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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인도건축기행(안영배 지음, 다른세상 펴냄) 건축공학 교수를 지낸 지은이의 발과 시선을 따라 인도 전역의 중요 건축물 세계를 들여다본다. 인도건축은 중국, 한국, 일본을 잇는 동북아 건축과 서유럽 건축 사이에 있는 제3의 건축이라는 게 지은이의 시각이다.1만 8000원. ●아이코놀러지:이미지, 텍스트, 이데올로기(WJT 미첼 지음, 임산 옮김, 시지락 펴냄) 시카고대 영문학·미술사 교수인 지은이가 언어적 관점에서 이미지의 본질을 다룬 저작이다. 이미지와 말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파헤친다.1만 8000원. ●고대사의 블랙박스(권삼윤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세계유산 리스트에 올라있는 왕릉 가운데 세계문화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살펴본 테마기행서.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가멤논 등 고대 그리스 왕릉과 한·중 고대사의 뜨거운 감자인 고구려 고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1만 2000원. ●중앙유라시아의 역사(고마쓰 하사오 등 지음, 이평래 옮김, 소나무 펴냄) 초원과 산악, 사막으로 이루어진 유라시아대륙의 통사를 담은 책.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신장위구르자치구, 우즈베키스탄, 티베트자치구, 중국 네이밍구자치구, 러시아 부랴트공화국, 투바공화국 등의 역사를 다룬다.3만원. ●미의 법문(야나기 무네요시 지음, 최재목·기정희 옮김, 이학사 펴냄)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조선 수탈정책과 조선인 동화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던 일본인인 지은이가 말년에 개척한 ‘불교미학’의 세계를 다룬다. 미에 관한 불교적 사색으로 세계를 반성하는 글을 담았다.1만 2000원. ●지식-생명·자연·과학의 모든 것(데틀레프 간텐등 지음, 인성기 옮김, 이끌리오 펴냄) 인류가 쌓아올린 자연과학이라는 지식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다. 대륙과 대양, 동물과 인간, 뇌와 정신, 식물과 동물, 노화와 죽음을 폭넓게 기술하고, 각 지식간의 복잡한 연관관계와 진행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3만 8000원. ●에로스의 탄생(후베르투스 쿠들라 지음, 오순희 옮김, 이룸 펴냄) 고대 그리스 신화와 역사속에 등장했던 연인들 32쌍의 이야기를 묶었다.‘큐피드와 프시케’ 등 신화속 연인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에 빠졌고, 주변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2만 3500원. ●젊은 날의 깨달음(조정래 등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조정래(소설가)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박노자(한국학교수) 고종석(언론인) 장회익(물리학자)김진애(건축가) 등 이 시대의 전문가이자 글쟁이 9인이 들려주는 삶과 젊음에 대한 에세이.1만원. ●열대우림에서 2년(윌리엄 로렌스 지음, 유인선 옮김 모티브북 펴냄) 스미스소니언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지은이의 열대우림 생태보고서. 호주 퀸즐랜드 열대우림지역에서 18개월간 현장연구를 수행하며 만난 동식물과 원주민,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펼쳐나간다.1만 2800원.
  • [무슨영화 볼까]

    ■ 킹덤 오브 헤븐 장르/예매율서사액션/32.93%(15세) 감독/배우는리들리 스콧/올랜도 블룸·에바 그린·리암 니슨 어떤 줄거리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펙터클 영웅담. 이래서 좋아 ‘글래디에이터’ 못지 않은 사실적 전투장면. 이래서 별로 액션의 규모에 눌려 녹아버린 드라마 홈피 반응은 “…” ■ 혈의 누 장르/예매율스릴러/34.38%(18세) 감독/배우는 김대승/차승원·박용우 어떤 줄거리 19세기 조선시대 외딴 섬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이래서 좋아한국 사극스릴러의 새 장을 열다? 이래서 별로 잔인한 장면이 많으므로 임산부와 노약자는 ‘요 주의’. 홈피 반응은 “반전보다는 인간의 추악한 내면에 방점” ■ 착신아리2 장르/예매율 공포/0.21%(15세) 감독/배우는츠카모토 렌페이/미무라·요시자와 유·세토 아사카 어떤 줄거리 1년 뒤 또 찾아온 죽음의 휴대폰 메시지. 이래서 좋아 휴대폰의 업그레이드 속도를 반영. 이래서 별로 허무하고 긴장감 빠진 결말. 홈피 반응은 “1편보다 공포 강도는 약하네.” ■ 인터프리터 장르/예매율 스릴러/0.94%(15세) 감독/배우는시드니 폴락/니콜 키드먼·숀 펜 어떤 줄거리유엔 동시통역사와 암살범에 얽힌 정치스릴러. 이래서 좋아 두 명배우의 연기대결 이래서 별로 탄탄한 출발, 허약한 결말 홈피 반응은 “…” ■ 어바웃 러브 장르/예매율 로맨스/1.36%(15세) 감독/배우는 존 헤이/제니퍼 러브 휴잇·더그레이 스콧 어떤 줄거리한통의 러브레터로 밝혀지는 세 남녀의 사랑에 관한 진실 이래서 좋아한없이 사랑스런 제니퍼 러브 휴잇의 매력. 이래서 별로 ‘엽기적인 그녀’를 커닝한 라스트신. 홈피 반응은 “그녀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 밀리언즈 장르/예매율 코미디/5.63%(전체) 감독/배우는 대니 보일/알렉스 에텔·루이스 맥거본 어떤 줄거리하늘에서 돈벼락 맞은 꼬마형제의 기상천외한 돈쓰기. 이래서 좋아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유쾌한 풍자.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어른을 위한 동화” ■ 댄서의 순정 장르/예매율코믹드라마/21.68%(15세) 감독/배우는 박영훈/문근영·박건형 어떤 줄거리 첫사랑에 눈뜬 스무살 옌벤 소녀의 라틴댄스 정복기 이래서 좋아 깜찍한 문근영, 춤도 잘 추네∼ 이래서 별로 문근영만 도드라지는 신파 멜로. 홈피 반응은 “상상 이상의 춤솜씨” ■ 트리플X2 장르/예매율 액션/2.63%(12세) 감독/배우는 리 타마호리/아이스 큐브·새뮤얼 잭슨·윌렘 데포 어떤 줄거리 감옥에서 ‘발탁’된 죄수, 미국 대통령 구하다. 이래서 좋아 콜러코스터처럼 아찔한 액션. 이래서 별로 ‘전편’을 뛰어넘지 못한 속편. 홈피 반응은 “…”
  • [그 영화 어때?]영화 ‘천군’ 제작보고회

    [그 영화 어때?]영화 ‘천군’ 제작보고회

    무과에 떨어져 방황하는 쑥대머리의 이순신 장군을 상상해본 적 있는지? 7월 중순 개봉하는 영화 ‘천군’(제작 싸이더스픽처스)은 성웅이 되기 전의 ‘청년 이순신’을 그린 팬터지 사극이다. 시간을 거슬러 하늘에서 내려온 남북한 군대(天軍)의 도움을 받아 28세의 젊은 이순신이 장군의 면모를 다듬어가는 게 이야기의 주요얼개다.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남겨둔 영화의 주인공은 박중훈(39). 코믹사극 ‘황산벌’(2003년)에서 웃기는(?) 계백장군을 맡아 ‘대박’을 터뜨렸던 그다. 그런 그가 이번엔 이순신이 되어 스크린으로 돌아온 것이다. 충무공 탄신일인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그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20대 젊은 영웅으로 변신한 배우 박중훈과 민준기 감독이 들려준 영화 이야기를 간추렸다. Q.연기하면서 느낀 이순신은 어떤 인물인지. A. (박중훈) “민족의 영웅이며 근사한 장군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역사엔 잘 기록돼 있지 않지만 장군에겐 무과에 낙방해 7년쯤 방황한 시간이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가 영웅이 되는 순간 끝이 난다. 방황하는 젊은 청년 이순신을 그렸다.” Q.어떻게 박중훈을 또다시 장군으로 캐스팅했는지. A. (민준기) “영웅 이순신을 그렸다면 다른 배우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 알겠지만 젊은 이순신은 박중훈이란 배우와 딱 맞아떨어진다. 코믹요소는 있지만 극중 이순신은 절대 코미디를 하지 않는다.” Q.왜 이순신인가? A. (민) “IMF때 이순신과 관련한 책을 봤었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정직한 사람이 드문 게 당시 현실이었는데,400년 전 이순신은 그런 점에서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원래는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를 생각했으나, 해전을 제대로 묘사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 망설였다. 그러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신병(神兵)에 관한 기록을 읽고 남북한 군인들이 무과 시험에 낙방한 젊은 이순신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Q.그동안 코미디에 주력해 왔는데, 이순신 역할에 부담은 없었는지. A. (박) “코미디 ‘황산벌’과 역사적 영웅을 그렸다는 건 공통점이다. 그러나 ‘황산벌’이 전쟁터의 충장을 그렸다면, 이번엔 성웅도 한때 방황을 했었다는 이야기다. 희화화를 염려하는 시선은 역사는 엄숙해야 하고 영웅은 장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Q.영웅을 희화화했다는 우려도 있는데. A. (박) “배우 박중훈에게서 코미디를 지울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열아홉살 때 대학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다. 무과에 떨어진 이순신과 격이 같진 않겠지만, 그때의 실패 경험을 유추해서 연기했다.” 총제작비 83억원이 투입된 ‘천군’에는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등이 함께 출연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몽골, 서울에서 사진으로 보세요

    몽골, 서울에서 사진으로 보세요

    몽골과 한민족은 이란성 쌍둥이 같다. 언어도 둘 다 알타이어족에 해당한다. 몽골은 또 다른 우리 민족의 모습을 하고 있다. ‘뿌리’를 같이한 ‘형제’를 찾을 수 있는 행사가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맞춰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개최되는 ‘울란바토르의 날’ 행사가 그 현장이다. 몽골·울란바토르의 사진과 그림전시회, 투자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4일까지 울란바토르의 날 행사 울란바토르는 몽골의 수도다.1995년 10월 6일 서울과 자매 결연을 체결한 이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우호협력과 신뢰를 이어왔다. 이번 울란바토르의 날 행사는 자매결연 10주년을 기념해 열린다. 올해는 ‘귀한 손님’까지 왔다. 앵흐벌드 울란바토르 시장을 비롯, 울란바토르 시의회 부의장 등 모두 94명으로 구성된 교류단이 4일까지 서울을 방문한다. 이들은 지난 30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서울과 울란바토르 양 도시의 실질적인 교류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행사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몽골·울란바토르 그림전시회. 몽골 대평원에서 오랜 기간 이어진 유목민족의 전통과 역사,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담은 사진과 함께 몽골 유명화가들의 그림 150여점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된다. 평소 접하기 어렵던 광활한 몽골 대평원의 모습과 몽골 민족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시장등 교류단 방한, 투자설명회도 경제 교류를 위한 설명회도 열렸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울란바토르 투자설명회가 개최돼 양 도시 기업인간의 경제 협력의 기회가 마련됐다. 또 가죽 등 원단과 의류, 보석류, 캐시미어, 식료품 등 다양한 기업제품 설명회도 열렸다. 화려한 몽골의 문화도 선보였다.1일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서울광장 야외무대에서 1시간 동안 전통 춤과 노래, 악기 공연 등을 가졌다. 또 지난달 30일과 1일 이틀 동안 ‘만드항우의 일대기’,‘진지마’ 등의 역사영화도 선보였다. ●몽골과 울란바토르는? 몽골은 중앙아시아 고원지대 북방에 위치한 내륙국가다. 남쪽은 중국과, 북쪽은 러시아와 접해 있다.247만여명이 한반도의 7배가 넘는 150만여㎢ 영토에서 살고 있다. 국민의 80%가 몽골족이며 라마불교를 주로 믿는다.13세기 몽고제국으로 세계를 호령한 뒤 오랫동안 청의 지배를 받다가 1924년 몽골 인민공화국으로 독립했다.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란 뜻이다.90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몽골 산업 생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몽골의 정치·산업 중심지이다. 자매결연과 함께 96년에는 울란바토르 나트사그도르지의 거리 1㎞를 서울의 거리로 지정할 만큼 서울과 친숙한 도시다. 시장은 시의회 의원 가운데 선출하며, 총리가 임명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역사물 스크린 점령할까

    새달 4일 동서양 역사물이 나란히 간판을 건다.100여년 전 조선시대가 배경인 국산 액션사극 ‘혈의 누’와,12세기 십자군 원정길로 카메라를 옮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서사액션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미스터리 스릴러의 현대적 감각을 버무린 국산 퓨전사극, 장중한 사실액션이 화면을 압도하는 스콧 감독의 신작 사이에서 관객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혈의 누 사극과 스릴러.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어감의 조합이다. 영화 ‘혈의 누’(감독 김대승, 제작 좋은영화)의 파격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대와 현대, 이성과 광기, 과학과 무속, 양반과 상민 등 격변의 시대를 배경삼아 다층적인 충돌구조가 일으키는 스파크가 기존 어느 영화보다 강렬하다. 여기에 작정하고 덤벼든 잔혹한 연쇄 살인장면 묘사는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다. 조선 후기인 1808년,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 동화도. 조정에 바칠 제지를 실은 수송선이 원인 모를 화재로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하자 뭍에서 수사관 원규(차승원) 일행이 파견된다. 그런데 이들이 섬에 도착한 첫 날부터 참혹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범상치 않은 살인 행각을 목도한 마을 주민들은 7년 전 ‘천주쟁이’로 몰려 온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객주(천호진)의 원혼이 저주를 내린 것이라며 술렁거린다. 냉철한 이성과 과학수사를 표방하는 원규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인물은 제지소 주인의 아들 인권(박용우).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대립구도일뿐 극이 진행되면서 섬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을수록 원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을 직감하고, 무력감에 시달린다. 그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남의 목숨까지 거침없이 해하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처절한 확인이다. 영화가 내포하는 상징이나 감독이 의도한 다층적인 의미구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 ‘혈의 누’는 논리적으로 쉽게 이해되거나 감성적으로 충분히 설득당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중반 이후 극적 긴장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건 스릴러 장르로서의 이 영화가 지닌 치명적인 결함. 촘촘하게 덫을 놓아 관객의 두뇌게임을 부추기던 영화는 갑자기 클라이맥스에서 원규의 입을 빌려 범인을 드러내는 게으른 방법을 택했다. 중요한 건 누가 범인이냐가 아니라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낸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라는 감독의 설명은 이 지점에서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비주얼한 화면과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는 청각적인 효과는 기존에 보아온 여느 사극과 비교해 월등히 낫다. 흥행 코미디배우로 각인된 차승원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기대 이상의 밀도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햄릿형 인간’ 원규를 100% 표현하기에는 아직 힘이 달려 보인다. 캐릭터를 충분히 체현하지 못하기는 두호역의 지성도 마찬가지. 다만 인권역의 박용우는 모처럼 제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18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킹덤 오브 헤븐 ‘글래디에이터’로 아카데미 5개 부문상을 휩쓸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역사에 스케일의 외피를 입히는 주특기를 또 한번 화면에 구현했다. ‘킹덤 오브 헤븐’의 시간적 배경은 십자군 원정대가 활약했던 12세기 초. 스펙터클 서사액션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은 성지 예루살렘을 놓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세력다툼하는 중세전쟁의 소용돌이 깊숙한 곳으로 앵글을 돌렸다. 결론부터 귀띔하자면,‘글래디에이터’‘트로이’류의 장중한 서사액션을 챙겨보는 관객에겐 기본적 흥미요건을 무리없이 갖춘 영화로 다가갈 듯하다. 예루살렘을 차지한 기독교도들이 급속히 세력을 키운 이슬람 군대에 압박당하자 영주 출신의 십자군 노장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가 젊은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을 찾아온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발리안 앞에 갑자기 나타난 고프리는 자신이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고, 함께 성지를 수호하러 떠나자고 제안한다. 이야기 아귀를 맞추려 느닷없이 돌출된 가족사의 비밀에 실소가 터진다. 하지만 이후 착실히 서사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영화의 공력에 그쯤은 눈감아 줄만하다. 고프리 영주에게서 기사 작위를 받은 발리안이 예루살렘 사수에 나서고, 일관되게 그 영웅담을 쫓아가는 것이 줄거리 얼개. 서사액션물에서 빠질 수 없는 멜로 요소도 물론 끼어있다. 예루살렘의 국왕 볼드윈 4세에게 충성을 맹세한 발리안은, 교회 기사단의 우두머리 루지앵과 정략결혼한 국왕의 여동생 시빌라(에바 그린) 공주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의 특기는 속도감이다. 시대물(상영시간 2시간17분)은 장황한 서사 때문에 빠른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깨부순다. 사실적인 대규모 전투를 잇달아 펼쳐 놓으면서도 영화의 몸놀림은 대단히 재빠르다.‘글래디에이터’‘반지의 제왕’‘트로이’ 등 서사액션 블록버스터들의 스펙터클을 압축해 놓은 듯한 전투장면들은 그 자체가 톡톡한 감상포인트다. 할리우드의 많은 감독들이 엄두를 못 내고 밀쳐온 시나리오를 선뜻 스크린에 옮긴 감독의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전투의 엄청난 규모 말고 ‘리들리 스콧의 것’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서구 기독교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 편향된 시각으로 십자군 전쟁을 묘사한 것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 예컨대 당시 이슬람의 대영웅이었던 살라딘(살라흐 앗딘)의 존재는, 주인공 발리안을 영웅으로 띄워올리는 부속장치로 볼품없이 주저앉아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레골라스로 나와 여성팬들을 사로잡은 빅스타 올랜도 블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영화의 소득이다. 강인함과 비애를 함께 지닌 그의 캐릭터는 ‘트로이’의 브래드 피트와 견줄 만하다. 나병으로 죽어가는 가면 속의 볼드윈 국왕은 에드워드 노턴이 연기했다.15세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고성&아산, 충무공 구령맞춰 야야호호

    고성&아산, 충무공 구령맞춰 야야호호

    변함없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존경받는 위인이다. 온갖 시련을 겪고 풍전등화의 조국을 구한 영웅으로,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고안한 발명가로, 어린이들의 영원한 우상이자 어른들도 전략가로서 공의 리더십을 본받고자 한다. 독도와 역사왜곡 등 일본의 도발로 민족의 감정이 상한 요즘, 공의 나라사랑에 새삼스럽게 옷깃을 여미게 된다.28일은 충무공 탄신 460주년 기념일. 충남 아산과 경남 고성의 당항포 등 전국에서는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어린이에겐 역사체험과 한민족 자긍심을 심어주기에도 좋다. 왜적을 수장시킨 공의 발자취를 따라 아산과 당항포로 떠나보자. 고성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아산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성 고성읍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10여분 가면 나오는 곳이 배둔. 여기서 오른쪽으로 4㎞쯤 가면 당항포가 나온다. 현지 노인들은 당항포보다 ‘속싯개’로 더 많이 부른다. 꼬불꼬불한 들길과 야트막한 산을 넘어 언뜻언뜻 파란 바다가 길게 보인다. 국민관광지란 이정표가 잘 돼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마산에서 같은 국도로 오면 30여분 걸린다. 햇살에 힘이 느껴질 만큼 봄볕이 짙다.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강인듯 싶은 좁고 긴 S자형 해안선이 따라온다. 차창을 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청량감이 든다. 바다와 거의 같은 높이의 도로여서 찰랑거리는 물살소리도 들린다. 건너편의 거류산도 녹음이 벌써 짙어진다. 겨울철이면 ‘국민마라토너’ 이봉주가 내려와 훈련하는 곳도 보인다. 당항포 드라이브 코스가 절경이다. 4월 중순 어느날, 마침 고성 은혜어린이집 어린이 40여명이 실물 크기의 거북선에서 현장체험 학습 중이었다. 인솔 교사 황실씨가 “이게 뭐예요?”라고 묻자 어린이들은 “거북선요.”라고 일제히 답한다.“누가 만들었죠?”,“이신순장군요.” 어린이들이 거북선 안으로 들어가 노를 젓는가 하면 함포를 발사하기도 했다.“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왜 만들었죠?”라고 묻자 “나쁜 사람들 혼내주려고요, 일본을 무찌르려고요.”라고 병아리처럼 입을 모았다.“심심해서요”라는 엉뚱한 답도 나왔다. 충무공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숭충사와 함께 전승기념탑도 있다. 충무공 이순신이 이곳에서 왜적을 2차례 격파,57척을 수장시킨 곳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엔 26척 가운데 25척을 격파했다. 왜적들이 상륙해 민간인을 해칠 것을 우려해 1척을 남겨두고 철수하는 척했다. 다음날 왜적 100여명을 싣고 철수하는 마지막 왜선마저 수장시켰다.2년 뒤인 1594년에도 도망치던 왜선 31척을 격파했다. 충무공이 유일하게 2차례 출전, 크게 이긴 대첩지이다. 당항포 해전의 승리에는 흥미로운 설화가 전한다.‘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전하는 기생 월이의 설화다. 대대적인 침공을 앞두고 일본은 밀정을 급파, 조선의 지도를 그려 오게 했다. 이를 눈치챈 무기정의 기생 월이가 밀정을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게 한 다음 당항만이 바다로 연결되는 것처럼 지도를 조작했다는 것. 실제로 진해만쪽에서 보면 바다로 연결될 것처럼 길게 이어졌다. 이후 왜군을 속였다 해서 당항포를 ‘속싯개’로 부른다. 관과 민이 혼연일체가 된 셈이다. 해전관에는 이같은 설화와 해전 당시의 전략 등을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또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조류 및 파충류 등의 자료 1700여점을 전시한 자연사관도 어린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가장 특이한 것은 국내 유일의 자연석 조각공원인 수석 전시관. 세계에서 수집한 자연석이 모두 630여점이 있지만 현재 28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런 만큼 주민들이 먼저 기념사업회를 결성하는 등 당항포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긍지가 생길 일이 하나 더 있다. 내년 4월14일부터 6월4일까지 고성공룡엑스포가 열리기 때문이다. 당항포는 상족암만큼은 아니지만 공룡발자국 화석이 심심찮게 발견된 곳이다. 인구 5만∼6만의 조그만한 군단위에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자부심이 더욱 높다. 당항포의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1000원, 주차료 별도. 고성군관광지관리사업소(055-670-2801). 이밖에도 와룡산 향로봉 중턱의 운흥사는 충무공이 승병을 지휘하던 사명대사와 수륙 양동작전 논의차 세번이나 방문하기도 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055)835-8656. 경남 삼천포항에서 77번 지방도를 따라 10여분 들어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상족암이다. 현지에선 ‘쌍발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항포가 비교적 최근의 역사현장이라면 상족암은 ‘하늘이 열리’던 까마득한 선사 이전의 유적지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내려가면 바닷가 제전마을에 닿는다. 바닷가 자갈밭에 파도가 살랑거린다. 옆쪽에는 소나무 분재를 이고 있는 바위층이다. 바위층을 자세히 보니 모두 가로로 일정한 층을 이루고 있었다. 시대별로 형성된 흔적이다. 서재에 책이 켜켜이 쌓인 듯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지층이다. 공달용 공룡박물관 학예사는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인데 여기는 1억년 전의 지구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나무를 만든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저게, 공룡 발자국 화석”이라며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돌덩이가 둥글면서 움푹 꺼졌다. 조금 더 가니 마치 두 발로 걸은 듯이 발자국 화석이 길게 늘어섰다. 서울에서 새벽에 나섰다는 김상국(강남 청탑학원장)씨가 같이 온 자녀에게 “이게 공룡 발자국이야.”라며 설명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자신의 발과 맞춰보다 공룡들의 이름을 들먹이곤 했다. 상족암 일대에는 이렇게 산재한 공룡 발자국 화석이 2100여개가 있다. 대표적인 공룡은 이구아노돈과 같은 조각류(발톱이 삼지창처럼 갈라진 공룡)와 브라키오사우루스와 같이 네 발로 걷는 용각류(목이 긴 초식공룡)다.2억∼6500만년 전에 지구를 지배했던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 공룡들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공룡박물관에 들어갔다. 지붕 모양이 특이해서 물어보니 가장 많이 나타났던 공룡 이구아노돈의 몸체를 본떴단다. 진품 공룡 화석 4점을 비롯해 공룡화석 복제품 41점이 있다. 또 삼엽충, 물고기, 상어이빨 등 일반화석도 55종이 전시돼 있다. 공 학예사는 “지금부터 1억년 전인 공룡시대에는 지금은 바다와 산인 이곳이 거대한 호수였으며 공룡의 수도”라고 설명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니 상족암의 진면목은 공룡발자국 화석도, 기암절벽도 아닌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고성공룡박물관(www.goseong.go.kr·055-670-2825). 공룡화석지에서 40여분이면 남해안 천혜의 조망지 문수암이다. 작은 사찰이지만 1400여년 전 의상대사가 세운 고찰이다. 절집은 볼품없다. 하지만 청담 대선사가 수도했던 도량으로 청담스님 사리탑이 안치돼 있다. 꼬불꼬불 산길을 오른 진짜 이유는 조망. 고성 토박이 이경균(42)씨는 “문수암은 남해안 최고의 조망지”라고 추켜세웠다. 왼쪽으론 통영까지 이어지는 고성반도의 산들이 첩첩이 겹쳤다가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오른쪽은 사량도·연화도·욕지도 등 큰 섬 사이에 올망졸망한 섬들, 징검다리같다. 쪽빛 바다가 호수인양 잠잠하다. 오가는 어선들도 한가하다. 문수암(055-672-0877). 이밖에도 울창한 숲과 계곡,10여개의 산봉우리가 연이은 연화산과 옥천사(055-670-2551), 소가야 왕릉인 송학동 고분군(055-670-2221) 등이 있다. ■ 여기도 가보세요 ●부안 ‘불멸의 이순신’ 세트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 있는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은 최근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전라좌수영은 궁항, 왜군진지는 성천, 명군진지는 죽막, 조선군 진지는 위도 논금해수욕장, 선박들은 격포항에 각각 자리해 있다. 바다에는 판옥선과 거북선, 왜선, 명나라함 등 6척의 배를 볼 수 있다. 부안군 홈페이지(www.buan.go.kr)에서 드라마 촬영지 안내지도를 프린트해서 갖고 다니면 야외촬영장을 놓치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063-580-4449). ●통영 한산도 ‘한산섬 달밝은 밤에/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깊은 시름 하는 차에/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경남 통영 한산도는 충무공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곳. 충무공 유적지(사적 113호)는 제승당 일원의 15만 9000평에 조성된 건물, 비석, 문화재, 광장, 조경물이 있다. 충렬사, 제승당, 수루, 한산정을 비롯하여 유허비 2기, 한글 유허비 1기, 통제사 송덕비 7기, 비각 5동과 5개문 등이 있다. 통영시 문화관광과(055-645-0101). ●남해 ‘노량해전승첩제’ 경남 남해군에서는 매년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승첩을 기원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충무공 노량해전승첩제를 연다.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남해대교 등 남해의 경치를 감상하며 충무공의 얼을 기릴 수 있다. 남해대교를 건너 노량마을로 내려오면 충무공 이순신이 관음포에서 전사한 후 시신을 잠시 모셨던 충렬사와 바로 앞 바다에 떠 있는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 있다. 남해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묻혔던 자리에 아직도 가묘가 남아 있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055-860-3228). ■ 아산 ●거북선 타고 왜군 격파 현장으로 ‘둥둥둥∼’ 힘찬 북소리가 울리자 충남 아산시 현충사 앞을 흐르는 곡교천에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이 왜군 적선 70여척을 격파했던 그 거북선이 힘찬 물살을 가르며 출현했다. 크기는 길이 4.5m, 너비 2m, 높이 1.8m로 실물의 7분의1로 축소됐지만 당시와 같은 위용을 뿜어냈다. 거북등 위로 뾰족하게 솟아난 창이며, 위용 넘치는 용머리는 주변 분위기를 압도했다.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제 44회 성웅 이순신 축제’를 위해 모두 5척이 건조됐으며, 거북선에는 등에 만들어진 출입구를 통해 6명이 승선할 수 있다. 28일부터 충남중소기업센터 앞 곡교천에서 승선 체험이 가능하며, 곡교천 일대를 한 바퀴 도는 승선 체험료는 5000원이다. 축소 모형이어서 다소 비좁지만 직접 노를 저어 나아가는 승선 체험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 주변에는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병, 왜군 장수 복장을 한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벌여 왜군을 무찔렀던 전란 당시로 돌아간 듯 실감나게 만든다. 오디션을 통해 선출돼 축제기간 중 이순신 장군의 역할을 맡은 김한백(26·순천향대 연극영화과 4년)씨는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와 역사왜곡 등 시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 거북선에 승선하면 전란 당시 승전의 쾌감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다.”고 추천했다. 축제기간 저녁 7시부터 곡교천변 무대에서는 순천향대 학생들이 준비한 ‘한산섬 달밝은 밤에’라는 마당극이 열려 당시 군영 내 훈련과 순찰내용, 임진왜란 전투장면, 모함을 당하고 압송되는 광경 등이 연출된다. 인근에는 군영이 조성돼 당시 군영막사 내부를 볼 수 있으며, 거북선 조립체험과 탁본뜨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곡교천변에 조성된 수천평의 유채꽃밭이 조성돼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하면 봄기운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충무공의 발자취를 가슴에 담고 곡교천에서 10여분쯤 걸어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현충사를 만나게 된다. 개나리와 벚꽃 등 봄꽃이 활짝 피어 평일에도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현충사는 충무공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한지 108년이 지난 숙종 32년 사당을 세우고 현충사라는 이름을 내리면서 만들어졌다. 현충사 본전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있으며, 유물관에는 일생기록인 십경도와 국보 76호인 난중일기, 보물 326호 장검 등이 전시돼 있으며, 활터와 정려등, 경내등을 볼 수 있다. 유치원생인 아들과 현충사를 찾은 박상원(35·서울 영등포구)씨는 “충무공의 당시 활약상을 보고 나니 일본의 망언으로 쌓인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요금은 500원. 현충사 관리소(041-539-4600).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반드시 들러봐야 할 곳은 어라산에 있는 충무공 묘소(사적 112호). 현충사에서 서북쪽으로 9㎞ 거리에 있으며, 아산온천 방향으로 승용차로 10여분을 달리면 음봉면 삼거리에 위치해 있다. ■ 여기도 가보세요 아산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휴양을 겸한 나들이에도 손색이 없다. 세계 꽃식물원과 실내외 수영장을 갖춘 테마온천 아산 스파비스, 함상카페와 삽교호 놀이동산 등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지난해 문을 연 도고면 봉농리의 세계 꽃식물원(544-0746)은 사시사철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한다. 관람요금은 어른 6000원, 초등학생 4000원. 아산은 또 온양온천과 도고온천, 아산온천 등 온천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최근 개발된 온천단지 아산온천 단지 내 아산 스파비스(539-2000)는 수영장 등 실내외 온천풀, 인삼탕 등 20여종의 이벤트 탕이 있다. 인근의 삽교천에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밤이면 환하게 불을 밝히는 서해대교와 아산방조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최근 문을 연 함상공원(363-6960)과 놀이공원(363-4589) 등은 한껏 재미를 북돋워준다. 함상공원에는 동양최대 군함테마파크로 상륙함과 구축함, 입체영상관이 있다. 어른 5000원, 초등생 4000원이다. ●여행정보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나와 1번 국도와 21번 국도를 번갈아 타면 시내로 들어갈 수 있으며,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평택IC에서 아산호를 건너 39번 국도를 타면 된다. 버스는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아산방면 버스가 있다. 아산시청 540-2221. 여행상품으로는 테마21(www.theme21.net)이 이순신 축제가 열리는 아산 당일 여행상품을 내놓았다.27일부터 5월1일까지 서울 덕수궁(시청 전철역 2번출구), 양재역 7번출구(서초구민회관앞)에서 매일 출발하며 도고세계꽃식물원과 아산 현충사의 행사를 관람하고, 아산 스파비스에서 온천욕을 한 후 서울로 돌아온다. 참가비 1인당 3만 9000원.549-9889.
  • “그리스·로마신화 덮어라”

    그리스·로마신화의 세계는 실로 다양하고 광대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아하다보니 최근 몇 년간 책도 무수히 쏟아져나왔다. 반면 외래신화에 대한 이같은 몰입 이면에 숨은 우리 신화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졌다. 단군신화를 비롯한 몇 편의 문헌신화가 전부인양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구전신화라는 방대한 신화의 세계가 존재한다. 다만 이를 제대로 수집해 체계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최근 이같은 관점에서 조각난 우리 구전신화를 온전한 신화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작업의 일환으로 ‘한국구전신화의 세계’(지식산업사)를 낸 국립민속박물관의 학예연구관 권태효(41) 박사를 만났다. “우리 구전신화는 엄청나고 방대합니다. 거인에 의한 우주창조 및 지형창조, 홍수에 의한 종말 뒤 새로운 인류의 시작, 인간에게 집 짓는 법을 알려주는 문화영웅, 죽음의 세계로 영혼을 인도하는 신의 이야기, 신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등이 구전신화에 담겨 있지요. 다만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체계적으로 정리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구전되다 보니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면서 지나쳤을 따름입니다.” ●“조각난 우리 구전신화 체계화” 권 연구관은 대표적인 것으로 무당들이 전승해온 무속신화를 꼽는다. 무속신화 속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을 비롯해 인간에게 복과 풍요, 수명을 내려주는 신 등 그 직능별로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는 것. 그러나 기록되지 않고 말로만 전해지다 보니 조각난 신화가 많고, 본래의 모습이나 성격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들도 적지 않다. 때문에 구전신화의 온전한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선 찢겨져 나간 책을 이리저리 꿰맞춰서 읽듯 신화 조각들을 펼쳐놓고 하나씩 자리를 잡아주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구전신화의 세계’는 이처럼 조각난 구전신화 자료들의 본래 성격을 찾아 그 자리매김을 해주고, 우리 신화를 짜임새 있게 정리하기 위한 전단계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제주도와 함경도에서 전승되는 무속신화를 대상으로 신화가 어떻게 생성되고 변이되는지 그 양상을 다루었다. ●“무속 중심으로 생명·변이 다뤄” 권 연구관은 우리 신화가 홀대받아온 이유에 대해 “역사적으로 유학자들이 신화를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해 연구를 기피한 게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또 구전신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무속신화인데, 무속을 천시했던 의식이 그 속의 신화마저도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기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라 구전신화는 예전보다도 더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며 “굿판이나 이야기판을 비롯한 전승의 현장을 찾아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이런 보존이라는 측면과는 다른 각도로 우리 신화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신화집 정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리 신화 전반을 체계적인 구성으로 아우르는, 세계 어느 나라의 신화집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리 신화집을 완성하는 것. 바로 우리 신화 연구의 귀결점이자, 권 연구관의 목표이기도 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고이즈미 “盧대통령 빨리 만나고 싶다”

    |도쿄 연합|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5일 가까운 시일 안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한ㆍ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들의 예방을 받고 제주도와 일본 이부스키(指宿)에서 가졌던 두차례의 회담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국측 위원인 조광 교수가 전했다. 위원회는 1차 후소샤(扶桑社) 교과서의 왜곡 파문 이듬해인 2002년 3월 공식 출범했으며 26일 최종보고서 채택을 마지막으로 1기 활동을 마감한다. 이날 자리는 그동안 활동에 대한 격려차 마련됐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당초 이날 예방을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침을 바꿔 이례적으로 한국 특파원을 불러 사진 촬영도 허용했다. 최근 한국의 반일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위원회의 연구결과에 관심을 표명한 뒤 “한 나라의 영웅에 대해서도 대립되는 의견이 있는 것 아닌가.”라며 대립과 차이점은 상호 우호증진과 노력을 통해 극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노 대통령의 강경담화나 한국의 반일 여론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원래 위원회의 연구결과는 한ㆍ일 양측에 있는 지원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종료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위원들을 초청한 것은 역사문제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연구 결과와 관련,“위원회 목적 자체가 서로의 차이를 분명히하고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며 “앞으로 합치된 의견으로 바꿔가야 하며 기간은 양국 연구자의 노력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 교수의 발언은 지난 2년10개월간 위원회 활동이 한·일 관계사에 관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회는 이날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 주최 만찬에 참석한 뒤 26일 합동회의를 열어 최종보고서를 채택한다.
  • [인간시대] ‘수사반장’ 권태하 극작가의 대변신

    [인간시대] ‘수사반장’ 권태하 극작가의 대변신

    80년대 말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극본을 쓴 장본인이, 극작가에서 풀뿌리 문화를 가꾸는 ‘문화원 전도사’로 변신해 눈길을 모은다. 주인공인 서울 동대문문화원 권태하(63) 사무국장을 지난 22일 오전 답십리동 산 1의121 ‘촬영소 고개’ 쪽 문화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60평생 살면서 이렇다 하고 내놓을 자랑거리란 게 없는데 뭘….” 그는 이런 말로 입맛을 다시며 일순 당황케 하더니 “그런데 글 쓰는 일 말고, 아니 일생껏 완결편이라 할 소설이 몇해 전 8·15 무렵에 내게서 탄생했지 뭐요.”라고 덧붙였다. 손사래를 쳐가면서까지 인터뷰를 사양하며 “문화원 얘기나 나누자.”는 통에 낭패감을 맛봤다가 겨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던 기자가 물었다.“어떤 일을 두고 한 말씀인지.”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권 국장은 “사실 처음에는 드라마로 만들 생각에 시작했는데, 역사적 의미를 남길 수 있다면 뜻을 이룬 것이라는 판단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런 뒤 원목을 다루는 무역회사에서 인도네시아로 파견돼 일하던 1980년대 초로 기억을 더듬어갔다. ●‘인도네시아 독립영웅은 한국인’ 밝혀내 인도네시아 독립영웅으로 불리며 국민영웅묘지에 묻힌 당시 야나가와 시치세이(梁川七星)가 한국인이라는 확신으로 끝까지 추적해 10여년 만에 명예회복시킨 일화를 들려줬다. 양씨란 성(姓)은 물론, 칠성이란 이름을 일본에서는 쓰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던 터였다. 그는 연세대 국문학과 출신이다. 양칠성은 일제 때 일본군 군속으로 갔다가 현지 여인과 결혼해 눌러앉게 된 인물이다. 일본의 패망 뒤 인도네시아를 350여년간 지배한 네덜란드의 재식민지화 야욕을 꺾는 게릴라 대원으로 이름을 떨치다 네덜란드군에 붙잡혔고, 끝내 총살의 비운을 맞았다. 권 국장은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 등 요로(要路)에 양칠성의 호적과 영문 번역본을 보냈으나 메아리는 없었다. 마침내 95년 그는 ‘양칠성 이름 찾아주기 시민운동본부’를 발족시켰다. 일주일 만에 6000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외무부에 진정서를 냈지만 역시 호응이 없었다. 결국 청와대에 진정한 덕분인지 그해 7월 양칠성은 국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주민 참여 문화행사 정례화 “글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월 2회 아파트단지 등을 돌며 주민참여 행사를 벌이는 ‘찾아가는 문화원’과 5월 ‘배봉산 아카시 큰잔치’ 등 동대문문화원 운영에 힘쓸 각오입니다.” 79년 한 방송국의 1000만원 고료 드라마 공모에서 당선돼 극작가로 입문한 그는 60년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로 건너가 정글을 개척한 한국인의 실화를 그린 실명소설 ‘그들은 나를 칼리만탄의 왕이라 부른다’(94년) 등 3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칼리만탄의 왕이라 부른다’등 저서도 다수 동대문구에만 77년부터 30년 가까이 살아 ‘동대문 토박이’를 자부하는 권 국장은 지역언론사 운영 등 직업일선에서 은퇴한 뒤인 94년부터 뜻있는 지인들과 함께 힘을 모아 98년 동대문문화원 창설에 참여했다. 최근엔 항공사 직원으로 공항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밀수범들의 세계를 담은 새 소설의 초고(草稿)도 마쳤다. 내년 초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책에는 당시만 해도 생리대를 검색할 엄두를 못냈던 허점을 노려 생리 때에 맞춰 공작(?)을 수행하는 여성 밀수범, 조직과 의기투합한 공항 직원들의 검은 손, 신문을 도배했던 대형 사건에 얽힌 뒷얘기가 얽어지죠.” “여러가지 여건이 도와준 덕분에 가장 가까이서, 가장 많은 사건을 지켜본 사람입니다. 그러니 내가 아니면 아무래도 쓰기 어려운 소재이지요. 책 나오면 팔리는 것 봐가며 소주 한잔 합시다.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고(古)음악의 영웅’으로 불리는 비올라 다 감바의 명연주자 조르디 사발이 한국에 온다. 지난 2003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하는 그는 19일 오후 6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23일까지 경남 통영, 울산, 경기 안산 등을 돌며 공연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인 사발은 첼로로 연주활동을 시작했다가 1965년 이래 비올라 다 감바에 매료돼 고전음악 쪽으로 활동방향을 튼 인물. 고색창연한 악기의 명연주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중세에서 바로크 시대까지 고음악 해석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사발의 이번 공연에는 그가 직접 창단한 고음악 전문 실내악단 ‘에스페리옹 21’이 함께 온다. 1974년 창단한 에스페리옹 21에는 사발의 일가족이 주요 연주자로 포진해 있다. 그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소프라노 몽세라 피구에라스를 비롯해 ‘알파 도피아’(옛 하프) 연주자인 딸 아리안나 사발,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만돌린 비슷한 악기 ‘티오르바’ 연주자인 아들 페란 사발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사발이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의 원형. 첼로와 연주방식이 거의 비슷한 여섯 혹은 일곱 현의 옛 악기로, 천재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기막히게 연주한 악기로도 유명하다. 원래는 합주에서 낮은 음역을 소화하는 부수악기였으나 차츰 독주악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사발의 음악적 성과는 단지 무대 연주에 그치지 않는다. 고음악에 관한 각종 조사와 연구·해석을 거듭한 끝에 복원해낸 그의 음악은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면 반드시 섭렵해야 할 레퍼토리로 평가받는다. 이를 입증하듯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고음악을 연주한 2003년 첫 국내 무대에서도 그는 클래식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사발과 에스페리옹 21은 17일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유일한 고음악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을 듯하다. 통영 공연은 20일 통영시민회관 오후 7시. 이어 22일 울산 현대예술관(오후 8시),23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오후 8시)에서 공연한다. 한편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비올(viol)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는 ‘비올 음악의 역사, 그 시원에서 후기 바로크까지’라는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비올은 16∼18세기 유럽에서 실내악 연주에 쓰던 현악기를 총칭하는 말이다.(02)2005-011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역사소설 왜 뜨나?

    한국소설이 ‘역사’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가들이 내놓는 신작 가운데는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그 자체를 커다란 트렌드라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침체된 문학시장의 활로를 뚫는 기제로 역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심장한 흐름이라는 게 출판가의 중론이다. ●꾸준히 ‘발언’하는 역사소재 소설들 역사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기있는 소설 소재였다. 하지만 근년들어 이른바 ‘역사소설’들이 문학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사뭇 달라졌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군이 몇몇으로 한정됐던 예전과는 달리 젊은 인기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순신 장군의 내면세계를 새로운 각도로 그려낸 김훈의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 이후만 봐도 그 분위기는 감지된다. 예술을 위해 조국을 등지고 신라로 망명한 우륵의 예술혼을 다룬 김훈의 또 다른 역사소설 ‘현의 노래’에 명기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불러낸 전경린의 ‘황진이’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8권으로 완간된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여성화가 나혜석의 실제 삶에서 모티프를 따온 함정임의 ‘춘하추동’, 신라왕실을 주름잡은 요부 미실의 삶을 그린 김별아의 ‘미실’이 최근작들. 베스트셀러 ‘풍수’의 작가 김종록도 이번주 조선시대 천문학자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전2권)를 내놓았다. 특정인물을 벗어나 역사 자체를 글감으로 잡은 작품들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더 많아진다. 장정일이 여성적 시각에서 썼다는 ‘소설 삼국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한승원도 ‘정약전 주인공’ 곧 출간 출간 ‘예약’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달 말엔 중진작가 한승원이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문이당)을 내놓는다. 정약전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천주교 선교사로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주인공을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정약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복원해낼 것”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주인공인 김탁환의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이 여름에 출간된다. 황금가지는 미 군정기에 암약했던 여간첩 김수임을 그린 김탁환의 또 다른 소설(제목 미정)도 겨울쯤 내놓을 계획이다. 김별아도 내친김에 조선시대가 배경인 역사소설을 잇따라 쓰고 있는 중이다. 역사소설 특히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쓰기의 경향은 크게 두가지 배경에서 출발한다. 먼저 이전의 역사소설들과는 달리 최근엔 개인주의적인 서술방식으로 씌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영웅담에 의존하는 국가주의적 서술태도나 성적 흥미를 추구하는 야사 중심에서 벗어나 요즘 작가들은 개인주의와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집단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개별인물을 통해 거꾸로 집단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칼의 노래’,‘황진이’,‘미실’, 장정일의 ‘삼국지’ 등이 모두 그런 유형에 든다. ●일부 작가들 “아이디어 빈곤 극복 대안” 일부 작가들은 아이디어 빈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역사소설 장르를 택하기도 한다. 김별아는 “현실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그 속에서 문학적 가치를 짚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고백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 또한 역사소재 소설 쪽으로 쉽게 쏠리는 게 사실. 전경린의 ‘황진이’는 15만부나 팔렸고 ‘미실’도 출간 보름여 만에 4쇄(5만부)를 찍었다. 초쇄 3000부를 소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국내 소설시장의 현실에서 놀라운 성적이다. 민음사 이수은 문학팀장은 “역사소재 소설은 픽션이면서 동시에 실재의 이미지를 가미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봐도 불리할 게 없다.”며 “그들의 선전은 하향 문학시장에 대한 경고이자 반동으로 읽혀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논술이 술술]역사란 무엇인가 /E.H.카아

    자연의 변화처럼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삶과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앞서 역사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삶은 앞선 시대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노력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어떤 특정한 역사 상황의 정치, 경제, 문화의 조건 아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과 사회는 역사의 산물로서 그저 떠밀려가기만 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인간은 지금까지 주어진 조건 속에서 늘 자신의 현실을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고,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따라서 인간이 역사적 존재라는 말은 인간이 역사 상황의 수동적인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어떤 특정한 역사의 조건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역사의 조건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역사적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나’ 자신과 ‘우리 사회’에 대해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도 역사를 바로 알아야만 한다. 역사 조건과 관계 없이 일어나는 사회 현상은 없으며, 또한 역사 밖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로 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를 좀더 근원적으로 알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도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과거의 사실들을 많이 배운다고 해서 역사를 바르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 이전에 올바른 관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역사 이해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역사’는 과거의 인간 활동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려 우리 앞에 객관적인 대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인간의 모든 활동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역사적 사실과 정보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선별되고 재구성된 것들일 수밖에 없으며,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나아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특정한 사람의 특정한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언제나 ‘역사’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하며, 그 ‘역사들’ 가운데에서 올바른 교훈을 이끌어내려면 역사를 이해하는 올바른 관점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관이란 결국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현재의 문제 인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꼭 읽어 보아야 할 책이 바로 카아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주제로 역사 이해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이들 주제들은 역사학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와 관련된 여러 철학적 쟁점과 주제들을 접근하는 데에도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생각해보기 -역사책에 나온 이야기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역사가와 역사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역사를 바라보는 데 ‘실증주의’가 지니는 한계는 무엇인가. -‘역사는 위인들의 전기’라는 영웅사관이 지닌 문제는 무엇일까. -“인간에게 과거 사회를 이해시키고 현재 사회에 대한 그의 지배를 증진시킨다는 것이 역사의 이중적 기능인 것”이라는 카아의 관점에 근거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중3∼고3 -관련 교과:국사, 한국근현대사, 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20세기의 사람들(한겨레신문사), 세계사 편력 1∼3(네루·일빛),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유시민·한샘출판사). 역사의 교훈(윌 듀란트 외·범우사), 역사에세이(장수환·동녘), 역사 이야기(정옥자·문이당) -기출논제:2004학년도 경희대 정시 논술,1996학년도 이화여대 정시 인문계 논술,1998학년도 서강대 정시 인문계 논술
  • [씨줄날줄] 민주주의 증진법안/이목희 논설위원

    프랑스혁명 직후 나폴레옹이 등장하자 유럽의 석학들은 흥분했다. 자유민주주의 전파자로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베토벤은 영웅교향곡을 지었고, 괴테도 나폴레옹을 칭송했다. 철학자 헤겔은 자신이 살던 예나에 나폴레옹군이 진입하자 “말을 탄 절대정신(세계정신)을 보았다.”고 말했다. 베토벤은 그러나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그에게 헌정한다는 뜻을 담은 영웅교향곡 속표지를 뜯어버렸다. 헤겔은 나폴레옹군에 의해 집이 약탈당하고, 대학이 폐쇄되어 직장까지 잃었다.‘공허한 자유이념의 한계’를 느낀 헤겔은 시대를 구원할 대안을 ‘국가’에서 찾게 된다. 선진 이념과 체제, 종교를 가진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반드시 교화시켜야만 하는가. 그 방법은 어찌해야 좋은가. 이런 논란은 인류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리스 문화를 동방에 심겠다는 알렉산더의 꿈, 로마제국의 영화, 중세 십자군전쟁과 이슬람세력의 유럽 공격에서 근세의 제국주의론까지…. 동양의 중화(中華)사상도 마찬가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주제어로 ‘전 세계적 민주주의 확산과 폭정 종식’을 내걸었다. 이를 구체화한 ‘민주주의 증진법’이 미국 상·하원에 상정됐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을 잇는 어마어마한 구상이다. 20세기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헤겔의 변증법론에 따르면 언젠가 바뀌겠지만, 영미식 민주주의는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가장 나은 체제라고 인정받는다. 여기에 대적할 자 없는 ‘미국의 힘’이 실린다면 “2025년까지 45개 독재국가를 민주화하겠다.”는 주장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가장 잔혹한 것은 종교전쟁이고, 다음이 이념전쟁이라고 한다.“나만이 옳다.”는 신념이 지나치면 독선이 된다. 폭력이 정당화되고, 목적을 위해 스스로 민주절차를 무시하기도 한다. 미국의 이라크점령을 하나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집트·레바논을 필두로 독재국가에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영향이 클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변화시키려는 주 대상이다. 나폴레옹전쟁에서 보았듯, 집과 직장을 잃고서는 자유민주주의도 의미가 없다.‘민주주의 증진법’은 고립·무력보다는 개입·포용으로 북한을 자유화시키는데 활용되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두 거장감독 ‘스릴러 대결’

    영화사에 결코 지워지지 않을 큰 발자국을 남긴 거장 감독의 스릴러물이 오는 11일 나란히 개봉한다.‘양들의 침묵’조너선 드미 감독은 ‘맨츄리안 켄디데이트’에서 정치 스릴러의 진수를 선사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스파이더’에서 정신분열자의 1인칭 시점을 좇는 심리 스릴러를 펼쳐 보인다. 독특한 문법의 이 스릴러들은 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듯하다. ●정치음모 좇는 스릴러 걸프전증후군, 기억조작, 정치음모 등 영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가 아우르는 소재는 광범위하다. 하지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개인의 추적이라는 스릴러 형식을 기둥줄기 삼아, 다양한 소재로 가지를 쳐 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만만찮은 소재를 산만하지 않게 요리해 내는 영화는 애국주의로 포장된 정치적 야욕에 대한 비판이자, 과학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애국심에 대해 연설하는 걸프전 참전용사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 겉모습과 달리 그는 전쟁이 끝난 지 12년이 지나도록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전쟁의 추악한 이면을 들추는 반전영화처럼 운을 떼는 영화는, 이내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정치판으로 무대를 옮긴다. 벤은 걸프전 당시 공을 세운 부하 레이먼드 쇼(리브 슈라이버)를 추천해 훈장을 받게 했고, 레이먼드는 이를 발판삼아 정치계에 입문한다. 레이먼드의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메릴 스트리프)는 “국민은 전쟁영웅을 원한다.”는 논리로 아들을 부통령 후보에 올린다. 권력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판의 모습은 ‘왝 더 독’‘프라이머리 컬러스’류의 정치풍자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기억조작이라는 소재를 불러들이며 과학과 주체의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음모를 파헤치려는 자와 음모의 제공자가 모두 기억이 조작된 것이라면 누가 어떻게 이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까. 이성의 힘을 지닌 주인공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보통의 스릴러와 달리, 지금까지 영화를 지탱해온 주체를 지우는 영화는 대신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전쟁, 정치, 과학이라는 다양한 문제를 돌아 인간으로 회귀하는 영화의 시선에는 비판의 칼날과 동시에 결코 세뇌될 수 없는 인간의 그 무엇에 대한 희망이 담겼다. 원작은 리처드 콘돈의 베스트셀러 소설.15세 관람가. ●머릿속 미로찾는 스릴러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린다. 무언가를 찾으며 중얼중얼 걸어가는 품새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딜까. 영화 ‘스파이더’(Spider)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기에, 초반부에는 무수한 의문부호만 남긴다. 남자의 정신세계는 안개처럼 뿌옇게 가리워져 있고, 관객은 그 안개를 하나 둘 걷으며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 여정에 동참하는 순간, 여러 갈래의 미로는 나름의 찬란한 빛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주인공 남자인 스파이더(랄프 파인즈)가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다가 지역사회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로 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사회복귀시설에 들어온 것이라는 윤곽을 알게 될 즈음, 결코 한가지로 해석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거리를 거닐다가 30년전 자신이 살던 집 앞에서 과거와 맞닥뜨리는 스파이더. 스파이더의 머릿속 여행이기에 과거의 일들은 현실이 되어 그와 공존한다. 배관공인 아버지(가브리엘 번)와 조용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어린 스파이더는, 아버지가 자주 가는 술집에서 매춘부 윌킨슨과 마주친다. 가정적인 어머니에게 싫증을 느끼던 아버지는 매춘부와 바람이 나고 어머니를 죽인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상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스파이더의 눈에는 복지시설의 윌킨슨 부인조차 매춘부의 얼굴로 보인다. 어쩌면 매춘부와 어머니도 동일 인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무심코 흘려보낸 단서들이 하나둘 뇌리를 스치면서 다양한 해석의 갈래를 뻗게 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심리 보고서이자, 부모의 섹슈얼리티 앞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잉글리시 페이션트’의 매력적인 배우 랄프 파인즈의 변신과, 정숙한 부인과 천박한 매춘부의 1인 2역을 연기한 미란다 리처드슨의 연기가 눈에 띈다.18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미국의 거짓말/제임스 로웬 지음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란 E H 카의 해석이 아니더라도 현대인들은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려보려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만일 과거의 사실 자체가 왜곡돼 있다면 과거라는 거울속에 비쳐지는 현재와 미래의 모습 또한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왜곡을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역사왜곡이 한반도 주변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미국 버몬트대학에서 인종관계론을 가르쳤던 제임스 로웬은 자유민주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사회야말로 역사왜곡의 고수임을 최근 저작 ‘미국의 거짓말’(김한영 옮김, 갑인공방 펴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말한다. 미국 전역의 역사적 현장들은 건망증을 앓고 있다고.20세기 초반 미국을 휩쓸었던 잔인한 린치와 인종폭동은 오늘날 그 현장에서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며, 영웅들에게 누가 될 수 있는 인격상의 결점도 감쪽같이 생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념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에이브러햄 링컨?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아니다. 책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남북전쟁시 남부연합의 기병대장이자 KKK단의 창시자인 네이선 베드포드 포레스트다. 저자는 미국 전역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있는 100군데 이상의 사적지를 돌며 기념비와 동상, 박물관, 생가, 선박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미국의 과거사는 결코 거짓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되고 기념되고 있지 않았다. 미국인들은 특히 인디언, 흑인, 여성,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역사는 물론 남북전쟁에서 베트남전쟁에 이르기까지 신교도 앵글로색슨족으로 대표되는 백인 우월주의와 남성지배주의의 논리에 의해 역사를 왜곡하여 기록하고 있다. 아이다호주 앨모에 가면 대학살기념비가 있다.300여명의 백인들이 1861년 서부로 이동하던 중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사실을 알리는 기념비다. 그러나 나중에 결코 그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혀졌음에도, 기념비는 여전히 역사적 장소로 부각돼 있으며, 관광객들이 몰린다. 마크 트웨인은 인종과 계급 차별을 풍자한 문학대가임에도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한니발에 가면 이같은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껍데기 기념물만 내세워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노예폭동의 현장에 가면 그 흔적을 찾기 어렵고, 여성의 참정권과 인종 차별 폐지를 주장했던 헬렌 켈러 생가엔 그같은 사실은 없고 남부연합 깃발을 꽂아놓음으로써 오히려 그녀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고 있다. 책은 특히 부록을 통해 반드시 철거되어야 할 미국의 역사적 기념비 20개를 적시한다. 모자를 벗어 백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의 루이지애나 바통 루즈의 ‘착한 검둥이’ 동상,KKK단을 기리고 있는 애틀랜타의 스톤 마운틴 기념물,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루스벨트 동상 뒤에 서 있는 흑인들과 인디언 구조물 등이다. 상류계층의 심리적 우월감을 고취하고, 인권이나 정의의 관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실을 좋고 당연한 것으로 고착화하는 이 기념물들이, 바로 지금 미국이 기리고 있는 역사적 현실이라고 꼬집고 있다.2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트레일러 캠핑장까지…한강을 즐긴다

    트레일러 캠핑장까지…한강을 즐긴다

    “2008년 8월10일. 한강난지공원 ‘트레일러 캠핑장’에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잔디밭에서 조그만 동물이 뛰어놀고 있었다. 아빠가 청설모라고 했다. 엄마가 번지점프를 할 때 나는 물놀이를 하며 청둥오리가 지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한강에서 노을이 질 때 열린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린 연주도 감상했다.”(○○초등학교 3학년 성현이의 일기)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한강 시민공원 이용활성화 계획’ 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의 상황을 가정해본 것이다. 지난해 한강을 찾은 서울시민이 4500만명을 넘어서면서 한강은 없어서는 안될 ‘도심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강의 중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한강의 재단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가 있는 한강 한강 정비의 기본적인 개념은 프랑스의 ‘파리 해변축제’처럼 한강을 휴식·휴양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이 축제는 파리시가 여름 휴가철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행사로 센강 변을 피서지로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이동식 도서관이 설치되고 댄스파티, 재즈페스티벌 등이 열린다. 비치발리볼 등을 할 수 있는 모래사장도 등장한다. 서울시는 올해 한강관련 사업의 큰 틀로 ▲시민의 종합레저·문화공간으로 조성 ▲시민이 쉽게 즐겨찾는 한강 만들기 ▲한강의 자연생태계 회복을 꼽았다. 특히 유람선을 적극활용, 시인, 역사학자, 향토학자 등이 유람선에 탑승해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선유도를 소개하는 등 한강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시를 낭송하는 문화체험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강에 문화·운동·수상시설 설치를 위한 올해 예산 97억 9800만원을 책정했다. 전년(26억 8500만원)에 비해 무려 264.9%나 증가한 규모다. ●한강에서 번지점프와 캠프를 난지지구에는 높이 30m의 번지점프장이 생긴다. 또 국궁장 앞에 트레일러 90대 안팎을 갖춘 캠핑장도 설치된다. 트레일러 캠핑카는 침실·주방시설 등을 갖춘 자동차로 ‘움직이는 별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잠원·잠실지구에는 ‘워터 프런트 파크웨이(수변 문화레저공간)’가 들어선다. 둔치에는 계단식 좌석을, 강변에는 무대를 만들어 한강을 보면서 각종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한다. 물길이 움직이는 프로그램형 분수도 설치된다. 양화·여의도·이촌·반포·뚝섬·잠원지구에는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클라이밍 등 X게임(extreme games·격렬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X플라자’가 조성된다. 마라톤 풀코스(여의도∼광진교∼여의도·42.195㎞)와 하프코스(여의도∼가양대교∼여의도)는 이미 조성되어 있다. 양화지구에는 수상스키·수상오토바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선착장이 들어선다. ●자연과 함께 놀아요. 물고기들이 한강 상·하류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계단식 물고기 길’(어도)도 뚫린다. 한강 잠실대교 아래 수중보의 끝부분을 헐고 길이 228m, 계단높이 10㎝로 만들어진다. 또 시민들이 물고기 이동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강 둔치를 따라 ‘물고기 관찰데크’도 만들어진다. 현재 있는 어로는 길이가 28m에 불과한데다 계단높이가 40㎝나 되어 경사도가 높아 도약력이 약한 물고기들은 오를 수가 없었다. 때문에 한강 하류에 비해 상류에서 관찰되는 물고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계절별로 ▲봄-유채꽃·우리밀 ▲여름-해바라기·메밀 ▲가을-코스모스 등을 심어 ‘전원 풍경단지’를 조성한다. 여의도 샛강, 강서습지, 고덕 수변 생태복원지 등 생태공원과 밤섬, 암사동, 고덕동 생태계보전지역 등의 보호구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뚜벅이도 찾아오기 쉽게 뚝섬·이촌·망원지구 등 16곳에 한강 접근로를 늘린다. 현재 133곳이 있지만 149곳으로 확대한다. 한강 인근에서 찾아오기 쉽도록 안내판을 촘촘히 설치하고, 마을버스·시내버스 노선을 한강 둔치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전거로 한강을 찾아올 수 있는 길도 확장된다. 올해부터는 수도권간 자전거도로도 만들어진다. 광진교 북단∼구리, 암사취수장∼하남시계, 행주대교∼김포시 등 총 8.7㎞도 내년 말까지 만들어진다. 현재 강서∼광나루(강남·41.4㎞), 난지∼광진교(강북·39.3㎞)의 자전거도로가 총 80.7㎞ 설치되어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권종수 한강시민공원 사업소장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한강을 만들겠습니다.” 서울시 한강시민공원 사업소 권종수 소장은 겨울이 가장 바쁘다. 한강을 찾는 시민은 겨울에 가장 적지만, 봄·여름·가을에 찾는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권 소장은 한강을 한강시민공원 사업소만의 업무로 여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가꿔 나가야 합니다. 한강은 서울시내를 관통(총 연장 41.5㎞)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 가운데 한강만큼 귀중한 보물을 가진 곳이 거의 없습니다.” 권 소장이 올해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안전사고 방지와 화장실 개선 문제다. “월드컵 이후 인라인 스케이트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강을 찾는 시민도 크게 늘었다. 그만큼 인라인 스케이트와 관련된 안전사고(전체 안전사고의 70%)도 잦아졌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도로가 없어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충돌사고가 발생합니다.” 올해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도로를 9개 지구(총 25㎞)에 설치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광장도 현재 6개에서 10개로 늘린다. 권 소장은 인라인 스케이트 이용자는 팔꿈치 덮개·헬멧 등의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화장실도 차체에 오수·급수 탱크와 냉·난방시설이 갖춰진 ‘차량형 화장실(mobile toilet)’을 25곳(변기수 111개)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각종 행사 때마다 들쭉날쭉한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기존 화장실도 개선·정비사업을 벌인다. “공원 화장실이라고 하면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지저분한 모습을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한강만큼은 이런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백화점 화장실처럼 만들 겁니다. 모두가 찾아오고 싶어하는 한강을 만들기 위해서죠.”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누드 브리핑 자신의 얘기를 주제로, 그것도 절찬리에 상영되던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하는 데 대해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운한 감정을 피력했다. 한때 ‘불도저’로 불리던 이 시장에게도 받아넘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고 정주영회장과 이 시장이 모델인 ‘영웅시대’는 다음달 1일 7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시장은 지난달 5일 기자단과의 신년 간담회에서도 “듣자니 영웅시대를 조기 종영한다더라.”라면서 “이유는 곧 드러날 수 밖에 없겠지만 처음에는 별 얘기가 없다가 하필 시청률이 뛰자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한 기자가 “이 시장의 지난 날을 좋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고 하자 “그렇다면 다시 민주화 운동이라고 벌어야겠군.”이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100회를 염두에 두고 스케줄을 짰다는데 (나 때문에) 잘려서 안타깝겠습니다. 방송사가 보상해줘야….” 이 시장이 지난 21일 영웅시대에 출연한 탤런트 최불암씨가 홍보대사 자격으로 시청을 방문하자 던진 말이다. 최씨를 위로한 말이지만 비꼬는 듯한 말투가 섞여 있었다. 서울시 홍보대사들에게 시정설명회를 갖기 전 이들과 환담하는 자리였다. 드라마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역할을 맡은 최씨는 “연기자로 생활하면서 대원군 등 역사인물을 많이 연기해 봤는데 이번 드라마처럼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어려웠던 것은 처음”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함께 출연한 연기자들끼리 조기종영이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이 시장에게 드라마의 몇몇 장면이 사실이냐고 묻자 “현장방문 등 상황은 맞지만 대사는 정확하게 내가 한 말이 아니다.”라면서 “보통 작가들이 극화하기 전에 실제 인물을 만나는 게 상례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리어 “극중 탤런트 유동근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드라마 안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거들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 상영 초기에 ‘특정인 미화’라는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최씨는 “이 시장의 인생을 다룬 책들과 비교할 때 미화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드라마이기 때문에 극적 요소가 들어갔을 뿐 오히려 활약상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설명회에는 배우 강수연·안성기, 성악가 김동규씨 등 11명이 참석했다. 시 홍보대사에는 첼리스트 정명화, 프로골퍼 박지은, 성악가 조수미씨 등 각계 유명인사 18명이 위촉돼 있다. 영웅시대에서 이 시장을 모델로 한 박대철 역할을 맡은 유동근씨와 90년대 초 방영된 ‘야망의 세월’에서 이 시장의 부인으로 나온 전인화씨 부부는 홍보대사 명단에 없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말말말˙˙˙

    MBC TV 드라마 ‘영웅시대’는 ‘역사왜곡’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영웅시대’ 조기종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외압설’을 제기하자 “재벌을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탄압받는 존재로 묘사하는가 하면, 독재정권의 폭정을 ‘대통령과는 무관한 몇몇 하급자들의 문제’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 [씨줄날줄] 2月의 명절/김경홍 논설위원

    평양 모란봉 기슭에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은 지난 1977년 4월15일 김일성의 65회 생일을 맞아 준공됐다.1989년 시민혁명으로 처형된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이를 보고 대통령궁을 지었다고 한다. 준공 당시는 금수산의사당, 주석궁으로 불리다가 김일성 사망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후 ‘궁전’으로 승격된 것이다. 유럽식 궁전을 본떠 만든 5층 복합 석조건물 앞에는 콘크리트 광장이 조성돼 있는데 그 너비가 415m, 길이가 216m다.‘415’는 김일성의 생일을,‘216’은 김정일의 생일을 상징한다.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16일부터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태양절)까지 두달동안을 축제기간으로 정해놓고 일반인의 혼인식도 자제할 정도다. 북한이 지난주 설날 연휴기간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더니, 내부적으로는 ‘2월의 명절’로 불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3회 생일준비로 분주하다고 한다. 평양방송은 “장군님은 역사가 일찍 알지 못하는 희세의 위인, 절세의 애국자, 불세출의 영웅”이라면서 “선군정치를 따르는 것은 세계의 흐름”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중앙TV는 김 위원장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밀영’의 기슭에 버들개지가 피었다고 소개하며 2월 평균기온이 영하 25도를 오르내리는 백두산에서 버들개지가 핀 것은 자연의 현상을 초월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김 위원장을 세계적 지도자로 부각시키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한 잡지는 김 위원장을 세계 최악의 10대 독재자 중 2위로 선정했다.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한 언론이 김 위원장을 독재자 상위에 랭크했다고 해서 공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숭배 강요, 적대계급으로 분류된 북한주민 3분의1에 대한 차별,25만명의 수용소 감금, 공개처형 등 독재라는 굴레를 씌운 선정 이유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남의 명절이나 생일, 축제에 재를 뿌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 협박이나, 봉건왕조 시대에도 없던 개인숭배 현상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북한이 특수한 국가라는 것만으로는 체증이 가시지 않는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7일 TV하이라이트]

    ●영웅시대(MBC 오후 9시55분) 맏며느리 일국 처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태산의 가족들은 망연자실한다. 무장공비 침투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경부고속도로 건설 기공식이 치러진다. 고속도로 공사에는 중장비 조달이 중요한 만큼 중기 공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려는 대철에게 기술만 믿는 고참 기술자들이 반기를 든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1월29일, 한양대 청소년 과학기술진흥센터 주최로 열린 과학마니아 경진대회. 특수고 영재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과학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모든 학생들이 이 대회에 도전했다. 과학의 원리로 움직이는 배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과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반영했다. ●애니토피아-일본 거대로봇의 원조 ‘마징가Z’의 탄생(EBS 오후 11시40분) 마징가Z는 70년대 개구쟁이들의 영원한 영웅이었다.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원형인 ‘철완 아톰’부터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초석인 ‘철인 28호’, 그리고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의 완성인 ‘마징가Z’에 이르기까지 ‘마징가Z’의 역사를 살핀다. ●패티김 콘서트(SBS 밤 12시50분) 지난 2005년 1월14∼15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독거노인 돕기 자선콘서트를 설날특선으로 방송한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외모와 가창력을 보여 주는 패티김의 열정적인 무대. 여기에는 정훈희와 인순이 등 많은 가수들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30분) 강원도 홍천에는 84세의 왕할머니부터 두 살배기 증손자까지 4대 가족이 뭉쳐 산다. 고향에서 할머니를 모시며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위해 도시 생활을 하던 두 아들이 자신의 가족들을 이끌고 강원도 홍천으로 온 것. 온 가족이 모여 처음 보내는 홍천 대가족의 겨울이야기를 들어보자.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우연한 기회에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정님과 형주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무렵, 영실은 작은 실수로 미혜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집까지 바래다 준 형주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정님은 그날 밤 문득 떠오르는 형주의 얼굴에 스스로 머리를 흔든다. 다음 날 형주는 영실과 데이트를 즐긴다.
  • [열린세상] 현충사에 대한 단상/이덕일 역사평론가

    아산이 고향인 필자 같은 사람은 현충사에 대한 감회가 조금 남다르다. 아산 사람들은 4월28일을 잊지 않는다. 이순신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4·28이 토요일이었는데 학교에서 갑자기 금요일과 맞바꿔 오후 수업까지 연장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시골 초등학생들이 기웃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 나와 몇몇 급우들이 10리 길을 걸어서 찾아간 현충사는 땅거미가 짙게 깔려있었고, 잔치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런 현충사가 우리를 부른 것은 중학교 방학 때였다. 중간 점검하는 날 학교 대신 현충사에 가서 현충사와 충무수련원을 청소해야 했다. 몇 년 선배들은 나무 한 그루씩을 할당 받아 키워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현충사의 아름다운 조경은 이렇게 아산에 사는 어린 아이들의 노력동원도 일부 들어간 결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산에 살 때 새해 첫날이면 필자는 주위의 친한 사람들과 현충사를 방문하곤 했다. 현충사 입구의 “반드시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반드시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必生卽死 必死卽生)”는 이순신 장군의 입석 앞에서 한 해의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순신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자연적으로 떠올려지던 영웅이었다. 인질생활을 했던 북벌 군주 효종은 홍문관에서 지어올린 이순신의 비문을 읽다가 순절하는 대목에 이르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고 회고했다. 아산의 유생들이 백암리에 사당을 세운 것은 숙종 32년(1706년)이었고, 그 이듬해 조정에서 현충사란 현판을 내려주었다. 사액서원 현충사는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 문을 닫았으나 을사늑약 이듬해인 1906년 아산의 유생들은 그 터에 유허비를 건립해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슬퍼하며 왜군을 수장시킨 이순신을 기렸다.1931년에 동아일보사가 주도해 충무공유적보존회를 결성하고 성금을 모금해 이듬해 사당을 짓고 이순신의 영정을 모신 것도 일제 지배하에서는 의도적인 행위였다. 광복 이후의 이순신 기념사업은 박정희 정권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자유당 때의 기념사업회 회장은 정권의 2인자 이기붕이었고, 이승만 대통령은 평화선(Lee line)을 넘은 일본 어선을 나포해 기념사업기금으로 쓰라고 주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이순신 기념사업이 국가적 행사로 격상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였다. 박정희 대통령을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애국군인의 표상인 이순신 장군에 대입시켜 군사쿠데타를 합리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이런 구도에 따라 현충사 강역은 1967년도에 16만 3096평(34만 2111㎡)으로 크게 확장되었고,1969년에는 노산 이은상이 ‘성웅 이순신’을 발간하면서 ‘영웅’ 이순신은 ‘성웅’ 이순신으로 격상되었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대로 아산의 어린 학생들도 노력봉사에 동원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노력봉사한 아산시민 중에 10리길을 걸어와서 돌봐야 했던 나무를 뽑아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은 없다. 오히려 그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며 대견해한다. 현충사를 정권 합리화의 장으로 이용했던 정권은 사라졌지만 현충사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휴식공원으로 남아 아산 시민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권은 짧고 역사는 길다는 방증이다. 예수는 자신을 정치로 끌어들여 잡으려는 바리새인들에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고 절묘하게 답하면서 자신의 길을 걸었다. 가이사의 것과 하느님의 것을 어찌 구분하느냐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런 사람들이 사랑을 받기도 하는 분열의 시대지만 역사유적만큼은 정치에서 초월해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과 더불어 자신을 돌아볼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소박한 사람들의 심정일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문화정책을 기대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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