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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선은 동아시아 첫 고대국가”

    “고조선은 동아시아 첫 고대국가”

    고조선 전문 연구단체로 지난해 3월 출범한 고조선학회(회장 윤내현)가 첫 결실인 학회지 ‘고조선연구’ 1집을 펴냈다. 고조선 역사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를 망라하는 본격적인 고조선 연구서라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맥·예 3부족, 혼인동맹으로 결합” 중국 동북공정과 일본 역사왜곡 사건을 계기로 2006년부터 뜻 맞는 학자들이 모여 매달 한 차례씩 열었던 고조선연구모임을 발전시킨 고조선학회는 출범 이후 중국 요서와 요동 지역의 고조선 유적지 추정 지역과 홍산문화, 하가점하층문화 등의 유적지를 답사하며 심층적인 연구를 벌여 왔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첫 정기학술대회를 열었고, 그때 발표했던 논문 6편을 다듬어 책으로 묶어 냈다.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논문 ‘고조선의 통치체계’에서 고조선이 기원전 30세기~기원전 24세기에 건국된 한국 최초의 고대국가이자 동아시아 최초의 고대국가라고 주장한다. 고조선은 한·맥·예 3부족이 결합해 세워졌는데 이때 한족은 왕을 내고, 맥족은 왕비를 내는 혼인동맹으로 결합해 단군이 고조선의 초대 군주가 되었다. 신 교수는 단군이 후국족인 예족의 소왕까지도 통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왕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왕’이었으며, 고조선의 정치체제는 세습군주제였다고 해석한다. 학회장인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는 ‘고대 문헌에 보이는 한국 고대사의 두 가지 체계’에서 한국 문헌을 토대로 한 ‘제왕운기-고려사 체계’와 중국 문헌에서 확인되는 ‘삼국유사-기본사료 체계’를 비교검토하면서 전자를 바탕으로 현재 통용되는 고대사 체계에 이의를 제기한다. 즉 중국문헌의 기록에 따라 재구성한 ‘삼국유사-기본사료 체계’가 더 신빙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한반도와 요동·요서의 만주가 영토” 이 체계에 따르면 고조선의 영역은 한반도와 요동·요서의 만주를 포괄하며 단군 왕검이 세운 고조선은 오랫동안 존속하다가 고조선의 분열로 열국시대가 등장한 것이 된다. 열국은 모두 한민족의 나라였고, 기자조선·위만조선·한사군은 지금의 요서, 즉 고조선의 서부 변경에서 일어났던 사건들로서 한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 문헌에 기록돼 있는 ‘제왕운기-고려사 체계’를 근거로 하면 기자조선·위만조선·한사군이 고조선의 중심부에 있었던 것으로 돼 이들 모두 한국사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윤 교수는 “이 체계를 따르면 한민족은 고조선을 건국했지만 오래지 않아 멸망했고 상당히 오랜기간 중국인들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한민족의 활동무대가 시종일관 한반도 북부, 지금의 평양이 그 중심지였던 것이 된다.”면서 하루빨리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단군묘 전승의 형성시기를 분석한 김성환 실학박물관 학예연구관의 ‘전통시대의 단군묘 인식’, 한국 상고사와 고대사 연구에서 고고학 자료 응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복기대 국제뇌교육종합대 교수의 논문 등이 실렸다. 학회 간사인 복기대 교수는 “고조선 연구의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연구가 미비했는데 앞으로 매년 두 차례 학회지 발간을 통해 한국사의 시원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회원은 90여명이며, 매달 열리는 토론회에는 30~4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과거사, 감추거나 반성하거나

    러시아가 자국에 불리한 역사 해석을 막기 위해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캄보디아는 처음으로 ‘킬링필드’를 다룬 교과서를 발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해치는 ‘역사 왜곡’을 조사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군, 행정부, 정보기관이 참여하는 역사특별위원회 설치를 명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 보도했다. 이는 옛소련에 소속돼 있던 국가 등 다른 나라들의 러시아 전체주의 비판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옛소련 통치 시대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스탈린 시대의 배고픔을 자국민에 대한 ‘대량 학살’로 분류하는 시도를 했고 에스토니아는 붉은 군대 기념비를 수도 중심부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폴란드는 옛소련 비밀경찰에 의해 살해된 자국 정부 관료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고 있는 것도 러시아에 골칫거리다. 국내적으로는 옛소련의 향수를 자극, 애국심을 이용해 정치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특별위 설치에 앞서 요시프 스탈린에 대해 관대하게 적고 있는 특정 교과서 사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반면 캄보디아는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는 대신 적극적인 과거사 청산에 나서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크메르루주 정권의 학살을 다룬 최초의 교과서를 20일 공개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노의 날’인 이날 유엔이 후원하는 전범 재판소 인근 훈 센 앙 스누올 고등학교에서 기념식을 갖고 학생 1000여명을 포함한 참석자 수천명에게 교과서를 나눠 줬다. 툰 사임 캄보디아 교육부차관은 “일부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은 몰랐던 크메르루주 정권 당시의 아픔과 잔혹상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교과서 50만부를 학교 1000여곳에 배포할 예정이다. 그동안 캄보디아 학교에서는 학살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데다 학살에 연루된 인사들이 여전히 캄보디아 내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전범재판소 설치 이후 과거사 청산 움직임이 일면서 교과서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게 됐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견습공무원 재수·삼수생 이색 합격기

    3년간 수습으로 근무한 뒤 6급 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되는 지역인재추천채용제도(견습공무원 시험)에도 재수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모집한 제5기 견습공무원에 최종 합격한 박용식(28·광주대 졸업)씨는 3기 모집 때부터 시험을 쳤던 삼수생이다. 박씨는 2007년에는 필기시험에서, 지난해에는 면접에서 각각 탈락해 분루를 삼켰지만 올해는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역인재채용제 최근 재수생 늘어 공무원이 되려면 견습공무원 시험보다 공채 준비를 하는 게 보다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견습시험은 1년에 한 번뿐이지만, 공무원 공채는 지방직과 서울직까지 최대 3번 시험을 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박씨는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공채 시험보다는 학점·외국어능력·사고력 등 다양한 능력을 측정하는 견습시험에 매력을 느끼고 지난 3년간 계속 도전했다. 지난해 면접에 떨어진 뒤에는 금융감독원 행정인턴으로 근무하며 공직 경험을 쌓는 등 절치부심했다. 상승익(25·경북대 4년)씨 역시 지난해 면접에서 떨어졌다가 올해 합격한 재수생이다. 3년 전 대학선배인 홍양호 통일부 차관의 특별 강연을 들은 뒤, 공직에 매력을 느껴 도전했다고 한다. 토익 점수가 940점인 상씨는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검사(PSAT) 준비를 위해 매일 신문을 탐독했다. 단순히 신문을 읽는 걸로 그치지 않고,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찾아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길렀다. 신문에 경제위기 기사가 나면, 한국은행이나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본 자료를 보며 직접 해석해 봤다는 것이다. 두 차례 면접에서 한 번은 떨어지고 다음해에는 합격한 상씨. 상씨는 면접 요령은 ‘기술’이 아닌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어떻게 면접관에게 잘 보일까.’ 이런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는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올 때도 ‘할 말은 다했다.’는 후련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꾸준한 신문 탐독·독서 도움 최연소 합격자인 조수연(22·금강대 4년)씨는 PSAT 시험 준비기간이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합격의 영광을 누렸다. 평소 꾸준히 독서를 한 게 PSAT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조씨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 현지 학생들이 고구려 역사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널리 알리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日역사교과서 왜곡 검정체계 바뀌어야 해결”

    일본 역사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해결하려면 일본 정부의 검정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월9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지유샤 간행 역사교과서에 대한 분석과 향후 대응을 모색하는 자리에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12일 재단 회의실에서 ‘2009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중학교 역사교과서 상세분석’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지유샤판 역사교과서의 역사왜곡 부분을 2005년 발간된 후소샤판 교과서와 비교해 검토하고, 지난해 개정된 학습지도 요령이 전면 적용되는 2011년 일본 교과서 검정 시행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자리다. 남상구 재단 연구위원은 미리 배포한 ‘새역모 발간 교과서의 검정 실태에 나타난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의 문제점’에서 “일본 정부가 현재의 교과서 검정방법 자체를 수정하지 않는 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검정의견서를 작성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교과서 조사관을 문부과학성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역사서술에서 이웃나라 국민의 역사감정을 배려해야 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했는지 검증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과서를 시대별로 나눠서 진행한 분석에서는 지유샤판이 후소샤판 역사서술을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석 연구위원은 “고대사 관련 서술 부분은 한국 고대사의 시발점으로 낙랑군을 설정하고, 고조선과 발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등 후소샤판 교과서와 거의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지유샤판을 계기로 일본의 역사왜곡 경향이 더욱 굳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이원우 연구위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과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어 일본사회의 우경화 분위기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채택률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남 연구위원은 “새역모와 문부성은 2001년 검정과 2005년 검정을 통해 교과서 기술 내용에 대한 일정한 합의를 이뤘고, 2009년 검정은 이를 확인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차기 검정에도 이런 경향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토론에는 허동현 경희대 교수, 신주백 연세대 교수, 최덕수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중을 통해 본 ‘조선시대 사상사 연구’

    원로 국사학자인 이성무(72)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명예교수가 조선 500년 사상을 인물 중심으로 정리한 저서 ‘조선시대 사상사 연구’(전 2권, 지식산업사)를 출간했다. 저자는 2003년 한중연을 정년 퇴직하면서 역사대중화 사업과 더불어 사상사 연구에 매진해 왔다. 사상사 연구는 기존 양반 연구를 토대로 각 문중과 연계를 통해 이뤄졌다. 2004년 5월 학자와 문중을 연결하는 ‘뿌리회’를 창립해 운영해 왔으며, 이 책은 그 첫 성과물이다. 1권은 상촌 김자수를 비롯한 경주김씨 상촌공파,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에 관한 논문, 대한민국학술원에서 발표한 ‘조선전기 역사 연구의 쟁점들’을 묶었다. 2권은 서애 류성룡, 지천 최명길, 백헌 이경석, 다산 정약용, 수당 이남규에 관한 연구 논문과 충장공 남이흥의 일생, 한국의 성씨와 종조의 역사를 정리했다. 저자는 “문중의 주장만을 대변해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면 그러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사료에 따라 객관적·사실적으로 서술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사상사를 연구하려면 각 문중과 연계를 맺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국 폄하 만화 ‘혐한류 4’ 출간 논란

    한국 폄하 만화 ‘혐한류 4’ 출간 논란

    한일 양국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일본 만화 ‘혐한류’(マンガ嫌韓流) 시리즈 4편이 오는 30일 출간된다. 이 시리즈의 저자인 우익작가 야마노 샤린(山野車輪)은 지난 24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4편의 내용은 ‘재일한국인 특집’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혐한류’ 시리즈를 출판하는 ‘신유샤’(晋遊舎)는 자사 홈페이지(shinyusha.co.jp)에 특집 사이트를 만들어 “몇 년 안에 재일한국인은 내정간섭을 할 수 있는 ‘외국인참정권’과 언론탄압을 합법화하는 ‘인권옹호법’을 손에 넣어 일본을 탈취하는 최종단계에 돌입한다.”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출간된 3편에 이어 2년 만에 등장한 이번 4편도 “재일한국인의 일본침략”,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 강제 연행됐다는 주장은 특권과 돈을 받아내기 위한 사기도구”, “외국인참정권과 인권옹호법은 일본을 망치는 무기”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실려 있다. 또 한국을 “성범죄대국”으로 칭하며 “강간민족의 기원”, “슬픈 속국의 역사”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05년 1편이 처음 출간된 ‘혐한류’ 시리즈는 재일한국인 차별문제, 반일문제 등을 다루며 한국사를 왜곡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출판사 측은 이 시리즈가 총 9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현지에서 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amazon.co.jp 문설주기자 spirit0104@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 이성과 감성 사이/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학 교수

    [열린세상] 이성과 감성 사이/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학 교수

    우 리는 유별나게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이 많은 인간적’이라는 표현은 종종 그 사람의 인품에 대한 찬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정’은 그 이유나 원인을 엄밀하게 규명할 수 없는 마음의 상태로서 ‘감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국민이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풍부한 감성을 지닌 민족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분명한 것 같다. 1980년 대 초 미국 학계는 ‘감성’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였으며 많은 학자들이 감성을 바탕으로 한 연구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즉, 종전 까지는 사람을 주로 ‘이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합리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해 오다가 ‘이성’만이 의사결정의 주요 요인이 아니라 때로는 감성에 의해 더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개인적인 일이든 또는 중요한 공공적 이슈든 상당 부분 감성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서구문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광고는 서구의 이성적인 소구 광고보다 감성소구 광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감성’의 중요성에 대한 주장이 일반적이며 교육, 마케팅, 문화 나아가 정치까지 감성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감성지수(EQ) 까지 언급하면서 감성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물론 감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성‘과 ’감성‘은 조화를 이뤄야 바람직하다. 우리의 문화적 특성 상 이미 ’감성‘이 풍부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재된 감성이 충분히 개화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 ’감성‘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것까지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물을 냉철하게 파악하여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사회적 문화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연 일 ‘박연차 게이트’니 ‘600만불의 사나이’ 등으로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에 대해 전국이 떠들썩하다. 물론 검찰의 수사를 비롯한 사법적 최종 결정이 나야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나 판단은 어떨지 궁금하다. 대통령 재임 시 보여주었던 당당한 언행과는 달리 ‘집’과 ‘증거’를 앞세워 뒤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있을까? ‘노무현의 눈물’에 동정과 지지를 보냈던 것처럼 또다시 감성에 휘둘릴 것인지, ‘마음씨’ 착한 사업가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생활에 보태 쓰라고 거금을 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을 감동스럽게 받아들일 것인지 궁금하다. 퇴임하면 낙향하여 조촐한 한옥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고향민들과 생활을 함께하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을 예상하던 국민들은 여유 있는 ‘사저’에서 인터넷 정치로 또다시 사회적 분열과 갈등에 불씨를 지피다가 불미스러운 수뢰혐의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전직 대통령을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 우리에게 감성적 요소가 결여된다면 사회적으로나 문화적, 교육적 측면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인간적 차원에서 풍부한 감성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공공적 이슈나 사안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을 위한 이성적 합리성을 사회적 가치로 준수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국민들이 이러한 사안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일반 국민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최근의 언론 상황은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 왜곡기사나 미확인 사실을 성급하게 선동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언론이 제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국민들로 하여금 보다 합리적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충현 서강대 광고마케팅학 교수
  • [모닝 브리핑] 외통위 ‘日역사교과서’ 규탄 결의안 처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 및 검정 통과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처리, 본회의로 넘겼다.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제출한 이 결의안은 최근 일본의 지유샤(自由社)판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 “한·일 양국의 선린우호 관계와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이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의안은 또 일본 정부에 대해 왜곡된 역사교과서 검정 철회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확고하고 단호한 모든 외교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9월 도쿄서 한·일공동대축제 열 계획”

    │도쿄 박홍기특파원│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는 오는 9월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도쿄 히비야공원과 긴자에서 한·일공동대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권 대사는 이날 대사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내년이 일본의 한반도 강점 100년이 되는 해인 만큼 한·일간 긴장관계를 사전에 완화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민간 차원의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장이 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축제의 효과적인 행사준비를 위해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의 나리타 유타카 최고고문을 실행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권 대사는 또 “재일교포들의 한국어 사용운동을 적극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2세들이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익숙한 현실에서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을 중심으로 교포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어 쓰기를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올해 초 열린 민단 신년회에서 정진 단장의 인사말 등이 모두 일본어로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이 적잖았다. 재일교포와 일본 주재원을 대상으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의 통장 갖기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한국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함으로써 모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단은 오는 21일 도쿄의 중앙본부에서 우리말 배우기 및 한국계 은행 통장 개설하기 결의대회를 갖는다. 권 대사는 “취임 이후 대일외교의 원칙으로 신뢰 외교, 예방 외교, 끈질긴 외교를 견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 7월 중학교 사회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기술 문제, 최근의 지유샤(自由社)판 중학교 왜곡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외교 원칙이 다소 손상을 입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한·일 관계가 안정되고 긴밀히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서로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hkpark@seoul.co.kr
  • “中정부 ‘중화문명 탐원공정’은 독자성과 우월성 부각이 목적”

    중국 정부는 2001년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계획 중점 항목으로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을 시작했다. 중국 역사학계의 대표적 연구 공정인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이 2000년 완료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은 영토안에 있는 모든 민족은 고대로부터 중화민족이고, 중국의 역사라는 중화주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하상주단대공정, 중화문명탐원공정, 요하문명론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 관련 공정에 힘을 쏟고 있다. 고구려를 중국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 역시 이 거대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중국정부 2001년부터 8년간에 걸쳐 진행 탐원공정 프로젝트는 예비연구(2001~2003년)를 거쳐 제1단계 연구(2004~2005년)와 2단계 연구(2006~2008년)로 진행됐다. 1단계 연구가 기원전 2500~1500년경 중원 지역을 시·공간 대상으로 삼았다면, 2단계는 이보다 10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3500년 무렵 장강 유역 및 요하 유역까지 확대해 중국 문명의 토대를 추적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은 탐원공정의 실체와 문제점에 대한 연구를 전공학자 4명에게 맡겼고 그 결과물을 최근 단행본 ‘중국 문명탐원공정과 선사고고학 연구현황 분석’으로 출간했다. 재단은 앞서 하상주단대공정을 비판한 ‘하상주단대공정-중국 고대문명 연구의 허와 실’, 동북공정의 오류와 모순을 지적한 ‘중국 동북지역 고고학 연구현황과 문제점’을 연구총서로 펴낸 바 있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 부족” 문제점 지적 박양진 충남대 교수는 탐원공정의 문제점으로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문명의 형성 과정에서 확인되는 여러 지역문화의 다양성은 결국 ‘다원일체’라는 해석의 틀에서 하나로 통합되었고, 그 의미는 애써 축소되었다.”고 비판했다. 중화문명과 직접 관계가 없거나 희박한 문화와 문명조차 현재의 중국을 형성한 기초가 되었다는 주장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요하 유역에서 발견된 선사 및 고대문화를 ‘요하 문명론’으로 규정하고, 이를 중화문명과 결부시키는 등 기존 중국사의 틀을 수정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주변국의 상고사는 존립기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성구 울산대 교수는 중국문명의 세계사적 보편성이 아닌 특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중국문화의 독자성과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목적 아래 문명이나 국가의 출현을 입증할 만한 유적이나 유물 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대영 한신대 교수는 중화문명탐원공정의 연구동향과 전망을, 오세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중국 문명의 형성과 초기 발전단계의 사회경제연구를 분석했다. 동북아재단은 “이번 연구가 동북아시아를 두고 중국학계가 견지하고 있는 편협한 시각을 교정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향후 각종 역사 왜곡의 대응 논리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중·일 “北로켓 공조” 합의 日엔 역사왜곡 경고 메시지

    이명박 대통령은 태국 파타야에서 예정됐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등이 현지 사정으로 취소됨에 따라 12일 새벽 성남 서울 공항을 통해 조기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늦게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태국 반정부시위로 현지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귀국을 앞당겼다.이 대통령은 짧은 일정이었지만 11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면담,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에 차례로 참석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과 관련해 북한에 강력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데 3국 정상의 의미있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합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책으로 안보리 의장성명을 채택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빛을 발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조속한 시일 안에 단합된 목소리로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원 총리가 “이 대통령의 의견에 공감한다. 3국이 긴밀하게 소통해 곧 유엔을 통해 일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이번 합의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제재문제를 놓고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중국과 일본이 한국과 더불어 공동 대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앞으로 3국간 공조체제 구축 여부 및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이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관련, 일본측에 ‘경고’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역사인식 문제 등으로 양국관계가 주춤하는 일이 있었지만 양국관계가 후퇴할 수는 없다.”면서 “일본도 이 점을 깊이 인식해 오해를 빚는 일이 없도록 신중히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이 ‘신중한 대처’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이는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는 지유샤판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킨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후소샤판 교과서에 이은 역사왜곡에 대해 일본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으면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분명하게 쐐기를 박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인 것으로 해석된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한민족의 연호(年號)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일본 극우세력이 한국사를 왜곡한 적이 한두 번이겠느냐만은, 이번에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했다는 지유샤(自由社)판 ‘새로운 역사교과서’에서 그들은 또다시 황당한 주장을 내세웠다. 동아시아에서 독자적 연호(年號)를 사용한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호란 연도를 표시하는 기준이다. 예컨대 올해가 서기로는 2009년이지만 단기로는 4342년인 것처럼 ‘서기’와 ‘단기’는 각각 연호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漢)나라 무제가 서기전 140년 건원(建元)을 사용한 뒤로 연호 사용의 전통이 이어져 왔다. 한민족 역사에서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4세기 말 ‘영락(永)’이라는 연호를 쓴 것이 가장 오래됐다. 신라는 법흥왕 23년(서기 536년)에 한무제 때와 같은 연호 ‘건원’을 최초로 사용했다. 백제가 연호를 사용했는가는 견해가 엇갈린다. 백제가 왜(일본)에 하사한 칠지도의 명문에 나타나는 ‘태화(泰和)’를 백제의 연호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의견이 다른 상태이다. 그 밖에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운 마진국에서 ‘무태(武泰)’ 등 연호를 썼으며, 고려와 발해도 상당기간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 반면 왜는 645년 고토쿠(孝德)왕이 즉위하면서 ‘다이카(大化)’란 연호를 처음 사용했다는 기록이 일본측 사서에 나온다. 우리에 견주면 일본은 200년 이상 늦게서야 연호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연호 사용 여부가 중요한 까닭은 국가의 독립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한자문화권에서 중국은 ‘천하의 중심’을 자부했고 이를 주변국에 강요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연호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 따라서 중국 연호를 따라 쓰면 제후국이요, 독자적인 연호를 쓰면 자주국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가 ‘독자적 연호를 사용한 나라는 일본뿐’이라고 강조한 이유는, 한민족의 나라는 항상 중국의 종주국이었다고 우기려는 의도인 것이다. 일본 극우세력이 있던 사실도 없는 일같이 호도하는 건 결국 제 국민을 무지하게 만드는 짓이다. 다만 우리도 우리역사를 올바로 알아 이번처럼 황당한 주장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무모한 이웃과 더불어 살려면 우리가 어차피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서동설화 버리긴 너무 아깝잖아”

    사극 열풍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극의 상상력은 신윤복을 남장여자로 각색할 만큼 역사가들의 상상을 초월하여 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역사가들이 사극에서 주목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사극 제작자는 이야기 그 자체에 관심이 있다. 사극 제작자는 이야기를 만들 목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역사가에게 이야기란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처럼 수단과 목적이 서로 엇갈려 있다는 것이 둘 사이의 소통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심판관은 대중이다. 선택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하기 때문이다. 판정은 뻔하다. 대중은 역사가들이 쓴 책들은 거의 읽지 않지만 역사소설과 사극은 열심히 본다. 그 결과 대학의 사학과는 만성적 위기에 봉착했지만, 대중문화에서 역사는 전성시대를 구가한다. ‘역사들이 속삭인다: 팩션열풍과 스토리텔링의 역사’(김기봉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는 역사전성시대에서 역사학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하려는 목적으로 집필됐다. 팩션(faction)이란 사실(fact)에 허구(fiction)를 합한 단어조합이다 내 테제는 역사가들은 실제 일어났던 ‘현실의 역사’를 쓴다면, 사극이나 역사소설은 ‘꿈의 역사’라는 것이다. 역사가들은 전자는 사실이므로 진실이고, 후자는 허구이므로 거짓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으로 현실과 꿈의 관계를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왜냐면 인간은 꿈꾸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꿈 없는 현실은 무의미하고, 현실 없는 꿈은 공허하다. 중요한 것은 꿈과 현실의 분리가 아니라 ‘꿈의 대화’다.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정의한다면, 현재의 역사가가 과거와 대화하려는 시도조차가 ‘꿈의 대화’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지만 다수가 꾸면 이미 현실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의 전형적 예가 ‘삼국유사´에 나오는 서동설화다. 무왕과 선화공주가 살았던 시대 백제와 신라 정세로 보아 두 사람이 그런 로맨스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현실의 역사’로는 실현될 수 없는 ‘꿈의 역사’다. 최근 미륵사지에서 발굴된 사리봉안기는 우리를 그런 ‘꿈의 역사’로부터 깨어나게 만드는 사료다. 그럼 어떻게 해서 미륵사 석탑에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깃들게 됐을까. 이 문제를 주제로 한 학술발표회에서 실증사료를 토대로 해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원로 역사가의 반박에 곤욕스러워진 어느 소장 역사가는 “그럼에도 선화공주는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고 토로했다. 이런 인간의 열망이 설화와 팩션 생명력의 원천이고, 역사신드롬이 끝나지 않는 이유다.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이야기는 ‘현실의 역사’를 왜곡할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삶의 기적에 대한 민중의 염원이 만들어낸 ‘꿈의 역사’다. 근대 실증사학이 이 같은 ‘꿈의 역사’를 과학의 이름으로 금지했다면, 탈근대 “팩션시대, ‘꿈꾸는 역사’를 許하라”는 것이 내 책의 주장이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 금기는 없다… 이호철판 역사 바로 세우기

    금기는 없다… 이호철판 역사 바로 세우기

    올해 77세의 노(老)작가는 결코 지치지 않는다. 함경남도 원산생으로 젊은 시절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을 겪었고, 1974년에는 ‘문인 지식인 간첩단’으로 몰렸으며, 19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기도 했고, 1987년 6월에는 시위대 앞줄 어딘가에 있었다. 그렇게 분단과 독재의 질곡이 고스란히 그 한 몸에 화인(火印)처럼 새겨졌다. 그가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등단한 뒤 ‘문’,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 수십 권의 작품을 쏟아낸 50여년 동안 분단과 통일, 평화와 전쟁의 문제 등 우리 민족의 근원적 모순에 대한 천착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다. 이호철이다. 1991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된 그가 최근 내놓은 ‘별들 너머 저쪽과 이쪽’(중앙북스 펴냄)은 역사의 복판에 있었던 자신의 인생과 그 치열한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장편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서사(敍事)가 없다. 소설가가 자의로 창조한 캐릭터도 없다. 차라리 장편소설을 표방한 ‘한반도 근현대사 교과서’에 가깝다. ●역사 인물 가상 대담 형식 취해 이호철은 “현 정부 들어 좌우 진영 간에 교과서의 근현대사 기술(記述)에 있어 왜곡 논쟁이 분분한데 이 소설이 어느 것보다 엄정한 역사교과서가 될 수 있으리라 자부한다.”고 ‘실험적 기법의 장편소설’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근현대사의 주요인물인 이승만, 송진우, 김구, 조만식, 최용건, 민영환, 이준 등을 불러내서 ‘별 너머 가상 대담’을 시키는 형식을 취했다. 엄정한 역사적 사료와 함께 역사적 인물의 ‘텍스트 사이’에 대한 방대한 평생의 취재를 바닥에 깔고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물론 작가의 역사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조만식, 최용건 등 누군가의 입을 통해 담겼음은 물론이다. 이는 자신이 1992년에 쓴 소설 ‘개화와 척사’에서 이미 한번 실험한 기법이다. 물론 작가 자신이 밝히듯 슈테판 츠바이크가 소설 ‘마리 앙투아네트’를 쓰며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소설적 기법에서 체득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고종 말부터 해방, 분단까지 우리네 현대사 통한의 순간, 치열했던 상황을 잔인하리만치 세밀하게 서술한다. ●“시선 치우치면 현재의 문제 푸는 방식도 왜곡” 이호철은 “진보건 보수건 근현대사를 보는 시선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때문에 현재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 역시 비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우리가 뻔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조차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주장에는 금기(禁忌)가 없다. 애써 에두르지도 않는다. 조만식과 최용건의 입을 빌려 북한 주석 김일성, 그리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갖고 있는 공과를 일일이 나열한다. 일종의 인물 재평가를 통한 ‘이호철식 역사 바로세우기’다. ●이승만·김일성 공과 가감없이 나열 김일성은-최근 학계에서 인정받은 사실이긴 하지만- 항일무장투쟁의 지도자로서 1937년 6월 보천보 전투의 공적, 일본의 공작으로 내부분열이 일 때 모두를 껴안는 통 큰 지도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또한 국부, 또는 분단의 원흉으로 취급받던 이승만에 대해서는 “그만큼 20세기 초반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정세를 명확하게 인식한 리얼리스트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가 조만식의 입을 빌려 ‘이승만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켜낸 유일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내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더욱 열심히 소설을 써야겠어요. 날마다 요가하고, 등산하며 건강 챙겨야 할 이유죠. 조만간 단편소설 세 편이 나올 텐데 아흔 살까지는 쓸 겁니다.” 젊은이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정력적인 집필은 물론 몇 사람이 모여 있건 독자를 만나는 독회 활동에 열의를 쏟는 것도, ‘거시기 산악회’와 요가로 건강을 챙기는 것도 모두 자신의 통일론, 남북평화의 중요성에 공감을 얻고자 하는 필생의 소명 때문이다. 좌우도, 노소도 모두 곰곰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글ㆍ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日 역사왜곡 교과서 또 검정 통과

    日 역사왜곡 교과서 또 검정 통과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일본 문부과학성은 9일 교과서검정심의회를 열고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등 역사를 왜곡한 내용을 담은 출판사 지유샤(自由社)의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문제의 교과서는 일본의 극우세력들로 구성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집필했다. 이에 따라 역사 왜곡의 정도가 다른 출판사에 비해 더욱 심한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기존의 후쇼샤(扶桑社)판과 함께 2종으로 늘었다. 지유샤의 교과서는 오는 2012년부터 시행되는 신학습지도요령에 따라 내년부터 2011년까지만 사용된다. 때문에 검정을 신청한 중학교 역사교과서도 지유샤 1곳뿐이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초한 역사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킨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이고도 근본적인 시정을 촉구했다. 또 주일대사관 등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항의의 뜻도 전달했다. ‘새역모’는 과거 후쇼샤판 역사교과서를 만든 단체이지만 지난 2007년 후쇼샤와 노선 갈등, 새역모의 회장 인선을 둘러싼 마찰 등을 겪다 결별한 뒤 지유샤를 통해 별도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제작해 검정을 신청했다. 지유샤판 역사교과서의 역사 왜곡은 현행 후쇼샤판과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유샤판 역사교과서는 한·일 학계에서 부정되는 임나일본부설을 서술하고 있는 데다 동아시아에서 일본만이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조선을 부적절한 식민지 용어인 ‘이씨조선’으로 표기하고 임진왜란 때 조선 침략을 ‘출병’으로 표현했다. 조선통신사에 대해서도 목적과 초빙 이유 등의 설명을 빼 마치 일본 무신정권의 수장인 쇼군(將軍)의 축하사절단으로 오해할 수 있게 기술했다. 게다가 강화도 사건의 도발 주체와 목적, 경위를 은폐해 일본의 한국 침략 의도를 고의로 부정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근거한 한반도 위협설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도 합리화했다. 심지어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초점이 한국의 근대화에 있었다고 미화하는 동시에 한국 강점의 강제성 및 침략 의도도 은폐했다. 강제동원된 일본군 위안부의 내용은 아예 싣지도 않은 데다 징용이나 징병의 강제성도 불분명하게 서술했다. 한편 2001년 4월 검정을 통과,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후쇼샤판 역사 왜곡 교과서의 채택률은 일본 시민단체 등의 불채택 운동에 힘입어 2005년 기준으로 0.39% 정도다. 81개 중학교에서 4800여명의 학생이 쓰고 있다. hkpark@seoul.co.kr
  • 종이갑옷 입고 화살·조총에 맞선 이름모를 그들 조선 무사를 만나다

    종이갑옷 입고 화살·조총에 맞선 이름모를 그들 조선 무사를 만나다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인류의 역사에는 크고 작은 전쟁이 수없이 일어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 터지면 으레 전투에서 맹활약한 영웅호걸이 탄생하고, 역사는 이들에게 집중하며 이들만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호위 병사와 물자를 보급해준 백성이 없이도 장수는 출중한 지략만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을까. 전쟁에서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상처받는 것이 비단 영웅호걸뿐일까. ‘조선무사’(최형국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다. 무예사와 전쟁사를 연구하고 무예24시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시대 전쟁 속 병사,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백성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장수나 지휘관이라도 실제 전쟁에서 총칼을 쥔 한 명 한 명의 병사들과 여러가지 물자를 보급했던 이름 모를 백성들이 없었다면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해 알아야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목했다.”고 밝힌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좀더 가까이 읽으려면 소소하고 일상적인 병사나 백성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옛 문헌·그림 토대로 조선무사의 하루 재구성 저자는 옛 문헌과 그림 등을 토대로 조선 병사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새벽 4시쯤 첫번째 나팔 소리 ‘두호’가 길게 울리면 병사들은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무기와 보급품 등을 챙긴다. 요즘의 취사병과 비슷한 화병(火兵)이 있어 밥을 짓는다. 두번째 나팔 소리인 이호가 울리면 병사들은 주특기에 따라 업무를 시작한다. 조총병은 길게 늘어서 주특기인 사격 연습을 하는 식이다. 비상식량을 만드는 훈련도 있다. 볶은 쌀 두 되와 밀가루 한 되 다섯 홉으로 떡을 찌거나 소주에 여러번 담갔다가 꺼내 말린 게 일종의 휴대 식량이다. 새벽 기상, 훈련, 행군, 오후 9시쯤 취침의 일과가 반복되는 직업군인의 하루는 예나 지금이나 고단하기 그지없다. 나라를 위해 싸우면서도 대부분의 병사들은 갑옷과 무기를 스스로 사야 했다. 가난한 백성들은 대충 모양만 갖춰 갑옷을 만들어 입는 경우도 허다했다. 튼튼하기로는 철로 만든 철갑이 최상이었지만 여윳돈이 없는 백성들은 짐승가죽이나 종이로도 갑옷을 만들었다. 이것이 피갑, 지갑이다. 비단으로 짠 단갑, 무명으로 만든 삼승갑 등 갑옷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종이 갑옷으로 화살이나 조총을 무슨 재주로 막을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조선 무사들의 갑옷은 피눈물이 스며있는 것이다. 당시 국가의 위급상황을 알리는 최고의 통신망이었던 봉수(烽燧) 이야기도 재미있다. 평시에는 한 개, 심각성에 따라 다섯개까지 지피는 봉수는 승패를 좌우했다. 인조는 봉수로 인한 승패를 모두 경험한 왕이었다. 명장 정충신이 봉수를 선점한 덕에 이괄의 난은 실패로 끝났지만, 병자호란 당시 도중에 봉수가 끊겨 미처 피신하지 못한 인조는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봉수는 거친 날씨에는 보이지 않아 구실을 못 하는 통신수단이라 이때는 봉수군이 직접 다음 봉수대까지 달려가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조선 숭문천무 풍조 일제가 왜곡·과장한 것” 세계에서 인정하는 한국의 양궁 실력이 고구려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맥을 잇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는 일화도 있다. 1377년 남해안을 습격한 왜구가 맨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놀리는 일이 있었다. 화가 날 법한 상황에 이성계는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활을 쐈다. 화살은 200보 떨어진 거리의 왜구 엉덩이에 정확히 꽂혀 이들을 혼비백산하게 했다. 활쏘기 연마는 조선 개국 이후로도 계속됐고, 엄지에 깍지를 끼워 시위를 당기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배울 수 있는 무예로 통했다. 조선시대 무(武)를 천대하고 문(文)을 숭상했다는 숭문천무(崇文賤武)의 풍조도 일제가 조선강점을 비호하기 위해 왜곡·과장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사극에서는 오합지졸로 표현되는 군졸도 사실은 체계적인 공격술인 창검술을 갖췄다는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곳곳에 녹아 있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철학의식 담고 실용대안 제시한 ‘교육학 소설’

    ‘유진의 학교’(한석훈 지음, 한울 펴냄)는 ‘교육소설’이다. 소설이자 철학서이며, 교육학 개론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위한 작품이기도 하고, 선생님을 꿈꾸는 교원임용고시 준비생들, 또는 교육학에 관심있는 평범한 부모를 위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서사 자체는 단출하다. 교육학을 전공하는 주인공 ‘유진’이 우연치 않게 학교설립 사업에 참여하게 되며 교육철학, 교육사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현장 학습을 한다. 엘리트 교육을 신봉하는 설립자와의 충돌이 빈번해지고, 동서양 교육철학의 현대적 재해석 가능성을 찾게 된다. 하지만 유진 역시 엘리트주의 교육관에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전인교육에서 요구되는 내적 성찰의 중압감을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점차 자아실현으로서의 교육철학을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한석훈은 ‘정식’으로 등단한 소설가는 아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교육학 박사학위를 가진 교육학자다. ‘유진의 학교’는 그가 쓴 첫 번째 소설이다. 교육 현실에 대한 자신의 철학적 문제의식과 대안을 소설 형식으로 풀었다는 편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교육철학과 교육사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과목이다. 이탓에 ‘암기과목’으로 전락됐을 뿐, 정작 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석훈은 “철학과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지한 성찰적 태도를 앙양하고, 이들의 현실에 대한 ‘실용적 대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경쟁 중심으로 이뤄지며 자아상실의 지름길처럼 작용하는 왜곡된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 대안으로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개인적인 내적 성찰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철학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마치 ‘철학 입문서’처럼 서양 철학의 굵직한 사상 흐름을 어렵지 않게 읽도록 했던, ‘소피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네이밍 정치’ 더 이상 약발 없다/김종면 편집위원

    [서울광장] ‘네이밍 정치’ 더 이상 약발 없다/김종면 편집위원

    얼마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막장’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언론사에 보내 관심을 모았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지하에서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진지한 삶의 터전이 막장인데, 폭력·불륜 같은 나쁜 뜻으로 쓰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세(警世)의 말은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소리일 뿐, 실체를 왜곡하는 ‘부정적인 이름 붙이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압권이 민주당이 최근 네티즌을 상대로 벌인 이른바 ‘MB정권 2기 내각 네이밍(이름짓기) 공모’다. 상금까지 내건 이 정치 잔혹굿에 200여명의 네티즌이 응모해 고만고만한 이름을 내놓았다고 한다. 무대포 내각, 양치기 정권, 일기예보 정권, 형님 내각, 후진 내각…. 거기에는 물론 막장 내각이라는 말도 들어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1야당이 왜 이런 저열한 정치쇼를 연출할까. 별명을 붙이려면 평소에 국민과 소통하고 민심을 살펴가며 해야지 무슨 장한 일이라고 네티즌에게 돈 주고 이름을 사나. 온라인 민심을 가져다 쓰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그릇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인의’ 인터넷 공론장을 유린하면 반드시 부메랑의 화살을 맞는다. 공모까지 했지만 ‘고소영’ ‘강부자’ 같은 자극적인 상품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빨리 ‘당선작 없음’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뭔가 생산적인 정칫감을 찾아야 한다. 되잖은 말장난으로 쓸데없는 정쟁거리를 만들면 정말 웃음가마리가 될 것이다. 정치가 공공재(公共財)인 한, 누구도 그 발치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 정치의 몰골이 아무리 망측하고 그 음색이 혼탁해도 그것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다. 매스컴 용어로 말하면 ‘사로잡힌 수용자’다. 그러니 무분별한 네이밍 정치의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문제는 정치 네이밍이 끊임없이 상대를 꼬집고 비틀고 생채기 내는 부정적인 주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촌철살인의 풍자와는 이미 거리가 멀다. 정치에서도 마케팅은 필요하다. 정치 허무를 부추기는 세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에서의 마케팅, 특히 상대에게 치명적인 불도장이 될 수 있는 네이밍 마케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학과 편견을 강화하는 섬뜩한 방자의 도구로 쓰인다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요즘 외국 언론의 한국 때리기가 가관이다. 한국 경제에 독설을 퍼부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자에 또 “국회 난투극을 막으려면 TV카메라를 멀리 치워야 한다.”는 비아냥조 기사를 실어 부아를 돋게 만들었다. 내 걱정을 남이 대신해 주는 우스운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의 그릇이 커져야 한다. 남에게 ‘주홍글자’를 덧씌워 덕을 보려는 것은 소인배의 좁쌀정치요, 남을 못살게 굴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새도매저키즘(sadomasochism) 정치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은 부끄러움이 필요한 유일한 동물”이라고 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 떠오른다. ‘나쁜’ 이름을 공모한 민주당뿐 아니라 정치종사자 일반에 좀 더 부끄러움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부정이 아니라 긍정,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영혼을 좀먹는 ‘이름장사’는 더 이상 안 된다. 정명(正名)! 바른 이름 붙여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김종면 편집위원 jmkim@seoul.co.kr
  • 일본 망언, 게임에도 있다

    일본 망언, 게임에도 있다

    일본 민주당 오자와 의원이 최근 “지금 엔이 강세이기 때문에 제주도를 사버리자”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제주도민들은 물론 한국인 전체가 이 정치가의 발언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의 망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잊혀질만 하면 터져나와 온국민을 분노케 만든다. 게임 속 일본의 극우적 메시지도 문제다. 일본 외 국가에서도 왜곡된 사례는 더러 발생하지만 일부 일본 게임에서 그 정도가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게임개발사인 시스템소프트의 ‘현대대전략’ 시리즈는 출시 때마다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온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대전략 2005’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다. 여기에는 일본 자위대가 한국, 북한, 중국과 전쟁을 벌인 후에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해 중앙아시아 분쟁에 개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총 26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된 이 게임에는 일본 자위대가 독도는 물론 제주도를 점령하는 시나리오도 포함되어 있어 당시 이를 본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최신판인 ‘현대대전략 2009’도 논란의 소지는 여전하다. 지난해 12월 발매된 이 게임의 시나리오 가운데 독도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전면 대치 상황을 그리는 설정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측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세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전쟁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게임이 양국간 민감한 사안을 게임의 표현 방식을 통해 흥미 위주로 제시했기에 게임 속 일본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듯 보인다. 사진 = ‘현대대전략 2009’홈페이지 캡쳐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러시아 동화·이주정책에 소수민족으로 전락 시베리아 원주민 수난사

    러시아 동화·이주정책에 소수민족으로 전락 시베리아 원주민 수난사

    1492년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 이는 유럽 또는 서구인의 시각에서 비롯된 서술이다. 그 땅은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존재했고, 아메리카 원주민 쪽에서 보면 콜럼버스는 유럽 침략의 단초를 제공한 불청객이었을 뿐이다. 콜럼버스가 자신이 도착한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한 까닭에 그곳 사람들은 ‘인디언’으로 불려 왔다. 서구의 시각으로 미화된 미국의 서부 개척사나 유럽인의 아프리카 탐험사로 가려졌던 토착민들의 수난사는 시베리아에도 닮은꼴로 존재한다. 1992년 영국에서 출간된 뒤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베리아를 방대하게 고찰한 역작으로 손꼽히는 ‘시베리아 원주민의 역사’(솔출판사 펴냄)가 우리말로 옮겨졌다. 영국 에버딘 대학 러시아학과장으로 재직했던 제임스 포사이스 교수가 지었다. 언어학자의 저작이지만, 시베리아 지역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 자주 인용할 정도로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러시아인의 시베리아 정복사가 아니라 시베리아 원주민들의 피정복·피착취사에 초점을 맞춘다. 번역자인 정재겸 봉우사상연구소 편집위원은 “유럽의 작고 미개한 나라였던 러시아가 어떻게 그 광활한 시베리아, 동아시아, 알래스카의 원주민을 정복하면서 오늘날 거대한 제국을 형성하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이 어떻게 오늘날 이류 국민,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시베리아는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북아시아 지역으로 넓이가 13억㎢에 이른다. 아시아 대륙의 3분의1, 러시아 영토의 77%를 차지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터전을 꾸렸던 30여개 민족은 러시아의 동화정책과 이주정책으로 주인의 지위를 잃어버렸다. 원주민은 시베리아 전체 인구 3200만명(1989년 기준) 가운데 불과 5%인 160만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16세기 코사크 용병인 예마르크 원정대가 비싼 담비 모피를 쫓아 우랄산맥을 넘어 시베리아로 동진하면서 원주민의 수난사는 시작된다. 또 러시아가 19세기 캄차카 반도와 알래스카를 정복하고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고르바초프 시대를 거치며 소비에트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400년 동안 러시아인들은 시베리아에 착취와 수탈, 가난, 자연 환경의 파괴, 천연두 등 이전에는 없었던 질병, 보드카 등 알코올, 게으름과 불결함을 몰고 온다. 특히 레닌주의 민족 정책이 시베리아 원주민을 포함한 소수민족 세계를 ‘인도주의’와 ‘정의’로 이끌었다는 옛 소련 역사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는지도 고스란히 조명된다. 강력한 집단화 정책으로 야기된 전통 문화와 생업의 파괴, 공동체의 붕괴 과정이 원주민과 러시아인이 자연스레 동화되는 과정으로 왜곡됐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반 시베리아에 있었던 한민족의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포사이스 교수는 시베리아 원주민들에게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조언한다. 시베리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민족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시베리아 원주민과 우리 민족의 관계는 유전학적인 혈연 관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유물이나 풍습, 언어, 신앙, 영웅 설화까지도 많이 닮아 있다. 시베리아는 우리 민족의 기원과 연결되는 것이다. 때문에 전통, 종교, 사회, 언어 등 시베리아 원주민에 대한 인류학적인 고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아가는 데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바이칼포럼 공동대표인 이홍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아프리카를 떠나 동아시아로 이동해온 우리 선조의 도정을 알아내기 위해 이 책은 좋은 반려가 되어 줄 것이다. 시베리아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땅이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광활한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540쪽, 3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그래픽 김송원기자 nuv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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