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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민 말루프 “문학, 다른 이를 이해하는 열쇠”

    아민 말루프 “문학, 다른 이를 이해하는 열쇠”

    “우리는 그저 단기적인 문제를 푸는 데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더 멀리 봐야 합니다. 문학은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토지문화재단의 제11회 박경리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아민 말루프는 12일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고 인생의 가장자리에서 하는 활동도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1949년 레바논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노트르담 드 잼아워대와 미국 세인트 조셉대에서 공부한 뒤 1971~1976년 레바논 베이루트 일간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1975년 내전 이후 프랑스로 귀화했고, 프랑스 주간지에서 기자 생활을 이어갔다. 대표작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1983)은 십자군 전쟁이 유럽사 일부가 아니라 유럽인의 야만적인 침략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서구와 아랍세계의 충돌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어 레바논 민족의 수난의 역사와 애환을 드러낸 ‘타니오스의 바위’(1993), 4대에 걸쳐 시대적 상황이 초래한 개인의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동방의 항구들’(1996)로 주목받으면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이런 작품들의 뿌리가 ‘혼란의 시대’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세계정세에 큰 관심을 뒀던 그는 “여전히 이 나이가 되어서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지만, 이해하려 지금도 애쓴다”고 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비극에 대해 “슬프고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놀랍고 신비롭기도 하다”면서 “인간의 모험은 결국 비극과 슬픔 속에서도 계속되는 것이라 위대하다”고 했다. 혼란의 시대를 겪은 뒤 여전히 비극을 매일 마주하는 그는 지난 세기를 돌아보며 “모든 인간의 가장 큰 갈등은 언제나 미제를 남겼다. 1차 세계대전 직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지고 이후 냉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로 표현했다. 기술 발전으로 전 세계가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지면서 반복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가리켜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먼 상태’인 역설의 시대로 규정하고, 이런 문제들을 풀어내는 열쇠가 문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문학을 통해 다른 이들을 심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문학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문학이 그 어느 시대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경리 문화재단은 말루프에 대해 ‘역사와 시대를 관찰하는 작가이자 제3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나 서구중심주의 배척과 같은 이분법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작가’로 설명했다. 대립하는 여러 가치의 충돌로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이 시대에 그의 작품들이 상호이해와 화합의 정신으로 인류 공동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말루프는 이날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기적의 나라’로 꼽았다. “1960년대 당시 상황이 비슷했던 중동의 나라들과 달리 당시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번영을 이루고 세계에 그 위상을 구축했는데, 중동에서도 이를 궁금해한다”고 소개한 그는 “왜 어떤 나라는 어떤 시점에서 전진하고 후퇴하는지 답을 구하고 싶은데, 한국이 그 답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 정진석 “조선 썩어서 망했다” 발언한 날…‘큰별쌤’ 최태성, 이완용 사진 올렸다

    정진석 “조선 썩어서 망했다” 발언한 날…‘큰별쌤’ 최태성, 이완용 사진 올렸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 망했다”고 발언해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유명 한국사 전문강사 최태성씨가 친일파 이완용의 글을 공유하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씨는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것은 구한국이 힘이 없었기 때문이며 역사적으로 당연한 운명과 세계적 대세에 순응키 위한 조선민족의 유일한 활로이기에 단행된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문구는 1905년 을사조약에 찬성해 서명한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이 1919년 5월 30일 매일신보에 작성한 글 일부다. 최씨는 글과 함께 욱일기를 배경으로 한 이완용의 사진을 올렸다. 이완용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은 최악의 매국노로 꼽힌다. 최씨의 게시물은 공교롭게도 정계에서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날 올라왔다. 앞서 정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동해 합동 군사훈련을 친일이라고 주장한 것을 비판하면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 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글을 두고 여야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정 위원장은 야당 대표를 공격하려고 ‘조선이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게 아니다’라면서 일제가 조선 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인 식민사관을 드러냈다”며 “귀를 의심케 하는 천박한 친일 역사인식이며,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요?”라며 “러시아 침략에 역성드는 것도 기함할 노릇인데”라고 비판했다.논란이 거세지자 정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전술핵 무기로 대한민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또 친일 프레임 씌우겠다고 난리다. 가소로운 얘기다”라며 “조선이라는 국가공동체가 중병에 들었고, 힘이 없어 망국의 설움을 맛본 것이다. 이런 얘기했다고 나를 친일·식민사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한다.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한다. 기가 막히다”라고 했다. 이어 12일 페이스북에 “만고를 돌아보건대, 어느 국가가 자멸하지 아니하고 타국의 침략을 받았는가. 어느 개인이 자모(自侮·자신을 멸시함)하지 아니하고 타인의 모멸을 받았는가.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시작하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반성(反省)’ 글을 인용해 올렸다. 글은 “망국(亡國)의 한이 크지 아니한 것은 아니나, 정복국만을 원망하는 자는 언제든지 그 한을 풀기가 어려운 것이다”라며 “자기를 약하게 한 것은 다른 강자가 아니라 자기며, 자기를 불행케 한 것은 사회나 천지나 시대가 아니라 자기”라는 구절로 이어진다. 이어 “망국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제이, 제삼의 정복국이 다시 나게 되는 것이다. 자기 불행도, 자기 행복도 타에 의하여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련하기도 하지만 가증스럽기가 더할 수 없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 내년 靑 문화재보전관리 예산 ‘0’… 개방운영엔 123억

    내년 靑 문화재보전관리 예산 ‘0’… 개방운영엔 123억

    청와대의 각종 시설과 문화재를 관리하고 차후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반면 청와대 개방에 드는 예산만 크게 늘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에서 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에서 편성한 청와대 관리·활용 예산은 애초 337억 2200만원에서 217억 6200여만원으로 119억 6000만원 줄었다. 문화재청이 올린 예산은 시설조경관리, 개방운영, 활용 활성화, 관람환경 개선, 역사문화공간 조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기획재정부가 이를 심사하면서 시설조경관리는 125억 9500만원에서 74억 7900만원으로, 관람환경 개선은 39억 4600만원에서 16억 2100만원으로 대부분 반토막 났다. 역사문화공간 조성은 7억 5200만원을 편성했지만 3억 5000만원으로 줄었다. 특히 세부 항목이었던 문화재보전관리 예산 4억 200만원이 모두 날아갔다. 청와대 활용 활성화 예산은 72억원을 올렸지만 전액 삭감된 반면 개방운영 예산은 30억원 이상 늘어난 123억 1200만원이 책정됐다. 이대로면 청와대 관람객은 느는데 시설·문화재 관리에는 소홀해지는 상황이 된다. 임 의원실은 “정부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철학 부재로 문화재청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 김연아·블랙핑크 입은 ‘21세기 한복’, 세계인 사랑받기 ‘딱’ [클로저]

    김연아·블랙핑크 입은 ‘21세기 한복’, 세계인 사랑받기 ‘딱’ [클로저]

    전통과 21세기 디자인의 만남고전미와 현대미 더한 새 한복고증 통해 규칙 지키며 작은 변모까지美 판매량 가장 많아…‘21세기 한복’의 확산‘우리 것’에 대한 전국민적 애착이 날로 강해지면서 한복의 생활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11일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인스타그램 게시물로 새로운 디자인의 한복이 다시 한 번 주목받았습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한복과 한류 연계 협업 콘텐츠’의 기획과 개발에 김연아가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김연아와 논의해 한복 기업 10개사가 김연아의 특성을 살린 한복을 새로 디자인했습니다. 문체부 설명에 따르면, 조선을 상징하는 달항아리·훈민정음 등을 담은 디자인으로, 혼례복인 활옷부터 기본 형태까지 그 모양새도 다양합니다. ● 전통+고증+영감=새 디자인 업계에 따르면, 한복 디자이너들은 이 같이 ‘신한복’을 제작할 때 전통 고증을 따르며 새 요소를 창의적으로 넣기 위해 고민합니다. 과거에 허락되지 않던 색감을 풍부하게 하거나 직물과 관련없는 당대의 건물 디자인 등에서도 영감을 받습니다. 한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에 꾸준한 연구는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문, 박물관 도록 확인, 학술지 공부, 출토 유물 검토 등은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디자인을 준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오늘날에 어울리도록 한복을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게 만듭니다. ● 한복 진흥 사업, 셀럽 타고 활황 한복진흥센터는 이를 가리켜 신한복이라는 2014년 용어로 정리했습니다. 센터는 당시 한복을 부흥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한복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활동을 장려했습니다. 이 같은 인식 개선은 지난 2020년 그룹 블랙핑크가 신한복을 착용하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대중의 더 큰 관심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라고 논쟁까지 일어났던 그들의 무대의상은, 짧은 저고리에 시스루 한복으로 멤버들을 빛내는 새로운 한복입니다. 일각에서 전통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후 케이팝 가수들을 중심으로 짧은 저고리, 고름, 봉황무늬, 족두리의 장식, 현대화된 노리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오히려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었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날 한복업계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K-POP 그룹이 입은 한복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다”며 “특히 미국에서 판매량이 많다. 그룹이 입은 후의 반짝 인기가 아니라 꾸준하게 주문량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이 같은 이른바 ‘셀럽’을 통한 신한복 홍보가 세계 속의 한복을 공고화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블랙핑크의 한복을 제작했던 업체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블랙핑크가 입었던 한복은 스테디 셀러다”라며 “현재 품절 항목은 2주 내로 수급하는 구조다. 그만큼 회전이 된다. 국내에선 보다 다양한 디자인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사이즈 자유로운 한복, 美 소비자에 강점 그렇다면 신한복은 언제까지 이 같은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단하 단하주단 대표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신한복이라고 현재 표현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20년이 지나면 지금의 디자인은 신한복이 아니게 된다”며 “21세기 한복이라고 명명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습니다. 한복은 역사를 거쳐오며 계속 진화하며 발전했으니,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신한복의 디자인은 훗날 또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에서입니다. 블랙핑크의 의상을 만든 업체 중 하나였던 이 곳은, 코로나19로 인해 되레 판매 호황을 이룬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전시를 하거나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 사무실을 꾸리는 등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판매가 주된 창구였기에 코로나19에도 오프라인 고객 감소로 인한 영향은 받지 않았습니다. 단하 대표는 “한국에서 판매량이 월등하다”면서도 “해외 판매량에서는 미국의 비중이 60% 정도로 가장 크다”고 전했습니다. 단하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한복 디자인의 장점을 꼽습니다. 팔을 넣고 허리에 둘러 입을 수 있는 한복 치마는 오늘날 현대인이 익숙한 대부분의 옷과 달리 사이즈가 없는, 이른바 ‘프리 사이즈’입니다. 해외 배송으로 구매해야 할 경우 사이즈 걱정이 없기에 반품할 필요가 없다는 점, 미국에선 드레스가 필요한 파티가 많다는 점 등이 단하 대표가 꼽은 한복의 인기 이유입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많이 낸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에 존재하는 한복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고품질로 소량만 생산하자는 주의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디자인도 세계인은 충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단하 대표) 이 같은 한복 장인들의 뚝심있는 마음이 전통과 현대의 중간 지점에 선 신한복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요. 21세기 한복의 내일은 어떨지, 주목됩니다. 
  • 청와대 문화재보전관리 예산 ‘0’원, 개방 예산만 대폭 늘어

    청와대 문화재보전관리 예산 ‘0’원, 개방 예산만 대폭 늘어

    청와대의 각종 시설과 문화재를 관리하고 차후 활용 방안을 연구하는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 반면 청와대 개방에 드는 예산만 크게 늘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에서 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에서 편성한 청와대 관리활용 예산은 애초 337억 2200만원에서 217억 6200여만원으로 119억 6000만원 줄었다. 문화재청이 올린 예산은 시설조경관리, 개방운영, 활용 활성화, 관람환경 개선, 역사문화공간 조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기재부가 이를 심사하면서 대부분 항목 예산을 반토막 냈다. 시설조경관리는 125억 9500만원에서 74억 7900만원으로, 관람환경 개선은 39억 4600만원에서 16억 2100만원으로 삭감됐다. 역사문화공간 조성은 7억 5200만원을 편성했지만 3억 5000만원으로 줄었다. 특히 세부 항목이었던 문화재보전관리 예산 4억 200만원이 모두 날아갔다. 청와대 내 지정문화재 3건의 상시 계측 모니터링 조사와 오운정 주위 난간 정비 등 계획도 없던 일이 되면서 부실관리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활용 활성화 예산은 72억원을 올렸지만 전액 삭감됐다. 반면 청와대 개방운영 예산만 애초 문화재청이 계획한 92억 2900만원에서 123억 1200만원으로 30억원 이상 늘었다. 이대로라면 청와대 시설과 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소홀해지고, 관람 환경은 악화하는 상황에서 관람객들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임 의원실은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역사 인식과 철학 부재로 문화재 보존관리라는 문화재청 본연의 기능을 잃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 “한반도에 욱일기” 이재명 발언에 정진석 “국민 현혹 망언”

    “한반도에 욱일기” 이재명 발언에 정진석 “국민 현혹 망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한다’는 발언에 대해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전날 이 대표의 발언을 ‘일본군 한국 주둔설’로 규정하고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독도에서 180㎞ 떨어진 바다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을 한다고, 곧 일장기를 단 일본군이 이 땅에 진주한다는 분이 나타났다”면서 “구한말이 생각난다고도 했다. 일본군이 이 땅에 진주하고, 우리 국권이 침탈당할 수 있다는 협박”이라고 운을 뗐다. 정 위원장은 이어 미국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공동 조사해 지난 7일 발표한 ‘2022 최고의 국가’ 결과를 인용하며 우리나라 국력이 일본보다 더 앞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국력을 세계 6위로 평가했다. 수출액은 세계 7위, 경제 규모는 세게 11위다. 국력 평가에서 프랑스가 7위, 일본이 8위였다”며 “한국이 국력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제쳤다는 낭보를 다룬 한국 언론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실은 2021년 12월26일 ‘대한민국이 세계 군사력에서 6위를 차지하는 군사 강국’이라고 브리핑했다”며 “이런 조사 결과를 발표한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은 2022년 4월 다시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6위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오늘부터 무비자 관광객 입국을 전면 허용한다”며 “일본 간사이 공항을 통해 오사카로 들어가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과 해상 훈련을 하면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우리 땅에 진주한다. 구한말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는 주장에 과연 공감할까”라고 반문했다. 정 위원장은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국민께 약속드린다. 대한민국이 주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본군의 한국 주둔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10일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이 용인할 수 없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침투하고, 욱일승천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미 동맹과 우리 자체 군사력·국방력으로 충분히 안보를 지킬 수 있는데 왜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하느냐”며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고 싶은데 한일 관계 문제가 청산이 안 되니까 못하고 있다”며 “한미일이 군사동맹을 맺게 되면 우리나라가 한미일과 북중러 군사 동맹체들의 전초기지가 된다. 한반도의 냉전, 열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한미일 합동훈련을 두고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 [열린세상] 일론 머스크의 미완성 보고/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열린세상] 일론 머스크의 미완성 보고/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우리는 누구나 ‘보고’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혹은 그 중간에 어느 조직이나 보고를 하기 마련이다. 말단 사원은 물론 사장이나 대통령도 보고를 한다. 주주나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보고를 할 때면 누구나 완벽함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다. 지금 내 보고 내용에 틀린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오탈자가 있지는 않은지, 나중에 이 보고 내용이 적자나 실패로 이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역시 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잘 준비된 보고라 할지라도 우리는 필연적으로 실패의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고, 그런 위험을 고려한 의사결정만이 그나마 ‘완성’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설령 미완성이라고 해서 보고를 미루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시작이 없는 끝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들은 대중 앞에서 보고를 참 많이 한다. 시초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인텔과 삼성도 주기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CEO는 주주에게 성과를 보고한다. 지난달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AI) 데이 행사를 열고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소개했다. 지난해 이맘때 장난식으로 공개한 로봇의 프로토타입 개발 현황을 진지하게 보여 준 것이다. 눈에 비친 테슬라의 로봇은 BTS 음악에 흥겹게 춤을 추던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조악해 보였다. 아직 관절을 조금 움직이고 아장아장 걷는 수준이었다. 물론 이것은 오롯이 기계공학의 관점에서 본 시각이다. AI의 관점으로 보자면 테슬라가 만들어 나가고 있는 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로봇에 테슬라 시스템 온 칩(SoC)을 장착해 사람의 뇌가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옵티머스는 이를 통해 스스로 현실을 이미지 렌더링하며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려 인간과 같은 행동을 하는 로봇이 되려고 한다. 무게마저 인간과 비슷한 73㎏이다. 머스크의 로봇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과거 테슬라가 보여 준 자율주행의 역사 덕이다. 테슬라는 과거 자율주행 개발업체들이 필수적으로 장착하던 라이다를 배제하고 카메라를 중심으로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이끌어 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딥러닝에 있었다. 인간의 눈과 같은 카메라로 이미지를 인식하고, 딥러닝 기술을 통해 그 인식한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물론 이 기술이 아직 완벽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운전 중 인간의 부주의함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것이 통계로 보여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미국 전체 자동차의 10만㎞ 주행 시 사고 발생 확률은 약 12%인 데 반해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단 1%대에 불과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AI 데이 이후 20% 넘게 폭락했다. 물론 실적의 영향도 있지만 로봇 개발에 대한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머스크가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최대한 대중 및 주주와 투명한 소통을 하려고 했으며, 행사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만 보면 미완성의 보고라 할 수 있지만, 이러한 ‘미완성’ 보고의 연속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완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완성형이 될 수는 없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완성된 보고의 강박에서 벗어나 완성돼 가는 과정의 연속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미완성의 미학’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각자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최선을 다한 다음,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조직을 생각해 본다.
  • 日예술가 “중국인은 2명이 모이면 벌레가 된다” 민족 비하 물의

    日예술가 “중국인은 2명이 모이면 벌레가 된다” 민족 비하 물의

    일본의 유명 공연 예술가가 중국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했다가 물의를 빚고 요직에서 퇴출됐다. 9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대형 문화 페스티벌인 ‘다이도게(大道藝) 월드컵 시즈오카 2022’ 실행위원회는 내부 강연에서 외국인 차별 발언을 한 공연 예술가 오쿠노 아키히토(53)를 이번 대회 프로듀서 직위에서 해임했다. 스기야마 시게유키 다이도게 월드컵 실행위원장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매년 11월 초 시즈오카현 시즈오카시에서 열리는 다이도게 월드컵은 아시아 최대 거리공연 축제 중 하나다. 각국 거리공연 팀들이 모여 경연하는 행사로 올해 대회는 다음달 4~6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개최될 예정이다. 오쿠노는 지난달 17일 다이도게 월드컵 자원봉사자 12명을 모아놓고 ‘일본인다움’을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일본인의 혈통, 정신력 등을 찬양하는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는 ‘중국인은 1명이면 용이지만, 2명이 모이면 벌레가 된다’와 같이 중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는 강연에서 “일본인은 한국인이나 중국인과는 뿌리부터 다르다”, “중국의 역성혁명(왕조 교체)은 모두를 몰살하는 문화다” 등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이 강연 현장에서 불만을 나타냈고, 이후 소셜미디어 등에서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오쿠노는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말았다”며 사죄했다. 국제행사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 인종 차별 물의를 빚음에 따라 실행위원회는 예정대로 대회를 치를지 여부를 이달 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 서울 영등포구, 장애인 인권침해 상담학교 운영 및 예방교육 실시

    서울 영등포구, 장애인 인권침해 상담학교 운영 및 예방교육 실시

    서울 영등포구가 장애인 인권침해 예방과 권익 증진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과 함께 ‘장애인 인권 상담학교’를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최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차별, 금전적 착취, 신체·정서적 학대 등 인권침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을 사전에 발굴·지원하고 지역 사회의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인권 상담학교는 장애인 정책 전문가, 법조인 등이 참여해 만든 교재를 활용하여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피해를 당할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안내한다. 주요 내용은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의 개념 ▲장애인 학대 유형 ▲피해자 신고 및 처리 절차 등 장애인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이다.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담을 제공한다. 특히 장애인 인권침해 실무를 맡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유관기관 관계자와 공익변호사가 직접 상담을 진행하여 실질적인 권리 구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권 상담학교는 구에 주소를 두거나 거주 목적으로 체류 중인 장애인과 구 소재 사업 또는 사업장 근로 장애인, 당사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양평동 이앤씨드림타워(선유로 146)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오는 18일부터 27일 사이 총 4회 운영된다. 이와 함께 구는 관내 장애인 관련 기관 및 시설에 찾아가는 인권침해 예방교육을 실시, 장애인 학대 및 성범죄 예방에 관한 법령 정보, 신고 및 처리 절차, 신고 의무자 행동 기준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11월 중 구민 대상 교육도 마련하여 장애인 인권 옹호의 현장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장애인 인권 상담학교와 인권침해 예방교육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거나 구청 사회복지과로 방문 신청할 수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장애인 차별과 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사회적 인식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장애인 등 모든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인권 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드라마 ‘작은 아씨들’, 베트남 넷플릭스서 퇴출 왜?[이슈픽]

    드라마 ‘작은 아씨들’, 베트남 넷플릭스서 퇴출 왜?[이슈픽]

    tvN 토일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퇴출당했다. 베트남 전쟁을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7일 베트남 현지 매체 Toquoc 등에 따르면 ‘작은 아씨들’은 전날 정오쯤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방영이 중단됐다. 앞서 베트남 정보통신부 산하 라디오·방송·전자정보국은 지난 3일 넷플릭스에 ‘작은 아씨들’을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극 중 내용이 베트남 역사를 왜곡하고 자국 영화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베트남 전쟁 묘사에 현지 반발 일으켜특히 3회와 8회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왜곡이 두드러졌다는 것이 베트남 측 입장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극 중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자 사조직 ‘정란회’를 세운 원기선 장군이 베트남에서 ‘무공’을 세운 것으로 묘사한 장면과 다른 참전군인이 “한국군 1인당 베트콩 스무명을 죽였다”고 말한 장면이다. 원 장군은 극 중에서 비리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해당 장면이 공개된 뒤 베트남 시청자들은 분노하며 항의글을 쏟아냈다. 한 베트남 네티즌은 “20명의 베트콩을 죽인 것이 아니라 20명의 민간인을 죽인 것이 아니냐”라고 반발했다. 현지 언론들도 “드라마 속 설정과 대사들이 한국군을 전쟁 공로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이전에도 역사 왜곡 등을 이유로 베트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삭제한 적이 있지만 모두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토로 묘사한 내용들이었다. 한국 작품이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삭제 처리된 것은 ‘작은 아씨들’이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현지에서는 ‘작은 아씨들’ 제작진이 앞서 티저 포스터 표절 논란을 사과한 문제도 재조명되며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세 자매가 밝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미지를 담은 티저 포스터가 일본의 뷰티 브랜드 ‘시세이도’의 광고 포스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디자인을 담당하는 업체에서 여러 작업물을 검토해 만들었다. 향후에는 면밀한 사전 검토를 통해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작은 아씨들’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 ‘헤어질 결심’ 등을 공동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원작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콘텐츠, 현지 문화적 특성 배려해야한국 콘텐츠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더 빠르게 전달되고 더 큰 인기를 얻는 가운데 해외 현지의 문화적 ‘역린’을 건드려 논란을 부르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작은 아씨들’ 외에도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수리남’은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실제 있었던 한인 마약상을 다룬 픽션이지만 국가명을 시리즈 제목으로 쓴 것이 문제가 됐다. 수리남이 마약 오염 국가라는 인식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알베르트 수리남 외교부 장관은 “오랫동안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는데 드라마가 다시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국 외교부가 현지 한인을 상대로 안전 공지를 발령해야 할 정도였다.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역시 파키스탄에서는 엄청난 반발을 불렀다. 캐릭터 중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이주 노동자 알리 역을 맡은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인도 출신의 힌두교도라는 게 논란의 이유였다. 파키스탄인 배역을 파키스탄 배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이 영토 분쟁과 종교 문제로 인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과거 미국 할리우드 영화 등이 한국과 한국인을 후진국 또는 전형적인 동양인으로 엉뚱하게 묘사하는 바람에 분노를 샀던 사례가 여럿 있다. 이제는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와 관객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각국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 숙제로 놓여 있다.
  • 日교수 “한국에 대한 일본국민의 감정이 얼마나 나쁜지 한국은 전혀 몰라”

    日교수 “한국에 대한 일본국민의 감정이 얼마나 나쁜지 한국은 전혀 몰라”

    “윤석열 정부가 일·한(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언행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 인식 문제가 일본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기무라 간(56) 고베대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가 지난 4일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나쁜) 감정의 심각성을 한국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뉴스위크 일본판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기무라 교수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미국 뉴욕 정상회담을 전후로 불거진 잡음과 논란, 감정섞인 대응 등 일련의 과정이 한국과 일본간 인식차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9월 15일. 한국 대통령실이 갑자기 양국이 뉴욕에서의 정상회담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부터였다. 한국 측의 느닷없는 발표에 일본 측은 곤혹스러워졌다. 기시다 총리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기무라 교수는 “분명한 것은 양국 관계 관련 정보를 다루는 한국의 대응이 미숙하다는 것”이라며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측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먼저 치고 나가거나 외교적으로 자국에 유리하도록 윤색해 발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박진 외교장관이 한국 언론에 했던 발언도 문제가 됐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박 장관이 “일본 측도 우리 정부의 노력에 성의있게 호응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부인한 사실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일 관계 악화는 문재인 정부의 실책 중 하나로, 자신이 취임하면 관계 개선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정보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그러한 노력을 허사로 만들 수 있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기무라 교수는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외교를 위한 외교’가 아니라 ‘내정을 위한 외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모순된 행동을 이해하는 첫번째 열쇠는 일련의 발언들이 대개 자국 언론을 상대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은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고 국회 다수당도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정부에 있어 입법부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외교’는 여론을 상대로 실적을 과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래서 성과를 알리기 위해 실제보다 윤색해 공표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무라 교수는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손상시켜가면서까지 그렇게 한다면 이는 ‘내정을 위한 외교’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일 관계에서 부주의한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결국 한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의 감정이 얼마나 크게 악화돼 있으며, 징용공(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포함한 역사인식 문제를 일본 여론과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한국 대선 후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의 분위기가 이렇게 나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고 전했다. “현 상황의 근저에는 역사인식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한일 양국간의 커다란 시각차가 존재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 문제(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둘러싼 법률적 해석의 문제다. 따라서 일본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의 판결(일본 피고기업 패소) 후에 더욱 벌어진 해석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문제는 단순한 인식의 차이에 불과해 정치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가볍게 여기고 있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은 일본이 양국 관계에 대해 신중하게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본을 자극하는 언행을 반복하고 있다. 외교적 교섭에 앞서 양국은 이러한 인식의 차이부터 메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우파의 시각에서 한일 관계를 바라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무라 교수는 한국에서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고려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현대사’ , ‘한국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종·민비’ 등 저서가 있다.
  • 尹·기시다 “北에 엄정대응… 수시 소통하자”

    尹·기시다 “北에 엄정대응… 수시 소통하자”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일 정상이 6일 북한 미사일 도발 대응을 위한 전화통화를 갖는 등 공조 강화에 나선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5분부터 6시까지 25분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북 엄정 대응을 위한 협력에 공감했다. 한일 정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또 북한의 도발은 중단돼야 하며,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양국 정상은 이를 위해 한미일 3자 간 안보협력은 물론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굳건히 연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렸던 한일 정상회담이 ‘굴욕외교’였다는 야권의 비판 와중에도 안보·경제 협력 측면에서 ‘실리 찾기’를 위한 양국 관계 개선과 대일 외교가 펼쳐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 한일 역사 갈등과 안보·경제 분야 협력은 냉정히 분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역설적으로 한일의 안보 협력을 가속화시켜 주는 측면도 있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도 폐기한 것이 아닌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 이전 수준으로 가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일 군사 분야 협력의 후속 조치로 인한 향후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자유진영 연대의 가치 외교가 우선이며,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최근 일본 정계의 기류 변화도 눈에 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며 “우호협력 관계에 기반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으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앞서 1월 시정 연설에서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한 대응을 강력 요구한다”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결을 앞세웠던 것과 상당 부분 다른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한일 상호 방문에 의한 셔틀외교 복원이 안보·경제 협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면 회담도 중요하지만 통화·온라인 등 접촉면을 우선 늘려 가며 상호 생각을 공유하고 이견을 좁혀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마당] 드디어 터진, 국민 합창의 시대/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문화마당] 드디어 터진, 국민 합창의 시대/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요즘은 회식 문화도 사라지고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해진 터라 숨겨진 생활예술 장르들이 하나둘씩 주목을 받는다. 그중에서 ‘춤’ 다음으로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장르가 ‘합창’이다. 가수처럼 혼자만 잘 부르는 독창이 아니고 음이탈 좀 나더라도 소리로 한마음이 돼 보는 아마추어 시민 합창 말이다. 프로가 아닌 만큼 음정이 흔들리고 실수도 곧잘 하지만, 반드시 협동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참가자들의 각기 다른 삶의 스토리가 곁들여져 최근 합창 커뮤니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동안 합창은 민간은 물론이고 정식 공연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던 비인기 장르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 합창단이 많지만 지나치게 경직되고 단조로운 연출로 관심을 끌기엔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북유럽과 발트 3국,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우 친화적이고 기능적인 취미활동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특히 겨울이 긴 북유럽에서는 실내에서 소그룹으로 즐길 수 있는 실내악 또는 합창 문화가 발달했는데, 한 맺힌 침략의 역사를 바탕으로 100~150년 된 합창 축제가 열리고 있는 발트 3국의 경우 합창단원만 3만명, 시민댄서 8500명, 관객 7만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합창 대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5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에스토니아의 합창 축제 ‘라울루피두’(노래하는 파티)는 러시아로부터의 독립 과정에서 폭력과 억압 대신 자유를 외치는 수단으로 큰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발트에서의 합창은 단순한 예술활동이 아니라 역사운동의 한 축으로 인식될 정도다. 국내에서 합창 콘텐츠의 가능성을 눈치채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도시는 춘천이다. 춘천은 나이, 성별 상관없이 온 세대가 자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7년 전 처음 합창 축제를 기획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모여 노래하는 가족합창단부터 청소년들의 합창 멘토가 되겠다며 암 투병 중에도 몇 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시민, 두 살 때 합창하는 엄마 등에 업혀 있다가 올해는 최연소 단원으로 참가한 아이까지 가슴 뜨거워지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동안 춘천은 호반의 도시에서 문화도시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문화사업을 활발히 이어 왔지만 대외적 인지도 측면에서 축제 형식으로는 사실상 춘천마임축제가 유일했다. 하지만 올해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10년 후 춘천을 기억시킬 대표 축제가 무엇이 될지 헷갈릴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트렌드를 방송도 놓칠 리 없다. 최근 SBS에서 선보이고 있는 합창 경연 프로그램 ‘싱포골드’도 차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은퇴 후 합창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 합창하다 결혼한 이야기, 당근마켓에서 쇼핑하다가 합창하게 된 엄마들 등 출연진의 다양한 스토리와 뜻밖의 노래 실력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기다 2023년 7월 개최 예정인 강릉의 세계합창대회에 강릉단오제로 단련된 시민참여 문화를 기반으로 최근 125개 팀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나저나 비인기 장르였던 합창이 뒤늦게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뭐든지 혼자 하던 세상에서 모처럼 한마음이 돼 보는 감동적인 경험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건 아닐까. 이참에 나도 오디션에 도전해 봐야겠다. 좀 꽥꽥거려도 화려한 율동이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 발달장애인 가족 10명 중 6명 극단적 선택 고민

    발달장애인 가족 10명 중 6명 극단적 선택 고민

    발달(자폐·지적)장애인 가족 10명 중 6명은 돌봄 부담과 정신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를 막으려면 24시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국가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발달장애인 가족 4333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8%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56.3%가 평생 발달장애 자녀를 지원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유로 들었고, 31.1%가 발달장애 자녀 지원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43.1%는 어떤 상담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정부가 제공하는 발달장애인 부모상담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가족은 2%에 불과했다. 발달장애인 변호사 주인공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설문조사에 나타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은 드라마와 괴리가 컸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우영우라는 드라마 캐릭터가 발달장애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돼 우려스럽다’(73%)고 답했다. 이들은 일상·사회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발달장애인 가족 93.6%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39.6%는 일상에서 자주 또는 항상 차별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95.7%가 발달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중 26.3%가 하루 20시간 이상의 지원을 원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하루 20시간 이상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응답자의 0.1%에 그쳤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죽음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로는 24시간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71.9%로 가장 많았다. 강 의원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등 돌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발달장애인이 건강권, 노동권, 주거권, 교육권을 보장받으며 지역사회에서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24시간 지원하는 제도를 뜻한다.
  • [진경호 칼럼] 인식이 사실을 창조하는 시대/논설위원실장

    [진경호 칼럼] 인식이 사실을 창조하는 시대/논설위원실장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5년 전 써낸 ‘호모데우스’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자유의지는 정말 자신의 의지인가.’ 여기서 ‘자유의지’란 자유민주 체제를 구성하는 인간 개개인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의사를 말한다. 하라리는 답도 던졌다. ‘자유의지’라는 착각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내 몸속 유전자의 지시와 불완전한 상황 인식, 살며 켜켜이 쌓은 경험 등이 뒤엉켜 만들어 낸 욕구는 내 ‘의지’라는 것 이전에 존재하며, 이 욕구를 따르느냐 마느냐를 선택하는 것조차 또 다른 욕구의 산물일 뿐이라는 얘기다. 자유의지에 대한 그의 장황한 설명은 개개의 인간을 욕망의 덩어리로 깔아뭉개자는 뜻이 아니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 아래 근현대사의 중심 테제로 자리한 자유민주주의와 그 바탕이 되는 ‘인간의 합리성’은 지극히 의심받아 마땅하다는 얘기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고, 다중의 선택은 옳다는 명제가 과연 타당한가를 묻는 것이다. 넘쳐 나는 정보에 허우적대며 참과 거짓을 가리기 힘들어진 지금의 우리는 세상을 읽는 한 가지 편리한 방식을 고안했다. 인식이 사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내 욕구에 어긋나는 사실은 거짓이고, 내 욕망에 부합하는 인식이 참이다. ‘탈진실’의 세상에서 사실은 중요치 않다. 이런저런 욕망의 교집합이 만들어 낸 인식이 곧 사실이고, 하나의 인식을 공유하는 사람의 수가 많은 쪽의 판단이 곧 진실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둘러싼 사생결단 공방이 탈진실 사회의 초상이다. 잡음에 묻힌 ‘○○○’을 두고 누구는 백 번 들어도 ‘바이든’이고, 누구는 죽어도 ‘날리면’이다. 마음 가는 대로 듣는다.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를 흔들겠다는 욕망과 어떻게든 이를 막겠다는 욕망이 외교장관 해임안과 ‘왜곡보도’ 언론 고발로 충돌했다. 희대의 블랙코미디지만, 출연자들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하다. 그래서 비극이다. 국민의힘의 이준석 사태도 다를 바 없다. ‘성접대 의혹’과 ‘권력 갈등’, 두 속성 가운데 서로 입맛에 맞는 하나만 앞세운다. 국회는 정권을 지키고 뺏는 것만이 존재 이유인 듯한 여야의 주술 가득한 제의의 전당이 됐다. 이들을 비난하는 건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이재명 지키기’에 당운을 건 민주당에게 그만 시비 걸고 민생이나 챙기라 하는 건 부질없다. 범법의 실체가 어떠하든 이재명과 민주당을 사수하기로 작심한 강성 지지층이 버텨 주는 한 ‘저주의 굿판’을 거둘 이유가 그들에겐 없다. 정권 탈환의 욕망에겐 사실보다 인식이 필요하다. 2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폭탄이 날아든 1997년의 정치도 이랬다. 시장은 국가 부도로 치닫는데 12월 대선을 앞둔 여야는 왜곡과 선동으로 날을 새웠다. IMF 사태의 책임을 김영삼 정부가 뒤집어썼으나 정리해고의 문을 연 노동법을 되돌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막은 당시 야당의 책임도 부인할 순 없다. 그리고 더 큰 책임은 이런 야당에 힘을 보탠 다수 국민의 ‘자유의지’에 있다. 그 대가는 결국 정리해고에 반대했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 두 달 뒤 정리해고 도입으로 돌아왔다. 정부의 무능도, 야당의 선동도 우리의 자유의지는 막지 못했다. 뉴미디어로 만인과 만인의 투쟁이 가능해진 지금 자유민주 체제는 극좌·극우 파시즘의 위협에 직면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여의도 정치는 극렬 팬덤들이 만든 선악 구도의 신화에 포획됐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그래서 틀렸다. 정치판은 사실 대신 인식에 갇힌 우리의 거울일 뿐이다. 바뀌어야 할 건 우리다. 파시즘의 나라로 갈 게 아니라면, 그래도 합리와 이성의 자유의지가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다면 욕망과 왜곡에 묻힌 사실들을 가려낼 눈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안개의 나라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끝이 어디일지는 자명하다.
  • [시론] 중국은 인류 공영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장

    [시론] 중국은 인류 공영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박선미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장

    중국국가박물관의 ‘한국고대사연표 왜곡’ 사실이 알려진 뒤 우리의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의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만큼 이번 사건이 준 충격은 컸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일단락하고 그 결과를 박물관과 유적 기념관, 각종 출판물로 일사불란하게 선전하고 있다. 2019년에 중국 교육부조직편사에서 간행한 ‘중외역사강요·하’는 세계사 교과서에 해당하는데, 한국사 부분에는 통일신라 이전의 한국 고대사 서술은 없고, 통일신라와 고려ㆍ조선이 중국을 모방해 발전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국 관계의 신뢰나 자신들의 행동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보다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 중심 세계사’ 관철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처럼 오랜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들의 역사도 중국사 속으로 흡수해 중국 중심의 세계사 쓰기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조는 중외역사강요의 ‘인류운명공동체’ 서술 부분에 잘 드러나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관계를 구축하고 새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동북공정에서 진화된 중국 정부의 역사왜곡 방식이다. 1986년 중국 전국철학사회과학공작판공실은 중국국가사회과학기금을 설립했다. 이 기관은 우리의 한국연구재단 격인데 이곳에서는 매년 약 3500건의 연구 과제를 선정해 대규모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소외 학문 분야,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자국 연구물의 외국어 번역 등을 지원하는데, 최근에는 한국학 관련 과제가 대거 선정됐다. 과제들을 보면 한국 고·중세부터 일제강점기 이후까지 전 시대를 망라하며 한국의 고문헌·문학·문화·언어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인류운명공동체적 관점에서 중국의 문화 전파력을 강조하는 연구나 발해 시기 동북 지역 민족교융(民族交融) 연구도 있다. 중국 학자의 한국학 연구물을 영문 출판하거나 우리 학계의 연구물을 중국어로 번역해 출판하는 사업도 있다. 중국에서 한국학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상호 이해의 바탕이 될 수 있고, 역사 연구를 통해 미래를 향한 협력과 상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우려되는 것은 ‘중국몽’으로 상징되는 중국 정부의 자국중심주의 지침에 따라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물에는 보편 가치와 공영의 모색이 아닌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왜곡된 주장이 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사는 문화와 함께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장구한 시간에 걸쳐 쌓이고 진화한 것이요, 인류 공통의 자산임과 동시에 평화와 공존을 위한 이정표’라는 역사의식이 중국에는 없는 것 같다. 국가주의적ㆍ애국적 역사관에 머물러 이웃 국가의 역사를 어느 한 국가나 민족의 역사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는 지난 역사가 증명하듯 자기 파멸적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와 문제의식을 함께하고 중국을 염려하는 구미학계 등과의 교류와 소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사가 갖는 위상을 국제학술계와 국제사회에 알리는 노력과 함께 중국의 역사 소유욕, 문화 소유욕이 학술을 가장한 중국제일주의로 이어지고, 결국 중국 중심의 역사인식이 주변 지역의 안정과 세계 평화를 위협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와 공감할 필요가 있겠다. 인도의 간디는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인류 공영이란 말이 정치적ㆍ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끊임없이 중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인류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자취로 남긴, 역사란 교훈이 주는 인류 보편적 가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이다.
  • 4534억원 들여 노인복지·고령친화도시로… 노인을 위한 섬 제주

    4534억원 들여 노인복지·고령친화도시로… 노인을 위한 섬 제주

    올해 65세 이상 제주도 고령인구가 11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01만 8000명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했다. 제주도는 전국 순위에서 11위에 그쳤지만 고령인구 비중은 2010년 12.4%, 2015년 13.7%, 2020년 15.1%, 올해 16.5%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전국에서 ‘20% 이상’ 초고령사회는 전남(24.5%), 경북(22.8%), 전북(22.4%), 강원(22.1%), 부산(21.0%) 등 5곳에 불과하지만 2028년에는 세종(13.4%)을 제외하고 제주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모든 지역이 2030년 이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는 소요 연수가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7년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35년 30%, 2050년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건강하고 활기찬 고령친화 제주구현’을 비전으로 하는 ‘제2차 노인복지 및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453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본계획을 보면 ▲자립성 ▲지역사회 중심 ▲세대통합 ▲수눌음 공동체를 핵심가치로 두고,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고령친화환경 조성, 주체적이고 행복한 노년기 삶 지원을 목표로 삼았다. 도는 4개 중점전략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거주 생활환경 확대 4개 과제 469억원 ▲노년기 사회경제활동 참여확대 4개 과제 128억원 ▲노화·노인·노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개선 지원 강화 3개 과제 167억원 ▲지역사회돌봄 강화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 구축 3개 과제 643억원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일반과제에 63개에 3127억원 등 총 77개 세부과제에 4534억원이 투입된다. 노인복지 및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제주지역의 급속한 인구변화에 대응하고 고령친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5년마다 수립해 추진하는 종합계획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복지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경제적 기반 조성 및 분야별 정책과제를 발굴·수립하고 있으며, 이달 중 최종보고회를 거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오영훈 지사는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어르신들은 일제강점기, 4·3, 6·25전쟁 등을 지나며 오늘의 제주도를 만들어주신 주역”이라며 “어르신들이 없었다면 관광객 1500만 명 시대, 감귤 조수입 1조원 시대라는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제주도정은 어르신들의 여가, 복지, 문화프로그램에 적극 투자해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해 국내에서 5번째로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바 있다.
  • 농촌 폐교의 재발견…디지털 인재 미래를 채운다

    농촌 폐교의 재발견…디지털 인재 미래를 채운다

    ◇‘농촌 폐교’ 교육거점 대변신 전국 농어촌에 폐교가 늘어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시골을 떠나 대도시로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폐교를 새로운 지역 교육·문화 창구로 만들려는 시도는 전국적으로 활발하다. 서울신문은 나주시 산포초등학교 덕례분교(폐교)를 리모델링해 4차 산업 핵심교육거점으로 탈바꿈한 ‘소프트웨어(SW) 미래채움 전남센터’를 찾았다.◇다시 찾는 아이들 웃음소리 전남 나주시 산포면 비상활주로 근처에 있는 ‘SW미래채움 전남센터‘. 널찍한 운동장을 앞마당 삼은 1층 건물이다. 교육센터에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AI 표정인식’을 체험하고 있었다. 옆방에 있는 Al창의공작소, Al로봇, VR, 드론 코너에서는 아이들 몇몇이 선생님과 함께 컴퓨터로 인공지능 기술을 직접 시연하며 배우고 있었다. SW미래채움 전남센터는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다. 황성필 팀장은 정보소외계층인 도서벽지 초.중등학생들에게 SW교육과 인공지능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학생들이 비교적 접하기 힘든 Al로봇과 드론을 배우고 체험하면서 매우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는다. 황 팀장은 지역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SW강사로 양성해 지역아동센터의 강사로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SW미래채움 전남센터는 지난 2020년 10월 문을 열었다. 초·중학생의 SW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SW, AI, VR·AR, IoT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교육공간으로 거듭났다. 산포면 주민 이모씨는 “산포초교 덕례분교가 2013년 입학생이 없자 문을 닫았다. 농촌지역이라 아이들이 없다. 교실에서는 거미줄이 덕지덕지 쳐지고 운동장은 풀이 무성하게 자라 주변이 황량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문을 닫은 학교에 정보 교육센터가 들어서면서 꿈 많은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자 온 동네에 활기가 생겼다. 주민들은 ‘과학 놀이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손자들 보러 가는 교류마당이기도 하다”고 했다. 폐교를 이용한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의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전남도, 전남도교육청, 나주시가 손잡고 전남의 소프트웨어 교육 격차 해소에 팔을 걷어 붙였다. 전남도교육청이 이 폐교를 재단법인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무상임대 해 리모델링했다. 2020년 ‘SW미래채움 전남센터’가 들어서면서 4차 혁명 교육핵심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이 곳 성루지역아동센터에서 공부하는 장예준 군(11)은 “TV로만 보던 것을 교육센터에 와서 직접 피지컬 컴퓨팅 블럭을 붙이고 실행해 보니 아주 신기했다”며 어깨를 으쓱했다.◇지역경제 활성화 ‘마중물’ 이곳은 꿈많은 아이들에게 과학 놀이터가 되고 주민들에게는 일자리창출과 만남의 장소가 됐다. SW미래채움 전남센터 김주희 강사는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교육센터에서 SW전문강사 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단녀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지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혁명시대에 소프트웨어 역량의 차이는 정보격차, 산업·경제적 기회의 격차로 이어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전남지역 초등학교 74%가 양질의 SW교육를 받을 기회가 없다. 산간·도서벽지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도시 아이들과 정보 격차가 심하다. SW미래채움 전남센터는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SW교육 전문강사 440명을 배출했고, 이 가운데 104명이 일자리를 구했다. 특히 이곳 출신 전문강사들이 6개 협동조합을 결성해 67명도서지역을 찾아다니며, SW교육을 실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섬마을 찾아가는 SW교육’은 섬주민과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남해 최첨단인 가거도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등 도내도서벽지 취약계층교육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총 2,451명이 수료할 예정이다. 또 정보소외계층 SW교육인원은 1만7795명으로 코딩·로봇·사물인터넷·드론·AI교육 분야가 특히 인기다. 이렇듯 미래 과학도의 꿈을 설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폐교 활용 정부 제도적 뒷받침 절실 교육·문화의 사각지대인 농어촌에서 폐교를 지역교육문화센터로 활용하는 것은 지역을 살리는 한 방법이다. 폐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까다로운 임대조건을 쉽게 만드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폐교의 성공적인 재활용은 관련 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에 달려 있다. 모정환 전남도의원은 “폐교를 쉼터로만 활용하는 것은 못내 아쉽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학교 시설 아닌가. 생활체육이나 문화활동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서인·노론에 맞선 남인들의 총본산… 사도세자 신원 등 영남만인소 주도 [이동구의 서원 산책]

    서인·노론에 맞선 남인들의 총본산… 사도세자 신원 등 영남만인소 주도 [이동구의 서원 산책]

    ‘왕권중심 개혁 정치’ 이언적 기려 작고 소박하게… 절제의 미학 구현 ‘전학후묘’ 서원 배치 전형 보여줘 삼국사기 등 고서 유물 최다 보유 수요일마다 주민들 한학 수업 진행 경북 포항에서 영천 방향으로 국도를 따라 가면 경주시 안강읍 주변에 ‘양동민속마을’이 있다. 성리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1491~1553) 선생을 배출한 여주 이씨와 경주 손씨 양성이 서로 협동하고 경쟁하며 600여년의 역사를 이어 온 마을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이곳에서 영천 방향으로 8㎞쯤 떨어진 곳에는 201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옥산서원이 있다. 사회의 온갖 비리들은 왕권 중심의 정치를 통해서 개혁될 수 있다고 믿었던 회재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서원이다. 한때 평야로도 불렸던 경주 안강뜰의 서쪽 자옥산(紫玉山) 아랫마을에 위치한 옥산서원은 서인 또는 노론정권에 대항하는 남인의 총본산으로서 경주권 내 유림을 조직, 동원하는 위치로 그 영향력을 증대했다.1610년(광해군 2년)에는 제향자 이언적이 동방5현으로 문묘에 종사되면서 이황을 배향하는 도산서원과 함께 영남 남인을 대표하는 서원으로 인식됐다. 옥산서원의 유림들은 노론인사 송시열(宋時烈)의 문묘종사를 반대하는 영남유소(1736년 영조 12년), 사도세자의 신원을 청하는 두 차례의 영남만인소(1792년 정조 16년, 1855년 철종 6년)와 대원군의 서원 철폐를 반대하는 영남만인소(1871년·고종 8년) 등을 이끌었다. 1884년(고종 21년)에는 복제개혁에 반대하는 만인소를 주관하기도 했던 곳이다. ●독락당과 옥산서원 옥산서원은 이언적 사후 19년이 지난 1572년(선조 5년)에 건립됐다. 이언적이 어린 시절 공부와 독서를 했던 곳이자 1532년 김안로의 등용을 반대하다 정적들의 공격으로 파직되자 낙향해 독락당(獨樂堂)을 창건하고 약 5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이언적은 이곳에 머물면서 자연 경관을 좋아해 독락당 옆으로 흐르는 자계천 주변의 몇몇 바위를 징심대, 탁영대, 영귀대, 관어대, 세심대라 명명했고 많은 시를 남겼다. 특히 옥산서원 밖 북쪽 일대의 바위를 가리킨 세심대는 정조 임금이 이언적의 속대학혹문(續大學或問)의 서문을 내고 지방초시를 개최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 바위에 새겨진 세심대와 용추라는 글씨는 이황이, 계정이라는 정자와 독락당의 현판은 당대의 명필인 한석봉과 아계 이산해(鵝溪 李山海)가 썼다. 옥산서원의 강당인 구인당의 편액은 1839년(헌종 5년) 추사 김정희가 썼다. 회재 선생 사후 19년이 지나 후학들에 의해 조성된 옥산서원은 독락당을 중심으로 각 건물이 조화롭게 배치되도록 했다. 서원의 출입문-누각-강학공간과 마당-강당-사당출입물-사당-사당 뒤쪽의 담장으로 이어지는 중심축에 건물이 배치됐다. 강당인 구인당을 비롯해 서원의 내삼문인 체인묘와 역락문, 누각인 무변루 등 앞쪽에는 강학공간을, 뒤쪽에는 제향공간을 형성해 전형적인 전학후묘의 배치를 하고 있다. 조선 서원 건물은 주변 건물보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다. 절제되고 단아한 모습으로 조성돼 성리학적 세계관을 서원 건축물과 공간에 응축시켜 놓았다. 절제의 미학으로 표현되곤 한다. 특히 화려함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대자연을 자기 안으로 수렴하며 제향자의 정신이 반영된 최소한의 규모로 소박하게 지어진 게 서원 건물의 특징이다. ●탄탄했던 서원 곳간 옥산서원은 제향자의 내외손, 향촌사림, 지방관의 상호 협조하에 설립돼 설립 초기부터 경제적 기반이 탄탄했다. 창건과 동시에 경주 읍민의 토지가 모아졌고 당시 청도, 경산 군수를 역임했던 이언적의 서손인 이준 등 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랐다. 서원 설립 초기 토지가 300여곡(1곡은 10두, 쌀 200석을 생산 가능한 토지)이나 됐다고 한다. 옥산서원의 전답 규모는 소수, 도산, 병산서원 등 영남의 대표적인 서원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여타 사액을 받지 못한 서원들에 비해서는 월등하게 크다. 서원의 토지와 노비 확보는 서원경제의 양대 기반이었다. 옥산서원의 호구단자 등에 나타난 노비 소유 규모는 설립 초기 58명에서 1801년 153명으로 늘어났다. 또 중요한 것이 국가 또는 관료, 사림들에 의한 서책, 어염 등 각종 현물 공여이다. 옥산서원은 정기적으로 소금과 각종 물품을 수송하기 위한 선척(배)도 영일, 장기, 흥해 등지에 여러 척 확보해 두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옥산서원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이지한 재무유사는 “현재도 서원 소유의 토지는 1만 2000여평에 달하나 실제 수입은 연간 1500만원 수준에 불과해 향사비로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말했다.옥산서원은 현존 서원 가운데 가장 많은 고문서, 필사본, 고서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이들 자료는 조선 중기 이후 서원과 향촌사회 연구에 귀중한 사료이다. 2004년 조사에 따르면 옥산서원이 소장한 고서는 총 943종 3977책으로 도선서원, 병산서원과 더불어 3000책 이상을 보유한 서원으로 꼽힌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보물 제525호)를 비롯해 동국이상국전집 등 다수의 귀중본이 있다. 삼국사기는 출간 후 남아 있는 판본의 수가 매우 적다. 반면 옥산서원 소장의 삼국사기는 1512년(중종 7년)에 경주에서 간행한 것으로 50권 9책의 완질이 남아 있다. 옥산서원에서 1862년(철종 13년) 5월에 작성한 ‘서책현재도록’에는 서원의 서책이 서원문 밖으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과 관리자가 책을 열람한 사람과 날짜, 책명 등을 기록한 후 직접 돌려받도록 했고, 책을 잃어버리면 반드시 다른 것을 구해 놓도록 했다. 이 같은 각별한 장서 관리가 있었기에 오늘날까지 많은 장서가 전승될 수 있었다. 후손들은 “아직도 제대로 조사·연구되지 않은 유물들이 많다며 실제 남아 있는 고서는 6000여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서원의 장서들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 1972년 회재의 후손들이 뜻을 모아 청분각을 건립해 유물을 보관했으나 충분치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2009년 ‘옥산서원유물전시관’을 새로 지어 유물의 훼손 방지, 도난 및 화재 예방 조치와 함께 일반인들의 열람이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전시관은 40여평 남짓한 소규모에 불과해 대부분의 고서와 유물들은 수장고에 보관해 둔 상태다. 이지성 옥산서원 운영위원장은 “각종 고문서와 소중한 자료들이 비좁은 수장고에 보관만 된 채 제대로 연구가 되고 있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 “전문 학예사 파견을 비롯해 체계적이고 활발한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교육관 설립 주변 환경 정비가 숙원 옥산서원은 매주 수요일이면 책 읽는 소리가 4시간여 동안 계속된다. 지역민 30여명이 서원 강당인 구인당(求仁堂) 마루에서 한학을 배운다. 5월에서 10월 초까지 가능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강의와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원 측은 현재 문화재청과 경주시, 경북도 등과 함께 교육관 설립을 추진 중이나 진척은 더디다. 이 운영위원장은 “메타버스 등 인공지능과 인터넷 등을 활용한 유학의 인성교육 등을 구상하고 있으나 서원의 능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면서 문화·교육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다. 서원 주변의 환경과 자연경관 훼손도 걱정이다. 자계천이 흐르는 옥산서원 주변은 경치가 좋고 계곡물도 맑으니 여름철이면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이들로 인해 세심대, 탁영대 등 서원의 역사를 품고 있는 바위를 비롯한 자연 경관의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서원 관리를 위해 파견된 이지현 경주시 주무관은 “환경오염 방지와 서원 주변 경관 보존을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서원이 요구하는 서원 관람 유료화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 이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 이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이며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 및 통일 분야에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하더라도 불가피하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앞장서 주장해 온 이대한 디펜스 뉴스와 네이벌 뉴스 한반도 담당 특파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한 ‘독자 핵무장 불가론에 대한 반론’ 전문을 소개한다. 이 특파원은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벨기에대사관에서 일했으며 해군 통역병 출신이다. 이 특파원의 글을 27일 소개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7월 한달에만 ‘포린 폴리시’에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와 이 특파원의 기고가 실린 데 이어 이번에 이 특파원의 기고가 다시 실리는 등 한국의 독자 핵무장 또는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파원은 11월 초에 공식 출범할 예정인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자강전략포럼’ 간사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서울신문 7월 28일자 서울광장 ‘커지는 핵무장 목소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729027028&wlog_tag3=daum 이대한 특파원 기고문 원문 : https://nationalinterest.org/blog/korea-watch/case-south-korean-nuclear-bomb-204995핵무장은 한국 정부 내에서 오랜 금기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분석해보면, 한국이 핵무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보적 이익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무형의 손실들을 과장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미국과 서방 진영이 막지 못한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발전을 보면 한국이 핵무기에 대한 목소리를 아직도 감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길 만하다. 한국이 ‘제한적 핵확산’과 ‘조건 핵무장’의 프레임 하에서 핵개발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주요한 논거들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NPT와 핵도미노 이론 핵무장에 대한 가장 흔한 우려는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혹독한 제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해당 조약에서 탈퇴하였지만 유엔이 북한을 제재한 이유는 조약 탈퇴가 아니었다. 또한 NPT는 가맹국들로 하여금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탈퇴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위협이 한국의 핵심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는 명분에 기반해 탈퇴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보다 핵기술이 이미 더 발전하였기에 별도의 대대적인 핵실험이 필요치 않을 것이므로 제재마저 피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국이 NPT 탈퇴를 말한다면 모든 사용가능한 옵션에 열려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중국과 북한에 보내어 김정은의 핵무기에 대한 한-미 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북한과 중국을 모두 억제하기 위해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대국 중 하나인 한국이 핵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한국의 핵무기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력을 뒷받침할 경우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인도가 1998년에 5차 핵실험을 하였을 때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는 불과 3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 후 2005년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해 양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협정을 체결했다. 인도의 사례가 보여주듯 민주주의 국가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이프가드 조치와 핵비확산 의무를 받아들인다면 NPT와 워싱턴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으며, 한국의 핵무장은 결국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널리 퍼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NPT 체제는 한국이 핵개발을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의 안보협의체로서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는 AUKUS(오커스)와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용인하고 있는 NPT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도 NPT 레짐은 건재하므로 추가적인 핵도미노 현상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핵보유국이 나타날 때마다 항상 핵확산과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핵확산이 물밀 듯 밀려오지도 않았고 국제 질서 또한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김정은의 핵위협에 비례적인 대응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보유국들의 기득권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해서 핵도미노 현상은 동아시아에 이미 발생했다. 이 현상의 두 가지 요인은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과 함께 개발된 북한의 핵무기, 그리고 동아시아 내 미국 동맹국들의 대등한 전략적 무기의 부족에서 오는 핵불균형이다. 그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국을 지켜야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에게 핵경쟁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다른 나라들로 핵확산이 진행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력, 발전된 핵기술, 농축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핵 투발수단 등이 부족하므로 핵무장을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므로 이 국가들은 핵무장을 위해 경제 개발을 포기하기 보다 선진 개발도상국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에 더 끌릴 수 밖에 없다. 대만의 핵무장도 중국과 맞닿은 특성 상 비현실적이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너뜨려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레드 라인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방사능 피폭 경험들로 인해 누적되어 형성된 일본 대중의 매우 강한 반핵 감정을 고려하면 한국의 핵무장이 반드시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이 핵무기를 개발하기도 전부터 일본은 군사용 ICBM으로 전환가능한 우주 로켓과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그러므로 한국의 핵무기가 이미 완성된 일본의 핵역량에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낮은 확률로 일본이 먼저 핵무장을 할 수도 있으나, 미국과 한국은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일관계가 역사적, 민족주의적 반감에 영향을 받아왔으나 양국은 공통된 민주적 가치와 중국, 북한을 억제해야 하는 안보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 일본이 북한과 중국을 역내에서 포위하기 위한 핵 안보분담을 지원하고자 결심한다면, 한-미는 ‘인도태평양 핵동맹’을 형성하기 위해 일본 또는 호주까지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핵무장한 한국이 여전히 중국의 군사경제적 힘에 맞서려면 이들 국가와 협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설득 유럽이 북한과 매우 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연합은 한국의 핵무장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외교적 우려만 표명할 것이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이 한국의 핵무장이 북의 핵위협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음을 납득하는 한 EU의 묵인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면 곧 한국이 설득해야 할 핵심 파트너인 미국만 남는다. 북의 증가하는 핵무력, 중국의 군사굴기 및 불법적인 북한 핵개발에 대한 침묵, 한국과 일본의 우려들이 워싱턴의 선택지를 좁힐 것이고, 머지않아 미국이 은밀히 핵심 동맹국의 핵무장을 환영하게 만들 수도 있다. IAEA와 미국을 통한 제3자의 핵사찰에 동의함으로써 한국은 핵무장 후에도 백악관의 비확산 원칙과 핵통제 정책을 존중할 수 있으며 원자력 및 안보 협력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널리 퍼진 인식과는 달리, 중국의 한국 핵무장 묵인을 이끌어 내는 것은 꽤 간단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비핵국가인 한국과 핵 레버리지를 가지고 더 융통성있게 행동할 수 있는 핵보유국인 한국 중에서 중국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미국에 반하는 헤징을 한국이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기반해 후자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미동맹과 역내 미국의 영향력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누리고 있는 핵 카르텔 또한 해치지 않을 것이다. 10명 중 9명의 한국인들이 미국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점이 보여주듯 한국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적성국가들로 인해 미국과 핵무장한 한국 간의 친밀한 관계는 필수적이며, 이는 워싱턴이 역내 반미국가들을 견제하는 데에 있어 한국의 핵자산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확장억제와 비용효율 일각에서는 여전히 나토식 핵공유나 미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향상된 확장억제를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전술핵 사용을 위해 미국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러한 방안을 상징성만 갖는 해결책으로 만들 것이고 핵균형을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다. 또한 역내 미국의 핵무기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대해 반발만 불러올 뿐이며 한국을 핵보유 국가로서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공 방어무기인 사드를 한국에 배치했을 때 경제보복을 가한 반면 한국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선보였을 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따라서 핵우산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에 있었을 때나 유용했을 철 지난 미봉책이다. 핵우산은 일시적인 억지만 제공할 뿐이며 한반도에서의 핵 교착상태에 대한 영구적인 안보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들의 핵심 이익을 수호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최근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마저도 적의 핵공격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핵보복이 언제 어떻게 즉각적으로 이루어질지 정의하는 명확하고 문서화된 기준 또한 지금까지 없었다. 예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였을 때, 핵개발 및 그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은 천문학적이지 않다. 이미 한국이 지상 및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과 폭격기로 사용가능한 핵 3축 체계를 모두 확보하였기에 핵무기가 제공하는 정치적 메시지와 억지력을 생각해보면 핵무장이 재래식 전력보다 훨씬 값싼 전략자산이다. 또한 잘 정립된 핵시설 안전관리 시스템은 한국에 풍부한 기술적 경험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한국의 핵개발 목적이 인접한 구공산권 국가들을 억제하기 위함이므로 비싼 전략폭격기나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2022년 국방예산으로 460억 달러(약 65조원)를 투입한 반면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을 위해 6억 4천만 달러(약 9천억원)만을 사용하였던 점을 미루어 보면, 산업화된 한국은 그간 재래식 무기에 사용해온 금액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을 핵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국방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핵무기는 재정적으로 확실하고 효율적인 국방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비확산 옹호론자들이 제기하는 다른 우려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큰면적을 차지하고 압도적인 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역내 동구권 국가들로부터 역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핵 대치 상황이 당사국들을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 놓이게 하므로, 수십 년간 핵전쟁을 억제해온 고전적인 상호확증파괴 법칙이 한국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이상주의자들이 주장하듯 핵무기가 그 어떠한 전략전술적 의미도 갖지 않는다면 미국은 왜 나토 동맹국들에게 핵억지력을 제공하였으며 이게 어떻게 전쟁을 예방할 수 있었는가? 모두가 이해하다시피 핵을 보유한 한국은 중국이나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공격적인 메세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접한 적성국가들에게 조차 정제되고 관리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 국가의 표준 행동 절차이다. 한국은 김정은의 잦은 핵협박과 호전적인 언사가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의 핵무기는 방어적 태세를 통한 레버리지 확보가 목적일 것임을 알고 있다. 북한이 자초한 고립이 한국에도 찾아오는 것은 핵 대전략이 없을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지 정당화된 핵무기 보유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이 북의 핵무기를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비판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적국의 선제 타격이나 임박한 위협에 대한 비례적인 대응을 취한다고 해서 적국 행위자의 잘못된 선제 행동을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며, 대응을 하는 것은 정당방위의 범주에 속한다. 한국은 비핵화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견지했고, 김정은이 이를 존중했다면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북이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 선제사용 독트린을 채택하고 비핵화를 거부함으로써 핵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독자적인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고, 외교안보 및 통일 분야에서 한국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이 당장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핵개발을 용인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 간에는 핵불균형이 항상 존재하며, 가장 강력한 재래식 전력조차도 핵무기에 비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은 북과 중국으로부터의 현존하는 위협에 있어 한미동맹을 위한 최고의 억제력이자 안보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핵개발을 하겠다는 한국의 결심은 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뒷받침할 것이다. 힘이 없는 평화는 절름발이이다. 독자 핵무장을 하겠다는 한국의 생존 본능을 죄악시하는 자들은 한국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안보 무임승차 비핵국가로 남는 것이 동아시아의 안보를 영구히 보장할 수 있다는 순진하고 나약한 논리에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이는 한국을 더욱 위험한 곳으로 몰고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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