트럼프식 해법을 내놨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이에 북한은 억류 미국인 석방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로 ‘화답’했다. 북한과 미국이 처한 상황도 이전과 분명히 다르다. 김 위원장은 ‘경제 개발’이 급하다. 북한 사회도 스마트폰이 300만대 이상 보급되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본주의 씨앗인 수백 개의 장마당(시장)은 이제 어엿한 북한의 경제 버팀목이 됐다. 1995~98년 300만명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을 견디던 그런 북한이 아니다. 김정은 정권도 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의 숨통이 더욱 조여진다면 내부의 불만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20년 재선의 풍향계가 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해결’은 외교적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래서 ‘빠른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한반도의 비핵화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미가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협상의 마지막 단계인 ‘핵폐기’의 일부를 선행적 조치로 요구하고 있다. 즉 북한이 일부라도 핵탄두 등의 폐기에 나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길고 험난한 비핵화 협상에 가속도를 붙이고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북한의 동의를 받아 내는 것이 실무협상의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르면 이번주 방북, 고위급 실무회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수십년 묵은 북핵 문제를 한 방에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정거장’에 이르는 열쇠는 북·미의 ‘신뢰’와 ‘시간’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꼭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hihi@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종교 중요하지만 교회는 안 가요” 보통 선진국과 다른 미국인들

    [특파원 생생 리포트] “종교 중요하지만 교회는 안 가요” 보통 선진국과 다른 미국인들

    청교도 정신·이민자의 나라 특성 “종교, 기복보다는 역사적 교훈”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종교적 의존도가 낮고, 후진국일수록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먹고살기가 어려울수록 ‘기복신앙’이 국민 사이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이 종교와 연결된다. 반면 선진국은 기복을 원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종교적 의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며 먹고살기 좋은 나라임에도 특이하게 높은 종교적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삶에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미국인의 53%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24%는 ‘약간’, 11%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반면 ‘중요하지 않다’는 답은 ‘11%’에 그쳤다. 따라서 미국인 대부분이 ‘종교가 자신의 삶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통 선진국의 평균 18%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전 세계 평균 38%보다도 훨씬 높았다.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의 빈민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미국인의 종교적 의존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현격하게 높은 것은 미국 개척시대의 ‘청교도 정신’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건너왔던 개척시대에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교회를 통해 각종 정보와 모임이 이뤄졌다. 따라서 이들에게 일요일 오전 교회 참석은 ‘의무’를 넘어 ‘생존’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민자 나라’라는 특성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 민족 고유의 종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뭉쳤다. 이는 미국의 개척시대 교회 역할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의 ‘종교적 의존도’는 절대적이지만 주말에 교회를 가는 사람은 ‘5%’가 넘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역사적으로, 또 가정에서 배운 대로 종교에 대한 막연한 긍정적인 인식은 있지만 막상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한 교회 관계자는 “미국인들이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기복보다는 ‘역사적 교훈’이라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따라서 미국인들은 종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만 교회나 성당을 찾는 등 실제 종교 생활을 하는 비중은 낮다”고 설명했다. 한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배경과 인맥보다는 개인적 능력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흙수저와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응답(26%)보다 배 이상, 선진국 평균인 49%보다도 훨씬 높았다. 또 미국인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성공의 원인으로 꼽았다.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능력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의 미국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미국은 아직도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아메리카 드림’이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다민족, 다인종 국가인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바로 이런 신분 상승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바다의 무법자’로 등장한 중국 어선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바다의 무법자’로 등장한 중국 어선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는 강풍과 높은 파도가 일고 있었다. 악천후를 만난 베트남 어선 20척은 서둘러 조업을 포기하고 암초로 대피했다. 베트남 어선에는 어부 100여 명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대형 중국 어선들의 위협에 혼비백산한 베트남 어선들은 곧바로 물러났다. 베트남 어선들은 베트남 재난대응수색구조위원회에 급히 도움을 요청했고 베트남 당국은 중국 측에 현지 상황을 설명하고 구조 지원을 당부했으나 끝내 허사였다. 지난 5월에도 많은 중국 어선들이 해양경비대를 대동하고 베트남 중남부 리 선 섬으로부터 불과 40 해리(약 74㎞) 떨어진 해역에서 조업했으며 수십 척의 중국 선단이 베트남 어선들을 쫓아낸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중국 어선들이 ‘바다의 무법자’로 등장했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 서해를 비롯해 가까이로는 동중국해·남중국해, 멀리는 인도양과 아프리카, 남미 해역까지 진출해 세계 어장을 독식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 어선들을 공격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어민은 2000만명이 넘고 동력 어선만 해도 70만척에 이르는 엄청난 숫적 우세를 바탕으로 전 세계 바다에서 무람없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전 세계 어장에서 오징어를 남획하는 바람에 자원 고갈, 가격 급등, 수익성 악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오징어 어선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자국 연안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인근 공해로 나아가 공격적인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멀리 아르헨티나 인근 공해까지 가서 긴 줄에 낚시를 여러 개 달아 낚는 전통적인 오징어 조업과 달리 그물로 한꺼번에 대량으로 잡는 싹쓸이 조업을 하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속초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박정귀씨는 “중국 어선들이 첨단장비로 바다 바닥을 긁어내듯 오징어 싹쓸이를 하면서 낡은 등에 의존해 오징어잡이를 하는 한국 어선들은 중국의 15%밖에 잡지 못하고 있다”며 “수입이 60%나 급감해 배 연료비용도 안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에서는 이들은 ‘해상 민병’으로 불리며 군사훈련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어선 위에 살수장치를 장착하고 다른 나라 어선이나 선박이 분쟁해역 내에 들어오면 쫓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1970년대 중반부터 영유권 분쟁지역뿐 아니라 우리 서해상에서도 해상민병을 활용 중이다. 더군다나 해양강국 건설을 모토로 하는 중국 정부는 어업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불법 조업 단속에는 미온적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에서 중국 깃발을 단 선박은 1985년 13척에서 2013년 462척으로 3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8년 동안에 걸쳐 잠비아, 기니, 모리타니아, 세네갈, 시에라리온 인근 해안에서 적발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114건으로 집계됐다. 이 어선들은 이 부근 바다를 현지 어업 허가권 없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구촌은 오징어를 연평균 270만t 가량 소비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오징어 어선의 50~70%를 보유하고 오징어 어획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징어는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특성상 군집의 크기와 위치 추적이 쉽지 않아 관련 정보 확보가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인공위성과 정부 소유 탐사선을 통해 오징어 군집의 성장과 이동에 대한 정보를 대량 수집해 자국 오징어 어선에 알려준다. 중국 어선들의 오징어잡이 추적 정확도가 90%에 이르는 것도 이 덕분이다. 중국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모니터링 능력에서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거액의 예산을 들여 어선 대형화를 지원하고 연료 보조금을 대주는 등 중국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어선과는 달리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하는 다른 나라 어선들이 이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해양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 정부는 전 세계 바다에서 다른 나라의 해군력에 맞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길 원한다”며 “오징어 조업은 이를 위한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중국이 오징어 등 어족 자원은 물론 원유, 광물 등 다른 천연자원을 탐사하고 채굴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전략을 펼 수 있다는 얘기다.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중국 오징어 어선이 몰려드는 바람에 지난해 한국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3년보다 48% 감소했으며 그 여파로 오징어 가격은 40% 이상 폭등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더 큰 피해를 입어 어획량이 무려 73% 곤두박질쳤다. 대만도 중국 오징어 어선의 조업으로 인해 어획량 급감과 가격 급등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중국 오징어잡이 정보력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항의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중국에서 오징어를 수입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가격 급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품질이 좋은 오징어는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바람에 이들 나라의 수입 오징어 질이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중국이 근시안적인 싹쓸이 조업 행태를 그만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중국해양대 톈융쥔 교수는 “원양 어업의 역사가 중국보다 훨씬 긴 서구 국가들은 어업은 물론 어족 자원의 보존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중국이 진정한 해양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을 본받아 지속 가능한 어업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대형 어선들이 베트남 어선을 잇따라 공격하는 바람에 베트남 정부와 어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베트남 어업협회는 지난 4월 파라셀 군도의 링컨 섬 근처에서 중국 대형 어선 2척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베트남 어선에서 어부 6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중국 어선들이 베트남 어선을 쫓아와 들이받았고 이후 무장 괴한들이 베트남 어선에 올라 어구와 어획물을 강탈하기도 했다. 중국 어선들이 레이저 공격을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과학기술 잡지 파퓰러 메카닉에 따르면 중국이 어선을 훈련시키고 선원들에게 보급품을 지원하고 있다, 이 어선들은 중국 군 당국의 눈과 귀 역할을 담당하면서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을 드나들고 있다”며 “해상민병 역할을 하는 이들 어선이 레이저를 이용해 저공 비행하는 미국 정찰기 등을 공격하고 있다”고 파퓰러 메카닉이 전했다. 때문에 피해 당사국들은 어선 나포, 벌금 부과, 선원 재판 회부 등으로 갖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일부 국가는 총격과 전투기 출동 같은 무력 대응도 불사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2016년 나투나 제도 앞바다에서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자 구축함을 파견해 승무원 8명을 억류했다. 이 과정에서 조업 중단 명령을 거부하는 중국 어선에 발포까지 했다. 인도네시아는 불법 조업을 단속하기 위해 나투나 제도에 F-16 전투기 5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도 같은 해 바부얀 해협에서 필리핀 국기를 달고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했다. 필리핀은 어획물을 압수하고 선원 25명을 억류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460km 떨어진 푸에르토 마드린 연안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에 발포해 침몰시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중국 어선 3척을 불법 조업과 배타적경제수역(EEZ) 무단 침입 혐의로 억류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금요 포커스] 스포츠바우처제도, 장애 유·청소년에게도 도입돼야/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금요 포커스] 스포츠바우처제도, 장애 유·청소년에게도 도입돼야/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

    일찍이 루게릭병을 앓으며 장애를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스티븐 호킹 박사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충고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또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 마라.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더라도 정신적인 장애자가 되지 마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굳이 호킹 박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후회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이면서 각자 잘하는 것에 매진하고 매진하는 것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체 인구의 4.9% 수준인 약 255만명(2017년 말 기준)의 등록 장애인이 있다. 그중 일상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20.1%이며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1만 5000여명에 이른다. 이 선수들이 장애인들의 올림픽이라는 패럴림픽에도 나가고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도 나간다. 지난겨울에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ㆍ패럴림픽에서도 비장애인의 동계올림픽 대회보다는 세상의 관심이 낮았지만 장애인의 동계올림픽 대회라 할 수 있는 동계패럴림픽에 우리나라는 아이스하키 등 6개 종목에 36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크로스컨트리에서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하였다. 비록 메달 순위는 비장애인의 동계올림픽 대회의 7위보다는 못한 17위를 차지했지만 동계패럴림픽 대회 참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올림픽대회인 동계패럴림픽 대회가 개최되기 전까지 장애인들이 어떻게 스키를 타고 어떻게 컬링을 하는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장애인 역시 장비의 구조와 게임 방식은 다르지만 엄연하게 동계스포츠를 즐기고 대회를 한다. 하계종목도 마찬가지다. 김연아, 유승민(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같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계에도 크로스컨트리에서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신의현 선수가 있고, 패럴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이자 선수위원인 국제적인 휠체어 육상스타인 홍성만 선수가 있다. 이들 역시 각자의 위치에서 장애인스포츠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손쉽게 운동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미약하다. 전국의 200여개 공공체육관 중 장애인들이 장애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특화된 장애인전용체육시설(장애인형국민체육센터 포함)은 채 60여개가 안 된다. 장애인들이 체계적인 지도를 받으며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치된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들도 비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배치인력(2017년 2600명 배치)의 5분의1 수준인 577명에 불과하다. 이뿐만 아니다. 이미 비장애인 취약계층 유·청소년은 활용하고 있는 스포츠바우처제도가 장애가 있는 유·청소년에게는 도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인 장애인의 스포츠 향유권을 박탈하는 동시에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구체적으로는 지난 2008년 필자 등이 참여해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그 시행령을 통째로 위반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장애이다’라는 말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다면 더 특별히 잘해 줘야 한다는 인식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애인 선수들과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에게 특별나게(?) 더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비장애인들처럼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도 나의 친구이고 나의 동료이고 같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 김정은 “미래여는 역사적 여정서 중국과 긴밀 협력할 것”

    김정은 “미래여는 역사적 여정서 중국과 긴밀 협력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련한 연회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뒤 ‘진정한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조중(북중)이 한 집안 식구처럼 고락을 같이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모습은 조중 두 당, 두 나라 관계가 전통적인 관계를 초월하여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연회에 앞서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과와 이에 대한 양측의 평가와 견해, 입장이 상호 통보됐다고 중앙통신은 밝혔다. 통신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해결 전망을 비롯한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일련의 문제들에 관하여 유익한 의견교환이 진행되었으며 논의된 문제들에서 공통된 인식을 이룩하였다”고 설명했다.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중국 당과 정부의 ‘적극적이고 진심어린 지지와 훌륭한 방조(도움)’에 사의를 표했다. 시 주석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조선(북한)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자기의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은 3차 訪中] 시진핑 “북·중관계 공고” 천명… ‘포스트 북미’ 역할론 과시

    [김정은 3차 訪中] 시진핑 “북·중관계 공고” 천명… ‘포스트 북미’ 역할론 과시

    시주석 북·미회담 성과 높이 평가 김정은 “북·중관계 한단계 높일 것…中, 한반도 안정·수호 역할 감사”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20일 3차 중국 방문에 나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받았다. 특히 시 주석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19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북·중 관계를 더욱 공고히 유지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 건설이라는 공동 인식을 달성하고 성과를 거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면서 “불과 3개월 만에 김 위원장과 세 차례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의 방향을 제시했고 북·중 관계 개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국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북한 노동당 전체와 인민을 잘 이끌어 시 주석과 달성한 공동 인식을 이행하고 북·중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국제사회의 기대대로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 추진,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수호 방면에서 보여 준 역할에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 및 유관국들과 함께 영구적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혀 중국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번 방중단에는 지난달 대규모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을 이끌고 베이징, 항저우 등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성과를 둘러본 박태성 부위원장이 포함돼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69년 북·중 교류 역사에 없는 잦은 정상 회담은 중국의 경제 원조가 시급한 북한과 미국과의 갈등에서 북한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한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비밀리에 이뤄진 그동안의 북·중 교류와 달리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사실상 실시간 공개한 것도 북·중 관계를 공산당 대 노동당 관계가 아니라 정상국가 간 관계로 바꾸려는 시도로 보인다. 북·미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에 체제안전 보장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약속했지만 대북 제재는 완전한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외교부 브리핑에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 2차 다롄 북·중 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할 경우 경제 원조를 약속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다롄에서 시 주석의 조언을 들은 북한 측이 평소 비핵화 해법으로 내세웠던 동시적 해결에 대해 미국 측에 문의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사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될 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바뀌었고 시 주석이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기분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김정은·시진핑 “어떤 정세에도 북중 관계 굳건”

    김정은·시진핑 “어떤 정세에도 북중 관계 굳건”

    북중정상 부부, 두 달 만에 재회…양국 고위급 총출동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3차 북중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결속을 과시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대화 등 어떠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도 북중 관계가 공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은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면서 ‘플레이어’로 참여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현재 남북한과 미국이 주도하는 비핵화 이행,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의 논의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을 등에 업고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북중 관계 발전을 더욱 공고히 유지하기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추세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하고 지역 및 세계 평화와 안정 유지에 적극적인 공헌을 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 건설이라는 공동 인식을 달성하고 성과를 거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면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이) 북중 양당과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고도로 중시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불과 3개월 만에 김 위원장과 세 차례 회담을 통해 양당이 양국 관계 발전의 방향을 제시했고 북중 관계 개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국제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려는 중국의 확고한 입장과 북한 인민에 대한 우호,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 건설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북한 사회주의 발전 사업이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하며 북한이 자국 국정에 부합하는 발전의 길로 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면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성과를 잘 실천하고 유관국들이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을 다시 보게 돼 기쁘다”면서 “중국은 우리의 위대한 우호 이웃 국가로 시 주석은 존경하고 믿음직한 위대한 지도자로 시 주석과 중국 당, 정부, 인민이 나와 당, 정부, 인민에 보내준 우의와 지지에 감사한다”고 극찬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노동당 전체와 인민을 잘 이끌어 시 주석과 달성한 공동 인식을 이행하고 북중 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국제사회의 기대대로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을 한 걸음씩 착실히 이행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새로운 중대 국면을 열어나갈 수 있다”면서 “북한은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 추진,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수호 방면에서 보여준 역할에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중국 및 유관국들과 함께 영구적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CCTV는 이날 방중한 김 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을 만나는 모습을 보도했다. 북중 외교 관례상 북한 최고 지도자가 귀국하기 전에 중국이 방중 장면을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인민대회당에서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나와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를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맞았다. 이날 인민대회당 실내에서 거행된 환영의식에는 양국 국가가 연주되고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함께 중국군 3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측은 시 주석 부부를 포함해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참석해 김 위원장과 수행단을 맞았다. 북한 측은 김 위원장 부부을 비롯해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환영 의식 이후 열린 정상회담에는 북한 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 리수용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인사들만 배석했다. 북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시 주석 부부가 주최하는 환영 만찬이 열렸으며, 양국 정상 부부는 만찬 공연 등을 함께 관람했다. 이번 방중단에 지난달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을 이끌고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둘러 본 박태성 부위원장이 포함된 것으로 미뤄 북중 경협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방중단의 인적 구성으로 미뤄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북미정상회담 성과 설명과 후속조치 논의, 북중 경제협력 등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방북 시기에 대해서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탈분단 시대의 문학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탈분단 시대의 문학

    6ㆍ13 지방선거의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그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 국민이 ‘분단ㆍ냉전’에서 ‘통합ㆍ탈냉전’으로 이월돼 가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힌 점일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민족 전체를 강력하게 지배했던 이른바 분단 체제는 그 점에서 명실상부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갈등과 상쟁으로 얼룩졌던 분단의 현대사가 이제 화해와 상생으로 전환되는 이행기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현대사 곳곳에 우리가 치러 낸 중대한 이행기적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가 겪는 상황은 이전 시기의 경험들과는 차원이 다른 매우 근원적이고 획기적인 것임이 틀림없다.문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특기할 만한 것은 분단 체제의 남쪽에서 생산돼 반체제적이라고 배척당해 왔던 이른바 분단 극복 지향의 작품들이 최근 제도교육 과정에서도 활력 있게 핵심적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북에서 생산된 작품들에 대해서도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확연한 것은 중등 국어 교육에서 채택하고 있는 문학 작품의 내용이 지난 시대보다 상당 부분 분단 극복의 지향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시대의 문학 교과 과정이 반공 일색으로 편제돼 있던 것과는 첨예하게 달라진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인 공교육 분야에서조차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분단 이후 펼쳐진 현대문학은 거대한 분단의 벽과 씨름해 온 흔적들로 충일하다. 아마도 분단 극복과 통일 지향의 세계를 담은 문학 작품을 모두 거론한다면, 그 목록만으로도 이 지면은 차고 넘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치적, 이념적 차원에서 남북 간의 상생과 평화 공존이 공론화되고 있는 만큼 예술을 통해 분단 체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던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정당한 역사적 가치 평가를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의 무의식까지 철저하게 검열했던 냉전 이념과 피해 의식을 떨치고 탈분단의 도정을 묵묵히 지속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지워진 역사적 몫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문학적 형상 속에 나타난 분단 극복, 통일 지향의 속성들을 온전하게 귀납해 우리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통일 교육보다는 문학 작품 속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상처와 열망에 공감하게끔 하는 교육을 진행해 가야 한다. 아울러 그 연장선에서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 남북이 축적해 온 역사적 상흔이 결국 남북 모두에게 상처와 멍에가 될 뿐이라는 것과 통일이 가치 있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동시에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70년이 가까워 오도록 상호 적의와 괴리감을 확대해 온 상황에서 문화나 문학을 통해 접점의 가능성을 키우고 그 부문에서 상호 교류를 넓힘으로써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제 교류나 군사 협약 같은 결정적 부분에 대한 접근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화적 소통도 서둘러 개진해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시야를 넓혀 재일(在日) 조선인 문학, 재러시아 고려인 문학, 연변 조선족 문학, 미국이나 유럽의 한인 문학 등 한민족 문화권 전반과의 포괄적인 관련 아래 남북한 문학의 접점을 찾아볼 필요도 느끼게 된다. 자료의 영성함과 유실이 걱정되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노력이 곧 남북의 문학적 통합을 궁극적으로 가능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단 체제의 변화와 남북 문학의 과제를 복합적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는 일은 모처럼 맞이하는 탈분단 시대가 우리에게 부여한 실존적, 역사적 부채일 것이다.
  •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1985년 11월 19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제네바 서쪽 호숫가의 19세기 저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레이건이 74세, 그해 소련 최고 권력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54세였다.회담 사흘 전 도착한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의 첫 만남을 앞두고 피곤해했다. 그는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같은 늙고 보수적인 소련 지도자들의 ‘복화술’ 같은 대화에 넌더리를 냈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는 소련 전문가 잭 매틀록 주체코 미 대사와 정상회담 리허설까지 마쳤다. 두 사람은 첫날 회담부터 핵무기 경쟁을 놓고 격돌했다. 고르바초프는 핵군축을 원하면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인 ‘스타워스 계획’부터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튿날 회담에서는 흥분한 고르바초프가 “소련인을 순박한 민족 취급 말라”고 소리쳤다. 그날 밤 레이건은 “그는 정말 호전적이었고 젠장, 나도 단단히 버텼다”고 일기에 썼다. 마지막 날인 11월 21일 미·소 정상은 ‘핵전쟁 반대’라는 원론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네바에서 단 하나의 핵탄두도 제거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실패한 협상’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처음 만난 제네바 회담은 후대에 냉전 종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1년 뒤 1986년 10월 11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핵무기 감축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양국 핵무기 전량 폐기’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적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결렬됐다. 조지 슐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백악관·국무부·국방부 관리들도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대통령의 꿈(고르바초프도 동의한 꿈)은 완벽한 망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4년 뒤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서명하고, 마침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백악관 출입 기자였던 데이비드 호프먼이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를 인터뷰하고, 방대한 비밀문서들을 토대로 쓴 800쪽 분량의 책 ‘데드 핸드’(Dead Hand)가 복원한 ‘팩트’들이다. 데드 핸드는 소련이 구축한 ‘자동 핵보복 시스템’ 명칭이다. 호프먼은 그들의 협상은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합의의 단초가 됐다고 평했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1985년 겨울부터 1988년 봄까지 네 번 만났고 그 어떤 조약에도 서명하지 못했지만 냉전을 끝냈다. 두 사람은 훗날 “성급하지 않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기의 회담을 통해 서로를 향한 한 발을 막 내디뎠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웃으며 돌아선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다. “우리한테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정확하다. 한반도 냉전의 유물인 비핵화 협상은 이제 시작됐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남·북·미 간 극도의 상호 불신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신뢰 구축 노력이다. ‘공포의 균형’은 전쟁을 억누를 뿐이지만 ‘이익의 균형’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하물며 미·소 정상은 서로의 ‘데드 핸드’로 악수했지만 역사적 전환점을 이끌어 냈다. ipsofacto@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존경받는 기업들엔 4가지 비결이 있다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존경받는 기업들엔 4가지 비결이 있다

    애플 11년째 1등인데… 삼성은 외면받는 이유?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올해 1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성능 저하 업데이트에 따른 집단 손해배상 소송 등 각종 논란에 시달렸지만, 11년째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포천은 매년 세계 30여개국 7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임원, 애널리스트 등 3900여명의 평가자 설문을 거쳐 순위를 매긴다. 기업별로 혁신과 인사관리, 자산활용, 사회적 책임, 품질 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 투자가치, 제품·서비스 품질, 글로벌 경쟁력 등 9가지 항목을 두루 평가한다. 애플은 올해 9개 항목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기업의 위기 속에서도 존경받는 기업 1위를 고수한 애플의 비결은 ‘혁신에 기반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집약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17일 “애플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달리 ‘혁신보다 관리에 치중한다’는 비판에 봉착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에서 ‘페이스 ID’ 같은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을 공개하고 아이폰 기기에만 치중했던 회사를 콘텐츠 회사로 변신시키는 등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라는 명제를 충실히 지켜냈다”고 진단했다. 애플이 강조한 ‘사회적 가치’ 역시 1위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1월 당시 애플은 “향후 5년간 미국 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을 위해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해외 페이퍼 컴퍼니의 현금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38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도 정상 납부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애플의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2016년 35위에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순위에서 사라졌다. 혁신 분야만 놓고 보면 삼성의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수위를 다툰다. 최근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지난해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50대 혁신기업’에서 애플은 1위,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던 삼성은 5위에 랭크됐다. ‘혁신 기업’ 삼성이 유독 존경받는 기업 부문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영권 승계 및 노조 설립 와해 의혹, 국정농단 사태까지 사회적 신뢰 측면에선 장기간 점수를 잃어 온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투명한 기업경영 면에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재붕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단기간 압축 성장을 겪은 우리나라는 유독 대기업에 대해 ‘정당한 경쟁 대신 정경유착 등 불공정한 수단으로 재벌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면서 “과거엔 사실인 측면도 컸지만, 이제 이런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고 기업 역시 경영의 글로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 활동의 순수한 결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도 선순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 경영활동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법적 의무를 철저히 지키는 대신 기업활동 영역은 자유롭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윤리연구소인 에티스피어 재단은 매년 ‘윤리적인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지난 2016년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갈수록 직원들의 부정행위 및 소송 건수, 자사의 대응 정보를 자진해 공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예전 같으면 기업들이 이런 문제들을 기밀로 취급했다면 이제는 투명하게 우려를 표명해 가는 경향”이라고 전했다. 윤리 경영이 결과적으로 경영 성과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단에 따르면 ‘윤리적인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보다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관계자는 “시민의식(citizenship), 진실성(integrity), 투명성(transparency) 같은 분야에서 리더십을 입증한 기업은 투자자, 지역사회, 고객 및 직원을 위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자산’을 1회용으로 취급하지 않고 혁신의 원천으로 삼는 것도 존경받는 기업의 비결이다. 기업의 목적과 철학이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2016년 모범 기업으로 선정했던 신화철강의 경영철학은 ‘직원은 가족’이다. 경남 창원에서 철강재를 생산하는 이곳은 직원 1인당 해외연수, 포상휴가를 평균 네 차례 다녀왔을 정도로 직원 투자에 적극적이다. 김재판 이사는 이에 대해 “지출 비용 대비 효과를 양적으로 측정하긴 힘들지만 사업 경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지역 기반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인 만큼 직원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김 교수는 “결국 인적 자원이 혁신을 가져온다.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 기업 활동은 창업주 혹은 기업가 혼자 회사를 만들어 성장시켰다는 ‘신화’에 바탕을 뒀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기업 구성원 스스로 혁신·성장하고 이를 위해 고용 안정과 복지, 사회 기여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고용주와 종업원이 꿈을 함께 공유하고 직원에게 권한 부여 및 성과 공유가 이뤄져야 기업이 선순환한다는 논리다. 애플의 기업 철학이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기술에 기반한 인류애’인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이폰은 시각 장애인이 마라톤을 하게 하고 아이패드는 자폐증 앓는 아이를 세상과 연결시켜 준다. 윤리활동을 하는 기업의 ‘진정성과 지속성’ 역시 존경받는 기업의 충분조건으로 꼽힌다. 운동화 제조회사 ‘베자’(Veja)는 2004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전 세계 40개국 1500여개 매장에서 28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베자는 친환경 유기농 소재 제조와 공정무역에 집중하기 위해 광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창업자인 세바스티앵 콥과 프랑수와 지슬랭은 “우리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면 늦더라도 제대로,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내세우는데, 기업 경영에서 진정성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단면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그래픽 김예원기자 yean811@seoul.co.kr
  •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 “교육감과 지방선거 분리 등 정부가 개선방안 공론화해야”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 “교육감과 지방선거 분리 등 정부가 개선방안 공론화해야”

    “뜨거운 교육열의 나라인데 교육감에 대한 관심은 기초의회 의원보다 못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의 사령관 격인 교육감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진보 성향 후보들의 압승으로 끝났다. 또 재선·3선에 도전했던 현직 교육감들도 모두 당선됐다. 이러한 결과를 떠나 올해 교육감 선거도 무관심 속에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렵다. 한 해 60조원 예산권과 교원 37만명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 자리의 무게를 감안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신문은 현장과 이론에 두루 밝은 교육 전문가 11명으로 ‘2018 시·도 교육감 선거공약 검증위원회’(위원장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꾸려 서울·경기 등 8개 광역시 교육감 출마자들의 공약을 검증해 연속 보도했다. 민 위원장과 강소연 연세대 교수(교육심리학), 김성열 경남대 교수(교육학),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 임병욱 서울 인창고 교장, 조효완 광운대 교수(입학사정관협회장) 등 검증 위원들은 17일 서울역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마무리 좌담회를 갖고 “단순히 특정 세력의 대변자가 아닌 정말 능력 있는 인물을 교육감으로 뽑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일문일답.→당선된 시·도 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진보 후보인데. -배상훈 교수(배 교수) 이번 선거에 드러난 민심은 ‘변화’다. 국민 마음속에 있는 교육에 대한 불만이 임계치에 달한 것 같다. 첫 전국 직선제 교육감 선거였던 2010년 진보 후보가 6명 당선됐고, 2014년에 13명, 이번에는 14명 당선되며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 반면 보수 후보들은 새로운 가치·의제를 못 던졌다. 진보 측에서 ‘무상교육, 혁신학교, 교육민주화’ 등을 앞세운 반면 보수는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진보 교육감에 맞서) 외고와 자사고를 현행 유지하겠다’는 정도만 보였다. -강소연 교수(강 교수) 우리 학부모들은 평등 의식이 강하다. 진보 교육감을 지지한 건 그런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학교 간 교육 편차가 너무 벌어지는 등 불만이 커졌는데 진보 교육감이 해소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담긴 것 같다. -민경찬 교수(민 교수) 시장·도지사 등을 뽑는 선거와 함께 진행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선거 흐름이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후보들은 ‘앵그리맘’(현 정부 교육 정책에 화난 엄마들) 프레임을 꺼내 진보·현직 교육감을 겨냥했다가 실패했다. -배 교수 화난 엄마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보수 후보들이 그 대상을 잘못 생각한 것 같다. 현 교육감이나 정부의 교육 실정에도 화났겠지만, 정서의 밑바탕에는 그동안 오래 버티고 있었던 교육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보수=오래 해 온 사람들’이라고 인식한다. -김성열 교수(김 교수) 현 정부의 교육 분야 지지도가 낮은 건 결정적으로 대입 정책 때문이다. 이는 시·도 교육감의 역할이 아니다. 학부모들도 이 점을 이해하고 투표한 것 같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의 교육에서는 진보 교육감이 내세우는 ‘과도한 경쟁 완화’나 ‘아이들의 행복 교육’을 내세우는 정책이 통할 수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을 평가했는데 총평한다면. -배 교수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보다 ‘무상’ 정책이 더 많았다. 또 미래 대비 교육보다 현재에 중심을 두는 공약이 핵심이었다. 이는 각 후보들이 그동안 교육감 선거 때 학습한 걸 토대로 짠 전략이라고 본다. ‘어차피 교육감 선거에서 정책 대결은 이뤄지지 않는다. 특정 진영의 세를 규합해 지지를 얻고, 상대를 분란으로 이끌면 이긴다’는 것이다. -조효완 교수(조 교수) 교복을 무상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있는데 차라리 복장 자율화하면 되지 않나. 불필요해 보인다. 다른 후보가 준 것보다 무상 공약을 하나 더 추가하려는, ‘무상을 위한 무상’ 공약 같다. 포퓰리즘(인기영합) 공약은 많은데 구체적인 예산 계획은 없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니 일단 눈에 띄고 보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후보들이 포괄적 약속만 하는 대신 공약 실현을 위해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민 교수 학생의 미래를 고민해 공약을 만들기보다 표를 받기 유리하게 공약을 짰다.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한 관점이 없다. 예컨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아이들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책, 세계관을 담은 공약이 없었다. 교육감은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에게 큰 그림과 꿈을 보여 줘야 하는 자리인데 그런 본질적인 공약이 별로 없다. -임 교장 후보들 대부분이 공약 평가 항목 중 ‘교원 정책’ 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교사를 위한 정책이 없었다는 얘기다. 교육청의 교육 정책이 성공하려면 결국 현장 교사들이 실현해 줘야 한다. 하지만 교사에게 비전과 희망을 보여 주며 “한번 같이 가보자”고 설득하는 공약은 안 보였다. -강 교수 교육에 있어 단위학교와 지역 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그런 공약이 굉장히 부족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학교를 발전시키거나 학생들의 활동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하다. →낙선 후보자 공약 중 묻히기엔 아까운 공약은 없었나. -배 교수 민생 체감형 공약 중에 좋은 게 있었다. 예컨대 (경기교육감에서 낙선한) 임해규 후보는 사춘기 극복을 위해 ‘초등 6학년 전문 상담 교사 배치’ 같은 공약을 했는데 눈에 띄었다. 같은 지역 배종수 후보의 초·중·고교 학생에게 ‘1화분 키우기’, ‘1운동 익히기’, ‘1악기 다루기’ 공약도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임 교장 당선자들이 취임하기 전 낙선 후보 캠프의 정책 공약 담당자와 자신의 정책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떨어진 후보의 좋은 공약을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번 교육감 선거도 유권자 관심도가 떨어졌다. 깜깜이 선거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배 교수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교육감 선거를 아예 지방선거와 분리해 치러 교육에 대한 큰 담론을 얘기해 보는 장을 만들면 어떨까 싶다. 지금은 교육감 선거가 시·도 지사 선거 등에 압도당한다. 교육감보다 오히려 시·구 의원에게 관심이 간다는 사람도 있다. 교육 영역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면 선거 때 온 국가의 관심이 교육에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선거 공영제다. 교육감 선거 치를 때 보통 30억원 정도 든다고 한다. 덕망 있는 교육계 인사도 비용 부담 탓에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선거 비용 부담을 줄여줄 방안도 찾아야 한다. -강 교수 교육감 직선제가 무관심 속에 진행되니 예전처럼 학부모 대표 등만 참여하는 간선제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간선제 때 비리가 많았다. 답이 될 수 없다. 시장, 도지사 후보가 러닝메이트(선거 파트너)로 교육감 후보와 함께 나오면 오히려 교육 전문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임 교장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교육감 선거 제도를 놓고 연구해야 한다. 지금 대입 정시·수시 비율을 정하는 걸로 공론화하고 있는데 진짜 공론화해야 하는 주제는 교육감 선거 같은 것이다. -민 교수 공론화는 국민이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과정이기에 중요하다. (배 교수의 제안처럼) 교육감 선택의 시기를 시·도지사 선거와 떼어내 하는 등의 방안을 국가 차원의 이슈로 끌어올리면 좋겠다. -김 교수 교육감 후보자들은 정당 조직이 없기에 자신을 알릴 기회가 적다. 단일화나 한 번 해야 알려질까 하는 정도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공공기관, 언론기관 등에서 주최하는 공개 토론회를 꼭 했으면 좋겠다. →새 교육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배 교수 당선자들이 선거 결과를 해석할 때 ‘아, 내 주변의 세력을 지지한 것이구나’ 하고 오판하면 안 된다. 단순히 진보를 지지했다기보다 기존 보수 세력을 벗어난 변화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다. 과거 어느 교육감은 측근들로 이뤄진 자문회의에서 주요 안건을 결정하기도 했었는데 소통을 막고, 주변을 세력화한 잘못된 예다. 보수들은 왜 외면받았는지 고민과 반성을 해야 한다. -강 교수 학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학부모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조금 더 넓게는 지역사회와 소통을 더 늘려야 한다. 아이들의 높은 자살률이나 번아웃(탈진 현상) 등의 중요 원인은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호흡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민 교수 지금은 대전환기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국제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초·중·고 학생들이 변한 사회를 주도할 세대인 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뉴스 분석] 정치, 낡으면 무너뜨린다… 민심의 자신감

    [뉴스 분석] 정치, 낡으면 무너뜨린다… 민심의 자신감

    투표율 60.2%, 탄핵 경험 작용 네거티브·색깔론 편 야당 심판 민주당 PK 광역단체장 첫 배출 보수·진보 간 경쟁 시대적 요구 일부 벌써 2년 뒤 총선 정조준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는 단순한 선거의 승패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더불어민주당 14곳 승리, 민주당의 부산·경남(PK) 지역 석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 배출, 대구·경북(TK)으로 쪼그라든 자유한국당 등의 ‘충격적인 선거 결과’는 모두 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투표율에 숨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까지 겹쳐져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투표율은 60.2%에 달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여당의 낙승이 예상되는 선거임에도 국민들은 왜 굳이 투표장에 간 것일까.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경험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이 힘을 모으면 최고 권력자까지 바꿀 수 있다는 ‘성공의 경험’이 정치 참여 의식을 높였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투표의 힘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투표로 바꾼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보이자 내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 촛불 민심이 여전히 국민을 투표장으로 끌고 가는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네거티브 공세, 냉전주의적 색깔론, 지역감정 유발 등 구시대적 선거 프레임이 등장했지만 민심은 오히려 시대적 변화를 보지 못하고 낡은 패러다임을 끌어안은 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에 유권자들이 PK를 선물한 것은 뿌리 깊은 영호남 지역 구도를 깨고, 보수와 진보가 정책과 이념으로 경쟁하는 정치 지형을 만들어 보라는 시대적 요구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당의 참패는 ‘보수의 몰락’이 아닌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양 날개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문 대통령도 14일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에 대해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 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계열 구미시장의 출현은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를 의미한다는 평가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구미시민 저변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나, 그동안 ‘박정희 상징’을 동원한 정치 권력에 의해 발현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체제가 변화했음에도 정당 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구축한 권위주의적 국가 운영 모델의 헤게모니가 지속돼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은 벌써부터 2년 뒤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4·19혁명부터 6월항쟁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국가권력에 반대한 많은 민주화운동이 있었지만, 그 중심은 사실상 학생들이었다. 이와 달리 촛불혁명에는 이념과 연령을 초월한 다양한 시민들이 결집해 정치와 사회를 움직일 무한한 힘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진보 교육 시대… 외고·자사고 없어지고 혁신학교 늘어날 듯

    진보 교육 시대… 외고·자사고 없어지고 혁신학교 늘어날 듯

    진보 후보 17곳 중 14곳서 선두 ‘깜깜이 선거’ 속 文 후광 효과 톡톡 경기 이재정·부산 김석준 확실 보수 ‘교육 심판론’ 빛 못 보고 고전 대구에서도 강은희·김사열 박빙‘앵그리맘’(현 정부 교육 정책에 뿔난 엄마들) 효과는 없었다.’ 17개 전국 시·도 교육감 자리를 놓고 치러진 6·13 지방선거는 진보 후보들의 압승으로 끝났다. 14일 오전 1시를 기준으로 선두를 달리는 교육감 후보 중 진보 성향이 14명인 반면 보수(중도 보수 포함) 후보는 3명뿐이었다. 서울(조희연)·경기(이재정)·부산(김석준)·인천(도성훈)·울산(노옥희)·전남(장석웅)·전북(김승환)·경남(박종훈)·강원(민병희)·충남(김지철)·충북(김병우)·세종(최교진)에서 진보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진보 교육감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세월호 참사, 보수 단일화 실패 등의 여파로 13명이 당선됐는데 이번엔 당선자 수가 같거나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정권의 교육부와 진보 교육감이 사사건건 충돌했던 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향후 4년은 ‘진보 교육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현직 프리미엄 누리며 진보 표몰이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압승한 데는 문재인 정권의 후광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교육감 후보들은 정당 공천 없이 출마하지만, 유권자들은 ‘진보 후보=여당 후보’라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역대 선거에서 진보 정당이 인기를 누리면 진보 교육감 후보가,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으면 보수 후보가 덕을 봤다. 보수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가 유독 교육 분야에서만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교육 심판론’을 기대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5월 2~3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각각 85%, 55%였지만, 교육 분야 국정 지지도는 30%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반전’은 없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실장은 “교육 현안들이 선거전에서 의제로 떠오르지 못했고 결국 여당 편으로 인식된 진보 후보의 득표율이 잘 나온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가 무관심 속에 ‘깜깜이’로 치러진 것도 현직이 많은 진보 후보들에게 유리했다는 평가다. 세부 공약 등 후보들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보통 이름이라도 들어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는 “유권자들이 공약을 하나하나 따져보지 못하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인지도가 있는 현직이 유리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3선에 도전한 진보 교육감 후보는 모두 11명이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진보의 세몰이에 ‘현직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임기 4년 연장에 성공했다. 보수세가 강한 대구에서도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 강은희 후보가 진보 성향인 김사열(경북대 교수)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이는 등 고전했다. 또 현직 교육감이자 중도 보수 성향인 대전의 설동호 후보도 진보 성향인 성광진 후보와 경합을 벌였다. 경북에서만 보수 성향인 후보 2명(임종식·안상섭)끼리 교육감 자리를 다퉜다. ●진보 후보 공약 “고교 서열화 폐지” 당선이 유력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향후 4년간 유치원과 초·중·고교 현장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변화의 가능성은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등의 일반고 전환이다. 당선이 유력한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가 “외고와 자사고, 국제중을 일반학교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고, 도성훈(인천)·이재정(경기)·김지철(충남)·김승환(전북) 등 다른 진보 후보들도 고교 서열화를 없애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교육부는 외고·자사고의 지정·취소 권한을 시·도 교육감에게 이양했기 때문에 이 공약은 실현될 공산이 크다. 진보 교육의 상징 정책인 혁신학교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후보는 “혁신학교를 확대, 발전시켜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 혁신학교 운영 원리를 적용시킬 것”이라고 했고, 조희연 후보 등도 “혁신학교를 질적으로 강화하고 숫자도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희연·최교진·민병희·김지철 후보 등은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의 쉴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일요일 등 휴일 학원 휴무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원계와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 등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실제 조례 개정 등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돈 안 드는 교육’을 위해 무상 급식 등 각종 무상 정책도 쏟아질 전망이다. 울산의 노옥희 후보가 “내년부터 고교에서 무상 급식을 하고,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비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당선 유력 후보 대부분이 무상 공약을 내놨다. 다만 재원 조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후보들이 많아 향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북미회담 평가, 전문가 마다 엇갈려... 기대 못미쳐 vs 포괄적 합의

    북미회담 평가, 전문가 마다 엇갈려... 기대 못미쳐 vs 포괄적 합의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대해 전문가들은 12일 다소 엇갈린 평가를 했다. 북미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 있는 합의서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미국이 줄곧 말해온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 등이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성명은 과거 미소·미중 정상회담에서 봤을 때도 미국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후속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은 공동성명에 대한 이행을 빨리 구체화하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교수는 다만, “구체적인 이행 대상이 들어가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이번 북미 합의는 최선의 합의서는 아니지만, 차선의 합의는 된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동성명에 대해 “말 그대로 포괄적”이라면서도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은 북미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북미 간) 우선 신뢰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면서 “욕심을 내 상대방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기에 앞서, 먼저 신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북미 모두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끝이 아니라 단지 시작이고 출발점일 뿐”이라며 “튼튼한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 모두 속도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이번 북미 공동성명에 미국이 줄곧 노력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란 문구가 명시되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 합의문 자체로는 9·19 공동성명보다도 퇴보했다”면서 “핵 검증문제와 미국이 줄곧 이야기한 CVID도 반영하지 못한 낮은 수준의 합의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이 말한 9·19 공동성명은 2005년 북핵 6자회담의 결과물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는 문안이 들어 있다. 그는 “총평하자면 매우 실망스럽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협상력이 높은 현시점에서 결과물이 이 정도 수준이면 대북 비핵화 협상은 점점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단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이 애초 기대했던 구체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후속 고위급회담의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이번 공동성명이 상당히 퇴행적이라고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VID 뿐 아니라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조약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번에 다 담을 수 없었던 것 같다”면서 “(공동성명에 CVID가 명시되지 않은 것은) 미국의 뜻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과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제공 공약을 등을 담은 공동성명 형식의 4개 항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70세 국회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려면/이내영 국회 입법조사처장

    [In&Out] 70세 국회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으려면/이내영 국회 입법조사처장

    올해는 국회 개원 70주년이 되는 해다. 1948년 제헌국회의 개원 이후 70년의 역사적 격변을 거치면서 국회의 위상 또한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오랜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국회는 행정부의 시녀로 위축되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 국회의 위상은 대폭 높아져서 국회가 입법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가지게 되었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도 커져 왔다.이렇게 국회의 위상이 높아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이미지와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파워조직 신뢰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주요 대기업, 사법부, 경찰 등과 비교해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여 왔다.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의 수준이 높다는 점은 국내외로부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면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정당정치가 지역패권정당체제의 틀 안에 갇혀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 대립과 정치적 교착 상황이 구조화되었기 때문이다. 여야 사이의 적대적 대립으로 인해 의회에서 주요 법안과 정책 쟁점들의 처리가 무산되거나 지연되어 왔다. 따라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핵심적 과제는 고질화된 대결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자면 여야가 국가적 현안에 대해 이념과 정책적 차이를 좁혀서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더불어 행정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국회의 기능과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참담한 국정농단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는 대통령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권력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국회의 개헌 논의에서 권력구조의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정당별로 견해 차이가 남아 있지만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고 국민들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행정부가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시기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국회의 예산 규모 및 조직적 능력, 그리고 정책적 전문성은 행정부에 비해 현저히 뒤처진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행정부 부처별로 다수의 국책연구기관을 가지고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만, 국회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의 수와 규모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회 입법조사처도 국정 전반을 다루는 종합적인 조사연구기관이지만 조직과 예산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서 업무수행에서 역부족을 절감하고 있다. 물론 국회의 위상이 급속히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다고 하더라도 대의제의 중심기관인 국회와 정당의 역할을 폄하하는 반정치(反政治)담론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협하는 시각이다. 국회에 대한 날 선 비판도 필요하지만,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도록 국회의 조직을 정비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언론과 국민들이 응원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개원 70년을 맞은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회 구성원 모두가 국회가 특권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들을 대표하고 섬기는 대의기관이라는 분명한 인식과 태도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 [In&Out] 개정 전안법과 소상공인들의 안전기준 준수/박중현 소상공인연합회 전안법대책위원장

    [In&Out] 개정 전안법과 소상공인들의 안전기준 준수/박중현 소상공인연합회 전안법대책위원장

    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관리 대상인 모든 제품에 대한 안전성 사전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이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산업을 유지하면서 법을 지키는 게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이에 규제학회와 소비자단체는 소상공인들 애로점을 이해하고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잉 규제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국회의원,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 전안법개정대책위원회 등과 수십 차례 간담회와 토론회를 가졌다. 그 과정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 시행을 앞두고 문제가 되는 조항의 일부 유예를 추진했다. 지난해 말 ‘전안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다음달 1일 소상공인들의 산업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 포함된 개정 전안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전안법은 소상공인들이 주로 취급하는 품목(국가기술표준원 홈페이지 참조)을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분류해 사전인증과 KC마크 부착의무를 제외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성인들이 사용하는 가정용 섬유제품, 가죽제품, 접촉성금속장신구의 경우 취급하는 다수의 소상공인(주로 동대문시장 상인)이 서울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사전검사를 통한 제품군의 위해도를 확인한 결과가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이 내용이 개정 전안법에 반영됐다. 개정 전안법에는 소상공인들이 주로 다루는 품목 중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은 사전인증은 받지 않아도 되지만, 안전기준은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기존 사전인증처럼 검사를 받는 방법 외에는 없다. 따라서 이미 안전이 확인된 품목에 대한 불필요한 과잉규제 완화를 통한 소비자 안전과 업계의 산업활동을 함께 보장하는 것이 개정 전안법 취지라면, 다음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고 정책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원자재 관리를 통해 시중에 안전한 원자재가 유통되도록 해 소상공인들이 안전한 제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생활용품의 안전성 검사를 미세먼지 측정과 같은 사회적 환경문제나 도로망 확충 같은 산업기반시설로 인식해 소상공인들이 손쉽게 제품의 안전기준준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검사소 등 공공 여건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셋째, 가을에 출범할 예정인 제품안전관리원은 생활용품에 대한 단속과 감시기능의 강화보다는 안전한 제품이 유통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넷째, 현행 전안법의 여러 피해자 중에서 가장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핸드메이드 작가들은 조직과 규모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가 부족한 만큼 청년 창업자를 포함한 핸드메이드 업계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필요하다. 다섯째,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을 분리하는 방안도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개정 전안법은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국회, 정부가 함께 논의하면서 법을 개정했다는 점에서 소비자안전과 관련된 법 개정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전안법의 피규제자이면서 동시에 보호받아야 할 소비자인 만큼 소비자안전과 소상공인의 산업을 분리하기보다는 함께 이해하고 보호하는 접근이 개정 전안법의 연착륙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끝으로 품목 분류를 포함해 전안법 전반을 관장하는 제품안전심의위원회에 소상공인 산업현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만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몰아간 2017년 초 발생한 전안법 파동의 재현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 캬~ 공자家의 술맛… 어라 이게 아니네?

    법원 “비슷한 이름, 소비자 혼동” ‘공자 가문의 술’로 널리 알려진 ‘공부가주’(孔府家酒) 상표와 유사한 ‘공보가주’(孔寶家酒) 상표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면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수석부장 구회근)는 주류 수입·판매업체인 주식회사 KFJ코리아가 유한회사 금용을 상대로 낸 상표권침해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고 6일 밝혔다. ‘공부가주’는 중국식 증류주인 백주(白酒)로, 공자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사용하던 술에서 유래했다. 1984년 중국의 공자문화축제 전용 술로 지명됐으며 2001년엔 중국 10대 문화 명주로 지정되기도 했다. KFJ코리아는 백주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상표를 2012년 출원해 2013년 등록하고 공부가주를 수입·판매해왔다. 재판부는 “두 표장이 모두 4음절의 한자이고, ‘孔○家酒’로 구성되며, 전체적으로 청감도 유사하다”며 “전체적으로 유사한 두 표장이 동일·유사 상품에 사용될 경우 일반 소비자나 수요자에게 오인이나 혼동을 일으키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용 측은 2003년부터 부정 경쟁의 목적 없이 공보가주 표장을 계속 사용해왔고, 그 결과 공부가주 상표 출원 당시 국내 수요자 사이에서 공보가주가 별도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보가주를 공자의 후손들이 공자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중국의 대표 역사 명주라고 홍보한 점 등에 비춰보면 부정 경쟁의 목적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2012년 이전 공보가주 수입 규모가 연간 9000병 정도에 불과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국내 수요자 간에 이 사건 표장이 금용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몰래카메라가 관음증 도구로 악용되지 않으려면/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몰래카메라가 관음증 도구로 악용되지 않으려면/이인희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국 사회가 몰래카메라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대 누드모델 사건을 정점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 사진을 찍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비롯해 공공장소에 불법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들과 이를 찾아내는 탐지기의 숨바꼭질 뉴스는 이제 낯설지도 않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 발생 건수는 2011년 이래 7년 사이에 다른 범죄에 비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며, 가해자 대부분은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에 의해 처벌된다. 법에서는 최저 3년부터 최고 7년까지 징역형을 명시하고 있으나 적발돼도 처벌 수위가 낮고 성별에 따라 편향적인 판결로 불만이 많다. 역사적으로 몰래카메라의 탄생에는 잘못이 없었다. 1880년쯤부터 미국, 영국, 독일, 호주에서 디텍티브 카메라(detective camera)라는 이름으로 몰래카메라는 최초로 등장했다. 직경 15센티미터 정도의 원반형에 단추 크기만 한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앞가슴에 매다는 목걸이 형태였다. 코닥이 필름카메라를 처음 발명한 1888년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일이다. 사진가들은 사람들의 일상을 꾸밈없이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대환영했다. 당시 노르웨이의 한 대학생이 500장 넘게 찍은 몰래카메라의 사진들은 19세기 오슬로의 거리 풍경을 보여 주는 귀중한 사료로 여겨지고 있다. 언론이 몰래카메라를 처음 사용한 예로는 1928년 뉴욕의 ‘데일리뉴스’다. 전기의자로 사형 집행하는 장면을 기자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대서특필한 뉴스가 있다. 데일리뉴스는 판매부수를 올리기 위해 모험을 했지만, 오늘날 몰래카메라는 언론의 잠입 취재를 통해 사회의 불법행위 현장을 촬영하고 고발하는 공익적 취지의 보도 기법이기도 하다. 몰래카메라 기기 자체는 죄가 있을 리 없다. 몰래카메라를 나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고, 문제의 본질은 초소형 카메라의 주된 사용자인 남성의 왜곡된 성 의식에 기인한다.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의 관음증을 사회적으로 묵인하는 탓이다. 학자들은 한국에서 근대사회 이후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대중매체가 그런 인식을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영화, 드라마, 광고가 가르쳐 주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매일 보면서 학습해 왔다. 생활 주변에서 접하는 미디어는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차고, 미디어 플랫폼이 넘쳐나는 오늘날에는 훔쳐보기 수위를 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훔쳐보기의 원조는 고대 잉글랜드 코번트리의 고다이바 백작 부인 전설에서 나온다. 영주가 세금을 무리하게 징수해 백성들이 고통을 받자 부인 고다이바는 남편에게 세금을 감면하라고 간청했다. 영주는 “당신이 벗은 몸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생각해 보겠다”고 놀렸고, 고다이바는 고심 끝에 남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듣고 부인이 마을을 돌 때 아무도 내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톰이라는 남자는 이를 어기고 부인의 벗은 몸을 훔쳐보았고 그 때문에 사람들에게 맞아 죽었다고 한다. 영어의 ‘피핑 톰’(Peeping Tom)은 여기서 유래한다. 취재나 수사 목적상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몰래카메라는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초소형 기기로 발전했다. 초소형 카메라가 범죄에 사용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기 생산과 판매를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초소형 카메라를 무조건 범죄용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해결책은 남성의 왜곡된 성 의식을 개선해 관음증의 폐단을 줄여 가는 것이다.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서로 동등하게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언론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정부가 충실한 정책을 수립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면 점차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엘륄은 테크놀로지가 지니는 가치의 양면성을 지적했고,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에 따라 최선 또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소형 카메라가 관음증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건강한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 오거돈 ‘가덕신공항 건설’ 지역 갈등 요인… 서병수, 기존사업 양적 확대 참신성 부족

    오거돈 ‘가덕신공항 건설’ 지역 갈등 요인… 서병수, 기존사업 양적 확대 참신성 부족

    吳, 능동적 출산 정책 ‘개혁 의지’ 徐, 일자리 사업효과 구체적 설명서울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5일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의 핵심 공약을 분석한 결과, 오 후보의 공약은 개혁성은 인정되나 부산 지역에 특화된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구체성과 계획성이 모자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 후보는 지역적 특성과 현재 이슈를 적절히 뽑아 공약화했으나 개혁적이거나 창의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후보는 첫 번째 핵심 공약으로 가덕신공항 건설, 북항 일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한 스마트 마린시티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한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해양수도 부산’을 내세웠다. 평가단은 오 후보의 공약이 동북아해양수도를 지향한 것은 바람직하나 개발 공약 위주로 나열돼 있고 예산 산정 및 배정 등 투입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가덕신공항 건설의 경우 지역에서 찬반이 나뉘고 10여년간의 논란 끝에 김해공항 확장이 결정됐는데 이를 다시 공약으로 선정한 것은 향후 논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4차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오 후보의 두 번째 핵심 공약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 평가단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위원회의 설치만 강조해 공약의 구체성과 완결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오 후보의 세 번째 핵심 공약인 ‘출산, 보육, 돌봄 OK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목표와 수치가 제시됐다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출산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의 정책만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려 했으며 출산에서 영유아 돌봄까지 공공성을 강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공약 사업의 규모가 작아 높은 복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평가단은 오 후보의 공약에 대해 “가덕신공항 건설 등 지역사회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기보다 부산의 발전 방향과 공약의 정합성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총평했다. 서 후보는 첫 번째 핵심 공약으로 ‘일자리 중심도시 부산’을 앞세웠다. 평가단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제시하고 각 사업의 효과를 구체적인 일자리 숫자로 설명하고 있다며 서 후보의 공약을 긍정 평가했다. 반면 대표적 사업이나 참신한 정책이 눈에 띄지 않아 4년 전 서 후보가 공약한 사업이나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는 사업과 같다고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김해신공항 건설, 북항 일원 통합 개발 등이 담긴 서 후보의 두 번째 공약 ‘글로벌 게이트웨이 건설’은 세부 공약이 균형 있게 제시되고 기존 정책과 일관성이 있지만 예산배분계획이나 임기 내 시행로드맵이 제시돼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 후보의 세 번째 공약인 ‘시민 중심의 빠르고 편리한 부산 교통’에 대해서는 급행노선 신설, BRT 확대 등은 이미 다른 시·도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는 사업으로 새롭지 않다고 평가단은 분석했다. 아울러 대심도 건설, 서부산 KTX 건설은 지역이기주의적 공약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평가단은 서 후보의 공약에 대해 “부산 지역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약이 없다”면서 “현안에 대한 공약도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양적 확대하는 방안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고 정리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시론] 세금과 증시, 그리고 정부의 역할/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시론] 세금과 증시, 그리고 정부의 역할/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호모폴리티쿠스(Homo Politicus)의 시즌이 돌아왔다. 전철역이나 교차로 주변을 보면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유세 차량과 플래카드가 넘쳐난다. 반면 유권자들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를 보고 있노라면 ‘정치적 인간’이라는 표현과 괴리감이 느껴지는데,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이 정치적 인간이라는 영역조차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사회 의존성이 높은 인간은 정치를 통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왔다. 인류의 역사는 그래서 곧 정치의 역사다. 정치에 대한 정의(定義)는 구성원마다 다르겠지만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자면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돈을 걷어 누구에게 나누어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돈을 걷는 행위, 즉 세금의 문제로 귀착된다. 세금에 대한 견해는 크게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과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는 쪽으로 나누어져 대립해 왔다.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세금 부과가 가격 상승을 통해 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자중손실(自重損失)과 같은 비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지적해 왔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는 쪽은 부(富)의 재분배를 통한 사회 불안 완화의 필요성을 이유로 과세의 확대를 정당화한다. 금융시장의 핵심 영역으로 인식되는 증시에서도 세금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증시에 부과되는 세금은 직접세로 분류되는 양도소득세와 간접세 성격이 강한 거래세로 나뉜다. 현재 국내 증시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강화되는 추세에 있으며, 거래세도 해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국내 증시에 대한 과세 방향은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쪽보다는 정부의 개입을 강조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증시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오래된 해외의 세제를 살펴보면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 균형 잡힌 형태로 발전해 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증시에서 양도소득세는 일반화되는 추세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일반 원칙과 ‘납세 능력을 감안해 과세한다’는 응능주의(應能主義) 원칙에 대한 지지가 누진세율 체계를 가진 양도소득세로 구현되는 것이다. 부의 재분배라는 의미에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보편적인 동의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자유에 대한 배려도 경시하지 않는다. 다양한 종류의 금융상품으로부터 발생한 양도소득과 양도손실을 포괄적으로 통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현시점에 발생한 양도손실을 미래에 발생할 양도소득에 대해 합산하는 손실의 이월공제도 인정된다. 장기 투자로 생긴 양도소득에 대해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흔하다. 증시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함으로써 정부의 기능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 양자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또는 아주 낮은 수준에서 부과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 증시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세금은 사회 구성원의 행동양식에 유의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조세 체계의 설계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어떤 목적으로 세금 부과가 추진되느냐에 따라 조세 접근 방식은 달라지고, 동일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경제 발전 및 사회적 성숙도에 따라 최적의 균형점이 바뀐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의 붕괴가 이어지면서 정부의 역할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세 정책의 강화가 나타나는 이유다. 그렇지만 시장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는 방향으로만 가서는 곤란하다. 조세 정책에 특히 민감한 금융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세의 목적, 과세에 따른 세금 회피 노력의 확대 가능성, 과세에 따른 시장 인센티브의 변화가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 균형 잡힌 과세 정책을 설계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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