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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반그룹, 서울숲에 ‘호반정원’ 조성…가족 참여 봉사활동

    호반그룹, 서울숲에 ‘호반정원’ 조성…가족 참여 봉사활동

    호반그룹이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참가해 도심 정원을 조성하고, 가정의 달을 맞아 임직원과 가족이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진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일대에서 ‘호반가족과 함께하는 그린 볼런티어 데이’를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마련된 것으로, 그룹 임직원과 가족 100여 명이 참여해 도심 속 자연을 체험하고 봉사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임직원과 가족들은 조별로 나뉘어 메타세쿼이아길, 은행나무 숲, 습지 생태원, 나비정원 등을 탐방하며 도심 숲 생태환경을 체험했다. 이어 반려식물 화분을 직접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실시했으며, 화분은 서울 지역 치매안심센터에 전달돼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돕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참가자들은 숲 미션 수행, 자연보호 실천 다짐 활동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일상 속 실천을 다짐했다. 행사 전반에는 친환경 용기를 활용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운영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 활동은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된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올해 정원박람회는 약 9만㎡ 규모에 167개의 정원이 조성된 역대 최대 행사이며, 서울숲을 중심으로 도시 전반을 하나의 정원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호반그룹은 이번 정원박람회에서 기업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와 협업한 ‘왕관의 수줍음’ 정원을 선보였다. 호반정원은 나무숲 사이에 다양한 식물을 배치하고, 곡선형 벤치와 테이블 등 숲의 틈을 활용한 공간 구성으로 도심 속 자연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황 작가가 이날 현장에서 임직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정원의 구성과 의미를 직접 설명하며, 작품에 담긴 철학과 자연 생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도 가졌다. 호반그룹은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공헌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은 임직원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은 “이번 활동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가치를 임직원 가족과 함께 체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면서 “앞으로도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호반그룹은 지난달 개막한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5억원을 출연해 행사 기반 조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충남 내포신도시 홍예공원에 탄소중립 실현과 주민들의 쾌적한 휴식공간 제공을 위한 ‘도민참여숲’ 조성에도 기금 1억원을 출연했다.
  • [성낙인 칼럼] 여야 합의 개헌이 헌법 정신

    [성낙인 칼럼] 여야 합의 개헌이 헌법 정신

    1987년 헌법은 1948년 제헌 이후 39년간 9차례 개헌으로 만들어진 10번째 헌법이다. 헌법의 불안정을 명징하게 보여 준다. 87년 헌법은 39년째 유지되며 헌법의 안정을 구가한다. 하지만 5차례의 정권 교체를 이뤄낸 민주 여정에도 불구하고 헌정의 불안정은 계속된다. 헌법 안정기에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룬다. 국회의장이 교체될 때마다 개헌 논의기구가 작동한다. 국회, 정부, 학계, 시민사회에서 수많은 개헌안이 제시된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는 개헌 논의를 배척하다가 임기 말 스스로 개헌 논의를 촉발했다. 개헌안 발의는 이론적·학술적 논의 차원을 넘어 헌법이 마련한 개헌 절차의 공식적인 실행이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헌법 제128조 제1항)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이 됐다. 2026년 범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개헌안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에 그쳤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제130조 제1항) 야당과 합의가 안 되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헌법 규범을 외면한 채 개헌안을 상정한 그 자체가 불통의 산물이다. 이번에 발의된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요건의 엄격한 제한 등을 담는 것이다. 야당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필요한 핵심적인 개헌 논의가 빠진 채 여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87년 헌법은 대통령 직선 쟁취라는 명분 하에 ‘여야 8인 정치회담’의 산물이다. 집권 야욕에 사로잡힌 여야 정치인이 주도한 개헌안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정치적 개헌’이었다. 이승만·박정희의 1인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전두환이 주도한 5공 헌법의 대통령 7년 단임 간선제를 5년 단임 직선제로 개정했다. 그간 5년 단임제는 9차례의 대통령직 교체로 그 소임을 다한 것 같다. 작금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실존적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개헌은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정치제도 작동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상실된 상태에서 이를 교정하려는 노력이 없는 개헌은 무의미하다. 대통령 재임 중 의회 권력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총선에서 극복하지 못하고 계엄이라는 우를 범한 정권, 대통령과 의회의 절대 권력을 장악한 정부·여당의 독주에 합리적 대안이 없는 개헌은 허구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개헌의 화두는 권력 분산이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법정단체인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권력 분산적 대통령제’를 제시한다. 집행부 내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균형적 작동과 더불어 내각은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균형추가 되어야 한다. 국회 다수파의 일방통행을 합리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주요 선진국처럼 의회에 새로운 균형추로서의 양원제 도입이 필요하다. ‘빨리빨리’ 정신에 입각한 단원제는 이제 그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 현행 헌법의 위헌 조항도 삭제돼야 한다. 197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위헌 판결이 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 ‘군인·군무원에 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이 72년 유신헌법에 삽입된 이후 5공 헌법을 거쳐 현행 헌법 제29조 제2항에 버젓이 살아 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가로막는 악법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과거 국가가 가난하던 시절에 군인·군무원에게 희생을 강요한 대표적 악법이다. 현행 헌법은 개헌에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성(硬性)헌법이다.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반드시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향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더라도 국회 재적의원 4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개헌이 가능한 연성(軟性)헌법도 고려해 보자. 독일은 통일된 그날 새 헌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면서 ‘법률 중에서 기본 법률’인 기본법(Grundgesetz)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일 후 이 기본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30여년간 거의 매년 30회 이상 개헌으로 통일독일의 국가적 통합을 이뤘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 “과거·현재의 끝없는 대화… 아카이브엔 미래가 있죠”[월요인터뷰]

    “과거·현재의 끝없는 대화… 아카이브엔 미래가 있죠”[월요인터뷰]

    영화계 최전선서 영상자료원장으로열악한 환경에 빛 못 본 독립영화 등韓영화의 역사 축적해 재해석 도와영상·K팝 등 ‘복합문화관’ 설립 목표위기의 한국 영화 진단과 해법코로나 이후 영화 감상 플랫폼 변화새로움 부족한 영화계에 위기 겹쳐시대에 맞는 새 ‘흥행 공식’ 세워야‘동시대성’ 담는 영상 아카이브과거에 박제되지 않게 현재화 지속뉴미디어 시대, 창작의 마중물로숏폼·스틸 컷 등 파생물들도 수집105만명 구독 채널 ‘한국고전영화’안성기 회고전 등 시의성 담은 기획‘K고전명작’ 찾는 해외 팬들도 급증오프라인 현장으로 열기 이어갈 것‘아카이빙’은 ‘기록을 저장하고 관리’한다는 원래 뜻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자료를 현재로 불러와 동시대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일이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전도서 제1장 제9절) 상투적 표현으로 굳어버린 구약성경의 이 문장은 사료(史料)의 파수꾼이 새겨들어야 할 진실이다. 과거에 미래가 있다. 모은영(57) 신임 한국영상자료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영상자료원은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로 출발했다. 한국 영화와 영상자료를 수집·보존하는 국가 영상 아카이브 기관이다. 직전까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영화계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모 원장은 지난 3월부터 영상자료원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모 원장의 ‘친정’이기도 하다. 2019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사가 100년을 지난 가운데 영화계는 극심한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 역사 속에 돌파구의 계기가 숨어있진 않을까. 그 계기를 찾아내는 게 바로 영상자료원의 임무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에서 모 원장을 만났다. -10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돌고 돌아 다시 오게 됐다. 내 영화 인생의 근본적인 태도를 배운 곳이 바로 영상자료원이다. 이후 영화제 프로그래머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동할 때도 영상자료원에서의 경험이 무척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 이 시점에 갑자기 원장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왜 지금, 나를 이곳으로 보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분명한 시대적 흐름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프로그래머의 일은 영상자료원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철 지난 유머인데,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할 때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아닙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존재라고도 하겠다. 영상자료원도 마찬가지다. 관객 그리고 산업으로서 영화를 어떻게 이해관계자들과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는 곳이다. 아울러 축적된 영화의 역사를 단순히 과거에 박제해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객과 창작자들이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에는 실무자로 현장에서 뛰었다면 지금은 훌륭한 직원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직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국내 독립영화 생태계의 현주소는 어떤가. 이를 위해 영상자료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독립영화계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다른 한국 영화와 마찬가지로 활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대안이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혀 왔다. 지금도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열악한 외부 환경 탓에 ‘발견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거다. 의무납본제에 따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법적으로 영상자료원이 저장하고 관리하게 돼 있는데 독립영화는 원칙적으로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는 영상자료원에서 최대한 아카이빙하고자 한다. 물론 예산상 한계로 한 해 2000편 가까이 제작되는 모든 독립영화를 품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 영화제에 소개되는 것 정도는 지원하려고 한다. 산간벽지 등 극장이 없는 곳에 영사기를 들고 가는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을 정동진독립영화제 등과 연계해 진행하기도 한다. ‘똥파리’,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영화가 좋으면 결국 관객이 찾게 돼 있다. 영상자료원은 좋은 작품들이 관객과 만나도록 유통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데, 영화계 관계자로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가. “영상자료원은 보존·복원 기관이지만 그래도 동시대 영화와 따로 갈 수는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다. 한국 영화는 진짜 위기가 맞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런데 다른 분야는 일상이 회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원상복구 됐는데 유독 영화계만 그렇지 못했다. 영화를 감상하는 플랫폼이 바뀌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의 단절이 일어난 것이다. 관객이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북페어나 록페스티벌과 같은 곳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그런 수요를 끌어오지 못한 게 아쉽다. 영화계에서도 전성기 때 정점을 찍은 이후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도 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한국 영화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최근 성공한 ‘살목지’와 같은 영화를 보면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성공 사례들을 모아 오늘날에 맞는 새로운 ‘흥행 공식’을 정립할 때다.” - 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 구독자가 105만명이나 된다. 엄청난 숫자다.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것을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전임 김홍준 원장의 식견에 더해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단순히 고전영화를 틀어주고 와서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고도의 ‘큐레이션’이 숨어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안성기 배우 회고전과 같이 시의성에 맞춘 기획전이 결정적이었다. 온라인의 특성을 잘 살린 기획들이 돋보였다. ‘토속에로’ 장르에 속하는 영화들이 구독자를 끌어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다.(웃음) 글로벌에서 K콘텐츠의 선전으로 외국인 구독자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현재 구독자의 절반은 해외 팬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온라인의 열기를 오프라인 현장으로 끌어와야 하겠다. 언제 어디서나 고전 명작을 4K 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자료를 구축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는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00만이 넘는 구독자가 오프라인 영화관의 관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아카이브라는 것은 과거의 시간을 박제된 채로 두는 게 아니다. 계속 재구성하고 현재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보존은 물론 그것을 동시대 관객이 경험하게 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숏폼 등 새로운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난관에 봉착한다. 별도의 기준이 없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당대의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다. 쇼트폼도 마찬가지다. 놓칠 순 없다. 영상자료원이 수집하는 대상이 단순한 ‘필름’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영화의 스틸컷,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앨범 등 영상 문화를 둘러싼 모든 파생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다. ‘동시대성’을 기준으로 삼아 현재 가장 유의미한 매체와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AI와 관련해서는 활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저작권 보호와 무분별한 악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대로 좋은 의미에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1950~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상들을 AI에 학습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다른 영화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영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창작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아울러 염두에 두고 있다.” -임기 내 강하게 추진하고픈 역점 사업이 있다면. “영상자료원의 오랜 숙원사업은 국립영상박물관 설립이다. 이는 최근 K팝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대된 ‘K콘텐츠 복합문화관’(가칭)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것을 어떤 방향으로 꾸려나갈지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돌아보면 10년마다 변곡점이 있었다. 20년 전엔 예술의전당 안에 영상자료원의 자료를 저장할 독립된 공간을 확보했다. 10년 전엔 아카이브의 이원화를 목적으로 경기 파주시에 파주보존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향후 10년은 영상이라는 주제 아래, K콘텐츠로 묶을 수 있는 한국의 여러 문화유산을 하나로 합쳐서 관리하는 박물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자 한다.” ■모은영 영상자료원장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영화영상이론학 석사를 받은 뒤 애니메이션 이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영화계 최전선에서 영화와 관객을 잇는 일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에게 친정이기도 하다.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다가 지난 3월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취임했다.
  • 6·3 개헌 투표 최종 무산…우원식 눈물·與 “내란 공범”·野 “일방 개헌은 독재”

    6·3 개헌 투표 최종 무산…우원식 눈물·與 “내란 공범”·野 “일방 개헌은 독재”

    6·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던 국회의 시도가 8일 최종 무산됐다. 1987년 이후 39년 만의 헌법 개정이었으나 이번에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눈물을 보였고, 개헌 절차 중단을 선언했다. 개헌 논의는 22대 후반기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헌법개정안은 전날 본회의에 올랐으나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해 투표 불성립으로 처리가 불발됐다. 앞서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발의했던 개헌안도 야당의 불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헌법개정안은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가치를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시도할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다. 이에 우 의장은 “표결해서 부를 던지든 가를 던지든 의사결정을 다 할 수 있는데 무슨 무제한 토론을 하나. 어제(7일)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아 투표 불성립돼서 다시 하는 것인데 무제한 토론을 하는 것은 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오늘 다시 본회의를 열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필리버스터로 응답하는 것을 보니까 더 이상의 의사진행이 소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 오는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로써 중단됐다”고 했다. 특히 우 의장은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의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우 의장은 산회를 선포하며 의사봉을 거칠게 내리치고 의장석을 떠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이 개헌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독재와 내란으로 가는 길”이라며 우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우 의장은 개헌 표결이 부결로 끝나자 여야 합의도 없이 다분히 감정 섞인 본회의를 개최했다”며 “이게 제대로 된 국회와 나라의 모습이냐”라고 반문했다. 송 원내대표는 “어제(7일) 개헌안 표결은 재적 의원의 과반이 출석해 소위 의결 정족수를 넘겼고, 찬성표가 재적의 3분의2를 넘지 못해 의결 표수가 모자란 것이어서 명백하게 부결된 것”이라며 “오늘 또 개헌안을 상정한다는 게 일사부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또 “명백히 위헌인 행위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우리 당은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송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헌법도 지키질 않는데 개헌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마음에 들면 지키고, 마음에 안 들면 때려부수는 민주당에 헌법은 장난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헌할 의지가 정말 있었느냐”며 “여야 합의 없이 개헌을 강행하면서 국민의힘이 반대했다는 기록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시대적 요구인 개헌을 끝끝내 저지하고 국회를 마비시켜 당리당략을 취하려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내란 세력의 공범임을 만천하에 자인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졸속’, ‘선거용’이라는 주장은 투표율 상승이 가져올 당리당략적 불리함을 가리려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의 헌법 개정 반대에 대해서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도 또한 국민의힘의 이런 행위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아마 심판받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을 향해 “자꾸 이러니 위헌정당 해산심판감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 수원 마실 주간보호센터, 어버이날 맞아 감사 행사 진행…세대공감 시간 마련

    수원 마실 주간보호센터, 어버이날 맞아 감사 행사 진행…세대공감 시간 마련

    어르신·직원·어린이집 아동 함께 참여…지역사회 돌봄 의미 되새겨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소재한 마실 주간보호센터가 어버이날을 기념해 어르신 대상 감사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센터 이용 어르신과 직원, 인근 어린이집 아동, 보호자 등이 함께 참여하는 세대공감 행사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어르신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 행사는 하모니카 연주를 시작으로 직원들의 주걱난타, 장구 연주, 노래 및 분장 공연 순으로 구성됐다. 센터 직원들은 의상과 소품을 활용해 무대를 구성했으며, 이용자들은 노래와 박수로 공연에 참여했다. 지역 어린이집 아동들의 축하 공연도 병행됐다. 아동들은 악기 연주를 선보인 후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안마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실 주간보호센터 측은 행사 과정에서 어르신들에게 꽃을 달아드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실 주간보호센터는 행사 중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직원들은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함께했다. 최상렬 마실 주간보호센터장은 “어르신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주간보호시설이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 어르신들의 삶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르신들은 오랜 시간 가정과 사회를 지켜온 분들인 만큼 지역 안에서 존중받고 의미 있는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간보호시설의 기능도 확대되고 있다. 단순 보호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정서 지원과 사회적 관계 형성, 가족 돌봄 부담 완화 등 생활 복지 기능까지 수행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실 주간보호센터는 평소에도 시니어 활동과 인지 프로그램, 실버체육, 음악 활동, 미용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신체 활동과 정서적 안정, 사회적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행사 마지막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 낭독과 함께 참석자들이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함께 부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후 어르신과 직원들이 서로를 안아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마실 주간보호센터는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위치한 4층 규모 시설로, 생활실과 프로그램실, 상담실, 운동실, 미용실, 테라스 공간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호매실동과 탑동, 금곡동, 당수동, 구운동, 오목천동 등 인근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역 밀착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개관 두 달 만에 관람객 3만명 돌파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개관 두 달 만에 관람객 3만명 돌파

    전남도가 지난 3월 5일 개관한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의 누적 관람객 수가 7일 기준 3만 3000명을 넘어섰다. 나주 공산면에 개관한 의병박물관은 개관 이후 평일 평균 200~300명, 주말 800~12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군부대, 대학 등 기관·단체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어린이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다. 초·중학교 등 단체 관람객 예약도 이어지고 있어 청소년 역사교육 공간의 활용도 기대된다. 이번에 달성한 누적 관람객 3만 3000명은 임진왜란부터 대한제국기까지 국난 극복에 앞장선 남도의병의 수여서 의미를 더한다. 박물관 외벽에는 남도 의병의 수를 상징하는 3만 3000개 알루미늄 패널 키네틱 파사드가 설치돼 있다. 의병박물관은 7일 3만 3000번째 관람객인 고흥 거주 송기열 씨를 위한 환영 행사를 열고 앞으로 박물관에서 발간하는 책자를 지속해서 받아보는 특전을 제공했다. 박물관은 관람객 편의 향상을 위해 5월 중 카페테리아를 열 예정이다. 박중환 남도의병역사박물관장은 “관람객 3만 3000명 돌파는 나라와 이웃을 위해 헌신했던 남도 의병의 뜻을 되새기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더 많은 도민과 관람객이 의병 역사를 가까이 접하도록 전시·교육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 이선구 경기도의원,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 참석... 노인 복지 증진 약속

    이선구 경기도의원,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 참석... 노인 복지 증진 약속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선구 위원장(더불어민주당, 부천2)이 어버이날을 앞두고 지역 어르신들을 찾아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7일 수원노블레스 웨딩컨벤션에서 개최된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경기도와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회장 임헌우)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어버이날 유공자와 그 가족 등 4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노인강령 낭독을 시작으로 효행 실천 유공자들에 대한 표창 수여, 축하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으며, 참석자들은 어버이날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과 지역사회를 만든 주역은 바로 어르신 여러분”이라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 속에는 어르신들의 땀과 헌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르신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데 중요한 방향이 된다”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이 존중받고, 보다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유공자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지금 이 계절이 가장 따뜻한 봄이듯 인생 또한 지금이 더욱 빛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 ‘꿀잼 도시’ 대전의 진격…‘꿈순이 유니폼·공정 관광’ 첫선

    ‘꿀잼 도시’ 대전의 진격…‘꿈순이 유니폼·공정 관광’ 첫선

    ‘꿀잼 도시’로 부상한 대전에서 즐길 거리가 더 늘게 됐다. 대전시는 8일 대전관광공사, 한화이글스와 함께 지역의 대표 마스코트 ‘꿈순이’를 활용한 특별 협업(콜라보레이션) 유니폼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은 꿈돌이 콜라보레이션의 후속 기획으로 유니폼·모자·인형·응원 도구 등 총 20여 종의 상품(굿즈)으로 구성됐다. 대전의 상징 캐릭터와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의기투합했다. 한화이글스의 팀 컬러에 꿈순이의 귀엽고 생기 넘치는 이미지를 반영해 야구팬뿐 아니라 시민·관광객에게 대전의 도시브랜드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꿈순이 유니폼’은 한화이글스 온오프라인 공식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박승원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장은 “지난해 꿈돌이에 이어 꿈순이를 활용해 대전의 색깔을 담은 협업 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스포츠와 지역 문화를 연계한 의미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시는 주민과 관광객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인 ‘2026년 지역 기반 공정 관광’도 추진한다. 공정 관광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광 수익이 지역 주민에게 환원되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이다. 단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이야기와 주민의 삶을 체험하고 교감하는 여행을 지향한다. 공정 관광 프로그램은 대전의 숨은 마을 이야기와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체험형 콘텐츠로, 5월부터 10월까지 총 26회 운영한다. 마을 특화·치유·친환경·야간·미식 여행 등 5개 주제로 당일형과 체류형으로 진행하며 참가비는 1인 기준 1만~12만원으로 프로그램별로 다양하다. 정승의 기운을 받아 함께 자라는 나, 그리고 나무 이야기, 대전 무장애 숲길과 목공이 만나는 아날로그 힐링 워크, 대전에서 1박 2일 가치 머묾, 식장산내愛 낭월생생여행, 성북동 가는 길 등이 있다. 이 중 대전 무장애 숲길과 목공이 만나는 아날로그 힐링 워크는 임산부·영유아·청소년 등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프로그램 정보는 대전공정관광 누리집(https://www.daejeon-fairtrave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 LG화학, 저소득가정 여성청소년에 위생용품 지원

    LG화학, 저소득가정 여성청소년에 위생용품 지원

    LG화학 여수공장이 지난 6일 저소득 가정 여성 청소년을 위한 위생용품 지원 사회공헌 프로그램 ‘꿈을 품다, 희망 Green Box’를 통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희망 Green Box’는 경제적 부담으로 위생용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청소년들이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매년 관내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 500명에게 5000만원 상당의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 지원에는 LG화학이 생산하는 친환경 소재 Bio-SAP*이 적용된 위생용품이 사용돼, 단순한 물품 전달을 넘어 친환경 가치와 미래 세대 지원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이번 사업은 LG화학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여수시, 쌍봉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 참여했으며, LG화학의 노사가 뜻을 모아 추진한 민·관·노사 협력 사회공헌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지원 대상자 발굴과 물품 전달 과정에는 지역 복지 기관의 전문성과 행정 기관의 협력이 더해져, 보다 촘촘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해당 사업은 지금까지 누적 5000여명에게 5억여원의 위생용품을 지원해 지역 내 대표적인 지속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LG화학 여수공장 주재 임원 이현규 상무는 “일상 속 작은 불편으로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며 “지역 기업과 시민으로서 여성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작지만 따뜻한 응원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 여수공장은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관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친환경 소재와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씨줄날줄] 로봇 스님

    [씨줄날줄] 로봇 스님

    불교는 석가모니 이후 2500년이 넘는 동안 혁명적 변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 부처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불상을 빚어낸 것도 그렇다. 부처는 생전에 제자들에게 “내 몸을 보지 말고 내가 깨달은 진리를 보라”고 가르쳤다. 금강경은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는 것은 그릇된 길을 행하는 것이며 여래를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니 석가모니 입멸 직후는 부처를 형상 대신 상징으로 표현하는 무불상 시대였다. 부처가 앉았던 방석, 깨달음을 뜻하는 보리수, 가르침의 전파를 의미하는 수레바퀴, 부처의 자취인 발자국을 새겼다. 그런데 인간을 닮은 불상이 1세기에 등장하자 곧 불교 문화의 핵심이 됐다. 대승불교는 조금 앞선 BC 1세기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초기 불교, 곧 소승불교는 스스로 깨달음을 찾는 종교였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핵심 이상은 ‘나 혼자의 해탈’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함께 구제하는 것이었다. 깨달은 존재인 부처와 더불어 중생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보살의 존재가 이 시기 등장한다. 이런 대승불교 사상이 석가모니의 생전 가르침에 부합하는지를 놓고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고 한다. 선불교도 인도 불교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지만 본격 정립된 것은 5~6세기 중국에서였다. ‘경전 밖에서 마음으로 직접 전한다’라거나 ‘경전의 가르침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파격적이다. 직관적 통찰을 중요시하는 선불교는 동양 사상의 도교와 닿아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서울 조계사에서 로봇 스님 수계식이 열렸다. 가비((迦悲)라는 법명을 받은 로봇 스님은 명예 스님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메타버스 법당, 디지털 불상, VR 명상 공간, 아바타 스님이 어색하지 않은 한국 불교다. 대중문화를 활용해 젊은 세대를 잡으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사회 변화에 적응하려는 한국 불교의 모습이 반갑다. 불교가 역사를 통해 보여 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DNA’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 정조 효심 배우는 금천의 특별한 가족 체험

    정조 효심 배우는 금천의 특별한 가족 체험

    서울 금천구는 가정의 달을 맞아 시흥행궁전시관에서 특별한 주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시흥행궁에 담긴 정조대왕의 효심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9일, 16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해설사와 시흥행궁전시관을 관람하며 정조대왕의 효심과 시흥행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어지는 강의에서 복숭아꽃과 효제문자도, 카네이션 등 시대별 효 문화 상징의 의미를 살펴보고 3D펜을 이용해 복숭아꽃이나 효제문자도 모양 자석(마그넷)을 만든다. 포토부스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등 추억도 남길 수 있다. 구는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가족을 회당 20명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포스터에 게시된 QR코드로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전시관은 정조대왕이 화성 행차 당시 머물렀던 시흥행궁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실감형 영상으로 체험하는 콘텐츠를 비롯해 주민해설사가 진행하는 상시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구 관계자는 “시흥행궁전시관에서 가족과 관람과 체험을 즐기며 따뜻한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 신비롭고 우아한 ‘형태미’… 한자의 새로운 발견

    신비롭고 우아한 ‘형태미’… 한자의 새로운 발견

    한자 구성 요소 중 ‘모양’에 집중안진경·손과정 ‘서예’ 예술적 분석글자 하나 유래와 쓰임새 등 설명 봄 춘(春)자의 옛 글자를 보면 원래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준’이다. 왜 봄에 어려움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을까. 준과 춘은 음도 비슷하지만, 의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목이 막 생겨날 때의 모습을 한 이 글자에는 어려움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자(漢字)는 어떻게 예술이 되고 역사가 됐을까. 한문 번역가이자 서예사 연구자인 윤성훈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은 한자의 모양에서 형태미를 발견하고 3000년을 이어온 ‘문명의 무늬’를 소개한다. 한자는 모양(形)과 소리(音), 뜻(義) 이 세 요소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한자의 소리, 뜻과 관련된 책은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었던 한자의 모양에 집중했다. 알파벳이나 한글에 비해 한자는 많은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결함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자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형태미의 매력을 발견한다. 그는 “글씨들에는 크게는 한 시대의 정신이, 작게는 한 예술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처음엔 이국적이고 신비롭게, 나중엔 웅숭깊고 우아하게 보이는 한자”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한자 모양에 대한 학문으로는 고문자학과 서예론으로 나뉠 수 있다. 저자는 고문자학의 학문적 성과를 받아들여 한자 초창기의 역사적 배경을 밝히면서도 글자의 형태미를 집중적으로 연마했던 서예라는 미적 성취를 끌어와 함께 설명한다. 이 책은 2013년 저자가 출간한 ‘한자의 모험’의 내용을 두 배 가까이 늘려 출간한 것인데, 뒷부분에 서예사 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안진경, 손과정 등 다양한 서예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덕분에 독자는 갑골문이나 금문이 쓰인 초창기부터 발전기, 원숙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후기까지 한자의 역사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글자 한 자는 작지만, 그 유래와 어떻게 쓰이고 확장됐는지 파생되는 이야기는 깊고도 넓다. 가령 봄 춘에는 술의 뜻도 담겨 있는데, 시간을 견딘 술동이 속에서만 화학 작용으로 봄비 내리는 소리가 나듯 봄도 인고의 계절을 거쳐야만 만날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저자는 또 참 진(眞) 자에 담긴 길고 긴 여정을 톺아보며 안진경의 글씨를 분석한다. 그는 “안진경이야말로 역사상 최초로 자기만의 얼굴을 가진 글자를 선보인 서자(書者)”라고 칭송하는데, 표준이 전제된 가운데 이 세계 밖, 즉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서 온 요소를 녹여야 강렬한 개성이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자의 모양은 계속 변해왔다. 초서의 탄생은 글씨가 왕의 위업을 기리는 도구에서 벗어나 개인의 예술 작품으로 가능성을 확장한 혁명적 사건이다. 남북조시대를 끝내고 거대 통일제국을 이룬 당나라는 왕희지의 행초서로 대표되는 남조의 붓글씨와 북조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새김 글씨 전통을 종합해 해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해서 이후 거대 서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한자의 모양은 개인적, 예술적 창조의 결과물이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한자에 담긴 언어의 역사, 인간 사회의 문화, 문명의 역사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한자의 다채로운 무늬를 만나게 된다.
  • 아픈 과거 품은 물길에… 다시, 치유가 차오른다[서울 로드]

    아픈 과거 품은 물길에… 다시, 치유가 차오른다[서울 로드]

    병자호란 ‘환향녀’ 슬픔이 서린 곳과거 씻는다는 의미로 몸 씻게 해50년간 버려졌던 유진상가 지하는빛의 예술길 ‘홍제유연’으로 재탄생커피와 함께 인공폭포서 ‘폭포멍’도 ‘길에는 주인이 없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은 ‘도로고(道路考)’에 이렇게 썼다. 소설가 김훈은 ‘허송세월’에서 ’“길은 소통의 통로란 의미”라고 풀었다. 오래 전부터 길을 중심으로 사람과 재화, 서비스가 움직이고 건물이 들어섰다. 이처럼 길은 도시의 경쟁력이자 풍경이며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600여년 역사의 서울에는 많은 길이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쫓겨갔던 유배길부터 3·1 운동과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2002년 월드컵, 두 번의 탄핵 촛불까지, 역사의 변곡점마다 길이 있었다. ‘서울 로드’에서 길에 스며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풀어보려 한다. “제 외아들의 처가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몸값을 주고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아들의 배필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선조의 제사를 받들 수 없습니다. 이혼하고 새 장가를 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1638년 3월 11일 ‘인조실록’ 중 우의정 장유의 상소문) “제 딸이 청나라군에 사로잡혀 있다가 몸값을 주고 귀국했는데, 사위가 다시 장가들려 합니다. 원통해서 못 살겠습니다.”(같은 날 전 승지 한이겸의 상소문) 병자호란(1636~1637년) 때 청나라에 끌려간 이들은 50만~60만명. 다수가 여성이었다. 일부는 온갖 고초를 겪고 다시 고향 땅을 밟았지만, 정절을 강조하던 조선 사회는 이들을 죄인 취급했다. ‘환향녀’(還鄕女)란 주홍글씨를 덧씌웠고, 잡혀갔었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인조실록’에서처럼 사회적 논란이 됐다. 급기야 인조가 “홍제원(弘濟院) 냇물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면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럼에도 돌아갈 수 없었던 여성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왕의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의 ‘홍은동(弘恩洞)’이 됐다는 속설이 있다. 북한산에서 발원해 홍제동, 남가좌동, 성산동을 거쳐 한강에 이르는 홍제천에는 ‘살아서 돌아온 죄’를 짊어져야 했던 환향녀의 슬픔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소거’되기를 강요받았지만, 살아내려 했던 여성 캐릭터를 다뤄 화제를 모은 드라마 ‘연인’과 연극 ‘나비’로 변주됐다. 홍제천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묵는 홍제원에서 유래했다. 의주를 거쳐 평양, 개성을 찍고 도착한 명, 청 사신이 무악재를 넘어 궁궐에 도착하기 전 의관을 정돈하는 숙소였다. 중국으로 출발하는 학자, 상인도 왕래하던 교통 요지다. 홍제원 건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 표지석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30~40년대 홍제천 일대는 경성이 확장되면서 도시 빈민이 몰려든 사대문 밖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글에 종종 등장하는 현저동에 대한 묘사를 보면 그때 생활상을 짐작할 만하다. “막상 내가 도달한 어머니의 서울 살림은 형편없이 궁색한 것이었다. 반듯반듯한 기와집 동네를 다 그냥 지나쳐 꼬불꼬불한 길을 한없이 기어올라가 깎아지른 듯한 축대 끝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초가집의 우중충한 문간방이 어머니의 서울 살림집이었다.”(‘나 어릴 적에’) 조선시대 중요한 육상교통로 중 하나였던 의주로는 박정희 정권에서 ‘통일로(서울역~파주 통일대교)’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서울 서북권역의 교통 요지로 계속 기능했다. 1968년은 1·21 사태(김신조 사건)와 푸에블로호 사건,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된 시기다. 3선 개헌을 준비하던 박정희 정권은 국민 불안감을 활용해 정치적 저항을 억누르는 전략을 취했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호가 ‘싸우면서 건설하자’였다. 이 흐름 속에 세워진 건축물이 유진상가다. 홍제천을 덮은 시유지에 1970년 지어진 유진상가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이자 랜드마크였다. 세대별 분양 면적이 최소 33평, 최고 68평에 달했다. 상가아파트임에도 고급 공동주택을 일컫던 ‘맨션’이란 명칭이 붙은 까닭이다. 유진상가는 서울 서북부가 뚫렸을 경우에 대비해 일반 건축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당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방어선은 구파발이다. 북한군이 구파발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나 세종로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홍은사거리를 거쳐야 했다. 구파발에서 6㎞ 남짓 떨어진 이곳에서 세검정길을 거쳐 청와대까지 5㎞, 정부중앙청사까지 4㎞ 거리였다. 유진상가 1층에 거대한 기둥(필로티)을 세우고 공간을 확보해 유사시 아군 전차의 엄폐 진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까닭이다. 하부 기둥을 부술 경우 아파트가 넘어지면서 거대한 대전차 장애물 역할도 하도록 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유신 시대를 상징하는 유진상가 위로 1995년 내부순환도로가 개통했다. B동의 절반인 4, 5층이 뜯겨나가고 회색빛 그늘이 드리웠다. 낙후한 부도심인 데다, 지하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도 없고 소음과 분진이 심각했다. 점점 흉물 취급을 받았고, 2010년대부터 재건축 민원이 제기됐다. 서대문구청이 사업시행자를 맡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난 4월 최고 49층 규모의 주거복합시설로 바꾸는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50년 동안 막혀 있던 유진상가 지하의 홍제천은 2019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군사 목적으로 폐쇄됐던 지하통로를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재생했다. 홍제천을 따라 흐르는 인연이란 의미로 ‘홍제유연(流緣)’이란 이름을 붙였다. 유진상가를 지탱하는 100여개 기둥 사이 물길을 따라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콘크리트는 캔버스가 되고 물이 스크린이 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온기’의 작가(팀코워크)는 “조선시대 환향녀 이야기에 비춰진 홍제천은 억울하게 외면받던 여성들을 위한 치유의 장소다. 따뜻한 온기를 담은 빛의 향연으로 평온한 정서를 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유진상가에서 걸어서 홍제천 변 산책로를 40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물길이 좁아진다. 홍제천 상류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위해 찾던 장소다. 특히 비 온 뒤 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라는 세검정(洗劍亭)이 으뜸이다. 요즘 말로 ‘물멍’ ‘폭포멍’을, 당시에는 관창(觀漲·비 온 뒤 폭포 구경)이라고 했다.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은 ‘유세검정기’에서 ‘우두커니 앉아만 있어도 좋기에 / 시 다 짓고도 어서 가자 말하지 않노라’라고 묘사했다. 노년의 겸재 정선(1676~1759)은 이를 그림으로 남겼다. 세검정이란 이름은 인조반정 때 이귀·김유 등이 모여 광해군 폐위를 결의하고 칼날을 씻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정자 앞 너른 바위는 조선왕조실록 편찬자들이 비밀 유지를 위해 원고 종이를 씻어낸 세초(洗草) 작업의 현장이다. 현재 세검정은 1941년 화재로 불타 주춧돌만 남아 있던 것을 1977년에 복원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서울도성과 북한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탕춘대성의 성문 ‘홍지문’도 가까이에 있다. 홍제천 옆 옥천암 바위에는 마애보살좌상이 앉아 흐르는 물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면서 이곳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이 있다. 홍제천 상류의 지류인 백사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추사 김정희의 별장터(별서터)가 나온다. 홍제천의 또 다른 이름인 모래내는 1960년대 형성된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맑은 물에 모래가 많아 생긴 이름이다. 장마철이 돼야 물이 흐르는 ‘건천’이었던 홍제천은 요즘 사계절 물이 흐르는 산책로로 바뀌었다. 2008년부터 펌프로 한강에서 상류까지 물을 끌어올렸다. 봄에는 벚꽃, 개나리가, 가을이면 단풍이 흐드러진다. 천변을 따라 달리는 러닝 크루, 자전거 족도 적지 않다. 안산(鞍山) 자락의 홍제천 인공폭포는 커피와 함께 ‘폭포멍’을 즐길 수 있는 또다른 명소다.
  • 은평구 ‘서울 금성당 무신도’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예고

    은평구 ‘서울 금성당 무신도’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예고

    조선 세종대왕의 여섯 번째 아들인 금성대군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울 금성당 무신도’ 8점이 전날 국가유산청으로부터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됐다. 7일 은평구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 예고된 서울 금성당 무신도는 나주 금성산의 산신인 금성대왕과 금성대군을 함께 모신 굿당인 금성당에 봉안됐던 무속화(巫俗畫)다. 무신도는 맹인도사, 삼불사할머니, 삼궁애기씨, 대신불사, 창부광대 등 인간의 운수와 질병, 수명과 복을 관장하는 신들의 모습을 담아 19세기 서울·경기 지역 무속신앙의 양상을 보여주는 자료다. 조형성·예술성을 비롯해 유래와 전승 맥락이 확인된다는 점과 현존하는 19세기 무신도가 드물다는 희소성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구는 무신도가 지난 2005년 은평뉴타운 재개발 과정에서 서울역사박물관에 보관되다 구의 노력으로 원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아 2024년 11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으로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구는 금성당에서 매년 금성대군 탄신일을 기념하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금성당제’를 연다. 금성당제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전통 무속의례로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 높이는 역할을 한다. 구는 이번 지정 예고가 1970년 ‘서울 국사당 무신도’ 이후 약 56년 만에 이루어진 무신도 분야의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구는 2008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울 금성당에 이어 총 2건의 국가민속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구 관계자는 “이번 지정 예고는 금성당과 금성당제가 지닌 역사성과 예술성, 공동체적 가치를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라며 “문화유산을 발굴·보존·계승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정조 효심 배우고 복숭아꽃 마그넷 만들기…금천 ‘가족 체험 프로그램’

    정조 효심 배우고 복숭아꽃 마그넷 만들기…금천 ‘가족 체험 프로그램’

    서울 금천구는 가정의 달을 맞아 시흥행궁전시관에서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특별한 주말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시흥행궁에 담긴 정조대왕의 효심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가족의 소중함과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오는 9일과 16일 토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먼저 해설사와 시흥행궁전시관을 관람하며 정조대왕의 효심과 시흥행궁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어지는 강의에서는 복숭아꽃과 효제문자도, 카네이션 등 시대별 효 문화 상징의 의미를 살펴보고 3D펜을 이용해 직접 복숭아꽃이나 효제문자도 모양 자석(마그넷)을 만든다. 포토부스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등 추억도 남길 수 있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가족으로 회당 2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포스터에 게시된 QR코드로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시흥행궁전시관은 정조대왕이 화성 행차 당시 머물렀던 시흥행궁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실감형 영상으로 체험하는 콘텐츠를 비롯해 주민해설사가 진행하는 상시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구 관계자는 “시흥행궁전시관에서 가족과 관람과 체험을 즐기며 따뜻한 추억을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성호 서울시의원, 연희동 ‘50년 묵은 기형적 역차별 규제’ 타파… 주민 숙원 풀어

    문성호 서울시의원, 연희동 ‘50년 묵은 기형적 역차별 규제’ 타파… 주민 숙원 풀어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의 50년 숙원인 ‘용도지역 역전 현상’ 해결을 위해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서대문2)이 앞장서 이끌어 낸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서대문구 연희로 11길 일대는 1976년 ‘순수 주택지 보호’라는 명목으로 주거전용지역으로 묶인 이후, 50년 동안 ‘2층 이하·용적률 100%’라는 엄격한 규제에 갇혀 있었다. 특히 평탄지인 거주지는 극심한 규제를 받는 반면, 인접한 궁동산 산지 사면은 5층까지 건축이 가능한 기형적인 ‘용도지역 역전 현상’으로 인해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와 지역 슬럼화라는 이중고를 반세기 동안 견뎌야 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 2020년(제298회 정례회) 동일 취지의 청원이 서울시로부터 ‘수용 불가’ 판정을 받은 지 6년 만에 거둔 재도전의 결실이다. 문 의원은 지역 주민 77명과 함께 과거 반려 사유를 정밀하게 분석하며 철저히 준비해 왔다. 특히 이번 청원을 통해 해당 사안이 단순 민원을 넘어 “서울시 도시계획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서울시의 전향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서울시의회가 연희로 11길 일대 주민들의 청원을 수용하며 적극적인 행정 변화를 촉구한 것은 지역 사회에 상당히 의미 있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지역은 보전 중심의 규제로 인해 주거 환경 개선이나 개발에 제약이 많았으나, 이번 시의회의 결정은 ‘무조건적인 보전’에서 ‘계획적인 개발 및 관리’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50년 전의 잣대로 현재 주민들의 삶을 재단해 온 불합리한 규제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가 왔다”며, “지난 6년 전 ‘수용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에 실망하셨던 주민들께 이번 본회의 통과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문 의원은 “이번이라고 되겠냐며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던 주민들께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드린 거 같아 뿌듯하며, 본 가결로 우울한 마음을 해소한 봄비처럼 따스한 빗줄기가 되시길 기원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주민들 역시 위로하였으며, “물론 청원의 본회의 가결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서울시가 청원 내용에 따라 조속히 용도지역 상향을 포함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착수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100% 반영될 수 있도록 의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청원 가결에 따라 서울시 집행부는 해당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방안과 종상향 이행 계획을 수립해 시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행정적 절차 이행이 의무화됨에 따라, 정체되었던 연희동 일대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도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이번 청원에 담긴 연희동 용도지역 개선 청원 경과는 아래와 같다. · 1976년 8월, 연희동 일대 주거전용지역 지정(50년 간 규제 지속)· 2020년 12월, 제298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청원 제출되어 시의회에서는 채택했으나 당시 서울시는 ‘수용 불가’로 거절· 2026년 3월, 문성호 서울시의원 소개로 주민 77명 청원 재접수(6년 만의 재도전), 도시계획균형위원회 및 본회의 원안 가결로 청원 채택· 향후 일정 : 서울시 후속 계획 수립 보고 후 지구단위계획 입안 및 종상향 절차 착수
  • “막걸리는 한국인 액체 밥이자 세계 문화 외교관”

    “막걸리는 한국인 액체 밥이자 세계 문화 외교관”

    한국문화 상징인 국가유산 막걸리 빚기전통막걸리 5덕은 ”사람을 이어주는 술“막걸리는 쌀 문명권 대표하는 발효음료“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한국인의 삶과 공동체 문화를 담아낸 ‘액체 밥’이자 세계로 나아갈 문화 외교관입니다.” 7일 동신대학교 ‘제3기 여성 리더십 최고위과정’ 강연장에서 허시명 술 평론가 겸 막걸리학교 교장은 ‘국가유산이 된 막걸리의 현주소와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우리 술 막걸리가 가진 역사성과 산업적 가능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허 교장은 “막걸리는 1988년 이전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셨던 술”이라며 “농촌에서는 허기를 달래주는 ‘액체 밥’ 역할을 했고, 노동의 피로를 풀어주는 삶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특히 2021년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유산)로 지정된 점을 강조하며 “막걸리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를 담고 있는 문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청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허 교장은 “조선시대에는 술 빚는 일을 맡은 ‘제주(祭酒)’라는 관직이 정삼품 당상관급 대우를 받을 정도로 중요했다”며 “정조의 ‘불취무귀(不醉無歸)’ 역시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정치적 의례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막걸리의 ‘5덕(五德)’도 설명했다. 허기를 달래주고, 취기가 심하지 않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노동의 활력을 돋우며, 사람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허 교장은 “막걸리는 결국 사람을 이어주는 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막걸리 산업의 변화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그는 2016년 이후 소규모 주류 제조 허용과 온라인 판매 확대, 스마트오더 도입 등 규제 완화로 젊은 창업자와 여성 양조인들의 시장 진입이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OEM(위탁생산) 허용을 “전통주 산업의 흐름을 바꾼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허 교장은 “예전에는 양조장을 직접 세워야 했지만 이제는 브랜드와 아이디어만으로도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며 “전통주 산업이 훨씬 창의적이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를 대표 사례로 들며 “OEM 방식이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며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언급했다. 1,000원대 대중 막걸리가 시장 저변을 지키는 동시에, 해창막걸리 같은 프리미엄 제품은 고급 소비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교장은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으로 ‘스토리텔링’과 ‘무감미료’를 꼽았다. 그는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술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함께 소비한다”며 “지역성과 서사를 담은 막걸리가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감미료는 재료 본연의 맛을 가리는 가면과 같다”며 “곡물 자체의 깊은 맛을 살린 무감미료 막걸리가 앞으로 미식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특히 막걸리의 세계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맥주가 보리 문명권의 대표 술이라면, 막걸리는 쌀 문명권을 대표하는 발효 음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막걸리는 이제 세계 시장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한 단계입니다.”
  •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87년 6월에 바랐던 세상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87년 6월에 바랐던 세상

    1987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필자는 한 학기를 쉬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때 6월 민주항쟁을 만났고, 쉬고 있을 때니 매일 거리에 나가도 마음이 편했다. 당시 거리는 ‘유인물의 바다’였다. 각종 단체가 밤새 준비해 나눠 준 유인물은 훌륭한 ‘미래 비전’이었다.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루자, 그래서 모두가 살 만한 이러저러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아름다운 내용이 많았다. 후대의 학자들은 당시의 민주화 요구를 ‘대통령 직선제’로 단순화한다. ‘형식적 민주주의’나 ‘절차적 민주주의’로 규정하면서 ‘87년 체제의 한계’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필자는 그런 역사 해석에 동의가 안 된다. ‘87년 체제 극복론’ 같은 주장에는 반감이 든다. 상투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시의 현실과 거리가 멀게 여겨져서다. 그때 거리에서 읽은 유인물 가운데 기억나는 게 여럿이다. 문화예술단체의 성명서가 특히 그랬는데, 민주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사회의 모습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들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땀 흘려 일한 만큼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 국가 폭력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말했다. 논리적인 내용의 유인물도 많았다. 크게 보면 자유롭게 참여하고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서로 돕고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자유, 평등, 우애’라는 프랑스혁명의 3대 이상이 시대나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참으로 보편적임을 느꼈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 한 10년 정도는 바람대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자유가 왜 중요한지를 필자는 그때 경험했다. 민주주의를 곧 “자유 결사체들이 만들어 내는 예술”로 보았던 알렉시 드 토크빌의 묘사가 실감이 나던 때였다. 평등화의 효과도 뚜렷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자본·노동 분배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나날이 낮아졌다. 단순히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평등만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사람들이 바랐던 평등은 협동의 의미에 가까웠다. 나누고 돕는 윤리적 공동체에 대한 바람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다정한 공동체에 대한 지향도 확고했다. 우정과 동료애가 무엇보다 존중되던 때였다. 거의 모든 일에는 동료와 선후배가 함께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민주화 40년째를 맞는 오늘의 일상이 낯설다. 그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게 너무 많다. 당시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평균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일본과 이탈리아 수준이다. 우리는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물질의 차원에서 대한민국만큼 ‘편리한’ 사회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심적으로 ‘편안한’ 사회는 아니다. 삶이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합계출산율은 인류가 평시에 기록한 수치 중 가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졸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지만 교육적 성취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된다는 믿음은 깨진 지 오래다. 중위소득 50% 미만 빈곤층 비율은 줄기보다 늘었다. 자살률은 1987년에 비해 3배가 늘었다. 아프간전쟁의 사망자 숫자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자살자가 더 많았다. 전쟁보다 더 많이 죽게 만드는 사회다.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압도적 1위다. 서유럽의 복지국가는 공적 이전을 통해 노인 빈곤을 60% 정도 줄이는 데 반해 우리에겐 그런 재분배 혜택이 없다. 노인에게 복지국가란 없다. 월 100만 원 미만 소득을 가진 노인들은 새벽부터 일해야 산다. 삶은 힘들고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지지대는 연약하다. 그러는 동안 이른바 ‘86세력’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 엘리트 집단이 되었다. 그들이 주도하는 국회에 대해 시민 4명 중 3명이 불신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 3명 중 2명이 국회를 신뢰했던 때와는 딴판이다. 이 모든 것이 진정 87년 체제의 한계 때문일까. 혐오의 팬덤 정치에서 쾌락을 느끼고, 법을 권력의 발밑에 두려 하며, 대통령 혼자만 자유로운 민주주의를 원하는 그들은 대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 걸까. 필자는 힘없어도 자유롭고 가난해도 평등하며 서로에게 다정한 공동체에 책임성을 갖는 정치가를 원한다. 박상훈 정치학자
  • [씨줄날줄] “오빠(OPPA)” 논란

    [씨줄날줄] “오빠(OPPA)” 논란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빅토리아 시대인 1857년 국가적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실제 쓰이는 단어를 모으고 의미는 물론 어떻게 쓰였는지 역사적 변화까지 수록하자는 원칙에 따라 학자는 물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어서 1884년에야 1권이 나오고, 총 12권 분량의 초판은 70년이 지난 1928년에야 완성됐다. 이 과정을 담은 책(‘교수와 광인’)이 나왔고 2019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등재된 단어는 삭제되지 않는다. 2010년부터는 온라인판만 발행되고 있다. 3개월마다 새 단어가 업데이트되며 현재 50만개 넘는 단어가 등재돼 있다. 우리말로는 ‘김치’(kimchi)가 1976년 처음 등재됐다. 가끔 한두 단어가 등재되더니 2021년 26개가 한꺼번에 등재됐다. 한류 열풍으로 세계 각국에서 지속해 쓰이는 단어가 대폭 늘어나서다. ‘치맥’(chimaek), ‘먹방’(mukbang), ‘언니’(unni), ‘오빠’(oppa) 등이 이때 등재됐다. 특히 ‘오빠’에는 두 가지 설명이 붙었다. ‘소녀나 여성의 친오빠. 존댓말이나 애칭, 또는 나이 많은 남자친구와 연인을 지칭할 때’와 ‘매력적인 한국 남성, 특히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배우나 가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3일 부산 선거운동에서 만난 초등생 여아에게 “(하)정우 오빠. 오빠 해 봐요”라는 말을 했다. 하 후보도 “오빠”라며 호응했다. 영상 공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두 사람은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페이스북에 “아동 성희롱까지 끌어오는 대단한 상상력”이라며 ‘머릿속이 음란 마귀’라고 썼다. 논란이 다시 이어지자 이 글은 삭제됐다. 이번 논란 속에 분명해진 한 가지 사실. ‘오빠’는 자발적으로 불러 줘야 뒤탈이 없는 단어다. 강요하는 순간, ‘오빠’는 오빠가 아니게 된다. 원하지 않는 친밀함을 강요하는 것은 언어 폭력일 수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야말로 정치인의 필수 덕목 중 하나다.
  • “경자유전은 실제와 괴리… 소유권 확인보다 경작 현실 봐야”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경자유전은 실제와 괴리… 소유권 확인보다 경작 현실 봐야”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수도권 일부 지역 외 농지거래 한파농사지을 땅·사람 부족이 더 문제균등상속 제도 탓 농지 파편화 심각외국은 세제 혜택 등 일괄 승계 유도영세 고령농·음성 임대차 해소 시급대규모 영농 가능한 구조 만들어야기술·자본 투입 경쟁력 제고 가능 ‘농지농용’ 합의가 선진농업의 열쇠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다. 1950년 농지개혁 이후 76년 만의 일이다. 국토 면적의 19%에 달하는 195만 4000㏊, 전국 1450만여 필지의 실태를 2년에 걸쳐 낱낱이 들여다본다. 총예산 약 1100억원에 신규 조사 인력만 5000명이 투입된다. 올해는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15만㏊가 조사 대상이다. 드론과 인공지능(AI)을 동원해 효율성을 높이고 수도권 등 투기 위험군 72만㏊는 별도의 심층 점검을 병행한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농지 투기 근절이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이 훼손되면서 농지 가격이 왜곡됐고, 청년농과 귀농인의 진입 장벽도 높아졌다는 문제의식이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를 투기 단속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상 첫 전수조사라면 소유권 확인을 넘어 토지를 누가,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까지 봐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을 만나 전수조사의 의미와 한계, 과제에 대해 들었다.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다.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이번 조사가 단순히 투기 적발이나 소유권 확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지가 생산 자원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태를 파악하는 ‘농지농용’(農地農用) 확립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농업적 이용의 가치를 우선하는 정책적 전환 없이는 지금의 뒤엉킨 농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3월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조사의 목적이 단순 단속인지, 농지법과 현실의 괴리 확인인지에 따라 방식과 범위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농지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투기인가 아니면 다른 차원의 문제인가. “2021년 LH 사태 이후 농지법이 대폭 강화되면서 농지 거래는 이미 한파다. 개발 기대감이 있는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농지 가격은 처참한 수준이고 거래도 거의 없다. 지금은 투기보다 농지가 매년 줄고 있는 현실을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 지역 농지 실거래가는 평당 60만 7000원으로 전남(8만 2000원)보다 7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생산 기반인 농업 용지는 매년 2만㏊ 안팎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증발한 농지만 서울시 면적의 3.3배에 달한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나. “지주와 소작의 굴레를 끊어낸 역사적 가치는 분명하다. 하지만 고령화와 노동력 고갈이 심화된 현장을 소유의 원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진짜 위기는 땅의 부족이 아니라 ‘농사지을 사람의 부족’이다. 누가 땅을 가졌느냐는 해묵은 논쟁을 넘어, 농지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이용할 것인가라는 실존적 고민에 집중해야 한다.” -경자유전이 현장에서 이토록 무력해진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도시 거주 자녀들이 상속으로 농지를 물려받으며 소유권이 극도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비농민도 일정 규모까지 상속 농지 소유가 가능하다 보니 세대를 거치며 필지가 잘게 쪼개졌다. 이 소유권 파편화가 결국 농업 규모화를 가로막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상속 제도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 민법상 균등상속 구조 아래 농지가 분할되면서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상속인이 늘었고, 현장엔 조각난 필지만 남게 됐다. 문중 땅처럼 소유관계가 흐릿해진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공적 장부와 현장의 괴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렇다면 이번 전수조사도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이 되겠다. “부재지주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현실에서 농지 소유와 이용은 이미 장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소유주 확인을 넘어 실제 이용 실태를 추적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난제다.” 유럽은 파편화 방지를 위해 단독 상속인에게 상속세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일괄 승계를 유도한다. 동시에 공공기구가 농지 거래에 개입해 비농민의 진입을 차단하고 실경작자에게 선매권을 부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갖춘 영농 기반이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농지농용의 관점에서 현재 우리 농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음성화된 임대차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8년 자경 양도세 면제 혜택을 놓치지 않으려 지주들이 계약서 작성을 기피하면서 임대차가 음지로 숨어들었다. 결국 지주는 허위 자경을 하고 실제 임차농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이미 50%를 돌파했다. 전국 평균 고령화율의 2.5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농가 경영주 2명 중 1명은 70세 이상이다. -음성화된 임대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농지 임대차는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 불법을 잡겠다며 실제 농사짓는 임차농을 쫓아내선 안 된다. 임대차를 양성화하고, 국가 지원이 장부상 주인이 아닌 실제 땀 흘리는 경작자에게 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임차인 보호 신고센터 운영과 임대차계약서 작성 유도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8년 자경 양도세 감면 등 ‘가짜 자경’을 부추기는 세제 혜택이 유지되는 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고령농이 농지를 놓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도 있지 않나. “농민 지위를 유지해야 받는 건강보험료 감면이나 연금 혜택이 은퇴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일본의 ‘농지중간관리기구’처럼, 고령농이 안심하고 은퇴할 길을 열어 줘야 농지가 청년농에게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다.” -꼬인 소유권 문제를 풀기 위해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은. “이제는 ‘누가 가졌나’가 아닌 ‘생산적 기능’ 복원에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 파편화된 소유권을 인위적으로 통합하기엔 이미 늦었다. 흩어진 필지를 물리적으로 집적해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용 권한을 체계적으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현대적 기술과 자본이 유입될 토양이 마련된다.” -우리 농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나는 이를 ‘전환지체’로 본다. 산업화 초기 농업은 제조업 성장의 밑거름이었으나, 제조업이 세계로 나갈 때 농업은 대농으로 변신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소농 구조에 머물러 버렸다. 국가 경제를 위해 소임은 다했지만 정작 자신을 혁신할 기회는 상실한 것이다. 농민 80%가 농업소득 연 1000만원 이하인 현실 자체가 증거다.” -우리 사회를 ‘농업문맹’이라 진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첨단 기술은 선망하면서 정작 그 기술을 담을 그릇인 농업의 본질은 모른다는 뜻이다. 농업은 유한한 농지를 공동체 자산으로 관리할 합의 능력이 필요한 고도의 ‘선진국 산업’이다. 농지라는 생산 자원을 부동산으로만 여기는 지금의 인식을 깨야 한다.” -산업적 돌파구를 위한 전략을 꼽는다면. “보조금과 표심에 의존하는 ‘정치 산업’의 틀을 깨야 한다. 한류 열풍으로 우리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흐름을 타서 농산물 가공과 콘텐츠를 결합한다면 우리 농업은 충분히 경쟁력 있는 수출 산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면적조사, 농업경영체등록정보, 농지대장 등 흩어진 통계를 하나로 묶는 데이터 통합이 이번 조사의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농지대장 기록을 현실에 맞게 바로잡아 정책의 기초 데이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한 이후 우리 농업이 마주해야 할 최종 과제는 무엇인가. “경자유전 원칙 아래 소유권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소유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생산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단계는 끝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지 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 자체가 우리 농업이 진정한 선진국형 산업 구조로 진입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주량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후 연세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통령직속 기본사회위원회 농어촌 기본소득 특별위원회 위원,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회 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국가 농정 혁신에 참여하고 있다. 5쇄를 찍은 베스트셀러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펴냈으며 데이터와 기술 기반의 농업 정책을 설계해 온 전문가다. 박상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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