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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독재자 피노체트 사망… 군중들 환호·애도 엇갈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과 함께 냉전 시대 중남미의 좌·우파 양대 독재자로 각각 군림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0일 산티아고의 군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 지난주 심장병 악화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하지 못했다.91세.●사망·실종 4197명 수만명 망명생활 1990년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17년 동안 피노체트 권력이 휘두른 고문과 살인 등 각종 인권유린을 단죄하기 위해 노력해온 인권단체들의 노력도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1973년 9월11일(공교롭게도 미국 9·11테러 발생과 같은 날이다.) 피노체트 당시 군 사령관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유혈 쿠데타를 일으킨 뒤 정치적 이유로 사망한 사람은 3197명, 실종자는 1000여명이나 됐다. 수만명이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나중엔 부인과 가족들의 탈세혐의 등 경제범죄까지 추가됐다. 피노체트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수천명의 군중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피노체트 만세’를 외치며 장엄하게 국가를 부르는 지지자들과,‘군부독재의 종말’ 피켓을 들고 춤을 추며 ‘축하행진’을 하는 반대자들. 극명하게 대립된 평가를 그대로 투영했다. 지지자들은 그를 ‘냉전 시대의 영웅’이라고 했다. 공산체제의 굴레를 벗겨내고 붕괴 직전의 칠레 경제를 살린, 그래서 남미 경제 전체의 안정화 주춧돌을 놓은 위대한 지도자란 것이다. 1973년 피노체트는 남미 공산주의 수출에 카스트로와 손을 맞잡고 나선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했다. 당시 군사령관이었던 그는 대통령궁에 폭탄 세례를 퍼부었고, 아옌데는 그의 친구 카스트로가 선물한 총으로 자살했다. 칠레 국민들은 쿠데타 직후 산티아고 축구장이 정치범들의 구금과 고문의 장소로 사용되는 모습을 목격하기 시작했고 이후 17년 인권유린은 계속됐다. 쿠데타는 남미 공산세력 확산 저지에 나섰던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았다. 이날 토니 프렛 미 백악관 대변인은 “피노체트 독재는 이 나라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절 중 하나다. 오늘 우리의 생각은 피노체트 집권기간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말로 과거를 비켜 나갔다.●정식재판 회부도 못하고 심장死 피노체트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엄격하다. 칠레 정치사에 깊이 연루된 스페인의 좌익 및 우익 정당들은 그가 인권유린 사건으로 처벌되기 전 사망했다는 데 유감을 표하고 “유혈 독재자의 사망에 결코 아쉬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피노체트는 1990년 퇴임 후 스페인 정부와 인권단체의 기소로 수차례 가택연금을 당하기는 했으나 고령으로 인한 건강 등의 이유로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고 모두 피해나갔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공산주의에 대한 ‘십자군 전쟁’이었다며 스스로를 ‘천사’로 부르기도 했다.민정이 들어선 뒤, 이뤄진 조사에서 쿠데타 직후 1개의 관에 2구의 시신을 함께 넣고 매장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그는 “공간을 아끼지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강변했다. 죽음이 임박한 지난달 91회 생일때 “집권 기간에 일어난 모든일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이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19일 치러지는 피노체트의 장례는 전직 대통령 사망시 치러지는 국장(國葬)의 예우를 현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다. 중도 좌파인 미첼 발레트 대통령의 아버지는 피노체트 집권 시절 옥사했고, 발레트 대통령 역시 고문을 받았다. 피노체트는 화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피노체트의 아들 마르코 안토니오는 “아버지는 정적들에 의해 무덤이 파헤쳐지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김수정기자 외신 종합 crystal@seoul.co.kr
  • [이현세 만화경]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

    [이현세 만화경]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

    ‘한국만화는 일본만화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은 해외에서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 중 하나이고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이 질문 속에는 ‘형식이나 표현기법에서 한국만화가 일본만화와 다른 점을 나는 모르겠소.’라는, 다소 도전적인 빈정거림도 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이 질문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도대체 그 따위 것이 무슨 토론거리인가.’라는 생각이다. 칸 속에 말풍선으로 지문과 대사를 나누고 영화 콘티처럼 연출하는 지금의 스토리만화 형식이 유럽에서 시작되었건, 일본의 데스카 오사무의 업적이었건 그게 이제 와서 어쨌다는 것인가. 확실히 초기 한국 만화가들의 그림체나 표현기법은 일본 만화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내수시장만으로는 생계가 막연한 지금의 젊은 작가들은 의도적으로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일본 스타작가의 그림체를 이용한다. 그 나라의 대중문화 산업이 내수시장만으로 생존하려면 최소한 1억의 인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화는 문화고 문화산업은 문화산업이다. 문화는 굶주려도 생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는 존재하지만, 문화산업은 돈이 되지 않으면 산업이 없어진다. 한국의 만화문화 산업은 그래서 글로벌 마켓이 아니면 굶어 죽는다. 한국의 만화산업이 굳이 한국적이라야 할 이유가 없다. 유일하게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한국만화가 대다수 판타지 멜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런 표피를 뚫고 들어가면 그것이 만화문화든 만화문화 산업이든, 한국만화가 일본만화와 뚜렷이 다른 것이 존재한다. 만화의 가장 보편적인 소재는 성장드라마이다. 성장드라마의 테마는 ‘우정·사랑·도전·승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보편적인 만화 소재도 역시 성장드라마이다. 그런데 일본 성장드라마의 동기가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구도의 길이라면, 한국 성장드라마의 동기는 외적인 요인에 의한 저항성에 있다. 일본 사무라이가 자신의 도를 찾아 칼을 뽑는다면, 한국 무사는 외적의 침입이나 가족의 희생에 분노해서 복수의 칼을 뽑는다. 일본만화 주인공이 진정한 영웅의 길을 간다면, 한국만화 주인공은 결점이 있는 일그러진 영웅이다. 한 나라의 대중문화가 그 나라의 설화나 역사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생성된 것이라면, 서로 다른 이런 이야기구조는 어쩌면 국내전쟁을 오래 해온 일본의 역사와, 항상 외침에 대항해 살아온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일본의 초히트 상품인 ‘드래곤 볼’의 헤드 카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가 되고 싶다.’이고, 주인공이 죽고 난 뒤에 위령제까지 지내준 ‘내일의 죠’의 주인공 죠는 ‘하얗게…재가 될 때까지 투혼을 불태우고 싶었다.’라고 독백한다. 유명한 대중소설 ‘미야모토 무사시’에서 주인공 다케조는 아수라의 본업을 달래고자 칼을 통해 구도의 길을 떠난다.‘잡고기는 물에서 헤엄을 잘 친다. 그러나 잡고기는 모른다, 도도히 흐르는 물의 깊이를….’ 이것이 다케조의 궁극적 구도의 자세다. 여기에 반해 한국만화 영웅들의 동기는 전혀 다르다. 이상무의 ‘독고탁’에서 주인공 독고탁은 언제나 외롭고 고통 받는 소년이지만 언제나 울지 않고 웃고 다닌다. 그래서 독고탁은 더욱 슬프다. 독고탁의 이미지는 일본사회의 차별대우와 귀화한 아버지·형에게 저항하는, 그러나 결코 울지 않는 소년이다. 이두호의 ‘임꺽정’의 주인공 역시 평범하게 백정으로 살 수도 있었지만 부패 관리들이 부모·형제를 모조리 학살하는 바람에 세상을 뒤엎겠다고 뛰쳐나와 칼을 드는, 일자무식의 준비되지 않은 영웅이다.‘공포의 외인구단’의 영웅들도 마찬가지다. 야구선수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여섯명의 외인구단원들이 지옥훈련으로 끝까지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최소한 앞으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살겠다.’라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일본만화 주인공은 나이고, 한국만화 주인공은 우리다. 한·일간에 만화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운명처럼 두 나라 작가들의 살아온 길이 다르다. 우선 일본 만화가들은 ‘상상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릴 수 있다.’라는, 표현에 관한 한 절대자유를 누렸다. 그 결과 그들은 유아용 만화에서 노인을 위한 포르노 만화까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독자층이 넓은 만화 제작을 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만화는 최근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위해 법정에서 피 튀기게 싸웠다. 일본 만화가들의 작업이 장인의 길이었다면, 한국 만화가들의 작업은 저항과 굴욕의 그것이었다. 얼마전 서울문화사의 김문환 국장이 지병인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죽었다. 우리는 둘 다 심장병을 앓았다.20년 전 점프 창간호에 ‘아마게돈’을 실으면서 나는 작가로, 김 국장은 패기에 찬 신입기자로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그 뒤로 오랫동안 우리는 일본만화와 대항해서 한국만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에 대해서 뜻을 함께 했다. 그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죽기 전날에도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니…. 고인의 죽음은 우리 탓이며 지금 한국만화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디 이제는 만화가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 만화가
  • [이 한권의 책] 제국/ 닐 퍼거슨 지음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탓일까. ‘제국´이라는 단어는 우리로 하여금 영광이나 경외심보다는 약탈과 착취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 역사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인들이 제국을 건설하면서 자행한 노예무역, 인종차별, 원주민 학살 등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역사학계에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저자 닐 퍼거슨은 이처럼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영제국을 구출해낸다. 그렇다고 해서 영제국의 부정적인 측면을 감추거나 미화하는 것이 그의 목적은 아니다. 원본의 부제가 ‘영국은 어떻게 근대 세계를 만들었는가’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많은 부분이 영제국의 작품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할 뿐이다. 저자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영제국이 좋은 것이었나, 아니면 나쁜 것이었나.” 하는 점이다. 그의 답변은 명쾌하다. “영제국은 좋은 일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가 열거하는 영제국의 업적은 첫째, 최적의 경제조직 체계인 자본주의의 승리 둘째, 북아메리카와 오스트랄라시아의 영국화 셋째, 영어의 국제화 넷째, 프로테스탄트 기독교 해석의 지속적인 영향력 다섯째, 훨씬 사악한 제국들이 1940년대에 소멸시킬 태세를 갖추었던 의회제도의 생존이다. 영어권 중심적이고 기독교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는 비판과, 자본주의와 근대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역사관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만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어느 시대이든 강대국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강대국은 주어진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영제국이 역사적으로 가장 모범이 될 만한 예로서 제시되고 있다. 그것은 능률적이고 청렴했으며 식민지에도 경제, 정치, 문화 등 다방면에서 많은 혜택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 통치방식을 구별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역자의 말대로 이 책은 연도와 사건들로 구성된 지루하고 딱딱한 책은 아니다. 해적질로부터 시작된 영제국이 파산에 이르는 과정을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자메이카 식민지의 통치자가 된 해적 출신의 헨리 모건, 노예상인 존 뉴턴과 노예무역 폐지를 주장한 데이비드 리빙스턴, 의외로 여성적인 기호를 지닌 전쟁 영웅 키치너, 그리고 담배나 차·사냥·스포츠 등을 소재로 엮어 가는 영제국의 이야기는 역사 뒤편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하다. ‘제국´은 원래 영국의 채널4 방송사에서 기획한 다큐멘터리의 해설집 성격으로 출판되었다. 덕분에 독자들은 각종 사진과 그림자료를 친절한 해설과 함께 감상하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좋든 싫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는 대부분 영제국 시대의 산물’이다. 세계는 영국적으로 세계화되었다는 것이다(Anglobalization). 따라서 영제국이 해체된 후 영국의 역할을 떠맡은 미국 역시 스스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제국’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의 영국만큼 효과적으로 세계를 통치하고 있지 못하다. 미국은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용기가 없는 제국’, 즉 ‘부인하는 제국’이기 때문이다. 근대 세계를 통치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은 영국의 발명품인 ‘제국’뿐인데도 말이다.3만 5000원.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치·사극 명해설 성우 김종성

    카타르시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온다. 억압된 영혼이 자유로워져 순간적인 쾌감을 준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이른바 ‘천(天)의 목소리’라고 한다. 정확한 발음과 깔끔하고 박력있는 목소리로 오감을 자극해 카타르시스를 팍팍 선사한다. 또한 ‘제1공화국’에서 ‘제3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생생하게 전달, 정치극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도 ‘격동 50년’(MBC라디오)을 18년째 진행해오면서 청취자들의 귀를 역사의 현장으로 쏘옥 빠뜨린다. ●‘천의 목소리´로 안방극장에 생생한 해설 전달 어디 이뿐이랴. 얼마전 끝난 인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비롯, 요즘 주말에 상영되는 ‘연개소문’(SBS-TV) 등의 대하사극과 오락 프로그램 ‘스펀지’(KBS-2TV)에서 감칠맛나는 해설로 우리의 오감을 흥미진진하게 건드린다. 특히 딱딱할 것 같은 웬만한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에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끌어당긴다. 성우 김종성(63)씨. 주말 저녁이면 목소리로 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아저씨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얼굴 없는 배우’ 가운데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성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964년에 데뷔, 올해로 42년째이자 나이 60대 중반을 바라보는 원로이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활약으로 ‘성우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지난 16일 오후, 가을의 끝자락을 아쉬워하듯 쓸쓸하게 낙엽이 흩날리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김씨를 만났다. 처음에는 “해줄 말도 없는데다 얼굴 없는 배우가 얼굴을 내밀어선 무엇하느냐.”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씨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동안(童顔)이었다. 소설가 조정래씨와 시인 박제천씨가 동국대 국문과 동기이고 탤런트 김무생씨와는 동갑이라는 점에서도 얼른 비교가 된다. 젊어진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도 없고 술, 담배도 안 한다.”며 빙그레 웃을 뿐이다. 나이보다 젊어 황당했던 일도 당연히 있을 터. 주차장에서 50대 경비 아저씨한테 “젊은 사람이 왜 그래?”하는 식의 야단을 자주 듣는가 하면 한 살 아래인 부인과 동행할 때 누나 동생 사이로 오해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너무 젊게 보여 수염을 길렀더니 오히려 ‘젊음의 끼’로 여겨 낭패(?)를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어려서는 노숙했고 나이들어서는 젊게 보인다고 하니 얼마나 복받은 삶일까 부러워진다. 김씨의 본명은 김기호, 아명(兒名)이 ‘종성’이다. 성우로 데뷔할 때 ‘금(金)종소리’라는 뜻에서 ‘鍾聲’으로 쓴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김종성(金鍾聲)으로 쓰고 있다.‘두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로 유명한 라디오 스타 김기덕씨가 친동생이다. “원래 성우가 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먹고 살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방송대본을 쓰게 되면서 엉뚱하게 성우의 세계로 빠진 셈이지요.” ●동아방송 사태로 실직 아픔… 복덕방 운영도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가문에 대한 강박관념과 살림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래서 대학 3학년때 입주 아르바이트 등 여러가지를 했지만 신통치 않아 방송국을 노크했다. 당시 MBC 라디오 제작2부장이었던 김범석씨를 만나 방송대본을 건네자 “성우가 낫지 않겠느냐.”며 성우학원 등록을 권유받았다. 이때가 1963년 6월. 그래서 서울 종로5가에 있는 한국예술학원에 두달 동안 다녔다. 그해 10월 동아방송 성우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 적잖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이듬해 4월 TBC가 개국하면서 성우시험 공채 1기에 합격했다. 이와 관련, 김범석씨는 “당시 한국예술원에서 성우강의를 했는데 김종성씨는 성우에 자질을 크게 보였다.”면서 “지금도 방송해설 분야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고 또한 그 분야를 순수하게 잘 이끌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우의 길은 생각만큼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TBC 시절, 구조조정 등으로 노사분규가 발생했고 함께 입사한 동료 15명 중 7명이 퇴사하는 아픔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부인을 만난다. 부인은 당진 출신으로 TBC에서 2년,MBC에서 3년 성우생활을 하다가 1970년 결혼하면서 성우활동을 그만두었다. “동아방송 사태가 나자 실직했지요.1976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 잠실에서 3년동안 가나안 복덕방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돈 되는 걸 도무지 맞추질 못하는 거예요. 오죽했으면 주위에서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할 정도였지요.” 이때 MBC에서 ‘그림자’ 방송을 담당하는 PD한테 연락을 받고 다시 복귀했다. 아울러 1980년 서울의 봄을 맞아 동아방송에서 ‘정계야화’라는 정치드라마를 맡으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성우생활이 시작된다. 하지만 신군부에 의해 방송국이 통합되면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으면서 KBS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현재 극단 산울림대표의 임영웅씨가 만든 ‘인물 한국사’의 해설을 맡으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지금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 ‘격동 50년’을 하게 된 것은 지난 1988년 4월1일에 시작된 ‘격동 30년’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김씨는 “배우 사정이나 시국 분위기 등으로 처음에는 두달만 하자고 한 것이 벌써 18년이나 됐다.”면서 ‘전설따라 삼천리’보다 더 오래 장수한 유일한 라디오 드라마가 됐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소리나 언어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요. 사전대로 하면 안 맞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아름답게 여기는 언어와 억양을 구사해야 친숙해집니다. 물론 잘못된 대중언어는 골라내지요. 그게 제가 40년 넘게 성우생활을 해온 고집이기도 합니다.” ●“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가끔 후배들을 만나면 “성우는 언어학자가 아니다. 자유롭게 리얼하게 표현하면 된다.”고 당부한다. 또 작품의 성격을 잘 이해해야 올바른 배역과 해설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씨 자신도 드라마든 다큐프로이든 항상 대본부터 꼼꼼히 읽는 습관을 가졌다. 목소리가 원래 좋았느냐고 묻자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옥루몽’이며 ‘삼국지’를 읽는 모습을 자주 봤다.”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누나들이 갖다 준 ‘무정’ 등의 소설책을 많이 읽었다고 대답했다. 또 성우생활을 하면서 AFKN방송의 해설을 눈여겨보면서 미래의 호흡과 템포를 익혔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언젠가는’ 할 때 대부분 한꺼번에 읽지만 ‘우리는/언젠가는’식으로 호흡의 길이를 나름대로 정했다.“말이란 형식미가 아니라 자연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술, 담배 안한 것도 맑은 소리를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 결단했던 것.”이라며 웃는다. “물러나는 것을 늘 생각합니다. 짧게는 2년 후 그만두려고 합니다. 후배들이 한 600여명이 있지만 영상매체의 발달로 성우라는 직업이 사양길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새로운 무대를 개척해야지요. 지금까지 방송의 배려로 살았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매년 몇백대1로 성우 지망생은 늘고 있거든요.” 김씨는 이에 대비해 몇년 전부터 ‘오디오북’을 준비해오고 있다. 이미 ‘백범일지’‘고전12마당’‘단편문학50권’ 등을 녹음했다.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특수효과를 넣은 오디오북 1000권 제작을 목표로 이에 전념할 계획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나 후배 성우들도 품위있게 은퇴를 하려면 이러한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김씨는 ‘불멸의 이순신’을 끝내면서 시청자들이 주는 상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카페를 만들어 김씨의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후계자는 없나요.” 등의 많은 애정과 안타까움을 표시한다.“글쎄요. 제가 하라는 대로 하면 후배들이 돈을 벌 수 없다며 기피한다.”며 멋쩍게 웃는다. km@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당선 확정

    결국 ‘미국의 악몽’은 현실화됐다. 5일(현지시간) 치러진 니카라과 대선에서 다니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이 40%에 가까운 득표율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레이건 행정부의 ‘제거대상 1호’이자 80년대 좌파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라틴아메리카의 혁명 영웅이 16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것이다. 오르테가가 이끄는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은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뒤 선거에 패해 물러났다 선거를 통해 재집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권력은 ‘총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정치적 진리를 확인시킨 셈이다. ●오르테가-부시 父子의 악연 1990년 오르테가의 실각이 사실상 미국의 ‘기획’에 의해 이뤄졌고 그의 재집권을 가장 우려한 것도 미국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단순한 좌·우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국 BBC 방송은 선거 전부터 오르테가가 승리한다면 “미국의 16년 중남미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예견해 왔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 특히 부시 부자(父子)와 오르테가의 ‘악연’을 살펴 보면 분명해진다. 아버지 부시는 1970∼80년대 CIA국장과 부통령을 지내며 산디니스타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가혹한 봉쇄정책을 주도하는 한편 우익반군 ‘콘트라’에 돈과 무기를 지원, 니카라과를 내전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이란-콘트라 스캔들’로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89년 대통령 취임 뒤엔 우파 비올레타 차모로를 앞세워 오르테가를 낙선시키는 데 성공한다. 미국이 중남미에서 벌인 ‘저강도 전쟁’의 결정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워싱턴 컨센서스’로 상징되는 미국의 시장주의 이식 프로젝트는 니카라과를 비롯한 중남미 전역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경기침체와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내전에 대한 염증과 미국의 지원에 대한 기대심리로 우파에 기울던 중남미 민심은 다시 좌파로 급선회한다.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 차례로 좌파정권이 들어섰고 올해엔 칠레와 볼리비아가 좌파의 집권대열에 합류했다. ●반제국주의 혁명가에서 ‘노회한 정치인’으로 오르테가의 귀환은 결국 중남미의 ‘좌파 벨트’가 미국의 ‘턱밑’까지 육박했음을 의미하는 한편, 부시 대통령에게는 아버지 시절부터 진행해 온 중남미 정책이 총체적 실패로 판명됐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최근 중남미 선거에 개입을 자제해 왔던 미국이 니카라과 선거를 앞두고는 “오르테가만은 안된다.”며 자본 철수를 경고하는 등 ‘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물론 오르테가의 승리에는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기업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스스로 급진적 이미지를 탈색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도 주효했다. 과거 자신과 대립했던 콘트라 반군 지도자를 러닝메이트로 삼는가 하면, 집권시절 재산을 압류당하거나 내전으로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구했다.‘매판자본 축출’을 외치던 반제국주의 혁명가에서 화해와 평화를 말하는 ‘노회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인물로 보는 서양고대사/허승일 등 지음

    한국의 서양사학계에서 고대사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근·현대사 분야가 자본주의 문제와 관련해, 또 중세사 분야가 프랑스 아날학파의 영향 등으로 집중 조명받아온 데 비하면, 서양고대사 쪽은 일반 독자는 물론 학계에서도 그리 친숙하지 않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인물로 보는 서양고대사’(허승일 등 지음, 길 펴냄)는 그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 서양고대사 전공 교수 31명이 머리를 맞대고 쓴 균형잡힌 서양 고대인물사다. 그리스, 로마 공화정과 제정시대의 주요 인물 39명을 통해 서양고대의 역사를 읽는다. 서양의 역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책은 먼저 서양 역사의 시원을 이루는 고대 그리스부터 다룬다.‘그리스’라는 말은 로마인들이 지어낸 것이다. 남부 이탈리아에 있던 그리스 식민도시국가들을 통틀어 ‘마그나 그라이키아’, 즉 대(大)그리스라 불렀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이 책은 서양고대사의 첫 인물로 ‘신화와 역사의 경계’에 서 있는 테세우스를 이야기한다. 테세우스는 포세이돈 신의 자식이라는 등 신화상의 인물로 간주돼 왔다. 최근 들어 고고학 자료들에 의해 ‘역사 인물’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대 그리스를 물려받은 로마는 광대한 영토를 다스림으로써 오늘날 서구사회의 토대를 만들었다. 왕정에서 출발한 도시국가 로마는 공화정기의 내부 신분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 발전을 이룩한 한편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위업도 달성했다. 로마 공화정기 지중해 세계를 풍미한 인물은 수없이 많다. 혼란기의 로마를 정비하고 대 로마를 건설한 영웅 카이사르도 그때 사람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세계의 유일한 지배자가 되면서 로마 공화정은 막을 내린다. 로마 역사에서 제정(帝政)의 등장은 기원전 2세기 말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으로 시작된 ‘로마혁명’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사료의 빈곤으로 서양고대사가 ‘인물’ 위주로 소개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수십명의 전공 학자들이 힘을 모아 서양고대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 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종현의 나이스샷] 한국 골프의 산증인 ‘한장상’

    서비스 이론에 ‘대우를 받으려면 상대방을 먼저 대우하라.’는 말이 있다. 한국 골프가 발전하고 세계화를 이루려면 먼저 골프 원로를 칭송하고 그의 업적을 늘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골프는 원로에 대해 지나치게 무심했다. 괄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 골프의 산증인 한장상(66) 프로는 마땅히 미국의 아널드 파머나 잭 니클로스 이상의 칭호와 대우를 받아야 하는 한국 최고의 원로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골프장에서 열린 LIG-KPGA선수권대회에는 한장상 프로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저타이틀이 걸린 이 대회에 4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출전을 해온 것이다. 비록 컷오프로 대회를 마쳤지만 한장상 프로에게 김종덕을 비롯한 후배 30명은 ‘존경의 꽃다발’을 선사했다. 국내에 이렇게 훌륭한 골프 역사를 안고 있는 인물이 있었냐는 찬사도 도처에서 쏟아졌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등에 노익장을 과시하며 출전한 파머나 니클로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또 박수를 쳐 왔다. 눈앞에 살아있는 우리의 골프 역사를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것이다. 모두의 잘못이다. 사실 한장상 프로는 한국의 척박한 골프 불모지를 개척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1972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도 출전했다. 몇 차례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수십 시간 이상을 날아간 뒤 잉글랜드와 미국 등지의 그린에 태극기를 알렸다. 내년이면 그는 KPGA선수권대회에서 50년 출전이란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만들게 된다. 그때에는 꽃다발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골프 역사를 기리고, 또 그의 이름 석 자를 코스 어딘가에 남겨야 한다. 그날만큼은 국내 최대의 골프축제로 승화돼야 한다. 그가 후배 양성을 위해 뛰는 모습을 한쪽에선 그리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 ‘한물간’ 프로골퍼로 폄하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장상’이라는 이름은 이제 한국 골프에서 빠져서도 안 되고, 외면해서는 더욱 안될 이름이다.그러나 그의 이름은 이제 겨우 파머와 니클로스에 견줄 만한 상황이다. 한국남자골프가 발전하기 위해선 그들처럼 ‘영웅 만들기’에 나서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책꽂이]

    ●새로운 한국식물도감(이영노 지음, 교학사 펴냄) 전세계에서 나는 식물은 대략 20여만종. 그 중 한반도에서 나는 관속식물은 4000여종으로 추정된다. 이 책에는 종자식물과 귀화식물, 양치식물, 원예식물 등 한반도에 야생하는 식물들이 망라됐다. 식물용어는 되도록 쉽게 풀어 썼으며 사진은 식물의 특징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데 역점을 뒀다. 식물이름이 흉한 느낌을 주는 개불알꽃은 복주머니란으로, 풀솜대와 석산은 각각 지장보살(전남 구례의 지방명), 꽃무릇(전남 백양산 근처의 지방명)등 정다운 지방 특유의 이름으로 부르는 등 새로운 감각을 살렸다. 전2권. 한 세트 30만원.●현대 고고학의 이해(콜린 렌프류·폴 반 지음, 이희준 옮김, 사회평론 펴냄) ‘삽의 증언’이라 불리는 고고학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다룬 현대고고학 개설서.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과 열형광연대측정법,GIS와 DNA연구기법 등 과학적 기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과정주의고고학이라 불리는 ‘신고고학’, 인지고고학, 공공고고학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고고학에 관한 최신 논의들이 실렸다.4만원.●역사를 움직인 157인의 마지막 한마디, 유언(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말글빛냄 펴냄) 성인들의 유언은 감동스러운 데가 있다. 공자는 “지는 꽃잎처럼 현자는 그렇게 가는 구나.”라고 끝맺었다. 폭군 네로는 “한 예술가가 가고 세계는 혼란스러워지는구나.”라는 말을 남겼다. 칭기즈칸은 “죽음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잠을 잤구나.”라고 말한 뒤 저세상으로 갔고, 대영제국의 초석을 마련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주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어.”라며 자신을 뒤돌아봤다.“다시 볼게요. 다시 보자구요.”라는 한없이 슬픈 유언은 마릴린 먼로의 것이다. 역사를 움직인 인물들의 유언 백과사전.1만 8500원.●도산 안창호 평전(이태복 지음, 동녘 펴냄)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의 삶을 조명. 도산은 1898년 평양에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서 18개 쾌재와 18개 불쾌로 탐관오리들의 학정을 규탄하고 외세의 침탈에 대응할 것을 호소하면서 이름을 알렸다.1907년에 신민회를,1913년에 흥사단을 조직했으며 3·1운동 이후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에서 내무총장직을 맡았다. 일부에선 도산을 단순한 인격수양파, 무장투쟁론에 반대한 준비론자, 조선혁명이 아닌 개량주의자로 규정하지만 도산이야말로 현실적인 조건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구체화된 독립운동을 펼친 인물이라는 주장이 담겼다.1만 5000원. ●로맹가리(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문학동네 펴냄)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태어나 프랑스인으로 살다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이자 외교관, 전쟁영웅이었던 로맹가리. 참전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은 그는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받은 데 이어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발표한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다시 한번 공쿠르 상을 수상, 프랑스 역사상 유일하게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작가로 기록됐다. 이 전기에는 24살 연하 진 시버그와의 운명적 사랑 등 일화도 실렸다.1만 8000원.
  • 무협소설 ‘영웅문’ 드라마로 본다

    차량융(査良鏞)?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러나 ‘김용(金庸)’이라면,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딱 치지 않을 수 없다. 퀘퀘한 책 냄새 가득한 대본소에서 열심히 들여다보던 ‘영웅문’의 작자다. 본명의 ‘융(鏞)’자를 둘로 나눠 필명 ‘김용’을 썼다. 신문기자였지만 무협소설로 더 명성을 얻어 ‘왼손으로는 신문 사설을, 오른손으로는 무협소설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50∼60년대 전성기를 지나 70년대쯤 활동을 접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해적판 번역서가 선보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인기의 핵심에는 걸출한 대표작 ‘사조영웅전’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영웅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바로 그 책이다. 이 사조영웅전을 이번에는 드라마로 만난다. 무협액션 전문 케이블채널 ABO가 25일부터 ‘사조영웅전’ 재방영에 돌입했다. 중국 최고의 문화적 우상이라는 평가가 반영돼서인지,CCTV가 직접 나서 HD화질 42부작으로 제작한 드라마다. 우직한 주인공 ‘곽정’에는 이아붕, 그의 파트너인 현명한 여자 ‘황용’에는 주신 등 중국 신세대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문화혁명기 중국에서 무협지가 아편 취급당하던 때에 비하자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사조영웅전’은 중원을 놓고 송(宋)·금(金)·원(元)의 갈등과 대립이 교차하던 격변의 시기를 헤쳐나간 무술인들의 삶을 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요즘 동북공정과의 관계다. 알려졌다시피 동북공정은 지금 중국 땅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은 중국의 역사라 본다. 그런데 김용은 소설 주인공을 대개 만리장성 이남 출신 ‘한(漢)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다, 스토리 자체도 ‘북방 이민족의 지배에 맞선 한족부흥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적 패배를 무협소설로 뒤집는다는 혹평도 여기서 나온다. 김용처럼 중국도 ‘왼손으로는 동북공정을, 오른손으로는 김용 소설 드라마화를’ 하는 셈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계가 깜박한 왕따들의 스매싱

    60억 인류의 운명을 달랑 탁구대 위에 올려놓는 담대한(!) 상상력이라니. 한술 더 떠 인류의 대표가 결전에 패해 지구가 멸망하게 되는 결말에 이르면 말문이 콱 막힌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설이냐 싶겠지만 비주류 인생들을 비주류 문체로 그려내 주류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 소설가 박민규(38)라면 가능한 얘기다. ‘핑퐁’(창비)은 2003년 ‘지구영웅전설’과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두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박민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프로의 세계에서 1할2푼5리의 최저 승률로 살아가는 아마추어 인생들의 비애를 특유의 경쾌한 톤으로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선 또다른 마이너리티인 ‘왕따’ 중학생들을 중심에 세운다. 주인공 ‘못’과 ‘모아이’는 ‘치수 패거리’에게 극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이다. 돈을 빼앗기고 구타에 시달리면서도 어떤 저항조차 할 수 없고, 고작 제발 죽게 해달라고 기도하거나 핼리 혜성이 지구와 부딪쳐주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수결로 운영되는 사회에서 온갖 악의 요소를 갖춘 치수 패거리는 세계를 대표하는 2%이며,‘다수인 척’ 살아가는 나머지 98%는 이들을 철저히 외면한다. 집단 따돌림 당하는 10대들의 이야기야 이제 낯설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진부한 소재. 하지만 탁구공처럼 통통 튀는 작가의 상상력은 이들의 처절하고 눈물겨운 현실을 우주적인 판타지로 전이시킨다. 심하게 얻어맞은 날, 벌판에서 탁구대를 발견한 두 소년은 ‘탁구계의 간섭자’인 세끄라탱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탁구 게임으로 좌지우지돼왔음을 알게 된다.‘세계가 깜박한 존재’인 두 소년은 인류의 대표와 맞선 시합에서 승리하고, 결국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한다. 폭력적이고, 부조리한 현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인류를 아예 삭제해버리는 결말은 지나친 비관주의가 아닐까.“나를 포함해서 인류가 이대로는 안 되겠더라고요.2000년동안 전쟁도 할 만큼 했고, 종교분쟁이나 인종갈등 등 해볼 건 다 해봤잖아요. 선진국도 많고, 잘사는 민족도 많지만 왜 사는지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 위기극복이나 희망이 아니라 전부 다 죽이는 이야기에 끌렸어요.” 공익을 위하고, 타인을 배려한다지만 권력을 탐하는 욕구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한 인간에게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다는 날선 비판이다. 그런데 왜 하필 탁구일까.“맨날 두들겨맞는 중학생 둘이서 할 만한 운동이 별로 없잖아요. 축구나 야구처럼 혼자서 여러 명을 상대하는 경기가 아니라 일대일로 직면하는 운동이라는 점도 작용했고요.” 내용뿐 아니라 소설 형식도 자유롭다. 활자의 크기를 달리하거나 행갈이에 변화를 줬고, 손수 그린 5컷의 점묘 삽화를 넣었다. 의도적으로 ‘박민규식 스타일’을 구축하는 거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진짜 몰라서 그런 거예요. 산문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몰랐거든요. 어차피 독학으로 공부해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냥 쓰고 싶은 대로 쓰려고요.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가는 별로 관심 없어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듯 독자는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되는 거지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서양문명에 숨겨진 암호의 세계

    댄 브라운의 스릴러 소설 ‘다빈치 코드’가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달성한 것이나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가 거둔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뭘까? 이는 무엇보다 종교 미술품 속에 이단적 사고가 암호화되어 삽입되어 있다는 그럴듯한 가설에 독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책들은 둘 다 픽션이지만 ‘숨겨진 상징’에 관한 진실은 어떤 픽션보다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아일랜드의 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팀 월레스-머피의 저서 ‘심벌코드의 비밀’(김기협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은 매혹적인 영적 세계에 대한 길고 오래고 고된 탐구 속에서 상징이 견지해온 의미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는 심리학 연구활동과 함께 개인적으로 30여년간 문명 속에 숨은 신비로운 사실들을 좇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로 네 권의 책을 냈는데, 그중 ‘성배의 비밀을 품고 있는 로슬린 예배당’은 ‘다빈치 코드’의 중요한 모태가 되기도 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먼저 기독교 상징체계의 발달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단적 아이디어들이 억압적 교회당국의 엄혹한 눈길로부터 왜 그리고 어떻게 감춰져 왔는지 파고든다. 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암굴의 성모’ 2점 중 두번째로 그린 그림은 그림 의뢰자와 작가가 체결한 계약에 의해 뒷날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었음을 밝혀낸다.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성모의 손이 보호적인 자세로 걸쳐져 있는 아기가 예수일 것으로 추측하지만, 실은 세례 요한이고, 천사 곁에서 축복을 주고 있는 아기가 예수이다. 여기서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그림을 의뢰하고 계약을 체결한 성직자가 ‘세례자 요한의 이단’을 비밀리에 따르던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프랑스 렌 르 샤토 마을에도 기독교와 관련된 신비의 수수께끼가 있다. 매년 수많은 순례자들이 몰려드는데, 그들이 마을에서 처음 만나는 것은 아이를 안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 상과 아이를 안고 있는 예수의 상이다. 언뜻 보기에 앞의 것은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로, 뒤의 것은 요셉과 아기예수로 해석이 가능하다. 두 동상은 소니에르라는 가난한 신부가 이 마을로 좌천되어 온 뒤 세운 것인데, 이 신부는 그 후 군주 못지않게 호사스럽게 살았다고 한다. 이 돈의 출처에 대해 저자는 템플기사단이나 막달라 마리아의 전통을 따른 카타리파에서 남긴 보물, 면죄부 판매 등 추측이 난무함을 지적한다. 책은 이밖에도 교회에서 제작을 맡긴 그림이나 건축물 속에 남겨진 비밀 상징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그리고 이같은 상징을 남기는 과정에서 일어난 음모와 획책, 부패한 권력과 영웅주의, 배신과 기사도 정신이 뒤얽힌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또 이러한 상징을 남긴 이들은 기존의 기독교 역사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밝혀낸다. 놀라운 것은 이같은 상징의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미국 돈 1달러 지폐에 있는 ‘호루스의 눈’은 프리메이슨이 세상을 지배하리라는 상징이고, 프랑스 렌 르 샤토 마을에 모여드는 순례자들은 막달라 마리아를 숭배하는 이단의 무리라는 것이다. 근세 이전의 서양사를 지금까지 묶어온 기독교적 관점에 정면으로 도전, 그 질곡을 꿰뚫어보는 시각이 다소 무모한 듯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책이다.1만 4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대조영, 주몽 인기 잠재울까

    대조영, 주몽 인기 잠재울까

    중국의 ‘동북공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발해 건국사를 다룬 100부작 사극 KBS ‘대조영’(연출 김종선·윤성식, 극본 장영철)이 16일 첫 전파를 탄다.MBC ‘주몽’,SBS ‘연개소문’에 이어 고대사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구려가 패망한 뒤 흩어진 군대를 모아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는 새 나라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로, 발해와 대조영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최고의 시청률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주몽’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드라마는 고구려 패망기에 요동에서 태어난 대조영의 성장기와 안시성 전투, 고구려의 분열, 발해의 건국과 통치까지 생생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출연진과 제작진도 화려하다. 대조영은 사극 전문배우로 손색이 없는 최수종이, 대조영과 북방의 패권을 다툰 비운의 영웅 이해고는 정보석이 맡았다. 또 이덕화·박예진·홍수현 등이 파란만장한 연기를 펼친다. 이와 함께 강원도 속초에 설치된 2만 2000평의 오픈세트와 전담 특수영상팀, 의류·의상학 교수 11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의상, 육사 교수단의 고증에 따른 6000여점의 무기류와 중국 고대가구 등 소품도 눈길을 끈다. ‘왕과 비’‘태조 왕건’ 등을 연출한 김종선 감독과 ‘인간시장’ 등을 쓴 장영철 작가가 만나 역사적인 허구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대조영과 발해를 그리는 일은 찬란한 한민족의 역사를 복원함과 동시에, 역사적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대조영의 영웅적인 모습뿐 아니라 꿈을 안고 발해를 세우기까지 설움도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발해를 세우고 찾는 과정, 발해가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역사라는 점을 알리는 것 자체가 역사적 진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시청자가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 한권의 책] ‘혼세의 삼국’ 균형을 잡다

    요즘 TV사극들의 턱없는 민족주의와 사실왜곡에 황당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김춘추-외교의 승부사’(박순교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영웅을 그리되, 어깨에서 힘을 뺀 담백한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문장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김춘추의 집권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다. 그만큼 사실(Fact)과 상상(Fiction)을 구분해 보이고 있다. 과장과 오류로 독자를 오도하는 흔한 팩션(Faction)이 아니라,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돌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책은 얼핏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외교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비친다. 김춘추는 약소국 신라가 백제·고구려를 제압하고 통일대업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던 당(唐)과의 연합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고구려와 왜(倭)를 방문해 외교담판을 시도하고 당 태종을 찾아 나당동맹을 완성해 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오직 생존만이 지상과제였던 당시 상황에서 실리주의 외교는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외교관으로서 김춘추 조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진골에 속해 숨을 죽이며 살아야 했던 한맺힌 가족사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마침내 왕위에 오르고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인간 김춘추의 모습에 더 많은 애정을 보인다. 책은 김춘추의 인간적 고뇌와 열정을 사랑하는 딸의 죽음 장면에서부터 풀어나간다. 문희와의 숙명적 인연의 결과 출생한 딸 고타소는 백제 의자왕이 일으킨 침략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한다. 수급(首級)이 잘려나간 처참한 주검 앞에 격분한 김춘추는 고구려행을 결심하며 통일의 의지를 불태운다. 조부 진지왕의 폐위와 가문의 몰락, 아버지 비형의 아들을 위한 희생 또한 김춘추가 절치부심하는 배경이 됐다. 비형은 아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신라와 왜의 당 유학생을 집안에 초치하여 국제감각을 키워주는 데 전력하는 ‘선진적’ 인물이었다. 진지왕과 유부녀 미도부인의 사랑, 집권 후 소원해진 김유신을 회유하기 위해 예순이 넘은 그와 어린딸을 혼인시키는 장면 등은 제도와 권력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개별 국가의 내부사정 또한 물고 물리는 권력다툼의 연속이었다. 동생과 아비를 죽이고 집권하는 당태종, 쿠데타를 일으켜 영류왕을 죽이고 보장왕을 옹립한 연개소문, 친백제 정부를 제거하고 개혁을 추구하던 중대형 등이 모두 김춘추의 협상 상대자였다. 이들과의 조우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국 이야기도 대중에겐 새롭다. 전반을 통하여 적절히 삽입되는 당시의 생활상은 배경에 불과한 듯싶지만 현대 역사학이 추구하는 중요한 탐구 목표이기도 하다. 대략의 둘레만 1023보에 이르렀다는 왕궁 월성의 풍경과 신라군단의 직능·계급별 군장 묘사, 온돌과 바둑·공차기가 등장하는 고구려 풍속 묘사 등은 당시 사람들이 눈앞에 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삼국사기’‘삼국유사’‘송서’‘양서’‘구당서’‘일본서기’‘동경잡기’ 등 사료를 인용한 각주 때문에 무조건적 몰입보다는 거리두기가 유지된다. 까다로운 문장과 어려운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이는 지식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또한 고대 분위기 재현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춘추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그의 죽음과 함께 삼국통일의 여정이 끝나버리는 것은 조금 아쉽다. 에필로그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1만 5000원.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역사 속 위인들의 생애는

    인물 일대기나 위인전을 초등생 자녀에게 권할 때 맨먼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책의 눈높이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눈높이의 어린이용 위인전을 만나기가 쉽지 않는 게 서점가의 현실이다. 창비가 1980∼90년대에 출간된 것에 내용을 보충한 초등생용 위인전 시리즈 ‘내가 만난 역사인물’을 냈다.1차분은 모두 4권. 김구, 이육사, 윤봉길, 우장춘 등 익숙한 인물들을 조명한 책은 위인전을 의식하지 못할 만큼 유연한 글흐름이 돋보인다. 실화에 근거하면서도 글맛을 낼 수 있는 필자들의 화려한 면면도 눈에 띈다.`겨레의 큰사람 김구´편의 지은이는 신경림 시인, 담대한 느낌의 판화 삽화는 유명 전각인 정병례씨가 맡았다. 이밖에 방영웅 김명수 정종목씨 등 문인들이 집필한 덕분에 우리말의 감칠맛이 갈피갈피에 푹 배어있다. 신채호, 마틴 루터 킹 목사, 간디 편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각권 1만 2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바다 이야기

    [한승원 토굴살이] 바다 이야기

    지하철 노약자석에 두 사람의 노숙자가 타고 있었다.50대인 그들은 똑같이 한 자동차 회사의 허름한 하늘색 제복 윗도리를 걸치고 있었고, 한 성당에서 주는 점심을 얻어먹으러 가고 있었다. 불콰하게 취해 있었다. 체구 크고 뻐드렁니 난 쪽이 말했다. “유치한 자식들, 차라리 동원 회사 배 납치한 놈들같이 해적질을 하지!” 체구 작달막한 쪽이 빈정거렸다. “아이고 형님, 우리민족은 신라 때부터 해적들에게 시달려 오기만 했어요. 우리민족이 바다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지 아시오? 이 반도 땅 해변 해수욕장들은, 물 길 바람 길 파도 길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파제나 부두를 설치하고, 아파트 지으려고 바닷모래 준설한 까닭으로 자갈들만 엉성해져가고 있어요. 썩은 시화호를 만들어놓고, 다시 썩은 냄새 풀풀 나는 새만금 바다를 또 만들어 놓았어요.” “김 박사, 말이 맞다. 바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들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이 땅을 경영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은 강진의 동생 정약용에게, 바다의 율동에 대하여 물은 바 있다. 실사구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중국의 고전 가운데 읽지 않은 것이 없는 그였지만, 바다에 대해서 무지한 대표적인 한국선비였다. ‘해변에 산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조수의 왕래와 성쇠는 해석이 불투명하다… 중국의 성인은 모두 서북 지방에서 났으며 해수의 변화에 이르러서는 일찍이 측량함이 없었다. 주역은 미묘한 이치를 담고 있으되 바닷물 흐름에 관해서는 조금도 설명이 없다.’ 주역의 저자는 대륙 한가운데서 살았기 때문에 하늘과 땅의 율동만을 참고하여 주역을 만들었고 바다의 율동 원리를 가미시키지 못한 것이다. 우리 선인들은 바다가 도외시된 중화사상에 젖어 ‘무이 구곡’이나 ‘도산 십이곡’으로 흉내 내며 살았을 뿐이었다. ‘배타는 놈은 자식으로 치지 않는다.’는 말을 속담으로 사용할 만큼 바다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바다를 멀리했다. 바다는 세상을 막 살아도 아까울 것 없는 상것들이나 사는 시공으로 여겼다. 신라의 귀족들은 광활한 바다를 경영함으로써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장보고를 암살하고 그 세력들을 소탕했다. 그 이후, 해적의 발원지인 대마도를 정복한 일과 같은, 바다 경영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인들은 바다를 외면하고 중국대륙만을 지향했고 그쪽에서 생성 유포된 사상만을 숭상했다. 자연 바다를, 젊은이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공으로 여기지 않았다. 천사들은 거칠 것 없이 지껄거렸다. “규장각에 있어야 하는 보물들이 어째서 프랑스 박물관에 있는지 아시오. 프랑스 해적들이 뺏어간 것이오.” “일본 해적들이 뺏어간 조선왕조실록도 엊그저께 겨우 찾아왔네.” “영국 박물관 미국 박물관 일본 박물관, 일본 골동품 수집가들 창고에 우리 보물들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아시오?” 일찍이 바다에 눈뜨고 바다 경영에 뛰어든 나라 사람들은 바다 저 편 땅(보물섬)에 널려 있는 것을 강제로 훔쳐다가 잘먹고 잘살아왔는데, 바다에 대하여 무지한 우리 선인들은 그들에게 대대로 당하기만 하면서 살아왔다. 그들이 해적들을 영웅시할 때 우리는 뱃사람들을 상놈으로 천시했다.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바다 경영에 뛰어든 사람들, 고구려 역사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운 실랑이질을 하고 있어요. 땅덩이 동강나 있는 것도 그렇고 북한 핵문제도 그렇고 일본이 독도 빼앗으려 하는 것도 그렇고…” “야,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나는 자존심 상해 죽겠다. 아니, 그 대박 도깨비 기계에다가 왜 하필 ‘바다 이야기’라는 이름표를 달아 가지고 신선한 바다를 물 먹이고 있냐?” 소설가
  • [어린이책꽃이]

    ●아기 웜뱃이 참방참방!(찰스 푸지 글·그림, 이혜옥 옮김, 삐아제어린이 펴냄) 아기 웜뱃이 넓적한 주둥이에 짤막한 다리의 오리너구리에게서 수영을 배우는데…. 함께 헤엄치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면서 스스럼없이 친구가 돼가는 과정이 유쾌하고 해맑다.6세까지.8000원.●바리공주(김승희 글, 최정인 그림, 비룡소 펴냄) 시인 김승희의 섬세한 문장이 빛나는 바리공주 이야기 그림책. 여자로서 겪는 바리공주의 파란만장한 삶,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펼쳐지는 웅장한 영웅담이 힘차다. 그림책은 예쁘고 여려야 한다는 편견을 깨는 참신한 작법이 돋보인다.7세 이상.9500원.●어린이를 위한 그림백과사전(파트리시아 멘넨 지음, 김영희 옮김, 자연사랑 펴냄) 동식물의 생태, 자연과 사물의 다양한 법칙, 역사 등의 광범위한 지식을 상세한 그림과 글을 통해 입체적으로 귀띔해 주는 백과사전.7세 이상.2만 8000원.●로마 어린이는 어떻게 살았을까?(롤프 크렌처 글, 마티아스 베버 그림, 김희상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고대 로마의 어린이들이 무엇을 하며 놀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주인공을 내세워 동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생활역사책. 바이킹, 중세시대, 인디언, 이집트 등 무대를 바꿔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 초등생.8500원.
  • 9·11테러 영화화 ‘플라이트 93’ 새달 8일 개봉

    현실을 현실보다 더 신랄하게 고발하는 게 다큐멘터리의 기능일 것이다. 새달 8일 개봉하는 ‘플라이트 93’(United 93)은 ‘타이밍’이 문제일 뿐 이제쯤 나올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2001년 9·11 테러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예측가능한 작업은 ‘블러디 선데이’(2002년)‘본 슈프리머시’(2004년)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나꿔챘다. 순발력을 발휘한 감독은 다큐멘터리 드라마 방식을 택해 소재의 정치적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였다. 미국의 심장부가 속수무책으로 화염에 주저앉는 충격의 장면들을 과연 어떤 요령, 어느 정도의 긴장 수위로 흡수할지가 ‘9·11 영화’의 관건. 백악관도 펜타곤도 아닌 미국연방항공국에 시종 카메라를 들이댄 이 영화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또 한편의 하이재킹 오락물이 결코 아님’을 선언한다. 항로이탈한 민항기들로 뒤숭숭해진 연방항공국 관제센터, 테러의 배경을 알지 못해 허둥대는 현장상황을 복기하는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객석을 긴박감으로 몰아친다.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두 대의 민항기가 충돌하고 또 한 대가 국방부에 추락하는 장면을 속수무책 CNN뉴스를 통해서나 확인하는 연방항공국은 그 자체로 세계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의 초라한 ‘자기고발’이다. 사태의 맥을 짚지 못해 허둥거리는 펜타곤과 백악관의 무능함이 다큐 방식으로 가감없이 노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최소한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관객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아비판과 검열이 얼마나 힘든지(그것도 할리우드에서!)를 확인시킨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명백히 한계가 있다. 영화가 주목한 쪽은 비교적 정보가 많이 노출된 세 대의 폭파 민항기가 아닌, 이슬람 과격단체에 납치돼 국회의사당으로 돌진하다 펜실베이니아 외곽 벌판에 떨어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93’. 사고 직전 희생자들과 전화통화한 유가족들의 증언, 블랙박스 분석자료 등을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는 냉정을 잃어 다큐멘터리 본연의 순수성을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자살테러를 막으려 테러범과의 사투를 벌이는 탑승자들의 이야기가 돌출 무용담처럼 재가공된 후반부는 (미국)시민영웅을 띄운 또 다른 형태의 액션물인 듯 할리우드 공간에서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역사인식과 상업주의가 어디쯤에서 타협했는지, 다큐멘터리의 소임을 얼마나 순수하게 고민했는지는 감독과 제작자만이 알 일이다. 당시 현장을 지휘한 연방항공국 국장을 비롯해 연기경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캐스팅됐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세상을 바꾼 사진(페터 슈테판 엮음, 이영아 옮김, 예담 펴냄) 20세기 역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사진들을 실었다. 영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극복하기 위해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고전적인 생산방식을 장려한 간디, 최초로 8848m 에베레스트 최고봉에 올라 영웅이 된 에드먼드 힐러리 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 우드스톡….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사진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 그 영향력을 온 사방으로 퍼뜨릴 뿐이다.”라는 비키 골드버그의 말을 증명하듯,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3만원.●지혜는 천 개의 눈을 가졌다(마빈 토케이어 지음, 김하 엮어옮김, 토파즈 펴냄) ‘책의 민족’이라 불리는 유대인에게 배움은 곧 신에게 봉사하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유대인은 배움, 즉 교육에 열성이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계율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민족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의 권위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항상 권위를 의심하라고 교육받아 왔다. 심지어 신에 대한 조크도 서슴지 않으며, 그리스도교도처럼 신을 두려워 하거나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 책은 ‘탈무드형’ 인간으로 거듭나라고 충고한다.9000원.●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3,4권(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 물병자리 펴냄) 트로이아 전쟁은 영웅들끼리 싸운 것만이 아니다. 배후에서 조종하고 개입하는 신들이 있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그리스 편, 트로이아 편으로 갈라져 인간들을 돕고 세력다툼을 벌였다.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헤르메스,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편을 들었다. 한편 영웅 아이네이스의 어머니인 아프로디테와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는 트로이아 편이었다. 이런 신들의 세력다툼을 읽어내지 못하면 트로이아 전쟁은 밋밋한 이야기가 돼 버린다. 이런 점들을 분명히 한 게 이 책의 특징이다. 각권 1만원.●미디어렌즈(데이비드 에드워즈·데이비드 크롬웰 지음, 복진선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 세계적인 미디어비평 그룹 ‘미디어렌즈’의 공동설립자가 쓴 미디어비평서. 스스로 진보적이라 말하고 세상도 진보적인 미디어라고 믿는 영국의 가디언과 BBC, 그리고 세계의 유수 주류미디어들이 세상을 어떻게 왜곡하고 진실을 감추는지 밝힌다. 세상의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는 미디어기업의 구조적인 무능력도 살핀다. 이 책은 새로운 미디어 모델로 ‘동정적인 미디어’를 제안한다. 언론, 그 너머의 진실을 밝힌 책.1만 8000원.●푼돈의 경제학(장순욱 지음, 살림 펴냄)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란 게 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밑에서 알코올로 서서히 가열하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개구리를 점점 올라가는 온도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비커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죽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낭비되는 푼돈도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9800원.
  • [이주일의 어린이책] 생활 속 신화로의 여행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가 한동안 크게 유행하면서 총기있는 초등학생들은 신화 속 신들의 계보를 구구단처럼 줄줄이 꿴다.‘우리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이경덕 지음, 사계절 펴냄)는 기왕 눈뜬 신화세계를 더 깊이,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자고 권유하는 신화해설서이다. 영화, 명화, 일상 등에 알게 모르게 숨겨진 신화의 모티프들을 찾아내 설명해주는 책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졌다. 초등학생이라면 책읽기 수준이 꽤 높은 고학년은 돼야 이해하기가 쉽겠다. 책은 모두 5개 장에 걸쳐 신화세계를 펼쳐보인다. 이미지세대 독자들을 의식해 첫장을 ‘영화로 만나는 신화’로 꾸몄다. 영화를 좋아하는 중학생쯤 되면 누구나 한두 편은 접했을 화제작 9편을 이야깃감으로 삼았다.‘글래디에이터’‘반지의 제왕’‘매트릭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그들.“영화가 신화를 많이 차용하는 까닭은 그 속에 이야기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지은이는 예컨대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가 신화의 문법에 맞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귀띔한다. 신화 속 영웅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것.주인공 막시무스가 가족을 잃고 버려진 뒤 검투사가 되어 점차 실력을 쌓아 인기를 얻고, 종국엔 죽음을 맞는 비극적 결말 등 그 모두가 ‘신화의 일반공식’이란 촘촘한 해설이 흥미롭다. 영웅신화의 또 다른 특징이 아버지의 부재(不在)라는 점을 들며 영화 ‘스타워스’를 예시했다가 맥락이 닿는 명작동화들을 연결시켜 이해를 돕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자투리 상식 팁(tip)까지 덧붙여, 착실한 독자라면 이참에 ‘신화 박사’로 불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은 왜 신화를 화폭에 담았을까. 따지고 보면 새삼 궁금한 사실들이 2장(그림으로 만나는 신화)에서 조목조목 해설된다.벨레로폰이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키마이라와 싸우는 루벤스의 그림 ‘벨레로폰’,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 등 신화나 역사를 차용한 동서양의 유명그림들이 천연색으로 책갈피 곳곳에서 시각효과를 높인다. 이밖에 ‘절에서 만나는 신화’‘길에서 만나는 신화’‘일상에서 만나는 신화’편이 있다. 철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역사와 문화로 보는 일본기행’‘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신화따라 우주여행’ 등을 내놨다.1만 2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화콘텐츠 뿌리 인문학] 인문학이 문화콘텐츠 만났을때

    인문학과 콘텐츠의 만남은 새삼스럽지 않다. 인문학은 고색창연한 것이라는 고정관념만 버리면 된다. 사례들은 넘친다.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일본의 ‘건담’은 사무라이를 원형으로 삼았다.‘드래곤 볼’은 서유기에다 일본 전래설화 ‘팔용신’ 이야기를 합쳤다.‘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정령 등 온갖 일본 전통문화가 다 반영됐다.SF소설에서 만화·애니·게임으로 퍼져 나간 ‘은하영웅전설’이 삼국지를 모티프로, 유비에서 따온 ‘얀 웬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각종 ‘∼맨’ 시리즈가 한계에 부딪히자 ‘뮬란’에서 보듯 한동안 동양 캐릭터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서사원형’도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신화와 민담의 스토리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눈 찌르다.’는 얘기는 서양의 ‘오이디푸스’ 얘기에도 있지만 한국 영화 ‘서편제’와 ‘왕의 남자’에서도 반복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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