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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케도니아→‘북마케도니아’ 국호 변경…그리스와 갈등 해소

    마케도니아→‘북마케도니아’ 국호 변경…그리스와 갈등 해소

    국호 논란이 끊이질 않던 마케도니아가 공식적으로 ‘북마케도니아’가 됐다. 그리스 의회는 25일 오후(현지시간) 마케도니아 국호 변경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그리스는 그동안 마케도니아를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의 약자를 따 ‘FYROM’으로 불러왔다.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이 그리스의 역사와 유산을 도용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으로도 봤다. 갈등이 지속되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작년 6월 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변경하는 대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EU와 나토 가입을 더 이상 막지 않기로 하는 합의안에 서명했다. 양국 총리가 합의안에 서명한 이후 두 나라에선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두 총리는 역내 안정과 발전을 위해 ‘과거에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화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파를 설득했다. 마케도니아 의회는 지난 11일 국호 변경안 등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승인했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24일 합의안의 비준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해 표결을 늦췄다. 치프라스 총리는 24일 의회 연설에서 “그리스는 이번 합의로 역사와 상징, 전통을 되찾을 것이고, 마케도니아는 우리의 친구이자 우방, 지역 협력과 평화, 안보를 위한 지원 세력이 될 것”이라며 합의를 촉구한 바 있다. 합의안을 강력히 지지해 온 EU를 비롯한 서방은 마케도니아에 이어 그리스 의회도 합의안을 비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그리스 내에선 치프라스 총리가 마케도니아의 국호 변경 합의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합의안이 발효될 경우 30년에 걸친 양국의 갈등이 해소돼 발칸반도의 안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이 실현돼 이곳에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이익충돌(COI)/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익충돌(COI)/황성기 논설위원

    도시 개발이 전문인 ‘희망 건설’은 신사옥을 건설하기 위해 서울 시내에 부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마침 이 회사의 등기 임원인 김영악 이사에게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노른자 땅이 강남에 있었다. 김 이사는 얼른 토지 명의를 부인 이름으로 바꾸고는 임원 회의 때 “좋은 후보지를 찾았다”고 제안한다. 이 땅을 회사와 김 이사가 거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다음 단계부터 발생했다. 임원 회의에서 그 땅을 매입하자는 결정이 내려지고 희망건설과 토지 주인인 김 이사 부인과의 땅값 흥정이 시작된다. 회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입하려는 정보를 쥐고 있는 김 이사는 부인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게 해 시세보다 30% 높은 값에 땅을 매각한다. 요새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으로 이목을 끄는 손혜원 의원과 더불어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COI)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위의 사례는 꾸며 낸 것인데, 김 이사가 사익을 추구하다 보니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손해를 보는 이익충돌의 전형이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1969년 월리 히켈을 내무장관으로 임명한다. 히켈이 소유한 ‘히켈 투자회사’는 석유회사 아르코에서 100만 달러의 계약을 따낸다. 히켈은 이 계약에 영향을 미칠 직무와 관련된 권한은 없었으나 아르코는 그가 닉슨 정부의 장관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계약’이라는 호의적인 결정을 내린다. 물론 이 얘기는 실화로 공직 남용의 사례로 언급되는데, 미국의 연방범죄와 형사절차법은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에게 영향을 미치고 우호적인 행동을 유도해 사익을 취하는 행동을 일절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손혜원 의혹’ 논점이 투기에서 이익충돌로 옮겨 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로서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30여채의 건물을 사들이게 한 것만으로도 이익충돌 가능성이 큰데도 손 의원은 선의만 내세우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이익충돌 방지 규정이 있지만 주식에 한정돼 있다. 2016년 발효된 일명 ‘김영란법’(부패방지법)을 만들 때 이익충돌 방지가 논의됐다. 정부 원안은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를 규정하고 직무 관련자에 공직자 본인은 물론 4촌 이내의 친족을 포함시키는 등 총 6개항에 걸쳐 이익충돌을 방지하는 그물을 쳐 놓았다. 하지만 의원들 반대로 무산됐다. 김영란법을 보완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법이 있었다면 ‘손혜원 의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국의 부패인식지수 50위는 놀랄 일이 아니다. 시급한 법제화만이 정답이다.
  • “창의·융합형 미래교육 기반 구축… 학교자치 확대 힘쓸 것”

    “창의·융합형 미래교육 기반 구축… 학교자치 확대 힘쓸 것”

    “미래교육 기반 구축과 학교자치 확대에 힘쓰겠습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의 올해 화두는 4차산업 혁명에 걸맞은 미래교육이다. 그가 이처럼 미래교육에 적극 나서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에서는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산시교육청의 새 비전도 이에 따라 ‘미래를 함께 여는 부산교육’으로 정했다. 그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라나는 아이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고자 학교 안팎에 미래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교육감은 “인구 절벽시대를 맞아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교육하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 교육복지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지난해 재선에 무난하게 성공한 그의 말에는 부산교육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김 교육감은 “새해에는 지난해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미래교육의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며 “미래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와 부산교육의 미래를 활짝 열어가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래교육 기반 구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는데. -상상이 현실이 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세상이 바뀌는 만큼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모든 초중고에 ‘무한상상실’ 등 다양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해 학생들이 상상한 것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메이커 교육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컴퓨터실’도 구축한다. 우선 올해 컴퓨터를 교체해야 하는 166개교가 대상이며, 2024년까지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 특히 학교에서 마련하기 어려운 첨단장비를 갖춘 미래교육시설은 폐교를 활용하겠다. 오는 2월 이전하는 연포초교와 내년에 폐교되는 반송중학교 등 2곳에 230억원을 들여 가상현실, 로봇, 코딩, 드론 등과 관련한 첨단장비를 갖춘 ‘미래교육센터’를 설립한다. 2021년 첫 미래교육센터가 문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늘려나가겠다. 옛 회동초교에 ‘창의공작소’를 구축해 3월 개관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능을 결합한 ‘디지로그 공방’과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를 갖춘 ‘하이테크 공방’을 만들어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부산수학문학관’ 설립을 추진하는데. -4차 산업혁명의 밑바탕이 되는 수학적·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부산수학문화관을 2022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추진한다. 수학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즐길 수 있는 수학 놀이문화 공간이다. 수학놀이관, 역사지혜관, 수학 체험관, 미래수학관 등 전시체험 공간을 조성해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단계별 다양한 체험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구개발 및 교육지원과 수학나눔 축제 운영 등을 통해 수학 문화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수학문화관이 조성되면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양성과 체험탐구 중심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포자(수학포기학생) 해소 및 수학 문화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진구 부전동 옛 개성중학교 자리에 용지구입비 포함해 443억원을 들여 짓는다. →교육혁신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교육혁신 핵심은 수업혁신과 평가혁신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주입식·암기식 수업과 정답 고르기 평가가 지속하는 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 없다. 따라서 부산교육연구정보원에 오는 7월 ‘수업·평가지원센터’를 만들어 교사들의 수업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 평가역량을 신장하도록 하겠다. 센터는 맞춤형 컨설팅을 하고 다양한 수업자료와 평가자료를 개발, 보급하게 된다. 지난 4년간 추진해왔던 여러 교육정책도 더욱 활성화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 2014년 교육감으로 취임한 이후 교육혁신 방안의 하나로 꾸준하게 추진해 온 ‘독서·토론교육’을 더욱 활성화하겠다. 그동안 양성한 토의·토론지원단 교사 970명이 이 수업을 이끈다. →학교자치 실현도 중요하다. -학교자치를 실현하려면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대신 학교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학교운영비를 16.6% 증액했고, 학교 자율로 운영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교의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으로서 올해 교육청 예산편성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학교 업무부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교육정책 사업도 40% 이상 대폭 줄였다. 자료제출 부담을 주는 각종 평가지표도 모두 폐지했다. 앞으로도 불요불급한 교육정책 사업을 정비하는 등 학교 행정업무 경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올해부터 시교육청과 5개 교육지원청에 학교업무를 지원할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행정조직도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등 학교 자치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학생회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학교운영에 적극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가 된 사립 유치원 문제 해결 방안은. -유치원 신·증설 및 공공성을 강화해 사립 유치원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공립 유치원 10개(29학급)를 신설하고, 20개(22학급)를 증설하는 등 모두 51학급을 신·증설한다. 2022년까지 신설 35개( 203학급), 증설 9개(22학급) 등 총 225학급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 수요가 늘어나는 명지, 정관 지역에 체험교육장을 갖춘 ‘공립 허브유치원’을 2022년 설립할 계획이다. 3월부터 유치원생 200명 이상인 사립 유치원에 대해서는 ‘에듀파인 회계시스템’을 의무 도입하도록 하고 내년부터 전 사립 유치원으로 확대 시행해 회계운영을 투명하게 할 방침이다. 유치원 비리를 뿌리 뽑고자 유치원 감사 전담팀을 구성하고 시교육청에 ‘특정감사팀’을 신설한다. →고교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가 대폭 확충된다. -아이들의 교육이 가정환경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학부모 부담을 덜어 드리고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생애 처음 교복을 입게 될 모든 중학교 입학생에게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고교 2년생에게 수학여행비 지원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중학교 2학년, 2021년에는 초교 6학년으로 확대해 모든 아이들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급식’도 시행된다. 올해는 고교 1학년, 내년에는 1·2학년, 2021년에는 고교 전 학년으로 무상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등과정 이상 특수학교 13개교에 다목적 직업훈련실을 구축하는 등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첫 공립 대안학교가 문을 연다. -돌봄이 필요한 학교 부적응 및 학업중단 위기학생 등을 위한 공립 대안학교인 송정중학교를 3월 개교한다. 진로 체험 중심의 대안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숙형 공립학교로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까지 무료이며 정규 졸업장 취득이 가능하다. 강서구 송정동 전 송정초교에 105억원을 들여 설립하며 60명 모집한다. 인성교육, 진로체험 중심의 대안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학교폭력 및 학생 비행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65세 이상 노인 연금 수급자 1.5배 늘어

    인구증가율 앞질러 노후 소득 보장 확대 월 100만원 이상 수령자 첫 20만명 돌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연금을 받는 사람이 최근 5년간(2013~2018년) 203만명에서 312만명으로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65세 인구증가율(1.2배)을 앞질렀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23일 “연금 수급자수가 노인 인구 자연증가율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노후 소득 보장 비율이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실질적 노후 소득 보장 계층이 확대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역사는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70세인 노인이 40세였을 때 연금 제도가 생겨나 70세 이상 노년층은 연금 가입 기간도, 수급자 수도 적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때 연금에 가입한 인구가 새롭게 노인 연령대로 진입해 연금 수급자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65세 이상 연금수급률은 2013년 32.5%, 2014년 34.2%, 2015년 35.8%, 2016년 37.4%, 2017년 39.2%, 2018년 40.8%로 나타났다. 다만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6명은 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기초연금액을 기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려 소득 보조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80세 이상 고령 수급자는 5년 전(6만 9000명)보다 4.1배 증가한 28만명으로 집계됐다. 월 100만원 이상 연금을 받는 사람도 지난해 처음으로 2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150만원 이상 수급자는 7487명으로 전년보다 큰 폭(85.1%)으로 증가했다. 제도 시행 이후 최초로 월 200만원 이상 수급자가 10명이 나왔다. 20년 이상 연금에 가입한 수급자는 54만명으로 전년 대비 6.5%(3만 3000명) 증가했다. 이들은 매월 평균 91만원을 받는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20년 미만 노령연금 수급자는 200만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53.1%다. 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여성은 전년보다 3.9%(5만명) 증가한 126만명으로 집계됐다. 연금공단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노후준비 인식 확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윤봉길 의거 후 일제 핍박…상하이 떠나 8년간 ‘고난의 행군’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윤봉길 의거 후 일제 핍박…상하이 떠나 8년간 ‘고난의 행군’

    1929년 10월 미국발(發) 경제공황이 전 세계로 퍼졌다. 1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과 영국, 일본은 그간 협력하던 자세를 버리고 각자도생에 나섰다. 내수시장 규모가 작았던 일본은 경제 위기를 탈출하고자 1931년 9월 중국 만주를 공격했다. 1932년 1월에는 상하이도 침공했다. 이 지역 이권을 선점한 미국과 영국이 철군을 요구하자 일본은 1933년 2월 국제연맹을 탈퇴하며 이들과 갈라섰다. 이 시기 임정은 일본의 공세를 피해 상하이에서 항저우, 전장,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등으로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마지막 정착지인 충칭에 도착하는 데 8년이 걸렸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임정의 이동시기’라고 부른다.●“임정 지도자 중 군대 편성 실현은 김구뿐” 일본이 열강 질서에서 이탈해 파시즘으로 치닫던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왕 히로히토(1901~1989)의 생일 축하연이 열렸다. 일제가 점령지 한복판에서 보란 듯 승전고를 울리는 모습에 중국인들은 말할 수 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스물네 살 한국인 청년 윤봉길(1908~1932)이 폭탄을 던져 시라카와 요시노리(1869~1932) 등 일본군 수괴들을 한꺼번에 처단했다. 그의 희생으로 한국 독립운동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각지에서 지원금이 쇄도하며 임정의 권위가 되살아났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모욕을 한국이 대신 갚아준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때부터 두 나라는 항일 역사 인식을 공유했다. 중국 국민당 정부도 임정을 ‘진정성 있는 파트너’로 대하기 시작했다. 국민당 지도자 장제스(1887~1975)는 임정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중국군관학교 뤄양분교에 한인특별반도 마련했다. 한국독립군(1930년대 북만주에서 활동하던 항일부대) 출신 이청천(1888~1957) 등이 교관으로 참여했다. 이곳 출신들은 1940년 9월 임정 최초 정규 부대인 한국광복군의 주축이 됐다. 장제스는 일본의 패망이 유력하던 1943년 전후처리를 논의하려고 연 카이로회담에서 미국과 영국의 반대에도 한국 독립 약속을 받아냈다. 임정 연구의 권위자인 한시준(65)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19년 임정이 세워진 뒤로 수많은 지도자가 있었다. 하지만 (항일투쟁의 최종 목표인) 군대 편성 계획을 실현한 이는 김구뿐이었다”며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충칭에서 광복군을 만들어 낸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임정은 잃은 것도 많았다. 일제가 즉각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윤봉길이 훙커우 공원에서 거사를 벌인 것이 오전 11시 40분쯤이었는데, 일본 경찰은 오후 1시 프랑스 조계로 들이닥쳤다.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벌여 안창호(1878~1938)를 비롯한 임정 관계자 12명을 체포했다. 그간 임정은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프랑스 조계 당국의 보호를 받았다. 하지만 윤봉길 의거에 충격을 받은 프랑스는 더이상 임정을 지켜 주지 않았다. 이때부터 임정은 상하이를 떠나 생존을 위한 장정에 나섰다. 일본 경찰과 군대, 밀정을 피해 중국 각지를 떠돌았다. 우선 급한 대로 찾아간 곳이 상하이에서 멀지 않은 항저우였다. 1932년 5월 임정 국무위원 대다수가 상하이에서 빠져나와 이곳으로 모였다. 반면 김구와 일부 위원들은 항저우 인근 자싱으로 몸을 숨겼다. 서로 흩어져 있는 것이 임정 존속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였다. 중국 국민당 첩보기구 소속 천리푸(1899~2001)가 김구의 피난처를 주선했다. 그는 저장성장을 지낸 자싱의 유명인사 추푸청(1873~1948)에게 “김구를 누구보다 잘 챙기라”고 부탁했다. 이때부터 김구는 추푸청의 비서 겸 수양아들 천둥성의 별채(메이완제 76호) 등에서 숨어 지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돈에 눈이 먼 ‘한국인 밀정’ 항저우는 ‘물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호수와 수로가 산재해 있다. 임정 요인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하려고 배를 띄우고 호수 위에서 회의를 열었다. 말 그대로 ‘물 위에 떠다니던 정부’였다. 항일무장단체 의열단 리더 김원봉(1898~1958)이 배를 타고 김구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암살’(2015)은 바로 이 시기 항저우 임정을 배경으로 했다. 하지만 이곳 생활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임정이 상하이를 떠났다는 것을 눈치챈 일제가 추격에 나섰다. 특히 김구에게는 일본 외무성과 조선총독부, 중국 상하이주둔군 사령부가 각각 20만 대양(大洋·중국 화폐단위)을 걸었다. 60만 대양은 지금 가치로 150억~2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 취재에 동행한 이원규(72) 작가는 “당시 김구 등 임정 요인들은 일본 경찰보다 한국인 밀정을 더욱 두려워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독립운동의 큰 적은 현상금에 눈이 먼 우리 자신이었다”고 씁쓸해 했다. 김구는 많은 이들에게 쫒기며 인생에서 가장 외롭고 힘든 때를 보냈다. 다음은 광복군 출신 인권변호사 태윤기(1918~2012)가 쓴 수기 ‘회상의 황하’ 가운데 일부다. “윤봉길 의거 뒤로 일본은 대(大)상금을 건 동시에 밀정 300여명을 풀어 백범을 생포하는 데 집중했다. 김구는 이를 눈치채고 2년 가까이 행적을 감췄고 임정 요인에게도 위치를 알리지 않았다. 그의 행방을 아는 이는 안공근(1889~1940·안중근의 동생)뿐이었다. 그러면 김구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는 중국옷을 입은 촌로 복장을 하고는 ‘정크’라고 부르는 작은 배로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녔다.”‘풍찬노숙’ 김구 지키며 생사 함께한 中 처녀 뱃사공 주아이바오 ●부인 역할하며 日검문서 보호한 주아이바오 풍찬노숙하던 김구를 5년이나 돌보며 일본 경찰과 밀정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 중국인 여성이 있다. 자싱에서 뱃사공으로 일하던 주아이바오(1913~?)다. 사실상 김구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김구는 ‘장천’, ‘왕사장’, ‘장전추’라는 가명을 쓰며 광둥인 행세를 했다. 하지만 중국어가 서투른 데다 키도 너무 커 쉽게 의심을 샀다. 실제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1933년 추푸청의 장남 추펑장은 그에게 신분 세탁을 위해 위장결혼을 제안했다. 김구는 자싱에서 추푸청의 집에 갈 때 우연히 만난 처녀 뱃사공을 떠올렸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자신의 정체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김구와 주아이바오의 선상(船上) 생활이 시작됐다. 백범이 57세, 주아이바오가 20세였다.처음에는 김구에게서 매달 일정 금액을 받고 일하는 계약 관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신뢰가 쌓여 운명공동체로 바뀌었다. 주아이바오는 9년 전 아내 최준례(1889~1924)를 잃고 혼자 살던 김구를 애틋한 마음으로 보살폈다. 밤낮없이 이뤄지는 경찰 불심검문에서 그를 지켰다. 1937년 중일전쟁 때는 일제의 폭격이 극심하던 난징까지 따라가 그와 생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았을 뿐 부부로 살았다. 둘 사이에 자녀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일본의 공세가 거세지던 1937년 11월. 김구는 주아이바오의 안전을 염려해 집으로 보냈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이었다. ‘백범일지’에도 당시 안타까운 감정이 기록돼 있다. “난징에서 떠날 때 주아이바오를 고향인 자싱으로 돌려보냈다. 지금도 이따금 후회되는 것은 그와 헤어질 때 여비를 100원밖에 주지 못한 것이다. 뒷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돈을 넉넉하게 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할 따름이다.” 김구는 왜 그와 재혼하지 않았을까. 가족들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전해진다. 서른일곱 살이라는 나이 차가 큰 걸림돌이었다. 서울신문 중국 취재에 동행한 김주용(53) 원광대 교수는 “주아이바오는 김구의 장남 김인(1917~1945)과 네 살밖에 차이가 안 났다. 차남 김신(1922~2016)은 한국 독립운동의 상징이 된 아버지가 이런 일로 구설에 올라 대사(大事)를 그르치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런 부담 때문이었을까. 김구는 해방 뒤 주아이바오를 찾아가지 않았다. 그를 한국에 데려갈 때 생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김구의 경쟁자인 이승만(1875~1965)이 스물다섯 살 연하였던 벽안(碧眼)의 이혼녀 프란체스카 도너(1900~1992)와 함께 귀국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중국 작가에 의해 소설 ‘선월’로 재탄생 중국 작가 샤녠성(71)은 김구와 주아이바오의 이야기를 소설 ‘선월’로 재탄생시켰다. 여기서 주아이바오는 1949년 김구가 살해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샤녠성은 몇 년 전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1970년대까지 생존했다는 것을 최근에 들었다. (김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원규 작가는 “주아이바오는 백범과 함께 살며 어렴풋하게나마 그의 목에 거액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현상금을 받고자 김구를 노리던 한국인이 많았지만 이 가난하고 순박한 중국 여성은 그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임정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믿는다면 이 나라가 주아이바오에게도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상하이·항저우·자싱·난징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하와이 경영하는 日처럼… 한국도 연해주 진출해야”

    “하와이 경영하는 日처럼… 한국도 연해주 진출해야”

    러 영토지만 과거 우리 민족 주활동지 남한의 1.7배 면적 사실상 버려져 있어 국내 에너지 공급처 다변화 전략 활용 통일 이후 북한 성장 동력으로 필요해“우리 민족에게 ‘남하(南下)의 역사’는 늘 국토를 축소시키고 국력을 쇠하게 했습니다. 고구려가 국내성(중국 지린성 지안현)을 버리고 평양으로 내려와 요동 지역을 잃었고,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해 한강 주도권을 상실했죠. 반면 더 물러설 곳이 없던 신라는 죽기 살기로 북으로 올라가 삼국을 통일했어요. 21세기 대한민국도 좁은 남한 땅에서 벗어나 북한과 중국(간도), 러시아(연해주)를 생활권역으로 삼는 ‘북상(北上)의 역사’를 창조해야 합니다.” 제11대(1981~1985) 국회의원 출신으로 해외동포 연구에 매진해 온 이윤기(87) 해외한민족연구소장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프리모르스키(연해주) 진출을 시대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이 1989년 6월 세운 해외한민족연구소는 해외동포 연구·지원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였던 연해주는 면적이 16만 5000㎢로 남한(10만㎢)의 1.7배나 된다. 하지만 인구가 200만명 정도에 불과해 러시아 입장에서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연해주 지역은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1937년) 전까지 농사를 지었지만 현재는 경작할 이가 없어 대부분 황무지나 갈대밭이 돼 있었다. 이 소장은 “국내 에너지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통일 이후 북한을 먹여살리려면 연해주 땅이 꼭 필요하다. 러시아도 중국 농산물 수입을 줄이고 연해주 경제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의 진출을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하와이는 이제 일본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계가 주지사에 당선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두 나라 국민은 조화롭게 협력하며 산다. 우리도 연해주를 그런 방식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9년 연해주의 주도 블라디보스토크에 신한촌 기념탑을 세운 이 소장은 “상당수 언론에서 이 탑의 유래를 잘못 소개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수유동 4·19 혁명 기념탑 등을 참고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모태인 러시아 대한국민의회(1919년) 수립 80주년에 맞춰 세웠다. 가로·세로 각 1m, 높이 6m의 돌 3개로 이뤄졌는데, 이는 3이 ‘3·1운동’, ‘삼세판’ 등 우리 민족과 친근한 숫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정부가 연해주 내 한인 유적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한촌 기념탑을 세울 때 정부 관계자들이 ‘러시아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일을 왜 하느냐’고 비난했다. 정부의 이런 인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늘 그랬지만 한국 정부가 연해주 일대 유적에 별 관심이 없어 화가 난다. 이제라도 중국·러시아에 파견하는 외교관은 깊은 역사지식과 투철한 민족의식을 가진 이들로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우수리스크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당신의 도로명 주소는 편하십니까

    당신의 도로명 주소는 편하십니까

    함박뫼로·먼우금로 등 고유지명 생소 센트럴로·하모니로 등 외국어도 남발 “집값 상승에도 영향” 외래어 고수 ‘쉽고 간편’ 취지 무색…옛 주소 쓰기 여전도로명에 발음이 어렵거나 어감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옛 지명을 쓰거나 외국어를 남발하는 바람에 도로명주소 정착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인천 연수구의 ‘함박뫼로’, ‘먼우금로’, ‘미추홀대로’와 남동구의 ‘매소홀로’ 등은 복잡하고 생소한 어감을 줘 도로명주소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함박뫼로, 먼우금로, 미추홀대로는 지역 역사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옛 지명을 사용한 것이지만 매소홀로는 어원조차 불투명하다. 최윤경 인천대 교수는 22일 “옛 뿌리를 찾아 도로명에 반영하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인 불합리와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로명에 외국어를 많이 쓰는 것도 문제다. 송도국제도시는 ‘센트럴로’, ‘아카데미로’, ‘하모니로’, ‘컨벤시아대로’, ‘아트센터대로’ 등 외국어로 된 도로명이 주를 이룬다. 연수구 관계자는 송도가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외국인들 편의를 위해 외국어로 된 도로명이 많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전체 주민의 2% 안팎에 불과하다. 인천 서구가 고시한 청라국제도시 도로명주소도 ‘에메랄드로’, ‘크리스탈로’, ‘사파이어로’, ‘라임로’, ‘루비로’ ‘비지니스로’ 등 외국어 일색이다. 청라지구 사업시행자가 만든 사업 ‘존’(zone)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주민들의 의도도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도로명주소에 외국어를 써야 세련된 이미지를 풍겨 집값이 올라간다는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구가 루비존의 한 도로명을 우리말로 했다가 집단민원에 밀려 뜻을 접어야만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국제도시를 지향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널리 사용하는 도로 명칭에 발음이 어려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택배기사 정모(46)씨는 “외국어로 된 도로명주소는 분별력이 떨어지고 외우기가 쉽지 않아 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쉽고 간편하게’라는 도로명주소 도입 취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황모(58)씨는 “도로명주소가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아직도 우리 집 도로명주소를 몰라 옛 주소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우편물이 제대로 들어온다”고 했다. 글 사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박원순 “손혜원 의혹,꼭 투기로 볼 일은 아니다”

    박원순 “손혜원 의혹,꼭 투기로 볼 일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문화재 거리 부동산 매입 의혹과 관련해 “꼭 투기로 볼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21일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재산상 목적으로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좋은 의도로 하는 문화계 인사들도 있다”며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도 대학로, 한양도성 부근 등은 문화적 인식이 있는 분들이 ‘보존하는 게 좋겠다’며 매입해 박물관으로 제공하는 곳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시장이 되기 전 희망제작소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전국의 도시재생을 연구했다”며 “목포에 남은 일제강점기 건물을 잘 활용하도록 당시 목포시장에게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화제가 된 을지로 재정비 계획에 대해서는 “(을지면옥 등) 오래된 가게를 배려하는 것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와 지역 정체성을 담은 노포, 전통 도심 제조업 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 입장”이라며 조만간 구체적 실행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과 관련해서는 “주택 시장이 안정화할 때까지 보류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지만, 서민이 체감할 때까지 더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로페이는 이제 시작이다. 아기보고 빨리 뛰라고 하면 안 된다.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軍 영창제 대신 군기교육제도 도입하라”

    군법 위반 사병을 단기 구금하는 영창제 대신 ‘군기교육제도’를 도입하고, 징계 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7일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영창제도의 폐지를 위해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조속히 심사하고 군기 교육은 그 기간을 복무기간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했다. 또, 국방부 장관에게는 군기 교육 제도의 내용과 명칭을 인권 친화적으로 제정·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군 영창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년 전 발의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군인이 받는 징계는 강등, 영창, 휴가제한, 근신 등 4가지인데 개정안은 영창제를 없애는 대신 징계 종류에 군기교육, 감봉, 견책을 넣어 6가지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영창제는 1896년 1월 24일 제정·공포된 칙령 제11호 육군징벌령에 처음 등장할 만큼 역사가 깊다. 그러나 영창제가 헌법상 영장주의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 처분 기준이 포괄·추상적인 데다 지휘관의 주관적·감정적인 판단과 분위기에 따라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영창처분 일수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나 사실상 이중처벌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 때문에 “영창제가 국방의 의무를 징벌로 인식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는 “영창의 위헌성을 완화할 목적으로 ‘인권담당 군법무관’이 도입됐지만 독립적으로 심판할 수 있도록 권한과 신분이 부여된 법관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인권담당 군법무관의 최대 80%가 군 검사나 징계 장교 등을 겸직하고 있어 역할이 충돌한다는 근원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법률안은 군기 교육 일수를 현역 복무기간에 산입하지 않고 있는데 신분상 변동이 없는 한 복무기간을 산입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근거 없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경덕 교수팀, 네티즌들과 아시안컵 관련 ‘욱일기’ 없앴다

    서경덕 교수팀, 네티즌들과 아시안컵 관련 ‘욱일기’ 없앴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팀은 욱일기(전범기)가 그려진 만화를 올려 논란이 된 해외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사용자가 “사과글과 함께 문제의 만화를 교체했다”고 17일 밝혔다. 최근 ‘2019 AFC 아시안컵’ 관련해 해외의 한 SNS 계정에 ‘일본은 욱일기로, 한국 선수는 사무라이’로 표현한 만화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에 서 교수는 해당 계정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 잘못된 부분을 지적, 수정을 요청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해당 계정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스포츠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Sport360’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아시안컵’을 태그해 만화 이미지를 전 세계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만화 이미지가 논란이 됐고, SNS 계정 운영자는 결국 사과의 글과 함께 문제의 만화를 교체했다. 서 교수는 “(운영자가) 약속한 후 욱일기는 사라졌고, 한국팀 유니폼 하의도 제대로 바뀌었다”며 “댓글로 네티즌들이 함께 도와 8시간 만에 바꿀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경덕 교수팀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영상에 사용된 욱일기 티셔츠, 일본항공(JAL)에 사용된 욱일기 문양 기내식 덮개 등을 없애는 등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늘 그랬듯, 일부 일본 네티즌들이 ‘한국만 전범기로 인식한다’며 전혀 반성 의지가 없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며 “욱일기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순천시, ‘람사르 습지도시 주민 공모사업’ 신청 접수

    순천시, ‘람사르 습지도시 주민 공모사업’ 신청 접수

    전남 순천시가 습지도시의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주민 자율 참여를 통한 환경실천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람사르 습지도시 주민 공모사업’ 신청을 받는다.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된 별량면(학산, 무풍, 마산, 구룡), 해룡면(선학, 농주, 상내), 도사동(교량, 대대, 안풍, 인월)등 11개 법정마을과 순천시 관내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응모대상 사업 유형은 순천만생태자원을 이용한 산업화 등 ‘생태자원화’, 습지 보전을 위한 ‘주민 인식증진사업’, 마을 역사와 생태 문화적 가치와 특성을 살린 ‘생태마을가꾸기’ 등이다. 람사르 습지 보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접수 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지원대상 사업은 다음달 순천만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주민 참여도, 사업의 창의성, 지속성, 효과성 등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시 관계자는 “순천시가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받은 후 처음 실시하는 공모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 제안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시는 2014년 시민 발의로 ‘순천만 보전·관리 및 지원사업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매년 전전년도 순천만 수익의 10%를 습지보전과 주민공모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만세!” 美 뉴욕주 ‘3·1운동의 날’ 결의안 채택

    “만세!” 美 뉴욕주 ‘3·1운동의 날’ 결의안 채택

    상·하원 150명 日 반대에도 만장일치 국회 사절단·한인회 대거 참관 힘 보태“대한독립 만세, 3·1운동 만세, 유관순 만세.”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주도 올버니에서 때아닌 ‘만세 3창’이 이어졌다. 그것도 또렷한 한국말로 이뤄졌다. 이는 뉴욕주 상·하원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과 유관순(1902~1920) 열사를 기리는 의미에서 오는 3월 1일을 ‘3·1운동의 날’로 정한 기쁨의 환호였다. 뉴욕주 상·하원은 이날 올버니에서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3·1운동 100주년 기념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먼저 이날 오전 11시 15분쯤 주 상원의원 63명이 올해 3월 1일을 한국의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어 2시간여 뒤 하원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150명의 하원의원 모두가 3·1운동의 날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결의안 채택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의사당을 찾은 한국 국회 한·미동맹 강화사절단의 박영선·김경협·표창원(더불어민주당), 함진규(자유한국당), 이동섭(바른미래당) 의원과 뉴욕주 한인회 관계자 등은 대한민국 만세 3창을 외치며 환호했다. 일본 측의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한·일 대립보다는 전 세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뉴욕주 의회는 결의안 선언문에서 “한국은 일본 지배하에서 억압과 차별, 폭력을 받았고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에서도 위협을 받았다”면서 “1919년 3월 1일 식민지배에 반대한 한국인들의 운동은 올해 3월 1일로 100주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화학당 학생인 유관순 열사는 3·1운동을 주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면서 “1920년 순국한 유관순 열사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유관순 열사와 3·1운동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전달될 예정이다. 뉴욕 한인회 관계자는 “이번 결의안 통과를 위해 100명의 한인들이 새벽부터 의사당을 찾았고 한국 국회에서도 응원을 보냈다”면서 “뉴욕주의 3·1운동의 날 지정은 100여년 전 우리 독립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리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현대미술관 4관 4색

    현대미술관 4관 4색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채로운 전시 라인업을 공개했다. 4관 체제 원년을 맞아 각 관의 특성을 적극 살리는 한편 이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16일 공개된 ‘2019 전시 라인업’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각 관마다 키워드를 둬 차별화를 꾀했다. 과천관은 ‘전통-근대-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확장’, 서울관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그리는 상상’, 덕수궁관은 ‘한국 근대미술의 발굴과 심화’, 지난달 개관한 청주관은 ‘미술품 생애주기에 대한 개방과 공유’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과천·서울·덕수궁 3관 공동 기획전 ‘광장’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해방·자유·열망’을 모티브로 시대별 미술의 역할과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광장’을 통해 살펴보는 전시다. 10월부터 시작되는 덕수궁관 전시(‘광장, 해방’)에서는 19세기 말 개화기에서부터 해방까지 격동의 시기에 의병 활동, 독립 운동 등 해방의 대서사를 지켰던 의로운 인물들과 그 유산에 대해 살펴본다. 같은 시기 과천에서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 미술사를 사회와 예술, 삶과 연계하고 9월 서울관 전시에서는 ‘광장’ 이후에 개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되짚는다. 한국 미술사를 정리하려는 노력도 여전하다. 김구림의 ‘1/24초의 의미’(1969)로부터 태동한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 ‘한국 비디오 아트 6999’가 11월부터 과천관에서 열린다. 덕수궁관에서는 향후 3년 단위로 개최할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요절하거나 월북 등의 이유로 조명받지 못했던 작가들을 발굴, 소개한다. 과천관에서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한 추상화가 곽인식 탄생 100주년 회고전이, 서울관에서는 박서보, 김순기의 개인전이 열린다. 해외 작가로는 4월부터 서울관에서 20세기 초·중반 북유럽 아방가르드와 사회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한 덴마크 작가 ‘아스거 욘’전 등이 열릴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국의 ‘반일 카드’, 일본의 ‘반한 카드’/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국의 ‘반일 카드’, 일본의 ‘반한 카드’/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2018년 10월 30일 징용 피해자에게 신일철주금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이어 12월 20일에는 한국 해군과 일본 초계기 간 레이더를 둘러싼 사건이 발생했다. 한·일 국방 당국 간에 서로가 거짓말을 한다며 ‘진실게임’으로 번졌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2018년은 김대중ㆍ오부치 파트너십 선언 20주년이라는 점에서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낙관론은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한·일 관계는 바닥을 모르는 늪에 빠진 듯 악화일로다. 양국 정부는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의사가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하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진전이 보이고, 그런 정세 변화 속에서 양국 모두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에서 중요한 이익을 찾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반쯤은 포기한 기분이 든다. 그런 가운데 한·일 관계에 관한 양국 정부의 언행이나 언론 보도를 보면 기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일 모두 상대국 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를 모면하기 위해 서로 반한·반일 카드를 이용해 정권의 부양을 꾀하려 하고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 실정 등으로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지자 국민의 지지를 이어 가기 위해 국민의 반일감정에 호소하고 있다는 보도가 한창이다. 게다가 한국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후반에 레임덕에 빠져들 것 같으면 반일 카드를 꺼내 드는 법칙이 있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인식에 반감을 드러내며 아베 정권이 높은 지지율로 장기집권을 하는 것을 씁쓸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베 정권의 지지율에 먹구름이 드리워지자 일본 정부가 징용판결이나 레이더 공방 등에서 강경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일본 정부가 이를 정권 부양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일 정부나 사회가 그러한 상호인식을 가진다면,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스스로가 아닌 상대에게 있는 것이 된다. 따라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한·일 관계를 개선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어진다. 서로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느 쪽이든 한·일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한 동기는 일어나지 않게 된다. 한·일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도 이런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는 좀 실망스러웠다. 상대에게 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우는 이런 생각은 언뜻 그럴듯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이상하다는 것을 곧 깨달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 비판 여론이 강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런 마당에 일본에 호의적 시각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반일이 정권을 부양하는 데 기여할 것 같지도 않다. 일본 비판 분위기에 영합해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정권 부양 효과는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은 일본 정부와 사회도 마찬가지다. 양국에 있어서 반한·반일은 카드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모두 그것이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는 한·일이 상대방에게는 자국의 비중을 실제 이상으로 높게 봐 달라고 요구하는 모순된 일이기 때문이다.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에게 지울 게 아니라, 자신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뒤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는지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가 주도해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자세야말로 지금 한·일 양국에 요구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유가족단체 “한국당, 5·18 부정한 진상조사위원 철회하라”

    이동욱, 계엄군 사격·성폭력·고문 부인 차기환, 세월호 특조위 방해 고발 당해 군인 출신 권태오 상임위원도 ‘도마위’ 민주 “즉각 취소” 바른미래 “靑 검증을” 광주 시민단체 오늘 추천철회 기자회견 자유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5·18 민주화운동의 의의를 폄훼한 인물들을 지난 14일 추천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가족 단체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인물들”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이 추천한 3명 중 특히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 차기환 변호사는 5·18 운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이 추천한 5·18 진상조사위원은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바람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며 “3인에 대한 추천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월간조선 기자 출신의 이 대표는 1996년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라는 기사에서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의 사격과 성폭행, 고문 등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판사 출신 차기환 변호사도 2012년 트위터에서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기사를 공유한 적 있다. 북한 특수부대원의 5·18 개입설을 지지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점이다. 이재정 대변인은 “비상식적 주장과 가짜뉴스를 퍼 나르기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차 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국방부는 2013년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 북한군이 침투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국방부의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 조사단’은 확인된 성폭행만 17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차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과 육군본부 8군 단장을 지낸 군인 출신이다. 5·18 운동 관련 단체는 “군 복무 시 작전 주특기를 가졌던 인물”이라며 “개인적 흠결을 떠나 과연 5·18 진상규명을 위한 역사적 의지를 갖췄는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청와대가 위원 후보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의원은 “이 대표는 검찰의 5·18 민주화운동 재수사 결과 관련 언론보도가 가장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고 차 변호사는 광주의 진실을 밝히려는 단체와 개인들을 좌익으로 규정하는 극우인사”라며 “대통령은 자격요건의 부합성을 엄중히 따져 임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5·18에 대한 진실규명이 아니라 어떻게든 광주의 진실을 묻고 진상규명을 파투 내겠다는 노골적 표현”이라며 “스스로 진상조사위의 자격을 반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5·18 기념재단 이기봉 사무처장은 “한국당이 이번에 추천한 인물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5·18의 정신과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로 확인됐다”며 “이는 5월 단체와 광주시민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5·18 단체가 포함된 광주지역 60여개 시민단체는 16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위원 추천 철회를 요구할 예정이다. 서울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식민지역사박물관 생각

    서울 용산구 청파동이나 남영동, 후암동, 원효로 일대를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주택이나 적산(敵産)가옥을 자주 만난다. 용산고 건너편 후암동 언덕길에는 이곳이 마치 일본의 어느 마을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주변에 십여 채의 일식 주택이 늘어서 있다. 숙대입구역 동편 먹자골목에는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50년의 전통을 지닌 부대찌개 집들이 여전히 공존한다. 주변에 오랜 세월 동안 존재했던 일본군 사령부와 주한 미군이 남긴 이중 식민의 흔적이리라. 이제 한 해, 한 해가 다르다고 느낄 만큼 이런 적산가옥이 점점 사라져 간다.숙명여대 올라가는 길의 청파동 골목 한 귀퉁이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있다. 서울에서도 전통적인 골목이 많기로 유명한 청파동 골목 안에 있는 이 박물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직 그다지 없는 듯하다. 지난해 여름 개관식을 한 신생 박물관이다. 이곳은 ‘기억과 성찰’을 주제로 식민의 상흔과 항일투쟁의 역사를 되짚는다. 건물 2층 86평의 면적이 일제 침략사, 독립운동사를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채워졌다. 한국 근대문학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땅의 문학과 역사, 제도에 촘촘히 스며든 일본(문화)의 영향을 새삼 생생하게 절감한다. 어찌 문학 연구에 한정되는 일이겠는가. 정치, 경제, 건축, 교통, 법률, 교육, 더 나아가 이 땅의 근현대 자체가 일본의 그림자와 이식(移植)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다. 생각해 보면 일본에 대한 극복과 저항 역시도 ‘네 칼로 너를 치리라’는 문제의식 아래 일본에서 배운 지식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겠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 땅의 역사, 식민의 모순과 질곡, 그 상처와 저항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도 일본에 관한 면밀한 공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리라.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 일본을 잘 안다고 착각하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소설가 최인훈, 비평가 김윤식 등 일본이 우리 문화와 현실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직접 체험하며 누구보다 일본 문화와 지성사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이제는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 미군 용산기지 터에는 1200여채의 건물이 남아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근대 건축물이다. 이런 식민지 유산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파악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식민의 흔적을 상징하는 용산 미군기지 터의 옛 건물 한 곳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확대 이전하는 것도 식민의 기억을 응시하기 위한 뜻깊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단지 찬란한 전통에 대한 환기나 낙관적 역사 인식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 김수영이 읊었던바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는 그 슬픔과 분노의 미학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을 때, 그래서 이 땅의 역사와 피에 새겨진 식민의 흔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식민을 넘어서는 전망을 얘기할 수 있으리라. 이즈음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최악의 한·일 관계에 봉착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일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식민의 기억에 대해 정직하게 응시하는 게 필요하겠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의 건립 과정에서 일본 시민사회에서도 1억원이 넘는 성금이 답지했다. 그 마음이 단지 한·일 화해를 위한 움직임만은 아닐 것이다. 양국 간에 존재하는 역사적 상처와 업보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겠다는 마음이야말로 성금을 기꺼이 보내게 만들었으리라.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를 식민의 기억을 온전히 인식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이런 의미에서 이제 용산 곳곳에 새겨진 식민의 흔적을 기억하고 보존하며 탐사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리라. 그러기에는 식민지역사박물관 86평의 공간은 역시 너무 좁은 게 아닐까.
  •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초연결사회의 역설… 대규모 복합재난 몰려온다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초연결사회의 역설… 대규모 복합재난 몰려온다

    통신대란 부른 KT 아현지사 화재처럼 라이프라인 먹통 땐 국가 기능 마비 우려 전문가 60% “복합재난, 국민 생명 위협” 국가 대응력은 OECD 하위권 못 벗어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중 하나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 대응에 지나치게 불성실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난에 대한 인식과 국가 위기관리 능력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는 향상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재난 안전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신문은 국내 최고 재난 안전 전문가들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세이프 코리아 리포트: 재난안전, 더이상의 땜질은 없다’ 기획을 시작한다.지난해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과 열수관 파열사고 등 최근 일상생활과 직결된 ‘라이프라인’(생명선)을 마비시키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이프라인은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기, 가스, 수도, 전화, 교통, 통신, 원전시설 등을 말한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각종 재난이 라이프라인을 마비시키는 사고로 확산되는 ‘대규모 복합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재난안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4일 서울신문이 국가위기관리학회 소속 교수와 전문가 등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명(60%·복수 응답)이 미래에는 대규모 복합재난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답했다. 복합재난은 하나의 재난이 다른 재난으로 이어지면서 피해가 광범위해서 다수기관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한 재난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비해야 할 재난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11명·55%), 신종 감염병(7명·35%). 원전사고(6명·30%), 기술문명 발달로 인한 사이버 재난(2명·10%)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미래에는 공동체의 생존성 보장을 위협하는 시설과 시스템, 기능을 붕괴·마비시키는 위협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복합재난으로 인해 라이프라인이 마비되면 연쇄 효과를 일으켜 국가의 전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T 아현지사 화재가 정보통신시스템 마비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재난으로 인해 국가 핵심시설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재난 대응 능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15명(75%)이 현재 정부의 재난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각종 재난별로 재난 책임기관(예방 중심)과 주관기관(대응기관) 등이 각각 분산 관리되면서 통합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기근(원광대 교수)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은 “우리 사회의 기후·사회구조적 재난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반면 재난관리 국가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복합재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중심의 재난관리에서 벗어나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및 시민 중심의 재난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색다른 인터뷰] “지방 붕괴 걱정만 하는 중앙… ‘후쿠이의 기적’서 미래 해법 찾아야”

    [색다른 인터뷰] “지방 붕괴 걱정만 하는 중앙… ‘후쿠이의 기적’서 미래 해법 찾아야”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통의 고민은 저출산·고령화다. 2008년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은 지난해 처음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섰다. 도쿄 같은 중심부가 아닌 지방의 도시와 마을은 대부분 지역에서 극단적인 ‘마이너스’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바라보며 언젠가 비슷한 형태로 다가올 우울한 내일을 떠올린다. 그런 점에서 후지요시 마사하루(51) 포브스재팬 편집장은 한국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동시에 주목받는 인사다. 그 중심에는 그가 2015년 펴낸 ‘이토록 멋진 마을’(원제 ‘후쿠이 리포트-미래는 지방에서 시작한다’)이라는 책이 있다. 후쿠이현, 도야마현, 이시카와현 등 호쿠리쿠 지방의 지역활성화 성공사례를 다룬 이 책은 일본에서 수만부가 판매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고, 한국에서도 이런 주제의 번역서로는 보기 드물게 8쇄까지 찍었다. 한국의 지자체·학계를 중심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지방 활성화 관련 학술행사 등에 토론자, 강연자로 초청받는 일도 부쩍 늘었다.지난 10일 도쿄 미나토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후지요시는 정치·경제 관련 저서를 여러 권 낸 논픽션 저널리스트로, 지난해부터 경제월간지 포브스재팬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반응이 이 정도일 것으로 예상을 했나. -전혀 아니다. 한국에서 이 책이 번역된 것 자체가 내가 나섰던 일이 아니었다. 책 내용을 보고 번역을 희망하는 분이 먼저 연락을 해 오셨다. 지난해 10월 한림대 학술포럼에 초청받아 갔는데,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나오신 분이 “우리 위원들 전원이 ‘이토록 멋진 마을’을 읽었다”고 말해 주셔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도 그만큼 지방 활성화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한국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에서 후쿠이현 등을 견학하러 오면서 현지 안내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달 23일에는 대구 도시공사가 미래 도시설계를 주제로 하는 학술심포지엄에 연사로 간다. 한국의 다른 도시에서도 초청장이 와 다음 기회에 가려고 한다. →지방 활성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내가 오랫동안 취재해 온 것은 주로 도쿄의 정치와 경제 같은 큰 주제들이었다. 2014년 어느 날 문부과학성의 고위 공무원이 “후쿠이현에 일본의 미래에 대한 해답이 있다”고 나에게 말해줬다. 자부심 강한 중앙부처 고시 출신 관료가 인구 80만명의 작은 현을 왜 그렇게 거창하게 언급하는지가 궁금했다. 데이터를 찾아보니 일본 내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인구 10만명당 기업대표수 1위, 노동자 세대 실수입 1위였다. 젊은이들의 이직률, 실업률, 노인·아동 빈곤율은 가장 낮았다. 후쿠이현을 포함한 도야마현, 이시카와현은 오랫동안 일본에서 ‘가장 행복한 지역’으로 평가받아왔다. 현장으로 달려갔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지방 활성화가 관심사였는데, 2015년에 나온 이 책이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가 있나. -지방 문제를 다룬 책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대개 ‘어디 상점가가 문을 닫았다’거나 ‘지역 소멸이 우려된다’든가 하는 어두운 얘기들, 부정적인 뉴스들뿐이었다. 도쿄라는, 즉 일본 중심부의 미디어가 바라보는 정형화된 시선이었다. 갈수록 커져갈 도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외면한 채 지방이 무너져가는 걸 그저 생중계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이 거대도시의 미래에 대한 힌트는 오히려 지방에 있는데도 말이다. →지방보다 도쿄가 더 걱정이라는 말인가. -후쿠이현 사바에시는 세계 3대 안경 생산지였지만, 밀려드는 중국산 때문에 한때 큰 위기를 맞았다. 한 안경업체 대표가 자기 회사 소개를 하면서 “이곳은…”이라고 말을 시작했다가 잠시 끊더니 “일본에서 가장 빨리 중국에 당한 곳”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활에 성공한 호쿠리쿠의 다른 지역에서도 내가 “재미있는 곳이네요”라고 말하면 “예, 우린 모두 다 망했었으니까요”라는 식의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 활로 모색의 에너지가 분출됐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본격적인 위기가 아직 오지 않은 도쿄는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한층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위기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변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지역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카야마현에는 마니와시라는 산간도시가 있다. 이곳은 지난해 일본에서 바이오매스(생물연료) 판매 1위를 달성했다. 20년 전 주변에 온통 나무밖에 없던 시절, 이곳 젊은이들 사이에 “이대로 가면 20년 후에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공부 모임이 만들어졌고, 미래의 해답으로 바이오매스가 도출됐다.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전통적인 인식틀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다.→한국의 지자체들에는 어떤 조언을 많이 하나. -한국에서는 후쿠이현 등의 교육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한다. 후쿠이현은 오래전부터 초·중학교 학력평가에서 전국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1, 2위를 다투고 있다. 도쿄대 입학생 수에서는 전체 47개 도도부현 중 13위이지만, 놀라운 것은 대부분 정규교육만 받은 공립학교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도쿄 같은 대도시 학생들은 방과후 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지만, 후쿠이현이나 도야마현에는 학원 자체가 거의 없다. 학생이 안 오니 운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규교육에 대체 어떤 비결이 있길래. -교사와 수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후쿠이현에는 ‘컬래버레이션룸’(협업교실)이라는 게 있다. 이를테면 수학교사가 수학과 전혀 관계없는 장애인 학급 교사나 체육교사 등을 상대로 원탁에 앉아 수학을 가르친다. 수학책을 놓은 지 오래된 다른 교사들에게 조금이라도 쉽게 가르치려고 애쓰다 보면 교사 스스로 어떻게 학생들에게 쉽게 강의를 전달할까를 궁리하게 된다. →학생들의 수업은 어떤가. -후쿠이현은 교사가 여러 학생을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낡은 틀을 진작에 깨뜨렸다. 다른 지역 초등학교에서 역사시간에 ‘쇼토쿠 태자가 604년 17조 헌법을 제정했다’고 가르칠 때 후쿠이현에서는 쇼토쿠 태자가 왜 헌법을 만들었고, 1000년 이상 흐른 지금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토론하도록 한다. 현재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 함께 큰 보드판에 기록하고, 사진을 찍게 한다. 1주일 후 한 번 더 같은 주제로 토론하고 그 사이 바뀐 생각을 비교해 보도록 한다. 후쿠이현은 체육도 전국 1위다. 이어달리기를 예로 들면 보통은 다른 팀에 지게 되면 “너 때문에 졌다”는 불만이 아이들 사이에 나오기 마련이지만, 후쿠이현에서는 ‘왜 시간이 1초가 더 걸렸는지’ 등을 다 같이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 1초 단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토론한다. 이런 식으로 무엇이든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그것은 결과로 나타난다. →지방 활성화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 -왕도란 있을 수 없다. 한 지역에서 성공한 것이 다른 지역에서 반드시 성공할 리도 없다. 다만 3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중요하다. 비전을 가진 ‘리더’(지도자), 실제로 움직이는 ‘활동가’, 이를 후원하는 ‘지지자’이다. 이 가운데 지지자들의 역할이 핵심이다. 주민들을 어떻게 지역사업에 동참시키느냐다. 사바에시의 경우, 처음에는 지역 젊은이들이 시장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했지만 시장이 다른 의견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대화했고 참여를 이끌어냈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부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후지요시 마사하루는 누구 1968년 일본 사가현에서 태어났다. 시사주간지 ‘주간문춘’ 기자를 거쳐 오랫동안 논픽션 작가로 활동해 왔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의 조사를 위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검증위원회’의 실무그룹에서 일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이토록 멋진 마을’ 외에 ‘비즈니스 대변신!’(올봄 한국어판 출간), ‘변혁가-고이즈미가의 세 남자들’, ‘일본 최악의 시나리오-9개의 사각’(공저) 등이 있다.
  • “이번 겨울방학은 보람있게”… 금천구,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 운영

    “이번 겨울방학은 보람있게”… 금천구,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 운영

    서울 금천구가 겨울방학 동안 청소년들이 보람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2019 청소년 자원봉사 겨울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이번 프로그램은 지역 중·고등학생 180명을 선착순 모집해 오는 14일부터 29일까지 운영한다. 노인, 교육, 지역사회, 장애인, 환경 등 5개 분야로 나눠 모두 10회에 걸쳐 봉사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노인 생애 체험, 겨울나무에 뜨개 옷 입히기,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샌드위치 만들어 경찰서에 전달하기, 어르신과 함께 네일아트 하기, 핫픽스 티셔츠 만들어 기부하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노후생활을 가상으로 체험하면서 어르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증진할 수 있는 ‘노인생애체험 프로그램’과 친환경 제품 사용, 제품 과대 포장 여부 등 조사 활동을 통하여 환경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친환경 소비생활을 위한 인식개선 활동’ 등이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게 금천구 측의 설명이다. 차희정 자원봉사팀장은 “이번 자원봉사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이 건전한 정서를 함양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를 희망하는 청소년은 1365자원봉사포털(www.1365.go.kr)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文대통령 신년회견] “日정부, 겸허해야… 징용배상 정치쟁점화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 등 마찰을 빚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더 겸허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한국과 일본은 불행한 역사가 있었고 새로운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한·일 기본협정을 체결했지만 그것으로 다 해결되지 않았다고 여기는 문제가 아직도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한국 정부가 만들어 낸 문제가 아닌 과거에 불행했던 오랜 역사 때문에 만들어진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반발에 대해 “삼권분립에 의해 사법부 판결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고 존중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법원 판결에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해야 하고 일본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논란이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지혜를 모아 미래지향적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자고 누누이 말하고 있다”며 “그런데 일본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자꾸 그것을 정치쟁점화해서 문제를 더 논란거리로 만들고 확산시켜 가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새로운 기금이나 재단을 설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수사까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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