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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국수습 원로5인에 듣는다/“정치인·유권자 의식부터 뜯어고쳐야”

    ◎“미래지향적 비전 제시해야”/일부후보 국익보다 대권을 우선시/선거공영제·TV토론 정착시켜야/한보사건 과욕이 원인… 분수지켜야/지금은 비상시기… 안보불감증 대비/모법부터 쇄신… 과감한 규제혁파를/정경유착 단절할 제도적 장치 필요 □참여 원로 ·고흥문 전 국회부의장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 ·서영훈 신사회 공동선 운동연 상임대표 ·정범모 전 한림대 총장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올해들어 노동법 개정파문에 이어 한보사태,그리고 현직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구속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사건들이 휘몰아쳤다.경제는 어려워지고,남북관계는 더욱 불투명해지는 등 지금까지 쌓아온 국가적 성취가 일순간에 허물어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짙게 퍼지고 있다.국정공백이나 표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서울신문은 국가원로급 인사 5명과의 긴급 설문식 인터뷰를 갖고 비상시국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 특히 대선주자들및 여야 정당 수뇌부,그리고 정부 공직자,기업인,국민들이 추구해야할 지향점을 알아보기로 했다.〈정치부〉 ▷설문◁ ①김현철씨 문제를 포함,한보사건이 남긴 전반적인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또 앞으로 국정운영의 중점은 어디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②돈 안쓰는 선거제도를 비롯해 고비용정치구조 타파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이에 대한 견해는. ③여야정당의 대권예비후보 및 정치권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나 충고는. ④연말로 다가온 대선과 각종 대형 비리사건의 여파 등으로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다.공직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나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⑤경제회생과 관련해 정부나 각 기업,그리고 일반 국민이 해야할 역할은. ⑥정부의 규제 완화라든가 노사관계 안정,소비절약과 사회기강 확립등에 대한 의견은. ⑦첫 북측 보트피플의 출현 등 북한판 엑서더스가 우려된다.남북문제 및 국가안보문제에 있어 정부나 정치권이 어떤 노력을 해야한다고 보는가. ▷고흥문◁ ①한보와 같은 사건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가.이런 일을 당해서 우리는서글프게 생각하지만,아들이 구속당한 김대통령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이제 수습하는 쪽으로 최대한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②당리당략에 매달리면 제도개선의 작업이 될지가 의문이다.제도를 바꾼다 해도 정치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는 정치판도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③우리의 정치제도는 돈 없이는 정치를 못하도록 돼 있다.소위 지구당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공천제도,붕당정치가 다 돈과 연결돼 있지 않은가. ④아직도 군사문화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획일주의,목표지상주의가 우리의 가치관을 지배하다 보니 정치의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다. ⑤경제의 급속한 성장이 거꾸로 정치판을 타락시켰다고 볼 수 있다.돈을 가지면 권력과 명예가 생각나고 그래서 무슨 수를 쓰서라도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하니까 정치인의 자질이 떨어지더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⑥현정권은 개혁을 했지만 개혁방향에 대해 아무런 설계도 없이 즉흥적인 정책을 남발했기때문에 국정의 기본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⑦민족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가진 사람이 21세기의 대통령이 갖춰야할 자질의 하나다.냉철한 판단력과 뜨거운 마음을 가진 지도자야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시대의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본다. ▷김태길◁ ①근본원인은 자기분수를 지키지 않은데 있다.모든 국민이 과욕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또 우리 정국은 누구나 알다시피 난국에 처해있다.이를 극복하는 길이 최대과제라 했을때 여야는 이 상황을 정치싸움에 이용하려 하지말고 나라를 살리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 ②많은 사람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는 선거방법을 지양하고 TV토론,선거공영제를 정착시켜야겠다. ③일부 후보들은 대권을 국가이익보다 우선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개인이나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전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④요즘 대통령권위가 약화된 틈을 타 공직사회의 질서가 흔들리는 듯하다.이럴때일수록 굳건히 자기자리를 지켜야 한다.일본은 내각이 자주 바뀌어도 관료사회가 튼튼해 나라가 제대로 유지된다.우리도 정치가 아무리 흔들려도 공직사회가 확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⑤·⑥정부,기업,국민 모두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이를 위해서 국민들은 과소비를 추방하고 정부는 기업이 믿고 일할수 있도록 일관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노·사도 제이익만 챙기는 소아병적 태도에서 벗어나 나라살림 살리는 것을 첫째 목적으로 세워야 한다. ⑦안보문제,통일문제도 정부의 태도가 일관적이지 않아 국민들이 혼란을 겪는다.또 통일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남쪽이 먼저 하나로 대동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이와 함께 막대한 통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나라와 국민이 준비해나가야 한다. 덧붙여 말하면 우리사회는 지금 민주주의로 가는 길목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따라서 국민들의 민주시민의식도 낮은 편이다.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자유를 강조하면서 타인의 권리 자유도 존중해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그러나 우리국민들은 이기주의에 가까운 극단적 개인주의,물질주의 등에 젖어있고 당장의 이익만 생각해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있지 않다.민주주의 확립을 이해서는 국민들의 올바른 정신적 자세의 확립이 시급하다. ▷서영훈◁ ①먼저 정치문화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정치인과 유권자의 의식과 관행이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앞으로 국정의 중점은 세계사적 변혁기에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존,발전할 수 있는가를 모색하는데 둬야 한다.경제 회생과 새로운 환경,여건에 맞는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요망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 협조에 의한 국정의 안정이라고 본다. ②우선 선거공영제가 확대돼야 한다.불필요한 대규모 옥외 군중집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공영제를 말하는 것이다.TV와 신문등 매스컴을 활용해서 입후보자를 속속들이 알릴수 있기때문이다.「권경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양성화가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③무엇보다 돈에 의한 선거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또 상대방 후보에 대한 중상모략이나 인신공격을 하는 후보는뽑지 말아야 할 것이다.지도자는 선거과정부터 법을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정치지도자들은 경제와 통일,문화,교육등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정책 제시에 의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이번에 당선될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21세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사적 의무가 있다.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을 조화,통합시켜 미래의 역사를 건설해 나갈 신념과 철학을 가져야 할 것이다. ④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민생안정과 기강확립 등 나라살림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우리 공직사회에는 아직도 부정부패가 관형화된 「타성적 공직자 문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그러나 공무원들이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야만 새로운 사회,새로운 나라가 건설된다. ⑤정부는 세계화·개방화에 따르는 변화를 읽고,그에 대응하는 제도개선과 정책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기업은 새로운 무역상품의 개발이 시급하다.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 개발,특히 정보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과 생산성 향상이우선과제라 생각한다.더불어 살기위한 노사정책도 불가결하다.국민과 기업,정부 모두가 낭비적 지출을 억제하고 조절해 건전한 생활문화를 이루는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⑥환경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인허가 업무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규제가 있는 곳에 부정한 거래가 생기기때문이다.규제완화는 모든 부처가 협조해가면서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입 사치품에 대한 과소비는 국민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거품경제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까지 타락하게 한다. 근본적으로 국민이 정부를 믿을수 있도록 확고하고 일관된 정책을 펴고,국민은 국가통치의 공신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공공질서를 준수하는 등 합심해야 한다. ⑦북한의 김정일체제와 동포들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굶어죽을 지경에 몰린 동포들에 대해서는 식량지원 등 동포애를 발휘해야할 것이다.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불변한 대남무력통일정책이나 적대행위에 대항하는 국방과 외교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황장엽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사건에 대해 일부 혼란이 오고 있다.언론이 황비서 처리방안과 관련한 이견들을 너무 확대시켜서는 남북관계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여유와 주체성을 갖고 좀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정범모◁ ①권력은 아무리 공적으로 청백을 맹세해도 그 부패의 가능성은 항존한다고 볼 수 있다.따라서 부패방지,정경유착 단절에는 더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이번 사태를 통해 얻어야 한다. ②과거와 같은 대중유세식 선거운동을 지양해야 한다.대신 대중매체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유권자의 자세도 사리사익을 넘어서야 정치권에서의 개혁노력이 결실을 맺을수 있을 것이다. ③대통령선거에 나서려는 여야 인사들은 대중집회주의,선동주의,인기영합주의,기회주의,비방주의 등 구시대 정치유물을 청산해야한다.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정책적 소신의 천명에 주력해야할 것이다. ④모든 공직은 대통령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국민의 안녕복지가 공직자의 제1사명임을 되새긴다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가분명해질 것이다. ⑤나라가 어려울때는 제각기의 직분에서 여느때와는 다른 자성,자숙,자제가 필요하다.개인의 권익의 추구와 요구를 약간은 「유보」하는 기간을 설정하는 지혜를 발휘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⑥지금은 일종의 비상시기이며 위기다.그런 인식이 선행한다면 노사관계 안정,소비절약 등,자성하고 자숙하는 행동들이 자연스레 후속되어야할 것이다. ⑦선거때문에 남북문제가 표류하지 않기를 바란다.남북관계에 있어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원칙있는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할 것이다. ▷조완규◁ ①한보사건을 역사발전,또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김영삼 대통령 본인의 도덕성,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지난 4년간의 국정운영은 측근들의 정치에 의해 왜곡되었다.앞으로 대선자금등에 대해 시인할 것은 시인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②돈 안쓰는 선거를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으면 표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고쳐야 한다.제도도 고쳐야겠지만국민의식의 전환도 큰 문제다.선거와 관련하여 「돈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모든 금전은 반드시 회계장부를 통해 드나들어야 하고 반드시 증거가 남는 수표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③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사람들은 유권자들에게 「왜 나오는지」「뭘 가지고 나오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국가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출사표의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특정세력의 세몰이식으로 대권경쟁에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④선거철에만 공직사회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개각소리만 나도 복지부동, 눈치만 본다는 지적이 많다.일본처럼 정권이 자주 바뀌어도 확립된 관료체제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⑤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장단기적으로 경제주체들이 할 일이 많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우리 상품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지는데는 기술력의 한계가 가장 큰 문제다.과학기술역량의 신장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서울대가 아시아권에서 10위권에도 못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문화,기술수준을 얘기해 주고있다. ⑥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한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관련 법에 규제를 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많다.좀 더 과감한 규제혁파를 위해서는 규제의 근거가 되고있는 모법부터 쇄신해야 한다.최근 노사문제는 서로 자제를 하고있어 다행이다.기업이 있어야 노사도 있다는 인식을 잊어서는 안된다. ⑦안보의식에 관한 한 많은 사람들이 불감증에 걸려있다.북한의 기아상태가 극심한데도 평양의 군사퍼레이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북한의 진정한 실체가 뭔지,2중적인 구조를 얼마나 버틸지 알 수가 없다.우리측 의사와 상관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가정아래 대비책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 그래도 우리는 절약해야(사설)

    우리의 절약운동은 무역장벽을 극복하려는 외제불매운동이 아니다.그러므로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고 있는 WTO의 요구는 유감스럽다.이 요구에 부응하여 정부는 우리의 소비자운동이 국민들에 의한 외제불매운동으로 비치지 않도록 할것을 조치하였고 그로 인해 정부당국이 외국에 굴복하는 듯한 결정을 내린 결과가 되었다.그러나 거듭 밝히지만 우리의 절약운동은 외제불매운동이 아니므로 지속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본디 절약을 사람된 도리와 덕목으로 삼아온 민족이다.묵은쌀이 남아있으면 햅쌀을 선뜻 먹지않고,버선도 진솔로 신기 전에 볼을 받아신는 미덕을 가르치고 배워온 민족이다.허연 낟알이 수채구멍에 버려지는 일을 하늘 무서워하고 굶는 이웃을 두고 기름진 냄새피우는 일을 외경하도록 훈육되어온 후손이다.그러면서도 헌옷을 남루가 아니라 아름다움이게 하는 지혜를 문화유산으로 이어왔다. 우리의 절약운동은 그러므로 도덕운동이다.각나라와 민족이 그나름의 철학과 사상을 지니는 것은 그들만의 생존관이고 사생관이다.이 슬기로운 생활철학을 계승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오늘의 우리에게는 있다.그러하므로 산업화과정에서 왜곡된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이 우리에게 생긴 것을 당연히 이제 거두어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이르고 있는 것이다. ○소비절약운동은 도덕운동 또한 오늘을 사는 인류에게는 유한한 지구자원의 절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환경오염에서 지키고 함께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절대적 명제를 어느나라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이 지구촌의 명제에 동참하는 일이 우리의 절약정신이고 절제운동이기도 하다.어느나라나 지구적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지만 그 접근은 그 나름의 품성과 질서로 이행하게 마련이다.서구적 논리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는 동기를 문화의 특성에서 찾는 일이 불가피하다.우리의 검약사상이나 절제정신은 지구촌적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정신운동의 바람직한 근거이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 경제발전을 지속하여 살아남느냐 헤어날수 없는 나락으로 전락하느냐로 기로의 명운에 놓여있는 나라이고 국민이다.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전통의 유산이고 덕목인 절제와 검약정신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누구도 막을수 없을 것이다. ○지구촌 자원절약과 상통 우리는 실제로 그 지혜와 미덕으로 수많은 어려움의 역사를 견뎌왔고 앞으로도 견딜 것이다.그렇게 스스로 살아남음으로써 세계인으로서의 도리와 기여를 다할수 있을 것이다.우리의 자원절약운동의 선택은 이처럼 다원하고 다목적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세계의 이웃들도 알아야 한다.우리의 이같은 정신적 사명의 발현을 통상이라고 하는 협소한 논리에 묶으려하는 대외의 시각은 교정되어야 한다.그를 위해서는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민주국가에서는 민간이 벌이는 운동을 정부가 간여할 수 없다.한국은 민간운동이 관의 조종을 받는 나라가 아니다.시민운동의 기능이 성숙해가는 우리의 시민운동은 계속할 수밖에 없음을 거듭 천명해둔다.
  • 희곡작가 이현화(이세기의 인물탐구:129)

    ◎조직속에 마멸되는 소시민 아픔 고발/냉소적인 풍자로 날카로운 현실비판/겸손한 신사지만 할일과 할말은 다해 이현화는 조용한 사람이다. 모션이 크지 않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의 심층에 스미듯 접근하여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친밀한 존재로 끝까지 남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괴팍스러움을 과시하지 않지만 범상한 인물 또한 아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시시한 것을 용납하지 않고 책임지고 자신의 세계를 펼친다고 믿는다.그래서 그의 작품을 선택하려는 연출가들은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이현화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만 그는 연출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협의 과정에서도 연출가의 의도를 이해하여 작품을 왜곡시키거나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영합하지 않는다. 그와 많은 작품을 해온 연출가 채윤일은 『일류교육을 받은 정상적인 직업인에다 손색없는 연극인,훌륭한 가장이지만 그에게는 원만한 구석이 없어보이고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는데 편집광적」이라고 했다.그러나 일단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면 배우와 연출가의 몫으로 모든 것을 돌린다. ○연극반 후배와 화촉 그는 언제봐도 겸손하고 예의바른 신사다. 어떤 일에서는 한 템포 뜸을 들이고 어눌한 편이지만 할말은 다하고 할일은 다하고야 만다.그의 작품만 봐도 알수 있다.작품속에 담긴 작의에는 임의성과 작의성이 도사리지만 그 모든 진행에는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른바 무대위에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형식을 떠나 생생하고 직접적인 실체험과 생체험으로 관객에게 접근하여 감정에 충격을 가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두 쌍의 기이한 남녀가 벌이는 「쉬­쉬­쉬­잇」이나 「누구세요?」는 언뜻 보면 일상적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사랑의 부재를 그리고 있는것 같지만 실은 거대한 조직사회에서 마멸되어가는 소시민의 아픔을 파헤치고 있다.문제작 「0.917」역시 성인들의 일상적 삶의 무의미함에 의표를 찌르고 있지만 인간의 무의식속에 잠재된 원천적 리비도를 표출하여 그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억압을 그리고있다.이른바 수면에 떠오른 민초의 존재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그속에 잠재된 무진장의 힘이 수면에 떠오를 때의 예측할수 없는 위기감과 돌발사태에 대한 경고다.0.917이란 빙산이 잠수되어있는 부분과 수면위에 나타나있는 부분의 비율이다. 「불가불가」나 「카덴짜」같은 역사극도 논리적 전개와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기 이전에 「훼절을 요구하는 왕」과 「절개를 굽히지 않는 신하」의 고문을 반복적으로 감행하여 작품전체에 「가학성」을 부각시키는 독특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그리고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역사의 흐름이 잘못되게한 책임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있으며 그것은 수백년이 지난 오늘,「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자신」임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이현화는 날카롭다.「연극은 더이상 거짓되고 피상적 현실의 사실묘사일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평론가 심정순은 「그 기법과 개념이 프랑스의 앙토낭 아르토의 잔혹극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연극평론가 김방옥도 지난 75년이래 지속적으로 공연되어온 그의 「누구세요?」를 보고 「아직도 이만한 작품이 다시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현화에게는 다행인지 모르나 우리 연극계로서는 불행한 일」이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그의 희곡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의 성장과정이 기묘하게 맞물려 있음을 짐작할수 있다. 그는 먼저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월남한 실향민이다.한글교육 1세대에다 초등학교 3학년때 6·25를 만났으며 중학교입시로 상급학교에 진학했고 고교 3학년때 4·19,대학 1학년때 5·16,군입대무렵에 6·3사태 등 시대의 고비고비를 가장 섬세한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맞고 있다.그래서 초기에는 냉혹한 사회구조속에서 소멸되어사는 현대인의 자아상실문제와 정체성의 불확실성에 주력하고 80년대에 접어들자 부도덕한 조직에 짓밟히는 민초의 삶,짓밟혀도 짓밟혀도 일어서는 끈질긴 생명력에 조명하고 있다. 서울 효자동에서 운수업을 하던 이문호씨의 3남2녀중 넷째.서울중학시절 누님이 권해준 「한국문학전집」속에 실린 유치진의 희곡을 읽고 「소설이나 시보다 더 재미있는 문학장르」에 반해서희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 「1970년」이란 어느때보다 행운의 해였다고 기억한다.그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당선했고 한국방송공사(KBS)에 입사했으며 군제대후 연세대에 복학해서 연희연극회에 영어연극반을 신설,스트린드 베리히의 「이스터(부활제)」를 연출하다가 여주인공 엘리노어역을 맡았던 후배 이영자씨를 만나 결혼했다. 작품의 숫자는 많지않지만 그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질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수많은 상을 휩쓸게 된 것은 다양한 주제와 창작적 흥미에도 불구하고 사회성이나 역사성보다 개인적 삶의 의미를 심층있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언어사용은 간결하고 함축적이면서 약간의 냉소적 풍자와 함께 운문적이고 명료한 산문적 대사를 구사하고 있다.그의 주된 관심사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차원에서 이성적 논리에 호소하기 보다는 감각적·심리적 충격에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마다 숱한 화제 독창성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전통연극에서 얻어낸 영감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해내는 능력도 그만의 가공할 극작술과 무대의 실제를 잘 터득하고 있는 노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50대중반인 지금도 서정성과 낭만을 잃지않고 만년 소년같은 심성과 취미를 지키는 그는 새 작품을 쓸 때마다 반드시 새 만년필을 사고 그린색 잉크를 고집하여 컴퓨터나 노트북이 아닌 육필로 작품을 탄생시킨다.언젠가부터 수면속에서도 자신의 창작생활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여전히 조용하다.그러나 그의 사고는 앙칼지고 그의 실천성은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짚고 넘어갈 것은 반드시 짚어내면서 상대방의 가슴에 스미듯 접근하여 가장 진실한 정과 진리의 빛을 남겨준다.연극계의 비범한 존재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 그는 눈부신 계절에 또 하나 새롭고 신선한 충격을 위한 그 시작을 서두르고 있다. □연보 ▲1943년 황해도 재령 출신 ▲61년 서울고 졸업 ▲67년 연세대 영문과 졸업 ▲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요한을 찾습니다」 당선, 극단 광장공연(이진순 연출),KBS(한국방송공사) 입사,드라마PD ▲75∼80년 희곡 「누구세요?」 극단민중극장공연(정진수 연출) ▲1976년 중앙일보 창간10주년기념 문예작품모집에서 희곡 「쉬­쉬­쉬­잇」 입상,극단 자유극장공연(김정옥 연출),KBS 쇼PD ▲78년 희곡 「카덴짜」 극단 민중극장공연(정진수 연출) ▲78∼84년 희곡 「0.917」 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 ▲79년 희곡 「우리들끼리만의 한번」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 ▲81년 희곡 「산씻김」동랑레파토리극 극단 공연(유덕형 연출) ▲82년 KBS 교양PD,교양다큐멘터리 및 「문화가산책」 창설 ▲87년 희곡 「불가불가」 극단 쎄실극장공연(채윤일 연출),대학극 「오스트라키스모스­도편추방」(서강대 연대 등 전국대학연극부에서 공연) ▲90년 희곡 「넋시」 국립극단공연(강영걸 연출),「산씻김」(이윤택 연출) 일본공연,KBS교양국제부장 ▲91년 「카덴짜」(정진수 연출) 일본공연 ▲96년 희곡 「키리에­위대한 위증」 극단 여인극장공연(강유정 연출),KBS위성방송부장 ▲97년 「키리에」 미주지역 순회공연,현재 한국방송공사 심의위원 〈수상〉 문학사상신인작품상(77년) 영화연극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서울평론가그룹상(78년) 현대문학상(79년) 대한민국문학상(84년) 대한민국연극제및 서울극평가그룹 희곡상(87년) 동아연극상작품상·백상예술대상(88년) 〈저서〉 희곡집 「누구세요?」(예문관 79년) 「0.917」(청하출판사 85년) 불어판 「Unpossible,impossible(불가불가)」(프랑스 르밀러드줄 출판사) 등
  • 이서행 교수 「한국 바로알리기」 세미나 주제발표

    ◎“한국문화 등 다양한 정보 적극 홍보해야”/왜곡된 이미지 개선 할 특별대책팀 편성 지속 대처해야 국제화시대에 우리 한국을 세계에 바로 알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적 차원의 도덕성이 확립돼야 하며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한국 정신문화연구원이 공보처 후원으로 2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바로알리기」의 하나로 가진 「오류시정의 민간참여방안」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정신문화연구원 이서행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다.다음은 「한국 바로알리기 위한 국민의식 향상방안」이란 주제의 이교수 발표요지이다. 한국은 구 한말의 혼란부터 시작해 일제 강점,해방직후의 혼란과 한국전쟁에 뒤이은 개발 권위주의 체제 등 파란의 역사가 국가이미지 형성·유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또 성장·발전된 모습으로서 국가에 대한 자기인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국민의식이 따르지 못하는 형편이다. 외국사람들에 의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한국관련 오류의 유형은 무지에서 오는 오류형,의도적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왜곡형,관심이 없음에서 오는 무관심형,남북 분단현실과 이데올로기 편향에서 오는 불군형형,최초 선입견이나 상대가 우월의식에서 얕보는 낙후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한국관 시정사업은 여건상 오류형이나 왜곡형 수집분석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이 세계 변화에 걸맞기 위해서는 국제정보 문화교류와 세계 시민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차원의 범국민적 독립기구 설립이 요망된다. 또한 오류왜곡 시정사업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르게 알리는 대외 이미지 개선책을 강구하는 차원에서 과거의 기존오류 시정보다는 최신정보를 적극 알리는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이나 북한에 동조하는 몇몇 공산국가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대책팀이나 프로젝트를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대처해야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나 국민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가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비춰지고 있는가에 대한 자기인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식개혁 향상이 따라야 한다. 한국관시정을 위한 범국민의식 향상방안으로서는 첫째 국민적 차원의 도덕성 확립이다. 둘째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인 개개인의 한국적 자아정체성의 형성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자아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이것이 선명한 국가이미지로 환원될 수 있다.우리 것에 대한 주인의식으로 항상 시정의 대상을 찾고 고쳐나가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한다. 셋째 한국바로알리기는 단순히 잘못 알려진 것을 시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국가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전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선진국민의식 문제로 귀결된다.따라서 총체적인 국민의식 향상을 통한 국가이미지의 향상,국가정체성의 확립,세계속에 성숙된 민주국가로의 발전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정리=박상렬 기자〉
  • 정씨 부자 그아버지의 그아들…/“모른다”“기억없다”…닮은꼴 답변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태는 부자가 다를바 없었다. 정보근 한보그룹회장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열린 14일 공교롭게도 서울지법에서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에 대한 3차 공판이 함께 열렸다. 장소는 달랐지만 답변 방식은 똑같았다.「오리발」 「모르쇠」 「자물통」으로 일관했다. 정회장은 여신규모와 로비 등 이미 밝혀진 사실에 대해서도 『기억이 없다』『아버지가 알아서 해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김현철씨와 만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가 서울 워커힐호텔의 빌라에 갔다는 증거가 나오자 인정하는 끈질김을 보였다. 청문회를 TV로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실망과 분노 뿐이었다. 정총회장은 이날 공판에서도 「적반하장」식 발언으로 눈총을 받았다.그는 『한보가 부도를 낸 것은 정부의 갑작스런 지원중단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내 돈을 내가 쓰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검찰에 대들었다. 서울대 손봉호 교수(사회교육학과)는 『정치인과 기업인의 당당한 거짓말이 우리 사회를 불신과 나락의 구덩이로 몰고 있다』면서 『국회와 법정에서의 거짓 증언을 엄벌하는 사회윤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무역학과)는 『비도덕적인 상혼으로 일관해온 아버지에게 무엇을 배울수 있었겠는지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정씨 일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부정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양고 김태정 교사(55)는 『학생들이 한보사건의 진상에 대해 물을때 돈을 주고 받고도 버젓이 발뺌을 하는 모양을 설명하기 어려워 곤혹스럽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임창업씨(32·은행원)은 『썩은 경제윤리로 나라 경제를 망쳐놓터니 뻔뻔한 거짓말로 역사마저 왜곡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위안부」 논쟁(외언내언)

    일본에서 또 다시 종군위안부 논쟁이 일고 있다. 올봄학기부터 새로 사용되는 중학교교과서에 일본 침략전쟁당시 한국 중국등에서 징발했던 종군 위안부문제가 새로 게재되는 것을 계기로 이를 반대하는 우익·보수세력과 이를 지지하는 진보·양심 세력간의 논쟁이다. 이논쟁은 우익세력을 대표하는 산케이(산경)신문과 진보적인 아사히(조일)신문이 주도하고 있는데 두 세력간의 논쟁이 매우 끈질기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계기가 있을때 마다,지치지않고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우익세력의 논지는 당시 일본정부나 군이 종군위안부를 징발 이송 관리하는데 직접 개입했다는 문서로된 증거가 없다는 것이고 진보세력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고 당시의 정황으로 보아 「강제성」이 있었던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런 논쟁은 자칫 사실을 왜곡하고 사태를 오도할 위험이 있다.무엇보다 이는 법률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인류 역사상 가장 추악했던 범죄였던 종군 위안부 문제에 강제성 여부는 더이상 논점이될 수 없다.수많은 피해자가 아직도 생존해있고 그 강제성과 범죄성은 이미 확인된 사안인 것이다. 문제는 이문제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리하고 피해보상을 어떻게 하느냐지 사실 여부가 아니다.우리는 새교과서에 기재된 내용마저 매우 불충분하고 역사적 「반성」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찬반논쟁은 사태를 오히려 후진시킬 우려마저 있다.지난해 3월 유엔인권위원회 보고서는 이문제와 관련,「일본이 저지른 행위는 인도에 대한 죄이자 노예제를 금지한 국제관습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그리고 보고서는 피해자에 대한 일본정부차원의 국가배상을 요구했다.이때 일본에서는 이 보고서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이미 사실규명의 단계에 있지 않다.있다면 일본인 양심 규명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장수영 포항공대 총장(시론)

    필자는 사학자가 아니지만 임나일본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잊어버릴만 하면 다시 나오는 일본 고위관리들의 망언의 근원이 임나일본부의 실체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이것을 확실히 밝히지 않고서는 망언은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임나일본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서기 신공황후 49년에 백제와 왜 연합군이 비자?,남가라,석국,안라,다라,탁순,가라의 7국을 평정했다는 기사 때문이다.그리고 고해진에 가서 남만의 ?미다례를 무찔러 백제에게 주었다.이에 그 왕인 초고와 왕자 귀수가 또한 군사를 이끌고 와서 모였다.비리,벽중,포미지,반고의 네 읍은 스스로 항복했다 한다. 문제는 여기에 나오는 지명들을 대부분의 한·일 학자들이 지금까지 경상도와 전라도에 있는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왜국이 이 지역을 정복하여 6세기까지 통치한 것으로 해석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병선 교수는 이들 지명들이 모두 대마도에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북한의 조희승은 그의 책 『일본에서 조선소국의 형성과 발전』에서 임나는 가야전체가 아니고 오늘날 규슈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상의 지명들의 위치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95년 고려원에서 출판된 김인배 김문배 형제의 『임나신논­역설의 한일고대사』에서는 이상의 지명들이 모두 규슈에 있었음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탁순은 대구나 창원이 아니고 규슈에 있는 다구이며 비자?은 창녕이 아니고 규슈의 즐원(구시하라)이며 남가라는 김해가 아니고 다구의 남쪽 대정촌이라 한다.?국은 경산이나 대구가 아니고 역시 규슈의 무웅(다케오)이며 안라는 함안이 아니고 혈천이며 다라는 합천이나 진주 또는 사천이 아니고 규슈의 다양이며 가라는 고령이나 광양이 아니고 북규슈의 당진(가라쯔)이라는 것이다. 고해진은 전남 강진이 아니고 규슈의 비전고하이며 남만 ?미다례는 규슈의 도무달(도원반도의 운선악)이며 비리는 전북 전주가 아니고 벽중은 김제나 임실이 아니고 포미지는 공주나 순창이 아니며 반고는 나주나 구례가 아니고 김인배,김문배씨의 해석은 실재했던 구체적 지명이 아니고 일종의 상징적 의미로 사용된 방위를 나타낸 명칭이라고 한다. ○한반도 지명·정벌순서 모순 백제왕이 왜장과 함께 벽지산에 올라가 맹세하였다고 일본서기에 써있는데 지금까지 이 산이 김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저자들은 시미바라반도의 소산에 비정하였다.또한 백제왕이 고사산의 반석위에서 왜국에게 영원히 조공하겠다고 맹세하였다고 하는바 고사산을 지금까지 전북 고부라고 생각했으나 저자들은 규슈의 보현악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백제와 왜 연합군이 정벌했다는 곳은 한반도에 있는 것이 아니며 모두 규슈에 있고 여기서 말하는 백제는 한반도의 백제가 아니고 규슈에 있던 백제였으며 임나일본부의 소재는 규슈의 풍국(가라쿠니)였다는 것이다. 이상의 지명들이 모두 한반도에 있었다면 정벌의 순서와 지명간에 큰 모순이 있음을 상세히 설명하였고 규슈에 있을 때에는 그와 같은 모순이 모두 소멸됨도 설명해 놓았다. ○왜곡된 역사 바로잡아야 저자들의 업적은 실로 위대한 것이며 이 책이 출판된 후에도 강단 사학계에서는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안되고 있음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결국 지금까지 일본인들이 마치 3세기부터 6세기까지 한반도의 남부를 통치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던 임나일본부는 완전히 허구임이 밝혀졌다.이와같은 기초 위에 역사 바로 세우기가 이루어져야 소위 일본인들의 망언이 영원히 사라질수가 있는 것이다.학계에서도 좀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서 역사 왜곡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 이상일 서강대 총장 졸업식사

    ◎“인류역사는 개척자들 노력으로 이룩”/「경영하는 대학」으로 21세기 변화에 대응 졸업생 여러분은 이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개척자」가 되기 위해 문을 막차고 나갑니다.흔히들 개척자의 길은 외롭다고 합니다.하지만 개척자가 외로움을 극복하고 끝까지 도전 가능성을 잃지 않는다면 위대한 승리의 열매를 가꿀수 있습니다.인류의 발전 역사는 모두가 도전하는 개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서강대는 이제 「르네상스기」를 맞았고 올해는 그 원년입니다.서강대는 각고의 노력 끝에 넓은 세상으로 비상할 것입니다.오는 99년은 서강이 마흔,불혹이 되는 해이고 그 이듬해는 가는 세기와 오는 세기가 맞닥뜨리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는 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99%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우리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시도할 것입니다. 우리는 서강을 「경영하는 대학」으로 일굴 것입니다.세계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이에 따라 변화의 몸부림은 이미 시작됐고 우리의 노력은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대학교육의 질을 한껏 높여주는 양적 확장이 과감하게 단행될 것입니다.이제 서강의 발전은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활력이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더불어 하나」의 공동체 정신을 이루고 살아왔습니다.다양한 삶 속에서 터득한 지혜와 슬기를 바탕으로 새로 맞이하는 사회에서 주인이 될 것입니다.여러분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눈뜨고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우리 사회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졸업생 여러분은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자신들이 몸담았던 상아탑이 변하는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봐 주십시오.또 총장실의 문은 언제라도 항상 열려있습니다.참다운 대화가 막히고 언로가 파괴되는 것은 안주와 편의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비겁한 일입니다.졸업생 여러분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언제라도 찾아야 제게 말을 해주십시오.합리적인 대화의 요람이며 도전하는 자의 열린 창구가 될 것입니다.졸업생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 한국 문화예술 세계 알리기 본격화

    ◎유네스코 한국위,올 주요사업으로 추진/창덕궁·수원 화성 세계문화유산 추가 등록/한·중·일 교과서 왜곡문제 학술회의도 계획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권태준)가 우리 문화예술 알리기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는 「한국문화 학문 예술 알리기」를 올해 주요사업으로 정해 창덕궁·수원 화성(수원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추가등록을 비롯해 박경리씨 대하소설 「토지」의 불어번역판 유네스코 대표문학선집 등록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이와 함께 오는 7월 서울이나 독일 베를린에서 동서 인쇄술의 발달을 비교하는 세미나를 추진하고 10월중 서울에서 독일과 폴란드간 사례에 비추어본 한·중·일 교과서 왜곡문제와 관련한 학술회의도 계획하고 있다. 이가운데 「동서 인쇄술 발달비교 세미나」와 역사교과서 편집을 위한 학술회의는 우리 문화와 역사를 유럽 등 세계각국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눈길을 끄는 부분.동서 인쇄술 발달비교 세미나의 경우 지난해 가을,독일이 제안해 추진중인 사업으로 한국위는 우리문화 소개의 장으로 삼기위해 독일개최를 원하고 있다.현재 독일 학계에서 인쇄술은 독일,활자는 한국이 앞섰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상황.따라서 동·서양 인쇄문화가 각기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발전해왔는지를 짚어보면서 우리 고인쇄술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역사교과서 편집을 위한 학술회의도 의미있는 자리.독일과 폴란드 유네스코위원회와 우리측이 10월에 공동개최할 이번 학술회의는 과거 역사교과서 왜곡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독일과 폴란드의 문제해결 과정과 결과를 중심으로 한·중·일 학자들이 해결책을 모색해본다.최근까지도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망언이 끊이지않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문제를 유네스코 차원에서 접근,공동저술과 서술방식의 공동기준을 마련해보는 기회인만큽 첨예한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경리씨 「토지」 불어판의 유네스코 대표문학선집 등록과 창덕궁·수원 화성의 세계문화유산 추가등록은 문화유산의 해인 올해 꼭 성사돼야할 비중있는 과제들이다.박경리씨의 「토지」는 이미 영역판이 완결돼 유네스코 세계대표문학선집에 등록돼 있으나 불어판이 등록될 경우 한층 더욱 세계적인 작품으로 가치를 지니게 된다.이 「토지」 불역에는 삼성문화재단이 자금을 지원하고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가 출판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3년쯤 후에는 번역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창덕궁·수원 화성 세계문화유산 등록추진도 지난해 불국사 석굴암,종묘,해인사 대장경판 및 판고의 등록에 이은 국민적 관심사안.한국위는 이미 창덕궁 등 2건을 유네스코에 지정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오는 3월말 유네스코 전문조사단이 이 대상물에 대한 현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 문화유산 보존지혜/조유전 국립민속박물관장(굄돌)

    나라에서는 올해를 「문화유산의 해」로 정하고 지난 1월21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국무총리를 위시해 문화계 등 각계 인사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선포식을 가졌다.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한 시기에는 우리말과 글을 없애고 심지어는 일본식 성과 이름으로 개명하도록 했다.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와 역사를 왜곡하거나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우민화정책은 물론 전국에 분포한 우리 매장문화재를 약탈하고 파괴했다. 광복이 되고나서는 6·25전쟁으로 전국이 잿더미로 변하여 많은 문화유산이 수난을 당했다.그 뿐인가,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오직 잘 살겠다는 일념의 경제개발 우선정책으로 매장 문화유산은 날로 파괴·인멸되고 있지 않은가. 세계화는 자기 문화 바탕 위에 외국문화와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이지 세계 속에 동화되어 자기 문화를 잃는다면 그야말로 문화식민지가 될 것이다.문명한 나라일수록 자기 문화를 숭상하고 계승,발전시키는데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문화유산의 해」에 들어서자 들려오는 소식은 오히려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창원 주남리저수지 갈대밭에 방화로 보이는 불이 나 철새서식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는 소식에 이어,창원시에서는 2016년까지 주남리저수지 일대에 대규모 시가지를 조성하는 창원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해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연하지 않을수 없다.자연 생태계가 바로 우리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문화유산 아닌가.환경을 무시한 문화유산 보존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문화유산의 해」에 철새들의 낙원을 없애고 환경을 파괴해 후손들에게 문화 야만인이란 소리를 듣지 않도록 다같이 지혜를 짜서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굄돌 필진이 바뀝니다◁ 2∼3월에는 박상우·송상용·송우혜·조유전씨가 맡습니다. ▲박상우(58)=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서울대 사학과 졸,미국 미네소타대 박사(농업경제학).행시 4회.농림수산부 차관 역임. ▲송상용(60)=한림대 사학과 교수·도서관장.한국과학사학회장.서울대 화학과·철학과 졸,미국 인디아나대 석사(과학사·과학철학).성균관대 교수 역임. ▲송우혜(50)=소설가.한국신학대 신학과 졸.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84년 중편 「남도행」으로 도의문화저작상 수상. ▲조유전(55)=국립민속박물관장.서울대 고고인류학과 졸,동아대 박사(고고학).경주고적발굴단장·청해진유적발굴조사단장 역임.「발굴 이야기」등 저서·논문 다수. 96년 12월∼97년 1월에 수고해 주신 김춘미·양태진·이건영·이영익씨께 감사드립니다.
  • 이리에 아키라 마이니치신문 기고(해외논단)

    ◎경제대국화는 일 장래 불행초래 할수도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것이 반드시 일본의 장래에 유익한가.이 물음에 대해 미 하버드대의 이리에 아키라(입강소)교수는 최근 마이니치신문 기고를 통해 과거의 경험을 예로 들며 강대국화는 일본의 장래에 오히려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음은 그의 기고문 「경제대국으로부터 비대국으로」의 요지. 20세기의 막이 오를 때 일본은 대국으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러·일 전쟁의 승리에 따라 자타가 공인하는 대국으로 출현해 그 뒤 세계대전으로부터 태평양전쟁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제1의 강국으로 군림하게 됐다.이 강대국을 「위협」으로 받아들인 구미 열강과,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을 구하는 아시아 제국민들의 반항에 부딪혀 20세기 중엽에 일본은 일시적으로 약소국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1960년대가 되자 이번에는 경제대국으로 변모해 불과 10수년만에 경제면에서 초대국으로 볼 수 있도록 성장했다. 경제적인 대국이 군사적인 대국으로 변모,20세기 전반의 역사를 되풀이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가 일본 안팎에서 들린다.동시에 최근 일본 정치 경제의 침체와 불황은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경기의 불안과 거액의 부채,관료제도의 파탄,약체화한 정당정치,여기에 더해 인구가 고령화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사회 코스트가 무겁게 돼 일본은 경제대국으로서의 원기를 잃은 듯하다.하물며 정치대국,군사대국 등을 추구할 여유도 없는 것 같다.20세기의 종반에 들어 초대국으로서의 자신감과 실적을 회복한 듯이 보이는 미국과 이제부터 초대국으로 자타가 공인할 중국의 틈에 끼여 일본은 도저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21세기의 아시아·태평양을 말할 때면 미국과 중국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다.불과 몇년전까지 「일본의 도전」이라든가 「일본의 위협」 등을 열심히 말하던 식자들도 지금은 관심이 일본을 지나쳐 넘어가 중국과 동남아시아,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초대국은 커녕 일본이 「보통의 대국」 또는 그 이하로 돼 버릴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자도 있다.그러나 비관하는 것이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앞서 걸어온 대국의 길이 파멸에의 길이었던 것처럼 경제대국의 길이 스무스하게 되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인다.20세기 전반처럼 자국 및 이웃나라에 상처를 입히면서 소국으로 되고 말기보다는 보다 건설적인 방법으로 비대국화에의 길을 찾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대국이라는 지위와 위신에 구애되기 보다는 비대국이면서 국내에서도 국외에서도 사람들이 보다 충실한 생활을 보낼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아닐까. 원래 대국이라든가 초대국이라고 하는 지위는 국제정치·경제를 파악하는 하나의 시각에 불과하다.「대국의 흥망」이라는 개념이 인기를 모아 미국 다음의 초대국은 어느 나라일까라고 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종래에도 현실의 세계를 왜곡해 전해주는 것이었고 이제부터의 세계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국제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대국뿐만이 아니라는 점,때로는 나라뿐만이 아니라는 초보적인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고 하는대국이 충돌할 것인가 협조할 것인가는 모든 사람들의 커다란 관심사이다.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시민이며 그들의 사물을 보는 견해인 것이다.그리고 그들의 사물을 보는 견해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며 더욱이 국가의 지위도 아니다. 러·일 전쟁 직후 한 학자는 「승리의 비애」라는 논문을 발표,전쟁에 이긴 일본이 대국이 됐다고 해서 일본인으로서 반드시 좋은 국제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20세기의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 일본의 현상을 이 학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정리=강석진 도쿄특파원〉
  • 1997 한국의 선택(김호준 정치평론)

    서기 2000년은 100년 단위의 세기,1000년 단위의 밀레니엄(Millennium)이 새로 시작되는 해다.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대해 100년,1000년 앞을 내다보는 원대한 설계를 해봄직한 역사의 분기점이다. 다가올 21세기는 20세기와 다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앞으로 우리가 부딪힐 변화는 과거의 연장이 아니라 과거와의 단절에 가까운 새로운 것이라는 분석이다.지난 한세기동안 효과적으로 작동해온 관행과 규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상황에 우리는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새 상황에 맞는 새 패러다임을 찾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대전환의 분기점을 3년 앞둔 올해 우리는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제15대 대통령을 뽑는다.새 대통령의 임기는 1998년 2월부터 2003년 2월까지이다.그야말로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와 제3밀레니엄에 도전해야 하는, 책임이 막중한 대통령이다.그 대통령 임기중에 우리는 선진국으로의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고 어쩌면 통일까지도 이룩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엔꿈과 희망 보다 불확실성과 불안이 더 크게 고개를 들고 있다.우리의 숙원인 민족통일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남북한간 긴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정치는 갈등과 분쟁을 해소시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당면한 경제난만 해도 정부와 전문가들은 위기가 아니라지만 사회 저변에선 소득 감소와 실업을 우려하는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마무리 21세기 도전 현재 우리 사회에 내재된 불안은 이같은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또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 때문만도 아니다.그것 보다는 무한경쟁의 변혁기를 속시원하게 헤쳐나갈 지도자와 비전의 부재에서 비롯된 성격이 강하다. 올해 우리는 새로운 정치 지도자의 선택을 통해 이 불안을 최소화하고 꿈과 희망을 키울 기회를 만났다.12.18대선이 그것이다.이번 선거는 여야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정권 재창출이나 정권교체의 차원이 아니라 온 나라에 자신감을 새롭게 솟구치게 할 뉴 리더십을 창출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를 이끌 새로운 정치 리더십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혹자는 국가관리능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경제를 아는 사람이 다음 대통령으로 뽑혀야 한다고 강조한다.물론 지도자의 자질로서 성실·정직·도덕성·추진력 등의 보유는 전제로 한 이야기일 것이다.오늘의 경제난과 복잡한 국정 등을 생각하면 경제대통령론도,관리대통령론도 모두 맞는 말이다.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현실 반성에서 나온 처방일뿐 미래에 대한 도전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정치 지도자의 유형은 다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상상력·비전·국민적 호소력을 지닌 서사시적 지도자, 매일 매일의 정책사안에 매달리는 기술형 지도자, 그리고 임기응변으로 사소한 정치 인기를 관리하려는 즉흥형 지도자가 그것이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사시적 지도자일 것이다.서사시적 지도자만이 웅혼한 미래를 설계하고 이에 겁없이 도전할 국민의지를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일체감 불러 모아야 상상력은 꿈이요,창의와 통한다.상상력이 넘쳐야 역동적인 비전을 만들 수 있다.70 고령에서 원숙미는 찾을수 있어도 상상력을 구할 순 없다.그런 점에서 상상력은 젊음과 활력의 상징이기도 하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석이듯이 나라의 경우도 흩어진 국민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수단이 긴요하다.개체화된 현대사회일수록 국민적 일체감을 불러 일으키는 호소력이야말로 지도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일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그러나 국민이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집권에 도전하는 정당들이 내놓는 선택지,즉 후보들이 좋아야 한다.정당정치하에서 정당들이 자질이 떨어지거나 시대적 요구에 맞지않는 후보를 내놓는다면 국민의 바른 선택은 불가능해진다. 그런 처사는 사실상 국민의 지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왜곡하게 된다.여당에서 운위되는 이른바 「낙점」이나 야권의 「후보 단일화」도 국민의 지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정치권의 기득권 때문에 자질있는 지도자의 출마를 봉쇄한다면 나라의 장래를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논설위원실장〉
  • 전문가좌담­새법의 과제(새노동법/더많은 고용으로 가는길:4·끝)

    ◎“정리해고 국제관행… 공정성이 문제”/법개정 OECD국들 기준에 맞춘것/홍콩·싱가포르는 철저한 시장원리/근기법 확대 적용·사회보장 강화를 □참석자 ·곽상경 고려대 교수 ·이한구 대우 경제연 소장 ·이선 한국노동연 부원장 노동법개정으로 고용시장은 개방된다.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해고의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그러나 노동시장개방은 경제에 활력을 주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곽상경 고려대교수와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이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의 대담을 통해 새로운 노동법의 의미를 짚어본다.〈편집자주〉 ▲곽교수=87년의 민주화운동이후 노동조합결성이 활발해지는 등 노동운동도 본격화됐습니다.86년부터 저달러(고엔)·저유가·저금리의 3저바람을 타고 경기가 좋아진 시기와 겹치기는 했지요.경기가 좋고 실업률이 낮아지고 노동운동도 제대로 되면 좋지요.하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될 수 없어 문제가 나오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급속하게 임금이 오르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종전보다는떨어졌지요.경쟁력을 키우고 모든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면에서 인력구조와 고용구조 등에 문제가 있는 노동법을 바꿀 필요성은 있는 것이지요. ○40여년만에 바뀐 골격 ▲이소장=그렇습니다.우리나라의 노동법은 길게 보면 40여년,짧게 보면 10년간 골격이 변하지 않은 셈입니다.그동안 경제여건은 많이 변했습니다.개방화와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근로자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다 보니 치열한 경쟁을 맞아 힘이 들게 됐지요.생산물(제품)시장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노동 등 생산요소시장의 운신의 폭은 제한돼 기업에는 어려움이 가중됐지요.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라 다른 회원국과 각종 제도가 비슷해야 정책을 조율하기도 쉽습니다. ▲이부원장=기존의 노동법은 블루칼라(육체근로자)와 상용근로자를 보호하는데 주안점이 있었습니다.하지만 산업이 고도화되는 현상태에서 그러한 기조로는 어렵지요.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 경제활동참여를 높이고 노사관계의 왜곡된 관행을 바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동법을 개정할 필요성은 충분히 있습니다.노동법개정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곽교수=노동법을 개정하는 것은 좋지만 절차상 문제는 있습니다.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한정된 위원이 얘기한 것을 갖고 법제화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문제입니다. ▲이소장=노개위에서 당초에 낸 안을 그대로 통과시켰으면 보다 좋을 뻔했습니다.사용자나 근로자나 모두 확실한 무기를 갖고 서로 견제하는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부원장=노동법개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우려스럽습니다.노사가 힘을 합쳐도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갈등은 빨리 치유돼야 합니다. ○근로자간 불평등 개선 ▲이소장=근로자계층간에 불공평한 것을 개선하는데도 노동법개정의 필요성은 있습니다.종전의 노동법을 그대로 갖고 가면 처음에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능력이 있고 열심히 일하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적당히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그 뒤에는 혜택을 누리는 이러한 사회불공평을 없애는데도 새로운 노동법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곽교수=미국은 60년대까지는 제조업이 대표적이었습니다.하지만 노사문제와 임금문제가 쉽지 않았지요.미국정부나 기업은 제조업을 하면서 노사관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그 뒤 첨단서비스업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비롯해 산업구조조정을 거쳤습니다.미국기업은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정신근로자)나 가릴 것 없이 과감한 해고를 했습니다.미국이 큰 불경기없이 최근 10년간 호황을 보이는 것은 구조조정을 한데다 노사관계를 이처럼 거의 해결한 게 주요한 요인중 하나입니다. ▲이소장=미국과 유럽은 80년대 중반부터 구조조정을 한 점은 같습니다.하지만 방법은 달라요.미국은 고용탄력성을 기반으로 했지만 유럽은 해고는 하지 않으면서 해법을 찾으려 했어요.현재의 상황을 볼 때 미국식의 해결이 나았던 셈이지요.미국보다 더한 나라가 홍콩과 싱가포르입니다.두 나라는 처음부터 노동시장에서 철저한 자본주의를 도입했지요. ○없던 제도 만들지 않아 ▲이부원장=국제적으로 가장 막강했던 미국과 영국의 노조는80년대 들면서 정부정책과 사회적 비난 등에 밀려 많이 약해졌습니다.대신 노동시장은 많이 유연해졌죠.미국의 우량기업은 노사협력강화에 노력하고 있고 이는 미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데 기여했습니다. ▲이소장=미국의 경우 경영자와 근로자간의 임금격차가 벌어졌다는 현상에는 동의합니다.살아 남은 경영자는 분명히 많이 받습니다.그러나 햄버거장사를 하는 정리된 경영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부원장=우리는 노동법뿐 아니라 연공관행 등 각종 관행이 고용구조를 왜곡시켜왔습니다.이번에 도입된 고용조정제(정리해고제)는 없던 제도를 도입한 게 아니라 판례로 있는 것을 법제화한 것으로 상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이소장=근로자간 2중구조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문제입니다.대기업은 현재 사람이 남아돕니다.특히 창업역사가 길수록 더욱 심각합니다.반면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아우성입니다. ▲곽교수=우리 노동시장의 문제는 과부족·불균형이 너무 심한 데 있습니다.현재의 고용구조가 유지된다면 일자리가 줄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를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부원장=국제적으로도 합리적인 고용조정은 인정하고 있습니다.불가피한 경우에 한해,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할 경우 노사합의라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대상을 공정하게 선정할 경우에는 대부분 인정됩니다. ○기업·근로자 협력 중요 ▲곽교수=중국의 국영기업은 고용차원에서 사람을 많이 고용은 해놓았지만 놀고 먹는 사람이 많아 형편없어졌습니다.고용의 탄력성문제는 국제경쟁력이 심화되면서 특정국가에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이부원장=80년대 들어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과제로 부상했습니다.근로기준법의 유연화는 물론 지나친 임금인상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을 도출해내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있어왔습니다.세계적으로 노동자를 가장 많이 보호해주고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독일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계약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일본에서도 변형시간근로제가 점차적으로 완화돼 1년단위까지 도입됐고 70년대 시작된 종신고용제나 연공제 타파노력은 80년대이후 가속화됐습니다. ▲곽교수=노동법이 개정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문제는 앞으로 이를 어떻게 운영해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소장=결론에 앞서 향후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 짚어보고 싶습니다.고임금체제는 단기적으로 깨질 수 없습니다.노동법이 바뀌었다고 임금이 내려가는 것은 상상도 못합니다.따라서 고성장은 어려울 것이고 실업률은 구조적으로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전망됩니다.기업·근로자·정부는 구조적으로 실업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최소화하는 데 각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 고부가가치산업에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힘을 모아줘야 합니다. ○기업 새법 악용말아야 ▲이부원장=법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합니다.법개정뿐 아니라 관행의 개선이 중요합니다.덧붙여 노사협력관행이 하루빨리 정립돼야 합니다.인력의 비교우위는 우리의 과거성장을 이끌어온 열쇠입니다.인력의 비교우위를 지속시켜 산업선진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이를 위해 경제활동참여를지속적으로 높여야 합니다.여성과 중·고령인력의 경제활동참여를 늘리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인력개발도 중요합니다.안정적이고 제도화된 1차 노동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는 대신 지나치게 유연한 2차 노동시장은 오히려 법적으로 보호해야 합니다.4인이하 사업체와 시간제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확대적용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곽교수=노동법은 어느 일방에 손해를 주거나 이익을 주기 위해 개정된 것이 아니라 법 자체에 모순이 있기 때문에 개정된 것입니다.올해 경기는 80∼81년이후 최악이 될지도 모릅니다.노동법개정여부와 관계없이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불경기극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새 법을 악용해서는 안됩니다.근로자도 기업과 함께 비용절감·생산성향상을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노사합의·협력이 더욱 시급한 시점입니다.
  • 역사교육 한·중 의견 반영/일 검정기준 파기 움직임

    ◎자민당 일각서 “제3국 개입여지 남겨” 일본 자민당의 「밝은 일본 국회의원연맹」(회장 오쿠노 세이스케(오야성양) 전 법무상)은 20일 교과서 검정시 한국과 중국 등의 입장을 배려토록 명기한 「근린제국 조항」의 삭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산케이(산경)신문에 따르면 이 의원연맹은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교육문제 소위원회 회의를 갖고 현행 교과서 검정기준에 근린제국조항이 명기돼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정부와 자민당 집행부에 조항 삭제를 요구해 나가기로 했다. 근린제국조항은 지난 82년 교과서왜곡 파동과 관련,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당시 관방장관이 『교과서 기술시 한국·중국 등 근린제국의 비판에 충분히 귀를 기울인다』고 발표한 정부담화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시바시 가즈오(석교일미)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당시 미야자와 담화는 자민당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발표된 것』이라면서 『국가의 문제인 교육에 제3국의 개입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변함없는 헌정파괴 단죄(사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등에 대한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반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등이 대부분 유죄로 인정돼 각기 엄한 형벌이 선고됐다.헌정질서를 어지럽힌 행위는 시효에 구애받지 않고 엄정하게 단죄,앞으로는 물리적 힘에 의해 헌정이 중단되는 일은 결코 있을수 없다는 명쾌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전두환씨에 대한 1심 형량인 사형이 무기징역으로 낮춰지고 여타 피고인의 형량도 일부 경감되었지만 성공한 쿠데타를 추후 처벌하여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다는 응징의 추상 같음에는 한점의 변화도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특히 재판부는 『헌법제정의 권한을 가진 국민이야말로 법률에 규정된 국가기관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고 전제,『국민이 헌법수호를 위해 결집한다면 이 결집은 헌법기관으로 볼 수 있고 이 결집을 병력을 동원해 강제진압한 것은 명백한 헌법기관침해』라고 국민의 저항권을 명시하고 앞으로 어떤 쿠데타든 결코 용인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범죄행위의 사실여부를 따지는사실심은 종료되었다.대법원의 법률심이 남아 있지만 이미 5·18특별법의 소급입법 위헌성 여부 논란과 관련,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어 상고심에서 1·2심 판결의 핵심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다만 전두환씨의 형량경감에 대한 비난이 없지 않으나 『6·29선언을 수용하여 민주회복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고,권력이양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관행을 탈피한 점』을 참작한 재판부 판단에 무리는 없었다고 보며 전직대통령을 극형에서 면제해준 것은 국제적 배려,국민적 화합차원에서 수긍할 수 있는 판단이라고 본다.이제 피고인들은 진지한 반성의 자세로 판결을 수용하여 국민과 더불어 80년대의 슬픈 역사로 기록된 뼈저린 아픔을 씻어내고 치유하는 일에 여생을 바쳐야 할 것이다.
  • 「12·12」 항소심 선고­시민반응

    ◎“역사와 법의 심판은 이미 끝나”/“역사바로 세우기 의지 퇴색 납득못해”/“국가발전 이바지 인정해줘야” 엇갈려 16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두환·노태우 피고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감형되자 국민정서를 무시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대체로 많았다.그러나 국민화합 차원에서 적절한 재판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유재현 사무총장은 『12·12 및 5·18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를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규정하고 5공 전기간을 폭동의 연속으로 규정하면서도 관련 피고인에 대해 대폭 형량을 낮춰 선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은 『피고인들을 감형하게 된데는 재판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이어 『1심에서 전·노 두 피고인에게 사형과 징역 22년6월이 내려진 것으로 이미 역사와 법의 심판을 받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5·18 기념재단 전 이사장인 조비오 신부는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역사를 왜곡시킨 자들은 일단 법의 영역에서 정의와 진실에 입각해 처벌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중대한 범죄를 항소심에서 감형시킨 것은 법의 권위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도의회 김수광 의장은 『국민들도 전직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이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인정해줘야 하며 국민화합차원에서도 이번 선고결과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 정한영 변호사도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어든 점은 법률적으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역사바로세우기를 요구한 국민들의 법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한일의원연 양정규­쓰토무 간사장 기조연설

    ◎“북 사과 없는한 대북지원 말아야”/일 역사왜곡 발언 계속되지 않게­양정규 간사장/월드컵축구 의원연서 적극 지원­쓰토무 간사장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한국측 양정규 간사장과 일본측 가와라 쓰토무(와력) 간사장이 기조연설을 했다.다음은 기조연설 요지이다. ▲양정규 의원(신한국당)=동북아 국제정세는 4자회담과 경수로지원문제,내부사정이 복잡한 북한문제,아시아 일부국가의 군비증강 움직임,아·태지역 제국의 정치 안보적 역할 증대 등 긴급한 문제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일 양국은 공동이익 현실과 역내·세계평화 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욱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우선 동북아 지역 안보·외교문제와 관련,남북문제의 해결을 통한 한반도 평화조성이 시급한 과제다.북한이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 납득할만한 선행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북 추가 식량지원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지원 등 모든 대북관련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한국정부의 방침에 양국은 공조를 이뤄나가야 한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기존의 한·일관계를 한차원 승화시켜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양국 의원연맹에 가칭 「월드컵공동지원위원회」를 설치,의원연맹 차원의 체계적인 협력을 해나가길 희망한다. 끝으로 군대위안부 등 전후처리와 일본의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계속되는 역사 왜곡발언 문제 등 양국간 과거사를 둘러싼 문제들은 더이상 현안의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 ▲가와라 쓰토무 중의원(자민당)=일·한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함에 있어 국교정상화 협상과 그후 30년간의 걸음은 결코 평탄한 것이 아니었으며 과거 문제에 기인하는 제반문제를 비롯,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다.그러나 양국이 이러한 현안처리에만 그치지 말고 아시아 태평양이나 나아가 세계를 시야에 둔 글로벌한 문제에 대해서도 가일층 협력하면서 힘써나가는 그러한 2국관계를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정세에 있어 일·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체제는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식량과에너지 사정이 심각하다고 전해진 북한정세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북한의 핵개방 문제는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 뿐 아니라 국제적인 핵불확산과도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이다.현재 진행중인 KEDO의 활동은 이 문제에 대해 유효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한·미 양국에 의한 4자회담 제안은 한반도에 있어서 평화적 안정의 실현을 위한 커다란 의의를 갖는 이니셔티브이다.일본 정부는 일찍부터 지지를 표명했다.북한이 이 제안을 수용토록 각국이 촉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 「20세기의 신화」낸 연변작가 김학철씨

    ◎“「진실규명­「모 수령 공격」에 고민”/무차별 반혁명 숙청·강제 수용소 고발/“조선족 동포에 좀더 따뜻할 수 없나요” 『32년째 캐비닛에서 썩어온 원고 한 뭉텅이를 출간하고자 했을때 께름칙한 기분을 완전히 털어버릴 수가 없었습니다.아직 하늘이 맑지 못하다고나 할까요.하지만 직업혁명에는 항시 모험이 따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모택동 일당독재를 비판했다고 해서 중국에서 출판금지된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를 창작과비평사에서 최근 펴낸 연변작가 김학철씨(80)가 방한,기자들과 만났다. 「해란강아 말하라」「격정시대」 등의 장편과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 등으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김씨지만 이 책은 작가 개인에게나 역사적으로나 그 의미가 심상찮다.대약진시기를 배경으로 중국 모택동시대의 무차별 반혁명숙청과 강제수용소 실상을 고발한 이 소설로 실제 작가가 반혁명현행범으로 낙인찍혀 작품을 탈고한 이듬해인 66년부터 10년 감옥생활을 포함,기나긴 시련을 겪은 것이다. 소설은 50년대말 모택동찬양시를 비판했다해서 「아리랑」출판사 편집인에서 졸지에 「인민의 적」으로 강등,강제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 공산주의농장에 수용된 구일평이라는 지식인의 눈으로 그려진다.이곳에는 한결같이 어처구니없이 반혁명분자로 잡혀온 이들이 고단한 시대를 한숨짓고 있다.「막걸리 주막이 없어 재미없다」고 했다가 사회주의 중국을 남조선만도 못한 걸로 추화했다거나 소설에다 과부설움을 묘사했다고 사회주의 사회의 행복한 과부를 왜곡한 우파분자로 찍힌다. 복술쟁이의 점이 우연히 들어맞는 희곡을 쓴 이는 미신과 유심론을 제창했다고 몰리는 등 저마다 이현령 비현령식의 죄목을 걸고 있는 이들은 소여물에서 꽁깻묵을 골라먹는 빈곤에 시달리고 쌍심지를 돋워 서로를 감시하며 완전 인권말살의 삶을 이어나간다.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설은 탈고하자마자 압수돼 지난 87년에야 되돌아왔지만 현지서는 아직 출판금지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사람들이 굶어죽어나가는데 위대하다든가 모택동 만세 따위가 다 뭐냐.군대와 안전부와 감옥을 가진 신과같은 모수령을 공격한다는데 고민도 따랐지만 진실을 남겨야겠다는 일념이 더 앞섰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 동남아 노동자들도 들어오는 판에 한핏줄 연변동포들을 좀 따뜻이 대해줄 수 없느냐』면서 연변사기피해같은 「최신모순」에도 관심을 늦추지 않았다.
  • 예산 나눠먹기 청산해야(사설)

    국회예결위의 여야의원이 새해 예산안 계수조정작업과정에서 1인당 최고 10억원까지의 지역사업을 예산에 반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합리적인 예산편성으로 국민의 혈세를 지켜줘야 할 국회의원이 본령을 망각하고 예산배정을 주머니돈 쓰듯이 했다니 기가 찰 일이다.다시는 이런 예산심의권 남용이 없도록 국회는 엄중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보도에 따르면 예결위는 이번에 소속위원으로부터 출신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을 위한 희망예산액을 최고 10억원까지 제출받아 이를 계수조정작업에 반영했다고 한다.국회의 예산심의권을 남용한 예산의 탈법적인 특혜배정이 위원회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우리는 국회의장이 나서서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필요하다면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예산심의때 의원이 경쟁적으로 지역구사업을 챙기고 정당도 당리당략에 따라 「텃밭」의 대형사업 예산확보에 열을 올린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강변할지 모른다.그러나 그건 잘못된 관행이요 청산해야 할 구태임을 알아야 한다. 예산은 정책의지의 구체적 표현이므로 정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국가예산의 왜곡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제한된 재원으로 국리민복을 극대화하자면 예산을 한푼이라도 아껴서 합리적으로 배분·책정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국회는 세금 나눠먹기 흥정판에 지나지 않는다.국회는 국민의 혈세를 지켜주는 파수꾼이어야 한다. 밀실흥정에 의한 예산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우리는 계수조정소위원회의 공개운영을 촉구하는 바다.예산안을 최종확정하는 이 소위에서의 여야협의 및 심의내용이 속기되고 회의장이 공개된다면 최소한 지금과 같은 나눠먹기식 예산편성은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의원에 대해서도 예산을 다룰 때는 지역대표로서보다 국민대표로서 임해주기를 당부한다.
  • 제12회 향토문화대상/본상 수상 개인­단체 공적

    ◎김재붕/일본의 잘못된 식민사관 되잡아 30여년간 농촌에 살면서 민족사와 지역향토사 연구에 전념,광개토대왕 비문과 신라·고구려사의 심도있는 연구로 일본의 잘못된 식민사관을 극복해 민족의 역사적 주체성 확립에 앞장섰다.특히 70년대 광개토대왕 비문연구를 비롯한 백제와 일본과의 연구관계 논문이 일본에서 「일본 고대국가와 조선」이라는 일본어판 저서로 발간돼 일부 일본학자들로부터 「선생의 글을 대할 때마다 일본역사에 대해 심히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극찬과 함께 일본내의 왜곡된 민족사를 바로 잡았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충남도 문화재전문위원,연기군향토사연구소장,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및 일본조선학회·일본민족학회 회원으로 일하면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보여 충남도문화재 보존 등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95년도 연기군민대상을 받았다. ◎익산고적선양회〈대표 채남석〉/완주 백제고분·익산 별신제 발굴 84년 설립 이래 매월 월례발표회와 고적답사를 실시,완주 제네리 백제고분과 제네리 사지·익산 동촌리 토기 요지·익산 성포 별신제 등을 발굴해 학계에 보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회집 「익산문화」 4집을 발간,이 가운데 1·2·4집은 지역문화 관련 논문 31편을 수록했고 3집은 전적과 고문서를 조사해 실었다.특히 익산지역의 문화위상을 확립하고 미륵사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미륵사지 복원 1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90년 익산군 문화원 창립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문화원 활동과 연계해 「익산 인물지」를 펴냈고 「살아있는 익산문화」 비디오제작,「고도 익산」 화보제작에 참여했다. ◎정표시〈한국농요보존회중앙회 부회장〉/농요·민속놀이 발굴보급에 앞장 지난 1948년부터 평창군 대화면에 살면서 지속적으로 향토문화 발굴 보급활동을 벌여왔다. 대방놀이·합놀이·대보름놀이·성지놀이·윷놀이(정경도윷놀이) 등을 발굴·보급했고 이 가운데 85년도 제3회 강원도민속경연대회에 평창군 대표로 대방놀이를 재현,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이 민속놀이들과 병행되는 농요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현재 한국농요보존회중앙회 부회장직을맡아 한국농요의 발굴·보급에 앞장 서고 있다. 지난 92년 7월 가평초등학교에 농악대를 설립,지도해왔고 지역 군부대 장병들을 상대로 민속놀이를 전파해 우리 민속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땀을 쏟고있는 숨은 향토연구가다. ◎고승관〈홍익대 교수〉/사재 털어 미술·박물관 등 세워 현직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역과 수도권간의 문화격차를 깊이 인식,직접 박물관·미술관을 세우는 등 시설확충에 앞장섰으며 이 공간을 활용하는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벌이는 노력가다. 홍익대 조치원캠퍼스 조형대학 산업공예과에 재직하던중 수도권 미술문화와 충청권의 미술이 큰 차이가 있음을 느껴 서울에서 충청도로 이주했다. 먼저 문화공간의 조성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충북 괴산군 청천면 도원리에 사재로 4만평의 부지를 마련,87년부터 도원성미술관·박물관·야외조각공원 등 토털 예술타운 조성에 나섰다.지난 93년 도원성미술관및 야외조각공원을 부분개관해 여기에 돌탑 70여기와 타임캡슐 7기 등을 설치했다. ◎윤병수〈거제문화원장〉/거제 구비문학 체계화 등에 힘써 55년 거제문화원장을 창립,3대원장을 거쳐 현재까지 원장직을 맡아오면서 전통민속놀이 발굴을 비롯해 설화전집 발간과 관광에세이집 발간,옥포대첩·거제의사집 발간 등 거제 구비문학을 체계화시켰다.문화예술부문 전 분야에 걸쳐 행사를 유치,한국예총 거제지부 설립에 앞장섰으며 특히 청소년 정서순화에 열정을 갖고 청소년을 위한 가을 음악회,어린이 한문교실,청소년 유적지순례 등을 개최해 호응을 얻고 있다.주부교실과 16회에 걸친 한글백일장을 열어 주민들의 창작의욕 고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풍어를 기원하는 전통민속놀이인 팔랑개어장놀이를 발굴,제26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 최우수상을 받은데 이어 제36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공로상을 수상하는 공을 세웠다. ◎최일환〈목포 문태고 교사〉/학회 결성 등 지역 문화발전 헌신 교사로 재직하면서 끊임없는 문학에 대한 열정을 보여 문학회 결성과 문학지 발간,지역문인 회보 발간,시낭송회 개최등을 주도해 문학을 통한 지역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향토문인. 지난 82∼87년 목포문인협회 지부장을 맡아 중단된 목포문학을 복간하고 목포문인협회 회보를 창간하는 한편 목포문학 신인상 제도를 창설,10명의 지방문인을 등단시켰다.87∼92년 전남문인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전남문학상을 제정,전남문학의 역사현장 순례행사를 신설했고 청소년들을 위한 시낭송대회도 개최해왔다. 지난 92년 전남시인 98명으로 전남시인협회를 조직,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동안 전남시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2명씩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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